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http://snl.interest.me/

  소설 <빅 픽처/더글라스 키네디>를 읽을 때 유명 언론사 가운데 빠진 곳이 어디인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타임'이란 단어는 몇번 등장하는지 세어보지 않았다. 또한 배우를 들먹일 수도 브랜드 이어말하기를 끌어들이기에도 알맞지 않았다. 세세한 관련 자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 방식은 이미 써먹어 버렸기 때문에 다른 뭔가 특별한걸 적어야 하는데 마감일에 콧방귀를 끼는 루디 워렌의 필력은 없으니까 한국 개그맨 박명수처럼 일순간 답답하고 매우 초초했다. 눈깜빡깜빡하고 손꼼지락거리기 말이다. 그렇다고 출연진들의 차종이 특별하지도 않고, 초반에 벤이 먹는 알약들을 얘기하기도 또 카메라 종류를 열거하기도 좀 안내킨다. 그건 별로 빛을 발하지 않으니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제일 마지막에 번역자의 말이 있다. 옮긴이의 말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다. "독자들은 벤이 살인자라는 걸 알면서도 살인사건이 완벽하게 은폐돼 벤이 결국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 책읽기를 마친 어떤 독자는 한마디로 그런 경험 못했다. 즉 적당히 재미있었지만 작가의 다른 소설 템테이션 보다는 몰입도가 뒤쳐졌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좀더 수준 높은 감상기를 원하는 블로그 써퍼라면 아마존이나 Goodreads, multi language Googling을 강력 추천한다.
  아주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은 최근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본인의 일부 처지와 그리고 자아와 극중 일부분 상황 또는 어떤 성격이 어쩜 그렇게 비슷할 수 있는가 의아해하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아주아주 극소수니까 그 숫자는 크게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이건 꼭 극소수에 한정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다 크고 작은 비밀과 자기만의 정말 특별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서 가정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그냥 헛생각하기를 즐겨하는 몽상가라면 당연히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주인공 직업 변화: 변호사 → 직업 사진가 → 3류 사진가 또는 가정주부
  • 주인공 직업 변화 변형?: 전투기 조종사 → 항공업계 로비스트 → 미술계 쁘로커로 위장한 백수?  
  • 배경이 미국내니까 유럽으로 바꿔도 색다르겠군

그외 주인공 1인 외에 비중있는 인물이라면 누가 있을까. 주인공을 제외한 출연진 가운데 영향력 비중과 통제권 사슬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주인공 단독 비상 비행이 많기 때문에 인물이 아니라 다른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게 좋을 것 같다. 그 포인트는 그 포인트는 우연성 같다. 즉 과장, 가정, 비약, 대조, 비교에 대한 파생 컨셉이 아니라 이 소설의 주제는 한 단어로 의심이다. 개연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거의 빈틈없이 짜여있기 때문에 헛점을 찾는데 힘쓸 필요는 없고―복잡한 영화를 볼때 가끔 분석하고 연결하기는 아예 포기해 버리는게 현명한 것처럼―우연히 이렇게 흘러가는 구나. 의심으로 저렇게 굴러가지 못하란 법은 없겠구나.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이와 같은 포스트모던 추리 특수 소설 읽기의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주제가 의심이라면 그럼 현실에서 내 경우라면 어떻겠구나..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와 현대의 차이 가운데 인터넷이라는 초거인이 자리 잡고 있지만 매체가 아닌 소설의 인물에 집중한다면 누구나 아는 손쉬운 다른 점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떻다 재미있다가 아니라 책을 읽은 전과 후의 독자의 변화란 무엇인가를 자문해 본다면 그것이 의심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을 보고서 이럴 수 있지 않겠는가. "어 이 작가 과거력이 의심되는데..", "이건 저널리즘을 제대로 아는 초절정 사진학자의 시선이야. 이 양반 저널리즘 석사는 마쳤겠는데. 주로 서유럽쪽에서 활동했겠군." 옛날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명이었지만 이제는 적잖이 평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빅 픽처 만큼은 아니지만 사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환생의 순간을 드물지 않게 경험한다. 또는 실수한다. 3년간 찐하고 애잔한 가슴이 찢어지는 연애 후의 오랜 결별감, 6개월 동안 기른 콧수염을 깨끗하게 정리한 후의 개운함, 마법처럼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생리통에서 벗어났을 때, 혼수상태에 빠질만큼 술 마신 다음날 숙취에서 해방되는 순간등 찾아보면 환생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과장하면 조금은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을 가끔 느끼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소설 빅픽처같은 신분세탁 내용은 정말 사람들 기억속에서 잊혀질만 하면 등장하는 소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다루어지는 예술 작품의 단골 메뉴 같다. 미야베 미유키作 화차 소설과 영화, 그외 수많은 영혼 체인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현실에서도 니키타류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까마득히 많은 노트북과 핸드폰, TV 모니터를 달구어서 사람들 눈을 붉게 충혈시킨다. 그래서 빼먹지 않고 눈영양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몬태나 주와 인연이 깊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영화들에서도 그의 팬들은 손쉽게 몇 작품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신분세탁 까지는 아니더래도 대중들은 실제로 빈번히 정체성의 혼란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부탁치기 때문에 주인공 벤처럼 약빨에 의지하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앗 벤이 운동을 싫어했었나..?) 그레고리 번스는 "단기 스트레스 요인인 육체적 활동은 만성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최고의 구제책"이라고 책 ICONOCLAST에서 알려주고 있다. 내용도 그렇지만 결론도 참 허무하다.

P.53 "매일 독자가 기고한 원고를 다섯에서 일곱 편까지 읽어야 해요. 모두들 G스팟을 찾는 우울하고 외로운 여자들 이야기죠." 나는 아내의 그 말에 피식 웃었으며, 그 즉시 반했다... "..엄마는 스스로 허락한 인생을 말없이 증오했어. 우리 엄마 세대의 다른 모든 여자들처럼. 엄마가 암에 걸린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일 거야. 점점 싫어지는 남자에게 기대 평생 집안일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한 스트레스였을까?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암을 키운 거지."
p.442 "여자를 안달 나게 만드는 법을 정말 잘 알고 있군요."
p.458 "내 착한 사마리아인 역할은 언제 끝나게 되지?"
p.472 "샌프란시스코 출신 눈에는 누구나 천재로 보이는 법이지."
p.475 "..처음에는 벤, 다음은 게리. 아니, 순서가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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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cey Geuss(Guiness)

from Small Talk 2013. 6. 26. 23:55


image: http://www.flickr.com/photos/rizon/5844596287/

  학계에서 묵시적으로 열렬한 지원과 경탄을 받는 중견 문학평론가라면 스티브 마틴의 소설 레이시 이야기(An Object of Beauty by Steve Martin)를 공개적인 지면으로 드러내서 이야기 하는걸 좀 꺼려할 것 같다. 일반인들이 봐도 그 조합은 좀 안어울린다. 왜냐하면 레이시 이야기는 그렇게 평론 받기엔 좀 안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안어울린다는게 이유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또는 전세계적 그리고 시대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중견 문학평론가는 그리 많지 않아서 지금 이 순간에도 스타벅스와 엔젤리너스의 어느 탁자 좌우상하에서는 이 책에 대한 담소들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소설과 관련되어 떠올릴 소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다음 몇가지를 공통적으로 대화 나누었을지도 모르겠다.

