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86

from 소설 2021. 5. 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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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곶감론만 옹호하다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면 어떡하지? 그러다 샘물론 쪽으로 당적을 옮겨봐야, 됐다. 그러든 어쩌든 감미로운 과일은 문 걸어잠그고 먹어야 할까? 뭣이 어쩌고 어째! 그러든 어쩌든 오늘은 그에게 운명의 날이 아니다. 지적인 남자로 거듭나야 할지 어리광부려도 좋을지도 모르는 녀석한테 더 이상 뭘 바래나. 행운이라는 심복은 알고 봤더니 체념. 뭐니 뭐니 해도 충복 중의 충복은 가난. 하긴 난봉꾼이 청탁(淸濁)을 가릴까? 재미없음도 두렵지 않고, 심심함도 무섭지 않다. 다만 경기장을 통 밟아보지 못하는 처지만 떨떠름할 따름.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설마 현악 4중주와 피카소와 오픈카가 자기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럼 안되니까. 그 어떤 새로움에 대한 정염도 값싼 쾌감을 향한 갈망도 모두 식었기 때문에 제 주제나 알아야 할 테지. 그러니까 선망을 애원하는 꾀병은 거짓말처럼 치유될 수 없는 법. 그야말로 뼛속까지 허당은 속일 수 없는 바보. 숙녀들의 뒤꽁무늬를 쳐다보기 좋아한다고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를 일은 없는데. 아니 왜? 그러게 말이다. 그처럼 심술궂은 침체기가 야속하지 않다고 거짓말해봐야 소용없다. 하여 검소함과 사치가 줄다리기를 하든 말든 그는 멀리 보고자 했는데. NB는 허영으로부터 영원히 졸업할 수 없다는 점. 정말로 믿기 싫은 걸까? 검은 스타킹이나 쳐다보는 녀석이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을 어떻게 아나. 어떤 일이 있어도 개는 개뼉따귀를 탐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 정말 끈질기다. 구질구질할까? 징글징글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야? 보나마나 꿩 대신 닭한테 마음이 흔들리겠지. 굶주린 늑대의 심정은 뻔하니까. 그러니 악마의 군침은 한심할 따름. 개침 좋아하시네.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자. 사랑이 뭐 별거겠나. 결국 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어 중의 대어는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뭣이 어째?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 연다. 싸구려든 최고급이든 아직 샴페인을 따서 축배를 들 시기가 아님. 근데 그는 잊은 게 있었다. 바로, 곶감론을 맹신하는 건 좋은데 그 곶감은 곯고, 미소는 썩으며, 욕망마저 배신할 수 있다는 걸. 거 참...!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녀석은 남자인데 너무 싱거웠다. 오늘처럼 바람 부는 날 유난히 소고기가 땡기는데 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여 (저속한 표현으로) 햄버거나 조질까 망설이는데 또 지글지글 지글지글, 돼지고기를 불판에 지저먹는 상상이 빠질 수 있나. 허나 뭘 해도 재미없는 주인공은 괜찮은 착상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그냥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았다. 허나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데 뭐 시간 낭비? 언제나 심심함은 최절정 재미없음도 최고조란 말이군. 그런데 만약 더 이상 심심하지도 재미없지도 않으면 그땐 어떻게 되지? 신나는 거지.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렇지만 행운을 바라면 왜 안되는 거지? 애쓴다 애써.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자는 그놈 대변인이 아니다.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나 남발하는 녀석이 볼 게 뭐 있다고. 녀석이 뭘 좀 모르는 모양인데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다. 말하자면 몰래한 사랑이든 뭐든 사람이 욕심이 있어야지 욕심이. 욕심이 너무 과해도 탈이겠으나 헛바람이 안들어가도 힘빠진다. 그러면 어디 깐족대는 보람이 있겠나? 비위맞추는 사람, 공치사하는 조연, 생색내는 그분들 빈정상할 수 밖에. 그래서 NB는 비밀을 만들어볼까 하는데. 그게 쉬웠으면 진즉, 됐다. 하긴 말로 여자를 만족시키고 욕망과 씨름할 필요없어서 편하겠네. 그래도 젊음은 한시적인데 숙녀들한테 불친절한 것도 너무 무책임하다. 그래서 우리가 다 그녀들한테 매료된 척 하는 거다. 날로 아름다워지며 유혹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더더군다나 다정한 숙녀의 부드러움과 수줍음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나. 그런데 아무한테나? 이 세상 절반이 여자인데 미리 겁먹지 말아야지. 우리는 남자니까. 그나저나 칼럼이 안 써지기 무섭게 그는 소설 쓰기도 통 꽉 막혀버렸다. 이럴 땐 뭇여성한테 첫눈에 반하는 게 특효약일까? 놀고 있네. 미녀한테 홀딱 반하는 게 무슨 특별한 재능이라고. 아하, 아니 그래서 최근 세상 사람들이 죄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건가? 알 게 뭐야! 좌우지간 추억 만들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취미다. 애인 사귀는 거 관심 없다. 왜냐하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꼬실 수 있으니까. 왕년에 지겹도록 숱하게 사겨봤는데 지겹거든. 따라서 방법은 하나다. 자, 떠나자! 그런데 떠날 수 없네. 어떡하지? 이래서 걔가 TV를 안보는구나. 이러니까 그녀들이 좋아하는 장르도 딱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다. 첫째 미스테리, 둘째 스릴러, 셋째 판타지. 또 넣고 빼고 적당히. 멜로? 멜로? 그 유치한 장르를 어떻게 신간 편하게 보나. (물론 말이 그렇단 것임). 내용도 뻔하다. 다비드는 다비드인데 어디산 다비드, 그를 짝사랑하는 여자는 바로 누구? 비너스는 비너스인데 뭔가 좀 모자른 비너스. 그럼 드라마도 다 우리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드는 건가? 그래서 고개를 돌렸더니 하필 여성잡지 2. (절레절레) 그러므로 포토샵 쓸 필요도 없이 간편 기능들 많을 것이다. 인상 팍 표정에 머리 위로 수증기 푸쉭푸쉭! 근데 갑자기 커피포트 얘기가 왜 나왔지? 그럴 수 있다. 넘어가고. 
    그래서 NB는 미술관에 구경갈까 극장에 갈까 고민하던 중. 동물원에 가보자 라고 결정 내린 다음. 사무실에서 화장실만 다녀와서 곧바로 가기로 했는데. 어머나, 화장실에서 보니 자신의... 그... 중심이 사라졌던 것이다. 중심 그 있잖나.. 그.. 그게 그러니까 값싼 비속어로 말하기 썩 뭣 한! 그렇다고 의학 용어로 설명할 수는 있는데. 그런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전에 그는 한번 당했기 때문. 도플갱어한테 한두 번 속나. 더더군다나 만약 위치를 변경시키면 어떡하라고. 이건 혹시 녀석의 소환 명령일까? 아니면 우리 꼭 한번 만나야 하지 않을까 라며 도플갱어가 nb한테 넌지시 헛바람 넣는 경고일까. 설마 누굴 소개시켜주려고? 만나서 애인이 되어드리는 건 썩 어렵지 않은데. 헌데 사랑이 발동걸리게 만들지 모험심이 탄력받도록 부추길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러니까 어디로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나 그게 문제인데. 일단 그는 친구들을 만나 자기 가운데가 사라졌다며 통사정을 해보기로 했다. 녀석들이 믿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렇다고 보여줄 수도 없는데. 그럼 이미 알던 지인들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그럼 새 여자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로 이어지는데. 뭐 또 여자? 지겹다. 싫증난지가 언젠데. 관심조차 없고 말이야. 그나저나 비범한 호기심을 이끌어낸다는 게 그만... 도플갱어의 실수인가? 황홀한 애정을 만족시켜줘도 모자를 판에, 됐다. 되긴 뭐가 돼! 안돼. 그런데 만약 지금 이 상황에 수많은 여자들이 달려들어도... 어떻게 방법이 없잖아! 또 또 앞서간다. 그러게 말이다. 좌우지간 뭔가 비범한 대타 없을까? 특단의 대책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실망하면 안된다. 절망이 우리를 낙원으로 보내줄 수는 없거든. 굳이 이런 얘기까지 꺼내긴 뭐하지만 뭐랄까... 긴히 아셔야 할 것 같아 드리는 말씀이지만, 근데 내가 뭔 얘기를 하려고 했더라? 까먹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책 1억권도 쓰고, 연재 1조편도 하겠네. 이게 뭐야? 어? 아하, 그래서 녀석이 영화감독으로 전업하려던 속셈이었나? 응큼한 놈! 그래 봐야 흑심은 성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군침이 도대체 뭘 책임질 수 있는데? 거 말 한 번 잘했다. 아, 필자는 나구나. 살면서 스포츠 조롱꾼들 앞에서 비아냥대며 명함 내민 적 없었기 때문인가 이처럼 그의 잔소리는 도무지 멈추질 않았다. 그러다 어렵게 줄줄이 비엔나처럼 이어지는 무지개 억지 궤변을 딱 멈추고. 출퇴근길에 봤던 벽보, 외계인 설명회에 가보기로 했다. 도플갱어가 바라는 건 아마 그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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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외계인 설명회 장소에 도착했다. 대체 어떤 바보들이 이런 데 찾아오는 걸까? 한번쯤 궁금하기도 했는데. 또 대관절 어떤 허당들이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이벤트를 개최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으나. 살다 보니 내가 이런 황당한 잔치까지 제 발로 찾아오다니. 이런 날이 올줄이야 꿈에도 몰랐는데. 그런데 그보다 더 추접스러운 사실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건 바로, 외계인 설명회는 취소됐고(참가 신청자 최소 인원 부족과 더불어 외계인 지령 어쩌고저쩌고 핑계는 잘도 댔다...). 그리고 극소수 인원만 모여 정기간행물을 나눠주고 소정의 선물을 선사하기로 했으니, 이 글을 읽은 즉시 요 앞 아이스크림 가게 2층 구석으로 와주라고 했는데. 뭐 오라면 가야지! 속는 셈치고 외계인 코스프레 들러리 왜 못 서겠나. 예술적으로 바람잡이 배역에 충실하든 허접허니 물개박수 마지못해 흉내는 내든. 일단 끝이 뭔지 알고나 보자 라는 심정으로 그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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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아이스크림 가게 2층 구석에... 저쪽은 아줌마 모임. 이쪽은 소녀들 수다 잔치. 저긴 꼬마들끼리... 그 옆에는 남녀가 연애 시작한 거 같고. 저긴... 불륜은 아니기를. 설마 시작하는 연인들이 알고 봤더니, 통과. 아하! 저기 보이는 숙녀들, 언뜻 봐서는 뭔가 재미난 얘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누굴 속이려고? 속으로는 모두 외로운 그녀들. 그럼 내가 그녀들을 기쁘게 만들어드릴 책무가 무거운 법. 따라서 부드러운 그녀들한테 신비롭게 접근하여, 다정하도록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다음, 요술처럼 그녀들 마음을 빼았아버려야지. 그녀들은 나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으니까. 정말로 그럴려고 그 숙녀들한테 일부러 찝쩍댈 의도는 없었건만. 화자와 청자가 속마음이 일치하기는 어렵듯이. 그녀들은 NB를 보고서 속칭 웬 껄떡남으로 여겨 한심하게 쳐다봤다. 물론 말을 꺼내긴 꺼냈다. 이처럼 말이다. 
   「저기 실례지만 설명회 때문에 모인 분들이실까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걸로도 모자라 모기 목소리는 아닌데 그렇다고 도톰한 어조도 아니잖아. 그치?」
   「그러게 말이야. 설, 뭐요? 아저씨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저씨? 아, 나 아저씨구나.」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얘 얘. 여기 물 왜 이러니?」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물로 보이나! 꼴에 이쁜 건 알아가지고.」
   「긴 말 필요없어 얘. 어딜 넘 봐요!」
   「전 넘보지 않았습니다. 왜 넘 봐요? 그게 그러니까...」
    ~라면서 말이 길어질 거 같으니까 그녀들은 모두 나가버렸다. 
    그리고 저쪽 구석 빈자리 탁자에 붙여진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어떤 영문인지 약속 장소가 바꼈으니 그쪽으로 오라는 내용. 
    뭐라고? 이거 똥개 훈련시키나...! 안 가. 왜 가? 미련곰탱이들이나 가라 그래. 
    그러면서 그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2

