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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8. 1. 31. 19:08

   1

   만약 애인이 사랑의 맹세를 나중 언젠가 어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경우의 수가 있다. 각자 인생을 산다랄지 반성하는 자숙 기간을 가진다랄지. 사람에 따라 나뉜다. 나는 1번이면 끝이다 난 이혼 자신 없어 등등. 그래서 처음이 중요하다. 사랑인가 연애인가 불장난인가 뻔트인가. 한쪽의 일방적 구애로 열망 없이 시작된 수동적 연애는 어쩌면 처음부터 불미스러운 미완의 운명을 갖고 출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조지는 여성잡지2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24시간이 모자라는 하루를 살지도 않았고, 최근 글을 많이 썼기 때문에 쉬면서 놀기도 하고 구경도 하며 바람을 쐬고 오기 위해서 도시로 갔던 것이다. 특별한 일정도 없었고 정해진 약속도 없었다. 그러나 딱 1가지 할 일은 있었다. 그것은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의 부탁이었다. 여성잡지2에 들려 어느 행사를 탐방해달라는 간청. 그들이 또 애청에 호응하며 화답을 요구하고 호혜를 베푸는 사이인지라 조지는 열 일 제쳐놓고 그곳으로 갔다. 실제로는 심심했지만 겉으로는 바쁘다는 듯이. 그곳에서 최소주의자 누구를 주인공으로 하는 독자와의 만남이 있다고 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었고, 적당한 기록도 남겼다. 행사는 끝이 났고 조지는 해야 할 일을 마쳤다. 때문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졌다. 흔히 말하는 도시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만 같은 공허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의식의 도착성, 낭만적인 동경심, 지적 감수성이랄지 부푼 허영심 때문에 빚어진 핑크빛 연애 감정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충족되지 못한 로맨스에 대한 욕구 불만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이유는 많았기 때문이다. 외로웠고, 뭘 해야 할지 몰랐으며, 여성잡지2에서 칼럼을 의뢰 받기를 원했고, 여성잡지2의 경리 아가씨가 문득 궁금하다고 느꼈으니까. 실제 그곳 사무실에는 조지와 그녀, 그렇게 둘 뿐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파티장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지는 숙녀가 느끼기에 수작이랄지 어떤 실례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가오는 사랑의 윤곽이 선명하지 않을 때 의레 그렇듯 최소한의 할 말로 단지 분위기를 살폈다. 그리고 경리 아가씨의 기분을 짐작해 봤다. 그녀는 아마 마지막 데이트를 한지 약 3년을 훌쩍 경과했을 듯 했다. 게다가 남자를 잘 만나지 않지만 모처럼 귀하게 만났다 하면 딱 3년을 만나는 여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뭘 근거로 그렇게 자신 하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조지는 아마 그럴 것이다. 딱히 예술적인 예감 상업적인 기대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닙니다, 제 어설픈 추측에 따른 막연한 책임감은 너무 부담스럽거든요. 참 잘도 빠져나간다. 뭐랄까 태연하게 타인의 마음을 뻔질나게 드나든다고나 할까? 숙녀에겐 얄미울 만한 눈치, 깍쟁이 같은 개구쟁이로 판단될 여지가 있었지만 그는 확실하지 않은데 아무 과일이나 건들고 꽃이라면 다 좋아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그의 친구 중에는 뭐만 둘렀다 하면 정신 못차리는 친구도 있을 테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각계 각층에서 쟁쟁한 활약을 펼치시는 훈남들이 많을 것만 같았다. 어쨌든 그는 괜히 막 아무나 또 언제나 들이대는 남자가 아니었다. 가만 보면 그런 사람들은 딱 정해져 있다. 마초론으로 빠질 수는 없고 그가 왜 그랬느냐, 왜냐하면 조지는 도박꾼의 신중함, 마담의 친절함, 로맨티스트의 쾌활함과 혈색 좋은 시인의 상상력을 한몸에 부여 받은 남자였으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그런 남자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목적은 성취됐고 달리 할 일은 없었기 때문에 돌아갈려고 했다. 그랬더니,
   「벌써 가시게요?」 
   벌써 가시게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멈칫했다. 생각이 많아졌다. 이건 빈말일까 참말일까? 어조에 담긴 건 서운함인가 후련함인가? 몸짓과 표정으로 보자면 왜 아직도 안 갔냐, 아니면 나는 당신을 좀 더 알고 싶어요 인가? 억양으로 풍기는 느낌은 나 바빠요, 나 한가해요, 나 심심해요 에서 과연 어떤 것일까? 그는 무심코 마법의 정원을 거닐게 된 듯한 도취감까지는 아니지만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때문에 괜히 책꽃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보았다가 몇몇 질문으로 그녀를 귀찮게 했다. 가령 물어본 질문은 이랬다. 혹시 엑셀을 잘 하냐, 여기 대표는 요즘 무슨 취미를 즐기는가. 그리고 그외 뭔가 귀뜸해 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는데 무례할지도 모르니까 물어보지 않았다. 미소가 밝다느니 어쩐다느니 라는 언급은 아마도 생략하기 어려웠었을 테고.
   「시 쓰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네? 시요? 저는 시... 안 써요. 제가 하는 일은 문서, 숫자, 계좌 이체, 일정 확인, 회사 소셜 네트워크 관리... 이런 일이죠.」
   「아 그렇군요. 내가 괜한 걸 물어봤네. 그런데 있잖아요. 오늘 기분은 어때요?」
   「오늘 날씨요?」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사무실에 꽃이 없다, 안개꽃이나 아 요 앞에 꽃집에서 장식용 부케도 팔던데. 내가 사올 걸 그랬나? 아니! 굳이 꽃...이 필요 없겠네. 정말이네!」
   「네? 그게... 무슨...?」
   「와! 립스틱 랑콤이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와, 대박!」
   어떻게 알긴. 그냥 찍었는데 하필 그렇다니. 조지가 더 놀랬다. 하지만 놀라지 않은 척 자신은 별다른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 더 이상의 다가감은 자제했다. 방훼꾼은 해 본 일이 없었고, 훼방꾼도 특별히 소질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쩜 그녀는 벌써부터 조지를 원망하는 것일까? 그러나 아직 우롱당한 심정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조지가 무슨 연애 비법을 달달 외운 남자도 아니고, 돈 주앙의 부활이라고 자부할 수도 없었으나 그녀는 어느새 조지에게 못 말리는 당나귀 공주님이 되어버렸다.
   곧 조지는 내 친구 마술사 얘기를 해 줄까요? 까지 가기도 전에 어느새 서로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사이가 되었다. 사랑은 애정의 허상이요 흠모의 은유, 그런 이상한 말로 그녀의 정신을 헷갈리게 만든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자기만의 번득이는 상상력 풍부한 감수성 기막힌 추리력을 대단한 것처럼 막 자랑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업무상 협업 관계도 아닌 그냥 인사만 나눈 사이에서 벌써 오빠와 동생이 되어버렸다. 그냥 어쩌다가 말이다. 원래 남녀 사이란 이처럼 오빠란 호칭이 자기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로써 조지는 이브와 우정을 나눌지 사랑을 가르쳐 줘야 할지 의도를 분명히 해야만 했고, 따라서 당분간 도시에 더 머무를 구실을 마련한 결과를 얻게 됐다.



   2

   그렇다고 조지가 앙큼하고 맹랑하며 깜찍한 것, 막 그러면서 혼자서 신나게 춤을 덩실덩실 추지는 않았다. 요망한 계집 이브여 이리 오너라, 라면서 그녀에게 전화하고 꽃 들고 기다리거나 막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오빠라고 부르고 들으며 눈빛으로 아는데, 그는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뭘 믿고 그렇게 자신 있냐, 왜 그처럼 뜸을 들이냐 라는 듯한 익살꾼의 안도감으로 직감했다. 그녀는 기다릴 것이라고. 하지만 그 예사롭지 않은 낌새는 그저 기다림까지만일 것이란 예측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이때 필요하고 절실한 건 무엇일까? 숙녀의 꽁무늬를 쫓는 상남자의 음험한 본심은 후보군에 올리지 말자! 그렇다고 불길한 효과음? 그 장르는 아니다. 지금 등장하면 좋을 대타는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믿지 않았던 운명에 날 맡겨버릴 수 없는 심사, 그녀의 궁금한 마음에 살며시 노크하는 우연!
   그래서 조지는 마라한테 호의를 요구했다.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닦달했다. 내가 너 때문에 뭔 고생이냐, 고료가 많기를 하냐 그렇다고 유명세가 따라주냐, 아니면 네가 나에게 해외 출판업자를 소개시켜 주기를 하냐 그러면서. 나아가 그는 나도 친구 덕 좀 보자 라면서 여성잡지2에 칼럼을 실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처럼 호되게 큰소리쳤다. 하긴 마라가 사람도 좋고 능력도 있고, 용한 점쟁이도 많이 알며, 괜찮은 왕자님이 나타나지 않았다 뿐이지 뭘로 보나 빠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숙녀였다. 심지어 그들은 친구였다. 그 사랑과 우정 사이는 하찮은 열망인지 유치한 기쁨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더니 마라는 즉시 일을 따냈다. 마감일도 1일 전이었다. 그래서 조지는 뚝딱 칼럼을 작성해서 원고를 들고 다시 여성잡지2로 갔다.
   그런데 그날 따라 여성잡지2의 경리 아가씨 이브는 결근했다.
   어라 이 아가씨 좀 보소!
   그는 아마도 당분간 이곳에 출근할 것만 같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신비감을 느꼈다. 지고의 애원은 곧 있으면 드러날 테니 그가 쓴 칼럼, 배보다 더 큰 배꼽을 확인하자면 이와 같다.



   3

   제목: 늑대론
   내용: 어떻게 보자면 세상에서 제일 인기 있는 세 가지는 그것이다. 모래성, 광고, 그리고 나이트클럽. 벌레 먹은 사과가 유달리 맛있다길래, 우리도 소심한 처녀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피자! 라고 다짐하면서 오늘도 허당들은 으쌰으쌰 달려간다. 어디로? NC로! 마음으로 사랑하면 풋사랑&짝사랑, 물심양면으로 하는 미친 사랑, 몸으로 사랑하는 불륜까지. 하지만 사랑도 역시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 사랑을 해도 과일 잘못 먹으면 배탈 나고, 그래서 먹은 약은 하필 변비약, 사랑을 못하면 의욕만 넘쳐서 멀뚱멀뚱 닭 소 보듯 삼구삼진 당해서 2군으로 미끄러지며, 그렇다고 또 안하는 놈은 뭐야. (단지 못 하는 형편은 이겨내자. 주어진 환경에서 다음을 꿈꾸는 게 낫지 건강한 자세가 아니라 매사 불평과 불만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면 주변에서 사람들 마음은 다 날 떠날 것이다. 나중 출세할지라도 남는 건 딸랑딸랑과 굽실굽실이요 뭘 해도 재미없을 테니까) 한마디로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그분들은 친구들과 사랑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말하지 않는 것이다. 금기해야 할 단 하나의 주제는 바로 그것이니까.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내 것이다! 완전한 내 것. 내 마음에 쏘옥 드는 내 것. 단지 강요된 흡족함으로 끄덕거릴 수 없는 채 옷깃을 붙들려 끌려가서는 안되는 것. 사랑과 풋사랑은 다르며, 사랑은 삼류 나이트클럽의 즉석 만남과는 다른 것. 수동적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적극적으로 그 모두를 원하는, 원해야 하는 것. 사랑은 거울과 조명과 같지 않다는 점. 그러므로 결혼 전 그 결혼이 인생의 좋은 결정일까 하는 의문과 간지러운 우울감이란 그림자는 작아질 수도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숙녀가 원하는 사랑은 뭘 좀 아는 남자의 사랑이다. 그렇다고 뭘 좀 아는 남자가 흔할까? 오페라글라스를 실제 사용해 본 남자가 몇이나 된다고. 그럴 리는 없다. 그럴 리는 없어. 여자가 때로는 몸과 마음이 분리되듯이 남자도 나뉠 수 밖에 없다. 눈치가 빠르면 견적 늦으면 뚤레뚤레! 뭘 좀 알면 은근 허당 그게 아니면 자발, 재롱잔치, 방황, 학예회, 내가 최고, 남의 다리 피나게 긁기, 일행과 보조를 못 마추다 길을 잃기, 숙녀는 의전을 바라는데 잔말 말고 따라와, 분위기를 못 읽고 꼬끼오꼬꼬댁, 어제도 오늘도 삐악삐악 참새 짹짹! 그러니 사랑이 쉬울 리가 있나. 때문에 사랑은 드물고 귀한 것이다. 고로 열정을 기울일 만한 가치는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사랑이 있으면 더티 러브도 있는 것. 그래서 상남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혹시 그게 아닐까?
   첫째,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둘째, 나 사랑해?
   둘째의 물음표는 물음표가 맞는데, 그런데 첫째는... 물음표 대신 느낌표인지 마침표인지 또는 자문자답인지 거 어째 아리송하기만 할 뿐. 그러니까 남자들이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지. 그분들이 괜히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문턱을 넘을 수만 있으면 뭐 어쩌는 게 아니라고. 그분들께서 좋아하는 게 그거거든,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리기. 그래서 사랑은 단지 대자연의 섭리 그것에 불과할지도 모름. 허풍이냐 허영심이냐. 좌-허세남 우-허당일 것인가. 미래주의자도 그다지 게다가 가련한 시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허울뿐인 로맨티스트는 헛소문 뿐임이 진작 들통났고. 심지어 멋진 남자의 추문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도 없다.
   따라서 그녀는 언제나 외롭고 사랑은 주로 어렵다. 아니 그 반대인가? 사랑은 외롭고 그녀는 어렵다. 음 그게 좋겠다. 그러나 아무리 그럴지라도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 아직 몰라. 그래도 나도 안다. 설레는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 더러운 사랑에 발목 잡힐 것 같은 불길함. 전자와 후자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그 둘이 많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나도 다 안단 말이다.



   4
 
   어떡하다 조지와 이브는 대화의 주제로 연예인병을 선택하게 되었다. 상사병도 아니고 뭐 연예인병? 그러게 말이다.
   「연예인은 연예인병에 걸려도 돼. 단적으로 말해서 평판 대 작품이 2 대 8이거든. 연기를 잘한다 노래와 춤과 기량은 내내 최고다 언제나 새롭다, 라면 뭔가 조금 째째하든 뭔가 조금 시시하든 괜찮아. 누구나 침체기는 있는 법이니까. 거기서 좀 다른 방향으로 여자 관계 남자 관계가 복잡하든 어쩌든 괜찮다고. 개인의 인생을 벗어나는 일이라면 일이 커지게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적당히 흐름을 타겠지. 뭔가가 모범은 아닐 수 있지만, 왜 안돼? 젊으니까, 염문 혼자 만드는 거 아니니까, 사랑이 죄는 아니니까 괜찮아. 그런데 광고에 나오고 조명을 받고 외적인 재능으로 승부하는 업계가 아니라 작품이 대중성 순위로 직결되는 예술가의 경우는 연예인병에 걸리면 곤란하지. 왜냐하면 그러면 롱런은 가능해도 돈과 인기는 챙겨도 (시대를 뛰어넘는) 발전이 없기 때문이지. 허우적거려 봐야 내내 제자리거든. 인터뷰하며 사진 찍고 그럴 때야 두 마리 토끼를 잡으셨네 어쩌네, 그래 봐야 팬들 빼고는 돌아서면 잊어. 아예 처음부터 관심도 없지. 업은 예술인데 기예처럼 세대 바뀌면 촌스런, 구식 코메디언이 되는 식이라고. 대부분 작품의 운명은 탄생하는 순간 소비재 아니면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될 수 밖에 없어. 딸랑딸랑 반짝반짝 그래 봐야 다 빈말이고, 토끼도 아니고 거북이도 아니게 돼.」 
   「(소곤소곤) 와 완전 역대급 왕가슴이네 그래.」
   「뭐라고?」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달리 보자면 슬럼프가 오히려 원동력이 되기도 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 수단이 목적으로 경도되는 일, 어쩌면 그 반대가 부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어. 시집 3권 발표 하나 영화 3편 만드나, 성공하건 실패하건 그 뒤로 나머지는 다 똑같은 거만 만들게 될 공산이 크거든. 입은 살았으니까 말로는 피카소든 카페 피카소 사장이든 뭐라 뭐라. 피카소가 안 건드린 분야가 있나? 말하는 거 듣고 글 쓰는 거 읽어 보면 와, 자만심 대단!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유명해지고 나면 스스로 그러는 거 같아. 나는야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네. 아니 내가 신장르를 만들었으니까 나는야 잉위 맘스틴이라네 어쩌네. 그래서 아마 1집만 좋아하는 1집 증후군끼리 만나는 친구들도 있을 걸? 애초에 출발부터 대형 신인이네 어쩌네 그래도 어항이든 아니든, 태생이 태평양의 참치요 대서양의 돌고래니까. 차라리 개봉 소리가 특이한 참치 통조림이 지금 시대엔 더 알아 주지 않을까? 스타워즈에 우주선 한두 개 나오니? 그건 인어공주가 아니야. 신화에 나오는 뭐 더하기 뭐가 아니라고.」
   「(소곤소곤) 오오, 미스터 호스(Horse)!」 
   「아 쫌! 오빠 말 끊지 말고. 어디까지 했지? 아 거기까지. 그치만 도스도옙스키가 앓았던 간질 같은 독특한 질환을 일반인도 타고나는 건 드문데 예술가가 그처럼 특출나기가 어디 쉽겠니? 다 그냥 두런두런, 그만그만, 고만고만, 두루두루, 그럭저럭 먹고 사는 거야. 취미로 뛰는 팀 이름조차 조마조마겠지. 유명하면 예술이고 뭐고 일단 단 연예인이니까.」
   「오빠 그런데 말이야. 오빠는 어떻게 그처럼 예술과 연예인에 대해서 잘 알아? 오빠 언제 연예인 지망생 그런 일 한 적 있어?」
   「그건 비밀! 내 사랑이 그런 적이 있었다면 몰라도 난 아니지. 난 아마 은둔형 작가에 가까울 걸. 사실이 그렇자나. 필명으로 근근히 먹고 사니까.」
   「오빠 그런데 있잖아. 오빠 내가 봤을 땐 말이야. 오빠가 연예인병에 걸린 것 같은데. 어쩌지? 우리 오빠 어떡하지? 이걸 어쩌나! 오빠가 연예인병? 어머머! 그것도 중증으로? 아아 심각해! 많이. 말도 말어 (설레설레)!」
   「뭐, 뭐라고? 하지만 인정 못할 것도 없지 뭐. 알고 보니 그거 같아. 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그런 거라고. 연예인병도 먹고 자고 놀고 사랑하고, 그거랑 똑같을 뿐 전혀 다른 어떤 새롭고 희귀한 그런 증상이 아니란 말씀. 단지 그런 건 있어. 일반적으로 잠자기와 놀기는 동시에 할 수 없지. 그런데 가능과 불가능의 애매한 영역도 있을 수 있겠지? 유달리 먹으면서 걷기를 좋아한다랄지 먹기와 놀기를 사랑하기와 함께 하는 드문 욕구도 있을 테고. 그처럼 연예인병은 일종의 뭐랄까 샌드위치 같은 욕망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아아 오빠 안 되겠네. 이 오빠가 말도 완전 연예인처럼 하네. 딱 똑같아. 와 장난 아닌데? 어쩌지? 이 오빠 어쩌지? 정말 어떡하지? 오빠를 정말 어떡하면 좋냐고!」
   「그건 있잖아. 1800년쯤에 씌여진 글을 읽어 보면 알 수 있어. (뭐야 이젠 들리지도 않는 거야? 지가 무슨 베토벤이야 뭐야!) 그땐 연예인병 자체가 없었으니까. 지금처럼 스타가 많지 않았던 데다가 오락산업 자체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구식인 반면 품위가 있었어. 실외에 나갈 때는 반드시 모자를 써야만 했거든. 안 그랬다가 미친 놈 소리를 듣게 될 게 뻔하니까. 지금이야 결혼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하얀 장갑과 면사포? 당시엔 일상이었어. 완전 딴 세상이었지. 한번 생각해 봐. 면사포와 새하얀 면장갑이든 자수가 이쁘고 레이스 달린 망사 장갑을 날이면 날마다 껴야 한다? (좋겠네!) 글쎄! 어쨌든 당시에는 추기경이랄지 고위관직과 왕 빼놓고는 그 유명세를 알아 보는 사람, 술렁이는 환호, 미세한 눈치 그런 모든 흥분이 없던 세상. 그래서 당시에는 어느 유명인이 낯선 어딘가에 가서 내가 누구요, 라고 해도 <아, 그러요?> 라고 수긍할 리가 없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작품과 개인은 어느 정도 분리가 보장되었던 거라고. 그때 만큼 몇 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예술가들이 지금도 나 여기 있소이다 그럴까? 아니지. 아니잖아. 그와 정반대지. 그럼. 그렇다고 내 뜻은 고전주의만을 숭상하겠다 그 말이 아니라 그런 고전적 특징 대신에 지금은 분야와 범위와 방법과 물량 그 모든 게 광활해졌다 그 말을 하고 싶었어.」
   「내가 봤을 땐 말이야. 오빠는 안다-박사야. 아 제대로 걸렸네 제대로 걸렸네. 한동안 헤어나오질 못하겠구만. 상사병도 아니고 거의 난치병 아니 사랑의 불치병 수준이네 그래. (설레설레)」
   어느덧 이브와 조지는 밖에서 스스럼없이 데이트하는 관계가 됐다. 어쩜 그 말이 실제로 들리는 것만 같다. 정말로 지극히 현실적인 환상처럼, '우리는 만나면 금방 친해져!' 라고. 애틋한 감정을 굳이 사람들에게 숨겨야 할 이유도 없었고, 동시에 주변에 나 요즘 누구 만나 라며 애써 광고하고 싶을 만큼 막 기분이 붕붕 떠다니지도 않았다. 곧 어중간하게 설렜고, 적당히 들떴으며, 딱 좋게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이다. 그게 뭐야? 누가 아니래! 곧 그들은 더없이 진척이 더뎠는지 어떤지, 그도 아니면 연애의 정석을 따르지 않은 것인지 분간이 썩 애매했던 것이다.



   5

   조지는 도시에서 만날 사람이 별로 없었다. 생활 반경이 그만그만하고 굳이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며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면 꼭 도시에 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그 어디든 전화, TV, 인터넷등 문명의 혜택은 거의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한적한 장소로 피신하고, 조지처럼 도시의 불빛에 눈빛이 살아나는 수컷은 어떻겠나. 물 만난 물고기가 되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놀면 덜 재미있을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일하느라 바쁘고, 그래서 조지는 비교적 일을 적게 하고 일과 놀이가 꽤 겹쳤으며, 약간은 같은 업계에서 일한다고 볼 수도 있는 친구를 불러냈다. 밸런타인. 밸런타인은 조류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였다. 그런데 그들은 뭇남성들과 달리 사랑을 얘기하는 우정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마 밸런타인에게 여자가 생긴 듯 했으니까 조지가 사랑의 조언자가 될 시간이었다.
   「한정판 미끼든 황홀한 고백이든 그녀를 유혹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방법 있지 방법 있어. 너는 세이렌이 되어 그녀를 코끼리로 만들어. 그러면 그녀는 어떻게 되겠어? (딱)! 마음이 둥실둥실 떠다니겠지. 일부러 발을 걸어서 그녀가 넘어지면 네 입술을 갖다 대서 뽀뽀하지 않아도 된다구. 그렇다고 유치한 방법이 싫다고 굳이 어려운 시도를 고집할 필요 없어. 그녀의 마음이 지면에 닫을 듯 하면 다시 살짝 띄워주고, 그렇게 리듬을 타고 사랑의 음률을 속삭이다가 그녀의 두 발이 실제로 땅에 딱 닫잖아? (딱)! 바로 그때 그녀를 헹가래하듯이 번쩍 들어올려. 막 힘껏. 그럼 그녀 기분은 어떻겠어? 깜짝 놀랜다고 깜짝! 그렇다고 진짜로 헹가래하지는 말고. 체력 봐 가면서 하고. 여자는 그래. 응? 여자는 그런단 말이야. 둘 중 한 여자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그 남자를 업고 싶어져. 일단 당연히 안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처럼 내가 오빠를 업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는 거야. 앞에서 안기든 뒤에서 백허그를 당하든, 여자가 남자를 업고 싶어하고, 실제로 나 저 오빠 업어보고 싶어 라고 말하며, 진짜로 업기까지 하는 여자? 매력 있어! 남자에게 뿐만 아니라 여자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그런 친구들이 여학교에서 인기 괜찮지. 그럼. 사실이 그래. 그러니까 일단 숙녀를 보자마자 파악을 하란 말야. 응? 애교, 앙탈, 내숭, 선망, 허영심 등등. 어? 알겠어? 그러다가 딱 뭔가 느낌이 와. 저절로 느껴져. 기분이 보이고 분위기가 들리며 미지의 낭만과 상쾌한 쾌활함이 막 느껴지는 순간이 오게 되어 있거든. 우리는 보면 알아! 바로 그때, 이렇게 그녀를 들쳐서 어깨로 안아 올려. 이렇게, 응? 그러면 그녀의 두 발만 공중에 뜨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붕 뜬단 말야. 알겠니? 그럼 그녀가 가만 있지 않겠지, 막 내려 주라고 내려 주라고 떼쓴단 말이야 어린애처럼, 응? 그럼 이렇게 한손으로 때려야지! 그런데 있잖아. 중요한 건 말이야. 이런 사랑의 행위를 구사해도 될 남자와 그런 열렬한 열정을 썩 마다하지 않는 도도한 여자, 그 둘의 관계. 그거 오판하면 안된다는 점! 그거 구분 못하다간 큰일난다. 응? 그 점 잊지 말고.」
   「사랑의 기쁨에 흠뻑 젖기 위해서는 사랑의 슬픔을 감수하고 솜사탕 같은 사랑의 아이스크림 속으로 뛰어들라. 그 말이지?」
   「잘 아네! 커튼콜은 맨 나중에 하는 거고, 일단 경주마를 골랐으면 베팅을 해야 한다, 형 말은 그 말이지. 드라큘라는 뮤지컬로, 핀볼 게임을 할려면 동전을 넣고, 일광욕은 아마 비키니를 찾기 위해 굳이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되는 전망 좋은 해변에서 하는 게 괜찮겠지? 그녀 마음에 무지개가 뜨기 시작했으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기념 사진 찍어서 꼭 형한테 보여 주고. 내가 널 수제자로 여긴다는 점 잊지 말고. 응? 그런데,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 건데? 그러니까 멘델스존이야 바그너야? 아니면 현대식? 드물게 주페도 있긴 하지. 아 됐고,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된 거니? 첫만남 말이야.」
   「처음에?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는데, 무슨 독자와의 만남 그런 행사가 있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쪽 소셜 네트워크에 글을 남기고 어쩌다가 알게 됐어.」
   「아. 작가?」
   「아니. 출판사 직원.」
   「뭐?」
   「왜?」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 말이지. 지금 와서 문학 소녀랑 풋사랑을 하면서 사랑의 편지를 쓸 수는... 그래도 되긴 하지만 음... 그분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 말이 아니야. 안 그래?」   안 그렇긴 뭐가 안 그래?
   「그런데 있잖아. 그녀가 좀 예뻐. 뭐랄까 뇌쇄적인 눈빛? 난 결국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이상한 사랑만 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니까.」
   「그렇다고 애인한테 들키지 말고.」
   「어? 누구한테 들키지 말어?」
   「아, 너 애인 없지. 농담이야 농담. 아 정말 얘 감 떨어져서 큰일이네. 그녀에게 튤립 한 다발 안겨주는 거 잊지 말고. 아무튼 축하한다.」  (악수!) (흐뭇흐뭇) 그런데... 혹시... 설마!
   「오랫만에 사랑을 하게 되니 뭐랄까, 그런 기분이야. 여자를 좀 아는 듯한 느낌. 세련된 말씨, 상냥한 어조, 고상한 태도와 숙녀를 존중하는 자세 그 모두를 그녀들은 과감히 일찍부터 꿈꾸더라! 그걸 알게 됐어.」
   「미리부터 안심하지 말고. 바보처럼 굴면 안돼. 우린 응석받이도 개구쟁이도, 더 이상 장난꾸러기도 아니니까.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뭔가를 하자. 응? 오랫만에 만났는데 뭘 하고 놀까?」
   「그래? 그럼 여행 갈까? 동쪽 끝까지!」
   「뭐? 너무, 멀어.」
   「계속 가면 다시 제자리로 오는데. 그래도 대낮부터 취하기는 좀 그런데. 안 그래?」
   「안 그러긴 뭐가 안 그래. 가자. 안될 게 뭐야. 형이 낮술에 대해서 가르쳐 줄 테니까. 어디 괜찮은 곳 아는 데 있니?」
   「그럼. 나와 친한 웨이트레스가 있어. 남자 바텐더도 있고. 말만 해.」
   「뭐야? 이거 순 난봉꾼에 한량이구만!」



   6

   밸런타인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주간지에 조지는 칼럼을 기고했다. 짭잘한 품위 유지비에 걸맞는 글을 쓰기 위해서 조지는 기를 쓰고 고민했다.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제목: 자존심과 자존감은 어떻게 다를까?
   서문:
   어떻게든지 잘 설명할지라도 듣고 읽을 땐 이해하는데 돌아서면 잊게 됨. 따라서, 지식을 내 것으로 체득하여 내가 타인에게 아주 간결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하나의 질문을 가설로 설정해서 그 질문을 풀어가면서 설명하겠음.
   문제: 나는 A인가 A가 아닌가?
   정답:
   나는 A일 수도 있고 A가 아닐 수도 있음. 허나 인간의 본성은 나를 A로 믿을 것을 종용. 그러므로 나는 A? 나를 A라고 상정할 때 유리한 점도 있고 불리한 점도 있음. 단, 그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비교의 관점과 부러움이란 감정을 적당히 활용할 것. 나와 남을 비교하면 자존심, 나와 나를 비교하면 자존감! (부러움에 대해서는 필자가 쓴 소설에 자세히 나와 있음. 절찬리 판매중!)
   설명:
   잠깐, 나를 A라고 상정? 이는 부정적 의미가 아님. 비교를 하든 안 하든 '나는 최고' 바로 그게 자존심! 비교와 별개로 나는 소중하니까? 자존감! 자존심이 지나치면 '나만 최고'로 주위에서 불편. 자존심이 적당하면 '너도 최고 나도 최고 우린 모두 챔피언' 즉 주변에서 인기 있는 걸로도 모자라 처음 보는 사람까지도 호감. 실제로 그렇다. 멋진 남자는 이길 때 이기더라도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접어줄 때 접어주며, 상대의 승리가 당신의 약점 때문 아니냐고 캐물으면 승자를 깎아내리지 말라고 함. 반면 빈수레는 요란하고, 빈수레가 아닐지라도 미숙하거나 친할 때 그럴 수는 있다. (남자는 꼬끼오꼬꼬댁─멍멍 멍멍멍─탐색과 정탐─야성이 지나치면 민폐, 고로 닭─개─늑대─하이에나. 반면 여자는 어디로 튈 줄 모르고, 극도로 예민하며, 생각이 많은 세침데기, 간혹 마귀 할멈 그러므로 개구리─고양이─여우─불여우. 단, 남녀 공히 상대를 촌닭, 촌년, 참새, 뱁새라고 하면 싫어함. 괜찮다고 해도 얼굴에 다 티가 남. 간혹 레이저가 발사되거나 커피포트의 수증기가 끊는 사람도 있음. 한두 번은 괜찮음. 친하면 두세 번까지 용인. 지나치면 매를 벌게 됨. 애용하면 우정의 결별, 남발하면 사랑의 파혼.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립서비스는 말도 못함. 가식은 예절이요 오락산업은 대세. 누구시든지 그분을 백조로 대접하면 짜증내는 척 할 수는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음. 여간해서는. 속으로 진짜 싫은 사람은 절대 없음. 딸랑딸랑 재밌어요 재밌어요, 새콤달콤 좋아해요 좋아해요, 간질간질 반했어요 반했어요, 반짝반짝 사랑해요 사랑해요 뿌잉뿌잉! 다만 수완이 어설프면 꺼져, 놀리냐, 원하는 게 뭡니까,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냐는 역공을 당할 수 있음. 그리고 내가 백조라며 스스로 광고하는 결례를 저급한 농담으로 포장하는 푼수의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함. 다만 웃기면 용서됨. 돌아와서)
   그러니까 나를 A로 상정하면 여자의 거울과 조명과 화장처럼 카메라 앞에 설 준비 완료. 곧 자존심은 어디까지나 비교를 전제로 하는 감정. 자존심은 언제나 비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지나칠 가능성이 상시 존재함. 자존심이라는 뜻 자체가 남에게 굽히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 라는 의미. 때문에 굳센 자존심의 친구는 누가 뭐래도 교만함─자만심─거만함─건방짐─열등감. 반면 자존감의 친구는 자족감─긍지─자부심─자기애─자신감 등등. 개인적으로 자존심과 자존감의 친구를 달리 볼 수도 있긴 하나 대략, 대충은 맞는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설핏 자존심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꿈의 원동력이랄지 고비를 넘는 계기랄지 시시각각 적재적소에 필요한 감정일 뿐이다. 전문가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존심이다. 문명의 기초는 수학이듯이 과거에 비해 현대는 거의 모든 학문이 과학과 스포츠를 닯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동물들의 짝짓기만 봐도 인간을 뛰어넘는 과학을 옛날부터 실천해 왔으니, 달리 부가 설명은 사치 아닐까? 그처럼 어떤 학문이든지 자존심을 자극하는 코칭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전문성에 불과하다. 또 자존심이 엄청 세면 주위에서 불편한 건 맞는 사실인데 또 그분들은 다른 덕목에서 그 부분을 감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요령이 다소 부족하면 드물게, 또 어떻게 보자면 썩 드물지 않은 어느 사례일 테고.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자존심은 그렇고 자존감을 간략히 알아 보자. 자존심과 달리 나를 A라는 소중함으로 인식하면 비교와 부러움을 너그롭게 포용할 수 있는, 곧 단적으로 자존감을 뜻함! 자존감은 타인에게 굽힌다 굽히지 않는다와 관계 없음. 나의 비교 상대는 오직 나!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기분이 좋을 때의 나, 기분이 나쁠 때의 나! 나와의 비교는 그렇다 쳐도 남과의 비교는 이 세상에서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자존감은 하찮고 자존심만 중시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그러니까 객관적 비교를 전제로 최상층이 많을까 적을까? 답은 무응답! 화장품 브랜드가 바로 그래서 자존감을 중요시하는 슬로건을 사용한다. <당신은 소중하니까!> (딱) 그거다. 자존심이냐 자존감이냐 감수성이냐 호기심이냐 동경심이냐, 그건 제품 개발 단계에서 먼저 정하고 들어감. 남자가 사랑을 시작하는 것처럼. 따라서 브랜드 슬로건은 공략층에 따라 나중 변할 수도 있고 실상 틈틈히 변경됨. 유행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좌우지간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비교 대상이 누군가만 따져도 매우 쉽게 분별됨. 요컨대 자존심은 객관적 비교다 그러나 그것은 자꾸 주관적으로 표출되기 일쑤다. 그래서 그게 지나치면 보기에 민망할 수도 있다. 반면 자존감은 나, 나와의 비교다. 정작 중요한 건 그거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한 다음에 졌다면 그건 져도 진게 아니다. 그처럼 자존감은 언제나 그대를 다독일 수 있는 감정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어떻게 다를까가 설명되었으니 자존감에 따른 남녀의 차이 곧 그 문제만 간략히 살펴 보자.
   자존감과 부러움이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게 남자의 문제. 그런 반면 여자의 문제는 자존감과 부러움의 교집합이 너무 크다는 것. 그래서 남자의 허세에 상응하여 여자는 질투와 허영심이 발달. <자존감과 부러움> 그 둘에 대해서 남자는 남남, 여자는 우정과 사랑 사이! 고로 그에 대한 권장안은 남녀 모두 자존감과 부러움의 관계를 적당한 친교로 설정할 것.
   결론: 부러움 즉 선망이 적당하게 자존심과 자존감이라는 첩을 양쪽에 거느려야 정신 건강에 좋다 라는 말씀.



