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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8. 1. 3. 16:53

   일기. 1월 3일.
   친함을 전제로, 나는 부러우면 부럽다고 한다. 좋으면 좋다고 한다. 하긴 안 친해도 딸랑딸랑 굽실굽실 가능함. 남자 대 남자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신부들러리는 일도 아님. 신부들러리는 신부들러리고 백댄서는 백댄서니까. 하긴 안 친해도 딸랑딸랑 굽실굽실 가능함. 뭔가를 하고 싶으면 적어도 하기 싫다고는 하지 않는다. 최소한 묻어 가거나 적어도 나중 가망성을 타진한다. 어떤 승부에서 졌으면 져서 기분 나쁘다 어쩐다 재수 없다, 라고 말한다. 즉 말로 푼다. 또 핑계를 댄다. 그외 뭘로 그 꿀꿀한 심정을 달래는가는 남과 크게 다르지 않음. 스스로 많은 단점을 밝힐 용의가 얼마든지 있는 걸로 따지자면 친구 중에서, 난 단연 최상급. 날 따라올자 누구인가! 듣고 보니 재수 없네. 어쨌든 그 말은 곧 허영심 지수는 높을지 몰라도 허세는 그다지...! 물론 거짓말도 포함됐을 수도 있으나 몇몇 구체적 상황을 제외하면 많지 않을 듯함.
   이제부터 이 글의 목적인 <직간접 승부에서 졌을 때 유독 표정이 심하게 망가지는 경우는 대체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추론해 보겠음. 승부랄 것도 없는데 왜 스스로 승부 구도로 이끄는지 차근차근 알아 보겠음. 굳이 대결 구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인상적인 표정, 차마 해석이 불가했던 심한 무례함은 포함함. 내가 진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싫어도 진 건 진 거니까 나는 푼다. 한마디로, 싫지만 인정! 최소 표정 관리를 하거나 립서비스에 인색하지 않을려고 노력함. 때문에 내가 진 경우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으니까 통계에서 제외. 따라서 다음 도표는 순수하게 내가 이긴 승부임과 동시에 상대가 승복을 극렬히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함.

날짜    주제    관계    승부 구도     판정 결과       심판                  판정 승복     부러움     태도     허세
                             간접/직접     공인/비공인   
                                                                  누나들(동네형)
                                                                  누나들(친구)
                                                                  바텐더
                                                                  바텐더
                                                                  친구3의 여자친구
                                                                  친구3
                                                                  패자 본인
                                                                  패자 본인 여자친구

   주제만 밝히자면 이와 같음:

  •  여자 (내 여자. 여자 가슴. 여자 얼굴)
  •  여자 (제2 제3의 여자. 여자들 공인. 여자들 평판. 여자의 선택)
  •  여자 (여자 경험)
  •  운동 종목
  •  우정

   비율:
   친했을 때 영 반갑지 않은 바로 그 표정을 저절로 반복하여 선보여주신 남자는 대충 20%쯤? 다만 기준선을 낮추면 비율은 폭등. 그건 곧 시골 출신에 빈곤하거나 그게 어떤 결격 사유가 절대 아니란 말씀. 미운 오리 새끼, 검은 백조, 황금알을 낱는 거위, 지붕 위로 올라간 촌닭,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실제로 있을 테니까.
   원인:

  1. (승부욕─>강박 관념) 나는 지면 안된다.
  2. (승부욕─>열등감) 나는 친구보다 뛰어나거나 최소한 한끗발 앞선다. 그런데 진다? 대전제의 반박은 모순이 아니라 유린임.
  3. (선망─>억압) 나는 부러워해서는 안된다.
  4. (선망─>질투) 나는 뭔가가 절대 부럽지 않다? 뭔가가 밉다?
  5. (선망─>허세) 나는 부러워하는 감정 자체가 없다. 나는 부러워한 적 없다. 나는 부러워하지 않는다.
  6. (선망─>굴욕) 부러운 건 지는 거다. 이미 졌는데 또 져? 아 나 저런 세상에나, 맙소사!
  7. (경쟁심─>울분) 나는 다른 누구는 몰라도 쟤한테 지는 것 만큼은 완전 싫어. 또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쟤보다는 무조건 위다.
  8. (애정─>체념) 내가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오빠랑 연인 사이로 오해 받는 건 싫어. (스스로 옆자리 착석했음) 말할 듯 말 듯 올 뻔 말 뻔, 등급을 올렸다 내렸다 내렸다 올렸다 단념도 오래 걸렸는데, 뭐?
  9. (정직─>회피) 그 게임은 말로 풀기 싫다. 졌는데 뭔 말이 필요하나. 진 건 진 거다. 난 변명 같은 거 싫다. 도박사는 승부로 말한다. 난 한다면 한다. 다 그런 건 아닌데 단, 내게 유리할 때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싫다. 그래서 자릴 뜨든가 아님 딴청.

   요점:
   1~9번에 해당하는 빈도는 표정 및 태도와 정비례. 가령, 한두 개만 해당하면 애교. 1~9번 가운데 몇 개 이상 또는 거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 아 정말 그건 부탁입니다! 너무너무 미안하니까요. 오오 제발! 상감마마,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그 뜻이 아닌가... 황송하옵나이다? 그냥 그걸로 하자. 전하, 성은이 만극하옵나이다!
   분석:
   원시적 감정! 비교 당하는 건 싫지만 비교 우위는 점하고 싶기 때문. 비교의 문을 열어놓든가 과도한(비정상적?) 호승심을 내려놓든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데 둘 다 싫다임. 명백한 모순! 비교. 정확히 말하자면 비교가 싫은 게 아니다. 남자친구는 비교하면 - 남편들은 비교 당하면 싫어하더라, 그래서 단순히 남자는 비교를 싫어한다?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비교는 본능과 똑같다. 먹고 입고 잠자고 놀고 쉬고 사랑하고. 때문에 비교가 싫다는 말은 그 모두가 다 싫다는 말이다. 그럴 리가 있나! 내게는 슈퍼카와 장밋빛 인생이 어울리는데 지금 내게 주어진 무엇은 보아 하니 어떻다, 일단 먼저 스스로 비교한다. 본능이니까. 비교가 싫다는 말은 장밋빛 인생이고 싶다 그런데 여의치 않다 라는 뜻이다. 불편한 빈정거림과 비꼼이 과도하면 퍽이나 좋아하지 않으면서 어른들은 참 이상하게도 스스로 간접화법의 달인이다. 자기 편할 때는 빈정거린다. 내가 유리할 때는 상황을 비꼰다. 말을 돌린다. 남의 마음을 떠본다. 툭툭 건든다. 눈치 살피고 뻔트를 댄다. 빈말이 생활화 됐다. 비교가 싫다, 그 역시 정확히 의역해서 들어야 한다. 직역해서는 절대 안된단 말이다. 곧 비교해서 내가 위면 좋고, 비교해서 내가 밑이면 <비교가 싫다>라고 한다. 완벽한 이분법이다. 완벽한 네안데르탈인이다. 고로 내가 위인 비교만 하라는 거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내가 밑인 비교의 비율이 55, 60, 65, 70 뭐 괜찮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펌프는 쉬지 않는다. 75, 80, 85, 90... 허세를 이끌어내도록 점점 조장하면 그 남자는 뚜껑 열린다. 제대로 열린다. 폭발한다. 광분한다. 미친다. 챙피한 줄도 모른다. 보이는 게 없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래서 비교가 싫은 거지, 그냥 단순히 하는 말로 남자는 비교를 싫어한다? 노노노! 완전 좋아한다. 단, 내가 위일 때만! 습관적으로 지는 비교를 주로 하고서는 남자는 비교를 싫어한다? 누구는 어쩌네 저쩌네 지는 비교만 하니까 남자들이 싫어하지 이기는 비교와 비율을 맞춰보자. 이기는 비교만 해 보시라, 남자가 어떻게 되는지 좀 보게. 남자는 바보가 아니다. 쥐락펴락하는 융통성 없이 낭군님께 지는 비교만 계속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남편 뚜껑 열리는 건 시간 문제다! 그래프 딱 나온다. 인지 체계의 기본은 이렇다. 남자는 허세 여자는 허영심이 대표적 감성이듯이 남녀의 구분은 선명하게 나뉜다. 남자는 <자랑─비교─왼쪽에 꽃 오른쪽에 과일> 여자는 <선망─질투─거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드물게 미녀와 야수(그녀는 무언의 호평을 일평생 듣게 될 수 밖에 없다. 자세한 뚜껑론은 다음 칼럼에서!). 바에서 명-바텐더와 독대하는 일은 남자만의 취미가 아니다. 여자 손님도 있다. 바텐더는 친구끼리 들른 남자들의 자랑과 비교와 업적에 대해서 조율하는 역할을 맞는 진행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드물게 몰표를 받는 손님도 있다. 지목을 자주 받는 손님도 있다. 으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손님이 여자다? 여자 손님은 명-바텐더에게 내가 최고라고 하지 않는다. 친구들 중에 날 1등으로 손꼽아주지 않았다고 해서 서운해 하지도 않는다. 충분히 위로 받지 못했다고 해서, 면담이 술값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는단 말이다. 명-바텐더는 안다. 그분은 잘 아신다. 똑같이 띄워주더라도 남자 손님은 약력과 성적과 영웅담이 다 떨어지면 그때 솔직하고 속 깊은 얘기를 시작한다는 것을. 곧 남자는 몸 푸느라 힘을 다 써버려서 정작 본 게임에 들어가면 시들시들 맥을 못 출 수도 있다. 이 시대 최고였다가 한물간 코메디언이 괜히 집에 들어오면 병 걸린 닭 마냥 시들시들 비리비리 집 안 어딘가 구석에 쬐그맣게 마련된 나만의 공간으로 피신하는 게 아님. 뒤늦게 애매한 풍년을 맞이한 개그맨처럼 때로는 다크서클이 트레이드마크인 경우도 있음. 어쨌든 그런데 여자 손님은 그 반대다. 먼저 자기가 망가진 얘기와 슬픈 사연들을 길다랗게 꺼내 놓은 다음에, 바로 그때부터 사랑의 대화든 꿈의 이야기든 뭘 하든 하는 것이다. 