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88

from 소설 2021. 6. 1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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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움 없음에 직면한 절망감. 비공식적인 연애는 무정하고. 공식적인 첫사랑마저 소식 없지. 달콤한 낭만도 멀다. 그러니까 미소는 씁쓸하기 마련. 이래서 녀석의 상심은 끝이 없다? 아직도 어떤 환상에 대해 체념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따라서 나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 싫증난 끝에 결국 도플갱어 자격으로 NB를 괴롭힐 궁리를 하게 됐다.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소파에 자빠져 TV에 만족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시간낭비가 지겨워지면 슬슬 날 궁금해하지 않을까? 아닐 것이다. 왜? 멍청하니까. 형편도 허접하거든. 그러다 녀석은 어느새 내게 조련당함이 최고의 기쁨이 되어버린 줄도 모르게 되었는데. 그건 곧 그는 양치기 소년 본능마저 잃어버린 실정. 남은 건 유들유들 능글능글 허당 본색뿐. 자, 이때 나에게 한손에는 채찍 한손에는 당근이 있는데. 녀석한테 어떤 선물을 제공한다? 아니면 황당한 모험을 부탁하는 척하면서 골탕을 먹일까. 그러지 말고 세련된 심신분리, 근사한 공중부양, 고상한 순간이동을 공상하도록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그리하여 만사에 감사하며 숙녀를 칭찬하고 세상을 축복할 줄 알았는데. 아예 푼수가 되어버렸네? 이걸 어쩌나. 난감하네. 허나 성과도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과 화해했으니까. 그럼 뭘 해? 지가 아직도 어린이나 마찬가지인 줄 아는데. 한심한 친구 같으니라고! 지 앞가림도 못하는데 뭐 패션? 뭘 안다고. 그러다 돌아가는 형세는 허영심과 추리력이 실권을 두고 다툼. 결과는? 보나마나 그 둘이 다툴 동안 탐스러운 개뼉따귀는 제3의 대타가 물고 튐. 근데 그 제3의 대타가 누구인고 하니, 정말 누구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그건 그냥 잡생각이었다. 그러고보니 멜로드라마에 너무 긍정적인 게 탈이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지금도 색다른 취미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실정. 이래서 여심이 어떻게 그에게 호의적일 수 있나. 없다. 못한다. 안하지 왜 해? 고로 연애사 전투력은 급격한 쇠락기에 접어드는데. 호기심마저 둔화. 결국 옛날이나 지금이나 뭘 해도 재미없는 건 똑같다는 말이잖아? 사람 일관됐구만. 안 변해. 대단하다. 한편 지대한 관심사에 대한 변화는 꿈쩍도 않는데. 그래서 그는 사랑과 야망 가운데 무엇을 선택했을까, 둘 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얼마나 좋을까. 톡톡한 실리와 넉넉한 재력과 사교적인 인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더더군다나 상허당한테라면야 당연히 더 어렵겠지. 황금만능주의한테 총애를 받을려다가 자본주의의 노예로 낙마. 뭐라고? 미안하데 굳이 이런 얘기까지 하진 않으려 했다만, 아니다. 아침에 쇼팽을 듣고, 낮에 미지의 이상을 상상하며, 저녁에는 뭐 밤의 황제를 질투한다? 독수리가 파리를 사냥하는 게 낫겠다. 개도 여간해선 풀을 뜯어먹지 않는단 말이다. 그러게 섬세한 쾌감을 상상하는 데 늘상 골몰하니 그렇지. 갈 데까지 갔나? 또 또. 이처럼 뭔가 재미난 일이 발생할 것만 같다는 낌새, 냄새도 맡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그는 때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는데. 어디서 불어온 바람에 헛바람이 들지 않은 건 좋은데. 있잖아 있잖아 들어봐 봐 들어봐 봐 있지 있지...라는 환청 무시해버리면 되는데. 그런데 왜 하필 패션학을 성가시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한편 NB는 퇴근길에 왠지 모르게 새로 생긴 카페에 방문하고 싶어졌다. 자기도 모르게 그 카페가 그를 빨아들이는 듯한 마력을 내뿜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는 거기 들려 차 한잔 마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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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트에서 nb는 친구들을 만났다. 에드워드, 찰리, 케빈, 더글라스, 잭, 제라드, 스티븐. 그런데 별로 할 얘기도 없고. 남자들끼리 바텐더 앞에서 말 많이 하기도 귀찮고. 그래서 그들은 근처 가까운 극장식 카바레에 가기로 했다. 시시콜콜한 대화들도 생략한다. 극장에서야 굳은 자세와 표정으로 지루한 과정을 지켜봐줄 수 밖에 없지만. 집에서 혼자 볼 때 또 그 경험을 어딘가에 얘기할 땐 다르니까. 그 뿐만이 아니라 하도 드라마를 많이 봤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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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식 카바레. 