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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언제던가 친구랑 어느 후미진 바에 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바텐더한테 물어봤다. 걔가 영문학 전공이라길래. 그런데 무슨 어느 예술가의 초상 몇 페이지도 모르고. 최소한의 꽃말 뜻도 모르고. 게다가 지저스의 러시아어 발성은 물론 렉서스가 지저스 발음 따라하기인지 아닌지도 몰라. (흑백TV 자체가 나쁘단 말이 아니라 짝퉁─가짜─쓰레기─다큐멘터리 채널 안에서의 제한된 삶이란 게 뭐 어떻다는 뜻. 어색한 발음은 말 그대로 불편이랄지 멈칫~하지 않으면 거짓말이니까. 흉내내고 베끼기에서 멈출 건가. 아니면 모방하고 모작 학습도 착실히 거쳐서 내 스타일을 만들건가. 그건 더없이 중요하니까. 전공은 그냥 전공이고 인생도 어찌 될지 모름).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그냥 막 무식이 철철 드러나네? 하긴 드라마나 영화로만 봤지 실제 자기 입으로 어떻게 성스러운 낱말인 동시에 상스러운 욕(!)일 수도 있는 관용어를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입에 담아보지 못했는데? 허허 그럼 말 다 했지. 100퍼센트 원주민 정신. 그럼. 말 다 한 거라고! 여자는 고운 머리카락을 넘겨 이마를 드러내야 어쩐다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명대사를 그녀가 기억한다고? 기억은 해 기억은 한다고. 그런데 멋진 남자 앞에만 가면 긴장 되고, 일기장에 쓰는 화술이라고는 오늘 어떤 얘기를 들었다 누가 나한테 표정이 많다고 했다 머머했다 머머했다 머머했다. 그러니까 기억은 하겠지요. 그처럼 그 당시 나는 반짝반짝 아부하는 딸랑딸랑 소리와 깡통 소리가 진짜로 옆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단골왈,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제 오페라를 봤어요~> 라는 대사를 바리톤처럼 읊어도. 그래도 웃는 게 왠지 어색할지도 모를 그녀. 단지 테너의 목소리에만 꺼뻑 넘어가는 그녀. 그런 숙녀들이 있긴 있을 테니까 그녀들은 그렇게나 만나기를 바란다. 누구를?
    첫째, 뭘 좀 아는 남자.
    둘째, 말이 통하는 남자,
    셋째, 뭐 하나 흠 잡을 것 없는 남자.
    단, 그런 남자가 날 추종하며 꽃 들고 기다리고 따라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자긴 입만 열면 백치미면서 왜 내 주위에는 순전히 단춧구멍들 뿐이야, 라면서 투정하는 그녀. 물론 단둘이 있을 땐 그렇게 말해야 정상. 본심이자 솔직한 마음이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 당연히 난 단지 그녀들 심정과 진심과 사심을 그저 전달했을 뿐. 그렇지만 인지상정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낯선 타인들에게 내가 괜히 미안해.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고. 내 창작이 아니라 듣고 보고 겪은 세상사를 고스란히 전했을 뿐인데. 듣고 공감하며 이해한 내용을, 단지 그녀들의 착한 의식과 서정적인 정서를 그저 그대로 옮겼을 뿐. (물론 그건 남자도 동격! 야 야 떴어 떴어 2시 방향 2시 방향. 뭐 어디 어디? 어...디... 이 자식이...!)
    그런데 또 웃긴 게 뭐냐면 그녀들은 단춧구멍 뭐라 뭐라 그랬으면서 못생긴 강사가 떠드는 동기부여 부흥회로 우르르르 몰려가. 허상뿐인 모래성처럼 유명인이 멍청하면 멍청할수록 인기 있어. 못 생기면 못 생길수록 선심성이고. 게다가 그분들이 하는 말이 뭐냐, 자기가 최고래. 심지어 빨빨거리는 동기부여를 듣고보니, 아가씨들 싫어하는 그 뭐야, 유부남의 유들유들함과 한량의 뺀질뺀질함과 그 흔한 동네 아저씨 가운데 어떤 끈적끈적함. 더더군다나 관능적인 마담의 축축한 분위기와 고혹적인 직업 여성의 뭔가를 놔버린 눈빛과도 일맥상통. 아아 (절레절레)! 허당들 얘길 잘 들어보면 내용이 이상해. 브랜드들 발음도 이상해. 유전자는 98퍼센트 일치하겠지만. (그 2퍼센트가 무슨 차이인가를 모르면 유인원─원시인─야만인─식인종─문명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모르게 됨. 구분도 못하고 내 주제도 모르게 됨. 늑대─들개─하이에나─늑대인간─흡혈귀의 차이점을 모른다면 인종차별이든 노예처럼 주종 관계던, 인간 취급을 못 받아도 싼 상황을 감수할 수도 있음. 그럼 금수 취급을 받아도 애교임. 인간의 타고난 사고방식은 절대로 바뀌지 않음. 갓난아기 때 이민을 가건 이민자 가정 2.0~2.5에서 성장한 100퍼센트 원주민이건 미세한 차이가 있음. 씨와 밭 모두 중요하나 피는 속일 수 없고, 씨는 거짓말을 못함. 안 그래도 인간의 말은 대부분 뻥) 뿐만 아니라 저런 어떤 남자는 트럭으로 갖다 줘도 나는 싫다라는 둥 뭐라는 둥. 단짝이랑 그런 주제로 그냥 수시로 수다꽃을 피웠으면서, 어? 또 나중 보면 무섭게 생긴 가죽점퍼한테 넘어가서 미녀와 야수 영화를 찍어. 참 나~ 뭐야 그게? 어? 뭐냐고! 그분들 가운데 훌륭하신 위인들도 부지기수지만, 그녀들 장점도 결코 만만치 않지만. 그렇지만 잠깐 흉보는 시간 좀 갖자면─흉보는 정도는 친함의 척도니까─그녀들도 남자들처럼 일관성과 객관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오히려 주관이 단단하지 않고 마음이 흔들리고 변하고 쏠리면서 파도처럼 요동친다고. 그녀의 사랑관, 그녀의 전적! 전자와 후자를 사실적으로 비교해 볼까, 비교해보지 말까? 숙녀의 사랑론을 일기장에 쓰는 건 아름다운데, 그런데 가만 보면 일단 말할 때 핸드폰에 글 쓸 때 기초적인 문법부터 틀려. 신조어와 줄임말 그런 게 아니라 기본적인 문법조차 몰라. 헷갈린다고. 그런 말과 속마음은 또 달라. 자기도 자길 잘 모르기 일쑤.
    그짝-그녀들의 남자들도 그래. 사정은 비슷비슷. 솔직히 따져서 촌닭&뱁새면서 파랑새&팔색조가 부러우면서 부럽지 않다 그래. 넌 뭐 얼마나 잘났냐 그러면서 제비 친구를 보고서도 그래. <사둔 남 말 하시네. 넌 별로야 내가 최고야! 우리가 최고야! 아니면 모두 최하!>. 무명 뿐만 아니라 유명인도 그래. 독수리─재규어─개구리─치타를 따라하기 바쁘면서, 다비드가 물 반 고기 반인 무대에 또 의젓하게 등장해.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도 중요하지만. 그게 아니라 여자들 세계에서 1군-2군의 법칙처럼. 집단주의의 장점도 무수하지만 겉으론 개인주의를 신봉하면서 그런 건 절대로 포기 못해. 뭐를 포기 못하냐고? 구시대적─봉건적─보수적─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허세지수, 꼰대지수, 수컷의 서열, 특급 자존심, 이기는 비교와 오빠라는 포근함에 미쳐버림과 동시에 지는 비교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으면서 비교 자체가 싫다 하고. 그런 허풍쟁이가 만나는 그녀도 그래. 허영심 지수로 또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해. 터놓고 말해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사랑을 뭘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성잡지2식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그건 사랑보다는 낭만적인 연애 단지 그것뿐이라고. 앞서 열거한 이상적인 남자의 조건인 <첫째─둘째─셋째>. 그거 다 충족되어도 지갑이 텅텅 비면 끝. 딱 끝. 안녕 잘가라. 다시는 보지 말자. 이제 우리는 남남이다.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그녀의 마음을 보며 플라토닉에 대한 꿈을 키우기는 힘들지 않나. 사랑이란 찐한 사랑이니까. 그러면 사랑은 과연, 있을까? 있겠지 왜 없겠나. 단지 아름답고 고귀하며 꿈결처럼 환상적이기가 다소 어려워서 그렇지. 있다. 있을 것이다. 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진짜로.





    2

    여자 세계의 이상한 불문율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그녀들 세계에서는 뭔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다른 말로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왜냐하면 우정은 사랑과 똑같은 거니까.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는데 누군가 심하게 뭘 모른 채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한다? 아직 고착화되지 않은 친교를 서투르게 뽐낸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여자 세계의 1군-2군 법칙처럼 어떤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탄탄한 정치적 과정을 거치고 착실히 입지를 다져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친한 척이라고? 반응은 이렇다.
   「쟤 뭐야~!」
   「얘 뭐래~!」
   「(말없이 분위기 세~해짐)」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애초에 <알아서 적당히 좀 나대자> 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던가. 또는 미리미리 친해지던가, 다수의 인정을 받던가. 여자 세계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의 경우라는 게 있다. 얘들아 우리 친하게 지내자 라는 둥 갑자기 친한 척! 우정은 사랑과 똑같거든요. 사람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불문율 위반이라고. 1군보다 성적 매력이 떨어지지도 않고. 오히려 1군보다 훨씬 착할 수도 있고. 재밌지 않다, 말이 안 통한다, 끌리지 않는다, 그런 말이 아니라고. 그렇게나 고아하고 순진무구한 존재가 동년배 사이에서 첫째 1군인가 2군인가 분간 자체를 꺼려했고, 둘째 동년배 사이에서 5살 같은 행동이 (일부분) 반복됐다는 점. 그거 옐로카드 아닌가. 센터링-코너킥-프리킥으로 최적의 공간에 축구공을 올리면, 기가 막히게 세터가 토스를 하면. 응? 그런데 매번 파울홈런! 그녀들의 불문율은 장난이 아닐 텐데. 응? 그거다. 바로 그거라고. 아닌 게 아니라 바로 그거라니까. 왠지 모르게 싫어도 대부분 그러지 않나.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설사 싫어도 존중이 먼저고, 너는 너 나는 나고. 무엇보다 그녀들은 남자보다 단합이 잘 되지 않냔 말이다. 그러니 불문율 같은 건 응당 지켜야지. 이 역시 당연하게도 흔한 예는 아님. (절반쯤 비슷한 예이긴 한데 기왕 말 나온 김에 언급하자면 이렇다. 선발&중견주자권에서 허접하고 흔하디 흔한 마이너급 정도가 후발주자권에서 위세 부리는 유명세. 그것도 이런 경우와 절반쯤 흡사하다. 인지도와 선호도가 비례하지 않는 쉬운 예.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겉은 어른인데 속은 응애응애라니까.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닌데. 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다시 그 위에 하는 놈 있다고. 그래서 틈새시장을 노린 유명인의 멍청한 2세조차 덩달아 유명세를 누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예도 드물지 않음. 왜 마초들이 TV보며 뭐라뭐라 채널 돌리고 저런 허접한 뭐라뭐라, 다 그러는 이유가 있음. 오락산업의 흥망성쇠로 보자면 예의 찾고 체면 차리며 져주고 그랬다가는 국물도 구경하기 힘든 세상. 그러니까 2류든 3류든 그분들이 그냥 막 아무 데나 막 들이댐. <칼럼: 잘난 척>에서 구분했듯, 왜 능글맞은 얘기를 동네 아저씨가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지 분석했듯. 그처럼 어떤 분들은 '낄끼빠빠'도 없고, 나 먹고 살기 바쁘다면서 막 들이댐. 군침 흘리는 개떼들처럼 막 들이댐. 탐스런 먹잇감을 본 하이에나처럼 부끄러움과 상도덕이고 뭐고 자시고 막 들이댐. 다 차려진 잣치상이건 안 차려진 밥상이건. 숟가락만 들고서 거지처럼 막 들이댐. 생긴 것도 개상에 말상에 동물처럼 생겼고. 설레설레!)

