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48

from 소설 2015. 4. 17. 15:19

   밤에 잠들기 전에 누우면 천장이 보인다. 잠을 자기 시작할 때 급하게 잠에 빠져드는 방식이 아니라면, 일부러 엎어져서 또는 옆으로 누워 자기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바로 누워서 자기 시작하고, 그렇게 누우면 당연히 천장이 보인다. 천장, 원시시대 사람들은 그렇게 잠들기 시작할 때 누우면 동굴의 천장이 보이거나 밤 하늘의 별이 보였겠지. 당신은 밤에 잘 때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하루 종일 기분의 그래프는 어땠는지 모두 다 다르지만 밤에 잠들 때 천장을 쳐다본다는 점은 모두 같다. 똑같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쉬고 밥 먹고 차를 마시며 책도 보다가 TV도 보다가 때로는 음악도 듣다가, 그렇게 하다 하다 모두 다 마치고 밤에 사람들은 잠자리에 든다. 뒤통수를 벼개에 대자마자 코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꼭 누군가 옆에 있어야만, 하다 못해 인형이라도 있어야만 잠드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알콜이 없으면 잠을 못자는 사람도 있다.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 잠자리에 드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렇게 잠들 때 하루 일과를 돌이켜 보는 경우도 있고, 일기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냥 골아떨어진다. 그렇게 잠을 자고, 꿈을 꾸고, 어쩌다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갔다 오거나 냉수를 마시기도 하고, 아직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어린이라면 이불에 지도를 그리기도 하고, 오줌은 가리지만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어른이라면 술에 취해서 깊이 잠든 경우 간혹 깨어나서 또는 자기 직전에 TV 뒤에, 컴퓨터 뒤에, 의자 옆에, 옷장 옆에, 그리고 허무맹랑한 공상과 함께 부처님 손가락이나 어느 성당 담벼락에 오줌을 누기도 한다. 그 다음 날 심정은 몹시 괴롭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다. 이렇게 실수를 혼자 하는 상황에 반해 회사에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신입 여직원이 워드 문서를 3~4시간 동안 정신없이 신입의 열정으로 작업하고 있다가 어떤 기능 하나를 몰라 고심하고 있는데, 고참 남직원이 지나가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Alt F4 눌러." 신입 여직원은 그렇구나 라면서 Alt F4를 누른다. 순간 몇 시간 작업했던 워드 문서가 모조리 날아간다. 그 뒤로 신입 여직원과 고참 남직원은 영영 말을 안 하는 사이가 된다. 미래에 복식 테니스를 칠 수 있도록 넷 이상의 자녀를 낳아 기르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극히 미세한 남녀 호감의 불씨는 있었는데 말이다. 안타깝게도 명백한 실화다. 이런 얘기는 어제의 일이다. 어제의 일과다.
   그러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일을 한다. 실업률이 몇 퍼센트이고, 세계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한다. 노는 사람은 노는 게 일이다. 그렇게 일하면서 자기 능력의 100%를 발휘하기도 하고, 매우 드물게 무슨 운수에 기막힌 비법과 드라마틱한 준비 기간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 100%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세일즈맨도 있다. 없지는 않다. 한 번에 개 1,000마리를 보는 것처럼 0이 두개 붙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 사람은 직장에서 이 달의 보험왕, 어디 대륙 사업부의 전설, 당신이 말하는 단 하나만 빼고 뭐든지 팔 수 있는 사나이, 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자기 능력치를 극대화하고, 밑도 끝도 없이 수치를 올리고, 게임의 법칙을 새로 쓰고, 판을 키우고 판을 계속 키우고 판을 끝까지 키우고, 시장 자체를 새롭게 형성해 버리는 아주아주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을 예로 들면 3대 SF 작가, 머머, 머머 또 다른 분야에서도 예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확률은 모르겠지만 이런 부류는 어린 시절 꿈이 카페 사장은 아닐 테고, 아마도 최소한 (초대형) 나이트 클럽 사장, NC 사장 정도는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냥 친구에게 지나가듯이 말만 꺼내도, 꿈 깨라, 고 한다. 