BLOG ─ 181

from 소설 2020. 12. 31. 15:13

    1

    풍요로 증명된 행복 추구의 가치, 뜬구름 잡는 얘기 시작도 말자. 기대한 성과와 정반대되는 실정을 뭐 하러 논하나. 황홀한 부드러움과 격정적인 다정함 다 필요없다. 사랑의 맹세와 운명적인 애정도 좋다만, 일단 먹고사는 게 급선무. 아니 정말 심심함은 끝없고 재미없음은 영원한 걸까?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썰물이 최고이면 밀물로 돌아선다는 거만 알면 된다. 근데 언제?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NB는 달콤한 우연을 선망하느니, 차라리 친애하는 절망감에 무감각해졌을 것이다. 자본력 극대화는 그에게 비정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모험도 그를 거절했다. 구식탱탱묵은 권태감만 매번 그에게 청혼하는 인생. 그렇다고 그 어떤 비밀스러운 첫경험을 찾아 도망갈 수도 없지 않나. 왜냐하면 흥미진진한 줄거리는 그를 썩 편애하지 않기 때문. 게다가 이젠 초대받지 않은 잔치도 아예 열리지 않는다. 결국 개꿈의 허락을 못받아 악몽과 친해졌다니. 고로 지옥의 옥타곤 구석에 바짝 몰린 형편. 그래도 버텨야 한다. 그럼 좋은 날 오겠지. 그러나 그렇게 고상한 척 유난떤 결과는 결국 그의 평정심을 흔들어놓고야 마는데. 진한 사랑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난 지가 언젠데 또 다시 쾌락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 하나? 그럴 리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없기 때문. 농담이고. 진짜 말도 안되는 사랑론 징글징글하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허세와 허영과 허상에서 흐느적대는 허당은 지치지도 않나? 지겹겠지. 거의 퍼졌어. 완전 뻗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래도 호기심 부족 담력 0점. 하여 발단은 지긋지긋 전개는 끔찍이요 어떤 절정감은 꿈도 못 꿀 실정. 이건 아니다 정말로 아니다? 그래서 어쩔 건데. 방법 없음. 따라서 마침내 결코 선보인 적 없는 최후의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환상머신 얘기 또 하기만 해 봐라. 놀고 있네 라는 비아냥 따논 당상. 안 그래도 행운이란 결코 흔한 게 아니다. 세상이 일개 허당한테만 유달리 친절할 리는 없다. 그렇다고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에라 모르겠다' 카드를 남발할 수도 없지 않나. 입장 난처하구만. 진퇴양난. 누가 빼도 박도 못하는 허당 아니랄까 봐 말이다. 그래? 그래도 다 방법이 있어. 정말? 있긴 뭐가 있어. 그깟 개 풀뜯어먹는 요술 다 뻥. 좋은 말로 할 때 머머설 같은 억지 쓰지 말라고 그래. ~라는 환청까지 nb의 짜증을 슬슬 돋구고 있었다. 그야말로 뚜껑만 들썩들썩. 엉덩이 근질근질 열정은 바닥났는데. 좌우지간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 오빠 부디 날 버리지 말아달라, 오빠 내 애원은 오빠의 꿈과 희망과 개뼉따구와 뭐든지 만족시켜드릴 거야 잊지 마 오빠. ~라는 그녀들의 구애라면 증말 신물이 난단 말이다. 
    그래서 NB는 아지트에 놀러가기 위해 사무실에서 퇴근하려고 했다. 
    그렇게 딱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벌컥~ 문이 열리네? 문 잠궈놨는데... 어떻게 열었지?
   「안녕하십니까.」
   「네? 여기는... 왜...」
   「번짓수를 잘못 찾은 건 아니니 안심하십시요. 또 선생 바쁘실 텐데 괜히 귀중한 시간 빼았고자 찾아온 것도 아니란 거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허나 이렇게 우리가 조우한 건 다 이유가 있겠죠? 설마 주인공이 모르시면 여러 사람 섭섭할 테구요. 안 그렇습니까?」
   「네?」
   「모른 체하시기는. 바보처럼 굴지 마세요. 거 알아보니 꽤 똑똑한 양반입디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건 영락없는 푼수죠. 허나, 그거 다 연기죠?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우리는 아니죠. 정말 참으로 오랫만에 만나보는 위장술이라고나 할까요? 요즘 친구들은 어림도 없죠. 그렇다고 저희도 SF 드라마처럼 변장한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그래도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소파에 앉아 용건을 꺼내는 게 어떨지... 아아. 표정 어두워지실 거 없습니다. 뭐 죄 지은 거 있나요? 없잖습니까. 우리가 뭐 친구들끼리 하는 농담마따나, 너 나 욕했냐? ~라는 목적이 아닌 건 분명하구요.」
    그들은 자리를 옮겼다. 그러니까 nb를 찾아온 사람들 3명은 뭐랄까 FBI 고위급이랄지 은퇴한 모사드 현장요원 A급이랄지... 뭐랄까 어떤 정보 계통에서 일할 거 같은 분위기를 일부러 숨기지 않는 듯 했다. 소파에 앉은 그들.
   「피차 바쁜 사람들이니 곧장 요점부터 말하는 건 어떨까요? 그게 좋겠죠?」
   「영장 있소?」
   「네?」
   「체포영장이오 수색영장이오?」
   「거 이 양반 드라마 많이 보셨네.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임의동행이라면 헛걸음하셨소.」
   「우리가 왜 왔는지 아신다는 말입니까?」
   「몰라요.」
   「근데 왜 아는 것처럼 말하십니까? 지금,」
    옆에서 진정시킨다.
