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작이다, 왜 이렇게 만들었지, 답답하다 순수한 사랑이, 보기 전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 뭐지?, 예매해놓고 못 봄... 사람들이 흔히들 마음에 안 든 영화를 보고 사석에서 하는 말이거나 혼자 남기는 댓글이다. 세간의 얘기를 너무 많이 접하면 즉 사전에 겁을 먹으면 또는 너무 모범적인 예시를 현실에서 많이 봐 왔다면 어떤 시작에 대한 망설임과 두려움이 커지는 법이다. 따라서 생각이 너무 많다면 그걸 어떻게든 덜어내고 비워 놓고 가는 것도 하나의 새로움에 대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이렇게 아마추어는 그 글쓰기 매커니즘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것이다.
때때로 동시대 작가의 소설은 독서를 시도하다 마저 완독에 이르지 못하지만 작가의 트위터는 재미나게 읽다 보면 '말로 모든 걸 날려버리지 마라'는 보존에 관한 문제에 절실히 공감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때로는 일단 저질러야 한다. 가끔은 안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 얘기를 도대체 몇 번째 하는 것인지 이젠 무감각하다) 그래서 이와 같은 기본 마인드를 가지고 사는 하워드 때문에 친한 친구들은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정말 가운데는 아니고 어느 언저리 즈음, 어떤 찻집에서 모이게 되었다. 독자의 나이가 좀 되셨다면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떠올릴 수도 있고, 좀 더 활동적인 젊은이라면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보는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하나를 생각할 수도 있다.
앞서 왜 자신에게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느냐고 하면서 평소에 잔잔하게 엉뚱한 일을 자기 삶에 색칠하며 사는 사람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자기 차에 탈 때 뒷자리를 살피고, 퇴근하면서 꼬불꼬불 빙빙 돌아 집에 가고, 집에서 방문에 테이핑 처리를 하며 007 가방을 사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 기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영화나 소설로 소개되지 않았다 뿐이지 이 세상에는 기상천외한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하지만 그런 우연이나 행운이 또는 특별한 일이 그들을 찾아오는 일이 좀체로 없기에 친한 친구들은 나이 먹고 철없이 추리소설 흉내를 내기 위해서, 그것이 바로 사는 재미지 뭐겠냐는 철학이라도 품은 것처럼 모이게 되었다.
그러나 진짜 평범한 스릴러와 같이 익히 알려진 내용이나 기법, 흐름을 보이며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뭐랄까, 일종의 퍼포먼스처럼 예술의 한 영역을 넓히는 의미로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나가면서, 실시간으로 남기고, 약간 다르게 변형해서 여러 형태로 분산하고 살피고 반응을 보면서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다가 그건 그냥 흥미롭게 만나서 즐기기 위한 준비에 불과했다는 듯이 흐뭇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기분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그 사막에 있는 찻집에서 그러고 있었다.
일단 조니는 노트북을 켜놓고 트위터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그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듬성듬성 단문으로 기록했다. 케빈은 만년필로 녹음을 하고, 알렉스는 단편 영화 공부를 위해서 녹화를 하고, 마크는 부모님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림에 소질을 발휘하여 살바도르 달리처럼 그림을 그렸다. 하워드는 고전적으로 노트를 펴고 중요하다 싶은 것 위주로 몇가지 볼펜으로 끄적거리고 있었다. 닉은 전화 통화로 누군가에게 그들의 행적과 뭔가를 암시하고 상징하는 정황에 대해 다정하게 속삭이는지 은밀히 보고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제임스는 그냥 뭔가를 생각하고 듣고 커피도 마시며 주로 대답과 추임새를 넣고 짧은 말 한두 마디 정도가 전부였다. 참 놀고들 있다. 그 놈의 퍼포먼스, 어지간히 좋아하시네.
그 카페에서 그들이 앉은 테이블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조용한 사람, 슬픈 연인, 쉬고 있는 친구들 옆으로 말 잘하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짜 말 잘하시는 사람들, 일단 기본으로 평균 분당 얼마의 말수가 받쳐 주고, 차림새나 내용과 목소리등의 전체 제반 조건이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는 결코 흔하지 않은 모사꾼과 대형 브로커 기질까지 모두 연기 가능한 베테랑 언변가들 말이다. 그 분들은 굉장히 그 정도가 고차원인 것 같았다. 보통 수다라고 하면 듣지 않고 막 말하는 건 초보자다. 그것에서 좀 더 나아가면 할 얘기 못 할 얘기 다 하고 나서 헤어질 때, 끝인사로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자고 한다. 그와는 다르게 어떤 경지에 이른 만담가들은 술을 전혀 못하는 대신 녹차나 커피를 술처럼 마시면서 장소를 옮겨 가면서 잠을 안자고 하루나 이틀쯤 대화를 나눈다. 그 다음으로 신기한 부류는 이렇다. 대화 중간에 릴레이로 양치질을 하러 갔다 온다. 구강 청정제도 사용하고 잇몸 관련 약도 먹는다. 간혹 백태가 끼는 중년 아저씨가 손수건을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말하는 직업군에서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 다음으로 저 멀리 드높은 단계에 이르면 치과에 가서 스켈링을 받고 다시 돌아와서 쉴 새 없이 수다를 푸는 차원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항간에 퍼진 풍문에 의하면 그 계통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그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이 기본이라고 한다. 