  • 얘 얘 우리 친하게 지내자 + OK = 친구!
  • 나 너 마음에 들어 +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 우정!
  • 낭자 아름답소 나의 구애를 받아주오 + 못이긴 척 승낙 = 사귀기 1일! (아직 사랑까지는 아니고. 시작도 전에 너무 너무 좋아서 어떻게 그 남자를 꼬실까 궁리하는 사랑이 있는 반면. 사귀어 가면서 그 남자를 사랑할 것인가 말 것인가. 판별하는 순박한 연정도 있으니까).

    이처럼 만인의 공인과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자연스러운 친교. 곧 궁짝이 맞아야 함.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와 같은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여자 세계에서 누군가 2군이 필요 이상 빨빨거리며 나댄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며 설친다? 선을 그을 땐 그어야 한다. 평소에는 다정하고 언제나 착하지만,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한다. 십대가 5살처럼 행동해 보시라! 그걸 누가 받아줄까! 소생이? 그대가? 그걸 도대체 누가 받아주냐고. 그걸 받느니 피하는 게 상책.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관습이 어딨나.  「나는 우리 반에서 (그대 이름)가 (1인자 즉 인기반장 이름) 다음으로 제일 웃겨. 걔 빼면 늬가 제일로 재밌어.」  ~라는 평판이 밑바탕이 된다면 그래도 된다. 여자들 세계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누구나 받아준다. 그래도 된다고. (참고로 필자는 중1때의 이 버릇 때문에 초4때 어떤 대가를 치렀음. 허나 치른 건 치른 거고. 우리는 끝까지 간다. 우리는 원래 그러니까. 딴 이유, 뭐가 필요해. 그런데 그 끝이 도대체 어디냐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무턱대고. 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다짜고짜 얘들아~ 뭐하자. 막 그냥 얘들아~ 놀자. 얘들아 얘들아~ 뭐뭐하지 않을래? (············분위기 얼음············) 쟤 뭐래~! 쟤 뭐니? 그렇게 된다. 그렇게 된다고.
    사적으론 그렇고. 좀 더 넓은 의미로 물이 변한다? 구성원 비율이 심하게 변한다? 넷 중 하나이기 마련.
    첫째, 특별한 이탈없이 각자 끼리끼리. (무난)
    둘째, 누가 해도 한다. (늬가 하든 내가 하든. 오늘 하던 내일 하던. 적당히 하자...... 라며 제지함)
    셋째, 이직. 이사. 탈퇴. 창단. 전업. 전향. 개종. 전근. (깔끔)
    넷째, 홍해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처럼 다수는 그녀를 피함. (효과음)
    넷째의 경우처럼 피하게 되는 사례 역시 이처럼 구분된다.

  1. 예1: 인종차별 뭐라고 할 테니까 충고할 수 없을 때. 그럼 끼리끼리 으쌰으쌰 피할 수 밖에.
  2. 예2: 최고급 사립초등학교 모녀회에 옆문으로 겨우 들어온 사례. 급이 안되거나 품위가 어울리지 않으면 피할 수 밖에. 아님 스스로 중도 이탈. 또는 튕겨나가도록 유도. 애들처럼 눈치 주겠나 어쩌겠나.
  3. 예3: 1~7리그가 아니라 단위 자체를 옮긴 유학 같은 경우. <친하자 + 노땡큐 = 결렬 / 친해도 되니 + 까짓껏 그러자 = 우정>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물량공세를 펼칠 때. 내가 편입생이니까 친해질려고 술 사고, 밥 사고, 커피 사고 등등. 1번이 아니라 계속 그냥 술 사고, 밥 사고, 커피 사고! 덧치페이랄지 좀 여유있는 친구가 2배 3배 부담하는 일종의 비율이란 게 있는데 그게 무너질 때. 그걸 말로 해주긴 뭐하고. 말을 해 줘서 결과가 좋으면 되는데. 그런데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기도 어렵거니와, 듣는 당사자도 기분이 결코 좋을 리는 없음. 받은 만큼의 반틈 정도를 돌려주기도 옹삭하고 그러기도 싫고. 결론은 피하는 거 밖에 없음.

    남자는 선봉을 잡고 주동을 하면, 그걸 봐 준다. 공정한 기회를 주고 평가를 받어서 공인을 받던가 무시 받던가. 여자 세계의 불문율처럼 딱 제지하는 일이 드문 반면 남자 세계에서는 으쌰으쌰해서 다음 날 약속장소에 갔는데, 나 혼자 밖에 없는 일도 있음. 그외, 드물게 남자 세계에서도 홍해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처럼 다수가 소수를 피하는 사례도 있다. 가령,

  1. 피곤한 스타일. 즉 야 야 떴어 떴어, 딴 데 봐 딴 데 봐, 고개 숙여 고개 숙여 모른 척해 모른 척해!
  2. 한 단위 안에 이질적인 소수 단위가 함께 있을 때. (큰 예는 TV 뉴스에 나오는 정치 문제. 작은 예는 부대1 안에 부대2가 파견되어 생활하는 경우. 작은 예는 보통 사이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간혹 최소한의 격의에 대한 생각이 서로 차이가 클 때 발생함. 40~50명 소대 편성 내부반에 타부대 5명이 파견. 그런데 양쪽 주장끼리 늬 공간 내 공간등 사소한 견해 차이가 발생? 5명이 뜨면 홍해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연출됨. 40~50명 소대의 주장 명령에 39명은 따라야 하니까. 농구를 하던 축구를 하던 타부대원이 출연한다? 모세의 기적처럼 홍해가 갈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싹 다 숨어버림. 이렇게 신기한 현상이 발생한 건 A부대 40명의 주장과 B부대 5명의 주장간 불화가 원인. A부대 40명의 주장이 직접이든 아니면 말을 전해들었건. 5명의 주장이 관례 위반에 대해서 40명 주장이든 고위급한테 고급스럽게 넌지시 말하겠나.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긴말 필요 있나. 아니다. 딱 아니다. 당연히 간접화법이 아니라 직설적으로 짧게, 딱! 응? 간결하게! 뭐, 그렇다고? 그렇게 곧 바로 모세의 기적은 현실이 됐다. 여기서 애매한 게 뭐냐면 누가 박힌 돌인가임. 인원으로 보면 다수가 주인이나 주둔지 잔류 기간으로 보면 소수가 주인. 쉽게 말해 A부대 40명, B부대 5명, C부대 1명. 그렇게 각각 소속이 다른 인원이 공동 생활. 당연히 수직적 계급제와 수평적 호형호제 관계가 공존됨. 정체성 기준이 단일되지 않은 사례는 스파르타식 다단계 회사에서도 겪었다. 이를 테면 산전 수전 다 겪었다고 하지만 수박 겉 핥기식이었을 뿐 (겸손한 척)! 넘어가고. 오히려 B부대 5명과 C부대 1명은 만년 붙박이요─B부대원도 은행원처럼 틈틈히 개별 교체되고─A부대는 전체가 6개월~1년 주기로 교체됨. 서술자는 B부대 1인자였지만 말년이기 때문에 주장은 막역한 1달차에게 이임. 더군다나 따돌림 현상이 발생한 후, 본인과 거기 터줏대감이었던 C부대 1명과는 오래 알고 지냈고 친했는데. 그런데 단박에 서먹서먹 못 본 체 자연스럽게 절교하게 됐음. 그 기분도 참으로 기묘하던만. 청량함보다 일종의 더러운 기분. 지식은 알면서 모른 척하면 분별력이 높다는 증명이라도 된다. 변별심에 따라 격조도 높아지고, 안목의 논증도 된다. 비겁쟁이 같은 본 체 만 체도 인생을 알게 되면 다 나름 꼰대지수도 절실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듯. 허나, 알면서 알은 체하지 않음을 겪어보면 거 참, 기분이 심하게 곤혹스러운 법. (싫증났다 어쩐다 라며 맺고 끊는 깔끔한 이별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으라는 듯 뒷모습이 애매한 사랑의 마지막도 비슷한 얘기) 여자들 편들어주고 어쩌고 그거도 아니고, 참 내. 그게 다 똑-똑-똑 노크 때문에 빚어진 일. 지금껏 노크 없이 문을 벌컥 열었던 전례는 처음. 걔가 서열 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음. 우리 업무공간은 엄연히 군사 금지구역이니만큼, 똑똑똑 노크가 예의였는데 뜬금없이 무례함 발생. 사춘기 애도 아니고, 웃기지도 재밌지도 않은 일화는 그게 다였음. 결론은 이렇다. 이론으로 보든 통계로 보든 A부대 말년 병장의 햄버거병 사례라는 것. 상기 예는 단일 인종권에서 발생한 일로 매우 매우 드문 사례임. 이거 1개 소재만 가지고도 장편소설 하나와 시네마 1편 뚝딱 가능. 이게 만약 단일 인종 100퍼센트가 아니라고 가정해 본다면 그거다. <부커상 문호를 개방하라 개방하라, 콩구르상 우리 주라 우리한테 넘겨라>. 그거다. 딱 그거라고. 진짜로 문호를 개방해보시라, 하루아침에 뭔판되는 거 시간 문제. 그래서 컬러 TV 잔치니 뭐니 시끄럽고. 그래서 다른 프로 종목은 평등한 반면, 간혹 아마추어 펜싱 종목은 텃새가 오진 일도 드물게 발생한게 된다.
    (──────잠시 주제를 벗어나서──────소주제: 프로와 아마추어. 프로냐 아마추어냐에 따라 관례가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종목에 따라 다르고. 테니스채 VS 벌레 잡는 전기장 테니스채일 수도 있고. 레슬링 VS 프로 레슬링처럼 일종의 롤스로이스 구매허가증이 필요할 수도 있고. 중학교 축구팀이 고등학교 축구팀을 이기기도 하고. 종목에 따라 점수차가 근소하게 나는 종목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한 일임에 틀림없다. 스포츠에 철저하고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야 옳은데 뭔가 잘못. 오히려 예술은 선심이요 스포츠는 텃새. 그게 반대로 되어야 정상이거늘. 사교-사랑은 잘 하면서 엄한 걸 반대로. 상업이야 눈먼 돈 가져가기니까 그건 빼고라도. 중견주자에 비해 선발주자권의 어떤 비애도 없을 수가 없다. 99퍼센트를 우리가 다 만들어놨는데. 그런데 가만 보면 점점 갈수록 우리는 신부들러리요 오늘도 물개박수. 국가 위에 있는 유럽연합의 의회 의석 다툼하는 거랑 밥그릇 싸움하는 거. 중견&후발자자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니까 당연할 뿐──────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어쨌든 A부대 말년 병장의 오판. A부대 주장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경우는 당시 경험상 딱 1번 봤음. 분명히 레임덕의 최악 경우임. 이 예시도 말년 병장 사람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그분의 삐딱한 오기, 즉 여자들 불문율 위배처럼 햄버거병이 원인. 연예인병이야 멍석 깔아지고, 과정이자, 광대 본분이며, 자연스런 증상일 뿐. 그런데 이건... 뭐 아무튼 좀 그렇다. 좀 그래. 모래시계형과 고슴도치가 살살 기면서 꼬리치며 굽히고 들어올 때, 아아~ 께름직! 또 그분들이 위에서 권위적으로 꽉꽉 누를 때. 오오~ 쭈삣! 그렇긴 해도 그분들도 나름 사람 좋고 중간은 가고. 하여간에 교육적 드라마나 장르 영화에서라면 이때 기분을 모범적으로 그리겠지만. 하지만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도망가 도망가>의 주인공이 되고 보니. 정작 걔가 나이고 보니, 것 참 기분 묘하데~! 응? 그걸 딱히 뭐라 설명하기는 애매하고. 당시 사실만 말하자면 우리 5명끼리는 웃고, 좋아했으며, 즐겼다. 아무렇지 않았음. 그 아저씨도 참 유치하지. 아니 어떻게 속좁아도 정도가 있지, 그럴 생각을 했을까. 그러니까 우정은 추접스럽고 사랑은 간지러운 건가. 삥발이 시절 고생했고 군기 센 거 아는데. 당시 우리보다 더 고생한 거도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시내도 아니고(여자 비하에 성차별이 아니라). 수줍은 처녀도 아니고. 유치해도 그렇게 유치했을 수가. 꽉 막히기로 내 친구와 내기해도 될 만한 재목감이었어 그래. 그처럼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현재를 살았음. 꼭 인터넷에서 여초(여성비율이 압도적) 사이트에 상남자가 출연하면 물고기들이 다들 피하 듯, 스스로 알아서 우릴 특급 조연 만들어주겠다는데? 그런데 우리라고 마다하겠나 거부하겠나. 노땡큐가 아니라 OK였음. 꼬마들처럼 잘 지내봅시다 라면서 협상을 하겠나 어쩌겠나. 그래서 당시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오늘을 즐겼음. 지금 생각하면 소꿉장난도 아니고, 으으윽 오그라들어. 청춘의 방황을 그린 연애소설과 청소년 드라마? 시시하던가 재미없던가 하찮던가. 어쩌다 재밌기도 하고. 우리는 판타지 영화를 보면 간질간질 가렵던가 쿨쿨 잠을 자던가. 둘 중 하나다. 아니 그걸 어떻게? (절레절레)! 내내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영화를 어떻게 꾹 참고 처음부터 끝까지 봐? 여자친구가 혹시라도 물어볼지도 모르니까 집에서 구간 당기기로 본다면 또 모를까. 뭔 생선 같은 놈 나와서 여자랑 연애하는 이야기도 영화라고. ~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러나 우리는 어중간한 거 딱 질색. 부드럽고 포근하며 다정하고 자상한 거? 글쎄요 글쎄요! 로맨틱한 이국적 정서와 고상한 휴가와 세련된 소풍? 우리는 쑥스럽고 겸연쩍은 거 못한다. 우리의 기조는 언제나 으쌰으쌰! 그렇다면 그녀의 귓가에 살살 불어넣었던 그 뭐야, 마음을 녹여주는 듯한 감언이설은 다 뭐냐고? 뭐겠어, 다 뻥이지. 다 뻥! 모두 뻥. 사랑도 뻥 행복도 뻥. 요리하고 집안 일 거드는 게 재밌다고? 먹기도 치우기도 귀찮은데 뭐 미쳤다고 코털을 깎아!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법. 최고로 탐스런 먹잇감이 나타나면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따라서 우리는 대충 살자파. 친구를 만나면 으쌰으쌰. 친한 웨이터 이름은 막살자. 좋아하는 명대사는, 뭐가 어쩌고 어째! 에잇 '우리는'화법도 재미없다 재미없어. 아무튼 농담이고.)






