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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5. 1. 13. 16:28

   최근 아이폰 메모장 글쓰기에 잠깐 심취하느라 그 길지 않은 시간의 신선한 경험 때문인지 손바닥 만한 수첩에 수기로 글을 쓰고 있으니 아무래도 기분이 평소 같지는 않다. 근래 마음의 상태나 뭔지 모를 어떤 촉에 의하면 이렇게 다음 이야기의 움직임에 대한 태동을 그 느낌을 감지해서 의견을 정리해서 <잘 읽힌다, 내용이 감긴다, 구술에 말린다> 같은 적당한 극중 전개를 느긋하게 안심하고서 콘트랄토까지 거뜬히 소화하는 전설적인 소프라노가 부르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가운데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틀어 놓고서 폼나게 글로 구현해 내지는 못할 듯한 감이 와서 무작정 단 한 번 빼고는 영감에 의해 글을 써보지 않았다는 E.M. 포스터처럼 일단 노트를 펴고 볼펜을 잡고 막 쓴 후, 나중 퇴고 할 때 음악을 듣기로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단단한 벽을 어떻게 허물어야 하나, 타고 넘어가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하는 게 좋을까, 이런 막연한 감정은 도저히 설명을 할 수 없어 끝내 포기하게 만든다. 하이드 녀석 어디 숨어서 날 조종하고 있어. 지킬인가?
   일단 무심코 E.M. 포스터와 반대로 처음으로 거의 처음으로 착상에 의하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초고를 작성하고 나니 많은 부분이 최근에 혼자 생각했던─대화가 거의 없는 금욕적인 생활 때문인가─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나중 덧붙여서 떠오른 것 같다. 오 이런, 약간 무인도에서 쓰는 일기 같은 느낌인데.
   무전여행은 좀 철지난 영화 같지만 이런 대책없는 호기, 젊은이를 닮고 싶다. 어른은 이런 거 배워야 한다. 이면에 숨겨진 논리적 오류다. 젊지 않다는 말인가 어른이기 싫다는 뜻인가. 이처럼 무작정 직장에 출근하듯이 글을 쓰는 것은 때로는 인생 직진이라고 이건 우주적인 글쓰기라고 빡빡 우겨야 정규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삘 꼿힌다, 기(가) 산다, 영감을 얻는다, 열 받는다(이건 아니다. 아닌가?)... 이런 핀 포인트 같은 계기도 중요하지만 수증기가 모이고 모이고 모여서 천둥이 들리고 번개가 보이며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듯 한다는 얘기도 매우 자주 쓰이는 표현일 것이다. 서점가와 출판계의 수많은 서적들에 무수히 씌여 있을 게 뻔하다. 그대의 점을 봐 드릴까? 자 손을 한 번 펴 보자. 난 손금이 전문 분야야. 에잇, 뭐야 이거. 네일 케어 안 했잖아. 썩 물러갓. 농담이고 뭔가 작위적이란 느낌에 친한 친구들의 모임을 비밀로 해서 모였다 다시 흩어진 걸로 끝내버릴까,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다, 추리소설 처럼 밑도 끝도 없이 이유도 모르고 쫓기는 영화처럼 그들이 모이는 틈을 타서 모두들 집에 무슨 일이 생기고 다 함께 공통점을 논하고 어떻게 해결한다는 이 스토리로 전개해야 하나, 그러다가 고민 말끔히 끝내버렸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문장을 짧게 쓰니까 또렷한 그 끝맺는 맛이 느껴진다.

   이곳은 케빈의 집이다. 케빈은 원래 모든 것에 대해 적당히 우아하고 굉장히 평범했는데 한동안 결벽증, 완벽주의에 시달렸다. 집 안에 액자 절대 노, 벽은 모두 흰색, 옷은 7 : 2 : 1의 비율로 검정과 회색과 흰색 계열을 주로 입었고 쟁반은, 컵은, 아침은, 구두는, 친구는... 이렇게 말이다. 극심하지는 않았으나 상당한 불편함을 안고 살았는데 그 일시적인 까탈스러움이 여자친구의 미술품 애호라는 꽤나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호사스러워 보이는 예가적인 분위기의 실내 공간 꾸미기 덕분에 말끔히 나았다. 요즘에는 애완견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한다. 취미가 사람 잡는다. 취미는 인생도 바꾼다. 인생이란 단어 좀 남발하고 있지만 그래도 될 만큼 중요한 단어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색깔이... 오우~ 그만. 그래야 한다. 여기서 안 멈추면 드립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이 친한 친구들이 모두 모인 케빈 집 거실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그림들이 제법 몇몇 벽에 걸려 있고, 일부러 인간적인 면모와 소탈한 허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인지는 몰라도 누가 십자수 취미를 들였는지 뭔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실타래와도 비슷한 꼬실꼬실한 옷에서 떨어진 듯한 짧은 실도 드물게 한둘 바닥에 나돌았으며 텔레비전에서는 어린이 드라마가 방영중이었다. 식탁에는 먹다 남긴 피자가 소파 옆에는 콜라와 닭뼈, 케익 상자들이 보인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그림이다. 세잔, 모네, 마네, 피사로, 르누아르, 앤디 워홀 등등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한 눈에 봐도 뭔가 익숙한 느낌을 가지기에 충분한 여러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물론 감이 둔한 사람이 보면 잘 모를 것이다. 세잔, 모네, 마네, 피사로, 르누아르, 앤디 워홀... 미술이나 문학이나 음악이나 어떤 예술이든 뭐든 고전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된다. 남자가 여자를 잘 모르 듯이 일반인이 유명인을 상류층이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교의 원칙에 정통하기는 어려운 법이지만 무디지 않은 중간 정도의 센스만 있다면 어느 화면이든 옷발이든 말발이든 견적 산출이라는 그림이 바로 나온다. 위대한 미술가의 작품은 주로 미술관에서 볼 수 있지만 케빈 집에... 뭐야 케빈이 수표로 코 닦냐고? 그건 아니다. 그는 왕재수도 아니고 뭘 표시하기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다. 설마 그럴 리가! 쉽게 말해 고귀한 독자님 그대와 인성에서 거의 흡사한 수준이다. 그것 하나는 귀하와 거의 판박이요 거울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이견은 없는 것으로 하고 다음을 이어가자면 이렇다. 명작은 크고 으리으리하고 비싸고 그렇지만 어떤 낭만주의자를 위해 또는 재미난 일화와 전설을 위해서 위작이란 건 많지는 않지만 반드시 얼마쯤 있다. 혹시 영화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것에도 명맥이 비밀이 업계의 불문율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그럼 케빈 집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품이면서 진품이다. 대작이 아닌 소품이며 동시에 진품. 대작이면서 진품이 당신 집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가정은 공짜다. 글쓴이가 클림트, 고흐, 피카소, 뭉크 이렇게 4개의 작품을 그대에게 선물했다고 치자. 그걸 받은 독자 십중팔구는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그날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그것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삶의 목적을 변경하기 위해서인지 당신은 그날부터 온종일 날마다 쌩-영화를 찍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당신께 닥치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일 것이다. 억~수로 비싼 미술품을 아무 대가 없이 잘 알 수 없는 고마움의 정표로 선물 받았는데 당장 팔 수도 없어 그렇다고 마음 편히 빈집과 작별하고 순순히 외출을 감행해? 분명 뜻밖의 행운이 확실한데 가지런이 기운찬 곡선이 미간에 그려진다. 그런데 그곳에, 케빈 집에 있는 미술품들은 그게 아니다. 대작이면서 진품 그것이 아닌 진품이면서 소품, 한마디로 나쁘지 않다. 비싸지 않다. 대가의 작품이면서 진품이며 절대 비싸지 않는 정말 괜찮은 걸작 소품, 전문가들에게 딱 손꼽힌다. 그렇게 별로 비싸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작품들이 친한 친구들을 반기고 있었다.
   뭔 감정평가사나 큐레이터도 아닌데 거실 세팅에 대한 썰만 한정 없이 풀고 자빠질 뻔 했다. 아차 말 나온 김에 이거 하나 알려 드리고 가야겠다. 뭔가 있어 보이는 글과 비슷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는 솔깃한 말이다. 말발! 말발에는 기본적인 단계가 있다. 드라마가 선생님이고 영화가 교수님이다. 제 1단계. 아무도 믿지마. 절대 누구도 믿지마. 내 말만 들어. 그리고 제 2단계. 그들의 말도 저들의 논리도 우리의 이론도 모두 일리 있어. 하지만 이 말 하나는 잊지마. 내가 너를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머머할 것이라는 사실을. 어디 나 뿐이겠어? 너의 지나온 시간이 이룩한 네 명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거, 결코 잊혀지지가 않아. 그리고 명대사 잊지마, 또 절대 뒤돌아 보지마. 제 3단계. A는 그렇고 B는 어때. 그럼 C는 어떨까? 득실을 따져봐. 상상을 해보란 말야. 궁금하지 않니? 왜 그런지 의심스럽지 않아?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생각해 보렴. 다른 잡생각을 모두 날려 버리고 이것만 생각해. 시간낭비 하지 말고 집중해. 자 만일, 만일 말이야······ 이렇게 말한다. 뉴질랜드식 후음을 섞어서. 뉴진랜드식? 스코트랜드식은 들어봤어도 뭐지 금시초문인데. 그리고 표정과 눈빛과 액션. 마지막에 악수할 때는 왼손바닥을 당신의 악수하는 팔꿈치에 가만히 살짝 붙인다. 기분 나쁘지 않은 웃음과 함께.