강한 척 센 척 잘난 척 허세-지수 50점 미만도 다 방법이 있는데, 그런데 여자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고 먼저 나를 낮춰서 말을 섞는-식이다. 이처럼 바텐더와 손님이 친해지는 방식에서부터 남녀가 다르다. 그처럼 남자와 여자는 정반대다. 그렇듯 질투가 허영심의 근간을 이루듯 남자에게 허세의 배후는 단연 비교다. 심리학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비교는 원래 남자의 것이다. 비교 = 남자, 남자 = 비교! 남자는 비교를 싫어한다는 그녀들의 이상한 수다 때문에 오도된 진실이지만 이제는 알 건 알아야 한다. 남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바로 비교라는 것!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럴 때도 됐다. 도대체 얼마나 숙녀들이 남자들한테 지는 비교를 일삼았으면 표어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의 뇌에 각인이 되어버렸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남자친구는 들들 볶이고, 남편은 달달 털리며, 더이상 털릴 찬미와 들썩거릴 선물 공세와 팔랑팔랑 아부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고, 커피포트는 날이면 날마다 부글부글 쉬는 날이 없었던 것이다. 연애할 때만 해도 언제는 멋지다느니 오빠가 최고라는 둥 진공청소기 대우 일색이던만, 어느 때부턴가 시나브로 커피포트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눈길 받기도 힘든 짐짝과 도저히 구분이 안될 지경이다. 심지어 옆집의 엇비슷한 커피포트도 아니고, 누구의 누구의 누가 입수한 신제품 커피포트한테도 밀리고 밀려서 구박 받는다. 완전 구제 불능인 거지. 정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세뇌시켰으면 어설픈 표어는 공식적인 법칙이 되어버렸다. 남자는 비교를 싫어한다 남자는 비교를 싫어한다! 뭐, 남자는 비교를 싫어한다고? 그 얼마나 지는 비교, 오직 지는 비교만 반복했으면 그러할까? 대체 얼마나! (설레설레) 아 말도 말어 말도 마. 그분들의 푸념이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환청이 아니라 진짜로 들린다. 아조 귀가 따갑다 못해 귀에서 피가 난다 피가 나. 그 설움 그 울분 그 시련... (설레설레)! 안 그렇소? 내 말이 틀렸소? 이 시대의 남성들이여! 안되겠소. 우리 모두 들고 일어섭시다 이게 뭡니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그분들 뒤에서 딸랑딸랑 앞에서 반짝반짝 옆에서 새콤달콤 아침-점심-저녁 뿌잉뿌잉, 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여자의 마음에만 맞춰서 이 세상을 살아야 합니까? 정말 언제까지 그녀들의 장단에 놀아나야 하느냐구요. 소년이여 야망을 가지라더니 숙녀에게 평생 봉사하기 위해 야망을 가지란 말 아니냔 말이오. 아니 그렇소? 아 이 양반아 대답 좀 해 보소, 틀립니까 맞습니까? 네? 얌전한 고양이처럼 침묵하지 말고, 주인 어른한테 혼쭐나는 강아지마냥 끔뻑끔벅 말똥말똥 눈만 깜박거리지도 말며, 머저리처럼 눈치없이 딴청 피우지 마쇼! 댁이 무슨 바보유? 댁이 대체 뭘 잘못했다고 그러슈! 안 그렇소? 거 마 아따 선상님 공이 시방 우리헌티 넘어왔단 말이오 공이~, 아 글쎄 물 들어왔으니 노를 저어야 할 꺼 아닙니까! 떽!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어? 아 참말로 대답 좀 해 보소, 틀립니까 맞습니까? 네? 옳소? 여자들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숙녀는 반성하라 반성하라! 자, 우리 모두 행진합시다 우리 모두 들고 일어섭니다~? 워 ─ 워 ─ 워! 옆길로 빠지지 말고 철든 우리가 그녀들을 이해합시다. 그럼요. 대인배처럼 마음이 넓은 우리가 아니면 대관절 어느 누가 그녀들을 이해하겠습니까. 하오나 옷을 입다 말면, 밥을 먹다 말면, 사랑을 하다 말면 매우 난처한 법이니까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승부욕─선망─경쟁심─애정─솔직>이냐, <강박 관념─열등감─억압─질투─허세─굴욕─울분─체념─회피>냐!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결코 소홀하지 않음. 사람은 누구나 사색가 취향과 모험가 구미를 겸비한다. 은근함을 좋아하는 숙녀일지라도 직설법을 좋아할 때가 있고, 상남자가 섬세함과 부드러움이란 무엇인가을 터득하면서 여자를 알아 가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분은 돈독한 관계보다는 뚜렷한 목적이 먼저다.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할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어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곧 저 전자와 후자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공통된 감정일 뿐이다. 다만 기울기는 다를 뿐. 전자는 선 후자는 악, 꼭 그렇지도 않다. 둘 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일 따름. 당신이 비교적 전자형 인간일 때 심한 정도의 후자형 인간을 이해하는 아주 드문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다. 가면을 쓰는 것! 쉬운 일은 아니다. 비정상적이랄지 영화에 나오는 신기술이랄지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체험했다고 치자. 그럼 알게 된다. 그러면 이해하게 된다. 아아 후자의 삶은 바로 이런 기분이라는 걸. 물론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인생은 찬밥이라는 걸.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누구를 만나나, 제발로 굴러 들어오는 호박은 매번 날 비켜가고 항상 날 피해가네? 선천적인 성정이 음울하고, 잔지식파에 비사교적이며, 호사는 멀리 있고, 지성은 싫고, 기호로는 완벽하게 BWV가 아닌 BMW이며, 쾨헬번호는 짜증나고, 빈수레가 요란하다 또는 과묵한 어떤 댓글식 말주변이 특징이다, 그리고 아마도 후자쪽에 약간은 가깝다? 어떻게 보면 슬프고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 않다. 그래 대변인이 되어 말하자면 그것이다. 나는 부럽지 않다(태도), 나는 부러워한 적 없다(과거 시제), 나는 부러워하지 않는다(일반론),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됐든 무엇이든 누구든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다(미래 시제), 또 나는 왠지 몰라도 쟤라는 존재가 꼴사납다─좋게 볼래야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다─아주 싫다─극혐이다─완전 밉다─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얄밉다─무조건 꼴보기 싫다(감사합니다!), 그것이다. 오, 땡큐! 트러블 메이커 배부르겠네. 혹시 부러움이 죄일까? 죄는 아닐 것이다. 아닐 것이다가 아니라 딱 아니다. 부러움은 죄가 아니다. 그런데 왜? 나도 모르겠다. 천부적인 성격과 후천적인 환경등 몇몇 요소가 결합했을 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고 단지 추측만 할 뿐. 그처럼 향긋한 들장미도 은은한 안개꽃도 새빨간 상업용 장미조차 모두 내 것이 아니다. 다 남의 것이다. 부럽지만 부럽지 않다. 제 표정 보이시죠? 그거다. 너무 미안하다. 사람 죄송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셨군요-다. 아아 그래서 그 눈빛은 그 눈빛이었고, 오오 그래서 말이 잘 섞이지 않는 것이로군 라고 깨닫게 된다. 아주 드물고 어려운 계기로 인해 행운처럼 몸소 체험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뭔가를 느끼게 된다. 예술가에게는 좋은 경험이다. 보통 사람에겐 꺼림칙하고 나쁜 체험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한 전자와 완전한 후자는 없다. 그래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일도 감수해야 하는 게 인간의 삶이다. 그러므로 유행가의 영원한 최고 주제는 단연코 사랑이고, 호의는 고맙지만 어려운 우정도 있는 법이다. 심지어 집요한 우정에 냉정히 선을 긋지 못하면 누군가는 마이크 타이슨이 될 수도 있고, 짧게나마 현실에서 느와르 영화도 찍어야 한다. 마음 약해서 이상향과 전혀 판이한 형색의 끈질진 구애에 넘어가면 나중 그 회한의 대가는 적지 않을 수도 있다. 돌아온 싱글은 몰라도 돌아온 숙녀를 유독 술집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언제나 대기중이다. 어디든 달려온다. 대학생부터 마담까지, 완전 많다. 그분들 얘기를 들으면 아아, 여자가 달리 보인다. 오오 여자는─여자도?─이런 생각을 하는 구나, 라고 알게 된다. 깨닫게 된다. 옮길 수도 없다. 한두 명이 아니네 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다정하든 차갑든 귀엽든 냉정하든 다 똑같네, 라고 말해서도 안된다. 지가 뭘 알겠시유? 속으로만 알아야 한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사람일 뿐. 그분들도 전에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었을 텐데, 꿈도 있고 동경심을 키우고 낭만적 선망을 상상하다 숨겼을 텐데. 어느새 운명은 친절보다는 냉혹함으로 다가왔다니! 갈 데가 없는지 자본 논리 때문인지 나이트클럽과 공생 관계인지 몰라도 그 어떤 뭔가를 많이 봤으니까 하는 얘기다. 어른들만 아는 얘기. 품위 유지비를 위해서 품위를 버려야 한다니, 어머나! 그러든 어쩌든 트러블 메이커는 존재함. (특정 주제, 특정 상황, 특정 상대에 따라서) 자존감 미숙 자존심 미성숙. 몸은 어른 마음은 어린애. 내 표정이 험하게 망가지는 게 지금 중요해? 라고 생각하고자시고 그럴 겨를 없음. 지성, 환경, 인생, 취향, 습관, 매력, 풍모, 재능, 인성, 형편, 신분등이 멋진 남자보다는 그렇지 않은 남자가 해당 사항이... 많고 잦음! 오오 그 놀라운 상관관계라니.