그곳은 사람 1명이 나와서 마이크 들고 그냥 말로 웃기는 쇼. 그게 9할이면 나머지 1할은 정식 마술사가 나오는 마술쇼. 이 역시나 숱하게 보셨을 테니까 넘어가고. 타율 10% 정도로 뭐 그럭저럭 재밌다, 아주 수준 낮지는 않다 라면서 그들은 극장식 카바레를 나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그동안 그들은 며칠 전 8명이 모여서 갔던 것처럼 극장식 카바레에 들르지 않았다. 단지 개별적으로 몇몇이 혼자서 심심할 때 들렸을 뿐. 그러다 그들은 각각 이상한 증상들이 발생했기 때문에 친구들한테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데. 너도? 너도? 나만 그러냐? 나만? 막 그러면서 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되었고 1달쯤 지난 다음. 어느 날 인터넷 채팅방에서 화상회의를 하게 됐다. 
   「그 마술사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넌 어떤 증상인데? 설마 꼬리라도 자라나니?」
   「응.」
   「뭐? 정말이야?」
   「나도 그래.」
   「그럼 딴 사람은? 더 없으면... 일단 꼬리 자라나는 사람 2명. 근데 돼지 꼬리 아니면 불여우 꼬리?」
   「꼭 그것까지 말해야 하냐? 넘어가자.」
   「얘들아 난 있잖아. 나는 시야각이 직사각형으로 보여. 통상 넓은 타원형이자 시야각 끝부분에 별 신경을 안 써야 하거든. 그런데 난 어떻게 된 게 어느 날 갑자기 그 시야각이 직사각형이 됐어. 내가 무슨 모니터라도 되냐?」
   「병원에 가봤어?」
   「안 가봤겠냐!」
   「또 딴 애들 뭐 이상한 거 없어?」
   「나는 몸에 털이 겁나게 많이 나.」
   「너 원래 가슴털 많잖아?」
   「그거 말고. 개처럼 많이 나고 있다고. 심각해. 그러는 넌?」
   「나? 나 정말 창피해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창피해? 왜 넌 털이 빠지니? 그럼 털 뽑힌 닭, 촌닭이네?」
   「아 증말! 나는 고추가 작아지고 있어. 그리고 고추가 은색으로 변해. 장난 아니야. 어?」
   「나는 쉬지 않고 먹어. 내가 버는 돈. 지금 식비로 다 쓰고 있어. 뿐인 줄 아니? 모아놓은 재산마저 몽땅 식비로 다 쓰게 생겼어. 내 이 자식 잡히면 가만 두나 봐라.」
    그래서 그들은 극장식 카바레에 쳐들어가기로 했다. 달리 의심할 무엇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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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식 카바레에 도착했는데. 운영중이 아니네? 어떻게 어떻게 열린 창문을 넘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딱 연습장에 들어섰는데. 미녀 조수만 미니스커트와 망사스타킹과 스킬레토힐을 신고서 그들을 맞이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그들은 이상 증상을 어떻게 어떻게 설명하기는 했다. 
    그 얘기를 듣고서 마술사 조수는 서류를 보여줬다. 동영상도 보여줬다. 그런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괜찮다 라는 서명, 또 그건 모두 마음에 흑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마술쇼 매점에서 파는 동기부여 비디오를 사가지고 집으로 간 다음, 집에서 그걸 꼬박꼬박 보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했다. 또 좀 더 규칙적으로 극장식 카바레에 들리면 훨씬 나아질 거라고 했다. 무슨 게릴라 마케팅도 아니고 무슨 수작이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뭐라 답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술사 조수의 복장을 트집잡겠나 저번에 봤던 마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논평하겠나. 그래서 그들은 왈가왈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다 딱 결론내렸다. 마술사 조수의 마술쇼를 관람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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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술쇼는 적당히 끝났다. 초급, 중급 정도로 괜찮았다. 그래서 뭐 이상 증상이야 시간 지나면 차차 나아지겠지 그러면서 모두 밖으로 나갈려고 했다. 그렇게 딱 문을 열었는데! 뭐야? 바깥은 우주였다. 저 멀리 태양이 보이고... 저건 무슨 행성이지... 더 멀리에 은하계도 보이고... 설마 저건 보이저 2호? 이건 또 무슨 개수작! 다 뻥일 것이다. 라면서 서로서로 막 쳐다봤는데. 
   「야, 이런 마술은 나도 해 나도. 어? 내가 한때 요술로 먹고 살았던 요정이라고 말 안했니?」
    그러면서 찰리가 밖으로 딱 나갈려고 했는데. 그렇게 발을 뺐다가 급히 돌아왔다. 왜냐하면 바깥은 엄청나게 추웠기 때문에. 그럼 정말로 극장식 카바레 바깥은 우주야? 그럼 어떻게 극장식 카바레만 우주 공간에 떠다닐 수 있지! 
   「그럼 우리 갖힌 거냐?」
   「말도 안돼.」
   「이건 아마 개꿈일 거야.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될 테니까.」
   「그렇지만 배가 고팠다가 화장실도 갔다가. 우린 멀쩡한데?」
   「그건 그렇지.」
   「그럼 이제 어떡하지?」