   7

   조지는 이브에게 엽서를 보냈다. 물론 가짜 엽서였다. 나머지는 다 진짜였는데 미리 살짝 거짓말을 했다. 여행 칼럼을 쓰기 위해 어디에 갔다, 그런데 너무 멋진 엽서를 팔길래 이브 생각이 났다 라면서 통화를 마쳤다. 물론 조지는 실제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장난스럽게 쓴 동시를 그냥 버리는 건 뭔가 아까워서 그녀에게 거짓으로 낭만을 선물한 거다. 왜냐하면 토끼의 낙천성과 베짱이의 유흥감, 거북이의 성실함은 물론 앵무새의 허풍과 파랑새의 밝은 천성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남자, 그런 남자가 단지 가난하지 않기만을 바랬으니까. 엽서에 끄적거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신비의 계단을 오른다.
   환상의 문을 노크한다.
   누구세요 누구세요
   오셨군요 오셨군요
   내 님이여 왜 이제야 오셨나요?
   미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 제 조수에요 신경 쓰지 말아요.
   못 믿겠다면 사랑의 나라라고 해 두죠.
   그래도 미심쩍다면 희망의 꿈동산은 어떨까요?
   말이 너무 많다구요? 마이크 내놓으라구요?
   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답니다!

   하지만 그대에게 할 말은 해야겠죠. 참을 순 없거든요.
   사랑을 참다가는 상사병으로 발전하는 건 시간 문제거든요.

   꿈꾸자 즐기자 좋아하자 인생을 찬양하자.
   그런 다음 고백하자 그런 다음 고백하자.
   당신은 무한한 행복감을 경험하게 될 테요.
   내 그대를 위해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드리겠소.
   그대여 자, 우리 함께 떠나지 않겠소? 너와 나 함께 말이오!
   우리 둘이서 다정하게 손 꼭 잡고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사뿐히 떠난다고 상상해 보오.

   그런데, 어딜 넘 봐 라는 원칙은 무너진 채 거의, 거의 넘어갈 뻔 했는데 철썩!

   (과장해서 철썩이고 무시 됐다, 웃었다, 웃음거리가 됐다, 망신당했다, 사람들에게 알렸다, 청각을 자극했고 나중 연상되고 어쩌다 암시되도록 기억을 남겼다는 자체는 절반쯤 넘어온 거나 다름없음)

   그처럼 바람을 맞고 실패하자.
   더 많이 더 크게. 바로 이 세상에서.
   설혹 그게 뭐가 되고 싶고 하고자 하는,
   푸른 꿈과 선홍빛 풋사랑일지라도!



   8

   오늘은 토요일. 조지와 이브가 데이트하는 날이다. 그들은 하필 대관람차를 타러 갔다. 그런데 대관람차가 공중에서 정지했다.
   「오빠. 혹시 시간이 멈춘 건 아닐까? 정말 그런 걸까?」
   「실은 오빠가 부탁한 거야. (부탁하긴 뭘 부탁해!) 오빠에게 주말의 고독은 바쁜 일상의 그림자였는데, 어쩌면 이리도 삶이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해맑게 뒤바껴버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이브! 이따 점 보러 가는 건 어때? 이브는 내일이 궁금하지 않니? 미래를 알고 싶지 않냐고! 오빠도 그쪽 공부를 좀 했어. 실제로 학위도 있고 학파, 스승, 소속, 묵계 그런 거 다 있다니까. 게다가 오빠만 자주, 곧 오빠가 가는 게 아니라 역으로 역술가가 오빠를 찾는 일도 있어. 절대로 정신 나간 소리가 아니야. 오빠 거짓말 안 하는 거 알지? 분홍빛으로 물들어 무지개로 변한 정열은 나중 어떤 환희를 불러올지 보면 알거든. 난 말이야, 이브를 보면 그런 게 느껴져. 이제껏 받아 보지 못한 애원, 동경하듯 애타는 사랑, 달콤한 행복을 함께 하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까지. 때문에 난 지금 이브와 함께 이렇게 공중에 떠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지금 너무나도 행복하거든. 이브는 안 그런 눈친데? 오빠가 좀 더 노력하는 수 밖에 없겠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오빠. 어쩜 이건 불가능의 고도는 아닐까? 우린 설마...」
   조지는 재빨리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우리는 사랑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여기서 그들은 뭔가 어떤 분위기를 딱 잡을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대관람차의 회전 운동은 다시 시작됐다. 덜커덕! 분위기가 깨져버렸다.
   그러자 조지는 즉각 플랜B를 시행했다. 그는 그 즉시 영감이 떠올랐다면서 지금 바로 글을 써야만 하니 양해해 줄 수 있냐, 정말 미안하다, 이따 최고급 레스토랑 예약되어 있다, 그 다음에 점 보러 가자 라면서 본인의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공중에서 말이다. 여자는 원래 남자의 나만 사랑할 것 같은 어리숙함, 귀여움, 성실함등에도 꽤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법이니까.
   그건 나중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조지가 여성잡지1에 투고한 일기였다. 전문을 옮기자면 이와 같다.



   9

   일기 1월 24일.
   그녀는 나의 어린 양이자, 순진한 사슴이며, 요염한 고양이다. 때로는 응큼한 마녀일 때도 있고, 이따금 타락한 천사가 되기도 한다. 진짜 타락한다 라는 말이 아니고, 정말로 응큼... 그건 맞는 말이다. 우린 지금 건강한 청춘이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우리의 사랑이 이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우리는 기쁜 추억을 간직한 채 헤어질 것이다. 나중 질질 짜며 회상할지라도 당장은 멋지게 이별할 것이다. 그게 남자고 그게 사랑이니까.
   그런 다음 나는 웨이트레스에게 잠시 찝적거리든, 여자 바텐더한테 위로 받든, 내 남자친구한테 껄떡거리지 말라며 친구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 드라마를 보든, 해변에서 낯선 여인의 엉덩이를 훔쳐 보든, 아마도 단골 술집 마담에게 노래를 불러드릴 것이다. 그 제목은? 다음 사람에게는! 내 전-여자친구의 새로운 애인과 내가 친해져야 할 이유도 없고, 우리가 얽힐 인연일랑 정말 우연처럼 주어질지라도 멀어질 것이다. 서슴없이 마다할 테다. 왜냐하면 나는 지난 사랑에 대해서 아량이 넓지도 인정이 깊지도 무정하지도 무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 나는 그분들의 사랑을 응원할 테고, 멀리서나마 막연히 사랑의 축복과 낭만주의자들 인생의 행복을 기원할 것이다. 그게 사랑이니까. 말은 이래 놓고서... 쉿! 나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이처럼 사랑의 주인공도 되고, 잊혀진 첫사랑도 되며, 석연찮은 사랑의 패자일 수도 있다.
   곧 사랑은 크게 나누어 단 3가지일 뿐이다. 그 중에 최선은 현재고, 최고는 나중 봐야 하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우리는 그래야 한다. 만나게 된 천운에 감사하고, 스친 인연은 사랑이 궁금했기 때문이라거나 사랑을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했을 수도 있으며, 지켜줘서 고마웠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은 정말로 흔치 않은 거다. 홀딱 반해서 환상에 풍덩 하며 빠지는 사랑을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연애를 하고, 구애를 받고, 누군가를 사겨도 그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그분은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일 테니까. 어쨌든 지난 사랑에 대해서 무엇보다 연인이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 당신께 바라건대 그 탄생만으로 감사할 수 있는 사랑, 그게 진짜 멋진 모습이니까. 말은 이래놓고 나중 찌질한 모습을 보이고 허접한 기분이 탈로 나며 속 좁은 질투가 심하냐 귀엽냐, 그건 그때 판단과 행동 잘 해야 할 것이다. 멋진 남자가 되느냐 저질 수컷이 되느냐, 그거 한순간에 결정되며 두고 두고 구박 받을지도 모를 테니까. 오뚜기처럼 잘 성장해줘서 고맙다느니 곱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라주어 감사하다느니 언제 어디서나 어여쁜 숙녀일 수 있으며 엄마를 부르다가 엄마로 불려지는 경험까지 모두 어쩐다느니 하다가~, 응애응애 삐악삐악 꼬끼오꼬꼬댁 하는 순간 망하는 거니까. 상남자와 옹졸함이라... 허세와 허영이 결합된 뻔트마가 아니라면 그리 멋질 듯 하진 않음.



   10

   오늘은 조지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밸런타인이 자기의 연적을 만나러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조지는 뭔가 느낌이 이상했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조지는 판돈을 걸어야 패를 쥘 수 있다는 게임의 규칙이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혼자 게임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우정에는 우정으로 사랑에는 사랑으로, 그는 그래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가 딱히 특정하게 고집하는 인생 표어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유추해 보자면 이런 슬로건에 대해서 썩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란 느낌, 꼭 뭘 좀 아는 허당이 아닐지라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따라서 예고는 몰라도 예언은 행복을 암시할 것!
   어쨌든 조지와 밸런타인은 약속 장소로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밸런타인의 표정이 유달리 비장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지는 기분이 이상했다. 어떤 숙녀가 마음을 온전히 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한 사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원래 여자는 그런다. 보기 드문 공상가, 부유한 사색가, 잘생긴 재롱꾼, 그 모두가 한몸에 합세한다면 요조숙녀는 그에게 반하고, 마음이 흔들리며, 사랑에 빠져 그만 사랑병에 걸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럼 혹시 밸런타인이 좋아하는 숙녀는 그런 남자를 잊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럴 공산이 크다.
   바로 그때 조지에게 문자가 왔다. 조지는 핸드폰을 확인해 봤다. 순간 소셜 네트워크로도 안내 알림이 떴다. 조지는 그날 이브와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브가 갑자기 약속 시간을 앞당긴 것이다. 무슨 피치 못할 사정 어쩌고저쩌고...! 보통 목소리로 약속을 조율하거나 아니면 약속을 깨거나, 미루거나, 그런 일은 있어도 이렇게 무작정 언제까지 어디로 나와, 라고 통지하는 건 연인끼리나 하는 거다. 요컨대 사랑 싸움. 그런데 조지와 이브?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조지가 이브와 미래를 약속했냐? 그런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는 내일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라며 밝은 희망을 꺼트리는 암시랄지 어떤 약정도 없었다. 그러든 어쩌든 관계는 무르익고 있었다. 물론 조지가 원한 건 밀월 여행이랄지 밀애, 떠들썩한 스캔들이 아니라 단지 단 한 번의 백허그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멋지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조지는 어떤 이상한 쾌락에서 탈출하고 마침내 홀가분함 그 자체로 환상에 이르는 그런 자유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먹고 살아야 했다. 또 직업과 함께 어렴풋한 열망을 멋진 글로 실현시키기 또한 해내야만 했다. 그래서 적어도 미스테리아 전속 칼럼니스트라는 직함만은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운명일 것이다. 그래도 청춘의 실없는 변덕 같은 조지의 바램일지라도 그가 탈출하고 싶은 정형이 무엇인가를 짐작하자면 아마 이럴 것이다.
   달콤한 연가 고혹적인 낭만 그 다음에 젊음의 행진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러면 좋은데, 그런데 쾌락의 꾀임에 그만 굴복, 저런!
   그건 그렇고 조지는 이제야 모든 줄거리가 선명해짐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이브가 통보한 약속 장소로 그들은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마가 부추겨서 시작되고 천사가 도와준, 가슴 벅찬 행복감에 대한 단꿈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밸런타인은 자신의 연적이 조지란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을까? 이브는 조지와 밸런타인이 친구 사이란 걸 알까, 모를까? 그렇든 어쩌든 분명한 건 이거다. 약속 장소에 상대방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왜냐하면 그는 바로 조지이니까.
   이 일을 어쩐다? 어떻게 하지? 조지는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는 걸까?
   그때 밸런타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 친구가 뭐라고 할까? 그분이야 어떻든 나는 방법을 생각해 놨어. 준비물도 챙겨 왔어. 콜라캔 30개.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도와줄 거지? 알아 안다구. 고마워. 너 밖에 없어. 만나서 할 말도 당연히 준비해 뒀지. 형이 또 준비는 철저하잖냐. 만나면 그럴 꺼야.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어 봤냐고 물어볼 꺼야. 영화로 봤다 그래도 난 말없이 끄덕끄덕할 거라구. 거기 보면 꼬마들끼리 대결하는 장면이 나오거든. 대결에서 진 꼬마가 난 너무 멋져 보였어. 지는 법을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힐 수가 있구나 그걸 느꼈으니까. 그런데 그 작품 맞나? 아닌가? 검색해 봐. 아니 그만 두자. 아니면 어때. 보나마나 그 친구는 잔지식파겠지. 게다가 난 미리 말할 꺼야. 당신에게는 승부를 거부할 권리가 있고, 사랑은 아름다울 의무가 있다고. 캬~! 멋진 말 같지 않냐? 왜, 유치하냐? 그럼 어때. 나중 보면 이것도 추억일 텐데. 어차피 미래는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한번 생각해 봐. 그 친구가 어떤 태도로 나올지를 말야. 응?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보라구.」
   ...... ......
   「아, 내 가슴 말고! 진짜! 너 요즘 외롭니? 괜찮은 에로비디오 하나 알려줄까?」
   지금 적절한 효과음이 무엇인가는 전문가가 제일 잘 알겠지만 최소한 개 짓는 소리만은 아니기를.
   조지는 생각했다. 다행히 이브와 사진을 하나도 찍지 않았다고. 자기는 멋진 말, 특이한 행동, 고급스런 농담과 그윽한 취향등을 어떻게 하면 간접적으로 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미처 사진 찍는 데는 행동이 이르지 못한 것이다.
   「혹시 그 친구... 누군지 알아 볼 수 있니?」
   「몰라!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한발 앞선 짐작, 추리력이 철철 넘치는 추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이해력에 바탕을 둔 예측, 그와 같은 신통한 직감과 예리한 직관에 논리를 더한 관찰력. 꼭 그처럼 너무 앞서갈 필욘 없어. 그럼 피곤해. 드라마는 드라마고 난 나니까.」 
   ...... ......
   약속 장소. 2시관 경과 후.
   ...... ......
   번화가. 가로수 옆 2층 카페. 두 남자가 창가에 앉아 콜라를 마시고 있다. 가게에 주문했던 레모네이드, 망고 쥬스, 우유, 에스프레소는 일절 손도 대지 않았다. 시간이 길어져서 오렌지 주스 2잔을 또 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말이 없었다. 콜라만 연거푸 마셨을 뿐. 그 콜라는 아마 맥주 맛이 났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지는 느꼈다.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가 그런 남자라는 것을. 그런 남자라 하면 이런 분을 뜻할 것이다.
   떴다 허당, 피해 피해 도망 가 도망 가 딴 데 봐 딴 데 봐. 허당 주의보는 어제와 오늘은 물론이요 내일도 그 언제도 우리와 내내 함께 할 것이다. 적어도 초대 받지 않은 잔치에 나타나시지 않기만을 바랄 뿐. 무엇을 기대하리요...... 바로 그런 허당이 다름 아니라 바로 조지였다니. 그는 기분이 밸런타인보다 더 울적했다. 차라리 밸런타인은 어딘가 모르게 살짝 유쾌해 보였다.
   조지는 평소에 원래 이런 생각을 하고 또 했다. 세상사에 실망하고 남자에 절망한 채 기쁨은 잃고, 추억은 떠났으며, 거울을 보며 눈부신 청춘이 고상한 우아함으로 넘어가는 건 아닌가 라~고 걱정하는 숙녀를 구해 내야만 한다고. 그러나 구원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정작 자신이었다. 구원? 구원은 무슨. 그의 스타일은 구원 투수가 아니라 대타였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는 뻔트였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뭘 허고 있는가? 발랄한 앙탈, 심술 궂은 애교, 명랑한 그녀들의 호기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냔 말이다. 맙소사! 그는 답답했다. 억울했고 기분이 몹시 꿀꿀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맥이 빠지는 입장이었지만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점점 조지와 밸런타인의 기분은 간격이 멀어지고 있었다. 점점, 영영. 밸런타인은 기쁨의 회복으로도 모자라 쾌활해서 뭘 사달라든 다 사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조지는, 조지는! 그는 생각했다. 내 살다 살다 이렇게 뚜껑이 열려 보기는 처음이다 라고. 그건 너무도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쁜 감정이 전부는 아니었다. 또 딱히 긍정적인 건 뭔가 라고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는 몇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그런 곤욕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일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느꼈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지만 또 그만큼 기분이 완전 꽝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차라리 교활할 걸 그랬나? 아님 비겁할 걸 그랬나! 내가 너무 회의적이었던 것일까? 난 정말 알고 보니 사랑에 미성숙했구나, 라고 조지는 생각했다. 그는 어쩜 사랑에 패자인 동시에 약자였다. 마음 속에 어떤 악상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추문의 목격자이자 추문의 주인공이 되버린 것만 같은 기분,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모를 것이다. 여심은 항상 스스로 찾아오기를 절대 마다하는 법이 없었을지 몰라도 하나 확실한 건 지금은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나 이런 기분 처음이야!」



   11

   결국 조지는 밸런타인과 멀어졌고 이브와는 남남이 됐다. 처음에 잠깐 고민하기는 했다. 뭐라고 잠깐이라고? 그야 당사자가 아니면 자세한 마음의 변화를 모두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삼자대면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우정을 잃고 미래가 불투명한 시랑을 한다? 아마도 나중 둘 다 잃을 공산이 컸다. 우정을 지키고 사랑을 포기한다? 그건 남자끼리의 문제가 아니었고, 조지가 권력을 행사하기엔 뭔가가 더없이 난처했으며, 더군다나 전적으로 이브에게 재량권을 위임하는 것 또한 그다지 아름다운 결정은 아닌 듯 했다. 어쩌면 이브를 궁지에 몰아넣기보다 조지가 두 발을 모두 빼는 게 모두에게 좋은 해결책인 것만 같았다. 맞다. 그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듯 했다. 왜냐하면 각자에게 크고 작은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의기소침한 자본가냐, 세침데기 깍쟁이 찌질이 선동가냐 그런 문제도 아니었다. 고로 궁극적인 이상은 조지의 쿨한 뒷모습일 뿐 다른 묘안은 전혀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결국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또? 얼마든지 타당한 반론이다. 혹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것 아니냐고. 아주 아닌 것은 아닌데 또 그렇게 썩 적절한 비유는 아닌 것 같다. 그럼 다음으로, 죽 쑤어 개 준 것 아니냐? 사랑이 무슨 식은 밥도 뜨거운 감자도 아니고, 나아가 연인을 개에 애인은 동물이라... 어찌 됐든 정답은 하나였다. 조지가 조용히 물러나는 것! 그뿐이면 그만이었다. 그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자기보다 밸런타인이 이브를 더 열렬히 사랑할 것이라고. 이브 입장에서도 나중 보면 오히려 밸런타인이 더 나은 사랑의 주인공이었구나 라고 깨달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 조지에게 그건 거의 뭐라고나 할까, 마치 어제 본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상상되기 시작했다. 처음의 예감과 기대치, 나중 사랑의 롱런과 밀도에 대해서 연구하며 그래프도 그리면서 인문학 책도 막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 걸 그는 느꼈다.
   그래서 조지는 사랑의 약자이기를 자처했고,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자진 하차했다.
    그 다음으로 조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조지는 하워드에게 찾아갔다. 왜냐하면 지금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왠지 뻔트 한번 제대로 못 대고 3부 리그로 밀려나는 기분과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는 하워드와 먼저 통화해서 약속을 잡고 만나고 그런 상투적인 순서를 따르지는 않았다. 녀석도 녀석 나름 생활 리듬이 있을 테고, 평소에 연락 한번 없다가 느닷없이 전화했는데 하필 어떤 골치 아픈 소란에 연루된 상태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오랫만의 통화는 반갑기 어려울 테고, 그건 다시 다정한 만남으로 연결되기가 꽤 곤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조지는 먼저 동태를 살피는 척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나 어디 지나가는 길인데 생각나서 전화했어, 바로 그렇게. 실제로는 작업실 코앞까지 도착해 놓고서는 말이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행운의 당첨일까. 조지가 슥 소식을 궁금해 하자 하워드는 그런 일을 미리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자기는 조지의 집 근처를 지나는 중이라고 했다. 거 잘됐네! 조지는 하워드와 작업실을 바꿔 쓰기로 했다. 당분간 색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작품 구상을 하는 건 어떠냐 라고 운을 띄우니 하워드는 크게 반색했다. 거 듣던 중 반가운 제안이라며 흔쾌히 교환 작업을 수락했다.
   그렇게 하여 조지는 하워드의 작업실에 입주했다. 특파원 조지는 입주 하자마자 글이 써졌다. 썩 훌륭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는 즉시 글자로 옮겨썼다.
   왜 현대는 글이 아닌 말의 시대가 되었는가. 왜냐하면 밑에 있던 힘이 위로 올라가버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옵니다? 옛 시대에 양말을 신었듯이 지금도 양말을 신는다. 하지만 옛날에 바깥에 나갈 때는 항상 장갑을 끼고 모자를 썼는데, 지금은 대체로 그러지 않는다. 그게 바로 증거다. 서로 나서서 저요 저요 저요!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갔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영롱한 사랑 고품격 신위 고결한 태도 숙녀를 위하는 자세, 도 좋지만 말발과 글발과 잔지식과 기교만 남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중 예술을 보시라. 너무 세련되고 고상하며 다 똑같은 맵시! 그래서 오늘도 고전주의자는 거울을 보며 수염을 매만질 것이다. 선그라스 수집에 장갑매니아? 여자는 구두를 수집해도 괜찮지만 타고난 취향, 유별난 감식력, 고유한 안목, 남다른 호기심은 양보해서도 포기해서도 안된다. 왕자로 변신한 개구리가 다시 늑대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제목은 뭐라 할까? 칼럼으로 발전시키긴 어렵고 폐기하기도 아까우니 그는 문학 수첩에 제목을 이렇게 입력했다. 목마른 사랑이라고!
   (굶주린 욕정 저질 색욕 뭐 이런 제목을 언급할 수는 없지 않겠나)



   12

   조지는 거의 도시인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그는 다시 혼자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은 원래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발가벗고, 앵앵 울면서 태어난다. 그런데 나중 커서는 자기가 이 세상에 어떻게 태어났는지 쉽게 잊어버린다. 가진 게 없다고, 로또 복권 말고는 희망이 없다고, 뭘 해도 재미없다고 투덜거리기. 어른들의 특기는 바로 응석인 것이다. 그것마저 애들한테 양보하기 싫은 것인지 세상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 그는 삶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기로 했다.
   행운아가 되고 싶은 열정. 사랑 받고 싶은 갈망.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하트 뿅뿅 윙크 반짝반짝, 사랑의 주인공이 되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는 상상을 즐겨하기. 좋아하는 일들을 즐기며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기.
   그런 다음 조지는 도시 생활을 즐겼다. 혼자라고 못할 건 없었다. 볼링장도 갔고 오리배도 탔다. 통 크게 단추 많은 고급 양복을 맞췄다. 왜냐하면 기성복이라면 아예 비싼 걸 사지 못할 바에야 CD 뭐 뭐가 아닐 바에야 줄자로 딱 딱 제서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옷을 맞추는 건 동화 같은 일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처럼 넥타이와 커프스링크도 샀다. 그걸 입고서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에 갔다. 어디 이런 일이 자주 있겠나. 웨이터 몰래 음식 사진도 찍고 샴페인도 시켰다. 기분 제대로 낸 것이다. 혼자서. 옆에서는 은혼식 겸 식사를 하는 중년 부부도 있었다. 은혼식? 남녀의 어떤 그래프를 봤을 언제 만나야지만 끝없는 사랑 긴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도 생각했다. 여자는 일단 사랑을 시작하고 나서 나중 미래의 행복을 점쳐보지만 남자는 사랑의 종류를 미리 정하고 시작하는 것처럼 그는 사랑과 사람을 알아가며 친해지고 교감을 나누기도 전에 사랑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생각해 본 것이다. 거기서 허세는 끝나지 않았다. 허영심도 탄력 받기 시작했다. 허당은 발동이 걸린 것이다. 공상하기 좋아하는 동경심 돋보이는 칼럼니스트의 추측은 그를 미술관과 박물관등 도심지 곳곳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왠지 모를 허전함이 찾아왔다. 그래도 모른 체 했다. 그러다 거리에서 브라질리언 왁싱이란 간판을 읽었다. 먼 왁싱? 그거 원래 남자가 하기를 여자가 바라는 건데, 사람들은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긴 그게 이상적이긴 하지만 또 털 뽑힌 수닭이랄지 머리쪽만 빼고 나머지는 털을 전부 밀어버린 시베리안 허스키 사진을 상상하니 것도 뭔가 좀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쨌든 상장하지 않은 미래주식회사든 상장한 현재주식회사든 상관 없으니 이제 다음 순서로 뭔가 재미난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만 마땅했다. 이제 진짜로 흥미진진한 모험이 탄생해야 하는데, 그런데!
   하오나 세상 일이 그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으랴. 풍선은 웃고, 권태는 도망가며, 무기력은 졸고, 언제나 기적은 제발로 찾아오고, 여복은 내내 끊이질 않으며, 약속은 앞으로 세 달은 꽉 차 있고,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마음을 뺐는 건 일도 아니다? 그게 말이나 됩니까!
   곧 이제 그가 부닥친 현실은 꿈의 무도회에 입장할 수 있는 비밀 초대장이 아니었다. 단언컨대 그는 체류비가 간당간당해진 것이다. 어쩐지 무리한다 싶었다. 꼴에 발포성 와인은 무슨! 따라서 그는 하는 수 없이 품위 유지비를 챙기고 행복감을 건사하기 위해서 남성잡지에 기고할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가고자 했다. 그도 이제 세상을 알만큼 안 것이다. 잔지식은 보고 들어서, 전문지식은 학문에서, 여자는 세상에서, 큰 재주는 인생을 통해 있는 줄도 몰랐다가 어떡하다 우연히 습득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그가 경험한 세상사가 다 뭐냐, 풍전등화가 아니라 대기만성이라는 점, 사랑은 장기전이라는 청명한 꿈을 믿고 싶었다. 때문에 소중한 인연과의 만남이 만약 늦어진다면 운명적인 만남의 가능성이 심하게 저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릇 낙관적인 듯 하면서도 다소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는 듯한 시를 뚝딱 작성했다.
   곧바로 그는 환상문학 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를 겁박해서 국제적인 남성잡지에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게 그는 마치 원시인이 물물교환을 하는 듯이 남성잡지에 원고를 실자마자 두둑한 고료를 받고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남성잡지에 실은 시의 전문이다.



   13

   시: 큐피트의 세레나데
  
   여자를 알려면 여자를 이해해야 한다. 거꾸로도 명제는 성립된다.
   여자를 이해할려면 여자를 알아야 한다. 단, '거꾸로'를 남발하면 헷갈린다.
   악기 전시장에 스타인웨이&선스가 있으면 밤에 피는 장미도 있다.
   상품 가치가 턱없이 부족한 망고는 어디로 갈지 누구한테 넘겨질지 모른다.
   여자는 악기 남자는 연주자 라는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걸까? 어쩌면!

   그녀가 좋아하는 라울 뒤피의 정물화에는 여러 모델들이 살고 있다.
   선망 허영심 어딜 넘봐? 나 꽃이야! 유혹 작전 오리발 고양이......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작품은
   1세기 동안 시골 농부의 창고에서 먼지 쌓인 채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어느 날 뜬금없이 경매장에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헤드라인을 선사할 수도 있다.
   미술 시장만큼 횡재 드라마가 잦은 곳은 없다느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횡재도 그런 횡재가 없다는 둥
   그러든 어쩌든 넌 아직도 여자를 명화 속의 꽃에 비유하냐,
   아직도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이 있냐 라는 핀잔은 일단 피하고 보자.
   떴어 떴어 고개 돌려 고개 돌려 딴 데 봐 딴 데 봐!
   우정과 사랑이면 몰라도 일이라면 그분은 피하는 게 상책이니까.