즉 보통은 능력이나 연륜, 여건, 시장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일에 대해 성취 가능한 영역대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자기의 100%보다 10%, 15% 높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면 몰입이라는 상태에 근접하기가 쉽다고 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 있고 매너리즘으로 돌입하지도, 주색이라는 적절함이 애매한 늪에 빠지지도 않는다면 그렇게 100%에서 115% 찍고서 몰입하여 도파민이나 다른 용어의 물질이 나오는 거다. 찍어? 돈을 찍어 아니면 성과를 찍어? 그렇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얄짤없다. 공짜도 없다. 그래서 그만한 궤도의 운을 타지 못하면 100% 밑으로 내려간다. 막 심하게 60%, 50%, 40% 내려가면 스스로 직장을 때려치우든, 완곡한 회유를 받든, 울분을 어딘가에 토해내야 할 정도로 꾸지람을 받거나, 다른 업계나 동종 업계 타 회사로 이직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이 늘고 맷집도 또한 살아가는 요령도 늘며, 능청도 그리고 기분 풀고 기분 전환하는 재주도 늘기 때문에 오늘도 어제처럼 웹사이트를 만들고, 월요일엔 카페에서 일하고 화요일엔 집에서 수요일에 오피스텔에서 목요일은 출장 금요일은 핑계대고 드라마 주인공 흉내를 내기도 한다. 내일도 오늘 같이 월간지 마케팅을 하고, 디자인 부서에 있다가 특판 촉진팀으로 발령나기도 한다. 아니면 보통 술집, 단골 술집에 들러 매우 찰진, 살가운 그리고 현명한 조언을 듣는다. 누구로부터? 술집 마담에게서! 몽테뉴의 수상록과 옥타비오 파스의 시상 그리고 MBA 용어들과 페르퀸트 조곡의 감상 포인트를 곁들인 즉 어려운 얘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 갖다 붙인 함축적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굉장히 빈약하고 없어 보인다면 무척 실용적인 해법을 얻는다. 평범한 회사원이 카페 마담으로부터 말이다. 마담이 어떤 향수를 뿌리고 지성은 어느 정도며 마티니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좋아한다면 왜 호감을 갖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퍼센티지에 대한 매우 간결하고도 효율적인 조언을 건네는 게 보통이다. 아무리 밤에 일하고, 밤에 피는 장미, 가시가 있기 때문에 장미, 또는 너무 항상 꽃이 피어 있어서 조화인지 제라늄인지 백일홍인지 도저히 분간하기 어려운 한 송이 어두운 음지에 피는, 같은 동성의 여자들이 반겨하지 않는 축축한 분위기일지라도, 혹여 정반대로 그 어떤 분야의 예술가와도 지성을 겨루고 시대를 논하며 그윽한 꽃의 향기에 고혹적으로 취하게 만들고 매우 고급스런 실내장식에 알아-알아서, 건너-건너서 추천에 의해서만 겨우 출입이 가능한 신비스런 카페일지라도, 항상 진지하고 어렵고 따분한 얘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쯤의 비즈니스맨을 위한 이런 조언은 어렵지 않게도 크게 황망(慌忙)한 주제는 아니면서 동시에 조금은 황망(荒亡)한 의견일 것이다.
   오, 누군가 간곡히, 그러나 깜짝 놀라게도 이와 같은 말을 부드럽게 넌지시 건네는 듯 하다. 이런 삐─삐─삐─삐─, 삐~ 닥치고 빨리 말하라고, 그 조언이 대체 뭐냐고. 오, 후덜덜. 와우 속 시원하시겠다. 가상이 아니라 진짜 상황으로 적절한 캐릭터가 육성으로 들려준다면. 오케이, 공개한다. 실토하겠다. 그건 무엇이냐면, 그게 무엇이냐 하면, 자기 능력치의 70%만 드러내라는 것이다. 딱 고-정도만 발휘하라는 말이다. 생각해 보니 고급 살롱의 영화배우 빰치는 지성파 마담이 할 얘기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단, 지성파 마담이 맨-정신이라면 즉 술취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100%에서 70%로 내려왔다. 추상적인 의도의 모호한 이미지가 나름 우스꽝스럽게 전위적으로 풀이 된다. 중간에 1,000%와 115%도 있었고, 150% 하면 부장, 200% 하면 사업본부장, 250%? 너무 과도하면 탈 날 수 있다. 아무튼 70%에서 50%로 또 내려간다. 그러면 뭘 해도 안되니까 "너 맛 좀 볼래?", "뭐가 어째?" 같은 드라마식 대본 설정 상황에 빠지는 일을 겪을 수도 있다. 험악하게 붙을 듯 하다 맥주 빨대로 빨리 마시기 같은 게임으로 넘어가면 장르가 바뀌는 거다. 또 그 다음 달도 겨우 50% 한다. 어쩌다 한 번은 30%로 곤두박질친다. 그때는 지난 날을 떠올린다. 영업의 절대 고수였던 짧은, 자신의 행복했던 전성기를. 그때는 영업 스킬이 물이 오른 시절이었다. 완전 만빵으로. 사람들의 속마음을 내 지갑처럼 들여다 보고, 편안한 그리고 궁금한 마음을 갖게 하고, '예'라고 대답할 질문을 계속 던지고, '예'라는 대답이 습관이 되도록 최면을 걸고, 막판에, 바로 이게 최적인 거~죠, 라고 주문을 외우면 모두 다 넘어왔는데, 테이블 밑에서 그 찰나에 초음파도 틀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이래도 사지 않을꺼야? 안 살 동기, 이유 타당해? 논리적으로 구입할 명분이 없다면 전혀 없다면, 인정에 호소하지 말고 감화되도록 날 설득해 봐. 내 그럼 응당 그대의 의견에 맞장구를 치겠소, 정녕 말이오.' 이 어법을 완곡 화법으로 바꾸어 말만 하면 딱 상황 끝났는데... 그건 모두 아 옛날이여, 그런 시절이었다. 간혹 '아니오'가 나왔어도 '그럼요~ 그러면 안되죠, 저런~ 그러면 곤란한 일이죠.', 하면서 다음을 얘기하면 그도 빠지고 나도 어느새 내 환상을 믿게 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야, 이렇게! 그래도 그나마 50%가 나았던 것일까? 거기서 다시 쭉쭉 또 계속 내려온다면, 둘 중 하나다.
