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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6. 2. 29. 21:44

   나는 하루에 1번 바로크 음악을 듣고, 1주일에 한 번은 온천욕을 하며, 1달에 한 번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서 즉흥적으로 운전하여 여행을 떠나, 혼자서. 내가 봤을 때 1인칭 서술로 보자면 이것은 일종의 습관이고 생활 방식이다. 이걸 옆에서 보거나 3인칭으로 보면 유형, 패턴, 분석, 데이터, (때로는) 쾌락주의자가 되고 시의 소재가 되며 드라마도 되고 소설도 된다.
   친구들끼리 만나서 어떤 이는 계속 나는 뭐했어, 난 어때, 나는 뭐라고 계속 자기 얘기만 하고, 한쪽은 계속 듣고만 있고 그러면서 나도 말 좀 하자, 라고는 말하지 못하는 경우는 의외로 흔히 있다. 방송에서도 A를 물어봤는데 뭔 미켈란젤로 얘기만 한없이 하거나, 비오는 휴일에 주로 뭘 하냐고 물어봤드니 길면 1분 짧으면 10초 정도로 답하는 게 알맞는데, 우끼면 3분까지도 가능하고, 맑은 날 나는 뭐하고 흐린 날을 나는 좋아하고 그녀는 유난히 비옷을 즐겨 입었네 비가 올 뻔 하다가 맑게 개인 어떤 날 그런 일이 있었네 나는 어때 나는 뭐해 나는 뭐뭐했다 나는 나는 계속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자, 첫 번째 문단과 두 번째 문단을 말이 되게 이어야 한다. 어떻게 그걸 가능하게 만들지? 보통은 사과나무에서 사과만 떨어진다. 그렇지만 가끔은 물개가 인어공주를 낳을 수도 있다. 친구에게 '안녕' 하고 말했드니 <안녕? 넌 나한테 할 말이 그거 밖에 없냐?> 라며 심술궃은 일격을 당해 얘가 왜 이러지? 실연당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직은 1과 2를 못 이었다. '할 말 없지? 못 하겠지?' 할 때 슥 들어간다. 제임스와 닉과 하워드와 마크와 알렉스와 케빈과 조니는 만나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 문단에 대해 말하면서 두 번째 문단에 대해 생각하고 눈치를 살피고 의중을 떠보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어떻게 보면 약간은 글과 비슷한 말을 골라보자면 이렇다.
   「나는 오전에는 시를 읽어. 뭐뭐 한다, 뭐뭐 한다, 뭐뭐 머, 뭐와 뭐, 뭐뭐 할까, 뭐뭐하지, 나는 뭐뭐 한다 그런 이야기들. 그리고 오후에는 인문교양서를 읽어. 뭐뭐 하지 말고, 뭐뭐 하라, 통계에 따르면 뭐보다 뭐가 어떻다, 측정 가능하다면 여기서 말하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주제도 있다, 뭐가 어떻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한다, 특징은 뭐고 해법은 무엇이며 왜 그래야 한다. 다음으로 저녁에는 소설을 읽지. 나는 뭐뭐했다, 그는 나를 생각할까, 뭐라고, 꿈깨라고? 이렇게. 그러다 야한 꿈을 꾸면 주기를 교체하지. 야한 꿈을 안 꾸면 어떻게 돼냐고? 그렇다고 주기를 바꾸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은 아니지. 해피엔딩은 비밀이야.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고. 실은 그게 제일 흔한 방법이잖아?」
   그러다 도달한 화재는 이것이었다. 타인으로 살아보기, 간접 체험, 직접 경험, 남의 입장 되어 보기, 다른 곳에서 생활하기, TV 안으로 들어가기, 여행가기, 사랑하기, 소설 읽기, 영화 보기, 직장 옮기기, 이사하기. 일곱 명이 동시에 말하고 똑같이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누군가는 한쪽 뺨을 손등으로 받치며 앉아 있거나, 한 손은 머리카락과 턱과 입주변을 만지작 거리고 볼펜돌리기를 하고 다른 한 손은 뭔가를 꼼지락꼼지락 뭔가는 무엇을 좋을까 아니 좋을까,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면서 히히덕거리고, 시선은 저만큼 몽롱하게 두고 그녀가 좋아했던 작은 인형을 떠올리거나, 창가에 있는 1인용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이상학적 욕구와 샴푸의 요정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까지는 가늠할 수 없다. 성미 급하게 누군가 일어서서 "할 얘기란 게 뭔데?" 라고도 하지 않았고, "그러니까 듣고만 있지. 휘둘리기만 한다고. 할 말 없는 줄 알아. 원래 듣는 걸 좋아하는 줄로 안다고! 어? 이, 이, 이 순진한 친구야" 라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두서없이 오가는 이런저런 얘기를 누군가 듣게 된다면 혹시 그런 게 아닐까 의심스럽거나 추측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조금 드러났다. 약간 미숙한 토로, 교만해도 기분 나쁘지 않은 심원, 말로 정확히 표현되지 않지만 왠지 척척 들어맞는 것만 같은 이심전심, 목적을 뿌옇게 상기시키며 끝내는 무정하게 의도를 관철하여 이상한 악취미와 색다른 만족감에 대한 공통의 전율어린 관심을 일치시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언의 간청이랄까, 빠끔 엿보이는 속마음은 얼마간 비추어진다. 어떤 법도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 같은 그러나 기만과 밉상과 별종과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반갑지 않은 차도와 비슷한 느낌은 만류할 수 없었다. 그걸 놓고서 할꺼냐 말꺼냐, 전전긍긍하고, 신음하고, 그렇다고 신세 조질 일도 아니지 않느냐, 오해 살 일도 전혀 없다, 그 동안의 삶은 너무너무 평범했다, 항간에 소문이 파다했다 이름이 나-평범 아니냐는, 언제부턴가 나는 이걸 생각하면 콸콸 넘치는 감격과 왈칵 분통 넘치는 감명 그리고 연거푸 이어지는 떨림으로 마치 사랑의 포로가 된 것만 같은, 명실상부하게 동네를 산보하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감정에 휩싸인다, 실상이 이러한데 빤히 빛나는 광채를 무시할 수도 없고 뻔한 인생살이 가운데 이런 모험 한 번쯤 있어야 하지 않겠냐, 나는 기꺼이 하겠다, 너도? 너도? 나도! 나도! 어느새 이와 같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게 됐다.
   그렇다면 그 결의안은 무엇일까?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읽는 사람은 커녕 듣는 사람의 마음도 들었다 놨다 하지 못하고, 쥐었다 폈다 역시 안 되고, 어차피 밝힐 거면서 지루한 서두만 엄청 길고, 오히려 글 쓰는 사람 나가 떨어지게 만드는지, 사람 아니 토끼 한 마리와 너구리 두 마리를 폴짝폴짝 뛰게 만든다. 맛난 음식을 쳐다보거나 그녀와의 하룻밤을 상상하는 것도 아닌데 침이 다 꿀꺽 넘어간다. 가급적 그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졌으면 하는 변태 같은 만용이랄까 뭔가 요상한 엉뚱함마저 느껴진다. 풀 자라기 기다리다 말 굶어 죽는다. 그만하면 이제 패를 깔 때도 되지 않았느냐, 애타는 사람 생각도 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덜컥 겁이 나는 건 그래 봤자 그건 원페어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했던 말이지만 또 하는 건 그래서다. 자꾸 망설여진다. 왜냐하면 고수는 큰 기술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독자가 바로 천재라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마치 완전 새로운 소식, 엄청 즐거운 생활, 끝내주게 재밌는 인생 그런 걸 기대하게 만들었다가 뭐? 비할 바 없는 감미로움? 아휴 이걸 그냥 콱 어휴 이런 곰 삐─ 하는 소리나 하고 있어, 그런 말을 듣게 될까봐 무섭고도 기대된다.
