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마종기
정명훈 아저씨의 요리 책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내가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를 확연히 알게 된 것은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진로를 바꾸면서다. 진로를 바꾸면서 나는 프로페셔널 지휘자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제 아마추어라고 생각되자 예전에는 부담스럽기만 했던 피아노 연주가 즐거워졌다. 더 이상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던 발레를 전공하고 업으로 삼고 있는 중견 무용수는 아마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최신 가요의 안무를 거의 한번에 따라할 것 같다. 바이올린 독주자가 작곡과 대학생의 괜찮은 작품을 쉽게 초견만으로 읊어버리는 것처럼. 별로 얻을 게 없다는 듯이. (실제 못따라하거나 싫어하거나 두번정도이거나 이건 제쳐두고, 잘모르겠고)
지인(?)이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지만 어느 지인의 취미는 최신곡 안무익히기같다. 익히기는 좀 그렇고 안무 즐기기 또는 따라하기 쯤.. 고풍스럽고 우아하거나 고상한 취미는 아니지만 게다가 본인 나이의 1/2쯤의 소년소녀들에게 어울릴만한 그것이지만 그와는 다른 어떤 무언가가 있다.
이 무언가를 잘 설명을 못하겠기에 또 사는데서 느끼는 조급함과 그 삶의 속도에 따른 불안감을 진정시키려 시를 읽고 있다. 쬐금만큼이고 틈틈이 그러하지만~ 그저 그렇게 삶은 즐기면서 사는 것인가 보다. 원J 또는 투J와 무도회장에 다니던 가보았던 기억이 어렴풋하다ㅋ(내가 상상하던 무도회장은 요한 시트라우스 2세의 음악이 넘실거리는 곳이었음)
어느 하나를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그 이상 변치않고 좋아한다거나 그런 감정은 옆에 가만히 놔두고서 그 자세를 오래오래 유지하는 건 참 아름다운 모습인 것 같다. 일을 그렇게 평생을 사랑하듯이 한다거나 자기 자신이나 다른 이를 향해 또 그러한다거나 하는. 낮에 꿈나라로 떠나느라 잠 않오던 어느 날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