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오즈의 마법사.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바람도 쏘이고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기분 전환 삼아 구경하고 오자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7인의 친구들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별다른 볼거리가 없지만 바로 그 허상을 확인하고 나서 해변가 정취를 둘러보고 온다는 게 그만 폐쇄된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공원 오즈의 마법사 그 안으로 안으로 차를 몰고 너무 많이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실의 공간 A에서 비현실적 신-시가지 B로, 어디 보자,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의 이름은 TESLA라고 임시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곳은 지상천국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으며, 부족한 건 만들거나 어떤 방법으로 외부에서 조달하고 공수해 오면 되는 그야말로 완벽한 새로운 유토피아다. 여길 안내하는 번쩍거리는 광고를 주변에서 보니 그렇다고 한다. 이곳은 어떤 세상일까? 그리고 무슨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그 기원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여기 도착한 이 친구들 모두 궁금한 얼굴로 어떤 짐작들을 해보고, 핸드폰도 들여다 본다. 어색하니까. 그러다 곧 어디 높은 지형으로 이동해서 지형을 조망하고 형세를 판단해 어느 탈출 경로를 모색할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여기를 벗어날 방도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어쩌다 여기에 당도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할 뿐이다. 일단 가장 짧고, 쉽고, 정확하게 테슬라를 묘사해 보자면, 음 여기는, 아마도 당신이 처음 방문하는 도시와 가장 흡사할 것이다. 저건 상가 저건 학교 저건 병원 저긴 사람들, 그렇게 뭔지는 다 아는데 처음 보는 새로운 풍경들. 즉 거의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살았던 저쪽 세상과. 일반인이 살고 있는 도시나 시골과 말이다. 다만 도시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없을 뿐이다. 또 아직 조니와 케빈과 알렉스와 마크와 하워드와 니콜라스와 제임스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도시 바깥으로 나가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뭔가 그런 낌새를 느낄 수 있다. 왜 그렇게 됐는가, 는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일단 얘네들이 이곳에 타고온 자동차를 살펴보기로 하자. 미래에 누군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뭐? 사람이 운전을 했다고? 정말 그런 시대가 있긴 있었나 봐. 하긴 그보다 훨씬 이전에는 말 타고 다녔다잖아. 대충 상상해봐도 완전 딴 세상이었을 꺼 같아! 그러나 그때 글을 읽어보면 사람들 감정과 생각과 남녀의 사랑에는 별 차이는 없드라> 이럴 수도 있다.
친구들은 하워드와 닉이 스마트 포투를 모니까 거기서 영향을 받아 모두 스마트 포투를 몰고 도시에서 시골, 시골에서 문 닫은 놀이공원 오즈의 마법사에 놀러왔다. 7대의 스마트 포투는 광활한 면적의 공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언제 넘어온지도 모르게 오즈의 마법사 A에서 B 테슬라로 넘어와버린 것이다.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외부인사의 방문에 대비해서 그런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은 그런 관료로 보이는 친구가 그들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는 왠지 테슬라 상표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듯 하면서 또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다. 또 그 친구는 말을 타고 온다. 다 왔다. 그가 말에서 내린다. 그는 그들을 반겨주는 환영의 말을 건네면서 예를 갖춘다.
「신사 숙녀... 앗 숙녀는 보이지 않는군요. 어쨌든 테슬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서히 적응하시고 익숙해지시겠지만 저도 이렇게 여러분 같은 외지인을 뵌 것이 무척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짧게 설명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군요. 또 그래서 더없이 조심스럽고 몹시 흥분되는 걸 숨기기도 어렵답니다. 오히려 저와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깥 세상에 대해 여러분께 여쭤보는 게 더 타당하고 자연스러우며 정상적인 것 같지만 당황하시는 경황을 보아하니 일단 테슬라에 대해 간명하게 설명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이곳은 도시국가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세계지도에서 보셨던 지면이나 실제 평면적인 내륙이나 섬들에 테슬라는 위치하고 있지 않습니다. 간혹 드물게 그곳으로 이동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지구의 자기장의 경로에 따라 그리고 시간의 좌우 1, 2년 쯤의 여유 근방을 이동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건 차차 알아가시는 게 좋을 듯 하고 테슬라의 기본 정보에 대해 더 알려드리자면 여긴 고대 그리스의 도시인 아테네나 스파르타를 생각하시면 되고, 그렇게 멀리 볼 것도 없이 현존하는 도시국가인 모나코와 바티칸, 싱가포르와 도시국가로 분류되기도 하는 안도라, 리히텐슈타인, 산마리노와 거의, 아니, 완전 똑같습니다. 아~ 룩셈부르크를 떠올리시면 편하겠군요.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은 한마디로 지상천국입니다. 모든 것이 공짜죠. 손님들 세상에 공개된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서 잘 모르시겠지만 세계 몇 대 부자 가운데 상당수는 그냥 이곳 주민이랍니다. 다만 테슬라가 북위 몇 도, 동경 몇 도 딱 이렇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많은 지구인들이 잘 모르실 뿐이죠. 그러나 테슬라도 지구에 종속된 건 분명합니다. 정치 형태와 헌법과 행정구역, 경제, 사회, 언어, 종교, 문화와 예술등 거의 모든 것이 외부 세계와 똑같습니다. 그냥 판박이죠. 단,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세금? 여기서는 임시로 금세라고 부르는데 정부에서 또 사업자가 시민에게 납부, 상납, 증여하는 형태로 그 모두가 공짜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그러니까 여러분께서는 그냥 노시고 일하시다가 예술도 하셨다가 계속, 계속 노시면 됩니다. 언제까지라도, 영원히! 영~원히 말입니다. 다만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는 없죠. 아직 이런 신세계가 실존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쪽에 살고 계시는 분들께서는요. 그러나 영화로도 보셨을 테고, 명화로도 음악으로도 많이 간접체험은 하셨을 것이고, 글로도 얼마든지 충분히 읽으셨을 겁니다. 그 가운데 하나로 바로 프란츠 카프카의 성을 들 수 있죠. 테슬라는 그런 개념을 초기에 많이 참고했답니다. 물론 반대루요. 차츰 테슬라에 대해 경험하시고 누리시면서 종종 저와 마주치시거나 아니면 행정관에 직접 찾아가셔도 괜찮습니다. 그곳의 문턱은 낮으니까요. 그럼 중요한 설명은 모두 알려드렸으니 저는 이만 사무실로 돌아가겠습니다. 부디 아름다운 인생과 은밀한 향락과 천상의 빛,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 인생의 대부분 가운데 주요한 대미를 장식하시기를 바랍니다. 대미? 왠지 어감이 좀 그렇군요. 그냥 전성기를 오래도록 누리시기를 빕니다. 테슬라의 그분께서 친절하게 도와드릴 것입니다. 저는 그럼 이만 처소로 물러가보겠습니다. (꾸~뻑)」 말을 하고 나서 그는 정말 냉정히 그들을 외면하고 저기 보이는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뭔지 모르게 그곳은 희뿌옇게 보였다. 다시 눈을 비비고 쳐다보니 이번에는 더없이 선명하게 보였다.
「저 사람 좀 이상한 사람 같지 않냐?」
「오늘부터 테슬라, 이러라고? 이거 혹시 온라인 게임 아니니? 크레용이 화났어 에 이은 2탄 크레용이 돌아왔어 뭐 그런 건가? 우리가 판타지 원정대?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그러게. 오묘한 기미는 있지만 묘한 성미를 봤을 때 어딘가 좀 부족한 사람 같은데. 얘기를 듣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생각이 다시 감성의 영역에서 이성의 백과사전으로 넘어왔어. 옛날에 뭘 팔던 분이셨을까? 소프트웨어 영업? 약 밀수? 책? 가짜였을 테지만 만약 명함이 있었다면 국장 같은 직함이 어울렸을 것 같아. 실재 그렇게 행세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돌아이치고는 사람이 너무 진지해. 꽤 수상하단 말이야.」
「잊어버려. 혼자만의 세계에서 사는 인간일 꺼야. 너무 자기만의 공상에 빠져 살면 조금 그럴 수 있어. 그나저나 이쪽에 이런 신도시가 생겼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인데. 이 정도 규모인데 왜 아직 몰랐을까? 뭐 우리가 노느나 사느라 바뻐서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듣고도 지나쳤을 지도 몰라.」
「그리고 저게 뭐야 저게! 지가 무슨 밤의 여왕이야 조커야 마이다스야? 화장은 또 얼마나 정성들여 했는지 참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겠네. 괜히 겁주고 있어. 잠깐 설득당했는데 살짝 쫄았지 뭐냐.」
「마이다스? 그런데 넌 마이다스가 어떤 옷 입었는지 아니? 그것이 지명이게 곡명이게 아니면 사람 이름이게? 뭐와 관계되는 지는 알기는 알어?」
「넌 꼭 사람 얘기하면 말꼬리 잡고 늘어지드라. 요지는 그게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마이다스가 뭐 입는지 뭐 하는지 무섭게 생겼는지 그것까지 알아야 되냐? 안 그래도 신경쓸 일이 많은데?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서 나가는 거 아니야~」
「그래 그래. 누군가 지나가는 행인이 또랑에 쳐박힌 진흙 묻은 골동품 도자기를 슥슥 문질렀드니 한 박자나 두 박자 반 늦게 튀어나온 요정이라고 해 두자. 아까 그 사람 또는 지금 여기, 그래 테슬라인지 테스코인지 그것이 말야.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가는 거야. 됐지?」
「됐지? 안 됐어. 자꾸 지식의 왕국 쪽으로 유인하는데 어디 한번 누가 많이 아나 한번 알아볼까? 너네들 일반 상대성이론과 특수 상대성이론이 어떻게 다른지 알기는 아니?」 모두 일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잠시 후,
「몰라. 어떻게 다른데?」 모두 집중력을 높여서 눈이 땡글땡글, 초롱초롱. 조금 뜸을 들인 후,
「나도 몰라.」
「이런~ 김샌다. 난 또 안다고. 그거 뭐야? 복수?」
「뭔 수? 그런 거 몰라.」
「난 또 출생의 비밀이 나올 줄 알았네. 모럴 헤저드가 아니면 됐어.
잠시 환담을 나누고 있는데 웬 아가씨가 다가오드니 그들에게 자기의 구도에서 벗어나달라고 또랑또랑,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요구한다.
「저기요. 중년의 신사 양반들. 제가 그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중요한 얘기 중이셨으면 좀 더 얘기하셔도 되구요.」
뭐? 중년의 신사? 우리가 무슨 아줌마야? 라고 그들은 뾰족하고 불편한 성미를 성급한 언사로 옮기지는 않았다. 대신 여기는 뭐 하는 곳이냐고, 나가는 길을 아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드니 그녀가 하는 말은,
「바깥 세상이요? 저도 몰라요. 관심 없어요. 잘 돌아가겠죠 뭐. 여기 초행길이신가 봐요? 금새 적응하실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모르긴 몰라도 듣기로는 후천적으로 이곳에 들어온 사람치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사람을 평생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우리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죠. 미스터리를... 받아들이세요!」
「하여간 말은 잘 해!」 너는 서쪽 마녀의 빗자루, 그 빗자루를 탄 만화영화에서 튀어나온 주인공이냐고 물어볼려고 했드니 그녀는 이미 그림 도구들을 챙겨서 가버렸다. 찬바람이 쌩 분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이게 뭐람! 뭐라고 말 좀 해 봐!」
「아아, 이건 꿈일 꺼야!」
「젠장, 젠장, 이런 젠~장!」
「이제 우린 뭘 해야 되지? 키스?」
약 반나절을 헤매고 나서 그들은 처음의 위치로 되돌아왔다.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었다. 공짜로. 마크가 돌연 시적인 말을 꺼낸다. 아마도 기억해둔 영화 대사일 가능성이 크다.
