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소리를 내며 천방지축 종횡무진 무대 위에서만 살기. 그건 인생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무대의 성격만 다르지 우리들 생활 반경이 곧 우리들 자서전인 것이다. 복음서를 읽든 인형극을 찍든 이미 영원한 현역이자 행복한 자유인인 것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까.
    그런데 왜 나는 뭘 해도 재미없고, 기발한 영감은 감감무소식일까? ~라고 NB는 상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으니까. <아니면 말고>, <어쩌라고요!> 카드는 딱 기용해야 할 최적의 시기가 따로 있으니까 말이다. 아낄 땐 아껴야 한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들볶거나 내일은 없다-식으로 막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그렇게 될 것이다. 나도 모르게 바보들의 행진에 동참하는 거지. 왜냐하면 내일은 오니까 사랑은 오니까. 친구의 허세에 맞서 툭하면 거짓말, 숙녀의 허영심에 감흥하여 뻥을 심하게 남발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날 얼렁뚱땅 그렇게 된다. 어떻게? 하루는 양치기 소년, 하루는 벌거벗은 임금님.
    그러나 한마디로 세상이 변했다. 변한다. 변할 것이다.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네 마음도 그러니까 당연한 소리. 유행도 너무 자주 바뀐다. 섭렵해야 할 유행가는 일단 양으로 승부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아이에게 그랬다. 공과 인형과 놀이터와 장난감과 만화영화도 좋지만 얘야, 동화책과도 좀 친하게 지내지 않으렴? 라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핸드폰 하나면 끝이다. 핸드폰, 끝! 어른들 얘기로 애들도 속은 다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벌써 어린이는 반틈 어른인 것이다. 어차피 큰 돈 벌려고 공부하는 거 아니냐, 사랑하는 부부가 행복도가 높아지는 4~5시부터 재회를 기대하는 기쁨을 누리려고 오전에 떨어지는 거 아니냐, 어린이는 다 어린이들 사정이 있다구요, 12살이 5살을 보며 세대 차이 난다는 둥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냐 못가냐는 부모에게 기나긴 꼬리표이지 않냐는 둥.
    그러므로 바쁜 세상, 오락산업도 발을 맞춘다. 머머해, 머머하지 마, 뭐는 뭐다 라고 종용하는 인문교양서는 그렇게 말한다. 미쳐야 한다느니 웃겨야 산다느니, 몰입할 수 있는 내 분야를 찾는 게 최고다, 양치기 소년이 되라 벌거벗은 임금님의 1인자가 되면 연수익이 얼마다 라고. <가설─실험─결론>과 인생 경험과 판례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유니콘 같은 새로움을 동경해야 좋은데, 자꾸 튄다마에 혹하고 바람둥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며 때로는 사기꾼에게까지 속는다. 말 재간과 최면과 상술도 어차피 우리네 인생과 똑같은 '먹고 살기'다.
    때문에 유행의 선도자는 세태를 이끌고 대중은 따라간다. 설득되고 동화되며 부정하지 않는다. 괜찮은 걸 갖기 힘들면 나쁘지 않은 걸 찾게 된다. 약간 다르고 많이 비슷한 정형이 반복된다. 그 패턴을 산업이랄지 경제라 부르고, 그 소비 행위가 곧 인생이다. 자신감 수업, 자존감 화장품, 자존심을 고급으로, 대충 살자 라는 동기 부여 운동. 그리고 신제품. 그러나 앞서 가도 어차피 시간 지나면 구식탱탱 묵은 복고풍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하고 흉내냈는데 남는 건 작심삼일이나 삼류가 태반이다. 당시에는 새롭고 놀라우며 신기했는데 지나고 보면 구닥다리 유물로 잊혀진다.
    그래서 그래프는 자연스럽게 분포가 나뉘게 된다. 유일한 파랑새, 전설의 족제비, 날마다 계절의 여왕 5월인 것처럼 뭐가 그렇게 재밌고 기쁜지 쉬지 않고서 노래 부르는 꾀꼬리. 기생 오라비 같은 제비. 그리고 합리주의. 상류층에게 검소함이 빈자에겐 사치. 뭐니 뭐니 해도 형편에 알맞는 소비. 닭과 늑대와 양들의 잔치. 낭만파는 로맨스를, 매력파는 여행을, 기분파는 으쌰으쌰로. 주색파는 NC에서 나오며 실망감을, 무소속은 인터넷에서, 범인은 그냥 TV로. 그렇게 시간을 보낼 때 어느 화가는 사후에 유명해진다. 생전에 행복해지기 위해 무명 예술가는 꿈을 키운다. <사람 이름 = 브랜드명> 일색이던 시절, 색다르게 과일 이름이 최고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수다녀들이 말한다. 여자의 사고 체계는 애플 OS요, 남자의 두뇌는 안드로이드 시스템이라고. 그건 믿거나 말거나 농담이고. 아무튼, 뛰는 놈 위의 나는 놈 또 그분들보다 월등한 고수는 미리미리 발 빨랐던 그분들이다. 바로, 신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신제품 주식을 일찍 사서 나중 버크셔 헤더웨이 같은 펀드식 종목으로 갈아탄 철새. 단타 매매로 짱돈이 생겨서 친구에게 공짜술을 베푸는 덕망의 주인공은 텃새일 테고. 그러니 선동가는 으쌰으쌰 현장에는 없을 수도 있고─물 들어왔을 때 노 저었다가 분위기 달아올랐으니 빠진 것일까?─관찰자는 나이트클럽 사장실에서 화면으로 친구를 만난다. 알고보면 비리비리한 관망가 가운데 예언가도 있고 두더쥐도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있는 집 부모들은 일찍부터 미리미리 아동님들께 탁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행을 타지 않는 글씨체. 가령 고전음악. 이왕이면 황금 마네킹 상점 같은 그림. 매체도 딱 1개만 선호. 이를 테면 20세기 중반 이후의 문학은 대부분 영화와 드라마로 대체. (너무 방대하고 제어가 힘들어서 그렇지 TV와 인터넷만 해도 꽤 괜찮은 선생님감이다) 잔소리와 잔재주와 우연과 행운이 혼재된 예술, 그 교양스런 예술에 대한 안목에 대해서 어깨넘어로 배우기. 나는 만인이 아는 누구를 좋아하고 덜 유명한 누구를 사랑한다, 같은 말하기와 나서기에 대한 감별법 전수. 말 한마디와 문장 1줄 같은 최소 정보로써 선거 출구조사와 흡사한 직관력 키우기. 독학으로 가능하다면 내꺼 하자, 내 꺼랑 늬 꺼랑 바꾸자, (우리) 아들하자.
    하지만 인생이 어디 우리 마음대로 흘러가던가. 쟤네랑 놀지 마 라면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타이르겠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쟤는 나거든. 뭐 나랑 놀지 말라고? 누군 뭐 좋은 줄 아시나! ~라면서 침을 튀기시는 분들을 말하는지도.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야, 어?......) 정해진 동선과 고품격 취향, 무난한 1.5가 모범일 테지만 사랑만 해도 1.0이하가 나타나면 나 혼자 뜨끔하며 생각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게 여자, 아니 아니 우리네 인생이거든. 상상은 자유니까. 저렴한 본능도 찡한 연민도 가식과 위선과 차선 어디쯤에서 왔다 갔다 할 테니까. 그러니 순진한 꿈나무가 약속한 으쌰으쌰 장소에 나가보면 아무도 없을 수 밖에. 뿐이던가! 카페 이름은 아빠한테 물어보렴. 나이트클럽 이름은 엄마한테 말하지 마! 질리지도, 지겹지도, 닳아지지도 않는 드라마 명대사 그 반복─부흥─재유행의 제왕은 바로, 아무도 믿지 마! 왜, 대체 왜, 왜 그럴까요? 묻지 마세요! 뭘 자꾸 '머머하지 마'라면서 매번 날 가르칠려고만 해, 어? 그래서 만난 아가씨 이름은 <행진해>! (옛날에 내가 이름만 보고 혹해서 만나자고 했거든) 그런데 만나보니 내 안색이...... 커피포트 부글부글! 그러다 <그냥 해>라는 포지셔닝에 세뇌되서 어느 날 나이키 운동화를 사. 그렇지만 남들도 다 신자나? 흔해 빠졌자나? 그냥 하긴 뭘 그냥 해! 즉 하나도 특별하지 않네? 그러다 뚱한 표정으로 인터넷을 보니 괜찮은 글이 보인다.
   「너, 왜 힙합이 요즘 좀 뭐한 줄 아니? 왜냐하면 그 때문이지. 힙합의 문제는, 힙합의 제일 큰 문제는 그거야. 아무나, 다, 힙합한다는 거! 응? 개나 소나! 진입 장벽이 최저니까 어찌 보면 최고의 유행처럼 보이지만 말하자면 전문용어로 키치라고. 누구나 숟가락 올리기 쉬워졌으니, 피라미드의 저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평평한 이치에 가까우니 좋은 현상인 듯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그게 아니야. 응? 키치의 뜻이 뭐야, 천박하고 저속한 모조품 또는 대량 생산된 싸구려 상품을 이르는 말이거든. 미술 사조처럼 순수히 화가라는 직업 1가지로만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이해는 해. 이해가 된다고. 띠리리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현재의 CM송을 먼 옛날의 공작과 백작 수하 봉급쟁이들이 모두 장악해버렸다는 점, 좋아. 괜찮아. 그게 뭐가 나쁘니! 가까운 과거로 봐도, 앤디 워홀 때까지는 키치가 좋았어. 새로웠다고. 그러나 지금은? 천박함과 신선함이 별로 차이가 없지 않나. 힙합과 코메디, 정치와 개그, 대중예술과 오락산업. 그거 구별이 되긴 되는데,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 않니? 그거거든. 인터넷이 일상화된 2000년 이전에는 삼류들 좋은 세상이었지. 그렇지만 지금은? 기술은 혁신 전과 후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형편만 바꼈지 세상은 재밌어. 웃기다고. 누구나 예술가요 아무나 유명인이고, 뭐 별 구분도 없어. 의미도 없어. 나 잘나고 나 행복한 게 최선의 가치야. 그래서 아예 순수예술이라면서 어디 문학 전공자들은 자기들끼리 정식 상을 받아야지만 등단했다는 식으로, 괜히 엄숙하고 괜히 심각하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다리 긁기 선수들을 양산한다니까. 고전이라는 기반이 어떻게 비교하자면 미미한 채로 말이야. 아무말 대잔치, 허풍 대회, 자랑 대회, 허세 파티까지. 응? 물론 진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별이 애매해졌다라고나 할까? 진짜로 화나서 힙합하는 거나, 화난 척 연기하며 노래부르는 거나. 응? 구별이 안돼! 물론 심하게 말해서 그렇다는 거고, 덜 심하게 말해도 그렇다는 거야. 그러니까 파랑새와 팔색조와 카나리아와 기린에게 힙합은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안 그래? 꽤 괜찮은 힙합도 상업적이지 않으면 철저히 외면돼. 그러니까 오락산업과 호형호제할 수 밖에 없다고. 힙합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야. 좋든 싫든 여력도 시간도 없는 사람도 있을 테고 말이야. 심하게 과장하자면 말이지, 하이에나와 뱁새와 촌닭과 쪼다들이 전문적인 장르를 이상한 애들 장난처럼 만들어버렸다고. 때문에 힙합 하면 뭐가 힙합인지 잘 모르거나, 힙합 공연장에 단 1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힙합이 잘못 인식되게 되는 거라고. 안 그래? 힙합의 주류 즉 힙합 선발주자와 힙합 후발주자 시장도 그래. 대부분은 1부 리그에서 스타로 사는 이상 7부 리그까지 어떻게 신경 쓰겠나. 그런데 1부 리그도 뭔가 예전만 못한 부분이 분명 있듯이 7부 리그의 뭔가 어떤 괴리감도 없지 않다, 이 말이라고. 안 그래? 경주마로만 길들여지니까 야생마로 돌아갈 수가 없다네. 아니 그런가?」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확고한 줏대와 하면 하고 말면 마는 행동주의, 성과 위주, 때로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때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까지. 좋다. 다 좋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모두 다 내가 최고이자, 경쟁은 극심하며, 친구들만 해도 서로 우기느라 정신이 없는 걸로도 모자라 세상은 어찌 보면 요지경. 벗겨먹으려고만 덤벼든다느니 눈 뜨고 속눈썹 떼어간다느니. 그래서 '머머하지 마'와 '머머해'라는 과도한 주장이 난무하여 어지러운 세상에서 우유부단한 주관의 소유자들은 정신이 없다. 뭐가 지킬이고 뭐가 하이드인지조차 헤롱헤롱해져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세월이고 그렇게 어른이 된다.
    바로 그 과정을 수없이, 수없이 반복해야지만 내 고유한 정체성과 유별난 개성, 유난 떠는 정서와 무난한 성격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제사 말이다. 엥? 뭐? 아니다 아니다 나는 절대 아니다? 뻥이다. 그거 다 뻥이다. 나는 처음부터 알았다 나는 외계인이다 나는 알에서 태어났다? 뻥이다. 그거 다 뻥이다. 아니다. 나는 아니다. 절반은 인정하지만 절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의 비밀이든 사랑의 진리든 인생이 알려주지 싫어하는 가치관이든, 내 우주론은 그 모든 걸 처음부터 모두 알고 있었다고? 뻥이다. 뻥. 뻥. 싹 다 모두 다 뻥이다. 다 뻥!
    고로 결론은 이렇다. 유희의 인간 호모 루덴스니 도구의 인간인 호모 파베르니 그도 좋지만. 인간은 뭐니 뭐니 해도 변덕쟁이라는 것. 어른도 절반은 애다. (전체 정량의 반틈이 아니라 개체라는 단위 1개 성정의 반틈이) 개구쟁이, 응석쟁이, 투덜이, 까불이, 엉뚱이, 울보, 먹보, 잠보, 안다박사, 잘난척왕, 나대기왕, 조증왕, 허언증왕, 자뻑왕, 침묵왕, 쪼잔왕, 이중인격왕, 비명왕, 염장왕, 째려보기왕, 오바왕, 초딩왕, 귀찮게하기왕...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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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도 자랑 좀 하자!

