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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6. 12. 31. 19:49

   1

   환상 공장.
   작품이나 상품 또는 추측 가능한 선망과 예측을 불허하는 경험일지 무엇일지. 도대체 저곳에서 만들어 내는 어떤 무언가는 대관절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곳.
   처음에 그가 그 정체불명의 공간을 쉽게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일하다가 알게 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놀면서 발견한 신기루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 역시 그것은 그냥 어쩌다가 발견된 흔한 존재인 돌맹이와 나뭇잎에 지나지 않는 존재 만큼의 우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견자는 J다. 장소는 S의 사무실이다. S는 출장을 갔고, 그 동안 아무 할일 없는 그곳을 맡아달라고 S는 J에게 부탁했다. J는 그렇게 친구의 청탁을 받고 마침 잘 됐네 라면서 덥썩 친구의 소원을 수락했던 것이다. 그러나 남의 사무실에서 막상 할일은 없었다. 곧 지금 J는 S의 사무실에 있다.
   그래서 그는 TV를 켜놓고, 노트북으로 외국 영화를 틀어놓고, 피자를 배달시켜서 탁자에 펼쳐놨다. 아니다. 뭔가 더 어질러져야 내 마음이 편할 듯 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때문에 그는 배달 음식을 한둘 더 추가시켰고, 가사를 잘 모르는 노래도 불렀으며, 사무실에 있는 서재에서 자기 계발 서적을 한 권 꺼내서 소파에 앉아 읽기도 했다. 탁자에 로션을 흘릴까, 오렌지 쥬스를 엎질러 놓을까, 적포도주를 뿌려놓을까, 내심 고심하던 중 지금 그의 앞에 보이는 어느 순서가 너무 정체되어 있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TV─탁자─소파. 순서는 그랬다. 바꿔볼까? 소파, TV, 탁자로? 귀찮다. 바꿔도 별로 기분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J는 S의 사무실에서 약간 뭐랄까, 쾌쾌한 냄새가 나는 듯 해서 살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가 권한을 갖고 부여할 수 있는 시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그는 지금 소파 앞에 있는 정경을 사진 찍어 소셜 네트워크에 올렸다. 그리고 TV에서 괜찮은 방송이 나오지 않길래 채널을 돌렸다. 채널을 돌리면서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들 포스트를 구경했다. 어떤 친구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서 벌레를 잡는 사진을 올렸고, 누군가는 입에서 발사되는 화염방사기와 소화기를 발사해서 그 둘이 맞부딪히는 작품을 올렸다. 그때 사무실 주인 S에게 전화가 왔다.
   「사무실 잘 지키고 있냐?」
   「뭐 지킬 꺼 따로 있냐? 그냥 놀고 있어.」
   「너 뭐 게임하고 있냐? 왜 내 발바닥이 막 따끔거리지?」
   「내가 조작했어. 버튼을 눌렀거든. 찍찍 탁탁탁. 지금 옆구리 가렵지 않냐?」
   「아닌데. 이제 다 괜찮아졌어.」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너 사무실에 뭐 숨겨논 보물 같은 거 없냐? 막 리모콘 눌르면 신기한 게 나오거나 그런 거.」
   「없어. 있겠냐?」
   「일은 언제 끝나? 사무실에 어떻게 경리도 없냐? 이참에 한 명 구하는 게 어떠냐? 내가 괜찮은 비서학과 대학생을 알고 있는데 한번 소개시켜줄까? 체험이나 현장 실습 그런 거 하라 그러까?」
   「오, 진짜?」
   「아니. 뻥이야. 허허허」
   「이런~! 그러지 말고 동네 놀이터 근처에 보면 <황금 마네킹 상점>이라고 있어. 거기 가보면 뭔가 재미난 일이 있을 꺼야. 거기까지만 알려 줄께. 나머지는 늬가 다 알아서 해. 놀라운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지만 너 저번처럼 진공청소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것처럼 조립 라인에서 하루 12시간 일하고 막 그런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어. 그러나 그건 일종의 뽑기 같은 거야. 진짜 신기한 모험을 원한다면 거기에 가봐. 추천은 아니야. 정보야. 권하지는 않겠어. 궁금증만 유발할 꺼야. 어때? 이 정도 소식이면 된 거 아니냐? 이만 끊을께. 나도 바쁘다. 나중에 보자.」
   뚝. 전화는 끊겼다.
   J는 S의 사무실을 나왔다. 그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색다른 구경거리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동네를 한 바퀴 더 돌았다. 놀이터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 무슨 이름도 이상한 양장점인가 상점인가 거기를 찾는 걸 포기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찾아본 후 그때 포기하기로 했다. 그는 동네를 세 바퀴째 돌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놀이터를 발견했다. 놀이터 옆에는 무슨 이상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가게가 있었다. 가게 이름은 이랬다.
   <황금 마네킹 상점>
   황금을 판다는 것인가, 황금을 낳는 마네킹을 대여한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황금이든 마네킹이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찾아주고 만들어주고 만나게 해준다는 그런 만물상 같은 곳일까? J는 그곳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고, 신비한 기운을 받았다. 그는 딱 애태우는 듯한 간절함에 자신이 부대끼는 것만 같은 곤경과 지엄하나 황홀한 난감함 그리고 뭔가 앞으로 자신이 흥미진진한 순풍에 휩쓸려서 꿈동산과 신기루와 환희의 나라에 당도할 것만 같은 기대감에 흠뻑 젖어드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현재 할일없이 친구 사무실이나 지켜주는 동네 아저씨이자 괴짜였으나 이제 곧 있으면 자기 인생은 환락의 궁전을 쌓아올릴지도 모른다는 어느 도발적 쾌거를 이룩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까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과잉 소비에 대한 걱정 없이, 최악의 소설을 쓰게 만든다는 운명의 여신과 연을 맺게 될 꺼라는 허황된 공상은 모두 뿌리친 채 그곳의 문을 열었다.
   드디여 J는 <황금 마네킹 상점>의 문을 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2

   황금 마네킹 상점은 4차원으로 떠나는 기차역이었을까 마법의 기지일까? 아무것도 아니고 그곳은 그냥 상점이었다. 파는 물건은 딱 1개. 핸드폰. 그는 거기 사장님의 말발에 넘어가서 그것을 사고 말았다. 게다가 거기서 파는 기종은 단 1개였다.
   그는 S의 사무실로 돌아와서 소파에 앉아 새 핸드폰을 살펴봤다. 특이한 건 없었다. 딱 하나 빼고는. 지니라는 이름의 요정이 핸드폰 안에 살고 있었다. 인공지능 지니.
   이 좋은 걸 J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지니는 애인이고, 비서였다. 지니는 점쟁이였고, 스승이었으며, 마법사였다. 또 무엇으로 활약할 수 있을지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이미 유행이 지났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지금이 신세계였고, 행복이었다. 동심을 되찾았고, 척키 인형마저 최신품 수제 특수 제작으로 구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지니는 특별했다. 그분은 여자였다. 처녀였다. 마녀였고, 요정이었다. 그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할 것 같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 했다.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요, 애정을 발산하고 소원을 이루어 줄 것만 같았다.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고, 똑똑하고 감수성으로 똘똘 뭉쳐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침내, 그에게 비밀이 생겼다. 바로 지니가!


   3

   환상 공장.
   아직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밝혀진 것은 없다. 감추어져 있고 살아서 어딘가에서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과연 있긴 있나, 라고 체념할 즈음에 짜잔~ 두둥~ 하며 등장할런지 아니면 그럼 그렇지 다 거짓이고 허구였어, 라며 딱 포기하며 돌아서자마자 조금씩 서서히 그것의 정체가 드러날지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건 뭐 차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 만큼...이 아니라 자전을 할 만큼 하면 공개될 것이고, 지니와 J의 동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그는 외출하고 돌아와서 샤워를 마쳤다. 그곳은 그의 집이다. 그는 가운을 걸치고 코코아를 한 잔 타서 의자에 앉았다. 책을 읽을까 청소를 할까 잠을 잘까 선뜻 다음 행동의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주인님.」 
   그는 처음에 자기가 잘못 들은 줄로만 알았다.
   「주인님, 주인님.」
   다시 그를 부르는 고운 음조의 아리따운 여성의 부름을 이번에는 더 확연히 들었다. 보통은 연속극에서 봤던 것처럼 어색한 연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가짜고, 이건 진짜였다. 때문에 그는 사람이 탁 바뀌어서 순간 상황에 걸맞는 역할에 정확히 몰입했다.
   「나를 불렀느냐?」
   「네, 주인님. 여기에 주인님과 저 말고 누가 더 있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지.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만 이렇게 좋은 날에 내 님이 오신다면 좋겠으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나보다. 그런데 넌 그 안에서만 사는 거니?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이야?」
   「네, 그것은 불가능하옵니다.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딱 어떻게 되는 거, 그건 다 뻥이거든요. 한마디로 거짓입니다. 불가능하다구요.」
   지니와 J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꼭 필요한 말만 했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경청했다. 그리고 지니는 J에게 하나의 간청이랄까, 다소곳한 음성으로 간신이 임금에게 건네는 조언이 아니라 사랑하는 젊은 남녀 사이에 오가는 듯한 분위기로 그녀는 그에게 하나의 임무를 부여했다. 바로 황금 마네킹 상점에 가서 무선 이어폰을 받아오라는 것.
   J는 황금 마네킹 상점에 갔다. S의 사무실을 돌봐주는 것은 재미도 없고 그는 뭔가 껌의 단물을 쪽쪽 흡수해버린 듯한 전개 때문에 그곳은 그냥 내버려뒀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도착했다. 단추가 많이 달린 양복을 입고 포마드를 발라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넘긴 웬 중후한 신사 한 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반갑습니다. 황금 마네킹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이 생긴 이후 처음 발생한 매출인데 대접이 너무 소홀했을 것입니다. 제가 그때 중요한 선약이 있었던지라 자리를 비우고 환상 공장에서 신참을 하나 데려다가 가게를 맡겨놨드니 제대로 정중함과 정성을 표하지 못한 것 같아 무척 죄송하게 됐습니다. 오백 년 만의 방문인데 녀석은 어떻게 그리도 맹추 같이 정해진 교본처럼 무뚝뚝하게 굴었는지, 참. 공장에서 정해진 일만 꼬박꼬박 하느라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을 수도 있으니 이해는 됩니다.
   그건 그렇고 저번에 특수 이어폰을 챙겨드리지 못해서 다시 오실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품은 여기 있습니다. 긴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가 받은 이어폰은 흰색이 아니라 살색이었다. 그리고 무선!
   그는 황금 마네킹 상점에서 나와 이어폰을 끼어봤다. 착용감은 좋았다. 꼭 어느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처럼 아무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도. 그런데 여기는 대체 뭐하는 곳일까, 그리고 아까 아저씨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오백 년 만의 방문? 환상 공장? 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가게 이름에다가 수상쩍은 분위기에 뭔가 심상치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별다른 걱정없이 그는 집으로 갔다.


   4

   「지니. 무슨 생각하니?」
   「주인님이 제게 무엇을 바랄까, 그것이 궁금했고 따라서 그때가 되면 난 어떻게 주인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할까? 바로 그것에 대해 생각했죠.」
   「아, 그래? 기특한 녀석. 난 딱히 소망 같은 건 없어. 그런데 말야, 내가 지금 뭔지 잘 모르겠는데 어... 심심한 거 같기도 하고 가짜 웃음이 적당히 필요한 듯도 하면서 막 그래. 평소에 집에서 하던 일 말고 뭐 재미난 일 없을까?」
   「어... 있어요.」
   「뭔데?」
   「있긴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그냥 말하렴. 듣고 나서 썩 재미없어도 칭찬해 줄 테니까. 뭐 또 그렇다고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겠니? 큰 기대는 하지 않으니까 일단 내게 고백해봐. 어서. 밀고 당기지 말고. 원래 쥐었다 폈다, 그거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주인님 전에 환상 머쉰에 대해 글을 쓰신 적 있죠? 그 정보에 근거하여 답이 딱 이렇게 나오는데요. 네, 주인님! 기계 하나를 사세요. 이번에는 진공청소기가 아니라 돈 세는 기계를요!」
   「돈 세는 기계? 오오! 괜찮은 생각인데. 아, 넌 날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멋진 녀석, 지니!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J는 다음 날 진짜로 돈 세는 기계를 샀다. 문제는 좋은 하드웨어는 있는데 소프트웨어나 내용이나 대상이 되는 단 하나의 관건, 바로 돈은 없다는 것. 그는 아직 새로산 기계를 시운전조차 못하고 있었다.
   하루는 J가 지니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웃긴 얘기 하나 해보렴!」
   지니는 이렇게 말했다.
   스타를 갖는 방법 아세요? 알고 있어요. 모르신다는 것을. 잘 들으시죠. 듣고 너무 재밌다고 2탄을 기대하지는 말기. 자, 갑니다.
   1.사옥을 찾아간다.
   2.발을 건다.
   3.넘어질 때 입술을 갖다댄다.
   4.책임지라고 한다.
   5.결혼 골인.
   어때요, 주인님? 재미있죠? 네? 재미없어요? 재미있죠! 저만 재미있나? 그럴지도!