    3

    그런데 넌 또 뭐야? 가서 번호표 뽑고 기다려.
    넌 뭔데? 가서 병아리반에서나 놀아.
    뭐 너구리? 꺼져!
    얼룩말, 필요없어!
    뭐 토끼? 토끼구멍에서 나왔으면 시계 토끼나 찾아가세요, 여기가 어디라고.
    어라~ 쥐까지? 쥐구멍에 볕 들 날이나 기다리셔!
    그렇다고 기린께서 납시셨네? 서커스단이나 알아봐 인마!
    코끼리, 가서 치즈나 더 먹고 와.
    눈표범은 어떠냐구요? 넌 가서 골목대장 놀이나 더 해.
    바다표범, 넌 부르지도 않았는데 오면 어떡해?
    주제 파악 못하는 하마? 어디다 그 못생긴 얼굴을 들이밀어!
    뭐 딱따구리는 괜찮지 않냐고, 머리카락 뽑히고 싶어 아님 수염 뽑히고 싶어? 아님 밑에?
    두둥~ 미녀 1-2-3-4-5-6-7? 흐흠 보자, 화장발─조명발─사진발─화면발─3미터 밖에서만 이뻐─유행가야 뭐야 3분 보니까 질리네─왕눈이라고 무조건 좋은 줄 아셔, 징그럽잖아 비율이 안 맞다고! 외계인이야 뭐야? 흐흠. 허허. 엄선하고 엄선하고 또 엄선했다라······ 얼굴 고쳤네. 우리 가게 에이스라, 멍청해 착하지 않아 속셈 뻔하잖아 아 글쎄 뒷모습만 이쁘면 뭐하냐고. 애첩으로 이만하면 손색없는 거 아닙니까? 똑같이 생긴 애 오늘 7명에, 비슷하게 생긴 여자는 셀 수 없이 봤어. 뭐 더티러브?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래...!
    ~라는 심한 투정과 비꼰 불만을 GIF파일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나올 때 아동의 울분처럼 표현해 봤는데. 그건 일단 그렇다 치고. 인생이란 그 냉소를 어떻게 표출하는가일 수도 있다지만. 그걸 장작으로 쓸까 계단으로 삼을까 그럴 수도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소관이니까, 따라서 응석은 이렇듯 칼럼으로써 월간지 인기 하락시킬 게 아니라 일기장에나 쓰자.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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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는 사랑관. 그 사랑관이 미덕으로 알려져 문학적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사랑관과 <나는 어떻게 사랑했고, 어찌 어찌 사랑 받았다>라는 사실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뭐, 완전 딴판이라고? 워─워─워. 쉬─쉬─쉬) 그 둘이 적절히 조화롭기를 바라나 삶이란 예상과 꽤나 다른 법이니까. 인생이 어디 내 맘대로 유유히 흘러가던가요? 일단 그건 그거고. 대체로 사랑이라면 숙녀는 멜로드라마풍을 선호하실 테고. 또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여성잡지2식일 수도 있다. 어쩌면 주로 여성잡지1식이 대부분이고. 여자는 유혹술이요 남자는 (친구끼리 사랑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는 거 아니라는 점) 일관되고. 그런 반면 특별히 개인적인 경우도 있다. 가령,
   「저는 1번이면 끝이에요.」
    그런데 재밌는 게 뭐냐면 내 선언은 오해에 의해 깨질 수도 있다는 것. 고로 그 1번에 0이 대체 몇 개 더해질지. 어떻게 심화될지. 무슨 괴물이 탄생할지. 인간이 과연 그 어떤 값을 치러야 할지는. 그건 인간들이 기계에 코딩값을 입력한 결과값일 뿐이라는 점. 간과하면 안된다. 잊어서도 안된다. 테니스 같은 스포츠야 규칙이라는 게 있으니까, 따라서 공 1개가 네트 너머로 1번 넘어왔으면 압승을 하던 매치포인트로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펼치건. 그러므로 공이 1개 넘어왔으면 똑같이 테니스공 1개가 역으로 넘어갈 뿐. 응? 핑~퐁! 궁짝이 맞고 주거니 받거니. 그런데 그게 테니스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했던 모종의 승부라면, 그걸 테니스처럼 간편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매우 곤란하다. 아주 아주 난처하다. 상심에 실망에 절망과 파멸과 멸망이든 뭐든 완전 섭섭하게 된다. 비겁하게 입만 살아서 뒤에서 꼼지락꼼지락하지 말고, 목숨을 걸어라! 정면승부를 피하지 마시라! 제 눈을 피하지 마세요, 우리, 건배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잔 합시다! ~라는 예시도 있지 않나.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첫째, 러시안 룰렛 게임.
    둘째, 치킨 게임(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게임으로, 차를 몰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치킨. 즉 겁쟁이로 취급 받음).
    셋째, (영화 제목) 스타워즈.
    판타지와 만화영화는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왜 그걸 모를까. 무얼 상상하든 상상 이상이라는 둥 뭐라는 둥. 입만 열면 뻥이면서. 어? 빈말 아니면 뻥. 아니면 그건 어제 얘기. 내 사생활은 그렇게나 애지중지 포장하면서, 관음증이 없는 것도 아니고. 행위예술의 '행'자는 아실랑가 몰라. 나는 어떻게든 남한테 잘 보이고 싶고, 내가 꼭 헐뜯을려는 의도는 없었을지언정 내 눈썰미에 타인의 단점은 고스란히 돋보이고. 남자가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듯, 짝사랑 받기라는 신비감에 그녀들은 꺼뻑 쓰러지는 게 정상.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본능은 전부 가졌으면서. 그러면서 아닌 척. 착한 척. 잘난 척. 아는 척. 모른 척. 입질 보고. 방관할 건가 편승할 건가 계산하고. 선동은 드라마에서나 보면 그만. 그렇다고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또 몹시 서운해할 꺼면서! 뭐가 나올지 모름 자판기 이거 완전 엉망진창 아니야, 이런 젠장, 막 그러면서 언제 그랬냐는듯 슥~하니 나도 모르게 오늘도 그 앞에 있어. 이게 뭡니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들고 일어섭시다 여러분~ 자, 돌격 앞으로! 그래서 돌격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 밖에 없어! 다 어디갔냐고. 그것이 문명의 과정이든 유행에 따른 폐해던. 어떤 자연현상은 인간이 또는 게임기와 리모콘을 쥐고 있는 당사자, 곧 극소수 경영진이 주문한 점이라는 점.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안 그러면 곧바로 마녀사냥과 노예제도와 초야권이 지당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니까.
    참고로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기. ~라는 주제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우리, 계산은 확실히 하자고요. 역할은 뚜렷히 나누자 그 말임. 자,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옛날 또 다른 단짝이 우군을 요청한 일, 너무 너무 우려먹었지만 또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없구만 그래. 당시! 친구가 연적을 만나러 가자면서 하필 꺼벙한 날 대동함. 학과에서 유명한 단짝이었으니까. 그렇게 1 대 2로 카페에서 만나게 됨. 창밖이 드넓은 2층 카페였음. 물론 난 그냥 병풍. 내가 뭔 말을 하겠나. 그처럼 특정 사건에 대해서 원탁의 기사가 아니시면 빠지시고! 나머지는 뭘 어째도 다 좋으나. 그러나 딱 뭐─뭐─뭐에 대해서는 빠지시고. 입이 근질근질하시건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시건 빠져주세요. 딱 빠져주시라구요. 순위쟁탈전이건 패자부활전이건 합당한 상대가 나서야 할 자리. 우리가 아무나 맞짱을 뜰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네? 안 그러나요? 우리가 뭐 미친놈도 아니고요, 네? 아무나 붙잡고 그럴 수는 없는 거잖소.
   「야(형씨. 선생. 김형. 자기야. 삼촌. 당숙)! 나랑 한 판 떠!」
    떠? 뜨긴 뭘 떠! 우리가 물개박수 치는 펭귄도 아니고. 개나 소나 자기가 진정한 펭귄이라며 코끼리한테 도전장을 내밀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유? 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 그렇게 얼굴이 두껍지 않구먼유. 네. 시방 다른 사람한테는 다 져도 친구한테 뭘로든 다 져도, 지금 말하는 주제 만큼은 내 주제를 알아야 하는 거구먼유. 우리가 사람이라면 말이에유. 금수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말이에유. 아무리 후줄근하고 비리비리해 보여도 뭘 좀 알고 껴듭시다 그려. 허허.
    저 1번의 환상이 대체 어떻게 파국에 이르렀나 느껴보지 않으셨음, 응당 빠지는 게 예의. 일단 그거 먼저. 지옥불을 보여주면 못할 말도 없음. 못볼 걸 보면, 못할 일도 없음. 한다면 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라는 상황이 있으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도 있다. 내가 그걸 왜 책임져야 하는데? 그건 드라마 대사 듣기로 만족하기. 그러니까 사정 모르시면 딱 빠지시고. 주인공 아니시면 딱 빠져주시고. 아니면 당신께서 본인 발언에 목숨을 거시든가! 둘 중 하나만 하시라고요. 하나만. 오, 제발! 남의 다리만 긁지 말고. 피나도 날마다 피나니까. 귀에서 피나고 다리에서 피나고. 둘 중 하나만 하시라고요. 네? 닥치고 공격, 이라는 슬로건은 잘 알면서. 그러면서 진짜를 모르면 안됨. 오늘도 가짜 내일도 가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뻥 뻥 또 뻥. 아니 어떻게? 아 진짜 이거 정말 완전~ 오래 오래 기다렸구먼유. 안 그래유? 정말로 무진장 기다렸구먼유. 아 글쎄 목 빠지는 줄 알았구먼유~. 반갑지유? 그러지유? 이 반격 참 많이 많이 참았당께 그러요. 안 그래유? 참말로 미치고 환장하고자시고 돌아버리는 줄 알았구먼유. 허허. 12년 기다리니까 마침내 유치하게 파고드셨구만유~. 어쨌든 이어가서,
    치밀한 각본이니 맹렬한 작전이니 뭐니 그 섬세함의 극치를 이루는 수싸움도 모른 체─바쁜 척─싫어─좋아─해─말어─짜증나─뚜껑 열려─아 빡쳐. 피타고라스의 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입각해서 환상머신은 움직이지, 그냥 얼렁뚱땅 즉흥적으로 막 나대는 거 아니다. 절대 절대 절대로 아니다. 그게 삐리한 런닝머신이든 허접한 거짓말 판별기건 뭐건. 또는 구질구질한 (이름만) 환상머신이건. 그 법칙을 위배해서는 안된다. 어길 수도 없고, 모른 체하면 비겁자요 실패한 마법사이자 꺼벙한 삐에로가 된다. 누군 뭐 이상한 시선 받는 게 그 얼마나 좋은 줄 아시나? 누군 뭐 연예인병 안 걸려본 줄 아시나? 햄버거병 걸려보는 게 소원인 사람들 쑤두룩하겠지만 일단은. 나 잘났다고 얼마나 자랑하고 싶은 줄 아시나? 누군 뭐 겸손한 척할 줄 모르나, 아님 선생 그다지 겸양 떠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좀 뻔뻔해지세요. 아 물 들어왔으니 노를 저으시라구요. ~라는 감언이설로 웨이트레스 구워삶을 줄 몰라서 이러나. 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웃기지 말라 그래. 싹 다 몽땅 다 조롱은 허당 대회에나 가서 하시고. 식상한 뻥은 지나가던 개한테나 시험해보시고. 가짜는 집어치우고. 아 쫌! 옛날에 따라하기는 내 인생 최고의 취미였다는 둥 뭐라는 둥, 그러면서 자랑질 좀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난 당시 그랬다. TV 드라마에서 불을 붙이는 장면. 화 나니까. 화가 나니까. 참아야 하는 게 있고, 참아서는 안되는 게 있는데. 당시에는 후자였으니까. 참지 았았다. 아아~ 어쩜 이게 끝인가? 라는 생각도 언뜻 스쳤고. 다행히 결과는 어땠고. 넘어가서.
    1번이면 끝이라고? 그게 사랑일까? 그럴까? 그게 과연 사랑이라면 증명하면 그뿐. 무엇을?
   「전 달라요!」를. 