   보통은 쭉쭉 올라갈려면 어떻게 하라, 머머 해야 한다, 이런 얘기 일색이지만 여기에서는 그 반대의 길을 간다. 인문-교양서에 정답이 나온다면 여기서는 그 질문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과학자가 그랬나, 사람은 일평생 자기 두뇌의 5%도 채 쓰지 못한다고, 그 가설에 숨겨진 비밀일까, 영화에도 나온다. 파란 알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두뇌 수치가 계속 계속 올라만 가는 이야기. 영화와 달리 여기서는 여자는? (바람둥이 1세대가 바람둥이 주니어에게 전하는 비법의 관점으로) 원래 이상하고 답이 없다는 궤변에 기초한, 원래 그냥 그런 거라는 빈틈 많은 옹호 논리가 이어진다. 때문에 업무 능력 수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속 내려가는 것이다.
   150%, 100%, 50% 그렇게 쭉쭉 또 계속 내려온다면, 둘 중 하나다. 미련한 사랑처럼 어설프게 어중간한 그룹 짓기지만 단락을 이어갈려면 필요한 얘기다. 첫째는 다 아는 것처럼 업종을 바꿔 새 인생을 살던가 잠시 푹 쉬던가 또는 죽을 힘을 다해 성과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또 길이 보이게 되어 있다. 둘째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하워드가 YAHOO에서 옛날 새로운 여사장이 들어오기 전에 자기 일을 아웃소싱으로 먼 곳에 싼 금액으로 외주 맡기고, 그 에너지를 소설 쓰기와 종잣돈 굴리기에 쏟아 부어 마련한 훨씬 더 큰 종잣돈, 완전 듬직한 비자금, 그런 든든한 뒷-빽. 어떻게 이자만으로 그럭저럭 취미 생활하면서 새로운 도전과 여행과 연애를 하며 삶을 즐겁게 살아가기, 그것에 알맞는 것, 둘째가 이거다.
   조니, 케빈, 알렉스, 마크, 하워드, 닉, 제임스 이렇게 7인방이 정확히 걷고 있는 인생 행로가 바로 이 멜로디였다. 100, 70, 50, 30, 20, 10%...3,2,1 그리고 0에 황홀하게 도달.
   이 친구들이 최근에 둘이나 셋이는 가끔 만난 적이 있어도 딱히 모일 기회가 없었다. 모두 자기 삶이 바쁘거나, 사는 거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난 행복해'라고 말하기 귀찮거나, 애써 말 할 겨를도 없거나, 그것보다는 이런 걱정이 앞섰을 수도 있다. 일단 다 같이 모이면 모두의 컨디션과 기분이 최적에 최고가 아닐 텐데, 한자리에 같이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떻게든 2파로 나뉠 수 있는데, 말을 하다 보면 어쩌다가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앉은 자리에 따라, 원래 보이지 않게 끌고 당기는 인력에 따라 3~4명이 가장 얘기 흐름에 알맞다거나 2명이서 짝지어 핑퐁으로 말을 주고 받는 게 어쩜 편할 수도 있는데, 그런 기우들. 하지만 그들은 남자였다. 색다른 상남자, 신사같은 마초. 때와 장소를 가려 가며 으쌰으쌰. 고급의 지적 유희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상상의 다음 칸에, 공상의 아래층에, 몽상이라는 쇼핑백에 들어 있는 언어 도단 박스는 시침이 역방향으로 도는 바람개비처럼 칙칙폭폭 뭔가를, 정체도 모르는 뭔가를 계속 만들어낸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친구들은 이런 글을 쓰는 부류는 아니다. '고상한 여자가 흔히 갖는 속일 수 없는 본능, 그러니까, 남의 돈으로 살아야 정말 체면이 선다고 여기는 그 본능'. 그렇다고 허풍이 무지 쎈 타입 또한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봤어 덤빌테면 덤벼, 대신 파이트 머니를 내라구, 이거 찍고 있는 거 알지, 촌스럽게 애들처럼 길바닥에서 싸우지 말자구. 프로모터 비즈니스 세계를 배우고 싶지 않아? 멋진 차 타고 싶지 않냐고? 섹시한 여자는? 그것도 한트럭으로. 모든 것들의 최고 말일세. 말만 해. 난 지금 네 뒤통수도 보여. 굴곡진 그 목선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곡선. 그런 목선 라인의 소유자를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 명 봤지. 내 평생 단 한 명 말야. 바로 마이크 타이슨이었어. 오 영보이, 넌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럼 UFC 헤비급 친구들과 계약한 소속사가 대체로 어딜까? 왜, 느낌 안 와? 넌 딱 보니 가능성이 농후해. (발바닥으로 바닥을 쿵) 넌 재목이야. 들어봐, 넌 가히 챔피언감이라는 말이야. 왜? 자신이 소심하다는 게 걸려? 헤이, 구기쪽으로 종목 전환도 가능해. 운동 스타가 될 꺼야 아니면 그 스타의 프로모터가 될 꺼야?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형 프로모터. 파파라치도 따라붙어. 지금 결정해 지금. 어서. 빨리. (웃음) 개념치마. 강요하는 건 아니야, 아까워서 그렇지. 너에게만 카운트다운은 패스할께. 음 감이 좋아. 뭔가가 보여. 초기의 목표의식이 확고하다면 그 꿈은 절반은 이룬거나 다름없어." 이런 인물이라면 상대방의 눈동자 움직임까지 파악한다. 동공이 커지고 안구가 흔들려. 계속 바람을 주입해야겠어, 하는 거다. 듣는 사람이 할 말을 잊고 이게 과연 명대사인지 허접한 발언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는 낌새가 보이면 조이기는 계속된다. 지금 동반되는 바디랭귀지는 한손으로 소리내기다. 엄지가 중지에서 검지로 이동, 딱! 