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84

from 소설 2021. 2. 28. 15:44

    1

    작가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벌써 15일 됐을까? 그때 나는 그게 나보고 하는 항의인 줄 미처 몰랐다. 각성해? 뭘 각성해! 또 며칠 지나서인가 이번에는 묵언투쟁이었다. 다만 플랑카드를 들고 있었다는 게 저번과 다를 뿐. 거기에 뭐라고 씌여있더라... 코 묻은 돈 취소하라 취소하라! 뭐라고? 코 묻은 돈... 설마 내 얘기인가? 눈치 없어서 그분들 말고 대타들이 등장했던 것일 수도 있다. 점점 포위망을 좁혀왔다. 그분들은 1인 시위도 감행했다. 그러다 언젠가 산책하는데 지나가는 내게 누가 귓속말을 속삭이자마자 도망갔다. 당신 칼럼 죄다 엉터리래나 뭐래나.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역시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허허허. 그런데 아지트 바에서 누가 내 옆자리에 슬쩍 와서 앉더니 하는 말이 글쎄... 뭐라 말했는지 까먹었다. 당시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하다 하다 어제 나는 난생 처음으로 생계란으로 얻어맞었다. 달걀 투척은 언론을 통해 보기도 드문데. 왜 하필 내가 주인공이냔 말이다. 게다가 유명세를 안겨주는 것도 아니고 (세속적인 표현마따나) 돈방석에 앉은 것도 아니었다. 근데 왜 나지? 나 아니야. 나 아니라고. 어? 부정한다고 들을 분들인가 어디. 그러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그래도 뭐랄까 블로그니까 솔직히 하는 말이다만 나는 괘념치 않았다. 그거 말고도 신경쓸 일거리는 많으니까. 사실이 그렇다. 재미없는 거는 당연하고. 누구도 날 찾지 않았다. 앞서 말한 저분들 빼곤 말이다. 이렇듯 쾌활한 행운은 날 감싸고 돌지 않았다. 그러게 가난은 왜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나는 시인이 아니다. 그런데 왜 바보같은 생각을 하지? 내가 아나 별님이 아나. 그래서 퇴근길에 나는 모스맨 연구소에나 들르기로 했다. 
    화면 전환.
    화면 전환.
    화면 전환.
    모스맨 연구소는 잠겨있었다. 몇몇 전화해봐도 녀석들은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나? 아니면 계란투척 세례 당한 걸로만 봐서 난 성질 더러운 건가. 성격 좋단 말은 만만하단 뜻이고. 시위하는 거 보면 유난떨지 마란 얘기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그러니까. 그래. 하고 싶은 것은 하고 본다. 그런데 의욕이 없다. 그럼 탐욕은 바닥난 건가? 그러든 아니든 달걀판 드신 분들한테 더 이상 얼굴 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떠나야 한다. 그런데 목적지는? 없다는 게 문제다. 낮이나 밤이나 "듣고 있어?"라는 인공지능도 날 가만놔두질 않는다. 그분은 무의식과 멀쩡한 정신에 양다리 걸치고서 잠도 자지 않는다. 죽을 맛이다. 그래서 방송 보거나 들으며 딴일을 못한다. 집중하는 게 좋은 습관이기는 한데 뭐랄까 여편네가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고나 할까? 그럼 마누라 잔소리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단 말 아닌가! 이런 젠장. 그래서 나는 저번에 알아둔 그 뭐더라, 은둔형 작가만 받는다는 어떤 별장으로 당장 떠났다. 
    화면 전환.
    화면 전환.
    화면 전환.