    2

    「전 달라요!」 라는 인상적인 고백 장면. 처음 만나자마자 들었던 가슴 뭉클한 시간이 기억난다. 그렇다고 하던 얘기가 있으니 코끝이 찡하고 눈물샘이 자극받는 거는 다음으로 미루자.
    대하드라마 뺨 치는 작전은 인정하나. 고급스러운 합심은 마땅히 특급이라며 환호하겠으나. 어디까지나 주제가 사랑이건 뭐건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인 법. 네? 아마추어 = 아마추어. 애쓴다 애써! 그런 사랑이라면 정중히 사양하겠음. 본인 스스로 썩 꺼지고 어서 포기하겠음. 애걸복걸하지 않을 테니까 질퍽하게 꼴사나운 방정 떨지 않을 테니까, 그런 사랑은 어서 가져가주세요. 제발요 제발요. 필요없음. 사절 딱 사절. 액면이 뭔 줄 알았으면 이제 속이 시원하시다면 그런 사랑 다시 수거해가셔도 말리지 않겠음. 바지 끄댕이를 내가 왜 잡어? 어? 사랑이 뭐 그래? 그게 사랑이라고? 그렇다고? 참 나. 긴말하지 맙시다 그려.
    사랑은 일방적으로 하는 행위도 아니고, 지나치게 비정상적이어서도 안되는 것. 대부분의 사랑은 짝사랑 아니면 그냥 유행가 가사 같은 것. 야생마 같은 사랑은 거의 없고, 죄다 경주마 같은 사랑 일색. 그러면서 낮에는 수다 3시간이요 밤에는 삼류 나이트클럽. 본인이 근사한 숙녀의 적극적인 구애를 작게나마 받아보는 행운을 누렸단 걸 자랑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남자가 일방적으로 쫓아다니고, 꽃 들고 기다리며, 매달리고 매달리고 또 매달려서 이루어지는 구애. 즉 의전식 사랑. 남자가 그걸 근사치로 이해할 수는 없다. 헤아려 추론할 수는 있으나 좀처럼 어렵다. 호박 터미널이네 뭐네 단짝 많기로 상중하에서 상은 되네, 그처럼 다정하게 여자 마음을 추측은 하겠으나. 즉, 화장하고 거울보고 오빠 오빠 오빠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그 생활을 평생 지속해보지 않은 남자로써는 일종의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여자로써 그런 경험을 겪어보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런데 남자로써 어제를 돌아보자면 그와 매우 흡사한 경험이 딱 1번 있었다. 그외 사랑과 우정에서 1.5정도쯤 후보군은 모두 호탕하게 생략하고서라도. 바로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던 어떤 종교인. 친구들과 즐겁게 하교하던 중 애들이 그거 보고 웃으면서 뭐라뭐라. 또 있다. 옛날 단짝과 한 회사에서 일할 때 남자의 배짱 두둑한 구애를 아마도 못 받아봤을 경리 아가씨. 쉽게 말해 찬밥 더운밥 가리기 쫌 뭐했던 그녀.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솔직히 터놓고 말해서, 단아하고 착하고 나름 귀엽고 그런데, 튄다거나 매력적이라거나 어쨌다거나 뭐 아무튼. 그래. 솔직히 착하지만 좀 못생겼음. 한 사무실에서 얼굴을 자주 보니 정 드는 건 몰라도 익숙해지게 될, 그녀는 정식 경리 아가씨요 내 친구는 프리랜서. 그런데 그녀가 내 친구인 단짝의 정식 고백을 딱 잘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 단칼에 거절. 그러나 뻔트는 뻔트. 단짝 우정은 아니면 말고. 응? 아니면 말고. 나는 걔 보며 야 마왕, 걔는 내게 미스터 말! 잘들 노네 잘들 놀아. 그런데.
    사랑이란 무엇이다 라는 기준선에 대해 기억나는 건 또 하나 있다. 예전에 살사 댄스를 배우던 때. 나름 교습과 별개로 독학이 좋아지던 시절. 최고로 마음에 드는 댄서 2명을 골라 유튜브 동영상을 여럿 다운로드. (우리는 최고 아니면 상대 안함. 뭐? 윽! 완전 오그라들어. 우웩~! 그렇지만 꼿히면 끝을 보는 어른들, 적지 않다는 건 엄연한 사실. 딱 어느 단계까지 라는 목표 설정과 관계없이 객관적 사실은 거짓말할 수 없는 거고) 동영상 재생. 데스크탑 컴퓨터로 재생 속도를 현저히 느리게 해서 재생. 딱 독학으로 습득할 만한 기술만 토막내서 학습. 즉 5초─10초─15초 정도 영상을 느리게 재생한 후, 그걸 핸드폰으로 동영상 찍기. 그렇게 제2의 짤을 만들어 독학하며 핸드폰에 저장. 그렇게 댄스장에서 실전에 써먹는 방법이 꽤나 유효했다. 흉내내기라면 (뻥 좀 치자면) 자신 있으니까 그 방법을 검색해서 알게 된 건 아니고. 딱 보니 대충 속도만 늦추면 나도 될 꺼 같아서. 물론 나중 박자가 귀에 잘 안 들어오니까, 따라서 나중 기술은 습득해도 음악을 매트로놈식 박자에 맞춰 즐기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다른 사정도 있고 해서 그만 두게 됐음. 요컨대 이건 명백히 피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당시에 말이다. 댄스 가수가 안무를 완벽히 외워서 무대에 설 수는 있는데, 노력으로 외운 안무를 음악보다 빨리 또는 늦게 마치면. 그럼 그건 또 어떻게 얘깃거리도 되고 어떻게든 된다. 그런데 이야~ 이 까다로운 박자라... 왜 TV에서 젊은 가수가 자긴 예전에 흑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랬는지, 알 듯 모를 듯 바로 그런 이치다. 곧 당시 배우던 살사 댄스. 주시안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할 만한 매력이 있냐 없냐, 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많냐 적냐, 여유가 있냐 없냐? 없다. 따라서 깔끔하게 포기! 메트로놈이란 기초 없이 독학으로 어느 능선까지 도달할 수야 있다지만. 계산기 두드릴 필요도 없이 팔짜 생각도 해야 하니까. 군대에서도 선임과 헬스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눴던 게 기억난다. 어느 단계까지 올라가면 적당히 유지만 시켜주면 된다, 그럼 그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얼마나 시간을 투입해야 하냐. 어쩌고저쩌고. 뭐 아무튼 그만 두기 전 한참 무도장에 다니던 때. 어느 날 필자는 남자 선생님한테 물어봤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이 영상 꽤 괜찮은데, 이거 어떻게 해야 여자분이 편안히 그 기술을 받을까요?」
    라고 물었다. 동영상을 보여드리며. 그걸 보시고서 대번에 그분왈.
   「이거(이 기술) 받아줄 여자 보스턴(지구?)에 없어요. 남자가 리드하는 대로 여자가 춤을 추는 건 맞지만, 이렇게 어려운 걸 받는 여자가 어디 흔한가요. (단, 1명도 없습니다)」
    아마도 사랑은 그런 것 아닐까? 그렇든 아니든. 내 생각만 하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사랑은 변하지 않나! 결정적으로 처음이(처음만?) 신나지 않나? 너와 내가 사랑의 기준과 아름다움과 소망이 같기는 힘들지 않냔 말이다. 알고 보면 속마음과 호르몬과 DNA까지 일관되며, 이승에서 그리고 다음생에도 그 다음생에도 영원히 낭군님만을 사랑하겠다는. 바로 그런 거친 야생마 같은 사랑을 하는 숙녀. 과연 우리 주위에 몇 분이나 계실까? 그러면서 사랑이란?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아니면 사랑은, 없어? 내 남자 비전 없으면 하루아침에 등 돌릴 꺼면서. 어떻게든 내가 평생 먹여살려서라도 이 남자는 영원히 내 꺼다, 라는 사랑이 어디 흔하냐고. 그게 촌년식 사랑이든 토마스 하디식 사랑이든. 그런데 또 가만 보면, 사랑이 인생의 전부래! 속으로 뭔 생각을 하시는지, 구태여 우리가 알아야 할까? 구애를 받아들이는 기준선이 낮든 높든. 사귀면서 연인을 알아가며 그 사랑을 영원히 지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판단한다는 소녀감성.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도 나름 모순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처럼 인간은 어제도 증명하고, 오늘도 실천하며, 내일도 연구에 골몰할 것이다. 어제의 연애와 오늘의 사랑은 같기 힘들다는 걸. 왜냐하면, 왜냐하면은 뭐가 왜냐하면이야! 그냥 원래 그런 거지. 모순으로 가득찬 존재인데 몸만 현대에 있으면 뭐하냐고. 응? 감히!





