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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4. 7. 17. 11:58

   언젠가 어느 때부터인가 하나의 만남이 있었다. 우주의 기원이 어떻고..와는 다른 아담과 이브 이야기가 아닌 조금은 시시한 인연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겪게 되는 그런 일반성과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는 심리학적인 기제와 버클리풍 동조, 케미컬한 간섭 현상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그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왜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신비로 바뀌었는지, 언제부터 그 카오스가 오로라를 거쳐 은하수가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서 누구도 제대로 아는 사람 또한 하나 없는 드디어 아무도 그 기원을 궁금해 하지 않는 불문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불문율. 묻지마, 따지지도 마. 꼭 애들 장난 같다. 술집 이름 같다. 따라서 그것의 시작은 '나는'으로 출발한 게 아니라 사람들은, 우리는, 그녀는, 그는, 너는, 당신은, 그대여... 이런 순서로 소설을 쓸까 말까 고뇌하는 1인칭을 포함한 형태를 갖추어 갈 것이다. <그럴 것이다>는 예측은 그러다 보면 <세상은>이라는 무지개빛 환상의 언덕에 도달할 것이다는 예언을 장난 삼아 하다보면 실현될 수도 있다. 그렇게 이루어진다면 그 감당하기 버겨운 행운을 어디에 감사해야 할지 어지롭겠지만 그러므로 그 첫 만남의 성장과 분열과 변주가 어떻게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와 판타지가 되었는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하지만 이것은 미친 소설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엄살인지 절규인지 확실하지 않은, 기린도 아니고 하마도 불새도 뭣도 아닌 반인반수와 같은 이상한 형식을 띄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UFO와 같은 소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UFO, 사람들이 봤다고 하는, 어느 책과 어디 웹페이지와 방송에 그리고 (이제는 정말 유머 코드로) 어느 정부가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것은 모두 하나같이 매우 작은(째깐한) 것이다. 엄청나게(허천나게) 큰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그런 UFO를 본 사람이 있을까? 없다. 한 명도 없다. UFO! 엄지를 펴면(오므리면) 잘못본 것, 검지는 아주 작은 것, 중지? 가짜 완전 가짜, 약지는 말 그대로 확인 불가능 그리고 새끼손가락은, 언-젠-가! 머나먼 미래에는 몰라도 가까운 앞날에는 어림도 없다. 외계인이 그것도 완전 비리비리하고 어리버리한 외계인이 아니라 진짜 엄청나게 발달한 동시에 멋~진 고등 생명체가 지구에 온다면 몰라도 말이다. 그 말이 현실이 된다 해도 전자가 아닌 후자가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다. 별 허접한 걸 다 사서 고생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자, 지금 바로 시작한다.

   어느 날 S는 문득 지난 시절의 우습고도 희한한 장면을 생각하듯이 불현듯 어떤 현상의 원리에 대한 호기심이 심각한 행동장애에 대한 동기유발을 하는 것처럼,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영감의 순간이 아닌 아주 오래된 인과 과정에 의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스릴러를, 추리 및 탐정 이야기를 쓰고 싶은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제발 써주라 하는 살아있는 SF의 절규를 듣는 착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꼭 그에 걸맞는 내용이 아닐지라도 그냥 갑작스럽게, 보다 더 깊은 내면에 숨겨진 의도가 오랜동안 체감되고 키워진 그러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가는 것을 아주 가끔은 본인에게만 솔직하게 모른 체하기 미안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여기서 S는 아무런 의미 없는, 그 어디에도 쓸모 없는 그런 이니셜일 뿐이다. 그가 꼭 마담 보봐리와 같은 뭐한 작품을 쓰고 싶은 속마음을 일부러 은근하게 들키고 싶어한 것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또 그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그렇게나 깎아 내리던 하드보일드 문체 때문에 달걀 요리를 자연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달가워하는 것 또한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나는', '나는', '내가', '내가', '나 옛날에', '관심없어' 같은 녹음기 재생 현상 환경에 지독하고도 거대한 염증을 느껴왔던 데서 그 연유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왜 수컷 세상은... 왜 일반인들의 세상에 돌연변이가 끼면 안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적어도 그 마음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고 보아도 꼭 엄청난 곡해라고 누군가에게 멱살을 쥐어잡힐 만한 오판은 아니라고 짐작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S는 왜 하필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것일까? 별로 그다지 궁금한 일은 아니지만 겸허히 그의 내면을 따라가보면 왜 그가 하필 소설을 쓰고 싶어 했는지, 왜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했는지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을 즐기기로 마음 먹고 S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 진짜 시작한다. (뭐야 아직도 시작은 안 했단 말이야, 이런 삐─삐─)