「그 놈의 바람이 어디로 불지 모른단 말이지. 걸출한 프루스트 전문가를 찾아볼 수도 없고... 음, 야문센인가? 마젤란? 아, 내가 한가지는 옳았어. 내가 썼던 단편에 보면 우리 가운데 누군가 두더쥐가 있어. 분명해. 그 사람이 혹시······ 닉? 조니? 나는 아니고. 알렉스, 뭐 켕기는 거라도 있냐? 왜 그렇게 뚱한 표정을 짓고 그래? 표정이··· 예술이야. 혹시 너네들 여기 와봤는데 기억 못하는 거 아니니? 어디 뭐 아구창이라도 날리면 기억날 꺼 같아?」
「근데 그건 왜 물어봤어?」
「왜긴~ 그냥 영화 대사 같잖아. 그래서!」
「이유 한번 근사하군. 고상한 만화주인공 납셨네. 어찌나 우아하신지. 세련된 몸단장 하며, 아주 동화 속으로 걸어서 들어가시지! 늬가 뭐 제임스 본드라도 돼냐? 아, 그건 성인극이구나.」
「아무래도 바로 이곳이 우리가 꿈에 그리던 무지개 너머 정령들이 살고 있는 마법의 나라가 아닐까? 나, 뭐래니?」
그때 좀 전에 도구들을 챙겨 떠났던 미술학도처럼 보이던 소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조니가 선뜻 말을 건넸다.
「떠난 거 아니었어?」
「떠나긴 왜 떠나? 마음이 바꼈어.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거든. 아 참 그때 르누아르에게 그걸 가르쳐주는 게 아니었는데... 에곤 쉴레와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네가 하도 딱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화풍을 전수해달라고 애걸복걸하길래... 조금 몇가지 알려줬을 뿐인데... 이제 와서 후회되네. 아 놔, 그때 아무래도 기가 빨려버린 것 같아. 마크 로스코, 이제야 생각나네. 이름을 까먹었는데... 요만할 때 붓 터치감을 조금 알려줬드니 그렇게 대성할 줄이야. 아아 뭔가 재주가 남달랐긴 했는데 그래도 내가 안 가르쳐줬으면 미술학원 강사나 성실히 하면 다행이지만 카페에서 허구헌 날 여자나 꼬신다고 아무나 막 그려대면 참 볼썽사나웠을 텐데 그래도 잘 된 거지. 이승 것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이승 것들? 그럼 자기는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는 마녀라도 된 단 말인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친구들이 그녀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드니 글쎄, 그녀는 400살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독심술과 예언에도 정통했던지 어떻게 알아봤는지 대뜸 제임스를 보고서 툭 한마디 던진다. 꼭 점쟁이처럼. 그, 제임스는 자기도 모르게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단박에 알아채고 <저는 제임스입니다. 소설 블로그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입니다. 활약상은 좀 약하지만 말이죠> 이렇게 저절로 말 할 뻔 하다 꾹 참았다.
「당신은 소설 쓰는 게 취미인가요? 책 나오면 읽어줄께요. 읽어보고 나서 받침대로 쓸지 어쩔지 그때 가서 결정할 꺼구요. 문학...쪽에도 제가 조예가 깊었죠. 허풍쟁이 제자들도 여럿 두었다오. 대표적으로 보르헤스와 이탈로 칼비노를 들 수 있다오. 물론 세상에 알려지면 곤란한 일이니까 여기서 듣고 잊어버리기로 약속합시다. 고맙소. 그게 다가 아니라오. 제임스 조이스, 그 친구 어렸을 때는 얼마나 똘망똘망하고 귀여웠던지 천진난만함 그 이면에는 정말 어떤 천재적인 번뜩임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오. 그러나 그거도 잠깐이고 주로 거의 항상 촌스러운 장난꾸러기에 불과했단 말일세. 그때를 돌이켜보면, 다 꿈만 같지만 불과 1세기 쯤 됐을려나...? 남들이 그대 작풍에 대해 뭐라 하던지 신경쓰지 마시오. 자신만 떳떳하면 되는 거요. 자네는 자네의 길을, 그 길이 길 없는 길일지라도 그 길만 가면 된다오. 아 어지럽군, 방금 한 말에 길이 몇 번 나왔는지 세어본 사람 있소? 없으면 좀 더 집중하고, 있으면 입 다물고 내 말을 계속 들으시요. 아직 말이 끝나질 않았어. 그리고 작품은 글이 잘 써진다고 절대 막 쓰는 게 아닌 법! 연인에게 다정하게 속삭이는 사랑의 연가처럼 드물게 발생하는 우연적인 그런 거, 이를테면 누구야 내 말 좀 들어봐 또는 그분을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언젠가 그분을 만난다면 그대를 알현한다면 꼭 해줄 말이 있소이다, 할 말이 있어요... 바로 그런 것 위주로 쓰는 게 좋단 말이지. 뭐 어려운 일은 아니야... 음 쉬운 일도 아니지. 알겠어? ...(침묵)... 당신들은 머리에 피도 안 말라가지고 얼핏보니 내 손주뻘도 안 되겠구만. 어, 당신! (케빈을 가리키며) 자네는 내 수제자였던 막스 브루흐와 애제자 림스키 코르사코프 그리고 자네들 세상에서 칭송하는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거 누구야?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나 아루뚜르 그뤼미오나 지게티, 막 그 있잖아. 그 친구들을 조합해 놓은 얼굴인데, 자네는 말야. 아 나 이거, 녀석들도 많이 귀여워했었는데······ 아, 옛날이여! 테슬라에서 지내는 동안 궁금하거나 모른 거, 알고 싶은 이치, 끌리는 인물등 뭐든지 호기심 동하면 나를 찾아들 오셔. 아, 내 거쳐는 K에게 물어보고. 그리고 K가 누구인가는 M에게 물어보면 돼. M이 누군가는 아까 만난 멀쩡한 관료에게 물어보고 말이야. 기억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당신들은 아마 날 찾아오게 될 꺼야. 이건 예언이야. 그런데 원래... 너, (알렉스를 가리키며) 넌 그렇게 말이 없어서 어떻게 여자 마음을 얻을려고 그래? 있잖아. 여자는 같이 있으면 남자가 너무 과묵하면 안 돼. 조용할 때 조용하고, 생동감으로 움직일 때 움직여야 하는 거야. 여자들은 그걸 좋아하지. 도돌이표를 그린 후 리듬을 타고 정겨운 말을 속삭여주고 자기를 포근히 감싸주는 거. 그러나 단, 그건 바람둥이가 제일 잘하는 거라는 거, 그건 잊지 말아야겠지. 남녀사이는 원래 어려운 거야. 아 나 이거 몇 세기 살고 나니 말도 많아지고 나이 세는 거도 잊어버렸지 뭐야. 아 있잖아. 여보시오, 젊은 친구들. 이래뵈도 난 필로폰네소스 전쟁에도 쟁쟁한 현역으로 참여했던 몸이라오. 그때는 거의 날라다녔는데 아 완전 팔팔했어, 잔근육도 불끈불끈 그리고 동료 지휘관들도 아직 이름을 똑똑히 기억한다오. 아르키다모스 2세, 뤼산드로스, 클레온 또 페리클레스 몇 있어 음. 잠깐, 아르키메데스는 아니었나... 아, 얘기 길어지니까 그만 줄여야겠어. 난 바뻐서 이만 갈꺼요. 그럼 멋쟁이들 이만 안녕.」
그들은 하나도 안 바빠보이시는데요? 라고 반문할 시기를 놓친 채로 얼척 없어서 단발머리 소녀가 어디가 많이 아픈가 보다 짐작하고서 근처에 어디 정신병원 없나 있나 주변을 살펴봤다. 필로폰네소스라면 기원전인데 400이 아니라 4,000살? 역시 이곳은 어이없는 판타지 영화 같은 공간은 아니었다. 어린이가 구름과자를 먹고, 물이 아래서 위로 흐르고, 점성술사의 금이빨은 알고 보니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고, 계란을 던졌드니 바위가 부서지고, 막 물구나무 서서 돌아다니는 사람, 양탄자를 타고 눈높이로 떠다니는 행인, 출근하면서 자기 집을 접고 접어서 작은 입자로 만들어서 귓구멍에 넣고, 화분에서는 금사과 열매가 맺히고, 고전소설에 나오는 옆방을 관찰할 수 있는 엿보기 구멍 같은 건 고리타분한 이야기에 불과하고 의식이 자유자재로 확장되고 축소도 되고 이동도 되며, 뒤섞이다 마침내는 신도 되었다가 행성도 되고 지하세계에도 들어가는 뜬구름잡는 이야기는, 벌어지지 않았다. 지극히 정상, 평범한 현실 그것이었다. 그후,
1시간이 지났다. 하루가 흘러갔다. 1주일이 경과했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가서 지구가 혼자 몇 십 바퀴 돌고, 만약에 천동설이 이곳에 예속된다고 가정했을 때─왜냐하면 위선 같은 개념과 아무런 관계없이 오직 인간의 인지 체계에 대한 방식만 따져봤을 때 그것은 곧 천동설은 지동설과 언제까지라도 균형잡기 어려운 외줄타기가 아닌 튼튼한 교각 즉 어떤 문명과도 같은 거대한 개념에 대해 50 대 50을 이룬 화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히─코페르니쿠스인가 갈릴레오 갈릴레이던가 잘 모르겠지만 그 분도 여기 테슬라에서는 살아계실지 모를 일이니, 슝슝슝 지구를 중심으로 여러 행성들이 상당히 많이 힘겹게 회전했을 것을 감안했을 때 그들이 이곳에 도착한 후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그동안 각자 기존의 주거 공간과 비슷한 모두들 자신의 집과 비슷한 집도 보았고, 닮은 사람들도 마주쳤고, 사랑했던 사람들도 본 것 같았다. 처지가 기이하고, 이야기도 이상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이다. 아무리 추천할 수 없는 작품이고, 뻔한 내용에 뭔가 있어 뭔가 있어 도 없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에 이은 숨겨둔 복안도 없었으며, 결말을 알고 보는 것 같은 시시한 드라마였지만 진짜였고 현실이었다. 바꿀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었다. 괜히 오즈의 마법사인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인지 거기 놀러가자고 해가지고 여기까지 와버렸다. 힘든 일은 없다. 어려움도 없다. 참을 수 없는 그리움, 그런 것도 없다.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사는 재미는... 이곳과 저곳이 비슷하다. 그러나 걱정이 없다. 너무 무사태평하다. 모든 게 공짜니까. 그래서 도전 의식이 없을 것 같지만 또 그러지도 않다. 뭐랄까 변화주기가 좀 더 급격히 빨라지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예술에 전념하는 것 같다. 카페 사장은 물론 NC 사장이 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가능은 없다. 긴장감...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건 거기나 여기나 똑같다. 또 그걸 높여주는 음료수도 나눠준다. 평소에 심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개가 매끄럽지 않지만 나름 살 만하다. 한마디로 무난하다. 그들이 저쪽에서 이곳을 기대한 적은 없다. 옛날에.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쩌다 이제 점차 그들도 저쪽을 동경하지 않게 되어가는 듯 하다. 그럭저럭 그들은 정말 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느꼈다. 뭔가 살짝 찜찜하고 미흡하지만 실패한 삶이라기 보다는 제 2의 인생 그런 느낌이다. 하여간 웃기는 테슬라다! 뻔한 이야기니까 적당히 저쪽으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그러고 싶다고 나갈 수도 없다. 앞뒤도 안 맞고 구성도 엉망에다 뭐 이딴 소설이 다 있나 싶은 그런 테슬라에서 살아보기, 였지만 그들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여기가 현세고, 그곳은 그곳도 현세였으나 그 둘이 오갈 수 없는,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대치되는 세상이었다. 작가 이거 미쳤네, 이게 말이 되냐, 독자들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아나, 이런 말을 들어도 싼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은 적응해서 사는 수 밖에 없었다. 아, 이런~ 수영장 파티에서 오직 수영만 하는 정녕 고지식한 사람 같은 낙원 테슬라다. 그러나 그 전체적인 모습과 다채로운 움직임과 더불어 특별한 개인사에 대해 모두 설명할 수는 없고, 신도시 테슬라에 느닷없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당도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일곱 명의 친구들의 일곱난장이 같은 삶을, 마치 허구같은 그곳에서의 생활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우선 그들의 무명 블로그에 올라온, 곧 테슬라에서 살면서 누군가 작성한 그들의 공동 블로그에 올라온 포스트를 하나 들여다 보겠다.