  1. 소설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2. 소설과 드라마. 스타일/백영옥
  3. 영화 칠수와 만수
  4. 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 * The Finkler Question이 영국 남자의 문제로 번역된데 반해 An Object of Beauty는 레이시 이야기로 번역되었다.
  5. 미술관 실내 디자인의 정석에 알맞는 영화 Ruby Sparks 집 실내 정경
  6. 영화배우 이정재의 옛날 인터뷰中 실내에 액자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

여기까지는 흔히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고 좀더 그럴싸한 분위기로 묘하게 닮은 느낌을 찾자면 소설 어떤날 그녀들이(임경선)에 대한 박현주 에세이스트 수필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단편집도 좋고 수필도 호평인데 일부분만 딱 떼어놓으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시 이야기를 읽은 후의 감정을 얘기하기 위해서 인용하는 것이다)
"다 읽은 후의 느낌도 그런 사람과 소개팅을 한 후와 비슷하다. 좋은 상대였다. 같이한 시간이 즐거웠다. 그런데 별일이 없었다. 부분적으로는 이 책이 단편집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매 편 좀 더 읽고 싶어지는 지점에서 끝이 난다."
from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7714.html
  유사점은 이렇고 만인의 핑클러적 로망에 대한 민감한 부분도 이와 같이 화자될 것이다. 곧 1~5번과 여러 생각들도 좋지만 6번이 제일 신간 편하다. 그림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굉장히 비싼 그림 10점을 일생일대에 걸쳐 수집해 놓고서 10년간 집에서 지겹도록 보던 가운데 2점은 도둑맞고 5점은 빚으로 대체 탕감하여 그나마 덜 나은 작품 단 3점만 남느니 아예 깔끔한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태평양 어느 12km² 개인 섬에서 필립 플렉처럼 사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어느 대도시의 경치 훌륭한 위치에 있는 12평 원룸에 살면서 옆집 강아지 구경하고 동네 주민과 녹차 마시는 삶도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나은 점도 많을 것이다.
  레이시 같은 인물이라면 여러가지 변주가 가능하겠지만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많은 작품들과 연관지어 생각하기 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에 대해 불확실하고 궁금하지만 어렴풋하게 어쩜 그럴지도 모른다는 아련한 또 막연한 가설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할지도 모른다. 즉 취향이란 아무래도 이런게 아닐런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누군가에게 질문을 해본다. 만약 당신이 지금부터 10년간 하루 5시간 미술공부와 일주일에 5일간 미술관 관람을 열심히 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후 다시 10년 동안 훨씬 여유로운 미술품 애호 취미생활을 격조높게 품위를 갖추고 기품있게 즐긴다고 가정을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처음과는 많이 달라지겠지만 아마도 절반쯤은 처음과 나중의 취향이 똑같을 것이다. 이게 취향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또는 한계라거나 재능이라거나.
  여담으로 취향에 대해 한 얘기하자면 주량이 낮으면 술값도 싸게 들고 금방 취하고 (술마시기 시합만 아니라면) 딱 좋지만 (재능이나 능력이 받쳐 주지 않고) 취향만 고급이면 가랭이 찟어지기 딱 좋아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대체로 별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다. 피카소를 싫어하는 눈이 하늘보다 높은 어른들은 아마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꺼 같다.
  일부 어른들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잘 읽고 나서 또 이렇게 투덜거리겠지. (그런 용어가 있을지 몰라도.. 없으면 만들면 되고) "고품격 순수문학이 좀더 나은 것 같아, 뭔가 괜찮기는 한데 조금은 서운한 느낌이 남네.. 요즘 썩 괜찮은 작품을 많이 봐서 그런가..." 즉 이건 고품격 (그 놈의 고품격) 쁘띠 프랑스 카페에서 맛나게 식사를 하고 나와서 투덜대는 것과 비슷하다. 그건 그렇고 Amy Adams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라는데 Amy Adams도 괜찮지만 만일 가능하다면 그녀보다는 Elizabeth Banks 성격 + Emma Roberts, Bryce Dallas Howard 외모 + Judy Greer 분위기를 조합한 사이보그가 더 어울릴듯 하다. 영화는 비밀리에 작업중인가 보다. http://www.imdb.com/title/tt2229313/ 영화로 만들어지면 The Details(2011)에 나오는 다리 위에서 돈 뿌리는 장면 같은 오소독스한 컷도 포함될 것 같아 기다려진다.
  며칠동안 반짝 소설 한권 읽었는데 풍성한 포스팅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인용문을 길다랗게 써놓는다. 어설픈 호빵맨 잡문보다는 베스트셀러 단행본 밑줄긋기가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의 작품도 대부분 한번 읽히고 잊혀지지 않는가?
  오토바이는 값비싼 그림과 같다. 오토바이를 보면 생각난다. 7살쯤 되었을까 할아버지가 모시는 오토바이 앞자리에 타고 시골길을 달렸던 기억.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났었다. (그때 헬맷을 안써서 그런지 이제야 꿈에서 헬맷을 써가지고 믿을 수 없는 판타지를 현실로 꿈꾸고 있다) 그리고 나중 할아버지는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뒤로 1995년에 약간 <차인표+장혁> 닮은 형이 모는 오토바이 뒤에 탔을 때 소리를 지른 후 당구 쳤던 기억이 난다. (조금 산뜻한) 오토바이는 언제봐도 멋져보인다. 하지만 위험하다. 많이 위험하다. 사랑도 어쩌면 그와 비슷할 것이다. 우리네 삶도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레이시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또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레이시 이야기/스티브 마틴
p.246 처음부터 날 사랑할 준비를 하고 다가오는 작품은 오히려 금세 질려. 우리는 미술을 사랑하고 바깥 사람들은 미술을 혐오하는 이유도 그런 거야. 그 사람들은 거기에 들인 시간이 없거든. 우리 같은 사람은 좋든 싫든 작품을 보고 또 보지. 갤러리에서 보고, 집에서 보고, 미술잡지에서 보고, 나중엔 경매에서 보고 하지만 바깥 사람들은 한 번 보거나 들은 게 다잖아? '선만 구불대면 다 작품이야? 저런 건 우리 애도 그리겠다.' 어쩌고 하면서 모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잭슨 폴락처럼 그리는 꼬마가 있으면 정말 좋게? 프로라면 0.5초 만에 차이를 알아보지만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몰라. 사람들은 폴락이 피땀 흘린다고 생각하지 않아. 장난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게 장난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칠 때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미술관에 데리고 가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런 게 예술이야. 너희들은 절대로 못하는 거지.'"
p.389 미술계를 한심하게 보는 기사 일색이었죠. 하지만 나는 그 작품을 보고 맘에 들었어요. 따라서 나는 '2만 파운드면 바싼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 사형당하고 싶지 않고서야 재판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죠. 대신 배심원을 향해서 이렇게 말하겠어요. 여러분이 강아지를 한 마리 살 계획이라고 합시다. 황색 래브라도를 사고 싶어요. 귀여운 누렁이 래브라도 강아지. 좋은 놈을 사려면 전문 사육자에게 가야 한다고 합니다. 데려왔는데 골골대면 낭패니까요. 그래서 여러분은 사육자에게 갑니다. 가 봤더니, 잉글리시 래브라도가 있고 아메리칸 래브라도가 있는데, 아메리칸 래브라도는 몸이 유연해서 사냥개로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사냥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땅딸막한 잉글리시 래브라도를 데려옵니다. 그런데 사육자가 래브라도 종자 중에 제일로 쳐주는 놈은 머리가 큰 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가 마침내 머리가 엄청 큰 놈을 얻습니다. 여러분은 대두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하죠. 내가 애완견 대회를 휩쓸 기막힌 강아지를 사왔어. 들어는 봤나, 대두 잉글리시 래브라도. 그런데 여러분의 친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젠장, 강아지 한 번 더럽게 못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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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http://blog.bossluxury.com/2012/11/04/a-problem-only-a-very-lucky-few-have-i-want-this-problem/tumblr_m6vo1a8l7q1r5cul4o1_1280/