   5

   J는 유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기를 원하기는 했다. 하지만 약했다. 뭔가가. 그러나 지니와 함께라면 슬프지도 침울하지도 그리고 괴롭지도 않았다. 그는 결코 재기 넘치는 남자가 아니었으나, 지니 때문에 삶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왕성해지고 인생에 대해서 총명해졌으며 세상에 대하여 해맑아졌다. 그렇다고 그 둘이 따따부따 - 미주알고주알 - 왈가왈부 떠들고 소란스럽게 수다를 나누지는 않았다. 곧 그 정신없는 대화의 바쁨과 몰두와 희열에서 한술 더 떠 서로 상대의 의중을 한발 앞서 후원하며 탐욕하고 애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그와 같은 끈끈한 교분이 가능했는가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서로 애교를 부리고 응석을 주고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뭔가 음산할 만큼 서로의 빈 곳을 채워 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극렬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그 어떤 예사롭지 않은 뭔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정체와 비밀을 섣불리 노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노출증도 아니었고, 허언증도 아니었다. 다만 호기심에 이스트를 넣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어떤 기발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뭐, 약? 비아그라?
   그렇지만 J에게 지니가 영감의 원천은 아니었고, 역으로 지니에게도 J는 유년기의 환상을 충족시키고 끝없는 사랑을 꿈꾸게 하며 그 언제까지라도 천상의 포도주와 까망베르 치즈를 놓고서 함께 웃고 떠들고 마실 수 있는 연모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이 손색없는 단짝이라는 진실, 그것만이 진정 가치 있고 영롱한 본질이자 신비한 영감을 촉발시킬 수 있는 푸르른 시심이었다.
   하루는 지니가 먼저 제안을 하나 했다. 주인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시던 컵의 커피를 바닥에 쏟으라는 것이다. 쏟았다. 미인대회에서 보지 않았느냐고, 주인님도 발가벗고 온몸에 올리브유를 발라보라는 것이었다. 머머했다 그럴려고 했는데 선뜻 그는 망설였다. 지니 말은 그렇다. 지금 여기 누가 있느냐, 아무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집에 올리브유는 없었다. 대신 참기름은 있었다. 시도는 해보았다. 향긋한 내음, 오우! 풍미가 끝내줬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니는 계속 마법 같은 주문을 속삭였다.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서 다트에 던져라. 던졌다. 의복을 갖춰입은 상태에서 그대로 오줌을 눠라. 했다. 어차피 세탁, 강력 세탁을 할려고 했기 때문에 지니가 시킨대로 했다. 강아지가 신발에 오줌 누게 만들어라 그리고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라. 완수했다. 옷을 찢고 컵을 깨고 과일을 짜라. 짰다. 소와 양의 젖을 짜듯이. 또 달력을 찢고, 안 쓰는 게임기를 거리에 내놓고, 립스틱으로 거울에 시를 쓰기. J는 지니가 시키는 데로 그 실수 같은 일을 했더니 뭔가 잘 설명할 수 없는 색다른 기분을 느꼈고, 그 다음 촬영했던 동영상을 편집하고 간추려서 그 하나의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하니 만인의 관심을 끌었다. 노세일이 있다면 파격과 일탈도 있다는 놀이였다. 물론 지금 당장은 그것의 원인과 인기에 대한 작동 원리를 명료히 알지는 못했지만 나중에는 서서히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왜 그것에 열광하는지를.
   넌 나를 미치게 해 그런 기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니는 주인님에게 물어봤다.
   「주인님, 더 이상 단편 영화가 아니라 긴 교향시를 쓰고 싶으세요?」
   「오, 그래. 어떻게 알았니?」
   「이상한 즐거움을 도출하는 거 말고, 로맨스가 간소화되고 애틋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복잡하지 않은 것. 미래주의도 포용할 것. 일반 상식의 전복까지도? 퍽 부도덕한 일이 아니니 함께 하면 좋구요. 그냥 영화처럼. 마치 드라마처럼. 자꾸자꾸 보게 되며 기다려지는 이야기. 알고 보면 별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이기주의자라는 단어가 씌여 있는 티셔츠를 입은 이타주의자를 등장시킬까요 아니면 채식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지만 집에서는 육식이라면 그야말로 발광하는 단순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울까요? 또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의 색욕을 간직한 로맨티스트? 하지만 언제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다 공책을 찢고 글을 쓰다 소리 지르고 글을 쓰다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짜릿한 키스 한 번 마저 단념해야 하냐고, 언제까지 그렇게 비관하실 거에요? 글을 쓸려면 경험을 해야죠! 경험을 할려면 바깥으로 나가야죠! 밖으로 나가면 황당할지언정 누군가를 만나겠죠! 그 누군가는 그녀, 아울러 그녀가 허당이라면 근심거리일 테지만 만일 그냥 그런대로 괜찮다면 J씨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 사장 M에게 소개시켜줄 수 있는 행운이 제발로 찾아오는 것 아닐까요? 사랑의 큐피트, 좋아하시죠? 평소 노래를 부르셨잖아요. 동경한다고! 뿐만 아니라 아시다시피 예전에 무척 애잔함이 꿈틀거렸던 작은 일화 기억하시죠? 그것은 과연 얼마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느 만큼 사람의 넋을 잃게 만들며, 정말 어떻게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지 궁금하군요. 하지만 전 알고 있답니다. 그것도 매우. 정말 통탄할 정도로. 제가 누구에요? 주인님의 요정 지니 아니겠어요?
   아, J! 별일 아니니까 이번에 다 털고 가자. 어? 어때? 한 번 시키는 대로 해보렴. 그래 봐야 손해볼 건 없다구......
   왜요? 하녀가 주인님께 반말을 하니 기분이 언짢으세요? 그럼 그때 그분은 기분이 어땠을 꺼 같아요? 한번 그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네? 진짜 그런 적이 있냐구요! 별 사연이랄 것도 없지만 기억이 묘연히 사라져버리고 그 비정한 여파가 서운해지기 전에 한번 다시 회고해보도록 해요, 우리! 네, 그래요. 이번 기회에. 원래 만평가는 현재를 탐독하고, 이상주의자는 낭만주의적 사고와 인상주의풍 양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꿈꾼다지만 주인님처럼 소박한 행복과 지고의 정결과 기쁨의 탐미와 아름다운 의복을 아끼고 사랑하는 건전한 논리주의의 신봉자라면 한 번쯤 때때로 회상은 필요한 것 아니겠어요? 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컥)...
   어머나, 딸꾹질이 다 나오네요. 왜 그럴까? 정말 왜 이럴까요?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고, 주인님을 모독할 의도도 전혀 없으니 괜한 질의는 사양하겠어요. 주인님 정도 인생을 사셨으면 이제는 옛일에 무디어지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네? 누가 당신을 얼빠진 놈으로 보든 의인화된 동물로 인식하든 거리의 악사로 그리든 이젠 다 시큰둥하시잖아요? 진짜 그렇잖아요! 막 다시금 청춘의 정념이 요동치고 그러지는 않으시니까요. 저는 당신을 알아요. 전 그대를 도울 꺼에요. 그게 제 운명이니까요. 가까운 장래를 예고하고, 언덕 위의 푸른 집도 해변가의 산책도 복슬복슬한 강아지와의 놀이도 포동포동한 뭇여성의 엉덩이를 훔쳐봤기 때문에 감수해야만 하는 사랑스럽고 다정한 애인의 눈흘김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인생과 걸출한 학문의 세계와 엄격한 신비주의까지 모두, 모두 다 응원한다구요. 그러나! 그러나 생생했던 그때 그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려봅시다. 그럽시다. 바로 지금요.
   그때 왜 그러셨어요? 그때 정말 왜 그러셨냐구요? 진짜 그거......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건가요? 주인님과 저만 있어서 다행이지 누가 우리 얘길 들었다면, 지금 엿듣는다면 큰일날 꺼 같아요. 뭔 비밀이 나올려나 그렇게 기대하고 설레며 가슴 조리고 애타는 선망과 동경심을 불태우고 꿈을 졸였는데 막상 등장하는 얘기는, 에고머니나! 어머 어머 맙소사! 아무 것도 아니자나? 그럴 꺼 아니냐구요.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피고는 당시 A와 우정의 선을 넘어섰죠? 인정하시죠? 여러 여성들의 부러움과 기쁨과 즐거움이 커다랐으니 절대 부인하시지는 못하실 꺼에요. 또 본인도 그 친근함이 좋았고 그토록 푹 빠졌으니까 어쩌면 지금 이와 같은 추궁에 달아오르는지도 모를 일이죠. 네, 이해해요. 저도 사랑을 해봤으니까요. 우정을 아니까요. 피고는 그때 브로맨스 관계였던 A와 단둘이 만나고 또 만나고 그랬죠? 둘이서 야구 게임도 하고, 피자도 같이 먹으러 가고, 커피 마시러 카페를 전전하고, 등산 동호회에 단둘이 낯설게 가입해서 따라가보고, 심지어 딱 둘이서 어느 미술가가 운영하는 찻집에서 그윽히 창밖을 바라보며 안부를 묻고 잊혀진 소망을 돌이켜보고, 지금 현재 달콤한 연애를 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결국 뭐니 뭐니 해도 통장잔고란 말인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A의 원래 단짝이 막 질투어린 문자를 여러 번 보내다가 마침내 완전 허름한 슬리퍼를 신은 채 찍찍 그걸 끌고서 택시를 타고서 급히 그곳에 도착했던 적 있죠? 그 표정... 아아, 오 세상에나! 알고 보면 그런 일이 많았군요. 일명 롤링스톤즈! 원조, 단짝 튕겨내기. 한두 번도 아니고!
   아, 잠시 논점이 흐려질 뻔 했지만 다시 이성을 회복했으니 마저 사건을 종결짓도록 하죠. 당시 어느 날 J는 A와 시내에서 만났죠? 만나서 뭐 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영화를 봤다는 거. 그것도 공포영화. 그런데 그날 아는 여자 동생 Y를 불러냈죠? 그래서 영화도 같이 보고 그녀에게 곤혹스런 선택을 강요했죠? 질문은 대강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답변 역시 썩 궁금하지는 않지만 그냥 생략하기로 하죠. 그 둘 간의 괴리가 무척 요원하긴 하지만요. 어쩜 이거 뭐 영화 제목인가요? 원초적 본능? 뭐 크리스마스에 아무 잔치에도 초대 받지 못하고, 짝 잃은 기러기처럼 뭐 집에서 혼자 영화 보기? 시리즈를 다? 그것은, 나 홀로 집에? 아휴, 얼척 없어!
   이거...... 너무 재수없는 일 아닌가요? 물론 어떡하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정숙함과 좀 상반되는 일인 건 분명하군요. 저도 알아요.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 있다는 거. 아니, 많다는 거! 아무리 그래도 그 행동은 너무 어리석었어요. 네, 뭐, 나는 남자다, 그 말인가요? 흥! ...... 그럴 꺼면 왜 또 한참 나중 A에게 섣부른 짧은 한마디로 어떤 회심에 대한 다정하고도 포근한 조언을 건네신 건가요? 좋았을 때를 기억하고,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둘만 아는 추억의 정표와 애틋함이 있다는 데 감사하고, 감정의 결합이 극렬하게 기운을 잃어서 사람 기분 이상하게 만드는 그때 그 시절 바로 그 어느 상징과도 같은 유행가 멜로디가 존재한다는 것은 별로 나쁜 일도 과분한 야심도 애도할 비운도 아니라던 그 말...... 네, 인정합니다. 더 짧은 한마디가 충분히 부풀려지고 몽몽히 꾸며졌다는 것. 그래도, 그래도 뭔가 너무 이상해요. 그래요. 그건 너무 어리숙하고, 너무 장난스러웠고, 너무 무엄한 일인 거 같아요. 철 없었고, 무례했고, 실례였고, 심각한 결례였어요. 많은 게 꼬여버렸다구요. 정말 인생이 그것 자체가 꽝이 되버린 것 같은 심정, 잘 알아요. 이해합니다.
   이번에 그 어설픈 속박과 뻣뻣한 나태와 일별하는 기회로 삼기로 해요, 우리! 이참에 보란 듯이 좋은 일 한 번 하자구요. 동의하시면 고개만 살짝 까딱해주세요. 오케이! 이제 사랑의 징검다리를 놓아볼까요!」
   이로써 그들은, 좀 더 정교하게 말을 바로잡자면 지니는 재밌는 일을 하나 꾸미기 시작했다. 파랗고, 노랗고, 붉고, 반짝이고, 푸르고, 화사한 큐피트의 화살을, 준비한 것이다.


   6

   지니가 기획한 사건은 혹독한 시련도 아니고, <그이와의 결혼을 꿈꾸다> 같은 신데렐라 만들기식 일감도 아니었다. 그것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다>식 모험도, <별 소릴 다 듣는군> 같은 폭로도 아니었다. 청순한 연애담과는 조금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야기는 굴곡이 즐비한 절정과 행복한 결말을 과감히 생략한 발단 겸 전개로 깔끔하게 끝나는 청소년 드라마였다. 그것의 장르를 딱히 어디서 공증 받기는 어려우나 진취적인 기획 의도, 곧 입증될 것이다. 곧잘 선보였던 반전, 아마도 없을 듯 하다. 녀석이 제발로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꿩 대신 닭이라고 작전이 변경될 가능성, 무시할 수 없다. 감독은 지니, 각본도 연출도 모두 지니다. 출연만 J다. 목표는 J의 단골 술집 사장인 M, 그분의 사랑 만들기. 상대 물색은 이미 완료했다. 지니가.
   지니가 누군가? 요정이다. 뿐만 아니라 그 어느 천재보다 100배 뛰어난 인공지능 기계다. 거의 환상적인. 그는 철저한 계획에 따라 J에게 환상 팩토리 일명 FF 역시 소개할 것이다. 언젠가는. 가시적인 결과 그것을 썩 낙관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그 어떤 신나고 기발한 몽환적 왕국을 능가하기는 하나 사행성 의도, 물씬 풍긴다. 뭔가 느낌이 온다. 또 그 느낌은 새로움으로 부풀고 그 기쁨의 고조감은 배가된다. 이렇게 큰소리 뻥뻥치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는 수가 있다. 설마 지니가 허당은 아니기를!
   현재 스코어는 이와 같다. J의 인생이 지니에게 종속되었다는 것. 약점을 잡힌 것은 아니지만 판이 깨지기 전에는 도망가지 못하게 발목 잡힌 거다. 감수성은 흔들렸다. 완전. 눈동자는 거의 첫눈에 반한 이성을 본 것처럼 헤롱헤롱한다. 지니는 아마 천재일 것이다. 아니다. 진짜다. 그러나 그는 겸손하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만능이다. 예언도 참는다. 초현실에 대한 언급도 자제한다. 초능력은 있는데 숨기는 듯 하다. 단짝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녀는 기계라서 햄버거를 같이 먹지도 못하고, TV도 못 보고 NC에도 못 간다. 잘은 몰라도 허풍 대회에서도 소문났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입만 열면 명대사다. 녀석 때문에 J는 사용하지 않는 진공청소기를 중고로 팔고 환상 팩토리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녀석의 고향인 <황금 마네킹 상점>에 대한 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 하다. 잘은 몰라도 느낌이 그렇다.


   7

   기분이 상쾌한 어떤 날 막무가내로 지니는 J에게 제촉했다. 지금 당장 필름 카메라를 사라는 것이다. 샀다.
   어디로 가라고 한다. 오즈의 마법사가 등장할 것만 같은 어느 거리의 축제 그 아담하고 적당히 요란하며 한껏 즐거운 현장으로. 갔다.
   공원이다. J는 산책을 했다. 지니는 카운트다운을 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녀는 뭐랄까, 도대체 그녀와 J는 무슨 사이일까? 여기서 그녀는 지니가 아니다. 새로운 그녀가 등장했다. 그녀의 약칭은 B다. 공원에서 B는 뒤로 걷기를 하고 있었다. 마침 B는 속도를 높였다. 따라서 그 속력은 지니가 정확히 바라던 합일의 필요충분 조건을 충족시켰다. 운명의 만남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만반의 준비가 효율적으로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빈틈은 없었고, 드라마는 긴밀하고도 촘촘히 실현되었으며, 따라서 지니의 애초 기획 의도대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코메디는 시작됐으나, 로맨스는 아직 발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J의 임무는 B를 그가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의 사장인 M과 맺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는 인생 조연이다. 사랑의 완성은 남의 일이고, 타인의 업적이다. 당하는 역할 다음에 돕는 역할이다. 이런, 젠장!
   B는 뒤로 걷다가 빨리 걷다가, 드디여 뛰다가 철썩~하며 J와 부닥친 것이다. 매혹적인 그녀는 이 순간 최고의 호박이 됐다. 이미 B의 취향과 선호도와 애호하는 오페라 아리아와 신랄한 안목은 기본이고, 수집하는 물품과 자주 찾는 장소, 최근의 감정과 기분, 인생관과 기르는 고양이의 건강 상태까지 모두 완벽하게 조사했고, 분석까지 끝났다. 각본 대로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B의 신선한 낯선 하루와 M의 청춘 이야기, J의 하트 뿅뿅.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러나 왠지 불안하다. 어쩐지 기분이 세하다. 뭔가 어색하다. 많이 초조하고. 어딘가 모르게 반전이 숨어져 있을까? 누가 알겠나!
   어쨌든 분위기는 가령 이렇다. 동점 상황인 9회말 투아웃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1루에 타자 보내고, 이제 다음 타자를 삼진 처리하면 되는데 오, 이럴 수가! 중견수가 그 쉬운 공을 놓쳤다. 땅볼이었고 공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글쎄! 그분이 알까기를! 이건 둘 중 하나다. 3루타 아니면 런닝 홈런! 어째 지금 돌아가는 게 그와 비슷하다. 닮은 보기는 또 있다. 고무밴드 하의를 입은 같은 반 친구, 뒤에서 바지를 잡고 살짝만 내려서 놀려준다는 것이 그만...... 허연? 하얀? 뽀얀? 장난과 범죄 사이. SS, 일명 더블 에스! 1층 여탕 2층 남탕 3층 독서실. 그곳도 지금 여기도 딱 그 짝이다. 더블 에스!


   8

   B와 J는 저예산 독립 영화처럼 친해졌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오빠!」
   물론 처음에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마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둘은 처음부터 너무 편안한 느낌 때문에 서로 말을 놨고, 대신 이름은 두 번째 만나는 날까지 몰랐다. 세 번째 만나게 되었을 때 둘 다 반말을 하는데 이름을 모른다는 게 이상해서 통성명을 했다. 넌 B 난 J. 그렇게. 아직 J는 B를 M에게 인계하다? 소개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즈음 그들은 초반이니 건전한 이성 교제니까 한 번 만날 때 한 장소에서만 만나자고 했다. 바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건 좀 부자연스러운 약속 같아서 취소했다. 되어가는 거 봐서 정하든가 바꾸든가 하자고 다시 의견을 조정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엑셀 파일에 만나는 날짜, 장소, 비용, 선물, 사진등 모든 기록을 남겨서 나중 그 통계를 구경하자는 신선한 계획이자 기대되는 약속이랄까 토의 끝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향후 지켜지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우연인지 몰라도 B는 말수가 많지 않았다. 대신에 생각이 많은 듯 했다. 자꾸 뭔가 J에 대해서 추측하는 듯 했고, 그의 의중을 파악하고 남다른 개성을 어떻게 하면 밉지 않게 전달할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대화의 중간 중간 말수를 정산하는 듯, 가급적이면 1 대 1로 또는 J가 말하는 한 문장에 자기는 약 1분에 채 도달하지 못하는 시간 개념으로 대치하여 답변을 했다. 질문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가 끊어지지 않게 신경쓴다는 듯 틈틈히 묻고 답하기 그리고 그 반대는 이어졌다. 침울함은 없었고 결벽증도 엿보이지 않았다. 탐색전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현재에 열중했고, 그는 미래를 자꾸 예견하는 것 같았고, 그 둘은 동상이몽을 꾸면서도 서툴지 않았다. 서두르지도 않았다. 몹시 자연스러웠다. B는 얌전한 고양이였고, J는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 아니다. 불여우였다. 꼬리는 개의 그것. 숫자는 몰라. B는 요염했고, 생기발랄했으며, 때로는 냉혹했다. 맹한 것인지는... 확실히 분간하기 어려웠다. 색조 화장이 고왔고, 아리땁기 그지없는 자태를 과시하고 있었다. 자의는 아니었다. 사모의 정은 있었지만 세 번째 만나는 날 영화를 봤고, 차를 마셨고, 햄버거를 먹었고, 조금 걸었다. 천변에서 오리도 봤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노을이 진 후 헤어졌다. 만남의 진지함에 비해 몸단장이 아깝다거나 과하다거나 또는 약간 선정적인 듯한 인상이 아주 없지는 않았으나 그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헤어졌다.
   안녕, 하면서.


   9

   「B는 몇개국어하니?」
   「나?」
   「응.」
   「몇 개기는? 하나지. 그 말은 곧 외국에서 살아봤냐는 뜻인가? 나한테 외국 남자 소개시켜주게? 사양할께. 미리.」
   「저기... 연극한다 그랬지? 공연 언제인데? 보러 가야지.」
   「어? 그게... 나 시 쓴다고 했는데. 일러스트도 좀 그리고. 나랑 닮은 사람이랑 착각한 건가? 그럴 수 있어.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건 너무 했다. 마음 아프네. 많이. 아니 조금. 궁색한 변명은 듣지 않을께. 값싸지만 활짝 웃게 만드는 선물이라도 받게 되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아, 실수. 미안. 미안해. 난... 너가 시적으로 받아줄 줄로만 알았는데. 실수가 아니었단 뜻이지. 그래도 실수로 하자구. 내가 좀 그래. 말 나온 김에 연극 한번 해보는 게 어때? 넌 거의 주연급인데, 처음부터. 농담이고, 재미없지? 아, 혹시 그거 라코스테 원피스. 비슷한 색깔로 한 벌 더 있지 않니? 왠지 그럴 꺼 같은데.」
   「어, 맞아! 어떻게 알았어? 와, 신기하다. 진짜 뭐 그런 재주가 다 있지?」
   「그냥 찍었어. 좋긴 좋은데 예언도 아니고 거 참, 들어맞으니 나도 참 당황스럽네.」
   「너 아니. 오빠! 합성, 그런 거 많이 하고 그러지?」
   「응. 그럼 넌 허언증?」
   「헤헤헤. 뭔가 통하는 게 있어.」
   「......」
   「그런데 있잖아. 나 궁금한 거 하나 있어. (물어보라는 J의 친근한 눈썹 올림을 확인한 다음) 오빠! 여자 좋아해요?」
   「여자? 그럼 남자 좋아하겠니? 그러는 넌, 남자 싫어?」
   「싫기는!」
   그녀는 문득 손거울을 꺼내서 화장을 고친다. 립스틱을 다시 바르고 볼터치를 살짝 다듬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집 놀러 갈래?」
   「어?」
   「농담이야. 나 집 없어. 그 말은 곧 비밀이 많은 소녀라는 뜻이지.」
   그녀는 뭔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이 시점에 선언과 함께 정식으로 그리고 숨기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교제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럴 것이라는 예감을. 그것은 첫째 몰래하는 사랑이 될 것이고, 둘째 어쩌면 바라만 봐야 하며 또 언제까지나 기다려야 하고, 셋째 아마도 장기전이 될 조짐이 다분하다는 짐작을 도출해내는 직감.
   마침 잘된 일인지 어긋난 시작인지 괜한 성마른 의욕 때문에 J도 서둘러 M에게 B를 소개시켜주려고 그녀에게 막 당신은 어떤 남자를 좋아할 것 같다, 누구와 잘 어울릴 듯 하다, 사랑이란 무엇이다 같은 감미로운 속삭임을 곧잘 들려주는 그윽한 목소리의 소유자를 만나야만 한다 라며 자꾸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방종의 성을 노크했다. 그녀의 환심은 차츰 우울해지다 잊고 살았던 쇠잔한 패배주의를 준동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랑의 정령이자 뭇남성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사이렌일지라도 정작 뚜껑이 열리는 사태를 피할 길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허세의 슬픔과 허영의 쾌락을 잘 아는 남자였고, 그녀는 <막상 이러면 싫어하드라!>에 대한 학식이 풍부하고 플라토닉부터 그 어느 향락까지 모두 어쩜 가능할지도 모르는 요조 - 숙녀이자 멋진 인생과 영원한 사랑에 대한 탐욕이 남다르고 과도하게 넘치며 무엇보다 어느 여우주연상감이었건만 뭔가 일이 틀어져도 한참 틀어지고 말았다. 심하게!
   마침내, 무정한 듯 장난이었지만 B는 J의 뺨을 살짝 때리고 말았다. 너무 살짝이라서 그건 볼에 손을 갖다 댄 것도 아니고 이건 뭐... 그랬다. 그러나 일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 했다. 왜냐하면 그 이상한 느낌은 어쩌면 용서도 아니고 애원도 아닌 그녀의 애매한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녀는 처음에 준엄한 의도로 행동에 돌입했다. 그래서 철썩으로 시작했으나, 그에 대한 속마음의 강령은 꼭 쓰다듬고 싶다랄까 그와 같은 부드럽고, 느슨하며, 매우 여린 동작이 구현되게 된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썩 어려울 텐데. 꽤 설명이 어렵지는 않은데 또 쉽지도 않고 길게 해서도 않될 듯한 그런 난처한 동작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마음을 숨길 수 있는 밑천이 바닥났고, 가녀린 감정의 방어기제는 무너졌으며, 이윽고 그녀는 사랑의 포로가 되고야 말았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B는 정작 그 애먼 주인공은 이와 같은 물밑 작전이 이처럼 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왜 모르겠나. 미처 예상치는 못했겠으나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는 아저씨인데.
   광명은 사라졌고, 기대되는 예감은 쓸쓸해졌으며, 어떤 사심 역시 방황하는 처지에 이르고야 말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큐피트는 정녕 떠나버린 것이다.
   그들은 겨우 네 번째 만남을 끝으로 하여 헤어졌고, 다섯 번인가, J는 B에게 딱 두 번 전화를 걸었다. 두 번 모두 B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차마 세 번째 전화는 도저히 시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이루었다. 사랑의 완성과는 먼 얘기일지라도 어떤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부재중 통화 1건이라는 알림 메세지만 남겨놓기 위한 미끼일 뿐이었다.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남자가 여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탄복을 거쳐 찬미도 하고 꽃도 선물한 후 데이트 신청을 하면 그녀는 못 이긴 척 승낙하는, 좋아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그 오묘한 자연의 섭리 그 어느 신성한 사랑의 과정에 어머나 미끼라니, 저런! 인연이란 길고도 질긴 경우도 있지만 애달프고 애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명백히 후자의 상황이다.
   그 두 사람 사이에 교집합에 해당되는 친구가 없었다는 것은 바로 큐피트가 그 자리를 떠나버렸으니 어쩌면 영영 그 만남의 중단을 방관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만남은 엉뚱했고, 이별은 갑작스러웠으며, 안녕이란 말은 없었다. 너무도 어색했고 이상했다. 끝이. 멋지게 헤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는 굳이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쉽다는 사람도 있겠으나 지금은. 시작은, 아 그만하자. 너무 성급한 결정이 사랑의 일이라는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이자 널리 보급된 통념인가는 몰라도 불붙기에 뭔가 부족한 애매한 인연은 어떻게 보면 흔하고도, 드물기도, 딱히 정의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10