   「일단 이거 하나만 지적하고 가죠. 선생께서 반드시 주지하셔야 할 사실이 하나 있죠. 그건 뭐냐? 우리는 쫌팽이가 아니라는 점.」
   「말이 어패가 있군요. 만약 당신 말이 진짜라면 여기 발걸음을 애초에 하시지 않으셨을 거 같은데. 제가 심한 결례를 범한 겁니까? 그렇다면 말씀하시구요. 뭐 교양스럽게 상식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얘깁니다. 애들처럼 말장난할 나이는 아니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허허허.」 옆 사람을 툭툭 건드린다.
   「허허허허허.」
   「이 양반 눈치 빠르네. 그러니까, 허허허. 뭐 이렇게 된 거 터놓고 얘기합시다. 그게 좋을 거 같군요. 그러니까 선생 말씀은 뭐, 우리가 기분 나빠서 찾아왔을 거다 그겁니까?」
   「기분이 왜 나쁘신데요? 우린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그처럼 초면에도 불구하고 제가 무슨 마술사도 아닌데 어떻게 그대들 자존심을 훼손시킬 수 있답니까. 그게 가능하다면 이제 발언권을 넘겨야겠군요. 왜냐하면 '어떻게'에 대해서 소상히, 친절하게, 공손히...까지는 아니오나 제가 알아듣도록 차근차근 그리고 조곤조곤 알려주시는 게 더 재미없음은 아닐 테니까요.」
   「아 나 이거 참 나 거 말 안 통하시네. 선생 학교 어디 나왔소? 당신 몇 살이야? 당신 뒤에 누가 있는데 그래? 배후가 누구냐고! 말해보시오. 뭘 믿고 설치긴 설쳐, 어?」
   「내가 언제 설쳤다 그러오? 난 그런 깨방정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오. 아시겠소? 난 깐족 같은 거 일절 모르는 사람이라오. 아시겠소? 아, 모르시겠지. 우린 만난지 불과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게 찾아왔으면 정중히, 까지는 아닐지언정 용건을 밝혀야지. 이게 뭐요? 네? 이 사람이 지금 날 언제봤다고 눈을 똥그랗게 떠? 당신 나 누군지 알아? 내가, 어? 내가, 어? 내가 밴텁금 애들 업어키웠어 이 양반들아. 왜 나랑 한판 뜨고 싶소? 미안하지만 받아주지 않겠소. 왜냐, 지명방어전은 꼭 특별방어전이어야 하기 때문이라오. 내 말이 대체 뭔 말인지 당최 이해를 못하실 거요. 나라고 뭐 알겠소? 그러니까 그대들이,」
    서둘러 그들 중 누군가 nb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앗, 더러워. 손 씻었소? 설마... 혹시...」
   「긴말하지 말고 간략히 끝냅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대신 해줘서 고맙구료. 뭐하오 냉큼 말하지 않고? 말 하거요 말 거요, 네? 이 사람들이 아까부터 보자 보자 하니까......!」
   「참 나!」
   「참어 참어. 이런 일 한두 번 겪니?」
   「그래야겠지?」
    그러더니 그들은 명함과 봉투를 남기고 조용히 떠났다. 
    명함은 검찰관련 명함이었다. 봉투에는 큰 거 3장이 들어 있었다. 위조지폐 아니야? 
    그날 nb는 큰 거 3장을 곧바로 그 명함 관련 계좌를 알아내서 거기로 보내버렸다. 
    다음 날이 되었다. 어제처럼 또 누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법조계였다. 
    얘네들은 어제 친구들과 화법이 전혀 달랐다. 
   「당신이야?」
   「언제 봤다고 당신이야?」
    nb도 세게 나갔다.
   「너구나.」
   「너, 뭐? 너 이리 와. 쫄따구들 떼고 1 대 1. 어때?」
   「선생 농담이 지나치구료. 말로 합시다.」
   「난 말로 하잔 얘기였는데. 좀 쫄았나보지? 생긴 거와 다르군.」
   「곧장 말하겠소. 선생이 우리 험담했소?」
   「그게 무슨...」
   「아닌 척해도 소용없소. 그 정도는 아실 양반이... 어떻게 그처럼 우매한 짓을...」
   「실은 위에서 시킨 거요.」
   「그 위가 누구요? 어디요?」
   「모르오. 나도 모른단 말이오.」
   「당신 어디 소속이오?」
   「그러는 당신은 어디 소속이오?」
   「내가 먼저 물었지 않소?」
   「먼저 물었으면 먼저 대답하면 될 거 아니요. 왜, 몸으로 대화하길 바라오? 그럼 쫄따구들을 물리든가. 어? 이 사람 아까부터 통 말이 안 통하네. 당신 회사에서도 소문 쫙 퍼졌지? 꽉 막힌 꼰대라고. 안 봐도 뻔해.」
    몸짓.
   「우린 얽힌 데가 좀 많소. 난 어떤 협회, 쟨 법조계 고문 관련 재단, 쟨 세계급이라는 거만 알고 있으면 되오. 아시겠소? 당신 설마 무소속이오? 진짜 그러오?」
   「그래서,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요?」
   「이 정도 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이 사람이...」
   「왜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오! 그럼 잡아보시든가.」
    그 둘째 날 티격태격은 적당히 기싸움으로 끝났다. 