    그곳에 도착했는데 거기는 폐쇄됐다. 그렇다고 돌아가기에는 왠지 패배주의자가 된 것만 같은데. 그렇다고 다정스러운 연인들을 부러워할 수야 있나. 나도 연애하고 싶다, 그건 핑계다. 우리는 자유를 원하거든. 그래 봐야 신나게 뛰어놀고 싶은 야생마라고 우긴다고 누가 귀기울여줄까. 하긴 어차피 인생 혼자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고독과 친하겠나. 지금은 놀 때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대충 적당한 호텔을 골라 투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거하며 일을 시작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뭐랬더라? 잊어먹었다. 그와 별개로 향락이란 어떻게 됐든 품위유지비에서 유래하는 것인데. 적은 자원 대비 큰 기쁨이 가능하려면 정답은 만족일 텐데. 그걸 누가 모를까. 허나 불만족이라는 개념으로 말미암아 어떻게 보면 인생이 새로워질 수 있는 것 아닐까? 아니다는 주장도 있을 테고 옳다는 이유도 없을 수 없는데. 그게 지금 왜 중요한데? 차라리 개뼉따귀가 더 소중하다. 적어도 강아지한텐 말이다. 어차피 개나 사람이나 생긴 건 비슷하다. 나머지도 닮았다. 안 그래도 인간이 개에게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나. 없다. 만약 우리가 더 잘났다면 아름다운 세상은 이미 실현되고도 남았을 테니까. 그럼 정말 나는 순수함을 잃어버렸단 말인가? 최소한 내 친구들 만큼은 불결할 것이다. 아닐 수도 있고. 하긴 사랑의 약자가 뭔 말을 하겠나. 오히려 황금의 포로라는 게 숨길 수 없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포기했다. 어차피 못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안 그래도 모험도 양보했다. 귀찮게 추적을 뭐 하러 하나. 해킹 밥먹듯이 할까 봐 프로그래머도 안 된 거다. 상심과 절망과 실망은 정해진 수순인데 여심을 뭐 하러 꼬시냐고. 다 귀찮다. 재미없다. 단지 배고픔은 늑대를 숲 밖으로 내몬다는 이치만 뭔가 섭섭할 뿐. 그렇다고 지금 배고프냐, 물리적으로 피자도 먹고 싶고 막 그렇다만. 이상적으로 따지자면 희망찬 미래를 그려볼 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둥 그런 말도 일리 있다만.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는 것만 알면 된다. 근데 늬가 어딜 봐서 독수리냐, 충분히 타당한 물음이다. 허나 어째서 우리가 독수리의 관찰력을 빼닮으면 안될까 라는 합리적 의심. 굳이 배척할 필요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퓨마의 정서를 예측해봤다. 또 표범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그런데 잘 안 됐다. 그래도 그만두지 않고 다시 하이에나의 군침과 치타의 흑심을 탐구했다. 그래서 나는 끝끝내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신의 한수를 알아냈을까? 그건 말할 수 없다. 딴 건 다 알려줘도 그것만큼은 안되니까. 그나저나 여심을 추론하고 인생을 논평하며 내일을 관측해도 부질없다. 커피도 안 당긴다. 그럼 이젠 정말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활력은 바닥나버린 건가? 그게 다 '나대지 마'라는 별칭을 피하기 위해서다. 왜냐, 지금은 잔말 말고 따라와 라는 자발마를 탈 시기가 아니니까. 형편을 보아하니 액면만으로 봤을 때 선동, 주동보다 피동과 뒷패거든. 따라서 나는 무작정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파에 자빠져 TV를 봤다. 그 결과 더럽게 재미없어졌다. tv 괜히 켰다. 하여 다시 껐다. 그렇다고 할 일 없단 말은 아니다. 누가 엉덩이 근질근질하데? 우리는 연애 하나도 관심없다. 여자한테 끌려다니는 허당들 보면 한심하다. 대체 쟨...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녀석이 그놈들이다. 아는 동생들부터 사랑의 차트까지 모두 우리를 쫓아다니게 하는 게 뭐 힘들다고, 쯧쯧쯧! 그런 의미에서 그분들을 위해서 동기부여 강연회나 열어볼까? 하지 말자. 해서 뭘 하게. 성황 리에 한밑천 챙길 수는 있다만 의미 없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진짜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알면 이러고 있겠나. 그러므로 철학서를 읽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왜냐면 다 아는 얘기니까. 다음으로 떠들기 대회에 출전할까도 고민해봤다. 여자를 연구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허나 것도 하지 말기로 했다. 메달 챙기는 거는 쉽다만 그러면 애쓴 분들께 미안하니까. 그래, 블로그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난 허당이다. 하지만 어른치고 속물 아닌 사람도 있나? 대망과 순박함은 물물교환된다고 누가 가르칠 수 있나. 없다. 그 때문인지 월가에서도 더 이상 내게 러브콜을 보내지 않는다. 더 이상? 고백하자면 스카우터가 달변인지 못생겼는지 구경도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행운의 부재쯤이야 별 신경쓰지 않는다. 언제든 저 하늘의 별을 딸 수 있거든. 허허허! 