   여자를 악기에 비유했을 때 남자 후보는 많고도 많다.
   타락한 연주자, 꿀벌, 나비, 파리, 갈매기, 늑대, 하이에나, 강아지, 미술품 수집가 등등
   아! 아직도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이 있냐 라는 흉을 잡혀야겠다.
   일명 사랑의 포로로 자수? 할 얘기가 남았으니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명화는 단번에 고급 미술관으로 직행할 수도 있고 차차 널리 유명해질 수도 있다.
   때로는 칼럼니스트로터 가수, 노름꾼, 봉급쟁이, 삼류 작가, 농부,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 제빵사...
   심지어 주인이 수차례 바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일편단심 민들레일 수도 있을 테고.
   그럼 뭐 하나!
   순애보의 대가는 정작 달관 혹은 이혼 둘 중 하나 아닐까?
   수동적 사랑, 선택 받는 운명은 어쩜 뽑기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
   하여 섣부른 작별가가 오히려 나을 수도 있고, 그건 남자도 똑같은 심정!
   무엇보다 꽃과 꽃병은 감탄스러울 수도 경악을 자아낼 수도 있다는 것
   심지어 탐스런 사과와 연분홍빛 먹음직스런 복숭아는 인기가 많다.
   초장에 동나든 초장에 잡히든 인기가 많은데
   단지 아쉬운 건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다는 것.
   그래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하다 하다 그분들은 산지까지 진출한다.
   그래서 마침내 그분들은 손톱 정리 도구를 상비한다. 잘 때도 품고 잔다.
   그래서 밑도 끝도 없이 씨 뿌리고 설을 풀기를 동시에 한다. (오, 제발!)
   그래서 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며 과일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뉴튼도 있고,
   먼저 채 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야수도 있을 테며, 이 세상에는
   과일과 꽃과 명곡과 명화와 명작까지 제발로 걸러다니게 만드는 괴물 마술사까지 존재하는 법
   꽃은 꽃일지라도 드물게 바람에게 냉혹한 꽃도 계절에게조차 야멸찬 꽃도 있을 테니까!
   사랑은 원래 오묘한 것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어쩌면 그래서는 안되는 것

   내 님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그처럼 운명이 기구한 미술품을 상상해 볼까?
   이 세상에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는
   별명이 '해리 포터의 여자친구'인 숙녀에게 발목 잡힐 수도 있다는 것
   맞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맞나? 맞다!
   달콤한 과즙, 상큼한 케첩, 향긋한 프리지아 꽃다발은
   놀라운 악상과 신기한 영감과 전전긍긍 애끓는 짝사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곁에는 군침으로 시작하여 대기자 명단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흑심, 바람둥이, 천하의 난봉꾼? 카사노바의 후예! 가난한 시인, 페라리 타는 남자, 에르메스 입은 바텐더, 빚쟁이 작곡가까지
   없는 직업 없는 별칭 없는 물건,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오늘도 분주하다, 숙녀의 마음을 빼았기 위해서
   그런데 허당들은 언제나 허탕친다, 숙녀의 몸만 어떻게 한번 해볼려고 하다가
   그녀에게 연가를 불러 주고, 미모를 찬양하며, 가방을 선물하고, 허영심을 측정해 보고, 미래의 희망으로 유혹하며,
   게다가 내일의 행복에 대해서 그녀의 심금이 떨리도록 속삭여주고,
   때로는 아이처럼 때로는 신사처럼 그녀를 웃겨주고 아껴주며 기다려준다.
   언제든지 자나 깨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조명이 되어 준다.
   밤이나 낮이나 카메라로 거울로 조수로 보디가드이자 테너로 매번 신출귀몰하게 변신하는 것.
   그걸 무엇이라 하나, 구애라고 하나? 딩동댕!

   허나 구애와 사랑이 동의어는 아니라는 점, 바로 알기.
   우리는 반드시 그 차이를 알아야만 한다 알아야만 한다.
   사랑은 애초에 출발이 뻔트일 수도, 뒷모습이 영 뭐한 집요함일 수도 있다는 것.
   그걸 잘 모르니까 때문일까,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그래서 사랑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한다면
   뭇남성이든 멋쟁이든 숙녀든지 누구든 웃게 된다.
   사랑은 아름답기를 세상은 즐겁기를 인생은 행복했으면!
   그리고 허당은 냉수 마시고 속 차리기를.
   A.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가 그대에게 바치겠소
   B.사랑은, 없어!
   A에서 B로 변하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냐?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법!

   그럼 뭘해! 그 시장도 부익부 빈익빈인 걸? 내 말이!

   구애의 적기는 언제인가? 그녀의 마음이 약할 때!
   그녀의 마음이 약하지 않으면? 세이렌이 되어 봄바람을 부를 것!
   그 최적의 순간을 어찌 쉽게 알 수 있으리.
   때문에 타석지상주의는 현대를 사는 남아의 운명
   하지만 하수와 허당과 고수는 이때 갈리는 법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
   오르간 소리,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 꽃다발, 편지, 딸랑딸랑 골든벨, 멍멍멍 골든 리트리버, 뭐 척키 인형?
   방법은 많고도 많고 인기와 애정은 밑도 끝도 없다.

   숙녀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멋쟁이와 영화배우, 성우, 순정을 간직한 소년 같은 남자와
   아찔한 지성에 웃기고 말까지 잘하며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팔방미인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나도 양심이란 게 있다, 올커니!
   미지의 이상형을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다만, 하지만 이게 뭐냐!
   꼬끼오꼬꼬댁, 어디로 튈 줄 모르는 개구리, 아무나 보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백조와 오리와 파랑새는 보이지도 않고 성실한 거북이조차 실종됐으며,
   그 흔한 늑대와 하이에나조차 종적을 감춘걸로도 모자라 심지어 파리마저 날리지 않는다면?
   저런! (절레절레) 우리는,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 보고 화장하고 꾸미고 향수 뿌리고,
   낮이 되면 다시 거울 보고 신상품 구두를 생각하며,
   저녁이 되어도 다시 거울 보고 화장을 점검하며 도도하게,
   뭘 하든 여성스럽게 고상하게 우아하게 산뜻하게,
   공부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며 친구와의 수다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기쁨이자 인생의 동반자며 신성한 의무다. 그럼 밤에는?
   그토록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또 하며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었는데, 그런데
   그냥 곱게 집에 가기엔 섭섭하고 억울하며 슬프고도 아까우며, 그래 더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 많은 시내에도 가고 싶고, 그래서 주목 받았으면 좋겠고,
   미러볼이 반짝이는 나이트클럽은 언제나 대환영이라며 숙녀들을 기다린다.
   게다가 이 세상엔 맛난 음식이 어찌 그리도 많은 것인지! 뿐인가?
   남자들이 호박을 유달리 반긴다고 아무한테나 넘어가면 쓰나, 그럼 안된다.
   내 남자친구와 단짝의 남자친구, 친구들의 남자친구는 비교되고 비교되며 비교된다.
   질투심도 부러움도 경쟁심도, 그 모두가 여자들의 세계에도 있으니까. 그래서
   친구에게 질세라 아무한테나 내 마음을 허락할 수는 없다. 본능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남자는 열 명의 여자에게 다가가고, 여자는 열 명의 남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벌꿀은 그게 일이자 버릇이며 생활이다. 다 그런 건 아니다.
   벌꿀은 그게 일이다. 이 꽃 저 꽃 그 꽃 다 찾아가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쪽쪽 실컷 쪽쪽 달콤한 꿀을 쪽쪽쪽 배불리 빨아먹고 나서 그런 다음 벌집으로 돌아가기.
   그러나 남자는 벌집이라는 공동체로 구태여 돌아갈 필요가 없다.
   벌집은 인생이자 전적이니까. 하지만
   여자는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 딱 하나만!
   남자가 물량이면 여자는 선별력이다. 따라서
   사랑에 대해서 남자는 부풀리고 여자는 감추며 축소한다. 여자는
   사랑이 끝이 아니라 애를 낳고 기르는, 기본적으로 아이의 1차 양육자인 운명. (책임은 동등할지언정)
   숫자에 대해서 여자는 남자한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여자는 한정판 최고급 에르메스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원래 꽃은 나다. 이때 모순이 발생한다.
   나는 1인칭 원리는 3인칭 나는 꽃, 그래서 남자처럼 수량이 아닌 품질에 집착한다, 때문에 고품격을 추구한다,
   따라서 최소량에 최고급 최신식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이때 모순이 발생한다.
   나만 꽃이면 그만 아닐까? 인생 내내 오롯이 그래 왔으니까
   나 외에 굳이 저 드높은 미남과 이상형과 미지의 낙원을 찾아 헤맬 필요 있나?
   나는 꽃이고 천동설인데 말이야! 이때 모순이 발생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미남을 꿈꾼다. 그녀도 그랬다. 그러다 누군가에겐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목표점이 분산되기 때문. 그 시장 전문가의 고견으로 모순은 모두 정리된다.
   업계의 생리를 굳이 알 필요 없더라도
   남자가 원하는 건 비슷하고 적다. 그런 반면
   여자는 원하는 건 비슷하고 적음과 동시에 다양하고 특별하며 확신도 어렵고 분산된다.
   남자 뿐만이 아니라 여자도 살면서 점점 포기하는 게 많아진다. 고민도 많아진다.
   주인공과 조명과 요술 거울과 호사와 그 모든 행복감에 대해서 미래에도 언제까지나 내가 1번일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타협해서 애매한 1.5정도 위치에 스스로 만족할 것인가? (딱)! 이때
   1-1의 사랑은 최고의 이상형
   1-2는 (설레설레) 야수와의 연애
   1.5는 수다를 부를 수 밖에 없는 체념이다.
   장르를 말하자면 첫째는 로맨스, 둘째는 여성잡지1에서 여성잡지2까지, 셋째는 일일 드라마?
   그러니까 그 비율은... 그 비율은 말하면 안된다 말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안 그래도 숙녀끼리 대담할 논제는 차고 넘치는데 그랬다간 상남자 뚜껑 열리는 건 시간 문제니까.
   안된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가짜) 조명과 (불만족스런) 거울을 일평생?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낯 뜨거운 조명을 받아보시라 사리분별이 쉽지 않고 그림자 반대쪽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내내 미남을 원해서 나를 월등히 초과하는 미남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사람들이 두고두고 그럴 것 아닌가.
   남자가 낫네 남자가 낫네! 많이! 훨씬! 언제 어디서 누구나, 그 언제까지라도!
   난 만족했지만 평생 불만족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내 짝을 나와 동급도 상급도 아닌 이상한 남자로 골랐다. 그러면?
   사람들이 두고두고 그럴 것 아닌가.
   여자가 낫네 여자가 낫네! 많이! 훨씬! 언제 어디서 누구나, 그 언제까지라도!
   사랑이 아니라 극명한 대비 효과를 노린 고도의 전략일까? 그걸 누가 알겠나!
   더 이상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지 않고 글도 만년필이나 구술로,
   순수한 화가로써 먹고 사는 게 거의 힘든 세상
   사랑조차 어쩌면 호사를 위한 배필, 적당한 조건의 결합, 빛나는 조명, 말 잘 듣는 돌쇠가 인기일지도!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반면 남자는 여자처럼 모순을 이겨낼 필요가 전혀 없다. 나름의 고충은 몰라도.
   아프리카의 수컷 사자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암컷을 고르고 거느리는지 알면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아프리카의 동물들과 달리 꽁트에서는 버려진 풍선껌이 부활하는 설정도 있다.
   남자는 수컷이다. 남자는 과학이다. 남자는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여자는 암컷이다. 여자는 비과학적이란 말이 아니다. 여자도 다큐멘터리다.
   여자는 거울 보고 조명 받으면 만족하시만
   남자는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는 일.
   남자는 조명 중의 조명, 누구에게나 조명이 되는 태양을 꿈꾸니까!

   여자는 엄마고 남자는 아빠다.
   멀리서 비밀을 캐내지 않아도 된다.
   엄마와 아빠만 보면 거의 모든 남녀의 원리를 알 수 있다.
   여자에겐 사랑이 인생의 전부이자 그래야 한다. 하지만
   남자에겐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해야 하는 배역의 충실함이 주어졌을 뿐
   엄마 아빠를 잘 관찰하면 알 수 있는 일
   여자는 멍청하다고 하면 싫어하고 남자는 지는 비교를 무척이나 꺼려한다.
   곧 둘 다 똑같으면서 다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다는 점은 완전 똑같다.
   단지 남자는 모순이 적은 반면 여자는 모순이 잦고 많다는 차이뿐.
   여자는 여성잡지1에서 여성잡지2로. 그게 어디 작은 차이인가?
   어떻게 그처럼 변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마치 고양이가 불여우로 변신하는 기적 아닐까? 반면,
   남자는 남성잡지에서 남성잡지로.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 거의 똑같다.
   원래 여자가 어렵다. 복잡하다. 변덕이 심하다.
   여자의 마음은 답이 없다. 시시각각 변한다.
   남자에게 영원한 미스테리 그건 바로 여자의 마음이니까. 아무튼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처럼 여자는 해야 할 일도 많고, 할 말도 많으며, 생각조차 끝이 없는 것이다.
   여자의 삶이 이렇듯 좀 어렵다 여간 까다롭지 않다 많이 복잡하다.
   뭘 좀 아는 남자가 언제 갑자기 나타날 줄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은 한시도 늦출 순 없다
   뭘 좀 아는 남자가 언제 갑자기 나타날 줄 모르기 때문에 그녀는 책도 읽고 교양미도 가꿔야 한다.
   뭘 좀 아는 남자가 언제 갑자기 나타날 줄 모르기 때문에 내 님과 팔짱을 낀 순간이라도 긴장감을 부정할 순 없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는 길다.
   밤에 화장을 지우고 씻고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려면 또 시침 1회전은 금새 돌아간다.
   그렇게 지구가 태양 주위를 30번 40번 도는 동안 내 님을 만나면 다행인데 아직인 경우도 없지 않다.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왜 밤에 머리를 감느냐고? 바쁜 아침에 그럴 시간이 없거든. 게다가 화장품은 좀 많나
   틈틈히 천연 재료인 과즙과 밀가루와 우유를 섞어 만든 반죽을 들고서 거울 앞에 서야 한다.
   그럼 방 청소는? 빨래는? 취미는? 드라마는? 성적은? 삶의 기쁨은? 통장 잔고는? 광고에 샴페인에 나오네?
   마음이 두근거린다. 마음이 두근거린다. 세상의 유혹은 끝이 없다 끝이 없다.
   오늘 잠은 몇 시간 잘 수 있을까? 오늘 잠은 몇 시간 잘 수 있을까?
   그렇다고 오늘만 날인가 내일도 그 일과는 거의 똑같다.
   그렇다고 그게 다가 아니다.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
   그래프 종류만 따져도 남자는 여자의 상대가 안된다. 게임도 안된다. 명함도 못 내민다!
   게다가 숙녀는 아가씨가 전부가 아니다. 아기 엄마도 있고 우리 엄마도 있다.
   우리는 숙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말은 그래도 목적은 딴 데 있고 생각은 앞서간다.
   남자는 뭐니 뭐니 해도 성과거든.
   결혼 전엔 쳄발로 동호회 결혼 후엔 위스키 동호회, 그처럼.
   처음 만나 손을 잡고 포옹은 내일 할까? 아님 키스 먼저 할까? 백허그도 빠트려선 안되는데! 라면서
   우리도 남자의 마음을 이해 받고 싶다 이해 받고 싶다, 라~는 투정은 금물이다.
   그래도 남자는, 우리도 칭찬 받고 싶다 칭찬 받고 싶다.
   그래도 남자는, 우리도 지는 비교와 이기는 비교의 황당한 균형만은 피하고 싶다 피하고 싶다.
   여자들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여자들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라~는 투쟁은 금물이다. 따라서
   남자는 숙녀를 아껴야 한다 아껴야 한다. 그래서
   천동설인 그녀들끼리는 만나면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 것이다. 무려, 기본 6시간!
   뭐, 뭐? 맥주 6병도 아니고 뭐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만나서 다시 하자? 이런 젠장!

   아무튼 결론은 이렇다.
   그녀는 나만의 천사 나는 그녀만의 조수!
   그녀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나는 그녀만의 전속 예술가!



   14

   조지는 자신의 시를 기고했던 남성잡지에 찾아갔다. 왜냐하면 입금된 금액은 처음에 약속했던 원고료에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단 그곳 사무실이 가까웠고, 구경하고 싶었으며, 또 다른 복숭아빛 연애를 꿈꿨기 때문이다. 아무튼 가서 따져야 마땅한 일이었다. 마라는 그만 귀찮게 하고 새로운 사람과 담판을 짓기로 했다.
   조지는 남성잡지 본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무실에는 경리로 보이는 아리따운 아가씨 혼자뿐이 없었다. 알고 보니 그날은 국제판이었던 남성잡지가 거창한 행사를 주최하는 날이었다. 때문에 전 직원은 그곳으로 총출동하고 가냘픈 여직원 한 명만 달랑 남은 것이다. 조지는 서슴없이 원고료 완납을 부탁했다. 아니, 정당한 요구였기 때문에 당장 입금해달라고 청했다. 물론 태도는 정중하게, 속으로는 얼마 남지 않은 체류비에 불안불안. 그런데 의외로 남은 원고료를 즉시 입금해주었다. 오해가 있었다면서 그녀는 조지의 마음을 녹여주듯이 요리했다. 뭐야? 저런! 너무 싱거웠다.
   조지는 그 일을 미리 예견이라도 했을까?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부케를 하나 사간 것이다. 그래서? 기어이 경리 아가씨와 조지는 정분이 나고야 말았다. 그게 뭐 어려운 일입니까? 조지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든 만나면 바로 친해져! 조지는 실제 그렇게 행동해서 결과로 증명한 것이다. 그녀는 이름이 나탈리라고 했다. 나탈리 역시 오랫동안 외로웠던 것 같았다. 따라서 그녀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랬다. 우리 사이에 이러기에요? 조지는 엉겹결에 월척은 잡은 느낌에 사뭇 흐뭇했다. 가까스로 어렵싸리 겨우겨우 평작이 아니라 난데없이 풍년이라... 싫지는 않았다. 누차 강조하지만 현대는 사랑의 시대인 점,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뭐 언제는 안 그랬을까. 어쨌든 발뺌할 수도 없었고 애정의 발단이 시작됐으니 전개와 절정의 고조감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봄바람이 불어 처녀의 마음이 싱숭생숭한 듯 하면 우리는 그녀의 마음을 사뿐사뿐 들뜨고 설레게 만들기 위해서 노래하며 포근히 안아줘야 할 사명감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지는 마음에 사랑꽃이 피어 낮에는 홍조와 콧노래가, 밤에는 개꿈과 잠꼬대가 끊일 날이 없었다. 은근 허당임을 부인하기엔 벌써 글러먹은 것이다. 인생은 촌스러웠을지언정 생활은 책잡힐만 하지 않았고 취향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언제나 꽃밭을 거니는 사람이었고 항상 호박은 그에게 제발로 굴러들어왔다. 어떻게? 넝쿨채!
   조지와 나탈리는 다음 날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그날 저녁 바로 데이트를 했다.
   「오빠. 왜 사람들은 유행가를 듣지? 왜 그럴까?」
   「왜냐하면 유행가는 3분의 마법이기 때문이지. 한번 생각해 보렴. 그보다 짧으면 뭐니? CM송이거든. 드물게 최고, 최장, 최상으로 인기를 끄는 CM송을 들으면 꼬마들은 신나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뚜껑이 열려. 날이면 날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한두 번도 아니고 1년 내내 그 노래만 불러대는데 어른들은 하는 수 없이 썩은 미소를 짓게 된다고. 그래서 광고는 광고, 연가는 연가, 보통은 사랑 노래를 듣는 거야. 그럼 그보다 길면? 그건 교향시! 요즘 누가 리하르트 쉬트라우스의 짜라.. 뭐 그 긴 노래를 날이면 날마다 다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안 그래? 달콤한 유행가가 날이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데 체코에 산다면,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면 또 모를까 스메타나를 왜 들어? 안 그러니?」 
   「오빤 어떻게 그처럼 아는 게 많아? 내가 초딩이라면 아는 체 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난 숙녀니까 말할 수 있어. 이건 누가 뭐래도 유식한 거고, 누가 뭐래도 교양미이자 누가 뭐래도 상식이야. 그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빤 어떻게 그처럼 아는 게 많아?」
   「왜냐하면 까마귀의 사연을 읽고 별의 기쁨을 듣고 혜성의 안부를 궁금해 하기 때문이지. 허허허허허 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로마에만 휴일이 있으란 법 있니? 축제의 밤은 바로 오늘이라네. 오빠가 사랑의 허풍을 짓는 이유는 인류가 거짓말을 시작한 이후로, 고귀한 요정이여, 내내 있어온 일일뿐 달리 특별한 까닭은 필요치 않아. 다만 오늘처럼 유별난 숙녀를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저 하늘에서 신성한 동기를 부여 받아 사랑의 꽃잎을 휘날리며 푸르른 강을 건너야겠지. 최소한 오늘 만큼은 있잖니 나탈리, 나는 천동설이고 싶다. 응? (눈빛 뿌잉뿌잉!)
   신통한 투시력과 놀랍도록 정확한 예언력을 겸비한 오빠 같은 신비주의자는 그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행동과 눈빛을 보면 그가 어제 무엇을 했는지, 오늘 누구를 만날지, 내일 어떻게 바나나 껍질을 밝고 넘어질 뻔 하다 말지까지 모두 다 알 수 있어. 정말이야. 정말인지 아닌지 한번 봐 볼까?
   저기 저 사선 줄무늬 넥타이를 맨 양반 보이지? 덥수룩한 수염을 어제 밀었네. 왜냐하면 어제부로 드디여 까마득한 빛을 모두 청산했거든. 이제 인생을 새출발하는 거지. 기분이 좋아. 완전 후련해서 날아갈 듯 할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연분홍색 주름 치마 입은 아가씨 보이지? 그녀는 어제 술값 바가지 썼어. 믿었던 친구한테 당한 거지. 아마도 복수를 꿈꾸고 있을 꺼야. 그리고 저기 저 청년. 보기에는 옷차림이 깔끔하고 단정한 태도에 미래를 구상하며 학문을 아끼는 듯한 눈빛? 그래 봐야 쟤 어제 에로비디오 봤어! 확실해. 난 보면 딱 알아. 딱 보면 안다고. 전부 다 맞출 수 있어. 오빠가 왜 점쟁이, 역술가, 환상가들을 찾아나서지 않는 줄 아니? 오빠가 그 일을 했거든. 그 뿐만이 아니야. 오빠가 만든 환상머신, 이미 특허 출원 끝났어. 게임도 다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니까. 농담 아니야.
   그런데 있잖아. 나탈리 혹시 집에 동화 책 있니? 내가 봤을 땐 있어. 확실해! 그래 안 그래?」 
   「어? 있어.」
   「그래~. 그렇다니까. 계속 갈까? 이번 주말에 약속 없지?」
   「응.」
   「오빠랑 데이트하면 되겠네.」
   「그럴...까?」
   「OK! 나탈리 옷장에 새하얀 원피스 있지? 예 아니오로 대답하시오!」
   「예.」
   「나탈리 옆집에 사는 할머니는 친절하시지? 예 아니오로 대답하시오!」
   「예.」
   「나탈리는 맥주보다 와인을 좋아할 것 같은데? 이건 예 아니오로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건... 와인을 좋아해야 하나? 난 맥주의 청량감이 요즘 왠지 좋은데.」
   「그래. 그거야. 그거라구. 어제와 오늘까지는 그랬어. 그렇다구. 오빠가 방금 한 말은 미래를 내다본 거라니까. 나탈리, 집에 호피 무늬 치마 있지?」
   「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 있지?」
   「어. 어떻게 알았어?」
   「혹시 나탈리. 고양이 키우니?」
   「안 키우는데.」
   「키우면 안돼. 키우면 안돼. 아직은 안돼. 한없이 눈부신 아가씨? 아직, 아니야. 아직 아니라고. 일단 나탈리는 딱 봐도 고양이상이거든. 말상은 언제라도 개와 고양이를 키워도 돼. 그런데 고양이상은 그런 부분에서 유달리 조심할 필요가 있어. 다시 말하지만, 무척, 신중해야 돼. 함부로 듣지 마. 오빠 말 절대 함부로 듣지 마. 이런 중요한 얘기는 절대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할 그런 사안이 아니거든. 응? 그에 대해서는 오빠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줄께. 그리고 말이야. 나탈리는 전에 사귀던 남자랑은 전부 풋사랑만 했지? 걔네들 허세 장난 아니었지? 쉽게 말해서 한다면 하는 남자가 아니었을 걸! 아마도 분명해. 딱 보인다니까. 어디의 대문호들이 사랑했던 무슨 반도로 이번에 놀러가자 어쩌자, 그래 놓고서 바쁘네 어쩌네 말만 말만 그냥, 아휴 말 말어. 뭘 할까, 에이 어쩐다. 핸드백 사러 가자 해놓고선 근처 빵집 주위만 서성이다 오고 그랬지? 안 봐도 훤해. 게다가 기억력은 왜 그리 답답한지. 날짜 같은 거 잘 기억 못했지?」
   「아예 인생에서 지웠어.」
   「잘했어. 잘했다구. 이제야 나탈리가 사랑을 조금 알아가는 거네. 그거야. 그거라구. 그거라니까!」
   조지와 나탈리는 아니나 다를까 처음 만나서 그날 꽃을 선물하고 선사 받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으며, 미래를 얘기하고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꽃과 꽃병의 인연에 대한 험담까지 공유했다. 하지만 조지는 상상도 못할 제7의 지상 천국을 안겨드리겠소 같은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그는 바보가 아니니까. 조지는 정말로 낮에는 기묘한 현실을, 밤에는 우스꽝스런 환몽을, 그와 같은 허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도저히 꿈에서 헤어나올래야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무지개 너머엔 낙원이 기다릴지 백일몽은 물거품으로 밝혀질지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은 코발트블루빛 환상 같은 일상이었다. 나탈리는 조지에게 첫사랑이었으며 그건 곧 작품으로 승화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값비싼 요트는 필요치 않았다. 지금 현재 조지는 사춘기였고 나탈리는 문학 소녀였다. 조지는 곧 있으면 성급한 사랑이란 장편소설을, 속성 연애라는 인문교양서를 출고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든 어쩌든 시간은 많았다. 이번에는 방해자가 없었으며 어떤 원인 때문에 추궁 받지도 않았고 촉망 받는 미래가 궁금할 뿐이었다. 희망으로 가득찬 설레는 황금마차를 타는 꿈을 꾸며 기나긴 행복감을 유망하면 그뿐! 그래서 조지는 그날 느긋하게 나탈리를 집으로 데려다 준 다음 하워드의 작업실로 퇴근했다. 기나긴 하루가 끝난 것이다. 나른한 행복감과 고단한 기쁨과 함께 이제는 돼지꿈을 꿀 차례가 된 것이다.