    2

    드디여 셋째 날. 
    오늘은 저번과 같은 허접한 끕이 아니었다. 
    아우라가 느껴졌으니까.
   「이 세계에는 그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3대 조직이 있다오. 어디서 들어보셨는지는 모르겠소만 누구도 그 이름도, 실체도, 정체도, 하는 일조차 모른단 말이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그 존재에 관한 증거를 몇 가지만 알려들리까?」
   「들어는드릴께. 자, 얘길 꺼내 보소. 왜, 내가 가소롭소 아니면 웃기오? 그러게 어설픈 입담으로 떠들지 말란 말이오. 거 스포츠 야유 알 만큼 아시는 분들께서... 쯧쯧쯧.」
   「허허허. 영화 많이 보셨네 이 양반. 그대께서 드라마를 얼마나 많이 보셨는지는 몰라도, 그 3대 미스테리 조직의 증표. 그건 TV에 나오는 것처럼 막 다이아몬드나 육각형이나 그런 게 아니라오.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그림자 정보, 빌더버그, 아브라삭스, 아담 바이스하우프트. 다 그냥 사교모임과 하등 다를 게 없소. 아, 없었소. 다만 나중 선생께 효용 가치가 있으려나 모르겠소만. 그래도 친히 알려는 드리겠소.」
   「그럼 알려주지 않을 꺼면 말을 왜 꺼냈소. 좋은 말로 할 때 말하시오. 안 그랬다가는 큰코 다칠 거요. 이미 각오는 하셨겠지?」
   「허허허. 이 양반 말 재밌게 하시네. 허허허. 아무튼 반지 차는 사람 흔하죠? 그 반지 안쪽면에 숫자가 적혀있다오. 또 목걸이 징표. 부적을 쓰고 어쩌고 그거 싹 다 필요없소. 전세계에 사거리 없는 동네도 있소? 이 세상에 숫자와 날짜와 햇볕과 공기와 각도와 문명, 그 어떤 상징이 미치지 않는 곳은 있을 수 없다오. 마지막으로 손목시계에 관한 비밀. 그건 선생께서 우리와 함께 가서 들으셔야 한다는 것.」
   「누구 맘대로!」
   「허허허. 고집 세시네.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소. 내일을 기대하시는 거만 예감하시고. 네?」
    뭐야 이거! NB는 쟤네들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푸념과 넉살로 심심함을 달래긴 했으나. 그래도 그럭저럭 뭐 안락했다. 근데... 뭐야 쟤네들! 지들이 뭔데 오라가라야? 쟤네들 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공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단 말이다. 
    <탐스러운 먹잇감에 대한 욕망의 증거, 번뜩이는 개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유달리 군침이 많지 않은 이상 탐욕이란 보이는 듯 아닌 듯 알 듯 모를 듯 하다는 게 문제. 혹시, 그 때문일까? 두 번 다시 미완성 환상머신에 대한 미련에 끙끙 앓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걘 또 웜홀머신에 대한 애착일지 애상일지 애모일지. 뭔가 어떤 유쾌한 연정이 부재하니까 그런 건지 또 다시 공상병에 빠졌던 것이다. 환상적인 신비감에 대한 노래에 열광하는 것도 아니고. 뭣이 어째? 진정하고. 그게 걔 문제지 우리 문제는 아니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 워 워 워. 좌우지간 그 어떤 흥분감이란 진한사랑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아무튼. 내가 또 다시 천사의 사랑론과 요정들 마술에 관심을 가지면 그땐 사람이 아니라 개다 개. ~라고 호언한지, 했는지, 안 했는지도 벌써 까먹은 인생. 자, 그래서 남자는 폼이라서가 아니라 왠지 좋으니까 Vivaldi / 마그니피카트. 그런 고상한 음악을 들었는데. 소용없었다. 생각은 허언증에 딱이었다. 하긴. 품위 원래 없었다. 속상하지. 빈정상했나? 그러든가 말든가. 만사가 귀찮구만. 상상력 바낙났거네. 그에게는 구상도 추상도 모두 보이지 않았다. 놀라운 발상도 뺐겼다. 누구한테..인지는 몰랐으나 일단 그랬다. 막연히 꿈꾸던 예술가의 삶과는 영 딴판. 우리끼리 얘기지만, 아니 됐다. 더 말해 뭐 하겠나. 웬만하면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무척 참았는데, 됐다. 할 말 없다니까 글쎄>
    그런데 한순간에 불안감 상승, 상쾌함 소멸, 공포심 폭증이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몇 글짜 끄적꺼려서 입에 풀칠이나 하는 인생, 괜히 이상한 칼럼을 연타로...?
    자칫 잘못하다간... 끌려가서... 만약에... 어떡하지? 그는 곧장 떠났다. 가다 보면 어딘가 도착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3

    그는 1박 2일 일정으로 그곳에 도착했다. 그곳? 거기는 다름 아니라 상상 아카데미였다. 
    곧장 수속을 밟고 지불하고 사인하고. 그렇게 입소 완료. 
    여기라면 누구도 못 찾을 게 확실하니까. 하여 일단 안심. 
    평범한 수업 내용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그는 동기생과 친해졌다. 