젖꼭지 옆에 손톱만한 파스를 붙이고 나서 얘기를 하면 어떤 상황에 어떤 말을 하는가, 무엇에 반응하고 심장이 달리 뛰는가 체크하고, 하루 몇 마디 몇 문장, 시간, 속도, 칼로리, 심리 분석, 거짓말 탐지든 뭐든지 다 분석해 준다고 한다. 물론 유료 서비스이고, 아직 아마도 상용화 전-단계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극비이면서 고급 정보다. 그 정도 경지에 이르면 목소리 변조용 수소인가 뭔가를 입에 품었다가 말하고, 핸드폰에 하고 싶은 말을 녹음했다가 들려주기도 하며, 딱 할 말만 글로 써서 보여주고, 최근에 익힌 수화와 모스 기호 전달 및 암호 분석, 의사 표현을 예술적으로 바꾸어 표현하게 된다. 그 친구들도 약간 그 단계에 근접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렇게 쉽지 않도록 대화를 나누는 그네들의 화제 가운데 오늘은 하워드가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하워드, 소설은 잘 써지니?」
「그럴 리 있겠니. 그랬다면 너네들 만나서 즐겁게 놀지도 못하고, 골방에 틀어박히든 어느 한적한 휴양지의 호텔에서, 호텔 안에서만 집필 작업을 하든, 호텔 바깥으로 일절 나가지는 않겠지만 바깥에 나가기만 하면 둘러보고 싶은 경치와 건물과 문화와 사람들이 많겠지만 쓰고 싶은 의욕과 쓸 수 있는 능력과 써야 하는 호기 그리고 하고 싶은 말과 들려 줘야 할 이야기에 셈여림표처럼 붙여진 절실함이 정확히 최대치로 일치하는 순간에 그럴 수는 없으니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완성하고 나가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는 일종의 기대 심리의 고조와 긴장감을 형성하려면 그게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럴만한 착상의 발단은 찾아오지 않았으니 이렇게 여유롭고 잔잔히 너희들과 놀고 있지. 당연히 질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일 꺼야. 그렇다고 그게 기분 나쁘다는 뜻은 아냐. 난 너희들과 노는 게 제일 편해.」
「나도 그래, 어 조니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긴, 나보다는 닉이 아주 심각하게 골똘히 딴생각하고 있는데, 쟤는 항상 속으로 뭘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 야 닉, 니키, 닉스.」
「조니, 너가 제일 으뭉스럽다고 이미 옛날에 결론 났어. 하워드 오랜만에 말하고 있는데 자꾸 그렇게 리듬을 끊어야겠니? 계속 하렴, 하워드. 얘기 잘 듣고 있으니 말야.」
「하워드가 좀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보구나. 우린 항상 언제 어디서나 친구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하지. 그니까 최근 글이 잘 안 써진다, 그 말이구나.」
「아무 것도 아냐, 별다른 문제도 무거운 주제도 없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편하니까 자꾸 딴생각이 드는 것 뿐이라네. 정말 편하냐 안 편하냐의 기준은 정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니까. 사람들이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잊어버리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봐도 나쁘지 않은 팁이지.」
「그렇지. 글이 잘 써진다면 약속을 잡지도 못하고, 일류 작가도 아니니 그 작흥의 순간을 건너뛸 수도 없고, 생각해 보니 이만저만 손해를 볼 뿐만 아니라 상당히 불편할 것 같드란 말이야. 글이 잘 써진다면 나중 혹시 안 써지게 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어디서 듣거나 많이 읽어 봤을 거야.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오히려 멀어지고 이루어지지 않는데 뭔가를 그렇게 애타게 갈망하지 않으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바라던 이상이 실현되드라. 마치 지금의 상황이 그와 비슷한 것 같아. 딱히 원한 건 아닌데 알고 보니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아. 물론 너무 길어지면 안 되겠지. 하지만 요즘 어느 책에서 그 말을 읽었어. 빅토르 위고는 영감을 믿었다고! 빅토르 위고를 읽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다음에 시도해 볼 테지만, 그의 말이 알맞게 적용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내게도 통하는 것 같아. 영감을 단순히 믿음의 대상으로 본다면 감히 평생 상상도 못 할 사용할 수 없는 수사적인 표현이야 제쳐 두고 라도 간단히 살짝 바꾼 관용구나 낯선 단어의 어울림만으로도 영감의 전 단계 즉 착상이나 짧게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아이디어를 얻고 메모하는 습관이 반복되고, 그러다 보면 그 명대사처럼 한쪽 성별의 눈앞에서 부적절한 현장을 보지 않는 이상 끝끝내 뭔가를 믿지 않으려 하는 성질과는 다르게 말하는 문장이 문법에 어울리게 목적어와 동사를 잘 매칭되도록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관습을 깨는데서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 나는 주입식 교육을 믿는다. 어떤 느낌이 드니? 그래 멈칫!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했어. 내가 예전에 블로그나 텀블러에 남겼던 주옥 같은 글들, 과연 그 글은 어떻게 탄생할까 라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두 가지 요점이 스치듯 잡념이 이어지는 가운데 뭔가를 뇌리에서 읽었어. 그 글들은 주로 상업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거였어. 