   그건 그렇고 이들이 모의한 놀이는 <TV 안으로 들어가기> 가 아니라 <타인으로 살아보기> 였다.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신작 드라마를 챙겨보고 기존에 알던 친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건 이미 다 했고 어지간한 건 모두 안다. 그렇다고 첩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무슨 보호 프로그램처럼 완전 다른 곳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개인으로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이 생각한 것은 서로 바꿔 살아보자는 것이다. 늘상 하던 거 말고, 그렇다고 불건전한 건 좀 그렇고, 또 이상한 짝짓기도 불미스럽다. 그러나 이건 뭔가 있을 것 같다, 뭔가가. 느낌 온다. 게다가 닉이 영화업계 친구들로부터 마스크도 다 준비해뒀다. 보고 말하고 어울리고 생활할 때와 거의 똑같은 마스크! 완전 자세히 들여다 보거나 직감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거나 그러지만 않는다면 마술적으로 진짜와 똑같은 가면! 마스크를 벗고 살아 있는 생쥐의 꼬리를 잡고 목을 젓혀서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자외선도 막아주어 화장품 바르는 귀찮음도 덜어주고, 피부에도 각종 효과가 뛰어난 드라마에서 외계인이 착용했던 바로 그 마스크, 그것도 이미 준비 완료됐다. 아이디어는 전에 놀면서 시도했던 몇몇 이색적인 변화에서 착안했다. 누가 누굴 쫓고 도망가고, 서로서로 편을 짜서 게임을 하고, 친구 집에 놀러가고, 파티를 하고, 일란성 쌍둥이를 보고, 그녀를 영화배우를 친구를 닮은 사람을 보는 일상적인 삶에서 얻은 힌트로 탄생한 시도였다. 차차 미루다가 고민하고 재고하고 검토하다가는 날 새고, 언제 그런 걸 감행해 볼 상상이나 했었나 하면서 그저 지난 추억이요, 안 해봤으니까 성공하지 못한 비즈니스이자 일장춘몽에 다름 아닌 말장난이 될 것이기에 생각난 김에 바로 해보자고 해서 단숨에 흡사 전광석화처럼 결정되고 시작되었다. 말로만 행복이란 그런 게 아닐까? 그렇게 멋진 말을 하고 예상하고 폼 잡지 말고 하면 될 꺼 아닌가? 행복해지면 될 꺼 아닌가? 다소 불행해도 괜찮아 괜찮아 또 그다지 실패한 삶은 아니야 넌 막 살지 않았어... 우선 말은 쉽지만 막 그러면서. 그 경험을 기억 속에 되살리고 풍미를 가미하여 무명 블로그에 올리자는 얘기 역시 오갔었다. 마치 사전에 그렇게 짜고 이대로 하자고 계획했었다는 듯이. 
   멋모르고 온통 하나에만 몰두해야만 적절하고 온당한 머머하기가 있고 그것이 가능하고 알맞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이 놀이가 지금 최적의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기꺼이 동참했다. 흔쾌히 함께 했다. 하고 나서 정말 이런 말 할지도 모른다. 사귀는 남녀 사이에나 어울릴 듯한. 걸핏하면 아름답다고, 모르겠어? 나중엔, 어찌될까? 나중에, 남으로 살아보고 나서, 그 다음. 어떤 뭐랄까 무대에 처음 선 그 순간을 못 잊는다? 아, 여기가 바로 내가 찾던 곳이다? 비로소 어떤 은총을 받고 누군가에게 총애를 받아서 내 길에 들어서게 된 거다? <타인으로 살아보니까, 타인으로 살아보기가 아름답다?> 품사의 조합이 이상하다. 외국어로 빗대어 이해해야, 설명해야 하나? 빠진 건 뭔가, 왜 불완전하고 생경할까. 어째서 어색한 느낌이 가시질 않지? 그러나 그 이상한 감정, 연기와 배경과 예술이 있는 문학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그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그것에 한번 빠진다면 설마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인생전환이나 회상이 그러질 않나. 몰랐는데 전혀 예상도 못하고 생각도 안 해봤고 꿈에서도 상상조차 못했는데 알고 보니, 하고 나니, 빠져드니 완전 신세계더라고!
   1번은 제임스가 닉의 역할을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아 닉이 아니라 조니다. 조니도 제임스로 살아 보고, 제임스도 조니로 살아 보고. 아, SF 영화에 나올 정도로 고도의 기법이 집약된 마스크와 더불어 실 생활, 사람을 만나고 이메일도 주고 받고, 분기에 한번 정도 회합하는 스쿼시 모임 상대와 자존심 걸고 운동하는 건 기본이고(맨날 지면서 말은 '넌 절대 날 못 이겨'), 경조사 가는 것, 집과 차, 직장과 친교의 대상, 옷, 속옷은 글쎄, 친밀한 동네 주민과의 사교, 단골 술집의 외상값 연기하기, 거래처 직원과 협상하기, 전 여친이 있다면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교제나 안부 인사 정도 주고받기가 된다면 그것은 물론이요 인터넷 계정과 소셜 네트워크 활동까지 모두 바꾸는 정도의 섬세한 난위도를 기준으로 이 놀이를 즐기기로 했다. 역할 바꾸기, 영혼 체인지가 아닌. 그 정도는 되야 어디다 명함을 내밀고, 나중 웃고 떠들고 기쁘게 회상할 수 있다. 어디다 알릴 수 있단 말이다. 거의 환상의 발치를 더듬어 봤다, 이런 흥미로운 이색적인 기분을 경험할 줄은 미처 몰랐네, 오~아! 사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 망아적인 열락에 빠져들어 젓 먹던 힘을 다해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즐겁게 현재의 경험을 기쁘게 체험하기로 했다. 그래서 각자 집에 붙임쪽지─포스트잇─으로 주의 사항을 붙여놓고, 그것이 정리된 공책도 놔두고, 비상시에 연락도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로 뜻을 모으고 만반의 시작 직전 상태가 되었다. 자, 곧바로 시작되었다.
   먼저 제임스는 조니의 소셜 네트워크를 관리해야 한다. 그의 사적 계정이 있지만 그는 요즘 공적 계정으로 말도 안 되는 글을 남기는데 빠져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는 지금까지 싸워서 져 본 적인 단 한 번도 없다. 예전에 마음 먹고 꼬시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가 없다고 후회했던 적이 있다 없다, 있다. 나는 아무래도 진짜 텐미닛인 것 같다, 정말이다. 그리고 아직도 쟁쟁한 현역이다. 저는 지금껏 술 마시고 취한 적인 한 번도 없어요. 저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쳐다보듯 한답니다. 또 (스핑크스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제가 요즘 취미로 키우고 있는 고양이입니다, 또 (피라미드 사진을 같이 올려서) 요즘 해변가에서 모래성 쌓는 재미로 사네요, (고대 유적 사진과 함께) 피규어들 땅 속에 묻어놨는데 누가 발견했네요;;, (집 마당 잔디 옆에 동전 몇 개 던져서 흙에 뒤섞인 사진과 함께) 정글 탐험 중 고대 은화를 발견했습니다 정밀 감식 전이지만 대략 1200년대 초중반으로 보이며 귀족들이 주로 사용한 듯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와 함께) 작업실 제자에게 공부하랬더니 그새 또 낙서나 하며 딴전 피웁니다...... 대략 이 정도다. 물론 몇 개는 따라하고, 창의적인 거 새로 올리고 그러다 말았다. 마지막 말은 이랬다. 오, 이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인터넷에 한참 떠돌던 그게 이건가? 걔가 얘야? 저런! 아, 조니가 요즘 심심한가 보구나. 관심 좀 가져야겠어. 얘가 뭘 좋아하지? 뭘 할 때 기뻐하드라? 
   조니는 또 집에 있을 때면 실내장식용 조명을 켜두는 것처럼 자기가 예전에 찍었던 동기부여 영상을 항상 틀어놓는다. 동영상 완성도가 떨어지게 조니 얼굴만 제임스로 바꿀 필요도 없었다. 초정밀 마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사는 곳도 바꾸고 생활도 바꾸고 거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저 영상은 아직 비디오테이프가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기 전에 만들었던 것으로 아마도 빛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를 잘 만났다면 TV 홈쇼핑이랑 웹사이트에서 막 기가 막히게 엄청 팔렸을 텐데. 큰 돈은 못 벌었더라도 허랑방탕한 삶은 살지 않았으니 그냥 그걸로 된 거다.