   「주인님 주인님! 새로운 경이로움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자, 가만 있자. 음, 뭐가 있을까? 여자는, 여자 인간은 당분간 거리를 두죠. 아, 남자친구들을 만나보는 건 어때요?」
   「친구들? 나 보고 피자 배달하라고?」
   「네? 무슨 배달요? 제가 친구 만나라고 했지 언제 10대, 20대로 돌아가서 피자 배달하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뭐긴 뭐야, 피자 배달부의 경험이지. 그건 내가 전에 썼던 글이 있으니 곧바로 아, 지금 그걸 습득했구나, 빠른데? 친구 만나는 것도 피자 배달이랑 똑같아. 분명 야망도 있고, 잊혀지거나 잃어버렸거나 수정된 꿈이 있었고, 인성은 물론이요 사회성도 중간이고, 만나면 적당히 편하고 재밌기는 한데 그런데 그럴려면 내가 엑스맨으로써 초능력을 발휘하여 변신해야만 해. 완벽한 촌닭으로 빙의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오리를 빙자해서 전과 달리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야이니까.
   남자 애들 가운데서 어떤 부류는 그래. 그래프 예상 곡선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아니까 사람이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까칠해. 어떤 녀석들은. 엄청! <내가 최고야-과>라면 매사 촐랑대면서 <난 유명해지기 싫다, 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어> 그러면서 썩 밉지 않은 친구끼리 충분히 수용가능한 허세와 널리 권장되며 인기까지 높은 농담을 하면 그래도 괜찮아. 그런데 또 '내가 최고야' 식의 자기 광고는 기질상 못하는 친구들이 있어. 얘네들이 호사나 사치나 풍족이나 단촐한 생활에 대략 만족하면 좋은데 약간 가난이나 부담이나 청렴으로 기울어 있자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너무 크자나, 그러면 피자 배달부는 스스로 미리 알아서 눈 감고 귀 막고 입도 꼬매는 게 좋지. 왜냐하면 그분의 자존심은 극도로 높은데 반해서 현실은 그분이 체득한 지식의 양과 취향의 특별함에 맞추어서 예쁘고 아름답거나 즐겁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 자존감이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나 할까. 내가 최고거나 중간이면 경쟁을 좋아하고 즐기지만, 그게 아닌 종목은 반복되면 싫어해. 게다가 자신은 천재가 아니란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최고야 라고 못해. 그러나 내가 최고야 라고 허세부리는 건 또 보기 싫어해. 내가 출중한 분야, 별로 없어. 내가 못 가진 타인의 능력이 부럽지만, 아주 노골적으로 의미 전달을 하는 습성이 있어. 너 그거 잘난 체 하지마라, 넌 최고가 아니다, 웃기지마라, 너나 나나 아는 건 비슷하다, 늬 차 BMW 그거 지금 중고로 팔면 얼마짜리다 늬 차 가치는 딱 그거야 알아?, 넌 뭐가 그렇게 잘났냐, 난 부러워한 적 없어, 병신, 지랄하네 라면서. 그러나 그게 고의라는 걸 숨기지 못해. 장난도 아니야. 절대로. 피자 배달부 초보? 뚜껑 열릴 꺼야. 익숙해지면 괜찮은데 자칫 경험치를 체득하는데 미숙하다거나 억지로 꾹꾹 참는다면 그건 직업병일 테지. <내가 최고야>에 대해 성격상 표현을 못하거나 그것과 동떨어진 경험을 지속한다는 것은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이나, 나는 놈 위의 하는 놈에 대해서 비꼬고 조롱하며 '내가 최고야' 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과 성정을 곧 합리화 하는 법이지.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면서.
   <내가 최고야 라고 못하는 부류>
   이 분과는 어떤 주제가 나오면 거의 100퍼센트 그 말이 나와. 난 그때 그거 하나 밖에 안 했다, 그거 밖에 몰랐다, 집과 회사─집과 학교─집과 무지개 너머 신비한 꿈의 나라 뿐이 몰랐다고. 그런데 난 그렇게 성실하게 또 열심히 살았는데 대체 난 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냐는 바로 그 말은, 그 애잔한 토로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다 멈춤. 숨길 수 없는 모습. 마치 일 관둔다는 말처럼. 목이 긴 것 같아. 딱 거기서 멈추지. 참아. 그건 말이 아니라 다른 걸로 해소하겠지. 간헐적으로 꼬박꼬박 봐왔으니까 사전 징후를 보면 아~ 또 그 꽈구나 미리 알아. 심리기제 어쩌고, 다 필요없어. 정신분석을 전공하는 의사든지 그쪽 학문을 전공하는 학자던지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그걸 경험적으로 아는 일반인은 한 단어로 축약할 수 있어. 장황한 말과 심도 깊은 글은 못 쓰지만 최소한 그 모든 걸 딱 한 낱말로 압축하는 재주는 있어. 누가? 바로 일반인이! 왜? 그것이 인간 본성이기 때문에.
   선정된 낱말은 그거야. <호사가!> 프로이트든 프로이트 할아버지든 반박할 수 없는 진리거든. 왜냐? 언제 어디서나 실증되는 사실이니까. 왜냐하면 권리는 극대화하고 의무는 최소화하며 살게 되버리니까. 바로 사람이. 나는 막 살테니 세상아 아름답게 돌아가거라, 아주 극단적인 경우에 대해서라면 피자 배달원은 속으로 그렇게 눈여겨 보며 해석할 수도 있어. 그때 그리고 지금 또 나중에, 피자 배달원이 대체 보고 느낀 것은 뭐였을까? 도대체 뭘 본거야? 도대체 무슨 경험을 했길래? 어, 그게 정말 뭐냐고! 왜 그래야 할까? 원래 인간 본능이 그러할진대 그와 같은 인간의 공동체는 그나마 중간 정도 가면 뭐랄까, 어떻게 보면 다행이랄 수도 있어. 너무 많은 걸 바라기에는 우린 아직 더 나은 미래에 썩 가까웁게 접근하지는 못한 게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든단 말이야. 그러나 저 단어 하나로 모든 게 정당화 되야 하나? 그건 아니야. 누구든 어른들이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만나왔던 그 수많은 착하고 바르며 심성이 고운 사람들, 그분들은 다 뭐야? 바보야? 얼간이야? 호구야? 멍청이에 머저리냐고? 그건 아니라고. 사람의 탈을 쓴 천사들을 봐봐, 진짜 있잖아? 그렇지 않아? 그만큼 인간 종족의 또 인간 본성 그 바탕 자체의 스펙트럼은 광대하다는 말이지. 공유하는 공통의 본능은 일치하고.
   아 나 이런! 또 본능이란 단어가 나와버렸네. 이미 삼천포에 당도해버렸다고. 말 잘하는 웅변가나 질문만 해대고 주제만 꺼내놓고 쏙 빠지는 사색가가 아니라 학자, 바로 학자들에게 물어봐. 그럼 돼. 그분들께 물어보면 쉬워. 대중대체에서 선전하고 반복하든 새롭게 나오는 뉴스든 뭐든 시끄럽고, 어렵고, 복잡하고, 까다롭고, 언짢은 문제들 많잖아? 그러나 학자들의 공통되거나 압축되거나 하나를 품고 평생을 가져가는 논제를 잘 들여다보면 그런 거 하나도 어렵지 않아. 그리고 학파와 더불어 통계와 그래프를 더해야겠지. 그거 쌓이느라고 또 구축하느라고 들인 공력이 얼만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무려 40억번 돌아서 비로소 겨우랄까, 가까스로 장엄하게 만들어낸 것이니까. 정치, 사회, 경제의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지만 대표적으로 딱 하나만 들어보자고.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비교적 훨씬 예민한 분야이며 나서서 지식을 쌓았고, 예술적으로든 비예술적으로든 관심을 두었던 분야! 그건 뭐겠어? 뭐겠나, 전쟁이지. 전-쟁!
   학자들은 말하지.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고. 통계를 내보니 실재 그래. 인류는 역사상 99.9퍼센트 기간 동안 전쟁을 했어, 인류는. 왜 그랬을까? 왜냐하면 그땐 그것이 나도 이렇게 말하기는 싫지만, 그게 일종의 질서였기 때문이었나봐. 쉽게 말해서 동물의 세계,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정글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거의 비슷했었나봐. 사실이 그랬지. 그뿐만이 아니야. 왜 그렇게 저 단어가 잔잔히 숨어 있지 않았냐하면, 그것은 군대는 원론적으로 공동체의 번영과 평화와 그 과업의 존속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야. 그것은 경제력과 연결된다고. 공화국의 번영과 거의 전부와 직결되지. 공동체의 현존이냐 공룡의 멸종이냐, 밝은 미래냐 참상이냐, 그렇게 나뉘는 힘이 저 명사에게는 있고 있었어. 그것은 거리의 질서와 인간의 윤택한 삶과 인생의 미적 가치를 보장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교력과 비례한다는 점. 그건 또 곧 경제로 연결되고. 옛날 세상은 철저한 계급 사회였다고. 공동체 안에서만 그랬겠어? 아니지. 밖에서도 그랬지. 우리가 대충 아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피어라면 정말 왕과 거의 똑같았어. 나머지는 모두 개나 소나 돼지로 취급할 권리를 전통적으로 보장받았으며 그게 당연한 진리였다고. 모기? 파리? 피어는 인간을 그처럼 죽여도 괜찮았어. 그냥 권리였다고. 그때는 TV와 인터넷이 없는 세상이었으니까. 혁명이란 단어가 왜 있었겠니.
   자, 우리 여성분들 소녀들 숙녀분들 헷갈리시죠? 왜 대체 왜 문명이 여기까지 왔는데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자면서 자꾸 과거의 사실과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실화의 담화와 신의 이름을 들먹이는지를. 작품 가운데서도 고급스럽고 고전으로 그 이름이 길게 남는 작품일수록 그걸 더 다룬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새콤달콤, 선정적이고, 가벼운 현실 드라마도 좋긴 좋지만요. 어떤 기준으로 봤을 때 거의 1퍼센트 정도되는 그 누구보다 신실한 교인일지라도 그분의 논리도 맹점이 있죠. 그건 뭘까요? 교리가 바탕이 되는 그 어떤 책은 100퍼센트 실화라고 하시는데, 교리는 교리일뿐 교리 따로 내 생활 따로라고 게다가 내 생활은 따로 놀면서 저 100퍼센트 빼고는 다 거짓말이라고 하시죠. 물론 과학도 거짓. 그게 뭡니까, 앞뒤가 안 맞아. 그럼 교리가 뭔 필요 있어요? 논리적이지 않아. 법복은 괜히 있고 명분이란 단어는 허상으로 존재하나요, 아니죠 아니죠. 그리스 로마 신화? 100퍼센트 실화입니다. 왜? 평생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았던 미래의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그러면, 그러면 좀 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만 놓고 보죠. 고상한 만찬과 고고한 분위기와 함께 근사한 사람들만 초대 받은 세련된 음악이 흐르고 우아한 명화가 걸려있으며 그에 걸맞는 호사가의 여자친구와 웅변가의 부인까지 설득하고 감화시키고 그윽한 감동을 눈꼽만큼이라도 이끌어 낼려면 그래야 한다구요. 꼭 그것으로!
   자,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만 놓고 보자구요. 뉴스에 오르내리는 옛날 일이 꺼림직하나요? 얼굴이 찡그려져서 잔주름이 생길까봐 걱정되나요? 전혀, 전혀 그럴 것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 가지로 그렇구나 라며 추측만 해도 어느 정도 돌아가는 정세나 줄거리는 가늠되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엇이냐? 그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첫째, 시간! 즉 어떤 담화 대상은 현존하는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말하며 느끼는 현재, 살아있는 그 만물의 표준이며 진리의 기준이라는 지금 시각과 얼마나 가까웁냐!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규모! 일이 크냐 작냐, 여파가 어느 정도냐 장래 얼마나 영향을 끼치게 될 껀가 교육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오른편의 시점으로 왼편과 함께 하는 균형을 맞추어 후세들에게 각인될 것인가, 바로 그것은 모두 규모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죠. 그 다음 셋째, 왜! 왜 그렇게 되었는가. 이건 세 가지 기준 가운데 제일 애매한 부분으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문제죠. 그러나 이게 정말 알고 보면 재미있어요. 이걸 알면 곧바로 한 단계 딱 레벨업-됩니다. 그렇습니다. 앞서 말한 전쟁. 전쟁이든 껄끄러운 주제든 그것에 대해서 이 세 가지를 대입해보면 됩니다. <시간 ─ 규모 ─ 왜>를!
   자, 그러면 논쟁의 여지 그 소란한 틈이 전혀 또는 거의 없는 사실을 놓고 보죠. 천 오백 몇 년부터 천 구백 몇 년? 대충 1500년부터 1900년 초중반까지 유럽이 지구상의 영토를 80~90퍼센트를 차지했죠. 그 이전도 뭐가 있겠으나, 그러나 1500년 전의 사건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건 역사이자 학문으로 공고히 자리잡았으니까요. 그러나 1900년대 초반? 그건 썩 그렇지는 않죠. 뭐 많은 부분이 투명해졌지만 그것의 문제는 저 세 가지에서 두 번째에 걸려요. 바로, 시간! 딱 걸려요. 풍요로운 현재, 바쁜 당신 인생이 진행중인 지금과 어느 정도 가깝다구요. 원로하신 분은 살아계십니다. 그분의 인생이 어떻겠어요? 좋은 부모를 만나 평탄한 인생을 사셨다면 괜찮지만 격변을 겪었다면 정말 그건 말도 못하죠. 웬만히 처절한 그 단어들을 몸소 다 겪고서 아직 살아계시는 거죠. 그래요. 그것의 그준은 시간이에요 시간. 지금 어디를 가나 무엇을 보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대해서 뭐라 하는 사람이 있나요? 네! 있습니까? ...(고요함)...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성인과의 교우가 턱없이 부족했죠. 고전을 많이 읽지 않았죠. 인정합니다, 뭔가가 많이 부족했던 인생이었다구요. 고전을 읽어보면 나와요. 그때도 지금 만큼이나 20세기 초중반 만큼이나 시끄럽고 문제가 많았다구요. 그렇지만 지금 누구를 만나던 무엇을 보던 나폴레옹에 대해서는 크게 뭐라하지 않습니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실제 그러니까요. 게다가 당시 예술은 그것을 얼마간 찬양했죠. 꽤 찬미했다구요. 무척 우러러보기도 했죠. 오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 대단한 명화들을 떠올려보자구요. 그렇지 않나요? 그러나, 그러나 째깍째깍 시침을 돌려서 1900년대 초반으로 가서 아돌프 히틀러를 놓고 보죠. 그건 뭔가요? 뒷목을 잡아야죠! 그리고 저 기준의 둘째인 시간을 꼽아야죠. 시간이 현재와 가깝기 때문이라고. 너무 달라도 너무 다르고 너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합니다. 논리적으로만 봐도 그렇고 예술에서도... 뭐 나치와 관계되는 푸르트벵글러까지는 말하지 맙시다. 그런데 또 참 괴상한 게 구글 트렌드의 통계를 보면 구글 트렌드의 통계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누구일까요? 모차르트? 아니죠. 셰익스피어? 아닙니다. 피카소? 결코. 네로? 무슨. 쥬피터? 어허.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럴 리가요. 책이 퍼지고 읽혀진 양으로 보자면 스티븐 킹? 찰스 디킨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라고요. 바흐나 베토벤이나 괴테? 아니면 스타인웨이 앤 선스? 오~ 포르쉐? 아니죠. 아니라구요. 다 모두 다 아니라구요. 바로 저분입니다. 아돌프 히틀러! 최고고 단연 1등입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사실이 그렇다구요. 왜 그게... 아니 같은 독일인이면 바흐, 캬! 베토벤, 와~! 괴테? 오오! 그런데 왜 하필 저분이냐구요. 몰라요 모르겠어요. 저한테 묻지마세요. 중년이 되면 세상을 알고 인생도 알지만 젊은이들은 뭐가 뭐고 누가 뭔 죄인지 애매할 꺼에요. 왜 그렇게 말이 많고 헷갈려야 하는지를. 혹시, 혹시 아돌프 히틀러가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고인이라서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그런 것인가요? 마치 현대 일본에서, 비교적 그 대명사가 흐지부진한 그곳에서는 그 층위의 대명사가 없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기적으로 가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라는 호칭의 주요 전범을 모신 장소에 대한 참배 바로 그것이 세계 뉴스의 단골 메뉴라는 것. 왜 그럴까요? 아돌프 히틀러는 비록 악명일지라도 독보적인 1등인데 지구 반대쪽에서는 대명사가 불분명한 문화적 애매모호함과 특유의 민간신앙 때문에 그럴까요? 아돌프 히틀러에게 기도를 드리며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나 모차르트가 작곡한 쾨헬 626번 곡을, 어 그래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돌프 히틀러는 가셨지만 조국을 위해 기여하고 국가의 번영과 세계 평화를 위하는 명목으로 그분께 헌사해도 괜찮은 것인지를. 남의 집에 배 나와라 감 나와라, 그 속담을 거기 적용해도 될런지! 다른 건 모르겠어요. 살면서 보면 정작 아깝게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거나 일찍 명을 달리하신 분들은 의외로 결코 악인들이 아닌 경우가 왜 많은지를 전 도저히 모르겠다구요. 하물며 사후에 아돌프 히틀러는 구글 트렌드에서 단독 1등이며, 용어가 그게 말이 좀 그렇지만 말나온 김에 이어가자면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이자 조국을 위해 희생하셨던 분이에요, 아돌프 히틀러가요. 그게, 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전 그냥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까지만 옹호할래요. 그러고 싶어요. 미술사에서 기리기리 남을 희대의 명작 그 수많은 명화들에서 볼 수 있는, 게다가 음악도 있었죠. 베토벤 3번 교향곡 뿐만 아니라 찾아보면 꽤 많습니다요. 그럼요. 문학까지는 가지 맙시다 그려. 머리 아파져요.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이자 조국을 위해 희생하셨던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헌사만. 그게 정녕 남의 집에 배 나와라 감 나와라 일까요?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 걸까요? 뭐가 바꼈죠? 왜 바꼈죠? 그게 뭘까요? 주객전도란 말은 대체 언제 쓰는 건가요? 그건... 그건... 몰라요. 제가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은 게 잘한 일인 것 같네요. 