   「뭐야 이거. 우리 오빠 예전 말투랑 똑같은데. 맞아 틀림없어. 예전에 그때 내가 분명 뭔가에 홀린 느낌이었어. 콧소리는 원래 여자가 내는 건데 뭐였지? 그 당시 내가 먼저 눈빛을 보냈나 아니야 오빠가 먼저 말발로 꼬셔서 꼬리를 흔든 것 뿐이라구. 그는 내 미모가 젊음에 기인한다는 사실에 둔감했으니까. 어쩜 그러고 보니 그러면, 그렇다면 그 인간이 이제는 도대체 말빨이 몇 단계로 올라간 거야? 오빠를 닮은 아들과 날 닮은 딸아이가 있는 이 마당에 그게 다 무슨 헛소리겠어. 그래도 추억이긴 하지. 그런데 이 사람 어지간히도 말발 좋아하시네. 약간 이거 세르반테스꽈에 지중해풍 감흥과 드라마적 기교를 크로스오버한 거 아냐? 화술의 세계가 곧 행복의 길이라는 뜻인가? 이거 이론이 거의 밑장 빼기 수준 같은데. 알쏭달쏭하단 말야. 어쨌든 미심쩍어. 아 머리 아퍼. 오 여자들도 정말 삶이 쉽지가 않아. 결코 인생살이가 녹녹치 않단 말이야.
   팔랑팔랑. 청력은 시각과 연결된다. 독서는 1차적으로 시각 능력을 발하는 행위다. 청력은 시각과 연결된다. 기본 과정 너머는 유료 클래스다.
   천상의 재담가, 기막히게 화려한 혼을 빼놓는 만담꾼은 사실 만나기 힘들지만 이건 쉽다. 주변에 말 잘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생각나는 교수님, 선배, 친구, 친구 오빠, 오빠 동생, 기타 등등. 그분들의 말을 속기사를 통해 또는 녹음해서 당신이 직접 적어서 그대로 글로 옮기면, 그래서 읽어 보면 음 이건 뭐랄까 좀 많이 과장하자면 아이돌 연예인의 십대 광팬이 어느 날 스타의 무얼 보고 완전 깬다면서 팬질을 끊는 경험과도 어찌 보면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깨는 과정이 예상되니까 일부는 일부러 잘 모르는 외국 연예인을 좋아하기도 한다지만 역으로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아지기도 할 것이다. 연예인도 절대 외계인이 아닌 필경 당신과 똑같은 일반인이니까. 그냥 같은 사람일 뿐이니까. 필자는 고등학생 때 정치-경제 수업 시간에 한 번 해봤다. 아주 가끔 뭔가 반듯하고 좋은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주시길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연설을 한 번 그대로 적어서 읽어 봤는데 거 왜 뭔가에 속은 느낌은 아니고 좀 이상했다. 일순간 고개를 팍 숙이고 5, 6초쯤 지나서 롱테일 그래프를 뒤집어 놓은 완만한 기울기로 천천히 고개를 살며시 쑥 들면서 앵글 즉 고개와 얼굴을 쓱 틈과 동시에 기울기는 그대로 따라가고 눈빛을 멀리 던졌던 기억이 있다. 멋지게 잘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글은 뭔가 있어 보이는 글과 약간 다르다. 하지만 본인도 지금도 앞으로도 끝없이 혹시나 혹여나 혹 했다가 학구적으로 분석해 보고 살펴 보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대도 로버트가 아니니까 경탄할 만한 싯구절을 떠올려 보자. 이건 절대 콘서트에서 가사 까먹고 마이크를 관중석으로 들이미는 행위가 아니다. 확연히 다르다. 회의는 엄청 길었는데 문서로 정리하면 얼마 안돼. 브레인스토밍은 좋지만 중요한 회의도 있지만 불필요한 미팅, 좀 허무하다. 힘 빠져. 말과 생각, 마음, 정신, 관념, 철학, 사상, 뭐뭐뭐에서 한편의 글은 어느 차원에 위치하고 형태가 어떨지 지금 이 글은 말발과 다를 게 뭐가 있을지 자신할 수 없지만 느낀 점을 중딩처럼 고백하고 넘어간다.
   어느새 나이 들어 차 조심해라, 정직하여라, 착하게 살아라 같은 성장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한없이 들었던 말처럼 또는 그런 평탄한 혹은 평화로운 가정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덜 행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거나 정보 요원 착출 일순위인 고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촬영 스텝처럼 뭔지 모를 의연함 때문에 하워드가 먼저 말문을 연다. 왠지 이유도 모르고 뭔가 아까운 아쉬우면서도 심심한 그럼과 동시에 손해봐도 괜찮다는 대범함을 가장하면서 호탕하게 질문을 던졌다. 의례적인 인사말은 생략했다. 그들이 아니라 필자가.
   「너네들 요즘 무슨 책 읽니? 말하고 나서 즉시 하워드는 생각했다. 이건 아니야 라고.
   「최근에 어떤 일화 하나를 읽었어. 내가 주로 새로운 일을 알게 되는 경로는 주로 그건가봐. 구경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탐미, 유미, 각종 용어들 하며 미적 가치들을 즐기고 누리면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주로 읽어서 대부분 주로 읽어서 아하 하면서 새로운 걸 알게 된다는 점. 예전에도 쭉 그래 왔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썩 나쁘지가 않아. 요즘 알게 된 하나의 일화는 이거야. 트루먼 커포티! 내게는 '와 이거 완전 영화 대사 교본인데' 라면서 혼잣말을 더듬거리게 만드는, 지나고 나서 더 천천히 읽을 껄 그랬네 라고 쉽사리 후회하게 만드는 서머셋 모옴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그 이름, 트루먼 커포티가 라이어넬 트릴링과 마주쳤을 때 이렇게 물어봤다는 거야. 왜 『E. M. 포스터』라는 책에서 그의 동성애는 언급하지 않았냐고. 그렇게 따졌대. 그에 대해 트릴링은 이렇게 짤막하게 대답했다고 해. [몰랐어.] 나는 이게 하하하 한 편의 영화보다 더 재미있단 말야. 너네들 생각은 어떠니?
   「오... 미안. 분위기 이상하다야. 다른 얘기하자. 자꾸 소설 작업 때문에 신경이 그쪽으로 쓰여. 다른 종류의 작업 이야기나 할까? 질문을 바꿀께. 요즘 너네들이 인터넷에서 찾아본 검색어는 뭐니? 잠시 10초가 지나지 않아서 하나둘 답변들이 나온다.
   「마세라티 잔고장
   「여자들이 좋아하는 차는 무엇인가
   「스위스 아우디
   「레인지로버 수중
   「캐딜락 요원 포드
   「자동차 이름 통계
   「자동차 가방 브랜드
   「자동차 이름 사전
   「TV 편성표
   「지휘자 아령
   「무뚝뚝한 강아지와 친해지는 법
   「고양이를 잘 따르게 하는 법
   「Top 10 funniest movie insults
   「Top 10 improvised movie moments
   「켄트주
   「유난떨다
   「Guilty Pleasure
   「쫄게 만드는 베레모
   「옷으로 상대방 기죽이는 펑키 패션
   「Why (한칸 띠고) 첫번째와 두번째 철자로 알파벳 여러개 넣어서 검색 제시어 살펴보기.
   「왜 아시아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뛰어난가? 언어 때문에 어디는 철학에 어디는 음악에 어디는 패션에 어디는 시에 유리하나? 미국식 영어만 봐도 인문-교양쪽과 간결성과 단순함에 굉장히 유리한 언어야. 이도 저도 아닌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한 가운데 있는 깡섬이라고? 해변가에 누워서 바텐더 초짜가 혼혈을 기울여 매우 정성을 들여 만든 마가리타 한 잔 마셔봐. 지상낙원일 테니까.
   「뭔 말이야? 그 긴말을 다 검색해봤단 말이야?
   「아니 그건 아니고. 혹시 누가 검색-엔진에 이상한 등록이나 작업을 해놨을까봐..
   「윽 촌스러워. 얘들아 정말 유치하게 왜 그래. 꼭 유치원 애들 같잖아. 물어보는 사람은 유치원 선생님 같고. 말리지 않으며 하루 종일 이 장난만 하겠네. 왜 끝말잇기라도 하고 싶은 거니? 어 맞다. 이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어린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크다. 머리도, 덩치도, 키도, 손도, 발도, 옷도 다. 너네 요즘 무슨 재미난 일 없었어? 아니면 오면서 별 일 없었어? 이상한 일을 봤다거나 누굴 만났다던가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고?