당연히 듣는 사람은 몸이 덜컥 멈칫하리라. "내 약점이 뭔 줄 알아? 바로 가족이야, 가족. 가족 빼고는 모든 걸 다 이뤘거든. 주객이 바뀐거지. 기회를 놓친건지 타고난 성미가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오른쪽에 다리(머머대교) 보이지. 그거도 팔 수 있어, 다 팔 수 있어. 뭐든지 팔 수 있단 말야. 물 위를 걷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 빌딩으로 시작해서 땅, 바다, 산, 화성은 노세일이야. 상도덕이 있으니까 그 너머는 취급 안해. 지금..은 그러하오. 뭔들 안되겠어? 어때? 생각있어?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지. 기회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는 그래, 사람은 살면서 평생 3번의 기회가 온다고. 눈치가 빠르고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한다면 3번이든 30번이든 올꺼야. 하지만 그건 숫자 놀음일 뿐이야. 기회는 만들어야 하는 거야. 지금이 바로 그런 기회일지도 모르지. 기차가 떠났는데 영영 아쉽다면 같은 방향으로 뛰어서는 그 기차에 절대 탈 수 없는 법이야. 기존의 법칙을 거부해야지. 룰을 바꾸면 되지. (침묵) 어떤가? 뭔가 멋지지 않나? 명대사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지. 긴 명대사와 짧은 명대사. 방금 한 말은 긴 명대사라고 할 수 있지. 비록 그렇다는 정평을 얻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와 같은 치기도 없고, 있다면 극히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넌 말이 너무 많아.' 라면서 튀어 나온 입이 타격당할지도 모르지만 아마 다행히도 무서운 상대와 싸울 뻔한 위험한 순간은 모면하고 자리를 피했을 듯 하다. 또 지금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며 너스레를 떠는 친구들도 아니다. 지금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니? 아마도 따져 보면 안 해본 일, 엄청 많을 것이다. 약간만 많다면 어느 일들을 진득하게 오래 해보지 않은 것일 뿐이다. 게다가 이들은 10분 또는 반나절 지나면 왠지 속은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그런 말 역시 잘 못한다. 이 친구들이 주로 하는 말은 거의 참말이다. 즉 나이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말발이 약간 약해졌다. 그 있지 않나, 아이스하키 선수가 선수 생활이 오래되어 허겁지겁 필사적으로 퍽을 뺏으러 달려드는 상대팀 선수를 맞닥드리면 시간이 일순간 느리게 흐르면서, 미화하자면 슬로우모션에 음악 틀고, 에잇 그냥 공(퍽) 줘버려? 이런 느낌이 들면 은퇴할 시기가 가까이 왔다는 그런 뉘앙스와 얼마간 비슷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정확하게 보자면 그들은 각자 일이든, 소설 쓰기든, 동화 구상이든, 새로운 모험 찾기든, 투자 포트폴리오 리뉴얼이든 그렇게 에너지를 불균형하게 한 곳에 투입함과 동시에 대화를 자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이었다. 곧 그들은 언제라도 말발이 살아날 것이다. 누구라도 말만 하면 구워삶는 건 시간 문제일 테지. 그래서 설을 좀 풀기 위해 모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날은 모두 하워드의 집에 모였다. 저번에 하워드가 카약으로 천에서 천으로, 강에서 강으로 그러다 바다로 나갈 때처럼 자기 자신만의 목적지도 동기도 불분명한 상징적이라고 오해할 만한 물건들을 자기를 대신해서 그렇게 유유히 떠나보내겠다고 그것들을 가지고 모두들 참석했다. 그 가지각색의 대리 모험 장난감을 보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차차 알아가기로 한다.
   그들이 모인 날은 누군들 크게 관심 갖지 않겠지만 우연의 일치와도 같이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한 날이었다. 첫째, 달과 지구 사이 거리가 평소보다 많이 좁혀져 '슈퍼문'을 관측할 수 있는 날이었다. 똑같은 달이지만 이름만 다른 그것은 평소보다 14% 크고 30% 밝다고 한다. 게다가 개기월식까지 겹쳐서 발생한다고 한다. 많은 어른들은 월식과 개기일식이 어떻게 다른지, 달이 자전을 하는지 안 하는지, 달이 왜 저 모양인지, 달이 어디서 뜨고 어디서 지는지, 몇 시에 뜨고 지는지를 잘 모르고, 옛날에 알았는지 배웠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 별 관심이 없다. 이젠 썩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게 되버린 건지도 모른다. 호기심과 웃음의 빈도가 어린이에 비해서 크게, 상당히 크게 낙차 큰 커브볼처럼 뚝 떨어져버린 어른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수컷 판다 '루루'가 (소식을 들으니 유명한 인기 동물인가 보다) 아주 성실하게 교미계의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는 사건이었다.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스몰톡 주제로 톡톡히 한 몫 하는 웃음의 소재로는 제 역할을 하는 얘기 거리였다.