   15
 
   하워드의 작업실.
   어느 날 토니라는 낯선 사람이 방문했다. 이방인은 자기가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토니라는 사람은 말했다. 그곳은 자기의 작업실이라고. 그의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기 위해 조지는 하워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후 조지는 알게 됐다. 자기가 착각했다는 걸. 하워드는 예술촌에서 노란 굴뚝을 찾으라고 했는데 조지는 노란 대문의 집에 입실한 것이다. 즉 그곳은 굴뚝이 빨간색인 토니의 작업실이었다.
   토니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가련한 일러스트레이터. 본인은 자신이 화가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라면서 토니는 만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조지는 직감했다. 잔소리가 아니라 신통한 웅변술로는 얘가 자기보다 한 수 위라고. 그러다 얼렁뚱당 그들은 친해졌다. 때문에 조지는 하워드의 진짜 작업실로 피신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의 맹세가 아니라 우정을 약속했다. 그래도 향후 영원한 친구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 그러든 어쩌든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상상력을 추정하고 재산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 조지의 현재 슬로건이 우리는 만나면 금방 친해져(!) 였다면, 토니는 그것인 듯 했다. 이 방 저 방 좋아도 내 서방이 젤 좋고 이 집 저 집 좋아도 내 계집이 젤 좋다.
   그렇게 조지는 생소한 환경에서 색다른 착상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들은 대체로 낮에는 직업적 동료였다가 저녁이 되면 술 친구가 되기 일쑤였다. 그게 싫지도 나쁘지도 않았다만 다만 뭐랄까 조지는 뭔가 이상한 예감에 발목이 잡혀서 어쩐지 약간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혹시 연적으로 꼬이는 건 아닌가 같은 생각, 뭔가 느낌이 희안했다. 혹시 내가 토니에게 기를 빨리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도 조지에겐 없지 않았다. 그래도 조지는 도시 탐험 체류비도 아끼고 새로운 예술적 착상을 기다리며 약간 들뜬 기분에 꽤 흡족했다. 곧 그는 동심과 흑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기 위해 동화풍 행운의 주문을 자신에게 습관적으로 주입시키는 데 반해 세간의 크고 작은 불행은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평소에 토니는 작업실에서 몇 일 내내 기거하면서 일에 정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지가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은 본인 집에 가서 잤다. 그날은 노을이 다녀간 후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다음 얘기꽃을 피우는 시간이 돌아왔다.
   「형씨 뭐 재미난 일 없소?」
   「재미난 일 말이오? 아, 그러고 보니 선생은 나랑 말투가 썩 비슷한 듯 하오. 내 주위에서 나처럼 머머하오 라며 옛 시절 추억의 드라마처럼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걸랑. 그런데 이상하게 선생이 구사하는 화법이나 어조나 몸짓까지 어쩜 나랑 그렇게 똑같은지 무척 신기해서 보면 볼수록 놀랍다오. 내게 재미난 일이라면 그게 바로 최신일 것 같소. 질문의 의도는 이방인을 위한 구경거리를 알려달라, 같이 한눈 팔 뭔가가 없나를 물어본 듯 하오만 썩 만족스런 답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오. 선생이 선처를 베풀어 줄 수 밖에 없겠소.」
   「형씨도 참 싱겁기 그지없구만. 선처는 무슨. 이처럼 고즈넉한 작업실을 얻어쓰는 주제에, 오히려 내가 감사해도 열 번은 감사할 일이라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그 사람에게 느껴지는 분위기와 그 사람의 말수는 대략 비례했소. 그 통계에 따른 느낌에 따르자면 형씨는 말수가 무척 적어. 일단 그렇게 보이오. 그렇게 판단된단 말이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막 헷갈려. 저 양반 혹시 수다쟁이가 아닌가 그렇게 말이오.」
   「허허허. 내 요즘 허당계의 관습을 깨트리기 위해 땀 좀 흘린다오. 정말 부단히 노력하고 있소. 뭔가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말이오. 세상에 모르는 일이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새로움을 싫어할 리 있겠소?」
   「거 말로만 그러지 마시고 괜찮은 음료 있으면 좀 내오시구료. 설마 아까워서 꼭꼭 숨겨놓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오?」
   잠시 후 괜찮은 칵테일과 함께 했다.
   「선생은 뭘 좋아허요?」
   「뭐요? 그게 대체 뭔 소리요? 뭘 좋아하냐니. 나 여자 좋아하요. 됐소? 설마 형씨는... 우리끼리 대화라면 모르는데 설마 누가 우리 얘길 엿듣는 건 아니겠죠? 벽에도 귀가 있는 법이라서 흐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무슨 죄는 아니지만 그처럼 막연하게 물어보시니 괜히 조심스러워지구만 그래. 거 왜 날 그런 사람으로 유추해 본 건 아니요? 다정한 사랑, 사랑스런 우정, 단짝의 귀여운 망신살을 바라고 있구나 라고. 가만 보니 형씨도 거의 역술가 수준이구만 그래. 형씨도 나와 같은 심정이겠지만 친구가 되서 반갑고 기쁘고 좋은데, 잘 아시다시피, 우리 같은 사람들이 좀 심심해. 몸에 좋은 최고급 요리라는데 통 맛이 없고,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단 한 사람이라는데 영 재미가 없네? 짜지도 시지도 맵지도 달지도 새콤달콤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기에 화려하지도 않고 영 심심하단 말이오. 편하고 다정한 반면 과도하게 싱겁단 말 혹시 한두 번 들어보지 않았수? 안 그렇소? 내가 봤을 땐 형씨는 성격 좋단 말을 좀 들어봤겠구만. 허허허! 보면 안다니까 그러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본색을 드러내겠다, 반전을 꾀하고 싶다, 그건 아니라오. 내 얘기는 재미없으니 형씨 얘기나 좀 풀어놔보시구료.」
   「내게 무슨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가 있겠소? 떠들썩한 무지 혼란스런 허세 재능으로 오해 받는 질투심이라면 모를까. 교양미로 확립되는 허영심까지 말이오. 내가 입만 열면 이처럼 이상한 말만 하다 보니 그동안 여복이 초라했던 모양이오. 선생이 보기엔 안 그렇소?」
   「내가 사람 속을 어떻게 알겠소? 젊음을 허비하지 않았겠구나, 딱 그 정도 밖에는 보이지 않소. 복채는 반대로 내가 내야 할 듯 한데, 말 나온 김에 형씨가 내 운수나 봐주구료.」
   「운수 말이오? 못할 거도 없지. 정녕 그리 원하신다면 한번 시작해 봅시다 그려. 긴장하시오 선생. 뜨금하더라도 말이오. 음, 눈동자의 떨림으로 보아 하니 선생 통장 잔고가 어째 간당간당한 듯 한데, 일 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오? 선생은 말이오, 여심은 진공청소기처럼 무턱대고 빨아들이는데 재복에 대해서는 고장난 진공청소기가 아닌가 사료되오.」
   「어떻게 알았소?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처럼 찔러보지만 마시고 꿈속에서 행운의 여신이 알려준 복권 번호나 흔쾌히 알려주시구료.」
   「내 그걸 어떻게 알겠소? 무슨 재주로! 이 양반이 밑도 끝도 없이 심통을 부리는구먼. 자고로, 더티 러브는 추접한 간청으로 시작되어 질척거리는 미련으로 끝났는 법이라오. 간혹 긴 행복 화목한 가정으로 아름다워질 수도 있는데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럼요. 선생 눈치를 보아 허니 최근 자잘한 시련을 당한 것 같은데. 안 그렇소? 내 관찰력이 아무리 녹슬었을지언정 그리 엇나간 진단은 아닌 듯 하오. 어떻소?」
   「그렇게 보이오? 이 양반 이거 직업을 바꿔야겠구만. 딱 맞었소. 딱 맞었단 말이오. 그럼 나도 하나 묻겠소. 형씨는 최근 좋아하는 여자, 아니 홀딱 반해서 마음을 빼았겨버린 숙녀가 있는 듯 하오. 아무리 그래도 그 열정을 어떻게 숨길 수 있겠수? 그 화기애애한 애정은 도저히 숨기지 못하는 법이라오. 얼굴에 딱 씌여있구만. 머머한 듯 하오가 아니라 확실하구만 확실해. 100퍼센트야. 안 그러오?」
   「아따 이 양반 이거 이거 안되겠구만. 직업은 당신이 바꿔야겠소. 그런데 이만 하면 탐색전은 끝났지 않겠소? 이제 그만 가면을 벗읍시다. 참 답답하오. 안 그렇소? 야 조지! 너 몇 살이야? 너 연봉이 얼마나 돼? 라고 꼭 묻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라오.」 
   「뭐, 야 조지? 이런, 야 토니! 얻다 데고 삿대질이야? 뭐가 어쩌고 어째? 넌 몇 살이야? 넌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되는데? 너 한 달에 얼마 벌어?」
   「우린 지금 남자에게 묻지 말아야 할 것과 숙녀에게 캐묻지 않아야 할 의구심에 대해서 둘 다 실토해버렸소.」
   「뭐라고? 숙녀에게 캐묻지 않아야 하는 건 맞는데, 여기 숙녀가 어딨냐? 너 고추 안 달렸어? 얘 안되겠네. 이거 이거 순 가식덩어리구만. 늬가 그랬자나. 아무거나 다 물어보라구. 남자 대 남자로 얘기하자며? 거짓말이었어? 그냥 상남자 흉내낸 거였냐? 어? 늬가 그랬자나. 무슨 어려운 외국어로된 특수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기능과 위치를 전부 외워버려서 프로그램을 통채로 숙달해버렸다느니, 또 뭐 넌 종합예술가라고? 헤비메탈 명곡들을 악보 없이 전부 다 귀로 땄다며? 심지어 악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악기를 직접 만들었다며? 게다가 너 5개국어 한다며? 그리고 너처럼 오직 옛날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과 곡을 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고? 예 순 허당이네. 어? 뭐, 묻지마? 묻지 말긴 뭘 묻지마! 얘 안되겠네. 그리고 나보고 작업실 1년 내내 쓰라며? 이제 와서 영 마뜩잖아? 언제는 간이고 쓸개며 다 내줄 듯 하더니만,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음. 야 안되겠다. 야. 한판 뜨자! 그냥 우리, 한판 뜨자.」
   「한판 뜨긴 뭘 한판 떠! 나 안 떠.」
   「아니다 아니다. 됐고. 그냥 내가 갈께. 내가 가면 될 꺼 아니야?」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아 정말!」  그때 조지는 웬 과자 봉지에 씌여진 광고 문구를 읽는다.
   「집어 치워?」 
   「집어 쳐!」 
   「어~ 그래~. 이제야 성격이 나오는 게로군. 것도 아주 제대로. 집어 치울께. 갈께. 됐지?」
   「아 내 말은 그게 아니라니까 글쎄. 아 진짜! 가지 마. 응? 가지 말아줘. 아 정말! 다 물어 봐. 다 얘기해줄께.」
   「허허허. 우리 같은 사람들의 문제가 그렇죠. 말은 많은데, 의욕은 있는데, 실천과 행동과 성과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 안 그렇소?」
   「뭔 얘기야? 왜 또 갑자기 말을 바꿔? 묻고 싶다며? 진지한 얘기를 하자는 말 아니었어? 사람 헷갈리게 왜 그래?」
   「형씨 왜 그러오? 농담이었단 말이오. 아니 빈말에 그처럼 홀딱 속아넘어가면 어떡한단 말이오? 그럼 내 입장은 뭐가 되오! 사람 무안하게시리. 아니 그렇소? 사람이 거 너무 솔직한 거 같아 걱정이야 걱정. 이거 이거 보아 하니 사람 염려하게 만드시는 재주가 썩 탁월하구만 그래. 농담이 지나치게 경솔했다면 내 사과하리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서 게다가 형씨 속마음을 엿보고 싶었단 말이오.」
   「흐흠. 흐흠. 아 됐고. 그럼. 선생이 한 수 가르쳐주구료.」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그래. 뭘 말이오? 형씨는 뭘 알고 싶은 거요?」
   「흐흠. 사랑에 대해서 가르쳐주시구료.」
   「아~! 사랑?」  올커니! 조지는 이제야 걸려들었군 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뜨거운 커피가 식고 알쏭달쏭한 퍼즐을 풀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어느새 조지가 토니에게 연애에 대해서 한수 가르쳐주는 형국에 이르렀다. 그걸 만약 사랑의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런데 있잖아요. 조지가 마치 어느 혼령에 씌기라도 한 듯이, 정말 유령이 조지의 육신을 점령해서 숙주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듯이 전혀 다른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므로 단락을 띄어서 가는 게 좋겠다.