    2

    그때 에드워드는 종이 1장 두깨처럼 얇아졌다. 즉 정면에서 보는 건 그대로인데 입체감은 없어지고, 옆에서 봤을 때 종이 1장 두께! 그 다음에 찰리. 찰리의 꼬리는 처음에 돼지꼬리가 커지다가 캥거루 꼬리로 바껴서 바지를 뚫고 나왔다. 그러더니 멈추지 않네? 결국 공룡꼬리처럼 길어질 뻔 말 뻔...그러다 점점 녀석은 희미해졌다. 점점 불투명해졌다. 그러더니 드디어 증발했다. 어디로 갔지? 그 다음 찰리. 찰리는 입이 맨살처럼 메꿔졌다. 그러면서 컴퓨터 그래픽처럼 얼굴이 희미해지더니 점점...점점...결국 마네킹이 되었다. 케빈은 이미 언제 바뀐지도 모르게 인형으로 변해 있었다. 더글라스는 어느새 저쪽 문을 열고 우주 밖으로 나가버렸다. NB가 쫓아가서 문을 열어보니 그냥 우주 광경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잭은 막 나머지 친구들한테 살려주라 얘기를 하는데 발음이 나오지 않다가 점점 증발해버렸다. 이어서 제라드... 스티븐... 소리와 빛으로 바뀌더니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렇게 혼자 남은 NB! 
    ~라고 여기까지 쓰다가 그는 연습장을 찢어서 구기고 뭉쳐서 던져버렸다. 만년필도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재미 하나도 없잖아? 말도 안되고. 엉망진창! 뭐야 그게? 이런 젠장. 형편없어도 정도가 있지 (절레절레). 밑도 끝도 없이 뭐 우주 공간? 뭐 하자는 거냐고! 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 개연성이고 뭐고 다 어디다 팔아먹었길래. 뭔 얘기가 되야 납득이 되고 일단 더 재미있어지기를 기다려보기라도 할 텐데. 무슨 개뼉따귀 같은 상상력가지고 뭘 해보겠다고. 이런 개 풀 뜯어먹는 허구는 아무나 다 지어낼 수 있다. 막 그렇게 씩씩거리면서 NB는 퇴근하려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게 건물 내 2층 사무실에서 나와 1층을 내려갔고, 딱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뭐야? 정말로 바깥은 우주공간이네? 어떻게 된 거지? 이건 아마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너무 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라서 발생한 현상일 거야. 그러면서 그는 일단 진정하기 위해 자기 사무실로 다시 되돌아갔다. 
    사무실 도착. 소파에 자빠져 TV를 틀었다. 채널 몇 번 돌리다가 TV를 껐다. 그런데 누가 자기를 부르네? 고개를 돌려보니 액자 속 그림. 그 그림에서 마네킹 인간이 그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상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그러면서 그는 막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머리에 붓고 막 그랬다. 그래도 마네킹은 계속 말했다. 뭔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내가 늬 친구로 보이니? 난 네 친구야. 만약 아니라고 내가 우기면 넌 또 그럴 테니까. 너 나한테 늙었다고 하려고 했지? 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난 네 친구야. 우리는 명콤비란 말이야 이 녀석아. 알아? 그런데 너 지금 내 말 듣고 있니? 왜 밖에 나가봤더니 우주공간이라서 못 나가겠든? 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 뭘 준비했냐고? 궁금하면 물어 봐 입만 바보처럼 벌리고 있지 말고. 거기 바닥에 있는 카펫을 열어보렴. 언제 카펫이 여기 있었지, 라고 생각했지? 다 널 위해 미리미리 마련해놨어 이 친구야. 뭐해 어서 열어보지 않고. 이게 뭐 포장지 푸는 기분인 줄 아냐면서 나한테 따질 생각은 하지도 마. 어? 왜냐하면 늬가 뭐라 물어도 난 답해주지 않을 거니까. 알아들어? 못 알아듣겠으면 혼자 잘 생각해 봐. 알았어, 몰랐어? 어? 뭐 그러니까 날 소로 아느냐! 응? 너 나랑 지금 투우라도 하자는 거냐! 응? 뭐 그렇다면 그런 거고. 뭐해 이 친구야. 퇴근할 방법은 그것 밖에 없는데. 오늘 퇴근 안 할 거야?」
    그렇게 NB는 카펫을 들춰봤고, 언제 생긴지도 모르는 비밀문을 열었고 그 통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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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옆의 옆의 앞의 옆. 문을 여니 자기는 어느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녀석은 생각없이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 
    그런데 집의 물건들이 왜 다 막 흐트러져 있는 거지? 설마... 누가 왔다 갔나.. 아닌데. 혹시... 집이 우주공간에 떠다녔기 때문에 무중력 상태 원리에 따라 녀석들이 비현실적으로 중력을 벗어났다가 원위치됐기 때문에? 말도 안돼. 그런데 왜?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누가 알려줘도 듣기 싫어. 근데 이런 분위기에서 휴식을 어떻게 취하나. 그래서 그는 사무실에서 쓰다 만 그 극장. 거기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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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나 다를까 극장 투명 유리벽 너머, 즉 그 안쪽에는 녀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문을 열어 녀석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도와줬는데. 그때부터 기겁하는 친구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바지에 막 오줌싸기도 하고. 그러면서 모두 도망가버렸다. 이때부터 NB는 친구들한테 법사로 불렸다. 마법사에서 어두 떼고 법사. 물론 그는 무슨 영문으로 걔네들이 거기 갖히게 되었는지 몰랐고. 당연히 친구들은 분명 자기들과 함께 있었던 NB가 어떻게 밖에서 그들에게 다가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3