일례로 소설을 보면 가장 많이 책이 팔리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글에서는 내 경우엔 밑줄 긋고 싶은, 몰입하게 만드는 뭔가가 없기 때문에, 전혀 없으니까 다른 곳에서 그 찾을 수 없는 뭔가를 찾아 헤맸던 것 같아. 와 이런 감정을 이렇게 글로 옮길 수 있는 것이구나, 이렇게 경외감과 더불어 어느 애사가도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 있는, 그래서 더욱 극소수를 놀랠 수 있는 밑줄들 말이야. 생각이 이것에 이르니 당연히 '나도 그와 같은 글을 쓰고 싶다'라고 느꼈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니 그건 그 다음으로 미뤄야겠다고 문득 떠올린 거야. 즉 먼저 1단계를 하자 라고. 왜 많이 팔리는 책은 인기가 있을까 라고. 기록할 만한 생각들을 모으고 계속 모으는 작업, 일단 그걸 지속하다 보면 또 그 다음이 보일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어. 사람에 따라서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소설 쓰기를 연애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의외로 재미나거든. 항상 움직여야 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뭔가에 집중하고, 바쁘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자주 바뀌며, 지속되든 짧든 활기가 넘치고, 어떤 신선함과 생동감이 겉으로 돋보이는 청춘이 아니라면, 그 시기를 지나왔다면, 가만히 자기 자신의 과거의 작업과 연애사를 또는 말하기 부끄러운 수줍고 챙피한 일들과 어떤 단어를 떠올려 보면 좋을 거야. 그 얼마되지 않는 두셋의 그것 만의 공통점, 간추려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유일한 특징은 이것이었던 것 같아. 첫째, 좋아한다. 둘째, 자고 싶지 않다. 당연히 첫째에는 서로 같이 공감하고 능동적이어야 할 것이고 둘째는 아예 그런 수를 내다 볼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그런 일념일랑은 먼 나라 얘기 같고 오래되고 길어지면 나이들면 달라지겠지만 처음부터 딱 좋을 시기까지 즉 애매모호한 중간까지를 봤을 때 그래야 할 꺼야. 그런 사람도 있을 꺼야. 사람에 따라 많이들 다르겠지. 남에게 잘 보이고 싶고,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끌고, 의견을 말로 마음을 무언으로 서로 교차시키는 이유가 뭐겠니? 그건 아마도 적어도 말이야, 1과 2에서 경멸할 만큼 멀리 떨어진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석에서는 많이들 그런 얘기 하지 않나? 저기는 1번, 저기는 2번, 어? 여기는 근거리인데 제일 자주 마주치는데 해당사항 없음, 뭐지? 이상한데, 라고. 그래도 사람은 공룡이 아니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만나고 시도를 해야 할 꺼야. 그래야 나중에 결실이 있고 통계가 나와서 어딘가에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든 글이나 곡을 쓰든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 이와 함께 모두 알면서도 암암리에 거론하지 않는 또 하나의 신비스러운 인간 특징도 참 놀라워. 천년의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일지라도 그 상대와 같이 두 손 꼭 잡고 다정한 정감을 나누고 가만히 있을지라도 그 상대와는 다른 어떤 이성에게 자신을 잘 보이고 싶어하는 습관과 무의식적으로 조심스러워지는 본능, 그것은 남자에게도 똑같이 나타나, 다른 방식으로. 친지의 장례식이든 본인 결혼식이든 지금 현재 자기 자신이 최고의 장르를 초월한 사랑, 천국으로 이르는 그 세계를 새로 정의내려 버리는 바로 그것의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항상 언제나 여성들이 청각에 빠지고 직관력이 뛰어난 것처럼 남자들은 시각과 두뇌 회전이 비상하다는 점 말이야. 남자들이 항시 주의해서 살피는 그분들의 심리는 인간은 모두 이방인이면서 특별한 존재지만 그에 앞서 사람은 누구나 별종이 아니란 얘기지. 때문에 나의 평균을 기억해 달라, 나를 잊지 말아요, 그것은 곧, 당신의 최상을 잊지 않고 싶다, 아름다운 추억의 별자리를 간직하기를 원한다, 그대의 멋진 모습을 어쩌다 한번 떠올리며 살게 해줘, 그거란 말이야. 평균과 최상의 위치가 바꼈나, 아닌가? 그 실수는 마음에 들게 편집하도록 알아서 생각할 수 있는 매듭짓기의 묘수라고 해두지. 기가 막힐만큼 맛나지 않아도 괜찮을 달콤한 케익이나 안에 아마도 반지나 목걸이일 것이라는 예상으로 마음을 부풀리게 만드느 푸르스름한 선물 상자의 리본을 풀면서 경험하는 콩콩거리는 마음이 그 매듭을 푸는 두근거림과 엇비슷하다고 억지로 단정해도 된다면. 그리하여 나의 흐트러진 자태가 아닌 또 평범한 보통의 상태가 아닌 자신의 가장 예쁘고 귀여운 이미지를, 끌어 올린 더 나아지는 시간상의 기울기를 타인의 심상에 남기고 싶은 것일 꺼야. 인간이 분명 꽃보다 아름다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반드시 공룡보다 뛰어나고 위대하고 놀라운 만큼 신비로워. 영원한 연구 대상이지. 참 유감스러운 세상이야.」 정말 오늘 하워드는 작심한 듯 하였다. 반드시 맹세코 그래야겠다고 길게 말할 것이라고 다짐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느새 듣고 보니 그럼 셈이었나 보다.