   그는 일단 구경할 게 워낙 많고 모두 생소하고 처음 보는 것들이라 그걸 구경하는 것만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래서 나를 제외한 환경 뿐만 아니라 <나>까지 바뀌었다는 묘한 착각과 신비스러운 최면감과 부작용이 비물질적으로 적을 듯한 환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래서 낯선 여행지에 가면 어때야 한다는 계획이나 선입견도 없었고, 무엇을 볼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살까? 무엇을 할까? 에 대한 호기심이 썩 자아를 잠식하지 않는 어떤 그래프의 진행 상황이 보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뭐랄까 무척 즐거웠던 과거의 기억 하나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런 게 아닐까?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누나가 학교 갔을 때 나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누나 책상 서랍을 열고 그 세계를 탐색하는 동심 같은 거.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프라하의 연인은 누구인지, 새로운 인생의 낭만은 어디에 숨어 있을지, 마리오네트가 무슨 뜻인지, 기분이 아련해지는 야경을 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조니를 흠모하는 괴짜 예술 애호가를 (조니의 행색을 하고서 조니가 되어서)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당연히 조니가 지금쯤 내 컴퓨터를 탐색하고 있을 텐데, 이상한 파일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바꿔서 살아 보니 나는 조금 흡족해 하고 있지만 녀석은 아주 죽상을 하고 있겠구나 하는 동정심은 아직 겉으로 표출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이래 가지고 언제 소설 쓰고, 언제 유명해지고, 언제 돈을 벌겠다는 거야? 자식, 한심하기는. 안 되겠다.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물려주든가 해야겠네. 실언증! 그걸 운영하면 상상력이 자극 받고 감성이 풍만해지고 창조성이 탄력받아서 역작을  하나 쓰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이야~ 조니는 지금쯤 제임스의 중고차를 타고서 어딘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까? 뭐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지금 제임스가 정신 못 차리고 조니의 새 차, 콰트로포르테에서 최신형 파나메라로 바꿈, 그분의 이름과 성이 있는데 그분은 여자고 다이애나라고 불러야 한다고 책상 한쪽에 메모장이 알려줌, 다이애나와 막다른 사랑에 빠져버려 다른 생각을 못하고 있다. 그렇게 약 2.5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월요일 아침. 뒷북 때릴 일은 없고 걱정만 있다. 무슨 걱정이냐 하면 그건 바로 강의 내용 준비다. 그 때문에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리버리 하고 있다. 조니는 근처 어느 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특별 강사로 어느 기간 동안 출강을 하는데 오늘은 바로 그날이다. 조니 일정 수첩과 공책에 깨알 같이 어떻게 하면 된다고 다 나와 있지만 어설프게 생활 연기를 할 수도 없고, 학생들 앞에 서서 떨면 어떡하지? 바지에 오줌이라도 저린다면? 조니가 착착 쌓아올린 권위와 선망과 존경 그 공든 탑을 와장창 깨트리면 어떡하지? 갑자기 블랙 아웃 현상 때문에 무턱대고 녀석들에게 너네가 메소드 연기를 아냐고 거들먹거릴 수도 없고, 수업하다가 걸려온 광고 전화를 넙죽 받아서 이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 알파치노 왠 일이야? 뭐? 드 니로가 연락이 안 된다고? 웬걸~ 이 친구 건망증은! 저번에 디카프리오랑 톰 하디랑 후배들 만났을 때 모두 니콜슨네 별장에 놀러간다고 한 거 기억 안 나? 거기 쥬라기 공원 아직 개장 전이라 전화가 잘 안 터지나봐!" 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물론 강의하다가 누구 가슴이 가장 큰지 그것만 살펴보다가 조니가 결국은 실직하게 되고, 평판에 먹칠을 하면 어쩌나 하는 웬 이상한 생각도 했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정말 강의실 제일 앞줄에 막 딱 막 그런 친구들만 쭈르륵 앉는다면 그건, 음, 그건 대책이 안 서는 일일 것이다. 상당히 애매한 일이니까. 대놓고 좋아할 수도 없고, 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강의만 한다는 것도 숙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말이다. 그러다 시간이 되고, 가슴은 콩닥거리고, 때 이른 자책감은 쾅쾅 풍악을 울려대고, 실망할 예술학도들의 얼굴들이 상상되어 미래의 명연기자들의 망가진 표정이 떠올라 딱 황량하고, 막 거리의 행복한 여자를 구경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로 벌써 명강의 채비의 반의 반도 준비하지 못하고서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날 그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꿈을 2개 꾸었다. 첫 번째는 옷가게에서 구경만하다 괜히 다 입어 보고 뭔가 부족하여 옷을 구입하지 않고 역시 비싼 옷 하나가 낫다면서 아쉬워 하다 괜히 기분만 흐릿해지는 찜찜한 진짜 같은 꿈이었다. 두 번째는 꿈에서 누군가 자길 미행한다는 느낌에 마음이 들떠 그만큼 젊어진 것 같아서 그걸로 어떤 퉁명스런 개꿈의 상념은 그냥 퉁치기로 했다.
   와, 여기는 강의실이다. 꾸벅꾸벅 졸지만 않으면 다행이란 각오로 입을 앙다물고 강단에 섰다. 멋쩍게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녀석들이 온갖 인사말과 캔 커피와 꽃다발을 선사하고,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눈치를 보니 이미 조니가 미리 선수친 것 같았다. 100% 확신은 못하겠지만 이 친구들의 인성을 보아하니 그가 이미 모든 내공을 전수해준 듯 하고, 불현듯 학생들이 막 이렇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G7번 좌석에 앉은 빠마 머리 복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우리 조니 교수님 얼굴만 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져버려, 어쩜 좋니? U6번에서, 아울러 난 저분 얼굴만 뵈어도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다니까. E5번은 그동안 조니 교수님 강의를 잘 배우고 공부했드니 자다가도 떡이 생기더라. S4, 어머 뭐래니 뭐래니 조니 교수님 회춘하시나 보다 오오 저 잔근육 좀 봐봐 오 섬세해 섬세해 멋져 멋져 으아 으아. S3는 마지막으로 정점을 찍는다. 여자들은 초콜릿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연기지망생들의 로망은 볼펜도 조니, 꽃도 조니, 가방도 조니, 힙합도 조니, 파운데이션도 조니, 포춘텔러도 조니야 어련하실까 두 말하면 잔소리지! 이랬다. 그리고 조니의 가면을 쓴 제임스가 도저히 심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강의가 힘들다고 말하려던 찰나 제일 앞 줄에 앉은 과-대표로 보이는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 오늘은 프랭크가 발표할 차례에요." 곧바로 왠지 모르게 프랭크처럼 생긴 듯한 프랭크 말고 다른 이름은 하나도 어울리지 않을 듯한 반듯하게 생긴 청년이 앞으로 나와서 뭘 발표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자-자~연스럽게 슥 구석에 있는 의자로 가서 앉고 책상에 엎드려 뭘 적는 척 한다. 수업은 이렇게 끝났다. 이걸 간땡이가 부은 느낌이라고 표현해도 된다면 그는 그런 엇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곧 주체할 수 없는 뭔가 젊음을 사랑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정신을 한동안 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조니가 된 제임스는 강의를 마치고 교수 휴게실에서 또 한 번의 이상한 경험을 한다. 