   이른바 정식 소설과 고전, 포스트모던, 추리소설등 소설의 기본 법칙과 원리에 대해서는 장구한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시도가 있어왔기 때문에 더 새로운 게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지금의 글쓴이와 같은 사람이 옛날에 나온 고품격 소설을 무작정 따라하면 실패하기 쉽상이고, 커다란 문학상에 도전하여 등단할려고 한다면 몇 번쯤 죽었다 깨어나도 모자랄 것이고, 그러므로 그냥 형식 무시하고 줄거리 거의 없는, 막 써내려간 듯한 기법이 어울릴 것 같다. 뻔하지 않은 듯한 방법이지만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하루도 빼지 않고 핸드폰으로 어플리케이션 조금 보다가 책 좀 읽고, 동네 개들 구경하러 다니다가 극장과 서점에 기웃거리면서 딱 그렇게 챗바퀴 돌듯이 살기에는 삶이 무척 단조롭고 인생이 좀 슬퍼보이게 마련이다. 뭐야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매번 같은 스타일의 변변치 못한 문체로 새롭지 않은 내용의 블로그 포스트만 가끔 쓰고 사는 것도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하는 뜻이다. 물론 안 변해도 된다. 돈이 많으면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다시 읽고 직접 여행해 보고 그 작품을 리메이크해도 된다. 딱히 책으로 엮을 가치를 장담하고 보장하기는 어렵겠지만. 하지만, 하지만 S뿐만이 아니라 그 흔한 마초도 이 정도 호기심은 없다 하면 화내고―그들은 천하의 지존이니까―시도는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 번 대체로 해보고 싶어들 한다. 왜냐하면 굳이 별 헤는 밤의 분위기가 아닐지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을지라도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이런 얘기 나도 쓰겠다'와 같은 심리 기제를 사람들은 말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또는 그런 얘기를 듣거나 읽으면서 능청스레 기나 긴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의 소설 안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환경이 있고 시대가 있으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독자가 소설을 읽을 때 엄연히 독자와 소설은 (작가의 의도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구별되어야 한다. 즉 독자가 읽는 소설은 한마디로 남 얘기다. 그래서 책을 읽고 교훈을 얻드래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보면서 투덜거리거나 읽다가 끝까지 읽기에 실패하기 쉽상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영상과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소설의 형식은 독자를 주인공으로 느끼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고 또 그래야 완독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당연히 책도 많이 팔리게 될 것이다.
   옛날부터 그래왔다고? 당연히 그렇다. 단테를 읽지 않은 사람이 거의 전부지만 모르는 어른은 거의 없는 것처럼, JKR처럼. 당연히 고품격 소설이 위대하고 아름다우면서 엘레강스하다. 다시 말해 소설의 새로움의 기준은 어차피 고품격의 기준선을 넘지 못할 바에야 재미있는 듣보잡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 가정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설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전지전능한 세팅을 미리 체험해 본다면 지금과 나중의 실재 당신 삶과 인생 또한 판이하게 뒤바뀔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소설 읽기의 기준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인물이고 싶은가?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패션 모델? 소셜 네트워크 셀러브리티? 18세기의 어느 국왕이나 왕비? 삼천궁녀 가운데 한명? 그리고 또 어떤 설정으로 세팅되고 싶은가? 나이도 20살도 가능하고 30살은 물론 고추 달린 3살 애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박물관 구경 중에 숨겨진 지하 통로를 우연히 찾아 그곳을 탐사하는 이야기나 해외 정보원 생활을 하다가 어느 일반 기업체에 스카웃되어 초거물들만 상대하는 탐정도 가능하고 무궁무진하다.