   이 친구들이 가져온 물건들은 이랬다.
   1.소형 보트 프라모델. 완전 몇 대 몇 축소-초정밀-슈퍼 실사판 프라모델. 사람은 탈 수 없음.
   2.과자봉지로 만든 보트. 과자봉지를 접착 테이프로 모두 붙여 만듬. 과자봉지 99%에 접착 테이프 1%. 과자봉지가 질소 포장되어 물에 잘 뜸. 섬에서 섬으로 사람타고 횡단은 기본, 날씨만 좋으면 중거리도 가능. 장거리는 불가능. 과자 약200개를 테이프로 붙인 뗏목을 타고 900m를 건너, 강 맞은편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는 일화가 있음.
   3.투평한 포도주병. 쉽게 누구나 상상 가능. 가족용 판타지 영화에도 엄~청 많이 나왔고, 더 설명하면 입 아프고 손가락 볼펜에 눌림.
   4.척키 인형. 이걸 가지고 온 사람은 옷도 그렇게 입고 왔음. 마스크 쓰고 화장도 하고 완전 똑같음. 섬뜩함. 처음엔 완전 쫄고 다음부터는 은근히 시선을 땡김.
   5.종이배. 표면이 특수처리 되어 있는 색종이로 만든 커다란 종이배. 사람은 탈 수 없음. 특징은 아는 초딩에게 선물 주고 잘 구슬리고 부탁하여 초딩이 직접 만들어 완성한 종이배라는 것.
   6.운동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운동화는 사소하면서도 특별하고 익숙함. 패션의 시작과 끝. 편안함 또 편안함 계속 편안함. 새 운동화를 사고 싶은데 신발이 닳아지지 않아 고민하다 가죽을 훼손시켜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도 있을 수 있음. 간혹 기자 회견장 같은 엉뚱한 장소에서 사용이 될지도 모름.
   7.케이스. 악세사리나 화장품, 보석, 핸드폰 등등을 담았던 전직 케이스. 내용물보다 케이스를 보면 기분이 더 좋기도 하지만 애써 버리게 됨. 굉장히 아까움. 안 버릴 수도 없음. 흠, 브랜드는 케이스도 이쁨.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날 한 번만 속여주세요, 거짓임을 알고서도 흔쾌히 속고 싶어요, 라는 혼잣말을 그런 내면의 울림을 적어도 사는 동안 몇 번은 들었을 것 같은, 지금도 가끔은 상대방 말 똑같이 따라하기를 하는 이 친구들이 왜 애들처럼, 왜 애들 가운데서 요즘이 아닌 옛날 시대극에 나오는 소녀들처럼 그런 물건들을 가지고 모였을까? 왜긴 왜겠나, 당연히 하워드 집 앞 또랑에서 배를 띄워 바다까지 보내 큰 세계를 만나는 퍼포먼스 놀이가 목적이겠지만, 왜 하필 애들처럼 이런 방식을 고집했는가, 그것이 그나마 조금은 궁금하다. 그럼 누가 먼저 모두를 웃겨줄 책무를 절감하고선 압축 밸브를 틀었을까, 누가 과연 뻠프를 사뭇 함부로 신중하지 못하게 작동시켰을까? 케빈은 아니다. 알렉스도 아니다. 속 빈 강정-허당-제임스는 더더욱 아니다. 이들 가운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콧노래를 부르고 이어서 오페라 아리아나 최신 가요를 흥얼거리며 줄곧 싱글벙글거리며, 오늘 하루는 어떤 신나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오 나의 태양, 돌아오라 소렌토로, 하면서 마냥 쾌활하고 들뜬 조증 타입이 있다면 모를까, 아무래도 제8의 시크리트 멤버가 의심된다. 누가 주동했나 그 시초는 알 수 없고, 왜 그 유치한 방식을 고집했나 하면, 그 이유야 나도 모르지. 누군가 선동했겠지 아니면 누군가 지나가는 말에 딱 한마디 요정의 바람 같은 추임새만 살짝 덧붙였는데 그로 말미암아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테지. 원체 죽이 잘 맞으니까 같이 애들처럼 놀기에 더없이 쉽고 편하고 재미난 건가 보다. 아, 혹시 이 때문은 아니었을까? 무엇을 안다는, 경험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지식 외적인 면이 어딘가 모르게 더 가치 있을 것이라는 막연히 형성된 신뢰감, 아닌 것 같다. 다만 하나 그들은 이와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서술자는 그것을 이렇게 추리하고 있다. 그 공통점이란 이거다. 공통점 두가지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들은 무언가에 쉽게 꼿히는 기질이 아니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작품을 보고 그에 대한 반향이 절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곧 전자와 후자 모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특징인데, 전자, 무언가에 쉽게 꼿히지 않는다는 말은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주변에 자신의 흥미를 끄는 관심사가 항상 하나도 없고, 짜릿하고 기분 끝내주는 일이 없이 일상이 계~속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술이든 여자든 운동이든 낚시든 도박이든 경마든 뭘 해도 재미없고, 뭘 해도 맹숭맹숭하고 대충 시간만 때우는 것 같고 허무하기만 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미없다'는 그 말을 뒤집으면, 그 말을 뒤집으면, 하나에 꼿히면 끝장나게 황홀하고 기똥차게 날아갈 듯 즐겁다는 뜻이다. 오예~하면서 빠져드는 격정의 소용돌이, 몰입하여 빛조차 빨아들이는 블랙홀 그 너머 화이트홀. 막 뭘 부수고, 탈출하고, 인생을 허비하고, 밑도 끝도 없이 도망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일단 '재미없다'는 짧은 글을 긴 말로 바꾸면 이런 거다. "진짜 뭘 해도 재미없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누군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냐고. 열정이 없는데 정신과에라도 찾아가란 말야? 어? 그래? 옛날에는 뭘 해도 재미없지 않았어. 