저번에 썼던 습작 소설에 기록했던 독자의 선험? 나중 행위와 필자의 의식의 흐름, 무엇이 나오면 다음에 무엇을 쓰게 될 것이다, 그 경험을 다시 겪게 됐다. 그는 청색 표지의 시집을 읽다가 시어에서 <구겨진 낭만>이 눈에 띄여 그 문구에 <13월>을 더해서 수첩에 기록했다. 마법 학교에서 불온시하는 문학 수첩에. 곧이어 그는 읽고 있던 시집을 한 장 넘겼다. 그랬드니 다음 장에 나오는 시의 제목은 글쎄나, <13월의 예감>이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이래도... 될까? 사막에서 모래가 혼자 이동하거나 파란 피를 가진 동물이 발견되는 일도 아닌데 참 어이없게도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후자 시의 1행은 '나는 조용히 미쳐가고 있었다' 이고, 마지막 행은 이랬다. 조용히 미쳐가고 있다, 나는. 그는 기분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걸까? 그는 타닥타닥 튀겨지는 팝콘이나 주인없는 강아지가 된 것 같은 심정에 가까웠을 것이다. 또 어쩌면 드라마 퀸이 된 듯한 착각도 조금. 때문에 조니로 변장한 그는 기분이 별로라는 얘기다. 잠깐 주춤한 거다. 아테네를 처음 방문하는 로마인의 심정은... 아마 이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럼. 아테네? 서양 문명의 크나큰 두가지 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인데 그쪽 경제가 좀 어떻다고 하는 게 흠 좀 그렇다. 누구나 그래. 너가 갑자기 때부자가 됐다고 쳐. 그렇게 가정해 봅시다, 한번 상상해 보자고요. 벼락부자, 복권당첨이든 어쩌든. 이사를 가. 동네 주민 99%가 가난하고 너만 달랑 혼자 부자인 곳으로 갈꺼야 아니면 형편이 비등비등하고 말도 잘 통하고 전체적으로 품격 높은 동네로 갈꺼야? 동네 평균 시세와 수준에 일조하는 집 1과 집 2, 집 3을 도시 이름이나 행정 구역이나 나라명과 친구 이름 그리고 오늘 거리에서 마주치는 쉽게 얼굴을 잊어버리는 타인으로 바꿔도 썩 어색하지 않다는 거(다만 뭔가 비슷하게 어울리고 어떤 이질적인 차이 때문에 때때로 끼리끼리 놀고 사전에 오해를 줄이는 행동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해야겠지. 그런 오해는 누구의 잘잘못도 아닌 전혀 엉뚱한 요인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나비의 날갯짓도, 깃발의 펄럭임조차 하나의 촛불을 끄고 검은 마음의 불씨를 당길 수도 있으니까). 반대로 우리집에 비해서 형편이 궁색하기 때문인지 앞 집과 뒷 집은 왕래가 전무하고 옆 집 1은 힘들고 옆 집 2는 어렵고 어렵다가 이사갔는데 새로온 옆 집 2에 사는 사람은 어 음 완전 무섭다? 웃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최소한 그것마저 거부한다 그래서 통 인사 하기에도 어색한 게 나을까, 아니면 동네 전체 수준이 그런대로 비슷비슷하거나 좀 근검해도 예술가도 있고 학자도 있고 코메디언을 꿈꾸다가 미끄러진 그냥 좀 재밌거나 썰렁한 개그만 추구하는 주민이라도 있는 것이 더 나을까. 사둔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말도 있지만 사둔이 친구라면 만났을 때 친구가 커피 사고, 밥 사고, 술 사고, NC 비용도 대고, 솔직히 좋은 점이 더 많아, 그런다니까. 전문용어로 기대비용이라고도 하지. 맞나? 혹시 틀렸다면 넘어가. 아~ 저런~ 친구들 만나봐야 하나~같이 못 살고 비리비리하고 그런 것 보다는. 설령 그렇더라도 대체로 비리비리하더라도 만나면 옛날로 돌아가서 웃고 떠들고 반갑겠지만. 더 여유있는 친구 그 녀석이 뭐 꽉 막힌 얼간이에다가 진짜 여자들이 하나같이 손꼽는 그런 밉상 타입도 아닐 것이고, 어디가서 나 누구 친구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야. 걔가 내 평판 평균값에 한 부분이니까. 흐흠, 음 그런 거 그러라니까. 뭐가 그거야? 뭐가 그거야? 뭔 소리를 하고 있어? 왜, 삼천포? 응. 아테네에서는 NC 웨이터 이름도 에르메스라던데, 발에 채는 게 그렇다는데... 호들갑은 이쯤에서. 
   한편 제임스가 된 조니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얘는 뭐 약속도 없고, 일정도 없고, 집에서도 책만 보고 인터넷만 하고, 어쩌다 영화 보고, 서점 가고, 그게 다다. 자주 가는 단골 카페도 찾아가 보니까 주인이 한달간 사정상 쉰다고 씌여 있다. 단골 술집도 아예 없다. 또 가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셔야 한다는 거다. 집 잔디밭에는 뭔 뭔 들개들이 와서 똥을 엄청 싸놨다. 하필이면 왜 여기서 영역표시를... 길고양이들은 또 뭔 생쥐 시체를 물어다가 선물인 것처럼 대문 앞에 떡하니 놓아 놨다. 전에 제임스가 걔네들에게 잘 대해준 데 대한 보답인가? 알 게 뭐야. 수영장에는 물 대신 드라이진이 가득 담겼다. 그는 이거 원 말을 말아야지, 누가 이 게임 하자고 한 거야, 난 안 한다고 말 할려다가 기회를 놓쳤어, 이런 젠장~ 그러고 있다. 어쩌다 한번 친구들을 만난다기에 그곳으로 갔다. 어디 촌구석 로데오 거리였다. 친구 1은 인성씨를 닮았고, 친구 2는 메시를 닮았다는 글을 포스트잇에서 읽었는데... 누굴, 닮어? 만나서 인사하고 스스럼없이 진짜 날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하고 있을 때 나는 뭐야, 하나도 안 닮았자나 하면서 한 대 때릴 뻔 했다. (쌍)욕이 나올 뻔 했는데 겨우 참았다. 걔는 왜 친구 별명을 그렇게 지어가지고 날, 제임스로 변장한 조니를 이렇게 난처하게 만드는지 꼭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얘네들 술도 못 마시면서 만나면 술만 마신다. 또 금방 혀 꼬여. 그러는 중에도 늬가 적게 마셨네 똑같이 마셔야지 밑잔 좀 그만 깔아라 적당히 해라 등등등. 그러면서 아~ 얘네들이랑 같이 술 못 마시겠네 그런다. 술 마시다 그런 애기도 한다. 옛날에 누가 술 먹다 도망갔는데 어떻게 어떻게 다시 집에 누가 들어왔다가 나가고 또 다른 누가 들어왔다가 나가고 그러면서 누구 집에다가 술 안주를 엎질렀네 아니네 너네 누구네 그러면서 뭔 말도 안 되는 말싸움이나 하고 완전 초딩들이라서 같이 노는 게 고역이고 혀를 차게 만들었다. 얘네들 내가 조니인 거 알고 특수 가면을 벗으면 깜짝 놀랄 텐데, 그런 공상만 수없이 하고. <아~하 이거 꼭 내 자랑 같아서 내 입으로 말 안 할라 했는데~ 사실은 알아야 하니까~ 진의는 아셔야 하는 것 같아서~ 또 사람이 우낀 얘기만 할 수는 없으니, 그런데 이런 얘기를 여기서 내가 내 입으로 자랑스럽게 한다는 게, 아니 이러면~, 내가 솔직히 말씀 드릴께요. 이런 얘기 내가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얘기를 TV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하면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들썩들썩, 뻥뻥 터지는데 얘들 앞에서 하면 울상에 분위기 험해지고 슬슬 상황이 안 좋아져서 그는 주로 듣기만 했다. 그러나 그도 실은 사적인 자리에서 보면 이와 똑같았다. 하나도 안 틀리고. 완전 초딩!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다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훨씬 심하다고 보는 게 맞다. 제법 노는 방법에 익숙해지니 (그는) 남자는 본디 이렇게 논다 바로 그 맛이 느껴졌다. 다시 청년시절로 돌아간 듯한 뿌듯함 그런 거. "여자들도 역시 선수들이다. 방식이 교활할 뿐이지"라는 어느 트윗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진입 장벽이 높고 대체제의 위협이 낮은 일반적인 마초 클럽으로 성숙기를 지나 수요 지속만 남은 전형적인 상남자들의 세계란 말이지. 즉 이런 스타일의 친구들이 활약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자랐고, 그분들과 도플갱어인 사람들이 만든 음악을 듣고 외우고 따라부르면서 꿈을 키웠고, 그분들과 똑같이 춤을 흉내내면서 NC에 드나들다 꿈을 포기하거나 수정했고, 정확히 그들과 똑같은 똑같은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그리고 나는 거기에 숟가락 하나 얹어서 자기는, 제임스의 가면을 쓴 조니는 지금의 성과를 이룩했다는 반건조된 철학적인 생각마저 하게 됐다. 