마음만 먹으면 4번타자의 끝내기 홈런부터 팔색조의 맹활약까지 자신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겠나. 다만 허풍이 심하다는 거 빼곤 말이다. 어찌 됐든 나는 허영심 존중한다. 말하자면 그게 바로 줄 달린 치즈로 꼬드길 수 있는, 쉿! 너무 많은 걸 알려드리면 안된다. 진도라는 게 있지 않나. 속성과 독학과 야전에서 잔뼈가 굻은 방황도 좋다만 정통과 기본과 기초는 또 다른 얘기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 나까지 말이 좋고, 길고, 많아져버렸을까? 그렇다. 늙었다. 그래도 곯지 않은 게 어딘가. 그래서 냉소마저 우리는 져드린다. 미소 썩고 대신에 막판에 한방으로. 그런데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과 달리, 기다리고 버티고 견디며 참아왔는데... 끝까지 재미없고 심심하다. 이게 뭐냔 말이다. 어? 이래가지고 어디 야생마가 신나게 달리고 아르테미스를 첫눈에 홀딱 반하도록 감동시켜드릴 수 있겠냔 말이다. 어림도 없겠지. 말 같지도 않으니까. 이런 젠장! 말이 심했다만 회심의 적기를 기다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것만 같은 불안감. 어떻게 달래긴 해야 하는데. 당근으로 솜방망이 찜질을 받는 한이 있어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아닌가? 그래. 그러지 말자. 달콤한 당근과 새침한 환상은 물론 신비로운 황홀감이 어디에 감추어져 있는지 다 알긴 아는데. 너무 일찍 인생의 비밀을 폭로해버릴 수는 없다. 그러면 재미가 없거든. (때로는) 보기 좋은 딸기와 복숭아와 사과가 더럽게 맛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정말 이처럼 속된 표현으로 입만 털다가는 아무것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 행동. 
    그래서 나는 목적없이 일단 바깥으로 나갔다......>





    2

    다음 날이 되었다. 오전 일과 다음에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산책을 나가려고 했다. 그렇게 딱 문을 열자마자 문 밖에 누군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누구신지...」
   「내가 누구일 거 같소?」
   「저야 모르죠. 일단 정체를 밝히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정체를 밝혀라?」
   「아니~ 그걸 꼭 곡해해서 듣진 마시고. 그러니까 제 말은,」
   「나는 악마요.」
   「네?」
   「들었잖소 방금. 나는 악마란 말이오. 뭘 잘못 들은 것처럼 표정관리하지 마시오. 당신은 연극배우로써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오.」
   「이래뵈도 난 한때 배우지망생이었소. 지금이라도 당장 연극무대쯤은 깜짝 데뷔할 수 있다오. 물론 그 판에 뛰어들자마자 주연을 꿰찰 것이오.」
   「정말이오? 뻥이란 거 다 알고 있소. 그런데 정말로 내가 악마냐? 이마에 딱 그렇게 씌여 있구만.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소? 내가 무엇 때문에 당신과 시간낭비를 하겠소. 형씨도 (몸짓) 이게 있으면 생각을 한번 해보시구료. 내가 뭐 하러 여기에 찾아왔을 것 같소?」
   「내가 어떻게 당신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소. 날 그처럼 순진하게 보셨다면 오산이오. 아시겠소?」
   「그러니까 형씨 말은 내가 프라다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날 못 믿겠다?」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제 말은,」
   「일단 이거부터 받으시오.」
    그러면서 낯선 이방인은 내게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안겨주었다.
   「이건 뭡니까?」
   「지금은 곰돌이지만 해가 지면 마네킹으로 변신할 거요. 그 다음 당신이 꿈나라로 떠나면 곧장 녀석은 세이렌으로 환생할 거요. 어떻소, 유령작가의 부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지 않소? 아, 그 대가는 뭐냐! 지금 그게 중요하오? 그러게 왜 마감일을 어겼냔 말이오. 형씨도 잘 아시질 않소. 안 그렇소?」
   「나보고 어쩌란 말이오?!」
   「어쩌긴 이 양반아, 마감일을 지켜야지. 그러면 되지 않소. 당신은 내 얼굴을 기억해야 할 거요. 나처럼 눈썹과 콧날이 마치 그린 것처럼 T자인 사람은 결코 흔치 않기 때문에 기억하기 편할 거요. 그럼 내가 왜 이 모습으로 당신 앞에 나타냤냐! 하면 당신을 압박하기 위해서라오. 어디를 가건 누구를 만나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금방 알게 될 거요. 그리고 긴 얘기할 필요없이 짧게 말하겠소. 왜냐하면 당신이 최근 부쩍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이라오. 그래서 내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오. 딴 거 다 놔두고, 당신은 줄거리만 생각하시오. 나머지 발단이니 서두니 결론이니 그건 다 얘가 처리할 거요.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내일 아침 당장 알게 될 거요. 부디 우리가 또 만나게 될 일은 없길 바랍니다. 그럼 전 이만 먼저 떠나겠소.」
    그가 멀어져 갈 때 왜 하필 난 제정신을 차린 걸까...