    다음 날이 되었다. 오늘은 어떤 즐거운 발단과 신나는 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라면서 눈을 뜨자마자 들뜰 리는 없었는데. 그렇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그는 팬티 속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운데는 다행스럽게 복귀했다. 그게 뭐 게임 속 부캐릭터랄지 마술사 조수나 애완견도 아니고 말이지. 지 혼자 외출했다가 때 되니 돌아오는 천재견이야? 지 맘대로 어딜 갔다 왔는데. 하긴 어차피 쓸 데도 없는데... 쉿. 헌데 어째 전보다... 거 참. 그만 하자니까 정말.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능청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걸까? 사랑이 완성되든 행복이 정복 안되든 능청은 능청일 뿐이다. 왜냐하면 허세처럼 능청도 아마추어니까. 예견할 수 없는 운명이 책망받기를 바랄까. 이러니까 그가 영화판 근처에도 못 가본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하긴 영락없는 허당 뿐만 아니라 웬만한 어른들은 사랑의 차트에 퍽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설마 그렇지 않나? 그러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어차피 고급스러운 취향은 상업적이고, 사랑을 꿈꾸는 것도 싫증과 변심과 추접스러움으로 변모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허나 입이 방정이어서 쓰나. 그러므로 그는 인생이 새로워지도록 노력하는데. 말로만?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그 어떤 열정이 식은 건 아닐테나. 애견 대회에서 경기에 관심없는 개처럼 정신산만하다는 게 섭섭할 따름. 그래서 음악을 들었는데. Rossini / 오페라 <호수의 여인> “그 순간 그처럼 많은 감정이” 결과는 잠깐 좋다 말았다. 그러니까 나는 왜 허접할까 라고 자문해볼 리도 없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세상의 아름다움과 내일의 행복을 희망하겠나. 마음에도 없는 염불. 그런데 녀석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면서 BLGO는 왜 멈출 수 없지? 그러게! 솔직히 말해 걔는 좀 가식적이어야 한다. 아니면 우유든 콜라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왕이면 칵테일처럼 분위기 있으면 좋겠지. 그런데 물? 그냥 맹물? 이런 젠장! 그 때문에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얍, 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칼럼도 장난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은둔의 삶도 쉽게 종식시키지 못할 거야. 하다 하다 "내 말 듣고 있어?" 라는 환청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는 거 아냐!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러게 말이다. 하여 녀석 속은 훤히 들여다보인다. 예를 들면 이런 식. 황금아 날 띄워라, 그러나 가난과 너무 친해. 젊음아 재밌게 살자? 일단 (마음의) 청춘부터 돌려주지 않음. 그러니 멜로드라마 용어로 몸둥이가 재산이라고 하나. 모르겠다. 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러든 어쩌든 개 풀 뜯어먹는 공상마저 통 말을 듣지 않는다는데. 과연 nb가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러다 어떻게 탄력받으면 좋은 거고,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면 슬럼프 길어지는 거고. 어때? 어때 라니! 꼭, 기필코 애독자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결국 사무실에서 질투심과 행복감 가운데 양자택일할 상황은 한계에 이르렀으니. 고로 또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그래서 아니나 다를까 그는 그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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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는 뛰어봐야 집 근처다. 산토끼든 불곰이든 자기 영역도 다 정해져 있는 셈. 그러므로 걔가 가 봐야 어딜 가겠나. 사무실에서 데스크탑 켜고 일하든, 가로수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2층 창가에 앉아 노트북 켜고 일하든. 보이지 않는 개목걸이는 SF 영화에 나오는... 그와 흡사했다. 
    Paganini / Violin Concerto no.1 in D major op.6 (Michael Rabin...)
    Verdi / Rigoletto 중에서 ‘La donna e mobile
    Verdi / La Traviata 중에서 ‘축배의 노래'
    음악과 함께 행복한 일하기. 능청스럽게 거짓말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 세상에 일보다 더 좋은 건 없다. 너무나 신난다. 아니 어떻게 이처럼 재밌을 수 있지? 가식적으로 유난 떠는 게 아니라. 그게 아마도 다 가운데를 되찾은 다행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없어져 봐야 그것의 소중함을 아는 걸까?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아닌 말로 있는 게 어딘가. 맨발의 청춘 만큼 축복받은 것도 많지 않다. 그러다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유레카의 순간! 뭐랄까... 나는 왜 만사가 귀찮고 뭘 해도 재미없는지를 알 게 되었다고나 할까?! 바로 새로움이 실종됐기 때문. 그래서 사람들은 쇼핑을 한다. 광고를 왜 하겠나?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줘야 하거든. 오락산업도 열심히 지구를 돌린다. 만져봐 만져봐 허당들도 빠질 수 없다. 그럼 여자들은 질 수 있나? 마누라는 바꿀 수 없어도 새 장비는 장만해도 장만해도 끝없도록 신제품은 우리를 유혹한다. 모든 게 그렇다. 나이트클럽도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새 얼굴을 영입하기 좋아한다. 연예계라고 어디 뉴 페이스를 싫어하나? 여자만 미남을 마다하지 않는 게 아니라 유행가도 대충 3번 들으면 질린다. 그런데 사랑이 싫증나지 않는다고? 불결함을 조장하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말로는 연인을 보며, 추접스럽게 저게 뭐 하는 짓이야? ~라고는 하나. 다 말이 그렇다는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알면 뭐 하나? 3 대 3 소개팅하는 건 다 청춘들 얘기고. 친구들끼리 노는 것도 남들 사정. 괜찮은 줄거리도 몽땅 드라마의 전유물. 깔끔한 전개와 넣을 거 넣고 뺄 거 빼고, 빠짐없이 만인을 바람빠지게도 만들었다가 흥분도 시켰다가. 그런데 영화 끝나고 나면 허탈한 작품들. 그건 다 nb 빼고. 그래서 (초)저예산 영화 같은 인생. (절레절레) 하긴 내가 뭐라고 병풍을 마다하겠나. 라면서 자기 분수를 알겠지. 결국 바람 빠진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 같은 남자구만. 쾌활함과 거리가 멀고 호탕함이 뭔지도 모름. 그런데 유쾌할 리 있나. 상쾌한 기분이 뭔지도 모르고. 나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소심한 나방의 짝사랑을 연상시킴. 뭐? 말수 적은 걔한테 운 좋게 새 여자가 뭔 말인가. 관두라 그래. 녀석 속으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고 씩씩거릴지도 모르겠다만. 별수 있나? 굶주린 늑대 환장해도 괜히 빈정상하기 밖에 더 하냐고. 책상 위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 남자가 말이야. 허허허. 푸하하하하하하하! 에잇 재미없다. 
    그래서 그는 아지트에나 놀러갈까 라면서 일찍 퇴근했다. 그렇게 사무실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웬 커다란 상자가 보였다. 딱 봐도 저번 마술쇼에서 도플갱어가 놀래주었던 마술과 관련된 물품 같았다. 그럼 도플갱어는 아직 떠나지 않고 어딘가 배회하며 얼쩡얼쩡거린단 말인데. 그런데 상자는 엄청 큰데 왜 이리 가볍지? 3단 분리 마술도구로 예상했으나 그걸 열어본 결과 상자 안에 상자가, 또 그 안에 상자가, 또 그 안에 상자가... 그걸 대체 몇 번을 거쳤는지. 손도 더러워지고 기분도 불쾌해졌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걸 보니 얘는 양파고 나는 참깨? 라면서 늬가 이기나 내가 지나 보자 라면서 계속 상자를 열어보았다. 물론 끝은 있었다. 더티러브는 없을랑가 몰라도 말이다. 그렇게 마지막 상자에 담겨있는 건 다름아니라 가면이었다. 가면무도회랄지 어딘가 특별 모임 같은데 참가할 때 사용해야 할 드레스 코드! 더군다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초정밀로 봐서는 심상치 않은 물건임에 틀림없는데. 그럼 정말 이걸 도플갱어가 보냈을까? 보나마나 그럴 것이다. 녀석의 도전장은 아닐 테니까. 왜냐하면 그는 도플갱어한테 상대도 되지 않기 때문. 따라서 NB는 자연스럽게 가면을 썼다. 이제 와서 앙탈을 부리겠나 띵깡을 부리겠나. 순순히 따르는 수 밖에. 그렇게 딱 가면을 쓴 결과는 어땠을까? 순간이동 같은 건 드라마 얘기일 뿐. 그렇다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겠나 입에서 화염방사기 불꽃을 뿜겠나. 만화영화 많이 보는 애들도 공중부양은 믿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가면을 쓴 결과 진짜로 아무일 없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서 아지트는 무슨 아지트,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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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도착. 그런데 집에 웬 소포가 와 있네? 인터넷 쇼핑으로 최근 신나게 클립온 선그라스, 마스크, 옷... 그 가운데 하나겠지. 라면서 열어봤는데. 그건 동글이였다. 무선 마우스, 무선 키보드, 무선... 그걸 데스크탑과 연동시키는 USB. 그럼 이걸 사무실에 있는 가면에 끼우라는 건가? 그는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사무실로 가고 있었다. 그 USB를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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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 도착해서 동글이를 가면 안쪽 어딘가에 딱 끼웠다. 그랬더니 번쩍 하더니 효과음은 신비롭게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마침내 이 가면을 써도 될까 라는 충동에시달리다가 잘 참았다. 그렇게 지켜보며 잔머리를 굴릴 찰나. 갑자기, 가 아니라 서서히 그 가면은 살점을 더해가고 있었다. 점점... 점점점... 어쭈 얘 봐라...! 추산컨대 오늘이 다 가기 전에 녀석은 완전한 사람으로 만들어질 것 같은데. 와, 속도가 빨라졌다. 이게 대체 뭔 일이지? 결국 녀석이 대체 어디까지 커지나, 얼마나 헛바람이 들어가나, 어떻게 날 놀래켜주나 지켜볼 수는 없고. 그래서 평소처럼 퇴근했다가 내일 출근해보면 뭔가 결판이 나있겠지 라면서 집으로 갔다. 