  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405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페이션쇼와 포커...... 무슨 차이지?" 비슷하게 (수준 낮추어) 바꾸어보면 이와 같다. "핑클러적과 부유함 또는 지성의 포만감, 아름다운 감성의 풍만함, 도발적이고 쇠뇌적인 외모...... 무슨 차이지?"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인 <유대인>에 대한 서술은 전문가를 위해 양보하고(?) 아무래도 핑클러적이란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핑클러적>이라는 단어는 더불어 <트레스러브적> 또는 <헤프지바적>이란 단어로 교체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핑클러적>이 있다면 <달라스적>도 있을 것이고 인간적, 남성적, 마초적, 여성적등 여러가지로 변형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디아스포라, 해외파, 여러 유형의 약자와 소수, 대다수를 가리킬 수도 있다. 핑클러적과 이와 같은 수많은 대체 명제 사이의 교집합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교집합이 아닌 엶게 펼쳐진 합집합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재미난건 아무래도 이게 아닐런지... <핑클러적>은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2007)의 고은찬스런...을 예찬하는 진하림 대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요런 정도 마초 말고 그에 대비되는 단수가 낮은 마초의 예로 2가지가 있겠다. 물론 마초보다 마초 단수에 연연하지 않는 벌레먹은 과일이 문제일 수도 있다.

  • "째 내가 꼬셔줄까?" 이런 우울한 멘트를 날리는 끕
  • "우리는"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꽈

  소설 <The Finkler Question/Howard Jacobson>에는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에 나오는 브랜드명 만큼이나 사람이름과 국가명, 민족, 정체성, 철학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시작부분 말고 초반부에는 아주 재미있었는데 차츰 약간 흥미가 하락하다가 후반부에 흥미진진 곡선이 쭉 올라갔다.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니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니까 커다란 스케일과 함께 스콧츠맨의 평처럼 통렬하며 지적인 영역을 끊임없이 전체에 걸쳐서 다뤄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독자 의견이 반영되서인지 다른 문학상 보다 월등히 대중성을 갖춘 것 같다. 다른 부커상 작품은 다를 수 있지만) 즉 부커상으로는 딱 적합한데 베스트셀러로는 뭔가 아주 약간은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부러움, 시기, 질투, 선망, 동경 그리고 각 개개인의 천성을 말하는 격조가 드높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여러 비례 관계를 말하듯이 그런 그래프들의 한 영역을 잘 다루고 있다.

  • 부모 소득 수준과 자녀 성적의 정비례
  • 스포츠 구단 투자&운영비와 성적의 비교
  • 자동차 흡배기 엔진음과 가격의 대비
  • 구두굽 소리등 모든 시청각 사례등

  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를 읽으니 문득 떠오르는 작품이 2개 있었다. 이 두가지보다 어떤 부분으로든 훨씬 근사치 작품이 많겠지만 가장 최근에 봤기 때문에 연관되어 기억난 것 같다. (얼마전에 읽었는데 이것마저 잊어먹으면 정말 슬프다) <명예/다니엘 켈만>는 핑클러 퀘스천과 닮았지만 분위기가 좀 무거웁다. 그리고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는 인물 설정에서 다음과 같은 매칭을 약간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 템테이션의 데이비드 아미티지 : The Finkler Question의 줄리언 트레스러브
  • 템테이션의 마사 : The Finkler Question의 헤프지바
  • 템테이션의 바비 바라와 필립 플렉 : The Finkler Question의 샘 핑클러

게다가 샘 핑클러의 아내 헤프지바를 자꾸 <헤프지마>로 읽는 많은 반(反 or Half) 핑클러족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헤프지마>와 비슷한 대사는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의 "사라시바"
  줄리언 트레스러브는 정말 무엇을 바랬던 것일까? 유대인같은, 핑클러적인, 통속적인, 속물스러운 드라마틱한 낭만적인 그러면서도 완전무결한 무엇? 줄리언 트레스러브가 정작 유감스럽게 은밀히 품었던건 자신이 갖지 못한 (자신에게는) 불가능의 영역에 대한 본능적인 어떤 감정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그것이 소유의 개념이든 망각이든 다른 차원의 품위가 되었든 그냥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줄리언은 그냥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리보크와 말키의 스윗홈 분위기 연주를 코믹하게 바꾸어 표현하자면 영화에서는 말키를 어느 직업 연주자가 쉬이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의 쇼팽 마주르카 초특급 스페셜리스트로 그렸을 수 있고 현실에서는 김광민 연주자 깜냥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문세나 신승훈이 공연이나 방송을 보는이들에게 침을 흘려도 감지하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정도로 수많은 가수들 모창을 하는 것처럼
  "(playing) 어때요 키스 자렛 비슷하죠? 그리고 글렌 굴드? (playing) 밥 제입스는 이렇죠. (playing) 발터 기제킹이라면 (playing) 살아생전 라흐마니노프가 쇼팽 2번 소나타를 이렇게 연주했죠 (playing)" 

p.39 그가 메르세데스를 원했나? 아니다. 그가 술 취할 것 같은 밤에 운전기사를 원했나? 아니다. 그가 원한 것은 아내였고, 샘은 더 이상 아내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갖지 못한 것 중 샘이 가진 것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아마 자존심을 제외하고는.
p.67 그래서 핑클러는 리보르가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걸까?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 성품을 타고났다고 확신했지만─모든 것을 말하고 행하는 그가 무엇을 부러워하겠는가?─그럼에도 부러웠다. 말키가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리보르가 느끼는 비탄의 넓이가. 그는 리보르처럼 슬픔을 미래에 투사할 수 없었다. 그는 미래의 타일러가 그립지 않았다. 그저 과거의 타일러가 그리울 뿐.
p.364 "그가 똑똑해서? 유명해서? 유대인이라서?"..."그러면 내가 대신 말해주지. 자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대적인 부분이야."
p.359 왜 다들 그를 토닥댈까? ... 말키는 그걸 알아차렸어. 그녀는 자네 앞에서 슈베르트를 연주해도 되는지 고민했지. "그를 부추길 필요는 없어요." 그녀가 말했었어. "뭘 부추기는데요?"
"스스로를 불길에 내던지는 것. 내 조카의 손녀와 지내고 모세스 마이모니데스를 읽는 것도 그런 것 아닌가?"...
"그런가? 그러면 대체 뭘 걱정하지? 자네가 얻고자 했던 것을 얻은 것 같은데. 유대적인 게셰프트(일). 자네는 그것이 재난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난 자네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을 거고."...
"... 자네는 유대인을 보면서 아마겟돈을 생각하지. 우리는 멋진 창조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파괴 이야기가 더 멋진 법이야. 우리는 불꽃 속으로 던져 넣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채 우리 옆에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 둘 중 하나야. 기질적으로 자네는 후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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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455448614550457&set=a.109093695852619.17732.108625602566095&type=1

  포스트 제목으로 영화 제목을 따라해봤다. '창밖으로 잠수교가 보인다' 1년에 몇차례 잠수교는 마법을 선보이기도 하니까 그에게 선사하는 유머다. (왜 생리대 광고를 잠수교에서 찍지 않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요즘 꿈의 무게와 욕망의 높이, 삶의 각도를 생각하게 된다. 자크 라캉, 들뢰즈, 미셀 푸코, 니체... 이런 책들에 나오는 얘기가 뭔말이지는 몰라도 최근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이들에게는 몹시 날카로운 대사들이 그런 몽상을 자극하는 것 같다.