   드리어 우리의 호프, 스마트 포투를 몰고 다니는, 삼촌의 벤틀리를 물려 받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말발에 남다른 발군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닉이 입을 열었다.
   「오 나 있어. 최신 싸이클 복장에 모자와 헬맷, 빕숏, 양말, 신발, 장갑등을 모두 깔맞춤으로 맞춰서 입고 오는데 조금 넓은 광장에서 왠 수백 마리의 개들을 봤어. 족히 2~300 마리는 되어 보였어.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적어도 100 마리는 훨씬 넘어 보였다니까. 살다 살다 그런 광경은 처음 봤어. 아마 앞으로도 일평생 그런 구경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촬영중인지 아니면 인근에 개농장이 있고 개치기가 낮잠 자다가 양이 출몰한 건지 나 원 참. 0 하나 더 붙일 수도 있었는데 용케도 잘 참았다. 기네스북 기록은 모르겠지만 YouTube 동영상은 알려져 있어. 적게 잡아서 최소 100마리는 확실해. 말만해. 뭐든지 다 걸 수 있으니까. 와 어떻게 살면서 최소 100마리 개들을 때거지로 본단 말이야? 보고 나서도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니까.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어. 침흘리게 말이야. 나 험한 말 안 하는 거 않잖니.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맙소사 같은 자연스러운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거야. 그렇게 내뱉은 한마디가 뭔지 아니? 완~전 개판이구만. 그런데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지. 그건 마치 뭐라 해야 하지,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이나 켄타우로스를 보는 경험과 바꾸지 않을 만 하다고나 할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선을 넘어가지 않는 상당히 소프트하면서 짧은 그러나 듣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을 절묘하게 웃도록 만드는, 잘 쓰이면 별로 거북하지 않은 욕. 사람에 따라 듣기에는 웃긴데 잘 쓰지는 안는 말. 그런데 그런 말을 상황이 닥쳐서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귀로 듣기가 아닌 내 입으로 말을 하게 되면... 하하하 그 뭐지 카타르시스? 그런 걸 느낀다니까! 기가 막힌 순간이었어. 이걸 딱 가르키는 어떤 전문용어가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없을 것도 같고. 오 그 천상의 희열이란 정말 놀라워!
   싸이클을 타고 케빈 집에 왔던 닉의 신기한 체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놀라워하며 홍조를 띄고─그 홍조를 거울 보고 연습했을까? 어린이 광고 모델을 모델링 하면서─제임스가 넌지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오 완전 놀라워, 어떻게... 지금 다시 그곳에 가보면.. 에이 맞다. 뭐니 뭐니 해도 우연히 보는 게 최고지. 지금 누가 모셔간다고 해도 가기 싫어. 우연성도 뭔 마법인지 뭔가 있긴 있나봐. 아무튼 대단해 닉. 그런데 우연성이 정말 극적인 건데 그 가치가 많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 어느 날 또는 1년이 주어지고 갑자기 제우스나 누군가 어떤 신이 나타나서 유명한 대석학들의 지력을 모두 한번에 내게 주입하는 게 가능하다고 그렇게 내게 이입해 주겠다고 한다면 정중한 태도로 단호히 거절할 테야. 능히 가능하고 아무 것도 저당 잡지 않겠다고 할지라도, 불로소득이라서 정 내키지 않는다면 피터 드러커식 4년 주기 학습법으로 수십 년간 다방면의 학문을 연마하는 방법을 적당한 따라하기만 한다면 그 기간을 딱 10분의 1로 줄여서 완벽한 지성을─어느 독자께서는 지성을 재산? 야망? 돈!이나 명성? 명예? 인기!나 득도로 치환해서 읽어도 무방하리라─안겨줄 테니 자, 계약서에 곱게 싸인하자 라고 할지라도 다 싫다고 퇴자 놓을 테야. 천천히 그리고 우연히 또는 가장무도회처럼 대놓고 감추어도 좋으니 왈츠격으로 삶의 비밀의 요체를 알고 싶단 말이야.
   잠시 정적이 흐르고 앵무새 소리가 들렸다. 앵무새가 말했다. 삶의 비밀의 요체를 알고 싶어. 삶의 비밀의 요체를 알고 싶어. 앵무새에게 일부러 말 할 기회를 주고 잠시 쉬었다가 제임스가 이어서 얘기한다.
   「음... 그건 그렇고 난 말야 마라톤 연습하면서 뛰어 오는데 도로에서 어여쁜 아가씨에게 구애하는 청년을 봤어. 이상하게 이 친구 옷 입는 스타일이 딱 스피트 메탈 락커 스타일이었단 말야. 대신 얼굴은 좀 그랬어. 여기까지는 평이한데 그 청년이 외치는 말이 아주 장관이었지. 그 말은 바로 '내 사랑을 받아주오' 였어. 그런데 그 문장을 각 시대별, 드라마 장르별, 다양한 신분과 직업과 여러 문학적 스타일로 수없이 반복하며 계속 외치고 있었어. 뭐 받아주지 않으면 콱 뭐 해버리겠네 어쩌네 하면서. 그래~ 여기까지도 충분히 그러려니 있을 만 한 일이라 하면서 지켜봤어. 그러더니 순간 도로에 냅다 드러눕는 거야. 또 뭐라 뭐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하지만 자세히 보니 도로 진행 방향과 교차되게 눕는 게 아니라 차로 구분선과 같은 방향으로 누웠던 거야. 물론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어쩌다 등장하는 차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경치 괜찮고 그런 곳이었어. 그렇게 그 친구가 누워서 자꾸 막 눈치를 보고 그러는 거야. 너무 티나게 말야. 그 고생하면서 쌩쑈하는데 완성도 한참 떨어졌지. 그런데 그렇게 좀 어설펐는데도 그래서 오히려 그 때문에 그런지 더욱 갑자기 빵 터진거야. 아주 엄~청 웃었어. 웃다가 울었어. 웃다 보니 왠지 그분들 얼굴이 어딘가에서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자꾸 낯이 익어서 무척 서운하고 허전하며 쌔한 느낌이 들더라고. 어디 텔레비젼에서 봤나 잡지에서 봤나. 다행히 아마도 다행히 여자분이 그 남자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을 듯 했어.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 일방적으로 스토커처럼 남자가 쫓아다녔나봐. 어쩌면 남자의 마음은 그런 추억이라도 쌓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라. 끈질기게 따라다녀서 넘어가는 커플들 나중 많이들 음... 많이들 아주 연하게 회한스러웁기도 할꺼야. 남녀간의 구애는 참 오묘한 이치야. 이곳에 도착하고 나니 그냥 그랬나 보다 했는데 뭔가 그냥 평범하지는 않았던 일 같아서 기억에 남아. 신고하면 잡혀가기 딱 좋은 일이니 또 스스로도 선을 넘지 않도록 신사답게 멈출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만 어쨌든 영화 같아 보였어. 누구... 또 다른 일 없었니?