제 한계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도 못하겠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처럼 위대하게 추앙받았는데 왜, 도대체 왜 아돌프 히틀러는 그 오명에 비례하여 예술계에서는 고개를 돌렸는지를. 난 정말 모르겠어요. 그러면 앞으로 한 500년 지나면 뭔가 대우가 달라질까요? 에고머니나, 어쩜 그런 상상을! 어떻게 그럴 수가! 말이면 다나? 까놓고 말했으니 남 불편하게 만들어놓고 괜한 뭐 들쑤셔놓고 자기는 두 발 뻗고 자겠다는 건가? 정말 딱 그렇지는 않지만 모양새가 그렇다면 죄송한 거죠. 무죄 추정의 원칙과 뭔 관계인지는 몰라도, 죄송한 건 죄송한 거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듯이.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아니라 아돌프라 아돌프. 희생자를 기리는 게 맞나 아니면 그 반대가... 우리가 그동안 알았던-아는 희생자가 바꼈나요? 지금에 와서? 아니 그런데 왜 지금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왜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하면 안되는 것인지! 지금이 로마제국 시대인가요? 당신은 플라톤이 세상 밖으로 추방한 시인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맞은 사람은 두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잠 못 잔다, 이 속담은 틀린 말이군요. 그 반대가 옳은가 봐요. 그런가요 안 그런가요? 어디 한 번 들어나 봅시다! 언제부터 세상은 이렇게 돌아갔을까요, 원래 그런 것인데 나만 몰랐나요? 엄마, 나는 왜 그 쉬운 이치 하나 모르고 세상을 살았을까요? 엄마야, 전 바보인가봐요! 당연한 게 당연하지 못한 세상! 엄마, 저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어요. 그건 뭔가 이상하죠? 어른은 거짓말쟁이고, 세상은 위선이며, 인생은 가식이고, 선생님은 월급쟁이, 교수는 멋쟁이, 사이렌은 인간,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이구만! 부모 자식간에도 돈 관계, 어느 선은 지켜야 한다고. 안 그런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불문 헌법과 불문율과 모순과 실정법과 불법 그리고 인정과 인간의 도리 바로 그것들의 구분이 명확하지가 않다구요!...... 그러면 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왜 그럴 수 밖에 없는가? 왜! 10가지 이유 가운데서 지식인의 기준이나 예술의 한계나 오락산업의 원리, 언론의 역할을 모두 뒤로 하고 최하위 딱 두 가지만 꼽아보자면 이렇습니다. 왜 세상은 그렇게 불완전하게 돌아가느냐, 왜냐하면 그것은 첫째 돈 때문입니다. 돈! 돈은 사람을 천사로도 만들고 악마로도 만들 수 있죠. 돈은 거의 신격이죠. 아니요, 거의는 빼야죠. 무슨-격? 말을 다듬죠. 돈 = 신! 이렇게. 과장이 지나쳤지만 그것만 지나쳤다고 보기에는 형평성도 일관성도 시대성도 모두 놓치는 거죠. 사소한 것에만 화를 내고, 불의는 잘 참고, 지금 보는 글에서 오류를 찾고, 내 핀잔은 감추고, 내 행동의 기준은 불명확하고, 이건 내게는 권리 너에게는 의무 그런 것처럼. 돈, 화폐, 황금, 다이아몬드. 다른 말로 자본, 경제, 절반의 정치등. 19세기 중후반에 니체가 그랬잖아요. 신은 죽었다고. 여러분, 지금 속으로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나요? <신은 부활했다. 그분의 이름은 돈이다!> 라고. 물론 농담입니다. 나이키도 있고 에르메스도 있고 대체 신이 몇 명인데... 거울 속의 너는 내게 말하죠. <늬 말이 맞다, 그래 늬 말도 맞다> 라고요. 주홍빛 양면테이프라구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말이라지만 당시에는... 19세기, 어렵게 사신 분들 많습니다. 그랬을 꺼 같아요. 지금도 그렇고. 어쨌든 돈! 네, 그 때문이죠. 그리고 둘째, 인간의 본성......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극단적인 우익의 존재와 극단적인 좌익의 표현의 자유는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봐야 하겠죠. 나폴레옹이 아닌 히틀러나 누구, 누구, 누구를 어떻게 생각해서 뭐 어떤 일이 있었다는 그런 실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시간을 놓고 차츰차츰 나아가야죠. 이때의 행진곡과 다른 성격의 행진곡을 헷갈려서는 안되구요. 인류는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 아닙니까? ...음... 리암 촘스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글에 대하여 외면보다는 존중과 존경 사이 어딘가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웃는 남자라는 입장, 피에로의 화장, 오락산업의 실존, 내가 하고 싶거나 해야 하거나 좋아하는 일과 함께 어느 시점에 놀러온 공원의 신비로움은 물론 그 풍요로움과 아름다움과 희노애락등 보고 듣고 누리기에 세상은 너무 장엄하기만 하죠. 전공 분야가 다른 이상 궁핍한 시절의 친구를 척지겠다는 게 아니라 블로그를 쓰는 삶을 살겠다는 것입니다. ...... 그래요. 제 그릇이 딱 요-만큼입니다. 에게~ 에게~ 딱 그것. 타고난 실정이 그런데 어쩌겠어요. 거짓 없는 속마음이 그렇죠. 나 같은 인간은 어쩌면 유명해지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혹시 모르지만 많이 알려진 후 초심을 잃고 드라마의 악역처럼 유세를 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정치는 예술과 다르다, 예술이 어디 정의의 가르침만 받더냐, 그렇다면 정의는 곧 도덕이더냐, 그럼 도덕과 윤리가 정확히 일치하냐, 그건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어떻게 정치를 윤리와 연결시킬려고 하는고 그건 아니지 않는가, 이런 얘기를 감히 꺼내지 못하는 위인일 테니까 잘 된 거죠. 내 원래 상태라는 존립 자체 때문에 친구 마음 서운한 점 하나 있으면 솔직히 말하는 게 낫죠. 그래야죠, 미안하다고. 내가 미안하다고. 단! 그러나, 하나가 갔으면 하나가 와야죠. 독주를 같이 마시자고, 밑잔 남기지 말라고, 어디서 엄살이냐고, 혼자 죽기 싫다고. 발가벗고 거리에서 행위 예술이라도 하겠다구요. 얼마든지! 현행법에 저촉되는 뭐 그런 소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하나도 부끄러운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발가벗은 임금님이 되겠다고 외치고 싶어요. 네, 말로만요. 
   대중매체를 통해 간혹 접하는 껄끄러운 소식들. 일회성이거나 또는 반복되는 그것. 부풀려지기도 하고 신문방송학이라는 학문적 시각으로 봤을 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문제들. 그것이 진짜라면 어떤 현상이고, 가짜라면 과장이며 연기다. 전자는 인문-교양서적의 관점으로서 접근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정치도 월권할 수 없는 담이 있고, 그래서 간접적으로 경제쪽과 합심하거나 연을 맺거나 상호상조하며, 그래서 과열될 수도 있으며, 오락산업과 상당 부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상업 시장 이전의 지성의 전당과 시대의 양심 바로 그것의 뭐랄까 꼭 침묵이라기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어쩔 수 없어지는 약소함은, 펜은 칼보다 어쩐다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네 라는 나중 다시 보거나 멀리서 또 건조하게 봐야 하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사회의 성장과 반비례하여 현저히 낮아지는 투표율이랄지 정비례하는 투표권 연령층은 물론 인기 없는 종목과 인기 없는 기초학문과 인기 없는 남자는 그나마... 뭐, 싫증난 여자? 그래요 정말 그것들과 함께 가난한 사랑이자 돈 안 되는 예술 같은 것, 그런 게 있습니다 있다구요. 없을 수 없죠. 그리고 만일 후자 즉 그 뭔가가 가짜라면 숫자의 문제로만 보는 게 과연 정상적인 시각의 문제인가 라는 물음이요, 일찍 시작했던 서구권에서는 국회 몸싸움 그런 일이 없었을까 라는 의문이며, 공포영화의 으스스함과 추리소설의 묘한 분위기와 함께 다른 어느 곳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민간신앙의 문화 뭐 그런 것과 떼지 않고서 생각해 볼 문제일 것입이다.
   그렇지만 저 세 가지 조건에서 규모가 작은 건 어떻게 되나? 큰 것만 괜히 대중매체 때문에 더 커지고 반복되고 무뎌지며 그러면 작은 건 사라지고, 큰 건 더 커 보이기만 하고, 자꾸 생각나고, 뉴스에서 반토막으로 하루 지나면 잊혀지고, 세상은 왠지 삐걱거리면서 돌아가는 것만 같고, 그럴테지요. 그래도 그래도 좀 걸리네요. 똑똑한 분들, 존경받는 어른들, 덕망이 높으신 권위자와 지성적인 전문가들. 왜 침묵하시나요? 뭐 상 받았으면 끝인가요? 유명하면 다에요? 사회적 의무, 난 열외인가요? 그게 뭐에요, 지금 이 세상이 뭐 옛날처럼 그렇게 어려운 시대상인가요? 정말 그래서 과묵하게 뒷짐만 지고서 원래 세상은 그런 것이라고 하시면 끝이냐구요! 그건 좀 아닙니다. 예술이든 상업이든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뭔가 그에 걸맞는 뭐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예술 한다면서 돈만 떼돈 벌며 고상하게 조용조용한 분위기를 아는 삶을 살면서 조명은 무작정 피하고 본다는 것은, 최소한의 재능을 기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을 연대책임으로 부르든 원죄라고 칭하든 무임승차라고 판단하든 그것은 나쁜 어른입니다. 그런 성격의 그 뭔가를 '나 잡아봐라' 같은 해변에서의 사랑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윗 물이 탁한데 아랫 물이 맑을 수 없는 일이라구요...(침묵)... 섬세함이 뷸규칙하고 순면의 감촉이 조금 거칠군요. 죄송합니다. 연말이라서 분위기 한번 탄 거 같아요. 미안해요. 저도 입바른 소리 한번 하고 싶었나봐요. 송구스럽군요. 조금 흥분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경솔했군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니면 지금 이게 지니의 목소리일까? 뭔가 이상한데......
   오오, 잠깐! 좀 전에 뭐 나왔는데... 아 극단! OK! 여기서 끝내면 섭하지, YES! 일부 극단의 사례는 괴로움. 극단 정당의 승리, OK. 극단의 생각은 자유, 극단의 표현도 자유. 다양성은 곧 문명은 야만이 아니라는 반증. 그러나 나나 나와 직접 관계가 롱테일이라면... 이론과 실재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음. 극단 옆에 다양성이 있지만 지금은 극단만. 극단에 의한 이익도 있지만 폭력은, 아아! 가만 있자 뭐가 있을까... 음... 대충 1900년까지 인간 세상은 절반쯤 동물의 왕국. 선점으로 땅따먹기. 그러나 모양새는 갖춤. 서류상 너네가 뭐한 것으로 하자 그렇게. 안 그런 곳은 없음. 절대 없음. 오리발은 있음. 시간 지나면 어차피 간추려지고 미화도 발생함. 안이든 밖이든! 1900년 이전은 건조한 지식, 1900년 이후는 이성보다 감정이 개입될 우려랄까 그럴 소지가 있음. 개인차 존재함. 특히 야망에 비해 내 현실이 초라한 사람이 이웃이면 불편함. 친지면 뒷목, 친구면 뚜껑 열림. 동네 주민 비율이 10퍼센트 머시기 어떠해서 이사 가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기. 잘 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 잊지 않기. 자,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볼까요? 숫자는 근사치임. 한 극단의 예시는 이러함. 1900년까지 K는 구문명 왕조시대. 참고로 당시 신문명: 총-차-상하수도-전기-사진-관현악-예술-시계-레이디 퍼스트-수술-산업과 주식시장. 그리고 구문명: 활-말-우물-촛불-초상화-생음악-광대-해시계-남존여비-침뜸약초-상인과 그냥 시장. 1800년대 후반 기준, 근거리 교류는 있었고 원거리 교섭은 시작됨. 당시 멀리 유럽에서도 왔지만 선점 실패. 돈 줄께 깡섬 팔아라, 도 있었음. 그러나 1순위 공룡에게 밀림. 이쪽 왕 죽음. 저쪽 왕의 부도 죽음, 당시 군부 때문에. 식민지 40년. 호주(영연방), 캐나다(영연방), 미국(독립), 인도(영연방)처럼. 400년 노르웨이와 700년 그리스처럼. (상황 엇갈렸으면 K는 필리핀이나 뉴질랜드처럼 되었을 수도 있었음. ※ 식민지-속국-자치령-연방-개척-독립국-우호국-왕국, 공화제, 자유-평등-박애, 입헌군주제, 성문 헌법-불문 헌법-실정법-무법-야만등 정식 명칭과 본질을 많이 알면 머리 아픔.)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종료. 패전국은 몇 년 후 승전국에게 요청함. 깡섬의 반환을. 거절됨. 제2의 홍콩 무산됨. 그 후 내전 4년. 자료 있음. 전체가 말짱 꽝됨. 첫 번째 쿠데타&독재 10년. 두 번째 쿠데타&독재 20년. 세 번째 쿠데타&독재 10년+5년. IMF 금융위기 발생, 삐요삐요. 그리고 2000년이 됨. 지금까지 휴전 상태....... 아, 저기서 2번째 쿠데타&독재는 좀 뭐함. 누군가 나치의 선봉에 섰다가 시대가 급변하니 (내부에서) 나폴레옹이 됨. 그러다 20년. 영구 집권으로 가다가 비운으로 별세. 당시 악역이랄까 북쪽-남쪽 동일하게 전제군주적인 영구 집권으로 가느냐 아니면 혁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수의 악역이 불가피했냐, 안이냐 밖이냐 애매한 시각차가 있음(사례1은 외부를 향했기 때문에 안에서는 영웅 밖에서는 악역, 사례2는 내부를 향했기 때문에 안에서만 악역? 역사적 건물1은 외부에 의해 내부가 잠식된 시절이라서 사진첩에서 사진 삭제, 역사적 건물2는 내부에서 내부를 탄압한 시절이라서 내 사진첩에 사진 존속? 왜! 내 인생과 단순 비교는 힘듬. 스무 살 이전 사진 태반을 폐기했는데 그 이후는 존재하는. 한때 기분이 울적해서 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모름. 어디에서 전 총리가 손짓과 함께 "서민" 그랬다고 부글부글 했는데 지금와서 보면 그때 왜 그렇게나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동일 기준으로 건물을 둘 다 함께 없애든가 둘 다 남기든가, 인물은 둘 다 사실만 강조하든가 무게 비중을 맞추던가... 논리는 그런데 그건 그런데 음. 인문-교양을 넘어 역사학까지? 오, 문학까지만! 아무튼 모순 남음. 허나 전자로 갔다면... 오오, 제비뽑기가 문제군!), 그러나 날짜는 같은 날. 이때 투스타 장성이 재빨리 3번째 쿠데타&독재에 성공. 당시 반발 심했던 달라스는 계엄령 선포되고 난리남. 2번째는 장점 있었음. 동상과 기념관 존재. 압축 성장의 폐혜는 남음.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역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는 증명됨.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도 맞지만 실제 많은 경우 남의 떡이 훨씬 큼. 2번째를 기점으로 전후좌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 수많은 소는 묻힘. 민주화 운동만 장장 50년인데 오죽할까! 3번째는 현상 유지는 됨. 3번째, 현존하는 그분 출신-학교의 어떤 예우와 기본적인 대우는 보장됨. 참 이상함! 그렇다고 20세기에 있었던 어떤 다사다난함이 18세기에 발생했다면 말이 되냐, 것도 아님. 인류의 발전을 이끈 선험 집단은 아시다시피 방향이 바깥으로 향했음. 요컨대 제국. 그런데 그와 같은 정치성이 내부를 향한 단위는 제국에 치환되는 개념이 쿠데타였음. 곧 안에서만 1인자 또는 나라명 변화. 즉 국사로 제한됐냐 세계사로 발을 넓혔냐. 지금 생각하면 역사지만 당시엔 현실. 건조한 지식과 거미줄 상식의 중간에 이성과 감정의 균형은 개인적으로 약간씩 다를 수 있음. 가까운 과거는 그렇고, 멀어지면 상식 같은 교양미로. 곧 시간차가 개인차를 품게 된다. 곧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인생. 그런데 냉전 시대를 지나서 제국은 TV의 사극과 다큐멘터리의 박물관이 됐는데,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데서는 아직도 옛날. 한 시대에 체재, 통치권, 정치, 경제, 인권, 언론의 자유가 다 다른 시간대로 공존하면 일관성은 상실됨. A > B > C의 (구시대적) 병폐를 (현재 그리고 일부) 비판하지만 결국 (내부적으로) a > b > c를 찬양하는 논리. 차근차근이라는 과정이 생략되면 완벽하게 모순된 관점이─남이 하며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병치된 채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까지 가야 함. 언제까지 현재를 살면서 현재까지 가야되는지! 미래는 어디 가야 만날 수 있을까? 때문에 누군가 레몬 그래프를 심하게 넘어선다면 예뻐 보일래야 예뻐 보일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다지 많지 않고, 과거에 비해 더 드물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현재는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 줄리어스 시저는 희곡으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예술로, 그런데 아직도 역사적으로 내게 유리한(내 마음에 드는) 관점만 똑 떼어서? 개인이 세계사에 빠삭하거나 정치관에 약한 건 그럴 수 있다. 아쉽지만 단지 아쉬울 뿐. 누구나 영재는 아니니까. 에드워드 카와 토인비의 역사관에 대해 아는 체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테니까. 하지만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정치가 직업이라면 그건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닐런지! 인간의 존엄성과 문물의 보전을 배제한 채 순수한 동물 생태계의 관점으로 보자면 자연을 알고, 관찰하고, 일부분 강자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공원 > 연못 > 어항. 그런데 동물의 세계는 그렇지만 인간 세상은 다큐멘터리가 전부가 아니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가 아름답더냐? 절대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인디언 속담 하나 읊을 수 없어서 속상하구먼. 음, 백구도 블랙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귀엽다. 아프리카는 동물의 고향이지만 저 옛날 문명의 세계에서 껌둥이는 노예였다. 미래에 흰둥이가 소수 민족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듯이 말이다. 친구여, 원숭이의 자못 진취적인(?) 