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척, 자신의 온 감각과 주변과 시간, 무언가의 연결 지점등에 모두 명민하고 민감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다음에 주로 나와야 할 이야기는 그것이다. 허당 시리즈! 허당, 가끔 나와야 재미나지 계속 나오면 텔레비젼 채널 돌아간다.
우선 친한 친구들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으니 그들의 삶을 예측할 수 있고 지나온 행적을 예상할 수 있는 몇가지 그들만의 철학에 대해 간출여 본다. 철학에 대해 파고 들어가면 남자의 경우엔 자발, 여자의 관점으로는 과한 수다나 바가지 형세에 빠질 수 있으니 마치 알맞게 적당한, 읽기에도 말하기에도 그리고 듣기에도 또한 생각해 보기에도, 차용해 보기에도 괜찮은 정도의 분량과 깊이로만 줄여본다.
제임스에게 어떤 모토가 있다면 그것은 이러했다. <자고로 인생은 재미있게 살아야 해!> 그의 친구들도 물론 하나씩 뚜렷이 때로는 연상되듯 내비추는 신조랄지 성향 같은 게 있었다. 닉은 바로 <당신 일생의, 그대 생애에 대한, 정녕 사랑을 위한 포지셔닝은 행복이다> 라는 부류의 사람이다. 하워드는 아니나 다를까 <영혼을 건 희극을, 풍성한 아름다움과 새로움 그리고 사랑> 이라면서 어딘가 멀리 있을 것만 같은 세상이랄지 관념이랄지 외계 생명체나 그냥 한 명의 지구인 같은 존재를 그 하나만을 겨냥하는 듯 보였다. 옛날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다음 세상에서도 까레라만을 또는 까레라를 주로 편애하는 마크의 풍조는 <열정과 모험과 감수성과 색다름에 목마르다. 끊임없이!> 좀 단조롭지만 그랬다. 그들끼리 함께할 때나 혼자서는 까에엔 하이브리드를, 그 외에는 포드 소형 중고차를 모는─역으로 그의 여유로움을 알거나 짐작하는 사람들 또한 그 어떤 차이에 대해 다른 감정들 보다 제일 앞서는 그것은 바로 즐거움, 타는 주인이 아닌 오픈카를 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망을 훨 앞서는 눈요기하는 기쁨을 선사하는─알렉스는 <새로움과 익숙함, 젊음과 경험 두마리 토끼가 스스로 걸어온다면, 음 그렇다면 가끔은 때로는 최고봉-최대한-최신형으로, 때때로만!> 알렉스는 뭔가 고대 그리스적(아니면 로마인가?) 신념과 꼬마 장난꾸러기 같은 이상을 지녔다. 케빈은 그야말로 범생이 스타일이다. 보이스카웃 최고 레벨,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장미십자단, 잘 알려지지 않은 진짜배기 결사단체 등등 딱 귀족적인 집안에서 태어나서 <인생은 무릇 현실적이되 판타지와 SF를 추구해야만 해. 그래서 나는 지금 SF에 살고 있어> 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조니. 너무 콧물이 나올 정도로 진짜 비명이 나올 만큼(?) 낭만적인 명언처럼 보인다. 그냥 무작정 추켜올려주면 또 그 나름대로 재미있다. <여하튼 삶은 로맨스가 거의 전부야!>
또 그들은 나름 장르도 정해져 있다. 제임스는 코메디, 닉은 낭만주의, 하워드는 고전주의, 마크는 로코코 스타일-신고전주의 인상주의자, 알렉스는 판타지, 케빈은 당-연-히 SF 그리고 라스트 맨 조니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게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을 물로도 열광로의 쇳물로도 빛으로도 만들어버리는 초현실주의다.
물론 이런 모토나 장르는 당연히 고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그들끼리 재미로 하는 말들을 옆에서 들어봤을 때 약간 어느 때 자주 들리는 말들에 불과했고, 그들끼리도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항상, 자주 남의 모토와 장르를 부러워하고 초딩처럼 월화수목금토일 시시각각 변하고 바꾸고 변경하고 그랬다.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서 그래 보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생활 형편에 앞서 삶의 자세와 태도가 비뚤어지거나 케케묵지 않게 유연한 바른 밝은 그리고 귀여운 어린이의 천진함에 기인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뭐랑 뭐 합치고 어디서 하나 때어 저기로 갔다 붙이고 그럭저럭 짜집기 한거 아냐. 뭐야 이게, 에이 이런 모토는 나도 만들겠다." 사실 모토가 뭐냐,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또 살면서 자기만의 신념을 꽉 붙잡고 힘빠져서 손아귀 힘이 근육 떨리면서 풀릴 것 같지만 그걸 놓치면 모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하나의 문장이나 다짐을 딱 하나나 둘 가지고 사는 사람이 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몇 번쯤 말하면 왠지 모르게 있어 보이고 남달라 보이겠지만 그 짧은 표어를 매번 ─ 계속 ─ 언제까지 반복하기엔 사람들은 그리 썩 지루함을 반겨하거나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나이 들어 말발의 기반이 바뀌게 된다. 온갖 전문가와 천재와 수재들을 만나서 앞에 세워놓고 멋들어진 명언만을 읊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때는 말을 아예 하지 않는 게 멋져 보인다. 헛기침은 괜찮다. 아무 때나 나설 수는 없으니까. 꼭 이건 뭐랄까 어릴 때 흔히 말하는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엄마랑 아빠 가운데 누가 더 좋으니, 물에 빠지면 A와 B에서 누구를 먼저 구할거니, 여행가서 누구에게 먼저 안부 전화를 거니...와 같은 무척 흔한 모두 경험해 본, 들어 본, 뭐뭐 해본 그런 익숙한 물음일 뿐이다. 다만 이번 참에 한번 더 차분히 혼자 속으로 이미 아는 그것을 되새겨 보면 자신의 다음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손해는 안 볼 것이다.