남들이 웃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내 기분이 좋지. 지금도 그래. 여전히 그렇다구. 그러니까 이 일을 지금도 계속 하는거구. 사회적 소양과 인간미도 갖췄어, 보통이야. 정상이란 말이지. 꿈으로 가득찬 설레이는 몽실몽실한 가슴의 소녀가 아니지만 내 가슴에 니코틴과 고지방만 쌓인 것만은 아냐. 말끔하게 건강하고 적당히 건전해.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는 아니란 말야. 그런데 이상하게 끙하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응어리라고나 할까, 그런 게 없잖아 있는 거 같아. 오래 살면 다 그럴 꺼야. 누구나 다 그런거 같아. 하지만 아직 한창이지. 게다가 활력있고 새로움에 대한 열의와 에너지는 있는데 말야. 희한한 거지. 재미없다는 말하는 것조차 지긋지긋했는데, 그 뭘해도 재미없다고 말하는 악취미도 나름 취미였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게 참 웃겨. 지금 날마다 이렇단 말이야. 술을 마셔도 재미없어, 운동을 해도 재미없어, 영화도 별로야, 여행도 별로야, 나이 먹고 연애? 그것도 더 이상 안 돼, 애완동물은 예외야, 결국 삶은 곧 권태란 말인가? TV 코메디 프로를 봐도 재미없어, 드라마를 봐도 재미없어. 예전에는 욕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이젠 욕도 잘 안해, 재미없으니까. 난 지쳤어, 그런 것 같아. 그래 속 시원히 말 해줄께. 이번주 토요일에는 동기부여 세미나에 갈 꺼야, 다음주 월요일에는 유명한 정신병원 원장 앞으로 예약 잡아놨어, 아 재미없어. 몇 십년 젊어져서 스포츠카 몰고 대학생이 된다면 또 몰라." 딱 이런 말이다.
   '뭘 해도 재미없어.'라는 글을 읽는 당신의 기분과 느낌은 어떨까? 정말 궁금하다. 정말로 그대도 재미없을지, 이도 저도 아닐지. 그나마 무모하지만 재미없다는 말을 100번 읽으면 재미있어지는지 한 번 시험해보자. 공짜에다 명예도 안 깎여. 혹시 모르자나, 실은 이건 '나는 당신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 또는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책략으로 완전 뻥뻥 터트릴지도. 과연 정말 '재미없다'는 글을 100번 들으면 재미있어지는지 한 번 해보자는 말이다. 괜히 오기가 생긴다. 나도 모르게 느닷없이 결심한 거다. 그래 꼿힌거네. 삘 받았어. 제대로 받았어. '뭘 해도 재미가 없다'의 반대말에. 와, 이거라니까 이거라구. 절반의 성공이다, 서술자가 꼿혔으니까. 왜 절반인가 하면 '정말 기쁘냐' 라는 감정을 느끼는 메인 요리는 당신께 양보했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는가 없는가? 어? 그래, 재미없다. 이런 삐─. 악마는 새로움이란 옷을 입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새로운 디테일, 허접한 악마는 재미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후자. 그들의 공통점 두가지 가운데 뭔가에 잘 안 꼿힌다는 전자 다음의, 후자, 어떤 작품을 보고 나서 그에 대한 반향이 절대 크지 않다는 것. 이건 영화로 치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뭔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어, 라고 말하지도 않고, 즉 핵심을 즉각 짚어내고, 재미없는 영화라도 딱-딱 어렵지 않게 기획 의도를 추측하지만 대신에 그 짧은 댓글 분량 이외에는 할 말이 전혀, 전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댓글 분량의 의견 만큼은 살면서 축척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끌어당기는 무엇을 콕 뽑아내서 그 분량이면 됐지 긴 글은 절대 못 쓰겠다, 한마디면 충분하다니까, 긴 말 필요없어, 집어치우라구, 딱 이거다. 영화 한 편 보고 나서 토론이라니, 평론이라니, 영화로 치면 그렇고, 소설로 설명하자면 책 한 권 읽고 독서 토론이나 가벼운 독서평을 전혀 못하고, 범생이처럼 훈련받지도 습관되지도 당연히 생활화 조차 안 되어 할 얘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학구적으로, 교습법으로 보면 매우 열등하고 참담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또 이 후자를 미술관 관람으로 보자면 한 전시회를 보고 나서 엽서 한 장에 상당히 수준 높은 감상평을 쓰는 재간이 전혀 없고, 그런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크게 부끄러워 하지는 않지만, 그냥 데이트 코스의 하나일 뿐이라구, 주로 이런 생각이고, 그 예술에 대한 해석과 분석도 짧게나마도 못 하지만 그 직관적인 느낌과 감흥은 모두 차곡차곡 무의식에 쌓아 두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말은 못하고 글은 못써도 전부 저장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저장되었는지도 모르지만 프로세스는 그렇다. 그들이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로 타고난 것이다. 게다가 전시회를 보고 나서 방명록에 짧은 문장 하나랄지, 나 다녀갔다, 그런 말도 못쓴다. 수줍어서 그런 걸까, 잘 모르겠다. 뛰어난 상업 작품과 비상업 예술은 모두 이렇게 묻혀 있는 야생의 잠재 상태를 잘 건드려서 사람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밋밋하다, 평이하다, 그저 그래, 모두 그걸 안 건드려서 그렇다. 