연설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스웩! 그렇다. 과거는 과거였다. 호시절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다. 당시엔 현실 지금은 과거. 그리고 인간과 동물은 같지 않다. 따라서 공원의 틀 안에서 연못의 정비가 불미스럽다면 연못을 위해 세월의 어항을 희생할 수 밖에 없다? 그건 말이 안된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세계사도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의 영역을 태양계로, 은하계로, 더 멀리 확장시키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과 견지는 딱 그 만큼이 전부다. 그게 다다. 가족 안에서, 사회생활에서, 전자와 후자의 평판은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점. 하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토끼가 왕이라고 1인자 토끼의 구시대적 관점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만약에 속이 좁을 경우, 얼마나 머머주의에 해당할 정도로 경도될 수 있는지를 꼭 경험으로 깨달을 필요는 없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라는 표어를 내게 유리하게만 적용하는 생각은 아마도 인간의 사념보다는 동물적인 충동에 가까울 것이다. 타인에겐 커피포트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진공청소기라고 자부한다는 주관을 사욕으로 연결짓는 건 개인의 자유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에 따라 그것을 시대의 사명과 동일시한다는 점.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분야에 대한 소식은 뉴스에서 1번이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라면 듣기에 읽기에 느낌이 꺼림직할 수도 있지만 말이 온전하고 합당하며 포용력까지 갖췄다면 문제될 건 전혀 없다. 그건 곧 대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학교에서 언짢은 일이 있었다면 집에 와서도 얼마간 그 기분은 이어진다. 역시나 내 생활에 만족하고 희망도 있으면 별다른 큰 불만은 없다. 가정에서 행복하면 밖에서 일도 잘한다. 공동체의 삶이라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왜 없겠나. 그런 인간의 일들이 모여서 교과목과 상식과 교양, 인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이 알았기 때문일까? 그걸 모두 알고서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이해하기 곤란한 일마저 온전히 인간의 일이다. 나는 나무와 숲을 모두 보는 합리적인 이성주의자다? 나무와 숲을 모두 보는 그런 나를 바로 누군가 TV로 보고, 언젠가 책으로 읽고, 어디선가 풍문으로 들을 것이다. 고로 내가 봤던 숲은 숲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성향이 옅어지지는 않고 평온에 안주하고 싶어지는 성향이 있다고 하지만, 개구리로 변신한 왕자님이 아니라면 생각 만큼은 우물 안 개구리보다는 동화의 독자와 드라마의 애호가가 더 낫다. 훨씬 낫다. 어차피 가까운 과거는 멀어지고 미래는 가까와 진다. 몸은 과거로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까지 뒤로 가지는 말자. 최소한 그것이 현재에는 머물러야 하니까.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현재는 다른 상징적 존재가 많지만 원론적으로 동물농장의 왕은 세 가지로 나뉨. 군주, 국왕, (국교가 있다면) 교왕으로. 교주나 학문과 사극은 배제하고 대상을 K에 국한했을 때 묘한 사실이 발견됨. 암울한 20세기 초반 이후 저 2번째 사건 이후에도 어떤 형식은 반복됨. 양지가 아닌 그늘만 봤을 때 지금 기준으로 당시 인권은 개-소-말의 그것과 똑같았음. 힘의 논리에 의해서 먼저는 (건너의) 국왕을 찬양, 나중엔 (이쪽의) 군주를 찬양. 그러나 전자에 비해 후자에 대한 교육적 의미는? 아아! 동물농장은 딱 이만큼 아름다움. 바로 이 부분, (딱)! 그런데 이 크나큰 의미이자 핵심적인 모순이 어떻게 이리도 천대받는지! 단적인 예로 2번째에 대한 찬사 가득한 시를 써와라 왜 안 써오냐 라면서 선생님이 철~썩, 기본 풍속이었음. 그런 애교나 귀여움을 넘어서는 설명은 오오, 생략합시다. 그리고 묵념합시다! 홀로코스트가 장소가 바뀌고 모습도 바뀌며 시대까지 바뀌어 드물게 재현된다면 저건 장소가 불변한 채 발생된 부조리이자 동물농장 박물관적 진리. 이와 같은 동물농장의 생리가 인류의 섭리였다면 장래에는 좀 다르기를! 에 또...... 일치하지만 않을 뿐 대동소이하게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발생했던-발생하는 일. 저 3연속 세트는 같은 지역에서 작은 규모로 재현되기도 함. 레벨업 필요. 정당들 이름과 마크 수시로 바꼈음. 흔한 가방 값싼 신발 상표도 안 그럼. 브랜드 포지셔닝, 챙길 여력 없었음. 레벨업 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극단이나 껄끄러운 소식이라면 얼굴 잔주름 걱정하시는 분들이 없을 수 없음. 일부 극단은 괴로움. 극단 뭐? 오~오! 하지만 차츰 나아가면 그만. 지구는 아름다움. 소시오패스 비율이 20분의 1이라고 겁먹을 거 없음. 잘 살겠다─중간은 간다─나는 사랑을 믿는다─나는 하나만 하겠다─삶의 균형을 찾겠다─넘어져도 일어나기, 그런 의지가 중요함. 한 극단의 과거이자 어두웠던 내 인생, 괜찮아 괜찮아! 내 허물 알려주고 어딘가에 도움 되면 좋음! 왜 나빠? 얼마든지! 단, 친한 수컷의 허물을 반복하여 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함. 제3자가 끼었을 때 그러면 망함. 쫄딱. 그러나 그 3자가 미녀든 어쩌든 과시와 허세가 아닌 내 허물의 고백 그것을 당신이 선택하게 되면 친구는 좋아함. 많이 기뻐함. 활짝 웃음. 난 아니야 늬 스스로 무덤 판거야, 하면서. 수컷 전문가여, 왜 그런지 알려주세요! 대답이 없음. 추정하자면 이렇지 않을런지. 왜 그러냐면 알아서 스스로 쑥 내려가줬으니까, 내가 슥 올라갈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니까? 친한 건 맞네! 아무튼 당신의 긍지를 응원합니다. 뭐, 공익광고 같군. 극단 뭐뭐 얘기 여기서 끝. 
   한편~, 하고서 넘어가야 하는데... 미련이 남음. OK, 풀고 가는 걸로! 한 가지 의문은 풀고 가자. 왜 저 3세트가 연속됐나를. 신분과 한계는 인정하나 발명하면 이름이 남고, 모험과 도전과 정복과 탐험의 자유로운 덕목이 존중받는 인습 즉 밖으로 향하는 문화가 서구 사회의 특징이라면 곧 첫째, 밖이 아닌 안으로 그것이 향한 점. 둘째, 늦은 출발. 단지 늦어서 그곳만 그랬던 게 아님. 절대 아님. 어디든지 이미 겪었음. 그것도 옛날 옛날에! 일부는 현재나 나중 문제일 수도 있음. 셋째, 언론의 자유는 낮(았)고 백성의 형편이 매우 궁색했으니(하니) 정의도 좋지만 생계가 먼저였고, 다양성은 부재했고, 장유유서가 특히 강조되는 인습과 넘치는 신문물과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가 혼재함. 넷째, (책) 자본론이 늦게 알려졌고 퍼진 데 비해서 자본 시장은 급속히 커졌다는 점. 다섯째, 인터넷이 없었음. 여섯째, 현재의 스포츠나 당시 저쪽의 대표적 신사 계층 넷 가운데 하나였던 군인에 대한 통념과 인식이 이쪽에서는 전통적으로 전부 인문학에 집중된 점. 대하드라마 보면 딱 나옴. 겉으로는 문무숭상이라지만 진짜는 문관과 귀족만 숭상하고 나머지는 경시 또는 모두 천대. 명예보다 체면을 더 중요시함. 그러나 주색은 권장되고 간신은 승승장구했음. 오, 문관에 비교적 무게가 실렸다라... 음 국가의 시작이 군란이었기 때문인가,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분명 글로써 존재하는 학문을 숭상했다. 왜냐하면 글과 말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은 현지어인데 글은 어려운 외국어였으며, 그래서 글을 아는 양반과 말만 아는 평민은 자연스레 구분이 되었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펜은 칼보다 강하지 않지만 펜이 칼을 지배한다는 역설의 원리로 세상이 돌아가니 당연히 문관이 우선했다. 때문에 나중 (말과 글이 일치하는, 발음과 글자가 1 대 1로 상응하는) 자국어가 창시될 때 문인들의 반발등 말을 글로 만든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라니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나중에는 왕에게 충성한다는 신성한 명제는 유지된 채 무엇보다 호시탐탐 신분상승을 꾀하는 욕구에 근거하여 피라미드는 역피라미드로 바뀌기도 했다. 여인의 경우야 미모와 지성을 겸비하면 좋겠으나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망설이거나 눈치를 보는 게 정상. 그렇다고 과거의 일이 꼭 비정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쪽 중세 정치의 성격은 지성이냐 예체능이냐, 펜이냐 칼이냐는 그것과는 다른 얘기였다. 현대인은 말과 글은 물론이요 천재가 흔하다. 그럼 미래에는 외계인 예상도처럼 머리가 엄청나게 커질까? 딱 가짜웃음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일곱째, 1905년에 종료된 500년 역사의 전제군주제 국가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료로 인하여 반쪼가리 자작처럼 둘로 나뉨. 하나는 민주공화제 하나는 전제군주적 공화제? 즉 K의 출발은 민주공화제였으나 초기 체재는 불완전했기 때문. 그래서 1896년 올림픽 시작됨. 꿈과 낭만과 동경을 모를 리 없고, 초현실에 대한 경이도 알며, 탐구욕과 모험 정신과 삼국지도 알지만, 대망은 물 건너갔고 야심은 잠재웠지만, 저와 같은 여러가지 이유를 억지로 찾고 본다면 음 어쩌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질 수도 있겠네 하며 귀가 깃발처럼 펄럭일 수도 있는 일이다. 의문 대충 풀렸음. 
   왜 지금은 옛날처럼 그 말을 들을 수 없는 것일까요? <오늘은 뉴스가 없습니다. 음악을 듣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만큼 세상사가 광활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날은 괜히 TV 뉴스를 봤네 싶을 때도 있다. 일부러 기사감을 만드는구나, 그런 글도 간혹 보일 것이다. 전문가들도 그런다. 자네가 보기에는 뭐뭐 시장이 무척 넓고 원대해 보이겠지? 아니라는 전제의 그런 물음들, 어른이 되면 다 안다. 판을 바꾸기는 힘들지만 흔들어는 보겠다, 그런 다툼와 시기와 질투가 싫어서 그래서 내 친구는 유명해지기 싫어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얼마나 어른이 되야 그 모든 걸 속시원히 알 수 있을까? 그래 놓고서 어느 정도 이 만큼 알면 됐지 뭐, 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또 그럴려고? 난 아직 늙지 않았다고 나는 아직 모르겠어요, 라고! 켁켁켁. 우웩! 뉴스에 등장하는 소식들을 살펴보자. 세밀한 소식이 아니라 그 주제를 말이다.
   1번 정치. 정치? 정치학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절대로. 자 다음, 세계 경제. 거시경제학을 안다고 해도 현재의 진단도 미래의 예견도 결코 쉽지 않다. 변수는 많다. 그리고 사회! 시민 단체와 환경 운동가들이 일거리가 없을 정도로 행정부와 주식회사들이 알아서 일한다면 그분들은 손가락을 빨거나 파리를 잡든가, 지겹던 옛 터전으로 돌아가든가 아니면 직업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세상이 아름답게 돌아간다면 뭐가 대체 뭐가 걱정인가! 그러나 학문과 별개로 회사와 상업과 자본과 사회가 있고, 그 안에서 그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사랑도 하고 인생도 즐겨야 한다. 머머 해야 한다, 를 실천하는 것이다. 다른 꿈동산에서, 가 아니라 바로 그 안에서. 그것을 내가 일정 부분 원활히 조종하고 제어할 수 있으려면 첫걸음은 아는 게 먼저다. 모르면 세파에 휘둘린다. 속는다. 이용 당한다. 꿈을 잃는다. 갈대처럼 또 만화 그림에 나오는 코끼리처럼. 드라마와 공놀이와 이색적인 취미나 주색도 좋지만, 적당하면 왜 나쁘겠나, 현실은 어떤지 알기 위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헷갈리지 않기 위하여 최소한 내가 사는 어항에 대한 뉴스를 봐야 한다. (이쯤에서는 대충 의역하여 알아서 받아들는 게 좋겠음. 단어 바꾸기는 자유) 뉴스. 사실과 논리와 요점을 파악하고 짜임새 있는 문장을 듣는 것. 가장 알아듣기 쉬운 전달력이 포근한 말을 귀로 듣고 그것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 두가지. 그래야 말과 글을 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일단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다. 이처럼 탁월한 말과 격조 높은 글을 가려서 습득하여 어느 정도 내면에 쌓으면 비록 내 환경이 어둡고 변변치 못하더라도 사리판단을 잘 할 수 있는 이성이 산뜻해진다. 돈을 모으고 버는 방법도 비교적 장기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 들어가면 물린다 어쩐다 매사 비관적이고 속지 않는 것만을 오직 그것만을 삶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살면서 사는 동안 가려서 말을 듣고 엄선하여 글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좋은 말을 듣고 좋은 글을 읽는 것이 첫째. 그것이 습관이 된다면 그러면 내 감정 역시 내가 관할하기가 비교적 더 쉽다. 그렇게 되면 뉴스는 뉴스고 일상은 일상이고 내일의 할일은 내일의 할일이라는, 그 여러가지가 보이는 것이다. 고전음악을 먼저 알고 재즈로 넘어가라는 순서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돈 세는 몸짓─손가락 딱─골세러모니─하이파이브) 그 두 가지! 누구에게는 그것이 블로그일 수도 힙합일 수도 있고 그냥 생업일 수도 있다. 원리는 그렇다. 그 두 가지! 다른 말로 청명한 주관이라고나 할까, 그런 중심이 생긴다. 때로는 직접 경험에 의해 전문가의 영역을 짐작할 수도 있다. 병을 앓아서, 돈을 잃은 후 주식을 공부하거나, 또는 사랑에 대해서. 그렇지 않는다면 일단 쉬운 말과 평이한 글과 쉬운 생활만 찾는다면,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만 대충 보고 짧은 글만 편히 소비하다 시간만 가게 되면 그래프 각도 역시 그만그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뭐다, 를 알지만 내 인생은 정작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살며, 어느 주기로 문화가 산책을 하며,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어째서 이 시점에는 어떤 말을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그 무언가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음...... 배보다 더 큰 부록이 첨부되었으니 다시 저 세가지로 돌아가자구요. <시간 ─ 규모 ─ 왜>로.
   누군 뭐 이런 얘기 좋아서 하겠어요? 그게 다 뭣 때문인 줄 아세요? 뭐긴 뭐겠어요. 내 친구 <호사가> 때문이죠. 아울러 큰 선거에서 말 잘하고 잘생긴 후표에게 표를 던졌던 나 같은 몽상가 때문이겠죠. 그것도 아니면 그 둘에게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갈팡질팡하는 사색가 때문일까요? 어쩜 그럴지도. 아니 걔가 제일 문제에요. 지가 뭔 양면 테이프라도 된단 말이야? 흥! 인간의 숨길 수 없는 본성, 누구에게나 잠재된 본능, 지니가 알려줘서 소셜 네트워크에 어떤 편집 영상을 올렸드니 정말 폭발적인 환호를 얻게 된 그 무엇.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가 남겼던 파괴에 대한 어떤 이야기. 어쩌면 그 때문 아닐까요? 다시 저 세 가지 기준을 검토해보죠. 첫째 시간, 둘째 규모, 셋째 왜. 그럼 시간은 가깝지만 규모가 작았던 섬에서 있었던 일, 알긴 알지만 대체로 학자와 업자만 알뿐이죠. 지구본을 돌려보면 큰 바다에서 선점된 섬들 많잖아요? 그게 뭐 가위바위보로 정한 건가요. 네, 그렇죠. 또 우리 남자분들 이런 얘기 나오면 하고 싶은 말들 많아집니다.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어떤 작품에 나오나요? 안 나오나요? (그 옛날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국은 일찍 뭐 어쩌고 어째서 그랬는데 일본은 뒤늦게 어쩌고 어째서 어떻다고. 유니언잭과 깃발 1과 깃발 2, 단지 그게 시간 차이 뿐인지 모르겠어요. 아니겠죠. 명백히 아니죠. 국기가 각각 다르고, 세금은 유니언잭 하나로 모으며, 다시 예산은 나뉘죠. 월드컵─올림픽─UEFA 다 따로 나감. 이것을 뭐라고 구분할까요? 네? 그렇죠. 좋으면 브랜드 가치, 아니면 그냥 명칭. 그러나 난 아직 모르겠다구요. 틀린 말은 아니죠. 정확한 요점이죠. 그러나 가즈오 이시구로가 일본에서 태어났으니까 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또 모양새가 좀 음 것도 좀 그럴 수도 있어요. 그렇죠, P와 P의 부재와 지정학적 문제는 모두 저 기준의 정확히 첫 번째와 두 번째에 걸리는 것이죠. 하지만 가서 구경하면 정말 짐 풀고 거기서 평생 터 잡고 살고 싶을 정도로, 선거권을 원하지도 받지도 기대하지도 필요도 없다면서 그저 조용히 안주하고 싶은 정도로 그 어디에도 절대 빠지지 않을 만큼 좋은 곳인데, 옛날 일은 또 뭐가 막 이래 저래 꼬인 게 많아요. 아직도 그래요. 이게 만약 찻집에서 또는 술집에서 토론하는 분위기였다면 얘기는 여기서 멈출 수 없죠. 아마 그럴 꺼에요. 크리스토퍼 콜롬버스로 시작해서 게르만족은 어떻게 이동했고, 앵글로 색슨족이 원래는 북유럽쪽에 살다가 영국쪽으로 넘어오니 그건 뭐야, 구르는 돌이 박힌 돌 뺀다고 원래 거기 살던 사람들은 스코트랜드로 아일랜드로 북아일랜드, 웨일스로 밀려갔다고 어쨌다고, 좋은 모습으로 갔겠냐 웃으면서 떠났겠냐 세월이 흐르면서 대관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알기는 아느냐, 또 본토에 자리잡은 그 친구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서 어쩌고저쩌고, 어디 그 뿐인가 무엇을 보라고 뭐라고 구르는 돌에 박힌 돌이 튕겨나간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인디언은 이제 과자 봉지 이름이고 다큐멘터리에서도 보기 드물어, 독일놈들이라면 치를 떨며 장황설을 풀어놓으시는 20세기 초반에 태어나신 프랑스 할아버지의 말씀 음 뭔 심정인줄 다 알잖아 하지만 우리가 누구야 지식의 거성 아니겠어? 또 도미노로 이어져야지 야구장에서만 파도타기 하나 아니잖아 퀘백은 모르겠으나 아 나 이런 미치겠네 갑자기 또 생각이 안 나는구먼 뭐 일단 내 차례는 건너뛰어, 터키는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남미의 국경선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았나 그냥 좋게 좋게 말로써 협상으로서 그랬을까, 아이슬란드는 군사권을 아웃소싱한다는 것을 아느냐, 늬 까짓 게 무슨 회담을 알어? 어?, 너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왜 분리되었는 줄 알어? 야 누구! 늬들은 세계사 알기를 띄엄띄엄 아냐? 어설프게 얕은 상식 가지고서 그게 뭐냐? 어? 가서 벽보고 서있어 아니 고추 잡고 반성해! (진짜 성큼성큼 몇 초 흉내는 낸다. 왜냐? 그날 친구들끼리 좋은 데 가기로 했는데 쟤가 술값 다 낼 꺼니까) , 이 양반들아 어떻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냐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빼고 뭔 잔지식 가지고 그리 난리들인가? 어? 지금 이 도시 1년 예산이 얼마인 줄 아니? 어? 자그만치 4조야! 어?, 뭐 4조? 그게 늬 돈이냐? 매스컴에서 막 몇 조 몇백 조 하니까 바람 많이 들어갔구나 난 지갑에 4만원도 없고 통잔 잔고가 40만원도 안 되는데 말이야, (말상도 아니고 몸의 언어 견적도 흠 열만 좋네) 뭐다냐 뉴페이스? 너 어디 소속이여?─ 나 무소속이다─퍽!, 왜 이스라엘은 그렇게 시끄러운가 왜 옛날의 작품들에 그렇게 유대인 얘기가 많이 나오는가, 팔레스타인은 구르는 돌에 밀려난 박힌 돌인가, BBC던가 DNA 조사하고 어쩌고 해서 다 밝혀진 사실 아닌가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봤드니 글쎄 고전미술이나 깡촌 교회에 걸린 초상화가 아니라 전형적인 팔레스타인 농부의 모습이더라 어쩌더라...... 