from 칼럼 2018. 12. 5. 22:07

   「나도 말 좀 하자. 야 임마. 나도 자랑 좀 하자고!」
    ~라고 굳이 나서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재주꾼들을 본따서 한말씀 드리자면 이렇다. 분명 좋은 친구지만 허접한 허세꾼, 보고 싶고 만나서 다시 예전처럼 놀고 싶은 어떤 친구를 떠올리면서. 참고로 그 친구는 다른 스파르타 학원에서 착한 친구들까지 막 건드리지 않는 정도로만 문제아였음. 중간은 갔으니까. 학창시절에 비하면 그후 사람이 됨.
    시대라는 게 있으니까 한때 나는 스파르타 학원을 다녔다고 할 수 있다. (저 뿐만이 아니겠죠. 세대는 모르지 않겠죠) 그 중에 악동 선생님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대방의 인격과 직결되는) 유독 뺨에 집착하는 스승.
    둘째, 뺨 빼고 나머지로 분풀이를 하는 스승.
    스파르타 학원이니까 가능한 얘기고, 지금은 TV 시대극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또 지금대로 방식만 바뀌지 그래프 일정 영역의 까칠함과 냉소 같은 어떤 애매함은 아마 없지 않을 것이다. 가령 들릴 듯 말 듯 같은 혼잣말처럼. 교육도 엄연히 산업이고, 자본의 논리 때문에 우왕좌왕 정신이 없으니 학생들 스트레스도 생각해줘야 한다. 뭐 아무튼 그건 그거고.
    옛날 옛날에 둘째 유형의 스승님과 함께 했던 어느 수업. 그날따라 반 애들 전체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인생론과 참회록과 명상록으로 봐도 될 만큼 자기 과거를 돌아보고, 내일을 희망하는 의미로 자기소개서를 당장 작성해서 발표하라는! 예를 들어 1명당 10분이든 얼마든 앞에 나가서 발표문을 웅변. 잊고 싶거나 회오와 아픈 기억과 멋진 추억을 모두 포함해서 재미없으면 가차없이 처벌. 즉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지만 통과. 그래서 1번부터 꼴번까지 반 전체가 스승님의 명령에 따라서 발표를 했다. 당연히 발표문 작성과 웅변 감상은 동시에 진행. 그 가운데 어떤 친구의 발표가 마음에 들었던지 중간에 선생님은 그렇게 칭찬하셨다.
   「발표문을 들으니 무척 감명 깊구나. 좋았어. 어찌 된 게 말이지, 너도 나처럼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구나. 그럼 너도 중간 보스 기질이 다분한 걸까? 넘어가고. 괜찮았어. 잘했어. 좋았다고. 자, 들어가고. 다음.」
    뭐?
   「뭐라고? 놀고 있네~!」
    지금은 이럴 수 있지만 당시에도 그럴 수 있었을까? 웃으며 다행이네 어쩌네 라는 잡답이야 스파르타 학원에서 가능했겠지만 어찌 스승님 명령에 거역을! 왜냐하면 냉철한 처벌이 무엇이란 걸 꼬박꼬박 반복해서 수도 없이 보여주었으니까. 구체적인 처벌을 눈 앞에서 똑똑히, 일상적으로 봐 왔으니까. 심지어 수업 중에 갑자기 선생님께서 한쪽 발을 책상 위에 턱하니 얹으시며 바지를 착착 걷어올리네? 그러면서 종아리에 묵인 무엇에 대해서 설명을 하신다. 그것은 암밴드처럼 칼집과 칼을 고정한 밴드였다. 칼날의 번쩍임도 물론 보여주시고. (아닌가? 그랬나?) 문화권을 달리 보자면 1883년 하이럼 S. 맥심이 개발한 초소형 무엇쯤 되겠네. 그 권위에, 그 위력에, 그 실행력에, 게다가 스파르타 학원 시절인데? 순진한 17-18살들의 하이틴 드라마에서 그 어떻게! 아무도,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었다. 그래서 결과는 반 전체 모든 학생은 그렇게 억지로 자기소개서를 급허게, 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멋지게 만들어서 발표했다. 전원 100%. 물론 수준 낮으면, 고통의 처벌과 함께, 다시-였고! 그렇게 전원이 발표하고 (1회였던가 몇 회 됐던가 했던) 수업은 순조롭게 끝났다.
    그런데 딱 1명은 예외. 아니 어떻게 스파르타식 처벌을 누누히 봐 왔거늘, 그걸 감수하고서 모험을? 감히, 누구도, 사소한 데 꿈 같은 젊음의 명운을 걸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으니까. 타율 자체를 생각할 수 없었겠지. 맥심에 대한 으름장은 나중 문제고, 구체적인 처벌을 스파르타 수업을 하고 또 하면서 보고 또 계속 봐 왔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 만약 발각된다면 그 정도 범법이라... 스파르타에서 잘나가는 전문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야 뭐야? 앞서 말한 첫째와 둘째 방법이 병행되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러면 그 단 1명은 대체 어떻게 그런 무모한 모험을 감행했던 것일까? 어떻게-긴 뭐가 어떻게-인가! 쉽게 말해 12번 다음에 13번이 발표를 해야 하는데, 13번은 중간에 족제비처럼 슥 옮겨가서 14번에게 부탁하는 거지. 지가 무슨 미꾸라지야 능청꾸러기 오소리야? 그는 친구한테 이렇게 말했다.
   「내 차례가 되면 너가 그냥 나가줄래?」
   「응? 응!」
    긴가민가라는 표정 다음에 아하 하면서 궁짝이 맞았다.
    그렇게! 협박도 아니고 명령도 아니고, 간절함도 아니고 애틋함도 아닌, 그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14번은 자연스럽게 OK했다. 첫째 웃음, 둘째 친분, 셋째 뒤탈을 책임지겠다는 듯한 13번의 자신감과 베짱과 우정과 소탈한 성격, 무난한 평판, 그 어떤 분위기 때문. 결과적으로 내 베팅은 성공했다. 12번 다음에 14번 발표. 옆에서 누가 들었나는 모르겠는데, 나와 14번 빼고는 아무도 모른 채, 대성공! 그렇게 나는 애초에 첫 발표문이 시작될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1자도 작성하지 않았고, 발표도 하지 않았으며, 처벌도 피해갔다. 처음부터 그런 글을 쓰기도, 발표하기도 싫었으니까. 심지어 이미 그런 발표회 한참 전에 그 선생님께 살짝 당한 적이 있거든. 로트레아몽이 쓴 말도로르의 노래던가, 수업 시간에 그거 읽다가 따끔하게 살짝만 혼났던 전력이 이미 내게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 그렇다면 하나 받았으니까 하나 돌려줘야지~! 베팅은 뭐 어쩌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뭐 어쩌다가 말이다. 촌닭&뱁새 친구만 만나면 애들도 아니고 아직도 그런 말을 한다. 너 뭐 해 봤어? 물론 우정은 소중하고 으쌰으쌰는 재밌지만서두, 아아 그 말을 또 들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자랑 좀 했다. 별 자랑도 뭣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건 그거고. 그렇지만 삶은 그와 같은 베팅-감보다 차라리 그걸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던가, 큰기술이 확실하던가, 부단한 타격주의를 견지하던가. 그렇지만 인생은 모르는 것. 잔기술과 베팅감이 언제 어떻게, 또는 절묘한 순간에 딱 1번 극적으로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는 점. 사랑은 모르듯이 인생도 장기전인 것이다. 참고로 다음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칼럼을 마친다.

A.시간 분류

  • 필수: 전문 / 전공 / 직업 / 일하기 / 공부하기
  • 일상: 놀기 / 사교 생활 / 산책 / 휴식 / 시간 때우기
  • 선택: 잔머머 / 잔지식 / 잔소리 / 잔기술 / 잡기 / 취미...
  • 시간 아끼기: 구간 당기기 / 줄거리 / 스포일러 / 채널 변경 / TV 끄기
  • 시간 낭비: 기타 등등

B.변화 분류

  • 하기: 일하기 / 공부하기 / 놀기 / 취미 / 일상 / 일기 쓰기
  • 바꾸기: 취미 / 애인 / 직업 / 장비
  • 옮기기: 이사 / 이직 / 전학 / 장비 팔기
  • 끊기: 취미 없음 / 애인 없음 / 무직 / 휴직 / 친구 없음 / 도박 끊기 / 주색 끊기
  • 관망: 전망 / 관찰 / 대기 / 꿈 없음 / 야망 찾기 / 때를 기다리기

C.에너지 분류

  • 최선을 다하자
  • 대충 살자
  • 막살자

A X B X C = 인생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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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류별 성격 분류

from 칼럼 2018. 11. 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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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는 다양하다. 제비도 있고 종달새도 뻐꾸기도 있다. 꾀꼬리도 있네. 간략히 다음과 같이 나눌 수도 있다.

  1. 승자: 제비, 파랑새, 팔색조, 오리, 거위, 앵무새, 펭귄, 무관의 제왕인 호구 등등.
  2. 범인: 촌닭과 참새를 비롯한 보통 유형.
  3. 패왕: 같은 루저일지라도 어둡지 않음. 루저마인드를 연구
  4. 호인1: 형 내 여자친구 어쩌죠? 누구씨, 제 마누라 어쩌죠!
  5. 호인2: (여친, 아는 동생한테 소개하며) 내 친구 어쩌지? / (친구끼리) 친구1은 어째 친구 2도 어때!
  6. 쾌남아: 내 마누라 늬가 데리고 살래? 오, 땡큐?          
  7. 허세꾼: 내 부인 이쁘다고? 내가 생각하기로는 영 별론데. 내가 봤을 땐 완전 꽝이야!
  8. 방탕아: 어떤 상황이 되면 얼굴 망가짐. 기분 망함. 도저히 봐줄 수 없음. (설레설레) 오오!
  9. 뱁새: 그걸 늬가 왜 하냐! 꽉 막힘. 덜 친하거나, 넘버쓰리로 밀리지만 않으면 중간은 감. 뭐한다고 지는 비교를 내 입으로... / 자조 개그는 짜증 / 너 싫어 무조건 싫어! 참고로, 특히! 야망을 거의 완벽히 실현한 뱁새일지라도 수시로 외롭다고 함. 모든 일에 대해서 전부 다 내 말이 옳음. 내 말만 진리. 왜 그러냐, 왜냐하면 '내 말이 진리'가 아니라 <내 말만 진리>이기 때문! 코메디에서 말하는 키 빼고 다 가진 남자가 아니라 진짜로 키 빼고 다 가진 남자도 있음. 그러나 뱁새. 가까이서 관찰하면 알게 됨. 뱁새인지 아니지는.
  10. 철새: 까칠. 삐딱. 성격 좋지 않음을 자인. 야심가. 야망가.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순수하게 딱 1가지만 해당되는 사람은 매우 드뭄. 다만 70-80퍼센트라는 주류 해당 사항이랄지 복합적일 수 있음. 가령, ABCDE유형처럼. 그리고 J.철새에서 세부로 들어가면 나뉘겠지만 중요한 점은 인정이냐 불인정이냐. J.철새라고 무조건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서열파가 좋을 때도 있음. 유명인, 부호, 능력자, 위인 가운데서도 뱁새와 철새는 적지 않음. 결코 적지 않음. 괴팍한 사이코패스가 A~F 가면을 쓰기도 쉽고, 평범한 뱁새가 GH와 거의 흡사할 수도 있음. 뭘 좀 아는 뱁새, 잘생기고 목소리 좋고 인기도 괜찮은 철새 찾기 역시 퍽 고난위도 작업이 아님. 전혀 아님. 유명인, 부호, 능력자, 위인은 그래도 됨. 루저가 아니니까. 이겼으니까. 또 타고났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음. 어디 3대 명물, 괜찮음. 그런데 문제는 애매한 부류. 괴물도 아니야, 성과도 없어, 호박은 다 날 피해가지 꽃에 대한 구애는 너무도 조용하지, 야망만 커다래, 자존심은 하늘에 있어. 그건 대체 뭐지? 바로 그거니까. 어차피 똑같은 조건인데, 객관적으로 따져서 더 좋은 여건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하필 뱁새만? 왜냐하면 가면 쓰고 사는 건 답답하니까. 타고났으니까. 정보의 양이 적으면 직관이 뛰어난 사람만, 정보의 양이 방대하면 아무리 둔한 사람도 모를 수 없음. 또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임. 성격 무난한 뱁새가 코너에 몰리면 성격 유난이나 성격 나쁨쪽으로 기움. 소셜 네트워크 소개말에 저는 성격 좋지 않습니다, 라고 공개적으로 내걸고 사는 사람도 인정 자체는 좋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탈을 쓸 수도 있음.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대법관에서 장남 비율이 높듯이 뱁새 역시. 전체 분포에서 비율만 그렇다 뿐. 기분 좋을 땐 아니지만 저기압이다? 성격 나쁘기로 철새와 막상막하! <성격 좋음 / 성격 무난 / 성격 유난 / 성격 안 좋음> 처럼 성격을 단순히 4가지로 구분했는데, 중요한 건 성격이 좋냐 나쁘냐가 아님. 그보다 인정이냐 불인정이냐가 더 중요. 연애 경험 상중하. 여러 단짝들 통계를 내봤을 때 그렇더라. 어딘가 모르게 괴팍한 느낌, 착한 친군데 가만 보면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뭔지 모를 희미한 울분, 잔잔한 분위기에서 슬쩍 엿보이는 커피포트의 투정? 그게 꼭 플레이보이가 아니다,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더라. 쉽게 말해 중급 이상 플레이보이라고 했을 때 똑같은 전전전전전-단짝과 전전전전-단짝을 비교하자면 연애 경험 되는 건 어차피 똑같다. 허세는 다르고. 그럼 둘 다 허당 친구들처럼 속좁고 꽉 막히지 않겠네? 아니다 아니다. 왜냐하면 그 선을 넘었을지라도 인정과 불인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인정과 불인정이 뭐냐, 한마디로 허세다. 친구 체면 생각하자면 내가 스스로 1.5로 내려가야 하는데? 친구 면 구겨지고 표정 망가지는 거 보기 싫으면 딸랑딸랑 반짝반짝만 오직 그것만 해야 하는데? 촌닭&뱁새 명콤비가 꺼려하는 4대 요소가 진짜로 중요하다는 것. 인정─부럽다─자조 개그─병풍! 자기는 성격 좋지 않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철새는 사무적으로 대하면 그만. 끼리끼리 어울리면 그뿐. 먹고 사느라 부대끼는 게 인생. ABIJ형 곧 ABIJ 특징을 각기 25퍼센트씩 소유한 복합형도 있음. 그것도 좋음. 그런데 문제는 <촌닭 50 + 뱁새 50>유전자가 친구일 때. 즉 그땐 대화의 주제와 유머의 구사, 농담의 난위도, 추억의 회상에 대해서 제약이 굉장히 많이 따른다는 점.

             성격          캐릭터     특징       소속
승자       성격 무난     주연
범인       성격 무난     조연
패왕       호구            바보       솔직       낭만파
호인       성격 좋음     호인       인정       매력파
쾌남아    성격 좋음     호인       자유       기분파
허세꾼    성격 무난     허세       허세       주색파
방탕아    성격 유난     허세       자존심    서열파&주색파
                                            욕심 많음
뱁새       성격 무난                  불인정    서열파
             성격 유난                  자존심    무소속
             성격 안 좋음              단조
철새       성격 안 좋음              인정       악동&무소속
 
    부러워하는 행동 자체를 싫어하고, 지는 비교는 모두 싹 다 싫어하며, 오직 딸랑딸랑만 갈구하는 인생. 한마디로 멍청한 거다! 철없을 땐 그렇긴 하다만, 그분들은 철들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때 그때 다르다. 그래서 우리에게 변신은 절실하다는 것이다.