    3

    다음 날이 되었다. 오늘은 또 어떤 아가씨가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며 간청할까, 안절부절 애걸복걸하는 사랑의 차트를 대체 어떡하지? 라는 고민과 함께 그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나 오빠 때문에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 우리 정말 환장하겠다고, 여자가 어떻게 대놓고 그럴 수 있어? 내가 정말 껄떡거리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라는 환청을 뒤로 한 채 그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아! 어제의 그 가면은 마침내 제법 로봇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형체에다 색상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베이지색. 지가 뭐 골든 리트리버야? 그렇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녀석의 뒤통수를 살펴봤더니 시리얼 넘버가 적혀있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인터넷 웹사이트로 들어가서 그걸 입력하면 안내문이 뜰 거래나 뭐래나. 그래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고 웹 주소를 입렸다. 
    www.populast.com 
    들어가니 시리얼 넘버를 요구했다. 회원제 나체쇼랄지 드라마에 나오는 막 그런 가면 무도회, 어떻게 보면 이와 다를 바 없었다. 어쨌든 시리얼 넘버를 적어넣으니 웹사이트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체제랄지 맥 OS처럼 인증 절차를 완료했으니 그럼 이제 이 로봇인지 사람인지... 이건 내 것일까? 그보다 NB는 왜 하필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거나 여러 SF에 나오는 것처럼 괴상한 모습인지 그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얼돌... 막 그런 여자도 아니고. 이게 뭐지? 내가 꼬마도 아닌데 얘랑 인형놀이를 할 수도 없잖아. 라면서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있잖아 있잖아~ 들어봐 들어봐~, 그보다 차라리 "만져봐 만져봐"가 나을 때가 있는 것처럼. 왠지 모르게 으쌰으쌰 놀기보다 별로 썩 내키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설마 하니 이게 다 일리는 없을 것이다. 하여 웹사이트를 찬찬히 살펴보니 여러 옵션이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1주일 기다리면 머리카락이 자랄 것이다... 어떤 기능을 추가하면 교성과 애교와 비음이 증가할 것이다... 무슨 옵션을 더하게 되면 더더욱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주인님을 만족시켜줄 것이다...! 별의별 애들 장난 같은 얘기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속된 말로 끝판왕 중의 끝판왕은 바로, 그렇게 생명력을 얻은 리얼돌과 함께 UFO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는데. 밑도 끝도 없이 뭔 UFO? 말 같지도 않은 낭설로 또 누굴 속이려고!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수작에 차근차근 착착 감기며 넘어가는 난 또 뭐고. ~라면서 그는 씩씩거렸다. 그래도 이게 정말 끝장나는 모험을 선사할지 아니면 그냥 단물 빠진 개뼉따귀로 종결날지. 그건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 아닐까? 라면서 그 웹사이트를 이 잡듯이 뒤졌다. 그랬더니 번짓수를 잘못 찾아오신 게 아닌가 의뭉스러운 기적을 만났을까? 묻지 말고 당장 실토하라고 누가 애원하는 건 아니겠으나. 뭐 혼자 가정하는 거야 자긍심에 도움도 되고 상상은 자유니까, 다음을 말하자면 이렇다. 
    한마디로, 옵션은 모두 추가 결제를 요구했다. 하긴 선결제를 하지 않았으니 처음 결제이긴 한데. 굳이 이런 데 내가 돈을 써야 돼? 아니면 어디다 쓸 건데!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또 밑져야 본전에 해당할 정도로 퍽 비싼 것도 아니지 않나. 근데 이게 왜 불합리한 꺼벙함인가. 한번 해볼 만한 유흥 아닐까? 어차피 남다른 취미도 없는 마당에 해서 썩 손해볼 일도 없다. 더군다나 설명문에 따르면 나중 리얼돌이 주인님을 사랑하게 되면 모두 환불, 아니 로또 복권처럼 크나큰 돈보따리를 선물한다지 않나. 그럼 이건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게 결국 중차대한 불이익일 텐데. 고로 과감한 결제는 타당한 법. 남자는 마땅히 못 이긴 척 간접적으로 꼬시는 여자한테 넘어가줘야 한다. 아니면 여자가 대놓고 껄떡대라고? 아니지 아니지. 아니지요. 허허허. 물론 말이 그렇단 거고. 그래서 NB는 결제를 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푼돈이었다. 그렇지만 가난한 남자한테도 그럴까, 그래도 녀석이 코흘리개 꼬마도 아닌데. 그게 어떻게 코 묻은 돈인가. 따라서 그는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나저나 어떻게 됐나 요점만 간략히 말하자면 이 자식이 지가 뭔데 어쩌고저쩌고, 이렇고저렇고... 뭔 말이 그렇게 많아? 혹시 모를 불만을 잠재우는 의미에서 냉큼 결과를 말하겠다. 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당장 큰 변화는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작은 변화도 없었다. 이런데 변덕이 탄력받지 않을 리 있나. 이래서 변심은 권리일까? 오락산업 시장이 우리를 진공청소기로 구워삶았다가 커피포트로 뚜껑 열리도록 만들었다가, 이러니 이러니 세상만사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법. 한편 도플갱어도 녀석을 잘도 쥐락펴락한 셈이다. 그런다고 잘도 구워삶아지는 걔도 참 알만 하다. 어쨌든,
    결국 알고 봤더니 아무것도 아니잖아? 이런 젠장! 귀청 떨어지겠다. 대체... 됐고. 며칠 지켜보다가 별볼일 없으면 갖다버리기로 하고서 그는 관심을 껐다. 





    4

    사랑론의 논적이 '막살자'주의는 아니겠으나. <최선을 다한다>보다 시간 낭비가 모여 어른이 됐으니, 그러므로 NB는 무엇으로 잃어버린 청춘을 복죄할까?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체 말 지어내기나 하지 말라 그래. 걔가 인생을 알아? 꿈에 대해 뭘 안다고. 이처럼 NB는 내일을 알 도리가 없으니까 오늘만 살았다. 미래가 멜로드라마일지 SF일지 눈곱만큼도 모를 테니까. 그래서일까? 아마도 열띤 흑심은 못마땅할 것이다. 그래? 날 그냥 내버려둬. 그나저나 결코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는 착상. 그걸 빌미로 또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질 텐데. 그래 봤자 부푼 기대감은 불쾌한 결과로 마감될 까봐 실행 못하겠지. 밖으로 나가 귀여운 숙녀들과 사랑스러운 분위기에 탄복하며 기분 전환이 되면 좋은데. 혹시나 더 속 뒤집어지면 어떡하나. 일단 생각부터 허접해. 그러면서 뭔 영화를 찍겠다고! 그러니까 세상사에 대해 말하자면 그렇다. 그림의 떡은 조바심일 뿐이고 진한 사랑의 예감은 실망. 그래서 그는 삶의 권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못했으니까 얼굴이 누렇게 떴다. 대망을 속박시키지 말자는 둥 부자유에 관대하지 않기 라는 둥. 막 그랬으니까. 더더군다나 최근 표정은 왜 그런데? 미술품 보티첼리와 하이든 오디오를 살 수 없으니까. 허나 가난은 불쌍하지 않다. 품위 없음이 왜 불행한데? 마음만 먹으면 자본주의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 라는데. 하필 투정에 대해서만 악마의 재능에 근접했다니. 그러니까 점점 '한다면 한다'로부터 멀어져갈 수 밖에. 그러게 뭐 한다고 부러움의 노예로 사나! 자기도 모르지 않으니까 그러므로 그는 냉큼 결심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한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그러면 뭐가 문제겠나. 허나 겸허한 체 점잖게 학자연하며 고상하게 굴면 자칫 잘못하다 패배주의한테 된통 당할 수도 있다. 고로 허세라는 대타를 불렀다. 그러니 또 어떤 헛바람이 불었을까? 우리는 그녀들 세련된 취향과 근사한 허영심을 얼마든지 충족시켜 드릴 수 있다. 다만 선망은 결국 머리꼭대기 위로 올라가고,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게 섭섭할 뿐. 한심하다. 정녕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걸 지금 누구한테 묻고 있나. 막연한 욕심에 대한 피로감, 뭘로 날려버릴까 고민해봐야 답은 없다. 호기심도 바닥났다. 만약 희망이 내게 다정했으면... 라는 감수성 진즉 도망갔다. 그럼 정말 청춘은 끝난 건가? 뭣이 어째? 듣자 듣자 하니.. 워 워 워. 사실 그가 보기에는 딱히 어딜 가나 환대받지 못한 실정. 그걸 문득 의식하기 무섭게 공상을 하자마자 갑자기, 그런 일도 없었다. 하여 숙녀를 만족시켜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무심한 체 일이나 할까 했는데. 통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꼬실 수 있으니까 더 이상 한눈팔 일도 없을 것이다. 하긴 필자가 NB의 속을 어찌 알겠나. 그래도 아는 척 가늠해보자면 에잇 하지 말자. 허나 그가 정말 친하고 싶어하는 대상이 무엇인가, 그 정답은 따먹고 싶어지는 탐스러운 과일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는 있자. 뭣이 어째? 거 참 말이 너무 심하자나! 웃자고 한 말이다. 근데 어째서 퍽 웃기지 않지? 그러게 말이다. 그렇다고 빈정상할 것 없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이 소설 주인공은 꺼벙한 바보니까. 따라서 독자가 기분 좋게 우월감을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가. 한편 얼쩡얼쩡 아이쇼핑만 하다 보니 지름신이 온 마음을 점령할지도 몰라 녀석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좌 허언증 우 수전증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런데 마음이 바꼈다. 뭐 여자들만 변덕과 절친하란 법 있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세상은 아름답고 인생은 재밌어야 하는데. 그런데 남은 건 설마 추접스러움과 심심함? (절레절레)! 그러니까 말로만 신비주의자. 그러므로 신나는 모험을 그 어디서도 허락받을 수 없지. 그래도 더러워진 느낌을 만회할 방법이 있긴 있다. 일단 뭘 먹으면 이 세상 다 가진 기분이거든. 허나 아주 잠깐 뿐이긴 하다. 허나 기왕 내친 걸음 일을 해야 하는데. 벌려 놓은 판이 너무 크다.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라는 숙녀들만 해도... (손차양)! 그러니 약속 없음이 어떻게 서럽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가 먹을 뻔하다 놓친 개뼉다귀를 아쉬워 하듯. 말(馬)이 먹다 남은 콩을 못 잊듯. 그렇듯 남은 건 미련과 회한과 절망과 체념 그리고 성욕 없음? 거 참 나...! 
    그래서 NB는 혼자 소풍이나 갈까 했다. 유원지에 들러 산책도 좀 하고. 기분 좋으면 미술관에도 들리고. 우연히 아는 동생들 만나면 커피도 사주고 수다도 떨고. 그렇게 딱 나가려고 컴퓨터를 끌려는데 컴퓨터가 꺼지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무슨 안내문이 떴다. "나 립스틱 발라줘" 뭐야 이거? 뭔지 모를 안내창을 끄고서 지도를 검색하려는데 다른 안내창이 또 떴다. "립스틱 문 밖에 이미 배달왔어". 뭐라고? 너 뭐야! 거 어째 얘가 뭔데 자꾸 아까부터 하라 마라야, 어? 그러고 보니 언제였더라 얼마 되지도 않았다. 어느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옵션 설정하고 가상머신으로 미리 감상하고 어쩌고. 그러고 났더니 언젠가부터... 컴퓨터가 아주 맛 간 건 아닌데... 왜 이러지? 하긴 어디서 구해왔는지 뭔가 어설프긴 해도 이름은 그래도 에르메네질도 제냐, 지는 그거 구해다 입고 왜 난 내버려두는데? ~라는 푸념이 정말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걸 어쩌지? 그래서 사무실 밖에 나가보니 진짜로 립스틱이 배달와 있었다. 립스틱? 상상하지 말자. 좌우지간 포장을 풀어 립스틱을 꺼냈다. 촌스럽게 연분홍색은 아닐 테고. 적당한 색상에 꽤 고급스러웠다. 그렇게 립스틱 밑 부분을 잡고서 빙빙 돌리니까 립스틱이 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헤롱헤롱 자기 머리도 뱅뱅 도는 것만 같았겠지. 그러다 갑자기 그는 가운데가 묵직해졌다. 뭔가 신호가 올 듯 말 듯.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소파에 앉아있는 전신인형한테 립스틱을 발라주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하는 거지? 이게 정말 뭐 하는 짓이야! ~라는 생각을 하는 둥 마는 둥 그럴 겨를도 없이 말이다. 
    다음 날이 되었다. 안내문은 또 떴다. "나 하이힐 신켜줘" 뭐, 하이, 뭐? 보자 보자 하니까...! 그래서 NB는 혼잣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넌 나를 UFO 있는 데로 데려갈 수 있어?」
    내가 이걸 해주면 넌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냐, 라는 게 사랑은 아니겠으나. 쟤와 얘가 설마하니 벌써? 뭐가 벌써.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오빠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라는 반문은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는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괜한 짓을 했나 그랬을 것이다. 차라리 짝사랑 받기를 모색할 걸 그랬나 라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으나. 아무튼 얠 대체 어떻게 대해드려야 할까 고심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급속히 친해졌다고나 할까? 