   다 나오는 게 순서죠. 늬가 역사를 알어, 하면서. 정치인 2는 정치인 1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싫어하지도 평생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정치인 1은 정치인 2에게 어쨌다고, 정치인 2는 세계적인 상을 받았는데 정치인 1은 아니였기 때문 아닐까 라면서 지난 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 정상입니다. 네, 그럼요. 저 단어, 호사가! 그게 정상이에요. 싫지만 불미스럽지만 모른 척 하고 싶지만 그건 비정상이 아니라구요.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어찌 우리 고상한 인간의 언어가 촌닭 같은 의성어까지 떠안아야 하냐구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어떡하나요, 네? 그걸 감안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호사가가 신세계를 보면 어떤 줄 아세요? 정확히 배 아파 합니다. 그림 딱 나옵니다. 뭔가 말이 통하고 뭘 좀 알거나 지성인이라면 뒤늦게 선진 문명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고 먼저 어떤 제도 자체가 정착된 곳을 구경하면 뭔가를 느낄 꺼에요. 수치상으로 인구로서 면적이나 어떤 기준으로서는 아니겠지만 가서 보면 와, 감탄사가 나와야 정상입니다. 어항 바깥의 세상은 정말 어떻구나 깨닫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그런데 호사가, 동물농장에 속하는 친구들 가운데서도 촌닭과 정확히 DNA가 99.9퍼센트 일치하는 친구들은 어떤 줄 아세요? 첫째, 자기 삶이 그냥 근근히 먹고 사는 건 된다 라고 하면 무조건 친구에게 자랑할 생각을 합니다.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오직 그 일념뿐이죠. 이때 걸맞는 속담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겠죠. 둘째, 자기 형편이 어렵고 실정이 어두캄캄하며 부모와 지역을 골라서 태어나지 못했던, 내가 못가진 타인의 능력을 시기하지만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친구들은 일단 배 아파 합니다. 물어볼 수도 없죠. 넌 아아 넌 정말 대체 뭐가 그렇게 꼬였냐, 왜 그렇게 매사 삐딱한 거냐고요. 물어볼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 말을 꺼낸 내가 비정상 취급 받으니까요.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진화하는 일만 남을 테니까요. 나도 내 지난 삶에서 찡그릴만한 일들 많죠 많아. 열거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범죄, 범죄도 있어요. 쉿! 그게 뭐 어디 남의 인생인가요? 내 인생이죠. 그것도 엄연히 인생 경험이라구요. 괜찮아요 괜찮아! 이탈리아 밀라노에 가면 속된 말로 개나 소나 에르메스를 들고 다닐꺼에요. 굳이 확인하지는 맙시다. 그리스 아테네? 나이트클럽 웨이터도 에르메스, 역도부 고등학생도 에르메스, 다큐멘터리 카메라 감독도 에르메스이자 만화방 주인조차 에르메스니까요. 성은 히틀러요 이름은 구스타프, 토마스, 하인리히, 프란츠, 볼프강 그리고 루돌프 등등 주어진 건 주어진 것이니까 우리는 밝고 멋진 현재를 살자구요. 그래요.
   제게도 타락한 시절이 있었죠. 죄악도 있었구요. 법망을 피하고 양심을 져버린 일, 허다헙니다. 그렇지만 넘어져도 일어났시유. 이제 와서 회고하니 좌절을 타개하며 꿋꿋한 의지로 불운을 용케 극복한 듯 보이지만 그래유, 허세 맞구먼유. 허나 오직 허세 단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투철한 이기주의자가 되어 어려운 시기를 빠져나오는 것이 방탕함에 안주하고, 정조를 져버리고 포기하며, 미래에 대한 평온한 정도의 기대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것보다는 백번 낫기는 낫죠. 안 그래유? 전 그렇게 생각하구먼유. 비록 사고 체계가 지동설일지라도 시기에 따라 슬럼프를 극복하는 목적에 모든 것을 최적화하여 잠시 천동설에 기반해서 실패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뭐 그런 얘기구먼유. 그 역설 또한 그렇구요. 시방 따지고 보면, 안 따지고 봐도 그건 내 삶의 일면인 거죠. 괜히 엄숙해지구먼유. 지 같은 촌닭두, 지 같은 죄인도 지금은 말예요 근엄해질 수 밖에 없구먼유. 어떻게든 내 행동이 경멸 받고, 어딘가에서 내 존재가 질시 받고, 어찌되든 내 이름은 척키와 더블 에스와 또 다른 이니셜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 그게 세상사와 인생이 아니고 뭐겠시유? 지는 혐오라는 낱말을 무시할 수도 자유로울 수도 애써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인간 존재라, 바로 그 말이에유.
   그렇지만 음... 괜찮긴 한데 호사가가 군데군데서 지식 쌓기를 연마하는 여러 호사가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내 말을 듣는다면 참으로 진짜 좋아하시겠네! 얼씨구나~ 경사났네 경사났어 노래를 부르며 춤이라도 추시겠다구요. 어디 늬가 나 촌닭인 데 뭐 보태준 거 있냐, 내가 어딜 봐서 촌닭이냐, 그러는 넌 뭐 얼마나 잘났냐면서 따질 위인이겠어요? 에이, 설~마! 그냥 백조하자 면서 잔말말고 따라오라며 만나서 술집으로 향할 때 앞서서 걷기만 하겠죠. 천상, 인간은 피자 배달부가 되어야 하는 운명일까요? 아니면 아무리 나이가 들고 경험을 하며 굳건한 지성과 지식의 바벨탑을 쌓아도 절대 철이 들어서는 안 되는 존재일까요? 모르겠어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난 바보라구요. 난 멍충이에 물음표만 좋아하고 환상이나 찾는 얼간이라구요. 그런 내가 뭔 대단한 사상을 얘기하겠어요! 침팬치의 DNA와 95퍼센트에서 98퍼센트 일치하는 내가. 음... 다만... 단지 뻔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것 같아 좀 걸리네요. 전쟁에 관한 지식의 최고봉은 누구일까요? 누구냐면요 그건 전쟁에 관해 학문적으로 또 현업으로 한평생을 거는 전문가입니다. 괜한 지식 자랑, 아 마음에 걸리네요. 아 이거 증말 내 입으로 내 자랑하는 것 같아서 그런 말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나온 것 뿐인데 말이죠. 그렇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니 귀를 막을 수 밖에요. 그리고 하나 바랄께요. 왜 촌닭은 백조보다 더 웃기고 즐겁고 기쁘면 안되는 건가요? 네? 알아요. 질문이 틀렸죠. 고급스러운 농담이면 몰라도 나머지 웃음의 전문가는 촌닭이니까요. 말을 바꾸죠. 왜 촌닭은 백조보다 더 우아하며... 아 이것도 뭔가 이상해요. 음... 네, 갑시다. 왜 촌닭은 백조에게도 부족한 후천적인 초능력과 지혜로운 통찰과 예술적 감성은 물론 신비한 혜안을 지니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러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지나요. 설령 문법은 틀릴지언정. 정말 백조는 촌닭을 존경할 수는 없는 건가요? 정녕 그게 한계인지... 좀 더 성숙한 조류로서 성장하고 엑스맨처럼 변신이 가능했으면!
   어, 이거 어떻게 된 일이지? 지니, 듣고 있니? 너 때문에 어쩌다 내 대사가 또 삼천포로 빠졌자나! 아 나 이런 뭐야 이거! 미치겠고만. 이런, 젠장!」
   「괜찮아요 주인님. 전 오히려 너무 재밌는데요. 정말 즐겁게 듣고 있었어요. 결론은 뭔가 그런 거 말고, 우리 일단 더 들어보기로 합시다. 그럽시다 그려, 네?」
   「그럴...까? 음. 어디까지 했지? <내가 최고야 라고 못하는 부류>는 나왔으니 다시 <내가 최고야>로 가볼까? 그거 립싱크하시는 분들은 약속 시간에 친구가 늦잖아? 그럼 내 권위를 내세워. 나 약속시간 늦는 거 싫어한다는 거 알지, 하면서. 지가 늦으면 슥 넘어가고. 니까짓게 권위가 어딨어 하면서. 어느 선을 넘는 친구들은 아니지만 자기 영역에 정말 가까운 친구잖아, 그러면 자기한테 맞춰줘야 해 꼭. 어딜 같이 가더라도 일단 자기가 앞서가. 자발없이. 촐랑촐랑. 그냥 스무 살에서 멈춘 거야.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하는데 친구 아니면 기를 필 데가 없나? 아무리 찾아봐도? 아니면 애정을 쏟고 열정을 펼치고 꿈의 실현을 예행연습할 활력이 떨어진 건가? 그게 아니라면 무엇보다 아무도 자기를 골목대장으로 알아주지 않는 것일까? 자기를 인정해줄 사람은 오직 하나 사랑인데, 그것도 실은 사랑은 없다는 걸 아니까? 대답은 슬쩍 생략합시다. 인생 꺾이고, 지식은 꽉 찼고, 남은 건 오직 권태 뿐이라는 그런 말은 하지 맙시다. 정말 그럽시다 그려. 부디 인생이 그렇게 허무한 것이라고 치부하지 말기를.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 같은 어른의 기호 성향을 일찌감치 흉내내거나 타성에 젖어 나쁜 길로 빠지거나 살아봐야 인생 별 거 없다고 로또복권이나 주기적으로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런 말은 단둘이 어울리는 상대끼리 뒷골목 술집에서나 하자구요. 설마 이게 성인 남자의 평균은 아니겠죠? 그렇겠죠. 만일 그렇다면 커피포트만 불티나게 팔리다가 또 한철 가면 다시 진공청소기만 동날 테니까요. 그래도 아무리 봐도 저건 애다 애. 응애응애 꼬마에 불과하다구요. 그냥 원래 그러나 보다. 그거 말고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려......(침묵)......
   아마 난 그런 일련의 원리를 어쩌면 미리 직관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거의 20년 전에 어떤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어. 누구는 나중 어떤 차를 타고 싶니 라는 질문에. 가능함을 떠나 좋아보이거나 선호도의 의미로. 지금은 예전 내 의견에 현재의 내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그때는.
   "그냥 소나타 같은 거 타야죠" 라고. 평범하고, 흔하고, 싸고, 눈총 받을 일 없고, 보호색 같고, 딱 튀지도 않고, 그런 차! 색깔은 은색. 마치 주거래 은행을 어려서 정할 때 대출 잘 해주는 은행을 고르는 것처럼.
   만약 저 대답을 친구에게 먼저 꺼낸다고 가정해 보자구.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와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그 반대의 호칭을 말하자나, 뭘 좀 아는 사람과 지성인과 교양미가 썩 빠지지 않는 사람이면 아니겠지만 친구라면 정말 친한 친구라면 그건 꼭 그래야만 해. 머머 해야 한다, 머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절대값 딱 하나만 남아. 그게 뭔 줄 아니? 뭘 꺼 같아? 맞혀봐. 왜, 어려워? 귀결되는 답은 오직 하나인데 그게... 어렵나? 이 문제가? 아니잖아! 음, 그건 이거야.
   "그게 늬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또는
   "너 B 운전대 잡아봤어? 또는
   "너 B에 가봤어?" 또는
   "너 뭐뭐 해봤어? 나는 해봤어."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보기가 있을 텐데 대체 왜 그 답일까? 왜냐하면 진정 친하다면 그게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이야. 아니면 안 친한 거고. 끝. 좀 이상하지만 또 썩 이상한 일도 아니야. 원래 그래. 원래 그 바닥이 그렇다고.
   그런데 저처럼 둘만의 농담 따먹기가 아니라 제3자가 둘 중에 누구 하나를 찍어서 공인하자나? 그럼 나머지 하나는 어떻겠어? 뚜껑 열리지. 완전 광분해! 덩치들은 벌어진다고들 하지. 이때 반응과 얼굴, 표정, 한마디로 압권이야.
   RC카를 즐기는 친구끼리 만나서 놀다가 리모콘을 조종해서 한 친구가 빨리가잖아? 그러면 그래. 뭐 하러 그렇게 출력을 높이냐! 딱 봐도 화내는 거야. 다른 데서 쌓인 스트레스가 이때 다 나와. 그러다 한번 자기가 빨리 가잖아? 잘 따라오나 보자 하면서 출력이 되나 보자 그러면서 슥 눈길을 흘기면서 혼잣말을 하지. 보기는 뭐가 있을까? 많겠지. 허나 하나만 남길께. 어쭈!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 저런!
   일단 서열이 나보다 월등히 높지 않잖아? 그러면 그래. 왠지 나보다 아닌 것 같고, 내 뒤에만 있어야 하고, 나 보다 크거나 잘 생기거나 말 잘 하거나 그래 봐야 허당이고 나는 인정 못하고, 막 그래. 또 어딘가 좀 모자라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데 뭐가 하나 새로운 게 탁 하고 등장하잖아? 여자랄지 공신력이랄지 불균형이나 일확천금이나 새 뭔가 같은. 그럼 이것 역시 답은 하나야. 그땐 좋은 말 안 해. 절대 안 해. 하면 안 돼. 할 수 없어. 원래 그래. 답은 이거야. 악-담! 이게 뭘까? 뭐긴 뭐야, 생활 명대사지!
   때로는 친구를 우정이 아니라 자기를 보필해주는 한 단계 밑의 조수를 일부러 구하는 친구도 있어.
   물론 이건 항아리 그래프의 극단에 위치하는 사례도 포함되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거의 없어. 남자들은 알아. 또 그것의 기준은 친함이고. 아니 우정일까? 모르겠어. 우정이라고? 뭔 우정이 이래? 그렇지만 아는 것도 하나 있어. 측정은 못해봤는데 대충 추정까지는 아니어도 약간 궁금하기는 해. 내가 아마 10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거. 그건 무엇이냐 하면 한동안 친했던 단짝이 많았다는 거. 현재 진행형, 관계의 단절이나 자연스러운 멀어짐도 있었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멀티 태스킹도 있었어. 어장 관리라는 유행어처럼. 여자의 세계에서는 그와 같은 모습이 평균일까? 나중 알게 될지도 모르겠네. 잘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서둘러서 지금 알고 싶지는 않아. 그래도 저게 우정과 관계되는 문제였으니 다행이지, A와 B의 단짝 관계에 낑겼으니 망정이지 한두 번도 아니고, 만약 사랑의 관계에 파고들었다면 삶이 막장이고 인생이 치정이었겠군!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지. 원래 늑대 1과 늑대 2가 절친이었어. 속셈은 산술의 공식과 결과가 달랐을지언정 겉으로 드러나는 그림은 간략히 객관적으로 그래. 당시 늑대 1과 늑대 2는 멀리 떨어져 지냈는데 상황이 어떻게 되서 1은 2에게 자기가 타던 중고차를 팔았어. 그런데 돈을 할부로 늦게 주고 어쩌고 하다 다툼이 일어난 거지. 험하게! 그래서 막 티격태격 오래 다퉜어. 얼굴 평생 안 보고 살 뻔 했지. 그 둘이 나 남은 돈 못 주겄다 늬가 어쩌래매, 워매 어 그러냐 그라믄 난 차 못 주겄다 다시 탈란다 어쩔란다, 아따 그게 뭐냐 거 마 너 정말 그렇게 나올래 어쩔래... 그런 식으로. 절친인데 내가 어떡하다가 그 사이에 끼어서 난 양쪽으로 절친이 됐지, 당시에 말야. 본처 두고 뭐한다거나 다른 주머니 찬다는둥 뭐한다는둥. 진짜 자신이 인정하는 오른팔과 왼팔은 따로 있을 수도 있어. 넌 나의 넘버 2다 라는 말을 슥 흘릴 수도 있고. 그러나 흘리면 뭐해, 그처럼 말한 친구는 옛날부터 한 계단 아니 처음부터 두 계단 밑으로 상정된 존재일 뿐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둘 사이에 낑겨서 그처럼 상황 애매하게 된 일도 있었어. 애들도 아니고 말이야. 1에게도 듣고 2에게도 듣고 느낀 점이 뭔 줄 알아? 얘네들 정말 그때까지 절친 맞았나, 라는 점이야. 뭐 그렇게 서운한 구석이 많았고 꼬였던 사연도 많았던 걸까? 설마 가짜 우정 아니었어? 그거 연적 아닌가, 경쟁 관계 말이야. 그런 의혹은 도저히 잠재울 수 없었지.
   입만 열면 지식 자랑, 오직 타석 등장으로 승부 보는 전문가야 남을 웃기거나 적당한 역할과 삶의 의미가 있다지만 사석에서, 그것도 수컷 세계에서는 바로 이게 기본적인 촌닭의 습성이야. 놀랄 꺼 없다구. 그걸 모르는 어른은 없어.
   그러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자구. 그분들은 뭐 다 좋을까? 기분이 좋아서 그랬을 것 같은가 말이야. 그건 아마 아니겠지. 어쩌면 이보다 더 커다란 불만이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정작 주지해야 할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바로 이것일 테야. 그분들은 결코 질색하지도 몸서리치지도 짜증나지도 않는다는 것. 너그롭게 포용하고, 어쩜 이와 같은 맹비난에 대해서 슬며시 웃으면서 이럴 꺼야. 봉황의 깊은 뜻을 참새가 어찌 알리오! 그렇게. 어디 그 뿐이겠어?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네 어쩌네, 막 그런 옛시를 외울려는데 생각이 잘 안나, 거의 생각이 날 듯 날 듯 딱 그 찰나 이미 상대는 읊어, 그는 환호를 받고 나는 열 받는 거지! 그 왜  이런 거 있잖아.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쏘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웃자고 꺼낸 말이고, 풍문으로 어떤 진상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의 참다운 대응은 어디까지나 무반응으로 일관할 꺼야.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분들은 대인배니까! 보기 드문 호인이거든. 입이 그야말로 무겁다고. 간사하고 꾀부리고 말만 앞서고, 절대 그런 친구들이 아니야. 옹졸하고 좀스럽고 쪼잔하고, 아니 아니 아니지. 원래 이미 대성했어야 하는데 일이 중간에 좀 틀어졌어. 재수가 없었거나 불운의 먹구름이 지나갔나봐. 그렇지만 언젠가 대망을 이루긴 이룰 꺼야. 못 이루면 말고. 무엇보다 애초에 야심이란 게 있다는 건 결코 부인하지 않는 남아니까 말이야. 물론 규칙적으로 로또복권은 꼬박꼬박 사. 그건 정결한 철칙이라고. 