   결론:
   답은 져주는 것 밖에 없음. 또는 거리 유지. 즉 떴으면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피하는 게 상책. 뭐 진짜 그렇다고? 아아 결과 참 시시하다! 그러나 처음 추측했던 묵시적 가설에 대한 명확한 결과는 대만족. 궁금증 말끔히 해소. 결국 피자배달원 경험론과 대동소이함! 가난이 죄도 아니고 빈곤이 불행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송사리 때 어둡다면 부자 개구리가 되어 봐야 똑같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따라서 평범할 때 밝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가, 나만의 어두운 습성과 약점에 대한 제어 그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가, 관건은 그것이다. 냉소, 잔지식, 자발, 가벼운 입에 대해 누가 명함도 내밀지 못하냐, 그런 고슴도치나 촉새나 하이에나가 아니라. 차라리 예술가라면 얇은 귀가 나을 수도 있고. 그래서 무슨 몇 번째 손님, 어디의 얼굴, 머머하기 대사는 대개 준엄한 사전 조율이 선행되고, 어떤 경우 여행가이드도 99퍼센트 여자가 선호되기도 함. 그런데 여자의 경우도 아무 남자한테나 그런 경우 있음. 그건 단순히 몸일 수도, 마음일 수도, 애교일 수도 있음. 관습적으로 1.5범위까지만 살갑고 귀엽게 굴어야 불문율에 합당한 건데, 남자라면, 남자만 있다 하면 3범위 4범위까지 공평하게 나대는 여자는 누구일까, 주변에서 알아맞춰 봅시다. 혹시 있을려나!
   참고:
   그럼 난 그런 적이 없는가? 졌기 때문에 포커페이스를 실패한 적. 아니다. 있다. 일단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4학년 때(이때부터 우리 집 전화번호가 8264였다. 도시로 이사 와서 그때 쯤부터. 그 번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몇 명일 텐데 이왕이면 9909나 7777등도 있을 텐데, 뭐 아무튼 난 무소속이니까). 그게 다일까? 아니다. 중3. 무의식이 기억을 봉인하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잘 생각해 보면 아주 많을 듯. 결제 취소한 다음 환불금을 더 받았거나, 식료품점에서 잔돈을 과하게 받았을 때, 잘 찾아보면 아마도 있다. 그럴 것이다. 게다가 저 원인을 따져보면 꽤 나오겠군. 그것 말고도 그럼 여러 사례가 정말 수두룩... 쉿! 이어서 타인의 경우를 추가하자면 서열, 나는 취미 장비를 처분하는데 친구는 그걸 왜 파냐(팔고 싶으니까 파는 거지, 영원히 팔아서는 안되는 건가?), 나는 어떤 사은품을 받자마자 버릴려는데 친구는 그걸 왜 버리냐 이상한 놈이네 어쩌네, 나이트클럽에서 계산 후 나올려는데 계산하셨냐는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소극등 많긴 많겠다. 사소한 오해에 대해서 발끈하는 사례가. 이성으로 원활히 제어할 수 있는 감정1범주를 넘어서는 2, 3, 4...가 있을 테고. 우정과 관련된 또 다른 예로는 이런 게 있음.

  1. 누구와는 내가 너보다 더 친해.
  2. 넌 나의 제일 친한 친구는 아니야. 넌 넘버2. 넘버1은 누구.
  3. 넌 내 왼팔 누구는 내 오른팔
  4. 우정을 받아주지 않았을 때
  5. 단짝을 뺐겼을 때

   E.단짝을 뺐겼을 때에 대한 부언 설명:
   이게 알고 보면 가관임. <3인칭 전지적 시점이 아니라 양쪽 말을 다 들어 봐야 함. 단짝을 뺐긴 사람 관점에서 설명이 필요함> 자, 혹시 모르니까 만약 궁금하시다면 쌀짝 귀 기울여 주시겠습니까? 원래는 짝수였음. 단짝과 나. 그렇게 둘. 그러다 새 친구 등장. 두둥~! 얘가 그런대로 괜찮음. 어라, 쓸만한데? 약간만 재밌네? 1.5! 그래서 이제부터 내게 친한 친구는 두 명. B급은 다다익선이니까 내가 원래 한 인기 하니까 놔두고, A급에서는 그렇게 둘. 그래서 의미 부여. 그 다음 서열 정리. 빽넘버1은 내 단짝, 빽넘버2는 새 친구, 나는 무순위. 총 3인방. 그렇게 나는 우정1과 우정2를 여자를 양쪽에 꿰차듯이 양쪽에 꿰참. 비유는 좀 그렇지만 예비 타이어는 나쁜 게 아니니까. 우린 진짜 로망은 바로 국가대표 상비군이란 진실을 잘 아니까 말이다. 내 진짜 꿈은 그것임. 본첩은 마누라요 애첩과 궁녀를 공평하게 두루두루 총애한다? 흐흐흐흐흐흐흐! 으잉 뭐시여? 노노노노노노노! 농담. 어쨌든 등번호 1은 단짝, 등번호 2는 허접한 대타. 그런데 어느 날 알고 봤더니 아 글쎄, 그 둘이 새로운 단짝 관계? 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함! 홀수는 왠지 불안불안하다 했는데, 그래도 설마 설마...했는데 진짜로? 세상에 이런 일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봄. 난 개, 찌질이는 닭, 내 원래 단짝은... 도대체 얘는 뭐야 정체가? 닭이야 개야? 하나만 해 하나만! 닭개 개양 양말 말곰 곰새 개새 용말 이런 거 말고. 그러니까, 결국 내가 1과 2를 양쪽에 꿰찬 게 아니라 그 머저리 등신이 내 단짝과 날 꿰찼다? 심지어 난 넘버2? 이왕 쥐었다 펴지고, 들려졌다 놔지며, 밀려졌다 당겨질 거면 당연히 내가 1번이어야 옳은 건데! 종국엔 나는 셋 중에 세 번째, 넘버 쓰리, 뭐 삼류? 이런 개 풀 뜯어 먹는 일 같으니라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만. 말 다한 거네. 갈 데까지 갔어. 더군다나 따지고 보면 난 꿇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지는 건 수두룩하다. 완전 많다. 우리들 청춘 시트콤에서 숙녀들도 다 그쪽으로 쏠렸다. 일방적으로 넘어갔다. 더 나아가 내가 찝쩍거렸던 미모의 숙녀도 그 얼간이 같은 놈이 좋단다. 뭐 지적이라나 뭐라나? 허접한 그놈이나 나나 다 거기서 거기지 무슨. 나도 나다. 입버릇처럼 그랬다. 그럼 부러워하지 말든가, 난 부럽지 않아, 난 부러워한 적 없어, 막 그러면서. 나도 깐족에는 일가견이 있으니까. 의욕에 비해 실력은 형편없지만 말이다. 인터넷에서 연예인 누구 봤는데 별로더라 어쩌더라 댓글 다는 사람? 나다!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한때 반짝했던 잊혀진 골잡이와 실제로 게임을 뛰면서 막 부딪혀보면서, 에이 별거 아니네 야 야 제껴 제껴, 라고 말하는 사람? 나다! 알고 보면 제일 못나고, 제일 재수없고, 제일 재미없고, 제일 꼴불견인 사람은 바로 나다. 나도 안다. 맞다. 나는 평판도 별로다. 인기도 없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나를 아끼고 좋아하냐? 아니다. 녀석이다. 뭘 좀 아는 남자라나 뭐라나. 그럼 난 뭘 모르는 남자인가? 하여튼 뭐든 마음에 안들어. 바텐더는 또 뭐고. 계산 뻔히 누가 하는지 보이지도 않나? 나는 성격이 좋지 않다. 하지만 녀석은 성격 좋단 소리를 곧잘 듣는다. 난 여간해선 부럽단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녀석은 툭하면 부럽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따라해 봤다. 녀석 집과 회사에 쫓아가서 난 너의 어떤 점이 부럽다 라고 까지 해 봤다. 결과는? 우정을 받아주지 않더라. 그러다 빼았긴 단짝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렇게 될 때까지 나는 슬리퍼 찍찍 끌고 어디든 갔다. 일명 추적. 울적해서 놓친 적도 많고 귀찮아서 불러도 안 간 적도 많다. 짜증나는 문자메시지는 보내줬다. 둘이서 어쩌고저쩌고 잘 해 보라고. 또 둘이서 무슨 동호회던가 활동할 때 거긴 차마 못 따라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내 원래 단짝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뭣땜시, 단물이 빠졌을까? 몰라 모른다구 관심 없어. 내가 그냥 점퍼라면 녀석은 양면 점퍼다. 거꾸로 입든 그냥 입든 다 된다. 그게 대체 뭐냐고! 이런 젠장. 나는 또 작전을 바꿔서 수시로 그랬다. 내가 너보다 더 어쩐다 라고. 내가 너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른다, 내가 너보다 더 춤을 잘춘다 라고 했다. 그래서 결과는? 나만 속좁은 놈이 됐다. 참고로 나는 가슴 큰 여자에 대해서 컴플렉스가 있다. 심하다. 그런데 녀석은 친구3과 풍만한 여자와 만났고, 나중 친구3과 그 여자 얘기를 했다. 왕가슴이라나 뭐라나. 역대 최고니 뭐니. 재밌고 즐겁고 부럽고 웃기고 막 분위기 좋네 글쎄? 그런데 난 뭐야, 녀석과 잠깐 알던 여자와 같이 만났는데, 난 완전 내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확실하게 참패했다. 왜냐, 그 여자가 가슴이 컸거든! 나 혼자 승부 구도를 만든 거였다. 살면서 그런 표정을 보여주는 기회, 볼 수 있는 기회, 거의 없다! 그건 당사자든 관찰자든 굉장히 드문 기회다. 녀석과 나의 차이에 대해서 최대한 쉽고, 최고로 짧고, 최적의 상황으로 설명하자면 바로 이 상황이다. 녀석에게는 우정이 사랑과 또 다른 멋진 무엇일지 몰라도, 나에게 우정은 곧 승부이자 서열이라는 것! 나 : 단짝 : 녀석의 순위는 1 대 1.2 대 1.5라는 점은 부동하고 불변한 진실이거든. 물론 내 기준이지만, 주장이 아니라 엄숙한 사실. 그냥, 섭리! 때문에 난 그 상황에서 눈이 뒤집히는 거라고. 