「참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이렇게 대강의 이야기 거리만 남겨 놓으면 정확하고 단순한 걸 좋아하고 어중간한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참 답답하고 거북할 것 같아. 나는 잘 모르지만 책에 보니 독일쪽이 그렇다고 하더라고. 인문-교양서도 아니고 소설에서 짧게 나온 걸 읽었을 뿐이야.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경향이 전반적으로 있다는 뜻이겠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나도 아침과 저녁 생각이 다르고 너네들도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르잖아. 아무리 정확한 걸 좋아하는 어른일지라도 음악의 즉흥성이나 그 어떤 불분명함 그리고 현대 미술까지도 모두 다 정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 나는 초밥을 좋아해. 하지만 날마다 초밥만 먹고 살 수는 없어. 매일 그런다면 애호가에서 전문가가 되겠지. 유난히 어떤 날은 뭔가가 먹고 싶은 날이 불규칙적으로 있어. 꼭 자기가 원하지 않더래도 원래 사람일이란 게 변수가 많기 때문에 본인은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고 싶어도 평생 그럴 수 없는 일이 많거든. 누가 내게 이렇게 물어본다고 하자. 고향이 어디세요? 난 <어디예요>라고 하면 끝인데, 몇 문장 더 입 아프게 말을 해야 해. 어디서 태어났지만 그곳 말은 못하고 어디서 주로 자라고 어디 어디로 옮겨 다니면서 자랐다. 그래서 실질적인 내 고향은 어디라고 말 할 수 있다. 뭐야 이게? 그렇지만 이 말을 평생 반복하겠지. 다른 예를 들어 볼까? 생애 당신의 첫 자가용은 무엇이었나요? 그건 포드 퓨전이죠! 이렇게 딱 끊어지면 좋은데 여기서도 답변이 간단하지가 않아. 예를 들면 이렇지. 처음에 포드 포커스를 샀어요. 폐차장 넘기기 직전의 차였지만 전 기분 좋았죠. 그런데 이 차를 딱 3일 타고 제가 직접 폐차했어요. 생활고나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요. 그래서 나중 구입한 BMW E30 M3 에보2를 생애 첫 자동차라고 해야 하는데 이게 또 사연이 있죠. 아는 형의 싸게 구입해준다는 말발에 속아 딱 반나절 타 보고 돈만 주고 사기 당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한창 카드 돌려막기 하던 시절에 중고로 싸게 구입한 혼다 레전드 첫 모델 흰색이 제 첫 차가 됐죠. 그런데 그 흰색 레전드가 많이 아픈 차였어요. 엔진이 오바이트 하는 바람에 군청색 레전드로 바꾸게 되었죠. 그러나 이것 마저 한달도 채 못갔어요. 그때 집의 빚이 많았는데 아버지가 더 큰 걸로 하나 얹으셔서 형네 돈까지, 형네 집까지 또 형의 친구의 돈까지 끌어 쓰는 바람에 군청색 레전드를 형에게 넘기고, 형의 머스탱을 건네 받았죠. 그래서 머스탱이 제 첫 애마가 되었죠. 그게 저의 정식 첫 애마죠. 별로 원하지 않았던 첫키스였죠! ...(침묵)... 이게 뭐야, 이런 말도 안되는 연설이 다 뭐냔 말이야, 뭔 상황이 이래? 이 뿐만이 아니야. 그 친구 앤디 있잖아. 그 녀석 아버지가 또 옛날에 대사던가 영사던가 그러셨잖아. 그래서 그 친구 태생이 저 머나 먼 어디야. 지금은 또 어디 산다고 하더라. 얘는 여권이 꼭 다이어리 같아. 국적도 3중 국적이라나. 말도 기본으로 7개국어에 일상 대화까지 하면... 음 그렇다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사는 곳의 풍습은 연도를 옛날 셈으로 환산해서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따진다고 하드라고. 그러니 그 녀석도 그곳에서 누가 나이를 물어 보면 딱 떨어지게, 몇 살이에요, 이렇게 대답하지 못한데. 생일이 빠르다 느리다, 미묘한 뭐가 있데. 또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누가 물어 봐도 귀찮아서 대충 얼버무릴 꺼 같아. 원래 세상 일이 이런다니까. 이런 애매함이 좀 많은 사람의 경우 어려서 그런 얘기를 들었겠지. '넌 애가 왜 그렇게 매사 결단력이 없고 결정을 못 내리고 흐리멍텅하면서 똑 떨어지는 맛이 없니? 라고. 이런 얘기를 수없이 듣고 어른이 된다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그런데 특이하게도 완전 똑똑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는 한 번 물어봤던 사실을 기억도 못하고 만날 때마다 또는 주기적으로 물어본다니까. 일부러 그러는 척 할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쩜 그런 신공을 지녔는지 어떻게나 그리 무심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맞다. 또 있다.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그래. 10명이 차례로 병문안을 와. 차근차근 인사하고 얘기를 하겠지. 그런데 100명이 오거나, 1000명이 와. 그러면 매번 똑같이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언제 입원했다고 다 얘기할려면... 생각만 해도 힘들겠지. 영화에서 스케치북 넘겨서 프로포즈 하는 거 나오잖아. 그건 프로포즈할 때 쓸 게 아니라 병원에서 입원한 환자가 써야 돼! 그래야 한다니까.」 정말 하워드는 작심했나 보다. 아니면 섬에서 탈출한 게 틀림없다.
「뭔 얘기했드라. 음 그런 남녀간의 연애처럼 나도 소설에 대해서, 소설 쓰기에 관하여 지금 그저 가만히 좋아하고 생각하고 자주 고민하는 딱 그런 과정에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그 부담감이 왠지 이상하게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니까. 나도 모르게 기존의 시간 관념을 다르게 인식하게 만들고, 그 알 수 없는 미지의 항속성을 유지하게 만든단 말야. 딱히 잘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그냥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오 이런 분위기 무거워졌다. 내가 산에서 내려왔나, 수도원에서 도망쳤나 아니면 땅에서 솟았을까? 왜 이러지. 아, 입 아프다. 누가 가라앉은 흥을 띄워보시게.」
「다 그렇지 사람 사는 게, 그래도 하워드 네 목소리와 어조가 좋으니 그걸로 된 거야. 내용도 괜찮았고. 어, 그럼 넌 요즘 어떤 책을 읽는데?」
「음 난 요 근래... 중고등학생이 쓴 소설을 찾아 읽고 있어. 전문가이면서 어른이 쓴 책 말고, 아마추어이자 청소년, 그분들이 쓴 이야기 말이야. 굉장히 신선한 구석이 있단 말야. 음 그래.」