   16

   「이상적인 사랑을 상상하면 뭐가 생각나니? (......) 음, 넌 그런 사람이야! 아름답네. 멋져! 그럴 수도 있어. 그럴 수 있다구. 다른 거? 그래. 번화가에 가면 뭐가 보이니? 거리에서 넌 대체 뭘 제일 먼저 보니? (......) (딱) 음, 그게 너의 현재야! 그게 너의 마음이라고. 바로 그게 너의 본모습이지. 그럼. 응? (끄덕끄덕)! 뭐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다구. 다르게 생각해 보자. 2번 실망 후 3연속 점프도 있을 테니까. 자, 다음 문장을 들으면 무슨 감정이 떠오르니?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다! (......) 응? OK! 그게 바로 너의 본색이야. 그게 너라니까~? 그게 진짜 너야! 그리고, 네가 만약 투명인간이 된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니? (......) 그거야~ 그거라고~ 그게 바로 너란 인간이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요술램프의 정령이 너한테 3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무엇을 말할래? (......) 그거야~ 그거라고~! 너는 딱 거기까지야. 그게 바로 너란 인간이야. 알겠니?」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조지는 다시 말해 발동이 걸려버린 것이다. 다시 뜨거운 커피가 식을 시간이 지나갔다. 조금 전에 토니가 사랑에 대해서 알고 싶었기 때문일까? 이번에 토니는 첫사랑에 대해서 알고 싶어했다.
   「첫사랑? 누구 얘긴데? 아니 말하지 마.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네 이 친구야.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사랑의 정의에 대해서 똑부러지게 알려주지. 그러니까 첫사랑에 대해서.
   여자의 첫사랑은 둘로 나뉘지. 정말 마음이 갔냐, 단지 풋사랑이었냐로. 그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만일 전자라면 대체로 방황하고, 후자라면 거뜬히 잊어. 기억은 해도 하찮은 기억일 뿐이니까. 그 지점이 피동적인 사랑에서 능동적인 사랑으로 넘어가는 단계지. 헛똑똑이라서 처음에는 능동적으로 했다가 거꾸로 나중 피동적으로 사랑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다 그런 건 아닌데 어떤 고비를 넘어야 사랑이 무엇인가를 진짜 알게 된다고나 할까, 그런 혜안이 생기는 경험이 필요한 사람도 있어. 하여간 후자라면 거뜬히 잊어. 차라리 짝사랑이 훨씬 애틋했을 테니까. 응? 그럼. 내 님을 만나서 진정한 사랑을 하기를 원하니까. 그런데 전자인데 곧 여자는 마음이 갔는데 아파하지 않는다? 그럴 수는 없어. 절대 없다고! 특히 말이야, 여자에게 첫사랑이 일찍 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이 갔다? (딱) 그건 거의 몸도 함께 가! 베팅은 얼마든지! 역으로 여자에게 첫사랑이 일찍 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이 가지 않았다? (딱) 그건 거의 몸은 가지 않아! 그건 탐색전이 전부야. 간만 보다 마는 거라구. 토니, 중요한 거 나오면 적고 그래. 응? 방금 전에 나왔잖아. 중요한 가설 그런 걸 잊지 말라고. 응? <여자의 첫사랑 = 정말 마음이 갔냐, 단지 풋사랑이었냐> 그런 거 말야. 응? 이런 얘기 어디서 돈 주고 못 들어 이 사람아! 자, 강연을 이어 가자고.
   토니. 형 말을 믿어라. 일단 숙지해. 딱 외우면 더 좋고. 자, 들어 봐. 여자에게 첫사랑이 일찍 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이 갔다, 따라서 몸도 간다? 그래? 왜 그럴까? 왜 그런 것 같니? 왠 줄 아니?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여자에게 사랑은 몸과 마음이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이지. 여자는 원래 그렇거든. 미숙─조숙─대기만성─성숙에서 더더군다나 첫사랑이니까. 여기서 전자에서도 경우의 수는 있어. 정말 마음이 갔냐, 단지 풋사랑이었냐에서 말이야. 손도 안 잡고 잤다, 아니다, 어쩐다 등등. 두고 봐라. 여자는 전자에 대해서 나중 두고 두고 생각하니까. 그녀는 결코 잊을 수 없지. 아니 어떻게? 그럴 수는 없어. 허허허! 그렇더라도 이때 마음과 마음이 사랑했다면 문제될 건 없어. 내가 사랑을 했고, 상대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니까. 방황을 해도 이겨낸다고. 그 아픔 때문에 사랑 산업은 영원히 호황이지. 사회복지로 직업을 바꾸거나 환경운동가가 되려고 꿈을 수정하거나 큰 방황, 오랜 시련의 시기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어떻든 이겨낸다고. 곧 마음을 주지 않았으면 사겨도 열정이 없었다면 헤어진 다음 금새 꿈 많은 소년, 들장미 소녀로 복귀해. 고로 마음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몸도 가지 않음. 물론 짧은 시간 철없는 마음에 많은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조숙하면 거의 불장난이고 일찍 정착한 남자? 그런 여사님도 물론 하고 싶은 말씀들이 아마 많으실 걸! 아무튼 첫사랑이 마음과 마음, 서로 사랑했다면 문제될 건 없어. 내가 사랑을 했고, 상대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니까. 방황을 해도 이겨낸다고. 그런데 문제는 서로 사랑했다면 모를까 나는 마음이 갔는데 상대는 그런 척만 했다 라는 경우. 다시 말해 남자가 사과나무에서 탐스런 열매가 쉽게 딸 수 있는 위치에 있길래 덥썩 과일을 따먹었다랄지 뭐 그런 예를 말하는 거야. 말이야, 어쩌고저쩌고, 다 뻥이고.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조상님도 아니고 냅다 똥개가 먼저 맛을 봐버린 일과...는 비유하긴 좀 그렇군. 아무튼 남자의 마음은 절반만 왔다, 즉 그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두둥~! 바로 이때 여자는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시기를 겪게 되는 거야. 상남자에게는 짜잔? 웬~걸! 꼭 그런 건 아닌데 일종의 단계라고 보면 돼. 그래, 과정. 바로 이 부분이 남자가 이해하기 힘든, 뭐랄까 숙녀에게는 어떤 트라우마 같은 거거든. 으잉,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어떤 상황의 주인공이 되어 보면 이해하기 엄청 쉬워. 그럼. 최고의 짝으로 3년을 사겼는데 어는 날 갑자기, 날씨가 바뀌듯 여자가 이별 통보, 끝! 남자는 뚜껑 열린다. 왜냐면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네 뭐네 해도 자긴 30년도 문제 없고 300년 사랑을 바랬으니까. 남들 다 눈치채며 추한 소문이 날지라도 남편만은 모를 수 있듯이 당사자는 안도하니까 가능한 일. 영화에 나오듯 이미 남녀 공히 몇 년 후의 이혼 소송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탐정을 붙이는 것과 달리 한쪽만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의 패자? 라는 게 바로 그런 거다. 감쪽 같은 거다. 다만 남녀가 그 방식만 다를 뿐.
   사랑에 대해서 남녀가 얼마나 견해 차이가 심한지 그건 상대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야. 해 달라는 거 다 해 주고, 안 간 데 없이 다 갔고, 더 이상 할 무언가가 없을 정도로 다 했어. 남자는, 하늘 같은 사랑으로 허영심의 왕국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힘 닿는 데로 최선을 다 했다고. 그런데? 이별이 아닌 이혼이네! 이별은 이별인데 이혼 같은 이별이라니. 무슨 풍선껌을 3년 씩이나? 단물 빠진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혹시 사채업자가 아니었을까 라고 남자는 나중 회상할지도 모른다니까. 마른 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온다나 뭐라나?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여자의 심정을 남자가 모르듯, 남자가 이때 얼마나 뚜껑이 열리는지 그 기분을 여자가 알 수 있을까? 절대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그녀는 관심 없다고. 만약 그녀가 안다면 그녀는 남자게? 그녀는 몰라. 모른다구. 그녀는 고추가 안 달렸으니까 몰라. 이젠 타인이고 남남이며 옛 사랑일 뿐. 그건 말이야 '남자가 날 가지고 논 건가?'라며 짧게 만나고 차인 여자의 슬픔과 또 다른 슬픔이겠지. 그 남자에게는 말이야. 실컷 즐기고 청량음료 깡통처럼 차였네? 그처럼 차인 남자의 마음을 여자는 몰라. 그걸 알면 남자게? 모르는 게 당연해. 이해는 해도 공감은 하고 추정은 하겠지만 단지 그뿐. 남자가 짧은 만남의 실연에 따른 여자의 마음을 잘은 모르듯이 여자도 똑같아. 어찌 됐든 그렇게 작별한 다음 여자는 새로운 사랑에 대해서 마음이 열려 있을까, 닫혀 있을까? 활짝 열려 있어. 왜냐하면 옛 사랑은 종료 시점만 그랬다 뿐이지 마음은 이미 옛날에 닫혔으니까. 뭐, 뭐 여자는 그래요 여자는 1번에 1번의 사랑만 해요? 누구십니까? 안되겠네요. 우리는 만나야만 하군요. 세상에서는 바로 이런 일을 운명이라 부르죠. 그 용안을 한번 애타게 보고 싶군요! 그냥 넘어가선 안되겠구먼. 내 기어이 그분을 만나서 그냥 눈물 콧물 쏙 빼놔야겠구만. 단지 말로만 말이야. 아조 혼구녕을 내줘야겠어. 남자들 불문율이 뭐야, 남자는 임자 있는 숙녀라면 일단 고개를 돌려. 그럼 여자는? 여자도 물론 그러지. 자기는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고 말하는 그런 촌년은 아니라고 할 테니까. 하오나 말과 행동의 일치 그게 어디 쉽나? 여자의 특기는 꼬리 흔들기고 여자의 특권은 유혹인 법. 여자가 교태와 화장술과 애교를 타고난 걸로도 모자라 몇 십년을 갈고 닦았는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여자는 핑~ 하면, 마음이 반했다 하면, 그걸 갖고 싶어지는 게 여자야. 바꾸고 싶어하는 게 여자라고. 뺐고 싶어야 여자야. 아니면 그건 여자가 아니야.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확신해도 돼, 뭐라고 확신해도 돼냐고? 당연히 그건 고추 달린 거지. 그렇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야. 그럼. 애써 참는다 뿐이지 참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네. 그럼. 흐흠. 얘기를 이어가자면 그런 반면 남자는? 여자가 사랑의 슬픔 때문에 몸과 마음이 분리됐다가 슬럼프를 탈출하듯이 남자도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수 밖에 없어. 그런 작별이 있고 나면 여자는 돌아서면 새 차고, 남자는 중고차로써 방황할 수 밖에 없다니까. 주변을 둘러 보면 이와 똑같은 사례, 살면서 보고 듣고 알며 심심치 않게 겪겠지. 그런데 그게 남의 일이니까 잘 와 닿지 않는다? 당장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라고 남자와 여자에게 물어 봐도 아마 똑같은 상황만 되풀이 될 듯한 말을 할 걸? 혹은 말은 틀려도 내가 주인공이 되면 둘 중 하나는 그와 똑같이 행동해. 다른 건 다 큰소리 쳐도 미래를 어떻게 큰소리치겠나? 아니 그런가? 미래는 모르겠고 지금 남녀가 같이 수다를 나누면 여자가 뭐라 하겠나? 남자 편든다고 해! 100퍼센트. 역으로, 연애할 때 여자가 헤어지지 않는 이유를 솔직히 말하면 남자는 슬퍼할 수 밖에 없다네. 똑같이 이거 저거 다 따져서 여자가 이혼하지 않고 그냥 그럭저럭 사는 심정, 남자는 딴 델 쳐다볼 수 밖에 없듯이 말이야.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남자에게도 여자의 마음이라면 그게 미스테리가 아니면 대체 뭐가 미스테리겠나. 남녀는 서로 다를 뿐 뭐가 틀린 건 아니니까. 사랑이 깊어지면 장기전도 그런 단점이 있다네. 다만 누구의 구애가 절실했냐 까지는 모르는 게 차라리 낫겠지. 단지 이런 사랑이라면 그건 이별보다는 이혼이 아닐까, 그렇게 헤아릴 뿐. 헤아려? 사랑이 스포츠는 아니네만 간혹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도 하지. 특히 여자! 특히나, 아줌마! 남자는? 여자 만큼은 아니야. 왜냐하면 남자는 성과니까.
   남자는 그래. 내 성과면 좋고 그게 아니면 듣거나 말거나! 남자는 성과, 고로 내 성과냐 남의 성과냐. 그것이라고. 따라서 남자에게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님. 만약 남자에게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면 사랑 이야기를 왜 마다하고, 친구와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 거론하기를 대체 왜 거절하겠나? (내) 성과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 고로 남자에게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그럴 수 밖에 없어.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거든. 사랑이란 바구니가 있으면 일하기와 사냥과 휴식과 놀이란 바구니도 있으니까. 남자는 원래 그래. 남자는 남의 사랑에 별 관심도 없고 알아도 재미 없어.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나중 내 말발을 위한 자료로 이용하기 위한 가치는 있지. 그건 중요하지. 그러나 남자와 달리 여자는 타인의 사랑 얘기에 관심이 지대하다네. 왜? 좋아하니까. 재밌으니까. 깊은 관심이 있으니까. 알고 싶으니까. 왜냐하면 여자에게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니까. 고로 여자는 내 사랑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신부 들러리를 자처한다고. 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남자가 자존심일 때 여자는 자존감이니까. 사랑! 남자에게 사랑은 꽃이고 과일이자 물고기야. 그래서 두 가지 밖에 없어. 일단 잡고, 잡은 다음 물고기에게 밥을 주느냐 마느냐. 어떻게 잡을까와 줄까 말까 그 둘 밖에 없다고. 그런데 여자는? 여자에게 사랑은 노예야. 말이 좀 그런가? 그럼 애인 또는 사랑 머신이라고 하세. 그래서 여자에게 그 다음은 두 가지 밖에 없어. 사랑이냐 아니냐, 사랑이면 영원한 노예! 말이 좀 그런가? 끝없는 1인 다역으로 하세나. 허나 그게 끝이 아니야. 여자에게 사랑은 단편이 아니라 장편도 아니고 연작이야. 그것도 그냥 연작이 아니라 대-연작! 다음 생도 애인. 그 다음 생도 애인. 그 다음 그 그 그 그 그~다음까지. 설령 내가 지옥에 끌려가도 애인이 구출해 줘야 함. 아아 그게 뭐야! 주전자 오오 주전자를 절로 부르는구먼. 사랑은 결국 진공청소기가 아니라 커피포트였어! 정녕 이 세상의 사랑학을 새롭게 평정한다는 각오로 단언컨대, 여자에게 남자-복은 진실한 사랑이면 되는 거고, 진실한 사랑의 이상형은 1인 다역 슈퍼맨이라네. 물론 그건 단지 이상형일 뿐이고 여자는 사랑하면 만족해. 다시 말하자면, 사랑 받으면! 물론 그런대로. 여자에게 완벽은 없어. 그럼. 남자에게 사랑은 없듯이 여자에게 완벽이란 없다고. 농담이고, 그런 반면 남자는? 남자에게 여복은 곧 어복이야. 응? 그렇다고. 1인 다역 그런 거 없고 그냥 숫자라고. 대하 드라마에 나오듯이 응? 정실, 세컨, 숨겨둔 비서, 옛 여자, 새로운 여자, 회사 친구, 학교 친구, 친구의 친구, 공주병, 연예인병, 허언증, 첩, 애첩, 궁녀, 결국 몇 명의 궁녀. 친구들 중에 그런 얘기하는 친구 없나? 남자로 태어났으면 말이야~ 이러쿵저러쿵! 걔 분명 허세남이야. 보나마나 뻔해. 알고 보면 이해를 하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친구니까. 사람은 좋고 뭐 어쩔지언정 분석하면 다 이해가 돼.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 그 둘이 사랑을 하면 어떻겠니? 서로 속셈이 다른데 어떻겠냐고. 그래~ 시작은 좋아. 그런데 대체로 시작만 좋아. 열 그래 열, 열정은 좋단 말이야. 대체로 열정만! 원래부터 남녀는 맞지가 않거든. 여자는 사랑을 공평하게 나눠준 다음 그 중에 튼실한 하나를 골라서 의전을 받는다 치면 남자는 그렇지 않아.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꾼이야. 무슨 꾼? 그래~ 낚시꾼 술꾼 난봉꾼 도박꾼 재간둥이 기타 등등. 그러다 간혹 점쟁이! 남아는 밭에 씨를 뿌리고 고대의 웅변가처럼 설을 풀어야 하는 법, 우리의 할 일은 바로 숙녀의 마음 흔들기! 남자는 여자를 꼬실 때 여심을 빨아들일 때나 하트 뿅뿅 윙크 반짝반짝 속삭임 딸랑딸랑, 그러지 그 외에는 전부 그거야. 레이저, 화염방사기, 으샤으쌰, 전진, 행진, 커피포트, 몰입, 중독, 열 또 열 그런 거. 뛰고 잡고 넣고 때리고 뺐고 쏘고 어쩌고저쩌고. 그런 상남자일지라도 그분은 언젠가 때가 되면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를 줘야 한다네. 꼭 셰익스피어처럼 말하지는 않겠네. 지금은 괜히 여심을 혹해야 할 시기가 아니거든. 여기 지금 자네와 나 빼고 여자 있나? 없잖아. 너 고추 달렸잖아. 그런데 왜? 맹수들이 괜히 느그적 느그적 놀고 뒹굴고 게으름 피우는 게 아니야. 문학 명언과 드라마 명대사를 읊을 시기와 상대가 따로 있는 거라고. 그때 쓸 힘을 지금 쓸 수야 없지 않나. 안 그런가? 아무튼 남자가 물고기를 잡았다고 쳐. 그렇게 가정해 보란 말일세. 그러니까, 그분은 언젠가 때가 되면 잡은 물고기한테 도대체 왜 먹이를 줘야 하냐? 왜냐하면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를 줘야 하니까. 때가 됐으니까. 그녀만은 꽉 붙잡아야 하거든. 놓치면 안되니까. 안 그랬다간 쫓겨나거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누라가 최거거든. 그녀가 변심하면 안되거든. 그처럼 남자가 정착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 보면 그래. 그래서 실제로 벌꿀을 사고, 술을 즐기며, 낚시를 하고, 게임을 건전한 정도로 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긍정. 평소에 여자가 융통성 잃어버린 채 곧이곧대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신부 들러리로 보지는 않듯이 말야. 그치만 취미와 연애는 전혀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네. 무엇을 좋아하는가, 누구를 사랑하는가! 전자대로 후자를 하지는 않지만 학습, 응용, 본능, 인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때문에 전자와 후자 간에 긴밀한 연관성이 발생하지. 애완견을 키우고 소비재를 사며 베팅감을 유지하는 것은 곧 여심을 쥐락펴락하는 기술과 조금은 직결된다는 것. 그녀의 관심을 스탕달의 연애론이나 작자 미상의 사랑론으로 유인한 다음 그녀의 호감을 사랑으로 쏠리게 만들기처럼. 황홀한 세계 3대 석양, 유럽 3대 성당, 세계 3대 기타리스트의 고향을 꼭 직접 가 볼 필요는 없어, 단지 TV로 보면 그만. 그런 아름다운 해변과 이국적인 정경을 과일과 꽃으로 비유하자면 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알면 그만이지 굳이 고생하면서까지 직접 가 보지는 않아도 돼. 그러나! 그러나 여행을 가서 견문을 넓히고, 그로써 글을 쓰고, 돈을 벌고, 유명해지고,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곧 가난해서 가기 싫다가 아니라 공짜로 귀빈을 모신다? 호박이 제발로 굴러온다? 그거거든. 남자들 세상에서 체면도 서고, 행복과 도취감과 쾌락과 함께 인생을 알게 되는데? (딱)! 1인칭 운전자 시점이 아니라 3인칭 게임 시점이니까. 오늘은 사과 얌얌, 내일은 망고 우걱우걱, 그 다음은 포도 꾸역꾸역, 그러다 깐 바나나 또 깐다는 동생의 겁박까지. 그러므로 아빠는 말하지. 뭐라고? 도시의 고독한 사냥꾼들이 득실거리는 이 거친 세상에서 아빠 빼고 모든 남자는 늑대라고. 아빠만 빼고는! 혹시 그런 시 못 들어 봤니?
   1절
   나는 아직 목마르고 굶주린 야생마다.
   나는 배당도 인기도 기쁨도 고만고만한 준마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한마리 명마이고 싶다. 아니다 명마 맞다. 그럼!
   그렇다고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행복하다.
   단지 자유롭고 새도 개도 양은 물론 인간들과 절친한
   무소속 뻔트마가 부러울 뿐. 아니
   난 부럽지 않다 부러워한 적 없다
   제발 날 좀 그만 부러워해라 이 놈들아!
   제발 날 좀 그만 귀찮게 하란 말이다 이 친구들아!
   남자의 삶이 이처럼 고달픈데 어느 숙녀는
   다음 생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자기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글쎄요... 앗
   그럼 여자의 삶은 대관절 얼마나 애달프길래! 말도 마세요?
   기수의 인생 역시 쉽지 않다는 점 나도 잘 안다.
   그러나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가뜩이나 개와 고양이한테 서열이 밀리는 신세
   나는 아직 목마르고 굶주린 야생마다.
   나는 배당도 인기도 기쁨도 고만고만한 준마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한마리 명마이고 싶다. 아니다 명마 맞다. 그럼!
   2절
   그녀는 마주 나는 말
   그녀는 마권업자 나는 그녀의 조랑말
   그녀는 놀이공원 사장 나는 회전목마
   그녀는 눈치가 빠르다 눈치가 빠르다
   무도회장의 특급 웨이터인 '트로이의 목마'에게 건네줄 짱돈
   그녀에게 고스란히 상납했다 상납했다 아깝다 아깝다
   나는 어쩜 마누라의 노예가 아닐까? 아니기를!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고 내 이름을 바꿨다가 혼났다 많이 혼났다.
   요즘 들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날? 바로, 의무 방어전!
   혹시 샤워 소리를 듣게 되면 나만 그럴까? 히치콕 영화의 효과음 말이다.
   나는 요즘 2세에게 세뇌시킨다. 너무 서둘러 조숙할 필요는 없다고.
   소파에 누워 TV를 트니 다큐멘터리가 나온다. 뭐 종마? 저런!
   채널을 트니까 영화가 나온다. 뭐 애마부인? 이런 젠장!
   그처럼 인생 일관되게 먹이를 주지 않았는데, 때가 되면 줘야 하거든. 머리 위에 주전자를 올려야 하는 일이라고. 응? 밖에 나가면 하트 뿅뿅 눈빛 초롱초롱 시선 반짝반짝, 집에 오면 시무룩 시무룩 겔겔겔! 밖에서는 레이더 풀-가동 집에 오면 인상파. 밖에서는 숙녀에게 친절하자, 집에 오면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줘야 한다. 왜? 나는 대인배니까. 아빠 역할도 해야 하니까. 사랑 고백? 그거 다 뻥이야. 그 흔한 사랑 노래는 그럼 뭐냐고? 그냥 형식이지. 사랑은 어떤 거다 라고 살짝 알려만 주고, 실제 사랑을 해 보면 깜짝 놀라는 재미, 그런 게 있다고나 할까? 상업이 원래 전문가들이 모인 곳 아닌가, 응? 그분들만 먹고 살아야 하나, 2차로 3차로 품위 유지비가 다 어디에서 나오겠나? 경제란 다른 게 경제가 아니고 돈이 돌고 돌며 선순환을 일으키는 걸 바로 경제라고 한다네. 세상사가 그래. 사랑은 그런 거다 라고 알려 주고, 들려 주며, 묻고, 생각하자, 라면서~ 그 다음으로 사랑에 취하게 만들면 어떻게 되겠어? 그래~ 다시 사랑 고백 하는 거야. 사랑에 빠졌으니까. 그녀의 마음을 빼았았거든. 그런데 있잖아, 그거 다 뻥이야. 그렇게 돌고, 돌고, 도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라네. 그러니까 사랑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속삭이면 여자가 넘어와. 넘어오면 이제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거지. 그거야. 그거라고. 사랑만 해서 어떻게 먹고 사니, 일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일을. 좌우지간 나만 아니 아니 남자들만 연승가도를 달렸느냐 하면 그건 아니야. 날 아니 아니 남자를 알았고 남자를 만났던 그녀들은 모두 화목한 가정을 꾸렸고, 행복한 사랑을 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산다네. 그걸 다 어떻게 아냐고? 물론 모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연락해 볼까, 아니야 아니야. 그냥 그랬으면 한다, 말이 그렇단 얘기 아니냐고. 응? 말이! 아 그런데 그 얘기가 빠졌군.
   그러니까 왜 여자가 그렇게나 연애 얘기라면 마냥 들뜨냐고? 왜냐면 공작새가 깃털을 펼치듯이 남자가 구애하며 광분하고 꽃 들고 기다리는 데서 기쁨을 느끼니까. 원래 여자가 그래. 그래서 남자는 몰라도 여자에게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하지. 잠깐만. 설마 그럼 결별 소식도? 맙소사! 하기야 야수들은 그거 아니면 추억도 없겠네. 쪽팔린 추억도 추억은 추억이니까. 어차피 촌년이냐 혹시 모를 가능성이냐, 음 그럴 만도 하긴 하겠다. 아아 사랑? 그만 그만. 아 그건 있어. 야수가 그러는 게 아니라, 미녀가 그것도 그냥 젊음에 기인한 아름다움이 아닌 미녀가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사랑. 능동적인 사랑인데 여자가 꽃 들고 기다리는 사랑, 캬, 그거 그거 보통 일 아니지. 그게 만약 집단 지성으로 똘똘 뭉친다? 아 말도 말어. (설레설레) 하긴 이와 같은 찐한 사랑을 하기도 어렵겠군. 내일을 생각한다면 말이야. 언젠가를 예견한다면 둘 중 한 명은 그렇게 사랑할 수 없을 테니까. 다음 생을 생각한다면 둘 중 한 명은 착하게 살고 싶은 것처럼. 최소한 누구나 중간은 가고 싶어하는 게 사람 마음 아니겠어? 다만 누가 아마추어고 누가 프로인가는 얘기하지 마세나. 대관절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고 하나! 그러니까 우리들은 만나면 사랑을 얘기하지 않지. 오늘은 예외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남자들 여자 조심해야해. 절대 쉽게 보면 안된다구. 여자는 남자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음, 요정이야. 까딱 잘못하다간 그 자리에 주전자를 올려 놓고 미남 꽃이 피어 있는 꽃밭으로 도망가는 나비, 그게 바로 여자니까.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게? 제발로 정글로 들어가는 수도 있어. 그게 여자야. 응? 그게 바로 여자라고. 남자한테 여자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야. 명심하게 이 친구야.
   잠깐만 사랑에 대한 내 생각을 글로 읽듯이 읽어 줄께. 눈으로 읽을 글을 말로 한번 들어보시라 그 말이야. 그건 또 다른 일일 테니까. 자, 가 보자구. 뉴스에 나온다. 누구 누구 1년 후 성격 차이로 결별. 유명인이 아니라면 주위에서 그런다. 왜 그러냐 백년가약을 맺어라 어째라, 3년이 좋았다면 주위에서 헤어지지 말라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1년 만나며 탐색전만 한 것도 아니고, 3년 동안 30년의 추억을 만들었는데 그게 뭐냐, 그 아름다운 사랑 아깝지도 않냐 미주알고주알! 그런데 여자는 마음이 식었다. 돌아섰다. 이미 떠났다. 끝나도 진작 끝났다. 솔직히 내 마음은, 끝난 사랑이 슬리퍼라면 길거리에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의 마음은 거짓이다. 완전 새빨간 거짓이다. 그러나 연기는 완벽하다. 그래서 이별하고 싶은데 사랑이 그래서야 쓰나, 의리는 뭐냐, 그럼 뭐하러 3년씩이나 끌었냐, 내가 악역을 맡기는 싫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차일 수 있을까 인터넷 검색을 하고, 하다 하다 그러므로 또 연애 상담을 한다. 물론 결론은 이미 정해 놓은 상태에서. 그럼 연애 상담자가 정말 지혜롭다면 얘길 들어주고 나서 상대가 원하는 답을 말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답이 아니라! 그런데 연애 상담자가 헛똑똑이라면 그걸 모아서 책을 낸다. 자기가 이 세상에서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 제일 많이 안다는 듯이. 헤어져라 제발 헤어져라 라며. 왜 안되냐 그거지. (그래도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 그녀의 친구들도 나뉜다. 당사자 없는 자리에서 뭔 말들이 오가는가 가만히 들어보면... 워워 호호호 쉿! 하여 답은 정공법이다. 어떻게 하면 차일 수 있을까 뭐라 뭐라 그거 다 쇼였고, 어차피 끝은 정면 돌파다. 그렇다면, 그럼 남자는 이 세상의 온갖 예쁜 꽃을 꺾고, 달콤한 꿀을 쪽쪽 빨아먹고, 신선한 과일을 모조리 다 따먹고, 괜히 잘난 척 하는 꽃과 과일은 물론이요 자기는 말이 통하는 남자를 살면서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라는 여자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눈길 조자 주길 마다하며, 마음껏 실컷 원없이 그래도 된다는 말과 뭐가 다를까? 좋을 땐 사랑 싫으면 우정, 평소에는 사랑과 우정 사이? 완전 좋네, 최고! 이런 사례가 어디 한둘에 지나지 않을까? 절대 그럴 리는 없다. 사랑의 패자는 말문이 막히는 일이니까 그 파장은 고요하기 힘들 수 밖에. 최소한 꽤 공통된 사연에 대해서 그 애청자 엽서와 일반인들이라면 누구나 들었을 법한 명대사를 직간접으로 셀 수 없이? 수차례? 살짝? 체득한 결과를 누군가는 소설로 쓴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그분은 글 안 쓴다. 사랑을 해 본 통계도 좋긴 하다만 그거 다 듣다간 인생 훅 간다. 주어진 시간을 그처럼 쓸 만큼 누군가는 타인에게 너그롭지도 자신에게 자애롭지도 않다. 냉정할 때 냉정하고 엄할 땐 엄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멋진 사랑을 직접 받아 본 최소 분량의 통계가 어느 정도 이상 구축된 어른이 많을까, 아니면 적을까? 답은 무응답! 내 이름을 걸고 무엇을 한다 글을 쓴다 라는 게 이런 거고, 브랜드가 바로 그것이며, 차인다는 게 바로 이런 거다. 적어도 누군가는 사랑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랑을 아는 숙녀, 뭘 좀 아는 남아는 사귈 때 그렇게 사귀지 않는다. 범죄자가 제발 날 잡아주세요, 사랑놀이처럼 나 잡아 봐라 그러듯이 친절하게 흔적을 남기길 좋아할까? 아니다. 그럴 리는 없다. 그처럼 사랑을 아는 숙녀, 뭘 좀 아는 남아는 사귈 때 미래를 예견하면서 사귀지 좀처럼 서툰 사랑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랑은 내 모든 걸 아낌없이 주는 게 바로 사랑이라면서, 사랑하니까 바보가 되는 사랑? 전문가가 봤을 때 그건 아마추어다. 당연히 아마추어 정신이 아름답긴 아름답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우정과 사랑을 배우는데? 어른들처럼 앞과 뒤가 다를 거라면, 차라리 그분들처럼 1주일에 1명과 썸타고 1달에 1명씩 사귀는 게 낫다. 풋사랑 및 짝사랑과 교집합 전혀 없이 찐한 연애를 한다? 그건 순진한 사랑이다. 아니면 불륜이다. 즉 육체적 사랑이다. 플라토닉은 천시 받는 거다. 아름다운 연애 지독한 사랑일 수는 있지만 순진해도 너무 순진하다. 또는 응큼해도 너무 응큼하다. 사랑이 아름답고 사람이 순진하면 그만일까? 당연히 그게 좋긴 하다마는 꼭 그렇지 않다는 것, 이 세상 그 누가 모를까! 사랑이 아닌 일에 대해서는 그래도 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자세, 오늘 하루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태도, 모범이고 선이자 귀감이다. 무슨 특별한 목표가 이상이 아니고, 어떤 고귀한 상태가 꿈이 아니라 오늘 하루가 꿈이자 이상인 밝음, 건강함, 최선, 긍지. 누가 봐도 공익 광고다. 그런데 사랑도? 글쎄요! 뭘 좀 아는 어른은 사귈 때 미래를 예견하면서 사귀지 생각없이 사귀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일까? 서슴없이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나중 결혼하게 될까? 그건 모르는 거다. 결혼행진곡이 울려퍼지며 하객의 축복 속에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행진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결혼하면 끝이냐?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이 세상에는 그 끝이 없는 개념이 두 가지 있다. 무엇인지 아시나요? 첫째 숙녀를 향한 남자의 군침, 둘째 미남을 선망하는 여자의 눈독! 옛말에 그랬다. 열 남자 싫어하는 여자 없다고. 아 바꼈나? 안 바꼈다! 남녀의 사랑관이 다르다 뿐이지 남녀 공히 똑같은 인간일 뿐. 세상을 알고 인생의 격랑을 실감해 보면 알게 된다. 우와! 인간의 두뇌가 50퍼센트 정도는 완벽하게 유인원처럼 돌아가는구나 라는 것을. 애인이 있는 여자라고 남의 남자를 안 볼 것 같나? 아니다. 뭇남성들로부터 눈길과 대중의 인기와 애인으로부터 오늘은 충성, 내일은 사랑, 모레는 희망, 그 다음생까지 볼려다가 3년 지나서 흔쾌히 사랑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게 여자의 사랑이다. 물론 영원한 일편단심 순애보일 수도 있고. 3년씩 3번의 연애를 했던 여자? 미래를 예견하면서 멋지고 아름답고 예쁘게 사랑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갈 데까지 간 걸로도 모자라 헤어진 남자랑 좋게 헤어진 게 아니라 3일 3달 3년에 해당하는 남자들을 수없이 안달나게, 뚜껑 열리게, 욕망에 불타오르도록 만드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리 불여우일지 그 누가 알겠나. 그게 여자고, 사랑은 모르는 거고, 현대일일지라도 그 속은 유인원과 비슷하다고 보는 게 현명한 일이다. 내일은 없는 사랑? 좋게 말하면 순진한 거고, 예리하게 말하자면 어리석은 거다. 사랑 노래를 부를 때야 바보 같은 사랑, 라랄랄라 샤랄랄라 왜 나쁘겠나. 그러나 사랑은 무지개도 은하수도 놀이공원의 자유이용권도 아니다. 사랑은 한마디로 모르는 거다. <내일은 없어, 사랑은 없다> 과연 내일은 없고 사랑도 없을까? 상식적으로만 봐도 내일은 있고 사랑도 있다. 여기서 쟁점은 내일은 없는 식의 사랑이다. 그것까지는 좋다. 아니. 좋다 나쁘다도 아니고 연인들끼리 자기들 알아서 할 일이지 마초적 표현으로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관심거리조차 못된다. 대-마초는 유별난 관심을 부여하긴 하겠지만. 꽃과 화병이 좀 그럴 수야 있다만 그게 내 일도 아니고, 연예인 지들끼리 좋아서 만나는 걸 내 친구는 왜 그리도 광분했던지 참 이해가 안됨. (왜 그럴까? 밑에 나올 그래프에서 1 영역 친구들이 주로 그런가 안 그런가 살펴 보자) 그런데 문제는 내일은 없는 식의 사랑 그것의 변심이다. 일상적인 변덕은 사랑에서도 변심으로 리메이크될 수 밖에 없다. '내일은 없어'식 사랑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내일은 없어'식 사랑의 장조는 영화 로마의 휴일이고, 단조는 보니 앤 클라이드다. 사랑은 모르듯이 미래는 모르는 거다. 미래는 없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거다고!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있다 없다 사랑하냐 사랑하지 않느냐, 가 아니라 사랑은 모르는 거다가 정답이다. 아카시아 나뭇잎과 장미 꽃잎을 뜯으면서 사랑의 체념과 열망 사이에서 안절부절 불안해 하는 게 사랑일까? 사랑이다. 그이는 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얼마나 좋아! 그럼 육체적 사랑은? 사랑은 없어 학파가 얼마나 공고한지 잘 모르시니까 하는 말씀. 바람둥이가 언제 갑자기 한눈 팔지 모르는 것처럼 영심이가 밑도 끝도 없이 언제 갑자기 불현듯 등 돌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랑은 무분별한 본능을 자제하는 의지를 높게 사야 하는 것이지 사랑을 위한 공작새의 깃털에만 혹하다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쓴맛을 볼 수 밖에 없다. 내 사랑이 최고라지만 그분이든 누구든 인간이라면 진공청소기와 커피포트를 꿰차고 있다는 점, 그걸 아는 어른들이 바로 그래서 괜히 들썩거리며 꼭 조숙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니까, 남자는 마초일까 마초가 아닐까? 그대에게 단언컨대 마초 아닌 남자는 없다. 그렇다면 여자는 영심이일까 영심이가 아닐까? 한마디로 여자는 영심이다! 안 그러면 여자가 아니다. 그건 100퍼센트 고추 달린 남자다. 안 그러면 여자가 아니다. 그처럼 남자의 마초성이 상중하에서 뭐냐, 여자의 허영심 지수가 50점 근처냐 아니냐, 그게 중요한 거다. (남자가 묻는다) 마초 어때요, (여자가 대답한다) 마초 완전 싫어요? 그런 묻고 답하기라 음 글쎄요 하수...는 아니시지만 성숙한 고수의 관점은 아니라는 거다. 사랑 사랑 사랑이라, 언젠가 우리는 헤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행복한 사랑을 하자? 논조는 좋다. 그러나 그 논조가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다. 게다가 생각은 바뀐다. 사람도 변한다. 심지어 사랑은 뒤도 보지 않고 가버릴 수도 있다. 가버리면 그뿐 영원한 남남이다. 말이야 지난 사랑의 행복을 바란다 어쩐다 라지만 그거 다 뻥이다. 사랑 노래에 나오는 얘기? 절반은 뻥이다. 현재의 내 사랑을 쥐락펴락하느냐, 밀었다 당겨지느냐, 능동이냐 피동이냐가 중요하지 뭘 바라고 어쩌고 그건 어중간하게 끝난 사랑에 감정이 남아있을 때나 잠깐 스치는 생각일 뿐이다. 한마디로 그거 다 뻥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어차피 그거도 순위권만 메달인 셈이다. 지난 사랑은 굳이 애써 소식을 찾지도 않을 뿐더러 그 흔한 노래 가사에 나오듯이 그건 그냥 낙엽, 캔, 지난 사진, 옛 추억, 신던 신발 같은 거다. 사랑이 바로 그런 거다고! 사랑에 대해서 여자는 마음과 몸이 같이 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당신은) 나 사랑하냐고 묻는 것처럼, 비교적 끝난 사랑에게 손을 내미는 쪽은 남자다. 아쉬우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 시작도 안한 사랑에게 여자가 1년 만에 뜬금없이 연락한다? 그냥 찔러보는 거다. 그분은 100퍼센트 의전식 사랑을 선천적으로 선호하는 여자다. 만약 그녀가 될쇠도 OK면 적당히 결혼에 골인하고, 그게 아니라 까다롭다면 늦게나마 막차를 타야하던가 어찌던가 해야 함.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숫자를 놓고 따져 보자. 사랑을 숫자로. 남녀 공히 평생 100명을 사랑하는데 그 정도는 알고 나서 사랑을 논해야 옳지 않을까? 인간이 사랑을 얘기하는데 그쯤은 해 줘야 합당한 예의다. 안 그러면 다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거니까. 뒷북이야 셀 수 없이 많은데 왜 여기서도! 3년 사귀고 헤어진 연인을 연구해 보자. 3년 만나고 여자가 남자를 찬 경우. 숙녀에게 물어보면 거의 다 그런다. 사랑하지 않으면 헤어지는 게 맞다고. 그렇지만 우리, 사랑 노래 가사에 세뇌당한 듯이 그처럼 연애 초보자처럼, 로보트처럼 말하지 말고 왜 헤어졌을까를 따져 봅시다. 여자는 그래요 여자는 그래요 쩜쩜쩜? 그런 얘기라면 남자들은 고개를 돌리니까요. 이건 낭만, 로맨스, 멜로, 감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논리, 이유, 왜, 이성으로 따져 봐야 하니까. 유리할 때는 우리는 화법, 불리할 때는 여자는 그래요? 뭡니까 그게! 그러니까 왜 헤어졌을까를 따져 보자. 이건 내숭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니까 말이다. 남자가 뭘로 보나 괜찮고 여자와도 잘 어울리는데 대체 왜? 단지 사랑이 식어서?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남자의 형편이 그만그만했기 때문이다. 헤어지지 않았을 때 그 남자의 미래 가치, 그리고 헤어졌을 때 나의 상품 가치. 3년 됐는데 이걸 따져 보지 않는다? 그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내가 그 남자를 평생 먹여살려서라도 일평생 데리고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 만큼 여자가 그 남자를 사랑했으면 그녀는 남자를 절대 차지 않는다. 절대로! 뭘 모르는 숙녀, 특히나 자기는 말이 통하는 남자를 평생 한번도 못 만나 봤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여자! 그녀는 말한다. 여자는 그래요, 어떻다면 여자는 절대 남자를 포기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또 사랑에 대해서 아는 체 하시네! 누가 숙녀 아니랄까 봐. 사랑을 별로 받아보지 않은 사람의 이런 고무줄식 사랑론은 그래서 신뢰가 가지 않음. 얼마나 사랑하냐 라는 기준도 없이 그냥 맹목적으로 여자는 그래요? 뭔가 그게, 그게 대체 뭔 애들 소꿉장난 같은 응애응애 이론인가! 남자는 바보가 아니예요 바보가 아니라구요. 남자들이 마음에 드는 그녀라면 말이 얼마나 잘 통하게 변신하는데요, 네? 애정이 사랑인가, 연정은 흠모인가, 그 기준을 따지고 사랑이냐 아니냐를 논해야지 무슨 밑도 끝도 없이 여자는 그래요? 답답허다 답답해. 말이 안 통하게 생겼으니까 남자들이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 남자가 그냥 바보인 걸로.   (여자친구 없게 생겼네 라는 말을 들어 본 경험상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썩 나쁘지도 않음. 그런 예상 전도 후도 침묵이었고. 그런데 여자는 또 다르네? 벌도 나비도 모두 다 말이 안 통해서 정중히 거절했다? 누가 봐도 객관적 구애의 과묵인데 누가 뭐래도 1군 최소 2군이란 뜻으로 자꾸 기억 나서 언급. 솔직한 남성 심리를 이처럼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명쾌한 원리는 내내 장님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식일 테니까. 고로 외모 비하 그런 의도가 아니라 총대를 메고 하는 말임. 이건 정말 아니다, 일어서자, 따지자, 그래 함께 하자, 진짜 원리를 알자,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 듣고 싶다, 알고 싶다, 그래야 한다 어째야 한다, 가자 가자 갑시다, 그렇소 정말이요? 정녕 이건 아니다. 이거 정말 도저히 안되겠구만! 그렇다면 내가 앞장서겠소. 여자들은 미남을 좋아하면서 남자는 여자 얼굴 보면 안되냐? 옳소 틀리요? 만고의 진리 만물의 이치를 왜 뭐라 하는 거냐? 여자들은 거울 보고 화장하고 나 빼고는 전부 다 신부 들러리로 보면서, 허영심은 또 어떻고, 왜 남자들만 뭐라 하는 겁니까? 옳소 틀리요? 뭐야! 그런데 옆에 아무도 없네? 언제부터 그렇게 일을 열심히 했다고! 남자들 다 어디 갔어?)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그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쉬운 일은 쉬운 일이지. 다만 그런 사람은 좀 더 위를 볼 뿐. 만약 만나도 짧게 여길 뿐. 자, 숫자! 남자 먼저. 남자는 평생 100명을 사랑한다고 봤을 때 제1범주 즉 정실에 해당하는 여자는 꼭 붙잡는다. 붙잡아도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하는 데까지는 해야 하는 범위다. 그게 아니면 남자의 표어는 그거다. <가는 여자 붙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는다!> 간단하다. 복잡할 거 하나 없다. 딱 봐도 0이냐 1이냐다. 그리고 여자. 여자의 제1범주는 앞서 나왔듯이 3년 사귀고 계약 해지하느냐 계속 가느냐, 그 정도가 제1범주다. 단지 그 정도! 딱 거기까지! 제2범주는 난 마음이 갔는데 상대는 몸만 왔다랄지, 그 반대랄지, 내가 짝사랑했거나 나이트클럽 인연이거나 단지 날 좋아했던 남자들이 그 언저리다. 여자의 제1범주는 사랑은 사랑인데 지독한 사랑은 아니다. 여자의 제1범주-사랑이 찐한 사랑이라고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이처럼 남녀의 관점이 시작부터 틀리니까 말이 많은 거다. 남자가 봤을 때 남자 입장에서는 뚜껑 열릴 만 하다. 사랑이 무슨 보험이냐 라고! 물론 여자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사랑을 키우고 꾸미고 추억을 만들며 그 사람이란 우주를 알아가야 하지 않느냐, 그게 아니라 사과를 따고 장미를 꺾고 그게 뭐냐, 만나서 연애를 해 보니 우리는 아름답게 이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라는 게 여자의 입장이다. 남자 말 완전 맞다. 편드는 게 아니라 내가 무슨 보험도 아니고, 사랑 사랑 그거 다 거짓말이었냐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여자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이별이다. 만났고 사겨 보니 좋은 건 좋지만 사랑을 했으니까, 여기까지는 사랑이었지만 그건 여기까지고, 내 모든 인생을 다 걸어서 계속 가고 싶지는 않다, 이제 그만 이별하고 싶다 라는 의사, 존중 받아야 한다. 그 차이를 알아야지 그 흔한 사랑 노래와 드라마에서 알려주는 대로만 사랑할려니까 이론과 현실의 괴리, 남녀의 차이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수 밖에. 따라서 차이는 그거다. 남자는 대어를 잡았고 여자는 보디가드에게 조명을 받았고, 남자는 잡은 물고기인데 잘해 줬는데 왜 가니, 여자는 조명이 시원찮고 요술거울도 아니며 카메라 각도가 나와 영 맞지 않다 호시절은 갔고 사랑은 식었다는 거다. 남자에게는 시작이 큰 의미고, 여자에게는 중간이 더 큰 의미인 거다. 여자가 제1범주 미만이 아니라 완전하게 제1범주로 시작한 경우. 여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1범주로써 연애도 결혼도 이혼도 가능하며, 나아가 도취감에 내일도 행복하던가 그리움에 오늘도 애상에 젖는다. 여자가 평범한 숙녀에 선녀라면 제1범주 미만의 사랑을 그윽하게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만 더 솔직하게는 말하지 말자. 하오나 가식이 어디까지인가는 스스로 알아야 하는 법. 더 중요한 진실은 제1범주로서 행복한 인생도 달콤한 사랑까지 가능하다는 것. 사랑하느냐 사랑 받느냐, 다른 문제일 수 있으니까. 꿈은 그 미만일지언정 이상이 아닌 현실은 어디까지나 제1범주라는 걸 어느 숙녀가 부인할 수 있으랴. 남자의 능동과 여자의 피동이 다르듯이 농심과 여심은 같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제1범주조차 남녀가 다른 것이다. 애초에 첫 단추의 기준부터 달랐을 뿐 멀리 보자면 결국 사랑은 차갑게 식느냐, 따스히 유지하느냐 그 둘 밖에 없다. 후자를 위해 노력하면 사랑을 아름답다고 하겠지만 전자처럼 한쪽에서 마음이 고개를 돌리면 그 사랑은 끝난 거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가 되는 것이다. 이별에 따른 사랑의 슬픔은 현재의 사랑인 토끼가 스스로 여유를 부리든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이든, 그 흔한 말로 성격 차이 때문이든, 낮잠 자다가 미래의 사랑인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했던 것 아닐가? 결론적으로 목적에 따라 짧은 사랑으로 끝날 것인가, 소망과 선망에 부합하지 못해 중반에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인가, 남자의 자존심처럼 여자의 기준선이 부동이라면 연인은 하루 아침에 남남이 되는 수 밖에. 참고 기다렸고 노력했지만 허영심 50점과 사랑? 초반에는 기분이 붕 떴기 때문에 사랑이 그 관계를 이끌었겠지만 말미엔 허영심쪽으로 시소는 기울었을 뿐 누굴 탓하랴. 그 원망을 남의 책임으로 전가하기엔 살아온 인생이 너무 초라해진다. 이 세상에 남녀는 많고, 사랑은 또 오며, 어떤 뒷모습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한 남자가 농담이 고만고만하면 심심하고 허세가 심하게 그만그만하면 영 재미없듯이, 여자 역시 허영심 50점은 숙녀의 자존감으로써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단, 딱 하나의 예외는 있다. 그것은 저 제1범주 미만일 때! 그럼 여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인생을 걸고서라도 그 남자를 잡는다. 그게 여자다. 안 그러면 남자일 테고. 물론 사람 일인데 해피엔딩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설프게 여자는 그래요 쩜쩜쩜, 언니의 말에 혹해봐야 괜히 더 헷갈리기만 한다. 굳이 잘잘못을 꼽자면 여자 입장에서는 미래를 혼자만 예견하지 말고 남자에게 주술이든 주문이든 외웠어야 했고, 남자는 그녀의 허영심을 얕봤다랄지 눈치가 부족했을 수도. 결론은 남녀 모두 육체적 사랑에 치중한 결과 파경에 이름. 그건 이별은 이별인데 이혼이라 봐도 무방함. 그래서 3년 만의 파경이라면 여심에 대해서 딱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첫째, 그녀는 헤어지기 싫어하냐 아니냐 곧 제1범주인가 아니면 그 미만인가. 둘째, 그녀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냐 아니냐. 이때 둘째인데 밀고 당기기를 하면 큰일남. 괜히 어설프게... 아 안돼 안돼 (설레설레)! 어정쩡하게... 아 안돼 안돼 (설레설레)! 다만 여자의 인생에서 그 이상의 사랑을 만날 수 있냐 없냐, 적당히 타협하느냐 끝까지 고집하느냐, 그건 여성잡지2를 읽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봐야 한다. 거기서부터는! 밀고 당기기에 대해서도 좋다 싫다가 있는 것처럼, 밀고 당기기를 해도 될 정도인가를 자주 착각하거나 정직한가도 있다. 미래를 예견하면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일은 없다'식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듯이. 그럼 탐색전은 누가 심하게 하고 애인을 까다롭게 고르는 위인은 대체 누구일까? 그건 제발 그녀들에게 맡깁시다. 남자들이여, 우리는 그 주제에 대해서 만큼은 부디 은근슬쩍 발을 뺍시다. 그것만 해도 기본 3시간이니까요. 맥주 3병도 아니고 나 원 참! 아무튼 좀 더 거시적으로 보자면 X축 품질, Y축 숫자. 컴퓨터 키보드의 숫자처럼 그래프에서 9등분. 이상향이라면 남자는 9 여자는 3. 상남자일지라도 호쾌한 친구들은 일단 최저층만 면해도 말이 통하니까 중층 이상인 4-5-6. 친하긴 친한데 말이 안 통하는 마초는 1. 옛 단짝 허세남은 4. 오래 사귀는데 차였던 남자는 아마도 2. 멋진 친구고 여자도 오래 사귀는데 유독 발목 잡히는 친구는 또 몇. 남자들 중에 4 이상은 허풍꾼이랄지 사색가에 그런 꾼인데, 그런데 여자들 중에 4 이상은... 아 (설레설레)! 그게 다 사랑이 요술을 부리는 거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가? 누군가 봐 줘야 한다. 나 지금 일어났어 날 봐 날 봐, 그거다. 그럼 낮에는? 놀아 줘야 한다. 좀 더 큰 후-유아기 아동은 친구들끼리 놀고. 그리고 밤에는? 꿈나라로 떠나기 전에 다시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자장가를 불러 줘야 한다. 사랑도 이와 똑같다. 어디 사랑만? 여자도 그런다. 여자의 슬로건은 그거다. 나 만 봐! 간단하다. 자기는 언제나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는데 남자는 자기만 보라는 거다. 일, 일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여자는 남자 보고 애기라 하는데, 남자가 봤을 때는 여자가 애기다. 공평하게 그냥 어른들은 다 애기다. 수완 좋고 기교까지 뛰어난데 어른들 응석이 응석도 어디 그냥 응석인가! 바로 그래서 여자에게 사랑은 인생의 전부라고 하고, 남자에게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 거다. 사랑의 밀도와 통계로 주제가 넘어왔다마는 다시 순진한 사랑과 찐한 사랑, 프로와 아마추어에 대해서 하던 얘기 마저 하자.