   집으로 돌아와서 수첩을 보니 제임스가 소설 쓰기와 관련된다면 뭘 해도 좋다는 밑줄 그어진 글을 보고 그는 인근에 있는 첼로 교습소에 등록했다. 한달도 아니고 여섯 달 짜리로. 강사가 지성미와 미모를 겸비해서 재고할 가치도 없고 검토할 필요도 없이 등록했다. 그런데 악기 배우는 거 생각도 없지만 다음 날 학원에 가 보니 그녀는 없고, 웬 가죽잠바를 입으신 UFC 스타일 아저씨만 계셨다. 그녀는 후배였고 어제 놀러온 것이었고, 다시 안 온단다. 그는 괜히 6개월로 등록했네 후회했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는 거기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다시 제임스의 생활로 돌아와서 조니가 된 제임스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언뜻 떠올려봤지만 딱히 상상히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제임스의 생활 그 가운데 주업 소설 쓰기로 돌아왔다. 녀석이 남긴 글에는 그분이 오셔야지 그래야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그는 도대체 그분이 누구인지, 착상인지, 작전 전달자인지, 코발트 블루 팬티를 입아야 하는 어떤 요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감을 못 잡았던 것이다. 다른 건 다 꽤 친절하고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지만 유독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상징적이고 난해하여 눈 감고 새끼발가락을 쓰다듬고 더듬은 그것이 코끼리 뒷다리라는 것을 알아맞추라는 식이었다. 맙소사, 나 보고 어쩌라고! 뭐 일단 기다리지, 그도 예전의 그와 똑같이 행동하게 되었다. 다만 그가 남겨놓은 지침, 음악을 듣게 된다면 무조건 몇 대 몇 대 몇 장르 비율로 고전음악만 듣는다, 지령은 또 이랬다. 소설의 문체를 위하여 1주일에 적어도 1번은 햄버거 가게에 가서 햄버거를 먹을 것. 배달은 안됨. 햄버거는 제일 고급품을 선택할 것. 그런데 달력을 보니 연중 특별 시즌으로 1주일이 꼭 축제 기간처럼 햄버거 문체 탄생 기념이라고 해서 1주일 내내 햄버거만 먹으라고 나와 있었다. 아 놔 이런 뭐여 이거! 투덜거렸지만 그는 군말없이 그렇게 했다. 어설프게 타인으로 살아보기가 아닌 진정한 환상, 환희, 새로움, 격조를 원했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렇게 햄버거를 자주 먹다 보니 햄버거를 바닥에 한 번은 "이런 삐─ 아 증말 나 이런 이거 못해먹겠네~" 그러면서 집어던지거나 지겹고 물리고, 시내에서 낮에 아니 밤에 골목길에서 노상방뇨를 할 때에도 거기, 햄버거 가게를 향해서는 한동안 오줌도 누지 않아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정상인데, 원래 순서가 그래야 하는데 이상하게, 진짜 이상하게 그 반대로 점점, 차츰차츰 햄버거가 예뻐보이고 햄버거가 더 더욱 맛있어지는 것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수준은 올라가고 멈추지 않았으며 햄버거 문체 탄생 축제 기간도 끝났다. 원래대로라면 뻑하면 햄버거, 걸핏하면 햄버거, 미친 햄버거, 삐─삐─ 햄버거, 사람 환장하겠구만 그래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은 하루라도 햄버거를 먹지 않으면 몸살이 나게 되고, 하루라도 햄버거 가게 앞을 지나가지 않으면 발바닥에 가시가 박힌다든지 물을 마셔도 코로 넘어온다든지, 매일 햄버거를 먹다가 어쩌다 하루 햄버거 먹기를 거르게 되면 앓아누워서 의식이 있을 때도 햄버거, 잠을 조용히 자도 햄버거, 잠꼬대를 해도 햄버거, 앉으나 서나 야한 상상을 하거나 야하지 않은 상상 중이거나 오로지 오직 햄버거 생각뿐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완전 중증이다. 중독 중의 중독. 병은 병인데 연구하는 의사나 학자도 없고 학계에 보고된 적이 한 번도 없는 불치병이다. 그는 햄버거와 친해진 것일까? 급작스럽게 우정이 불붙었다고 해도 될까? 이건... 아무래도... 사랑과 비슷한 거 아닌가? 그러면 이건 상사병? 햄버거와 인간이? 햄버거와 햄버거도 아니고 인간 대 인간도 아닌 햄버거와 인간이? 정말? 진짜로? 그게 가능해? 오~ 웃긴 신이시여! 이 상황에 가장 적합한 말은? 오 믿을 수 없어! 말도 안 돼! 그러나 SF 영화가 아니야. 하지만 드라마 장르가 판타지도 아니라구. 그렇다고 어설픈 추리소설도 당연히 아니지. 왜 하필 그 인연이 지금 여기에! 운명인가 아니면 숙명? 또는 숙적? 이런, 젠장! 뭔 말이 되는 일이어야 긴가민가 의심이라도 하고 계산이라도 해 보지 그러나 사실인데 이걸 어쩌나, 아아! 아니 이 사람이... 이 양반이 이거... 정신이 나갔나? 살다 살다 별 희한한, 별 개가 망아지도 아니고 개가 풀 엄~청 뜯어먹는 일을 다 보겠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좌우간 도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라고 바깥으로 향한 어떤 격정과도 같은 감정의 울렁임이 내면에 그 중간 어디쯤의 끝자락에서 가녀리게 풋사과를 닮은 호감이 변모된 다정한 사랑인 것 마냥 떨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시작했네!) 소설 쓰기와 햄버거 먹는 게 뭔 상관이야? 번화가에 가서 햄버거를 먹으면 글이 잘 써지나? 그렇다면 아예 가게를 하나 차리시지 그래. 그럼 최고의 권위와 품격이 있는 문학상을 받았던 위인들은 모두 죄다 햄버거 브랜드 회장에 대주주, 어쩌다 한 번쯤 햄버거 광고 모델 매니저뿐이겠네. 그러면서 그는 안 되겠다 제임스가 염원하고 간절히 바라며 애타게 꿈꾸는 소설 쓰기, 그 위업을 내가 대신 이루어주자 라면서 젊음의 기운이 넘실거리면서 미모의 청춘남녀들로 득실대는 어느 또 다른 유명 햄버거 가게를 찾아갔다. 왜냐하면 그 음식을 먹으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가 써놓은 소설을 읽어보니 장소의 이동에 대해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랬기 때문이다. 거기서 2층,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창문 옆, 위치는 멋쟁이들을 직시할 수 있는 최고의 최적의 좌석에 앉아 글을 쓸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노트북을 안 가져왔다. 이런 젠장~ 뭐시여! 그래서 그는 최신 유행 음악을 들으며 햄버거를 햄버거 광고 모델보다 더 맛나게 씹어 먹으면서 경마장에서 앞에 가는 동료의 뒷꽁무니와 말벅지와 말 꼬리와 흙먼지를 뒤쫓는 실력이 변변치 못한 경마 인생의 내르막길에 접어드는 경주마가 된 듯한 슬픈 착각에 빠져들었다. 히잉히잉! 그의 이름은 아내는 아무 것도 모른다? 뭔가 새파랗고 호젓한 기분? 이건 뭘까 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그러나 알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는 어느 만큼 친밀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건 무엇이냐면 누군가가 자기가 바라는 이상에 접근하고 싶으면 비슷한 전문가처럼 생활하고, 1~2세기 전에 살았던 현자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미래의 꿈을 이룬 자신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일단은 일평생 한 개의 직장에서 뼈 빠지게 성실히 일하는 월급쟁이처럼 그렇게 살면서 우선은 성실히 하루 몇 시간, 주 최소 몇 시간 노동, 합이 평생 몇 개의 작품 그래야지만 명작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다. 단 자기에게 알맞는 제대로 된 분야와 거기에 적당한 자질이 동시에 맞아떨어진다면. BMW가 아니라 BWV(바흐 작품 번호), K(쾨헬번호) 그리고 미술과 문학등 그 예는 새고 샜다. 그런 말 들어보셨나? 카페 피카소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정보란 없다, 못 구하는 물건도 없다. 금시초문이시다? 사장님, 너무 순박하시다. 정보원을 바꾸던가 마누라는 안 되고, 추구하는 장르나 사조를 바꿔보시길 바란다. 보통 전문가가 아닌 어른들은 자라는 새싹들에게 그런 식으로 권고한다. 