잠자고 있는 거인의 코털을 건드리든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든가 그게 관건이다. 즉 10명 중 8명이 딱 이 꽈다. 그리고 1명은 창작자, 1명은 평론가 또는 전문가나 능력자. 그러므로 그들은 '낯설게 하기'라는 용어를 정말 낯설어 하고, 익숙한 예술을 낯설게 해석할 용기나 재능도 없을 뿐더러, 편하고 쉽고 익히 봐 왔던 시각을 특별히 포장하고 개선하기 보다는 '낯설게 하기'가 아닌 새로움 찾기, 신선한 자극과 날 꼿히게 만드는 그 강렬하고 무딘 그러나 순진한 하지만 단순한 그 무엇에 더 열광한다는 점이 그들의 특징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학교 즉 교육적으로는 2명에, 회사 곧 상업적으로는 8명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분포도가 바뀌고 사람이 변할 수 있고, 신기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과 브랜드, 알고 보면 노는 물과 추구 성향이 다르다. 하지만 그 경계는 불분명하고 무의미하다. 현재로서는 그게 최상의 가치를, 가격대 성능비를 도출하여 체계화된 제도와 문명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데 이런 순간 몇몇 단어나 몇몇 표현이 부적절해 보일 수 있지만, 즉 멋진 말이거나 그냥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을 할 때는 대략 그 즈음의 단어와 표현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크게 엇나가지만 않으면 목적은 이룬 거다. 말과 글을 길게 하는 비법에는 논리와 함께 이게 꼭 포함된다.
   초딩이 동요를 부르다 언제 대중가요로 넘어가는지, 왜 청소년 권장도서는 청소년의 실재 구미와 들어맞지 않는지 그 시기와 원인에 앞서서, 7인방 그 친구들이 잊고 지나쳐왔던, 감내하고 살아왔던 헛된 기대와 동심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에, 1회성이라도 좋으니 동심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그 모습으로 모였다고 추정한다면 그건 너무 뭐랄까 이상, 꿈, 낭만, 환상 그리고 억측에 가까웁게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닐게다. 그렇다면 사람 사는 일이, 이 세상이 너무 모질지 않냐는 반문이, 그 이상한 에코가 발생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이 10명중 8명을 창의적인 아름다운 인간으로 동화시키는 하나의 다리는 아닐까, 하는 게 바로 그 다음 이유다.
   8명은 1~2명이 생산한 컨텐츠를 평생 보고 듣고 읽는다. 그러니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의견이 많은 사람 대 생각이 일정한, 기본적으로 관조적이고, 어찌 보면 방어적이며 약간 수동적인 즉 그래서 생각이 사유로 그 다음에 사상으로 꽃피지 않은 사람의 대립이다. 전시회 관람 후 훌륭한 엽서를 잘 쓰는 사람은 전자다. 공부 잘 하는 사람과 돈 많은 사람과 지식의 양이 많은 사람도 전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를 자주 사용하고, 사진 많이 찍고, 노래 잘 부르는 사람도 전자다. 복잡한 생각을 어떻게든 140자로 잘 줄이고, 그걸 책의 분량으로 재주껏 잘 늘리는 사람, 전자다. 말이 많은 사람은 전자다. 다국적 성장 환경에서 자라서 평생의 업과 취미를 모조리 연애 상담에 쏟고 수필을 10권 20권 30권 취미로 쓰며 내 생각과 내 모든 것을 바깥으로 드러내어 외부에 알리지 않으면 절대 못 견디는 사람, 전자다. 학교 다닐 때만 지저귀는 애완용 새를 어깨에 얹고 다니거나 집에서만 강아지나 고양이와 노는 일반인에 반해서 직업적으로 예술적으로 어깨에 가짜 고양이를 얹어 놓고 어디든지 돌아다니고 항상 꿈을 모두 그림으로 그리며 야한 사진을 찍고 공개하며 예술 인생을 추구하며 약간이 아닌 (여자들끼리 봤을 때) 상당히 공주병 타입의 난 특별해 나는 나는 특별해 하는 사람, 전자다. 나는 다른 남자들이 좋아하는 차와 시계와 뭐와 뭐든 다 관심없고 오로지 평생 음악 인생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으며 내 일을 위하여 내 일을 평생토록 하기 휘해서 내 회사 주식도 태반은 내 명의로 되어 있고 다른 작곡가를 만나면 95%를 말하고 5%만 듣고 나는 나는 클럽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노는 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 전자다. 깔끔하게 논리적이고 정연한 독서 감상문 1편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후자다. 어린이도 후자다. 어른은 전자다. 생각과 행동이 어리숙한 사람, 후자다. 수다스럽고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사람, 후자다. 술버릇으로 하나의 얘기를 자주 계속 하는 사람은 그걸로는 분간하기 힘들다. 전자였다가 난봉의 나락에 빠진 사람, 후자다. 전문가는 전자고 일반인은 후자다. 아쉬움과 후회,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흑과 백. 혁신적인 작품이나 상품을 만들거나 본인이 물건이 되어 전자가 되기도 하지만 후자에서도 그런 상품을 사기 위해 길바닥에서 줄지어 텐트치고 잠을 잤다가 그 다음 날 물건을 구입했다면 그들도 전자다. 전자 안에 또 계속 전자와 후자가, 후자 안에도 계속 전자와 후자가 있다. 그렇게 전자에만 집중해서, 후자에만 파고들어서 아주 많이 들어가면 월드 클래스 유명인의 이름이 나온다. 지금 눈꺼풀을 깜빡깜빡, 생각을 껌벅껌벅 하고 있는 사람은 뭐가 전자이고, 뭐가 후자인지, 왜 전자와 후자로 나뉘어야 하는지 겁나 헷갈려 하신다. 예스! 벽을 허물었다. 최면이 걸렸다.