   「당신 뭐야? 야, 임마! 너 이리 와. 안 들려? 너 가만 안둘 거야. 알아? 이 자식을 콱 그냥... 이거 이거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너 같은 놈 수도 없이 혼쭐을 내준 사람이야. 알아? 이 자식은 어디 번짓수를 잘못 찾아와서 말이야, 어? 야, 임마! 형 말 안 들려? 이 자식이 근데 귓구멍에 당나귀 뭣을 박아놨나. 너 거기 당장 안 서? 너 그러다 금방 후회한다. 알아? 뭐, 악마? 늬가 악마면 난 천사겠다. 이 자식이 어디서 사기를 칠려고. 뭐 수작 중의 개수작을 어디서 어설프게 배워가지고 말이야, 어? 뉘 덕으로 잔뼈가 굵었기에 야, 임마! 내가 널 그렇게 키웠냐? 어? 당장 안 튀어와? 어? 이 자식 봐라. 왜, 덥비기 겁나냐? 쫄았네 쫄았어. 겁쟁이면서 어디다 명함을 내밀어 내밀긴! 내 그럴 줄 알았다. 형이 다 널 봐준 줄 알아 임마. 그래도 걱정마. 내가 어디 가서 소문내진 않을 거니까. 내가 그런 사람이야. 응?」
   「」
   「셋을 세겠다. 하나. 둘. 둘 반. 둘 반의 반. 둘 반의 반의 반. 저... 저... 저...」
    그 외에 그 날 별다른 일은 없었다. 산책을 했고 TV를 봤다. 음악도 들었다. Il mondo / v. Jimmy Fontana
    만나달라고 조르던 여동생들이 없어서 편하긴 했다. 나는 외롭지 않았다. 다만 홀가분했을 뿐. 
    그렇게 그날이 지나가고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려는데... 노트북이 켜져있었다. 
    설마...! 에잇 아닐 거야. 그런다고 내가 뭐 순순히 줄거리만 상상할 줄 알아? 
    그러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일순간 몽유병처럼 내가 혼자 노트북을 켜놨을 수도 있다..면서 딱 화면을 봤는데. 
    정말로 곰돌이가 일을 해놓았던 것이다. 그 결과를 옮기자면 이와 같다. 
   <내 입에서는 젖내가 나지 않는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내가 세상 모든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고 약속하지 않은 것처럼. 농담은 그만두자. 능청은 시작도 말아야 하니까. 내가 또 다시 환상머신에 대해 떠들어댄다면 그건 멍청하다는 말 밖엔 안된다. 그것쯤은 나도 안단 말이다. 내 입장에서 사랑의 명언을 기록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난 바보가 아니거든. 그렇다고 사랑은 바보들이나 하는 거란 얘기도 아니다. 그걸로 봤을 땐 내 편은 희망이고 내 적은 퇴폐이자 백치미일까? 그러든 어쩌든 나는 말과 사슴을 구별할 수 있다. 불가사의한 신비론을 측량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으니까. 그보다 숙녀의 소원을 충족시키는 게 훨신 유익하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닌데. 근데 내가 왜 뜬금없이 교양설을 팔고 있지? 나는 샐러리맨도 아니고 아리스토텔레스도 아니다. 그게 뭐 어째서! 난 어쩌면 사실주의로부터 버림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그런데 난 지금 무슨 허황된 생각만 하는 걸까. 내가 언제부터 시인이었다고. 억울하면 출세하라 라는 삼류드라마 대사쯤은 나도 안다. 단지 아는 척하지 않는다뿐. 그렇다고 일하기만 긍정하고 놀기는 부정해야 하냐, 것도 아니다. 그러든 어쩌든 아마 환상문학잡지니 뭐니 그거 다 뻥이었을 것이다.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희곡이나 한 편 써볼까? 에잇 하지 말자. 손만 까딱 하면 작품 하나 나오는 것쯤 일도 아니다만. 허나 나는 소비지상주의자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내가 뭐 대중문화를 우습게 보는 건 아니다. 물질주의가 뭐가 나쁘겠나. 단지 내가 가난한 게 애석할 따름. 그러니 유쾌한 주인공이 아니라 허접한 병풍이겠지. 내가 만약 좀만 쾌활한 성격이었다면 어떤 아가씨든지 누구나 상쾌하도록 만족시켜드렸을 텐데. 어쨌든 욕망은 고개숙였다. 탐미주의도 무릎꿇었다. 통장잔고부터 불만족이다. 패배주의만 친숙하다. 요염한 유혹의 대상자가 나일 리 있나. 허세도 재미없다. 허영심 산업에 일조한 결과 연민마저 이상해져버렸다. 오락산업도 나를 배신했다. 그러니까 연예계 근처에도 갈 수 없지. 그렇다고 이제 와서 사교계에 얼쩡거릴 만큼 나는 얼굴이 두껍지도 않다. 칼럼 의뢰마저 다 끊겼다. 하다 하다 물개박수를 어떻게 치는지도 다 까먹었다. 눈발이 낭만적으로 날리면 뭘 하나 화장발은 나랑 일절 상관없는데. 그렇다고 뭐 내가 예술계의 마당발인가? 내 주제를 나는 잘 안다. 