    치명적 유혹은 아무나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근데 그걸 누가 모르나? 허나 사랑의 논리를 모른 척 애쓰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도발적인 백치미는 필경 NB와 별 관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처럼 욕망이 잠잠하다보니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건 바보들의 특기다. 머머(만)? 곧 진짜 바보로 간주되지 말자며 그는 혼잣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수중에 보유한 복안이라고는 모두 빈칸.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꿈이 생겼다. 그러나 그건 개꿈이었다. 당연히 뜻밖의 만남 없음. 예상 밖의 성공 더 없음. 때문에 그는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사랑을 몰래할 수 없다는 건가? 어릴 때 추억을 못 만들었으니, 고로 어른이 되어 비밀도 못 만드는 건 아닌지. 갑자기 표정은 의뭉스러워졌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에 자긴 병풍역에 주력했고 인물구조도에 보조한 셈. 그런데 이제 와서 느닷없는 역전극? 추산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인생론은 언제나 허접한 건가? 알 거 없다. 모르는 게 차라리 나을 테니까. 그럼 화려한 날은 가버린 게 아니라 아예 오지도 않았던 거구만. 그러니까 지금 와서 연애론을 새롭게 배울까 하다 말았겠지. 성과 없음에 부쩍 부끄러웠으나 얼굴은 빨개지지 않았거든. 가짜 홍조에 혹하기 밖에 더해? 바로 그때 소파에 자빠져 TV 드라마를 봤는데 하필 대사는, 분칠하는 어쩌고저쩌고. 뭐라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자, 그럼 이제 놀라운 반전을 계획해볼까? 본격적으로 신나는 전개를 원한다고 뭔 소용있나. 필요없다. 그러므로 자기 연민은 탄력받다 못해 뒤늦게 짝사랑복이 조과가 톡톡할지도 모른다는 시각에 꽤나 부정적인 먹구름을 지배적으로 덮어씌웠다. 하여 운명에 퍽 낙관적일 수 없었고, 또 행운마저 퍽 탐탁지 않도록 여기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야 인생에 대한 거품이 가라앉었다는 뭐랄까 안심이라고나 할까? 야심찬 자긍심에 굳이 부정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는데. 그럼 뭘 해? 그래 봤자 결국 쉐도우 복싱 아니면 뻔트. (물론 결과는 뻔트+실책=2루타가 아니라 잔뻔치 얻어맞기. 고로 맺집만 맺집만...절레절레. 설마 맺집을 위해서 태어난 걸까? 넘어가자) 쳇, 사랑과 야망 두 마리 토끼 다 놓쳤구만. 애초에 목표를 뚜렷이 정하지도 않았어. 머저리 같은 놈. 영락없는 푼수구만. 알고 봤더니 여자의 마음도 몰라. 그래가지고 뭐 여자말 번역기? 놀고 자빠지셨어. 말이 좀 심했다만 다 정신차리라고 하는 말. 우리끼리 얘기니까 제한적으로 조금만 더 저렴한 화법의 힘을 빌리자면. 뭐 명색이 칼럼니스트인데 어쩌고 어째? (피동적으로)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색마의 먹잇감, 알고 봤더니... 다음 대사는 어른들 익히 아시는 말이므로 생략. (능동적으로) 거의 자빠트릴 뻔 말 뻔 넘어올 뻔 말 뻔하다 놓쳐버린 사랑? 나비가 아니라 나방에 불과. (절레절레) 답답하다. 한심해요. 어? 그러니 변화가 없지. 인공지능조차 새로움을 어떻게 주선하나. 못한다. 안한다. 그래서인지 아닌지 몰라도 일단 탐욕마저 섬세하지 않은데. 삶의 목적은 막연할 뿐이고. 막 살자 분과는 아니다만 사는 낙이 무언지도 모르겠고. 하여 올 게 확실하기 때문에 소풍과 택배와 주말은 언제나 기다려지지만. 통상 오지 않을 사교계의 러브콜과 영화계의 빽넘버야 어차피 안 올 게 뻔하니까 언제든지 포기해서 마음 편하다만. 도통 올지 안 올지 알 듯 모를 듯 거의, 거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 혼자 소파에 자빠지기 일쑤니. 
    그래서 녀석은 또 무작정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딱히 확실한 목적지 없이 산책을 시작했다. 그러다 어딘가 모르게 극장쪽에서 자길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식상한 전개에 따라 움직이면 왠지 지는 것 같은 기분 때문일까? 그는 딴 데는 다 가도 그곳 만큼은 가지 않으려고 했다. 허나 어딘가 모르게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으므로, 그는 저절로 자기도 모르게 그곳으로 벌써 가고 있었다. 그렇게 딱 그는 그 극장에 도착했다. 뭐 기왕 왔으니 살짝만 두리번거리다 가자고 생각했는데. 구태여 뭔가 음산한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탐욕은 없었다. 그러다 뭔가 캥기는 꼬투리가 얻어걸리겠지 라는 추측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뭐랄까 자기를 끌어당기는 묘한 흡입력. 그 기묘한 척력은 결국 이상한 제사 장면을 보고야 말았는데. 극장 내부 깊숙한 통로를 지나서 이쪽으로 꺾고 저쪽으로 가서, 다시 살짝만 돌았더니. 아 글쎄 슬쩍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제사 장면... 공포 또 스릴러 영화에서 흔히 듣는 영화음악. 벌써 그는 식은땀을 흠뻑 흘리고 있었다. 이미 물씬 젖어버렸다. 아니 근데 그 제사 장면이 도대체 뭐길래? 그건 바로 제삿상에 모셔진 제삿상 차림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 
    고인의 영혼과 조상님 영령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의식이자, 지금과 내일을 위한 예례. 순서는 어떻게, 줄에 맞춰서 음식을 놓고. 동서남북을 참고하여. 시간과 형식에 알맞도록. 가령 과일, 야채, 반찬, 생선, 고기, 요리...그래야 하는데. 저기 보이는 저 제삿상 위에는... 죄다 동물들 머리가 있었다. 쥐, 사슴, 염소, 칠면조, 닭...... 삶은 돼지머리와 소머리. 그런데 중간 중간... 듬성듬성... 띄엄띄엄? 그는 하트가 벌렁벌렁했다. 안 그럴 수가 없었다. 돌아버리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저기 보이는 저 얼굴은... 육안으로 보고 있는데 안 믿을 수도 없고. 아니, 진짜로 사람?