<나는 그녀를 겨울에 만났다. 내가 누구를 만났다─무엇이 떠오른다─언제가 기억난다 같은 회상에 대한 산문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타인과 공감하고, 타인의 심판을 받고, 타인으로부터 나중 혹시나 평가로 10점 만점 가운데 별 5~6개 정도를 받게될 것이라고는 꿈에라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단 한 번도. 그래서 너무 자세히는 쓰지 않겠다. 또 잘 기억나질 않는다. 기억이 희미해질 것까지 감안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중요한 사실들을 과거에 모두 한 개의 엑셀 파일에 모두 기록해뒀다. 몇 월 며칠 만나서 뭘 했다, 몇 월 며칠 그녀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냈다, 그건 달콤한 연애의 예감이고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나팔소리였다. 나중에 그녀를 만나면 해보고 싶은 일을 기억나는 데로 조금씩 추가해서 엑셀 파일을 업데이트해갔다. 그때 나는 웹서비스 일을 하는 재택 근무자였는데 지금은 장편소설을 준비하는 소설가다. 그때와 지금은 차이가 너무 크다. 어마어마... 또 어떻게 보면 별 차이는 없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가 했던 말과 내게 보여주었던 행동 그리고 내게 전달하는 의미심장한 몸짓과 표정과 억양, 또 그 너머의 고민과 심경과 미세한 떨림, 애써 가장하는 눈빛등 그런 것이 모두 순식간에 불현듯 불규칙적으로 아무때나 떠오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랑에 대해서 기록한다는 것은, 그걸 드라마로 소설로 연극으로 그림으로 노래로 만든다는 것은, 1개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앞뒤가 안 맞고 독자가 적극적으로 꿰어 맞추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서만. 막 그러는 게 뭐랄까, 풋풋하다고 하면 촌스럽고, 그것이 조금은 옳고 알맞고 자연스럽고 정확하고 훨씬 재밌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라면 마다하지 않는 독자라면 문단을 띄지 않는 것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이 포용해 주실 줄로 상정한다. 나는 그녀를 언제, 어떻게, 어디서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가끔 혼자 들린다. 물론 그곳에 들리는 이유는 식료품이나 공산품을 사기 위해서지만 겸사겸사 들리기도 하는 셈이 된단 말이다. 그녀와 나, 우리는 겨울에 만났고, 그녀는 여름에 태어났다. 내 생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 엑셀 파일이 담긴 USB는 잃어버렸지만 기억과 만난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린 수첩은 남아있다. 나는 처음부터 미래를 내다봤다. 앞날이 보였다. 뻥, 같지만 진짜다. 그때부터 이미 자신했다. 물론 중간에 조금 방황했다. 조금? 하지만 일이 그렇게 이상하게 되버릴 줄은 미쳐 몰랐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가는 중간에 아무리 내가 지치고, 나보다 더욱 더더욱 어떠할 그녀가 큰 기쁨과 더 큰 슬픔을 만끽하며 참아가는 상상을 하는 가운데도 나는 꿋꿋한 확신을 단 한 순간도 버린 적은 없었다. 그런 게 있었을까 가 아니라 그건 100% 였고, 어디까지나 어떻게 의 문제였을 뿐이다. 그 뭔가가 너무너무 궁금했다. 도저히 예측이 안되었다. 단 둘이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단 둘이 전화로 얘기한 적이... 아 있다 있는데 내가 3번 전화걸어서 그녀가 3번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아서 우리는 그 언제 이후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때 난 이미 알았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남의 연애에 관심을 갖고 기뻐하며 조언하는 사람이 많은 걸 이미 그 즉시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목소리를 들려주고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갔다. 일주일 그리고 2주일, 한 달 그리고 2달이 지났다. 1년, 2년, 3년, 4년, 5년, 6년, 7년이 지나고 있는데 깜깜 무소식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사랑의 정염은 더더욱 신비해져만 가는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손도 잡아보지 못했다. 당연히 나는 그녀와 뽀뽀도 못해봤다. 나는 로맨스의 기대가 찌그려뜨러진 후, 그것의 장르가 고전으로 바뀌고 나서는 그녀가 얼마나 나의 포근한 포옹을, 내 달콤한 키스를 황홀한 키스를 받고 싶어할지 혼자 많이 상상했다. 왜? 그러면 안 되나? 내가 대역죄인일까? 그런데 그때 실제 첫만남 이전에 웹 사이트, 당시 유행하던 미니 블로그를 통해 서로 친구를 통해 말은 안 해도 엿보고 추측하고 짐작하며 이미 신호가 오가고 초장에 대세는 벌써 기울었다. 그녀는 내 이상형이었다. 이상형 같은 거 생각도 안 해봤고 우습다고 여겼는데, 믿기지 않았는데 오~ 그녀가 날 좋아한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내게 다가올 수 있나 꿈만 같았다. 아, 기억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녀가 알게 된다면...... 아, 그건 안 된다! 그건 절대 안 된다! 세상 사람이 모두 다 안다 그래도 그녀가 아는 것과는 바꿀 수 없다. 당연하다. 당신 같으면 안 그렇겠나? 안 그렇다고? 알았다. 그럴 수도 있다. 아하~ 그때 그녀가 입었던, 일할 때 입던 유니폼을 보러 덩실덩실 그곳으로 날아갔어야 하는건데 이제 와서 그걸 못해봤던 게 후회된다. 제대로 된 선물도 해줬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내가 짐작하기로는 그녀가 나보다 주량이 더 센 것 같은데 나중 만나 같이 술 한 잔 하게 된다면 작전을 잘 짜야할 것 같다. 먼저 훅 가면 곤란하다. 그녀는 엉덩이도 완전 크다. 딱 알맞게 빵빵하다. 가슴은 잘 모르겠다. 작아도 괜찮다. 난 작은 걸 좋아한다. 그녀는 강아지도 키운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날 사람 환산 나이로 봤을 때 듣기로는 그녀의 강아지와 내가 비슷한 연배였는데 지금쯤은... 아 짠하다! 그녀는 솔직히 나와 많이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잘, 많이 잘 맞추어 줄 자신이 있다. 또 때때로 나는 방력있게 그녀를 리드할 것이다. 막 무질서하게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분석한 후 예측을 거쳐서 보기를 제시하면서 논거를 바탕하여 쏙 빠져들도록 만들 자신감이 티끌만큼은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그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게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 남잔데 나중 혹시 마음이 벌꿀처럼 난봉꾼처럼 동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한담, 어떡하랴! 이렇게 된 것이 오히려 잘 된 거 같다. 소설이 잘 안 팔리면 다시 무명으로 돌아가는 거고, 그 다음은 또 그때 가서 보고. 아니다. 아니다.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뭐라 말은 못 하지만 어떻게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물론 아직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도 있다. 아마 많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녀가 가죽점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대학교 꽈 점퍼는, 그리고 내가 그걸 그냥 입어보고 싶어하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인성씨와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것까지도. 그런데 미래의 만남도 고민이다. 같이 어디를 가게 된다면 그녀가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니까, 눈부시니까, 탁월한 기쁨을 동반한 천상의 곡조가 울려퍼니게 만들테니까 걱정이다. 그녀가. 그래서 과거에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따금 가끔씩 시기나 질투를 불러일이켰을 것 같다. 아마도 분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무래도 적지 않은 인간적인 시샘은 꽤 양산해 내었을 것 같다. 때문에 그녀는 지금껏 친구를 별로 못 사귀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거즘 들어맞을 것이라는 게 문제지만. 절반은 그렇게 확신한다. 또 그래서 그녀의 몇 안 되는 친구들께 더없이 감사하지만! 엑셀 파일에 같이 해볼 것과, 같이 가 볼 곳은 몇몇 적어놨는데 나머지는 또 뭐가 있을까, 어떤 사진을 찍을까, 무엇을 먹을까, 투표를 같이 하자, 쇼핑을 할까, 선물을 사자, 민원을 내자, (사소하게만) 기부를 하자, 무엇을 입어보자, 전시회와 미술관과 음악회와 동물원과 평범한 놀이공원 말고 폐쇄된 오즈의 마법사 같은 데 가보자는 할 일 하기는 안 적었던 걸로 기억한다. 조금은 적었겠구나. 잘 모르겠다. 따라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녀는 이런 내 맘을 알고 있을지, 그녀는 어떤 낭만을 꿈꿀지 궁금할 뿐이다. 그런데 동네에서 길가다 마주치는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직장에 계시는 아저씨들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치셨다. 많은 학생들도 꿈꾼다. 대개 그런다. 곧 그게 인생이다. 또 사랑 그런 거 내 옆을 그냥 스쳐지나가버릴 수도 있고 그거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다. 그러나 영화나 TV에 나오는 인성씨를 보면서, 거리에서 꽃과 동물과 타인의 웃음을 보면서 인성씨와 동음이의어인 인성을 생각하는 것, 그것도 인생이다. 단지 내가 앞으로 흔한 그래프 곡선을 그릴까 봐서 더 이상 큰 소리는 못치겠다. 수십 년, 작게 잡아 수년 전에 '나는 오직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하리라!' 이와 같은 자기 내면의 동요를 그 마음을 글로, 노래로, 연기로 또 삶이든 인생이든 뭘로든 멋드러지게 선보였던 배짱이와 개미들에게 장구한 세월이 흐른 후 지금은 어떠시냐고 조심스럽게 묻는다면... 그건 뭘까? 뭐긴 뭔가. 그걸 지칭하는 한마디, 그것은 바로 실례다 실례! 그런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은 뭐다? 눈치가 없다거나 밉상, 매를 번다 라고 한다. 홀로그램에 씌여진 글씨는 바로 세월이 변질시키는 것일까? 순정에서 마수로? 어떻게 저것과 그것이 비교될 수 있단 말인가. 방문이나 카페 출입문에 걸린 표딱지, 문이 열었네 닫혔네 방해하지 마시오 들어와도 괜찮아요, 그것이 정말 과연 사랑이라는 그 고귀함과 견주어도 정녕 그래도 된단 말인가? 어? 진짜 그래도 괜찮나? 순수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 포장을 뜯고 딱 깨물었는데 치아가 빠진 상황, 아주 드물게 극소수 유명인은 체험한다. 일반인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자나?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니까. 둘 다의 인생도 결국 비슷하다. 매우 사실적인 분장을 바탕으로 하는 칼리굴라와 네로 황제에 대한 꽁트도 유행을 탄다. 하물려...! 뭔가 심기가 불편해 토라진 그녀, 말문은 막히고 약간은 창백한 안색이 울상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 당신은 그 경과를 귀신 같이 읽고서 또 슥 그녀의 마음을 녹여주고 포근히 품어주기, 바로 그것이 알고 보니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우리들 일이었다. 우리들! 그게 남자들 주업이더란 말이다. 미래를 위해 수련하고 생계를 위해 감수해야 할 어떤 방편 같은 일이 아니라 응당 즐겨야 하는, 그건 결국 그런 생활 같은 것이었다, 생활. 