    2

    그럼 <성격 좋다 = 예스맨>이라는 명제는 성립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자칭이냐, 자타공인이냐, 온전히 객관적이냐 라는 기준은 고무줄일 수 밖에. 마이크 타이슨 사건 하며, 사고뭉치 허세꾼의 '에라 모르겠다'식 부추김 때문에 여자 1명 놓고 막장 드라마 찍고, 오합지졸 친구들 모임이 삐그덕거리기 때문에 카리스마맨이 화난 채 총대 메고 말하기늘! 나는 예스맨으로 살아왔다? (당시 머리에 뿔난 심정을 충분히, 충분히 이해함. 왜? 누구 땜에 드라마 장르가 이상해져버렸으니까) 나는 예스맨으로... 글쎄요 글쎄요! 성격 무난 쪽에 훨씬 가깝다. 남자들 흔한 허세처럼 센 척 강한 척이 아니라 진짜로 세고, 진짜로 강한 남자. 캬~ 남자! 허세 자체가 필요 없으니까 결코 잘난 척하지도 않고, 전직 뭐에 아마추어 헤비급 챔피언. 그런 시원시원한 남자 남자. 한마디로 호인. 다만 허세 지수도 현저히 낮고, 의리도 있고, 사람도 좋고 다 좋은데 단지 호박의 호감만 요원할 뿐. 카리스마맨도 호인과 토끼와 악동등 구분이 다양함. 그처럼 어떤 경우에 카리스마맨이 호인은 호인인데 좀 애매한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호인이란 인정/불인정만 봐도 된다. 어쨌든 그런 유형도 있고, 다음으로. 이와 같은 분류표를 보자면 제일 견디기 힘든 까다로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정과 불인정>이다. 다만 그건 있다. 불인정으로 시작해서 어떤 흐름을 탔다가 마지막까지 불인정인데, 그런데 웃겨! 그게 진짜 최고의 챔피언. 다시 말해 보통 반세기 정도의 관록이 쌓이면 많이들 그렇게 됨. (그런데 왜 나는? 왜 반세기나 기다렸는데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다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야?) 그래서 '인정/불인정'과 신부들러리, 적어도 둘 중에 하나는 똑 부러지게 되야 하는데 둘 다가 안되면 그땐 그게 되는 것이다.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아 뭐해 숨으라니까 어서! 아무튼 커피포트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정과 불인정>이다.

             인정/불인정    신부들러리       유형(읽는형/듣는형)     말수(많냐/적냐)     조류(자랑할게 많냐/적냐)
A.승자
B.범인
C.상촌닭                            X               
D.패왕
E.호인1
D.호인2
F.쾌남아
G.허세꾼         X               OX(나뉨)
H.방탕아         X                △
I.뱁새             X                                                                             
J.철새            O                 X                                                              

    <성격 좋다 = 호구>라는 방정식은 그럼 어떨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데, 판별하는 잣대 가운데 하나는 이거다. 내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내 반론을 표명하는 걸 하냐 못하냐 라는 것. 틀려도 좋으니 0점이어도 좋으니, 질문하고 궁금해하며 내 생각을 모범생처럼 딱 제시하는 일. 모범생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괜찮다만, 오리발이든 양다리든 다 놔두고, 내 의사가 아무리 0점짜리일지라도 그걸 표출하느냐 마느냐! 더불어 매사 호불호가 뚜렷하냐,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이냐 아니냐. 응?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냐!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건 뭔지 우유부단에 흐리멍텅은 아니냐 라는 점. 결정을 잘하냐, 흔들리냐, 휩쓸리지는 않는지. 말리고 엮이며 착착 감기냐 라는 근거들. 학교에서 철학 과목을 배우는 이유는 생각하는 힘과 습관을 위해서다. 어린애들이 산수를 공부하는 이유도 다 미개한 토착민 사회가 아니라 발달한 문명인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체계가 원활히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에 대해 야만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우리는 도덕을 배운다. 1번 배웠다고 끝나지도 않는다. 그게 책이든, 사람을 보고 배우든 어쩌든 학습이 반복되지 않으면 문명인은 야만인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프처럼 문명인이냐 야만인이냐, 신경을 쓰면 문명인으로 남고 끄면 야만인이 된다. 안 그래도 여건에 따라 궁지에 몰리면 '내가 그때 왜 그랬지'같은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함. 짜증 지수 계기판에서 빨간 막대 파란 막대가 고점을 파파팍팍 정신없이 노크하기 전에 미리미리, (딱) 으쌰으쌰 또는 각자 알아서! 지우고 싶은, 잊고 싶은 흑역사랄지 오점이란 사람인 이상 누구나 없을 수가 없다. 다만 그걸 지금 이후로 반복하느냐 아니냐 그 차이뿐. <막살자, 대충 살자, 최선을 다하자>라는 구분을 깨우치기 위해서 인생을 이미 알지만 그 어떤 계기로든 재차 배우게 된다. 졸업은 시작이다. 꿈이 능사가 아니다. 부자만 되면 끝나는 게 아니다. 황금보따리를 들쳐 메고서 저세상으로 갈 수도 없다. 살짝 옆길로 샜다만 다시 돌아와서. 성격 좋다 = 호구? 그것은 귀가 얇나, 주관은 뚜렷한가 라는 판단 근거에 따라 감별하면 된다. 고로 성격 좋다 라는 건 좋은 친구, 호구, 묻어가기, 따라하기, 비위 맞추기, 아부하기, 접어주기, 귀 기울여 들어주기, 동조성, 1.5군, 신부들러리와 친밀감이 매우 높다. 두런두런 사이가 좋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이치로 추정컨대 <성격 좋다>와 <뭘 좀 안다>는 전혀 동떨어진 챔피언 벨트다. <성격 좋다 = 뭘 좀 안다>? 대체로, 일단은 아니다. 만약에 같다면, 그대 여인이여! 당신은 그 남자 꽉 붙잡으시라. 이미 물었는데 물었다 놓쳤다면 아쉬울 뿐. 그래서 성격 좋다, 성격 무난, 뭘 좀 안다, 호구, 예스맨 그리고 이상형까지. 몇 가지가 어떻게 겹치는지는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말이다. 마치 꽉 막히고 속좁고...... 그 몇 가지도 겹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뭘 좀 모르는 우정의 단짝 구애? 정중한 거절, 하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단 경험의 빈도수도 아주 낮기 때문에 현실로 부닥치면 좀처럼 쉽지 않다. 당사자가 왜 그러는지를 많이 알더라도 여간 해서는 쉽지 않다. 당사자 심정은 오죽하겠나. 당차게, 나도 브로맨스란 걸 좀 해 보자? 바늘 방석이 따로 없다. 야무지게 친구의 하드디스크를 까는 일? 오죽하면 그랬겠나 오죽하면! 성격 좋아도 상남자들 틈바구니에서 매번 1.1─1.2─1.3으로, 뭘 좀 알아도 촌닭&뱁새와 3인조 체제에서 넘버쓰리에 1.5군으로 활약하는 일. 도 닦는 일이 다른 게 아님.
   




    3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그 어느 계층간의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 알고 보면 많다.  「뭘 해도 재미없다」 라고 농담을 툭 던지면, 그에 짜증내거나 시큰둥하게 받는 촌닭과 뱁새. 너의 농담은 나에겐 진담이라고? 저런 저런 에고머니나! 농담과 진담의 양다리를 좋아하지 않는 거다. 하이개그네 고급스런 농담이네, 그거 마음에 들지 않거든. 싫거든. 일생이 신부들러리였는데 짜증나거든. 그러니까 <심심하다>와 어차피 똑같은 말인 <뭘 해도 재미없다>를 들으면 농담이 아닌 진담으로 인식한다. 어렵게 자조 개그를 구사한 사람 황당한 거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너는 너 나는 나, 너나 나나! 기본적으로 내가 1.0이고 단짝은 1.1 넘버쓰리는 1.2이기 때문에 그게 안된다. 쥐락펴락, 밀었다 당겼다, 상대의 마음을 빼았고, 그녀를 사랑 때문에 애달프게 하는 일. 역시나 그래서 자조 개그는 싫고, 아부도 수준이 낮거나 못하고, 인정은 짜증나고 비교는 더 짜증나며, 병풍이라는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난다. 1인칭 주인공 시점 딱 1개 밖에 못하니까 고급스러운 3인칭이랄지 변신을 못한다. 삶의 기본 장르가 코메디, 판타지, 멜로, 미스테리까지 포근히 배려하지 못한 채 언제나 생활 다큐멘터리인 친구들. 그래서 함께 대화를 나눠도 각자 말하고 각자 듣지 않는 덤앤더머일 수 밖에 없다. 인정─부럽다─자조 개그─병풍이라는 그 어떤 4대 요소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2번 이상 꼬이면 얼굴 어두워지기 쉽상이다. 그러니 착한데, 착할 뿐. 개그를 일단 2가지로 나눠보자면 이렇다. 첫째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개그, 둘째 들었다 놨다 개그. (흡사 <날 따라해봐요 이렇게>인 듯한 꼬리 치기(늘어뜨리다-파생하다-복사하다), 유혹하며 호의를 표하는 꼬리 흔들기는 빼고라도. 말버릇 '아시다시피'와 '늬 말마따나' 같은 화법도 빼고) 그분들은 첫째만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에 둘째가 안된다. 둘째 유형의 개그를 싫어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행복할 뻔 재밌을 뻔 그랬는데 다시 슬럼프,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다시 재기에 성공, 전성기가 짧지도 않음, 그래서 연어처럼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이 떠오릅니다 딸랑딸랑 반짝반짝! (~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런데 그 연어는 결국 강에서 곰한테 잡아먹히죠>. 또 있다.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어쩌고저쩌고... 그렇지만, 묘비명은 결국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짜잔)> 듣고 나서 그런다. 뭐야 그거! 재미 하나도 없잖아? 뭘 좀 모르니까 허세와 자존심과 서열과 딸랑딸랑과 직설화법만 반길 수 밖에. 그 가운데 어느 층위에 올라서 반짝반짝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는 언제까지나 직설화법이지만 반짝반짝도 고급스럽게 2번, 은근히 3번, 꾸밈의 정점인 리본으로 마저 4번 꼬아주기를 바랄 수 밖에. 알고 보면 그분들 잘못이 아닌 거다. 때문에 부인 입장에서 하기 싫어도 지는 비교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결코 부인 잘못이 아니다. 오죽하면 그러겠나. 이기는 비교만 들려주라는데 지는 비교 밖에 보이지 않거든. 해도 해도, 지는 비교만 내내 반복하거든. 애나 어른이나! 응애응애 삐악삐악. 사랑이라면 그렇고 우정은 또 다르다. 나란히 A, B 바라보며 C. 그렇게 셋이 함께 있다고 가정. 도를 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A의 허세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맞대응할 필요도 없다. 과도한 몸짓도 아깝다. B는 고개만 살짝 틀어서 표정 딱 1개면 건너편 C가 빵 터지는 일. 뭘 좀 모른다, 뭘 좀 안다.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 그조차 못 웃으면 계속 허당으로 남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진짜인 것처럼 정성스럽게 장점만 5개를 부드럽게 나열한 다음에,  「그런데 여자를 못 꼬셔!」  ~라고 개그를 끝내면 반응은 상황에 따라 딱 2가지다. 여자가 합석해 있으면 겸연썩다는 듯 씩 웃고, 여자가 없으면 짜증내고! 앞서 말한 개그 2종류에서 둘째는 안되고 첫째만 되니까 단순 무식하게 띄워주면 완전 좋아한다.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 5명 이름을 쭉쭉쭉 나열한 다음에, 그 다음에 갑자기 (친구의 이름)! 입에 귀에 걸린다. 오오~ 기분 좋은데~! 라고 한다. 다음으로, 성격 무난에 약간 유난스러운 철새. 어머나 기부천사라는 타이틀까지 있네?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1인자가 아니면 2번은 없는 부류도 마찬가지다. 친한 이성친구가 방송에서 그런다.   「쟤 완전 쓰레기야~ 쟤가 무슨 기부 천사야 저 인간 완전 쓰레기라고~」 그러면 자신이 못하는 자조 개그를 선사하여 만인을 웃겼으니까 그건 OK. 그러나 사석에서는? 안색이 어떻게 망가지고 기분이 얼마나 망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다. 타고난 성격이 어디 가겠나. 할아버지가 되어도 똑같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랑 뿐만 아니라 우정도 깊어지면 정신 못차리기는 마찬가지다. 사랑과 우정은 다른 점 빼고는 완벽하게 똑같으니까. 잠깐만. 사랑?
    그런데 설마 이 때문일까? 남자 마음은 꽃병이듯이 남성잡지의 구분이 없는 것처럼 대체로 거기서 거기다. 그러나 여자의 마음은? 잘 아시다시피! 남자는 여자가 되어보지 않는 이상, 그 사고 체계는 상상초월이다. 알려진 거 빼고는 말이다. 역으로 여자도 그렇고. 슈퍼맨과 이상형은 같지 않듯이 여심을 훔치는 마법사도 제각각, 여성잡지 1과 2도 완전 딴 세계, 아가씨와 여인도 완전 딴판, 교묘한 화법, 비교 본능 그리고 변덕은 또 어떻고? 말도 못한다. 그렇다고 남자 마음은 변치 않냐, 방식만 다를 뿐. 그럼 인생이란 변심 대 허풍의 대결인가! 넘어가고. 그러니까 단순한 남자에게 여자의 마음은 영원한 미스테리인 것. 그렇지만 언제 어디서나 제 1주제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인 것. 이해할 수 없는 인생 극장일 수 밖에. 왜 숙녀에게 사랑이 인생의 전부일까? 왜 남자는,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나랑 다시 결혼할 꺼야(?), 라는 물음에 반박자 멈칫 할 수 밖에 없는지. 왜 그러지 않으면 거짓말인지. 사고방식은 남녀에 따라, 행동양식마저 경험에 따라, 포커페이스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 <나 사랑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본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반면에, 직접 1번도 해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난 나중 유명해질 꺼야 장래 내 세계가 올 것이다 나는 엄청 유명해지고 싶어, 라는 말은 단 1번도 못 들어본 사람도 있듯이 말이다. 사랑과 사람이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주느냐 마느냐, 세상은 넓고 꽃은 많으며, 먹고 살려면 집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여자는 나만 봐, 남자는 뉴페이스? 여자는 항구 남자는 배야 뭐야. 그래서 일단 사랑은 이렇다-쯤으로 급-마무리. 첫째 사랑이란 '나만 봐'인 것, 둘째 사랑은 모르는 것.
    뭐, 진짜로 그렇다고? 뭐가 어쩌고 어째? 별 유난 떨고 재수 없는 얘기를 다 들어보겠구먼 그래. 말이 돼야 듣든 말든 하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동물 소리를 가지고 어디서 수작이야 수작은! 어? 그냥 수작도 아니고 뭐, 개-수작? (눈 허옇게 뜬 표정) 이 양반이...! 그게 설득이야 타이름이야 계몽이야? 참 나!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양반이 말이야, 어? 멍멍 멍멍멍멍멍, 꼬끼오 꼬꼬꼬꼬꼬꼬, 꽥꽥 꽥꽥꽥 꽥꽥꽥, 꿀꿀 꿀꿀꿀! 응? 응애응애 삐악삐악, 참새 짹짹 개구리 개굴개굴! 듣자 듣자 하니까 이거 이거 진짜 안되겠구만. 응? 내가 뭘로 봐서 꽉 막힌 남자라고 그래? 어? 너나 잘해~! 어? 늬가 더 문제야, 알어? 늬가 제일 문제라고!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어? 나는 발에 채이는 돌맹이처럼, 응? 나는 말이지, 발에 채이는 게 여자야! 어?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라고! 그냥 허당과 뭐 은근 허당? 쳇, 웃기고 자빠졌네~! 웃기지 말라 그래~, 하나도 안 웃기니까~!
    ~라는 말씀. 진짜로 들린다 진짜로 들려! 어쩜 좋니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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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기