주인공이 많으면 얘기를 함축적으로 풀기가 힘들다. 그래서 영화와 장편 소설, 대하 드라마, 시트콤, 서정시들이 모두 주인공이 때거지로 나오지는 않고 등장 인물의 비중과 출연과 중량감이 다 다르다. 멀티 캐스팅의 장점이 나왔으니 몇가지 더 그들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이렇다.
책. 한 사람이 이룩한 업적보다 그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슬쩍 아는데 꽤 도움이 된다. 책도 그 가운데 아주 중요한 하나다. 꼭 옷을 홀라당 벗어야지만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의사 표명을 해야지만 나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책은 하워드가 제일 많이 읽었다. 너무 많이 읽어서 약간 머리 숱이 줄어들어서 그의 헤어스타일은 파마, 어떻게 보면 약간 아줌마 파마 같기도 하지만 나름 한창 어딘가 유명 클럽이나 패션쇼에서 유행하고 있을 듯한 그런 볶음 머리를 하고 있다. 작품들도 그 작가들 이름을 말하기엔 보통 사람들이 쭈삣하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이 안스러워 보이는 그런 어려운 작품들까지 즐겨 읽고 있다. 평생 그랬다. 게다가 모르는 게 없다. 분야도 다양하다. 예전에 Yahoo에서 일할 때도 그는 감당 못할 우주적인 지식욕 때문에 회사에서 자기 일을 다른 컨설팅 회사에 상당한 턴키 금액으로 떠 넘기고 그 결과물을 받아 거의 90%의 회사일을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눈 영양제를 먹어 가면서 시와 소설과 인문 교양서를 읽어 나갔다. 그러니 필명으로 작품을 남겨서 아마도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를 받아냈을 것만 같은 비밀스런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인물이다. 아무래도 그는 걸출한 격식 있는 그랑프리가 아닌 소박한 문학상이라도 특이하게 미완성 작품으로 특별 선정 인기상 같은 왠지 덤으로 첨부된 듯한 인상의 트로피 정도는 원했을 것이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도 아니고 일단은 한 작품만 계속 밀고 나가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왜 멈추지 않는지도 모르며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도 당연히 모르는 채로 그렇게. 참 Yahoo에서 회사 CEO가─노랑 머리의 시니컬한 별로 친한 친구들이 많을 것 같지 않은, 평생 지독하게 일만 하며, 일이 뭐 그렇게 재미있다고, 남성 직원들 괴롭히는 재주와 재미가 남달리 뛰어났을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뜨네기 소문에 바탕을 둔 일설의 추측만 그러한 여성으로─바뀌는 바람에 회사 주차장에 뭐 이렇게 빈자리가 많냐며 재택근무를 근절시켜 회사에 머물며 일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는 바람에, 얄팍한 비정상 턴키 업무가 회사의 비밀 특수 감사팀에 들통나는 바람에 그는 YAHOO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 그곳에서 하워드의 단짝 친구 누구는 본인 스스로 회사 업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 착상을 소설로 펴내기 위해서 스스로 회사를 때려 치웠다. 그래서 그 친구는 단숨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모두 충족시키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그가 YAHOO에서 배웠던 아양과 애교와 자의식과 앙탈 가운데 3번 타자를 잘 키워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얼마나 잘 키웠으면 그랬을까마는 그는 멋지게 회사를 박차고 나가서 인기와 부를 얻었지만 하워드는 회사에서 엉덩이를 냉큼 걷어차이는 것처럼 모냥 빠지게 짤렸다. 그것이 성과고 측정 결과다. 수많은 회사 여직원들이 엄청나게 슬퍼했다는 소문이 있다그래서 위안은 삼았지만. 그렇게 YAHOO는 그때 회사의 중차대한 초핵심 인력 두명을 한순간에 잃고 말았던 것이다.