「게다가 한가하게 평일 낮에 미술관에 들렀다가 잔디밭에서 노는 친구들, 비둘기에게 과자 부스러기를 나눠주는 엄마와 아들, 가위바위보 해서 한발짝 가기를 하는 또 다른 엄마와 딸, 아빠는 아마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면서 돈을 버시겠지, 모여서 만담을 푸시는 노인장들 사이로 레트라도 리트리버를 몰고 오셔서 목줄을 잡고 분위기도 쥐었다 폈다 입담을 푸시며 좌중을 휘어잡으시는 어르신과 다른 행인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했어. 딱 100년 후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자고. 0을 하나 더 붙여도 괜찮고. 지금 현재만 가만히 살펴봐도 자명하게 답이 나오더란 말이야. 다른 사람들에게 100년이나 훨씬 전에 씌여진 소설을 읽으면 재밌냐고 물어보면 10명중 9명은 그렇게 답을 하지, 그렇게 말야. 뭔 말인줄 알지? 그 가운데 괜찮은 책도 물론 있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아. 간혹 많지 않은 그런 책에서 보면 분명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했다고 나오지 않았는데 어느새 읽다 보면 부부이고 고인으로 내용이 이어지는 글이 있어, 신기하게도 말이야, 놀라운 경험이지, 절대 결혼했다거나 돌아가셨다는 표현이나 평이하거나 어려운 암시가 없었는데 읽다 보면 이미 그랬다는 거야, 그런 기이한 글 같은 경우는 읽는 사람을 혼잣말하면서 붕 뜨게 만든다니까! 이건 옛날 책이지만 지금 봐도 괜찮은 사례지. 그렇게 옛날 책은 옛날 사람들만 재미있었나 봐. 지금도 그렇자나. 현재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읽고 가장 잘 팔리는 소설은 최근에 씌여진 소설이야, 모두 다, 전부 말이야. 그럼 그 책들도 나중 시간이 오래 지나 100년 후가 되어 미래인들이 그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처럼 티슈 한 상자가 필요하네, 사탕을 먹어치우듯 순식간에 읽었네, 뻔뻔스럽게 로맨틱하다... 라고 할까? 아닐 테지. 당연히 재미없다며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겠지. 다수는 아예 근처에도 안 갈 껄. 그러고 보면 동화는 참 대단하지 않니? 어쩜 어떤 때 생각하면 참으로 기막힌 사연이야. 봐봐, 닉 저 친구가 왜 동화를 쓸려고 하겠니? 그런데 지금 닉은 11시 방향에 보이는 후광이 비추는 아가씨를 그리고 있군. 기특한 녀석, 어느새 이젠 미술가? 게다가 마크와는 다른 화파야. 이따 어떻게 꼬시나 내기 해야겠어. 다시 돌아와서, 그래 이거야, 이거란 말이야. 미래의 사람들, 그들을 모셔와서 만족시키는 것! 말로만 <난 달라!>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무엇이 얼마나 왜 다른지 미래의 인류를 아늑한 최면의 꿈에 포끈히 빠트리는 것, 모두 알면서 안 하는 것. 속속들이 확실하게 그 방법과 원리를 알면서 핵심을 꿰뚫고 있는데 왜 안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그 무엇이야. 애타게 찾던 마법의 거울이 여기 있었네. 어 정말 있었어. 어영부영 동네 산책하다가 보물섬 지도를 줍고, 당장 보물을 찾으러 떠나고, 미지의 섬에 도착해서 착한 괴물의 도움을 받아 나쁜 괴물을 물리친 후에 마법사를 만나 판도라의 상자 열쇠를 얻고, 그 열쇠를 들고 집으로 오다가 열쇠를 바다에 빠트려, 그 빠트린 열쇠를 찾으러 바다 속으로 들어가, 그렇게 물속에서 숨을 쉬면서 어떻게 어떻게 찾으러 돌아다니는데 영 속도가 안 나와,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거북이를 만나고 그 거북이 등에 타서 바다속 용궁에 도착해, 드디어 열쇠가 숨겨져 있는 트로이의 목마를 코앞에서 보는 순간,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고, 강아지가 혀로 핥아서 얼굴에 자기 침을 잔뜩 묻혀 놓고 있을 때─이런 때 어떤 견종이 어울릴까? 결정은 독자의 취향에 맡기는 게 좋겠다─눈부신 햇살에 찡그리면서 겨우 눈을 뜨며 깨닫게 되는 것. Welcome to the Future World가 아니라 Back to the Future 즉 미래인을 영접해서 이 글을 읽어보라고, 재미있냐고, 흥미롭냐고, 감흥으로 도취하냐고, 혹시 지금 술 취한 상태는 아니냐고, 정신이 혼미해서 기절할 것 같으냐고 물어보는 상상을 하면서 그렇게 가정하고 그와 같이 가상의 몽상 속 환각 상태에서 글을 쓸 생각이야. 곰곰히 공상하며 고민하다가 글이 잘 안 써져서 좋은 점에 대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이유 한가지를 억지로 찾긴 찾았는데 거.. 왜... 좀.. 너무 거창하지? 나도 알아. 너무 황당하고 거창해. 그럼.」
한사람의 말이 길어져도 그들은 그것에 익숙하고 습관됐고, 또 원래 남자들은 집중과 한눈팔기에 여자들의 멀티태스킹과는 또 다르게 능하니까, 그들 나름의 온전한 듣기와 관심 기울이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애들 놀이와 똑같이 영화 속 탐정처럼 녹음하고, 녹화하고, 실시간으로 웹에 올리고, 그림 그리고, 적고, 전화해서 누군가에게 보고하며 별 머시기를 다 하면서 동시에 카푸치노와 칵테일과 유기농 고급 수제 요구르트도 마시고 있었다. 꼭 벅벅 기다가 겨우 일어서고 가까스로 걷는 아이를 키우며 돌보는 엄마와 같이 그들도 초인인 것이었다. 별거 아닌데 또 적고 보니 그럴싸 해, 진짜 그런 거 같아. 참 이상하단 말이야. 몹시 수상해.
잠시 마크가 대화중에 화장실에 간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지만 그가 화장실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나오는 사람이 문을 험하지는 않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팍 여는 바람에 마크는 문에 이마를 찧였다. 엉겹결에 문에 박치기를 해버렸다. 그러니 눈물이 찔끔하고 앞이 캄캄하며 머리 위로는 새들이 짹짹거렸지만, 그 문을 열었던 사람이 단정한 차림새의 노신사로 정중히 사과하고 그때 옆을 지나가던 아가씨들의 차림새가 적잖이 어떠해서 아무렇지 않게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다. 문을 열었던 사람이 가죽점퍼를 입은 뺀질뺀질한 풋내기 고딩 무소속 기타리스트였다고 해도 그는 표정 관리 잘 하고, 상대방이 좀 터프하게 훅 지나가도 별로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성숙한 애어른 마크니까. 단, 마크의 이마엔 애들이 보는 만화 주인공처럼 혹이 생겼을 뿐이다. 그리고 가까운 테이블의 소녀들과 여인들이 대놓고는 아니지만 엄청나게 즐거워하며 고맙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남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호혜주의의 동전 뒷면에는 살짝 기분이 나빠질듯 말듯한 뒤통수를 뭔가 어떤 부적의 기운이 잡아끄는 것 같은 쌔한 느낌이 남아있었지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아무렇지도 않은 정도로 망가지고 여러 사람 기분 좋았으니 그걸로 된 거였다.