    5

    사람들이 개봉작에 대해 논평하기를, 초중반 지루함만 버티면 중간부터는 볼만 합니다 어쩌고저쩌고. 그런 느낌 우리가 모를 수 없으니까, 그러므로 이번 문단은 줄거리 위주로 간다. 알자하니 저 둘의 사랑인지 썸인지 모호한 친교는 어느새 홍조와 첫날밤의 기대감마저 긴장시켰는데. 그래서 NB는 그녀를 자기 친구들한테 소개시켜줄까 말까를 저울질하던 찰나. 그녀는 녀석한테 이렇게 제안했다. 
   「오빠, 저번에 UFO 보고 싶댔지?」
   「내가?」
   「까먹은 척 능청 떨기 없이다, 응?」
   「내가 그랬나? 그거야 드라마 볼 시간 없으니까 그런 거지.」
   「드라마 챙겨볼 시간이 없다고? 왜, 일 때문에 그래? 그럼 내가 대신 일 해줄까?」
   「너가? 너가 어떻게...!」
   「오빠 적어라. 아니면 녹음하던가. 그냥 왜울래? 오빠 기억력 나쁘진 않을 테니 것도 괜찮겠네. 아무튼 말할 테니 나중 잊지 마. 응? 자, 시작한다.」
   「뭘 시작해?」
   「듣기나 하셔.」
   「그래. 들어는 드릴께.」
   「수줍은 면사포를 구경하러 갈까. 그래서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까지 마시고 올까. 귀찮다. 그러지 말고 오늘 어떤 영화를 볼지나 정하자. 그런데 집에서 우유를 마시다가 또 한적한 바에서 독주를 마시고 싶어질 텐데. 허나 지금은 외로움의 계절이 아니다. 그럼 꽃 피고 봄바람이 부는데 유행가 가사나 써볼까 했는데. 낙서 몇 글짜 끄적이다가 지겨워졌다. 새하얀 웨딩드레스 같은 사랑, 생각도 하기 전부터 싫증났음을 고백할 감성도 메말랐으니까. 그러다 TV를 켰는데 내 친구가 나왔을까? 말 같지도 않은 공상, 허언증이 잠잠하니 녀석이 문제다. 이럴 게 아니라 꽃집에 들러, 그러지 말자니까. 은근 감동할 선물을 고를까 하는데 애인이 있어야 말이지. 신나는 파티와 즐거운 축제는 도망갔다. 남은 건 냉소 그리고 썩은 미소. 안 그래도 입을 옷은 조거 팬츠 밖에 없는데 이래도 짜증이 안 나? 말해 뭐 하나! 그런데 말이다, 지금 이처럼 한가하게 뜬구름 잡는 공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뭔가 이상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너는 벌써 시인이 됐구나! 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니? 아닌 거 같은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당최 모르겠다.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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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와 NB는 시골 어느 뒷산에 올라갔다. 물론 그 근처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서 주차해 놓고, 내려서 뒷산 아마도 언덕쯤 되는 오르막에 올라간 것이다. 그러다 딱 도착. 그런데 저기 UFO가 보임! 
    한마디로 와 크다, 우와 완전 크다! 
   「갈래?」
   「갈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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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해보니 웬 남자들이 죄다 마네킹들을 데려옴. 얘네 뭐야, 그러는데... 
    손잡고 있던 그녀 손이 왠지 차갑게 느껴지네? 앗 깜짝이야~! 그녀도 마네킹이었다. 
    아니, 아니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러니 이런 찐따들은 또 대체 뭐 하는 녀석들이야? 
    NB는 식은 땀이 도무지 멈추지를 않아 집으로 도망가기로 했다. 그런데 내 마네킹, 아니 그녀는! 
    바로 그때 그녀는 로보트이자 인공지능 리얼돌 같은 모습에서, 그 형태가 초기의 가면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었다. 
   (여기서 컴퓨터 그래픽을 어정쩡허니 묘사하기는 그러니까 대충 넘어가기로 한다) 그럼 이걸 어쩌지? 버릴 수는 없잖나. 
    따라서 그는 그 가면을 썼다. 누구나 그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할 수 있을 테나. 한번 쓴 가면, 어딘가 모르게 싫지 않았다. 