   조니가 긴장을 하면서 엄지발가락에 힘을 잔뜩 주고 결연한 표정으로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오 이런 놀라운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난 말이야 오다가 영화 촬영에 나도 모르게 동원되었다니까. 1969 싱어 포르쉐를 몰고 오는데 도로변에 가끔 보이는 공사주의 표시물들 있잖아. 그거 따라서 속도를 줄이고 틀고 어쩌다 저쩌다 이상하게 좀 길어진다 싶더니 막판에 그것에 속았나봐. 그 있잖아, 페인트 미술 같은 거. 낭떠러지나 괴기 그림을 바닥이나 벽면, 도로에 그리는 예술! 그게 미리 설정되어 있었어. 그렇게 나도 모르게 놀라면서 궁시렁거리다가 거의 속도를 줄이며 정지했는데 멈추고 보니 왠 컨테이너 안이었어. 뒷문은 어느새 닫혀 있었고. 컨테이너 제일 안쪽에는 고급스러운 소파와 함께 가벼운 티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고 화장실까지 있었어. 최고급 최신형 초대형 텔레비전으로 액션 영화도 묵음으로 틀어져 나오고 있었어. 그리고 타자마자 그 음악이 들렸어. 징~지리-징징 징징징- 징~지리-징징 징징징······ 빠라밤~ 빰- 빰- 빰빰- ······ 뭔 OST 인지 알지? 아주, 아조 황당했지. 넋을 놓다 보니 한동안 컨테이너를 끌고 무슨 트럭이 어딘가로 가드니 얼마 후에 멈췄어. 그러다 갑자기 하늘에 붕 뜬 느낌이 드는 거야. 완전 쫄았지. 어제, 오늘, 내일, 나, 그대 그리고 인류 어쩌고 저쩌고 난생 처음 이신 저신 다 찾고 기도도 했어. 그러다 어느 큰 배에 실렸나봐. 어떻게 나올 방법이 없었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히 느긋하게 그곳에 준비된 음료를 이용해서 난생 처음 먹는 칵테일을 제조해서 마셨지. 그러다가 뱃고동이 울리네. 배가 떠난다는 신호였나봐. 정말 출렁출렁 배로 짐작되는 움직임이 느껴졌어. 그렇게 배가 항구를 떠나가는데 희한하게 허탈한 그러나 공허한 하지만 천진난만한 웃음이 나오더군. 그 웃음의 마법이 먹혔던 것일까? 그 지점이 레테의 강물이 모인 레테의 바다였나봐. 배가 다시 처음의 항구로 돌아오는 거야. 대충 진행 방향은 감 잡히니까. 방향 감각과 운동 신경은 정상이었어. 시간도 길지 않았고. 배가 아마도 어느 등대나 조그만 섬을 돌아서 다시 돌아왔나바. 뭔가 촉은 왔으니까 대충 돌아가는 정세가 보였지. 그러더니 배가 멈추고 아까 배에 컨테이너가 실리던 것과 반대로 배에서 컨테이너가 공중에 붕 떠서 어딘가에 내리는 거야. 트럭 위에 내려졌나봐. 그렇게 또 이동을 하더군. 뭐하는 상황인지 원, 이름없는 쇼였지. 티 테이블에 미니 냉장고와 위스키도 있길래, 느긋하게 데킬라도 한 잔 하고 위스키 온 더 락스를 제조해 마셨어. 그렇게 위스키를 마시고 잠깐 소파에서 낮잠을 잤는데 꿈속에서 꿈을 또 꿈을 꾼 거야.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내겐 최초였어. 3중 꿈! 일타 삼피! 3중 꿈 꿔 봤어? 안 꿔 봤으면 한 번 꿔 봐. 기분 괜찮아. 첫번째 꿈에서는 여자친구와 친한 친구들과 피크닉을 갔어. 아마 너네들이었던 거 같아. 푸르른 잔디밭에서 샴페인 한 잔 하면서 물풍선 총도 쏘고,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읽고, 가벼운 놀이도 하고 그러다가 영화 The Five-Year Engagement (2012)의 OST Cucurrucucu Paloma와 Vampire Weekend의 Ca Plane Pour Moi 그리고 Jimmy Fontana의 Il Mondo, Joao Gilberto & Stan Getz 이런 노래를 누워서 들으며 강아지들과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스르륵 잠이 든 거야. 그렇게 첫번째 꿈 안에서 두번째 꿈을 꾼거야. 두번째에서는 집에서 스파게티와 함께 포트와인을 한 잔 마시면서 TV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도 스파게티와 함께 포트와인을 한 잔 마시면서 TV로 영화를 보는 장면이었어. 현실이라면 또 예전이었다면 어떤 감탄사를 연발하며 욱 했을지도 모르지만 꿈 속의 꿈이라서 그러지는 않았어. 그래서 그 꿈에서 정신이 어질어질 하길래 소파에 누워 살며시 잠들었는데 또 꿈을 꿨어. 드디어 3번째 꿈이지. 3번째에서는 내가 유치원생이고 유치원에 다니는데 유치원에서 대체 졸업을 시켜주지 않는 거였어. 멜빵 바지를 입고 빵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꼬마였던 나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하면서 미치고 팔짝 뛰고 그랬나봐. 그러다 무슨 비행기 소리가 들리길래 꿈을 깼지. 꿈 속의 꿈 속의 꿈이 3중 꿈이 모두 같이 깬 거야. 결국 공항 터미널에 내려서 컨테이너가 열렸는데 수백대의 카메라와 조명발이 들이 대니까 자동으로 나도 모르게 포즈가 나오더군. 원래 화낼 생각도 없었어. 우리 스타일 알잖아. 주변에 똘만이 역할부터 닮은 사람이 참 많더군. 마르쿠스 빕사니우스 아그리파,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 석상, 스핑크스, 희대의 ... 딱 적기에 곤란한 그런 인물들도─솔직히 딱 떠오르는 사람은 없지만 왠지 그럴 여지를 주는 편이 멋져 보일 것이라 생각해─있고 말이야. 컨테이너 안에도 카메라가 수십대 세팅되어서 다 찍었나봐. 게다가 시간도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아서 괜찮았어. 그렇게 해프닝이 끝나고 나는 차를 몰고 떠났지. 그러고 보면 아까 본 모든 빛을 흡수해 버리는 것 같은 포스의 썬그라스를 끼고 가죽 점퍼에 블랙진을 입고 값싸 보이는 인조가죽 장갑에 쇠뿔 목걸이와─불독 따라하기가 유행인가, 불독들은 그걸 알까─이상한 해적 모자에 번쩍번쩍한 좀 촌스러워 보이는 롤렉스 스타일 금장 시계를 차고 술이 달린 구두인지 장화인지를 신고 있던 양반이 혹시... 뤽 베송이 아니었나 싶어. 일부러 촌티나게 입었나봐. 이거 뭔 전생에 내가 스턴트 맨이었을까? 하여간 어디 가서 돈 주고 어떻게 이런 값진 모험을 체험해 볼 수 있겠어? 귀신에 홀린 것만 같았지만 솔직히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어. 오면서 나 혼자 철지난 유행가도 불렀지. 노래 제목은 환생! 정말 짜릿한 새로운 활력을 느꼈다니까, 느낌 팍!
   「야~ 대단한데. 정말 완전 미스테리다. 기똥차. 끝짱이야! 그러고 보면 조니가 역시 말을 잘 한다니까. 재미없는 일도 완전 끝장나게 판타스틱한 사건으로 바꿔버리는데 진짜 기막힌 일을 그것도 완전 단독 주인공으로 체험했는데 어련하겠어~ 얘가 말을 시작했다 하면 사람들 관심이 급속하게 쏠리고 영혼이 홀리며 정신이 혼미해져. 그런데 하나도 지루하지도 길게 느껴지지도 않고 흥미롭기만 하단 말이야. 정말 신기해. 조니, 우리에게도 그 비법을 전수해 주지 않겠니? 그래주라. 어찌 아깝게도 혼자만 알고 있단 말이오.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야 하지 않겠소. 오 신이시여!
   「난 복화술 할 때도 말발이 딸려서 틈틈히 초조한데 그때마다 자주자주 조니가, 하워드가, 알렉스가 생각난다니까~
   「에이, 지존! 말발의 지존께서 왜 그러셔. 넌 사람이 너무 겸손해서 탈이야. 어떻게 그 말발에 그 겸양의 미덕까지 갖춘거니? 정말 기가막힐 일이다. 야, 우리는 괜찮지만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마셔. 그러면 사람들이 속으로 재수없다고 그런다니까. 우리들이 만일 모두 여자였다면 넌 아마 질투받아서 하루 온종일 욕 얻어 먹어서 날마다 배불렀겠다. 이제는 보아하니 침묵와 템포를 죽이고 살리는 지휘계의 거장들 완급 조절과 동기부여까지 모조리 마스터했잖아.
   「닉의 말발도 그야말로 환상이지. 그리고 하워드 봐봐. 지성적인 말발, 거대기업의 C-레벨 특급 관리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웅장함에 플라톤적 웅변술, 전형적인 가격 흥정의 모든 기법, 영화 업계 최고의 배우들에 필적하는 드라마틱하게 상대방 감정을 풀었다 쥐었다 옷을 입혔다가 발가벌겼다가 아주 만능이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 매력을 아는 사람들만이 그를 자주 만나고 싶어하고 또 그래서 째가 일부러 말발을 잘 안 푼단 말야. 뭐야 얘들아 이거 좀 불공평하지 않니? 조니는 전성기 때 딱 10분이면 모든 상황이 끝났고 지금도 레전드고 하워드도 있고 그러고 보니 또 알렉스 빼고 어찌 말발을 논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러면 마크는, 마크는 뭐야?
   「마크는, 마크는 잘생겼잖아. 까레라 타고. 옛날에는 상냥했고 지금은 자상하고 언제나 인자해. 아침에는 이성적이고 점심에는 이지적이며 저녁엔 감상적인 로맨티스트인데 뭐가 걱정이고 누가 부럽겠니? 내가 보기엔 제임스가 걱정이다. 맨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골방, 음침한 음험한 사무실에서 대관절 어떤 대작을 준비하고 있길래... 그곳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지 몰라. 볼살도 쭉 빠졌어. 왜 그런거지...
   「에이 무슨 소리야. 제임스 웃기잖아. 리액션 좋고 애드립 할 줄 알고 어... 더 길게 얘기하면 사람 놀리는 거 되니까 그만할래. 나도 그리고 다른 애들도 모두 제임스 좋아하잖아. 우리가 제임스를 제임스가 우리를. 그럼 된 거야. 이런 깜빡하고 잊을 뻔 했네. 케빈은?
   「케빈? 케빈은... 어 애가 착해. 사람이 좋아. 케빈이 말을 빨리 많이 조리있게 안 해서 그렇지 이 친구가 말을 못해서 말발을 안 세우는 게 아니야. 그럼~
   대화가 까무러치게 장황하게 나오는 이유, 그 이유는 이 챕터 말미에 나온다. 이 쓰잘데기 없는 대화들, 그냥저냥 시시콜콜 소소한 일상의 대화 같지만 말이다.