    3

    PS. 끝으로. 특정 극소수에게만 한말씀. 특정 극소수를 제외하신 분께서는 오해하지 마시고.
   「체급이고 리그고자시고. 하나마나 쓸데없는 얘기긴 허지만서두. 말을 안할 수가 없구만유. 시방 이거 건배사에유 뭐에유, 네? 질 수야 없지! 아 맞다. "떡~!"도 있네. 개─소─말─여우─고양이─족제비─늑대─돼지─닭─오리... 녀석들이야 걔네들끼리 싸우건 지지고 볶건, 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건. 뭘 허든 말이 되잖소? 그렇잖소? 그런데. 그런데 애시당초 번짓수부터 틀렸다~ 이 말이란 말이오. 예? 촌년인가 파랑새인가는 몰라도. 그럴랑가 몰라도 개 대 개새가 게임이 되유? 아님 말 대 말새는유! 아 육식동물 (딱)! 그럼 치타 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역할들은유? 뭐 늬가 감히 내 친구 마음 아프게 하네 두고 보자, 응애응애 삐악삐악 꼬끼오꼬꼬댁 짹짹 짹짹짹? 웃기고 자빠졌네. 감히? 웃기지 말라그래. 어? 져주고 져주고 또 져주니까 누굴 바보로 아시나? 누구? 꺼져! 뭐 쨰? 시끄럽다 그래. 쟨 또 뭐야? 야, 닥쳐! 넌 또 뭐야? 너도 꺼져! 지금 장난해? 어? 뭐 물총 대 세차기 물샷이야? 무슨 정전기 대 화염방사기냐고. 인형극에서 날개 달린 복장 입고서 물개박수 받으니까, 진짜인 줄 아니나 본데. 냉수 먹고 속 차리셔. 파리가 (몸짓) 손을 비비는 거랑 흑심이 여심을 눈독들이며 손을 비비는 거랑, 구분 안돼? 진짜 안돼? 그래? 그런 거야? 오, 재밌는데! 정말 그러네? 완전 웃기네? 마음은 며칠 쫄딱 굶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싶은데, 먼저 고백하진 못하겠고. 어떻게 고백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좀 녀석을 어떻게 하진 못하겠고. 그렇다고 어떻게 좀 한번 해볼까 라는 듯한 마음을 품어도 괜찮은 여자로 보일 수는 없고. 조신해 보여야 하고, 헤픈 여자로 보이면 안되고. 진퇴양난. 설마 나 갖기는 오면 마다하진 않겠는데, 남 주기는 싫고? 뭐야? 남자랑 똑같잖아? 가는 여자 붙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는다! 남자나 여자나. 남자는 말할 수 있어, 저 여자 환장합니다 라고. 그런데 여자는 말 못해, 그 남자가 좋아서 미칠 것만 같다고. 그녀들끼리는 알지 잘 알지. 껄떡이니 뭐니 라는 걸. 뿐만 아니라 하다 하다 남자친구가 뚜껑 열려서 그 오빠 하드디스크 까게 만들고. 삼자대면에서 한마디 슥~ 흘리는 건 일말의 양심일까, 아니면 서열식 우정일까, 그도 아님 입장 정리일까. 삼자대면에서 그녀들이 좋아했던 오빠 즉 3인자의 면은 뭐가 되고. 그놈이 그놈이다 라는 진리의 증명일까. 그걸 눈치가 있어야 하는지 아닌지, 남자가 구애를 참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뭘 좀 아는 남자면 그럼 정말 안되는 건가? 그런가? 알고 봤더니 어떤 남자는 질투의 화신이 아니라, 질투심 받기의 화신이요 여자들 승부욕 자극하기의 황제구만 그래. 그놈의 호승심이 무슨 마법도 대단한 신비도 아닐 텐데, 원. 뭐 아무튼 귀여워서 놀아줬더니, 뭐. 뭐라구유? 그러니까 여자들 세계에서 나대고 나서고 빨빨거리며 나대도 괜찮은 여자와 아닌 여자로 딱 2분화 되는 거 아니겠시유? 그걸 모르는 여자는 거의 0에 수렴한다는 걸, 굳이 꼭 말로 확인이 필요하냐 그 말이에유. 안 그래유? 다만 그 2분법에서 난 받아들일 수 없다, 난 불복한다 라면서 2부 리그로 만족하는 친구가 있으면. 또 1부 리그로 훌쩍 뛰어넘는 친구도 있겠지유? 그렇지유? 클라우드 9인지 아틀라스가 좋긴 좋은께유. 그래 봐야 2군은 만년 2군이겠지만유. 그건 남자도 똑같구먼유. 왜 내가 촌닭이냐, 넌 뭐 얼마나 잘났냐? 사둔 남말 하시네~ 그러면서 농담을 진담으로 받는 뱁새. 최선을 다해서 호박이 피해가는 남자처럼 여자들도 똑같구먼유. 암탉이니 암캐니 그처럼 어감이 조금 상스런 낱말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주관적 감정을 완벽히 제거한 채 객관적인 이성으로만 따져서 논리적 2분법으로 구분하자면, 제비─파랑새─팔색조가 아닌 이상 얼굴이 길어져야 정상이겠지유. 안 그래유?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뭐? 왜 내가 촌년이냐 늬까짓 게 뭔데, 라면서 토라지고 인정 못하고 상심하는 (불)여우.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그러나 사실은 사실. 아 남자랑 여자는 똑같다니깨유. 안 그래유? 지는 비교를 포함해서 촌닭&뱁새가 싫어하는 몇몇 사항이 있듯이 여자도 똑같단 말이에유. 안 그래유? 허세지수처럼 허영심 지수가 훤히 보이는데 그걸 어찌 모른대유? 저 2분법에서 1군인지 2군인지 헷갈려서, 인정 못해서, 주제 모른 채 2군이 나대다가 따질 꺼 따지는 1군을 비롯해 암묵적으로 뒷짐 진 전체에게, 실망해서 토라진 2군. 육성 고백은 물론이고 (미니홈피) 일기장 몇 글짜 읽어보면 어찌 모를 수 있대유? 컴퓨터 성격 분석 대번에 눈치채지 못헐 꺼 같어유? 어림 없시유. 어림 없단 말이에유. 그러게 왜 그랬시유, 네? 왜 그랬냔 말이유? 그러게 진즉 기회 줬을 때, 좋게 좋게 잘 해줬을 때, 속아주고 져주고 또 속아주고 져주고. 그랬을 때 정신 차렸어야지유. 안 그래유? 그 어떤 정신분석학자라도 그걸로 따지면 저랑 붙어봐서 자웅을 겨뤄봐야 하는 거구먼유. 어림 없시유. 어림 반푼어치도 없시유. 얄짤 없다구유. 먼지도 못추리구먼유. 뻔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에유? 그게 뭐냐구유? 지 부인 이쁘다니까 진짜 이쁜 줄 알고서 허세지수 100으로 폭등하는 촌닭이랑 뭐가 다르냔 말에유? 안 그래유? 저 2분법에서 1군인지 2군인지 헷갈려서, 인정 못해서, 주제 모른 채 나대다가. 도저히 못 참겠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내 그 꼴만큼은 못보겠다. ~라며 할 말 참지 못하고 속 시원하게 해버렸던 1군인지 2군인지. 따질 꺼 따져서 따끔한 한마디 내뱉었던, 얼굴도 뭣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숙녀. 그런 일침을 1군이 허든 2군이 허든, 여자들은 참고 있는 거지 할 말 하구먼유.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닝께유. 누가 해도 하구먼유. 안 그래유? 우리는, 모든 걸 기억하지 않고서는 못 살구먼유. 댁은 안그러슈? 그녀 마음까지 정녕, 충분히 공감허시지 못하시는 거에유? 그런 거에유? 증말이유? 어른들끼리 그러지 말게유. 안 그래유? 능글맞게 이게 뭐에유? 안 그래유? 여자들 중에 그거 모른 사람 있으면 나와 보시라요. 당차게, 자신있게, 대차게 나와보시래요. 그분께서 현역 파이터건 뭐건 지랑 한판 뜹시다. 아 그래야쥬. 그래야 말이 되쥬. 안 그래유? 뭘 좀 알고나 나댑시다 그려. 그거 정말 모르는 숙녀분 계시유, 안계시유? 있으면 나와보시라고요. 서슴없이 나와보시라고요. 네? 나오란다고 진짜 나왔냐느니 뭐라느니. 그렇게 시건방떨지 않겠다고요. 네? 그러니. 내 시원하게~, 아조 그냥 통쾌하게, 어? 글쎄 화끈하게 져 드릴께. 져-드린다고! 져-드린다고요. 네? 지가 눈치 하나는 참 빠르구먼유. 딱 보고 눈치 까서 져드리는 거.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아마도 있겠지만. 아 맞다. 본인이 맡아야 할 굴레를 또 자기 남자친구를 대신 내보내는 악녀도 계시지. 