신기할 정도로 심심해하는 여심, 보이긴 보이는데 엄한 데다 추파를 던져서도 안된다. 어떤 애마를 영입하자마자 중년운에 날개를 달 것이다, 라는 점쟁이 말만 믿고.. 그에 앞서 일단 지갑부터 없다. 올 뻔 말 뻔 그러다 약만 잔뜩 올리고 정작 오지도 않았던 호시절, 영영 가버린 것일까? 길고긴 슬럼프만 봐서는 딱 그런 듯 하다. 당근은 날 놀리고 채찍은 날 샌드백으로 업신여긴다. 대체 어떡해야 할까! 뭘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하냐고. 징징거려도 소용없다. 그러게 나는 왜 사랑을 아름답다고 가정했을까? 모를 일이다. 난들 아나 이 세상의 비밀을. 혹시 알아도 아는 척 안 할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깨달음인가. 몽상가가 이러다 철학마저 독학할 기세다. 큰일이다. 이런 덜떨어진... 이런 미친... 내 양쪽 귀로 들어오는 험담이다. 내 귀는 만화영화 주인공급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팔랑귀들 구워삶는 게 일이겠나. 그런데 난 정말 재롱이나 떨려고 작가가 된 것일까? 아니다. 나는 시인이니까. 더더군다나 나는 내 입으로 나 화가 라고 한 적도 없다. 그나저나 나는 아직 순수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지의 이상을 탐구하는 일, 그걸 게으름 피울 거라면 난 애초에 블로그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직 못 다한 말들이 많다. 아닐 수도 있다. 모르겠다. 굳이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근데 뭔 얘기를 하려했는지 잊어먹었다. 그럴 수 있다. 기왕 말이 시작됐으니 하는 말이지만 나는 변명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왜일까? 왜냐하면 어떤 세속적인 격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건 뭘까? 뭐겠나. 똥 싼 년이 핑계 없을까! 뭐? 뭣이 어째? 뭐가 어쩌고 저째? 누군가 빈정상하고 아무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농담이다. 그런데 왜 안 웃기지? 내 말이 그 말이다. 그럼 괜히 했나? 아마도 안 하니만 못한 결과다. 난 망했다. (절레절레) 그게 다 시간과 반비례하는 내 재산 때문이라 할 수는 없다. 단지 내가 못나서일 뿐. 누굴 탓하겠나. 그렇다. 나는 권태의 구원자가 아니다. 롤러코스터의 대항마일 수도 없다. 해결사는 무슨 허접한 해결사. 다 필요없다. 그래도 멜로드라마의 불행과 고독에 대한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다 치유하지? 모르겠다. 모른다는 게 자랑은 아니다. 이래서 떠들썩한 고찰은 역시나 결과 없음까지 도착한 거다. 더 떠들었다가는 사랑의 환상마저 깨질지도 모른다. 아찔한 황홀감이 그래서야 쓰나. 그래서 일단 후퇴하는 게 좋겠다.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3

    다음 날이 되었다. 작품 구상은 쉽지 않았다. 색다른 줄거리가 금새 떠오를 리는 없었다. 새로운 기승전결은 보물섬처럼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나는 어제 만난 귀인을 떠올렸다. 자칭 악마라 자신함과 동시에 곰돌이를 선물했다? 나는 동물적 직감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이건 딱 봐도 보통 일은 아닌 게 분명했으니까. 그렇다고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나는 아동의 상상력과 노인의 배경지식과 귀신의 사고력을 총동원했다. OK~ (딱)! 곧장 답은 나왔다. 그건 뭘까? 스스로 악마를 자처했다라... 그럼 내가 꺼내들 카드는 다름 아니라 바로, 악마견이었다. 즉 워낙 활동력이 넘치고 활발하고 그래서 그냥 인터넷에서 장난으로 붙여진 별명, 악마견. 나는 어떻게 어떻게..해서 비글, 마약탐지견, 목동견을 신속히 모셔왔다. 당연히 견주가 거의 동물학 박사랄지 해박한 개-직업 배경지식으로 특출난 분을 모셔온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안건에 대해서 나는 혼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다. 왜겠나, 품위유지비가 바닥인 대신에 그거라도 잘해야 하니까. 그럼 것도 못하면 난 뭐 개털이게? 아무리 기다려도 개구멍에 해뜰날은 오지 않고 그거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그건 그렇고 결과는 나왔다. 