반대로 녀석은 완전 똑같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웃고, 떠들고, 신나고, 재밌고, 좋아하며, 막 즐겁고 그게 뭐야? 왜 반응이 정반대인지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가. 뭐 지는 아마데우스 나는 살리에리? 지는 은근 허당, 나는 뭐 깨방정에 응큼한 이기주의자? 이런 젠장! 완전 똑같은 장면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하긴 난 그동안 정말 이상하고 최고로 황당한 여자들만 골라서 녀석한테 보여줬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녀석은...! 사람이 인생을 사는 동안 그런 표정과 그런 반응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나도 세상을 알고 내가 내 단짝한테 스스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고 뻐길 정도의 경험은 해 봤으니, 무엇보다 내가 저 상황의 주인공이었으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미쳤어 미쳤어 어머머 미쳤나 봐 어떡해 어떡해, 주제가 무엇이든, 장르는 애매해도 흥행작은 아닐지언정 나는 주인공감이었으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장담하건대 그건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다. 딱 그렇다. 아니 아니. 것도 많겠네, 암! 정말 그렇지. 그치만 나처럼 단짝한테, 해 볼 거 못 해 볼 거─할 거 안 할 거 다 해 봤다, 라고 말하지 않는 즉 허세 점수가 50점 미만인 말수 없는 친구일지라도 아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꺼야. 왜? 아무 이유없이 무조건 녀석이 싫거든. 완전 얄밉거든. 엄청 꼴보기 싫어 못살겠으니까. 바로 내가 그렇거든. 단, 1과 1.2의 룰이 무너지지 않았을 때는 최고의 단짝이 될 수 있다는 건 인정해. 우리는 실제 그랬으니까. 그럼. 우리가 단짝일 때 나는 녀석한테 내 모든 것을 보여줬고, 내 모든 생각을 공유했으며,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전부 소개시켜줬어. 그거야. 그거라구. 난 여자한테도 걸지 않은 내 모든 걸 다 걸었다. 녀석이 내게 1번 전화할 때 난 10번을 했다고. 참으로 오랫동안. 시간 대비 할 수 있는 건 가능한 한 모두 했다고. 언제 어디든 같이 가고 같이 움직이는 것. 타인에게 말을 듣는 것. 뭐라고? 누구 어디다 떼놓고 혼자 오슈? 라는 말을 듣기. 주위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기. 후배들도 지인들도 누구는 누구랑 친하고 누구는 누구랑 단짝이고, 다 알기. 옛날 어떤 친구처럼, 난 뭐 어쩌니까 단짝을 만들지 않아 이러쿵저러쿵?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못 만드는 거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해서는 안돼 위에는 하는 놈이 있다. 물론 정식 속담은 아님. 그건 곧 적극적으로 우정을 고민할 상대가 없고, 인지도는 높은데 인기는 없으며, 더없이 죽이 잘 맞는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일 뿐. 난 뭐 어쩌니까 단짝을 만들지 않아 이러쿵저러쿵? 그 말과 똑같다. 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어! 결국 그 친구도 내가 몸이 멀리 떠나간 틈을 타서 내 원래 단짝한테 새로운 단짝이 되어 주라는 소청을 들이댔다가 거절당했음. 사랑만 차이는 거 아님. 우정에게 버림 받는 기분이 어쩌면 더 비참할 것이란 건 어른들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새싹들께도 공공연한 사실. 그래서 그 친구3은 동창회 어느 날 돈 떼먹고 화냈음. 뭐한 놈이 뭐한다, 그 말마따나. 허세는 부러움으로, 부러움은 갈망으로, 갈망은 좌절로, 좌절은 반(反)패배주의자를 삐툴어지게 만듬. 게다가 중간의 그 부러움이 그냥 부러움인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인정할 수 없다. 부러움은 강박관념이고, 부러움은 열등감, 부러움은 억압, 부러움은 질투, 부러움은 허세, 부러움은 굴욕과 직결된다. 어쨌든, 만약 내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단짝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런 단짝을 살면서 몇 명 사겨 봤냐, 에 대해서 상중하로 나뉠 꺼야. 내 인생을 통틀어서 그처럼 관심과 교감과 연락과 사귐을 집중하고 지속하며 내 생각에서 떠나지 않은 사람,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내 인생에서 과연 몇 명이 있었나, 지금 와서 따져 보니 그 공정한 성적표를 보기 싫어도 들여다 보니 글쎄, 이런 젠장! 녀석이 단독 1등이군. 통계가 그래. 것도 기록적으로. 청춘을 반복할 수 있다면 몰라도 기록은 깨질 수가 없겠네. 아흐! 뭘 하든 어딜 가든 사람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우정과 새로운 사랑은 사는 동안 끊임없는 건 맞지만, 그 정도의 만남이라... 싫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면, 녀석 딱 1명이군. 부끄럽고 챙피하고 싫어도 하나 고백하자면 그 말도 당시 그래서 했어. 늬는 (내 다른 친구 누구) 만큼은 뭘 못했다 라고. 언젠가 내가 집에서 멀리 떠나 있을 때 누구는 우리 집에 꼬박꼬박 찾아와서 가족한테 인사를 했다, 까지는 말했는데 '그런데 넌 뭐니?'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긴 난 그때 어떤 섭섭함을 표현했을 수도 있지만 녀석은 자길 넘버2로 아나 그랬을 수도 있겠네. 그래도 내가 자필 생일 카드까지 전해줬는데, 남자들끼리 그런 걸 선물해서는 안된다는 건 불문율인데, 에잇 젠장 내가 졌네 졌어. 또 졌어. 막 져. 계속 져. 언제나 진다니까. 그게 다 녀석 때문이야. 저런! 이런 쫌팽이 같은 놈 같으니라고. 유치하게 자필 엽서나 자필 크리스마스 카드를 선물하기, 아마도 녀석은 이미 중학생 때 뗐을 꺼야. 꺼벙한 놈 같으니라고. 찌질하고 허접하고, 응?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맨날 어디서나 누구한테나 미움이나 받고 질투심만 유발하는 트러블 메이커! 아니 잠깐만. 그럼 뭐야 난 걔 하나였는데, 녀석은 나 말고도 단짝이 수두룩했다고? 이런 젠장! 난 지금까지 세상에게 속았던 거야. 사랑이 일부일처제에 우정이 일부다처제인 줄 알았는데, 그 반대더라 그 말씀이야. 어허, 나 원 참,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깨달음이라니! 아무튼 그렇다면 그렇게 싫고 밉고 짜증나며 스스로 망가지는 비율은 어떻게 되나? 녀석이 어떤 인생을 살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렇다. 녀석은 커넥터 스타일은 아니다.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되면 그 친구를 자기의 기존 친구들 범위로 끌어들이지 않아. 좋게 말해서 신중하지. 곧 그 말은 정확히 파도타기 유형이란 말. 새로운 친구가 녀석을 보고 속으로는 물론 면전에서 그래. 어 사람 괜찮네 얘 말이 통하네 좋은 친구로군, 하여 자기 친구들을 소개시켜주고 으쌰으쌰 어울리는 유형. 그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 방향이 좋으면 출세의 지름길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싶으면 살면서 온갖 장르를 다 체험할 수도 있음. 판타지, 미스테리, SF, 스릴러, 호러, 느와르, 액션, 모험, 코메디, 멜로, 에로, 기타등등. 그건 그렇고, 간명히 속이 뒤집어지는 친구의 비율만 말하자면 어딜 가나 속좁은 친구는, 심하든 심하지 않든 혈액형처럼 몇 명 가운데 한 명은 된다고 봐도 썩 그른 얘기는 아님. 고로 녀석은 경마장에서 볼 수 있는 무슨무슨마, 아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경주마와 기수가 합체된 경우라고 봐. 믿거나 말거나 웃기든 안 웃기든, 경주마 이름은 뭐냐고? 당연히, 뻔트마지! 안 그렇소? 허허허! 또 운동이든 뭐든 내가 이기고 1등이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그런데 차이가 뭐냐, 차이는 그거다. 난 녀석의 투정과 핑계를 묵살하고 깔아뭉개고 비꼰다. 그러면 상황이 반대로 되서 내가 꼴등 녀석이 일등하면? 녀석은 그냥 아이처럼 좋아라 한다. 못 봐주겠다. 똑같이 날 깔아뭉개고 비난하고 무시해야지 그게 뭔가. 지는 백조요 난 촌닭이라고? 하긴 내가 욕심이 많다. 성격도 못났다. 잘난 것도 별로 없다. 아르바이트만 하다 청춘 다 가버렸다. 집안도 그만그만하다. 친구3이 툭하면 돈 얘기를 하는데 난 질려버렸다. 난 좋게 말해 검소한데 난 검소하기 싫으니까. 부럽지만 부럽지 않다고 한다. 명사들 강연에 그런 내용이 있다. 억만장자 노신사가 그런다. 난 내 전재산과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꾸겠다고. 