드라마 출생의 비밀 유혜리
"좀더 솔직해지자꾸나... 너도 그렇게 야망이 있는 애다. 야망이 뭐가 나쁘니. 늬가 그걸 인정해야 편할꺼다..."

  남자들의 "난 차욕심 없어"라는 말은 여자들의 "재수없어", "유난떨다"라는 말처럼 그냥 소소한 스몰톡이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적인 감정들을 여태 좀 다른 방식으로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들 가운데 "난 차욕심 없어"라는 말을 유난히 자주 하는 사람이 혹시 주변에 있다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을 것이다. 근 10년간 3명이 완벽하게 이와같은 공통점을 보였지만 이건 그냥 대부분 남자들의 전형적인 성향일 수도 있다. 

  1. 옷맵시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다.
  2. 시골 출신
  3. 애연가

이건 다음과 같은 대화 주제와 연결되는 것 같다. 

  • 첫째, 남자와 여자는 정말 비슷하다는 사실? 교집합이 있다는 비극
  • 둘째,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르다는 희극? N극과 S극의 대조
  • 셋째, (위와 같은 특징을 지닌 남자분들도 착하고 좋으신 분들이지만) 남자들이 만일 지금 말리부를 타고 있다면 아주 가끔 코코아 프로필 사진에 Next 차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 이왕이면 남자의 여성적인 멘트보다는 분명 더 보기 좋다.

대략 십년 혹은 십 몇년 전에 BMW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한 기억이 있다.
"그런차 어떻게 타나요. 주변 친구들 다 뭐한데 어떻게 나 혼자 ... 나중 그냥 소나타 같은 차 타야죠."
소나타를 얕잡아 보는줄 아는 아주 극소수 의견을 누그러뜨리자면 또 미국을 비유해서 설명해야 한다. 실제 미국 달라스 사는 어느 촌스런 노총각이라면 20대 시절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도덕적인 국가 이런 얘기는 너무 거창하고 그 나이에는 인생이 뭔지, 삶의 목표는 어때야 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Maserati 같은 차 어떻게 나타요... 나중 그냥 Tesla 같은거 타야죠. General Motors, Ford, Chrysler가 좀더 좋아지면 것두 괜찮구요."
대충 1년전 강남역 옥토버훼스트에서도 엇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후 또 친구 차에서도 태생적 부가 아니라면 어떤 브랜드는 어떻다는 명제를 놓고 '살 수 있어'라는 정당성과 자유, 가능성에 대한 친구의 말에 '사면 안돼'라는 억압과 변질된(?) 평등, 학습과 야망의 대가, 가족사 드라마 성격, 사극풍 도덕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훼손된 계몽과 분간하기 어려운 의존명사 척, 갸우뚱한 선홍색 내숭의 또 다른 내적 자아에 대한 모습을 목소리 뚜렷한 말로써 표출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독서욕구에 비례해지는 물적 취향을 억지로 숨기는건 너무 어려울지도 모른다. http://julianseo.tistory.com/entry/달라스적인-삶
 (이런 우스꽝스런 글쓰기는 아무래도 10대 때 하나도 모르면서 자크 라캉, 들뢰즈, 미셀 푸코, 니체 같은 책들을 억지로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마치 강아지의 치아와 고양이의 발톱을 내보이면 안될꺼 같은 마음과 조금은 닮은 것 같다. 왜냐하면 빅브러더가 키덜트숍의 미니미보다 더 이쁘면 안될꺼 같은 아련한 상념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할 때는 시에서 자주 쓰이는 톡톡튀는 산뜻한 단어를 넣어주면 좋은데 그런 직업군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 막 쓰고 있다. 전에는 시집에서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한번 써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단어 하나 하나를 적어 놓기도 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안하면 그런 단어들은 체득하기가 공감각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드라마 대사를 보니 중학교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대사와 중학교 2학년 수업시간 과학선생님 대사가 거의 비슷했다.
  "난 말야 사람 눈을 보면 그 사람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로 공격할지 어디로 피할지까지."
  최근의 일상은 아무래도 Darth Vaders Island에서 벌어지는 영화 친구의 장동건 대사 "늬가 가라 하와이" 스타일 코메디 같다. <아름다운 나날/플뢰르 이애기>에서 주인공이 클라라 하스킬의 연주회에서 공연 감흥을 정반대로 외적 표현을 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클라라 하스킬이라는 옛날 연주자의 감성보다는 클라라 하스킬 콤팩트 디스크 박스에 더 정이 갔던 기억을 훨씬 구체적이고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웰빙파인더/톰 래스.짐 하터
절친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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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http://www.flickr.com/photos/53357101@N07/with/5754615037/