   「헤이 알렉스~ 자네는 별일 없었나?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도 같고 아닌 듯 하기도 한데.. 속 시원하게 우리에게 털어나봐 알렉스. 자네의 오페라 아리아처럼 유창한 얘기 한 번 들어보세.
   「난 오면서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다네. 다만, 천문대 구경하고 나서 천문대 쪽문 옆에 있는 조그만 공간에 텐트를 펼쳐 놓고 밤새 여유작작하느라 오는 동안 좀 여러 교통수단을 거친 게 그나마 특별했다면 특별했다고 할 수 있다네. 그렇다고 커다란 잠망경으로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지는 못했어. 아침에 텐트에서 일어나 먼저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온 다음, 패러글라이딩을 탔다네. 그 있잖아 새처럼 나는 패러글라이딩 말고 쪼그만하게 딱 몇 십 미터만 날아가는 미니 사이즈가 있어. 그걸 타고 나서 케이블 카를 탔어. 그날은 나도 모르게 꼭 하루 종일 뭘 계속 탈려는 사람처럼 작심한 듯 보였지. 그리고 다시 지하철을 탔지. 그런데 어딘가에서 본 듯 한, 아니면 착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를 쳐다보다가, 여자였든가 아무튼 그러다가 내릴 정거장을 지나쳤어. 그래서 지나친 곳에서 그냥 내려서 택시를 탔다네. 마침 그 근처 FEDEX 매장에서 일하는 친구네 가게로 택시 타고 가서 그곳에서 차 한잔 마시고 FEDEX 차를 타고 동물원 근처에 있는 낚시터까지 갔다네. 그래서 그날 하루 신선 노름 하면서 낚시하며 손 맞 좀 보고 아, 올 때 중간에 주류 백화점에 들려서 고급 보드카 한 병 사왔지. 그러다가 낚시터에서 마크와 통화한 후 만나서 같이 왔다네. 이것 저것 번거롭게 많이 갈아타기만 했지. 별일은 없었어. 그게 다야. 마크, 친구는 낚시터에서 우리 만나기 전에 오면서 별다른 일 없었나? 
   뭔 말발 대회도 아니고, 아무래도 알렉스가 원래 입담이 끝내주는데 장난 아닌데 좀 아무래도 많이 쫀 듯한 느낌이다. 오랫 만이라 아직 몸이 안 풀렸나 보다. 조니에게 기선 제압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몹시 피곤해서 컨디션 난조 때문에 시무룩해 보인다. 그 때문일 뿐이다. 
   「난 뭐, 나도 마트에서 하이네켄 5ℓ 2통 사가지고 알렉스와 만나기로 한 낚시터로 가던 중에 탑기어 프로그램 촬영중인 친구들 구경했어. 음 다른 일은 없었고 탑기어 구경만으로 충분했어. 탑기어가 반올림 안하고도 거의 전세계 모든 국가에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이니만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 214개국이던가. 맞나? 지구에 나라가 이렇게나 많았어? 거의 다네. 어떻게 그렇게나 많은 나라에 전파될 수 있는 거지. 미스테리가 따로 없군. 그 구경하기도 어디 쉽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지 않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가티도 보고 육체파 아가씨들도 많든데 오우 몸매 아주 끝내줬어 하하하. 옆에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울렁울렁 속으로 으쌰으쌰 억쑤로 후끈후끈 하던데. 실토하자면 살짝 흥분할 뻔 했지. 때와 장소도 구분하지 못하고 말야. 아무래도 집에다가 액자를 하나 걸어놔야 할 꺼 같아. 아시아 어느 드라마나 영화 보면 나오잖아. 글씨 써서 액자로 만들어 집에 걸어 놓거나 건물에도 엄~청 큰 플랑카드로 붙여 놓든데. 집에다가, 집에다가 말이야 액자를 들여놓을 꺼야. 글씨는 이렇게 해서. <아찔한 지성> 초씸플! 음 나쁘지 않어, 괜찮아. 아 그리고 말도 봤어. 말. 음 말근육 말벅지 꿀... 앗 아무튼 그 말이 아마도 천리마였던 거 같아. 삼국지든가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옛날 중세의 영웅호걸 여포라는 사람이 탔다는 전설의 적토마 말이야. 두가티 소리도 완전 멋지든데. 오 그 음률들 정~말 아름다웠어. 앗~참 그리고 볼보 오픈카를 타고 가는 멋진 친구들이 꼭 SF 영화처럼 드론을 자기들 머리 위로 공중에 달고 가는 장면도 봤어. 특이하게 보였던 건 옷 입는 스타일이나 분위가가 꼭 중세 사람들 같았다는 거였어. 게다가 페라리 FF도 난생 처음 봤어. 다른 페라리 모델들이야 예전에 스쳐지나가면, 응 그래 F학점 첩보원이 몰고 가나봐 그랬는데 유독 그 매끈한 FF 모델은 언제 볼 기회가 없었어. 마침 재수 좋았던 거지. 그런데 내가 그 페라리 FF에 어떻게 시선이 간 줄 아니?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름 정교한 순서도가 있었어. 처음에는 어떤 행인을 보고 있었어. 흔히들 광고에서나 볼 법 하게 완전 놀라 까무러치는 표정 있잖아. 그 친구 표정이 그렇게 보물섬을 발견한 듯 하는 재밌는 얼굴이길래 내면-생활-연기 출중한 그 친구가 대체 뭘 보고 그리 놀라나 해서 둘러보니 새하얀 한혈마(전력질주시 땀을 흘릴 때 빨간 땀을 흘린다는)를 보고서 흐잉흐잉 교성을 내지르는 적토마를 보고 있었어. 말이 몇 마리 보였는데─어떻게 말이 명차보다 더 많은 듯 보였어. 아주 가관이었지만 정말 기분 좋드라고. 무슨 말판이었나─그 말에 붙여진 이름에 또 뻥터졌지 뭐야. 1.내 아내는 모든 걸 알고 있다 2.아내는 모른다. 말 이름이 그랬어 쿡. 경마장에서 경주 시작했을 때 해설자 말하는 걸 상상만 해도 말이야 절로 웃음이 난다니까. 1번마 발동이 늦습니다, 2번마 1번마를 비웃듯이 여유롭게 앞서 갑니다, 1번마 성났습니다 탄력이 제대로 붙었네요, 오 2번마 어제 먹은 햄버거가 탈 났을까요 뒤쳐지기 시작합니다, 설마 2번마 경주 중에 한눈파는 건 아니겠죠, 이런 식으로 해설하지는 않잔나. 1번마, 2번마 정식 이름을 다 불러줘야지. 이름을 불러주어 그 말이 꽃이 되게, 그 말이 우승하도록! 코메디언들 식은 땀 빠싹 흘리게 만들고 있드라니까. 벌이도 시원찮은데 뭐라 하며 이러쿵저러쿵 웃긴 아저씨들 쫄게 말이야. 그것참 웃기단 말야. 그렇게 내 시선은 적토마에서 한혈마로 옮겨 갔어. 주의 깊게 보니, 대충봐도 보였을 거야, 한혈마는 육체파 아가씨를 보고 있고, 육체파 아가씨는 북유럽 금년도 헤라클래스 대회 우승자를 보고 있고, 헤라클레스는 Akon을, 닮은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더라구, Akon은 비욘세를, 비욘세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엘비스는, 엘비스가 FF를 보고 있었어. 그렇게 시선 역추적을 하다가 우연히 FF를 보게 된 거야. 무슨 수사대처럼 시선 역추적을 요리조리 요리조리 하다가 겨우 도달한 거지.
   마크도 역시 가락이 있어서 화술의 비밀을 제대로 알고 있다. 딱 이쯤이다 싶으니까 남은 한마디 말을 마저 끝내기 전에 살짝 좌중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피고-가 아니라 살리고 애를 태우며 개개인들과 아이 컨택을 시도한다. 참 내놓으라 하는 만담꾼의 여유로운 자세다. 그렇게 끝맺는 한마디를 던지며 바톤을 하워드에게 넘긴다.
   「그나저나 하워드 너무 부담되겠다. 자네에게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기를 바라네. 마크가 어느새 찰스 디킨스 소설의 주인공 흉내를 내고 있다. (그런데 디킨스의 글은 누군가에게는 시장통 사투리인가? 오, 옛날 지체 높은신 분들께서 지금의 소설을 보신다면 뭐라 하실지!)
   「이 친구들 짓꿋긴. 일부러 남몰래 탐정 흉내내느라 나는 조용히 왔다네. 진짜 탐정의 본 모습 알잖나. 외롭고 정적이고 사람에 따라 좀 심심하고 따분하고 그리고 엉덩이 근질근질하고 말야. 나는 요즘 카누 타는 데 맛들였는데 집 앞에 바로 천이 흐르고 있어서 그곳에서 바로 카누를 타고 강으로 나와 계속 유유히 강과 함께 세월을 느끼면서 느껴? 음 그러면서 바다까지 계속 타고 가서 근처에 정박해둔 중고로 떰핑 가격에 싸게 구입한 요트에 도착했다네. 그렇게 요트 타고 여기까지 온 거야. 모두들 쑈하며 생영화 찍으면서 왔는데 나라도 조용히 와야 하지 않겠나.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떻게 그렇게 되었다네. 어디 꼭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속임수 적당히 써가며 알면서 속아 주고 뭐 그게 우리네 인생이겠지. 음 딱 하나 이상했던 점. 요트 타고 오면서 상어 몇 마리 본 게 전부야. 그 상어 꼬리를 보는데 저~기 너머에 무지개가 떠 있더군. 참 운치있었지. 그게 다야. 재미난 모험 얘기를 늘어놓지 못해서 미안하네 그려.