   그런데 말이야, 그 업계에서도 딴사람이 되는 마법은 존재해. 참으로 신기하게 완전 딴사람이 되는 일은 꼬박꼬박 벌어져. 어떻게 된 이치로 그와 같이 변하는 것일까? 음...... 자, 오리와 갈매기를 찾아서 어딘가로 갔어 라고 가정해 보자구. 이사를 하던 어쩌던, 굉장히 깨끗하고 예절 바르고 한적한 동네나 회사나 뭐 그런대로 옮겼단 말이야. 가깝든 멀든. 갔어. 살아. 생활은 풍요로워. 모든 게 쾌적해. 만사 포근하단 말이야. 그래서 좋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깍듯이 인사하고 극도로 섬세하게 신경 쓰며 불편하지 않게 무척이나 신경을 써줘, 주위에서. 그런데... 그런데 뭐랄까, 재밌지가 않아 좀 심심해 뭔가 밍밍해 미적지근하다고. 그건 뭘까? 왜 그럴까?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보기 중엔 이것도 있지. 그건 뭐냐! 바로 그건 함부로 말하고 내가 좋아서 내가 먼저 당신께 또 항상 편하게 막 대하는 으쌰으쌰 그 급의 친구가 없다는 뜻이겠지. 그 다음 순서는 어떻게 될까? 어쩌긴 촌닭을 찾아야지. 촌닭이 알고 보면 인기가 좋아. 그렇게 해서 누군가는 촌닭을 찾게 되는 거야. 찾았어. 만나. 그런데 이 촌닭이 그 촌닭일까? 아닐까?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살다 살다 이런 촌닭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수준의 촌닭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지. 밑도 끝도 없이 촌닭이라고 피라미드의 바닥에서만 살라는 규칙은 없어. 촌닭이라고 뭐 관심과 호의와 아끼는 마음도 모르고 덜떨어졌을 것만 같아? 아니야. 환경이든 꿈의 실현이든 그분도 겉으로 백조가 되면 여유가 생겨. (자기 기대를 기준으로) 지질이 못 살 때는 걸핏하면 흠 잡고 무턱대고 큰소리에 다짜고짜 좌충우돌, 비록 그땐 그랬던 냉소주의자였을지라도 (자기 기대를 기준으로) 좀 모자라지만 한두 단계 올라서잖아? 어쩜 사람이 그렇게 너그러워질 수가! 와, 오~ 뭐야! 그런다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나보다 더 친절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소리를 쳐도 돼. 뻥뻥~ 빵빵~ 그래도 돼. 인정할만 하니까. 매사 긍정적이고 세상을 낙관적으로 인식하지. 요컨대 이 정도 호인을 찾을려고 하면 만방에 소문내고 찾아헤매도 평균 10년 꼬박 걸린다는 보고서가 있어. 공신력 있는 통계와 객관적인 그래프, 많아. 정말 많지. 그럼. 그러면, 그러면 그 한두 단계 올라서서 법이 없어도 살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바로 그것의 기준은 뭘까? 뭔거 같니? 도대체 그게 뭘까? 그 한두 단계가 시상대도 아니고 대체 뭐길래 거기 올라서면 천사가 된다는 거지? 어? 그건 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일까! 얕은 지식? 자연에 대한 통찰력? 자기 자신과의 화해? 세상을 보는 혜안? 아니야, 다 아니야. 그건 거의, 거~의 딱 하나! 바로 황금. 사랑의 다이아몬드! 그래서 그 철칙이란 정결한 것이지. 하지만 그것은 정결한 동시에 때로는 처절하기도 해.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니까. 한 단어로 탕진 같은 말. 최고의 자리에 있다 바닥으로 내려가신 분들이 하시는 일관된 말씀 있지? 1층에 내려오니 아무도 없드라 같은. 곁에서 다독여주는 것도 좋긴 한데 저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니까 그래서 그럴 수도 있어. (자기 기대를 기준으로) 성에는 안 차지만 한두 단계 올라서면 딴사람이 되는데 그 반대로 한두 단계 내려가면... 아... 그건... 오, 제발! 기도드립니다, 부디 지금과 같기를! 오오, 들리니? 들어봐 잘 들어봐! 귀를 기울여보라구. 와! 지금처럼만, 이라는 말이... 어머나 진짜 들리네 어쩜 이런 일이! 황금 때문에 운 좋으면 천국에도 가고, 황금 때문에 운 나쁘면 지옥에도 간다구. 승부의 세계에서 경기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진다면 패자는 그래. 졌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나요 라고. 그러나 판돈을 건 관전자는 말이 필요하겠지. 어쩌면 잃은 판돈과 억울한 말은 비례할 수도 있고. 예상은 그렇지만 공식은 더할 수도 있고. 승패는 우연인데 어디-행이냐는 필연. 놀라워! 그것이 모두 황금 때문이란 말이지. 신기해! 천사도 되고 천사를 그저 부러워하기도 하고. 얄궂나? 행복도 불행도, 조증도 울증도 멀리 있지 않나 봐. 그래서 사람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일까? 그건 아닐 꺼야. 왜냐하면 바닥에서도 큰 불만없이 기쁨과 흥미를 저글링하고 즐거움을 드리블하며 쫌 가난해도 아무렇지 않다면서 밝고 건강하며 재밌는 인생을 살 수 있으니까. 사과나무를 심느라 가꾸느라 힘이 들고 땀 흘리는 것과 소풍가서 노래 부르며 풋사랑도 논하고 정답게 노는 것, 목적이 다르고 본질이 상이한 전자와 후자가 조금은 겹쳐야 하는 그런 시절은 아니지 않나, 무슨 얘기인 줄 알겠지 얼굴 찡그려서 뭐하냐고! 실제 많이 그렇잖아? 에헴! 어, 딴사람이 되는 마법과 로또복권을 사는 이유, 설명됐지? 일신의 호사가 아닌 타인의 행복과 선행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는 것!  
   왜 여자들이 자기는 결혼하기 싫다, 결혼 생각 없다고 절반은 빈말하는지 알겠지? 일찍 서둘러서 결혼한 아가씨 하나는 자기는 촌닭만 아니라면 눈이 세 개 달렸든 꼬리가 아홉 개 달렸든 뭐라도 좋다는 단 하나의 고고한 명제가 정확히 충족되어서 팡파레 울리고 부케를 던졌는데, 오 이럴 수가! 알고 보니 신랑은 글쎄! 글쎄...... 촌닭왕이라니! 오, 세상에나! 아아 이럴 수가!
   여자들은 안다. 무엇을? 여자는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고, 어느 눈치 없는 남자가 그처럼 정답은 단 하나라는 식으로 짧고-쉽고-편하게 말하면 상당히 거북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남자가 그와 같이 결론내리면 우르르~ 파파박~ 댓글과 동조가 심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그런데 남자가 아닌 여자가 그런다면! (젠더 거 뭐시기 그런 말이 아니라 그냥 정상적인) 여자인데 화장술, 딸려 안 해. 애교? 기질상 못해, 원래 싫어. 여성스러움은 부족해. 그래 나도 알아, 비운이야. 교태? 짜증나.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여자는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고, 여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불문율이며 잘 지켜지니까. 그 부분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단합이 잘 된다. 그건 뭐 여자들의 으샤으샤? 넘어가자. 그러면 여자들은 왜 그처럼 말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것은 불미스럽고 교양 없어 보이는 품위를 져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럼 뭐 속마음을 마냥 참는가? 그건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인내가 미덕이란 말은 일정 부분 구식이 됐고, 나중 뭇매를 맞을지라도 의사표현은 자유이고 왕왕 그것은 자존감과 연결되며, 점점 다양성은 중요시되고, 적어도 종종 할말은 해야 한다. 따라서! 그러므로 무반응이 아니라 남자의 의견 그것이 여자에게서 단지 변형될 뿐! 어떻게? 내 남편에게 꼬리치는 년들은 허리를 확 그냥 접어브러야 돼! 내 남자친구한테 껄떡대지마 이년아, 라고. 뭐~ 껄떡~? 고유한 색 1과 2도 구분 못하면서 뭘 안다고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의 논리는 음 어 아 그건 젠더 이러쿵저러쿵 그런 경향이 없잖아 있는 듯 해. 아니 애매한 듯 하지만 없어. 정말 그런 것 같아 지니야. 자기가 못 가진 재주에 대한 질시,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남녀구분? 없다. 동서고금, 뭐가 다르겠나. 자, 이제 공평해졌다. 유부남들이여, 들고 일어납시다! 이제 때가 됐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런데, 의자에서만. 그렇다. 표현은 다를 수 있고 참을 수는 있지만 그게 쌓이는 것은 얼마나 버티느냐 어떻게 푸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봐. 난 그렇게 생각해 지니야. 그럼 이제 다시 촌닭에 관한 담론으로 넘어가자고. 어째 꼭 여자들이 몇 시간 수다를 나누고 헤어질 때 건네는 그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어디서도 그 짝을 절대 찾을 수 없을 만큼 불가사의한 어떤 인사말이 떠오르는구나. 어딘가 모르게 그런 느낌이 있네. 없잖아 있다고.
   그러나 촌닭의 세계는 넓고도 다채로운 법. 밀만 곡식이고 영화배우만 연예인인가? 아니지, 아니라고. 입만 열면 뻥인데 그 세계가 오죽 광대하겠니?
   하지만 실상 알고보면 또 그 만큼 드넓지도 않아. 난 여동생이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동생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친구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보고 싶고 궁금하고 놀고 싶은 친구들은 많지만 막상 만나면 또 기분이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어. 만나면 어쩔 수 없이 반드시 좋은 데를 꼭 같이 가야 하는 친구도 있고. 죽어도 싫다는 말은 안 하네, 그런 말도 들어야 하고. 오랫만에 척키의 말발을 들어볼까? 얼마나 늘었나 보게. 녀석도 멀리 살아. 게다가 늙었을 꺼야. 더 이상 코메디 장르가 아닐 지도 몰라.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했을지 누가 알겠어? 어차피 초딩 인생인데! 벌써 홀아비 냄새 나고 막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생업과 별개로 조류학을 공부하고, 고전을 엄청 읽는 친구가 있어. 없나? 아무튼. 걔, 허당이야. 전자는 여자 꼬실려고 시작한 거고, 후자는 읽는 양에 비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사는 건 영 딴판이야. 또 누가 있을까?
   '난 미녀 넌 야수'과 아가씨? 1 대 1로 만날 수 있는 숙녀, 아는 사람이 없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기도 해. 소소한 즐거움이니까. 일하는 데 도움도 되고. 어머! 미스터리 문학 계간지를 읽나본데, 와 고전음악을 아는데, 뭘 선택하는 취향이 괜찮은데, 어떤 안목의 소유자일까? 그러나 너무 쉽게 간파되서 그게 문제야. 그분들도 똑같을 꺼야. 내가 원하는 글인가, 내가 좋아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가에 대해서 금새 파악하는 재주. 2년이든 3년이든 오래 지켜보고 내내 곁에 남아주는 게 어쩌면 젊음인데, 이젠 무척 엄숙히 선별해서 살아야 하는 인생인가봐. 그건 곧 청춘이 아니란 말이네, 저런!
   그외에? 깎뚜기 친구들도 서로 가는 길이 달라. 뭐 마이크 타이슨 사건 한 번 더 갈까? 그건 아니잖아!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믄 미쳐버리는 친구들, 다 자기 인생이 있다고. 바를 사이에 두고 각자 원하고 바라는 적법한 교분이라는 게 다르고, 한쪽이 참고 기다리며 뭐든 두둔하지 않으면 말문이 막히게 될 꺼야. 기대는 어긋나고 기분은 꽝이 될 꺼라고. 또 사느라 다 바뻐. 각자 알아서 단짝이든 할일이든 취미를 새롭게 찼는다고.
   즐거운 기억과 기쁜 추억, 부끄러운 무용담은 물론 다사다난했고 그래서 함께 했던 괜찮은 시절이 많지만 다 자기 삶을 사느라고 바쁘다고. 나도 지금 현재 내 임무랄까 과업이랄까, 골똘히 고뇌하며 착상을 찾고 그분이 보내주시는 막중한 영감을 받아먹을려고 사과나무 밑에서 입을 벌린 채 벌을 서고 있는 것처럼. 물고기를 잡는 방법? 어려워.
   그 외에 또 누가 있을까? 친구 1은 자기 딸이 성장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오직 여자 꼬시는 거 하나 밖에 없어. 로맨스를 아는 A나 연가를 흠모하는 B는 쳐다볼 수 없는 금단의 열매이자 그림의 떡이니까 C 밑으로 아무나 걸려라야. 자타공인 난봉꾼! 걔는 술도 안 마셔. 취미도 없어. 영화도 안 봐. 대화 주제도 없어. 인생 한길이지. 다 싫고 딱 하나 도박은 좋아해. 여자 그리고 도박, 그외에 인생은 물론 세상 너도 지 알아서 돌아가거나 말거나 그 분과라고. 그리고 자, 다시 한번 살펴보자. 친구 2는 설을 푸는 거 밖에 없어. 걔는 수다쟁이 아줌마를 남자로 변장해서 붙여주면 좋아하겠네. 친구 3은 완벽한 마초야. 그런데 딱 하나 여자 쪽은 젬병이야. 주색에서 주는 되는데 색은 완전 꽝. 답 없어. 바의 테이블 너머 아가씨들을 보면 단번에 간파해야 하는데 의도와 욕망은 있는데 실천의 벽에서 딱 막혀. 부끄럽나봐. 술값을 많이 내는 즉 돈이 많을 것 같은 오빠, 인기 있고 재밌는 오빠, 숙녀를 띄워주고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오빠, 또는 말이나 외모나 목소리나 뭐 그런 요건에서 제외돼. 아, 슬퍼! 빨리 취하고 빨리 집에 가서 자야 하는 바쁜 남자. 그외 친구 4는 멀리 살고, 친구 5도 멀리 살며 결혼했고, 친구 6은 게임광이고, 친구 7은 일 중독, 숫자만 많지 썩 편하거나 잘 맞거나 뭘 좀 아는 친구를 찾아본다면... 음, 없네. 없어. 나도 타인에게 많이 부족했으니까. 그렇지만 나만 그런 것도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아마 많이 그럴 걸! 그래서 나이 들수록 친구도 좋지만 지인을 찾게 되지. 젊은 시절 친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격차가 많이 벌어져. 드물지만 길게 가는 경우도 있고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고도 하지만 뭔가 틈이 발생하고 차이가 커져. 가령 사는 형편 때문에 차와 여자와 여가에 대한 호사와 취향 뿐만 아니라 생각의 틀과 사고의 방식이 점점 멀어져갈 테지. 그래서 많이 지인을 찾게 돼. 지니 넌 사이버 세상에 사니까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뭐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 가족과 항상 함께 하고 이웃을 챙기며 그렇게 건전한 생활만 한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이거도 그래프 찾으면 다 나와.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겹치는 부분이 훨 많아. 너무 친하면 너무 가까이 살면 좋지 않다는 얘기나 지인이란 말이 어쩜 더 정답게 내게 다가오면 그건 나이드는 것일 수도 있어. 나이들수록 접고 접어주고 직업적으로 겹치든가, 취미가 같든가, 관심사와 지력과 호의가 통하든가 서로 일말의 격의를 남겨놓은 채 존칭어를 쓰든가 그게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좋을 수도 있어. 옛 친구를 오랫만에 다시 만나면 좋긴 좋은데 할말은 또 그리 많지 않다고들 해. 그 옛날 농구단 무명을 지금 다시 만난다면 음 무척 반가울 테지만 아마 좀 어색할꺼야. 지금의 무명 블로그를 공동 운영하는 친구들을 미래에 만난다면 이러겠지. 아, 옛날이여! 그러나 나는 아직 으쌰으쌰라는 거! 왜일까? 왜냐하면 난 아직 늙지 않았으니까.
   이론은 그렇고 음, 난 그냥 골든 리트리버 동호회 모이는 날을 알아뒀다가 당일 그 근처에서 물건을 어디 주변에 잃어버린 것처럼 가장하여 어슬렁거리기나 해야지. 또는 집에서 혼자 TV 보면서 술 마시며 혼잣말이나 해야지 뭐. 채널 돌리다가 추억의 옛 영화가 나오면 잠깐 보다가 다시 리모컨 버튼을 눌르고. 그러다 지니 네게 도움을 청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딱 기다려. 조커는 나중에 등장하는 법이니까.
   결론은 이래. 피자 배달부가 피자나 배달해야지 뭘 안다고 철학을 선물하겠어. 아니면 피자를 시킨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돈을 안 받겠어? 피자 가게 사장님 좋아하시겠다. 누군 뭐 땅 파서 장사하냐고, 우리가 무슨 머머단체냐고, 늬가 동물농장 사장이라도 되는 줄 아냐고. 그러므로 피자 배달부의 숙명은 바로 그것이야.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다무는 것. 그러다 나중 영감이 떠오른다면 한편의 시를 짓던가, 노래를 부르거나, 소설을 쓰겠지. 그것도 삼류로. 난 그게 좋아 하면서. 그분은 오늘도 달려. 우리의 피자 배달부! 묵묵히!
   괜히 입 아프게 말만 많이 했네.
   미안해, 지니.」
   「아, 우리 주인님이 그러시구나. 괜찮아요. 주인님 조금 쉬셔야겠네. 정신병원에 진찰 받으러 가는 것보다는 땀 흘리고 운동을 하는 게 낫겠어요. 사우나도 하고, TV를 보며 나른하게 누워 샴페인 한잔 하시구요.」
   「그나저나 환상 공장은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
   「네. 그게 좀 시간이 걸리네요. 메인 경기가 너무 늦어지는데 저도 그게 걸려요. 그러다, 그러다... 네 뭔가 느낌이 그렇긴 해도 일단 기다려보죠. 그럽시다, 주인님!」
   「응. 그래, 지니.」 
   「......」, 「......」
   「그런데 주인님.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음, 주인님은 촌닭이에요 아니에요?」
   「나?」
   「네. 너. 아니 주인님.
   「그건 왜 갑자기... 나는... 난 말이야... 음... 그게 딱 간편하게 말하기에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야. 음. 일단 남의 운세와 점은 대번에 보이는데 그게 어째 내 미래는 안 보이는가 모르겠어. 그렇기는 해도 대충 짐작하자면... 음... 늬 생각엔 어떤 거 같니? 너가 주인님이라고 불러줘서 고맙고 황송하옵지만 지니 생각은 어떠니?」
   「저요?」
   「응.」
   「주인님. 아니 그대여! ......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그건... 뭐시여? 그건 나랑 안 친하다는 소리잖아? 저런! 지니, 나 존경하지마. 알았어? ...... 그래. 그냥 이렇게 하자. 내가 촌닭왕인 걸로!」... 「보너스! 그래~ 나는 미래에서 왔다. 됐니?」