    6

    모범적인 연애에 대한 나름의 견해, 있어봐야 소용없다. 가엾은 미련. 숙녀들의 무관심. 꿈틀 않는 욕망. 주인공들 축에 끼지 못하는 신세. 그런데 고전주의와 제비복? 말이 되야 말이지. 심지어 여인들이 기대하는 얼굴과도 딴판. 게다가 입 열면 눌변. 정말 못해먹겠네 라는 한숨이 절로 나오지는 않으나.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아는 동생들도 다 떠남. 그럼 뭐 걔네들이 꼬부랑 할머니 될 때까지 주변에서 얼쩡얼쩡 남아있을 줄 알았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좋아하시네. 뭔지 모를 얘기 장황하게 늘어놔봐야 결론이 뭔데, 결국 진한 사랑에 목마르다? 놀고 있어요. 그리하여 심심함을 용서한다? 솔직히 허당 생각해줘서 하는 말이지만 사랑은 없어. 망하기도 전에 축제 취소됐지. 그래서 뭐 요술적인 마술주의는 죽었다고? 신비감도 끝났다. 황홀하든 깨방정이든 탐욕도 바닥났음. 욕망이 탁월해도 모자를 판에 현실은 무능력. 뭐가 어쩌고 어째? 진정하자. 흥분해봐야 진한 사랑마저 멀어져갈지 모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로만 심신분리? 말만 해도 어디긴 한데 화법만 유체이탈. 하여간에 말이야 여심을 관측이래 최고로 비전 없는 시기. 이럴 땐 바짝 없드려 있어야 한다. 시간을 버는 것처럼 힘을 아끼는 게 상책. 그런데 정력을 너무 아끼다가 곯아버리면 어떡하지? 그럼 미소가 썩겠지. 미소가 썩으면 그 다음은? 하다 하다 안되겠으니 열려라 참깨 라고 주문을 외웠어. 그런데 열리긴 열렸는데 다만 비밀 창고가 아니라 남대문이 열렸음. 그래도 붙어있긴 하니까 자신감 되찾고. 재빨리 처녀 불알 빼고 다 있다는 행사장에 갔는데 글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만 쯧쯧. 모차르트가 작곡한 두 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처럼 그녀의 마음을 녹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데... 정작 여자가 없음. 근처에도 안 옴. 아님 다 도망감.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바로 그런 허당 중의 허당은 나? 바로, 너! 뭣이 어째? 남자만 여자 마음을 모르나, 여자는 남자를 아나? 그래서 경탄해 마지 않는 사랑도 (운명적으로) 시작될 때, (의욕적으로) 불 붙을 때 설레임이 좋긴 좋은 것. 근데 그 지겨운 사랑 얘기가 왜 또 나와? 그러게 말이다. 통 알 수가 있어야지. (절레절레)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아니, 걔만 제정신 차리면 그만이잖아? 누가 아니래. 그처럼 아찔한 착상이 떠오르지도 않고 욕망마저 그를 배신했기 때문에, 상심이 담긴 공포는 그를 더더욱 바짝 조였던 것이다. 애쓴다 애써. 바쁘다 바뻐. 근데 오빠 달려? 달리긴 뭘 달려! 그렇다고 다 컸는데 산타 할아버지를 믿겠나 이 마당에 어딘가에 추파를 던지겠나. 그래. 이건 신경 쇠약이다. 왜냐하면 난봉꾼들을 불러모아 우주론을 가르칠 헛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에. 뭐라고? 아니 그분들을 왜! 그러게 말이다. 이처럼 천재적 영감은 탈탈 털린 거나 다름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재산이 없단 얘기네. 그러니 성과 없음을 어떻게 달래나. 못해. 예기치 않은 행운 생각도 말어야지. 헌데 이 시국에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성욕? (절레절레) 불만 없음이라는 믿었던 심복마저 슬슬 허영의 불꽃을 지피는데. 이걸 어쩌나. 그러게 따분함에 항거하지 말아야지. 언젠가 사랑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결코 사양하지 않겠다는 시상만 떠올리니 그 모양이지. 멍청한 녀석. 지금도 더러운 사랑을 상상하나? 추접스럽게 그게 뭐 하는 거야! 허접한 녀석 같으니라고. 개 풀 뜯어먹는 얘기이자 쓸데없는 잔소리는 이만 줄이고. 다음으로 줄거리를 곧장 말하겠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아, 그가 UFO 앞까지 그녀와 함께 갔던 일. 그건 명백한 사실인데 최근 가면 → 리얼돌 → 진짜 여자 사람 → 함께 UFO가 있는 장소로 찾아감. 그 모든 일들을 생각해보니 아마도 자기가 뭔가에 홀렸던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당시 UFO 앞에서 그 화살표로 진행된 일들이 순식간에 역순으로 진행되면서 손잡고 있던 그녀는 가면으로 변해버렸는데. 왜 그 가면을 NB가 쓸 수 밖에 없었는지 자기도 몰랐을 테고. 또 그 가면을 쓴 체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 가면은 샤르르륵 피부에 녹아들었다는 사실. 곧 진실은 그랬다. 바로 생명력을 지닌 가면은 요술처럼 그의 내부로 스며들었는데, 그는 단지 가면이 녹아서 (자기 내부로 침입한 게 아니라) 바지 주변에 물처럼 떨어졌다고 인지했던 것이다. 물론 누가 보면 저 사람 바지에 오줌 쌌나 봐! ~라고 오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그런 사연이 발생할 동안 이해할 수 없는 발단과, 말 같지도 않은 전개가 발생할 동안에 정신이 나간 것처럼 시간이 흘렀고.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귀신에 홀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잊자 했는데. 지워버릴 수 없을지언정 괘념치 않으면 그만인데. 결코 그럴 수 없는 이유! 절대로 원래 인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까닭이 있었으니, 그건 무엇일까? 바로 그의 가운데가 플라스틱화 되고 있었다는 점. 그러므로 NB는 어쩔 도리 없이 결국 UFO가 있던 그 사건 장소로 (며칠 후) 다시 가보기로 했다. 개가 토한 곳으로 돌아가는지 숙녀가 실수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지 몰라도. 지금 가운데가 플라스틱화 되어가고 있는데 그게 보통 일인가? 아니 왜...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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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에 NB와 그녀, 그리고 나머지 주변인들. 즉 찐따인지 천재인지 범상치 않은 허당들인지 몰라도 수많은 모임원들. 당시에 영화로 수없이 나왔던 엄청나게 큰 원형 UFO는 땅과 밀착된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몇 백 미터쯤 공중에 떠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동차에서 내려 그 UFO 아래 중심지로 걸어서 이동하는 찰나. UFO에서 삐리리릭 삐리리릭 초음파가 발생했고, 레이저가 발사됐으며, 오로로와 비슷한 파동으로 그 주변은 요동쳤다. 와, 이런 일이 정말로 있구나! 그처럼 감탄마저 편하게 할 수 없도록 정신이 팔려버렸는지, 아니면 외계인의 염력이 혼을 빼았아버렸는지 몰라도. 그 청록색... 연두색... 푸르스름한 색... 그 거미줄 같은 레이저. 그리고 크리스마스 츄리에서 볼 수 있는 알록달록 반짝반짝 그런 불빛과 효과음은 결국 그를 빨아들여서 UFO 내부로 끌어올렸다. 살다 살다 이젠 정말로 SF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말로만 너는 터미네이터 나는 우머나이저, 친구와 그랬던 게 아니고 말이다. 자,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평범한 드라마는 꿈으로 결판나고, 또 장르에 충실하며, 단편영화라면 해피엔딩이랄지 경우의 수는 대략 딱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번에도 우리의 아니 저 허접..추접.. 더러운 머저리 같은 놈도 열린 결말 때문에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을 경험했을까, 아닐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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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UFO에 빨려들어간 건 사실이었다. 꿈이 아니었다. 그런데 외계인들이 기억을 지우지 않은 체 되돌려보냈을 리는 없다는 점. 때문에 녀석은 가면이고 리얼돌이고 UFO고 그 최근 줄거리를 다 까먹어버렸다. 그러면 사랑이 아름다운지 추접스러운지도 분간 못할 정도로 멍청하게 되어버린 건가? 그야 걔 사정일 뿐이고. 그렇게 기억이 지워졌는데 단번에 그는 최근 발생한 일들의 전말을 알아버렸다. 그걸 과연 어떻게 알게 됐냐면 아지트에서 시몬스가 자길 미행했던 사실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물론 걔 말만 들어서는 믿기지 않겠으나 시몬스는 뮤직비디오 감독도 했고 경력이 꽤 화려한 친구였으니. 왠지 모르게 nb가 수상쩍다 잘 믿지 않을 테니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직감에 의해 그걸 모두 찍게 되었다고 실토했던 것이다. 
    장소는 아지트. 바에서 시몬스를 독대하게 된 nb.
   「네 육감은 여자를 닮았니? 녹슬지 않았어 친구.」
   「늬가 좀전에 핸드폰으로 날 찍는 걸 보니 사진은 아니겠다 싶었지. 게다가 최근 감시원 붙였다는 점. 기왕 붙일려면 A급을 써야지 그게 뭐니? 걔 나랑 친해져서 내가 용돈도 주며 형동생 하는 사이 된 거. 너한테 얘기 안해주던? 그런데 넌 왜 날 미행했는데?」
   「늬가 아지트에 발길을 끊으면 누가 제일 아쉬울까?」
   「그건... 아무도! 아쉽긴 누가 아쉬워. 내가 뭐 고급 향략계의 큰손이니? 아니잖아. 근데 내가 누굴 달아오르게 만들다니, 말도 안돼!」
   「그렇지. 헌데 말이 돼. 왜냐, 왜일까? 왜긴 왜겠냐. 나도 몰라. 나도 아쉽지 않다만 누군가 내게 거절하기 힘든 썩 괜찮은 제안을 했지 뭐니. 난 당연히 그 제안을 덥썩 수락했고 또 그 정체에 대해서 발설하면 안된다는 서명까지 했지. 이건 너니까 말해주는 거야. 알지 친구?」
   「몰라. 우리 대화를 누가 듣든 말든 모른다구. 그런데 내가 너란 놈을 잘 아니까 하는 얘긴데, 너 도청 안되도록 뭐 켜놨지? 하긴 그 정도 안전장치도 없이 너가 이런 얘길 할 리는 없는데. 아니 정말 그 배후에 누가 있다는 거니?」
   「나도 알고 싶어. 궁금해 미치겠다구! 너 나 모르니?」
   「그럼 넌 날 아니?」
   「모르니까 미행해서, 어? 늬가 그 믿을 수 없는 UFO에 2번 찾아갔다는 기록. 다 찍어놨잖아. 그걸 녹화한 장비마저 실시간 동기화되지 않도록 얼마나 내가 세심하게 해킹 방지에 노력했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넌 알아줘야만 해. 그러지 않으면 안되거든. 우리는 친구니까. 그나저나, 이래도 발뺌할 거니? 아, 네 기억이 무슨 편집 영상처럼 지워졌다 그랬지. 그래도 퍼즐 맞추기처럼 내 설명을 듣고, 녹화 영상을 보고 나니까. 그러니 뭔가 줄거리가 떠오르지? 그치?」
   「난 늬가 더 의심스러워.」
   「그럼 넌 언젠 안 의뭉스러웠니? 너나 나나 다 상태 안 좋아.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말 같지도 않은 SF라니. 내 배후가 아니라, 늬가 앞서 말한 그 가면과 동글이, 그 뭐야 USB를 너한테 전달한 그 뒤에 누군가 있을 거 아냐. 안 그래?」
   「부정하진 않겠어. 그런데 왜 우리야? 어?」
   「그건 나중 생각하고. 근데 넌 어떻게 공중부양 한 거니? 아, 늬가 한 게 아니라 걔네들이 빨아올렸구나. 내 정신 좀 봐.」
   「그럼 정말 늬가 찍은 영상대로, 내가 UFO로 끌어올려져서 갑자기 UFO 전체가 번쩍번쩍 꿈틀꿈틀하다가 컴퓨터 그래픽처럼 바깥 부분부터 투명해지다가, 그러다 내가 오로라처럼 반짝이면서 서서히 땅으로 내려왔다는 거냐?」
   「내가 안 찍었으면 누가 믿겠니? 미친 놈 취급받기 딱 좋은 얘기잖아. 안 그래?」
   「이 영상 너가 만든 거 아니냐? 보고도, 말이 안 나온다.」
   「내가 뭐 미쳤다고 이런 장난을 치겠니. 내가 그렇게 한가한 남자겠냐? 나도 바뻐 임마.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던 그녀들 다 뿌리치고 네 배후에 붙은 신비주의를 캐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어. 그럼 넌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안 그래?」
   「그래서, 처음에 의뢰했던 세력은 또 연락왔어?」
   「그 뒤로 소식이 없어.」
   「처음에 너무 큰 걸 받았기 때문일까? 중간 추진금과 작전 성공 수당은 아직 없어.」
   「중간에 누가 가로챈 거 아냐? 서명 했다며!」
   「했지.」 
   「어떻게?」
   「상점에서 신용카드 계산할 때.」
   「뭐?」
   「그처럼 감쪽같을 줄 어떻게 알았겠니. 허를 찔렀어. 뭘 알고 자시고 눈치챌 틈을 주지 않더라.」
   「그럼 이젠 우리 어떡하는 거지?」
   「어쩌긴. 나도 몰라. 근데 너 뭐 손해본 거 있니?」
   「나는 없지만 넌 큰 이익 봤잖아, 안 그래? 왜,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니지?」
   「넌 날 뭘로 보냐, 어?」
   「쫌팽이. 아님 찌질이? 내가 쩜팔이가 아니라,」
   「나야 나! 어?」
   「있잖아.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 너 그 뒤로 뭐 변한 거 없어? 느낌이나 직감 말고. 어떤 현상이랄지 신경쓰이는 변화 같은 거.」
   「난... 없어. 그러는 넌?」
   「난 있지.」
   「그게 뭔데?」
   「UFO에 가기 전이던가 아니 1번과 2번 방문 그 중간이던가. 내 가운데가 플라스틱화되고 있었어. 지금은 소강상태야. 뭔가 이상해.」
   「그게 뭔 말이야?」
   「나도 몰라.」
   「늬가 아는 게 뭐니?」
   「그럼 넌 뭘 안다고 UFO와 날 엮어?」
   「너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못 믿겠어. 이건 말이 안되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러나 우리가 증거도 없이 허풍떠는 건 아니라는 점. 그건 맞지?」
   「맞긴 맞는데. 이게 대체... 뭐야 이거!」
   「나도 알고 싶다, 친구.」
    그 이상 대화의 진전은 없었다. 