   「모두들 여긴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소?」
   「거 말투가 너무 고전스럽지 않소?」
   「그렇게 느꼈다면, 내가 뭐 숙이고 들어갈 줄 알았소?」
   「이들 보소. 왜 그러시오. 형씨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소? 자, 보시오. 여자가 왜 화장을 할 것 같소. 우리한테 잘보이기 위해서지. 꼭 그런 건 아닐 테나 치즈 달린 줄 슬슬 잡아당긴다고 저쪽으로 우르르르 이쪽으로 우르르르. 우리가 그래서야 되겠소?」
   「지금 그대는 동네축구 이야기를 하는 거요? 혹시 전직, 아니 현직 축구선수요?」
   「어떻게 알았소?」
   「어떻게 알긴. 살다 살다 그런 허벅지 보기가 어디 쉬운 줄 아시오?」
   「허벅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기 저분은 뭐든 길어보이는 게... 유난히 손바닥이 넓적한 걸 보아하니 당신 혹시 배구선수요?」
   「알아봐주니 고맙소. 허허허. 그 바닥에서 잘나가면 내가 여길 왔겠소?! 허허허. 다 사는 게 뭐 그렇다오.」
   「자, 그러지 말고 우리 왕게임을 하는 건 어떻소? 아니면 야자타임? 그렇다고 여자도 없는데 허세는 하나도 쓸모없지 않소. 여기서 나보다 더 속세에서 여자 많이 만나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시오.」
   「당신이 먼저 패를 까야 우리도 마음을 열 거 아니오. 뭐 액면도 모른 체 판돈을 걸라 그 말이오? 거 너무한 거 아니오?」
   「허허허. 200.」
   「이 양반이 거 참 말이 심하네. 당신 우릴 우습게 보는 거요? 여자깨나 울린 바람둥이는 저기 구석지에 있는 저 냥반인 거 같은데. 뭐 200? 200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소. 근데 거 어째 몸짓과 어조로 보건대 혹시 당신 언론계에서 팽당했소? 구식탱탱묵은 탐관오리 논설주필을 헌신적으로 보좌한 결과가 결국 이거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데. 당신 내 뒷조사했소?」
   「신원조사는 물론 뒷조사까지 하는 게 내 업이었소만. 안 봐도 뻔하니 하는 말 아니오. 근데 정말이오?」
   「형씨들 그러지 말고 우리 이렇게 친해진 거도 인연인데 나중 헤어질 때 섭섭할 테니 서운한 감정 들키지 말고. 나중 한번 모이는 게 어떻소?」
   「옳소.」
   「옳소. 지당하오.」
   「만나자마자 이별을 생각한다... 친해지면 안되겠네.」
   「같이 다니면 안될 사람은 형씨가 더 적합하구만 뭘 그러오. 당연한 말이구만.」
   「자자, 그러지 말고.」
    그렇게 전화번호 물어보고, 핸드폰 주소록에 등록하고, 소셜네트워크 친구맺고, 어디 사냐 물어보고 기타 등등
   「근데 당신 나중에 나한테 전화할 거요?」
   「내가 먼저 할 순 없지 않소. 이 양반 그 정도 눈치도 없소? 당신 그래서 지금껏 어떻게 사회생활 하셨소, 네? 딱 봐도 고문관이구만.」
   「뭐가 어쩌고 어째?」
   「워 워 워. 거 왜들 그러오, 네? 거 아실 만한 분들께서... 여기서 이러면 쓰겠소?」
   「그게 다 저 인간들이 여자의 마음에 대해 쥐뿔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점. 여기서 모르는 사람도 있소? 아까 누가 말했소? 200? 빼기 195에 내 전재산을 걸겠소.」
   「당신 말 다했어?」
   「아직 남았소. 나는 300!」
   「뭐? 이거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누가 믿는데? 어?」
   「200이든 300이든 그건 둘이서 알아서 하고. 내가 봤을 때 여기 졸업하면 아마 거의 다 두번 다시 연락도 안 할 거요. 꼭 보면 막 으쌰으쌰 한꺼번에 우르르르 친해져서 연락처 주고 받는 거. 그 분위기로 나중 더 친해졌다는 사람들. 살면서 1번도 못 봤소. 아시겠소? 일찍 달아오르면 그나마 잘하면 단기전일 수도 있소. 뭐 경우의 수가 몇몇 있긴 하겠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를 보고 바람의 소금기를 읽고 씨를 뿌려 꽃을 봐서 열매의 당도를 예측하는 게 인생인데. 씨를 뿌릴 줄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뭐 200이니 300이니 그게 뭐요? 창피하지도 않소?」
   「당신 사회에서 뭐하다 왔소?」
   「뭐하다 왔을 거 같소?」
   「저 봐 봐. 우리랑 말 섞고 싶어서 안달난 모양새. 쉽게 답해주지 않겠다, 뭐 우리랑 연애하자는 거요? 딱 봐도 허당이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아카데미에 난 정말 왜 온 거지?」
   「뭐라는 거요? 크게 말해 이 사람아. 아니 근데. 당신. 그래 형씨 말이야. 뚤레뚤레 딴 데 쳐다보지 말고 날 봐 날. 어? 왜 내 눈을 피해? 당신 잔나비띠야? 3월?」
   「나 말이오? 내 별자리를 당신이 왜 궁금해하는데? 난 페가수스 자리요. 당신은 어디 소속이야?」
   「저 바보들 뭐래는 거야!」
   「근데 저 자식이 언제 갑자기 날 때리면 어떡하지? 난 한주먹감도 안 되겠는데.」
   「뭐? 왜 자꾸 아까부터 속삭여?」
   「귓구멍이 막혔어? 뚫어줘? 말만 해. 어?」
   「내 귓구멍을 왜 당신이 뚫어, 당신이 뭔데?」
    동기생들이야 장난 반 농담 반으로 저러고 노는지 몰라도 nb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 속으로 식겁했거든. 배구계, 언론계, 어디 어디. 여기까지 따라붙었다 그 말씀. 곧 말인즉슨 길게 가자는 거네? 따끔한 맛으로 대충 죗값 치르고 맘편히 자유를 안겨주지 않겠다? 이렇다면 결국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긴데. 어쩌지? 어떡하지? 이걸 정말 어쩌면 좋을까. 그러면서 일단 그는 속성인지 정식인지 모를 과정을 다 마치지 않은 채 중간에 그곳에서 도망쳤던 것이다. 