  소설 템테이션(by 더글라스 케네디)을 읽을 때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영화 '리플리'와 미국드라마 캘리포니케이션이 아주 잠깐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을 재미나게 읽고 나서 영화나 드라마로 옮긴다면 주인공에 누가 어울리겠다는 상상을 떠올려 봤을 것이다. (영화가 이미 만들어졌다면 아주 약간 허탈할 것 같다. 영화로 딱일텐데 아직인가...) 뭐라고? 데이비드 아미티지에 Ashton Kutcher? 흠, Ashton은 약간 안어울리는 것 같다. 데이비드는 배우보다 소설가에 맞춰서 이야기 해보고 또 여자 출연진도 제쳐놓고 정작 떠오르는 사람은 바비 바라와 필립 플렉이다. 샐리는 비중이 좀 단순하다. 바비 바라 역에 누가 어울릴지 생각해본다면 대충 몇명이 손꼽힐 것 같다. Philip Seymour Hoffman, Jake Johnson, Chris Pratt, Jason Alexander, Zach Galifianakis... 바비 바라와 필립 플렉을 1인 2역으로 연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마크 피셔의 골퍼와 백만장자에서 밑줄 그을 만한 내용과 포브스지나 여러 경제지들에서 다루는 세계적 부호들의 뒷이야기들까지 포함해서 넣어주고. 스크린으로 옮긴다면 그렇겠지만 (전문가들은 타다다닥 그림 나오겠지만) 바비 바라, 필립 플렉 같은 경우 극 배역보다는 현실에서 이들의 말재주를 가진 친구들을 찾아보는게 재미있을 것이다. 여러 Kpop 아이돌 가운데서도 10년에 1명 나올까 말까한(0의 숫자를 줄이니 호들갑이 코메디로 바뀐다) 정도랄지  www.mtv.com에 자주 등장하는 친구들 가운데서도 정말 환상적인 입담의 재간둥이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바비 바라가 떠올랐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마이다스의 손은 아니겠지만 바비 바라에 의해 흥미로운 사건이 시작되기 때문에 바비 바라의 역할을 필립 플렉이 이어 받았기 때문에 남자배우들을 연결시켜봤다. 마지막 바톤은 마사가 받는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옛날에 태어났으면 헤밍웨이 정도가 되었을까? 대략 옛날 미국작가 누가 어울릴지 애매하지만 이와 같은 상상을 뭐라고 부를지는 그야말로 자신있게 짐작이 간다. 이심전심으로 눈부시게 다음 단어를 많이 떠올렸을 것이다. 바로 지적 허영심! 헤밍웨이? 20년전 어렸을 때나 조금 읽어봤지 헤밍웨이를 잘 모르지 않는가. 그냥 대충 갔다 붙였으니까 이런건 지적 허영심이 분명하다. 하지만 평론가와 소설가 같은 유명인들은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충 들이대는건 명예와 체면, 자존심, 도리 때문에 절대 안하는 것이라서 또 유치하고 수준 낮아서 스타벅스에서나 나눌 수다 후보군으로도 부적합하니까 가끔은 (항상일 수도 있지만) 막 일부러 그러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이런 허세가 적당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정 심오하고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씌여진 매끈한 중문에서는 이런 핑크 코메디를 결코 맛볼 수 없으므로 수박 겉 핥기 수준의 인터넷 블로그 포스트가 때로는 아름다운 품위를 갖춘 격식있는 글보다 더 재미있는 법이다. 드물겠지만 말이다. 왜 헤밍웨이를 떠올렸냐면 소설 전체에서 헤밍웨이는 5번, 피츠제랄드는 3번 나왔기 때문이다. (1번만 대충 읽어서 숫자가 틀릴 수도 있다) 즉 더글라스 케네디는 헤밍웨이를 좋아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헤밍웨이를 많이 읽어본 것 같다. 그리고 에밀리 디킨슨도! 왜 헤밍웨이를 많이 읽어봤을까. 아직 템테이션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나중에 템테이션을 읽게 된다면 에밀리 디킨슨이 몇번 나오는지 세어보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도 소설을 읽는 가운데 어떤이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누군가는 이런 불만을 토로할지도 모른다.
  "1번 교향곡을 말러로 잡은건 그쯤에서 나오기에 꽤 적합한데 프레디? 겐조나 제냐 스포스도 있는데 너무 미국적인거 아냐? 그래도 Macbook, Dell이 아닌 도시바는 어울리네. 그리구 음식에 대한 품평 가운데 절반은 만년필, 시계, 신발, 벨트, 멜빵바지(그냥 멜빵바지 또는 일체복)같은 악세서리 브랜드 취향까지 말해주지 않았던건 2006년작이라서 그랬나. 소설이 씌여진건 2004~5년쯤일테니 대충 10년전 아니야..."
  이처럼 독자들은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 또는 템테이션의 인물들 혹은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취향을 놓고 잠깐 갸우뚱 할 수도 있지만 이건 그냥 넘어가야 된다. 왜냐하면 그런대로 구색이 맞는데 더 뭐라뭐라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점프컷, 디졸브, 그래픽, 제작 환경 하나 잡고 생트집 잡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달라스 X-file도 그렇다.
  대부분 소설 주인공은 소설가 본인과 거의 일치한다. 소설가들이 자기 자신만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면 딱히 반론할 수는 없지만 (그럴 품격도 안돼고) 그렇다고 또 완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내적자아 플러스 경험담에 들은 얘기와 소설을 위해 조사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첨가하면 거즘 Temptation의 데이비드 아미티지를 Douglas Kennedy와 절반은 동일시해도 무방하다. 무식한 일반화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 얼토당토 말도 안되는 얘기는 아니다. 똑같이 보면 여류작가 소설의 여자 주인공 역시 그렇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남자작가의 남자주인공에 절반쯤 공감하는 동시에 여자작가의 여자 주인공에도 슬프도록 완벽하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잠깐, 후반부 마사의 낭만에 대한 차분한 편지글이 멋있었는데 이건 한국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오영실 대사와 비슷하다. "...3년 지나봐라. 멋진 놈 또나오지. 3년 또 지나봐라 더 멋진 놈 나오지. 그때마다 갈아쳐봐 어디..."
  전 세계 30여 국가에 출간된 아마존 영국,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템테이션은 탄탄한 구조, 유려하고 변화무쌍한 전개 속도, 읽는 중간 눈을 떼면 1주일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긴장감, 신비스럽게 오묘한 간질간질거리는 문체, 놀라운 글빨의 흡입력등 우리가 살면서 익히 들어온 읽어온 유수 언론들의 미사여구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소설이다. 그렇다면 매우 미국적이고 스크린발 돋을 것 같은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확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와 논리적인 낭만? 손꼽히는 세계적 부호의 거대한 호화생활? 착착 감기는 대화체? (중요하긴 하지만) 모두 다 아니다. 모두 다 아니다. 시대와 대가 이 두가지 포인트로 보자면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브랜드 이름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당신이 최근에 읽은 소설 가운데서 이처럼 구체적으로 요목조목 브랜드를 꼬집어 주는 소설이 있었는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있었다면 그건 소설이 아니라 영화나 드마라를 책으로 읽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사극과 현대작의 차이점이 많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결단코 브랜드의 차이다. 이 소설에는 상급 브랜드들이 많이 나온다. 헬기, 비행기, 요트, 자동차, 구두, 운동화도 브랜드지만 헤밍웨이, 피츠제랄드, 에밀리 디킨슨, 문학상, 언론사, 방송국도 브랜드다. 사람 이름도 명백히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와인 이름도 브랜드다. 구체적인 이름은 모두 브랜드다. 포르쉐 발언횟수는 숫자를 세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반부에는 일반적인 소득수준 대비 사회적 소비재 가격의 비율이 생각나서고 후반부에는 영화 Sunshine Cleaning (2008)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Amy Adams의 어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즉 Starbucks Coffee는 왜 이리 비싼거야 같은 맥북지수식 투덜거림이다. 빅맥 지수가 있으면 맥북 지수도 갤럭시 지수도 냉장고 지수도 유니클로 지수도 있다. 46페이지에 나오는 바비 바라의 13살 나이에 읽었던 독서력은 (바비 바라의 분야와 눈치가 좀 색다르긴 하지만) 줄리언 반즈의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22페이지에도 비슷한 서술이 나온다. 잡지, 가방, 옷, 작곡가, 지휘자등 이런 디테일이 바로 소설 템테이션의 특징이다.
  그래서 우리네 현실에서 값비싼 브랜드는 이렇게 템테이션 같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간접 경험하면서 대리만족하고 직접적 산술 가치로 매겨지지 않는 성격의 상위 브랜드(소설에 나오는 화가와 작가, 음악가 같은)는 부지런히 알아놓는게 좋을 것 같다. 결국 이건 이왕이면 학교 공부 열심히 하라거나 일찍 자기 취향을 잘 파악하라 또는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은 쉽지 않아와 비슷한 얘기다. 영화 건축학개론 엄태웅 대사와 일치한다. "결국 내가 봤을 때 이건 솔루션..."
  1년전에 친구가 "너네들은 좋은 친구야. 왜냐하면 맛난걸 사주니까. 잘 놀아주니까"라고 얘기했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면 그만인데 몇년몇월(대충) 어느 장소 어떤 상황에서 본인이 말했던 똑같은 얘기가 생각나고, 이어서 또다른 연상이 뒤이어 줄을 서는 요게 문제다. 이건 참으로 피곤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러므로 이런 51% 종족 가운데서 제도권 공부를 아주 특출나게 잘하는 0.0000001% 부류가 파란색(#0063dc) 피가 흐르는 차갑고 까칠한 다혈질의 흡혈귀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정말 과거 기록이 전부 조작된 디아스포라 출신 특수단체 비밀요원일지 모르니까 오늘부터 그들을 유심히 잘 지켜보기 바란다. (그냥 넘어가면 당신이 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때가서 자객을 부를 수는 없자나) 정작 의심스런 히스테리가 극한에 다다른다면 스템플러 피스 지뢰를 만들어서 그 사람의 의자에 몰래 놓아 그 인간 피 색깔을 확인해보는게 좋을 것이다. 혹시 빨간색이면 www.23andme.com 같은 연구단체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네 인간 군상의 삶이라는 것은 레이디경향을 집중탐구한 후에 토론하는 생활만으로는 뭔가 심심하고 덤덤하며 억울할 만큼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
p.359 거의 넉 달 만에 처음으로 돌아온 로스앤젤레스였다. 앨리슨의 사무실 건물로 가면서 내가 이 도시를 몹시 그리워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이 도시를 천박하고 흉하다고 욕하지만(뉴욕에 사는 친구는 로스앤젤레스를 가리켜 '옷차림만 조금 괜찮은 뉴저지'라고 말했다), 나는 로스앤젤레스가 주는 환각 같은 매력을 사랑했다. 실용과 사치가 공존하는 도시, 눈이 시릴 만큼 휘황찬란한 도시, 천박한 낙원에 있는 듯한 기분을 주는 도시. 그러면서도 가능성이 넘치는 도시... p.431 나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이 사람들을 필요로 할 때 과연 이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어차피 그런 동네다. 엄청난 환영을 받다가도 언제 무시당하며 쫒겨날지 모른다. 추어올려졌다가도 금세 내동댕이쳐진다. 할리우드는 진화론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가혹하다는 점에서는 다 같지만 예의와 교양으로 겉치레하는 다른 도시와 달리 로스앤젤레스는 단순한 한 가지 전제 즉 자기에게 도움이 될 때만 그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다는 전제 아래 돌아간다. 사람들은 로스앤젤레스의 그런 문화를 천박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나는 로스앤젤레스의 무자비한 현실성이 나쁘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에 있으면 현실을 똑바로 보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 뉴저지 시민께서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창동 윤종신 개패에서 이런 얘기하는 여자분들 있을꺼아냐. 부산을 가리켜 '옷차림만 조금 괜찮은 분당, 일산, 파주...'
* '유난떨다' 구글 검색결과 순위 심각하게 하락했음
www.facebook.com/notes/spafinale/clinical-demonstration-poem-of-national-team-pushover/445160588850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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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from http://www.mycookingdiary.com/#!1c8N/2EFH/jan/feb/mar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지넷 윈터슨> 도서관에서 책을 한권 대출해서 읽었다. 도서관 근처에 Great Dane이 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한적한 달라스 생활에서 게으른 책읽기의 비중이 그 고도를 유지하는데 약간 격려를 받는 느낌이다. 이 책은 이방인을 다룬 소설이라서 선뜻 읽고 싶었다. 대중의 평판이 훌륭한 소설이다. 휘트브레드 상, 워싱턴 포스트, 람다 북 리포트, 민음사, BBC 드라마! 하지만 정작 읽어보니 그 만큼에 상당하는 즐거움이 조금 덜했다. 왜그런지 이유를 생각해보니 1985년 작품인 것과 함께 다음과 같은 변명들이 있을 것 같다. 지금은 2013년이니까 약 30년전에 씌여진 소설이다.
  첫째 이건 소설보다 영화에 더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면 판타지 장르가 어울릴지 아니면 사실주의 컨셉을 잃지 않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형 언론들의 찬사가 왜 이쪽에서는 안 먹히는건지 뭔가 조금은 슬픈 느낌이다. 둘째 아웃사이더의 내면에 대한 서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레슬링> 얘기와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속에 칼이 든 지팡이', '새총', '엑소시스트' 같은 소재를 더 살렸더래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방인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사례가 수없이 많겠지만 아웃사이더의 실예로 Mark Zuckerberg과 Michael Phelps를 들 수 있다. 마크 주커벅과 마이클 펠프스가 이 얘기를 듣는다면 인상을 찌푸릴지 모르지만 이런 관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들은 둘다 상체에 비해서 다리가 짧다는 핀잔을 많이 듣고 자랐을 것이다. 뭐 이런 사소한 신체적인 특징이 이방인의 기준이 될 수 있냐고 누가 반문할지 모르지만 본인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또 다른 공통점으로 외모에 대한 특징도 저 친구들이 얘기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주커벅은 중국계 미국인과 결혼한 후천적 유명인이고 마이클 펠프스는 올림픽 역사상 개인 통산 다관왕으로 그 기록이 언제 갱신될지 예측하기는 무척 아리송하다. 셋째 소설에 나오는 배경과 주인공, 사건이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독자의 내적자아 혹은 현실적 경험 또는 상황과 직접적인 교집합이 있어야만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뭐랄까 마종기 시인이 쓰는 소설 같다고나 할까. 마종기 시인이 소설을 쓰지는 않겠지만 또 쓴다고 해도 괜찮겠지만 비유가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아름다운 얘기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감탄할만한 비유만 들면서 남을 웃겨줄 수는 없다. 이런 비유는 완전 이상한 비유겠지만 이런 비유도 있다.
  서울에 사는 청년층 가운데 조용필 신곡에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부의 젊은 사람들도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대가족으로 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어울리는 옛날 노래를 선곡하는 상상을 해볼 것이다. 왜냐하면 훌륭한 작품의 공통점은 각기 다른 두 영역의 교차로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Pinterest가 대세인 세상이 아니라 Pinterest도 한 분야의 권세로 정당히 인정해주는 동화같은 2013년 지구의 자전을 벗어나서 사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 Triumvirat - For You
  • Klaatu - Hope
  • Judas Priest - Dreamer Deceiver