제반 여건을 놓고 봤을 때 절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 그러면 너무 언발란스 할 것 같은 아디다스 매니아 마크는 사실 뉴발란스 광인이다. 왜냐하면 SF 소설을 좋아하니까 그렇다. 마치 사람들이 쉽게 덥썩 사지 못하는 큰 집을 사듯이 아디다스를 사드니만 이젠 뉴발란스 양말과 옷을 사들이고 있다. 다른 곳에는 검소한 면모를 보이지만 이런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선호하는 작가들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필립 K. 딕, 이언 (M) 플레밍, 샬레인 해리스, 댄 시먼스, 이언 뱅크스, 닐 게이먼, 로버트 해리스 같은 사람들이다. 실은 이 친구가 프로그래밍 기술은 말만 천재가 아니라 진짜 천재다. 거의 세계적인 잘 알려지지 않은 해커들도 두 손 두 발 한... 들고 내뺄, 그는 진정한 해커 세계의 지존이다. 그가 지금 남는 시간에 놀면서 개발하고 있는 웹 서비스가 있는데, 잘 얘기해 주지는 않지만 앞으로 아마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숨기고 있다. 얘도 풍족한 집안 환경에서 자랐고 지금도 더 말할 수 없이 풍요롭지만 또 수많은 아르바이트와 인생과 사회 경험도 쌓았지만 이상하게 긱 중의 긱처럼 맨날 아디다스 츄리닝만, 지금은 뉴발란스 슬리퍼만 찍찍 끌고 다닌다. 그러고 보면 초부자들은 참 이상하다.
요즘 왠 바람이 불었는지 복화술을 공부하고 있는 닉은, 그가 어려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도 읽는 책들은 오로지 동화다. 오직 동화 하나만. 그는 글로 된 이야기라면 오직 동화만 읽는다. 뭐 뭐 뭐, 어른들은 어쩌다 자녀와 가끔 극장에서만 보는 잭과 콩나물 같은 동화도 오로지 책으로만 읽는다. 나중 동화 작가로 데뷔할 것 같다. 유명 판타지 작가의 작품도 정작 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많은 어른들이 판타지 소설을 못 읽는데, 왜 (극히) 일부 성년들이 극장에서 판타지 영화를 보면 졸음을 참다 참다 중간에 한 번이 아닌 두세 번까지 (깊이) 잠을 자는데. 정신분석을 해보면 알겠지만 그도 그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동화를 좋아하다 보니 저번엔 동화 전문 출판사에서 일하는 상냥하고 청초한 아가씨를 만나더니 영화 'GONE GIRL (2014)'에 조연으로 출연했다는 소문이 있다. 예상과 달리 영화 업계로 진출할려는 소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그는 인생 후반부를, 정작 초라하지 않아야 할, 평소에 사람들에게 심각하게 저평가 된 정말 멋진 인생 후반부를 어려서부터 침묵 속에서 차근차근 준비해가고 있는 것이다.
알렉스는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가 읽는 책들은 주로 스티븐 킹, 제프리 디버, 사라 워터스, 가끔 폴 오스터, 에드거 앨런 포, 메리 W. 셸리, 때때로 필립 로스, 스티그 라르손,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요 네스뵈, 1년에 1번 버트란트 러셀, 댄 브라운, 베로니카 로스다. 이런 스릴러 소설을 읽을 때 그는 기분이 좋으면 모차르트 레퀴엠을 마음이 이상하게 침울할 때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뭔가 색다른 감상에 빠져드는 바램이나 요인이 있다면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전곡 감상한다. 클라이막스나 5분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눈썹에 힘 빡 주고! 때로는 이유를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그는 요상스럽게 종아리에 힘을 빡 준다. <종아리에 힘 빡 준 남자> 알렉스, 왜 그런 것일까? 그 빡섬이 스릴러나 판타지, 낭만, 썸을 바라지 않아도 되는, 오히려 그들을 자동으로 불러들이는 고즈넉한 삶의 넉넉한 만족스러운 다채로움, 풍요로움 그것인가? 다방면으로 너무 인생 내내 재미나게 살고 있다. 정말 그는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당연히 그 뭇사람 리스트는 어지간해서는 잘 공개되지 않는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또 풍족하고 부유하고 그러면서 근사히 행복하게, 알렉스 보다는 덜 재미나게 자란 케빈은 옛날에 New Trolls, Jethro Tull, Triumvirat를 듣고 자란 뒤부터 조지 오웰, 조셉 콘래드, 새무엘 베게트, 윌리엄 골딩, 올더스 헉슬리, 힐러리 맨틀, 센치한 날에는 트루먼 카포티를, 도무지 부족한 게 없는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궁금하게 혼자 침잠한 날에는 파트리크 라페르의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를, 조지 버나드 쇼를 즐겨보고 있다. 최근에는 차츰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독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 일에 치여 살면서도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라는 책을 절대 손에서 놓치 않다보니 책 표지가 조금 닳아졌다. 이 친구도 너무 바쁘다. 동명이인의 다른 인물이 이와 약간 아니 많이 공통점이 없을 수 있지만 독서는 곧 삶이다.