   친한 친구들 7명의 특징인 후자, 이러한 성격을 짧게 줄이면 요컨데, 창작이 아닌 논평과 해설에는 약하고, 물론 창작에도 막대한 소질은 없지만 우선 창작품에 대한 그럴싸한 감상과 해석, 그것을 꽤 평이한 그것을 참을성이 매우 부족할 정도로 진부하게 받아들인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쓰고 보니 뻔한 얘기 같다. 괜히 했다, 누구나 아는 얘기, 괜히 길게 썼어. 중요한 내용도 아닌데 쯧쯧쯧. 청기 내려─백기 올려─청기 내리지 말고 백기 올리지 마─청기 가만히 있어─백기 내리고 청기 내리지 마─청기 백기 모두 올려... ... 정말 이렇게 초딩 따라하기를 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참이든 거짓이든 그 친한 친구들이 모인 이유를 어떻게든 있어 보이게 살을 붙이고 말을 만드는 게 폼나지, 대충 할 일 없이 모여서 반갑지도 않고 말도 없고 술만 까무러치게 퍼마신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게 끝이면, 이게 다면,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하다면야 얼마나 좋으랴. 아니다.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살면서 최면에 걸리든 걸든, 뭔가에 꼿히든, 뭘해도 재미없어 라고 하든, 남도 돕고 나도 기뻐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단순히 너무 단순한 거 보다야.
   소형 프라모델 보트와 고무보트 크기의 과자봉지 배, 포도주병, 처키 인형, 종이배, 운동화, 상품 케이스를 들고 모인게 그들 딴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다. 어려운 말 나왔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라틴어로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쓰인 무대 기법의 하나를 말한다. 기중기와 같은 것을 이용하여 갑자기 신이 공중에서 나타나 위급하고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수법이다. 남이 뭐라 그러든 그곳에서는 그랬다. 남자들끼리 봄꽃놀이를 갈 수도 없고, 못 갈 것 까지야 없지만, 이렇게 모인 것도 약간 설명하기 어려운데 어려운 이름이라도 근사하게 하나 붙이는 게 타당한 일이다. 아무렴.
   장난감 갖고 부푼 마음으로 꽃피는 봄날에 모였으니 자기들 알아서 놀라 그래. 신경쓰지 말자구. 그들에게도 자유시간을 줘야할 거 아냐. 직장인이 퇴근하면 집에 가야 할 거 아냐. 그러다 중간에 사건이든 사고든 새로운 만남과 사랑이든 뭔 일인가 일어나겠지. 아니래도 상관 없어. 언제까지 뭐했다, 뭐했다, 뭐뭐했다 일일이 소설가가 가르켜주기만 해야 하지? 영화 업계에서는 4DX로 영화 볼 때 물도 뿌리고 향기도 풍기고 의자 들썩들썩 바람도 부는데 게다가 3D라고 이상한 안경쓰고 보면 막 손으로 멍청하게 앞에 있는 허상을 만져볼려고 손을 가져간다니까. 콘서트에서는 평생의 연인을 만나고, 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일찍 팔았다며 그림도 주식과 교집합이 이미 옛날에 생겼는데, 다른 업계는 또 어떤데? 소설도 뭔가 신조가 생겨나야할 꺼 아닌가 말이다.
   자, 이제 틀린 부분과 말이 안 되는 문장 연결, 엉뚱한 문맥, 지나친 비약에 대해 능동적인 독서를 위하여 읽는 분, 특히 뭘 해도 재미없다는, 정말 뭘 해도 재미없다는 독자님이 자아가 뚜렷이 선명하지 않은 듯한 개성이 언제 어디서나 일관되지 않는 것 같은 다른 독자와 함께 검토해 보는 시간이다. 아주아주 극소수 뭘 해도 재미없다는 독자께 대단히 송구스럽다. 뭘 해도 재미없다는 말을 100번 못 채운 것 같아서 말이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부족해 보인다. 억지로 쓴다면 모를까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네. 뭔 소설이 이래? 하여간 더럽게 재미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