    4

    나는 일단 배경지식을 검토했다. 아, 필자가 아니라 그는! 오픈북 시험이라면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될 테고, 인터넷에서 찾으면 찾는 족족 엄청난 자료들이 많을 테나. 굳이 관련 학식을 애써 습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알고 있는 배경지식. 그건 이랬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 사는 원시부족, 그들의 사람 머리 훈제 장식 관습. 세계에서 섬 많기로 1,2위인 인도네시아와 일본. 둘 다 약 7,000~~8,000개. 국기도 비슷. 특히, 원시부족 전통을 위한 최적의 환경! 원시부족 지상 천국.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봤다. 제목은 제2차 세계대전의 비화─머리 사냥꾼. 한마디로 원시부족은 (멜로드라마 기준으로) 사람이 아닌데. 사람이라 할 수 없는데. 지칠 줄 모른 체 남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여자는 살쾡이, 인간과 파충류 두뇌의 판박이...라는 얘기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만. 그건 비정상적일 때 얘기다만 원시부족은 정반대로 그게 정상. 오직 그것만 허용. 오히려... 全세계 원시부족들 공통점이 바로 그러한데. 아니 어떻게 저기.. 저... 말도 안돼! 물론 이런 예시는... 통과.
    물론 그 가운데 최악은, 양의 탈을 쓴 늑대. 게다가 원시부족과 문명인에 양다리. 차악은 원시부족 아닌 척? 일단 모른 체. 과거와 이혼에 대성공. 허나 유리한 건 광고이자 Ctrl+C Ctrl+V...뿌수고 다시 짓고 뿌수고 다시 짓고. 원본과 사본은 같아졌다, 고로 사본에(만) 오직 충성하자.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기. 이유는 없음. 듣기 없이 막 지어내서 죄다 사실. 천문학적인 배경지식에 대해서 그대는 정말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되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 판에 박은 표정들. 원시부족과 어떻게 말이 통해. 그래서 겉은 완벽한 문명인 속은 원시부족, 따라서 겉으로 차별은 없다 정말 좋다...라고 느낄 텐데. 시간이 점점 흐르면... 느끼게 되면... 알아가면...! 그러니까 사람은 직관, 동물적 본능, 직감 등이 중요한 것. 그 때문에 배경지식의 총량과 질적 가치를 따지는 것. 그와 비례하여 상상력이지, 그와 무관계하도록 상상력만? 명화는 비싸다. 반면 애들 그림은 처음엔 다 좋아하지만 나중 싹 다 버린다. 앨범? 앨범? 부모님집에다 쳐박아두고 모른 체. (몸짓) 재산 증식이 더 중요하지, 사진앨범 같은 건 (부모한테) 짐을 떠넘겨.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또 나중 재산상속 1명이면 깔끔한데 여러명이 욕심 많아 합의가 안되면. 또 불타서 앨범 없어지면 왜 앨범 간수 못했냐 탓하면 어쩌지.
    숲과 나무 얘기가 나와서 부언 설명 조금만 더. 그 때문에 누구나 아는 그 말이 떠오를 수 밖에. "너도 너 같은 애 낳아 길러봐라...!" 그렇게 애 낳아서.... 걔도 사진앨범 부모한테 짐지우고, (따로 사는 자기 집으로) 안 가져가. 싫거든. 유복하게 성장했거나, 인기있는 환경이면 몰라도 태반이 그럼. 근데 이상하게 핸드폰으로 뭐만 보면 사진 찍으려고 하고. 어른 3명이 길을 가다가 1명이 상점에 들어가서 자기 먹을 요구르트만 1개 달랑 사오는 일. (1살 지능 nb가 속에서 조종하면) 어른은 그럴 수 있다. 그래도 작게 이기적이면 그나마 나음. 근데 그런 건 잘 알면서 개인 야망을 위해 자기 밖에 모르면? 그거 받고 아예 문화가 자기 밖에 모르면. 차라리 연애할 때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말 듣고 이별당하는 게 차라리 낫다. 백번 천번 좋다. 신혼 준비하는 예비 부부, 하필 여자가 유부남이랑 바람피면서 동시에 신혼 준비하다 극적으로 걸렸다? 조상님께서 도왔다는 중론 자자. 긴 설명에 앞서 "사랑과 야망"처럼 쌍팔년도 주말드라마 제목만 놓고 봐도 사연은 차고 넘침. 숲과 나무 얘기가 이렇다. 내가 자녀였을 때... 나중 자식 낳아 길러보니... 그런데 자식을 낳아 길러보지 않았는데 그 원리를 어떻게 알아? 알긴 앎. 다만 간접경험과 단순 지식일 뿐. 원시부족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머머족 머머족.. 놀자족 딩크족. 여자들 우정이 오래가기 어렵다는 건 여성잡지 1 알기도 전부터 잔소리 듣기로 습득하는 이치. 카페 아르바이트만 해봐도, 여자들 9명 모였는데. 누구는 애 데리고... 누구는 빨간 립스틱에 미니스터트에 하이힐. 공통된 화제도 어울리지 않고. 그러니 친교도 (대체로) 생화처럼 키우고 유지했을 때 얘기. 가짜꽃처럼 그때 친했으니까... 연락 안하는 게 나은 예시들 누가 몰라. (그 원리 때문에 다 죽어가는 가게를 대박 가게로 역전은 가능. 반면 완전히 망해버린 가게는 회생불가) 얘기가 곁으로 흘렀다만 돌아와서. 부모집이 창고도 아니고 그래서 있을 때 잘하라 그러지. 있을 때. 허면 있을 때 못해서 저 제사를...? 잘했든 못했든 최우선 목적은 만인의 원시부족 족장 숭배. 그걸 위해 저 돼지머리... 소머리... 그 옆에 무엇! 아무튼 숲과 나무 원리 때문에 말 길어지는데. 말괄량이 낳아 길러보니까 부모 마음 알겠다 라는 일리처럼. 내부승진 해보니까 이분들 마음 이해하겠다 그게 가능할 수 있지 않나? 내부에서 내부파로 살아보지도 않으면서 내부의 불문율과 계파간 차이점과 욕심들을 어떻게 아냐고. 해외파처럼 하늘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면 그에 따른 장점도 물론 있는데. 같은 디자인 업계에서 일했다가 러브콜 받고 CEO, CMO, CTO...로 두둥~, 또 똑같이 축구공 갖고 놀다가 여기서 저기 감독으로. 근데... 넘어가고. 내부승진이고 뭐고, 낙하산이고 나발이고. 원시부족(만) 찬양... 원시부족(만) 숭배...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지. 알맹이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훈제 장식 관습. 선망은 뭘 좀 아는 남자 어디 없나. 근데 속마음은 정작 뭘 좀 몰라! 심지어 옆동네 가서 뭇남성 따먹고 오고, 홈경기에서는 내숭 떨며 착한 척 조신한 척! 뭐, 어쩌자는 겁니까? 네? 그러므로 결국 정답은 (예상대로) 말만 많고, 길고, 좋고. (몸짓)! 통 듣지를 않아 듣지를. 
    아무튼 과학공상 드라마처럼 Ctrl+C Ctrl+V 해서 외계인이 사람과 똑같으면 그걸 어떻게 분간하나. 못한다. 철저히 연기했을 때 또 속마음에 관한 인습이 1만년 누적됐을 때. 외부인은 그 속을 알 길이 없다만. 순진한 바보부터 평범한 민초들, 당하기 딱 좋으니까 살살 감고. 착착 말고. 알게 모르게 또 자기도 모르게 원시부족의 노예로 길들여지다 보면 나중... 그러니 누군가 BLOG만 붙잡고 늘어지는 것. 그런데 진짜 중요한 점은 대작 인터넷 게임처럼,,, 아니 것보다 훨씬 초자연적으로 그걸 다 판 짜고, 구경하며, 감상이자, 드리블에다... 나중 어떤 근거가 되리라는 점. 좌우지간, 저기 저 장면은? 믿을 수 없지만 어떻게 보고도 못 믿냐고.
    그는 일단 그들과 거리를 두어 멀찍이 떨어졌고 조용히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그 다음 경찰에 신고했다. 무슨 방범대에도 연락을 취했다. 그 외 지방지, 석간지, 주간지, 일간지, 격주지, 월간지 기자들도 몽땅 불렀다. 메이저는 물론 영세 방송사도 빠질 수 있나. 싹 다 불렀다. 당연히 모스맨 연구소 애들도 죄다 호출했다.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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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는 완성됐다. 꽤나 소란스럽고 오래도록 떠들썩하겠으나. 마침내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는 배역이 내게도 찾아오는 구나. 라는 설레발을 잠재운 체. 슬슬 커튼을 열어 서곡이 연주되어야 하는데. 그가 봤던 제삿상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는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었던 것일까? 그러든 아니든 아마도, 언젠가 밝혀지겠으나 일단 왠 똥개가 귀신들에 앞서 젯밥 맛 봐버린 꼴. 
   「그러게 내가 뭐랬어. 처음부터 왠지 이상하더라.」
   「저 냥반 뭐하는 사람이래? 그러니까 난 안간다 그랬잖아.」
   「느낌 딱 오더라. 일찍 서두를 필요 없다고 내가 했어, 안했어?」
   「난 혹시나 했지. 특종도 없는데 내가 개를 물 수는 없잖아!」
   「어이없어. 시간낭비 힘들다 힘들어.」
   「저 친구 제정신인 거 맞아? 근데 어째서 상태가 저래. 응?」
   「그래도 모르니까 A조는 여기 남고. B조는 저 사람 따라붙어. 그리고 우리는 정보 조사. 알았어?」
    ~라고 여기까지 쓰다가 그는 연습장을 찢어서 구기고 뭉쳐서 던져버렸다. 