  이런 책읽기의 경우는 대체로 번역자의 단문이 훨씬 재미있는 법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릴 적에 함부로 꿈꾸지 마라. 어느 날 그렇게 되어 있는 너를 발견할 것이다." 어린 친구들 가운데서 드물겠지만 장담컨데 분명 옮긴이의 말만 골라 읽는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건 마치 책의 줄거리만 알려고 한다거나 걸어다니는 상식 백과사전 또는 피터드러커식 3년주기 학습법과 비슷하면서도 완전 다른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강 대학교 영문학과와 런던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신 김은정 번역자의 견해와는 완전 다른 메타픽션과 비슷하면서도 이상한 포스트모던 소설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좀더 어린 나이에 읽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 이쯤에서 눈치빠른 어른들은 잽싸게 글쓴이의 의도를 찌릿찌릿 감지했을 것이다. 이런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유머식의 억지로 분량 늘이는 글쓰기는 아무래도 원고마감에 시달리는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멋진 교복을 입는 사립초등학생들보다는 그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강 대학교나 런던 대학교 근처에도 못가본 사람의 하울링을 그분들은 너그러이 이해해주실 것이다) 미국드라마 Unforgettable의 Hyperthymesia(과잉기억증후군, 초기억증후군)와 한국 드라마 출생의 비밀에 나오는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부러워하는 지극히 일반인 범주에 속하는 누군가의 기억력이 1990년 중학교 2학년 견학기 단문 쪽지가 뽑혀서 교실 뒤벽면에 붙여진 것과 1995년 클래식 음악잡지에 애독자 엽서가 당첨된 이후로 극히 정상인 범위에 속하는 지능이라는 사실이 미지의 은하계로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은 달라스의 X-File이다.
  EA 스포츠의 피파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 게임의 초절정 고수들은 개인기를 기가 막히게 잘 쓴다는 것을 말이다. 환상적인 개인기가 빠진 현대축구는 조금은 지루하다. 닥공이란 용어도 우끼지만 재미없는 1등은 김빠진 맥주처럼 좀 심심하니까 일부 축구 애호가들은 보카주니어스:리버플레이트 대전을 프리미어리그 빅매치들보다 더 가치를 높게 매길 것이 분명하다.
  모든 예술작품과 상업제품은 ⓐ만드는 제작진과 ⓑ즐기는 사람이 있다. 그 다음으로 금융 분야의 파생 상품처럼 ⓑ즐기는 사람을 보는 ⓒ관객이 있다. 괜찮은 작품을 고르는 ⓑ즐기는 사람의 안목도 중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관객의 색다른 관점을 잘 집어주는 것이 비서라는 직업인의, 남자라는 인류의, 선험자라는 git의 의무인 것 같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지넷 윈터슨 p.82
수예 선생님은 시력에 문제가 있었다. 선생님은 예상되는 것과 주변 환경에 따라 사물을 인식했다. 사람들은 특정 장소에 있을 때 특정 사물이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언덕에 있다면 양이, 바다라면 물고기가. 만약 슈퍼에 코끼리가 있다면 선생님은 이를 아예 보지 못하거나 존슨 부인으로 착각하고 어묵 얘기나 할 것이다... 문제를 구성하는 것은 사물이나 그 사물이 있는 주변 환경이 아니라, 사물과 환경의 결합이다. 일반적 장소에서의 예기치 않은 어떤 것(우리가 좋아하는 포커 판에 있는 우리가 좋아하는 아줌마), 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일반적인 일(우리가 좋아하는 아주머니 집에서 벌이는 우리가 좋아하는 포커 게임), 엘시 모리스의 거실에서는 나의 견본이 절대적으로 타당하지만 버추 선생의 수예 시간에는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나는 알았다. 버추 선생님은 상황에 맞게 나의 노력을 칭찬하는 상상력을 지니거나, 어떤 것이 상대적 가치뿐 아니라 절대적 가치도 있는지에 관하여 찬반론이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을 만한 선견지명이 있어야 했다. 이를 고려하여 나의 의심스러운 점을 선의로 해석해 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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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http://www.flickr.com/photos/52606832@N03/5347671458/