    4

    거인 등에 업힌 난쟁이는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설득당했든 꼬시기 전부터 내 마음이 동했든, 주식매입 선택권(스톡 옵션)이라는 황금 족쇄. 우승 확률 높은 경주마에 거는 마권과 비슷할 수도 있는데. 1등 못하면 휴지조각이냐, 천리마에 묻어 가서 돈방석에 앉느냐! 물리적 거리 말고 현재의 쾌감을 미래의 행복까지 지연하는 이치인데. 그 입장 되보면 중간에 발빼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즉 인생이란 결국 트레이드 오프. 다시 말해 적게 걸고 적게 먹느냐, 고위험 고수익이냐. 헌데 적게 걸고 많이 딸 수 있다? ~에 혹하면 자칫 잘못하다 2장 3장 금방 잃는다. 왜 행복업과 상업은 동의어가 아니겠나. 백마 탄 왕자님은 동화에나 나오는 얘기. 팔방미인이 왜 내게... 아무 의심 없이 멜로드라마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것. 세상 대 아름다움, 에 같음(=)이라는 등호가 성립되면 오죽 좋겠나. 때문에 상술은 요술과 쌍벽을 이루게 되는데. 즉 마술사 옆에는 언제나 섹시한 조수가 있는 법. 따라서 고위험 고수익? ~에서 "고위험"은 쓱 흘리고 "고수익"에만 혹하기 쉽다는 것. 팔랑귀 뿌잉뿌잉 조명발 반짝반짝 립서비스 굽실굽실! 그래서 그 끝은... 그렇다. 개미처럼 아득바득 모으기는 어려운데... 인생이란 한방인 걸까? 남자는 폼이다. 농담이고. 좌우지간 감각적인 투자가 희망의 내일을 살찌울 수도 있는데. 어쨌든 스톡옵션이든 속는 셈치고 믿어보는 사랑이든 그건 나의 선택. 남이 등떠밀어 억지로 사는 게 아닌 내 인생. 자유와 책임과 대가와 담보와 이상과 미지의 신비감이든 뭐든. 뭘 고른 늑대는 나고, 못 이긴 척 승낙하는 둥 마는 둥 그 늑대의 군침에 넘어갔다가 나중 제 발등을 찍고 싶은 불여우는 그대. 진짜 농담이고. 그게 아니라 악마와의 거래 때문에 빚어진 마성?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물이겠나 봉이겠나. 그와 계약한 타락천사 루시퍼, 유행가 제목이면 그나마 나은데. 그게 아니라 인간의 운명이면 어떡하지? 공상도 풍년이다. 그러니까 개 같은 인생이냐 개팔자가 상팔자냐, 우리의 삶이란 한 끗 차이인데. 개상 말상 귀염상 다 말고 왜 하필 별명이 마지막 잎새상! 뭐 그건 그거고. 그러니까 늙은 개에게 인생의 의미란 무엇일까? 똥개 개뼉따귀 탐하는 헛소리는 그만하자. 제발! 허나 뭐랄까 절망적인 현실 때문에 도저히 멈출 수 없는 하이에나의 욕망. 굶주린 늑대가 어찌 모를까. 이처럼 어쩌다 보니 nb는 또 잔머리를 굴리게 됐다. 안 그러게 생겼나. 그럼 이번에는 달랐을까? 다를지 발전했을지는 대략 관찰해봐도 점칠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자, 보자. 대망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는 환희와 열정. 여자들의 이상형이 만약 나라면 어떨까 라는 가정법의 기쁨. 그게 습관이 되면 최소한 통장잔고에 도움은 안된다. 근데 공상을 진정시키면 허언증이 쓱 고개를 들이밀고. 허언증을 달래니까 또 허영심이 왜 쟤만 편애하녜. 무엇보다 난처한 것은 진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라고나 할까? 뭣이 어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생. 감사와 호의와 축복과 사랑도 좋다만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주연이 난 아니라는 점. 무시할 수 없는 사실. 허나, 풍요와 바쁨과 호사와 인기가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라며 미리 겁먹을 필욘 없다. 그렇다고 '나대지 마'라는 애칭을 뒤늦게 꿰차고 싶어해서도 안되겠지. 얄미움과 꼴배기싫음과 재수없음은 물론 짜증남까지 독점한다? 아니 될 소리. 상상만 해도... (절레절레)! 좌 멍청한 인생 우 미련한 사랑? 차라리 바보 중의 상바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그녀들의 이상형으로 거듭나 볼까? 하면 그게 말처럼 쉬우면 뭐가 문제겠나. 아무튼 뭐라 말할 수 없는 푸념 그만 하자. 그게 좋겠다.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 힘든 잡생각에 대해 더 떠들다간 nb든 필자든 누군가 돌아버릴 테니까. 
