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1

from 소설 2014. 7. 22. 11:22

   주인공의 블로그에 이상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그게 뭐 그리 대수겠냐마는 왜 그런고 하니 나중 그것이 그의 인생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S도 또 S에 의해 글을 쓰고 있는 J도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지 거리에서, 서점에서, 호텔에서 또한 집에서나 어디에서나 눈이 막 돌아가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원래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뭐랄까, 의도적인 전술이랄까, 그들의 인기와 품위를 그리고 인격과 인생 격조의 X스팟을 고양시키기 위한. 피노키오의 코는 참 뭔가를 연상시킨다. 일시적이 아니고 줄어들지 않는다면 큰일나겠지만.
   블로그에 어떤 글이 달렸는가는 밝힐 수 없다. 추리초설의 기법과는 관련이 없고 약간의 궁금함은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일은 모른다고 나중 고도로 치밀한 전략으로 짜여진 미끼로 던져진 말장난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아무튼 그 블로그에 씌여진 대강의 짧은 뜻은 그와 같은 포스팅을 꾸준하게 지속하고 점진적으로 그 수준을 올려달라는 주문과도 같았다. 그러니까 J는 그냥 하던 데로, 살던 데로 지내면 되는 것이다. 뭔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차피 J는 억만금 원고료 환상문학상 같은 거창한 덕목을 바라지도 않고, 도전할 깜냥도 안되고, 솔직히 그 스타일의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로 보는 것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이다. 강한 남성들은 그 반대일까? 고품격 소설 대신에 (쉬는 날 TV로 시작해서 TV로 끝나는 하루 가운데) 강연, 뉴스, 토론, 스포츠를 보고, iPad로 읽는 이야기도 환상, 추리, 스릴러, SF를 선호하는 것인가. 환상, 추리, 스릴러, SF 소설도 좋은데 그것에 빠지지 못하는 사람은 뭔가 두뇌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드보일드와 (값비싼 우황청심원, 녹차, 세계 항산화 10대 음식이 성장제로 쓰여진 재료만으로 만든) 수제 햄버거 문체, 극동 스타일 문장(장소 기준이 안 밝혀졌으니 어느 동쪽을 가르키는지 모호하지만)들이 대부분 훌륭한 환상, 추리, 스릴러, SF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건 킨제이 보고서나 다른 무슨 보고서에서 이미 밝혀낸 내용일 것이다.

   TV는 스타게이저풍 주인이 잠드는 순간에도, 주인이 꿈나라에 가있는 시간에도 쉴 수 없다. 불쌍하다. 초갑부와 빈자가 오랜 세월 우정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게 존재한다. 그 드문 사례 가운데 빈자가 초갑부에게 맞추는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결혼식 날 당일에도 신랑은 평소와 다름없이 눈이 돌아간다. 연로하신 할아버지도 강하다. 남성은 평생 강한 남자다. 험담은 그칠 날이 없다. 알겠다. 닥치겠다.

   어느 소설들에 보면 시와 소설의, 시인과 소설가의 비교가 드문드문 나온다. 멋진 설명을 인용하기는 너무 기니까 짧은 문장만 이용하자면 어느 여고생 배역의 대사가 있다. 그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으나 영화로 만들어져서 그것만 보았다. 그 대사는 이것이다. '시가 소설보다 높은 거야?' 소설가들이 방대한 양의 글을 써야 하니까 책을 덜 읽는 것일까? 양으로만 봐도 소설가들이 고된 업무에 시달린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치만 소설가들이 책을 덜 읽기는 뭘 덜 읽겠나. 그냥 요리 환경과 요리사들 스타일, 요리 재료등 식재료를 비롯한 나머지가, 사람이,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지. 고급 레스토랑 손님의 까탈스러운 취향, 검소하고 낙천적인 소비자의 기호와 게다가 장소, 기분, 상황들 하며 세상에는 왠 변수가 그렇게나 가난하면서도 많단 말인가, 나 원 참. 은유란 무엇인가? 시원하게 설명하는 사람조차, 어른조차 별로 없다. 옆사람 눈치보는 게 당연하다.
   J의 혼잣말, 남이 알고 있을지라도 본인이 새로 알게 되는, 새롭게 깨닫는 것을, 궁금한 것을 주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공상을 하였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어차피 전 유럽 서점가의 판을 새로 짜는 조명을 받는 건 불가능하고, '왠지 모르게 이건 꼭 써야만 할꺼 같다'하는 그 감정을 순도 높은 초티타늄 핀셋으로 잘 잡어서 그것에 '왜 그런 것인가?'라는 마술의 조명을 Film Riot의 기교를 본따 흉내내어 비춰보면서 그려볼려고 하는 그 행위가 거의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닐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J는 대단치 않은 자신의 창작 능력이 고갈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잠을 충분히 자서 모공수축과 피로 회복을 하고, 반나절이면 충분한 깜작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바다를 본다는, 바다를 보면서 캔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는 낭만도 있지만 그곳까지 가는 기차에서만 즐길 수 있는 행위예술을 오랜 만에 시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퍼포먼스의 자세한 내막을 공개하기는 차마 껄끄럽다. 그가 진짜 기차 여행을 다녀왔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단락을 넘겨야 하니까, 그날 J는 자기 전에 YouTube에서 동영상을 보고 잤다. 검색창에 쓴 글씨는 이랬다. dog vib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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