젠틀맨 조니는 그의 찬란한 독서 취향은 아주 균형 잡히고 고르고 다채로우면서도 남몰래 오랜 세월 추리와 판타지에 대한 짝사랑 또는 외사랑에 빠져 있다. 당연히 나중 추리소설가로 데뷔를 기대하게 만든다. 존 르 카레의 모든 작품, 제임스 패터슨, 마이클 코넬리, 수잔 콜린스, C.S. 루이스, 조지 R.R. 마틴, 테드 창, 베르나르 베르베르, 조나단 스위프트, J.R.R. 톨킨, 크리스티 골든, 루이스 캐럴, 더글러스 애덤스, 조앤 K. 롤링,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여행 전후에는 이탈로 칼비노, 브램 스토커를 즐겨 읽는다. 그러고 보니 균형이 딱 잡혀 있지는 않고 많이 쏠려있다. 그리고 요즘 그는 바순이라는 악기 배우기에 새롭게 빠져있다. 뭔가를 배우라, 새로움을 잃지 말라, 늙는다는 건 결코 슬픈 일이 아니다는 그런 명언들, 억수로 무진장 많다. 새로운 학습과 늙는 것에 관한 명언들 말이다.
이 친한 친구들 가운데 가장 덜 부유한, 극명하게 안 부유한 제임스의 취향은 이렇다. 소설에서는 킹슬리 에이미스, 마틴 에이미스, 오노레 드 발자크, 줄리언 반스, 이탈로 칼비노, 알베르 카뮈, 존 르 카레, J.M. 쿠체, 윌리엄 윌키 콜린스, 조셉 콘래드, 짐 크레이스, 찰스 디킨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로렌스 더럴, 귀스타브 플로베르, 포드 매덕스 포드, E.M. 포스터, 존 파울즈, 쥘리앙 그라크, 귄터 그라스, 토머스 하디, 헤르만 헤세, 제임스 힐턴, 페터 회, 프란츠 카프카, 로버트 홀드스톡, 닉 혼비, 빅토르 위고, 가즈오 이시구로, 하워드 제이콥슨, 헨리 제임스, 더글라스 케네디, 밀란 쿤데라, D.H. 로렌스, 토만스 만, 스티브 마틴, 서머셋 몸, 이언 매큐언, 허먼 멜빌, V.S. 네이폴, 세스 노터봄, 아모스 오즈, 오르한 파묵, E.M. 레마르크, 주제 사라마구, 레오 톨스토이, 이반 투르게네프를 인문-교양 분야에서는 게리 바이너척, 그레고리 번스,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 & 제임스 파울러, 대니얼 길버트, 대니얼 코일, 댄 애리얼리, 데이비드 브룩스, 말콤 글래드웰, 매트 리들러, 샘 고슬링, 셰리 터클, 쉬나 아이엔가, 스터즈 터클, 스티븐 핑거,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 - 로빈 호가스 - 애닐 가바, 에릭 와이너, 엘리어트 애런슨, 올리버 제임스, 제레드 다이아몬드, 잭 트라우트 & 앨 리스, 찰스 핸디, 카림 라시드, 케빈 로버츠, 클로테르 라파이유, 톰 피터스, 댄 히스 - 칩 히스,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로부트 핵스트롬, 리처드 도킨스, 리처드 탈러 - 캐스 선스타인, 리카이푸, 애덤 그랜트, 에릭 퀄먼, 제러미 시겔, 조나 레너, 칙센트미하이, 테모시 페리스, 피터 드러커, 헨리에트 앤 클라우를 좋아한다. 특히 인문-교양 분야의 책들은 출판된 기간이 약 10년 안쪽 터울로 대부분 비슷하다. 시사점, 있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첫째, 선호 작품이 모두 특정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분야와 폭넓은 언어권, 문화권의 작품들까지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둘째, 그들은 현재 음악을 잘 듣지 않고 산다. 너무 즐길 대상이 광대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조금 덜 듣다가 어쩌다 보니 요즘 통 음악을 듣지 않고 살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빈둥지 증후군의 그래프 곡선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악을 즐기면서 사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젊게 사는 것이다. 우선은 최신곡과 최고전곡으로 시작해서 차츰 음악을 듣는 것도 신경쓰기로 하면서 어느 때 부터인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위에 씌여진 글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일까? 사람 이름 브랜드가 잔뜩 열거된다는 점이다. (개인 브랜드 선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못하고 조금 성급하게 뽑은 감이 없잖아 있다. 그렇다, 완전 뚝딱 골랐다) 보통은 위에 씌여진 알렉스 또는 케빈 한 명이 좋아하는 사람 이름으로도 소설 하나 쯤에 해당한다. 멀티 주인공이라서 챕터 하나가 뚝딱이다.