그래 누구나 알고 모두 인정하며 좋고 또 좋은 얘기다. 인문교양 분야에서 언제 어디서나 강의 내용으로 지겹게 나오고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다. 언제까지나 돌림노래로 들어도 부족하고 때론 새로운 기분마저 느껴지는 당연한 말! 그래, 다 좋다. 다 좋단 말이야. 그런데, 그분은, 언제 도대체 언제 오시냐고? 어? 엉? 그게 문제다. 그게 문제라고. 세상에서 사람은 두가지로 나뉜다. 천재와 범인. 천재는 또 둘로 나뉜다. 아인슈타인과와 평범한 천재과. 그 분야만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비즈니스 IT, 통신, 기기 등등 그런 쪽으로 직업을 가져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인문서적을 한 권 읽었을 때 그런 심정이 드는가 안 드는가, 그것이 <책을 잘 썼냐 그냥 범작이냐>와 살짝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픽션이 아닌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이니까. (장소가 바뀌면 돌연 사라질 3분 즉석요리 같은) 동기만 부여하고 슥 빠지면 나 어떡해 하겠지만, 일반론은 그렇다. 하여튼 이 때문에 그래서 제임스로 살고 있는 조니는 난장판이 되든 어쩌든 뭔가 영감이라고 부를 수 있든 말든 떠오르는 소설 쓰기와 관련된 생각들을 모두 공책에 기록해놓고 나중 제임스 알아서 하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산문이라고 하기엔 애들 장난 같지만 그래도 혹시 거기서 영감을 얻고 그걸 다듬어 시를 쓸지도 모르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일단 그는 소소한 생각의 편린들을 기록은 했다. 그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이렇다. 이미 수준 떨어진다고는 했으니 품위가 떨어진다는 반론은 이제 감면 받았고, 어디 연습장에나 끄적거릴 정도인가 아닌가 확인하자면 이렇다. <1번, 삼분 남짓 짜리 사랑 노래에 사랑이란 낱말이 몇 번 나오나, 아조 엄~청 많이 나와 말도 마셔, 마치 그런 노래. 2번, 뉴스에서 오늘 브로콜리가 몸에 좋다고 하면 다음날 식품점에 브로콜리 절판되고, 항간에 뭐가 유행한다고 하면 관련주 입도선매로 모자라 뜬금없이 (간판만) 경제연구소 소장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 어느 단편에 햄버거라는 단어가 유난히 부쩍 반복되는 건 1번이 2번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증거일까? 증거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시선을 돌려 완전 살판난 조니 마스크를 관찰해보자. 살살 웃고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아주 살맛났구만 살맛났어 녀석. 이런 말 해서 좀 그렇지만 대관절 전에는 얼마나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고 고행을 했던 거야? 좀 여유 있거나 형편이 그만그만하거나 삶의 자세나 마음가짐과 형식은 일장일단이 있고, 주어진 여건에서 즐겁게 살면 그만이고, 뭔가 현실과 다른 이상을 꿈꾸거나 몽상한다는 건 매한가지인데 너무 드러내놓고 좋아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마스크를 쓴 인물의 본색을 아는 사람이라면 철가면을 쓴 색마 그 장본인은 지금 그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는 것으로 볼까? 그럭저럭... 맞나 안 맞나? 뭐 좀 아시는 게 있으면 이러지 않으실런지... 제발이지 좀 채신머리 있게 품위를 잃지 말고 항상 단정한 몸가짐을 염두할 것이지 이게 뭐하는 소행인가. 그러나 크게 모난 구석없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짜여진 기존 조니의 생활 양식에 흠결이 가지 않도록 상당히 잘 살고 있었다. 용태도 그만하면 됐고. 환부가 완쾌된 것처럼 아팠던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고. 누가 보면 아 저분은 역시 초심을 잃지 않는구나, 내가 소원이 있다면 정말 스스로 정신 건강 때문에라도 제발 그분의 거만한 모습을 꼭 한 번 보고 싶다, 꼭 이럴 것 같았다. 물론 행여나 그런 오점을 보인다면 세간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가 정신이 나갔구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안 그럴 수도 있고. 팬이 딱 0명이 아니라 최소 1명 이상이라면 말이다. 마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꽤 정확히 그리고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조니의 생활에 싫증났다면 인생에 싫증난 것이다.
   하지만 썩 무시할 수 없는 단점 하나 때문에 그, 조니가 된 제임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졌다. 조니의 친구로 치면 베테랑 영화배우, 전 섹스 피스톨즈 멤버, 이름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만약 당신과 개인적 친분이 뜻하지 않게 생겨버렸다고 해도 크게 기분 나빠하지 않을 듯한 인생을 살아온 전직 정치인, 미술관 관장, 다큐멘터리 감독, 유명 축구선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대륙을 건너온 유명인이요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던 전설적인 예술가의 딸이나 아들이었다. 평범한 회사원 친구, 가 드물었다. 있어도 서로 사느라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는 어찌됐든간에 조니 스케쥴  수첩에 적혀진 레벨 3이라 불리는 장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자가 듣기에 사족을 못 쓰는 말, 남자가 보면 꼭지가 도는 환영, 고양이는 장소, 강아지는 사람, 시냇물은 졸졸졸 그러나 레벨 몇인가 거기 알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네, 별 것 없구먼 그럴 수 있지만 그 위치에서는 이상하게 변태스럽게 그런 게 궁금하고 알고 싶고 애정이 마구 샘솟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침 어쩌다 마주치는 폐가처럼. 들어가지 마시오? 어, 안에 뭐가 있길래! 양쪽 여닫이 문의 손잡이 왼쪽은 사용가능, 오른쪽은 사용금지, 그런데 열 수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오른쪽을 슥 아니 확 열려다 문에 코나 안경을 부딛힐 뻔한 것처럼 현실감이 부족한 것 같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애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동심이요 그것의 동요인 것 같다.
   제임스가 된 조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몰라도 즉 거기까지 마음의 여력이 닫지 않는 조니가 된 제임스는 뜬금없이 그 제 3의 뭐드라 아, 제 3이라 불리는 장소에 집착하고 막 서랍을 뒤지고 비밀 문서를 찾고 뭔가 비밀을 캐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왜냐하면 조니 정도 되면 인생 자체가 예술이고, 손만 까딱 해도 부동산과 팬심과 매스컴이 들썩거리고, 그야말로 숨겨진 어떤 뭔가가 없을 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타인으로 살아보기 놀이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친구들이 정말 최후의 보루, 19세 금지 무엇까지 바꾼 것은 아니었다. (내 마누라) 늬가 데리고 살래? 는 농담으로 그쳐야지 안 그럼 푸르른 꿈을 꾸실 볼이 토실토실하거나 막 화장을 시작하시는 소년·소녀가 좋아하는 명작 판타지 아류 그 근방에도 머물지 못하게 된다. 사춘기, 몽정기 청소년이 무관심한 척 하면서 오히려 눈 똥그래져가지고 더 달려들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고품격 환상 소설이라는 목표를 뒤집을 수는 없다. 그거 말 되는군!