   그러고 보니 정말 진짜 이 소설은 완전히 줄거리가 없다. 하지만 아직 도입부니까 괜찮다. 또 이 소설만 그런거도 아니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뭐, 뭐... 이런 책을 쉽사리 마초에게 권했다가는 시원하게 얻어 터질지도 모를 일이니 혹시 그런 마음을 품었다면 좀 더 읽고 나중에 찬찬히 재고해 보기를 권한다. 일단 S가 주인공이니 주인공의 주변 인물로 범위를 넓히는 것도 좋지만 그가 처한 상황, 즉 그의 내면 세계를 좀 더 살펴보는 것에 일단 집중하겠다. 그러니 일단 왜 그가 그렇게 소설쓰기를 고집했는지에 대해 좀 더 설명을 이어갈 것이다.
   보통 S 부류의 인간 타입은 초현실주의를 동경함과 동시에 그 정반대 세계에 위치해 있는 초월적인 은둔자, 숨어버린 거부인 탕아, 영화에나 나올 법한 머머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따른 완벽히 새로운 삶에 대한 그저 사소하고 단순한 호기심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삶이란 실제 본인이 겪게 된다면 일반인이 짐작하지 못하는 우울함을 간직한 채로 말도 안되게 생과 사가 가깝고도 요원할 테지만, 쉽게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기쁜 삶의 일면만 카피하는 기분을 맞보고 싶다면 그저 멀리 있는 휴양지로 떠나서 최고급 호텔 생활을 전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금, 바로 지금 당신의 심상에 떠오르는 그 영화, 그 소설 바로 그것이다. 그와 같은 여정을 밞게 되면 이야기 거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글이 안 써진다고 중세의 집시처럼 방랑 생활을 하는, 기존 작품을 뛰어 넘는 책을 집필하지 못하는 중견 소설가는 당연히 예외 사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너무 삼천포로 빠졌으니 다시 S의 내면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S는 소설 쓰기 자체를 행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싶은 황당한 망상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한다. '꿈과 이상의 세계를 찾아 작전을 시작해 볼까?' 마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다. 가슴이 아니라 간이 부은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떤 마법과도 같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처럼, 소설 위대한 유산처럼, 자기 통장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고, 간략한 몇가지 원인과 유의사항에 대해 카이저 소제의 심부름꾼 닮은 사람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2가지 요건인 시간과 자본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딱 떨어진 기이한 상황에 마딱드려 마냥 좋아해야 할지, 불안스레 당황해야 할지 또는 예의를 잊지 않고 정중히 거절해야 할지 스스로 본인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의심스러운 사랑의 초기 단계와 비슷한 처지에 빠지고 만 것이다. 앗, 너무 급하게 상황 설정이 해결된 것 아니냐고 하는 독자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그럴싸한 변명과 적당한 설명을 나중에 감쪽같이 시도할테니 진득하니 너그럽게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읽어주시기를 간곡히 추천한다. 게다가 한껏 착한 견적으로 가볍게 실현 가능하도록, 지금 당장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을만큼 기준선을 낮춘다면 저거 다 가능하다. 얼-마-든-지! 괜히 성실하고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어느 좋은 사람의 가슴에 가족이나 다른 인연이 바라지 않는 동기부여를 불어 넣을지도 모르지만 말이 그렇다는 뜻이다.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꿈을 실현시키는 기록의 힘 p.29
어떤가. 놀랍지 않은가? 당신도 할 수 있다. 맘껏 꿈꾸고 그 속에서 순수하게 비현실적인 자유를 만끽하라. 리처드 볼즈Richard Bolles는 “제발 현실에 눈을 떠!!”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대사라고 주장한다. 킬리만자로를 등반하라. 병원을 지어 대학에 기증하라. 오페라를 작곡하라. 고아원을 설립하라. 불치의 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라. 특허를 획득하라. TV에 출연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거창한 목표라도 괜찮다. 돈과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사실 돈과 시간이 문제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의 계획은 이랬다. 우선 어느 휴양지 섬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의 회원제 특급 호텔에서 집필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정량을 쓰고 나면 그건 반드시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일정량을 쓰고 나서 직접 썼던 내용을 자신이 어느 정도 실현한다는 것이다. 즉 직접적 과거 체험이나 이런 저런 들었던 상상했던 겪었던 이야기들을 글로만 쓰는 게 아니라, 쓰고 나서 그 내용을 자신의 행위로 구현해내고 또 그로부터 쓸 내용을 도출해내는 그래서 적으면, 적으면 이루어진다는 환상을 직접 혼자 만들어 경험하면서 기이한 어른용 환상 소설이라는 신종 판타지 장르를 시도하기도 다짐했다. 새로운 시도, 해볼만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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