    그래서 녀석은 아지트에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몇몇 지인들과 얘기하고. 새로운 얼굴들과 인사하고. 
    그런데... 그런데... 유난히 잉글랜드맨들이 눈이 많이 뜨이네? 저 자식들이...! 
    여기 더 이상 오지 말라는 소린가? 그는 아무래도 그런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하여 당분간 거기 발길을 끊기로 한 것이다. 





    5

    그렇게 딱 nb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핸드폰! 그는 핸드폰을 아지트에 놓고 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시 그곳으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뭐야, 아까 걔네들은 다 어디로 가고... 순전 밀랍인형들 뿐이 없잖아? 이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리고. 내 핸드폰은? 아, 저기 있구나. 다행이군.」
    무슨 일인지 찬찬히 살펴보며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다 갑자기 음악이 들려왔다.
    Daniel Auber / 오페레타 <검은 망토>중에서 “마침내 돌아왔다.. 아 굉장한 밤이었어” 
    어딘선가 공기방울, 애들이 거품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처럼 그런 공기방울이 퍼져나왔다. 
    조명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 색상을 띄었다가 아니었다가. 더불어 드라이아이스인지 안개인지가 바닥에 깔리고 있었다. 
    그렇게 바 의자에 앉아 그는 정신을 잃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6

    nb는 깨어나보니 어떤 영화세트장인 듯 싶었다. 또 주변엔 마네킹이 유독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마네킹 외에 보이는 사람은 여섯 명. 즉 nb까지 하면 총 7명. 
   「깨어나셨소?」
   「드라마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어떻게 된 게 누가 영화를 찍는 모양이오.」
   「각자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굳이 자세한 설명은 들어볼 필요 없을 듯 하다오.」
   「그런데 각자 흰플라스틱을...착용하신 거 뭐죠?」
   「우리도 아직 모르오. 우리야 눈으로 볼 수라도 있는데 당신은... 여기 거울이 어디 있지?」
   「왜... 그러시는지...」
   「당신은 얼굴 전체가 흰플라스틱 가면이라오. 아시겠소?」
   「네?」
    그렇게 7명은 각자 흰플라스틱인지 사이버 부분 갑옷인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왼쪽발 + 오른쪽발 + 팬티 + 몸통 + 왼쪽팔 + 오른쪽팔 + 머리 = 7명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가늠 되셨으니 자, 저기를 보시오.」
    가르키는 방향에는 벽면에 마이크로 프로젝터로 안내문이 비춰져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첫째, MRI 비슷한 장비에 전원 착석하여 안내에 따라 사진을 찍을 것 (한꺼번에 일렬로...)
    둘째, 회전목마 + 우주비행사들이 거치는 원심력 기계 = 그 둘을 합체해놓은 듯한 장비가 회전할 때 그대로 서 있기만 하면. 그러면 장시간 노출 사진이 찍힘. 
    셋째, 그 2가지를 완수하면 각자 7인의 사이버플라스틱에서 ☆○□△♤♡♧ 모양의 쇠봉이 분리될 거요. 물론 트롬트루퍼 같은 플라스틱도 몸에서 분리될 거요. 그리고 쇠봉을 마이크로 프로젝터에 육각별의 꼭지점과 중앙에 한꺼번에 즉 동시에 꼽으면. 저기 TV 옆에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거요. 그곳에 최종 지령이 들어있다오."
   「뭐야, 이걸 우리 보고 다 하라는 거야?」
   「그래도 난위도만 봤을 때 어렵지 않는 건 사실이오.」
   「형씨들 혹시 짐작가는 사람 있소? 없소?」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뭐요? 어서 말해보시오.」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닌 듯 하오. 그러지 말고 일단 우리에게 명령인지 부탁인지 알려준 저 2가지를 먼저 해치우는 게 어떻겠소.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를 놔주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오.」
   「찬성이오.」
   「동감하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잠시 후. 그렇게 그들은 2가지 과제를 수행 완료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 모양의 쇠봉이 분리됐고. 
    다음으로 마이크로 프로젝트 뒷면 육각별에, 그 일곱가지 쇠봉을 동시에 꼽았더니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 안에는 007 가방 일곱개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접혀진 쪽지. 
    그들은 쪽지를 펼쳤다. 내용은 이랬다. 
   <뜻하지 않게 인사가 늦은 점 사과드리오. 정중히 부탁드려서 필름과 파일을 얻는 게 순서긴 하오나. 부득이하게 이와 같은 과정이 진행된 점, 추후 섭섭치 않게 황금으로 달래고, 다이아몬드로 사죄하며, 미녀부대로 환송할 것이오. 자, 피차 바쁜 사람들이니 이제 여기서 영화는 끝날지 드라마 시리즈는 이어질지 그걸 알려드리겠소. 
    여기 있는 7개의 007 가방에는 스위스은행의 환태평양 어디 지점을 거쳐, 기타 등등... 무기명 채권이 들어있소. 물론 그거 반틈에 최저 현금 뭉치도 함께 들어있다오. 허허허. 반갑소. 우리는... 우리의 정체를 아직은 알려드릴 수 없다는 점. 무척이나 애석하긴 하오. 허나 나중 좋은 날 있지 않겠수?! 하여 그대들의 선심이자 성과라고나 할까 일종의 과제는 끝났으니. 다음 선택은 그대들 몫이라오.