  도입부 나레이션 없이 막 들어가야겠다. 일단 어떤 대상을 보면 반드시 뭔가가 연상된다. 중요한 무언가 유별난 차이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별거 아니겠지만 이제는 정치인의 어떤 성스러운 의무와도 같은 에네르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일단 Pinterest처럼 막 던져봐야겠다. 다른 분들도 많이 그러시겠지만 스스로도 재수없지만 사소하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SF영화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는 없고 멋드러진 표절을 시도할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되고) 구글링을 7개국어로 완벽하게 완수해서 그야말로 역사상 완전 특출난 이론을 발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동네 산책할 때 세퍼트의 코를 만지작거리면 어마어마한 콧바람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킹크림슨의 에피탑 LP 커버가 생각난다. 거리에서 사람들 의상을 보면 즉시 생각한다. 인터밀란, AS로마, SK, 슈퍼마리오, 얼굴은 성형학적으로 뭐, 향은 녹색 계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단점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비교하고 평가하고 견적내고 들었다 놨다 유니폼도 입혀보고 아이스께기도 해보는 것이다. 앞서 걷는 커플을 보면 당연히 2가지가 떠오른다. 첫째, 내 앞에서 자꾸 여자친구 팬티에 손을 집어 넣을려던 친구의 오른손과 그 뒷모습 둘째, 여자들이 남자 친구 뒷주머니에 왼손을 끼워 넣고 걷는 뒷모습. 노란색과 흰색 조합은 2000년 여름 군대 말년 휴가 나와서 천호동에서 소개팅할 때 입었던 본인 복장이 생각난다. 육교를 보면 (반포역이 생기기 전) 서울 반포역 육교에서 앞서 걷던 여고생의 치마 자락 안 하얀 팬티가 떠오른다. 옆 사람이 뭔 얘기를 하면 들리니까 꼭 들어야 하고 그 순간 차가 지나가면 모델, 컬러, 연식, 번호, 명도, 채도, 견적, 카피라이트, 광고에 나왔던 성우 목소리와 (브랜드) 단어 억양 그리고 운전자 표정과 커플 분위기를 파악함과 동시에 차와 연관된 과거 기억과 영화, 드라마를 떠올려야 한다. 또 동시에 앞서 걷는 사람이 여자일 때는 그 사람의 뒷태도 (이제는) 대놓고 스캔해야 한다. YouTube에서 글렌굴드 음악을 들으면 옛날 어느 겨울에 서울 경기고 근처 걸어가다가 KAWAI 매장 잠깐 구경하고 나갈려할 때 점원 아가씨 대사의 다정한 여운이 생각난다. 자전거를 보면 1991년 동부경찰서 담벼락 옆길에서 자전거 타는 이방인과 부딛힌 여대생의 막연한 낭만을 바라던 얼굴 표정과 목소리가 생각나고 1986년 서울에서 전학온 배우 이기우 닮은 친구도 떠오른다. 또 영화에서 주인공이 책상 밑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서 책상에 머리를 부딧히면 음 20년 전에 그 비슷한 상황이 생각나고 서점에 가면 또 17년전 서점 그 장소, 매끈한 수트를 차려입은 느끼 유부남이 여대생에게 멘트 날리는데 딱 보니 둘이 같은 꽈였던게 생각난다. 축구장에 가면 홈팀과 상대팀 훌리건의 응원방식도 비교해 봐야하고 경기장 안의 모든 소리를 들어야 하고 선수들 가운데 발바닥 드리블을 누가 잘 하나도 눈여겨 봐야 한다.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가 몇대인가 숫자도 세야하고 이동 궤적도 살피면서 속도와 고도도 파악해야 한다. 저번주 배드민턴 치고 나올 때 봤던 여객기 조종사와 실력을 견주어 보는 것도 빠트릴 수 없다. 미국드라마 V에서처럼 UFO가 실제 나타날 것을 예견했다면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멋지게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안해볼 수 없다.
  이건 강아지 또는 일부 사람들과는 동일한 생활 속도와 만성피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그네들 종족들과 축척된(과거와 현재진행) 데이터베이스가 같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쉽고 간단한 일도 잘 모르니까 생각을 해야 한다. 궁금해진다. 호기심이 생긴다. 이건 분명 나이에 걸맞지 않는 행동방식이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노래 제목으로 치면 Hoobastank의 Out of Control이다. 예를 들면 감귤실업의 촌스러운 핸드폰인데 여러개 켜져있는 앱을 끌 수 있는 기능은 없다. 전원을 끄지 않는 이상 말이다. 재미로 얘기하자면 쓰리스타산업 남자 그리고 사과실업 여자와 그냥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모험과 허구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차리리 그들과 비슷하면서 드라마 주인공이나 재외교포 1.5포인트처럼 비교적 뛰어났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사실 뒷태에 대해서는 옛날에 이미 기록했던 것 같지만 시초를 떠올려보면 초등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빠가 군인이셨던 엄마가 옆반 담임이었던 1학기에 반장을 했던 약간 배우 박병은과 박정철을 닮았던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어느날 그 친구가 재미난 일이 있는데 알려주겠다고 급하게 제안을 해왔다. 복도로 따라가보니까 당시 외향적인 성향의 빨간색 바지를 입고 있던 같은 반 여자아이가 뒤돌아서서 친구와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친구가 여자아이의 빨간바지를 잡고 냅다 내렸드니 새하얀 엉덩이가 드러났다. 벨트라인이 고무줄로 된 어린이용 바지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녀석은 이미 혼자서 여러번 테스트하면서 재미를 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자아이는 울었고 나중 선생님께 적당히 꾸중받은 걸로 일단락됐다. 이건 어린이 나이치고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천하장사 강호동 전성기 시절에 필적할만한 악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악력은 되어야만 내가 아닌 남이 그 권위를 인정해줄 수 있고 어디다 명함을 내밀 수 있겠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행위예술을 따라하면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어른들의 고무줄 바지 선호도에 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아이스께끼와는 참 다른 뒷태에 대한 기억이다. 조금은 얼굴이 빨개져야 맞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특작부대에서는 분명 주성치의 성을 주성으로 짱쯔이는 짱쯔로 아는 요원이 있을 것이란 사실 또는 짐작을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 기억에 대한건 재미난걸 고르기 어렵지만 최근 살이 많이 쪄서 칼로리 소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변명이란 누군가를 유쾌하게 띄워주는 해리포터 파생작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인상적인 개꿈은 이런게 있었다. 평상시 없는 능력이랄지 상황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의 기억만을 떠올려서 중편소설 하나를 뚝딱 써낸다거나 또 이런거도 있다. 화장실에서 욕조에 앉아서 마주보면서 친구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친구가 친구인지 적인지 나의 분신인지는 분명치 않다) 집이 애니메이션처럼 회전을 한다. 원심력 때문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그 친구를 잡아 당길려다 반대로 밀어냈는데 상대방은 이상하게 내게 계속 똥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다 깬다. 그래서 그 후로 한참동안 뒷태쪽 통증이 아련하게 이어진다. 저번에 과장 고양이에게 물린 발바닥 통증의 기억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재빠르게 2탄이 이어진 것이다. 기억과 꿈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좀 모냥 빠진다. 그래서 취향과 안목으로 지면을 신출귀몰하게 넘겨야겠다.
  근래 부담감을 덜기 위해서 또는 뭔가 재미난 상상을 원해서 소설을 탐독하고 있다. 흥미도를 기준으로 놓는다면 남자작가보다는 여자작가가, 독불소설보다는 영미소설이 약간 더 재미있다. 그래도 독불소설에서도 괜찮은게 있긴하다.
그리고 퀄러티 요구도 단위로 보면 외국소설보다는 한국소설이, 여자작가 소설보다는 남자작가 소설이 훨씬 높은 수준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취향이고 작가 나이는 젊은 작가의 신선함도 좋지만 조금은 덜 젊은 작가의 원숙미를 선호하는 것 같다. 시? 당연히 출판사와 책 디자인이 중요하고 드라마 기획의도와 같은 책 뒷표지에 씌여진 작가의 말을 무척 주의깊에 들여다 본다. 대가들이 모두 깍쟁이에다 철이 안들어 있지는 않지만 그 범주의 작품을 선호하는 어떤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작가와 작가의 소설 주인공이 다를 수는 있지만 Gender에 대해서라면 그걸 뛰어 넘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 이건 치마를 입는 아가씨들에게 선물하는 숙제다. 책을 빌려서 볼려고 도서관에 들르다보니까 도서관 자료실은 왜 출판사 단위로 책이 진열되면 안되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이거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머리 아프니까 더는 생각하기 싫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
"전시관들이 튼튼하고 계속 무료로 남길 바란다면 사탄의 돈이라도 받아야 한다"