그 무슨 톨스토이의 악처도 아니고, 참. 지가 눈썰미 하나는 귀신 같이 비상허다니께유. 네? 믿어봐유. 후회허지 않는당께 그러시네. 분위기 딱 보자마자 스턴트맨 뺨 치도록 진짜처럼 져드린당께요. 샤우트 창법 좋아하시잖아요. 편드는 거 싫지 않잖아요. 한술 더 뜨는 거, 원하시지 않습니까? 지르는 거 바로 지금이라니까요. 앞뒤 볼 거 뭐 있어요. 면마저 구기진 않는다는 말이 아니고, 응? 속고 지고 망가지고 말리며 감겨서, 더럽고 어렵고 힘든 일은 죄다 도맡아서, 고로 그대를 진정으로 세상 사람 모두에게 공주 대접 받도록 만들어드린다니까요? 네? 다른 건 몰라도 이 눈치 하나는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딱 그냥... 아후! 아 답답해 보여드릴 수도 없고. 아니 말 나온김에 보여드려? 갈까요? 이왕 말 나왔으니, (몸짓)? 아무튼, 나중에 아쉬워하시지 마시고. 자, 와요 와요. 오세요 오세요. 오시라구요. 네? 허허. 어째 아직도 약간 부족허다 요만큼~ 부족허다? 그런다? 그래유? 왜, 좀 더 깐족? 그래드려? 약간만 더 깐죽? 그래드려? 자, 보자. 말하자면 여자는 못하는 게 없다, 그러나 제대로 하는 거도 없다. ~라던가? 아님 북어와 여편네는 이틀에 한번씩 때려야 한다라던가. 통화만 했다 하면 지 할 말만 하고 갑자기 뚝 끊어, 지 마누라구먼유? (이제 슬슬 들어올 때가 됐는데~ 살살 입질이 올 꺼도 같은데. 미끼를 바꿔 끼워? 아니야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거즘 뚜껑이 열릴 때가 됐는데. 거의 다 왔는데. 혹시 뚜껑 일체형이야 뭐야? 아닌데. 안에서 지금 바쁠텐데. 마음은 열광인데 주동자를 맡기엔 체면이 걸리고. 그래도 커피포트가 적어도 단합 하나 만큼은 끝내주는 거 아는데~. 안 그래도 헤어드라이어 아주 그냥 응집될 만큼 열이 응집됐는데. 거의 다 왔어. 거의 거의 정말 거의 진짜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일단 탐스런 열매를 따먹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거의 왔어 거의 왔다고. 결승점은 바로 코앞) 여자 양치기인가, 아니면 희대의 새가슴인가. 설마, 짝가슴? 에잇 아니야. 아니라고. 무슨 짝궁둥이를 여기서 왜 찾아? 어쨌든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나? 죄다 훈수꾼 밖에 보이질 않고. 전적을 보아하니 (몸짓) 와 이거 이거 순 난봉꾼 아니야? 그래 놓고 지가 무슨, 좌우지간. 딴길로 빠지지 말고. 빼도 박도 못할 만큼 확실한 절호의 찬스! (딱) 쉭──쉭──쉭! 아 들어올 거요 말 거요? 둘 중 하나, 결정하시오. 카운트다운 그런 건 세지 맙시다. 촌스럽게 그 무슨! 번호표 뽑는 기계는 내 껀데, 댁 아니면 큰손이 없겠소 믿는 구석이 없겠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큰손이라면 사양하겠소이다. 거 무슨, 에잇! 걱정 붙들어매시라니까 그러시네. 져드린다고. 네? 손해볼 거 없는데 뭐가 걱정이요. 안 그래유? 착각해도 된다니까요 패는 떴고, 액면 좋고, 분위기는 더 좋고. 오래오래 기다렸고 입질 확실하고 제대로 걸렸고. 게다가 대물. 심지어 쥐락펴락. 하물며 안전빵. 하다못해 기성복 사랑 만물상과 맞춤복 행복 백화점까지 다 되는데? 기막힌 이상이요 끝짱나는 황홀경. 아 그럼 승부 걸어야죠. 승부사가 뭐 별건가유? 해결사가 따로 있는 줄 아세유? 그래유, 안 그래유? 잃을 거도 없잖소. 안 그래유? 더더군다나 패배주의께서 애타게 이겨주라는데, 애걸복걸 눌러달라는데 그럼 살포시 이겨드려야지. 뭔 말이 더 필요허요? 지 그렇게 독한 년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덜렁덜렁 고추 달렸다고요. 져주는 거 전문, 네? 설마 아직도 조마조마? 요만큼~ 부족해서 결심이 간당간당? 그러나 탐욕은 뜨겁고. 욕망은 불타고. 선망은 벌렁벌렁? 천우일우의 기회, 잡은 놈이 장땡이란 말이오. 놓치면 바보. 망설이면 국물도 없죠. 관망하다 늦게 들어가 봐요. 수염을 잡았는데 그 뒤는 대머리랑께요. 왜들 그러시나. 허허허. <귀엽다 귀엽다 이쁘다 이쁘다>와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전자와 후자가 같지 않다 다르다 정도는 알은 체해야 아는 거 아니겠슈? 그래야 된다, 그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그거 모르는 거유, 아님 모른 체하는 거유? 안 그래유?
    휴~~~!
    져주는 것도 정말 벅차구먼유. 아주 그냥 신물이 나는구만유. 뻔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거에유 뭐에요? 지가 무슨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라는 말을 들어도 꾹 참는 벤치멤버인 줄 아셨시유? 그랬시유? <야, 우익수. 가서 초코렛이나 팔아라(구단 회사가 파는 주력 상품). 늬가 무슨 야구선수냐. 늬가 선수면 나는 명예의 전당 할아버지다. 늬가 내 대신 회사 출근하고 내가 그 자리 차지하자. 하는 거 보니 야 야. 웃기지도 않는다. 무슨 코메디언도 아니고 참 나!>. 제가 그런 말 들어도 꾹꾹~ 참고 또 참아야 할 퇴물 취급 받는 그 뭐야, 왕년에 한가락 했던 반짝 스타인 줄 아셨나본디! 번짓수 틀려도 한참 틀렸구먼유. 네? 아 글씨 브랜드니 마케팅이니 분화의 법칙도 몰라유? 그래유? 모두들 통합을 들먹이지만, 정작 벌어지는 상황은 정반대라고. 팔색조와 제비가 보이니 좋은 먹잇감이다, 야 야 떴어 떴어 드디여 떴어. 마침내 떴어. 딱 걸렸어. 아아 오래 진짜 진짜 오래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네. 좋았어. 옳커니! 딱 떴어. 쟤는 넘어올 수 밖에 없어. 어떻게 안 넘어오고 지가 배겨? TV+비디오. TV+라디오. 컴퓨터+냉장고. 비행기+자동차. 보트+승용차. 세탁기+시계+라디오. 거의 유일하게 핸드폰 정도를 빼고 나머지는 다 쇼구먼유. 안 그래유? 처음에만 들뜨는 법이라구유. 아시겠시유? <남자 + 여자 = 사랑>이다? 에이~ 잘 아시면서!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라는 거. 우리끼리 그 정도를 모른 체하지는 맙시다 그려. 안 그렇소?
    (절레절레)!
    (물론 고맙고 사랑스러우며 예찬 일색의 감언과 칭송은 일단 빼놓고. 그건 전부 빼놓고. 그와 별개로. 딱 따로. 1 대 1이든 1 대 다든 정산할 뭔가에 대해서만 그 주제만 주야장천 그냥 막.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앉으나 서나 오직 그 주제만 가지고 말하자면 이렇다는 것. 특정 극소수가 아니신 분께서는 부디 곡해하시지 마시기를. 이건 어디까지나 끼리끼리 우리끼리 따질, 따져야 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니까요)
     끝까지 이길려고 드네? 귀엽다고 놀아주니까 만만한 줄 아시네. 응? 머리꼭대기 위로 올라서려 하시네? 어? 그러나. 어깨는 얼마든지 내어주겠으나. 재롱은 그쯤에서. 이성적인 논리든 엉뚱한 감성이든. 너넨 나한테 안된다니까 그러네. 예? 아 안된다니까요. 네? 애원이든 뭐든 망가지는 역할 얼마든지 맡아드리겠지만. 그렇지만 노력이야 가상하고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마음, 변치 않기를 바라지만. 네? 속아는 드릴께! 네? 속아는 드린다고. 댁들두 참말로 끈질긴 거 하나는 알아줘야겠구만 그래. 허허.」