from 칼럼 2018. 11. 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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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십대 때 무명이란 이름의 농구단에 합류해서 친구들과 했던 게 고작 예선 탈락이었다. 그래도 재밌는 추억이었다. 오히려 우승보다 훨씬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건 그랑프리 트로피를 거머져본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얘긴가? 때로는 건방짐도 필요하다. 또 잘 찾으면 있지 왜 없겠나. 귀동냥이 얼마고 보고 들은 풍월이 얼만데, 나도 다 자동차 경주 우승자의 쇼맨쉽이나 대형 스트라이커의 골 세러모니! 똑같이 따라할 수 있다) 그리고 내게 명성이란 건 먼 세상 얘기였다. 나는 살면서 단 1번쯤 꿈에서도 유명해지고 싶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직 뻔트 생각뿐이어서?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1.머머할까?
    2.머머하자!
    3.머머해라!
    4.왜 머머하지 않으면 안돼? 안될 게 뭐야!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아니면 말고. 허세. 허풍.
    5.페라리 같은 걸 나중 어떻게 타나요, 다 날 쳐다볼 텐데. 그냥 제일 평범한 거, 제일 안튀는 거 타야죠. 허영. 엄살. 우유부단. 공상.
    1 ~ 4가 아니라 5번 같은 '머머할까 말까' 망설이는 부류가 어릴 때 어떻게 유명해지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감히! 있긴 하겠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러다 몽상가에서 사색가로, 사색가에서 플레이보이로, 플레이보이에서 선동가로, 다시 선동가에서 칼럼니스트씩이나 되면 5번 성격의 청년과 숙녀에게 머머해도 된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설득! 가능하게 된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잘난 친구들은 자아가 확고하니까 옆에서 봤을 때 큰 걱정 없다. 인생 선배님께서 주제 넘게 훈육을 남발하지 않아도 된다. 남의 다리 긁는 거야 뭐 그분들 마음이니 관여치 않고. 또 적당히라면 좋을 테고, 요청이 있다면 응하는 게 좋고. 다만 소심하고 순진하며 착하기만 한 순둥이 젊은이들은 그와 약간 다르다. 달리 말하자면 그 흔한 루저들. 나도 딱 그랬으니까. 다양한 조류처럼 성장하는 형식에 따라서 사람을 식물에 빗대어 생각할 수도 있다. 잡초형이냐, 사랑이 꽃 피는 나무냐, 아니면 햇빛 없이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냐. 아, 식충식물도 있겠다. 운명일 수도 있는데 뭐랄까, 대략 자기 살길을 개척해서 잘되면 A요, 보통은 B에, 못되도 C가 가능한 자율적인 식물류가 있는 반면에 매우 값비싼 난초처럼 지극 정성을 기울여야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곧 경주마는 어찌 됐든 중간은 갈 것이다. 그와 달리 야생마의 기질이 다분하다? 그 인생 나중 어떻게 신통방통한 변화무쌍함을 선사할지 모른다. 안 그래도 원래 인생은 모르는 거다. 마치 사랑처럼 말이다. 말 혈통표에서 근교계수를 따져 유전자에 따라 값어치가 천차만별 나뉘는 명마처럼! 그처럼 공해를 견디는 힘이 강한 가로수에 비해 예민한 심성의 소유자 입장에서는 강건한 주관, 능란한 말수, 화려한 변신, 큰 기술이 비교적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OX 문제도 아니고,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면 된다. 단, 난 어디쯤이라는 걸 알면 좋을 테고. 바로 그래서 범인들은 잔기술이 중요하다. 그런데 거기서 또 나뉜다. 또! 그나마 잔기술이나 되는 친구. 아니면 그런 말 듣는 친구.
   「어, 걔 착해!」
    뭐 야망 없는 어중이떠중이야 그렇다쳐도 크게 된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인 듯 하다. 첫째 행운아, 둘째 유명해지고 싶다는 강력한 성취 욕구. 그래서 그들은 유명해졌다. 또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큰 재주 있는 분들은 그렇다 치고, 내 경우만 보자면 난 아마 아웃사이더에, 방랑자며, 한량 기질이 다분한 것만 같다. 그리고 잔재주 전문가! 왜냐하면 이 때문이다.
    첫째, (주위에 능력자도 있었겠지만)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을 한 번도 못들어봤으니까. 기껏 들어본 것 가운데 센 말이래야, 여기서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 있어? 그 정도! 진짜로 잘나가시는 분께서 그런 말씀을 어찌 하시겠냐마는. 왜 그럴까? 혼자 상상 속에서 살았거나, 친구 파도타기가 비리비리했을 테니까. 제비, 파랑새, 박쥐, 족제비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찬란한 미래를 꿈꾸는 열망가보다는 거의 다 순 촌닭이나 플레이보이 위주였던 것이다. 평범한 만큼 복 받은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당연히 본인도 마찬가지고.
    둘째, 이상하게 자기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철없는 어른이 1명 있는데, 다름 아닌 친구다. 한마디로 걔 착하다. 여자 마음을 잘 몰라서 그렇지, 단지 착한데 착할 뿐. 그게 다다. (진지하게 웃기는 거.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반나절, 일주일 후에 빵 터지는 농담. 고급도 있고 대중개그와 저질도 있다.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두고 두고 기약없이 웃기는 유머도 있다. 친구가 술 취해서 혀 꼬이고 흐느적거리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저씨? 바로 나다. 응? 나야 나, 나야 나! 변태야 뭐야.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1년 중 제일 웃긴 순간 탑3에 순조로히 꼽힘)
    셋째, 확고한 꿈이 상시 없었기 때문. 혹은 아르바이트 1달. 1년마다 직업 바꾸기. 어려서는 나중 카페 사장이나 술집 사장을 해볼까, 건물주는 어떨까 같은 허황된 공상은 잠깐. 누구나 거쳐가는 거 다 거쳤다. (그렇다고 또 자신있게 이어지는 그런 말을 아낄 줄도 안다. 나는 파란망장한 인생을 살았네, 산전수전 다 겪었네! 참는다는 게 아니라 못하는 부류라는 거다. 물개박수를 유도한다면 몰라도 내 입으로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으니까. 다만 나는 절대 못하지만 굳이 옆에서 한다면야, 사전에 친구의 생각을 읽어서 그걸 제지시킬 수는 없으니까, 어떤 말을 듣고 나서 통쾌히 웃을 수는 있다. 가령, 맥주 500CC를 내가 직접 남에게 끼얹는 일? 스스로는 상상 초월! 그런데 바로 옆에서 발생한다면야 겸연쩍인 쓴웃음.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건 구분하고자 필요 이상으로 솔직해졌다만 할 말은 남았다. 막장 드라마의 현장 요원도 의미 있지만, 그게 더 폼나는 거 아닌가? 작품이 끝나야 비로소 드러나는 그분의 정체! 얘기가 끝나도 오히려 더 비화만 늘어나는 장르는 또 어떻고. 그런데 말하고 나니 그 뭔가가 더 헷갈리네. 어쨌든 한 탁자에서 확─딱 0.2초─확! 오오 아까워 아아 완전 아까워라. 그렇게 맥주가 내쪽으로 튀기는 일은 뭐 그럭저럭 용인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소관이 아닐 뿐. 물론 그게 맥주면 생활 다큐멘터리고, 케첩이면 영화)





    2

    그렇다고 그 흔한 격언처럼 대망을 모두에게 권하는 건 아니다. 절대로! 왜냐하면 큰 재주는 타고나고, 보통은 잔재주마저 부러운 게 자연스러운 실정일 테니까. 특히, 썩 잘난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만그만한 대부분의 범인! 그 가운데 태반은 0.5세기를 살아도 거창한 꿈과 특별한 목표가 생기기 쉽지 않다는 데 나는 1장을 걸겠다. 너끈히 1장을 걸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신 있다. 자신만만하다. 내 인생을 걸겠다. 걸라는 거 다 걸겠다. 베팅은 이럴 때 하는 것이다. 배짱 부려도 될만큼 물이 들어왔으니까. 제대로 노를 젓는 일만 남은 순간이다. 그 1장이 세계 2대 미술품 경매 시장의 기록적인 경매가 정도의 1장인지, 써글써글한 중고차 한 대를 간신히 살 정도의 1장인지, 아니면 꼴찌 복권 1장 값인지는 몰라도.
    (뭐시여! 단 5일 만에 인생 최대의 목표를 찾았다고? 뭐하시나 1장을 속히 주시지 않고! 이런 호혜성이라면야 부디 참지 마시길. 승자를 위한 게임, 막살지 말자는 의도로 큰소리 친 거니까, 승자의 1장은 정녕 내가 먹기. 자, 누구도 손해 본 사람은 없다. 윈윈!)
    인문교양서에서 말하기로 목표는 크고, 구체적이며, 가시적으로 기록화하는 게 좋다고 한다. 단, 욕구가 일관되며 욕망이 지속적이었을 때! 그래서 바깥의 권고안, 나의 한계, 행운의 가능성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1류는 타고난 고급 재능 + 행운이다. 2류는 중급 재능 + 행운. 그리고 삼류는 잔재주 + 행운이고. 먹고 살기 뿐만 아니라 노력은 다 마찬가지고. 물론 '대체로' 그렇다는 뜻이다. 곧 노력과 행운은 1-2-3 모두 공통되기 때문에 간지러운 잔재주만으로 1류가 되는 일! 드물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실상 따지고 보면 썩 드문 일도 아니고. 뭐 그건 그렇고. 그래도 일기지만 억지로 결론을 뽑아보자면 이와 같다.
    A.평생 놀고 먹기라는 둥, 뻔트마라는 둥, 무슨 3박자라는 둥. 그 얘기를 괜히 일기가 아닌 소설과 칼럼에 남발한 게 아님. 알고보면 다 의미가 있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 행복한 직업, 현재 제일 친한 친구, 사랑하는 애인, 각별히 아끼는 재산 목록 1호─2호─3호!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후보 1위─2위─3위. 최근의 특별한 관심사, (어쩜 어리석은) 큰소리 그리고 빈말 등등등. 그 모두가 내일도 그 마음─믿음─애정이 변치 않으리라고 섣불리 단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따라서 미래를 경솔하게 장담하지 말 것. 예측과 희망과 사실, 그 세 가지가 정확히 딱 1개로 부합하는 일. 어쩌면 소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감각적으로 툭툭 시원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면, 신중해서 손해볼 건 없다. 당장 예를 들어봐도 된다. 나는 금요일에 친구들과 신나게 밤새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느니, 세상 모두를 줘도 나는 재미있는 일하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느니. 또 나는 이 사랑을 책임질 수 있다는 둥 뭐라는 둥. 그런 오늘의 호언이 변하느냐, 변치 않느냐! 때로는, 기다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때로는 나중 그 내기를 확인해야 한다는 기억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니까. 밝은 각오, 희망찬 포부, 맑은 희망 등등 다 좋다. 왜 나쁘겠나. 다만 다 똑같은 얘기들, 허접한 예언가에게는 썩 달갑지 않게 들릴 뿐. 차라리 솔직하게 나는 딱 3달 다녀보고 이 회사 계속 다닐까 말까 결정하겠다, 가 훨씬 좋다. 그렇지만 진짜로 그렇게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뻔하고. 자, 그럼 비약의 마법이 효력을 발휘할지 말지 일단 한번 요점을 뽑아볼까? 고로 최선은 모르겠고, <가식은 기본이고 위선은 차선이며 빈말도 예의> 라는 낡아빠진 진부함에게 기발한 새로움을 소개시켜줄 것! 혹시 그 기발한 새로움이...... 에이~ 설마!
    B.믿음이라는 것은 최소한 내 책임도 일부 동일하게 병행한다는 것. 그 이치를 전제로 낙관주의자일 것인가, 아니면 비관론을 기본으로 할 것인가는 개인의 자유.
    C.살면서 친구든 누구든 얼굴 대 얼굴로 대화할 때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 적어도 그 말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사람으로써, 평생 단 1번도 내 귀로 그 말을 직접 들어보지 못한 입장에서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어느 지망생들을 우연찮게 만난다면 뭐 식은 죽 먹기겠지만. 그런즉슨 나는 그 말을 일평생 직접 단 1번도 못들어봤다. 본인이 뻔트론의 창시자씩이나 되니까 거울처럼 허접한 친교만 선호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리고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그 말 만큼은 평생 1번 듣기도 어려울 걸로 예상한다. TV를 틀고 잡지를 펼쳐면 일도 아닐 테지만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듣지도 하지도, 처럼 불문율은 찾고 캐고 파다 보면 어떻게 또 나오게 되구만 그래.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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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기

from 칼럼 2018. 11. 25. 20:26

    나는 옛날에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었다. 만화영화도 좋아했고, 유행가도 많이 외웠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나는 지금 속 좁고, 속상하며, 철없는 어른인 걸까. 아닌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도 있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아마도 약간 행복한 것 같다. 언제 아는 척하고, 어떻게 잘난 척해야 하는지도 대충 알고 있다. 끔찍이 사랑하는 하트 뿅뿅에 대한 비밀도 있다. 기본적으로 심심하지만 결정적으로 나름 재미있는 삶이다.
    너무 주관적인가? 하긴 객관성을 심하게 부여하자면 모두 뻥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뭘 해도 재미없다. 더럽게 재미없다. 실은 내가 '뭘 해도 재미없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빵끗, 완전 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 난 아마 평생을 중독돼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뭘 해도 재미없어'라고 하면 반응이 영 이상한 친구도 있었다. 순진하고 소심하고 맹하며 띨한, 즉 뭘 모르는 상남자들. 즉 그 얘기에 화를 내면 착하지만 촌닭 중의 상촌닭이고, 시큰둥하면 중간은 가는데 뱁새의 대명사였다. 이제보니 활짝 웃었던 사람들은 뭘 좀 아는 사람들이었다.
    좌우지간 지금 이건 내가 살고 싶었던 인생일까? 이 질문에 내가 예-아니오로 확답을 할 수 있는 위인이었다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겠나. 진작 그 어디서 2가지를 모두 성취해도 벌써 했겠지. 그 2가지는 무엇이냐고요?
    첫째,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
    둘째, 어설픈 3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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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한 우정

from 칼럼 2018. 11.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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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인생의 전부일까 아닐까가 본 칼럼의 주제는 아니다. 이번 편에는 우정. 그 중에서도 이상한 우정이 주제다. 왠지 모르게 삐그덕대는 우정. 잘 살펴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분명 원인이 있다. 왜 그럴까 매번 기승전결을 분석하며 겨우겨우 버티는 우정도 있지만, 사랑 싸움처럼 매번 반복되는 우정의 정형은 그 틀이 굳건해서 도저히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애매한 우정의 근근한 애매모호함을 누가 속 시원히 알려주지도 않는다. 알긴 아는데 타인에게 명확하고 쉽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런 드문 사례에 대해서 왜 그럴까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오래 살면 숨쉬는 모습도 꼴보기 싫네 어쩌네. 그런 시기가 있다. 쉬운 말로 권태기랄지 이별이 가까워져 오는 전조에 해당할지도 모르고. 씌워졌던 콩깍지가 벗겨지고, 환상이 깨지며, 솔직히 사석에서 하는 말로 갈 데까지 간 경우. 곧 그 지점에서 슬럼프를 이겨내냐, 아니면 어쩌냐. 그런데 그건 사랑이고, 우정으로 돌아와서. 나는 왜 저 친구가 아무 이유도 없이 싫을까, 대체 왜 쟤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손만 까딱해도, 입만 뻥긋해도 싫을까? 여러분, 그런 고민 한번쯤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자, 왜 그런지 그 이유에 대해서 명쾌히 따져보기로 합시다. 하면 되죠. 못할 건 뭔가요. 그렇지만 <안되면 말고!>는 절대 아니랍니다. 허허허. 도대체 왜 저 인간은 혐오 곤충처럼 꼴도 보기 싫은지 그 원인을 조목조목 살펴보기로 하자. 왜냐, 대관절 왜! 그 이유를 속시원히 알자면 우선 원리를 분석해야 한다. 그럼. 그럼 일단 도표를 그려보는 게 좋겠다. 그 도표를 보고서 찬찬히 생각만 해도 적어도 절반은 '왜'와 '어떻게'까지 해결될 것이다.