  헌팅시도에 대한 기억은 하나가 생각난다. 2001년쯤일까.. 피부과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과 면담 후 진료비를 계산할려던 상황이었는데 간호사가 입술 화장을 하고 있었다. 막 엄청 이쁘고 매력적이라서 어설픈 멘트를 던진게 아니라 완전 정성스럽게 입술 라인을 세세히 그리는 장면에 뭔가 정신이 홀렸던거 같다. 입술 라인 그리는건 간단히 립글로즈 바르는게 아니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잘 아는 그런 수준이었다.
  TV 얘기로 넘어간다. 이번주에 화신(http://hwasin.sbs.co.kr)을 재미있게 봤는데 중간 부분에 이런 대사를 집어 넣으면 공중파에 나오기 부담스러울지 모르겠다. 

  • 광식이 동생 광태가 김구라에 대한 호의를 얘기할 때 이런 설명문을 먼저 얘기했다면.. "남들은 김구라를 솥뚜껑으로 때리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 김구라가 외국 모델을 이상형으로 얘기한건 이건 Pinterest다. 어차피 만날 수 없고 만나도 말도 안통하니까 여자들이 판타지 영화 좋아하는거랑 똑같다. 그럼 대화를 바로 패스하던가 그 분야로 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세바퀴에서 보여준 이경실의 몸개그가 떠오른다.
  • 윤종신이 김구라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또는 신동엽이 꽁트를 잘 하니까 김구라의 손가락 각도 변화를 꼬집어 주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 예전 고품격 음악방송 라디오스타에서 김영호 대사 완전 빵터졌지. "어디서 삿대질..."

  영리한 어른들은 드라마 대사를 보면 금새 아 뭐뭐 생각나시겠지만 비교대상을 극보다 우리네 현실로 들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채정안: 내가 이런짓을 하는건 아직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야.
이창훈: 사랑하면서 왜 이래?
채정안: 망가뜨려서 가질려구. 남들이 버린걸.

  평생 한번 그런 대사를 읆을 기회가 오는지 또는 상대방이 그 대사를 구사하도록 시간과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라는 유무형 자산을 이끌어내도록 만드는 것도 드라마 대사와 비슷한 성격일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빠가 사주신 항공모함을 조립해서 목욕탕 욕조에서 모터를 틀고 뺑뺑이 도는걸 너무 탐미적으로 신기하게 한참동안이나 바라본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드러내놓고 베끼는 것이 오랫동안 쌓이면 갤러리아 또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살 수 있는 비싼 스폰지와 같이 재능만 흡수한다거나 또는 찬란한 무협 초식처럼 그 고유 대상의 능력과 똑같아지지는 않겠지만 닮아가는건 확실하다. 당연히 다 잘하면 좋겠지. 만약 당신이 소설은 은희경, 에세이는 박현주(어? 거기 Sister 혼잣말 딱걸렸어. 재산은 동명이인 박현주라고?), 시는 하재연.김소연, 외모는 뭐, 코딩은 주커벅, 그림은 Sophie Blackall(구은선님 일러스트도 좋지만...), 비즈니스는 뭐, 스포츠는 구영탄... 이런게 어딨어. 재수없는 판타지아냐. 하지만 척 하다보면 적어도 척키의 두뇌가 골고루 발달될거라는 진단은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은근히 표절하지 말고 밝혀지면 아름답게 인정하고 열심히 흉내낼려고 닮을려고 따라할려고 베끼면서 좋을 기억을 전두엽이라는 신비의 보물상자에 담아가기를 또한 동시에 예쁜 추억을 남에게 선물하기를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포장에 대한 품위는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티아나 햄버거크라제버거는 명확히 비교되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이 변칙성 뉴욕타임즈 법칙과 약간이라도 닮기를 바란다.

휴일의 평화/심보선

오늘은 휴일입니다
오전에는 평화로웠습니다
조카들은 '톰과 제리'를 보았습니다
남동생 내외는 조용히 웃었습니다
여동생은 연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어머니는 아주 조금만 늙으셨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오후 또한 평화롭습니다
둘째 조카가 큰 아빠는 언제 결혼할거야
묻는 걸 보니 이제 이혼을 아나봅니다
첫째 조카가 아버지 영정 앞에
말없이 서 있는 걸 보니 이제 죽음을 아나봅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저녁 내내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부재중 전화가 두 건입니다
아름다운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사랑하는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문득 창밖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허공이라면 뛰어내리고 싶고
구름이라면 뛰어오르고 싶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이토록 평화로운 날은
도무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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