그러다 보면 막힘없이 술술 나오는 말에 자기도 깜작 놀라서 모래성을 쌓는 허당이 된 듯한 허상을 깨닫게 되고, 그런 다음 유치원을 졸업하고, 새로운 시장에 들어서서 경험을 쌓으면 이제는 드디어 고급스러운 농담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청자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처음에는 설득되어 엮여들고, 살살 말려들고, 슬슬 동기가 부여되고, 착착 감겨서 감화되고, 쩍쩍 달라붙어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경지, 처음에 웃고 계속 웃던 얼굴을 이윽고 나중에는 울상과 체념과 더 나아가 달관의 단계로 이끌고야 마는 바로 그 왕좌. 화자는 이때 아~ 멋져 하면서 뭔가 해낸듯한 표정일 테고. 그 경지는 왠지 모르게 글 같은 말 바로 그 선경이다! 자, 판도라의 오르골이 연주되도록 다이얼을 돌려 카리스마 넘치는 잘 생긴 DJ가 선곡한 황홀한 음악을 글로 옮겨보자...속닥속닥, 퍼벅퍼벅, 퍼덕퍼덕, 따봉, 잇힝, 키힝, 뿌우뿌우, 뿌잉뿌잉...... 그러나 잘 되지 않는다. 고장이다. 판도라인지 오르골인지 아니면 그 신통한 화술인지. 그래봐야 나오는 건 의성어나 의태어뿐이군. 잘 안된다. 어렵다. 그건 결국 내 딴에는 쉬운 일이 아니란 말이다. 어디서 말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 말, 말상, 말 꼬리, 말의 꿈, 말 허벅지, 마력 그리고 애마부인......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신종 햄버거 문체를 탄생시켜도 시원찮은 판국에 신제품을 살려고 멀리 어디에서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기다렸는데 내 바로 앞 줄에서 딱 매진? 비유가, 비유만 괜찮네. 어디를 보니 피자배달 시간제 근무를 1년 해 본 친구의 말이 그렇더군. 넉넉한 동네와 가난한 동네에 배달을 했을 때의 차이에 대해서. 그건 생략하고 음 그걸 참고해서 생각해본다. 오, 가난? 아 가난! 커피나무에서 커피가 열리는 것처럼 자격지심도 인간의 기본 감정 가운데 하나다. 그거 없으면 로보트다. 그래서 체급이란 게 존재한다. 그러므로 경마장과 경륜장에서는 핸디캡을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적용한다. 안 그러면 즐거움도 균형도 관중마저 없을 것이다. 경기장 문 닫아야지. 경제 같은 넓은 개념까지는 말할 수 없다. 누구나 엇비슷한 경험 최소 한두 번 있을 것이다. 카페에서 출입구는 1.5층 높이고 내부 공간은 1층 높이, 그런데 문에 있던 당차고 젋은 여성 1인과 안에 앉아있던 건장한 남성 1인이 갑자기 아무런 말이나 외부 개입이 없었는데 눈빛 한 번에 말다툼의 불꽃이 팍 튀기는 상황 같은 거. 또 나는 형 집에 놀러가서 2층 옥상에서 옆집 개를 구경하다가 그집 주인장과 대화를 하게 됐다. 난 형집에 놀러왔다 그랬는데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은 거기 그분이 사셨나... 동생이라니... 라면서 까딱 엇나갔으면 일이 이상하게 꼬였을 텐데. 그외 도로에서든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면 괜한 오해와 모순이 없을 수가 없다. 바로 이런 것이 자격지심과 연관성이... 부족하구나! 누구나 먹고 살기 힘들다면 삶의 자세와 태도는 보통 이렇게 된다. 술도 더 독한 걸 먹고, 입도 더 거칠어지고, 선거율도 떨어지고, 운전도 그렇고 여러 기준들의 그래프가 비교적 격이 올라가기는 힘들다. 바탕이 나뻐서 그런 게 아니라 똑같은(!) 인간이지만 쉬운 말로 여유가 부족하고 다른 말로는 덜 행복하니까. (지금 이 얘기만 단행본으로 떼어내서 책 좀 팔고 여유 자금을 챙길까? 아니다. 뭐 굶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먼저 그 자세와 태도를 바꾸면 먹고 살만 해진다? 그럴까? 그럴 것이다, 는 가정과 임상실험에 대해 책을 쓰면 그것은 대개 인문교양서 분야 베스트셀러를 차지한다. 어디서나 언제든지 얼마든지 중복되어도 괜찮은 단골 메뉴. 원래 이런 건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안 하던 일을 하면 뭔가 불안한데 미래를 내다보다가, 앞날을 예측할려다가 신기도 떨어지고 예언도 잘 안되고 직업마저 바꿔야 할 것 같다. 아직 인기는 없지만 비록 3류 소설가에 불과하지만. 그런데 뭔 얘기하다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삐─ 삐─! 어쨌든 나중 알고 보니 그녀는 영화에나 나오는 공주 + 톰보이가 아니라 정말 꿈만 같은, 한마디로, 숙녀라면...! 아~ 나도 모르겠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다시 유치원에 가야할 듯 하다. 그러나 뿌옇게 보이는 앞날 언제쯤에는 탐정 중의 탐정께 의뢰하지 않아도 기다려지는 기대감, 사모할 수 밖에 없는 탐욕, 개화와 낙화, 행복감을 불러오는 흔들의자와 세상을 새장으로 하는 파랑새가 우리를 그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러므로 나는 조금 과장하자면 그때, 그녀에게 내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의 추함 그런 걸 본위로 하여. 1번의 데이트 중 극장에서 영화 2편을 보는 걸 좋아하는 그녀, 유독 백화점을 선호하는 그녀에게 난 다른 상대와 두 탕 뛰는 카사노바는 못 되지만 큰 실망은, 자잘한 불만족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이름을 외쳐 그녀를 불러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랑은 절대 그저 그렇게 시시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는 나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그녀는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무런 근거 없는 믿음도 역시 있었다. 논거는 빈약하지만 일반인의 사랑은 이로써 완성될 것이라는 절대적인 미완성의 느낌이자 여백의 미는 결코 없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리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려도 그녀는 나를 나만의 연인으로 만들 것이라는 확고한 신뢰는 기만적인 만큼 굳건했다. 나는 이상한 방법으로 최면을 걸어 그녀를 영원한 내 사랑의 포로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일념이 있었다. 그녀의 마음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추측은 예연이 되어 어느새 그녀를 세뇌시키고 있었다. 이 사랑은 결단코 그냥 그렇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이미 수정구슬에 써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혼자서 공상도 하고 잡문도 끄적거리지만 나는 옛날에 숫기가 참말로 없었고, 지금도 넉살은 부족하고 말도 늘지 않고, 글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만 같다. 나중에 그녀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할까? 미리 준비해둘까? 이런 글은 남이 보면 안 될 것 같다. 완전 오그라든다. 그래서 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일기 형식의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든 듣기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종이컵 전화 놀이도 해야 할 텐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유부남으로 늙어가면 약~간은 능글맞고 유들유들해질 텐데 말이다. 또 그녀는 그, 그 순간 어떤 소리를 지르고 표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클레오파트라와 흑백 TV 시절의 명배우들을 비견하여 불모의 세계와 가난과 아름다움, 꿈의 궁전과 실낙원과 작은 행복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게 만드는 그녀. 나는 나중 그녀에게 말해줄 것이다. 고백하고 또 때로는 따지고 대개는 귓속말로 속삭일 것이다. 나는 옛날에 코 밑 입술 끝부분 약간 못미쳐서 그 윗부분에 가수 마돈나처럼 점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수도승의 예언과도 같은 신통한 충고에 자극받아 그걸 빼버린 일이 있다고. 그땐 통찰력이 부족했으나 지금도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고. 나는 미운 오리 새끼고 너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공주라고. 미녀와 야수라고. 넌 대체 언제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냐고. 우리 사랑은 누가 허락했냐고. 날개는 대체 어디 가버렸냐고. 그러면서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것이라는 관능과 삶의 신비에 대하여 일러주면서, 한없이 현현한 열애를 언제까지라도 지속하며 그녀의 마음을 빙빙 돌렸다가 뱅뱅 들썩거리게도 하고, 마침내는 허공에 붕 띄우는 것도 자유자재로 하겠지만,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경탄과 매료와 고혹과 낭만과 환상의 오점으로 딱 하나는 여운으로 남겨두는 응분의 애교에 대해서는 미처 힘이 닫지 않는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싶다. 적극적으로 그러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남자라는 고독감과 남아의 기상, 숙녀에 대한 의무와 배려, 사람으로써의 인정, 신사로 남고 싶은 욕심, 나른한 오후에 잠시 잠잠해지는 응석, 와락 불쑥불쑥 치솟는 수컷의 훈훈한 마음 즉 손가락 하나만 까딱할 힘만 남아 있어도 남아는 소설을 쓴다는, 꽃을 꺾고 씨를 뿌리고 한그루(?) 다홍빛 사과나무에서 뽀얀 꿈과 청초한 낭만과 탐스런 환상을 따먹고 설을 푼다는, 타고난 원래 그런 것일 뿐이라는 정감어린 수놈이자 상남자와 마초의 습성, 바로 그것 말이다. 때에 따라서 본심은 쏙 빠지고 그 자리에 원본을 꼭 빼닮은 완벽한 가식을 앉혀놓고 곁눈질 한번에 뺀질뺀질 상상으로 최고의 기쁨을 누리기. 그럼과 동시에 한참 찾았자나 이브, 어디 갔었어? 이래야지. 그러면 그녀는 이러겠지. 내가 가긴 어딜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뭔 생각했길래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잠꼬대를 맨정신에 하는 거야? 자기, 뭔 생각했어? 설마...? ...... 이게 뭐지? 이게 뭐야? 그런데 무엇을 쓸려다가 여기까지 와버렸지? 쓰다보니 주제가 변질된 것 같다. 바로 이런 식으로! 진정, 남자들은 모두 그거 하나만 원할까?> 그들 블로그에 올라온 포스트를 보니 그건 누가 익명으로 올린 것이었다. 어쩌면 조니일 수 있다. 그럴 공산이 크다. 저쪽에서의 생활과 테슬라에서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무런 차이도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글 수준은 그냥 스무살 정도 쯤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테슬라가 정신연령을 절반쯤 낮춰준 것으로 보인다. 고맙게도.
무명 블로그에 업데이트될 단편에 대한 소개가 길었다. 다시 테슬라에서의 그들 생활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믿지 못했고 웃었다. 1주일이 되어도 웃었고, 2주일이 시작되어도 웃었다. 그리고 고향이 없다거나 새로운 신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를 생각했다. 1달이 됐을 때는 그들끼리 모여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과 회항할 수 있는 방법, 뭔가 도움이 되는 정보의 입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모든 것이 공짜였기 때문에 상당히 쾌적한 동네에 각자 1인이 살 수 있는 집도 생겼다. 자동으로. M인지 N인지 수트 한쪽에 테슬라 로고를 붙인 친구가 나타나더니 일사천리로 모든 것을 안내해주고 정착을 도와주었다. 테슬라 관청에 들려도 되고, 굳이 갈 필요도 없었다. 이웃도 알게 되고, 아무거나 하고 싶은 일도 생겼으며 또 새로 사귄 친구도 생겼다. 그렇게 1년이란 장구한, 달리 보면 눈 깜짝하면 지나가버릴 기간이 지나갔다. 일곱 난쟁이가 아닌 일곱 어른의 친구들은 그날을 기념해서 닉의 집에 모두 함께 모였다. 테슬라 생활 1주년이다. 닉은 여기서 당연히 혼자 살고, 마당에는 풀밭과 수영장이 있었다.