「아주 좋은 생각과 시도 같은데. 다양한 예술 작품을 즐기고 삶의 영역을 다채롭게 넓히면서도 놓치기 쉬운 방법인데 뭔가 하나 새로운 걸 찾은 것 같다야. 좀전에 굉장히 심도있는 이야기였는데 그걸 말로 할 게 아니라 곧대로 글로 쓰면 어떠니? 방금 썩 멋있는 말인 것 같아서 잠시 뭔가 청랑한 호감을 약간, 사람들을 톰과 제리로 만드는 듯한 강력한 마법의 느낌을 받고, 요술램프를 문지르는 그 오묘한 촉감을 감지했단 말이야. 마침 케빈이 녹음하고 있어서 다행이네. 아까 만든 도메인으로 나가고 있는데.. 어 그러면 알려져 버렸으니까 새로운 건 아니네. 또 다른 거 떠올리면 되지, 뭐 그게 대수겠어. 우리들 모여서 만나고 놀고, 먹고 마시며 돌아다닌 얘기와 나눈 대화만 잘 살려도 한편의 소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지금까지 그걸 몰랐네. 정말 고맙다야. 아무래도 난 꾸중을 들어야 되나 봐. 그렇다고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학대받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약간의 그런 그석이 있어.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슈퍼스타도 모두 그래. 그들이 악역 전문 배우를 만나자나? 그럼 그런다니까. 욕 해주라고! 바로 그들과 우리는 꼭 같은 인간이라는 증명이지. 얘들아, 날 좀 혼내줘. 제발 그래다오. 자학도 이젠 질리고 색다른 뭔가 속을 후련하게 만드는 가슴의 응어리를 훵 날려버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엉망이든 실패하든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이 자식이 딱 딱, 딱-딱-딱! 뭔 말인 줄 모르겠어? 아휴 이걸 그냥 콱, 왓 더 헬... 이거 욕인가, 영화에서 많이 봤는데. 하던 거 마져 해야지. 생각을 해보란 말야 생각을, 왜 생각을 안 하니? 대체 뭔 생각하면서 사는 거야? 왜 한 번에 이거 저거 딴거 모두 한꺼번에 못 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가르쳐 줘야만 해? 아름다운 인생의 비법을, 그 절대절명의 신비를 알려주지 못할 바에야 수학 문제를 풀어야지 문학을, 문학이 아닌 놀이를 하고 있어, 너가 시를 알아? 이런 덜떨어진 표정으로 잠꼬대하다가 자는 중에 일어나 벽으로 달려가서 벽에 부딪히는, 그래서 대낮에 주인이 헤드기어를 머리에 씌워주는 강아지 같으니라고. 도대체 뭔 벌을 받고 싶은 거니? 원숭이 벽타기 한 번 해볼까? 말만 해, 어떻게 다뤄줄까? ... ... 어때? 좀 약하지? 난 천상 나쁜 남자는 아닌가봐. 아무래도 이쪽엔 소질이 없는 것 같다야.」
그들이 적당한 분위기에서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마크로 인해 즐거워하던 여인네들은 계속 웃고 있었고, 그러다 갑자기 친구들 표정이 하나둘 조금씩 점점 더 변해가더니 급기야 아주 황당한 반응을 보인다. 왜 그런 변화를 보였냐 하면 카페 안의 창 밖의 풍경이 믿을 수 없는 화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들이 그 카페에 들어올 때는 분명 그곳은 사막에 인접해 있고 사막이 보이는 장소였다. 그런데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리스 자킨토스의 나바지오 해변의 푸르름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볼터스 해변의 펭귄, 멕시코 어디에 있는 해변 바로 옆에 뽀짝 붙어 있는 마야 유적, 호주 화이트헤븐의 금빛 은빛 모래, 폴 고갱이 2년간 살면서 60점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산호초로 둘러싸인 영감의 발산지, 모네가 화폭에 담았던 노르망디 해변, 또 어디 어디 그런 경치가 유리창 바깥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10시 방향 직사각형 창문, 2시 방향 정사각형 창문, 계단의 막대기형 장식용 창문, 심하게 굽어진 타원형 유리창, 어디를 보더래도 이거 바깥에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그들은 새 노트북이 발표된 소식을 보고 들은 브랜드 애호가의 "으앙 새 맥북이 나왔어! 아...얇아... 가...가벼워. 그.. 그리고... 비싸ㅜㅜ" 같은 열광과 찬사로 으스러지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눈이나 바다를 못 본 사람, 자국 바깥으로 여행가보지 못한 사람 만큼이나 아니면 더 한 놀라움과 감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마법과도 같은 창문들은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견의 화가가 그린 그림 같으면서 굉장히 뭔가 어떤 포근한 뭔지 모를 포근한 감정을 먼저 느낀 후, 그 다음으로 풍덩 빠져버린 기이함에 대해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일련의 단계를 거쳐가게 만드는 분위기를 말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창문1은 도로 터널인데 완전 내가 지금 멋진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있고, 앞에 어떤 차가 가고 있고, 터널 내부의 조명이 멋지며, 도로가 비스듬히 약간 굴곡져 있고, 계속 운전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창문2는 정지 화면이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이다. 토끼 100마리가 내쪽으로 달려들고 있다. 모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어떤 정해진 규칙이 약간은 불확정성의 원리로 바뀌면서 때로는 그게 창문이 아닌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그림을 언젠가 미술관에서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지만 중학교 미술 시간에 어느 엉뚱한 친구가 그렸던 그림이지 않았나, 그런 골똘한 몽상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남자-라면 한 번쯤 '뭐야 이 사람'하고, 여자-라면 '뭐지 이 인간?'할테고, 교집합은 '음 허풍이 쎄지만 나쁘지 않아, 괜찮아, 멋져, 말발을 좀 배워볼까?', 방대한 작품량이 아니라 단 한 줄의 인물 소개에 대해서라도 의문에 빠지게 만드는 궁금증의 베일에 휩싸인 조르주 심농의 비밀스런 인생과도 같은 믿을 수 없는 창 밖의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틀릴 셈 치고,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한 번 들어나 보자, 라는 녹여 주는 한마디 농으로 살짝 표현하자면 이런 말과도 비슷할 것 같았다. 여자들은 말이야, 어디만 가면 돼, 거기 다 있어, 미술관, 극장, 백화점, 서점, 번화가 즉 남자들은 모두 어디가고 여긴 왜 여자들만 북적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볼만한 장소에만 가면 돼, 꼬시는 방법은 나중에 가르쳐 줄께, 한 번에 다 보여주면 재미 없잖아, 이런 말 말이다.
「이런, 핫도그야 햄버거야? 저거 저번에 케빈 집에서 봤던 그런 눈속임 아니야? 요즘은 퍼포먼스 전성시대야 뭐야?」
「영화 시리즈물 2야?」
「또 속아야 돼?」 언제는 감동했으면서!
「연기 시작할까?」
「아무래도 나가서 직접 확인해보는 게 어때?」
「그래 그러자, 몇걸음이 아니라 몇 날 며칠이라도 가야지. 문만 열면 되자나.」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신기해 하지 않는 거지? 이거 뭔가 수상한데?」
「그건 둘중 하나 아니겠어? 첫째, 이미 경험했거나 둘째, 우리를 위해 동원된 인력이다. 저분들이 모두 완전 곰탱이는 아니실 거 아냐.」
「하지만 이게 진짜이면 어떡하지? 공간 이동 뭐 그런 거라면... 누가 커피에 약 탄 건 아닐까? 저거 환상 아니냔 말야?」
「글쎄다. 지금까지 약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알 수가 있어야지. 그렇지만 영화에서 보면 그러자나. 약을 하면 옆에 있는 사람의 머리가 말로 보이고 하반신은 코끼리 그리고 자기는 벽을 뚫고 하늘로 날아 올라서 지구를 세바쿠 반 돌고 오며 사람과 얘기하듯 동물과 대화한다는 얘기. 그거 좀 뻥인 거 같아.」
「옆에 있던 사람 얼굴이 혹시 말상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일어섰으니 나가서 확인해 보자.」
조니, 케빈, 알렉스, 마크, 하워드, 닉, 제임스. 그들이 카페 바깥으로 나갈 때 보니 아까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웃던 그녀들은 아직가지도 웃고 있었다. 어지간히들 하신다. 그들의 심정은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마크, 큰 기쁨을 주어서 너무 감사해요. 사랑해요, 영보이! 오, 심지어 너무 웃어서 살이 조금 빠진 것 같아요. 몸무게 한 번 쟤봐야겠어요. 저 친구가 문에 이마를 박치기하지 않았다면 서운해서 어쩔 뻔 했겠어. 호호호. 아마 이랬을 것이다. 문에 이마 부딪힌 게 뭐 그리 특이하고 기특한 일이라고 비웃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저리도 호들갑이 지속될 수 있단 말인가. 젊음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바깥에 나와 보니 그들 뿐이 없었다. 카페 안에 그대로 앉아서 대화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미래에서 온 사람들인가? 그건 그렇고 바깥의 풍광은 진짜였다.