                A          B
    남자      제비      뱁새
    여자      파랑새   참새

    곧 부러워하느냐 부러움을 사느냐, 질투를 하느냐 질시를 받느냐! 대체로 어떤 사이든 큰 문제는 없다. 인간관계라는 게 이 도표처럼 단순하지는 않듯이 현실은 만화영화도 동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간혹 발생하는 불쾌함, 퉁명스러움, 세한 기분. 응? 짜증나고 뚜껑 열려서 한 소리 하고 싶은 심정. 캬~, 난 쟤 무조건 싫어. 난 쟤랑 말하기 싫어. 아아 빡돌아 오오 빡쳐! 라는 기분. 드물게 있다. 없을 수 없다. 그 미운 상대가 친구일 수도 있고, 그 싫어하는 대상이 더 약한 관계랄지 브랜드일 수도 있다. 그처럼 꺼려하는 범위가 많이 크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겉에 걸친 의복의 총액이 얼마 이하인 사람은 보기 싫어서 대중 교통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처럼 꺼려하는 범위가 멈추지 않으면, 짜증 레벨 계기판의 빨간 막대가 내려가도록 미리미리 손을 써야 한다. 영화처럼 분노 게이지에 무신경하면 안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멜라토닌 분비량, 음주가무, 연애, 소개팅, 취미, 잠, 폭식, 담소, 산책, 으쌰으쌰, 기타 등등. 그렇다면 먼 길 돌아가지 말고, 일단 목표점을 확실히 콕 찍어서 결론 먼저 밝히자면 이렇다. 왜 싫은가?
    정답1은 이유 없다-다!
    정답2는 짜증나니까 짜증나는 거다.
    정답3은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 즉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 어울리지 않기 때문.
    정답4는 싫은 상대가 잘난 척 하니까.
    안 그래도 싫은데, 그 싫은 극혐 곤충이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며 잘난 척에 나대기 일쑤다? 그건 뚜껑 열리는 게 당연한 거고, 물론 참으면 더 좋겠지만, 문제는 얄미운 상대가 멀거니 가만 있을 때. 그때도 싫다는 거! 그렇다고 그 인간의 뒤통수를 그냥 빡~ 칠 수도 없고.
    자, 그럼 원인은 나왔으니까 해결책을 찾아보자. 해결책? 그거 모른 사람도 있나! 이미 다 알고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지, 줄달린 치즈를 살살 당겨서 10시 방향의 어떤 뒷모습에 잠깐 눈길을 빼았겼던 소비자를 2시 방향으로 슥 유혹하는 광고. 그걸 누가 모르겠나. 카페에서 황야의 카우보이처럼 판토마임 하듯 줄을 짜고 묶고 엮어서 휙휙 돌린 다음 슝~ 던져서 낚였다 치고 끌어당겼더니, 진짜로 그렇게 여자를 꼬셨다? 드물게 그런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알던 사이인 경우다. 해결책? 안 보면 그만이다. 그게 제일 좋다. 각자 행복한 인생에 집중하는 것. 사랑하기에도 짧은 생애인데 뚜껑론을 완성할 게 아니라면, 뭐한다고 일부러 빡치는 감정을 붙잡고 날마다 씨름할 필요 있나. 그래서 오늘도 법원으로 사이 좋게 향하는 남녀는 끊이질 않는다. 우정이라면 흔들린 우정이 되기 전에 그래야 한다고 우리들은 농담한다. 어디에서 여자를 만나면 일단 누구 아냐고, 먼저 물어본 다음에 만나라고. 그런 말이라면 나라도 하겠다, 까지 갈 것도 없다. 어른들은 모두 다 천재인데 뻔한 말 반복하는 건 입만 아플 뿐이다. 그렇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사랑은 해야 하니까, 남자는 아니 내가 대인배니까 헤어질 수 없다? 정신감정도 받고, 관련 서적도 읽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견디던가 이겨내던가 해야 한다. 시시한 해결책이 본 칼럼의 주요 목적은 아니니까, 다시 왜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격정이 발생하는지를 다시 알아보기로.
    대체로 너와 내가 잘 어울리면 문제는 없다. 그걸 바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드물게 상극이 만나면 썩 아름답지 못한 질긴 인연처럼 보이기도 한다. 짧게 악연이라고도 한다. 이때 다시 그 감정이 발생하는 관계에 주목해보자. 곧 어디를 가든 4가지로 나뉠 것이다.
    첫째, 친하고 좋다. (티끌이 0일 수도 있고, 1이상이더라도 쌓인 거 풀면 그만. 만사 OK)
    둘째, 친한데 꺼림직함. (그 친함이 자의든 타의든 먹고 살기 때문이든)
    셋째,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감정 없음)
    넷째,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말 한마디 안하는 사이지만 괜히 밉상)
    지금 논점은 둘째다. 친한데 꺼림직하냐! 응? 친구 파도타기로 엮인다면 넷째도 똑같다. (딱) 그건 그럴 수 밖에 없다. 일단 서로 안 어울린다. 제비와 뱁새! 제비는 아무것도 안하든 아무 말이나 하든, 아마 손 하나 까닥 해도 뱁새는 좋게 보지 않을 걸? 남자 세계에서 그렇다면 여자 세계도 똑같다. 파랑새와 참새! 그렇지만 어려서 동화도 읽고 만화영화도 보며 시트콤과 일일드라마가 뭔지도 아는데, 내가 대인배야 그러니 친하게 지내야지 라면서 1번─2번─3번 친교를 시도한다. 그렇다고 여우와 두루미가 꼭 붙어다닐 수는 없다. 더 친해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제비와 뱁새! 파랑새와 참새! 우정에 대해서 각자의 기분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2

    예 1번. 뱁새와 참새의 사랑. 천생연분이다. 다투며 아웅다웅하지만 사랑을 꽃 피우고, 거리에서 자랑스럽게 손 잡고 다니는 사이다. 그런데 여자 참새가 내 남자인 뱁새에게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주네. 이른바, 파랑새! 뭐? 뱁새는... 뱁새는... 뱁새2에게 쪼르륵 달려간다. 감정은 미묘하니까.
    예 2번. 뱁새의 입장을 잠시만 헤아려보자. 뱁새는 그런다. 뱁새와 촌닭이 우정이라면, 경쟁하듯 놀면서 서로 띄워줄 때 띄워준다. 한쪽에서 야 머쉰, 하면 한쪽에서 미스터 호스! 아주 놀고 있네? 잘들 논다, 어, 잘들 놀아! 진짜로 아무 문제 없다. 주변에서 그 단짝의 우정을 부러워하고, 처음 보는 여급도 대번에 알아본다. 그 정도 단짝은 드무니까, 여자가 먼저 알아보니까, 즉각 물어본다, 둘이 친하냐고! 뱁새와 촌닭 그 둘만 있으면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에서 <머쉰과 말>이라는 뽐냄과 띄워주기를 오가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뱁새와 촌닭의 잔잔한 사이에 누군가 꼭 끼어든다. 어? 무인도가 아니니까. 그 둘의 우정을 시샘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가령 <촌닭, 촌닭 여자친구, 뱁새>. 그렇게 셋이 식사하는 자리. 뱁새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자긴 망했고 기분은 꽝이며 표정은 망가졌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뱁새, 촌닭, 늑대, 늑대의 여자친구>. 그렇게 넷이서 만난다. 촌닭이 늑대의 여친에게 공인 받은 눈치네? 뱁새는 광분한다! 촌닭이 언젠가 초딩을 만났다더라, 어쨌다더라, 그야말로 미쳐버린다. 고삐 풀린 망아지는 딱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뱁새는 자기 단짝인 촌닭의 어느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그 계정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면서, 상대의 뭔가를 훔치고 엿보며 코스프레까지 한다.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기존의, 처음의 누굴 만나기까지 한다. 그렇게 결국 막장 드라마를 진짜로, 기어코, 완성한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게 뭐냐면, 뱁새는 촌닭한테 그걸 또 순순히 고백한다. 그렇다고 '재밌다&씁쓸하다'가 반반 섞인, 응? '기묘한 고개 각도 + 상한 미소'로만 답한 상대는 또 뭐고! 아주 정말 끝까지 황당하구만 그래. 무슨 성장 드라마 영화 찍나? 하나 분명한 건 그런 단짝 결코 흔치 않다. 살면서 이런 우정 일평생 단 1번도 못 겪어본 사람 아마 쑤두룩할 것이다. 사연이 있었으니까. 그 무슨 우정의 애증이야 뭐야! 늬 바나나가 내 바나나보다 어쩐다는 말이 내 귀로 쏙 들어왔다느니 어쩌느니, 그 말까지? 참 나! 하긴 그 뱁새 입장에서는 자기의 모든 인맥을 소개시켜줬고, 내 모든 것을 다 공개했으며, 95퍼센트 먼저─많이─내내 연락했고, 동업만 몇 번이요 놀기는 또 얼마나 중첩됐는데? 하다 하다 간지럽고 챙피하게도, 어려운 시절에 남자끼리 생일 카드마저 적어준 적이 있다니! 거 참 별 이상한 인연도 다 있지. 지하세계를 탈출해야만 했던 때. 보석상에서 귀걸이 한쌍을 사서 한쪽씩 나눠 끼던, 난봉꾼 명콤비의 브로맨스야 뭐야! 하여간 별 희한한 일을 다 보겠네, 것 참 별 희박한 우정을 다 듣겠구만. 그런데 또 나중 개인 홈페이지에서 '단짝-준단짝'들을 다 함께 마주 대하니 것도 참 느낌 괴상하더군. 뭐 그건 그렇고. 그래서 또 다른 뱁새는 여자친구의 닦달에 혈안이 되어 촌닭인지 제비인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해한다. 지는 비교는 듣기도 말하기도 싫은 뱁새, 만사가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예 3번. 그러니까 <촌닭, 뱁새, 제비>라는 남자 셋의 우정에서 서열이 어찌 되는가가 중요하다. 일단 나열하기로는 뱁새는 넘버2다. 물론 본인은 인정하기 싫을 테고. 그걸 어떻게! 게다가 원래 촌닭과 뱁새의 2강 구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제비가 어디서 느닷없이 날아왔네? 갑자기 허락도 없이 끼어든 거지. 말은 안했지만 촌닭과 뱁새는 그런다. 자기가 대인배고 친구는 1.1이나 1.2 정도라고. 내가 다 봐주고 마음을 열고 받아준다고 여긴다. 서로 똑같이. 그랬는데, 딱 그랬는데 뭐야 이거! 제비가 오더니 자기는 넘버2도 아니고, 부동의 넘버3로 밀리네? 것도 하루아침에! 미치고 환장하고 펄쩍 뛸 일이 바로 이거다! 안 그래도 형편은 비리비리하고 희망마저 궁색한데? 심지어 촌닭은 촌닭인 걸 어찌 숨기나, 자기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둥 날 부러워하지 말지 그랬냐는 둥 자기한테 열등감 느끼지 말라는 둥, 그러는데? 뱁새는 뚜껑 열리고 빡치다 망하는 거다. 그럼 그 얄미움은 다 어디로 향할까, 제비는 가만 있어도 제비인데? 뭘 해도 밉고 입만 뻥긋해도 손만 까딱해도 미운 것이다. 존재 자체가 밉상이 따로 없지. <촌닭, 뱁새, 제비> 사이에서 제비가 자기 비하 유머를 시도하면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자기 비하? 촌닭은 짜증낸다, 자기가 그걸로 못 웃겼으니까. 허나 뱁새는 좋아하며 어깨동무를 시도한다. 자기가 제발로 내려갔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그거지. 반면 제비가 꺼벙한 몸개그를 시도한다? 간혹 빵긋 하며 웃는다. 아주 드물게. 덤앤더머가 따로 없다. TV에서 일류가 잘난 척하는 건 눈물겹도록 웃기고 재밌는데, 나머지가 그걸 따라서? 말말자, 그런데 제비는! 그거다. 딱 이거다. 이류는 참고, 2.5는 상도덕을 지키며, 삼류는 미리 걱정한다. 혹시 내가 나서면, 시청자는 그러지 않을까, 쟤는 지가 뭔데 막 나서서...! (실제 그런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뱁새-촌닭-참새들 사이에 소음은 없을 수가 없으니까) 그러다 뜬금없이 얼굴 두꺼운 뱁새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재수없는 캐릭터로 은근슬쩍 자리잡는다. 먹고 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락산업은 풍선껌을 파는 마술쟁이이니까. 아득바득 치열한 다큐멘터리 세계니까. 원리가 이럴진대 절망적인 시기의 뱁새와 불행함에 침체된 참새 앞에서 잘난 척을? 물개박수라면 감지덕지. 광대의 운명이란 클라우드 나인이자 동시에 감수해야 할 그 뭔가도 있는 것이다. 즉, 잘난 척마저 내 소관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여자의 우정을 봐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가볍게 놀리는 건 촌년끼리 우정의 척도인 것. 곧 남자 우정이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에서 <머쉰과 말>를 오가듯이 여자는 그런다. 여자 우정은 친구 놀리기, 친구 띄워주기, 자기 비하, 겸손하게 자랑, 미안, 선망, 회상, 소비, 사치, 꿈, 남자 얘기, 또 남자 얘기, 일단 듣기, 기타 등등. 남자보다 훨씬 원리가 복잡하고 불문율이 다망하다. 그러니까 많은 남자들이 잘 도전하고, 잘 참고, 잘 지내다가 때때로 중간에 나가떨어진다. 그런 한편, 여자 세계에서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아무런 소란을 피우지도, 나대거나 말하고 나서기도 좋아하지 않는 존재를 두고 뭐라 하나? 둘 중 하나다. 첫째 여자도 미녀를 좋아한다, 둘째 (자의든 타의든 분위기 때문이든) 재수없다고 여긴다! 첫째 유형의 여자도 있고, 둘째에 가까운 여자도 있다. 보통은 그 둘을 왔다 갔다 한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대충 반반이던가 8 대 2 던가, 그때 그때 다르다. 이때 불문율은 프리마돈나, 수석 발레리나, 여주인공은 암묵적으로 어떤 기준선이 정해져 있다는 것. 그 때문일까? 어떨 때 괜히 누군가 존재 자체가 싫고 옆에 있으면 그냥 미운 거다. 응? 안 그래도 꽃은 꽃인데, 파리부터 나비까지 죄다 싹 다 날 피해가는데, 안 그러게 생겼나. 호박부터 과일과 꽃까지 죄다 전부 다 날 스쳐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멀찍히 돌아가는 뱁새와 촌닭의 심정, 똑같다. 과부 마음 홀아비가 아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그 껄끄러운 감정을 어떻게 하지? 그걸 연료로 떼서 일하기에 쓸 수도 있고, 친구랑 수다 떨거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그외에 방법은 다섯 가지.
    1.학자: 왜 그럴까 곰곰히 따지면서 면밀히 분석하기.
    2.친구: 내색하지 않다 가끔 싫다며 표현하기/멀어지던가/거리 두기.
    3.사회인: 견디기/버티기/꾹 참기/일로만 엮이기/무시/흉 보기/선동/빈말/관망
    4.학생-짝: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자랑만 하기,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만 하기.
    5.우정: 드물게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정을 아끼고 키우기.
    5번이면 좋겠지만 결정적으로 처음부터 제비와 뱁새, 파랑새와 참새는 어울리지 않았다. 애초에! 시작부터 말이다. 그래서 분석하고 연구하고자시고 어쩌고 해 봐야, 결론은 어쩔 수 없이 여우와 두루미인 것이다.