    4

    (또) PS. 그런데 앞서 논한 여자의 습성. 즉 그 뭔가에 대해서 만큼은 결코 인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는 그 불문율이 도대체 뭔가. 아직도 그걸 몰라 애달파하시는 몇몇 분이 계시니. 하여 노파심에서 살짝만 부언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딱히 구체적으로 정의하기에 애처로운, 그녀들만의 불문율. 과연 그 불문율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그건 바로 이런 상황을 일컫는다. 즉, 매사 재미없고 주로 더 재미없고 언제나 분위기 축 쳐진 우리 반.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제아무리 심심할지언정 비호감이 스타 엠씨처럼 원맨쇼를? 본 듯 만 듯, 알은 체 만 체, 유야무야일 수도 있는데. 그런데 다른 건 다 봐도 그것(꼴)만큼은 못본다는 게 뭔지는. 바로 숙녀와 독대해서 살며시 여쭤보면 된다. 그러면 된다. 어려울 거 없다. 그러면 속 시원하게 알게 된다. 여자들이 진정 꼴보기 싫어하는 게 뭔지는 정작 당사자인 여성분 말씀에 귀 기울이면 된다고. 그러면 알게 된다. 그게 정녕 무엇인지를.
    그런데 내 옆에 여자가 없고, 있어도 순해빠졌으며, 친한 여-바텐더도 뭘 좀 모른다? 그런다? 그럼 TV를 보면 된다. 인기리에 절찬 방영중인 코메디쇼! 거기 엠씨가 누군가. 그래. (딱)! 바로 그 자리에 퍽 애매하신 엠씨감을 앉혀본다는 상상을 하면 된다. 유난떨고 나대며 재수없는 그 누군가를 거기 앉혀본 상상을 하면 된다고. 그런데 꼴불견이 공상이 아니라 현실? 그녀들은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짜증남을 제지하는 것뿐. 반론은 매우 합리적이다. 그러니까 그처럼 인기리에 절찬 방영중인 코메디쇼에 잘나가는 엠씨를 특집이라 치고 잠시 휴가 보낸 다음, 말도 안되는 짜증맨을 거기 앉혀본다라...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음······) 그거다. 그거라고. 그 프로그램 종영되는 건 시간 문제.
    그래도~ 남자는 리모콘으로 채널만 돌리면 그만. 이따금 한소리할 수도 있지만, 썩 중요하지도 않고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음. 내가 뭐하러? 관심 없음. 내가 왜 거기다 정신력을 낭비해야 하는데! 어? 내가 뭐 미쳤다고 내 한정된 에너지를 거기다 낭비하냐고. 그렇다. 반면 여자는! 응? 여자는! 여자는 할 말 한다니까 그러네요. 네? 남자는 신경 끈 채 너는 너 나는 나.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끼리끼리 으쌰으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너는 최고 나는 지존. 설령 대상이 여자일지언정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차이면 말고. 내가 왜 거기다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그거다. 응? 그러나 여자는! 왜 여자들은 단합이 잘되고, 동시에 (이따금) 앞에서는 친한데 따로 비화와 할 말이 많고, 만나면 수다 3시간에 헤어질 때 그럴까. 우리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라나 뭐라나. 뭐? 뭐라고? 뭐여? 뭐냐고! 그럼 그 3시간 동안 대체 뭔 얘기를 한 거야? 어? 네? 그런데, 3시간이면 양반이라구요? (독려. 몸짓. 손짓. 다독임. 인정) 맙소사 세상에나! 그분 성직자에 수도승이 따로 없구만 그래. 성자가 따로 없네 그려. 이미 벌써 득도를 하셨구만유. 해도 여러번 하셨어. 허허. 허허 글쎄나. 허허.
    어쨌든 남자는 그렇고 여자는. 여자는 너가 하냐 내가 하냐, 오늘 하냐 내일 하냐. 단지 그 차이뿐. 시청률이건 완성도건 얼빵한 그놈이 엠씨를? 한마디로 남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 주인공 명대사처럼, 내 알 바 아니요. 하지만 여자는? 누가 해도 할 말은 하게 된다, 가 정답이다. 그거다. 그거라고. 응? 바로 그거라니까. 짜증나는 (비호감 남자) 코메디언이 가터벨트 입고서 코메디쇼를 진행하는데, 뚜껑 열리지 않으면 그건 여자가 아니다. 방송 개편상 어쩔 수 없이 그런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방송사고처럼 비호감이 녹화장에 느닷없이 난입해서 <내가 최고야>라고 깽판 부리는 일. 학교에서 2군이 필요 이상 드넓게 친한 척이요 폭넓게 리더가 되려했을 때. 그런데도 뚜껑 열리지 않으면 그건 여자가 아니다. 그녀들 세계의 규칙은 1군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2군도 어디부터 어디까지. 그게 불문율이니까. 다 차려진 잔칫상에 숟가락 올리기든 뭐든 절차와 순서라는 게 있으니까. 2군은 저변과 인정이라는 수순을 먼저 닦아야 하니까. 그거 생략한 체 얘들아 신나게 놀고 춤추고 노래하자? 노노노노노. 남자도 똑같다. 우정 3인방. 원래는 콤비였는데 이방인 1명이 후순위로 뛰어들어 얼렁뚱땅 트리오 결성. 삼각형이 역삼각형이 될려나 보네, 난 넘버쓰리? 원정경기인 줄도 모르고 3번이 필요 이상 나서면 촌닭 또는 뱁새, 둘 중 하나는 참지 못한다. 그걸 늬가 왜 하냐면서! 그런데 그건 셋이 친한 거고. 지금 설명하는 여자들 세계의 불문율은 한 반의 인기부장이자 분위기 메이커요 일종의 리더 그룹은 딱 딱 정해져 있는데. 설쳐도 괜찮은 애가 설치는 게 아니라. 뭔 뚱딴지인지 뭔지 뜬금없이, 갑자기 친한 척. 누가 됐든 너가 하든 내가 하든, 누군가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거. 바로 이거다. 아무리 착한 그녀들일지라도 쟤 뭐야, 왜 갑자기 친한 척 잘난 척이야? 속으로 그래야 정상이니까. 밑도 끝도 없이, 우리 놀자, 우리 친하게 지내자? 노노노노노노노! 안 그러면, 그게 어디 여잔가? 어? 그게 여잔가? 그건 달랑달랑 고추 달린 남자다. 부러움이 벌렁벌렁도 아니고 아무렇지 않으면, 그건 여자가, 아닌 것이다. 그처럼 남자들 성격 유형처럼 여자들도 다 나름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프로 보자면 대략 30세를 기점으로 친구가 나중 0쪽으로 수렴되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참 이상한 게 뭐냐면 여자도 모래시계형 성격이 있다는 것. 제각기 일장일단이 있겠으나, 등대 불빛 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있으면 모래시계형도 있다는 점. 그야 뭐 각자 개인적으로 심화 학습하면 그만이고. 알아서 각자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그런데, 왜요? 왜냐하면 아닌 건 아닌 거니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 여자는 친분이요 남자는 목적이라고, 그 말은 남자들 우정에서는 드물게요 여자들 세계에서는 그저 일상. 그건 알겠는데 여자들 어쩌고저쩌고는 알겠는데, 남자들 우정에서 드물게? 그건 금시초문이라시는 분. 그건 이를 테면 돌려서 먹이는 거라고 보면 된다. 이상하게 겁 주고 희안하게 놀리는 거. 단, 친한 친구일 때 그걸 느낀다 그럼 이런 반응일 테고.   「뭐? 늬가 더 미워. 어? 늬가 더 나뻐. 응? 그게 더 얄미운 거라고. 그게 더 싫다니까.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어? 그러니까 늬가 여자를 못 꼬시는 거야......」  하여간에 남녀 공히 교집합 같은 본성은 공통되고. 성적 본능도 합치하고. 차이점은 남자가 다소 개를 닮았다면 여자는 단연 고양이. 남자는 개─늑대─하이에나, 여자는 고양이─양─여우. 코끼리니 산토끼니 거기꺼진 됐고. 그처럼 여자는 착하고 착하고 착하고, 다정하고 다정하고 다정하고, 참고 참고 참고 끝까지 참다가 막판에? 할머니께서 뭐라 말씀하시나.
    첫째, 남자 말을 믿느니 옆집 똥개 말을 믿고 말지.
    둘째, 요염한 (길)고양이는 사납고, 앙칼지며, 놀랍도록 예민한 야생동물이라서 해코지 당하면 나중 2배 4배로 돌려준다나 뭐라나. 뭐 8배? 물론 강단 있는 여자냐 아니냐. 여성잡지 1에서 2로 넘어왔냐 아니냐. 순진하냐 응큼하냐. 그런 거 참고해서 그렇다는 말. 이어서 할머님 말씀을 각색하자면 이렇다. 옛날 시골에서 고양이에 대하여 귀여움과 보살핌에 인색한 어느 집. 어떤 기준선을 훌쩍 뛰어넘었을 테니 고양이는 어느 날 그 집에, 메두사를 물어다 놨다나 뭐라나. TV 동물 프로그램에 봐도 나오지 않나. 길고양이가 보은의 의미로 자꾸 쥐를 물어다 갖다놓는 일화에 대해서. 그러므로 그녀의 시선에서 뿜어지는 레이저가 자칫 잘못하다 어떻게 변할지 가히 짐작되고도 남지 않을까? 마누라한테 사면 받고, 여편네한테 용서 받으며, 여자친구의 묵인에 기뻐할지라도. 남자여, 방심은 금물이니라.
    뭐, 구식탱탱묵은 여심이라는 신비? 그러니까 초장에 잡아야 한다! 안 그렇소, 여러분. 초장에 잡아야 한다고. 기 죽어 사는 우리 남자들이여. 낮에는 일하고 집에 와서 또 집안일까지 잔뜩 거드는 남자들이여. 하기 싫은 공부를 드디여 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 됐는데 이게 대체 뭡니까. 레이디 퍼스트! 우리가 그거 얼마나 잘 실천하는데요. 그런데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은 죄다 우리 남자들이 도맡는 거 아닙니까? 안 그렇소? 네? 이게 대체 뭐냐구요? 실추된 마초 본능. 고개 숙인 허세. 약발 떨어진 허당. 간당간당한 용돈. 인기 없는 3병맨. 안 먹히는 허풍까지. 원래 텐미닛 스타일이 아니라서 물심양면으로 뭔가를 투자해야 겨우겨우 꼬실까 말까 하는데, 아예 품위 유지비에 허덕여서 그녀를 꼬실 욕심마저 품지 못하시는 일부 아주 극소수인 여러분까정.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네? 이게 말이나 됩니까? 네? 이거 진짜 말입니까 씹다 버린 풍선껌입니까? 안 그렇소? 예? 이건, 아닙니다, 이건, 아니예요. 네? 이건 아니라구요. 그러니 우리 모두, 들고 일어섭시다~! 우우우우~~~~! 그런데, 진짜로? 워───워───워!
    어째 됐든 추신 2의 결론은 이렇다. 철옹성 같던 그녀가 무서운 가죽점퍼의 한 방 카리스마에 넘어가는 예가 있듯. 그렇듯 여자는 기승전결이 확실하다고 보면 된다. 남자가 확실한 걸 좋아하듯, 여자는 간접적이고 터닝 포인트와 클라이막스와 먼 스팟을 선호한다는 점. (참고로 어느 클라이막스를 여자가 너무 일찍 알면 좋지 않을 수도 있음. 뭐든 평범함이 대체로 좋다. 왜인지는 주변 어른들께 여쭤보고) 남자가 군침에 기웃기웃에 눈독, 즉 간혹 버스나 지하철에서 잠깐 졸다 텐트를 치는 일이 있듯. 여자는, 남자가 생각하기에 전혀 성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뜬금없이 흥분하기도 하는 것이다. 대낮에 전혀 성적인 상황도 아닌데 밑도 끝도 없이, 성적으로 흥분! 왜? 아니 도대체 왜? 왜냐하면 기승전결 곧 고조감이 서서히 무르익다가 절정에서 그녀의 기대감은 사뿐히 만족되니까. 무슨 그녀들이 바보도 아니고 기쁘지도, 흡족하지도, 재밌지도, 좋지도 않은데 그러시겠나. 왜 어느 콘서트장 무대에 그 어떤 속옷들이 수북이 쌓이겠냐고. 아니 그렇소? 그런 그녀들이 조증에 말까지 많아 봐. 그래 봐 봐. 아 정말 그래 봐 봐! 화법이 들쑥날쑥 흐름을 타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면 되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는 하나도 없고 말만 많은 동시에 말이 길면? 그건 말 다 한 거지. 말 다 한 거라고. 잔머머란 바로 그런 거니까.
    아무튼 흥분은 그렇고 짜증은? 숙녀의 헤어드라이기와 남자의 커피포트는 약간 다르다는 점. 그걸 누구나 아시겠지만. 하지만 간혹 알기는 아는데 가히 짐작을 잘 못하시는 분이 혹시나 계실까 봐 하는 잔소리. 그녀를 얕보는 오판에 누군가 폭상 망신살이 뻗칠 수 있으니 얘기가 길어졌음. 끝.