    한마디로 말해서, 악마라는 자의 행적을 냄새로 쫓아 녀석의 집을 찾아냈다. 물론 그곳이 녀석의 일시적 은신처인지, 행정적 주거지인지, 단지 놀러다니는 사무실인지 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개 3마리의 탐지 성과에 대한 톡톡한 성의 표시는 빠트리지 않았다. 물론 그 개 3마리 가운데 누가... 그것도 소문내면 안되니까 넘어가기로 하자. 그건 그렇고. 그래서 알아낸 녀석의 동네가 어쨌냐, 하면 일단 자동차들부터 색달랐다. 람보르기니 Espada 400 GTE, 포드 판테라 클리브랜드 V8, 62년식 마세라티 5000 GT... 어쭈~ 이것 봐라! 그렇다고 녀석이 저기 보이는 페라리 로마 2021년식을 타고 다닐까? 나 악마 라고 선전하며 다닐 리 있나. 만약 내가 떠벌리며 헛소문을 만들어낸다면 또 모를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다 개들은 적당히 튀지 않는 중고차를 녀석의 애마로 찍었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위치추적기를 부착 완료. 
    물론 여기까지는 드라마 소제로도 부적격. 너무 흔하니까. 재미없거든. 그래서 나는 1주일간 녀석의 행적을 엑셀파일에 기록했고, 여러 가상 조합을 슈퍼컴퓨터로 돌렸다. 녀석이 언제 깨어나고 자고 활동하는지. 어디를 왔다 갔다 하는지. 어디서 살았고 누구를 사랑했는지. 과연 짝사랑복은 있었는지 없었는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짜고짜 녀석의 비밀공간으로 쳐들어가서 소매를 걷어붙인 채 따져물을 수도 없고. 따라서 나는 녀석의 자동차를 몰래 열어보기로 했다. 그런 녀석들은 내가 잘 아는데, 찐따 포지션 제대로 꿰차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천재견한테 잘못 걸린 거지. 그런 애들은 딱 봐도 허당이다. 일단 겉은 남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허름한 중고차, 값싼 의류... 그런데 알고 봤더니...! 뻔해. 겉은 중고차요 속은 페라리 엔진에다 포르쉐 기술을 총동원한 007카. 그렇게 녀석이 자고 있을 때 자동차를 열어봤는데 정말로 엔진에 걔 이름이 세겨져 있었다. 
    STANLEY Omar Standard 
    뭐? 차 바닥과 형틀과 엔진에 부착된 고유번호가 일치하는가 확인했는데, 엔진만 이식된 거였다. 다음으로 내 해킹실력이 나설 차례였다.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어디서 해킹 좀 했다고 자랑할 형편도 못된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녀석에 관한 정보를 해킹할 수 있는가? 해킹을 굳이 내가 할 필요 있나? 하여 나는 장비를 구했다. 그렇다고 막 값비싼 장비와 더 값비싼 소프트웨어를 구한 것도 아니다. 몇 년식 애플컴퓨터와 몇 년식 마이크로소프트 OS 기반 컴퓨터. 거기다 인터넷에서 배운 지식만 살짝 업그레이드했다. 즉 OS는 타임머신 기능이란 게 있다. 고장난 기능을 복구하고, 새로운 뭔가를 설치하고. 그래도 불만족스러울 때 언제적으로 시간을 되돌려주는 마법. 심지어 그게 단돈 얼마 되지도 않아. 그럼 왜 그게 내게 중요하냐? 바로 검색엔진 구글의 옛날을 떠올려보시라. 불과 20년 전만해도 검색엔진은 무슨 요술사나 되는 것처럼 보여 줄 거, 안 보여 줄 거, 아는 거 모르는 거... 괴상함부터 괴물까지 싹 다 긁어다 보여주었다. 지금과 비교도 안되지. 따라서 나는 그 몇몇 잔기술을 조합해서 결국 (본인이 악마라고 자처하는) 스탠리 산타나 스탠다드의 정체를 알게 됐다. 