「너네들 모두 어떻게 지내니?」 가벼운 음료를 마시면서 닉이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제임스가 첫 타자로 등장한다. 「뭐 특별한 일은 없어. 1년 동안 뭔 일이 있었는지 모조리 말한다면 그걸로 책 내용을 가득 채운다면 아마 독자로부터 욕 바가지로 얻어먹을꺼야. 너네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번도 저쪽으로 돌아갈 희망을 버린적이 없어.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고, 차근차근 자료를 모으면서 나름 각 요처에 정보원도 만들었어. 그런데 있잖아, 그렇게 뭔가 저쪽에 대한 소문이랄지 잊혀진 사건과 그와 관련된 의견을 책이든 사설이든 잡지든 어떤 형태로든 발표한 이들과 연락이 닫고, 또 좀 친해져서 뭔가를 캐내려고 하잖아, 그러면 어김없이 그 친구들이 직장을 옮기게 되던가 무슨 연구원이 되어 멀리 떠나던가 아니면 갑자기 연락이 안되던가 막 그랬어.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말이야. 참 공들이고 땀 흘려서 이제 좀 틈을 엿볼까 하면 모두 떠나가. 꼭 항상 사랑에 실패하기만 하는 그런 슬픈 눈빛의 여자나 언제까지나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상남자가 된 듯 하다니까. 패배주의가 이런 게 아닌지 모르겠어. 참 사람 힘빠지게 말이야. 한두 번도 아니고.」 라고 제임스가 말했다. 뒤이어 하워드가 말을 받는다. 「나도 제임스가 겪은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난 먼저 동네 단골 술집 위주로 발을 넓혀나갔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뭐냐면 모두 꼭 약속이나 한 듯이 저쪽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첫째, 말 수가 적어져. 둘째, 말을 돌려. 셋째, 딱 그 얘기를 건네면 모른다고, 처음 듣는다고, 잘못 아는 거 아니냐고, 술이나 마시자고, 자기가 좋은 NC를 알고 있는데 같이 가자고, 여자 소개시켜 주겠다고 모두 똑같이 그렇게만 반응하더라. 거기서 멈추면 다시 즐거운 분위기로 돌아가고 계속 친하게 지내는데 선을 살짝만 넘자나~ 그러면 다들 떠나가. 냉정하게 연락을 끊어버려. 그 가운데 마음 약하고 선하고 남을 도와주기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보아하니 어떻게 잘 설득하고 다독이면서 조금만 더 구슬리면 뭔가 나오겠다 싶어서 어느 날 골프장에 같이 갔어. 그렇게 같이 딱 첫 번째 홀에 들어서자마자 삐~요~삐~요 울리더니 무슨 이름을 알 수 없는, 옷도 특이하고 뭔가 살기도 느껴지고 딱 자세 나오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요원들이 나타나더니 조용히 그 친구를 데려가던데. 그 뒤로 그 친구를 두번 다시 볼 수 없었어. 매번 그런 식이더라니까. 참 나, 실은 저쪽에 대한 동경이랄까 향수 같은 감정, 그런 거 이젠 잘 느껴지지도 않아. 스며든 물이 빠진 걸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이렇게 말하고 나서 하워드는 캔 맥주를 하나 따서 마신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마크가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덥썩 실토하기 시작한다. 「난 말야, 저쪽에 살 때도 그랬지만 여기와서도 탐험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겠어. 그래서 나는 차를 타고 동서남북으로 어지간한 길이란 길은 모두 다 가봤어. 그러나 실패했지. 차라리 길이라도 잃어버렸으면 모르겠는데 전부 뭔가 새로운 풍경이 이어지고 이제 뭐 좀 나오겠다 싶으면 언덕을 넘어 뿌연 경치를 확인해보면 다시 이곳 도시로 진입하고 있는 걸 깨닫게 돼. 도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없나봐...(침묵)... 휴양지에 가면 왜 그 슈퍼카를 대여하여 경기장에서 타는 거 있잖아. 그런 것처럼 여기도 해변가에 1인용 잠수함을 빌려주더라고. 그것도 타봤지. 하지만 바다 속 길도 막혔더라고. 여긴 꼭 고립된 요새 같아. 난 이제 저쪽에 대한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 가는 거 같아. 여기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갖고 싶은 거 다 갖고, 사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그런 거 모두 다 할 수 있어. 거의 못 누릴 게 없어. 고대 로마시대의 황제던가 누군가가 누렸다는 그 이상한 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부럽지 않아. 지금 이 생활에 별로 불만 없어. 전혀. 지금이 좋아. 만족한다구. 그동안 너네들은 놀러들 좀 다녔니? 난 괜찮은 바닷가 관광지에 있는 특급 호텔에 틈틈히 가서 쉬었다 오곤 해. 그곳 특실에 머무르면서 짐은 거기 놔두고 돌아다니기도 하다가 호텔 여직원을 어떡하다가 알게 되서 그녀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 <내일 아침에 결혼합시다> 같은 말은 떠오르지도 않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순간의 즐거움은 그 짝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막 환희 그런 단어 있잖아. 그래서 이상하게 한쪽으로는 딱 부정적인 단어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 실직. 실연. 실언. 좌절. 난조. 비탄. 배신. 실패. 혐오. 회한. 고뇌. 악몽. 분노. 잠시 허언증. 허탈. 허무. 환멸...... 다른 사람도 그런 경험 할 꺼 같아. 한두 단어로 설명될테고 말야.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어쩌면 그녀가 날 꼬신 거 같아. 용감한 숙녀였어. 오! 보고 싶다! 이번 모임 아니었으면 한번 다시 내려갔다오는 건데 다음 번에 가봐야겠다. 뭐 나 사는 건 이래.」 하워드가 저쪽과 다른 이쪽 생활에 너무 젖었기 때문인지 너무 큰 환경의 변화 때문에 정서적으로 뭔가 심경의 격동을 겪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말하는 모습이 예전에 비해 많이 그 화사함이 빛바래 보인다. 말의 내용도, 언행도, 억양도. 방금 전에는 마크가 말했지만 둘 다 좀 그런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거다. 그때와 지금. 그리고 향긋한 차 한잔이 식혀질 시간이 지나서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까치발을 하고서 한번은 떠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진짜 궁금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렁차게 제임스가 마크에게 묻는다. 「마크. 그녀의 이름이 뭔지 물어봐도 되니? 혹시··· 영화? 나 영화?」 이 얘기를 듣고 가만 있을 조니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이라고 판단했는지 반 박자 쉰다. 그러다 갑자기 엇박자로 마크가 바로 질문에 답한다. 「그녀는, 수정이야. 수-정!」 아, 조니는 한 발 늦었나 했지만 이젠 더 여유있는 모습으로 마이크를 잡는다. 「수정? 뭐 크리스탈?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설마 4월의 탄생석 다이아몬드? 아니면 모조품 큐빅은 아닐 테고... 어, 다이아몬드 하면 생각나는 작품이 뭐드라. 어쩌면, 라라? 아닌가? 아, 로─라! 그래 로라, 맞지? 맞네 맞어. 이름 괜찮은데. 근데 이름이 왜 나왔지...?」 마크는 점점 곤란해지고, 이제는 닉도 대화에 참여한다. 「내가 봤을 때는, 척하면 척이지. 그녀는 수정이야. 그냥 수정! 의외로 간단한 문제를 그렇게 못 맞추고 그러냐? 처음부터 답은 나왔잖아. 뭘 넘겨짚고 그래? 괜히 없는 상징 붙이고 은유냐 직유냐 비유냐 뭐 그런 걸 귀찮게 추측하고들 그러냐고. 마크 얘 원래 단순한 애라니까.」 이제는 마크가 아예 말 할 시기를 놓쳐버렸다. 인터넷에 떠도는 웃긴 글 짧은 거 몇 개 보고 잔잔한 웃음을 지을 시간이 지나서 하워드가 차분히 마크에게 묻는다. 「진짜니? 그녀를, 만났어? 만나서, 사랑에 빠졌니? 마크!」 이제는 마크도 말 할 수 있다. 「아니... 그거... 뻥이야!」 ...(침묵)...(효과음)... 이젠 알렉스가 넌지시 운을 띄운다. 「그간 동향을 봤을 때 너네들 사는 동네와 생활은 지극히 정상적인 거 같아. 그러나 난 그렇지 않아. 그래, 비정상이야. 나도 여러 번 관찰하고 되돌아보고 또 보고 다시 주의깊게 모든 것을 살펴봤어. 그래서 결론이 났어. 내가 사는 동네가 이상하다고. 거긴 뭔가 좀 이상해. 깨끗하고 조용하고 집들도 이쁘고 풍경도 좋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왜 그런 줄 아니? 우리 동네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누구게? 나야! 우리 동네에서 가장 전력 소모량이 많은 집이 어딜까? 우리 집! 우리 동네에서 젤로 사람 냄새, 사람 소리, 사람 모습이 최소로라도 보이는 곳이 어디겠니? 우리 집이지! 또 우리 동네에서 거리에 가장 많이 출몰하는 사람은 누굴까? 나야! 우리 동네는 저쪽 세상을 예로 들면 부촌이야. 그런데 사람이 안 살아. 음, 살긴 사는데 꼭 한 달에 한 번씩만 들렀다 조용히 떠나는 거 같아. 그래서 분위기 쎄~하다니까. 그렇지만 책도 쓰고, 사진도 찍고, 작곡도 공부하고, 영화쪽도 알아보고 있으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 때문에 동네에 있는 찻집에 들렸을 때도 그 어색함을 참 일찍도 알게 됐지. 그게 무엇이냐면 우리 동네에 하워즈 엔드라는 찻집에 하루 1번씩 들르곤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어. 그 한적한 동네에 그렇게나 북적대는 카페라니! 왜 그걸 처음부터 의심하지 않았나 몰라. 감도 많이 떨어지고 직관력도 뒤쳐진 데다 너무 작품 생각만 열중하니까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나봐. 만능키처럼 두가지 일 정도는 동시에 거뜬히 해내야 하는데 그건 지금 좀 어렵나봐. 내가 하워즈 엔드에 들리면서 왜 그럴까 의아한 느낌을 감지한 건 거길 들린지 1주일째 된 날이었어. 나도 모르게 그게 딱 보이더라구. 거기 들리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걸. 사람 개인이 아니라 전체 양이. 딱 보니까 그들은 거기 들어왔다가 일을 본 후 다시 들어온 출입구로 나가지를 않았어. 복도 중간에 관계자외-출입금지 라는 팻말이 붙은 문이 있더군. 글쎄, 그쪽으로 인력이 세는 걸 몰랐지 뭐야. 그런데 1단계가 다가 아니었어. 어디 사무실에서 누가 확인해서 Y자로 걸러주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그곳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꼭 카라멜 마끼아또(투샷 추가)를 시킨 후에 들어가야 하더라고. 안 그러고 거길 들어가면 주방이 나와. 때문에 난 주방에 최소 3번은 갔다 왔어. 거기도 주방장이랑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던데. 몇 번 더 들어갔으면 친해질 뻔 했다야.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친 후 나도 쓰리샷 추가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킨 후(투샷 추가 이상이면 괜찮더라고) 관계자외-출입금지 문을 열고 들어갔지. 딱 문을 열어보니 보이는 건 복도였어. 복도를 지나서 또 문이 나오더군. 그게 2단계야. 거기서 전날 그들 즉 관계자들이 정한 암호를 입력하는 장치가 있어. 암호는 날마다 바껴. 암호가 틀리면 검은 옷을 입은 친구들이 나타나서 당사자를 데리고 외부로 데리고 나가. 양쪽에서 뜸어서 말야. 암호가 맞으면 문이 열리지. 나라고 첫술에 배불렀겠냐. 나도 당연히 덩실덩실 들려서 수차례 나가게 됐지. 암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비밀이야. 이제 3단계, 3단계는 흰색 턱시도를 입은 덩치들이 샅샅이 몸수색을 한 후에 그 앞에 있는 NC에 입장시켜주더군. 듣기로는 그곳은 무슨 공연을 보여주는 곳이래. 편하게 음식과 술도 마시면서 말이야. 그게 핵심이었던 거 같아. 어디 어디 가면 볼 수 있는 그런 거 말고,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닌 것, 오랜 기다림과 함께 당신은 선택받았다고 다정한 속삭임을 따스한 기분에 으스스한 입김과 상상력을 당장 발동시키는 긴장감과 함께 받는 경험같은 거. 자신이 평생 입력했던 검색어 그 가운데 그냥 호기심이든 어쩌든 뭔가 특출난 걸 암시하는 까무러칠만한 그래서 기대없이 아무 기대없이 키보드를 눌러서 글씨를 쓰고 엔터키를 눌러본 무수한 대상 가운데 그래 그거─그래 뭔 줄 알 꺼야─그래 넌 평균이야─그래 넌 정상이라구─아니야 넌 비정상이야─그래 넌 반틈은 정상이야─그래 넌 문명인에 도덕적이고 인류애가 넘쳐─그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서 뜨끔하겠지─그래 왜?