내 전재산 줄께 당신의 젊음을 다오, 그래서 젊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거다. 그 말은 곧 젊음이 부럽다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부러운 것에 대해서 부럽다 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때가 도대체 언제인가 그거다. 정말 언제가 되어야 그럴 수 있을까? 난 멀었다. 아직 멀었다. 녀석과 속 깊은 얘기도 해 봤다. 난 현재만 얘기하는데 녀석은 미래를 얘기한다. 재수없다. 짜증난다. 더구나 녀석은 친구도 많다. 난 없다. 몇몇 있긴 해도 경조사 때 보거나 자주 보는 애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내게는 단짝이 다다. 그런 내가 단짝을 뺐겼다고 상상해 보시라. 어쨌겠는가? 그건 미쳐버리는 거다! 단짝도 단짝이다. 그 인간이 뉴페이스 나타났다고 쫄랑쫄랑 녀석한테 우정을 받쳐? 녀석이 무슨 여자인가? 간사한 놈 같으니라고. 그처럼 의리 없는 인간을 내가 단짝이라고 오래도 챙겨줬다니, 오우 저런! 울화통이 터진다. 게다가 난 녀석한테 말로도 안된다. 난 술로도 1등이 아니다. 할 말도 없다. 말하기도 싫고 누구 비위 맞추기도 싫다. 하지만 녀석은 아부도 잘하고 적어도 나보다는 말을 잘한다. 글도 잘 쓰나는 모르겠다. 지가 그래 봐야 별거 없다. 그런데 남자들 우정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인 여자, 나는 여자 경험도 별로다. 내세울 게 없단 말이다. 그런데 저절로 말이 나온다. 내 입에서. 부럽지, 않다고!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다, 라고 누가 꼬집을 것 같아서 솔직히 겁난다. 또 난 정말 뭘 해도 재미없다. 그러나 녀석은 계속 재미난 뭔가를 찾을려고 노력한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탐구욕이 풍성하며 감수성이 예민하다. 우린 뭐 안그러겠냐마는. 그처럼 차이가 있다. 아직 녀석의 마음이 젊어서 그럴까? 그럼 난 늙었나? 이런 젠장! 또 제3의 친구가 그랬다. 녀석을 보면서. 넌 볼 때마다 웃으니까 (내) 기분이 좋다고. 또 내가 질 수야 있나~! 나도 웃었다. 활짝 웃었다. 그랬더니 뭐라 한 줄 아시나요? 제7의 친구가 그랬다. 지금 비웃냐고! 한마디 할려다 말았다. 지금 시비냐고! 썩 친하지는 않아서, 무엇보다 견적이 딸려서 피했다. 운동도 그렇다. 친구들끼리 스키 타러 갔다. 둘 다 초보였다. 왕초보. 그런데 녀석은 운동신경이 좋아서 금방 이거 저거 다 따라했다. 갈 때는 초보였는데 올 때는 선수였다. 그런데 나는? 팔이 부러졌다! 뚝 소리 나면서. 그 뒤로 사이가 멀어지기 전에는 또 다리가 부러졌다. 뚝 소리 나면서. 정말 가지가지 한다.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어떤 차이는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난 소셜 네트워크 그런 거 않한다. 나만 바보된다. 나만! 녀석의 소셜 네트워크에는 사진도 종종 올라왔다. 어떤 사진? 양쪽으로 미녀를 끼고 찍은 사진. 야유회에서 야구장에서 또 어딘가에서. 이런 젠장! 내 홈페이지는 썰렁한데 녀석 홈페이지는 댓글이 달린다. 막 많이 달리지는 않지만 뭔가 추종세력이 있는 것처럼 엄선된 멤버들로 구축된 소수정예 숙녀들 위주로. 못 봐주겠다. 짜증난다. 불만은 끝이 없다. 허세를 대하는 태도도 마음에 안든다. 우리 세계에서 불문율은 그거다. 허세엔 허세로! 그런데 내가 허세를 부리면 녀석은 그냥 믿는다. 꼭 믿지는 않더라도 믿는 척 한다. 그래서 더 열 받는다. 고로 난 어떻게든지 녀석을 헐뜯을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꼬투리 요만~한 것도 주위에 막 퍼트린다. 그러나 녀석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 날 싫어하는 걸 나도 다 알지만 또 썩 싫어하는 내색은 절대 하지 않는다. 지가 무슨 부처야 뭐야! 완전 재수없다.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친구를 완전 무시하구만. 한 계단도 아니고 저 밑이라고 날 깔보는 거다. 지가 뭐 그렇게 잘났다고 말이다. 나도 나다. 이처럼 마음이 완전 대인배니까. 최고는 누가 뭐래도 나니까. 운전만 해도 그런다. 시트콤 멤버 여자애들이 녀석한테 몰표를 했다. 난 완전 스타일 구긴 거다. 내가 그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 여자친구가 자기 친구라면서 어느 날 어떤 숙녀를 소개시켜줬다. 내 여자친구의 여자친구를 보는 순간, 난 기분이 안좋았다. 완전 망한 거다. 왜냐하면 내 여자친구의 여자친구가 완전 이뻤거든. 그래서 난 내 단짝한테 쪼르르 달려갔다. 누구 완전 이쁘더라고 고해바쳐야 하니까. 내 단짝도 눈이 똥그래졌다. 그래서 그때부터 내 단짝은 완전 껄떡거렸다. 원래 그런 쪽으로 심한 놈인데 눈이 돌아간 거다. 내 다른 친구들도 완전 난리였다. 내 친구들 아주 환장하더라. 막 미쳐블더라. 하이에나 같은 놈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녀석이 좋단다. 많이 좋단다. 언제까지라도 좋단다. 이런 젠장! 죽 쑤어 개준 꼴이라니. 못살겠다. 그렇기는 하나 반면에, 내 여자친구의 친구라면 미쳐버리는 애들이 많았으니까 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왜? 난 마에스트로였고, 오락기의 조이스틱을 잡고 있었으며, 내 말은 곧 요정의 요술봉이었으니까. 그 기분은 대체 어느 만큼인가는 알려고 하지 말자. 내 말은 법이고 진리였다. 나는 애들한테 호령했다. 내가 왕이었다. 친구들을 부르면 어디든 다 오고, 언제든 대기중이었고, 하라면 다 했다. 하다 하다 술집에서 지갑을 땅바닥에 내팽개쳐버리는 녀석도 있었다. 그러나 좋은 점이 하나 있으면 나쁜 점도 하나 있었다. 나는 내 여자친구의 여자친구가 특별하다는 사실 때문에 미쳐버렸다. 남자는 이럴 때 괜찮은 남자와 괜찮지 않은 남자로 나뉘겠지만, 나는 엄연히 후자였다. 여자친구를 바꿀 수는 없고, 그래서는 안되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고, 내 여자친구는 날 많이 좋아하고, 내 친구들은 완전 미쳐블고, 그래서 난 그랬다. 첫째 원래 내 여친한테 못되게 굴었지만 더 못되게 굴었고, 둘째 친구들한테 내 권력을 과시했다. 지금 술 한잔 한다 그런데 누가 있네? 쪼르륵 다 왔다. 알라스카에서도 밥 먹듯이 왔다. (나는 알라스카에서 살아 보고 싶다) 하와이에 사는 놈은 날마다 전화해서 소개팅 시켜주라고 난리였다. (하와이에도 가 보고 싶다) 하도 난리길래 그래서 그렇게 해 줬다. 그렇게 3번 만나게 해 줬다. 그녀가 좋아하는 꼴 보기 싫은 그놈한테 거짓말도 했다. 누가 누구랑 잤다고! 소리도 질렀다. 막 깔봤다. 내가 최고라고. 내 차 봤지 라고도 했는데, 그 정도 사회성 없는 놈이 아닌데 빈말도 안 하네? 사람들 많은 술집에서 고함 지르고 호통치며 만인의 주목을 받았다. 난 그런 놈이다. 한마디로 진상이다. 넌 왜 굽히지 않냐, 내 권력을 무시하냐, 넌 뭐가 그렇게 잘났냐, 내가 만약 내 여자친구랑 헤어지면 넌 내 여자친구와 연락해라, 라고 명령했는데 대답은 노! 뭐, 노? 좋은 말로 할 때 연락하고 지내라, 내가 만약 헤어져도. 싫다. 내가 왜? 그래서 가게가 떠나가라고 소리 지름. 완전 민폐. 바로 이런 게 나 같은 사람의 전형적인 문제다. 100번 200번 잘해주면 뭐 하나, 비슷한 사람만 봐도 고개를 돌리도록 만드는데. 이름만 들어도 눈을 감는데. 축구 리그처럼 승수만 많이 쌓으면 우승 아닌가? 살아 보니 대인관계는 축구 리그가 아니었다. (여기서 잠깐. 친구들한테 보여 주기식으로 애인과 헤어지는 친구들 유형이 있는데 그건 절대 개입하면 안됨. 듣기는 하되 말은 쉬쉬.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안 그럼 나중 바보 된다) 그렇다고 나만 꼴불견이냐, 혼자 망가질 수는 없다. 물귀신 작전은 원래 내 스타일 아니다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같이 가자! 그 중에 한 명. 그놈으로 빙의하자! 자, 됐다. 나. 나나나나나나나! 나는 친구들한테 보여 주기식으로 애인과 헤어진 어느 친구를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한 적이 있다. 그녀의 홈페이지에 찾아가서 시원스레 글을 남겼다. 아주 거칠게. 말도 했나? 잘 기억도 안난다. 나중 그 둘이 결혼하길래 얼굴 보기 민망하더라. 나는 지금은 일반인이지만 마피아 출신이다. 술집 친구들이 아니라 조직원들이 말하는 무슨 인테리어 공사도 했다. 여자들이 얼굴을 성형수술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정식 의사가 아닌 뭐 어떻게라는 게 문제였음. 어디도 갔다 왔다. 나도 경험은 많다. 내가 좀 집요하거든! 으흐흐흐흐 으흐흐흐흐! 내 인생 단순하다. 친구의 여자친구한테도 인사말이 그거다. 여자 소개시켜주라고. 몇몇 예외는 있어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여자 없다. 심지어 요즘 남자들의 문제는 열 번 찍는 남자가 없다는 게 문제다 라고 말하는 연애 칼럼니스트의 인기, 꽤 좋다. 오, 땡큐! 허허허허허 으하하하하하하! 첫인상 별로에 직감적으로 싫었을지라도 한번 인연을 맺고 나면 으흐흐, 뒤에 밑에 으흐흐, 그렇고 그런 술집 여자도 웬만하면 울고 간다. 나와 만났던 여자들은 나와의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다. 