    5

    그는 사랑을 권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걸까? 헌데 왜 본인은 연애를 열망하지 않는데. 답이야 어떻든 사랑을 완성해봤자 실패할 거라는 변명은 아마 하기도 귀찮을 것이다. 그 때문에 걔 인생은 사랑의 계절이 아닌 셈. 결국 권태에 속박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로 장담컨대 녀석은 분명 허접한 성장기를 보낸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날이면 날마다 패배주의자의 마음을 대변하지. 그래서 놀라운 영감이 어떻게 떠오르나. 말도 안됨! 하여 두리번두리번... 흔지 않은 새로움 어디 없을까, 없다. 아울러 세상이란 자고로 거칠은 법. 놀부한테 선심 쓰다가 자루까지 빼앗긴다. 어쨌든 다행이다 속 편해서. 생각이 없어. 그래서 의심이 들었다. 혹시 블로그 때문에 더 멍청해진 건 아닌지 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격언을 발명했기 때문에. 바로. 인생이란 (포장을) 벗겨보나 말거나 아름다운 것. 뭐시라고? 혹시 인생이 아니라 사랑 아니야? 알 게 뭐야. 복숭아 씨나 살구 씨나. 그런데 그게 다 욕망의 불만족을 묵과하기 때문인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소망 충족이 무엇인고 하니. 뭐였더라?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뭘 해도 재미없기 때문에. 따라서 본 게임이 임박하지 않은 것을 알았으니 차분해야 하는데. 깜짝 놀랄 만한 흥분감을 기대하지 않아도 좋은데.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나! 아마 그게 다 쓸 데 없는 상상에 기력을 과도하게 소진하였기 때문. 하여 즉위한 지위는 허당 중의 상허당. 이제 슬슬 행운이 찾아올 때가 됐는데 아무도 사랑의 노크를 하지 않음. 그래? 그러라 그래. 그러고 보니 NB도 웃음을 잃어버렸다. 어쩐지 운명적인 사랑에 관심 없더라. 때문에 내가 남이냐 라는 잔소리 들을 일 없어 퍽 다행스럽긴 한데. 별과 바람처럼 익숙한 신비함과 아름다움은 하필 막연하다는 점. 아쉽다면 아쉬울 따름. 그 때문에 애석할 듯 아닐 듯 그는 말수가 더 없어졌다. 부쩍 조용해졌다. 이래서는 명작을 고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그래서 그는 일단 아지트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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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지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잠겨있네? 하여 그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제 깨달았다면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을 테지만 뭐랄까 이미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자기는 김 빠진 맥주 같은 남자라는 걸 말이다. 사무실 도착. 
    어? 그런데 저 작은 카펫을 진짜 자기가 언제 깔았던가... 수상쩍었다. 설마 진짜로 저걸 들추면 비밀문이 있는 거 아냐? 들춰봤다.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 만진 김에 카펫을 똑바로, 사무실 구도와 평행하도록 맞췄다. 그랬더니 하필 딱 동시에 그림이 삐딱하게 수평을 잃었다. 저건 또 뭐야! 그림이 언제부터 갸우뚱 기울어있었던 거지...! 언제부터가 아니라 방금인데... 그러면서 그는 그림의 수평을 맞췄다. 그랬더니 다시 카펫이 처음 모습으로 복귀했다. 뭐야, 이 둘이 사귀나? 일부러 나보고 힌트를 주려고 이렇게 연관된 건가! 그래서 그는 스피커로 카페트를 눌렀고, 그 상태에서 그림의 수평을 맞췄다. 
    그랬더니 동그란 시계의 중심 부분 동그라미가 번쩍번쩍했고. 다음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의 직사각형이 커졌다 작아졌다 커졌다 작아졌다 그랬다. 그 다음으로 저기 저 인형의 귀걸이, 그 삼각형에서 레이저가 나갔다. 그럼 그 레이저가 도착한 방향은 어디냐? 저쪽 손거울에 반사된 다음, 빛의 도착지는 NB의 이마였다. 그 레이저를 맞고 나니 NB의 이마에 눈동자가 생겼고. 그 이마에 나타난 눈동자가 무슨 문짝처럼 딱 열리더니 그 안에서 뻐꾸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효과음을 들려주는데. 그렇게 시간은 정지됐다. 물론 NB와 도플갱어의 주관적 시간일 것이다. 그러자 NB의 머리 즉 눈썹 수평선의 끝부분을 축으로 하여, 그의 머리가 열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NB가 나왔다. 
    그 작은 nb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엄청난 해킹 작업을 했다. 그렇게 약 1시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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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nb는 열려있던 큰 NB의 머릿속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렇게 들어가면서 열려진 NB의 뚜껑을 닫았다. 그러자 다시 큰 NB는 제정신을 차렸다. 
    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때 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보니 친구들이 그를 보고 있었다. 
    에드워드, 찰리, 케빈, 더글라스, 잭, 제라드, 스티븐.  
   「연락도 없이 갑자기 웬일이니? 어디 놀러가려고? 나도... 갈까?」
    그런데 평소와 달리 녀석들은 말이 없었다. 
   「왜 말이 없어? 그런데 왜 날 그렇게 쳐다보니... 내가 더운땀을 흠뻑 흘리는 걸 꼭 보고 싶냐?」
    녀석들은 그때 각자 들고왔던 가방을 그 앞에 내려놓고 말없이 그대로 모두들 돌아갔다. 
   「야. 야 임마! 그냥 가? 이 자식들이...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까? 뭘 원하는데,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저 자식들이...」
    근데 이 가방들은 다 뭐지? 죄다 비싼 가방들인데...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디올, 베르사체......!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런 가방에 대해 녀석은 일가견이 없었다. 다만 그 가격이 비싸다 정도는 알고 있었고, 또 동전지갑이든 이따만한 가방이든 생각보다 가격은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라는 배경지식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딱 봐도 이 가방들은 특수품이자 한정판이기 때문에 아주 비싸지 않을까 라는 예측, 가능했다. 그런데 여기 뭐가 들어있는 거지? 그러면서 그는 그 가방들을 열어봤다. 안에는 모두 레고 머리가 들어있었다. 엄청 큰 레고머리! 그리고 뭐 이렇게 죄다 무거워? 당시 그의 눈에는 그게 레고 머리로 보일 수 밖에 없었나,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작은 NB한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우리가 어찌 알겠나. 일단 녀석은 그 무거운 가방들을 사무실로 옮겼다. 낑낑대며 겨우겨우! 
    사무실에 옮기고 난 다음에 쪽지를 발견했다. 이런 장난 치지 말라는 둥 다시 보지 말자는 둥! 뭐야 이거? 전화해서 통화하고 나니 알게 됐다. 누군가 녀석들한테 이 가방들을 전달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조사하고 나니 NB의 의뢰였다나 뭐래나. 뭐? 자긴 그런 의뢰를 한 적이 없는데. 그럼 또 누가 자기를 부르는 거야, 부를 꺼면 그냥 1 대 1로 대면하든가. 아니면 뭐 직접 찾아오는 거 체면이 허락치 않는다는 건가? 대체 나와 뭘 하자는 건지 그는 도무지 감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그 레고머리를 살펴보니 모두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 귀걸이의 일련번호와 몇몇 내용들을 조합하고 맞춰보니 어떤 웹사이트 주소를 암시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딱 인터넷 창을 켠 다음 주소를 입력했다. 
    www.google.com  
   아, 아니구나. 잘못 입력했네. 그는 그런데 자기가 뭘 입력하려고 했는지 까먹었다. 그럴 수 있다. 그때 큰 NB가 아니라 작은 nb. 그 녀석이 속에서 꿈틀꿈틀했다. 그러자 밖으로 나타나지 않았던 NB의 이마 눈동자가 잠시만 번쩍번쩍하더니 불빛은 사라졌다. 그렇게 NB는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했다. 
   www.thisisneverthatandthisismine.com
   그렇게 녀석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숨겨진 비화도 읽었다. 세밀한 구조도 다 파악했다. 왜 이렇게 돌고 돌아 무거운 가방들이 자기한테 전달되었는지 이제 이해했다. 그리고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건 몰랐다. 그러나 그는 왠지 모르게 멋져보여야 한다 라는 자기 암시 때문에 아는 척했을 뿐.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단지, 레고 페스티발에 제 발로 찾아오면 이 가방들을 모두 조용히 처리해드리겠다는 정도만 눈치챘을 따름. 시간이 없었다. 달리 할 일이 밀려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 레고 페스티발로 찾아갔다. 