─그래 뭐가?─그래 큰 잘못은 없지─그래 결과물을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그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삼자대면 하고 나면 섬뜩하니까 공상과학 영화처럼 찍어내는 인조인간처럼 나도 왠지 모르게, 어딘가 모르게 꼭 막 그런 것만 같아서... 오오, 아! 난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볼 때면, 기억이 떠오를 때면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든다네. 물론 어쩌다가. 아무튼 그 3단계를 풀기 전 날 고지를 바로 눈 앞에 두고서 내 마음은 점점 부풀어올랐어. 점점~ 풍선처럼~ 하늘로 올라갔지. 바로 그런 고조감 그걸 충족시키는 어떤 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 후, 드디어 출입방법의 전 과정을 알아내고, 배후를 예측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준비를 마친 후 나는 하워즈 엔드로 가는 일만 남았어. 딱 그날이 됐어. 달력에 표시한 날. 일명 D-day! 나는 하워즈 엔드 좌표에 도착했지. 그런데 이게 뭐니? 이게 다 뭔 소란인지... 글쎄, 하워즈 엔드가 없어져버렸네. 건물 자체가! 아주 말끔하게! 아~ 이런 일을 다 봤나, 맙-소-사! 참 황당하더군. 당시 내 기분이 어땠는지는 설명을 못하겠어. 그건 그냥 머릿 속이 하얗다? 그게 전부같은 그런 거니까. 물론 명석한 추론이나 쓸만한 망상 한 조각도 당시 내 심경에는 아무것도 떠오를 수 없었다네. 그러다 어~라 살짝 의심가는 사람이 추억속의 인물이 누군가 있긴 하더라구, 딱 한 사람. 자네들도 알잖나? 그 소녀! 400살! 그때 삼지창에 대해 물어봤으면 아마 한 30분은 더 족히 연설을 들었을지도 몰라. 그럴 수 밖에 없었잖아. 누가 말은 안 했지만 그분이 그때 저잣거리라는 무대에 서서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모두 마음이 흔들렸던 것 같아. 타고난 재능을 만방에 알리고 나중 좋아서 후천적으로 발생한 예능의 자질을 스스로 도취되어 뽐내는 연사가 아니라, 그것도 좋고 인생이지만, 우린 그를 일종의 학자로 봤기 때문에 말이야. 또 도의적으로 우린 그분의 말을 끊는 무뢰한이 될 수는 없었으니까. 분위기가 그랬잖아! 그녀에게 뭔 재주가 있긴 있었어, 흠.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로 난... 음... 한동안 방황했어. 뭔가 너무 허탈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 마치 얼빠진 머저리 마냥. 면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럴싸한 면피와 관련된 법률용어를 떠올릴려고 애쓰는 초-저능아처럼. 그래서 난 산책을 유난히 많이 했고, 공원 의자에서 몇 시간 앉았다가 그네에도 앉아 졸다가 자다 깨다 막 그랬어. 등산도 했어. 그런데, 그런데 전화위복이랄까, 아까 누구니, 어 그래 마크처럼 멀리 또 열심히 구석구석 살피지는 못했지만 그때 좀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게 가능했나봐. 한 방향으로만 가는 거. 어, 저기! 라고 정하고, 그곳을 보고, 그곳으로만 가고, 그곳으로 가야 한다만 생각하고, 전진 전진 행진 행진 간다 간다 가자 가자 힘내 힘내 영차 영차, 그렇게 말이야. 영화 주인공으로 적격인 뭘 하면 포기란 걸 모르는 그 있잖아, 한마디로 무식한 거! 그러다 어느 날 산에서 나는 철조망을 발견했어. 흔히 아니 드물게라도 볼 수 있는 그런 거 말고. 어마어마하게 높고 큰 거! 그건 뭐랄까 마치 거인에게나 그냥 철조망이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 그건 SF였어. 그런데 그 거인이 작은 거인이면 어떡하지? 어쨌든 원래 철조망이란 건 구역 설정의 의미가 큰 거 잖아? 그래서 난 그걸 보고 혹시 내가 있는 여기가 현생이고, 저기가 전생? 또는 이곳은 현세 저곳은 내세? A는 현재 B는 미래? 그럼 두뇌회전이 어떻게 됐겠니? 우리가 1년 전에 살던 곳 그리고 지금 여기는? 그쪽과 이쪽은 무슨 관계일까? 바~로 그 순간에 (손가락~딱) 제정신이 들어왔지 뭐야! 꼭 상황극이나 꽁트에서 어떻게 어떻게 상태가 안 좋아졌는데, 다시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원래로 돌아가는 듯이. 무릎 밑을 똑똑하면 조건 반사, 그녀의 어딘가를 슥 체온을 가하면...... 이런, 젠~장! 뭐시여 이거, 참 나 뭔일인지 얘기하다보니 다시 사람이 이상해질라고 하네. 그거 다시 생각하면 내가 다시 예전처럼 똑같이 이상해지는 것만 같아. 대관절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니까. 그만 얘기해야겠다. 아무튼 내가 경험한 이상한 일은 이게 다야. 말로 하니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프로들 붙으면 이걸로 영화 한 편 뚝딱 나온다니까.」 딱히 재밌지도 우끼지도 게다가 신비롭지도 심지어 괴기스럽지도 않았지만 뭔가 혼이 육신에서 빠져나간 것처럼 듣다가 멀쩡한 원상태로 복귀하는데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그래도 1~2분은 족히 걸렸다. 누가 바깥에서 문이라도 쾅쾅 두들겼다면 햇볕 쨍쨍한 대낮이라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잡은 뒤 케빈이 말한다. 「와~ 점차 대화가 재미있어지는데! 이제 좀 원래처럼 흥미진진해질려고 해. 이게 평상시 우리 노는 수준과 속도고 궤도라고. 이번에 내가 공개할 껀 말이야. 이게 좀 애들 장난 같지만 그래도 꼭 그렇다고도 볼 수 없어. 그래서 여러 번 확인했고, 또 사람을 바꿔서도 재차 검증했지. 어떤 수학공식을 발견하거나 미제 사건의 비밀을 푸는 것처럼 논증을 마련하고 증명을 얻어내고야 말았지. 아무래도 나 보다는 집주인인 니콜라스가 아니면 조니가 설명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케빈의 바톤을 이어받은 조니가 말하기 시작한다. 「오늘 우리가 닉의 집에서 모이자고 한 이유가 있어. 우리가 테슬라로 처음에 넘어온 이후로 누구나 그랬을 꺼야. 이곳의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을 꺼야. 예측의 타당성보다도 우리는 돌아가야 했고, 갈 수 있었고, 가는 건 당연했으니까. 그런데 일이 잘 안 풀렸어. 운이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그러나 잘 안 풀린 일 치고는 또 상당히 특이한 체험을 하면서 제 2의 세상을 즐기면서 나름 즐거운 삶을 사는 거 같았지. 따라서 난 오히려 지금 이 생활을 우주여행이란 제목으로 하나의 중편소설로 쓰고 있어. 무명 블로그에 나중 올릴 꺼니까 기대하시라고. 공로상 정도는 거뜬히 확보할 테니까 말이야. 음 그건 그렇고 어, 있잖아 애들아, 잘 들어. 잘 들어봐. 중요한 대목이야.... 시작은 닉이야. 시작은 닉이라고. 좀 전에 얘기한 일들을 닉도 조금씩은 거쳤대. 누구나 조금씩 그런 것 같군. 그러다가 닉은 이상한 데 꼿힌 거지. 알잖니, 닉이 한번 한다면 하는 거. 뭐 그거랑 딱히 관련된다 할 수는 없지만 포장하면 그렇다는 말이고, 돌아와서 뭐에 핑 신호가 왔는지 그것은, 말 할께. 그건, 그것은 바로 망원경이었어! 시작은 닉, 닉이 발견한 모험의 발단은 망원경이었어. 시작이 망원경이 된 것이지. 망-원-경! ...(침묵)... 흔하지는 않지만 거의 장식용으로 들여놓기도 하고 드라마에서 보면 남의 집 놀러가서 망원경 딱 보고 와~ 이거~ 그~ 그~ 바로 그 모델?! ABCDEFG...123456... 모두 알다시피 여기는 모든 소비재가 무료잖아, 공-짜! 그래서 닉은 망원경을 보급형이 아닌 최고급으로 산 거지. 4차원이라도 발견해낼려는 것처럼. 사족을 달자면 마침 그 망원경 개발자 이름이 콜롬버스였데. 그렇게 크게 부풀릴거까지는 없지만... 저렴한 것이래도 별 차이는 없었겠다. 아무튼 닉이 취미 삼아 그걸로 막 여기저기 보다가 뭘 발견했어. 대견하게도 여자누드 그런 거 말고, 심오하게 남의 사생활 훔쳐보는 그런 거도 아니고, 바로, 바로 닉이 망원경으로 본 것은, 그게 뭐냐면 그게 뭐냐면, 짜잔~ 두둥~ 자, 이제 말할께. 그건 바로 나랑 똑같이 생긴 타인이었어. 나랑, 똑같이, 생겼데. 그 사람이! 닉은 처음에 그걸 봤을 때 난 줄 알았데. 그래서 망원경으로 보면서 내게 전화를 했지. 그런데 말이야, 망원경 속으로 시커먼 배경에 동그라미 속의 그 인간이 딱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그래야 말이 되는데 망원경 안의 조니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자기 할 일을 계속 하더래. 닉은 자기가 전화를 잘못 걸었나 확인했겠지. 야─왜─뭐 해─뭘 하긴─거기 만지고 있는데─어디─어디긴 귓볼─누구 귓볼─누구긴 누구야 내 꺼지 내 귓볼도 내가 못 만지냐 자꾸 장난 할래─허구헌 날 하는 일이라곤─왜, 나쁜 친구와 어울리기라도 한 거니?─그런 얘기들. 인공지능으로 통화하게 만들고 자기는 숨어서 뭔가 꿍꿍이를 모의하고 꾸미고 즐기고 있나 라는 의심도 했는데 결국 통화 상대와 망원경 속 인물은 동일하지 않다고 결론났지. 통화상대는 지금 말하는 나였고, 망원경 속 인물은 그냥 날 닮은 사람이라고. 이거 가지고 들썩들썩 시끄럽게 굴 일까지는 아니지. 그래서 신기하다 그냥 그러고서 지나쳤어 닉은. 그런 후 1주일쯤 지나서 닉이 망원경으로 다시 그곳을 봤는데 이번에는 나, 조니를 닮은 거기 집주인 말고 두 사람이 더 있더래는 거야. 처음에 또 잘못 봤겠지 해서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갔다 왔데. 그런 다음 다시 봤는데 진~짜 똑같데. 그래서 샤워하고 다시 봤는데 그래도 똑같길래 닉은 그날 집에서 혼자 술 마시고 뻗었데. 완전 찍! (닉을 보면서) 그랬지? 음. 그래서 이 친구는 아~ 안 되겠다. 이건 혼자 알기 아깝다. 나만 아는 건,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렇게 생각했지. 알려야겠다 그러면서. 일단 음 그래, TV에서는 달랑 망원경 1대로 마당에서 수영복 입고 책을 읽거나 잡지를 보는 그녀를 관찰하지만 우리는 그걸로 부족하잖냐. 그건 애들 장난이잖아. 동기부여, 집단몰입, 정밀한 관측, 치밀한 작전 이런 게 우리 전공 아니겠어? 그래서 닉이 갖춘 장비를 나와 케빈도 구했어. 그렇게 모두 장비를 들고 삼각편대를 이루어 거기 좌표에다 촛점을 맞추고 확인에 들어갔지. 야구용어에도 삼중살이라고 있잖아. 인지체계를 넓히고 객관화했어. 그 만큼 신기했거든. 또 재미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게? 어떻게 됐냐 하면, 그런데, 헉! 글쎄나, 닉이 봤던 그대로 완~전 똑같았어. 닉이 경험한 그대로 나랑 케빈도 그보다 더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잖냐. 그렇게 몇 번 더 관측하다가 어머나, 맙소사! 녀석들도 어느 날 일곱명이 모였어. 거기서 세명은 확인했고 나머지 네명을 봤드니 와~우 그들도 너네랑 완전~ 똑같아 완~전! 나, 인정할께! 바지에 그래, 오줌 쌌다. 솔직히, 움찔했어. 지렸어. 됐지? 믿겠냐? 아니면 여기서 바지 벗어? ······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엄정한 물증이자 또렷한 측정을 바탕으로 한 사실 100%야. 알겠어? 뭔 말인 줄 알겠냐고, 어?」 니콜라스의 이 말을 듣고 누군가 그에 대해 거드는 반주를 슬며시 끼워 넣는다. 「그럼 오늘 닉의 집에서 모이자고 한 건 혹여, 오늘이 그 친구들 모이는 날이라는 얘긴가? 잘 믿기지는 않네만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참말인가 확인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꼭 내가 어린애가 된 것만 같군. 기분 좋아졌어.」 이어서 닉 대신 누가 말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미 그들의 마음은 망원경으로 한번 살짝만 보고 나서 그곳으로 벌써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육신만 여기에 외롭게 남겨둔 채로. 남자의 열정, 그 정도면 냉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거 뭘까? 악마가 하는 짓일까? 지금 우리가 애들 만화영화 찍고 있니? 초딩들 좋아하는 판타지? 도대체 이 소설 쓴 사람 누구야? 어른이 쓴 게 맞나 싶군. 그래서 결론이 뭔데?」 「뭐긴 뭐야. 이미 답은 하나지. 중론은 오직 하나만 가리키고 있어.」 「그럼 다음 순서는 (노래 부르는 톤으로) 우리 모두 다같이 손뼉을, (대화톤으로 돌아와서) 아니 아니, 지금... 당장... 모두 가서 확인해 보는 게 맞겠지?」 「안 그러게 생겼냐?」 「그럼~ 안 그러면 섭하지. 너~무 섭섭한 일이야.」 「그걸 왜 이제야 말하고 있어?」 「야 타!」 「뭘 타?」 「가자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은 망원경으로 그들과 똑같이 생긴 좀비들을 직접 보고, 여차하면 만나고, 괜찮다면 통성명은 나누기로 상황 봐서 그러기로 기대를 하면서 그곳으로 떠났다.