   비데 안쪽, 천장 환풍기 출입구, 비밀 금고(작은 복고풍 금고에 고딕체? 잘 모르는 글씨체로 비밀이라고 씌여 있음), 신발장 위, 창고 구석지, 데스크탑 컴퓨터 본체 내부, 전화기 바닥 등을 샅샅이 살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러나 뭔지 모르는 분위기, 웅웅 거리는 소리, 더빙된 영화 CD 같은 장식물들이 왠지 사용했던 것이라기 보다는 급하게 일부러 무대 세팅을 위해 어딘가에서 구해 가져다 놓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집안의 전력선과 인터넷선도 살펴보다가 조니 집 후문에서 조금 떨어진 별채에 특수 사무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개 발자국과 커피 자국도 거길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 뭔가 있다니까~ 이거야~ 이거였어~ 하면서 조니 탈을 쓴 제임스는 신이 났다. 오라~ 여기가 바로 조니의 특급 개인 집무실이로구나. 여기가 천혜의 작업실이요 모든 동심을 끌어모으는 마법의 초콜릿 공장이라구. 사람이 어떻게 맨정신으로만 살아? 어찌 동심의 세계 그곳에서 영원한 군주로 군림하면서 술 한잔도 안 마시고, 초딩놀이만 하고, 건전한 사회 생활만 할 수 있단 말인가! 업계 최고의 거성이고, 소시민이고 할 거 없이 사랑과 유희와 환락과 놀이와 유흥과 적당한 오락과 수줍은 취미 생활과 건강한 성적 관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그건 로보트다. 그는 바로 연구실에 들어가지 않고, 실크로 된 선홍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심호흡을 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오, 멋져! 아, 여기는 자기만의 공간이로구나! 아름다워라! 그러면서. 그러면서? 그러면서······로 짧게 끝내버릴 동요된 감정이 절대 아니다. 그러면 무척 서운한 일이다. 어디 그런 무례한 예법이 다 있나. 오, 이곳은 혼자만의 세계야! 외적 자아의 뒤안에 있는 몇 번 방이고, 그 안에는 골프채든 게임기든 만화책 몇십만 권이든 일반인이 만든 동영상 몇 트럭이든 낚시대던 유별난 복장이든 그 뭐든 뭔가 모종의 자기만의 또 다른 배역이 있는 장소라고! 사람은 누구나 그런 이상을 꿈꾸거나 적어도 모르지는 않는 법이거든! 사물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이든 남에게 말 할 수 없는 자기만의 일기장, 모든 것을 기록하는 블로그, 모든 속내를 털어놓는 우정 그런 것들 그런 뭔가 어떤 무형의 소망 같은 거! 저번에는 쫄딱 망했지만 기필코 남은 인생 언젠가 어느 때에 한번은 확 말아먹든 파리만 날리든 어쩌든 영화를 다시 한 편 더 꼭 찍고야 말겠다, 전재산...은 좀 그렇고 반재산을 걸어서라도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 다시 지난 영광을 새록새록 되살려내는 새 앨범을 꼭 반드시 내고야 말겠다, 이것도 저것도 이도저도 다 아니라면 진정 내가 바라는 것은 행복이고 낭만이고 신비고 기쁨이고 다 모르겠고 나는 그저 오늘 하루 즐겁고 재밌고 보람차고 그렇게 나는 딱 하루하루만 거기에만 집중하겠다, 이 책 저 책 이 사람 저 사람 수많은 얘기들 듣고 휘둘려서 정신없다 예술가의 자존감만 생각하겄다, 지금은 혹 부끄러울지라도 내 길만 가련다 또는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이 땅과 우주에 좀 더 관심을 가져블겄다, 난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난 정말 뭘 하고 싶어 하는지 그거만이라도 알아내고 싶어라······ 이와 같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감정의 일렁임으로 똘똘 뭉친 꽃밭에서 장미꽃과 튤립과 보라색 꽃과 주홍빛 꽃과 팬지와 세네라리아와 이따금 부케까지 꽃밭에 우연히 놓여진 부 - 케까지 쪽쪽 향기를 맡고 다니는 꿀벌의 혼동과 환영, 어떤 꽃으로 갈지 어떤 꽃부터 입을 맞출지 어떤 꽃은 나중 언제 사뿐히 그 처소에 머무를지 아 생각만 해도 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는 지식노동자로 살아왔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난 꼭 한 번 세일즈맨이 되보고 싶었어 차를 팔던 보험을 팔던 약을 팔던지(세일즈맨이 지식노동자가 아니란 말이 아니라... 금발에 젊고 몸매 좋고 얼굴 반반하고 도도한데 상냥하지는 않고 새침하면 멍청하거나 요리 못할거라는 선입견처럼... 세일즈맨 친구에게 지식노동에 대해 어떤 전문용어를 섞어서 도가 지나치게 얘기하면 뚜껑이 슬금슬금 돌아갈 것이다), 난 지금 생활에 더없이 만족하지만 자기 공간 없어도 괜찮지만 내 시간을 갖고 싶어 딱 하루 30분이라도, 그이가 하루 10분만 집안일을 잘 도와주면 좋을텐데, 중전에게 회사에서 일하는 그녀 책상 위에 놓으라고 선인장을 사줘야지 아니다 꽃무늬 원피스를 하나 선물해야지 일부러 촌스런 원피스를 사서 비상금을 챙기고(농담이지만 꼴찌는 장비발이 실력이고 자존심이다) 그녀가 포장을 풀고 나서 옷을 입으면 이렇게 말할꺼야 에이~ 뭐야 이거 살 때는 예뻤는데 완전 형편없잖아~ 이런 뭐야 이거 에이~ 당신 때문에 원피스의 꽃무늬가 초라해 보이자나 아 놔 그건 미처 생각 못했네 실수였어 실수 아하~ 이걸 어떡하나? 어쩌지? 바꿔주라 그럴까? 꽃무늬 없는 걸로? 그래야지, 한달에 딱 하루는 우리 단둘이서 영화보고 외식해야지 등등등. 이를테면 그런 꿈과 공상 음 그런 단꿈들. 그뿐이랴? 그뿐이다. 예컨대 풍문, 밝힐 수 없는 소문의 진상,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끝까지 가지 못했던 열정이나 소박한 삶과 인생에 대한 작은 열망, 잊혀진 바램 그런 거 말이다. 그런데 비밀스런 개인작업실의 발견에 대한 감탄에서 멈추질 않고 그는 서둘러 그 세계를 탐사해 나갔다. 조니라고 겉으로 보이는 그런 인상과 겸손함과 친절함이 다가 아닐 것이다, 그도 이따금 짜증이 나고 화도 낼 줄 알 것이다, 그 인간이라고 야생마의 야성이 숨겨져 있지 않을 리는 없다, 조니도 뭔가 있을 것이다, 없을 턱이 있나 그런 가정 하에 그의 연구실을 통채 들었다 놨다 하며 그는 구석구석 뒤졌드니 드디어 나올 게 나왔다. 올 게 온 것이다. 드디여, 서막이 밝아온다. 
   그것은 겉에 시크릿 뭐라고 라틴어로 적혀 있는 중요한 문서가 들어있을 것만 같은 서류 봉투였다. 봉투를 꺼내서 보니 또 봉투가 있다. 금빛이다. 1급 뭐라고 꼬부랑 고대 그리스어로 씌여 있다. 자, 이제 넌 대체 누구냐 하면서 봉투를 열었다. 그랬더니 절대 열어보지 마시요 라고 씌여 있는 분홍색 리본으로 잠겨진 봉투가 나온다. 심화 학습이다. 이제 고난도다. 쉬운 거 싫어하는 사람 직성을 풀게 만드는 수법임에 틀림없다. 나도 쉽게 간파되기 싫다구 라고 문서가 말하는 듯 하다.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분홍 리본을 풀었드니 봉투 안에서 또 서류 봉투가 나온다. 이제는 슬슬 뚜껑이 열릴려고 한다. 뭐 주문이라도 암송 아니 암송한 주문을 읊으라는 거야? 하면서. 그 봉투의 푸르스름한 리본을 만지자 곧바로 철지난 유행가가 나온다.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모르겠지만 신기하다. 오, 분위기 끝내주는데 하면서 애써 잡은 리본을 놔버리지 않고 싹 풀어버렸다. 그걸 막는 다른 조처는 되어 있지 않았다. 그, 그 봉투 안에는 기념 주화가 하나 들어 있었고, 그것은 은화였으며, AD인가 BC던가 내용을 보아하니 굉장히 오래된 물건 같았다. 기대한 건 반지 하나, 반지 문구는 주문, 그걸 읽으면 마법사든 알라딘의 요술램프든 뭔가가 나타나는 것이었는데... 에잇 좋다 말았네 하면서 그럼 그렇지 서운한 기분을 달래며 눈길을 돌리려 했는데 은화를 잘 보아하니 이건 USB 였다. 아~하 이거구나! 안에 뭔가 있구나. 그러고서 그는 노트북에 그걸 꼽아봤다. 비밀번호는 걸려있지 않았다. 미리 조니가 생체인식 같은 거랑 비밀번호를 다 풀어놨나 보다. 순간 자동적으로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와, 신기하다. 이 이상한 기분, 순전히 꿈만 같았다. 그 안에는 글씨가 빼곡히 적힌 문서 파일과 상당한 금액에 대한 비밀 자금 흐름도가 빼꼼하게 상세히 안내된 파일이 있었다. 거기 적힌 내용은 이러했다.
   왠지 모르게 지금 그는 목이 바싹바싹 타고, 마법 같은 사랑이 느껴졌으며, 변심한 애인과 결딴난 연애, 철없는 연애 그리고 어떤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심상이 떠올랐다. 길흉화복이나 윤리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독자 가운데 일부는 막 그런 상상을 분명 하셨을 것이다. 사진 파일, 동영상 그런 거. 어허! 조니, 조니라니까! 이 양반이 지금 봉투 몇 개를 깠는데 엄한 공상을 하시나······ 뭔가 주위에 인광이 반짝거리는 것만 같다.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지고 알아서는 안 될 사연을 알게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 반 기대 반. 서투르지만 느긋하고 침착하며 원숙한 손놀림과 조심성 적당한 대담한 태도. 그러나 심박수는 상승. 한기는 엄습. 신중함과 긴장감 범벅. 하지만 이런 일 어디 한두 번 겪나 하는 듯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파일을 잘 살펴보니 그 내용은 헉, 어머나 글쎄! 이걸, 이걸, 어찌, 믿으란 말인가······! 덮을까? 뭐, 관두자! 아니야 별 얘기 없잖아! 당연하지! 그 내용은 이랬다.