    8

    다음 날. 시몬스가 NB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들은 근처 카페로 갔다. 카페 도착.
   「설마 어제 우리를 누가 도청했을까?」
   「그건 또 뭔 말이야?」
   「너가 안 믿긴다고 해서인지 아닌지 또 황당한 게 내게 전달됐어.」
   「뭔데?」
   「내가 널 찍는 동안, 누가 내 뒤에서 나와 널 찍었더라. 21:9 비율부터 몇 가지 추가해서 정밀한 영상들 죄다 내게 보냈더라고.」
   「누가 찾아온 거니?」
   「아니. 이메일로 왔어.」
   「어디 봐 봐!」
    잠시 후.
   「자, 이제 믿고 못 믿고 문제가 아니지?」
   「할 말 없다.」
   「뭐라고 말 좀 해 봐, 임마.」
   「그러는 넌 왜 말이 없어?」
   「난 지금까지 계속 말하고 있잖아, 어?」
   「난 원래 말수 없는 남자였어. 대체로 내성적이었고 꽤나 소심했었지. 다만 양복 입고서 바텐더한테,」
   「또 그 얘기! 너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어? 그만 현실로 빠져나와 임마. 왜, 도와줘?」
   「도와주긴 뭘 도와줘!」
   「아 글쎄 그러니까 넌 어쩔 작정인데?」
   「늬 속셈은 뭐냐, 늬 카드를 먼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난 뒷패도 가진 판돈도 없어. 내 액면이야 보나마나 뻔한 거 아니냐?」
   「뭐가 뻔한데? 넌 (몸짓) 받았잖아?」
   「그럼 넌 안 받았냐?」
   「받긴 뭘 받어. 그래서 난 모르겠단 거야.」
   「그러니까 네 말은, 뭐 쌩까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빙고!」
   「뻗으면 어떡해 임마?!」
   「말했잖아. 난 받은 게 없다고.」
   「이 자식이... 그 다음이 있어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공은 넘어올 거야. 우리가 넘길 차례가 아니기 때문이야. 왠지 느낌이 그래.」
   「내가 봤을 땐 뭐랄까 도망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야, 너! 한턱 쏴라. 대체 얼마인지 밝히기 쑥스러울 정도일 거 아냐. 나한테 정확한 거 말 못 하는 거 보면. 솔직히 말해. 부담스럽지? 그럼 베풀어. 부담감이라도 덜어놓으란 말이야. 알겠어?」
    그렇게 그들은 뭘 먹으러 갔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시몬스가 말했다.
   「누가 너를 만나고 싶어해, 갈 거야?」
   「원하는 사람이 와야겠지! 지가 뭔데 오라 마라야, 안 그러니!」
   「널 아쉽게 만들 수도 있단 생각은 안 들어?」
   「그러고보니 너가 부쩍 수상한데. 말해. 어서. 너 누구야?」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도착하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흔한 드라마 소제처럼 누명쓰기 딱 좋은 상황이 갖춰진 건 아닌데. 다만 접선 장소가 변경됐다는 안내문만이...! 뭣이 어째? 고양이처럼 유혹하고 여우처럼 유인하기만 하시겠다? 줄다리기는 여자랑 하시지 뭣 때문에 똥개 훈련을 시키는 거야. 벌써 그는 상대방 정체를 가늠하기도 전에 빈정 팍 상해버렸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적수인지 내 편인지를 얕본 것일까. 앞으로 무슨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잘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 
   「헌데 궁금하긴 하네.」
   「뭐가?」
   「중간책들을 일절 생략해버린 점. 안 그래? 뭔가 이상하잖아.」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러니까 갈 거야, 말 거야?」
   「너만 가. 난 안 갈 테니까.」
   「왜 또 그래? 끝을 봐야지.」
   「난 그냥 집에서 맛난 거 먹으면서 영화나 볼래.」
   「야, 늬가 그러면 내가 뭐가 되니? 내 입장도 생각 좀 해줘.」
   「너가 나한테 숨기는 게 많은데 왜 나만 당하라는 거냐! (윙크)」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9

    일찍이 상류 허당계를 평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야망으로부터 멸시받는 입장인데. 헌데 앞 문장의 주어는 누구일까! 우리는 아니기를 바란다만. 좌우지간 꽃 피는 봄날은 대관절 언제 오는 걸까? 쥐구멍에 해뜰 날 말이다. 오긴 올까? 꿀벌은 꽃에 앉아 단물을 쪽쪽 빨아야 하고, 봄이 오면 농부는 씨를 뿌린다. 그래서인가? 패션에 관한 유난스러운 집착, 대체 왜! 아니 정말 무엇 때문에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 NB는 옷에 부쩍 관심이 늘었을까. 추정은 어렵지 않다. 관측컨대 언젠가 뜻밖의 사랑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의 첫인상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아마도 아닐 것이다. 좋게 말해 어쩌면 그 때문일 수도 있으나 이유치고 그건 너무 가식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아니 많다. 자, 딱 봐도 뻔하다. 왜겠나? 뭐 꿈과 희망을 양쪽에 꿰찼다는 영문일 리는 없으므로. 고로 동심이 이끌고 허영심이 밀어주는 이치 역시나 아닐 텐데. 그렇다고 멋쟁이가 부럽다? 허당도 선망쯤은 숨길 줄 안다. 그럼 대체 왜? 무엇 때문이겠나. 왜인고 하니, 잔소리 얻어듣지 않기 위해서 잔머리 겁나 굴리고 있을 테니까. 보아하니 뭇남성들은 그녀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다. 옷도 잘입는다고! 그러던 숙녀가 나중 알고 봤더니 옷만 잘입는 남자 때문에 뒷목을 잡을지도 모르는데. 허나 그건 그나마 사랑의 기쁨은 물론 미워할 수 없는 멜로드라마 얘기고. NB는 덜컥 겁이 그의 의중을 독차지해버릴 거라는 심산, 굳이 추산할 필요 뭐 있겠나. 그러니까 어떻게? 그녀의 표정과 눈빛과 고개 각도와 변덕스러운 홍조와 의뭉스러운 어조는 물론, 부자연스러운 애교로 그 속마음을 판단컨대. 그건 바로 "오빠는 옷도 못 입냐?!" 뭐,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니까 그 말은 뭐야, 나는 옷-마저 못 입는 남자다? 나는, 이 아니라 너? 나? 우리? 이런 젠장! 바로 이와 같은 일리 때문에 그렇구만. 허허허허허. 뭔가 했다. 그건 그렇고. 발바닥에 불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바쁠까 몰라도. 걔가 초상 집의 주인 없는 개인지, 아니면 그냥 동네 똥개인지 알 게 뭐야! 원하는 것은 오직 재력일지 여자일지 그게 뭐 대단하다고. 
    한편, 신디와 스텔라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왜 갑자기 떠나가버린 아는 동생들이 그를 찾아왔을까? 용건은 그랬다. 시몬스 소식을 아냐고 물은 것이다. 
   「오빠. 오빠가 모든 걸 알고 있을 것 같아.」
   「그래 오빠. 더 이상 숨기지 말아. 털어놔. 응? 속시원히.」
   「오빠. 우리 터놓고 얘기하자. 감출 게 뭐 있어? 우리야 오빠. 응?」
   「너네 왜 그래?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아까 말했잖아. 시몬스 오빠가 연락되지 않는다고. 백방으로 찾아봤더니 모든 의혹은 오빠를 가르키고 있단 말이야. 알겠어?」
   「난 몰라. 더더군다나 시몬스와 내가 만날 때도 거의 전부 시몬스가 연락해서 만났어. 우리끼리 어디 이상한 데 간 적도 없고, 뭐 괴상한 짓을 하지도 않았어. 우리는 부끄러울 일 사지 않았단 말이야. 다만 바텐더 앞에서는 말했지. 우리가 창피하냐고!」
   「그건 또 뭔 말이야? 논점을 비켜가지 말고. 오빠, 날 봐. 우리 눈 피하지 마. 수줍어하지 마란 말이야, 응?」
   「거 참! 내가 너네들한테 뭐 하러 앙탈을 부리겠니. 이러니까 대화에 진전이 없는 것 아냐.」
   「결과가 없는 건 다 오빠 때문이야. 오랫만에 여자랑 얘기해보니까 그냥 동조만 하고 있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왜 해결을 못해, 오빠! 응? 지금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 응? 아 글쎄 정신 좀 차려 오빠.」
   「그렇게 다그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말을 해. 시몬스가 어디 있는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어디서 여자를 꼬시든지 누군가와 밀애를 즐기던지 하겠지. 걔 인생은 걔 인생이고, 난 너무 깊이 녀석의 난봉기에 관여하면 안되는 처지고.」
   「이 오빠 상태가 많이 안 좋네. 응? 기어코 우리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게 말들 속셈이야?」
   「그래 오빠. 우리가 증거도 없이 오빠를 궁지로 모는 것 같아?」
   「무슨 증거? 난 켕기는 거 없어. 또 너네 뭘로 나를 책잡으려고 그러는데? 너네 아직도 꼬투리 잡고 늘어지기를 포기 못했니?」
   「그렇다고 우리가 뭐 오빠 바지끄댕이 잡고 늘어지기라도 했니? 뭐 요즘도 오빠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막 그러면서 뻥치고 다니는 거. 설마, 아니겠지?」
   「너네 정말 이 오빠를 뭘로 보고 그러니? 난 허당이 아니야. 어?」
   「얘, 안되겠다.」
   「그러게 내가 뭐랬니.」
    그러면서 그녀들은 노트북으로 어떤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태블릿도 켜서 다른 사진들도 함께 말이다. 
    그런데 그건 어떤 장면이길래... 혹시... 아닐 거야. 아닌가? 근데 정말로 켕기는 게 없는데, 뭐지? 
    그건 일종의 속임수 다큐멘터리 영화, 핸드폰 만으로 찍은 저예산 & 고품격 영화. 그 자료인데. 
    내용은 하필 
    (1) 시몬스가 어떤 숙녀와 UFO에 방문
    (2) 주변인들을 보니 죄다 마네킹과 손잡고 있는 찐따들(좋게 말해 천재들)
    (3) 갑자기 시몬스와 손잡고 있던 아가씨는 찰나에 쪼그라들더니 가면만 남음
    (4) 정신이 번쩍들 뻔 하다 혼이 나가버린 시몬스는 그 가면을 씀
    (5) 본거지로 돌아갔다가 시몬스는 혼자 UFO 장소에 방문
    (6) 저번 UFO는 지면과 맞닫아있었다면 이번에는 공중 부양 상태. 갑자기 시몬스를 빨아들임.
    (7) 그러다 다시 지면으로 서서히 내려오는 시몬스...
    이 모든 줄거리를 영상으로 찍혀 있는 걸 먼저 노트북으로 보여줬고. 
    다음으로 태블릿으로 보여준 건 그걸 다시 뒤에서 찍은 영상을 보여줌. 
    즉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는 누가 찍었는지 몰라도 줄거리 위주로 찍은 거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누군가 촬영을 누가 했나, 거기까지 담은 영상, 사진 파일, 현상된 사진을 태블릿으로 보여줌. 
   「이건 아니야.」
   「뭐가 아니야?」
   「이건 조작됐어.」
   「뭐가 조작돼?」
   「시몬스가 UFO에 빨려들어갔다 나온 게 아니라, 나였어.」
   「왜, 시몬스를 무대에서 끌어내리고 싶어서 안달이야 오빠?」
   「이걸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
   「오빠. 왜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데? 이유나 알자, 응?」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은 시몬스고, 시몬스가 나를 찍었다고. 그걸 너네들처럼 똑같이 나한테 다 보여줬어.」
   「어딨는데 그 영화 파일은?」
   「오빠 컴퓨터에? 아니면 온라인 어디에?」
   「없지? 그치? 왜 말 못해? 대체 뭘 감추는 거야? 응?」
   「이건 아니야. 너네 누가 보냈니?」
   「뭘 보내, 뭘 누가 보네?」
   「말도 안돼!」
   「말 같지도 않은 영화가 진짜라는 점은 우리도 황당한데. 오빠가 우리를 더 속 뒤집어지게 만들고 있잖아. 아직도 모르겠어?」
   「이런 개뼉따귀 같은 거짓말 믿을 수 없단 말이야.」
   「뭐 개뼉, 뭐? 오빠 정말 개 풀 뜯어먹는 헛소리나 하면서 궁지에서 능글맞게 빠져나갈 거야?」
   「순순히 자백하면 다 우리가 오빠를 귀여워해줄 용의도 있어. 그러니까 모든 걸 말해. 응?」
   「뭘 자꾸 말하라는 거야, 어? 나 아니라니까 증말. 너네 대체 왜 그래? 오빠 나한테 왜 그래! ~라는 천동설을 왜 하필 내가 흉내내는지 모르겠다만. 」
   「정말 말 안 할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꺼낼 카드가 없는 건 아냐. 거기까지만 알아둬.」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이유가 진짜 뭐니?」
   「뭘 뒤집어씌워 뒤집어씌우긴, 어?」
   「오빠, 족제비처럼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건 가상한데. 불여우 흉내를 왜 하필 지금!」
   「그런다고 오빠를 뭐 할리웃에서 불러주는 줄 알아? 플레이보이계에서도 방출감이야. 알아?」
    NB는 안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는 그녀들은 뒤로 한 채 도망가버렸다. 
    여기서 잠깐! 여자는 어떤 남자를 좋아한다? 물론 사랑과 관련 없는 얘기다만 그는 도망가긴 갔는데,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말한 다음 떠난 것이다. 
   「시몬스를 찾아올께! (윙크)」