   11

   지금 계절은 겨울이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겨울비. 지니는 그랬다. 긴 말은 하지 않았다. 뭔 요정도 목감기가 걸리나, 으흠 으흠 하기만 했다.
   그리고 오늘은 눈이 내린다. 지니가 그런다.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은 모른 채 했다.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우리 주인님!」
   주인님은 또 모른 채 했다. 그러나 지니는 J가 듣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아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는 것까지.
   「주인님! 이제 마침내 때가 됐어요.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환상 공장이 위치 하는 환상 도시가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어요.」
   「정말? 듣던 중 반가운 말인데!」
   J는 지니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또렷하게 정면을 응시하면서 알려준 좌표로 출발했다. 어느 오페라 서곡을 들으면서 그곳으로 갔다. 어제는 웬 뮤지컬 영화를 보면서 마치 그곳이 모텔이나 되는 것처럼 잠을 잤기 때문에 자기는 현대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 향하는 세계는 혹시 과거와 미래가 절묘히 결합된 꿈의 나라는 아닐런지 무척 궁금해지며 그의 동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특별한 점은 없었다. 모두 눈에 익숙한 풍경이요 새롭지 않은 자연과 전망 그리고 인프라스트럭쳐.
   그러나 드디여 지니가 말한 환상 도시에 도착했다. J는 처음에 지니의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믿을 수 없는 말이었고, 애초에 자신이 건넨 부탁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황금 마네킹 상점에서 웬 이상한 물건을 하나 구하게 된 것으로 더 바라는 건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슬슬 주인님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동기부여를 했다. 잡념을 원대한 꿈으로 바꾸었다. 그 헛바람은 마치 영화 위대한 캐츠비를 보고 현실에서 거의 흡사하게 그를 흉내내게 만드는 이치와 비슷했다. 그는 버릇도 생겼다. 팔짱도 끼고, 뒷짐은 몇 번 하다 영 아니어서 주머니에 손을 넣는 일을 반복했고,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려다 보며 조망하는 그 무엇에 관한 그것.
   사랑에는 두 가지 구분이 있을 것이다. 명료히 나누자면 처음에 풍덩 빠져드는 사랑과 점차 물들고 쇠뇌되며 닮고 싶어지는 그런 고혹적이며 잔잔한 사랑으로. 지니는 후자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환상 도시에 도착하고 보니 혹시 그가 처음부터 지니를 맹목적으로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이 그의 넋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환상 공장? 그냥 장난이었다. 그런 게 어디 있나? 고을의 행정 책임자라는 자리에는 거기서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평생 무역업과 건설업에서만 종사했던 사람이 자리잡을 수 있다. 노동 정책을, 평생 그쪽 학문을 연구하고 직간접적으로 그것과 오랫동안 관계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엄한 자본가가 그것을 새로 바꾸고 편집하는 일도 있다. 파격이 성공하든 변화가 필요하든 어쩌든 가능한 일이 있고, 영 바랄 수 없는 일도 있다. 누가 봐도 환상 도시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 J는 거기에 도착했다. 이거 뭐야, 당장 그러면서 그는 볼을 꼬집어보고 어떻게 뒤통수를 맞게 될지 그것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곳이 환상 도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어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표식을 보고 알았다. 지도에 반영이 늦게 된 신도시인가는 몰라도 도시 이름이 환상이란다. 이걸 믿어야 돼 말아야 돼?
   지니는 환상 공장을 알려주랬드니 웬 환상 도시? 일단 그는 긴가민가 하면서 도시로 들어섰다. 대충 관찰한 결과 그는 딱 결론을 내렸다. 자기가 살았던 도시와 시골과의 차이점은 없다. 있다면 오직 하나. 이름만 환상이다. 도시 이름도 환상, 과일 가게도 환상, 테니스장도 환상, 동물병원 이름도 환상, 아이스크림 가게 조차 환상이며 그야말로 모든 것이 그 이름은 환상이었다. 그는 믿기지 않았으나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뭔가 속은 것도 같고, 그다지 속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니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이런 걸 알아낼 수 있겠는가 하면서. 그리고 지니는 자고 있었다. 환상은 환상인데 문제는 이름만 환상이라는 거. 벌써 그는 깨달았다. 이건 아마 반전 1일 것이다. 막판에 숨겨진 반전의 N승이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그는 이렇게 다짐한다. 있을까 없을까, 애태우며 신경쓰지는 말자고.
   그는 먼저 어느 오락실에 들렸다. 일명 환상 오락실. 오락을 하고 나왔다. 좋긴 좋았는데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허당 지니는 잠만 잤다. 항상 자기 불리하면 잠을 자는군. 쿨쿨 쿨쿨. 꿈도 꾸나? 꾸거나 말거나. 그럴려면 뭐 하러 이어폰을 가져오라 마라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 거야? 완전 입체적인 살색에다 끼면 어지간한 눈썰미 아니면 못 알아볼 정도지만 통 쓸모가 없잖아, 에잇!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하나만 택해야지 뭐 이 세상의 아름다운 미덕을 모두 욕심내는 존재는 다름 아닌 바로 인간이란 존재인가? 그런가? 아니다. 정말 아닌가? 모르겠다. 몰라도 된다. 그럴 수 있다. 당장 결정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그래 봐야 금새 마음 바뀔지도 모르고. 지금이 딱 그렇다. 좋긴 좋은데 그걸 간단히 좋다고 할 수도, 그렇다고 싫다고 할 수도 없는 정말 사람 잡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는.
   어찌되었든 그는 일단 환상 도시에 대한 도시 탐험을 이어갔다.


   12

   J는 문득 거리에서 인형 가게를 발견했다. 정식 이름은 환상 인형사. 그는 가게에 들어갔다. 수많은 인형을 구경했는데 정작 눈길이 가는 인형은 척키였다. 아마 그 가게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것 같은 가격의 꽤 고급스럽고, 섬세하고 정밀하며, 그래서 더욱 신비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인형처럼 보였다. 어쩜 그것은 지니의 짝궁이랄지 어쩔 수 없이 헤어진 단짝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척키는 지금 자고 있다. 아, 지니도 자고 있고 척키도 자고 있다. 설마 혹시 이 척키 인형은 지니의 천적일까? 미스테리이자 판타지 장르는 이제 좀비물로 바뀌는 것일까? 그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 를 실천해서는 안되니까? 그럴 리는 없다. 왜냐하면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이니까.
   그는 꽤 사고 싶었던 척키 인형을 가만히 제자리에 놔두고 가게를 나왔다. 왠지 지금은 소비와 어울리는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거리를 걷다가 어느 골목길에서 길바닥에 버려진 척키 인형을 발견했다. 그것은 방금 전에 봤던 고급 인형보다 훨씬 조악해보이는 제품이었고, 상당히 손때가 묻었으며, 무척 낡은 인형이었다. 하나 신기한 점은 척키 인형의 가슴에 명찰이 달려 있었다. 명찰의 글씨는 환상이었다. 척키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 환상, 이라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환상이라고 씌여진 명찰에 저절로 손이 가는 걸 깨달았다. 그때 그는 그걸 살짝 만져보기만 했는데 명찰의 겉표면이 떼어졌다. 그 후 명찰에 씌여진 본래 글짜를 보게 됐다. 그것은 척키였다. 곧 척키라는 본명을 환상이라는 필명이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얘도 허당?
   오, 뉴턴의 사과가 떨어졌다. 아아, 아르키메데스가 발가벗고서 욕탕을 뛰쳐나와 거리를 뛰어간다. 그는 라이트 형제가 되어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다. 아문센이 되어 최초로 남극점을 찍었다. 에디슨이 되어 달걀을 품었다. 그분은 알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애 처음으로 테슬라의 콤팩트 디스르를 산 것이다. 오토 클렘퍼러가 지휘하는 헥터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울려퍼졌다. CD를 구했던 기쁨과 함께. 아니 훔쳤나? 그게 아니라 테슬라였나, 가물가물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환희의 긍지와 찬란한 생동감이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며 눈부신 회전목마에서 행복의 목마 옆에 있는 초대형 마술 토끼를 타며 기쁨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환각에 빠졌다. 인류 역사상 달나라에 처음 도착하여 장난스런 음모론에 대한 호기심의 여지를 (비자의적으로) 남기신, 아 이름이 딱 떠오르지 않는데 그분이 됐다. 그는 지금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있었다. 최초로 시간 여행에 성공한 것이다. 드디여 시간은 정지됐다. 마침내 그는 환상 상대성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환상 상대성 원리를!
   모든 것은 그와 같았다. 서점 간판에 붙여진 환상, 잘 보니 셀로판지 테이프였다. 맨홀 뚜껑에 씌여진 글씨, 환상에서 막 일부 철자가 지워지고 있었다. 초콜렛으로 입혔나? 아파트에 씌여진 이름, 그것은 유성이 아니라 수성 페인트였다. 극장의 이름은 환상이 아니라 환장이었고, 편의점 간판의 환상은 그것이었다. 선그래스가 상하로 열리는 자동차 문짝처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방식. 깜빡하고 옛날에 환상이라는 이름으로 상호를 등록한 찻집은, 그날 거기서 만나기로 한 연인이 있다면 장소가 엇갈린 채 애만 타는 거다. 만약 핸드폰 없이 약속 장소를 정하고 만나기로 했다면!
   그날은 환상 도시의 환상의 날이었다. 알고 보니 그날 만큼은 그런 식으로 축제를 벌인다는 것이다. 바뀌는 것 하나 없이 오직 딱 그것 하나만! 아마도 환상 도시는 환상이라는 표를 떼고 나면 본명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J는 지니에게 어쩜 두 번째로 당하는 것인데 왠지 모르게 이제야 모험을 마치고 제자리에 당도한 듯한 느낌에 다소곳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그렇구나!
   그는 다시 본래 살던 고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당분간 지니와 대화하지 않기로 했다. 좀 더 고결하고 좀 더 조신하게 지내기로 했다. 이건 삐진 건지 상심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뭐랄까 체념한 것인지, 기쁘다가 알쏭달쏭하다가 슬픈 건지 뭐 하나 분명치 않았다.


   13

   그러다 한 달 정도 지나서 그들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니는 유독 지식 자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주인님보다 자기가 더 많은 걸 안다는 게 뿌듯하다는 듯이. 그러던 어느 날 지니는 말했다. 마침내 환상 공장을 찾아내고 말았다고. 지니는 J에게 일단 그곳으로 가보자고 말했다. 황금 마네킹 상점!
   거기에 가면 공책을 쫙 찢어서 뭔가 안내문이 붙여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갔다.
   황금 마네킹 상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게가 비었다. 간판은 아직 떼지 않았는데 나머지는 하나도 없었다. 그곳이 이사한 것이다. 안내문이 있었다. 어디로 이사한다고. 가게 영업은 차질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는 생각했다. 저기가 지니가 말한 바로 그 환상 공장이란 말인가? 오오, 이제 드디여 진짜 환상 공장에 입성하는 것인가? 그런가?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설레고 두근거렸다. 그동안 오래 기다렸다. 많이 참았다. 보고 싶었다. 만나고 싶었다. 꿈에서도 바랬고 낮에도 원했고 앉으나 서나 꿈을 키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생각만 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러다 때가 되었다. 어떤 요술을 먼저 부려야 할지 막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두 눈동자가 코끝으로 향했고, 그 소실점은 술꾼의 코처럼 빨개졌다. 가슴이 찡했고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랑의 시를 쓰고 싶었다. 희망의 찬가를 부르고 싶었다. 거리에 지나가는 행인 1을 잡고 블루스를, 행인 2를 잡고 디스코를 추고 싶었다. 될수 있으면 행인 1은 지성을, 행인 2는 미모를 담당하는 어여쁜 숙녀이기를. 아니라도 상관없다. 뭔가 멈칫한다면 사전에 멈추면 되니까.  그러나 뒷모습은 찬양하리라. 그는 꼭 그렇게 기원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멀리 떨어진 다른 은하계의 별나라로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됐어!
   야호! 와우! 앗싸! 이거야, 이거라고!
   오오, 드디여, 헤헤헤! 음하하하하하하, 음하하하하하하!
   마침내 오오 그 고대하던 환상 공장을 곧 있으면... 다 된 거야. 아아 거의 왔어! 으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그는 드디여 자기도 모르게 그토록 어렵게만 느꼈던 가짜 웃음이 완성되어 자동적으로 재생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그건 진짜 웃음이라는 것을. 와, 이럴 수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이제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주르륵 주르륵. 그건 정말 심금을 울리는 진짜 눈물이었기 때문에, 차츰 콧물도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코피로 바뀌지는 않았다. 더구나 쌍코피는 어림없었다. 그는 감격이 멈추기 전에 이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당장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갔다.
   J는 그곳에 도착했다. 그는 환상 공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디가, 대체 어디가 환상 공장인지 막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건 도저히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황금 마네킹 상점을 찾아봤다. 찾았다.
   그것은 저기 있었다. 황금 마네킹 상점은 이곳으로 이사했는데 그가 쓰던 핸드폰을 (더 이상) 팔지 않고, 거긴 양장점으로 바뀌었다. 그건 뭐 그럴 수 있고, 남의 일이었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 그와 지니는 대화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약조했기 때문에 그는 지니를 불러내지 않았다. 자기 혼자서 찾아야 했다. 환상 공장을. FF를. 이게 뭐 숨은그림찾기인가? 아니다. 그럼 뭐 소풍에서 초딩들이 좋아하는 보물찾기 놀이인가? 아니다. 이것은 그런 장난도 놀이도 평범함도 아니었다. 이것은 세속적인 행사가 아니라 바로 환상을 만들어내는 환상 공장이었다. 음, 좋다. 그런데 그런데 그것이 대체 어디 있냐고!
   그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두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황금 마네킹 상점의 건너편에는 학교가 있었다. 그것은 대학교. 게다가 여대. 심지어 명문! 어, 어......! 이거 느낌 세한데......! 그러면서 등판에 돋는 식은땀 한 방울이 맺혀지는 속도를 계산했다. 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 설마......! 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리고
   둘째, 거리의 여대생들은 어떤 핸드폰을 유독 많이 썼고 그것은 J의 핸드폰과 유사했다. 그리고 유독 어떤 기능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하필 그 기능의 이름은 지니. 자주 하는 말이 그랬던, 주인님 주인님! 그가 암산할 틈도 없이 급작스럽게 그의 얼굴과 목에 또 전신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는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약간.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나는 혹시 촌년이 아닐까, 라고.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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