제임스는 귀가 얇고, 닉은 걸으면서 얘기하는 것을, 하워드는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을, 마크는 걸으면서 상상을, 알렉스는 걸으면서 듣기를, 케빈은 걸으면서 보기를, 조니는 걸으면서 공감각으로 느끼기를 좋아한다. 이런 방식의 표현은 남발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막 연이어 비슷한 게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까도 까도 파도 파도 광산 몇몇몇 곱절이 계속 나오게 된다. 제임스는 콧물을(꼬마야?), 닉은 걸으면서 눈물을, 하워드는 코피를, 마크는 땀을, 알렉스는 침을(알렉스...가 강아지인가?), 케빈은..., 조니는... 심지어 모두 다 쏟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량이 자동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이 방식이 꼭 글쓰기에 유리한 건 아니고 또 그렇다고 가볍다거나 웃기거나 시리즈 위주에만 편중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이번 챕터에는 사람 이름 브랜드를 이렇게 몽땅 무더기로 덕지덕지 도배를 했을까? 똑똑한 독자님들, 누군가 여기저기서 행복도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신다. 맞다, 행복도다. 혼자 있으면 개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고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외롭거나 뭐하다는 단점도 있다. 적당한 상대들과 적당한 긴밀도로 적당히 친밀하게 적당히 변칙적으로 미스테리함을 잃지 않는다면 하루를 한달을 또는 평생을 당신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첨언하면 욕 얻어 먹은 유명인 이름을 몽땅 한가득 풀어놓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경험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개미와 배짱이처럼 일장일단이 있듯이 친구들이 많으면, 친한 친구들이 적당히 있으면 친구들이 덜 많은 사람들보다는 비교적 덜 재미없고 덜 단조롭다는 잇점(?)이 분명 있다. 희망과 포부를 포함한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나이가 어린 학생들은 高가능성에 많은 친구들을 대하고 산다. 반면 연로하신 분들은 중년이 넘어가면 대체로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처음 만나서도 쉬이 말을 트고 친숙한 대화를 나눈다. 인생을 몇 십년 살았다면, 노하우와 경험이 모두 축척된 방대한 지식과 지혜라면 거즘 모두 천재가 된다. 말발은 좀 딸릴 수 있다. 물론 부작용으로 사기를 당할 위험의 확률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독서 리스트에 철지난 책을 하나 업데이트했다.
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찰스 핸디 · 엘리자베스 핸디
이렇게 해서는 써도 써도, 읽어도 읽어도, (험담을) 들어도 들어도, (만만한 걸) 따라해도 따라해도, 해도 해도 끝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건 독서, 운동, 담소, 여행이나 사람들과의 교감과 사랑등 사는 동안 묵묵히 이유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때로는 슬픈지 좋은지도 모르게 끝끝내 떨구지 못할 어떤 숙명과도 같이 숙원을 이룬지 근처에도 못갈지 모른 체 평생 같이 가야만 하는 평행성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건실하고 겸양있고 건전하고도 살짝 건조한 그들이 어느 날 케빈의 집에서─마침 케빈의 여자친구가 과거 모험인 대서양과 남극에 이어 이번에는 북극 탐험 중이라서 즐겁게 그들끼리 총각파티하는 기분을 만끽해 보자는 암시와 묵계가 있긴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말은 하지 않았다─모이는 날이 있었다. 시간과 장소, 이유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모이는 그들이지만 이날은 약간 고전적인 느낌에 취하면 어떨까 라는 누군가의 의견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앱 메시지가 아닌 www.eventbrite.com 초대장을 이메일로 발송해서 정식이라는 정중한 제의,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며 금번 미팅의 보배로운 존재다 그러니 꼭 참석하여 행사를 빛내주시는 자봉(자원봉사)과도 같은 행차를 베풀어주시라는 초청의 글을 공유하여 모이게 되었다. 대부분 이메일을 많이 거북하게 생각하고 사용하지만 거의 안 알려지게 쓰고 매우 가끔만 쓴다면 이처럼 효용 있고 굉장히 쓸 만한 툴도 드물다.
한편 위도, 경도 몇에 고도 얼마, 습기, 전자파, 자기장 어떤 조건의 상태와 위치에서 누군가 클래식카를 몰며 몇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운전자는 그 친한 친구들 가운데 한 명인 조니였다. 그의 애마는 1969년식 싱어였다. 일부러 안전 운전과 기분을 위해 후덜덜한(?)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는 차에 탈 때 뒷자리에 누가 없나, 배기통에 뭐가 부착된 건 아닌가, 흡기쪽 소리와 엔진 리듬과 음악 재생시 타악기에 동조되거나 간섭이 일어나는 진동을 체크하고, 세심히 확인했다. 조수석에는 왠 곰인지 강아지인지 잘 분간하기 어렵지만 그런대로 귀엽게 생긴, 그래서 묘하게 잠시 시선을 끌어당기는 인형이 안전벨트를 자기가 직접 결착했다는 듯이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 있었다. 그냥 평범한 인형이지만 전혀 사이보그처럼은 안 보이지만 저 안구에는 초고감도 카메라가, 귀에는 초정밀 센서와 전두엽에는 슈퍼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어느 비밀 센터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아무튼 그는 케빈 집으로 가는 길인데 운전을 하다가 옆을 보니 왠 기린을 태운 커리어를 몰고 누가 운전하면서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차는 오픈카였다. 시원스레 외치는 소리와 행색이 꼭 조니 들으라고 그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소리지르는 듯 하였다. 스페인어인지 태국어인지 아니면 고대 라틴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황과 낌새를 봤을 때는 이런 말을 하는 듯이 보였다.