    10

    그는 시몬스를 찾으러 갔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찾았다. 시몬스는 UFO 발경 장소 인근, 개집 옆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웬 버려진 개집이 왜 여기 있는지, 그건 아마 회오리 바람 때문이든 아니든 괘념치 말 것.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하여 시몬스한테 정신차리라 어쩌라 그러면서 그들은 그간 줄거리를 서로 공유했다. 그 다음. 그 둘은 신디 & 스텔라를 만나러 갔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못 만났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봐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NB 사무실에서 밤새워 검색을 하고, 막 벽면에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고 그렇게 임시 수사본부를 차렸다. 
    다음 날이 되었다. 아무리 알아봐도 그녀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주변에 걔네 행적과 소식을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니. 설마 모든 기록을 그녀들이 지웠을 리는 없을 텐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게 말이다. 그들은 저녁이 되어 수사본부로 돌아왔다. 
   「그림판에 뭘 쓸 테니까 잘 생각해보렴. 자, 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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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 시간          주관적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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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정상                   비정상: 정지
신디&스텔라     정상                   비정상: 시간 속으로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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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들은 시간 속으로 들어가버렸어. 그 때문에 우리가 그녀들을 찾을 수 없는 거지. 이제 알겠어?」
   「그게 말이 되니?」
   「자제한 경위는 알려줄 수 없다만 여기까지만 알아둬. 더 알면 너가 다칠 수 있거든. 아무래도 쟤네들이 상황을 꼬아놓은 듯 해. 말하자면 객관적 시간은 언제든지 정상이야. 누구에게든. 헌데 내 주관적 시간이 정지되어 있을 때 너가 날 찾아서 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지. 말하자면 내가 깨어났으므로 그녀들은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어. 그럼 만약에 그녀들을 찾는다면 나는 혹시... 다시 내 시간이 정지되면 어떡하지?」
   「그런데 그녀들을 어떻게 찾는다는 거니?」
   「그게 문제지.」
    그러고서 시몬스는 입을 딱 닫았다. 
   「맙소사! 너, 뭔가 더 아는 게 있구나. 내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그치?」
   「」
   「그 다큐성 영화를 본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거니, 뭐니? 뭐라고 말 좀 해 봐. 입을 두고 왜 말을 안 해, 응?」
   「거기까진 듣지 못했거든. 그럼 나도 하나 묻자. 어떤 블로그를 한 번 본 사람들은 끝까지, 끝없이 봐야 한다는 헛소문이 떠돌던데. 혹시, 그에 관해 알고 있는 거 있니?」
   「뭐라고? 넌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 늬가 드라마퀸이냐 뭐냐. 웃기지 마.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바로 그때 거짓말처럼 신디와 스텔라는 사무실로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방문? 그야말로 뜻밖의 등장. 마치 연극과 흡사한 느낌. 묘한 기분 탓에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했다. 
   「앗, 깜짝이야!」
   「오빠. 우리 같이 갈 데가 있어.」
   「어딘데?」
   「먼저 뭐라고 말 좀 해 봐. 너네도 뭔가를 알고 있지? 그렇지?」
   「말할 수 없어. 우리 함께 가자. 어서. 지금 가야 해. 그곳으로 말이야.」
   「거기가 어딘데?」
   「가보면 알아.」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통속극처럼 (초정밀 또는 마법, 지구인)가면을 벗냐 벗기냐... 그런 일은 없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당장 답하자면, 그들이 도착한 곳은 웬 동기부여 강연회장이었다. 
    그들은 조용조용히 강연회장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중간에 졸기 전에 NB는 관중들 뒤통수가 어딘가 모르게 낯익었다. 아! 바로 UFO 모임에서 봤던 그 괴짜들이구나. 그래도 그는 졸음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스르르륵 깊은 잠에 빠졌는데. 개꿈을 꾼 후 깨어나보니. 동기부여 강연회는 끝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에는 모두 가면들이 하나씩 남아있었다. 뭐야 이거? 그는 밖으로 나갔다. 





    11

    동기부여 강연회장에서 NB는 깨어났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그가 여기 왜 왔는지, 누구와 함께 왔는지를 모두 잊어버렸다는 점. 이런 바보를 다 봤나! 설마 어떤 마술과 염력과 외계인 초능력이 그의 지능을 갓난아기 때로 되돌려놨을 리는 없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본인이 모르니 혼자만 속폈했던 것이다. 자기만 모지리면 다라는 건가? 본인이 쩜팔이니까 뭘 알 수가 있어야지. 물론 그는 아직 그곳이 이상한 동네라는 걸 알지 못하는 상태. 외계인을 기다린다, 제2의 지구와 소통한다, 45억년 전 지구에 남겨놓은 외계 종족의 후손이다... 라는 괴짜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 드라마에서만 봤지 실제로 이런 데가 있을 줄이야. 그는 동기부여 강연회장 밖으로 나와 낯선 아저씨와 대화하는 순간 깨달았다. 
   「내 차가 어디 있지?」
    그는 혼잣말을 했을 뿐인데 지나가던 아저씨는 듣기도 잘하셨다.
   「여기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나 본데. 이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구로부터 약 100억 광년 떨어진 행성입니다. 허허허. 아직 실감이 안 드시지요? 그럴 거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누군가 급히 뛰어오더니 그 아저씨를 데려간다. 
   「반대로 들으세요. 최근 100억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여기로 전파를 보내왔거든요.」
    그러면서 그들은 가버렸다. 
   「쟤들 뭐야?」
    게다가 필름사진을 보는 듯한 이 느낌은 대체 뭐지? 이국적이지도 않은데 내게 왜 기분이 이상한지 그는 도저히 알지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동네는 처음 와봤으니까 말이다. 다음으로 그렇고 그런 내용은 생략하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그림만, 언뜻 장면만 봐도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 대부분 알기 때문. 요점만 말하자면 그 4명은 모두 각자 nb가 깨어났던 그들만의 마음에서 안락한 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각자 3일, 4일, 5일, 6일 후 풀려났다. 말이 풀려난 거지 그곳에서는 최선의 서비스, 최상의 풍요, 최고의 호사를 제공했으므로. 따라서 속으로 은근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을 거라 추정할 수 있는데. 그래도 왠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느낌 때문에 다들 어떻게 어떻게 그곳을 떠난 것이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1주일 경과.
    장소는 nb의 사무실. 
    시몬스, 스텔라, 신디, nb 그렇게 네 명이 모였음. 
   「모두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안 할 거야?」
   「그런데 우리가 왜 모였나 난 그게 더 궁금한데.」
   「난 이상하게 최근 있었던 일들에 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러는 넌 왜 말이 없어?」
   「별로 할 말 없는데.」
   「에잇, 나 갈래.」
   「같이 가.」
   「모두 없던 일로 하는 거야?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러지! 몰라. 나도 가야겠다.」
   「다 가니?」
   「그럼 너도 가던가.」
   「내가? 어디로?」
   「그걸 나한테 물어보지 말아주었으면 해. 아니면 그냥 여기 있었가.」
   「그럴까?」
    그들은 모두 바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NB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Handel / 오페라 <알치나> HWV34 중 Tornami a vagheggiar
    그는 음악을 들으면 다시 직무에 전념하기로 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일. 큰 그림이라는 대망을 위해서냐 아니면 무언가를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일념 때문이냐. 허나 지금 와서 연예계에 가입할 수는 없다. 사교계에 노크해도 안 받아준다. 당연히 풍운아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관찰자의 운명은 아마도 무대와 끝없는 평행선일까? 교태 부리는 숙녀를 자빠트리기, 는 누구도 관심 없을 것이다. 그러든 어쩌든 그는 억지로 능구렁이가 됐을까 자연스럽게 능청꾸러기로 거듭났을까. 그게 뭐가 중요한가. 결국 뭘 해도 재미없다는 속내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리자라는 점. 그래서 바보퉁이로 간주받아도 통 생각이 없구나. 허나 모든 걸 운에 맡길 수 없다면 행복한 인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까, 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닌데. 언제나 중간은 가자 정도 밖에 더 되나. 그래도 막살지 않은 게 어딘데. 그럼 중간도 못 가면 그건 또 뭐고. 어쨌든 각자 삶의 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꾹 함구하기로 하고. 허당계에서 잔뼈가 굵어봐야 하트 뿅뿅 키스와 거리가 멀다는 미련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일하기 싫어지지는 않았느데. 자신의 정체성에 딱히 싫증났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딘가 모르게 꾀죄죄한 차림새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또 자기 형편이 너무 허접하다는 생각은 그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빈정상할 수도 없긴 한데. 그래서 무심코 소셜 네트워크에 들어갔다. 그곳은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 소식을 구경하다가 알게 됐다. 바로 신디, 스텔라, 시몬스는 현재 일 때문에 먼 지역에서 개인방송 중이라는 것을. 뭐야, 방금 전에 걔네들 나랑 같이 있었는데...! 이처럼 nb는 벙~쪘다. 붕 떴다. 황당하겠지. 그럼 내가 만난 사람들은 누굴까? 생각이 복잡해졌다. 왜 하필 잡생각이 잠잠하니 황당한 줄거리에 엮여들다니. 신디-스텔라-시몬스가 가짜라늬! 이게 대체 뭐지? 걔네 정말 뭐 하는 사람들이야! 혹시 사람이 아닌가? 만약 사람이 아니라면 걔네들은 도대체 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 걔네들 정체는 뭐고. 알 수 없었다. 어떡하지? 뭘 어떡하나. 
    한편 갑자기 그는 가운데가 왠지 뜨금하다는 걸 알게 됐다. 가운데의 플라스틱화... 당장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위성. 뿌리칠 수 없었다. 잠깐 확인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근데 설마 진짜로 플라스틱화가 심해지면 어떡하지?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그랬다가 곶감론이든 샘물론이든 행복과 사랑과 낭만과 아름다운 인생이 자길 배신하면 어떡하나. 도플갱어라면 쥐락펴락 걔를 들었다 놨다는 일도 아닐 텐데. 정말로 혹독하도록 공포심에 벌벌 떨도록 녀석을 만들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는 당장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로 일단 봐보자, 라는 충동감을 잠재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봤다. 봤는데. 그런데 별 이상은 없었다. 다만, 이제 안심이다 휴~ 그러면서 일어서서 소파 근처를 한두 바퀴 돌려다가 거울을 봤다. 그런데 거울 속의 얼굴은... 다름 아니라 사무실에 걸린 그림 마네킹 상점... 그 인물이었다. 그리고 자기 본래 얼굴은 마네킹 상점...그쪽에서 웃고 있었다. 말은 웃음인데 썩은 웃음. 이런 젠장! 그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정말로 미치지는 않았다. 