조그만 꼬마였을 때 TV로 보던 사막의 오아시스가 어느새 훌쩍 커버린, 몸의 부피와 뇌의 용적과 저장되고 형성된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추억만 그러한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른이 되어서 이젠 이런 곳에 들르는구나, 모두들 이러한 눈빛과 안색 그리고 눈치를 숨기지는 않고 있었다. 정직한 친구들, 어떻게 갑자기 한켠에 오아시스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모조리 전체가 바껴 버릴 수 있는 거지, 그런 안색을 하고들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감탄은 채 1분을 넘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진짜라고 입이 떡 벌어지고 오줌 쌀 뻔 했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그림이었다. (조각, TV, 대형 스크린, 전광판, 조형물, 판토마임, 행위 예술과 그림등 다양하게 겹쳐진 크로스 오버 모형들을 모두 그림으로 통칭한다.) 그 큰 그림으로 카페를 중심으로 반원의 원뿔로 즉 커다랗게 반구 형태로 둘러싸고도 어둡지 않은 건 자연 채광 시스템 덕분이었다. 과학의 힘. 그들의 감동이 채 1분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타고 내리고 의자에 앉은 30초 동안의 타임머신 시승감, 그것으로 충분했다. 진짜 이웃 은하계에 가지 않아도 초신성으로 놀러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거면 된 거다. 기분전환이면 그뿐, 진짜로 현실에서 지표면 꼬부라지기? 알게 뭐야. 진짜라면 당장이야 좋고 신기하겠지만 집에도 못 가고 고립되고 난리나는 거지. 시간여행이,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면 30년 전으로 젊어지고 1년 후 이맘때를 미리 체험하고 오고, 안드로메다든 어디든 우주에서 제일 큰 별, 천체 망원경이 없어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행성에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떠나지 않을 사람, 아마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 지금 현재, 바로 여기가 좋거든. 남들이 겪는 인생, 많은 걸 읽고 보고 먹고 듣고, 예술과 사랑을 알았거든. 그거면 난 괜찮아, 굳이 떠나지는 않을 거야, 라고 반응할 것이라는 예상, 크게 빗나가지 않은 추측일 꺼 같다. 휠체어든 목발이든 몸이 불편한 사람만 봐도 어떤 느낌이 드느냔 말이야. 아 좀 더 현실에 만족하고, 대의롭게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 이전의 느낌, 그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는 생동하는 느낌, 그것으로 보면 건너편의 불편함이 나 때문은 아니지만 왠지 숙연해진다, 막연하게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쉽게 말해 골상학적으로 머리 꼭대기를 위로 끌어올리듯 하면서 턱을 앞으로 쭉 내밀지는 않는다. 누구도 말이다. 골상학적으로? 게다가 몸이 아닌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 그에 비하면 난 아직도 사춘기란 말인가? 병원 응급실이나 시골 시장, 묘지나 공원에만 가보아도 자아는 살짝 쪼그라들거나 아주 잠깐이래도 마음을 새로이 한다. 사람들은 깨끗하고 밝고 즐겁고 친절한 요건이 너무 풍족하니 여러가지로 무뎌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빛이 지구를 1번 도는데 얼마나 걸리지? 그럼 때락 큰 행성까지 가려면 빛보다 얼마나 빨라야 하나, 축지법이나 웜홀 아니면 못가겠네. 바라는 게 많지 않아서 행복한 사람, 삶의 속도가 너그로운 지역, 보통 도시보다 시골이, 발달한 지역보다 자연에 가까운 곳이 더 그런다. 모두 제각각 장단점과 특징이 있다니까. SF나 액션 스릴러가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면 그렇다면, 그런 상상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이 영화 같은 현실 때문에, 드라마틱한 일상의 생활과 사이즈 때문에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여권 자체가 필요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철 지난 추리소설처럼 다 옛날 얘기겠지만 말이다. 아지트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게임하고 칵테일 마시고 놀아. 그러다 친구집에 놀러가. 얘기가 나와. 어, 어디? 갈까? 가자! 대문 열고 10미터 가서 차 타고 출발, 끝. 운전대만 잡고 A에서 B까지 또는 갈아 타든 히치하이킹을 하든 어쩌든 이런 퍼포먼스를 평생 볼 수 있는데, 그럴 만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 지역에 공존하면 기적이자 풍요로움이다. 이 친구들이 보고 있는 그림도 사실 따지고 보면 절대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다. 문에 이마를 부딧혔던 마크가 간만에 교수님처럼 차근차근 문화재나 예술작품을 안내하듯이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1501년과 1504년 사이에 조각해서 완성한 다비드상만 해도 높이가 5.17미터(17피트)래. 어디산 다비드, 도처에 드문드문 심심치 않게 있잖나, 이 말은 불필요한 얘기지만, 그래도 또 말해도 재밌어. 굳이 세계 몇대 불가사의 그런 거 떠올리지 않아도 충분해. 1937년에 라울 뒤피가 완성한 '전기의 요정'만 봐도 10X60미터야. 그 작품이 소장된 파리 시립 미술관을 벗어나면 어떨까? 지금은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흐르고 있고 화성으로 이사갈 계획도 세운다는데, 중학교 문학 선생님도 요즘엔 교향시와 오페라와 영화를 종합한 판타지를 쓰고,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도 그림을 몇 평방미터로 그린다니까. 따라서 이 일이 결코 황당한 설정이나 어이없는 사건이 아니란 말일세. 한번 생각해 봐. 정리해 보면, 어떤 대작품이 있고, 우리들이 좀전에 앉아 있던 카페가 있어. 그 둘이 만나서 이런 일을 보여줘. 딴 게 아니라 바로 이게 비즈니스 모델이야. 엘리베이터 피치, 인터넷 기업 우량주, 코메디언 넉담, 전설적인 사기꾼의 미스테리... 모두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지. 그럼! 하나의 경이로움은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도시로 또는 그냥 내방에서 데스크탑에 몇 글자 끄적끄적, 그렇게 시작되고 발화되어 퍼져 나가서, 카더라식 입소문이 된 다음에 산불 현장에서 발견된 수중 잠수부가 되나 봐. 그저 어쩌다가, 그저 얼렁뚱땅 말이야.」