   「방금 너네들이 했던 얘기를 말이 아닌 글로 읽었다면 고운 고운? 입술로 발성한 음성이 공기를 통해 반향을 거쳐 주파수 공명하고 간섭되며 내 뇌로 그리고 내 영혼과 마음에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온전히 애써 만든 새하얀 새로운 하나의 책이라는 성에서 그 세상을 읽는다면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 너의 마음이 느껴져. 삐리리리 삐리리리(효과음) 이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군. 도망가고 쫓기고 치고 박고 싸우고 던지고 부수고 총쏘고 동물이 다치고 사람이 죽고 건물이 부서지고 푸르른 숲이 불에 타고,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고(슬픈 일은 슬프지만 살고 있는 사람은 주어진 삶이 주어졌으니 알몸으로 태어났다 알몸으로 떠나니 사는 동안 잘 살아가기를 그저 평화롭기를), 원인불명의 전염병이 나돌지 않아도! 엑스맨의 활약을 구경하지 않고서도, 뻑~ 가는 자연 재해를 구현해내지 않을지라도, 시간 여행을 하지 않아도─그런 영화들도 물론 나름의 흥미와 가치가 있지만─그러지 않아도 이렇게 극적으로 재미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야. 이렇게 글을 읽고 느꼈을 꺼 같아. 이거 딱 할리우드 영화 스케일인데 왠지 청소년이나 어린이 드라마 분위기가 느껴지는군. 와 이렇게 해서도 신비스러운 SF 깜을 경험해 볼 수 있다니, 놀라운데. 색달라. 완전 새로워. 이런 느낌 처음이다. 귀중한 시간이었어. 소중한 첫경험, 영화와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시간의 체험. 그렇구나 오오. 느낌 아~니~까!
   「오 엔돌핀 빗발 치는데.
   「난 도파민.
   「이쪽은 아드레날린 할래.
   「세로토닌.
   「다이놀핀.
   「다이놀핀, 그건 뭐야?
   「나도 잘 몰라. 아무튼 있어. 찾아보기(검색해 보기) 귀찮다야.
   「에스트로겐. (잠시 얼음 땡) 너네들 표정이 안 좋군. 이건 먹는건가. 그냥 우마 써먼이라고 할 껄 그랬나.
   「약 먹을 시간이다. 여차하면 바로 초딩놀이로 빠지는군. 초딩이 그렇게 좋아? 하긴 그 말만 들어도 좋은데 정말 기쁜데 이상하게 마초적인─마초도 종류가 다양하다. 여자만 섬세하고 민감한가 마초도 섬세하고 민감... 너무 민감해. 멋진 마초가 갖추어야 할 첫번째 요건은 바로 말발이야. 자의식이 쇼맨쉽이 유머가 스케일이 성향이 품격이 있고 멤버 구성이 적절하면 마초 만큼 재미난 친구들을 만나기도 실은 쉽지 않아. 브레이크만 잘 잡힌다면─남자들은 초딩을 좋아하는 어른을 보면 꼭 그 다음을 생각해. 초딩 봐서 뭐 하냐고. 그냥 그 단어만 좋아해도 못 견더해. 초딩봐서 뭐 하냐고. 꼭 뭘 해야 돼? 뭘 해? 크라이슬러 비전 어지간히도 좋아하시네. 오오 오스틴 파워 미니미여! 항상 뭐든지 꼭 그 다음을 자동적으로 내다봐. 뭐든지 그 다음을. 기본적으로 엎어트리는 걸 먼저 (일말에라도) 가정하게 되는 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어쩔 수 없어도 일단은 자동적으로 수읽기가 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임금님 귀 팔랑팔랑, 고양이 목걸이 딸랑딸랑. 수읽기의 전문가는 바둑 기사다. 육상이나 수영처럼 신체능력에 어느 정도 상응하는 두뇌 스포츠 프로 바둑기사. 세계에서 제일 수읽기를 잘하는 사람 탑클래스들은 대부분이 아니라 100% 남자다. 아 그 수읽기와 저 수읽기가 같은 수읽기가 아니구나. 사이렌이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궁금해 할 게 아니라 남자들이 어디까지를 무엇을 왜 다각적으로 내다보는지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그녀들끼리 얘기는 일단 얘기는 할 것이다. 하긴 남자나 여자나 다 그렇지. 긴 소설도 그 다음에 그 다음에, 친구가 에피소드를 얘기하면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됐어, 또 친구가 땡기는 껀수를 얘기해 주면 그래서 그래서, 사람을 보면 자동적으로 위 아래 위 아래 견적 견적. 처음 만나고 대화하고 연락하고 다시 만나고 말하고 듣고 보고 찌릿하고 손잡고 키스하고 포옹하고······ 순서가 뒤죽박죽인 경우도, 무시되고 생략하는 일도 허다하지만 그 순서들 많은 순서들. 그래서 극한에 이른 남성 편향적인 작품─예를 들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의 평론이나 평가를 읽어보면 도무지 뭔 얘기인가 감을 잡을 수 없는 심정이 어쩌다 간혹 느껴지기도 해. 하긴 청춘 로맨스 소설의 인기도 영원하지. 생각이 안 접힌다. 롤-리-타! 존 파울즈 작품 성격과 비슷한 그분의 창작 노트만 봐도 나보코프경이 그와 다르게도 훨씬 수준 높은 작품을 능히 쓰고도 남았을 텐데 왜...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소설의 작품성을 어마어마하게 출판계와 언론들과 무수한 작가와 예술가들과 비전문가들이 함께 똑같이 인정한다는 건 좀 이해가 안돼. 오바하자면 (혼자서 스스로에게) 달려들겠어! 좀 더 완곡한 약한 표현을 쓸려다가 괜히 옹졸하게 이런다니까.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새로운 것만 오직 그것만 찾자, 남들 다 아는 얘기는 최대한 자제 하자 항상 다짐하는데 말야. 각계 전문가와 권위자, 주부, 예술가, 박사 등등 모셔 놓고 토론이네 대표자가 그 작품을 소리내어 읽고 소리 크게 틀어서 모든 사람이 다 차리엿 하고 듣기만 하는 방송처럼 나머지 분들은 모두 조용히 경청하네 어쩌네 별의 별 얘기를 다 썼다가 지웠어. Like에만 집중해도 인생 한 시절인데 왜 이러는지... 어차피 방법론의 문제지만 강한 스매싱 펌킨스가 필요한 작품도 있지만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서 쿼터백 연봉이나 인기와 인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 법이야. 다른 보통의 작가들이든 대문호든 기괴한 작품이나 표현들도 아~주 흔해. 다만 단편으로만 다루거나 몇몇 만에 한정하거나 어느 극한까지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다를 뿐일 거야. 많이들 그 사진 기억할 꺼야. 멀리서 바벨탑 끕 빌딩이 영화처럼─99.99%의 사람들은 영화에서만 봤으니까─붕괴되고 있는데 강 건너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던 친구들이 믿기지 않은 일이 멀리 보이길래 놀라워 하며 전혀 슬프지 않은 분위기로 놀라워 하며 찍은 배경-인물 사진. 당연히 매정한 일이지만 그 친구들만, 그 행위만, 뭐라 할 게 아니라 누구나 표출되지 않은, 잘 하지 않는, 도덕적으로 곤란한, 그래서는 안 될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해. 초현실이나 액션이나 여러 장르 영화가 현실이 되잖아? 남자 친구들끼리 실제 이렇게 얘기한다니까. 재밌자나. 물론 스케일이 문제되지만. 이지스함이 두 동강 나잖아? 똑같아. 이것도 실화야. 이곳이 아닌 저곳이었지. 전에 친구와 싸이클 타며 힐클라임을 영차영차 열심히 하고 있었어. 그곳은 정확히 얘기하기는 뭐하지만 (여러 기준으로) 세계 Top 3 나라 가운데 2개 나라 사이에 낑긴 조그만  나라였어. 그 친구가 인프라스트럭처 뭐라뭐라 하면서 오면야 반가웁기는 하겠지만 오지 말라 그랬는데 나는 싫다 가겠다 그랬지. 위험하지만 않다면야 친구 사귀어서 좋고 만나서 반갑고 맛난 음식 먹고 구경하고 즐겁지 않냐 그랬지. 그렇게 그곳에 도착해서 그 친구와 투르 드 프랑스, 지로 드 이탈리아 선수들 흉내내면서 산길을 싸이클로 탔어. 힐클라임 좋아하는 친구들은 그런 산길의 헤어핀을 아주 좋아하거든. 스위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같은 곳에서 흔히 보이는 길. 솔직히 그 친구랑 친구 먹기 전에는 그곳을 잘 몰랐지. 존중하지만 잘 몰랐던 것 뿐이었지. 그 때 서로 청춘들 작업 얘기와 직장 생활과 저녁에 뭔 술을 먹을까 얘기하다가 그 말이 나왔다니까. 거대 전함이 신기하게 두 동강났데. 그런데 그러더라고. "재밌잖아." 정말 영화가 현실이랑 똑같드라니까. 그 친구도 정말 사람 좋고 호인이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이쪽 사람이나 저쪽 사람이나, 어디나, 생김새는 다르지만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지.. 뭐야 그러고 보니 내가 서머셋 모옴이랑 비슷한 경험을 했네, 누군들 안 그러겠나.