    6

    레고 페스티발에 도착. 1시간 걸려서 왔는데... 뭐 이렇게 조용하지? 아무도 없잖아. 설마 잘못 알고 왔나... 알아봤더니 제대로 왔다. 뭐야 이거? 뭔가 헛것에 홀린 듯한 기분, 느낌 쎄해서 그는 친구들한테 전화로 물어봤다. 너네들 그 가방을 왜 나한테 주고 갔냐고! 그런데 친구들은 전부 그런 가방을 주고 간 사실이 없다네? 뭐야 이거! 그는 뭔가 아차 싶었다. 그래서 재빨리 자기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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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로 뛰어들어와보니 그 가방들은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컴퓨터는 왜 켜져 있지... 누가 왔다 갔나? 설마 아는 동생들이... 좋으면 좋다고 할 것이지. 아 글쎄 만나달라고 하면 다 만나드린다니까 그러시네. 그러니까 미리미리 친교를 위해 데이트도 하고. 드라이브도 갔다가. 응? 그런데 여긴 무슨 사이트지...
    드래곤 라자. 원작 그 이상의 감동. 
    D-Day 카운트 다운... 째깍째깍...
    일정: ......
    (링크) 사전예약 바로가기
    당신의 판타지가 이젠 내 손에서 다시 펼쳐진다... 어쩌고저쩌고........
    판타지가 이젠 뭐가 어쩌고 어째? 놀고 있네. 그는 웹사이트를 당장 껐다. 
    그렇게 그날 일과는 별일 없었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라면서 그는 퇴근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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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은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 앞에서 누가 기다리네? 누구지? 설마, 나를? 점차 점차 다가오더니 그 낯선 아저씨는 정말로 말을 걸었다. 
   「형씨 가방을 돌려주시오.」
   「네? 무슨 가방이요?」
    다음 대사는 생략한 채 낯선 아저씨는 후드모자를 벗었다. 그러더니 웬 돼지머리가....! 근데 이거 삶은 거야 쌩짜야? 특수효과를 위해 제작된 뭐 그런 건가?
   「형씨 그 가방에 중요한 게 들어있을 텐데.」
   「난 모르는 일이오.」
   「저는 아직 이승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오. 저뿐만이 아닙니다.」
   「그럼 혹시 저승의 비밀을 아십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모른다! 그럼 나도 가방의 행방을 모르오.」
   「정말 이렇게 나올 거요?」
   「당신 누가 보냈어?」
   「당신이야말로 그 능청 누가 시켰어? 어서 말 안 해?」
    그때 NB의 이마에 숨겨진 눈동자. 그건 ┼로 또 X로 막 살짝 반짝였다 사라졌는데. 
   「재수없게!」
    그러면서 그 낯선 아저씨는 조용히 사라졌다. 쟨 또 뭐야?





    7

    녀석은 오늘 미술관에 들렸다. 전시된 작품들이야 자기도 그릴 수 있다면서 거드름을 피울까 말까 하던 중. 야외 설치미술이 눈에 띄었다. 근데 모니터에서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됐다. 저게 뭐야? 눈썹 수평선의 끝부분을 축으로 누군가의 머리가 문처럼 열리고, 거기서 피규어가 나오는 모습. 
    그때 갑자기 어떤 숙녀가 아는 체를 하는데. 어디서 봤더라... 아하! 마술사의 미녀 조수구나. 
   「오빠. 저 아시죠? 난 또 누구라고! 여기서 우연히 만날 줄이야. 오빠가 은근 내 마음을 잘 아는 건가? 아니면 내가 은밀히 오빠를 미행한 걸까. 어쨌든 우리 인연, 완전 남남은 아닐 거 아녜요. 안 그래 오빠? 오빠 보고 싶었던 아가씨를 만났는데 반가운 척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왜 말이 없어! 이 오빠 너무 내성적인데. 설마 가짜로? 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요. 이게 다 오빠를 위해서. 뭐 나는 생색낼 줄 모른 줄 아시나. 허허허허허. 좌우지간 내가 원래 말수 없는 여자는 아닌데. 오빠 앞에서 내숭떨 시간도 없고. 수줍은 척 연기해서도 안되고. 상황이 딱 그렇게 되었으니. 고로 내 할 말만 딱 건네고 떠나겠수다. 아시겠소 마술쇼 관객 양반? 어허, 근데 진짜 말이 없네. 왜, 내가 매력 없어? 설마 나 사귀기 싫어서 그래? 실망이네. 난 반가운데. 솔직히 좋아. 기쁘다고. 응? 여자가 뭐 이렇게 스스럼없이 고백하기 쉬운 줄 알아! 그러지 말고 그냥 오빠 사는 집 어떻게 생겼나 가봐야 하나. 말 나온 김에 미루지 말고 당자? 일단 생각 좀 해 보고...」
    ~라면서 3박4일 쉬지 않고 떠들 것 같던 그녀. 중간에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왜냐하면 그녀는 급한 일이 있다면서 갑자기 웬 가방을 맡기면서 가버렸으니까. 근데 이 가방은 뭐지?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보테가베네타...과 다름없는 가방인데. 대체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거지? 그리고 그걸 왜 자기한테 맡긴 체 그녀는 떠나가고. NB는 당황스럽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열어볼 수도 없고... 혹시 이걸 누구한테 전달해주라는 건가? 그런데 누구한테! 그렇다고 그녀를 알긴 아니까 또 그냥 여기 놓고 갈 수도 없어서. 그래서 그는 그냥 그 가방을 들고서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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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도착. 얘를 대체 어떡하지? 설마... 안에 혹시 다이아몬드, 초호화 보석, 황금으로 치장된 레고 머리가 들어있는 거 아냐? 궁금하긴 하나 왠지 무서워서 열어볼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극장 입구에 놔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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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똑같은 가방을 든 사람들... 인파는 점점 늘어만 갔다. 게다가 그 사람들도 NB처럼 자기 밖에 없겠지 라면서 왔는데 똑같은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들을 보며 당황한 기색. 그렇다고 겉으로 흥분감을 표출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그렇듯 자연스럽게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누가 먼저 통 나서지를 않는데. 그럼 쟤네들도 죄다 나처럼 가방을 조용히 몰래 놓고 가기 위해서 온 건가? NB는 잔머리 겁나게 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떡하지? 이제 정말 어떡하지? 그냥 여기서 확 열어볼까? 그러다 사람들은 슬슬 자리를 뜨는 듯 보였다. 그래서 NB도 일단 후퇴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고, 그렇게 사무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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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 도착. 그는 컴퓨터를 켰다. 
    www.thisisneverthatandthisismine.com 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www.thisisneverthatandthisismine.com에 오타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철자가 올바르다면 Windows 네트워크 진단을 실행해 보세요.
    DNS_PROBE_FINISHED_NXDOMAIN
    어느새 그 사이트는 도메인을 차단시킨 것 같았다. 이런 젠장! 
    그래서 그는 그럭저럭 빈둥거리다가 낮잠을 잤다.