    결론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소. 당신들께서 왜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는지. 혹시, 그 이유를 알고 싶지 않소? 과연 이 작전이 어떤 조직까지 연결되어 있을지 궁금하지 않냔 말이오. 만약에 그걸 알고 싶으시다면 상자 바닥에 깔려진 벨벳 천을 들어보시오. 그럼 바닥에 주소 하나가 적혀 있다오. 그곳으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자, 여기까지. 왠지 궁금하거나 어딘가 수상쩍거나 그럴 수도 있으나. 질문은 받지 않겠소. 정말 왜 이처럼 당신들께서 영화를 찍어야 하는지 진정 알고 싶지 않소? 정말로 구미가 댕기지 않단 말이오? 따라서 만약 그렇다면 그대들은 지금부터 자유의 몸이라오. 다만 007 가방 안에 든 저질 채권과 저액 지폐 뭉치로 만족해야 할 것이오. 물론 저 주소로 찾아와서 앞서 말한 이유를 알게 된다면 저질 채권은 급이 다른 지표로, 저액 지폐는 0가 몇 개 붙을지 미리 알려드릴 순 없지만 일단 단위가 바뀐다는 것만 알려드리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시든 아니시든. 섣불리 이와 같은 일을 체험했다고 어디서 발설하시는 건 금물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안내문을 이만 마칠까 하오. 절대로 금지해야 한다는 점, 굳이 미지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모험할 가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은 내 장담하겠소. 그럼 이만!>
   「뭐야 이거!」
   「형씨들, 어떻게 할 거요?」
   「선생 먼저 의중을 알려주시오.」
   「왜들 그러오! 아마 드라마처럼 저걸 누가 모두 독차지할 인물들을 섭외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 그건 분명할 테니. 이건 말 그대로 자유 의사에 따라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으면 될 거 아니오. 아니 그렇소?」
   「여기서 멈추면... 왠지 지는 거 같은데.」
   「유난떨지 맙시다. 그냥 지고 저질 채권에 만족하는 건 어떻소?」
   「옳소. 어차피 뻔한 수작일 게 분명하오. 물론 007 가방을 당장 확인할 수 없다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니. 홈그라운드로 돌아간 다음에 열릴 텐데... 그때 불만족스럽다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것. 어차피 인생이란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없는 것 아니겠수? 난 남겠소.」
    그때 음악이 들렸다. Bach / 칸타타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고> BWV 209
   「이거 뭔가 불길한데.」
   「이건 음험한 징조가 아니라 신비로운 예감 아닐까요? 난 그 기대감에 한번 운을 실어보고 싶소.」
    그렇게 OX는 5 대 2로 갈렸다. 즉 5명은 주소를 찾아 떠나기로 했고, 2명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물론 바깥에 본부로 함께 떠날 수 있는 멋진 차량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대 두 분. 타시오. 교통 편한 데까지만 태워다 드리겠소.」
   「고맙소만 사양하겠소. 일단 몸을 실는 거까진 문제없는데. 마음 바뀌기 싫단 말이오. 또 아시오? 작전이 변경될지 말이오. 아무튼 반가웠소.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소만. 혹시 연이 닫는다면, 나중 이후의 모험에 대해 부디 슬쩍 귀뜸이라도 해주셨으면 고맙겠소.」
   「」
   「」
   「」





    7

    nb는 따라갈 걸 그랬나 라면서 엇그제 영화세트장의 장면들을 떠올렸다. 허나 이미 지난 일. 미련은 남아의 주업이 아닌 것. 그럼 부업으로라도 뭐 어떻게 애련을 간직한 숙녀들과 함께... 뭣이 어째? 됐고. 아, 맞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때 그 묵직했던 007 가방. 집에 돌아와서 보니 이게 뭐란 말인가! 누가 바꿔치기 할 틈이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 그건 장난감 007 가방으로 바껴있었던 것이다. 이런 젠장~! 그러게 따라갔어야지. 조금 걸고 조금 먹는 연습게임도 아니고. 못 먹어도 GO, 쫄아서 판을 못 읽었구만. 아니지. 또 몰라. 혹시... 그분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설마... 아니야 아니야. 어차피 지난 일이야.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결국 사랑이 애증으로 변하는 멜로드라마와 담 쌓고 살다가, 어느 날 어떻게 모험 장르를 알게 됐는데. 하필 그게 절반짜리였기 때문일까? 그는 그 뒤로 간간이 자신이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스톰트루퍼로 나댕기는 악몽이 꾸었던 것이다. 뭐 다스베이더의 똘만이? 아직 그냥 조직에서 승진이든 임금상승이든 그와 관계없이. 스톰트루퍼는 영원한 스톰트루퍼일 뿐인데? 은근 매력적인 조연급도 아니고 떼샷일 때만 뭐 봐줄 만한데, 누가 누구인지 구분도 안되는 삥발이라니. 미련곰탱이, 쩜팔이 그런 비속어들 생각나게 또 그게 뭐냐고. 어쨌든, 