    12

    중편영화를 만들게 된 일련의 과정. 그리고 최근 거의 모든 행적과 기록. 
    NB는 그에 관한 자료 일체를 구입하라는 제의를 받았다. 
    필름 빨리 돌리기.
    필름 빨리 돌리기.
    필름 빨리 돌리기.
    영상기법 다큐멘터리로 전환.
    영상기법 다큐멘터리로 전환.
    영상기법 다큐멘터리로 전환.
    그 자료에는 동영상, 파일, 서류, 사진, 필름...... 더 상세할 수 없을 만큼 빠삭히 그 모든 게 포함되었다는데. 당연히 구입가 얼마에 혹하도록 예고편 자료가 제공되었다. 
    그럼 누가 보냈느냐, 모르니까 답답한데. 한편 덧붙이는 말은 이랬다. 
    A. 만약 구입할 의사가 있는데 자본이 부족하다? 업무 협약 서명만으로 전액 무료로 전환됨
    B. 만약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 (돈이 있든 없든 의향이 전혀일 때) 부디 점잖토록 부탁컨대 제발 A를 선택하시길 권장
    뭐라고? NB는 그들의 제안을 A든 B든 응하지 않는 게 좋다-옳다-맞다고 판단했으므로. 따라서 가상의 조력자로 유력한 도플갱어 밖에 해결사는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럴 때 도플갱어가 나서줘야 하는 거거든. 아니면 언제? 그럼 도플갱어를 어떻게 대면할 수 있냐! 그러게 말이야. 누가 위인지는 몰라도 아래서 위로는 (몸짓)! 그럼 방법은? 모스맨 연구소의 임상 실험에 응하기로 결정. 곧 순간이동!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그래서 모스맨 연구소 핵심 멤바들이 NB 사무실로 총출동. 그들은 녀석한테 물어봤다. 어디로 가고 싶냐! 혹시 나중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 라고 말이다. 그는 다급히 벽면에 걸려진 그림을 가리켰다. 목적지로 사무실 그림을 말하니 걔네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 그래서 결과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한마디로, 환상머신이 고장나서 실험 자체가 실패. 
    그래서 없던 일로 하고서 모스맨 연구진은 퇴장.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3일 경과.
    시간을 (질질) 끌었기 때문일까? 그들은 스스로 정체를 밝힘. 즉 협박에서 회유로 즉각 전환. 그럼 그들의 정체는 뭐냐? 
    바로, 넷플릭스의 대항마! 물론 아직 본색을 드러낼 리도 없고, 당연히 데뷔하지도 않았음. 당연히 어디서 공인받을 수 없으니까 잠룡도 뭣도 아닌 상태. 그냥 베일에 휩싸여 있는 정도. 
    필름 빨리 돌리기.
    필름 빨리 돌리기.
    필름 빨리 돌리기.
    영상기법 다큐멘터리로 전환.
    영상기법 다큐멘터리로 전환.
    영상기법 다큐멘터리로 전환.
    또는 줄거리 분량을 드라마 3편 정도로 길게 늘임.
    또는 줄거리 분량을 드라마 3편 정도로 길게 늘임.
    또는 줄거리 분량을 드라마 3편 정도로 길게 늘임.
    곧 구두 협약은 물론 서면 계약도 마치고, 사전 작업부터 기타 등등 일은 순탄해보였다. 
    그런데 그들이 비밀리에 넷플릭스와 M&A를 성사시킬 동안 일은 많이 꼬여버렸다. 
    때문에 NB가 거액의 007 가방을 그들로부터 받았따는 사실은 어영부영 짬되어버림. 





    13

    할리웃 연기의 기본이 무엇인가. 때리는 시늉을 하거든, 우는 시늉을 하라! 그래서일까? 손만 까딱 하기도 전에... 넘어가자. 굳이 저속한 말 남발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그게 뭐랄까... 음! 듣는 이 아무도 없어서 하는 말이지만,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건 말건 일단 나부터 정신차려야 한다. 어른이 된지가 언젠데 아직도 철이 안들어서야 쓰나. 다이아몬드를 갈망할까 여자의 환심을 살까, 아직도 이런 궁리를? 그런데 애써 일부러 그러고 싶다. 왜냐하면 이젠 더 이상 아무런 욕심이 없기 때문. 탐스러운 과일 안 먹어봐도 안다. 아는 동생들이 하도 제발 한번만 만나주라고 간청하고, 떼쓰며, 징징거리길래 나는 속세를 떠난 것이다. 질척거리게 말이야 여자가 그게 뭐야? 이러니 단번에 여심을 무너뜨리는 일 재미 하나도 없다. 콜라처럼 톡 쏘는 사랑, 멜로드라마로 대리만족하면 그만. 그래도 어디 보기 드문 허영심 대회 어디 없을까? 있을 턱이 있나. 그녀들과 나는 정말로 각별한 사이였는데. 왜 다 떠나버렸지? 아무튼 사사로운 탐욕에 흔들릴 때가 아니다. 큰일을 해야 한다. 그럼 작은 일은 하지 말까? 그건 아니지. 허나 일단 행복부터 짧다. 그리고 딴 건 몰라도 마음은 넓냐? 그나저나 속좁은 남자라는 험담쯤은 겁나지 않는다. 스포츠 야유와 사교계 조롱과 여성잡지 2식 (속된 말로) 입방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 그러든 아니든 지구는 우리의 무대다. 그런데 세상은 좁아. 하여 이 바닥에서 다 날 피해다니는 걸까? 이제 보니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그게 나? 정말로? 이런 젠장! 더더군다나 품위를 구실로 광고는 우리들의 약만 올리기 일쑤. 일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렸지? 그러게 말이다. 알 게 뭐야. 영문을 알 수 없는 푸념 붙잡고 있어봐야 도움 되지 않는다. 어느 안전이라고. 다시는 친구들 앞에서 응석의 '응'자도 입에 담지 말자. 만약 그러면 나는 개다. 멍멍멍 멍멍멍멍멍! 하긴 동네 똥개도 이젠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만 같다. 뭐 똥개? 무식하게 똥개가 뭔가. 됐다. 근데 뭐가 돼? 모른다. 알 수 없다. 내가 어쩌다 뭘 모르는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애석할 따름. 알자하니 미친 개한테는 주먹이 약일까? 농담이다. 가슴이 뭉클할 만큼 정말 꿈같은 일이 없으니 별얘기를 다한다. 누가 정신차리라며 잔소리를 안하니 혼잣말이라도 해야지 별수 있나. 헤헴.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마!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마당에 뜬구름 잡는 공상으로 인생을 허비해서야 쓰나. 보나마나 푸념을 어떻게 막아. 잡생각은 말을 안들어. 말도 안되는 상상력은 하필 유능함과 직결되지도 않는데 통 말릴 수가 없단 말이지. 하긴 쫙 빼입고서 폼잡는 허당이나 나나. 미친 척 애쓰기도 힘들다. 지치지 않을 수 없지. 근데 나는 왜 말을 많이 해야 하지? 피곤하게 말이야. 그러든 어쩌든 이런 식으로는 제3의 행복 근처에도 갈 수 없다. 맞다. 사정이 그러한데 에라 그냥 영화감독으로 데뷔나 할까? 한술 더 떠 꺼벙한 척하는 걸로도 모자라 닥치는 대로 잔소리한다 라는 험담 듣기 딱 좋군, 응? 아니 어떻게 그처럼 멍청한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알고봤더니 탐스러운 개뼉따귀를 맛본 개 같이 허접한 개꿈에서 깨어나기 싫은 거다. 그러니까 다른 한편으로, 있잖아 있잖아 오빠 듣고 있어? 라는 여자 목소리 들을 일이 없음. 그럼.. 만져봐 만져봐, 그걸 내가 왜 해야 하나! 그렇다고 어쩔 도리 없이 또 공상을? 아니 됨. 그만하자. 그래서 나는 당장 영화 희곡도 썼고, 영화 교본도 숙달했으며,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눈앞에 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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