그게 무엇인가는 몰라도 죽을 때까지 그 기억은 내내 안고 살아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독서를 싫어한다. 혀를 내두르는 학식이나 탁월한 지성이 아니면 어차피 전부 잔지식으로 대처되니까. 오히려 훨씬 나으니까. 효과도 효력도 효율마저 모두 만점이다. 비슷하게 말하는 법? 교수, 과학자, 고위 관료, 의사까지 다 가능하다. 얼마든지. 뉴스에도 나온다. 나중 사기로 밝혀짐 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알고 보면 너무 착하다. 말하면 다 믿는다. 내가 최고라고 하면 진짜 최고인 줄 안다. 재밌다. 난 정말 어설픈 독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TV에 나오는 지식으로 이미 충분하다. 나머지는 알면 피곤하고, 게다가 이미 다 아는 거다. 심지어 검색하면 당장 다 나온다. 눈치로 다 된다. 억양, 어휘, 습관, 말버릇, 몸짓, 어조만 가지고도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꿈은 무엇인지까지 다 맞출 수 있다. 강연도 가능하다. 주례사? 지금 당장 따라할 수 있다. 한데 어떤 여자는 지적인 남자가 좋다나 뭐라나. 내가 지적으로 생기지 않았던 게 문제였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남자는 셋 중 하나다. 나중 보면 아빠를 닮거나, 정반대로 크거나, 그외 나머지. 대체로 보면 아빠를 닮는다.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던 데다 아빠를 보고 자랐으니까. 그녀의 미래를 보고 싶으면 그녀의 엄마를 보라는 어른들 말씀처럼. 그런데, 아빠가 모범적이지 않다? 난 커서 절대로 아빠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다. 기필코. 허허허허허, 소년이여 살아 보시라. 웬걸~ 라고 말하게 될 테니까! 가족 얘기는 식상하다. 분야를 넓히자. 뭔가 있어 보여야 하니까. 그렇다고 너무 구체적이면 또 재미없다. 뭔 얘기를 할 줄 뻔히 알거든. 그냥 현시대를 통틀어서 이 세상이 아름다운가 아름답지 않은가, 그걸 알아 보자. 현대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너무 풍요롭다는 거다. 또 현대인의 문제는 무엇일까? 여기서는, 똑똑함이다. 사람들은 너무 영리하다. 동시에 너무 멍청하다. 모르는 게 없고 또한 뭐가 아름답고 뭐가 뛰어난지를 잘 모른다. 내가 생각할 때 지금은 글의 시대가 아니다. 내가 봤을 때 현대는 말의 시대다. 따라서 중요한 건 기억력이자 말발이다. 그걸로 다 된다. 내가 그렇다. 그 예는 한도 끝도 없다. 서점에 가 보시라. 베스트셀러? 전부 아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단, 나 같은 척척박사한테는 시간낭비. 합리주의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현대는 감상의 시대가 아니라 소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글의 시대는 지났다. 옛날에 지나갔다. 고전음악을 50년 들어보시라. 낭만주의, 발레음악, 인상주의 음악이 좋기는 좋다만 그건 비교적 순수한 음악보다는 예술적 음악일 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베토벤 이전만 듣는다. 낭만주의 이후로는 익히 아는 멜로디만. 베토벤도 그분들은 고개를 약간 갸웃 하신다. 곧 책을 읽을 때 모차르트 이전만 듣는 학자들이 아마 적지 않을 것이다. 미술도 그렇다. 비싸고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은? 전부 1950년 1900년 이전 작품이다. 전성기가 그랬다. 미술은, 과거에는 예술이었고 현대로 넘어와서는 기예다. 자, 문학으로 가 볼까? 문학은 딱 19세기와 20세기 초반만 읽으면 된다. 나머지는 관심 갖거나 볼 필요가 없다. 순 연예인처럼 주목 받고 싶은 허당들 글이 태반이다. 읽을 필요가 없다. 글의 전성기는 대충 약 100여년이 제1 전성기였고, 때문에 당시는 글의 시대 지금은 말의 시대다. 그러므로 지금 중요한 게 뭐냐? 첫째 잔지식, 둘째 말발, 셋째 글발이다. 그 셋 중에 하나만 뛰어나면 유명해지고 돈도 번다. 진짜 그렇다. 과도한 지성은 필요도 없고 구분도 안된다. 그외 다른 재능을 타고 났다? 때때로 직업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목적은 딱 하나다. 그건 뭐냐? 여자를 꼬시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남자들 세계에서 말 좀 한다, 존재감 있다, 재밌다 하신 분들 말씀을 들어 보면 책을 1000권 10,000권 읽으신 분과 다를 거 하나 없다. 아니지. 차라리 잔지식파가 훨씬 낫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학교 다닐 때 방학이면 집에서 신문을 읽었다. 놀거리가 많지 않아서 새해 신문을 받아 보면 사촌형과 내기라도 하는 듯 신춘 문예를 서로 읽을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신춘 문예를 언뜻 보니, 그분들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그걸 읽을 필요가 전혀 없었던 거다. 커서도 서점에서 책을 뒤적거리다 뭔가 애매하기 때문에, 나중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보면 거의 다 그런다. 2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하고 그런다. 고개를 살짝 틀고 들어서 눈을 지긋이 감는다. 그렇게 머리 위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 말은 기교 곧 글발만 좋다는 뜻이다. 내용이 차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거다. 알맹이 그 영롱한 진실이 없다. 껍데기가 다다. 현대가 무엇이라고? 그렇다, 말발의 시대다. 어설픈 글발로 어떻게 한번 뭔가를 해 볼려고 하면 상은 받고, 유명해지고, 돈도 벌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게 전부다. 완벽한 합리주의는 그런 거다. 어떻게 어떻게 등단한 작가 A와 B는 친구다. A와 B는 친구인데 한 가지 차이가 있다. A는 B의 신작이 나오면 무조건 읽는데, B는 A의 신작이 나와도 친구 작품을 거의 읽지 않는다. A는 기분이 어떠할까? 좋을 리가 있나. 삐진다. 토라진다. 속으로, 짜증난다. 내가 최고인데 왜 B는, 그러고서도 지가 내 친구인가? 까지는 아니겠지만 적잖이 속상한다. 실상 A와 B는 별다른 차이는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굳이 미세한 차이점을 하나 꼽자면 그거다. A는 정말 다양하며 방대한 독서력을 자랑한다. 일부러 지식 자랑을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열심히 읽고 관심의 폭이 넓다는 말이다. 그럼 B는 어떠할까? B는 흔히 하는 말로 주류는 아니다. 인기 없다. 그런데 뭘 좀 아는 사람들은 조용조용히 B를 최고로 손꼽는다. 전문가들의 전문가 말이다. 분야에 따라 일반인들의 유명인이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듯이. 그럼 B는 무엇을 읽을까? 앞서 말했듯이 1800년대 작품과 1900년대 초반의 작품을 읽는다. 우선순위가 그렇기 때문에 친구의 작품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점이다. 이 지점이다. 뭘로 보나 A가 잘나간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일도 보나마나 확실하다. 예상하며 추측하고 예언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A처럼 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누구든지 A처럼 사는 걸 좋아한다.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차라리 다방면으로 동시에 맹활약하는 게 낫지, 어설프게 A처럼? 뭐 그것도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내게 촌닭과 백조의 유전자가 얼마나 섞였는지 모른 체 연예인을 추종하며 인기와 황금만 추종하다가는 그렇게 된다. 뭘 모르는 일반인들께만 추앙 받게 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현대는 글의 전성 시대가 아니라 말의 전성 시대다. 물론 문학과 몇몇 분야만 그렇다. 인문교양쪽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스포츠와 똑같다. 현대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하듯이 인문학도, 과학도, 상업도, 스포츠도 거의 대부분은 그래프 오른쪽의 실력이 월등하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은 예외에 해당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또 설령 현대적인 게 최상일지라도 최고 이름 브랜드는 몇 개 안되며, 그것 역시 옛 사람들임을 잊으면 안된다. 