    그는 최면술이 지겨워졌다. 아마도 둔갑술식 화장발에 질렸을 것이다. 아니면 저속한 표현마따나 공상의 약발이 떨어진 걸까? 여자말 번역기가 고장났겠지. 애초에 상상력도 비리비리. 변화없는 일상에 싫증난 거네. 또! 그럼 정말 변덕은 부동의 인기라는 말인데. 하긴 변심 빼고 사랑을 어떻게 논평하나. 안 그래도 기회마저 박탈당함. 그래도 꿋꿋이 버티다 보면 애정결핍은 언젠가 보상받게 될까? 일단 아직까진 희망사항일 뿐. 이처럼 그는 마침내 권태에 굴복했다. 품위유지비 부족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전망마저 깜깜하다. 더 나은 미래는 무슨. 꿈과 희망의 낙원? 개뼉따귀로 동네 똥개의 환심이나 사라지. 그래도 뭐랄까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뻔뻔하다고 해야 할까. 즉 그에게는 아직 뻔트라는 카드가 남았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 넘어가자. 미스테리의 비밀을 알고 싶은가 젊은이? ~라고 처음에만 혹 하는 말발 벌써 바닥이 보인다. 그러겠지. 왜 아니겠어. 그러니까, 아직 할 말이 남았을까? 재미난 얘기를 들려줄게요, 근데 듣고 보면 난 또 뭐라고! 뭣이 어째? 워 워 워. 대체 언제까지 환상소설을 탐독하는 애독자들을 골탕먹일 건데? 멜로드라마 애호가 얕잡아 볼 처지가 아니다. 철들려면 멀었군. 속이 없어. 걸핏하면 생각하는 거라고는 아름다운 애마와 달콤한 연정이라니. 게다가 웜홀머신 어쩌고저쩌고 신나게 떠들더니 결국 첫 끗발이 개 끗발. 무책임한 녀석. 끈기가 없어. 활력은 있나? 일단 돈이 없어. 그래서 사랑도 없고. 사랑이 없으니 응석만 늘어. 응석이 늘면 넉살도 탄력받겠지. 넉살이 탄력받으니 매번 잡념만 늘어나. 잡념이 늘어나면 노상 흑심만 증가. 흑심이 증가하면 어떻게 될까? 웬 똥개처럼 군침만 질질 흘리지 않으면 다행일 텐데. 설사 잘 참아서 엄한 데다 눈독들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럴지라도 벌은 꽃으로 나비도 꽃에게로 뭐 똥파리까지? 농담이고. 슬럼프 아주 심각하구만 그래. 못 봐줄 정도. 맺집 증가 재력 하락. 넉살 더 증가 기쁨 더 하락. (절레절레) 자, 그래서 그가 꺼내든 특단의 대책은 무엇일까? 짜잔~ 말을 못 구하거든 소라도 타라! 그런데 이젠 하다 하다 장난감 노트북마저 없음. 미칠 거야. 돌아버리지. 그렇다고 내일의 낭만을 급한 대로 끌어다 쓴다? 곳감론이라는 절대 강자가 공포심을 조장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랑의 포로는 아무나 되나? 숙녀분들 모셔놓고 연애론에 대해 설명하라고 해 봐. 어버버버 우쭈쭈쭈 눌변으로 대체 뭘 하겠다고. 하여 있었는지 과장됐는지 모를 아는 동생들 다 도망감. 호박이 제 발로 근처에 굴러올 생각을 안 함. 자기 능력치를 정량화하지 못하니 잔재주도 배신. 그렇다고 여자의 마음을 측정 잘한다고 자부하면 뭘 해, 뭐 그분들은 입장 없나? 어딜 넘 봐, 또 언년을 꼬실려고. 뭐 형이 쟤네들 다 꼬셔줄께? 또? 잘한다 잘해. 이젠 우정도 다 떠나갔다. 진짜 혼자다. 원래 사람은 외롭다. 함께 외롭자는 둥 뭐라는 둥 유행가 가사 낙서 몇글짜 끄적거리면 금방 나온다. 일도 아니다. 콧노래 기분 좋아 흥얼거리면 작곡도 대충 가닥 나온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는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니 무능력하지. 여자가 먼저 꼬리치는데 좋아한다는 여자한테 하트 뿅뿅 다가갈 배짱도 없어. 눈치는 있어? 이젠 하다 하다 남의 말도 잘 듣지를 않아. 심지어 근처에 아무도 없지 않나. 따라서 그는 자연스럽게 사교계에 발길을 끊게 됐다. 그러면 갈 데라고는? 그렇지. 더 말해 뭐 하나. 행복이 뭐 별건가? 공부는 재밌다. 일처럼 즐거운 게 어딨나. 만족의 기준선이 유동적이라는 게 문제긴 하다만. 타인에게 유독 실망만 안겨주는 재능, 없으니 편한데. 옆에서 바가지 긁는 여편네 있는 게 어디고, 없어서 다행인 팔자도 어딘가. 짚신도 다 짝이 있다. 오늘 점심 뭐 먹지? 저 하늘의 별을 따자. 그럼 된다. 아직도 수요일이라니... 퇴근 몇 시간 남았지? 그게 행복한 거다. 우리는 배가 불렀다. (조용조용히) 난 빼주세요? 세상 사람들이 그 소곤거림 다 들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쇼핑백 많이 들면 무겁다. 다 가질 수는 없다. 그런데 모두를 어떻게 만족시키나! 다 웃길 수 없다. 귀에서 피나는 분들 생각 좀 하자. 다변가 마누라 때문에 득도한 남편... 알 만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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