   올림픽이 있다면 프로 스포츠의 세계가 있다. 그 현격한 차이, 절대 심심한 정도는 아니다. 현재주의가 좋긴 좋다만 오로지 현재주의 때문에 시각이 좁혀진다면 나중 뒷모습은 글쎄... 멋지다고 미리부터 장담할 수는 없다. 연애라고 다 같은 연애가 아니다. 결혼 생활이라고 다 같은 결혼 생활이 아니듯이. 연애를 신혼 생활처럼 연애하면 그 연애는 분명 부부 생활은 아니다. 그 연애가 결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런 연애의 이별은 이혼과 하등 다를 게 없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 완전 똑같은 일일 뿐이다. 말만 이별이지 그건 이별이 아니라 이혼이다. 엄정히 따져서 이혼이다. 사랑이 다 같은 사랑이 아니듯 이별도 다 같은 이별이 아닌 것이다. 형식은 이별이지만 실제론 이혼인 것이다. 짧은 사랑을 원하는 여자도 있고, 3년 사귄 다음 잘가라며 작별 인사를 하는 남자도 있듯이 단지 대표적으로 사랑의 슬픔 그 두 예를 들자면 이와 같음. 이런 연애 풍속도와 가장 흡사한 그래프는 무엇일까? 성에 관한 남녀 그래프다. 생물학과 사랑론은 어쩌면 비례할 수도 있고 반비례할 수도, 그때 그때 다를 수도 있는 것. 다만 남자는 내 사랑만을, 여자는 여성잡지2와 수많은 연구와 대담과 수다까지 그 차이. 1.풋사랑─2.찐한 연애─3.동거─4.부부! 이 가운데 3의 비율이 높은 지역은 4의 결별에 대해서 위자료가 많은 곳이다. 방어 진료가 높은 지역은 응당 의료 단가가 낮을 수 밖에 없고─당연히 장점 있으면 단점도 감수해야 함. 난 싫다 장점만 취하겠다? 이상 아니면 도둑 놈 심보다─아마추어들의 천국 즉 스포츠와 예술에 대해서 선수와 예술가들의 먹고 사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일반인들이 분담해서 그 시장에 합당한 금액을 지출하는 곳은 아마추어 시장이 튼튼한 환경을 바탕으로 원활히 돌아가듯이 말이다. (이를 알리는 일은 정보요, 차츰차츰-차근차근은 희망이며, 혁신처럼 번트 전문 대타에게 홈런을 자주 바라면 주가 하락임. 그런데 정보부터 뻔트까지 전부 어떻게 일관된 태도? 훌륭하십니다-다!) 그리고 2, 3, 4의 구분이 흐릿하지 않은 관념의 소유자는 누가 뭐래도 소년과 소녀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그럼 하나 따져 보자. 남녀의 차이를 말이다. 이때 어떻게 다를까, 남녀가 어떻게 다를까? 남자가 사랑의 전문가라면, 전문가의 기준이 트집 잡힐 소지가 있으니까, 그래 남자 카사노바는 어떻게 사랑 할까? 1, 2, 3, 4 구분 없다. 그럼 문학적인 사랑을 하는 숙녀는?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뭘 좀 아는 여자는 2 곧 찐한 사랑을 하더라도 확연히 구분을 한다. 2의 사랑과 3&4 같은 사랑을. 그분은 2를 하더라도 1같은 사랑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그녀 옆에는 누가 있겠나, 그래~ 영심이가 있지.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육신 어쩌고저쩌고, 사랑이 무슨 죄도 아니고 행복은 누려야 마땅한 것 젊어서 노세 지금 사랑하자 이러쿵저러쿵. 영심이 뿐만 아니라 허세 대마왕도 아껴준다 지켜준다 그런 거 없다. 오직 전진 뿐이니까. 그러나 남자의 2, 3, 4에 대한 도전은 계속 될 것이란 예측은, 저 하늘에 사랑을 걸고서 단언컨대, 저절로 우리와 함께 한다. 아마 어쩌면 계속 되어야 한다. 옳다 그르다 정당하다 부당하다, 를 떠나서 그건 곧 수컷의 역할이니까. 단순히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만 걸린 문제가 아니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 1만 할 꺼면 전진은 탄력 받지 못한다. 뭐 좀 할려다가 시무룩 열정은 사그라드는 거다. 그분들이 바로 그러니까 밖에서 으쌰으쌰, 집에만 오면 병든 닭 마냥 시무룩 시무룩 골골 겔겔 끙끙! 따라서 여자의 1을 향한, 1을 잊지 않는, 동심을 기억하는 태도와 균형감, 예술이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 사랑은 아름답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그 손에 땀을 쥐는 줄다리기는 언제 어디서나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종족 번식, 예술적인 밀고 당기기, 재밌는 연애, 연정에 대한 궁금함, 극적인 사랑 드라마까지 모두 그 긴장감과 균형감이 만들어내는 거니까. 그런데 2의 사랑과 3&4 같은 사랑을 확실히 구분하고 싶은 숙녀가 사랑을 어디 혼자 하나? 아니지 남자가 있어야 하지. 손뼉도 궁짝이 맞어야 치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그외 롱테일이건 사랑은 둘이서 하니까. 때문에 2의 사랑과 3&4 같은 사랑을 확실히 구분하고 싶은 숙녀가 있으면 그녀에게 실망과 체념과 절망마저 안겨주는 사내도 있다. 그런데 그 역시 둘로 나뉜다. 그녀의 몸 그리고 그녀의 마음, 까지 남자가 정확히 양분하니까. 가만 있는 여심을 놔두고 지들끼리 아주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도 아니네, 무슨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네? 누가 아니래! 즉 이때 뭘 좀 아는 남자라면 그녀의 허영심을 채워주기 힘들다? 1로 그친다. 딱 멈춘다. 절대 더 나아가지 않는다. 지금은 날 보면 이 애타는 애매함이 알밉겠지만 나중 두고 봐라, 그것이다. 그분은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 잠깐 재밌고 살짝 멋지더라도 2가 너끈히 가능할지언정 그녀의 몸을 정복하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언정 나중... 아 싫다 싫어 그런 사랑이라면 내가 싫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으로 충분하니까! 숙녀여, 사랑의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마시라. 어쩌면 사랑은 물음표로 충분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랑에 대해서 정말 저평가 받는 아마추어 정신은 그런 것 아닐까? 남자들은 알고 있다. 내가 최고라는 사실을. 그래서 지는 비교를 싫어하면서도 비교 자체가 싫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처럼 숙녀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그건 무엇일까? 여자는 이 세상에서 자기 빼고는 전부 다 신부 들러리라는 것을! 왜냐하면 허세 20점인 남자 허영 30점인 여자가 있듯이 그렇지 않다면 촌년임을 자인하며 스스로 광고하는 일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아니 잠깐만. 뭐야, 나 빼고는 싹 다 신부 들러리? 응, 나 빼고는 모조리 신부 들러리! 어머머, 세상에나, 와 대단하다 대단해! 그러든 어쩌든 왜 이렇게 됐을까? 현대의 사랑은 어쩌다가 대체 왜? 왜냐하면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누구나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는가.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럼 핸드폰이 없었던 시대에는 어떻게 사랑을 했을까? 그땐 적어도 지금보다는 사랑이 순박했다. 당시라면 흐흐흐 흐흐흐흐흐 누군 참 좋았겠다. 어쨌든 유행가 가사의 차이가 바로 그래서 생겼다. 야생마 대 경주마! 그러니까 지금 야생마처럼 사랑하는 사람, 어쩜 바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난 정말 야생마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라면 그건 내 인생을 걸고 미래를 담보로 사랑하는 것과 같다. 중간에 마음 바뀌면 온갖 핑계 합당한 이유가 달리겠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고 내가 진정 원한다면 후회 없는 사랑도 가치 있다. 단지 지금은 모를 뿐. 무엇을? 미래를! 바로 그래서 알게 모르게 세간에서는 당나귀가 인기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읽었던 당나귀가 나오는 동화책, 지금 간직한 어른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 답은 그거다. 묻지 마세요! 그런데 뭐야, 그 당나귀가 뭘 좀 모르는 당나귀네? 이런, 젠장! (...휴...) 자, 글을 읽는 것처럼 말하느라 무척 힘들었네. 나이 드니까 아 이거 이거 정말 벅찬데? 그래도 나 여전히 건장해. 스틸 러빙 유~! 그처럼. 체력의 열세는 아마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네. 그러니 책임져. 당신이 책임져. 형씨가 내 곤궁을 책임지라고. 허허 농담이고 정상에 거의 다 왔으니까 마저 했던 얘기나 계속 하세나 그려.
   그러니까 여자는 사랑했지만 사랑 받지 못했는데, 심지어 내가 차였다? 졌는데 또 진 거야. 꽃과 호박은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난 사랑의 하수요 내가 차지도 못했다 라면 뚜껑이 열려야 정상이라고. 남자도 그렇자나. 지는 비교만 계속 당해 봐. 뚜껑 열리는 건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자나. 그런데 몸과 마음이 다정스레 함께 갔던 첫사랑 뿐만이 아니라 그런 거도 있어. 마음으로만 첫사랑, 쉽게 말해서 감정의 끈만 수년 내내 5년 10년 붙잡고 있었는데 사랑의 신호란 신호는 여자 입장에서 자존심을 다 내려 놓고 보낼 만큼 보냈는데, 그런데 남자는 애매하게 처신하기를 얼마. 또 얼마 내내 얼마. 그러다 그녀는 첫사랑 같지도 않은 첫사랑에 실패하고 이제야 신수 훤한 남자를 만나 진짜로 첫사랑을 한번 해 볼려고 하지. 그런데 어머나! 나는 몸과 마음이 갔는데 얘는 한발 슥 빼네? 그처럼 새빨간 사과와 샛노란 바나나만 따먹고 마네? 어머머! 바로 이때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야! 어떤 현상? 첫째 오빠 들었어? 둘째 몸과 마음의 분리.
   5개월 10개월 좋아하며 그 남자에게 마음을 알리며 사진 찍어 간직하고 여자가 그 남자를 좋아하며 주위에 자랑하고 그럴지라도 사랑을 아는 여자는 그 사랑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마음을 접어.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을 아니까. 왜냐하면 그녀는 마음과 몸이 함께 가는 사랑만 했었고, 하고, 할 테니까. 여간 해서는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는다고!
   토니. 너 그거 아니? 왜 남자들은 친구끼리 사랑을 얘기하지 않는 줄 아니? 단지 불문율이니까?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그냥 부끄러워서? 그분들이 그럴 분들이 절대 아니지, 그럼. 그렇다면 자라면서 아빠한테 사랑에 대한 설교를 통 듣지를 못했기 때문에? 그건 이유가 될 수 없어. 그렇게나 날이면 날마다 사랑 노래를 듣고 부르면서 사랑을 귀찮게 했는데 또 누굴 탓하시겠다고?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니지. 그럼 뭐야 유치원에서 사랑을 배우지 않았으니까? 그건 핑계도 헛소리도 근사한 풍자조차 될 수 없겠지. 그게, 뭐야 그게? 어? 저런, 저런! 토니, 들어보시게. 왜 남자들은 친구끼리 사랑을 얘기하지 않느냐, 왜냐하면 사랑에 대해서 남자는 그렇기 때문이야. 첫째, 남자는 몸과 마음이 함께 간다는 보장이 없고 둘째, 더욱이 남자는 사랑을 하기 전에 그 사랑의 종류를 시작과 동시에 정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을 수 없거든. 물론 근사치만 따져서 그렇다는 말이지. 그런데 여기에 보너스가 하나 붙지. 그럼. 그건 뭐냐?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사랑도 사랑을 해 본 사람이 잘 아는 법이야. 그 시장도 정확히 부익부 빈익빈이라니까. 여자만 사랑 받기를 원할까?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남자도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여자도 똑같아. 아무리 신호를 보내네 어쩌네 해도 그 시장도 정확히 4구분 도형이지, 무슨 여자들이 신호를 독식하고 어쩌고 그런 거 없어. 그런 얘기하는 사람은 단지 선녀일 뿐. 남자A를 따라다니는 여자 어 음 그게 그럴 수도 있는데 거의 그럴 일은 없어. 똑같이, 무턱대고 여자는 자기에게 호감이 전혀 없는데 무작정 짐승처럼 달려드는 남자? 많지 않아. 1달 1년 내내 쫓아다녀서 아주 드물게 사랑을 얻는 일도 있긴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여자에 대한 견적이 나오니까 하는 일이겠지. 다큐멘터리에서처럼 하이에나는 맹해 보이는 초식동물에게 달려든다니까. 곧 남자도 사랑을 받는 걸 좋아해. 나만 쫓아다니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 아프리카의 맹수들이 사냥해서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보장 그 확률이 있기 때문에 달려드는 거지, 내내 허탕만 쳐 봐. 그건 뭐야? 그래 꼴까닥이라구. 종종번식에 실패! 종종번식과 사랑은 크게 다르지 않아. 완전 같지는 않아도 완전 다르지도 않아. 그처럼 사랑을 받는 걸 좋아하는 건 여자나 남자나 똑같다니까. 다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어차피 정해져 있어. 다시 말해 사랑을 받아 본 남자들도 많지 않아는 점. 원래 남자들은 으쌰으샤인데 더더군다나 사랑을 많이 받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남자들끼리는 사랑을 얘기해서는 안된다네. 안 그래도 서로 마이크 들고 딴 얘기하는데, 원래 남자들 대화 자체가 덤앤더머인데, 그런데 나는 여자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 봤기 때문에 여복이 풍부한 내가 가련한 너희들에게 사랑의 설교를 하노라? 세상에 그런 바보가 어딨겠니! 간혹 코메디랄지 진짜 진지하다면 모를까, 만약 그런 푼수가 있다면 남자들끼리 잘도 그러겠니?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어떻게 해야 저 남자를 내 걸로 만들 수 있을까, 동영상이랄지 사진을 찍어서 간직하고, 플룻을 배우며 수컷 공작새처럼 여자가 깃털을 세우며, 롤리타처럼 아담하지만 성숙하며 청순한데 사랑을 아는 절세미녀가 일방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내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내 새로운 헤어스타일과 몸짓을 선보이며, 첫사랑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다 주며, 여자가 먼저 신호를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며, 수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관심을 잃지 않고, 처음부터 치밀한 작전으로 시작해서 만인에게 만방에 저 남자 내 남자다 라며 증거를 모아 모아 모아서 소문 내고 또 소문 내는 바로 그런 사랑을 받아본 남자? 그리 많지 않다네. 나는 그런 남자인가? 그에 자신있게 네 라고 답할 수 있는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게 사랑 받고 사랑해 본 남자가 많지 않은데 남자들끼리 만나서 사랑을 얘기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 친구들만 봐도 그렇게 사랑 받아 본 친구? 거의 없어! 아니 있긴 있나? 그래도 친구들도 둘로 나뉘더군. 그 어떤 사랑일지라도 여자를 알고 사랑을 하면서 살았다면 말이 통해. 대화가 시원스럽고 호쾌하다구.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른 건 다 중간인데 남녀의 정분에 대한 경험이 영 아니야. 남녀의 정분에 대한 경험이 영 아닌데 그런데 그 친구들이 또 허세, 자존심, 부러움에 대한 솔직한 감정(난 부럽지 않아─날 부러워하지 말든가─난 부러워한 적 없어), 지는 비교에는 또 얼마나 민감한데? 말도 못해. 아아, 말도 말어. 연애 경험이 소녀랄지 그냥 동네 아저씨인 친구? 그런데 상남자? 말이 안 통해. 완전 꽉 막혔어. 보고 있으면 답답해. 사정 알면 이해가 돼. 성격 봐도 알만 해. 인생이 참 심심하지. 그 앞에서 잘난 척 해서도 안돼. 그런데 자기는 잘났데. 남들이 평생 한두 명 사귈 단짝을 내가 몇 명 사겼는데. 단짝의 수와 밀도로 따지면 난 연예인병에 걸려도 돼. 암, 그렇고 말고! 그 깜짝 놀랄만큼 용한 통계에 따르자면 꼭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 게 아니더라구.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잘 모를 때, 대체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막 생각해 봤어. 내내 고민했지. 단지 가난해서? 깡촌에서 태어나서? 집안 배경이 그만그만해서? 멋지게 생기지 못해서? 공부를 못해서? 잘 놀지를 못해서? 딱히 큰 재능이 없어서? 설마 그건 아닌가 정말 골똘히 생각해 봤는데, 그런데 다 아니더라구. 다 아니야. 아아 시골 출신 단짝 친구 보고 싶구먼. 그 친구랑 같이 그냥 단 둘이서 시합도 많이 했어. 그냥 여기서부터 저기 전봇대까지 뛰기. 내가 보통 한두 발짝 앞섰거든. 나 승 걔 패. 탁구도 가끔 쳤어. 나 승 걔 패. 또 소개팅도 2 대 2로 했지. 그런다고 나만 이기게? 나도 상대를 띄워주고 어쩌고 오거니 가거니 주거니 받거니, 잘들 논다! 다 옛날 이이야. 그렇게 우린 추억이 많았는데 그런데 녀석은 져도 웃어. 져도 웃었다고. 무슨 찌질하고 못났고 답답하고 속 좁고 허접한 그런 친구들과는 격이 달라 격이. 물론 그분들은 단지 친하니까, 그건 이해가 돼. 그런데 아무리 친해도 정신분석이 저절로 되니까 그게 문제지. 그분들과 으쌰으쌰할 때는 팀웍 좋고, 분위기도 괜찮으며, 기분까지 좋아. 곧 비정상만 문제야. 아무튼 그 녀석이 다닌 학교는 이름이 다 똑같았어. 다 동물 이름이었다고. 예를 들면 늑대초등학교 늑대중학교 늑대고등학교. 삼류 대학교를 안 갔으면 모르는데 오점이 남았지. 늑대대학교까지 다녔으면 딱인데 말이야. 아님 동네 이름이 늑대동인 곳으로 이사 가라고 할까, 이름을 아예 바꾸라고 할까? 뭐 지 인생 지가 사는 거지. 그럼 또 어떤 분들은 매정하네 어쩌네 그럴 텐데. 그렇다고 훈수 두면 또 아는 체가 되고. 뭘 해도 얄밉고, 뭘 해도 꼴 보기 싫고, 이러나저러나 재수 없는 거는 매한가지. 뭐 어쩌란 말이야? 나 보고 어쩌라고! 세상만사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런 태도가 유리할 때가 있는 반면 너무 순진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는 것처럼 퍽 여리거나 썩 어리다면 몰라도 자고로 어른이라면 뭐든지 원리, 원리,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걸 알면 편하거든. 응? 가만 보면 괜히 배배 꼬는 친구들 있잖아, 또는 상황이랄지 어떤 여건이나 형편 때문에 그러는 행동들을 보면, 잘 이해를 해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친구들이 꼭 그래. 남자 세계에서 여자 경험에 대해서조차 그 유명한 피자 배달원의 경험과 정확히 똑같아. (딱) 완~벽하게 일치해! 하긴 그 세상도 부익부 빈익빈인데 하물며 롱테일이 2가 아니라 8인데 오죽하겠어. 사람이 장조인가 단조인가를 간파할 수 있는 손쉬운 예가 있어. 가령 오랫만에, 몇 년만에 친구들을 만난 자리. 딱 모임 날짜가 정해져서 다 같이 함께 하자, 그게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그럼 느껴지는 게 뭘까? 와 애들 나이 들었구나 얼굴이 달라 보이네, 그거라고. 그걸 말로 해. 그럼 또 그 얘기를 듣고 가만 있을 친구들이 아니지. 바로 그때 누군가 그러겠지. 
   「그럼 늬는 안 그러냐?」 
   이 말을 웃으면서 하면 괜찮아. 다들 화술도 생각도 다르니까 그럴 수 있어. 그런데 그게 아니라 똑같은 말일지라도, 오오 차가워도 보통 차가운 게 아니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수 밖에! 그땐 아 하고 느껴지지. 오, 고슴도치형 인간이구나 라고. 그분이 친구와 어떤 대화를 하는가를 잘 관찰해 보면 예상과 정확히 부합한다네. 감정의 선두는 오직 자존심이니까. 그래도 나이들수록 많이 둥글둥글해지기는 해. 그분이 가난하면 불만족을 합리화하는 데만 사고력은 전력으로 가동되고, 부유해도 알게 모르게 선행을 실천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체로 냉소적이야. 내 주변을 둘러보자구. 내 인생을 돌아보잔 말일세. 그런 사람이... 몇 명. 굳이 함께 어울리고 많이 만나 보지 않아도 돼. 단 몇 마디 듣고, 딱 한두 마디 섞고, 행동만 봐도 오차 범위 얼마라고 대번에 나온다네. 꿈, 일, 우정, 사랑등 부분적으로 자존심이 작동하는 게 아니라 매사 그런 식인 사람. 비율은 잘 모르겠지만 타고난 건 어절 수 없는 일인 법. 당사자 입장이 되어 보면 어차피 치타냐 표범이냐, 셜록 홈즈냐 괴도 루팡이냐, 카사노바냐 돈 주앙이냐거든. 서열, 이권, 목적, 기분이 전제되지 않았는데 따스함으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곧 특별한 악의는 없지만 기본 설정이 장조가 아닌 단조인 것이지. 인지 체계에 대해서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질투심을 기반으로 단점을 비롯한 견적이 산출되듯이 남자도 뭐를 보든 일단 비판적으로 먼저 보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있어. 다시 말해 남자라기 보다는 정확한 수컷의 관점. 구태여 그 범위를 벗어나는 전문용어를 떠올릴 필요없이 8 대 2 비율만 떠올리면 이해가 쉽지. 쉽게 말해 남자의 20퍼센트가 전체 여자의 시선을 독식하고, 여자의 20퍼센트가 남자의 관심을 독점해. 그럼 남자 8과 여자 8은? 부러워한 적 없다고 하던가 먼 산만 쳐다봐야 한다고. 호박이 제발로 굴러오지 않던가, 언제나 제발로 굴러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고. 차가운 남자 가운데 원래 천성이 단조던가 전문용어도 등급이 있을 테며, 일단 부러움이 싫은데 만사에 다정하다? 그건 말이 안되는 거야. 그 몇 가지가 집약된 입장이 만약 나라면! 병적으로 승리에 집착하는 반-패배주의자, 그래프에서 1영역, 백조보다 촌닭 성향이 월등히 높고, 야망은 충족되지 못했으며, 게다가 허세 상급에 자발에, 우정과 사랑을 말할 수 없는 남자다, 심지어 여간해서 뻔트가 다 뭐야 타석 등장조차 쉽지가 않다, 더더군다나 그렇게 평생을? 말 다 한 거라고. 응? 아 말도 말어. 그런데 간혹 그런 사람이 아닌데... 친교에서 자존심을... 절대 그럴 분이 아닌데? 그건 고슴도치형이 아니라 우정이 사랑인 경우. 더 자세히 말해 주세요? 저 여자 환장헙니다! 어쨌든 그런 남자만은 피하고 싶다? 어느 날 보면 그런 남자가 바로 내 남편! 어머머 우리 아빠네? 괜찮아. 괜찮다고. 책임감이랄지 일장일단이 있으니까. 나 기쁠 때는 완전 좋거든. 간질간질 딸랑딸랑 반짝반짝! 쉬운 일은 아니지만 눈치 보고 기분 맞추며 치고 빠지면 돼. 배우자만 뭐 달관하는 수 밖에. 그런데 그게 아니라 고슴도치 대 고슴도치로, 고슴도치의 언어를 익힌다? 그분들은 닭이든 고양이든 그쪽과 양다리가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오, 제발! 직업적인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일 뿐더러 무슨 심리 치료사? 비서나 조수면 그나마 낫게! 야 야 피해 피해 떴어 떴어 딴 데 봐 딴 데 봐, 괜히 그러는 게 아님. 따라서 주변인은 그분을 구워삶고 요리하는 게 중요하지. 무조건 져 주지 않아도 돼. 하나 주고 하나 받고, 물물교환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보너스로 치즈 달린 줄을 슬금슬금. 응? 그런다고 넘어오기가 쉽진 않지만. 어른들이 그냥 스무 살을 응애응애로 보는 게 아니야. 명색이 성년인데 인물 유형을 잘 분간...은 하는데 열, 열이 좋잖나. 응?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긴데, 뭘 해도 재미가 없거든. 벌써 스무 살부터 말이야. 2명은 안 그럴 수 있는데, 8명은 안 그렇다면 거짓말이야. 그럼. 당연하지. 각설하고 그러므로 고슴도치와 다른 동물은 기쁠 때는 몰라도 잘 모르는 채 무턱대고 감정을 나눌려고 하면 안됨. 그래서 1달 1년 탐색전이 필요하냐, 달랑 10분이면 견적 충분하냐 나뉠 수 밖에 없다고. 그분들은 그래. 10분, 1달, 1년 안되겠네? 돈으로도 안되겠네? 처음부터 보이는데 뭐 미쳤다고 그 시간을 공들이겠나. 그 시간이면... 뭐 그렇겠지. 그런데 타인, 지인, 일, 우정, 사랑, 가족에서 무감정으로 가능한 게... 그나마 일이겠군. 고로 여성잡지1에서 2로 간다는 것은 곧 양육과 조련을 양쪽에 꿰차는 일임에 다름없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름 돋을 정도로 그렇게나 직감이 뛰어난 그녀들인데, 대체 왜 그처럼 남자 보는 눈이 없을까?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거니까요. 남자들이 괜히 취미를 즐기는 게 아니거든요. 언니가 내내 그랬으니까. 앞서거니 뒤서거니가 아니었으니까. 뭐니 뭐니 해도 선두 그룹만 편애. 후미 그룹은 잘 따라오나마나 그건 모르겠고 너희들 알아서 스스로 강하게 커라? 방목하고서 잘 크기를 바란다라, 삐툴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런지. 그처럼 언니의 대립 구도는 분명해. 언니는 천상 소녀니까. 숙녀는 곧 소녀 감성이냐 아니면 아줌마냐 그런 걸까? 딸이냐 엄마냐 그 말이구만.
   직관 : 논리
   감각 : 이유
   육감 : 증거
   그냥 : 왜
   청각 : 지각
   허영 : 합리
   로맨스 : 다큐멘터리
   드라마 : 뉴스
   요술 : 기술
   거울 : 성과
   조명 : 당근
   친목 : 목적
   수다 : 화술
   취향 : 안목
   여성 비하, 머머주의 그런 말이 아니야. 딱 봐도 언니가 보는 세상은 뭔가? 동화야! 그래 만화영화. 개와 인간이 대화를 하고(얼마나 좋아?), 코끼리가 걷는 게 아니라 하늘을 날며(환상 아니냐고 환상!), 마법의 힘으로 몸의 크기와 모양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개 제이크? 그게 뭐가 나쁜가! 어? 다만 그 다음이 있을 뿐. 그 허구는 누가 어떻게 만드냐 그 말이야. 그러니까 그 나머지는? 그렇지. 약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생태계의 질서를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험한 세상이라고. 이와 같은 여러 개념들이 혼재된 바로 그런 세상. 서커스, 경마장, 동물원, 결승전, 암표상, 야생마 스카우터, 카바레, 밀림, 몰래한 사랑, 추문, 할로윈은 물론이요 사기꾼이 설계한 큰 판, 영화 장르 범죄, 운명적 시련, 세상의 부조리 등등. 그러니 이런저런 원리를 아는 게 좋겠나, 모르는 게 좋겠나. 최소한 왜 그럴까 궁금해 할 필욘 있어. 소녀가 헛똑똑이 숙녀가 될지 포근히 사랑 받을지는 가늠해야 하니까. 가령 롤리타 증후군이든지 뭐든지 대략 몇 퍼센트는 외모 차이가 전혀 없는 염소, 그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꼭 직접 경험으로 알 필욘 없다는 말이야. 그렇다고 남자만 일반적인 동물 유형이 아닌 예외가 존재할까? 그럴 리는 없어. 여자들도 여자들이 무척이나 꺼려하는 여자, 없을 수가 없겠지. 쉽게 떠올려 봐도 후보군은 줄 섰어. 허영심 100, 질투 100, 공주병 100 등등. 그건 그래도 그럴 만 해. 옆에서 꺼릴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아무 말 없이 가만 있는 존재 자체가 밉상이 되는 당신, 그대와 나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한다 만나야 한다! 어쩌다 삼천포로 빠져서 천성으로, 다시 남녀의 차이로 가버렸네만 다시 남자의 우정으로 돌아가자면,
   결론은, 내 사랑 바텐더 밖에 없어! 여건이 그런데 그런 친구들과 남자들끼리 사랑을 얘기한다? 그건, 미친, 짓이야! 그건 정말 미친 짓이라구. 당연히 그렇지. 내 친구들을 세 구분으로 나누자면 그래. 첫째, 사랑을 하고 받고 그에 대해 상중하에서 상인 경우. 둘째, 단지 육체적 사랑만 많이 해 본 친구. 셋째, 이도 저도 아니고 말만 많든가 아예 말수가 적든가. 바로 이 1, 2, 3에서 1이나 1.5와는 사랑 엇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어. 말이 통하니까. 그런데 그 나머지와 사랑을 얘기한다? 그건, 미친, 짓이야. 얘기를 해도 뭔 얘기를 해? 육체적 사랑 밖에 얘기할 수 없는데! 그럼 뭘해? 그래프 얘기하면 울기 직전인데! 그럼. 꼭 뭐 대화가 안된다 무조건 재미없다, 그게 아니라 말이 그렇다는 말이야. 그럼 남은 건 뭐겠어? 그렇지, 으쌰으샤! 그건 재밌거든. 그건 어디서 안 빠져. 원래 남자들이 그래. 그런데 일반인만 그런 게 아니야. 유명인도 보면 저 1이나 1.5는 뭘 좀 알아. 그런데 그게 아니라 2와 3이 사랑을 얘기한다? 그건 사랑의 근처만 서성거리거나 육체적 사랑만 말하거나, 둘 중 하나야. 본론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얘기들. 그래서 난 허당들의 사랑 얘기는 통 재미가 없더라. 연예인병이 치유된 허당, 공주병을 이겨낸 영심이, 그 중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고 사랑을 많이 하고 게다가 뭘 좀 알아야지 그 사랑론에 내 마음이 두근거리지 그거 아니면 하나도 새롭지 않아. 싹 다 남의 다리 긁기라니까. 멋모르는 소녀, 순진한 숙녀, 맹한 아가씨, 유쾌한 선녀들은 혹할지 몰라도 우리는 보면 알지. 화자가 육체적 사랑의 경험만 풍부한 노인인지 사랑 받기 전문이 아닌 사랑 하기 전문이었던 선녀인지를. 원래 우리는 그래. 우리는 뭐든지 보면 알고, 우리는 누구나 만나면 금방 친해져! 우리는 원래 그래.
   자, 질문?」
   「그럼 여자의 몸은 언제 오는데?」
   「예상했던 질문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 만나자마자 애제자군 그래. 좋은 질문이기는 한데 어째 거 영 머시기 하네. 우리가 무슨 사춘기도 몽정기도 아니고 왜 하필 질문이 그렇게 직접적이니? 그래도 질문에 자상하게 답을 하자면 이와 같지.
   여자의 몸이 언제 오냐? 여자의 마음이 온전히 올 때! 그게 언제냐? 만난지 1일일 수도 1000일일 수도 있겠지. 또는 10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 그 누가 알겠나. 그럼. 하루로 치면 1 10 100 1000 그렇고, 그런데 10,000일은 몇 년이지? 1,000일이 대충 3년이니까, 그럼 뭐야 30년? 그런 불여우가 있다고? 아 몰라 몰라. 그리고 이건 모두 사랑이 깊어지지 않았을 때의 얘기야. 다음으로 심화 과정이 궁금하다고? 그건 내가 쓴 책 사랑론을 읽어 보면 될 꺼야. 정말 쉽고 재밌고 새로운 이론이기 때문에 그건 유료야. 값어치를 충분히 하니까 그래야만 하거든. 그런데 정말 유료의 가치가 합당하다는 걸 요즘 사람들이 뭘 아나? 하지만 피동적인 사랑에서 능동적인 사랑으로 넘어간 여자들은 그런 가치를 알아 보는 법이거든. 하지 마 하지 마! 뭔 소리야? 아무튼 여자는, 처음 만나도 그 사람이 벌꿀인지 나비인지 아니면 난봉꾼인지 다 보이는 법이야. 여자가 무슨 바본가? 남자가 바보가 아니듯 여자도 바보가 아니라네. 그렇지만 마음이 흔들리고 설레며 두근거리다 가슴이 뭉클하다가 딱~ 마음을 빼았겨버리면 그땐 바보가 되겠지. 남자나 여자나. 왜? 사랑하니까! 뭐 과정이야 어떻든 설령 그럴지라도~ 다 방법이 있긴 하겠지만 말이야. 허허허. 허허허허허. 음하하하하하하!」
   「여자의 몸이 언제 오냐? 여자의 마음이 온전히 올 때! 그게 언제냐, 그때 그때 다르다?」
   「하나를 가르켜 주면 열을 아는군. 음 좋아. 그러면 남자가 아닌 여자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자고. 응? 그래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그 어떤 심정을 이해할려는 최소한의 예우 아니겠니?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고서도 거의 그분의 마음을 알 수는 있는데, 다 알지는 못해. 정말 뭔가를 절실히 이해할려면 가면을 쓰고 가장무도회에서 발바닥이 닳아져라 춤을 쳐 봐야, 그나마 그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겠지. 그럼. 자, 보자구. 봐 봐!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마음이 갔는데, 늬가 여자라면 마음만 보내겠니? 어? 그거야! 그거라고. 가령, 여자가 어떤 남자를 처음 만나자마자 마음을 주면 어떻게 되겠니? 그거야! 그거라고. 그런 다음 그녀는 생각이 많아지지. 왜냐하면 그녀는 그 남자를 잡아야 하니까. 잡고 싶으니까. 벌써 좋아하거든.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진작 게임 끝난 거거든. 게임 시작도 하기 전에 게임 끝난 거라고. 응? 그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나는 드문 예는 빼고 이때도 나뉘지. 어떻게? 1-1은 직구 1-2는 변화구. 뭐 그래프? 1-1은 Z 1-2는 역N자형 또는 M자형! 전자는 순진한 아가씨 후자는 성숙한 숙녀. 그럼 여기서 끝이냐? 그럴 리는 없어. 그럼. 그 다음으로 또 2가 있지. 2는 그래. 어머나, 세상에나, 만나자마자 이 남자 완전 마음에 들어. 처음 보자마자 홀딱 반했어. 그래 첫눈에 반해버렸다니까. 누가? 여자가 남자한테! 그녀는 숙녀니까 그녀를 남자라 가정한 채 표현하자면 그 남자는 그야말로 환장하는 거야. 침 닦아야 한다고. 그런데 이때 여자 2호는 목표가 금혼식이기 때문에 마음을 따라서 몸까지 가지는 않아. 마음은 갔는데 몸은 안 가. 작전이 수립되는 시점이 바로 이 지점이야. 알겠니? 핑~ 하면서 내가 사랑의 주인공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깨닫고자시고 할 틈도 없이 사랑 노래의 깜짝 주인공으로 발탁됐는데, 어쩌겠니? 이미 둥실둥실, 사뿐사뿐, 랄라랄라 마음이 붕붕 떠다니는데 어떻겠니? 그녀는 어떻겠냐고. 이때부터 안달나는 거야. 완전 안절부절 못하는 거지.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거든. 미친 사랑이자 상사병이란 게 바로 이런 거거든. 막 바빠진다고. 응? 그렇지. 1-1과 1-2는 처음부터 몸과 마음이 가는 사랑이라면 2는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사랑이야. 2는 일부러 그 사랑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몸은 떼서 집에 꼭꼭 묶어놓는 식이지. 응? 그럼. 물론 1-1과 1-2도 길게 가고 싶고 잡고 싶지 왜 안 그렇겠니? 인연을 잡아서 하늘 같은 서방님으로 모시든 영원한 내 사랑으로 만들든, 욕심이 나지 왜 안 그렇겠니? 그녀라고 탐욕이 없겠니, 그건 아니거든. 시도는 하고 노력도 하며 주위에 상담도 하지. 그러나 이미 스쳐지나갈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왜냐하면 야수와 미녀라면 몰라도 그 반대는 그런 사례를 상회하지 않는 법이니까.
   여자의 몸과 마음이 분리된다고 해서 꼭 그게 사랑의 슬픔 때문은 아니야. 이처럼 사랑의 기쁨 때문이기도 하다고! 몸과 마음의 분리조차 남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 참 알고 보면 신기할 뿐이야.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와 초원의 맹수가 먹이감을 포착하면 남자는 그래. 첫째 몸과 마음이 분리되면서, 둘째 사냥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생각이 많아지며, 셋째 1번에 1가지만 하던 그이가 멀티태스킹에 능숙해지지. 바람을 읽고 후각, 청각, 시각, 촉각, 지각, 공감각, 육감을 총동원해도 성공률은 준수하기도 하고 저조하기도 하니까. 그처럼 먹잇감을 포착하면 바빠져. 성공을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저번 사냥에서 졌는데 이번에 또 지라고? 바나나를 깠는데 또 까라고? 저번에 얼룩말의 뒷차기에 제대로 차여서 망신 된통 당했는데 또 당하라고? 그건 아니거든. 반면 우리의 꽃사슴은 정확히 두 지점에서 몸과 마음이 분리된다고. 첫째, 사랑의 신기루를 보게 되는 바로 그 순간! 그리고 둘째, 저 하늘의 뭉개구름이 솜사탕인 줄만 알았는데, 내 사랑은 샤르륵 입안에서 감미롭게 살살 녹아드는 아이스크림인 줄만 알았는데, 사랑은 뭐랄까 그 어떤 달콤한 케익 같은 신비감일 꺼라 생각했는데 어머머! 쨍그랑~ 하며 환상이 깨져버릴 때! 바로 그때 그녀들은 몸과 마음이 잠시 작별하는 현상을 겪게 된단 말일세. 잠시? 부디 아픈만큼 성숙해지기를! 알겠나? 어? 아, 알겠나 모르겠나? 뭘 그렇게나 인상 팍 쓰면서 고심하나? 또 여자 생각하고 있구만! (설레설레)
   꽃은 그래. 내 꽃병이 안 이쁘다 못생겼다, 그럴지라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왜? 내가 꽃이니까! 꽃병은 꽃이 아니거든. 허나 꽃병은 내가 정물화를 그리는데, 내가 1인칭 게임 시점으로 활동하며 꽃을 선택하는데, 내가 과수원을 관리하며 내가 어장을 돌보며, 내가 화가 누가 그린 그림을 사는데, 그런데 꽃병과 부조화를 이루는 꽃을? 그 꽃병은 여간해서는 그리 못해. 일단 챙피하거든. 왜? 난 꽃병이니까! 잘나가는 클럽에 아무나 입장시킬 수야 있나, 그거라고. 남자는 그처럼 구분이 없어. 남자들은 남성잡지, 끝! 그런데 여자는? 일단 여성잡지 1과 2, 로맨스 할리퀸 문고, 드라마퀸, 수다파, 독서파, 기분파, 놀자족, 공주병, 허언증, 신부 수업, 내숭녀 등등 (절레절레)! 남자는 왜 그리 간단하냐? 왜냐하면 최선과 최고와 최상을 추구한다는 데 대해서 너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 다 똑같거나 비슷해. 이왕이면 다홍 치마거든. 그러나 여자는 정확히 둘로 나뉘어. 이 세상을 다 줘도 싫은 건 싫은 거다와, 능동적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로. 또 있어. 처음에 내가 좋아하며 원하는 상품을 사는 여자와 그냥 광고에 속는 여자로. 여자는 둘로 나뉘지. 내가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꿈이라면 제일 좋은 걸로 제일 적게 갖는 여자와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닌 여자로. 2분법은 계속 되겠네. 남자를 볼 때 남자를 사귀기 전에 내 기준선 안쪽으로 괜찮을 것인가를 미리 상상하는 여자와 아닌 여자로. 만약... 오 만일... 저 남자와 손 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며, 한 침대에서 아침에 눈을 떠 마주 보며 일어나고, 날이면 날마다 밤에 한 침대에서 같이 자며, 만인에게 저 남자 내 사랑이다 라고 자랑하며, 심지어 나는 저이를 닮은 아이를 낳고 키우며 행복한 가정을 꾸미며 가족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처럼 우리의 사랑을 만방에 알릴 수 있나, 그 모두에 대해서 나는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라고 똑부러지게 선을 긋는 여자와 아닌 여자로. 고상한 여자와 촌스런 여자로. 미남을 좋아하는 거야 여자의 본능이고 본성이지만 진짜로 미남만 추구하며 좋아하는 여자와 이상한 남자를 좋아하고 애매한 이상을 간직한 여자로.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과 로마의 신들이 어떻게 묘사되며 표현되는지 지대한 관심이 있는 여자와 통 관심이 없는 여자로. 남자도 답답할 꺼야. 정실로 뭐 그런대로 최선을 추구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아 그분도 정말 답답할 꺼야. 그녀가 전자인 듯 하지만 나중 그녀의 촌스러움을 다 껴안고 찬미하여 딸랑딸랑 반짝반짝 굽실굽실, 아 (설레설레)! 아들 녀석이 누굴 닮아 이처럼 똑똑하지? 딸은 뭐 넘어가자고. 아무튼 결론은 전자는 속옷이 세트, 후자는 꽃과 꽃병에 대해서든 뭐든 너는 너 나는 나! 전자는 챙피함을 못 참는 것, 후자는 무감각해지는 것.
   그 외에 또 롱테일과 심화 과정에 대해서는 내가 쓴 책을 사서 공부하고. 응? 그래. 선녀가 아무리, 제아무리 사랑을 잘 안다고 해 봐야 그거 다 간질간질, 응애응애, 삐악삐악 애들 장난 같은 그래, (딱), 초보자를 위한 그 흔한 입문서일 수도 있단 말이야. 응? 상업과 허영심과 질투심과 꿈과 전문가 세계가 결탁한 입문서가 무슨 사랑학 개론이랄지 놀라운 사랑론씩이나 되겠니? 그럴 수는 없어. 속된 말로 까 놓고 생각해 보자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어 놓고 말이야. 너와 나, 우리가, 남자 대 남자로, 고추 대 고추로 사랑을 얘기하는데 뭐 소꿉장난할 일 있니? 그건 아니잖아. 터 놓고 말해서 선녀가 사랑을 많이 받았을 거 같니, 아니면 미남이 사랑을 많이 받았을 거 같니? 물론 선녀도 열심히 활동하면 빼어난 나비랄지 선녀가 꺼뻑 반할 듯한 그런 빛나는 벌꿀이 모여들진 않겠지. 그렇지만 최소한 곤충은 꼬일 수 있어. 왜냐하면 늑대는 그녀의 몸만 사랑하지 마음을 사랑하지는 않을 테니까. 피동이 아니라 능동으로 가도 마찬가지야. 미남과 선녀. 누가 지는 사랑을 많이 했고, 누가 누가 제발로 굴러다녔을 것 같니?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나는 언제라도 사랑에 솔직했다? 짝짝짝! 하오나 사랑하면 뭘 하니 사랑 받지를 못했는데! 사랑을 해 본 꼼지락꼼지락 통계가 정확할까, 사랑을 받아 본 불가사의한 통계가 정확할까? 그런데 허당들이 또 말은 좀 많니? 그래도 그분들도 뭐 먹고 살아야 할 꺼 아니야! 안 그래? 그럼.
   왜? 이게 다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헛소리 같아? 그건 아니잖아. 뭔가 알맹이가 있잖아? 반짝반짝 쳄발로와 새콤달콤 오르골 멜로디에 포근한 마음으로 리본을 풀고, 포장을 뜯고, 상자를 열었더니 아 글쎄, 그 뭐야? 스프링 달린 권투 글러브가 삐용~ 하며 튀어나와서 주인공이 눈탱이 맞는 장면! 지금 그건 아니지 않니? 아니 한번 생각을 해보란 말일세 이 친구야. 풀밭에서 치타와 표범과 재규어와 하이에나와 늑대들이 느그적느그적 걷다가 쉬다가 맨날 잠이나 자고 핑핑 놀다가, 그러다가 딱 먹이감을 포착했어. 그건 뭐야? 그건 최고의 사랑일 수도, 구애라거나 애정의 장난 또는 그저 사랑놀이일 수도 있다고. 응? 사자가 배 고프다고 풀 뜯어 먹겠니? 그건 아니거든. 호랑이가 할 일 없이 원숭이처럼 열매를 핥고 새처럼 곤충을 쪼아먹겠니, 아니면 벌처럼 꽃의 꿀을 쪽쪽 맛나게 쪽쪽쪽 신나게 쪽쪽쪽쪽 빨아먹겠니? 그건 아니거든. 그처럼 맹수가 사랑을 잘 알겠니, 아니면 맹수들이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하는 코코넛과 들장미가 잘 알겠니? 그렇다고 그 코코넛과 들장미가 무슨 과일 중의 과일이고 꽃 중의 꽃이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허당 중의 상허당이라면 모를까! 호랑이는 말일세 요만한 생쥐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 다네. 최선을! 단, 사자는 일단 배부르고 나면 그 어떤 먹이감들이 주위에 득실거려도 쳐다보지 않는다네. 다큐멘터리에 보면 실제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나. 맹수들과 초식동물이 그 얼마나 정답고 다정하게 어울리는데. 그런 일련의 원리를 뭐라 하냐?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다 라고 한다네. 사랑? 사랑은, 없어! 사랑이 만약 1인 1역이라면 사랑은 있지. 허허허 농담이고, 황홀한 고백? 그거 다 뻥이었어! 웃자고 한 얘기고, 사랑이 그처럼 어려운 건 다 그런 이유가 있겠지? 사랑 하면 정말 신물나게 하면서 반세기를 살았는데, 그제야 진정한 사랑이라는 신비한 호박 수프를 알게 된다면 그땐 바람둥이든 바람잡이든 이처럼 말할 수 밖에 없다네. 아마도 그렇겠지?
   야호! 신나게 놀자! 도날드 덕를 찾아서. 사뿐사뿐 두근두근 궁짝궁짝 뿌잉뿌잉, 샤랄랄라 룰루랄라 랄랄라 룰루랄라 랄랄라~!
   그처럼 말일세.」
   하여간 넉살은! 조지의 너스레는 아주 나달나달해지다 못해 지긋지긋하기 직전까지 갔다. 토니 마음에 키스 마크가 아닌 스키드 마크가, 귀에서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뻠쁘질도 이런 뻠쁘질이, 토니도 인내력 대단함. 여심이랄지 말발이랄지 다 속셈이 있긴 하겠지만.
   그들의 대화 잔치는 끝났고 토니는 집으로 돌아갔다. 조지도 나머지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그렇지만 보람찬 하루가 지나갔지만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었다.
   그는 토니의 작업실에 누워 가만히 오늘 하루 들은 얘기들을 되새겨봤다.
   토니가 고백한 사랑. 토니도 사랑할 자격이 있다. 그건 토니의 자유다. 그런데 토니가 좋아하는 숙녀를 설명하는데 어째 느낌이 묘했다. 뭔가 기분이 기묘했다. 게다가 나탈리와 데이트하면서 나탈리가 왠지 모르게 지난 사랑에 대해서 뭔가 간지럽게 운을 띄운다고나 할까, 어떤 그런 보이지 않는 긴 꼬리가 느껴졌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지만 아직 밟힐 꼬리의 정체는 채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그 둘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 그건 뭐지? 그건 대체 뭘까? 조지는 정말 어째 기분이 뭔가 쎄했다! 이거 이거 이상한데... 설마... 혹시...! 너무나도 기분이 괴상했다. 분위가 완전 이상했다. 엄청 쎄했다! 한마디로 철커덕 하는 낭패감 가득했다. 그 누가 그 희한한 기분을 재차 경험하고 싶을까. 상상에서라면 몰라도 또 다시 토끼도 아니고 거북이도 아닌 영 이상한 삼각 관계엔 빠져들긴 싫겠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소란의 발생과 불협화음의 생산에 대해서라면 조지를 따라올 자가 없었나? 세상에, 그런 트러블 메이커가 어딨다고!
   조지는 확신했다.
   아아! 맞다! 걔가 걔구나! 오, 저런!
   조지는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 토니와 나탈리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야... 아니지 아니지. 괜히 나설게 아니라 슬그머니 빠지는 게 최상책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는 낙향하는 수 밖에 없었다. 조지는 자기가 한 발 앞서 나가야 한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이 참담함은 어떡하라고! 그 울분이 서둘러 스스로 수습이 될까? 될 리가 없다. 따라서 그는 도시를 떠나기 전 최후의 뻔트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며 꿈나라로 떠났다.