    3

    참고로 마찰음 발생 과정을 설명하느라 자칫 뱁새와 참새는 깎아내리고, 제비와 파랑새만 띄운 듯 하여 잠시 한말씀. 뱁새와 참새 모두 충분히 존경 받을 만큼 착하고 행복해야 마땅하다. 때와 시기와 사람에 따라 제비와 파랑새가 주인공을 지원할 수도 있고, 뱁새와 참새가 호인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 모두가 막역한 시트콤을 찍을 수도 있다. 타고난 천성과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한계는 있을지언정 살다보면 내가 무엇이고, 누가 내 사랑의 나비가 될지 그건 모르는 거다. 정체성 1과 2의 어울림에 따라 일부 부조화가 발생해서 그렇지, 그냥 막 파랑새와 제비만 편드는 얘기가 아니다. 왜 관계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발생하냐, 그게 핵심이니까. 설령 뱁새와 참새의 입장을 강변하더라도 언짢음은 남아야 정상이다. 아니라면 거짓말! 그건 아마도 뱁새라는 용어 자체 때문일 수도 있다. 뱁새라... 어쩌면 하이에나쯤 아닐까! 참새는 영특하고 애교 넘치는 여우요, 파랑새는 둔하고 맹하고 순진한 곰?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 다른 명칭도 많다. 그렇지만 차이점과 서로의 오해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여기서는 이렇게 정했던 걸로 허접한 비유에 대한 변호문을 마친다.
    끝으로. 마지막. 진짜로. 깔끔하게. 딱 두 가지만 부언 설명을. 왜냐, 아무리 해도 해도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 하시는 분이 계시니까! 그 두 가지는 무엇이냐 하면 이거다.
    첫째, 앞서 누누히 강조했던 뱁새냐 아니냐의 잣대는 외모, 자질, 능력, 명성, 재산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성격이다. 성격이 뭐니 뭐니 해도 제1기준이다. 친해지고 겪어보고 정보가 일정량 이상 노출 되어야 판별 가능하다. 첫인상만으로 충분히? 직감이 발달한 자기! 말 몇 마디 섞어보니 대번에 진단? 직관력으로 똑부러지는 친구! 그렇지만 보통은 일정치 이상의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변수라는 게 있고 여건과 상황이 뒤섞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급하면 많이들 착각하기 쉽다. 매력 덩어리에 인기 만점이니까 뱁새, 아니겠네? 완전한 뱁새다! 예쁜 여우니까 참새, 아니겠지? 천만의 말씀! 능력 출중하므로, 따라서 다른 건 몰라도 그분만은 결코 뱁새가 아니다? 완벽한 뱁새라니까요. 말하자면 뱁새의 제1기준은 뭐니 뭐니 해도, 누가 뭐래도 성격인 것이다. 단, 제1기준만! 그래서 어떤 남자를 처음 만나서 오빠 오빠 막 그러면서, 파란색과 핑크색 가운데 뭘 좋아해요? 바다와 산, 어디로 갈래요? 딱 물어본 다음, 우리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말하기로 해요. 라~고 해놓고서 하나-둘-셋 다음에 남자가 정답을 말하자마자 따라하는 여자. 참새다! 일단 그걸로만 보자면. 정밀 감식은 자료가 더 필요하다. 남자를 보자면 묻어가고, 친구들 결정에 따르고,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지 않으며 의견을 잘 내세우지 않는 친구. 친구들 가운데 있는 듯 없는 듯, 잘 맞춰주고 잘 들어주고 잘 따라가는 친구. 그걸로 판단하건대 뱁새가 아니겠네? 말수 없고, 선동도 못하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매사 불만 투성이에, 다른 여러 조건들로 봐도 딱 그만그만하다! 완벽하고 완벽한 뱁새다. 적극적인 뱁새와 소극적인 뱁새로 나뉠 수 있지만, 뱁새는 호구과나 팔랑귀 임팔라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호감, 친밀감, 카리스마, 무난함, 리더쉽, 동조성, 타자에 대한 배려, 여자를 다루는 기술! 그것과 <성격 좋다>는 똑같지 않다. 절대로 다르다. 까칠한 고슴도치한테, 꼼꼼한 촌닭에게, 천재적인 제비에게, 처음 본 신사에게, 친분이 두터운 파랑새에게, 절친한 오리에게 <성격 좋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딱히 모나지 않은 우정이므로 <성격 좋다>라는 평판이 발생하는 것.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다. 말하자면 뱁새가 성격 좋다 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외롭고 계속 외로웠던 꽃의 이상형일 텐데, 들을 수 있지 왜 없겠나! 뱁새가 뭘 좀 아는 오빠 라는 찬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고독하고 또 고독했던 사과의 낭군님으로 딱-인데, 들을 수 있지 왜 없겠나! 하오나 비교적 적게 듣고, 덕망과 로망의 대상이 누구일 것인가를 예상하기는 썩 어렵지 않다. <성격 좋다>라는 말을 듣는 제비와, 모나지 않아 존재감 미미하지만 그 친구 괜찮다 걔 착해 라는 평판의 뱁새. 전자와 후자의 구분, 눈썰미의 차이다.
    따라서 뱁새인가 아닌가에 대한 구분에 대해서조차 급이 나뉠 수 밖에 없다. 일과 우정 그리고 사기꾼과 코끼리의 친교까지. 견적 내고, 즉각 계산기가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숙녀의 애교인지, 하급자의 아부인지가. 오다가다 처음 만난 양반한테도 말을 섞으면서 맞받아친다.
   「그건 형씨가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고...」
   「그건 선상님께서 나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구먼유...」
    응? 그렇지만 사랑은! 저 남자가 설마 나를? 혹시 이건 사랑? 마침내 내가 말이 통하는 남자를 생애 처음으로 만난 거야? 정말로? 진짜로? 내게도 이제 애인이 생겼다고? 나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 이때가 되면 까마귀, 나방, 나비, 꿀벌, 촉새, 갈매기, 백조, 오리, 팔색조, 앵무새, 벌새, 기러기! 구분이 되든 안되든 의미는 없어진다. 평범한 촌닭인 줄 알고 사랑에 빠져 결혼했는데 나중 글쎄 알고 봤더니, 뱁새왕? 그래도 시간은 간다. 최고의 뱁새가 반 세기 지나 둥글둥글해지는 것. 주름살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종 불문, 세대 불문, 나이-성별 불문, 피자 배달원 경험별 분류도 불문이고 뱁새의 영역이 그렇게나 확고부동하다고? 뿐만 아니라 막사는 사람은! 막살자라는 포지셔닝으로 밥 먹고 사는 유명인은 또 얼마나 많은가. 무례한 사람들은 또 어떻고. 뭘 좀 모르는 남자가 태반인데? 우선 내 주변을 돌아보자. 뱁새 중의 뱁새는 누구일까? 무명의 반대편을 둘러보자. '세계적인' 같은 수식어가 붙은 뱁새는 어떡하고. TV만 켜보면 언제 어디서나 비율이 할당된다. 딱 봐도 옳지~, 쟤는 100퍼센트 뱁새! 보아하니 내가 왜 그렇게 껄끄럽고, 그동안 혐오스럽고, 보고 듣기 싫은 이유가 다 그 때문이라고? 설마 나는 남에게 그렇지 않을까! 이제부터 사람이 점점 동물로 보이기 시작하면, 그거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여기까지가 뱁새인가 아닌가, 긴가민가에 대한 부언 설명 끝.
    둘째, 삶의 자세 즉 평소의 마음가짐에 따라 우리는 누구든지, 언제나, 어떻게든지 뱁새&참새일 수 있다는 것.
    칼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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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물농장

from 칼럼 2018. 11. 14. 22:43
    1

  1. 남자에게 그 말 듣기. 성격 좋네!
  2. 여자에게 그 말 듣기. 뭘 좀 아네 뭘 좀 알아!

    꼭 타격 몇 관왕처럼 A와 B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필요는 없다. 기질상 누구나 그럴 수도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 때문에 그러기도 힘들다. 우연히 타인의 눈 밖에 나지 않는다면 얼렁뚱땅 듣게 될지도 모르고. 세상을 살아보면 이와 같은 대문자 A&B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여자 세계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재수 없는 여자, 얄미울 정도로 팔방미인, 친구 파도타기가 멈추지 않아 여러 장르를 오고가는 삶, 그리고 호구. 역시 마찬가지다. 비율상 많지는 않다. 젊음에 기인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할머니인데 어머나, 눈에 확 띄는 미인이시네? 매우 드물다. 아주아주 드물다. 살면서 많이, 자주 보기는 힘들다. 미인은 그걸 미인이라고 한다. 그럼 나머지는 다 뭘까? 잘 아시다시피! 여성잡지1이 괜히 바쁜 게 아니다. 조명업자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닌가. 영화배우도 비율은 조금 낫겠지만 어쨌건 마찬가지다. 어차피 오십보백보다. 그래프의 모양이 어떻든지 뭐든 비율이란 게 있다는 것. 말하자면 상남자의 특급 카리스마, <A&B>, 놀라울 정도로 고우신 할머니의 외모는 드무니까 그래야 하지 않나 라는 것. 곧 사람은 저 대문자 <A&B>는 몰라도 <소문자 a or b>는 되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그럼 대체 그 소문자 <a or b>라는 게 뭐냐? 그건 이렇다.

  • a: 중간은 가기.
  • b: 최적의 시점에 최고마(馬)가 등장 (가령 그 흔한 잘난 척, 자기 비하, 빈말, 아부, 가식, 위선, 형식미, 유혹, 지조, 로비,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동조성, 신경성등)

    소문자 a는 예의, 의리, 교양, 상식 같은 덕목을 뜻한다. 살다보면 왕왕 중간도 어렵다 라는 걸 알게 되는데, 그건 다시 말해 층위와 장르, 어울림, 사주를 뜻하는 거다. 2부 리그, 3부 리그. 평판 AA++. 인지도 BB+++. 호감도 C---. 신용 D+. 그리고 개와 고양이의 궁합. 늑대와 곰, 치타와 여우의 속궁합. 그렇게. 우리는 대부분 소문자 a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하니까. 그리고,
    소문자 b는 저기 저 각각의 개념들이 마치 오디오 앰프의 이퀄라이저처럼 움직이는 것. 이상적으로! 뭐 자유자재로? 그래서 소문자 b는 거의 없다. 다른 말로 숙녀가 봤을 때 1.5가 기성복이라면 1.0미만은 맞춤복인 것이다. 기성복과 10년 살았는데, 남편이 어느 날 맞춤복 친구를 소개한다? 부인은 사랑하는 남편 옆에 앉아있지만 바싹, 빠짝 긴장한다. 아니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소문자 b는 희소하다고 할 수 있다. 그걸 바로 숙녀가 말하는 뭘 좀 아는 남자요, 아가씨가 인정하는 그냥 허당이 아니라 은근 허당인 것이다. 소문자 b는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에 대개 나를 떠나기 마련이다. 스쳐지나가거나, 구경하기 힘들거나. 오락산업이 하는 일이 뭘까? 바로 소문자 a를 b처럼 보이게 하는 일. 그에 앞서 우리는 스스로 튄다마를 타고, 기교만을 추종하며, 일단 운명적으로 경주마의 인생에 길들여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반짝 하거나 롱런을 해도 최고는 드문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얘기를 들었을까? 호박이 스스로 굴러가는 원리는 애초에 정해져 있다는 것. 곧 태생적 한계다.
    우리는 놀면서 무엇을 보았을까? 여자를 다루는 기술은 어떤 걸 뜻한다 라는 인문교양서를 읽었다. 또 다큐멘터리를 봤다. 정글의 세계를 경험했다. 심지어 상남자들의 명대사를 자기 걸로 슥 가져와 두고두고, 길이길이 써먹는 허당을 보게 되는 점. 후천적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천부적으로 호박의 이상형이 되기는 어렵고, 천성적으로 대문자 A&B도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소문자 a 또는 b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우리가 로보트도 아닌데 소문자 b를 이퀄라이저처럼 제어한다는 게 어디 쉽겠나. 변신도 한계가 있다. 자존심마저 바닥은 안다. 참지 않아야 할 때 참으면 비겁자가 되고, 참아야 할 때 참지 않으면 푼수가 된다.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으면 대어를 놓친다. 괜히 서둘러 나섰다가 으쌰으쌰 약속 장소에 가면 나 혼자다. 총대 메고 나섰더니 팀장한테 찍힌다.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고. 선동가는 못되도 중간은 가야 한다. 바로,
    그래서 우리는 집중을 한다. 안 그럴 수 없으니까. 어떻게? 이렇게 말이다. 아부, 아부왕! 잘난 척? 잘난 척 왕.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지만, 어떻게 밑도 끝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잘난 척만 계속 하냐고? 뻔뻔마와 간사마 그리고 뻔트마가 있지 않나. 응? 먹고는 살아야 하거든. 다른 예도 많다. 순진한 척 왕, 자뻑왕, 침묵왕, 쪼잔왕, 리액션왕, 연체왕, 이중인격왕, 침튀기기왕, 별명왕, 식탐왕, 굴욕왕, 비명왕, 염장왕, 째려보기왕, 초딩왕, 귀찮게하기왕 등등.
    따라서 이와 같은 이치를 곰곰이 검토해보면 양의 탈을 쓴 늑대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본 칼럼의 결론 치고는 더럽게 재수없구만 그래. 다음과 같은 특징 외에 선웃음, 비웃음, 쓴웃음, 조소와 썩은 미소등. 눈웃음마저 남과 대부분 비슷할 테지만 이상한 웃음은 그 어디에 속해야 하나. 그건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2

     촌닭1

  • 내가 최고. 으쌰으쌰.
  • 부러우면 지는 것 (젊은이왈)
  • 나는 그 무엇도, 누구도 부럽지 않아. (노신사왈)
  • 너는 머머 해봤냐? (친구1은 경험을 전제로 말함. 때문에 들어보면 뻔한데 굳이 친구2는 나서서)
  • 내가 뭐 못할 줄 아냐?
  • 나 저분하고 (좀 더) 친해지고 싶어! (점잖고 자상한 촌닭왕에게 부쩍 호감, 애착이 갈 만한 밑밥도 있겠다)
  • 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어. (원한다면 유명해질 수 있다는 걸 전제? 키워준다는 연예기획사 제안을 수차례 뿌리쳤다는 말 아냐! 대체 뉘신지...)
  • 못한다와 안한다가 간혹 바뀜.
  • 친구2는 친구1의 단점을 쉬지 않고 폭로. (친구1이 자기 여친을 친구2에게 소개. 친구1은 아아~ 깨달음!)
  • 나중 친구1에게 친구2는 윽박지름, 그것도 이해 못할 여자라면 만나지 말라 헤어지라고 따짐.
  • 친구2는 친구3의 단점을 좔좔좔좔좔 고자질! (친구1─친구1의 여친─친구2─친구3 그렇게 넷이 함께. 친구3은 친구1여친에게 뭘 좀 아는 남자로 공인 받음)
  • 친구2는 친구3의 단점을 좔좔좔좔좔 뚜껑 제대로 열렸음. 거의 사활을 걸다시피. 못말림.
  • 친구2와 친구3. 그 둘 + 여자1명 그렇게 셋이 함께. 친구2는 왕뚜껑 열림. (친구3은 아아~ 깨달음!)
  • 신부 들러리는 웬만하면 사절.