   저번에 알렉스의 집에서 친구들 얘기할 때 나왔던 말, 스파르타식 예술 창작 아카데미던가 뭔가가 실존한다는 것. 우리들의 친구 닉은 초특급 영화배우라는 것(이건 이미 알고 있는 얘기지만 하나의 주안점은 이랬다. 그가 니콜라스의 삶과 레오나르도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 몇 월 며칠에 신비의 낙원을 찾아 먼저 마크와 알렉스와 케빈이 선발대로 출발한다는 것. 그곳의 이름은 (임시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정한다는 것. 유토피아의 원장은 하워드라는 것. 등등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이런 미친~ 아흐 쪽팔려! 괜찮다면, 좀 상상력을 발휘해도 된다면, 음 이건 에이 이거 소설이잖아. 뭔가 납득이 되야지 믿든 하지. 합당한 근거가 없잖아. 자료가 불확실하고 논리도 빈약해. 그는 노기 어린 실망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가 부글부글 끊는 열 때문에 뒷목을 한 손으로 짚어 고개를 뒤로 젓혔다가를 반복했다. 그런데 날짜도 그렇고 저번에 하워드 말도 매우 진지하면서 애절했어. 나 그거 듣고 꼬박 3일 밤낮을 고민했잖아. 그 말이 정말일까? 날 놀리는 것은 아닐까? 설마 거짓말일려구? 하워드가 얼마나 지성적인 친구인데? 친구들끼리 짜고 장난칠 리도 없잖아? 그러면서. 날개 달린 무희와 나체의 젊은 미모의 일반인도 집 거실에서 봤어, 환영이라고, 아니 에로 베디오였나? 꿈이었나? 아닌데, 진짠데. 맞아. 진짜였어. 이건 한낱 미망도 아니고 허구도 아니야. 설득력 있고 납득이 된다구. 조니가 나왔던 영화들을 봐봐. 캐러비안의 해적, 거울나라의 앨리스, 모데카이, 숲속으로, 트랜센더스, 다크 쉐도우, 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 극장··· 하도 많아서 입이 다 아프네. 그 친구가 거짓말을? 어린이들의 동심을 훔친 사나이가? 그럴 리가 없어, 그럼. 잠깐, 닉이 니콜라스와 레오나르도로 함께 1인 2역을 현실에서 살았다면······ 이거도 완전 엽기요 특종이고 파격이야. 그런 기인에 예술가가 뻥을 칠 수는 없는 법이야. 그렇다구. 그 수많은 영화들에 나오는 얘기들이 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어떻게든 관계가 되는 부분이 있어. 그리고 나는 주어진 역할에 열중해야 하고, 지금. 그런 제반 여건은 모두 결백해. 딱 떨어져. 완전 수학적이야. 예전에는 곧잘 이런 거 즐겼자나. 겁먹을 필요 없다구. 손해볼 일도 없어. 말로만 꿈이 뭐네 헛소리하지 말고 꿈을 영위하고, 꿈을 이루고, 꿈으로 똘똘 뭉쳐 살란 말야. 돈 문제, 하나도 걸리적거리지 않는다구. 따라서 그 날짜가 오늘인데 지도도 파일에 다 나와있겠다, 안 떠나면 바보네 바보. 파나메라에서 네비게이션 찍으면 된다구. 식은 중 먹기야. 땅 짚고 헤엄치가라고. 뭔가 조짐이 좋아. 앨리스가 날 기다리는 것만 같아. 그러므로, 나는, 지금, 당장, 그곳으로, 출발한다. 그는 이렇게 결정했다. 그리고 떠났다.
   아~차 하는 클라이막스, 꺼~뻑 넘어가는 절정, 홀~딱 반해버린 여흥과 혼자 들뜬 기분, 신음이든 콧소리든 환호성이든 허밍이든 제일 유명한 오페라를 차에서 듣고 따라부르고, 자동차 바깥을 보니 산들 바람은 솔솔, 꽃잎은 날리고, 요정들이 언뜻 보이는 듯 하며, 잠깐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그건 하늘에서 아기 천사가 오줌을 누었던 거 같고, 희구했던 미지의 세계가 목적지인지 출입 통제가 철두철미한 정신병원이 최종 도착지인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로 떠난다는 일념만으로 하늘로 훨훨 날아오를 것만 같고, 보는 사람은 없지만 못 부리는 애교라도 부리고, 앙앙앙 어린양이라도 마음껏 하고 싶을 정도로 그는 기쁘고 격앙된 것 같았다. 기다리는 즐거움, 찾아가는 흥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가는 길. 마법사의 가호도 함께 하는 것만 같다. 중간에 스티커가 바람에 날려와 창문에 붙었다가 떨어져서 다시 날아갔는데 그 짧은 순간에 거기 씌여진 글이 보였어. 거기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서,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서, 시계 토끼와 미치광이 모자 장수와 산쥐와 하트여왕에 대해 씌여 있는 것을 제대로 읽었어. 잡아 먹힐 걱정일랑 단단히 붙들어 매라구. 고래든 프랑켄슈타인이든 그 안으로 들어가도 미로를 헤치고 마침내 춤추는 목마에게로 오게 되어 있다구~ 으쌰으쌰~ 룰루랄라~ 들썩들썩~ 아이~ 좋아라···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그가 도착한 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라 오즈의 마법사였다. 유토피아가 아니라 폐쇄된 버려진 놀이공원이었다. 선발대 마크와 알렉스와 케빈, 그 친구들은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예술 창작 아카데미? 있을 턱이 있나! 이런, 젠장! 팀 버튼식 상상력 좋아하시네. 다 뻥이야. 순 뻥! 그런 분야 예술에 쉽게 몰입할 수 없는 마초와 톰보이들은 어디 어두컴컴한 데 들어가서 술이나 퍼마시라는 거야 뭐야? 대낮부터? 가짜가 절반이고 가짜가 환상을 만들어. 뭐, 그 땜에 웃기도 하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어른판 동화네 뭐네 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와 기발하고 알록달록한 아름다운 모험극에 마음을 잘 빼앗긴다면 하나는 알아둬야해. 그 방식으로 똑같이 아니 더 음성적으로든 아니든 사업 서류의 어떤 숫자로 전환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그거 다 뻥이야. 순 거짓 이야기라고. 전문용어로 허구, 픽션이라고 하면 헷갈려 그래서 먹혀. 안 질리기는 뭐가 안 질려, 하나도 재미없더구만. 물론 말은 이래도 나도, 너도, 그도, 그대도 모두 이런 극법을 좋아하지, 그분까지도. 인정! 나도 실은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그 분야라구. 그런거 신작 나오면 아주 미쳐! 그 계열 권위자들의 새 작품이 나오면 서둘러 극장으로 뛰어가고, 영화를 보다 졸아, 졸다가 침을 흘리고, 침을 흘리다 컹컹 개꿈을 꾸고, 멍멍 개꿈을 꾸다 벌컥 놀라 옆에 앉은 미인의 어딘가를 건드려서 꿀밤을 쥐어맞든 험한 면박을 당할지라도(미녀가 아니라 마초라면 음, 상남자는 원래 호인이야 딱히 그런 거 괘념치 않는다 무신경해서 그런진 몰라도) 그래도 너는 개봉관으로 간다. 최소한 당신의 호의는 그 정도다. 그럴 수 있어. 하나 밖에 모르는 진정한 판티지광. 이거 이거 이 친구도 나랑 똑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과 무지개 너머의 뭔가를 꿈꾸는 돌아이가 분명하군. 그렇다고 확인하려고 하지는 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뭐고, 선호하는 기호가 이거 저거 그거가 아니라는 당신의 안목과 내 취향이 비슷하다는 건 적어도 확실하니까. 그건 그렇고 조니의 개인작업실에서 본 각본 그것 역시 모두 다 거짓말에 허구였다고. 어른을 위한 반지의 제왕 판타지 동화는 왜 없는 거냐고, 성숙한 어른에 원숙한 성년이 되기엔 이미 글러먹었는지도 모르겠어. 이런, 아흐! 그렇지만... 그러나··· 여기라도 구경하는 거도, 썩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막 끌려, 난 솔직히 그렇게 느껴, 이게 나쁜 거는 아니잖아? 한 발 더 나가면 어떻게 괜찮은 조건이라면서 이곳은 꼭 부활해야만 하는 동화의 나라다 어쩐다 하면서 어디 소개시켜주고 커미션이라도 챙겨야 하나, 그럼 나 브로커? 에잇 말 말자! 딱 한마디만 하자. 아,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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