어느새 그들은 그 문제의 장소에 도착해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로 그 집을 엿보고 있다. 바깥이니까 딱히 필요는 없어도 누군가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쌍안경도 하나 챙겼다. 그 집 뒤에 언덕이 있는데 거기 나무 뒤에 숨어서 보니 딱 좋았다. 그곳에는 진짜 수영장도 있고 수영장 옆에서 그 친구들이 떠들고 있는 게 아주 잘 보였다.
「당장 쳐들어갈까?」
「가서 뭐라하게? 서로 당황하지 않을까?」
「뭐 자연스럽지는 않겠지.」
「피식 선웃음이라도 짓고 복음을 전파할까? 아니면 이렇게 물어봐? 당신이, 당신이 바로 해적선장인가요? 그러다 녀석들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가면? 물론 우리도 그들을 일망타진 하는 게 목표는 아니겠지만. 괜찮은 멘트 좀 생각해 봐. 익숙한 명대사도 괜찮고. 혹시...... 쟤들 거기 갈려는 거 아닐까? 오즈의 마법사? 우리랑 반대로 건너갈려고 말이야. 원래 여기가 고향일 테고. 아니, 건너오는 건가? 그들은 모르고서 그냥 놀러갈 수도 있어. 딱히 독려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릴 수도 없는 일이야. 요상하게 자꾸 그쪽으로 유인하고 싶은 마음도 기형적으로 아주 없다고는 못 하겠다. 잠깐 장난스런 마음에 상상하다 말았어. 그나저나 이거 완전 거룩한 우연인데. (누가 아니래?) 같이 술집에 가자고 할까? 아니면 옆집에 이사왔는데 인사도 드리고 코코아 한잔 얻어마시러 왔다고 할까? 아 나 이런~ 성장기에 청춘드라마 학습을 너무 남용하고 탐정물을 완전 탐독한 부작용이 이제야 나타나는 거 같은데! 잠복기 한번 엄~청 기네. 우린 기성세대잖아. 최소한 소녀는 아니야. 뭔 소리야? 좌우지간 악당의 소굴 그 한 복판에 들어온 기분이야. 나, 떨려!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야. 초자연적이군. 이곳은 피안일까? 혹시 저들이 저쪽으로 가는 통로가 열리는 시간을 알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럴 심산이 커. 근거는 부족하지만 이럴 땐 직감을 따라야 해. 남자의 직감. 어때? 얘들아 뭐라고 말 좀 해 봐. 나만 계속 떠들고 있잖아?」
「일단 좀 더 지켜보는 게 어떨까?」
그들 가운데 망원경으로 처음에 감시하지 않았던 친구 두엇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닌데~ 정말 아닌데~ 별로 안 닮았는데... 그렇게! 그러나 분위기-상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 순간 그들은 어딘가로 떠날 채비를 한다.
「어! 쟤들 어디 갈려나 본데? 어떡하지? 그냥 보내 아니면 따라가?」
「지금 와서 미행하지 않으면 삶은 식상해지고 인생은 진부해지는 거야. 뻔하잖아. 알 만 하신 분이 왜 그래? 아마도 남쪽으로 갈 꺼 같지 않니? 이제 좀 뭔가 일이 흥미진진 오싹오싹 들썩들썩 재밌어질려고 하는 거 느껴지냐?」
「내가 봤을 때는 쟤들 우선은 소형차 7대를 각자 몰아서 수풀이 우거진 교외로 나갈꺼야. 그 다음에는 어디 한적하고 인적이 드문 아지트로 가는 거지. 그곳은 어떤 뭔가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음험한 분위기가 서려있을 테고. 예를 들면 1년 전에 우리가 지나왔던 오즈의 마법사 같은 곳.」
「어, 정말 얘 말 들으니까 그대로 꼭 될 꺼 같은데? 안 그래? 너, 그거 예언이야? 그냥 짐작이야? 야, 숟가락 구부려봐!」
관찰을 받는, 썩 별로 닮았다고 하기에 무척 애매하고 난감한 일곱 명의 친구들은 진짜 일곱대의 소형차를 타고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미행하는 일곱 명은 스마트 포투를 각자 타고 2개조로 나누어서 그들을 추격한다. 그들은 정말로 교외로 나간다. 가슴이 찡하다. 기대감은 뛰어올라 하늘에 이르고 구름과 구름을 건너다니고 있다. 동경심 역시 부풀 대로 부풀어서 무지개가 살고 있는 저 언덕 너머 미지의 공간에 오로라를 드리운다. 쫓기는 7인이 도착한 곳은 이름은 모르겠으나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한 문 닫은 놀이공원이었다. 약 100미터 후방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쫓는 7인은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조용조용히 30미터 전방까지 스~윽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지루한 서두와 긴 대기시간 없이 쫓기는 7인 앞으로 바로 앞으로 신기한 공간의 뒤틀림이 발생한다. 그들 앞 주변부 전체가 뒤집히고 뒤틀리고 형체가 이상해진다. 곧 그것은 그들 바로 앞에 가상의 반투명한 일종의 손에 잡히지 않는 중력파, 거대한 웜홀이 그 시각효과를 극대화하여 신비롭게 형성되고 있는 듯 하다. 쾅-쾅-쾅-쾅, 부우우웅~, 파다닥 파팍, 지지직 직직, 퍽~ 퍽~, 쿠르릉쾅쾅... 웅장한 사운드와 공감각을 뒤흔드는 환영으로 그 일대는 판타지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도 안 된다. 누군가, 틈만 나면 초딩들 읽는 환상극이네, 우연히 영화로 보다가도 아예 실현 불가능한 괴상망측한 장면이 나와서 이야기가 이어지면 그만 영화를 꺼버렸던 바로 그런 장면을 현실에 옮겨논 것이다. 공상과학 장르에서만 봤던 다른 차원으로 떠나는,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블랙홀처럼 에너지가 퍼져나가고 또 뭔가를 빨아들이는, 그것은 허무맹랑한 마법과도 같은 시간을 여행하는 통로 임에 틀림없다. 진득하게 세 지점에서 망원경으로 그들을 관찰한 보람이 있다고 증명된 순간이다. 그러나 이게 뭐냐고 감탄사를 외치고, 의견을 나누고, 탄성을 발산하고,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쉬는 시간은 금새 끝나버렸다. 왜냐하면 쫓겼던 7인이 소형차를 몰고 모두 그 불꽃이 일렁이고 초에너지가 울렁이며 지지직거리고 바람과 빛과 뇌우와 요란한 소리와 온갖 이상한 기운을 내뿜었던 허공의 가상 장막 속으로 질주해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고, 그 뒤틀린 빛의 굴곡과 휘황찬란한 허상은 마침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바람도 잔잔해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헛것을 본 것일까 하는 눈빛으로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고, 우리가 쫓던 그 친구들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궁금해하면서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4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꿩 대신 닭이라고 처음에 관찰한 그 지점으로 되돌아간다. 3대 망원경의 촛점이 모였던 곳으로. 그곳에는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기에.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이미 얼이 빠져버렸다. 그들은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가상의 뒤틀린 중력 공간이 남아있었다면 그들은 어찌했을까? 들어갔을까 안 들어갔을까? 당신 같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일단 사진이나 동영상부터 찍고 봤을까? 아니면 내가 혹시 엉겹결에 없던 초능력이 생기진 않았나 하면서 내게 염력과 기공과 신기술이 있나 막 이렇게 저렇게 해봤을까? 초현실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버렸으니 더 이상의 상상은 허무하다. 부질없는 일이다. 이제 회상과 허무와 심심함과 약간의 아쉬움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방금 뭔가 있었던 것은 남의 집 잔치였다. 눈물과 콧물과 폭소와 감동도 함께하는 사랑 이야기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것이었다. 쇼는 끝났다. 극장을 나와야 한다. 극장식 카바레에서 술 마시고 뻗으면 턱시도를 입은 멋진 웨이터가 당신을 깨울 것이다. 물론 명찰은 에르메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손님 손님 하면서!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그건 지난 시절 인기 가수의 노래 제목일 뿐이다. 회원제 카페나 고급 스트립 클럽에서 상황 봐가면서 놀아야지 괜히 들떠서 괜한 오해 불러일으키면 괜한 불란만 대책없이 커지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실의는 책갈피로 스며들게 하고, 낭만은 성큼 잠재워 놓고, 인상주의와 초현실주의와 추상주의는 우리가 입는 옷이나 공책이나 우산의 색깔과 모양으로 물들게 하자. 기꺼이 일터로 가야 하리라. 모험은 미완성이다. 그래서 재도전의 묘미가 있다. 그래도 없던 자긍심도 생기고, 남에게 호의도 베풀 기분도 여유로워졌고, 항상 아니 일단 기조는 친절할 것 타인은 물론 내게도, 멋진 인생과 아찔한 지성 그런 것을 거울 속의 자신에게 밑도 끝도 없이 당부해보자. 사는 동안 우리가 아는 것은 민초의 삶이 다가 아니다. 백작 이름이 드라큘라라는 것, 웨이터 이름도 에르메스라는 것, 아니면 뭐 개 이름이 아마데우스? 카페나 모텔 이름으로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여기서 멈추자. 예술을 사랑하고 다음 번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환상과 고전주의와 SF 장르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랄지 믿음, 믿는 구석, 속아도 좋다는 넉살과 그래도 얼마든지 괜찮다는 배포(판돈은 다 털리기 전에 알아서 빼고), 추억을 잊지 않아야 한다. 전성기는 다시 온다. 오즈의 마법사를 사는 동안 한 번은 꼭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숨겨진 내재된 동심은 언제까지라도 간직할 것이다. 그때는 이와 같은 꿈의 목마를 유념해야 한다. 숙녀가 아닐지라도. 적당한 허영심은 죄가 아니니까.