    촌닭2: 중간은 감.
    촌닭3: (이 부분이 특히 중요) 중간은 가고 호인인데, 만약 경우의 수가 겹쳤을 때 문제됨. 이를 테면 루저, 약자, 외톨이, 비관론자, 슬럼프, 빈자, 불행, 비운.... 이 가운데 몇 가지가 겹쳤다면! (중년 이후로) 나는 친구가 1명도 없다 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어른. 의외로 굉장히 많다. 젊음이 특히 간과하는 사실. 친구는 친구일 뿐! 촌닭2에서 촌닭3으로 내려갔을 시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오리1: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잠룡. 야망가. 열정가. 이쪽 종은 능력과 시류와 천운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을 수도 있음.   「이번에 누구를 밉시다!」  그러나 이 동물은 기질적으로 A&B가 아니다. 때문에 그런 말을 들을 가능성은 애초에 없음. 그 가망성 딱 제로. 즉 비밀단체랄지 로스차일드 가문이 얽힌 영화 같은 대사.  「우리 쟤 한번 키워봅시다.」
    오리2: 나는 젊음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걸겠소. 나는 그대 청춘들이 부럽단 말이오. (노신사왈)
    백조: 백조 입에서 그런 말이 어떻게 나오겠나. 무대 위에서 개 100마리, 1000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모습. 그걸 어떻게...! 일기장에 솔직한 생각을 쓰는 건 별개이자 정체성이 1개냐 여러개냐에 따라 나뉨. 백조와 비-백조의 차이는 그것. 글이냐 말이야!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유대감─연민─애정─동정심─직감─다정은 의미 없음. 만약 의미가 있는 백조라면 나약하거나 비뚤어졌거나. 글, 선언, 서류, 서명, 형식이 중요하고 식어버린 사랑은 중요치 않음. 만약 말 떼에 대한 지칭어를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곧, 한마디로 미운 오리 새끼. 유대감─연민─애정─동정심─직감─다정함이 최저에다 평민과 예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지금 세상에 전혀 어울리지 않음. 영화, 드라마, 소설, 오페라, 그거 다 뻣뻣하게 지식과 교양으로만. 옛날 기준으로 보자면 같은 피어라는 신분의 권위는 이론적으로 언제든지 피어 미만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아도 됨. (원론적으로는 그렇지만 비교적 구식 설명이 이렇다는 것)
    뱁새1: 심심함. 재미없음. 연애 경험 없음. 꿈 없음. 자조 없음. 지는 비교는 완전 질색. 잘난 척, 하고는 싶은데 여건이 뭐하니까 하지 않음. 내가 최고가 아닌 걸 잘 아니까, 모두 최하. 만약 모든 걸 가졌더라도, 알게 모르게 착한 일도 많이 하겠지만, 항상 외로움. 여자친구가 있다면, 남자친구들한테 여자친구에 대한 찬미를 일절 하지 않음. 왜냐하면 그럴 객관성이 없으니까(촌닭1과 뱁새1의 차이). 뱁새1이 능력이 되면 성공할 수도 있음. 그렇지만 주로 수직형. 서열만 따지는 전형적 수컷.    
    ※ 뱁새2는 설명이 기니까 칸을 띄여서.





    3

    뱁새2: 뱁새1은 그나마 양반. 그런데 가만 있자, 추억도 없고 자랑 거리도 없고, 하지만 자기 비하는 싫고 아부도 못하네? 내 마누라(여자친구-여편네) 못생긴 거? 사실인데 그걸 뭐하러 말하냐고! 뭐 한다고 날 낮춰? 안 그래도, 난 왜 이 모양 이 꼴로 사느냐, 라는 말을 속시원하게 하지 못해서 억울한데. 심지어 남 앞에서 춤 추기도 싫고, 노래 부르기도 못하며, 할 말은 없고 할 일은 짜증나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부류. 남이 하면 과시에 잘난 척인데 내가 하면 농담이자 장난. 속에 쌓인 게 많음. 촌닭도 일부 그렇지만, 뱁새1-2 분과가 뭐든지 비꼬는 유형이다.
    특히! 뱁새1-2와 고슴도치의 차이는, 대체로 능력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뱁새 위에 고슴도치라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행운의 여신은 엉뚱하니까. 바늘로 찔러도 초록색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인간이, 설마, 내 여자친구에요? 딱 악녀 타입. 남자친구를 전속 무사로 여기는. 당연히 깊이 들어가면 뱁새─고슴도치─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광인─정신병 환자는 차이가 난다. 왜 뱁새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냐면 그 때문이다. 이룬 결과, 가능한 성과, 타고난 능력, 후천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무엇, 훨씬 잘살 수 있는 가망성. 즉 더 나은 삶에 대해 앞서 열거한 계통에서 제일 초보자가 누구냐, 그래서 설명이 길어지는 거다. 일찍부터 목표를 낮게 잡는 뱁새도 있고, 야망은 빨리도 포기하는 뱁새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물론 본 기고문은 어디까지나 칼럼이지 대단한 논문이나 무슨 개론이 아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최고를 고르자, 처음부터 고급으로 시작하자 라면서 거창한 책을 펼치면 어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게슴츠레해지기 마련이다. 눈이 휘둥그레지기를 강연자가 반복하는 원맨쇼? 글로 보면 잘 아시다시피! 그래서 시작은 이렇게 집단지성이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논제를 들고 제안하는 식의 접근도 하나의 방법이랄 수 있다는 거다. 그래 다 좋다, 뭐가 나쁜가, 그러니까 왜? 네, 어째서! 왜냐하면 뱁새가 잘사는 세상, 이 아니라 '뱁새도 잘사는 세상'을 위해서.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꺼림직하기 때문에 모른 체 하고, 불미스러워서 그저 고개 돌리기만 되풀이해서는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안 그래도 인간은 누구나 이기주의자인데, 나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인 세상이 된다.
    제일 쉬운 방법은 그것이다. 뱁새가 행복할려면 부자만 되면 그만이다. 그래도 응석이 반이겠지만 일단 그거면 된다. 그렇지만 그걸 뭐라 하냐,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이다 라고 한다. 그 다음이 없는 거지. 이처럼 비슷비슷하면서 약간씩 다르니까 점쟁이 말이나 이거나, 구분이 안되니까 20살 이후로는 책을 멀리하는 어른들이 발생한다. 잔지식을 비롯해 잔머머가 진짜니까. 만약 큰-머머가 없다면! 실제 그렇다. 큰 재주 있는 사람이 흔한가? 드물다. 절대 흔치 않다. 때문에 나머지는 잔머머가 더없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제일 쉬운 예가 무엇일까? 옳거니, 잔소리! 그게 좀 더 설득력을 얻는다면, 말발. 우기는 건 제쳐놓고. 이처럼 구분이 애매하니까, 잔머머와 큰 기술을 멋지게 융합하는 게 어쩌면 모순되니까, 깊이 생각하고 오래 겪지 않으면 다 비슷비슷하고,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으니까 구분은 애초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현실만 따지자면 판돈이 부족해서 그러지, 마음 먹고 나서면 나도 뭐 어쩐다? 일단 뱁새도 내 대망이 반틈은 성취된 상태라면 더없이 인자하고, 사람 좋지 왜 아니겠나. 허나 문제는 이 유형은 자존심, 허세, 허영심으로 남과 견주어 어떻다니까 그러네요. 네? 그러니까 말이죠, 냉랭하게 포커페이스 한다지만, 표정을 어떻게 숨기겠나. 항아리 그래프만 떠올려도 유머와 폭소로 받을 걸 자존심 극상은 아니니까 시작부터 틀어지는 거다. 흔히 알려지기로 피라미드의 상층에 사이코패스가 많다고 하지만─하층이 더하겠지만─뱁새 가운데 능력자도 흔하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대충) 98퍼센트 일치한다고 한다. 억지로 환유법(?)을 끌어당기지면 촌닭과 뱁새도 최소 95퍼센트 염색체가 똑같다.
    한편,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분 나쁜 감정이 기억 속에 깊게 각인된다. 그런데 내 내면을 보자면 반대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촛점이 맞추어진다. 인문교양서에서 놓치기 쉬운 점이 그거다. 매력 있는 사람도 그렇게 할까? 그분들은 아마도 반대로 하지 않을까! 타인의 장점을 칭찬하고, 내 약점과 결점에 신경 쓰는 일.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친구의 단점과 실망과 체념을 칭찬하며 띄우는 친구, 여자 세계에서 밉상 가운데 상밉상인 것이다. 그럼 당연히 친구의 단점과 실망과 체념을 놀리는 건, 다독일 때 다독이더라도 그와 또 다르게, 여자 세계에서 지극히 예의와 농담에 해당하는 일일 뿐이다. 그걸 잘하면 여자 세계에서 인기가 많아진다. 그런데 그걸 남자 세계에서? 매를 버는 일일지도! (단짝이 뚜껑 열리는 일도 반복되면 발전함. 안 그럴 수 없으니까. 남자들이 괜히 주파수 혼선되겠나) 범위를 여자의 우정으로 넓히지 말고 다시 돌아와서. 뉘앙스와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다면, 양에게 양이라 하고 양치기 소년을 양치기 소년이라 지칭하는 건 실례도 무례도 아니다. 그게 어떻게 결례겠나. 하지만 뱁새에게 뱁새라...? 과부 마음 홀아비가 안다지만, 촌닭과 촌년만 해도 격의 있는 표현은 아니기에 답은 뻔하다. 그 반응을 떠올리는 건 일도 아니겠죠! 내가 뭐 뱁새라고? 그럼 뭐 늬는 타조냐? 내가 갈매기고 넌 촉새라고, 어? 넌 임마 벌새도 아까워, 어? 알어? ......(절레절레)! 잠깐만. 아니, 정말로 이렇다고? 그렇다면 내친김에 변호나 분석이 아니라 아예 입장을 당사자에게 들어보는 건 어떨까! 거드름 피우며 대변인을 자처한답시고 모양새를 갖출 게 아니라 차라리 그게 낫겠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니까, 때문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말로 그게 좋겠네. 옳소? YES! OK! 가자, 가보자, 안될 건 뭔가. 바로 시작해보자.
   「......못생긴 거? 사실인데 그걸 뭐하러 말하냐고! 뭐 한다고 날 낮춰? 뭐한다고 지는 비교를, 그것도 굳이 내 입으로? (그러면 지는 비교는 말하기도 듣기도 싫다, 만년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만? 워워워~~~!) 또 지는 비교? 난 그런 바보 같은 짓 안해. 못해. 지는 비교. 듣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그 신물 나는 지는 비교를 또? 내 입으로? 그런 미친 짓을 내가 왜 해! 내가 왜 싫어하는 자학 개그를 해야 하는데. 왜 내 입에서 그런 이상한 농담이 나와야 하는 거냐고. 못해. 안해. 싫어. 짜증나. 뚜껑 열린다고. 아 빡친단 말이야. 완전 빡쳐! 자랑할 일 자체가 없어서 자랑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그게 어느 세월인데, 거기에 더해서 자조 개그까지? 미친 거 아니야? 겸손할 기회부터 태어나자마자 박탈당했고, 호박은 전부 다 날 피해가는데! 그런데 그 어려운 지는 비교 농담을 내사 어찌 쉽게 하겠소, 안 그렇소? 자학 개그도 다 할 여유와 해도 될 깜냥이나 되는 사람들이 하는 거란 말이오. 훌륭한 학자 양반, 아시겠소? 어이 대단하신 교양가 선생, 잘 아시겠냔 말이오!」
    (딱)! 이거다. 막 이거다. 딱 이 지점이다. 숙녀는 이걸 알면 지는 비교 2번 할 걸 쪼개서 1번은 남자친구(남편) 기 살려주기에 힘쓰게 되는 이치. 이거다. 이거라고. 그러다 자칫 잘못하면 남자측에서 기 빨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흔한 말로 아예 루저거나 확실하게 긍정적이면 낫다. 그런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루저? 뱁새도 아니고 촌닭도 아니고. 날 팔색조로 여기며 숙녀들의 호응과 관심, 호감, 애정, 짝사랑, 윙크, 팔짱, 눈빛? 그게 아니라 들을 말은, 3병맨! 오빠─오빠─오빠...듣고 싶은 말도, '우리 쟤 한번 키워보자' 같은 딴 세상 명대사는 기대도 못해. 남는 건 뭐야, 지는 비교? 그런데 어떻게 자조 개그를! 그래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처럼 어느 날 화사한 꽃다발을 사들고서 집에 갔더니, 글쎄 들을 말은... 뭐-뭐 생선? 내가 친구보고 놀렸던 생선 대가리도 아니고, 뭐? 사회성 완벽에 심리적인 눈높이와 물리적인 눈높이, 왜 모르겠냐마는. 아가씨에 대해 무턱대고 흑심을 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약한 관계요 밋밋한 친분에다 적당한 호사면 족한데. 그런데 왜 날 보고 눈을 깔거나, 눈길을 돌리며, 관심은 차갑냐고! 내가 뱁새도 아니고 촌닭도 아닌 게 내 잘못은 아니거든. 촌닭과 뱁새. 개그우먼을 아내로 둔 (전)남편, 한때 야구방망이와 함께 뉴스를 도배했던 일. 뱁새 아니면 촌닭이다. 그것도 모자라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사자 면전에 대고 '꼭 보면 마누라 뚜들어패는 남편들이 보면 어쩌죠...'라고 말하는 뱁새의 뒷북, 오락산업은 가만히 눈 감아준다. 무슨 LA 갈비야 뭐야. 뭔 호주산 꽃등심이냐고! 참 나. 말 잘하고 능력 있어서 유명해질 수는 있는데, 막말자가 많고 소란스럽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일단 시끄럽다. 선천적으로 고품격이 아니니까. 외향적이면 이따금 말실수에 발목 잡히고 내향적이면 기본적으로 생각이 꼬여 있다. 뱁새 남자와 평생 알콩달콩 잘살 수도 있는데─여자가 뱁새냐는 논외로 하고─그러면 그녀는 아마 성모 마리아가 될 것이다. 농담이고, 당연히 삐딱함 지수가 높으니 성실성과 착실함 같은 덕목도 평균을 상회함. 곧 일장일단이 있다. 만일  뱁새가 미남에다 유명하며 능력자였을 때 그렇게 된다.
   「야 야 떴어 떴어, 뭐해 뭐해 아 뭐하냐고 떴다니까, 야 야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요약하자면 이렇다. 동전의 앞면은 이렇다. 마음이 있고 가능하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좋아하고 하고 싶으니까. 곧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그러나 동전의 뒷면은? 판돈이 없으니까 불가능해, 따라서 변죽만 울리는 훈수파! 할까 말까 줄 듯 말 듯,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내 것이 아니면 가망성이 없기 때문에 전부 다 (엄지손가락 척, 할 뻔하다 반대로)! 여자 세계에서 그냥 여우와 불여우의 차이를 설마 모르시진 않을 테고. 남자가 오빠란 낱말을 각별히 애정한다길래,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오빠? 수줍고 부끄러우며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낭군님은 1.0이나 1.5 정도면 좋은데, 그냥 아무나 다 오빠! 숙녀도 여성잡지1에서 2로 넘어가다 보면 인생은 뻔트라는 걸 알게 된다. 어쨌든 그분들로 말하자면 이렇다. 내 것이 아니면 따따부따 미주알고주알 말장난만 일삼거나, 혹은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만약 내 것이면 으허허허허 으허허허허 음하하하하하!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전형적인 수컷 성향. 오리 클럽에 놀러가고, 거위 친구들과 어울리며, 딱따구리 소풍에 함께 하기? (내가 꿇리거나 싫으면) 내가 거기까지 뭐하러 놀러가냐 굳이 그럴 필요 있냐, 뱁새 모임에 촌닭 잔치만으로 성대하지 않냐, 내가 뭐한다고 옆동네까지 놀러 가서 병풍을 서냐, 나 봐라 나, 제일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신부들러리 서는 것도 짜증난다, 딱 이거다. 친구야, 새롭고 놀라우며 신기할 정도로 소문 난 햄버거 먹으러 우리 함께 가자? 우리 집에 최고급 중의 최고급 스테이크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와인이 있는데 뭐하러 궁상맞게 서민들 먹는 햄버거를 먹냐, 난 싫다! 딱 이 분과다. 한때 나는 삐리한 서민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시장에 발길을 끊었거든. 외출 금지 당한 어린이의 유아식이 아니라 상황은 발전할 수도 있다. 쥐꼬리 만한 봉급 때문은 아니겠지만 뭐 어쨌든 부인과 다퉈서 와인 금지, 스테이크 요리 없음, 접근 금지 명령? 창고에 쌓아둔 인스턴트 식품에 햄버거 요즘 얼마나 잘 만드는데! 볼 영상은 많고, 갈 파티도 흔하며, 이참에 아예 위스키로 바꿔? 말어! 어? 맥주는 어떨까! 하지만, 그렇지만 이 정도면 차라리 낫다. 훨씬 훌륭하다. 그나마 최고지. 앗싸리 이러면 모범이게? 쇼맨쉽과 남의 다리 긁기가, 응? 그게 어디 같나! 그러니까 이처럼 독특한 예도 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수 없이, 한 번쯤 먹어준다 치고, 햄버거를 먹게 되면? 최저가 햄버거를 그것도 청량음료 없이 우걱우걱 우걱우걱! 그 처량함 뭐야 이거? 그런데 돈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야, 또 달릴 땐 잘 달려! 뭐냐고 이거, 눈물 젖은 빵도 아니고. 뭐지? 뭐지? 뭘까! 뭘까! 도대체 이건 뭘까? 어릴 땐 잘 모르는데 차츰 얼굴이 동그래지고 팔과 목이 짧아지면 그 뭔가가 보이게 마련이다. 액면이 다가 아니거든. 촌닭, 고슴도치, 뱁새, 너구리, 두더쥐, 생쥐등. 설치류와 조류와 포유류, 양서류의 미세한 차이를. 어머머머머, 딱 우리 오빠네? 아니죠 아니죠 그게 아니죠, 그 다음을 보셔야죠. 곧 우리 귀염둥이 아들이나 공주님 딸일 수도 있으니까요. 갑자기 변신이란 없걸랑요! 천성은 타고나는 법. 사랑의 시작은 아름답지만 왜 이별이 그처럼 정해진 수순이나 되는 듯이 흔할까? 그래서 SF영화에서, 미래생활사전에서 어떨지도 모른다고 미리미리 DNA의 현격한 차이를 우리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사랑하는 애인이 하녀도, 우정이 신부들러리도 아니겠지만 이래서 그 네 가지는 이 분과에게는 그렇게나 어려운 것이다. 그 넷이 무엇이냐?
    첫째, 인정
    둘째, 부럽다!
    셋째, 자조 개그
    넷째, 병풍!
    중요한 건 '왜 오빠는 그렇게 튀어나온 데 가 많냐'라는 잔소리가 아니다. 뱁새 보고 뱁새임을 그만 인정하시오? 그런 말이 아니다. 부러우면서 그 표정은 대체 뭘 뜻하오? 그런 뜻이 아니다. 자조 개그 왜 안 하냐고 누가 그분들께 따지고 싶을까? 그거 아니다. 병풍도 마찬가지. 그러나 우리 주변의 멋진 (남성) 신부들러리를 보자. 그분들은 어떤가? 똑같이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부러움을 살짝 틀거나 바꾸며, 이미 액면에 분홍빛 선망과 청록색 부러움을 깔고 시작한다. 지는 비교 받고, 계속 받고, 더 큰 웃음을 베팅한다. 자조 개그, 왜 못해? 내가 병풍 중의 병풍인데! 곧 똑같이 인정 하기에 인색하고 따따부따 으쌰으쌰할지라도, 어떻게 똑같은데 똑같지가 않다. 그 어떤 분들을 보면 교묘히 그걸로 만인을 웃기고, 말도 안되지만 말이 되는 농담으로 상대방 기분을 좋게 만든다. 시작은 지는 비교였지만 그 와중에 자랑대회 출전 자격까지 챙겨버렸다. 아니 어떻게? 종이 한 장 두께 차이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도록 말이다. 그 차이다. 그 차이. 꽉 막혔냐, 속 좁은 남자냐, 쫌팽이에 짠돌이냐, 재미없고 만년 조롱꾼에 투덜이냐! 묻어갈 때 묻어가고, 나서지 않을 때 나서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된다.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고. 따라서 쉽게 말해 3대 (어설픈) 사랑처럼, 숙녀가 구분하는 남자의 3가지에서 0점만 면하면 된다. 아, 그 3가지가 무엇인가는 말하지 않았구나. 그건 이렇다. 첫째 뭘 좀 아는 남자라는 칭찬, 둘째 중간만 가기, 셋째 아아 (절레절레)!
    가난한 염세주의자요 뭘 해도 재미없는 촌닭이 나을까, 타고난 걸 어찌 바꾸겠나 곧 풍요로운 초갑부요 날이면 날마다 재밌는 뱁새가 나을까. 뱁새와 파랑새! 어감이 달라도 너무 달라 좀 그렇지만, 지금 당장 뱁새를 칭하는 정확한 학명만 따로 부여하기도 뭣하다. 왜냐하면 여기서 뱁새에게만 특혜를 부과하기에는 형평성에 심각하게 위배되기 때문이다. 아이고나, 뱁새가 정말 그렇다구요? 어머나, 완전 딱 우리 남편 우리 아빠에요? 괜찮음. 장점도 있고 기분 좋으면 최고임. 뱁새도 의리 있고 호인이 많음. 촌닭과는 천상의 단짝이요 촌년의 이상형일 수도 있음. 사람에 따라 깍듯하고 직업군에 따라 편차가 있음. 결국 관건은 어울림인 것. 하여간 부인은 딱 30년 지나서 깨닫게 됨. 빠르면 3년 보통은 적어도 10년. 뱁새를 잘 알게 되면 촌닭이 얼마나 재밌고 그 얼마나 원만한지를 알게 됨.