"My Life is so Perfect!"
그 차의 운전자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낯익어 보이는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쉬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렇게 조니는 그 차를 추월해 가면서 아지트에 뭘 사들고 갈까 심각한 고민을 하는 순간 뒤에서 크게 퍽-하고 굉음이 일었다. 무슨 일인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그는 못 들은 듯 하였다. 혹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었나? 아니면 진짜 사고라도? 요즘 세상은 하도 기가 막힌 장비들도 많고 기인들도 넘치고 풍요롭고 평평한 세상이라 별에 별 일이 다 있는 신천지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인터넷 뉴스를 코 앞에서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조니는 못 들었으니 그 주위의 운전자들과 독자들 말이다.
하긴 조니는 현존하는 몇 안되는 거의 달에 갔다온 우주 비행사에 맞먹는, 앞으로 우주 여행을 할 선구자들에 버금갈 경험의 산 증인이었다. 그가 정한 세계 3대 해수욕장, 탁월하고 신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피냐 콜라다를 마시며 구글글래스가 아닌 일반인이 모르는 군기술이 적용된, 지상 과학이 아닌 우주 문명으로 제조된 슈퍼 기기를 착용하고, 초절정 미녀들과 안락한 고급 휴양지 분위기 속에서 세계 3대 해수욕장 풍경을 직접 겪은 희귀한 인물이었다. 그 리스트는 첫째, 바다 멀리 토네이도를 보면서 일광욕하기 둘째, 비치 발리볼을 하면서 머리 위로 저 건너 편으로 비행기 뜨고 내리는 걸 코 앞에서 보기 셋째,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동그란 우주 비행선이 아니라 저 앞에 뜬금없이 거대한 잠수함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을 놀라지 않은 척 쳐다보며 감상하기. 그 크기는 실제로 보면 거의 SF 영화가 실현되어 직접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해수욕장에서 400m 넘는 화물선들을 많이 봤으니까 태연자약할 수 있었다. 그 리스트는 그것이었다.
화면이 전환되어 중세 어느 후작풍으로 차려 입은 알렉스의 움직임이 면밀히 관찰되어 어딘가에 기록된다. 그는 우선 어느 신제품 판매 1일 전 가게 앞에 줄지어 늘어서 텐트치고 자는 것처럼 어느 천문대 옆에서 텐트 치고서 날밤을 깠다. 예전에는 그도 많이 애플 매장 앞 땅바닥에서 잠을 잤었다. 그가 좋아하는 소설이 무엇인가? 스릴러다. 밤새─진짜 밤새는 아니고─그는 스릴러를 읽었다. 언론사의 찬사가 진짜인가 아닌가 확인할려는 의도도 살짝은 있었다. 이 정도는 되야 진정한 준-매니아 끕으로 인정받는다. 아침에 일어나 먼저 탄 건 모노레일이었다. 그는 패러글라이딩이나 X-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가 안전 플러스 직간접 체험이다. 그 다음에 탄 건 케이블카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다 내려서 지하철을 탔다. 그랬는데 지하철에서 완전 섹시한 여성이 보이길래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에 홀린 듯 내릴 정거장을 지나쳤다. 그렇다고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 많은데 텐트를 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텐트를 왜 쳐? 그는 그 다음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친구가 일하고 있는 FEDEX 매장에 도착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알렉스도 유니폼을 좋아한다. 난데없이 갑자기 Fedex 유니폼을 입고 Fedex 차를 타고 도시 근교 동물원 입구에서 400m 떨어진 어느 낚시터로 향했다.
아시나요? 서머셋 몸도 작가 인생 초중반에는 아찔한 문체를 위해 식은 땀을 흘리며 필력을 갈고 닦다가 끝끝내 포기했다는 것을. 의기양양하게 그랬는지 두려워하며 자포자기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는 언젠가 늠름히 고백했다. 꼭 그렇게 억지로 문공을 익히지 않아도 된다고, 다른 데 힘쓰겠다고 (겁먹지 말고 소신을 가지고 당신의 길을 가라고) 실토했다. 서머셋 몸도 포기했는데 그것이 대세인데, 더한 미래의 향수와 즐거운 슬픔, 처절한 환희를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 그 옛날 1874년 1월 25일에 태어나셨던 그분께서 그렇게 깊은 뜻을 품고 후세에 뜻밖의 신비감을 전달하다니, 형언하기 힘든 우연이다.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면, 그것이 전부라면 이 세상일이 얼마나 단조로울까?