「그나저나 꼭 영화 촬영장처럼 볼만한데. 그 뭐랄까, 유명하고 비싼 그림들을 미술관이 아니라 궁전과 대성당의 천장에서 보는 느낌이 들어.」
닉은 이렇게 말했다. 닉이 이렇게 말했다, 라고 씌여진 다음에 바로 대사가 나오면 소설가가 아닌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틈틈히 헷갈려 하신다. 닉이 그 설명문의 앞말을 했다는 거야 아니면 뒷말을 했다는 거야? 하기는 출연진 이름 가지고도 독자는 때때로 어리둥절 한다. 해외소설일 경우 언제는 이름을, 어느 때는 성이 나오는데 간혹 별명도 나온다. 그러면 각각 다른 사람으로 알아 먹기도 한다. 독자들은 대개 천재가 아니다. 앤디 워홀도 아이큐가... 말 나온 김에 밝히자면 그림값과 안 어울리게 90 미만이었다고 한다. 정확한 조사는 안 해봤다.
이런 때에 그다지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대개 사람들 가운데는 두가지 타입이 있는 것 같아. 먼저 어떤 말을 듣거나 사안을 인식할 때 무의식적으로 컴퓨터의 0과 1처럼 참인가 거짓인가를 가장 먼저 판단하는 부류, 다른 하나는 그와는 다르게 무얼 받아들이는 순간 무조건 그 내용이 그 사람에게만 개인적인가 또는 공통적인가를 구분하는 타입, 조금 덧붙이면 사람에 따라 자기는 재미있냐 아니냐를 제일 먼저 본다, 자기는 내 일 즉 나의 직업과 관련성이 있는가 아닌가를, 시간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사람도 있겠지. 지금... 이 설치 예술의 경우는 음, 그 모두를 아우르는 느낌을, 포근히 그리고 다정하게 감싸 안는 안정감을 준다는 게 참 괜찮은 것 같아." 이렇게 제임스는 말했다. '대개' 부터 '같아' 까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보통 소설의 첫 문장을 다시 쓴다. 첫 문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개작도 아니고 미완성인데 뭐 어때 라면서.
「상당히 고급스러운 의견인 것 같은데, 누가 들으면 외웠던 대사를 말하는 줄 알겠다. 꼭 소설인 것처럼 어떻게 유려하고 막힘없이 그 대사가 자연스럽게 정제되어 평소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처럼 말 할 수 있니? 오우, 멋~져!」
알렉스는 이와 같은 말을 소설이 안 써지는 사람은 글을 반드시 구어체로 써볼 것을 권하는 듯한 어조로 얘기했다. 곧이어 알렉스는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면도한지 1일쯤 지난 듯한 턱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다음 말을 이어서 했다.
「모두들 쟁쟁한 주인공감이야. 도저히 한 편의 영화에 모두 같이 캐스팅할 수 없는 정도로 말이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퍼포먼스 또한 그렇고. 오, 아름답다. 난 말이야, <오, 아름다워!> 이 말을 하게 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 그 말을 하면 기분이 끝내 줘. 꼭 말이 먼저고 중간이고 나중인 거와는 상관없이 기분이 배가되는 감이 없잖아 있어. 왜냐하면 첫째, 그런 장면을 살면서 만나기가 거의 힘들어. 둘째, 그렇게나 만나기 힘든데 딱 그 세팅으로 필름이 돌아가, 소설가가 나를 소설 주인공으로 미친듯이 글을 쓰고 있어, 그러면, 그렇다면 <오, 아름다워!> 라는 말을 내 입으로 소리내어 남이 듣게끔, 그림 나오도록 읊는다는 게 사실 쉽지가 않단 말야. 작품을 연기력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점이지. 그래서 실지 현실에서는 평상시에 그 단어보다 뭐랄까, 일부러 더 약한 상황에서도 발성을 하고, 거짓 웃음을 짓고, 그건.. 결코 나쁘지 않으니 따라서 연습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왠지 그런 것 같아. 단지 그렇게 탄성을 내지르는 인상적인 모습을 자주 써먹으면 양치기가 되니까, 정말 긴요한 합치점은 아무래도 우연성에 의지하는 측면이 강하니까 그 균형점을 찾는 건 개인의 몫이겠지. 그 과정 가운데 조용한 옵저버도 토닥거리면서 그들 내면의 소리도 읽고 말야.」
이런! 알렉스가 남몰래 어느 대학에서 철학과 박사 과정을 밝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쉬지 않고, 딱 부러지게 조리에 맞는 완벽한 논리와 새로운 감성을 아주 정확하게 말로 하지 않고, (이게 중요해) 뭔가 멋있는 말을 그런 느낌이 드는 말을, 상대방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치밀한 이미 짜여진 대사가 아니라 약간 부족한 듯하지만 마음에 다가오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것이지? 아니면 꼭 누군가 알렉스를 조종해서 그가 자기도 모르게 로봇 연기를 하듯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도 초딩처럼 신비주의 컨셉을 항상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광경을 대하게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는 법이다. 다만 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곧 로보트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면 케빈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는 로보트 춤을 못추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구경만 하였을까? 아니다. 케빈은 조이스틱을 사용하는 시늉을 하면서 알렉스를 조종하는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제임스는 그들과 같은, 그들을 닮은 친구들이 나왔던 철 지난 쇼, 그래서 특별하게 아주 드물게만 떠올리고 기억하는 Diggnation의 팬이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