    4

    촉새1: (여자경험이 없는 반 백살 코메디언) 내 여자 정복 영웅담을 말하지 않음. 쓸데없는 얘기 밖에 없음. 일생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적이 없음. 와 봐야 딱 보니... 쉿! 친한 플레이보이와 여자 얘기하는 건 잘하고 좋아하는데, 그 얘기가 경험 위주로 흐르면 싫어함. 그러면 본인은 병풍으로 전락하니까 얼굴 표정 망가짐. 원래 용안 자체도 입이든 턱이든 튀어나온 경우가 많음. 눈이랄지 2개 이상이 튀어나올 수도 있음. 관상 자체가... 그건 전문가에게.
    촉새2: 저분은 왜 아무말도 안하시지? 넌 왜 아무말도 없니?
    하이에나: 기분파
    코끼리: 팔랑귀
    표범: 다혈질 상남자
    치타: 낭만파 허당
    자칼: 세침떼기?
    낙타: 조용하고 착함?
    펭귄: 공상가
    너구리: 다 좋은데 길게 사귀기에...?
    코모도: 자료 없음.
    앵그리버드: 통과
    곰: 숙녀가 1차적으로 곰인데. 음.. 불여우? 고양이? 또 사랑의 인생의 전부? 논평은 일단 관상을 본 다음에!
    촌년1: 정말 말 많은 여자. 조증녀. 타격왕. 수다쟁이.
    촌년2: 자기, 나 왜 사랑해? (팔색조? 이미 사랑 받는다는 걸 전제로 따짐)
    촌년3: 편과 적이 뚜렷. 투명. 일관. (딱따구리?)
    촌년4: 편과 적이 뚜렷. 불투명. 비-일관. (참새?)
    촌년5: 다 친구. 인기 괜찮음. 친구 파도타기도 바쁨. 신부들러리역 잘함. 병풍 전담도 좋아함. 그런데 친구의 자랑이 정도를 지나치면 참지 않음. 따끔하게 한마디 하며 선을 그음. 알고 보면 구애를 정중히 거절하는 것도 쉽지는 않고, 무턱대고 막 들이대며 사랑을 강요하는 것도 무례하지만, 알고 보면 우정을 지키고 밀어내는 게 더 힘들 수도 있음. (앵무새?)
    제비:

  • 형, 내 여자친구 못생겼죠? (형과 아우 단둘이서)
  • 형이 늬한테 싸움 진다 (형과 아우가 어깨동무)
  • 내 친구 잘생겼지? (친구1─친구1의 여친─친구2 그렇게 셋이 함께. 또는 친구1-2와 아는 동생 1-2 그렇게 넷이 함께)
  • 모르는 건 모른다, 알면 안다, 하면 한다. 뻥이 심하지 않음.
  • 물론 그것도 된다. 이건 내가 틀렸고 당신이 옳다!
  • 촌닭과 거의 흡사한데 오래 알면 구분이 됨. 게다가 병풍을 자처.
  • 제비과는 먼저 독수리의 관찰력과 매의 끈기, 사자의 게으름, 부엉이의 멍청한 기다림을 우선시한다. 무릇 세상사는 물론이요 인간 관계 역시 <너는 너 나는 나 / 너와 나 / 우리 / 주인공 / 신부들러리 / 홈런 / 평타작 / 헛스윙 / 여복>인 것. 이 가운데 우리로 하여금 시의적절하게 최적의 태도를 요구하는 이유가 필경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영문 필요없고, 돌아가는 분위기 관심 없고, 타인의 의중과 친구의 입장, 숙녀의 마음마저 다 따지지 말고? 라~는 상남자 왜 없겠나. 흔한가? 그건 따로 우리끼리 (조용조용 미주알고주알)! 그러나 그건 제비과는 아니다. 남자들 우정의 척도가 잘난 척일 수도 있는데, 그건 철없는 애들 얘기. 이 과는 그처럼 뭐든지 남자 대 남자라는 터놓고 말하기를 우기지 않는다. '솔직히'를 남발하면 어떻게 되나? '진짜'를 내세우는 떠들석함이 만연한 흔해빠진 드라마가 된다. 너는 너 나는 나, 가 무엇인가? 후발주자의 공정 방식이다. A│B│C 이렇게 각 공정의 장벽은 높게 개별적으로, 효율은 극도로. 기계 생산 방식에서는 훌륨함으로써 그 짝을 딱 하나만 찾을 수 있는 최고의 공정 방식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기계. 그리고 지금 주제는 사람. 곧 수컷은 너는 너 나는 나, 남자는 너와 나! 각기 인물 유형이 나뉠 수 밖에 없는 시작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게 좋겠지만, 주둥아리, 턱주가리, 눈탱이라는 속된 말도 때로는 필요하다. 상스럽고 저속한 표현일지라도 친할 때, 드물게, 웃음을 위해 긴요할 시에 말이다. TV 보면 멍청해져 라고 해놓고 난 꼬박꼬박 재미난 프로를 생방송으로, 놀기만 하면 불행해져 그래 놓고 나는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도 놀고. 그렇지만 그건 그때고 기본은 또 다른 것. 입만 열면 저질인 어른이 있는 반면에,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영화가 끝날 때 1인자에 등극하는 역할도 있다. 교미냐 합궁이냐, 수컷이냐 남자냐, 암캐냐 수닭이냐! 고릴라와 겉모습이 썩 다르지 않은 유인원일 것이냐, 아니면 오늘을 사는 숙녀들에게 현대적인 이상형일 것인가. 그건 당장은 연기할 수 있다. 하다 하다, 참다 참다, 멈출 수도 있고. 너 정말 가지가지 한다 라며 옆에서 알려주던가, 스스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던가.

    플레이보이: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링께!
    ※ 어디까지나 외형이 아닌 성격으로 따졌을 때를 뜻함. 얼핏 보면 앵무새와 제비의 사랑이 멋져보이는 듯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여성잡지2 편집장쯤 되야 발언권의 권위가 빛남. 요점은 어울림이다. 촌닭1과 촉새2? 부인 말 많다는 얘기를 남편이 연평균 몇 번 하시는지 설마 모르시진 않을 테고. (상황 바꿔서 남자가 그렇게 말이 많다면 그거 견딜 여자, 과연 몇이나 될까? 별로 많지 않다에 한 표. 일단 1장쯤이야 너끈히 걸겠다) <착실한 촌닭1 : 순진한 촌년2>가 그나마 평탄할 듯 한데... 예를 들어 <대가 센 촌년3 : 촉새1>, <강단 있는 촌년4 : 오리1>, <촌년1 : 백조>! 간략히 뽑아본 예상 조합만 해도... 만만치 않은 박빙이야. 엄청 힘겨운 빅매치일 듯. 쉽지 않아 쉽지 않아, 절대 쉽지 않아. 이렇듯 적게 잡아도 이렇게나 다양하다.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뿐만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하나 누구나 그렇지 않나.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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