그는 가면서 쉼 없이 누가 따라오지 않나, 어느 빌딩 꼭대기에서 누가 추적하지는 않을까 주위를 살피면서 마치 FEDEX 직원─근속 연수가 길고 우수한 사원─인 것처럼 행동하며 그곳에 잘 도착하였다. 중간에 어느 마트에 들려 하이네켄 5ℓ는 마크가 사오기로 했으니 자신은 다른 색다른 술을 한병 사들고 갔다. 참 알렉스는 가는 도중 어디에선가 슬쩍 어떡하다 DHL 차량과 아주 잠깐 신경전이 있을 뻔 했지만 슬기롭게 잘 대처해서 고이 보내고 목적지에 잘 도착하였다.
때마침 마크는 약간만 한적한 교외와 시내의 중간쯤에 위치한 어느 가로수길을 드라이빙하고 있었다. 하이네켄 5ℓ를 2통 실은 채로. 음악을 키지 않아도, 조수석에 대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20-30대 남자들이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 1위에 선정된 사람이 타지 않았어도, 그날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듯한 예감이 들지 않아도, 최근 작은 소원 성취가 하나 들어맞지 않았어도, 얘기할 화제의 에피소드로 딱 맞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지라도 그냥 드라이빙 그 자체만으로 괜찮은 그의 애마를 타고서 누군가와 접선하러 가는 길이었다. 만날 사람이 어이없는 첩보영화 속 주인공은 아니고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핸드폰 기기 교환 물망자였다.
최근 마크는 핸드폰을 바꿨다. 신제품이 나왔을 때 속으로 상당히 바랬지만 충동구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다 소용없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자꾸 그 최신형, 남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그렇지만 나중에 구매하기로 미루는, TV에서 인터넷에서 거리에서 매일 광고되고 날마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아마 최근 제일 잘나가는 그 최신 아이폰을 구매했는데, 그래서 흡족하고 처음에는 기뻤는데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자꾸 그 녀석이 너무 덩치가 커 보이고, 사용이 불편하고, 어딘가 모르게 얄미워 보이고, 왠지 모르게 꼴보기 싫어지는 일말의 감응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별 희한한 웃음소리를 내며 방정맞게 킥킥대며 좋아하드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이 아닌 기기를 두고 손바닥을 성큼 뒤집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어이쿠.
처음에는 자기의 6버전을 다른 사람의 6+ 버전과 교환 할려 했는데 그건 좀 난위도가 있는 애매한 문제라서 다시 생각한 게 가진 걸 팔고 다시 사기 였다. 하지만 이 번거로움을 감수하기는 인생이 그리 친절하지 못해서 지인을 통해 믿음직한 분을 소개 받아 만나서 교환하기로 약속했다.
핸드폰도 마크는 그의 스타일로 노-악세사리, 오로지 공장에서 나온 그대로의 원 상태만을 고집했다. 액정-필름 완전 답답하다. 밀가루와 오렌지, 사과, 바나나, 키위, 브로콜리를 섞은 천연 얼굴팩을 얼굴에 바른 후 클린싱하지 않고 계속 살 수는 없다. 피부와 기기의 표면이 닫을 때의 그 오싹하고 짜릿하며 소름끼치는 오소독스함, 소설(1973)과 영화(1996) 크래쉬, 브라부스-하만-갬발라-처럼 타고난 튜닝은 예외에 해당한다.
그날 아침 마크는 아침에 잠꼬대를 하면서 운전도 비행도 하면서 단꿈을 꾸고 있는데 느닷없이 걸려오는 문자와 전화 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다. 여러 통화을 놓쳐버린 후 딱 눈을 뜨고 받은 전화에는 왠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의 얼굴로 그가 웃으면서 말을 걸고 있었다. 그가 잘 사용하지 않는 페이스 타임으로 그렇게 여러번 다양한 게임 캐릭터들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애매한 기기 교환에 대한 글을 보고서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 글을 내린 후 커피를 타고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이런 저런 일을 마친 후 소개 받은 당사자를 만나러 집에서 출발했다.
대상이든 장소든 시간이든 매한가지로 기다리는 즐거움은 어떻게 보면 가장 풍성하게 멋지고 우아하고 불가능의 영역이란 없는 것처럼 그 기쁨이 무한한 법이다. 그건 정말 근사히 독보적이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다. 분신, 반인반마, 이상형은 그렇게 사람들 마음속에 꿈속에, 어딘가에 살고 있다. 그는 본인과 만인의 특기인 상상을 하고 있다. 딱 봐도, 자세히 뜯어 봐도 도저히 단점을 찾을 수 없는 상대 즉 얄밉지 않으리만치 귀적적인 이성이 물품 교환자로 나와서 접선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약간도 아니고 한 끗발도 아니고 거의 동급의 어찌보면 더 고결한 품위와 고상한 여성미를 지녔을 듯한 친구와 같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 혹시...」 초반 말트임은 독자가 전문가니 건너뛴다.