    8

    다음으로 녀석 눈썹 수평선의 끝부분을 (큰) NB 머리가 문처럼 열림. 거기서 (작은) nb가 튀어나옴. 
    ↓
    (작은) nb는 가방을 냅다 열어서, 내용물을 막 게걸스럽게 먹어버림. 가방은 내버려둠. 다는 아니고 1/5 정도 남겨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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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NB가 깨어나 열린 가방을 보며 허탈. 허망. 허무. 망연자실이라고나 할까? 모종의 환멸감도 없잖아 있었고. 깜짝 놀라서 뜬금없는 공포심에 부들부들 떨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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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며칠이 지남. 그는 평소처럼 집과 사무실만 왔다 갔다. 그리고 가방은 사무실 구석에 그대로 내비둠. 그런데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가방이 커져만 간다는 사실을 모른 체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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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보니 가방은 처음 크기보다 최소 5배는 커졌는데. 열려진 상태로 내버려뒀던 가방, 그 안에는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보임. 그는 가방 속으로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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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일단 여기까지 드라마로 만들어진 상태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모두 사실이니까. 그렇게 들어가서 어딘가 광장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인파를 만나게 됨. 저번에 가방만 들고 있던 사람들을 만났던 장면. 거기서 가방만 없는 상태. 그럼 이 사람들도 모두 NB처럼 여기까지 온 건가?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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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는 그 가운데 누군가, 유난히 자길 끌어당기는 듣한 누군가를 미행하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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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웬 레고 동네. 알고 봤더니... 이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감 안됨. 결국 동네가 아니라 레고 나라? 레고 세계! 아니 어떻게... 건물과 집들이 죄다 레고 머리 모양이라니. 그럼...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건가? 그는 섬뜩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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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플갱어 즉 (작은) nb는 언제 탈출한지도 모르게 탈출했음. 따라서 녀석 사무실에서 (작은) nb는 핸드폰으로 레고 세계에서 허둥대는 (큰) NB를 보며 좋아함. 웃김.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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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NB는 개고생을 이겨내고 복귀에 성공. 그렇게 딱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그랬더니 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하면 아무도 없었음. 그런데 갑자기 그는 누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오빠~ 가방에서 나와~!" 
    뭐,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닌데, 제대로 들은 거 같은데.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는 정말로 가방에 있었다.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처럼, 가방의 집이라는 게 있었는데. 
    놀이공원 바깥에서 통 나오지 않는 녀석을 보며 친구들이 소리쳤던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저기 바깥에 보이는 밝은 빛을 향해 그는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딱 바깥으로 나갔더니, 그곳은 놀이공원이 아니었다. 
    밝은 빛, 그건 사무실 LED 조명발이었다. 그때 갑자기 그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정말로 자기를 누가 애타게 불렀기 때문에. 
   "오빠~ 오빠도 가방으로 들어와~"
    알고 보니 소파 앞, 탁자 밑, 거기에 저번에 봤던 그 가방이 있었는데. 
    그 가방은 실제 크기. 그리고 사람이 머리부터 들어가면 딱 알맞은 크기. 그럼 깊이는? 
    그는 심연을 못 짐작할 그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자기도 모르게 그 목소리의 정체를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는 어떻게 됐을까?
    일단 (작은) nb는 녀석을 그 정도까지만 유인했고, 그 다음은 일단 드라마로 제작된 다음에! 





    9

    그가 진정 짝사랑복의 부활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좋든 싫든 꽃 들고 애원하는 숙녀가 없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퇴짜 맞을 구애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건가? 물어보나 마나 답은 뻔하다. 핑계 대회 출전 자격은 박탈된 셈이니까. 고로 사교계의 지지를 받지 못한 꼴. 그러니 잘나가는 나이트클럽 입장 역시 불허. 다만 우연찮게 그런 불합리함이 일하기엔 이익이요 놀기에게만 매정이라는 점. 당연히 퍽 동의하기 싫겠지. 그래 봤자 좋지 않은 사정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형편이 이러하니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의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갔다. 심지어 걘 초능력이 불가능한 현실을 용서해버렸다. 안 그럴 수가 없거든. 고로 자유를 박탈당한 운명에 항복한 셈. 결국 인생의 흥미는 쇠퇴했다. 뿐만 아니라 정력마저 감퇴? 말도 말자. 왜냐하면 우선 탐욕부터 싸늘하니까. 그렇다고 기회는 흔한가? 뭘로 봐도 잔기술 역시나 바닥났다. 그런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지어내겠나. 그 때문에 희곡 일감도 싹 끊겼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놀기 딱 좋은 호시절은 바로 지금인데. 좋게 봐서 그렇다는 말이고. 그럼 속사정은... 넘어가는 게 좋겠다. 아무도 관심없으니까. 아아 그처럼 그는 행복한 웰빙에서 자꾸만 멀어져가는데. 그러다 갑자기 드디여 회심의 역전타를 때릴 수 있을까? 순위쟁탈전은 커녕 복수전 기회마저 박탈당할 정도로 고인물. 그러니까 야망 없는 남자는 가난으로 징벌받는 거네. 아니라고? 아니면 아니고. 그러든 어쩌든 녀석은 도둑 못 지키는 개요, 쥐 안 잡는 고양이 신세. 그러다 뜬금없이 꿈이 생겼다? 옛날에도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그럴 리는 만무. 의심의 여지 없이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으로 완벽히 정착. 그런데 어떻게 지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미녀들 잔치에 초대받겠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겠지. 그래서 마침내 홀로 모험 여행을 떠날까 하는데. 가 봤자 별거 없다며 변심한테 져버릴 텐데. 바로 그때 친구한테 전화와서 자긴 낮에는 사교계 밤에는 화류계에서 노는데 넌 어떻게 사니? 라며 안부를 묻는 우정조차 없었다. 그 때문에 패션계 아는 동생들한테 전화를 걸어보는데 전화번호 다 바뀐지 오래. 모든 교류는 멈췄다. 친분도 다 끊겼다. 통장잔고도 없다. 오락산업한테도 배신당했다. 그러니 미소가 썩지 않을 수 있나. 이게 다 평생 병풍만 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때 이제사 뒤늦게 주인공병. 그럼 정말 지금은 누구도 진한 사랑에 열광하지 않는 시대인 걸까? 통계를 보아하니, 됐다. 한송이 꽃을 봐도 감흥은 없고, 여인의 향기마저 별 감정없는 지금. 그는 생각했다. 쥐 잡는 데는 천리마가 고양이만 못하다고. 그런데 여기서 쥐는 뭐고 고양이는 누구일까? 하다 하다 이젠 시인이 됐네. 잘한다 잘해. 살다 살다 이런 바보가 실제할 줄이야. 그럼 이제 마침내 미칠 차례만 남은 건가, 아니면 벌써 미친 건가!? 헌데 무엇에 대해! 또 전망이 어두운 미래를 굳이 꼼꼼이 예견하기조차 다 귀찮아졌을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니까. 고로 결국 그에게 남은 비책, 숨겨진 카드는 결국 그거 밖에 없었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 무조건 밖으로...! 그런데 이게 어디 NB만의 근황일까 하면 아니겠지. 자, 그럼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걸까? 놀이공원, 동물원, 미술관, 극장식 카바레, 빠...가 아니라. 언젠가 우리를 희망찬 낙원으로 보내줄, 그 어떤 궁금한 내일일 거라는 점. 부정할 수 없어 안타깝지는 않은데. 가엷은 인생이 미련한 애정을 포옹하든, 몰래한 사랑이 드라마 장르를 바꿀지는 찬찬히 지켜볼 일.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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