뉴턴의 운동법칙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졌다. 빛의 속도에 비해 매우 낮은 속도에서는 상대론적 모형은 고전역학으로 수렴한다고 한다. 즉, 속도가 빛의 속도에 비해 매우 작으면 로런츠 인자 무엇은 1에 수렴한다고. 그러나 어떤 속도가 빛의 속도 보다 빠르면 스티븐 호킹 박사의 어떤 이론을 참고하여 앞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추를 줄에 매달아 줄을 고정하고 추를 한쪽에서 잡았다 놓으면 추는 일정한 기준을 중심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인다. 운동을 하는 추는 진자라고 하고, 추가 매인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은 마법사 또는 정신과 의사나 최면술사, 간혹 3류 소설가라고 하며, 잠시 후에 초 읽기를 들을~ 읽을~ 축복받은 귀인은 당신일 것이고, 그 추는 가운데로 갈수록 점점 빨라지고 양 끝으로 갈수록 점점 느려진다. 코리올리 효과는 생각해보지 않아도 된다. 그 추가 동화에 나오는 요술-수정-구슬인가도 궁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추의 움직임을 세어야 한다. 이제 때가 됐다. 부글부글, 아잉아잉, 뿌잉뿌잉,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도 꿈나라에 갈 시간은 다가온다. 자, 그 시간이 되었다. 반대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카운트다운이 임박했다. 곧 있으면 숫자를 거꾸로 세겠다. 숫자가 0이 되면 당신은 최면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깨어나면 당신은 그 환상을 전파하고, 그것과 비현실과의 간극을 간혹 살면서 떠올릴 것이며, 눈을 떴을 때 젊음의 활력을 되찾고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추의 움직임을 아~주 느리게 인지하는 시간의 늘어짐, 답답한 기다림 만큼이나 쭈~욱 연장되는 시간의 관념, 그러다 결국 필경 당신 마음의 10%는 짜증과 신경질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삐~용 하면서 멈추지 않고 길어지고 확장되는 마술적인 책읽기를 경험할 것이다. 그것은 삶으로 연장될 것이고. 자, 작별할 시간이다. 그러므로 추가 한번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을 1, 2초에서 10초로 20초로, 1분으로 2분으로, 10분으로 20분으로 인식하게 되고, 따라서 당신은 청춘의 기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것이다. 일명 회춘. 단지 한없이 가능성이 풍부하고 활력이 넘치고 시간도 많은 청춘이긴 하지만 뭘 해도 재미없을 수도 있고, 뭘 해도 심심할 수는 있으니 그것에 너무 큰 불만은 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유의했으면 한다. 그럼 이제 최면에서 깨어날 시간이 되었다. 뽀너스는 없다. 있었는데 바닥났다. 시각은 청각과 연결된다. 이제, 당신은, 숫자를 듣고, 그 숫자가 0이 되면 깨어날 것이다 것이다. (손가락,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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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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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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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그들이 무명 블로그에 새로 올려놓은 그들의 공동 작품이다. 그것은 각자 단편만 올리다가 참신한 발상과 획기적인 기획 행사로 마련한 깜짝-쑈였다. 그들은 마크의 집에 모여서 이번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 작위적인 거 아닐까? 중간에 수신자 없는 연애편지 같은 내용 때문에 뭔가 몰입을 오히려 도와준 느낌도 나고, 산뜻한 구석도 있긴 하지만 말이야.」
「음... 살짝 모자란 뭔가가 있긴 있어. 그리운 그 무엇은 그냥 애교로 남겨두고 다음을 기약하자. 처음부터 너무 공동 작품이 대단하면 또 차가와서 우울해질 수도 있어.」
「그래 이 정도면 연습작 치고는 괜찮았어. 또 같이 만든 거니까 미련이 남아 서운한 거 치고는 그나마 부족하나마 섭섭하지만 우리끼리 그냥 우수상 정도 주면 어떨까? 난 괜찮은 거 같아. 음, 그래」
「그러나, 애들아. 그렇지만 그게 정말 최선은 아니잖아. 그런대로 납득이 될 만큼 차선이라는 확신이 들려면 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어, 작품이 아니라 실재 퍼포먼스로 2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 미약하지만 거의 가능성 제로지만 작품 속의 배경과 비슷한 곳에 가서 바람은 쐬고 와야, 거기에다 오줌이라도 누고 와야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 않을까? 그게 깔끔하지 않겠어? 다들, 어떻게 생각해?」
「설득력 있어. 일리 있는 얘기야. 확 땡기는데. 난 찬성. 저번에 조니 혼자 알고 있던 장소에 제임스도 갔다 왔다며. 거긴 어떨까?」
그들은 작품도 마쳤고, 놀러가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하여 떠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급물살을 타서 나도, 나도, 나도 하면서 지금 당장 스마트 포투 7대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 어딘가 멀리 갔는데 아무리 찾았으나 환상의 세계 그런 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이미 애매하고 어중간한 환상 소설을 한 편 썼기 때문에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았다. 그래서 그들은 바로 떠났다. 막상 가보니 폐업한 소설 창작 아카데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 그들은 벌써 거기 도착했다. 조니 혼자 몰래 간직했다가 이제는 모두 알게 된 놀이공원, 오즈의 마법사에. 그곳은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기묘한 분위기의 장소는 아니었다. 유치해도 너무 유치하다. 아이들이 와도 실망하고 아가씨들이 와도 민망해 할 것이다. 아, 이게 무슨 오즈의 마법사? 그런 정경이다. 그들은 원래 이럴 줄로 예상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따분하기 짝이 없고 점점 지능이 떨어져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누구의 꾀임에 빠져 머리가 나빠지는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었다. 이게 창궐이라고 섣부른 평을 하긴 아직 이르다. 변명의 대상이 없으니, 따라서 분위기가 덜 나빴다. 그러므로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핑계를 완전 묵살하기는 힘들다. 맹숭맹숭, 이게 드라마라면 TV를 꺼버렸을 것이다. 리모컨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하지만 그들이 아직 여기 남아있는 것은 이상한 습성이랄까, 그런 조금 수상쩍은 취향 때문이었다. 마치 악평을 마주하고, 마음에 안 든다는 내용의 댓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험담을 들으면 들을수록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그런 이상한 감성(?)이 조용히 당신 곁으로 다가와 옆구리에 딱 붙어 있어서 누군가 깜짝 놀란다. 단, 그걸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곳은 음습하고 사람도 없고 시시하고 귀신나올 것만 같다. 여긴 상상력을 잠재우고, 창의력도 기절시키는 장소 같다. 이미 그런 생각도 했을 것이다. 잘 나가는 판타지 감독들과 같이 나중에 와봐야겠다고. 그 양반 감 떨어지게 할려고??? 아니면 하다못해 에로영화 감독이라도. 그분들이 뭔 잘못했는지는 딱히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들은 그야말로 재미없어서 황홀할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상투적인 놀이를 즐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식상한 빈둥거림을 바라고 원할 줄이야, 아~ 불가능한 일이도다 그런데 꿈이 아니네, 하면서. 하여튼 문 닫은 놀이공원 구경하기, 는 더럽게 재미없네, 그러고 갈려 했다. 그런데 안 가길 잘 했다는 묘한 육감이 그들을 붙잡았다. 즉 저기 앞에 뭔가가 있었다. 이거다! 이 근처에 근접했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왔었다. 믿는 구석없이 무모한 경거망동은 하지 않는 그들이다. 이거다. 뭔가 있어 그렇게 예상했는데 정말 뭔가 있었다. 이거라니까! 그런데, 그런데 저게 뭐지? 대체, 도대체 어떻게 저런 게 저기 떡 하니 나타날 수 있냐고. 이건 정말 바로 앞에서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모두 각자 스마트 포투에 탄 채로 전방 몇 미터에 보이는 신기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차에서 내려 의견을 모은다. 저거 뭐냐고! 저런 괴물 같은 장면이 실존해도 되는 거냐고! 우리가 소설에 쓴 그거 아니냐고! 쫓기던 7인이 허공에 펼쳐진 4차원 통로로 들어갔던 바로 그 장면. 공간의 뒤틀림. 꺾어서 뒤죽박죽 이상 반응을 일으킨 중력파. 막대한 웜홀. 동화와 만화영화의 중간에 나올 법한 공간. 그들은 말도 안 되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 여행을 정말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고민하다가 그들은 결정했다. 뛰어들자고!
그래서 그들은 스마트 포투를 몰고 거기 뛰어들었다. 그런데 어떤 허연 천막이 찢어지고, 휘황찬란했던 불빛들도 사라지고, 비바람도 모두 없어졌다. 잠깐, 이때 선두는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 일종의 야외 스크린이 다층식 구조의 놀라운 점성과 기막힌 탄성, 신비로운 환각성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딱히 관계는 없지만 한마디 더하자면 오늘은 당신의 아름다운 인생에서 남아 있는 날의 첫 날이다. 작심삼일이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 의미 있게 되는 것이다. 그건, 그건 바로 그 세트를 만들어 행위예술가와 사진작가와 영화촬영과 화가와 음악가와 작가등 온갖 예술가와 일반인들이 모여서 모종의 어떤 그분을 위한 의식을 거행하는 행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막 불 태우고, 레이저 쏘고, 불꽃놀이도 준비되었는데 행사 일정이 모두 심각하게 튀틀려버렸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들의 등장으로 이동식 스크린이 찢겨졌으므로 그것을 갑자기 어떤 무대의 커튼으로, 한 발 나아가 그것을 하나의 음막으로, 학구적으로 분석하자면 그것을 하이먼의 상실로 그리고 일곱 대의 스마트 포투는 학교에서 배운 생물 과목으로 공부한 정자로 착각하는 환상에 드물게는 몇몇, 참을성과 자제력이 대단한 친구까지 포함하면 대충 대다수는 그 환상에 빠져들었다. 딱 걸려든거지! 때문에 바로 그 순간, 묘한, 오묘한, 이상한 예술과 기운과 생물학적 현상이 탄생하고 있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또 잘 관찰하면 차이점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초대장을 받지 못한 취객의 등장에 예기치 않은, 뜻하지 않은, 전혀 의도적이지 않은, 우연과 겸연스레 짝을 이루는 창작의 동기가 발생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문이자 예술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사막의 카페, 스타벅을 떠올릴 것이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그 어느 이야기에서 그때 뭔 일이 있었는지를. 저명한 비뇨기과 의사가 아닌 별 명성을 얻지 못한 서술자로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배우는 연기를 하고, 관객은 감상하며 박수를 치고, 작곡가는 주업과 별개로 TV에서 고품격 음악 방송에 나와 깐족(깐죽)대는 꽤 심오한 역할을 도맡지만 그처럼 여기서도 행사 관계자는 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생이니까. 그건 누가 뭐래도 경건한 직분이고, 당연한 책무라 할 수 있다. 주어진 본분은 성스럽게 그야말로 성스럽게 완수해야 업계를 설혹 나중 떠날 때 떠나드래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즉, 미처 생각도 못한 퍼포먼스를 이루어낸 동화의 주인공 같은, 어느새 진짜 일곱 난장이가 되버린 기분에 흠뻑 취해버린 7인의 스마트 포투 운전자들은 그곳 행사 요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서 정중히 바깥으로 끌려나가게 됐다. 속된 말로 깽판, 일반적인 용어로 사소한 착오나 불가피한 오해, 어쩔 수 없는 불이익이 뭔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들도 차마,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긴가민가했을 수도 있지만 서도. 그들도 사람인데! 하지만 글쎄, 그 감정을─전자? 후자? 어중간한 어리버리한 감정을?─정말 느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건 정말 아리송하다. 그들은 결국 남을 웃게 만들거나 감동시키는 것 가운데 상당히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둘 중 하나는 성공했으리라.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입 주변이, 꼭 강아지들 주둥이 마냥 좀 시커멓게 보인다. 정말 그들은, 적어도 지금은, 개와 닮았다. 많이 닮았다. 최소한 지금은, 평소보다 입도 더 튀어나왔다. 안 그래도 남들에 비해 입이 좀 돌출한 친구도 그 가운데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 그들의 우울한 얼굴이란 왜 지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생각나게 하는 것일까? 그러면 안 되란 명분은 없지만. 극도로 웃겨서 박장대소를 터트려야 할 찰나에, 혼신의 힘을 끌어모아 웃음을 참아야 하는 딱 그런 상황, 그건 정말 꾹 인내해야만 하지만 그 느낌 바로 그 이상한 기분은 정말 그건 대채 뭘 의미하는 것일까? 도대체! 그냥 부디 제발 모른채로 산책을 나가도 괜찮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하도다. 살면서 아~주 드물게 겪거나 보고 듣게 되는 그 모순은 대체 뭐란 말인가! 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과묵해보이는 행사 요원은 마침내 한마디 건넨다. 물론 사기 당하기 딱 좋게 넌지시 건네는 그런 태도는 아닐 것이다.
거 알만 하신 분들이 왜 여기서 하필... 더 소란피우시지 마시고 좀 가세요 가 네~ 좀 가시라구요... 아 나 이 양반들 멀쩡해보이시는 분들이 왜들 그러셔... 아 글쎄 왜 요즘 주변에 이런 분들이 이렇게 많은지 거 참 신경쓰이네... 아저씨! 여보세요! 점잖은신 분들이 여기서 이러시면 되나요~ 자 이제 그만 하시죠. 어르신들 이제 그만 가십시다... 그런 어조를 연상시키는 표정과 함께 결연한 몸가짐으로 이와 같이 말한다.
「선생님들! 어허~ 저기 아저씨,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