「설마 사기꾼은 아니시죠?」 두 여인네가 웃는다. 그들도 호감이 없지는 않은 듯 한 눈에 봐도 호감이 있다고, 많이 있다고 이마와 바알간 볼에 큼직하고 선명하게 씌여 있다. 아아폰 교환하고 켜 보고 써 보고 몇가지 간단한 걸 확인하기 위해 앞에 보이는 카페에 같이 들어갔다. 마크가 말했다. 드시고 싶은 거 아무거나 여러 잔 드셔도 괜찮다면서 얘기하시라고 말했다. 그렇게 주문하고 계산후 조금 있다가 갑자기 이거 이상하게 제가 손해보는 기분이 드니 둘이 합해 딱 1,000원을 받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돈을 받은 후에, 그 사례는 나중에 제가 뜻하지 아니하게 심각한 결례와 무례와 실례에도 불구하고 빚을 지게 되었으니, 나중에 반드시 갚겠다, 제발 그러한 불순하지 않은 의도를 사양하지 말고 너그러이 받아주신다면 저에게 이보다 더한 영광은 없을 테니 부디 거절을 생각하는 의혹일랑은 감추어주시라,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들은 친해지고, 아이폰6 플러스와 아이폰 6를 교환하고, 영화 줄 앤 짐 (1961)이나 다른 트리오가 나오는 소설들처럼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소설은 소설이다. 뭔 놈의 소설을 쓴다고 그것도 소설이라고, 상상 같지도 않은 상상을, 마크 혼자만의 그만의 드러나지 않아야 더 귀하고 아름다울 그 공상이 만천하에 뚱딴지 같은 몽상으로 드러난 것으로 모자라 실제 접선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왠 전직 헤비급 복서, 현직 무술 전문 엑스트라 배우 포스의 한 남성이 검정색 가죽 잠바와 소리 끝내주는 오토바이, 펑크 악세사리로 꾸미고 분위기 무겁게 만드는, 무섭지만 이상하게 잘 생긴 마초가 나와 있었다. 집에서 밤에 잠을 잘 때도 헤비메탈을 들으면서 잠들 것 같은 백작형 락커 스타일의 그 아저씨도 대화를 나눠 보니 나쁜 사람이 아니고 바른 가치관과 착한 인생관을 가졌고 의외로 그의 진솔하고 선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의외성이 사람을 아니 미인을 잡는다. 잡는다 이상하다, 얻는다. 그렇게 아이폰 물물교환을 마치고 마크는 케빈의 집으로 떠났다.
스산한 바람이 만인의 연인처럼 누구에게는 센치함을 누구에게는 멜랑콜리를 매혹적으로 선물하는 그 때다. 이 흐름이 꼭 액션, 스릴러, 추격, 첩보 영화의 카메라 전환 기법과 닮았다. 이 때 하워드는 최근 새로 생긴 취미인 카누를 집 창고에서 꺼냈다. 굳이 카누를 RV차에 실어서 운반할 필요도 없이 바로 근처에 있는 실개천으로 가지고 가서 배를 띄었다. 배낭에는 약 45년 경력 베테랑 쉐프가 어제 만든 따끈따끈 조각 케익과 최고급 포도주 약 200ml와 테너 아리아 음악을 포함해 간단히 챙길 건 챙겨서 출발했다. 그렇게 그는 실개천에서 좀 더 큰 천으로, 천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나가 그의 전 사업 파트너가 떰핑으로 넘긴 요트가 정박된 장소에 이르렀다. 가는 동안 위기나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요트에 다다르다가 상어 꼬리를 잠깐 보면서 이상하게 쫄지 않고 뭔가 의심을 품고서 혹시 누가 아래서 산소통 메고 잠영하면서 꼬리만 상어인 보조물을 들고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차분히 해보았다. 아마도 진짜 그랬다면 참 한심한 놈이거나 대단히 창의적인 두뇌를 돌리며 사는 인간이 틀림없겠지만 정말 죠스였다면 옛날 옛날 영화처럼 큰 일 날 뻔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어는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고 대단히 유순하며 숨을 쉬지 않는다─아, 이건 아니겠구나─그랬나 잠을 자지 않는다 그랬나, 상어는 그런 영물이라고 들었는데 아무튼 오는 동안 하워드는 좀 서운하게도 별 일 없었다. 그렇지만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긴가민가 더 은밀하고 전위적인 퍼포먼스로 지금 세상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닉은 열기구는 생각도 못하고 무섭기도 해서 싸이클을 타고 갔으며, 제임스는 오직 마라톤으로만, 그들은 그렇게 개고생을 해서 케빈의 집에 도착하였다. 케빈은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케빈이 카이저 소제야, 아니면 12살이야? 케빈의 집이 무슨 오버 더 레인보우야,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