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실제 겪은 일을 말해 주지. 주위에 포탄 터지고 난리 날 때 실내에서 하이든을 들으면서 커피를 고전적으로 마셨다고.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필독서로 인정받는데. 작품성? 아니야. 전쟁을 직접 체험한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이야. 조부모나 부모 세대가 전쟁을 경험한 세대라면 지금은 보통 영화와 예술 작품, 뉴스, 상업 상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잖아. 보통 덩치들 사이에서는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거나 자신이 결혼하면서 눈물 흘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야. 극장에서 슬픈 장면을 보고 펑펑 울어. 살짝만 확인해 봐. 거의 다 여자야. 극비의 소식통에 의하면 여러 도시에서 순회하며 동호인들 무도회가 열리는데 그곳에서도 헤어질 때 여자들은 모두 콧물 찍찍 흘리면서 펑펑 운다 그러더군. 일부는 아예 코피를 흘린다는 설도 있어. 뭐 딴 일 했을까. 그렇지만 남자까지 그러면 어떡하겠나. 받에 씨를 뿌려야지. 부지런히 썰을 풀어야지. 사랑이 무엇인지 아냐고. 여자들은 결코 사랑 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네. 인류가 공룡처럼 멸종해서야 쓰겠나.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벌이 모여들지 않으면 꽃은 시들게 마련이라네. 언젠가 외계인과 조우하게 된다면 알려야 할 것 아닌가. 이게 지구 문명이라고. 그대가 우는 동안, 내가 울지 않는 사이, 지구는, 나는 사랑과 행복을 연구했다고. 남자는 부끄러워도, 감동 먹어도 참아야 한다네. 남자들이 무식해서 무감각해서 그러지 않는다는 것, 다 알잖나. 그런 작품들을 무수히 만든 사람들 가운데 남자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데 두 말하면 잔소리지. 나도 누구도 어느 누구든 그와 같은 작품들을 창작하지는 못할 지라도 자기 뇌 속에 있는 셀 수 없는 방 가운데서 123,456,789호실에 있는 취향이나 기호에 대해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거야. 그게 인간이니까! 보통 10개 방이나 1,000호실 까지만으로 뭔가는 충분하지만. 좀 덜 과도한 예를 들자면 100호실에 있는 판도라의 상자에는 아마 이런 게 들어있을 꺼야. 요즘에는 0이 하나 떼어져서 10호실이지. 판도라의 상자도 다 옛날 말이고. 영화 Biginners (2010)에 나오는 대사,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왜 사람들이 동성애자를 부자연스럽게 대하게 되냐고, 그대가, 누구나, 모든 사람이 당연히 성적인 상상을 하니까 그런다고, 그 수읽기를 하니까 자동적으로 즉시 하니까 그런다고. 많이들 프라이버시 어쩌고저쩌고 많이 거론하는 건 좋은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나. 대사로 치면 이거 아닌가. "개나 갖다 줘!" 동성애자에게 뭐라 하지 말자. 약자를 배려하자 그러지만 내 자녀가 동성애의 징후를 보여, 내 자녀가 X 머시기 증후군이야. 비슷한 이치지. <한 개인의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는 궁금함>이니까 너무 뭐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말야 그 어느 문지기 후작과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구. 이거 왜 이래. 음 하던 얘기를 계속하면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가 쉽지 않은 아빠 하는 걸 모두 따라하는 주니어가 안 계서서 그러나? 성인 군자 나셨네. 입바른 소리 하기, 쉬운 듯 하지만 막상 맡아 해 보면 상당히 포지션 애매할 꺼야. 왜 그런거 있잖아. 친한 사이에 나누는 대화 말야 어~ <B급 연예인 친구: 연기는 그게 아니야 어떻게 저렇게 하란 말야. 생각이 있니 없니. 너가 누구(비자의적 로봇 연기 창시자 이름)야? 뭐 로봇 연기해? 나나 되니까 소스 주고 모니터링 해주는 거지, 제임스 같으면 어림도 없다. 제임스 요즘 사는 거 봐라. 지가 무슨 대작가도 아니고 신수 훤한 슈퍼 개미 투자가도 아니고 방구석에서 그게 뭐하는 짓이야 그게~ 지가 무슨 에로 배우도 아니고 지 엉덩이 지가 만지고 느껴, 뭘 느껴? 그리고 노래! 그게 뭐니 그게 창법이 말야. 아이참, 듣는 사람 감성을 자극해야지 그게 뭐야. 삘을 실으란 말야~ 얼굴 표정은 또 왜 그래 어휴 증말~ 뭐라 뭐라. B급 연예인: 그럼 늬가 해봐 늬가!> 그런 논리라면 마르키 드 사드도 인정해야지. 완전 형평성 불균형 심각하지. 그게 옳다고 봐. 다름에 대한 존중 말고 무게감 말이야. 롤리타? 그냥 내 생각만 그래. 난 그 수많은 호들갑에 반대하는 의견일세. 그냥 의견 표명일 뿐이야. 누구나 그렇잖나. 작품은 그렇지만 내가 또는 나와 관계되는 사람이 또는 2세가 또는 대중이 그 작품의  주인공으로 현실에서 연기하는 걸, 연기되는 걸 반가워 하지 않는다는 사실, 작품에 따라서. 이게 뭔가? 알아도 다 알아도 얘기하지 말자는, 우리 그런건 서로 얘기하지 말자 하는 불문율 아닌가! 난 지금 그 불문율을 깨버렸다네. 이제 나는 어떡하지... 꼬마,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이자 어른의 시각으로 냉정히 봤을 때 좀 그런 게 아니라 엄청 그래. "교리보다... 정서적 안도감"이 아닌 극한의 시각을 너무 높게 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어. 우리 아빠가 우리 오빠가 이런 글 이런 영화를 좋아하네, 좋아했었네, 뭐야 옛날 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아버지가? 오빠가? 라는 말을 들을까 봐 소심해지는 일부 전문가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거야. 남자의 세계가 기본적으로 그 험난함과 거친 폭풍을 포함하고 있기에 그 능력자들이 간질간질한 정물화와는 다른 역작을 만들어 내나 봐. 극장에서 펑펑 울지 못하는 어떤 여자들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물화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 그러고 보면 남자를 안다는 것! 이런 제목의 작품이 있어야 하는데, 정말 남자에 대해 그들의 거대한 특징을 여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말야. 그런 작품들은 아마도 '여자를 안다는 것'보다 작품 사이즈는, 사이즈만 클 꺼야. 어떻게 내가 이걸 깨달았냐면 어느 아마추어의 습작을 읽었기 때문이야. 제목은 니키타를 안다는 것. 그 친구가 최근에 남긴 단문은 이랬어. 자기는 최근에 완벽하게 환시를 경험한다는 거야. 저 앞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검정 가죽 장갑을 벗어서 손에 쥐고 걸어오는 걸 보면 완벽하게 몇 초 간 그 장갑이 처음에는 대형 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보인다는 거야. 완벽하게. 가까이 오면 장갑으로 보인데. 또 사거리 횡단보도에 신호 대기하는 어떤 중형 승용차를 보면 중후한 대형 세단으로 보인데. 그 완벽한 상시적 환시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다는 거야. 하긴 누구나 그렇자나. 글을 읽을 때 책을 빵으로 읽고, 말을 들을 때 밥을 여자로 듣고. 아이쿠 이런~ 흥분해서 얘기하다가 습관처럼 꼭 혼자 글쓰는 것처럼 넘겨짚으며 사람 벌 세워 놓고 길게 말한다니까. 못-말-려.

   「오 이런 미안하구나 얘들아. 말하다 삼천포로 빠져 버렸지 뭐야.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는 걸로)
   극중 대화와 현실 대화의 다른 특이점 가운데 매우 중요한 하나는 바로 삼천포다! 현실에서는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눌 때 생각보다 상당히 자주 삼천포로 빠진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좀처럼 그럴 여유가 없고 시간도 부족해서 무엇보다 만능 창작자 1인이 솔로 바이올린 독주를 시켰다가 테너 색소폰을 부르게도 했다가 그러다가도 무반주 비트박스 랩을 발성하게도 하고 그렇게 마음~대로 조율하고 중재하기 때문이다.