    스탠리 오마르 스탠다드. 스탠리. 오마르... 오마르? 담배 상표 아닌가? 아, 그건 오마 샤리프던가. 그래도 뭔가 이상한데. 아무튼 스탠리 오마르 스탠다드 재단의 이사이자 실소유주. 어디 태생 어디 졸업. 친구 없음. 취미는... 일단 2번 이혼한 전력이 있음. 개인 의료기록은 물론 방계 혈맥과 혼맥 등 모두 파악했고. 그러다 시시콜콜한 얘기들 다 건너뛰고 정말로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됨. 그건 뭐냐! 뭘까? 바로, 스탠리 오마르 스탠다드 재단이 뭘 하는 곳인가였다. 명목상으로는 세무서에 신고된 업종이 주종목일 테고,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면면을 보아하니 재단 홈페이지에 기재된 그대로일 텐데. 허나 내 직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즉 그건 위장일 뿐이고 진짜로 그 재단이 하는 일은 다름 아니라 비밀 의료재단이었다. 전세계 재약업계 순위에서 몇몇을 장악한 것으로도 모자라, 전세계 의료전문지에 권위적인 논문을 주기적으로 제출하는 전문의들을 거느린 재단. 분야는? 두뇌이식. 두뇌이식? 머리이식. 뭐라고? 이건... 난 껴들면 안되는 규모인데... 어쩌지? 일단 걔는 거기까지.
    다음으로 스탠리가 건네주고 간 곰돌이. 나는 곰돌이 인형한테 수면어플 부착했고, 24시간 CCTV로 관찰했다. 별다른 비밀을 찾아낼 수 없었는데. 이때 남자의 육감이 나설 차례다. 그래서 결국 곰돌이 인형은 수제품이기 때문에 어딘가 힌트가 있을 거란 말이야... 찾아냈다. 
    Dorothea Beller Seel
    앞서처럼 설명으로 뜸들이지 않겠다. 곧장 말하자면 Dorothea Beller Seel 재단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거긴 뭐 하는 곳일까? 바로, 두뇌의 모든 것을 컴퓨터로 옮겨주는 기술을 연구하는 재단이었다.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모험의 범주를 훨씬 벗어나는데... 내 머리는 복잡해졌다... 하여 당장 다음과 같은 글을 말로 나도 모르게 읊기 시작했다. 심난했으니까. 완전 식겁했거든. 이처럼 말이다. 
   <열정과 행운의 비대칭성쯤은 원망스럽지 않다. 경제적 편익만 따지면서 이 세상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긴 인생이란 마냥 즐겁고 기쁘며 재밌는 것만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성과 없음에 대한 막연한 대처는 아쉽다. 그러게 왜 이처럼 태연하지? 그래도 구체적으로 더 나쁜 놈에서 추상적으로 좋은 놈으로의 전환, 너무 갑작스럽진 않아야 할 텐데. 허나 진실은 그렇다. 곧 풍요에 대한 자유는 내게 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품위는 썩 친절하지 않다는 점. 유독 나에게만 그런 것일까? 왜 그걸 OX로 답해야 할까. 부질없다. 나는 시대를 앞서가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들의 선망을 초월할 수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환상의 관리자가 가능하겠나. 그럼 타임머신을 타고 희망의 나라로 도망가버릴까? 못간다. 아니면 천박한 욕구가 나를 신세계로 데려다 주기를 바라겠나. 그나저나 사적인 소설을 쓸까, 아니면 공적인 칼럼을 쓸까? 그냥 백판 자빠져 놀까! 그도 아니면 소파에 자빠져 TV나 볼까. 다 아니라면 웬 숙녀를 자빠트릴 궁리를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렇다고 질펀하게.. 질, 뭐? 거 말이 심하네. 어?.....>
    그렇게 나는 녀석들로부터 달아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장 집으로 돌아갔다. 