   17

   그는 사랑에 대해서라면 모든 걸 통달했다. 상심의 답례는 성숙일 테니까. 심심한 사랑 탐욕스런 사색, 원없이 체감했으니까. 안도의 한숨과 체념의 한숨은 드디여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나 인생은 결국 아직 실망하기엔 이른 예고편 같은 것. 황홀함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는 인생과 사랑과 행복의 비밀을 통채로 알아버린 것이다. 사랑학 박사라는 챔피언 벨트가 만약 있다면 그가 싹쓸이해서 자기 집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매우 드물게 무대 위에 수북이 쌓일지도 모르는 그 어떤 무언가처럼! 게다가 사랑론이라는 학식에서도 조지는 어느새 권위자가 됐다. 심지어 사랑법은 전문가요 사랑의 마술에 대해서조차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풍운아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마침내 사랑 머신이 된 것이다. 그가 쓰는 글도 사랑의 환상곡이었으며, 그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사랑의 화신이었다. 사랑 하면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며 더 이상 끓어오를 수증기도 바닥났다. 사랑의 조수, 사랑의 비서, 사랑의 경리, 사랑의 번호표 발부 기계는 물론이요 양쪽에 사랑1과 사랑2를 꿰차는 일도 이젠 지겨워서 못 견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도 그건 응당 일이었다. 말만 죽는 소리를 하지 그는 일을 사랑하니까. 심지어 일이 사랑이니까. 알고 보니 사랑은 그에게 하나의 정식 업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직업이 사랑-업!
   조지는 도시에서 하산하기 전에 할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를. 짝사랑을 하고, 받고, 제발로 굴러오는 호박이라면 이젠 신물이 났다. (뭐?) 적어도 사람들의 심리를 원없이 관찰할 만큼 관찰했다. 웬만한 장편소설과 훌륭한 인문서적을 쓸 정도의 경험을 쌓았다. 사랑도 했다. 삼각 관계도 물론 체험했다. 그것도 사랑의 삼각 관계, 우정의 삼각 관계까지 많이 많이. 심지어 삼각 관계에서 1, 2, 3 모두 맡아봤다. 한두 번도 아니었다. 마다할 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는 언제나 나만의 피앙세가 있다. 그럼 남은 건 뭐냐? 이제 그만 뻔트계에서 은퇴하라고? 그건 아니다. 뻔트 사인은 인생 내내 유효할 테니까. 대관절 그럼 이젠 뭐가 남았을까? 딱 하나 남은 게 있다. 아니 두 가지다. 첫째 조지 팬클럽, 둘째 누구 팬클럽에 참여해서 열광하기. 첫째는 딱히 바라지도 않고 이미 필명을 고집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 주어져도 마다할 일. 그럼 남은 건 하나 밖에 없네.
   그는 즉시 제일 가깝고, 그럭저럭 좋아하며, 가장 가까운 시간에 열리는 팬들과의 만남을 알아 봤다. 그분들께서 연예인병에 걸렸든 안 걸렸든 상관 없었다. OK, (딱)! 골랐다. 신선한 매력 절대 흔치 않은 기회라고 느꼈다. 왠지 이제부터 뭔가 흥미진진한 일들이 쉬지 않고 이어질 것만 같았다. 커피포트는 진공청소기의 전희이자 환희의 빛일 테니까.
   가자 가자 사랑의 궁전으로! 좋아 좋아 자유가 좋아 새로움이 좋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몽상과 장미와 흑심을 부르는 요술쟁이라네. 행운의 구름과 희망의 바람이 느껴졌다. 그녀들의 상냥한 눈길 하며 빙글빙글 춤추듯 들뜬 기분이 이미 함께 하고 있었다. 건강한 사람의 태도는 적극적인 개척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허황된 사랑에 인생의 길을 잃게 되는 일, 이제 지겨워질 때도 됐다. 획기적인 사건을 목도하기 직전이었고, 그럴 듯한 아름답고 재미있는 꿈에 대한 몽상에 조지는 홀리고 말았다. 팬클럽원들의 성원 어린 고백과 고해와 실토는 알고 봤더니 모두 나를 향하더라? 혹시 모른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황홀감에 아찔해질지 누가 알겠나. 팬클럽 중에 누군가 딱히 무어라 묘사할 수 없는 호감을 자신에게 느낀다면? 운명의 꾸준한 욕망, 그건 다름 아니라 바로 뻔트인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일이 꼬여서 망신살을? 청승맞게 조바심은 무슨! 그는 당장 그곳으로 갔다. 우울한 기분은 관심 하나 없는 풍문에 던져버렸다. 곧 있으면 꿈의 정체성을 속시원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뿐인 당신 어딘가 모자라는 구석까지 모조리. 남김 없이. 뜨겁게. 숨소리. 눈빛. 애타는 그리움. 옷을 벗는다 벗는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격정적으로 껴안는다 껴안는다. 그만! 그만 그만! 그는 헛생각을 집어치우고 냉큼 그곳으로 달려갔다.
   기승전결 모두 완료됐다. 성과를 톡톡히 챙겼다.
   팬들과의 만남은 성황 리에 끝났다. 뒤풀이 시간이 됐다. 뒤풀이도 끝났다. 다 끝났다. 그러나 팬들은 서운하다. 헤어지기 아쉽다. 뭔가 섭섭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데 어머머 웬 동네 아저씨가 보이네? 어머머 쟤 뭐야!
   조지는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게 됐다. 어린 친구들을. 밝고 쾌활하며 재밌고 웃긴 소녀와 숙녀와 아가씨들을 말이다. 우리는 만나면 금방 친해지니까, 라고 조니는 생각했다. 그곳 분위기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빠.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얘. 오빠가 아니라 아빠 아니니?」
   「아빠면 어때? 잘생겼자나! 착하게 생겼네.」
   「저게 잘생긴 거니? 우리 (가수명) 오빠들 두고 그런 소리가 나오니? 딱 봐도 순 허당이구만.」
   「저게 착하게 생긴 거니? 의외로 저런 사람들이 은근 속이 시커매! 그걸 바로 양날의 검이라고 하는 거야. 딱 보니까 아침에는 늑대, 낮에는 수닭, 밤에는 하이에나구만! 안 그러니? 들춰보고 자시고 할 거 없이 그냥 허당이야. 어른들은 말하지.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뭐라고? 볼펜으로 쓰면 뭐 어쩌니까 어째라, 맞는 말이야. 맞지. 일리 있어. 그러나, 어차피 연필로 사랑을 써도 연필 속에 있는 것도 흑심일 뿐이야. 알겠니?」
   「너 어쩌다 그처럼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꽝이 되버렸니? 얘가 얘가 상태가 영 안 좋은데. 어떡하지?」
   「난 찬성. 난 사실 너네들 시간 안된다고 했다면 난 혼자 오긴 싫었으니까 어떻게든 누굴 데려왔을 거야. 물론 1순위는 아빠. 2순위 엄마. 안되면 삼촌. 당숙까지는 안가기를 바랬고.」
   「글쎄. 조금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누구 좋아하는지나 물어봐야 하니까. 딱 아이스크림만 먹고 헤어지자. 어때? 혹시 모르자나. 우리 (가수명) 오빠들이랑 독대하는 사이일지도 말이야.」
   그들은 자리를 옮겼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했다. 조지가 뭐라고 했을까?
   「너네들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전부 다! 이 가게라도 오빠가 사 줄께.」
   「어머 정말이요?」
   「와! 그래도 돼요?」
   「야 야 골라 골라.」
   「진짜 다 시켜 진짜로 다 시켜.」
   「아니다 아니다. 야 배달 시켜 배달 시켜.」
   이때까지는 분위기 좋았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시시콜콜한 대화가 이어진 다음 마침내 누군가 명대사를 읊었다. 조지 보고 (가수명) 오빠들 중에 누구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조지는 속없이 상큼한 여자 아이돌 이름을 댔다. 그러자,
   그녀들의 그 표정, 오오!
   그 얘길 듣고 뭐라 했을까? 의도적이든 아니든 결국 사달 내는 난동꾼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은근 허당이던가, 커피포트를 부르는 그냥 허당이던가.
   「우린 잡덕 별론대!」
   잡덕? 잡덕이 뭐지! 조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더 작은 혼잣말은 일부러 못들은 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모두를 여과없이 모두 옮겨적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그는 그 수많은 동물들을 다 놔두고 정체가 그것으로 밝혀진 것인가? 멧돼지 마침내 하산하다! 늑대, 하이에나, 닭, 개, 사자, 개구리, 고양이, 여우, 불여우, 호랑이, 오리, 캥거루, 곰, 참새, 기린, 코뿔소, 얼룩말, 무당벌레, 거미, 다람쥐, 너구리, 코끼리, 치타, 하마, 딱따구리, 꾀꼬리, 어린 양 등등 그 모두를 다 놔두고 왜 하필 멧돼지? 글쎄요!
   조지는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놀라지 않은 척 태연하게 평정을 유지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뭔덕? 처음 들었을지라도 대충 눈치껏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귀에서 머리에서 수증기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도 그였다. 하필 그 자리에서 그 깜찍하고 예쁘고 청순하며 발랄한 걸그룹을 얘기할 건 또 뭔가. 조지는 절망했다. 실망도 그런 실망이 없었다. 체념은 조지의 운명이었다. 그는 천상 하향해서 심심해 심심해 항상 심심해 막 그래야만 될 팔자였던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환상 모험? 초딩들도 짜증낸다. 그는 나이로만 봐도 기상천외한 상상력 번득이는 창의력은 이미 바닥난 것처럼 보인다. 하물며 모차르트가 부러워하는 음악성, 테슬라를 떨리게 만드는 탐구 정신? 우린 잡덕 별론대! 그가 그렇게 가짜로 만들어낸 그 수많은 이야기들. 백 개의 마술 천 개의 환상 만 개의 사랑, 다 뻥이었다. 흐흠...! 사랑은, 없어! 흐흠...!
   그런데 말이야 왜 나는 뭘 해도 재미가 없을까? 칼럼니스트는 괴로우니까. 로맨티스트는 가난하니까. 매혹적인 사랑은 드문 거니까. 인생의 낭만과 흥미로운 일상과 짜릿한 일과표가 쉬울 리가 있나. 대체 어제의 내 꿈은 어디로 갔을까? 행복을 찾는 작가, 아무나 하나. 지금 이건 흑기사만 있고 공주는 없는 삶에 다름 아닐 것이다. 환상머신은 금요일에 작동되는데, 어떡하지, 금요일은 쉬는 날. 작명가는 내 친구 수다쟁이는 내 쫄병, 고집쟁이 소녀 상사병에 걸린 숙녀까지 날마다 날 귀찮게 하는 이쁜이들 때문에 바빠야 하는데 이제 모두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들통나도 진작 들통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일 없었다. 그게 다 헛된 공상 때문에 빚어진 일일 뿐.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야한 상상을 자주 많이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며, 커피포트가 바빠지면 레이저가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겠지 뭐!
   어장은 비좁고 새장은 갑갑하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야 할 때. 무슨 염치로 도시의 사냥꾼 고독한 염탐꾼으로 남아있으리. 일단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활동만큼은 언제까지라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오뚜기나 광대 같은 운명 자체가 복일 수도 벌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왕 벗을 수 없는 굴레라면 복으로 인식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심지어 오뚜기가 박쥐처럼 거꾸로 천장에 매달려 있을지도 모른다면! 그처럼 조지는 스스로 처지를 합리화하면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를 세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쓸쓸히 터벅터벅 낙향하게 됐다. 그럴 뻔 말 뻔, 하지 않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도시에 등장할 때 아무런 마중이 없었듯이 배웅도 없었다. 단지 조지 혼자 고독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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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년 후.
   조지는 이따금 옛 친구를 회상했다. 우정과 함께 풋사랑까지.
   설마 밸런타인과 나탈리, 이브와 토니의 빛나는 무언가가 이어지지는 않을까 내심 공상은 말려도 자꾸 그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 개의 삼각 관계에 대해서 교집합이 빠졌기 때문에 안정적인 짝수겠다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테니까. 조지는 생각했다. 안되겠다 남녀의 사랑에 대해서 뭔가 정리할 필요가 있구나, 라면서 그는 사랑에 관한 칼럼을 쓰게 됐다. 그는 자기가 쓰고서 자기가 깜짝 놀랐다. 마침내 자화자찬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혼잣말도 참을 수 없었다.
   「와, 칼럼 한번 끝내주네!」
   그런데 뭘로 끝내준다는 뜻이지? 그러니까! 그렇게 사랑의 칼럼을 완성해서 그는 나탈리가 일하는 남성잡지에 새로운 칼럼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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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비교론
   내용: 제목은 비교론이다. 큰-주제는 <바꾸자!>. 포괄하는 소-주제는 다음과 같다.

  1. '바꾸자' 라는 예, 그리고 왜 그런가
  2. 남녀의 일반적 차이1
  3. 남녀의 일반적 차이2
  4. 남녀의 사랑 차이
  5. 부러움에 대한 남자의 인식
  6. 호감과 선호의 차이(대중마와 유니콘의 구분)
  7. 비교
  8. 결론1
  9. 결론2