   「음 그렇구나... 괜찮아. 얘기하다 보면 흔히들 그렇지 뭘 그래. 아무튼 지금껏 우리가 얘기했던 것이 내쪽에선 행복감으로 충만된 기분이야.
   「그말을 빼놓을 수 없지. 너네들은 천재야! 그대들은 어찌 그리 똑똑한가요.
   「티파티 괜찮았어, 나쁘지 않아, 정말 훌륭해, 브라보! 인생은 인생이란 멋지고 아름답고 즐겁게 그렇게만 살기에도─당연히 그렇게만 살 수는 없지만 최대로 그리 살 수 있다면 그래도 된다면─유한하지만 혼자 가기엔 너무 외로운 법인가봐. 사회적 동물이니까. 우린 모두 로빈슨 크루소니까. 짜식들 한방 먹이는데. 사람 감동시키는 방법을 알아. 뭘 좀 안다니까.
   「이 친구 멋진 말을 혼자 독점할려고 하는데. 즉답성과 끈기, 따로 또 같이, 대놓고 보기와 돌려 말하기, 남자와 여자(이건 아닌가), 직접성과 간접성 그리고 블링킹과 씽킹. '결국은 돈이야 돈' 이게 아니라 쭉 겪고 보니 알고 보니 살아 보니까 두마리 토끼는 결국엔 한마리였어. 아니야 이랬다 저랬다 해, 시시각각 그때 그때 다른가봐. 아무래도 이거 같아. 모두 생각하기 나름인가봐.
   「모두 너네 덕분이지. 우연과 행운과 호혜의 법칙이 도와준거야.
   그렇게 이야기가 일순간 멈추고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진 순간 갑자기 집 안에 있는 모든 창문이 까맣게 빛이 차단되면서 초저온 살균에 노출된 것처럼 모두 얼음장 상태가 되었다.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은 읽는 사람 개인적으로 상상하자.
   「혹시... 이 집이 들리워져 공중에 떠서 배에 실리는 거 아냐? 아니면 애니메이션 Up (2009)처럼 집 위에 커다란 풍선들이 달려서 하늘 위로 계속 날아서 올라가는 걸까?
   정적 그리고 정적 또 정적. 말이 필요없는 시간이다.
   불현듯 실내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거실의 바깥 문이 열리자 모두들─케빈 혼자 빼놓고─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누구는 발과 손과 엉덩이에 미지근한 땀을 흘리고 누구는 식겁하며 경악하는 소리를 외치고, 누구는 침을 한바가지를, 누군가는 얼굴의 콧잔등 위로는 극도의 공포를 보이며 콧잔등 아래로는 뜨뜨미지근하게 살짝 차가운 미소를 살며시 짓고 있다.
   문이 슬로우 모션으로 쓰윽 열리면서 부드럽고 천천히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한 사람이 들어온다. 어라, 그런데 들어온 사람은, 그 사람은, 그 남작은 다름 아닌 케빈이었다. 남작? 공작에서 강등되었나 보다. 아니 남작이 더 높나, 잘 모르겠다. 싫어, 가르켜 주지마, 계속 모를 테야. 원래 초딩, 유아에서 초딩으로 갓 넘어가기 직전의 예비 초딩은 집에 아버지 회사 직원분들이 놀러오시면 누나에게 조용히 물어보게 되어 있다. 저기 콧수염 나신 분이 회사에서 아빠보다 더 높은 사람이냐고. 아빠가 더 높냐고. 그렇게 모두들 눈이 똥그래져 그들과 같이 앉아있던 처음의 케빈이 찬찬히 설명을 해준다.
   「실은 저기 방금 들어오신 저분이 진짜 케빈이에요. 저는 방송 뭐뭐 위원회에서 수소문해 찾아낸 닮은 사람이구요.
   그들의 친구 진짜 케빈이 그 설명을 도와 이야기한다.
   「사실 인터넷 시대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잖아. 그래서 TV 무슨 연합회던가 무슨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단체에서 기념 삼아 닮은 사람 찾아주기 컨테스트를 한다는 거야. 물론 내가 아는 거의 대부분의 지인들을 통해 반듯한 자필 추천장과 친구들 영상 편지와 (극소수지만) 팬들 응원 메시지를 모두 준비해서 다독이고 설득하고 설명하더라고. 괜찮길래, 실망을 안겨줄 수 없기에 기대를 져버릴 수 없기에 응한다고 했지. 헨리 제임스는 영국에서 40년간 살았음에도 완벽한 영국인을 창조해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던 어느 작가는 그랬다고 하드라. 그들이 어떤 말을 해 주길 기대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난 대답만 한거지. 잔치상 다 차려져 있고 숫가락만 얹어주라는데 좋은 일인데 마다할 수 있나. 어때? 서프라이즈.. 괜찮았어? 짜식들 쫄기는 하핫. 짦은 시간이었지만 난 바깥에서 영상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었어. 어찌나 웃기던지. 야 저거 뭐야 누가 오줌 싼 거 아니야? 아니면 술인가? 설마 침은 아닐 테지. 아무튼 모두들 기분 풀어. 느껴봐. 뻥 터져야지 어~?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 타이밍 정말 한참 늦네, 느려 터지기는. 왜, 창문? 깜짝 속았구나 하하. 창문은 그냥 커튼 시스템일 뿐이야. 녀석들 의외로 싱겁단 말야~. 초딩보다 더 진솔하고 시골 처녀보다 훨씬 순진무구하며 옛날 사람들보다 훨씬 담백해. 영혼이 맑고 깨끗해. 정말 순수해. 아주 웃겨 푸하하하핫!
   그때 누가 비밀스럽게 리모콘을 눌렀는지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Oh-a oh
You were the first one
Oh-a oh
You were the last one

Video killed the radio star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Video kill the Radio Star~♬
Video kill the Radio Star~♪

   누가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록되지 않은 건 좋게 말하면, 좋게 표현하자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아 이건 누구 캐릭터의 말이겠구나 / 그 누구의 대사일 수도 있어 / 그냥 우리들 개개인의 의사를 대변한 거야 / 다른 독자의 수준을 높게 책정한 건 괜찮지만 내게는 좀 불친절한 처사로군.' 그렇지만 보통 다른 소설을 읽을 때도 정확히 누가 어떤 대사 치는지 다 알고 보는 사람이 또 실상 그렇게 많치는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영화 볼 때도 그러니까. 영화에서 스토리 엄청 꼬이고 몇 개로 나눠져. 그러면 대개는 그거 잘- 못 알아먹고 못 따라가고, 그냥 세부적인 거 포기하고 큰 흐름이나 다른 요소들에 집중하게 된다. 어쩌다 몇몇은 꿈나라로 떠나시지. 전문가들도 한 번에 대번에 아는 사람들, 전문가 중의 전문가,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많지 않다니까. 열에 아홉은 읽을 상황이 아니야. 또 열에 아홉은 드라마를 아예 안 봐, 내 스타일 아니라고, 시간도 없어. 열에 아홉은 책을 읽어도 누가 어떤 말하고 누가 어떤 말하는지 거의 구분 잘 못해. 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그건 만든 사람 입장이니까. 그러므로 딱 빠지는 컨텐츠 만나면 오바해서 기뻐하고 즐거워 해도 돼. 그런 개연성 떨어지는 비판을 모두 모두 안고서 삶의 자세 자체가 언제라도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독자님 1과 "자 한번 웃겨봐!"라는 뚱한 안색의 독자님 2의 작위와 지성을 의심할 수는 없으니 시간 분배도 일부러 생략했다. 안 될 것도 없잖아! 뭐타고 뭐타고 갈아타서 어떻게 어떻게 시간이 걸려서... 꼭 하루라는 일정 안에 다 집어 넣어야 된다는 제한도 없으니까. 아주 자유롭게!
   완성도와 수준이 한~참 떨어지지만 살면서 위에 나온 저런 대사를 실제 말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당연히 없지. 듣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니까. 무엇보다 왜냐하면 어쩌다 한번은 몰라도 계속 그러면 사람들이 슬슬 피할 테니까. 단 최고의 배우들은 빼놓고. 그 양반들 암기력 끝내주겠군. 근사치는 쌔고 쌨어. 외우는 거 싫어해서 배우의 꿈을 포기하는 청소년들도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게 세상의 이치지만. 전에 대화체가 안 써지네, 그걸 잘 못하겠네, 정말 흔하고 쉬워보이지만 그게 어려운 거 같아 라고 했지만 이제 어렴풋이 이런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깨달은 건 아니고. 영화에서 명대사가 잊혀지지 않듯이 소설에서는 주로 서술 부분에다 밑줄을 그었다는 사실! 종내 뽀송뽀송한 눈이 고요하게 쉬지 않고 한동안 내리듯이 심상이 종이로 옮겨지면서 마법을 일으키나봐. 요술램프가 없어도 원래 그런 것일 뿐이라며 귓속말을 속삭여 주는 연인처럼. (최고의) 인문-교양서도 거즘 서술체야. 이제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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