나는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다. 게다가 분야가 다 비슷해졌다. 굳이 특정 매체나 글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됐으니 나는 감사하다. 그렇게나 고마울 리가! 또 나는 어디 가서 절대 말로는 지지 않거든. 잔시식이든 논리든 설득력이든 난 뭐든지 자신 있다. MBA? 내 밥이다. 얼굴을 울기 직전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거 따느라 쏟은 노력과 시간과 돈이 아깝도록 후회하게 만들 자신 있다. 난 그렇다. 그분들을 누가 됐든 고개 푹 숙이게 만들 자신 있다. 내가 그 정도인데, 그런데 나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읽기는 읽지만 읽는 그 즉시 외워지고, 가설이 파생되며, 이론으로 발전해 가니까 아무거나 읽으면 안된다. 재수없어도 골라서 봐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물론 그 인간이 그렇게나 말을 잘해? 하면서 누가 인터뷰라도 요청한다면 그땐 거짓으로 저는 어쩌고저쩌고 해야지 뭐 별수 있나. 허허허허허 으하하하하하하!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설픈 지성보다는 차라리 잔지식파가 훨씬 낫다. 혹시 그거 반어법이냐? 모르겠다. 묻지 마라. 아직 뭔가를 기대하시구만. 입만 열면 뭐든지 튀어나오니까 뭐 가 보자. 그래 나도 궁금하니까 말이다. 내가 교회 다닌 여자를 지금까지 5명을 사랑해 봤는데 말이야, 쩜쩜쩜! 얘기는 끝이 없다. 언제 어디라도 잔치상을 꾸밀 필요가 없다니까 그러네. 입만 열면 축제요 소풍이자 잔치가 따로 없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여자를 꼬실 수는 없다. 허나, 대번에 알아 볼 수는 있다. 저분? 딱 하루. 이분께서는 시간과 노력이 아니라 돈이네, 허영심 지수가 월등하시군. 그처럼 말이다. 말은 그런다. 문화와 예술이 인생을 멋지게 만들지 않냐고. 과연 그럴까? 아니다. 상업과 합리주의가 전부다. 문화와 예술을 찾을려면 옛날로 돌아가면 된다. 자, 이제 몸 풀렸으니 잡담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나는 어느 날 단짝을 뺐겼다. 나도 모르게 뺐겼다. 어떡하다 그렇게 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만났다. 자기 여자친구의 친구가 완전 이쁘다며 놀란 표정을 짓더라. 다독거려줬다. 곧 이어 나는 흑심이 발동했다. 빼았긴 내 단짝은 봄바람이 불면 어차피 돌아올 테고, 이참에 미녀에게 전념해야겠다고.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 했다. 어디든 갔고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내내 연락하며 구애도 했다. 그런데 전화도 받지 않더라. 일하는 직장에도 찾아갔다. 마음을 받아주지 않더라. 들이대고 찝쩍에 껄떡에 내내 눈독 들여도 그녀는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 혼자 광분했던 것이었다. 그래. 그녀마저. 그녀까지 말이다. 그걸로도 모자라 그녀도 녀석을 좋아한다? 단짝을 뺐겼기 때문에 지금 난 넘버3인데 여자를 그것도 미녀를 걔한테 또 뺐겨? 졌는데 또 지고, 미쳤는데 또 미치고, 사람 환장하는데 끝까지 환장하는 거다. 그래서 혹시 해서 난 녀석한테 물어봤다. 너 여자친구 생겼냐고. 또 한번 실수했다. 예전에 친구들끼리 놀러가서 인스턴트 음식을 발로 지근지근 밟았는데, 또 못 봐 줄 표정을 보여줬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일상일 뿐이다. 모르긴 몰라도 녀석은 나 같은 친구들 종종 만나 봤을 테니까 난 신경도 안 썼다. 그런 거 감안하고자시고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 미녀를 두고 내 친구는 친구들끼리 무슨 경쟁 게임을 시키듯이 애들한테 헛바람 잔뜩 주입시키고 다녔다. 삶의 재미는 그게 유일한 것처럼 보였다. 못된 놈! 아주 신나서 난리도 아니었다. 꼴불견도 그런 꼴불견이 없었다. 당연히 알라스카에 사는 친구도 자주 내려왔다. 얘도 마피아 출신이다. 그런데 내 급이 아니다. 그 미녀는 나한테 무반응이었는데 얘는 아닌가 보다. 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 들은 말로는 그녀는 맹해서, 완전 맹했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오빠와 사랑의 다리를 놓아 주는 무슨 큐피트쯤으로 잠시 착각했었나 보더라. 전화를 착착 받아준 걸 보면 말이다. 큐피트는 무슨, 늑대에 하이에나인지 뻔한 거 아닌가? 당시 자주 또 많이 싸운 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 사이가 삐걱거려서 그녀가 많이 도와줬고, 알라스카에서 내려온 친구도 그렇게 자주 만나고 어쩌고 얽힌 사연이 많다. 그게 다 친구 녀석이 못 먹는 감 굿이나 보고, 생색이나 내며, 뻠프질은 재밌고, 공치사나 듣자 해서 생긴 일이다. 뽐내기 좋아하는 허세 지수 100짜리 인간 같으니라고. 그렇게 각자 생각하는 속셈이 전부 다 다르던 우리들이 어느 날 정신을 차렸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모두를 알게 됐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은 마피아 출신인데 한 명은 깔끔하게 패배에 승복, 나머지 한 명은... 이런 젠장! 범죄 영화로만 봐도 난 중간 보스도 못되는 하수였다. 그 친구는 영화 대부. 어쨌든 우리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모두를 알게 됐다. 때문에 각자 생각하는 속셈이 전부 다 다르던 우리들이 어느 날 정신을 차렸다. 알고 봤더니 요술램프는 진공청소기가 아니라 커피포트였던 것이다. 우리는 각자 다 다르게 생각하는 서열을 내려놨고, 신기하게도 한마음이 됐다. 동병상련이었으니까. 우리는 많이도 투덜거렸다. 우리는 오래도 투덜거렸다. 우리는 새롭게도 투덜거렸다. 투정은 끝이 없었고 어리광은 계속 늘어만 갔다. 남자들 우정의 절반은 이렇다. 모두 자기는 1번이고 친구는 1.1 - 1.2 - 1.3......이다. 그래서 각자 자기가 맞춰주고 져 주어 동등한 우정이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나나 되니까 허접한 저 인간을 챙기지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하겠냐, 바로 그것이다. 똑같이 상태가 안 좋아도 나는 특이한 거고, 친구는 꺼벙한 거다. 때문에 허세와 비난과 짜증과 으쌰으쌰가 심하면 심할수록 친한 거다. 왜냐하면 내가 최고니까. 남자들의 불문율은 그것이다. 친하지 않으면 예절과 품위를 지킨다. 심한 말이나 욕도 친해야 한다. 다 그렇지는 않은데 몇몇 형식으로 나뉘는데 아무튼 참 이상한 우정이다. 그 어려운 우정의 법칙이 바로 공공의 적 트러블 메이커 때문에 함십할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고마운 것인지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참 난감하게도 말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 각자 결론 내렸던 속생각을 털어놨을 때 우리는 또 한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면 우리 모두 생각이 똑같았으니까. 바로 새똥 맞은 셈 치자, 그것이었으니까. 따라서 오히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우리의 우정 그 덕망과 로망은 더더욱 멋지게 발전해갔다. 그 때문에 좋은 델 갔는가 가지 않았는가는 비밀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우정이 고상해졌냐고? 나는 영점대 방어율에 진입한 거지. 난 컴퓨터니까. 난 0에서 1을 왔다 갔다 하는 이진법. 친구는 알다시피!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 마수에 걸려들었던 초등학교 동창을 홍일점으로 불러냈다. 친구들은 그녀가 헤프네 안 헤프네 그러면서 으흐흐흐흐 막 날 부러워했고, 난 결정적으로 선수를 쳤다. 뭔 말 한마디 안하고 가만 있는 녀석한테! 예의를 지키라고. 예의? 뭔 예의? 암말도 안 하고 가만 있는 녀석이 뭔 예의를? 그게 도대체 뭔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웃긴 말이었다. 말도 안되는 말이었다. 나는 단짝을 뺐겼는데, 좋아하는 그녀도 뺐겼는데, 보험쪽 일을 하는 내게 잠깐이라도 딱 한번이라도 넘어왔던 초등학교 동창이 에고머니나! 친구들 사이에 녀석이 끼어 있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무슨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은 셈이다. 넌 여자한테 예의 좀 지켜라 라고. 혹시라도 또 지고 또 뺐길지도 모른다며 덜컥 겁이 났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럴 수 밖에 없었나 보다. 그러다 단짝이 내게 다시 돌아왔을 때가 아마 연말이던가, 그땐 여유롭게 녀석을 불러냈다. 내가 호인이자 대인배라도 된다는 듯이.