    4

    나는 허접하기로 악명 높은 허당이다. 더군다나 변덕에 못 박고 있는 천성도 탈이다. 변심에 휘둘린다는 게 문제지.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나는 최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를 읽고 있는데. 전과 후, 차이가 없다. 이러니 어떻게 이상에 접근할 수 있겠나. 밀물처럼 뭇여성들의 관심을 적잖이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실정은 정반대. 뭐라고? 그러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꿈에 그러던 그녀를 만났다. 진짜로? 뻥이다. 그럼 중년운 하락에 허세는 상승장일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뚜껑론에 해당하는 헛소리다. 그러니까 뭐 뜻 밖의 쾌거, 있어야 말이지. 뭘 더 바래? 내 말이. 괜찮다. 인생은 장밋빛만은 아니니까. 그래서일까? 난 어쩌면 뜻대로 되지 않는 성취감과의 우정 때문에 아마도 마음껏 이상의 날개를 펼치지 않는다는 점. 이 핑계 저 핑계 원없이 변명대회를 두드리면 뭐 있나? 보아하니 나는 이래서 사랑의 차트를 주도할 수 없는 거로군. 아닐 리가 있나. 허나 허접한 인생에 대한 성과가 아주 한심하다고 혹평 안 해도 되는 게 뭔고 하니. 뭐랄까 나의 생애사 전략에는 게릴라 마케팅 전법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럼 뭐 1번 뻔트 2번 샌드백 3번 좌우명 4번... 그게 더 망신이네. 곯았어. 팍 썩었지. 뭐야? 어? 상상병은 끈질기다. 그러니까 제정신을 찾는 주요한 요인은 정녕 황금만능주의 밖에 없다는 걸까? 아니다. 사랑도 있고 건전한 취미가 왜 없겠나. 그래도 탐욕의 대상을 대폭 줄여서 다행이다. 불평도 잘 달랬다. 야망 없음에 대한 불이익, 퍽 불만족스럽지 않다. 그런데 왜 이토록 마음이 허전할 걸까? 왜냐하면 정례적으로 투정부려 봐야 소용없다는 걸 잘 아니까. 그 뿐만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는 숙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패배주의가 대체 뭐겠나. 날 보시라, 패자인데 말 엄청나게 많지 않나. 그래도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잘 버티긴 했는데. 신비주의의 마술적인 매력에 마음은 약하고 팔랑귀는 펄럭이고. 논리적으로 목표를 설정해도 끈기가 부족. 따라서 환상머신 아카데미에 입당하여 인생이 새로워지기를 바랄 텐데. 노크하고자 하나 그런 덴 없다. 말하자면 바깥에서 하면 계란후라이요, 흔한 게 계란후라이 패션에다가, 계란후라이... 넘어가고. 독학으로 내부에서 달걀을 깨면서 공룡이 탄생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겠나. 그렇다면 특별히 환영할 만한 특단의 비책이 없는 만큼 또 기다려? 대체 언제 주사위는 던져질까. 설마 여기가 아닌가? 그럼 어딜까. 단언컨대 웜홀머신 증후군은 그 어디서도 객관적으로 공인받지 못한 실정. 그럴 바에야, 그럼 차라리 주관적으로 일단 달려 말어? 지쳤다. 퍼졌단 말이다. 재미없으니까. 그래도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이성을 일깨워야지. 딴사람들은 몰라도 내 경우에는 말이다, 근데 어떻게 허영심이 압승할 수 있는 거지? 허언증도 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럼 녀석들을 봐주지 말고 이제야말로 혼쭐을 내줄까? 근데 말을 해도 안 들어. 말릴 수가 없다고. 이게 다 연애론을 못 배웠기 때문이다. 아니다. 인생을 잘못 알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허나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슬럼프나 되니까 몽상에 봉사하지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푸념하겠나. 개뼉다귀 같은 헛소리 작작 좀 해라, 라는 인공지능 충고가 정말로 들리는 것만 같다. 그 때문일까? 게으름피우지 못하도록 난 더더욱 무언가에 바짝 쫓기고 있었다. 아니다. 그게 아니라 공상마저 과분하다고나 해야 할까? 모르겠다. 알 게 뭔가. 아니 근데 정말로 이례적일 정도로 길어질지도 모를 잔소리, 더 해야 하나? 잔말 말고 일이나 해, 인공지능은 다그칠 테고. tv 채널 돌려봐도 닥치고 공격, 왠지 스포츠 방송 눈에 잘 안 띄고. 그래서 나는 특별한 좌우명 대타에게 새로운 등번호를 부여하지 않은 체 일하기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다.
    아, 끝으로 하나 더. 나는 최근 칼럼만 써지고 소설은 착상도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어딘가로 떠났다. 그렇다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나. 휴양지 생활도 어느새 지겨워졌다. 그래서 돌아갈까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그러므로 나는 생달걀 세례를 또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친한 누군가를 내 사무실에 보냈고, 아는 동생들 어찌어찌 섭외해서 내 집 근처에서 알짱알짱거리도록 부탁해놓았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