   A.'바꾸자' 라는 예 & 왜 그런가?
   자, 시작한다. 내가 고르고 선택하고 소유한 건 전부 아니 일부분 여자들이 탐냈다. 단지 속으로만 좋네 어쩌네 그게 아니라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행동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냥 탐낸 게 아니라 누나가 내 초소형 가방을 보자마자 표정이 완전 바뀌면서 누구야 바꾸자 가방 내꺼-하자, 남자친구한테 말해서 자리를 마련하여 오빠 아이팟이랑 내 꺼랑(크고 둔탁한 재생기랑) 바꾸자, 코코 샤넬의 글을 내가 미니홈피 일기장에 쓰니까 누군가는 내가 인용한 글마저도 자기 미니홈피로 베끼고! 뭘 하든 그 즉시 여자들은 내 안목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낯선 자리에서도 이런 음악을 듣는 남자는 절대 없는데 그럴 수가 없는데 어떻게... 뭐 그런대로 완전 꽝은 아니네! 눈빛 한번이면 사람 속마음을 읽기는, 어렵다. 줄무늬 실크 소재가 아닌가 의심 되는 나풀거리는 셔츠를 입는 남자가 보이면 뭘 좀 아는 여자는 눈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앞에서 오고 나는 걸어가면 단지 말 그대로 스친 게 전부일지라도 눈치는 다 드러난다. 그러니까 뭐 뭐라고, 옷을 검소하게 잘 입는 남자가 있다고? 나 소개시켜 줘! 뭐 뭐라고 뭘 좀 아는 남자가 늬 오빠의 친구라고? 나 소개시켜 줘! 만약 오빠가 내게 조금만 더 잘하면 내가 내 친구 소개시켜 줄 수도 있어, 올 듯 말 듯 정말 오랫동안 안 넘어오면 장기전도 뭐도 다 안 먹히면 어쩔 수 없이 밑밥이라도 뿌려놔야 하니까. 내가 새로 산 신발이 완전 마음에 드네? 형은 나한테 얼마 주고 즉시 나의 새 신발을 중고로 샀다. 사촌형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결코 아닌데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와 누구야 이 구두 어디서 샀냐! 또 친구는 너 아부 잘하자나 누가 늬 깐족을 따라가겠냐. 또 내 외모의 특정 부분을 꼬집어서 친구는 단짝도 뺐겼겠다 뭐가 부럽다 어쩐다. 그 외에 비슷한 얘기는 학교 다닐 때도 친한 친구로부터 들은 적 없진 않다. 캘빈클라인 컬렉션을 입고 진 매장에 들리면, 어디에서 사람을 처음 보면 그의 9등분 신분을 단 몇 초 내에 눈치채는 것처럼, 점원 아가씨는 즉각 알아본다. 내 경험이다. 그건 아마 허영심이었고, 겐조 매장에 겐조를 입고 갔던 건 점원 아가씨의 환한 미소를 보고 싶었던, 혼자 상상했던 친교를 바랬던 음 어, 이런 뭐야 것도 허영심이었네. 그 때문에 내가 몇 년을 헤맸고 어떤 일들을 경험했는데! 곧 그분들은 내가 가진 장비와 자질을 부러워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내게 뺐고 싶었던 건 물건이었고 탐났던 건 습성, 안목, 선별감, 큐레이션, 편집력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들께서 나한테 지는 건 그거 밖에 없으니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은 대체로 짧았고, 우정은 드물었으며, 사랑은 더 드물었다. 난 그분들께 단 한 번도, 찾으면 나오겠지만, 주로 그러지 않았는데 왜 내게 간헐적으로 그러셨는지 의문이다. 의문? 의문 좋아하시네 완전 재수없다. 으웩! 그래도 찾으면 계속 나온다. 중1때, 누구한테서 좋은 향기가 나, 흰 바탕에 초록색 세로 줄무늬에 특히 어깨 뽕이 들어간 점퍼 - 주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내 점퍼를 친구가 입고 돌아다닌 기억. 중1때, 누구는 우리 반에서 옷을 제일 잘 입는 거 같애, 알록달록하고 다채롭고 값싼 옷이 잠시 조금 넉넉했던 시절. 또 당시 같은 반 다른 친구는 교류가 전혀 없는 친군데 내게 다가와 뒤통수 쪽으로 손을 넣어 셔츠 상표를 확인하며 소리 내어 읽었던 친구도 그렇고 혹시 걔네 정체성이... 어쩌면! 또 누구야 나 평행봉 가르쳐 줘, 늬 얼굴에서 어느 부분이 어떻다, 쩜쩜쩜! 농구단 친구들도 꼭 뛰어나고 잘해서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너무 특이해 보였으니까 같이 어울렸다. 블로킹도, '얘 또 뒤로 점프한다'라며 혼잣말 먼저 한 다음에 슛블록했던 친구도 있었다. 결론은 그렇다. 여자들은 내가 가진 물품이나 취향과 안목과 자질이 탐났던 거고, 남자들은 원판 곧 타고난 외향이나 재주, 나의 장비, 매우 드문 이상함을 단지 특이하게만 느꼈던 거다.
   B.남녀의 일반적 차이1
   '바꾸자'의 예가 그랬다면 <남녀는 왜 다른가?>를 알 필요가 있다. 남녀는 동일한 부분을 빼놓고는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모를 땐 틀리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매우 중요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남자에게는 아마 이와 같은 '바꾸자'가 있다. 노래 부르며 노는 술집에서 친구야 파트너를 바꾸자, 언제 어디서 우리 자리를 바꾸자, 대타로 나가 뻔트 홈런을 쳤다는 소식을 듣고서 원래 역할로 돌아가자, 모임에서 귀찮은 직책 같은 바늘 방석을 바꾸자 등등. 그런가 하면 여자는 가장 쉬운 예로 옷을 바꿔 입는다랄지 몇몇 특징들이 있을 것이다. 그처럼 '바꾸자'와 '빌린다'에 대해서 무엇이 쪼잔하고 무엇이 관대한지에 대해서 남녀 차이는 확연하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어떤 농담은 아무리 생각해도 괴상할 수 밖에 없다. 남녀의 차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풍자, 드물게 있다.  (내 부인) 늬가 데리고 살래? 같은. 오 땡큐? 아니 괜찮아! 남자는 전자 여자는 후자? 무슨! 마치 '미녀-야수' 짝은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반해 '미남-선녀' 커플은 그 정도를 훨씬 밑도는 것처럼 남녀의 사고 체계가 다르니까 가능한 일이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하루에 몇 시간 날 꾸미고 거울 보며 어쩌고,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렇게 수십 년? 남자라도 그렇게 산다면 인지 체계는 천동설로 작동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론적으로 남자 A에 여자 A나 B, 남자 B에 여자......라면 남자 Z에 여자 A, 아주 설득력 없는 얘긴 아니다. 증명은 실존하는 걸로. 남녀의 차이 외에 사람들의 구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랑의 끌림, 우정의 친밀감, 사회적 친화력에서 눈치와 견적을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일─나쁜 일─혼자─함께>라는 4구분 도표. <머머하자─머머하지 마─내게 유리할 때─내게 불리할 때> 라는 4구분 도표. 또 있다. <말수가 많다─적다─인생 경험이 많다─적다> 이건 해도 해도 끝이 없겠네.
   C.남녀의 일반적 차이2
   남녀의 차이로 공이 넘어왔으니 조금만 더 들여다 보고 넘어가자. 남자는 어항 속의 금붕어를 떠올리면 된다. 너무 작나? 이치를 살피려면 어항이 적절한 비유지만 뭐 베푸는데 인색할 필요 있나. 태평양에서 돌아다니는 초음파 삐리리리 돌고래랄지 그래, 늑대와 참새와 하이에나를 떠올리면 된다. 친구끼리 으쌰으쌰 하던가, 듣는 둥 마는 둥 각자 마이크를 쥔 모습. 둘 중 하나다. 남자는, 친구가 뭘 하든 큰 관심 없고 목적이 먼저다. 우정의 어제가 어떻든 단짝은 단짝이고 오늘의 성과가 중요시된다. 사랑처럼 미래의 꿈은 대화 주제로써 썩 부적합하다. 간혹 드물게 불문율이 주제로 등장할지라도 듣기 위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말하기 위한 거다. 말 없는 녀석이 잘 들어주니까 그 친구는 듣기를 좋아하는 친구다? 아마도 그럴 리는 없다. 녀석의 귀조차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귀에서 피나면 좋아하시겠다. 퍽이나! 물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듣기만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듣기를 좋아해야 하는 직업이 있는 것이다. 때는 밤, 일은 술, 노래와 춤이 함께 하거나 뭐 그런! 아무튼 그와 달리 여자는 그런다. 나는 동화 속 공주다. 동화는 천동설이다. 해님은 날 반기고 별님도 내게 손짓하며, 주위에 보이는 건 거울과 조명과 리포터와 카메라 기자와 무지개 일색이다. 세상은 아름답고 사랑은 날 기다린다. 친구와 나는 공주 대 공주다. 일단은 동격이다. 그런데 우리는 공주병이다. 물론 우리끼리만. 그래서 친구는 나와 똑같기 때문에 우리들은 동조성이 드높다. 내가 행진하는 건 TV나 게임 안에서 제자리 걸음, 나머지는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는, <나는 1인칭, 원리는 3인칭, 모이면 말만 6시간!> 그래서 여자의 일기를 읽어 보면 제일 흔한 표현은 그거다.
   첫째, (1인칭) 나는 머머했다 나는 머머했다.
   둘째, (1-3인칭 과거-현재 시점) 남들이 나보고 머머라 한다 누가 내게 그랬다, 친구가 내 구두를 보고 머머라 했다 어떤 미남은 내게 전혀 관심이 없다. 누가 나보고 표정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나보고 그런다. 사람들 속마음을 정말 잘 아는 것 같다고.
   셋째, (1-3인칭 미래 시점) 내 립스틱 색깔을 그 남자가 어떻게 볼까, 사람들이 내 가방-내 엉덩이를 보면 뭐라고 느낄까.
   넷째, (1인칭. 전후좌우 없이 다짜고짜) 처음 만나는 남자한테, 들었어요? 안부를 묻고 듣는 사이가 아닌 오빠한테, 들었어?
   듣긴 뭘 들어! 여자는 모든 게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풍이든, 거리든, 모임이든, 무도회든, 우정과 사랑이든 전부 거울이고 전부 조명이며 전부 카메라 렌즈다. 모든 건 나를 위해 존재한다. 그 모두가! 따라서 태생적으로 여자는 남의 말을 잘 믿고, 광고에 현혹되며, 타인의 글에 잘 속고, 순진하며 착한 것이다. 팔랑귀 같은 원리가 그럴 뿐 여자들이 바보라거나 멍청하다는 말이 아니다. 악녀도 있고 현명하기도 하며 어두운 숙녀도 존재할 뿐, 원리-원리가 그렇다는 거다. 남자는 바보가 아니듯 여자도 바보가 아니다. 단지 원리가 그럴 뿐! 그러든 어쩌든 언니는 오늘도 그런다. 언니는 원리를 알든 모르든 할 말은 해야 하니까. 뭔가 멋진 역할은 언니가 도맡아야 하니까. 어제 그랬던 언니, 언니의 말을 들었던 오늘의 동생, 지금 웃고 계신다. 방~긋 웃고 있다! 내 장담한다. 언니는 이렇게 말해야지.
   「스무 살 때 반드시 해 봐야 하는 게 뭔 줄 아니? 그건 바로 사랑이야! 지나고 나면 너 후회한다. 지금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고 소중한 시간인데.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언니 말 명심해. 젊은 날, 꼭, 해 봐야 할 건 바로 사랑이라는 걸.」
   「언니! 언니! 언니! 왜? 왜? 왜?」
   결과는 안 봐도 훤하다! 그래서 여자는 나 꽃이야-인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때로는 맙소사 과일도 됐다가, 때로는 어머나 호박으로 변신하는 꽃!
   하지만 남자는 1인칭 시점 게임이다. <나는 1인칭, 원리도 1인칭, 모이면 3-1인칭>. 여자가 샤방샤방 샤랄랄라 반짝반짝 얍 얍 랄라랄라 룰루랄라 깜찍깜찍 샤라라라라라 라면, 남자는 우당탕탕 궁짝궁짝 쿵쾅쿵쾅 딱 딱 팍 팍 막 막 캬 캬 으아 으아 피우 슝슝 띵까띵까 뿌잉뿌잉 그것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린다. 눈에 콩깍지가 씌이지 않는 이상 사랑은 기적이다. 그래서 이왕 사랑을 할 거라면 기적 같은 사랑을 만나는 게 더 좋다. 물론 1차적 이론은 그렇다는 거다.
   D.남녀의 사랑 차이
   남녀의 차이가 나왔는데 남녀간 사랑에 임하는 자세, 사랑을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서 논하지 않으면 섭섭허다. 바늘 가는데 실, 가야 한다. 왜 남자가 남자들끼리 사랑이란 주제를 얘기하지 않는지 여자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사랑과 제일 비슷한 것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단연 우정이다. 그처럼 거의 도플갱어이지 않나 싶은데,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남자는 우정끼리 사랑을 얘기하지 않는다, 얘기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보면 그건 너무도 놀라운 일인 것이다. 고로 왜 그런가 원리를 아는 게 좋지 않을까? 자, 차근차근 알아가 보자. 어려울 거 없다. 시작이 절반이니까. 부러움이란 감정에 불친절한 남자에게는 허세와 허풍이 있다. 반대로 선망을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허영와 질투가 있다. 결국 동경심 대 가식, 소망 대 대망, 열망 대 야망인 것이다. 여자는 꿈이 먼저고 남자는 열정이 먼저다. 순서가 그렇다. 마음만 따지면 여자가 더 멀리 본다. 일단은 그렇다. 여자가 눈물 흘릴 때 남자는 같이 울지 않기 위해 참거나 아예 뜬금없이 콧물이 나는 식이다. 여자가 단꿈을 꾸다 침을 흘릴 때 남자는 양과 여우와 고양이한테 홀딱 반해 군침을 흘리는 식이다. 여자는 꿈 다음에 현실이 따라오지만, 남자는 현실의 범주 안에서 쾌락이든 과일이든 꽃이든 목표를 설정하는 식이다. 물론 그 둘의 공통점은 허당이고! 남자는 사랑의 가능성 A~Z에서 정실로 최상과 최선과 최신을 추구하고, 그 다음에 물량이다. 그 다음은 그 다음 문제다. 달리 말하자면 처음부터 사랑의 종류를 정하고 시작한다. 일단 사람을 만나 보고, 알아가고, 의견을 타진하며 교감을 나누면서 판단 근거를 수집하여 나중 결정한다? 여자는 몰라도 남자는 그럴 수 없다. 여자에게도 직관은 있다. 제7의 감각으로 따지면 여자가 남자보다 한 수 위다. 허나 그건 직감만 따졌을 때고, 대충 8 대 2만 그렇고, 집중력을 비롯해서 종목은 많고도 많다. 그처럼 여자는 어떤지 몰라도 남자는 처음부터 사랑의 종류를 정하고 시작한다. 풋사랑인지 공식적인 사랑인지 짧은 행복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히 과학적이고 정확히 본능적인 접근법이다. 하지만 여자는 날 사랑해 주는 대상 A~Z에서 대체로 사랑이면 만족한다. 싫어도 설득되는 경향이 없진 않다. 처음에 한 남자와 사귀면서 좋은 사람인가 알아가며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수다로 깨닫고 궁금증은 무한 반복되기 때문에 여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 중에 하나는 그거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어리고 순진한 여자는 사랑을 다 같은 사랑으로 인식하고 행동하지만 세월에 시달리면서 여자는 남자처럼 변해간다. 그래서 여자는 둘로 나뉜다. 순진하든 성숙하든 내가 원하는 사랑을 하는 여자와 사랑을 받는 여자로. 그런데 친구들과 남편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이미 늦는 거다. 이미 미녀와 야수의 사랑에 더해서,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거든. 남자는 (지는) 비교를 싫어하거든. 그 때문에 여성잡지1과 여성잡지2의 간격이 발생한다. 남자는 그런(그딴?) 차이가 없는데 반해서 말이다. 알량하든 심오하든, 원리가 그렇다 원리가! 또 모순은 모순을 낳는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품질을 따지고 중요시하지만 여자는, 내가 꽃이다. 고로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는 내가 A라고 상정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사랑에 대하여 (어떤 의미로) 약자가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따라서 여자가 사랑에서 내 취향과 달리 어떤 안목을 놓친 원인은 수동적으로 사랑한 결과다. 결과는 온전히 내 행동의 대가요 책임도 절반은 내게 있으며 그 사랑의 성과는 이별일 수도, 어떤 바람일 수도, 행복한 가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가 능동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과 행위에 임하는 경우 여자는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알고 봤더니?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여자는 짝사랑, 풋사랑, 짧은 사랑, 불륜에 대해서는 꽤 능동적으로 사랑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사랑의 맹세, 사랑의 다이아몬드, 사랑의 팡파르에 대해서는 수동적이다. 남자가 약자네 하수네 그래 보여도 사랑에서는 남자가 한 수 위다. 고로 1차전은 남자 승! 물론 그건 사기꾼과 고단수 전문가를 제외한 단기전을 말하는 거다. 그러나 사랑은 단기전이 전부일까? 하나의 리그에 속에 있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럼 장기전을 좋아하는 여자의 사랑에도 베팅을 해 보자. 그 쉬운 옹호론을 알고 나면 남자의 머리 위에 주전자를 얹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남자의 사랑은 현재다. 남자의 사랑은 무조건 현재다. 남자의 사랑 = 현재주의! 남자는 현재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 그것만 있다. 쉽다. 간단하다. 전혀 어렵지 않고 전혀 복잡하지 않다. 0과 1이니까. 하지만 여자의 사랑도 현재가 전부일까? 그럴 리는 없다. 대체로 사랑에 대해서 남자는 능동적 여자는 피동적이듯이 여자에게는 '사랑을 받았는가'가 매우 중요한 명제다. 사랑을, 받았는가? 그 말이 뭔가, 과거형이다. 여자는 과거부터 미래까지, 아니, 다음 생에서까지 남자에게 1인 다역이라는 사랑을 요구하는 것이다. 어쩌면 노예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여자도 똑같은 사람인데 실수도 하고 한눈도 팔지 왜 안 그렇겠나. 행동과 성과는 다를지언정 말이다. 여자는 알았고 만났고 느낌이 있었으며 사겼던 남자들은 전부 다 날 사랑했기 때문에 시간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사실은 다를지언정 그러기를 원한다. 우정이 일부다처제 사랑은 일부일처제, 가 만약 남성중심적인 생각이라면 그 반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닐 테니까. 그처럼 여자는 '나는 사랑을 받았나─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나는 그를 사랑했을까?'에 대해서 과거 시점부터 현재, 미래, 다음 생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사랑학 박사님이신 숙녀께서 대체 왜? 내 말이! 그걸 누가 알겠나? 맙소사! 나는 사랑 받는 꽃이자 최고의 과일이란 사실은 전제되듯이 여자에게 사랑은 우선 피동적인 것이다. 때문에 여자가 뭘 알고 나면 바로 그때부터 능동적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언제나 그렇게 사는 여자도 있긴 하겠지만. 사랑에 대해서 능동과 피동은 마음과 육체와도 같을 것이다. 플라토닉만 하거라? 그 무슨... 허허허! 육체적 사랑만 하여라?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나이다 아멘! (뭐, 오 땡큐?) 사랑에서 능동과 피동이 그렇기 때문에 축혼가는 은혼식 금혼식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바로 그 원리 때문에 여자는 역술가가 궁금하고 점쟁이와 친한 것이다. 완벽한 천동설에다가 마귀 할멈인지 뭔지 동화와 만화영화에 나오는 마법의 수정구술을 보는 것과 완전 똑같은 일이 바로 그것일 테니까.
   E.부러움에 대한 남자의 인식
   소-주제는 여자의 '바꾸자'가 아닌 남자의 '부러움'으로 넘어간다. 살다 보면 팔짜가 바뀌는 (기존 삶과 비교해서) 1인자로 우뚝 서는 특별한 인기, 제2의 호사, 제3의 기쁨에 대해서 뭐랄까 딱히 많은 걸 바라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인생에 대한 희망은 쉽게는 TV로, 주말에는 취미로, 밤에는 꿈으로 대신하니까. 무엇 때문에 그러냐면 인간의 삶에서 환상과 신비와 타임머신은 클라우드 나인이 아니라면 어쩜 여간 해서는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앵무새-여우 같은 헛된 기대에 불과할 테니까. 달리 말하자면 머머하면 좋겠다, 머머하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라는 태도에 대해서 우파나 좌익이 아니라 중립적이 된다고나 할까? 뭘 해도 재미없다, 매사 귀찮다, 많은 부분 원래 어른들은 그런 식이니까. 그런데 또 사람에 따라서는 '다음 번엔 반드시 머머할 테다'라며 굳은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출하거나 <난 부럽지 않아─날 부러워하지 말든가─난 부러워한 적 없어> 라며 꼭 애들처럼 노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 왜냐하면 언제까지라도 이기고 최고가 되어서 지는 비교 대상 만큼은 결코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로 남자의 마음은 전진이다. 전진! 매우 드물게는, 선동! TV에 나오는 유명하고 부유한 중장년층이나 되니까 젊음이 부럽다 어쩐다 그러시지 일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할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편하게 하시는 게 어디 쉽겠나. 백작처럼 모자를 쓰지도 않았고, 회장님처럼 리무진에 기사와 비서도 없으며, 유창한 말솜씨는 녹슬지 않았지만 의욕이 예전 같지 않은데, 그런데 체통까지 포기하라고? 그건 아니거든! 인생이 만족스러웠다, 행운은 내내 내게 친절했다, 행복은 있는 듯 없는 듯 멀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내 옆에 있었더라, 돌아보면 후회없는 삶이었다, 같~은 그 흔한 대사도 아마 말로 듣기는 힘들다. 글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일반인 어르신께서 주로 말씀하시는 솔직한 표현으로 가장 평범한 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럴 것이다.
   「난 부러운 거 없소. 내가 가진 작은 안락이면 난 만족한다오. 살면서 흥망성쇠의 롤러코스터와 길흉화복의 회전목마를 탈 만큼 탔단 말이오. 그러는 동안 난 무려 100명의 여자를 사랑했소. 흐흠 자세한 얘기를 하자면 날 새야 하니까, 심지어 0을 하나 덧붙여야 하니까, 내 스타일 애교는 감안해 주시구료. 내가 원래 사람이 좀 겸손해 이 친구야! 흐흠. 심지어 내 마누라는 날 아직도 좋아해. 내 말이라면 다 믿고, 항상 나만 기다리며, '미친듯이 좋아해' 라고 명령하면 정말 미친듯이 좋아한다는 듯한 시늉까지 한다니까 글쎄. 왜 안 믿기시오? 그게 나만의 착각인지 아닌지 그건 굳이 확인하지 맙시다 그려. 아 글쎄 내가 바쁘다니까 그러네. 이 강연료 공짜라고! 좌우지간 지금 현재 난 먹고 사는 데 아무런 불만 없소. (쉭─쉭─쉭) 매우 만족! 인생의 성적표는 어떨란가 몰라도 이제 와서 내가 뭘 더 바라겠소? 안 그러오? 보여 달라면 내 보여 드리겠소. 내가 그럴 의향도 없을 만큼 허접하고 속 좁은 남자로 보이요? 아니야 나 이래 뵈도 대인배야! 그러니까 뭘로 할까, 알통? 통장 잔고? 사진첩? 젊은 양반, 여기서 우리가 이럴 게 아니라 일단 갑시다. 어디로? 어디긴 어디야 이 양반아, 바텐더 앞으로지! 가서 남자 대 남자로 내기 한번 하잔 말이오. 왜, 겁나오? 허허허허허 허허허허허!」
   와우! 그렇지 않은가? 실제로 난 그렇게 듣고 그렇게 느꼈다. 주위에서 부럽다 라는 말을 쉽게, 좋아서, 자주 하는 남자를 보신 적 있으신가? 나는 없다. 당장 떠오르는 남자는 없... 아니, 있다. 뭐여, 많나? 아닌가? 아무튼 있네. 그게 어디야! 허허허허허! 드물게 우정이 돈독했던 몇몇 친구들은 말이 좀 통하고 마음도 통했으니까. 허세가 말랑말랑했고 허풍도 반짝반짝 빛났으니까. 허세도 허풍도 1이든 99든 재미없어, 오르락내리락 유연하고 왔다 갔다 파도를 타야지. 그건 그렇고, 앞서 논한 여자의 <바꾸자> 라는 주제 때문에 남자의 <부럽다>까지 얘기가 넘어왔는데, 그런데 대체 정말 왜 그럴까? 왜 남자는 부럽다 라는 감정 만큼은 겉으로 드러내선 안된다는 듯이 사는 걸까? 혹시 부러움 총량의 법칙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걸까? 살면서 내가 받은 부러움이 어느 선을 넘어야만 부럽다 라는 표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살면서 도무지 부러움을 받아보지 못했다면 부러움에 부자연스러워야만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통 모르겠다. 아마도 안 그런 남자도 있듯이 그렇게 타고난, 천상 남자이니까 그렇겠지, 라고 추측할 수 밖에! 그러므로 여자가 이따금 난 혹시 어디선가 영심이로 불리는 건 아닌가 설핏 걱정할 수 있듯이, 남자는 애나 어른이나 이승에서는 결코 허세에서 졸업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뭘 좀 아는 남자, 최소한 만인이 존경할 만한 인생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니 생각을 한번 해 보소! <부럽다> 하나가 투정, 불만, 불평, 패자, 연패, 패배주의, 나약함, 허세, 선망, 강박 관념, 열등감, 억압, 질투심, 굴육, 울분, 욕망, 대망, 이상, 뻔트, 홈런, 장외 홈런, 경외감, 행복감, 불가능, 불필요 등 대체 몇을 거느렸냔 말이오? 한두 명도 아니고 그게 대체 뭐냔 말이오. 애첩도 한두 명이고 난봉도 한 시절이지 거 무슨 이런 개뿔~! 바로 그러니까 <부럽다>는 여자에게 편애 받고, 남자에게 소외 받는 것 아닐까? 그 때문에, 즉 졌는데 또 지라고? 이런, 젠장! 내가 무슨 동네북이야 호구야? 그 때문에 남자에게 '부럽다'는 언제 어디서나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감정일까? 어쩌면! 덧붙여서 웃긴 얘기 하나만. 안 웃기다면 진 걸로 하겠음. 졌는데 또 지는 것에 대한 명대사 하나가 기억난다. 난 10살 형은 23살 둘이 13년 차이. 어릴 때 형이 놀리고 꿀밤을 놓고 그러면 내가 막 울던 시절. 그날은 형 친구가 놀러온 날이었다. 평소처럼 상황은 재현됐다. 그래서 난 또 엉엉 울면서 그랬다.  「내가 나중 커서 늬 삐─ 뚝 삐─브러~!」  그러자 형 친구가 형한테 웃으면서 그랬다.  「너는 삐── 또 삐──......!」  졌는데 또 진다는 건 마치 그런 것이다. (그래서 우리 형은 그 일이 미안했던지 몇 년 뒤 나한테 한참 인기 있던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줬다. 바나나를 깠는데 또 까? 그것도 당일인가 하루 전인가 뜬금없이 티켓을! 어 뭐야 이거, 난 상상도 못했는데? 당시는 내가 아직 혼자 막 돌아다니며 그럴 시기가 아니어서, 당일 날 공연장 근처까지만 갔다 온 일이 있음)
   F.호감과 선호의 차이(대중마와 유니콘의 구분)
   결론으로 넘어가지 전에 호감과 선호의 차이 곧 대중마와 유니콘의 구분에 대해서 알아 보자. '바꾸자' 라는 주제의 원인인 <내 걸로 만들고 싶다, 갖고 싶다> 그것은 단지 튀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내 것으로 만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탐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층위가 있으면 그것의 이웃과 저위도 있다. 요컨대 단지 튀어 보이니까 마음이 동하는 호기심-감수성-호감도 있다. 단지 혹했다가 결제 후 결과는 대-실망! 흑백TV 시대 연주자랄지 마에스트로의 검버섯과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는 어쩜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일 수도 있으니까. 그 즉시 바꾸고 싶은 심정을 참지 못하는 것처럼 튀어 보이는 야생마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반응한다. 예를 들어 보자. 명화에 나오는 풍광에서처럼 오리 일색인 정경인데 그곳에 촌닭 한마리 뛰어들면 튀어보일 수 밖에 없다. 농장주가 봤을 때는 몰라도 강아지는 촌닭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기가 백조인 줄 아시는군. 강아지가 그걸 보고 가만 있겠나. 때로는 그런 강아지도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강아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뚱한 강아지는 당장 수닭을 몰고, 뛰고, 냄새 킁킁 맡으면서 뒤쫓는다. 그럼 어떻게 될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내 친구인 진짜 촌닭이 스무 살 이전을 깡섬에서 살다가 도시의 대학교에 입학하니 그랬다. 풋풋한 대학생 시절, 세 명의 여자가 동시에 대쉬했다. 셋 다 암닭, 아니, ㅊㅗ... 청순한 여대생 상큼한 미녀가. 그럴 것이다. 초절정 미녀. 도시에서 자랐던 숙녀들에겐 신선해 보였으니까 그랬겠지. 단지 처음에는 멋진 경주마인 줄 알았을 테니까. 또는 야성적인 야생마. 그런데 알고 보니 제멋대로 허당 뭘 모르는 촌닭. 어쩌면 가부장적일지도 모르는. 그러니까 야생마냐 경주마냐, 그 둘 중에 무엇이냐? 야생마도 경주마도 둘 다 아니고 결국 당나귀! 여자가 무슨 유니콘을 바라겠나 왕자님을 바라겠나. 착하고 순진하며 다정한 그녀인데 중간만 가는 성실마 정도 되면 만족할 텐데, 웬~걸 당나귀라니! 동화라면 몰라도 남자친구로는 그다지? 그 역시 경험으로 깨달아야 할 수도 있다. 상냥한 호의와 감미로운 연애를 바라는 여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아마도 고삐 풀린 망아지로 보일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만화영화 속의 당나귀, 친구의 남자친구 당나귀, 아는 오빠 당나귀,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당나귀라면 몰라도 뭐라고, 내 남자친구가 당나귀? 저런! 여자 입장에서는 그렇고 남자 입장에서는 일명 황홀한 경험. 뿅가는 순간. 그런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전성기가 인생의 평균 이상인지 이하인지를 어떻게 알겠나. 모른다. 앞으로 내내 그럴 줄로만 알았겠지. 제7의 전성기는 커녕 제2의 전성기는 오직 로또 복권 밖에 없는 운명. 웃자고 하는 말이고 여자들도 그런다. 남자들이 쫓아다니거나 훔쳐보거나 그러니까 남자는 다 시시한 줄로만 알았다가 40 찍고 독수공방 50살 된다. 또는 내 마음에 쏘옥 드는, 남자 입장에서도 날 좋아하고 나랑 말이 통하는 그런 남자가 여태 단 한 명도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반 세기만에 내 인생 최고의 왕자님을 만난다면 얼씨구 절씨구 환영하며 축복해야 할 일일 테고. 그래서 여자는 둘로 나뉜다. 그냥 허당에게 극성으로 만년 시달렸든 내내 능동적으로만 애타게 내 님을 찾아헤맸든, 골랐던지 선택 받았던지 여자에게 사랑은 둘로 나뉜다. 결국 수십 년 기다린 결과가... 어머머 세상에나! 여자 입장에서 말할 수는 없으니 객관적인 사실만 말하자면 이와 같다. 난 꽃이니까 어디서 보도 듣도 못한 화병과 짝이 되든 그윽한 꽃에 걸맞는 진귀한 화병과 조화를 이루든.
   G.비교
   그럼 이제 '바꾸자'라는 주제의 친구인 비교로 가 보자. 바꾸자, 빌린다, 튄다, 돋보인다 등등 관심과 욕망의 정도에 따라 세상 모든 것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날 것이다. 식욕, 수면욕처럼 비교는 인간의 본성이니까. 그 가장 쉬운 예는 순위다. 튀는 재주는 응당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순위와 대중 브랜드, 베스트셀러란 생면부지의 타인끼리 마주하는 긴장감 같은 것. 마시고 버리는 탄산음료 캔 같은 것. 애연가끼리 나누는 담소와 한잔의 커피믹스 또는 불 좀 빌립시다랄지 흔쾌히 고급 시거를 건넴으로 베푸는 호의 같은 것. 대천사와 마왕과 가왕은 물론 코메디의 왕과 뻔트의 신이 참석하는 오뛰꾸뛰르나 프레타포르테가 아닌 것. 허영심이 지향하는 지점은 바로 그 부분. 허세가 꿈의 디딤돌이 될 수 있듯이.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하는 놈, 하는 놈 위에 다시 새 판을 짜거나 리모콘을 누르는 놈 등등. 순위란 지극히 초보적인 상업 논리이기 때문에 바로 그래서 익명성도 존재하는 것. 따라서 한번 구름 위를 걷고 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제 발로 내려갈 리는 없는 것이다. 여간 해서는. 그건 곧 유명해지고 나면 양쪽의 잇점을 모두 취하기는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전문가 입장에서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거고, 하수는 애용 고수는 이용 대개는 소비, 오락산업이 굴러가면서 각자 제 이득을 취하는 것이며, 비전문가 처지에서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다고 하는 게 차라리 속 편허다. 천상 그럴 수 밖에 없는 남자라면 말이다. 아마도 실제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기쁨, 비교를 통해 얻는 재미가 얼마나 크나큰 즐거움인지는 아마도 그 자유와 비교 본능을 잃어봐야 깨닫게 될 것이다. 마치 사랑처럼!
   H.결론1
   구태어 정신분석을 할 필요도 없이 따지자면 여기까지는 자랑 같지만 자랑이다. 하오나 자랑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슬픈 사실이 하나 기다리고 있다. 큰 재주와 월등한 재능에 대해서 부러움과 찬탄만 받았던 게 아니라 잔재미, 안목, 취향에 대해서 주로 반응이 있었다는 점! 나 같은 사람이 그렇거든. 잔기술, 잔머리, 잔지식 그래 맞어 뻔트 전문이니까. 스스로 정한 애칭도 아예 뻔트마다! 이게 만약 자랑이라면 자랑으로 하자. 통상 보면 세상에서 큰 재주를 겸손하게 뽐내는 사람들은 박수를 받는다. 무대에서 인사를 한다. 러브콜이 폭주하고 부르는 곳도 애호가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으레 TV에 나오고 음악이 멈추지 않는 클럽에 간다. 무도회에 초대를 받는다. 그럼 우리들은? 갈 데는 많은데 오라는 곳이 없다. 친구랑 만나면 서로 늬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너나 잘해 내가 뭘 못하는데, 그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우리는 음악이 2가지로 구분되는 나이트클럽에 가야 한다. 잘나가는 클럽에 입장을 시도하다가 저지당하기는 싫거든.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웨이터 에르메스씨한테 찔러줄 일명 짱돈을 모아야 한다. 해도 해도 안되면 나비 넥타이를 매고서 NC에서 그분들과 기 싸움, 못 할 거도 없다. 그리고 소녀에게는 요술 거울이 있고, 숙녀에겐 뭇남성들의 눈길을 끄는 화장술과 옷발이 있다. 그래, 머릿결! 아가씨는 조명을 받고 유부녀에게는 1인 다역을 자청했던 신사랄지 돌쇠님과 소중한 가정이 있다. 그럼 난, 내겐 뭐가 있을까? 기억과 추억, 다행스런 취미, 행복한 사랑, 블로그와 신드롬, 목마른 일하기, 따분한 일상이 있을 런지. 따라서 잔꾀와 잔기술에 익숙한 소인 꽁생원은 질투심만 받아도 행복하니까, 포장 다음 화룡정점 그 연분홍색 리본은 단지 평범한 일상과 나른한 권태로 대신하는 걸로.
   I.결론2
   사람 마음을 흔들고, 빼았고, 훔치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며 홀딱 반할 수 밖에 없는 환상머신을 연구하는 일.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다면, 해도 된다면, 어릴 때 응애응애 커서도 삐악삐악 그 언제나 꼬끼오꼬꼬댁, 설령 그랬을지라도 이왕 뒤늦게 꿈을 꾼다면 못 오를 나무를 쳐다보면서 눈에서는 레이저가 입에서는 화염방사기의 달콤한 불꽃이 나가는 만화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본다. 훨훨 꺼이꺼이 코끼리의 귀는 날개가 되어 해맑은 동심은 저 푸른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이다. 따르릉따르릉 알람조차 들리지 않은 채 헤벌레 웃으며 꾸는 개꿈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침이나 안 흘리면 다행이겠지. 아무튼 오늘은 포르쉐 내일은 페라리 꼭 그렇지는 않지만 그럴 수는 없지만 바텐더에게 대우 받았고, 친구의 누나들이나 동네 형의 누나들한테 손꼽혔으며, 웨이터 에르메스씨와의 우정이면 충분한 거다. 후자가 아니라 전자만 바란다면 부자가 되나 안되나 똑같다. 그런데, 그분들은 후자의 경험 역시 아마도 불만족스러웠겠구나. 심지어 선천적으로 뭐 어떻다면... 아하! 때문에 어쩌면 바로 그래서 열 번 백 번 따라다니든, 유치장에 갖히든, 일확천금을 벌어서든, 오른쪽에 화사한 꽃을 왼쪽에 탐스런 과일을 놓은 채 꽃과 꽃병이 절묘한 누구-작 정물화까지 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본에 대해서만 빈익부 부익빈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는 똑같고 일리는 공평하다. 내게 유리하면 원리를 내세우고 내게 불리하면 빈정대는 일, 그리 드문 모습은 아닐 것이다. 나는 몸과 마음이 함께 가는 백조 같은 격조. 친구들과 애청자와 팬들은 이심전심! 미녀와 야수처럼 어떻게...라는 부인의 경악처럼 남아의 애원은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호박 앞으로, 일동 차렷! 나는 못 부르고 못 하고 못 쓰며 못 꼬시며 못 만드는데,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읽고 나서 듣고 나서는 뭐라 뭐라! 곧 내가 바라는 건 유체 이탈의 감동, 그러나 정작 나의 습관은 골 세러모니!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나의 본색은 동심인지 흑심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사랑인지 불륜인지를. 부익부 빈익빈도 원리랄지 과도한 부조리를 꼬집는 게 아니라면 천성에 따라 물 반 컵을 보듯 할 수 밖에 없다. 호박이 괜히 제발로 움직이랴, 그냥 허당만 그런 게 아니라 황홀한 꿀벌과 신기한 나비마저도 역시 선호하는 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그 세계 역시 빈익부 부익빈이요, 촌닭과 촌년은 동병상련이며, 홀아비 심정 과부가 모르면 누가 알겠소. 허당은 허당이 제일 잘 알고, 허세는 허세가 보면 고수인지 아닌지 대번에 판별되며, 허영심은 허영심이 제일 잘 아는 것이다. 늑대론과 함께 뭘로든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호박론만 봐도 그런 것이다. 고로 난 그런 원리를 좀 더 캐내야겠다. 좋든 싫든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새빨간 요술 구두를 신어버렸으니까. 오오, 그대여 들리지 않은가? 천상에서 들리는 저 청아한 트럼펫 멜로디가? 그렇지만 환청이 아니고 잘못 들은 것도 아니었다. 아까부터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구만.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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