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으며, 그대가 사는 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다. 뭐, 뭐라고? 왠지 아쉽다. 그게 뭐야? 꽤 섭하니까 보너스 하나만 추가하자. 참고로 얘기하자면 우리 아버지께서는 목사님이시다! 냉정한 사실이 그럴 뿐. 한때 아빠는 목사님 아들은 마피아였다니, 헛 참 나! 그런데 말이야, 아빠랑 난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안 닮았는데... 설마 그... 그 신부님이 내 숨겨진 아빠 아닐까? 아님 랍비? 스님? 주다스 프리스트를 즐겨 듣던 그 아줌마는 또 뭐고? 에잇 몰라 난 몰라! 아무튼 사실만 따져 봐도 내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건 정말 몇 개 안된다. 완전 무시 받는 것 같다. 녀석은 그냥 가만 있는 존재 자체가 밉상이다. 나는 대놓고 말한다. 늬랑 말하기 싫다고. 적어도 늬가 밉다 완전 꼴보기 싫다 라는 태도는 변함없다. 그럼 녀석도 맞불 작전을? 아니다. 녀석은 그냥 고고한 척 내 의견을 존중한다는 자세로 일관한다. 조용히 무대응이다. 완전 재수없다. 특히 바에서 그런다. 우리는 무조건 잘난 척, 강한 척, 센 척 하는 게 우리의 묵계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그러면 바에서 어떻게 될까? 그런 손님 한두 명 받아보겠나. 장사 하루 이틀 하나 말이다. 반응이 별로다. 그런데 녀석은 바에서 그런다. 자기의 망가진 얘기를 한다. 사연이 있어 보인다. 소설을 써도 되겠더라. 또 바로 옆에 있는 친구를 대놓고 흉보지는 않더라도 바텐이 한 마디 하면 더없이 동의한다는 듯이 완전 웃는다. 바텐더를 쥐락펴락한다. 그러면 바텐은 또 웃는다. 죽이 완전 잘 맞는다. 술값만 날리는 거다. 나의 또 다른 나로 바꾸어 볼까? 그럴까? 노래를 부르는 자리에 가면 난 노래를 절대 못한다. 안한다. 춤도 못 춘다. 나는 바에서 가운데 자리에 앉히면 화를 낸다. 하지만 녀석은 한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막 잘 추고 그러는 게 아니라 열심히 즐긴다. 재수 없다. 또 우리들 술값만 깨진다. 그렇게 나와 우리는 노래를 못하고 춤을 못추지만 열은 좋다. 자꾸 가자고 우긴다. 으쌰으쌰! 가면 상황은 똑같다. 악순환이다. 그렇다고 무슨 물주도 아니고. 그래서 분할해서 돈을 내는 그런 곳에 간다. 좋은 집으로 골라서 간다. 그럼 또 어떡하다 자연스럽게 그곳 인기는 녀석이 독차지한다. 완전 짜증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건 다 놔두고, 내 원래 단짝 그놈은 뭐야? 얘가 진짜 나쁜 놈이네. 간사하고 비열하고 속없고 줏대없고 교활하며 멍청한 놈. 대관절 어쩌다 넘어갔지? 뭐에 홀렸냐고! 뭐 그놈한테 마성이라도 있는 건가? 마성 좋아하시네. 순 머저리 쪼다 등신에 바보 같은 놈이 무슨. 그치만 사실이 그렇다. 난 이기는 건 드물다. 그렇다고 져주면 더 짜증난다. 심지어 단짝도 뺐겼다? 오, 저런! 그 뿐만이 아니라 나의 사랑은 선녀인데 녀석은 뭐 미녀? 참다 참다 참말로 못 봐 줄 표정 한 번 보여줬다. 나도 싫었지만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연륜 있는 아저씨들처럼 멋모르고 일찍 결혼했다, 그것도 아니고 나는 결혼 하자마자 눈이 삐었는갑다고 했다. 왜? 첫째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데이트할 때 피앙세와 친구들한테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으니까(과거형), 둘째 거짓말은 아닌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 잠깐 착각했으니까(핑계), 셋째 또 졌으니까 완전 참패니까 하얀 거짓말이니까 비굴하니까 그래서 완전 기분 꽝이니까(임시방편). 한두 번도 아니고 절교를 하던가 해야지 이거 원, 아무래도 내 원래 단짝 그놈이 탈이구만. 괜히 이상한 돌아이를 우리 사이에 끼게 만들어가지고 말이야. 내 장담하건대, 녀석은 이 일이 절대로 처음은 아닐 것이다. 처음일 리가 없다. 상습범이다. 언뜻 돌려서 들은 풍문으로만 따져 봐도 하나, 둘, 셋, 넷, 다섯... 맞네 맞어, 트러블 메이커! 정리하면 원래는 나와 단짝만─나는 독보적 1 내 원래 단짝은 대충 1.2─그러다 새로운 물건 등장 그래서 나는 삼각형의 꼭지점이고 단짝과 허접한 밥통은 나머지 꼭지점, 그런데 한순간 구도가 역삼각형으로 바뀜? 이런, 젠장! 따라서 난 허접한 찌질이는 무조건 싫음. 혐오함! 밉고 화나고 짜증남. 그래서 교훈 하나 깨달음. 삼각관계의 시초는 사랑이 아니라 우정임! 알건 똑바로 압시다, 제발요! 이거 정말 이거깁니까? 우리 사이에 정녕 이러기예요? 우리, 정말, 이러지, 맙시다. 그게 얼마나 크나큰 진리인데 대체 드라마에서는 뭘 보여줬고 어른들이, 가짜 전문가들이, 말만 많은 아마추어 명사들이 젊은이들한테 뭘 가르쳐 준 것이란 말입니까! 우리는 대체 무엇을 이 세상에 되돌려 준 것인지요.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훈계, 진부한 공산품, 엄숙한 응애응애 훌륭한 삐악삐악, 식상한 오락, 저렴한 교양, 남의 다리를 열심히 긁고서 예술, 재미도 없는데 장난, 지나고 보면 언제나 왕좌에는 쾌락! 여러분,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야 한판 붙자? 붙긴 뭘 붙어요, 사랑을 원하는데 우정과 왜 붙냐구요.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삼각관계는 그저 사랑 또 사랑 계속 사랑 마구 사랑, 그래요 안 그래요? 네? 그러냐구요, 안 그러냐구요? 네?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게... 그게 뭡니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모두... 워─워─워! 막판에 기력이 딸려서 구호를 끝까지 외치지 못했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겄습니다. 어디 달리 힘 쓸 데도 없구만 자꾸 때 이르게 찾아온 춘곤증이 탈이구먼유. 아조 날마다 크리스마스 이브야 그냥! 그러니까 정작 어떤 당일 되면 비실비실 맥을 못 춰. 개구쟁이 유부남들도 그래, 밖에서 힘을 쓰니까 집에 오면 비실비실하다구. 바람둥이는 늙고 돈 떨어지고 힘 빠지면 둥지로 돌아오는 법이죠. 안 그렇습니까? 형씨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미리 내 사람들과 사랑과 행복과 온정을 챙기시유. 알겠소? 소 잃고 나서도 정신 못 차리지 마시고. 입만 살아서 저게 뭐냐 그건 뭐냐 이건 뭐냐 이러쿵저러쿵 하시지 마시고. 의욕이야 좋습니다만, 난 정작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에 1.5를 어떻게 하면 허접하게 깔아뭉갤 궁리나 하고 2군을 천시하면서, 그럼 못 쓰죠. 그럼요. 우리가 원시적으로 끝끝내 관철해야 할 것은 저 후자의 본성, 곧 세련된 야만성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최악의 상황에 본능적으로 대비하는 동물성이라오! 만에 하나 머머하면 어떡하지, 기본 또 기본 다시 기본, 우선순위와 메트로놈 같은 것 말이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을 어릴 때 괜히 배우는 게 아니란 말이외다.
   와우~! 천상 내가 최고란 말이군! 오오 지존이시여, 놀랍다 놀라워. 이제부터 친구도 어느 누구도 모두 황태자로 떠받들겠음.
   모진 풍파를 겪고 험난한 고난을 이겨내서 신세계에 도달하지 못했을지라도 저런 경험을 정말 많이 한 트러블 메이커, 질투를 아주 많이 받아 본 여자, 세상을 알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이와 같은 서사를 절절히 공감할 수 있다. 때문에 바로 그 농담에 더없이 쾌활함을 금치 못한 채 왕왕 떠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예인 싸움 순위 10걸에서 뜻밖의 1등이 나일 줄이야, 세상에나! 어제도 2위 그 인간이 내 꿈에 나타나서 우리 집 문을 두드렸어요. 뭐 한 판 뜨자? 뜨긴 뭘 떠! 나 안 떠. 기권! 어떤 작자...아니 어느 분께서 순위표를 작성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패를 주라는 듯이 탁자를 똑똑) 존말 할 때 제 이름을 1위에서 내리라고, 10위권 저 밑으로 내려달라고, 아예 후보에서 깨끗이 지워달라고 호소하는 농담에 대해서 그분들은 도저히 만점을 부여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어쩜 농담이 아니라 혹시... 설마 진담 아니었나? 그러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이제 보니 바로 그래서 그렇게 웃겼던 것이로군. '머머한 척'이 아니라 진짜 머머한 거였으니까. 아직도 거듭 헷갈리게 됨.
   진짜로 딱 하나만 더. 진짜 마지막. 무릇 남자가 이와 같은데, 그럼 여자는? 독자 양반, 긴말 필요하겠습니까! (다 그렇진 않겠지만) 어느 여인은 이렇게 말한다. 다음 생에 만약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꼭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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