    5

    (또 다시 또) P.S. 앞서 한 방이니 남자는 폼이니 뭐니 같은 얘기가 잠깐 나와서 추가로. 즉,
    소-주제는 씨가 중요하냐 밭이 중요하냐.
    정답은 둘 다 중요하다-다. 물론 사람들 생각은 다르고 반론을 존중하나. 하오나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는 뜻.
    그런데 간혹 <유전자 결정론의 반대론>에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주는 예도 있음. 그건 말 그대로 건실함을 위해 지나친 것. 피─사고체계─재능─문화 같은 한계점도 분명 있으니까. 그래서 필자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이 훨씬 중요하다고? 그럼 이렇게 가정을 해보자. 그럽시다. 안될 건 뭐요? 이렇게 가정을 해보자구요. 뭐든지 바람에 실려 꽃씨가 날려오면, 과연 그 꽃씨가 장미 꽃밭에서 새빨간 장미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럴까? 정말로?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애초에 튤립은 튤립 꽃을 피우지 연분홍 장미꽃을 피울 수 없으니까. 고급 자동차 1대 값의 난초가 과연 꽃을 피울 건가 말 건가. 그만큼 양육 과정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렇겠죠. 그럼요. 유전자 결정론보다 성장배경의 영향력을 훨씬 후하게 쳐 주고, 노력의 가치를 옹호하는 것도 좋으나. 그러나. 그 이치로만 따지자면 인간과 침팬지─고릴라─보노보의 DNA가 95~98~99퍼센트 일치하므로, 고로 그 둘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말이 통해야 한다. 그 둘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진짜로 사랑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가? 그래서 결론은 둘 다 중요하다-다. 청소년 교양 강좌에서야 <씨보다 밭이 더 중요하다> 라는 논조에 무게를 실을 수 있으나. 그러나 뭘 알아도 처음부터 정확히 아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아빠가 아들을 위한 동기부여 CD를 선물한다면 모를까. 옷이란 건 타켓 연령층이 있고, 나이트클럽도 이른바 '물'이란 게 있는 법.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한 다음에 거론해야 할 영화가 있다면, 반면 단 몇 페이지만 훑어봐도 아하~ 젊은이 기 살려주기 위한 청춘 예찬서라는 걸 눈치 챌 수도 있다는 말. 몇 쪽 뚜적거린 다음에 아하~ 친절한 심리교양서, 즉 긍정적인 자아와 낙천적인 세상을 위해 어른들이 찬찬히 들여볼 만한 쉬운 정신분석 강의서라는 걸 간파한다는 뜻. 여자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다시 말해 굉장히 싫어한다는 생색내기. ~처럼 허세를 부린다면 그거 아는 어른들 그리 많지 않음. 역으로 그분들도 빨빨거리며 나서기 좋아하는(설치는?) 수다녀한테 기 빨리는 법. 그게 다 선거 출구조사의 오차와 비례하는 게 알고 보면 제법 많은 세상, 전문가니 업자니 그분들도 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뭐 그렇다 치고. 그런즉슨 옛말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하지 않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인생을 사신 그분들께서, 너무 서둘러 조숙하진 않아도 괜찮다며 오뚜기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냐 이 말이다. 끝.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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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42

from 소설 2019. 2. 15. 17:47

    1

    그는 마침내 열띤 권태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적당한 침체기가 과연 언제 끝날지를, 점심 내기로 예측하다 포기한지가 언젠데. 누구와? 누구긴 누군가 지니겠지. 걔 말고 누가 있어. 그럼 곧 있으면 허언증이 도질 차례일까? 허언증은 개뿔! 강단 있는 숙녀로부터 구애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아부를 일삼는 아가씨들은 연락할 생각도 없고. 아는 여동생들도 다 떨어져나가고. 지들한테 교양미를 전수해준 스승님 은혜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야. 어? 그는 결정적으로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였다. 자존감 화장품도 안 쓰지 아예 화장품 냄새도 맡지 않고. 자존심은 미동도 않고. 그럼 뭐 고결한 허영심에 흠집이라도 난 건가? 밀고 당기는 흥미로운 연애처럼, 영악한 바람잡이의 감미로운 유혹처럼 뭔가 색다른 뭐랄까. 껀수? 새로운 개구멍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너구리굴을 어떻게 찾겠나, 무슨 재주로. 아첨과 교태와 애교! 그럼 혹시, 짝사랑 받기는 이제 영영 종료되어 버린 건 아닐까?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닐 꺼야 그럼 쓰나, 절대 절대 안돼지! 그럼. 뜨거운 애정 공세를 구태여 마다하지 않는 건 남녀 공히 공통점. 남녀의 속마음은 절반쯤 똑같을 테니. 방식만 다를 테니까.
    따라서 그럼 그녀들도 견딜 수 없는 심심함, 아니면 미칠 듯한 외로움에? 공상에 지칠 데로 지칠 상태도 이젠 지긋지긋 신물이 나는 구만. ~라고 NB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굴러온 호박을 반겨야 하는데 풍성했던 여복을 걷어차버린 형국이란 말이지. 거 참 나! 딴청 피우며 딴생각 못하도록, 뜬구름 잡듯 개꿈 꾸기식 흑심에 몰두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그는 일터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말이다.
    대충 일과를 보내던 중 그는 시간이 임박해서야 약속이 생각났다.
    서둘러 그는 약속 장소로 갔다.
    사랑과 우정 사이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숙녀를 만나러.
    그는 그렇게 낮 2시에 에밀리와 만났다.
    만나서 나눈 수다야 별 얘기 없었다.
   「로즈마리한텐 한마디도 말해선 안돼. 알았지? 입도 뻥끗 마. 걔 소문 제조기란 거 알고 있지? 너 말하면 큰일난다. 응?」
   「아니, 왜?」
   「왜긴 왜야. 넌, 하지 말라고 해야 할 거 아니니? 안 그래?」
   「안 그러긴 누가 안 그래!」
   「맞잖아? 내가 널 모르니?」
   「나 이제 철들었어. 정말이라고.」
   「늬가, 철들어? 그걸 누가 믿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말이 되는 소리? 로즈마리가 늬 험담하고 다니더라. 뭐 그런 얘기?」
   「재미없다 재미없어.」
   「재미없기는 늬가 더 재미없어. 알어? 어? 그러니까 늬가, 됐다 됐어. 관둬 관둬.」
    NB는 15시에 에밀리와 헤어졌고, 16시에 로즈마리와 만났다.
    역시나 특별히 중요한 얘기는 없었다.
   「난 어떡하면 좋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그러게. 내가 너한테 그걸 왜 물어봤지?」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몰라? 모르면 말고.」   
   「너랑 말을 섞으면 왠지 모르게 골탕먹는 것만 같다는 느낌. 넌 날 놀려먹는 무슨 특별한 동기라도 있는 거니? 넌 정말 그걸로 뭔가 있다니까. 이야~ (절레절레)」
   「그럼 어쩌란 말이니?」
   「꼭 뭐 어쩌란 얘기는 아니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거 왜 이래?」
   「왜 이러긴 뭘 왜 이래?」
   「그게 뭐야.」
   「난들 아니, 누가 아니!」
    그는 그러다 17시에 로즈마리와 헤어졌다.
    NB는 저녁 6시에 대충 혼자 햄버거로 끼니를 때웠다.
    어쩐지 재밌을 거 같아서 햄버거를 절반 잘라서, 양쪽 어깨에 올려놓고 사진도 찍었다.
    낯선 사람한테 부탁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걸 소셜 네트워크에 올렸다. 물론 댓글은 0개. 이런... 그만.
    그런 다음 저녁 7시에 아는 동생들을 만났다.
   「다시 행복해질 수 있도록 키스해주세요. 라고 말할 줄 알았니?」
   「심심한데 우리 뽀뽀나 할까? 라는 말을 내가 아닌 너가 듣기를 바란 건 아니고?」
   「뭐, 뭐가 어째?」
   「왜들 그러니?」
   「그건 그렇고. 얘랑 나랑 오늘 하루만 사귀기로 했어. 축하해줘. 그런데 내 여자친구 못생겼지? 그렇지?」
   「장난하냐? 어? 장난해? 허당계에서 일컫기로, <형 내 여자친구 못생겼죠─누구씨 내 애인 못생겼죠?>라는 말을 해도 되는 처지는 딱 정해져 있어. 그렇다고. 여자들 세계에서 잘난 척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서 주동하며 빨빨거려도 괜찮은 여자와 안 괜찮은 여자가 딱 정해져 있듯이. 언제적 얘기를 듣고서 기분 좋았던 추억 때문에 그거까지 따라하니? 따라할 걸 좀 따라해라. 응? 아 유치해. 그게 뭐니? 쟤 좀 봐봐. 얼굴 울상인 거 안 보여? 그건 놀리는 거보다 심해. 응? 두 번 꼬아서 매기는 거보다 마음 아프단 말야. 알겠니? 어? 늬가 더 나뻐. 딴사람이 아니라 늬가 더 밉다고. 밉상 캐릭터 연구하니? 아니면 그거 정말 메소드 연기 뭐 그런 거니?」
   「기분 풀어. 그냥 한번 해 본 말 가지고 말이야. 왜 그렇게 심각해?」
   「내가 심각했어? 미안 미안. 난 가죽점퍼도 입지 않았고 수트도 입지 않았어. 난 캐쥬얼 입었다고. 어깨 위에 벽돌이나 햄버거도 올려놓지 않았어.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말이야, 뒷목이 심하게 뻐근한 걸 보니 내 위에 누가 올라가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 어제 생맥주 통을 들춰메고서 옮기다가 삐걱했나, 가전제품을 옮기다가 결렸나? 혹시 내 위에 누가 있니? 보이니, 안 보이니? 잘 봐봐!」
   「너네 공포영화 찍니? 기분 세하게 왜들 그래?」
   「진짜. 소름. 와, 대박! 끝장. 완전 신기해. 이럴~ 줄 알았니? 그만 해. 아 오싹해.」
    그는 깨달았다. 역시나 자긴 1 대 1 스타일이라고. 이성과는 개인적으로, 이성이 아니면 아무래도 좋고.
    그러다 마침내 심야가 되어서야 솔깃한 건수가 잡혔을까?





    2

    심야니 뭐니 전날은 시시했다. 아무일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그는 평소대로 또 공상을 시작했다.
    돌팔이 허당이 노상 떠들어대는 어설픈 사랑의 3박자와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 그게 그러니까 그냥 허당들 치를 떨게 만드는 황당한 환상론이라고? 정말로 호박은 은근 허당만 보면 마음이 저절로 기운다─끌린다─심신분리─설렌다고? 떤다, 가 아니라 떨린다고? 그분들의 씁쓸한 갈망에 따른 대망의 성과를 보아하니 어쩌면 꼭지가 돌만도 하다. 가만 보니 뚜껑이 열리면 닫아줘야겠네. 다독이며 달래야지 별수 있나. 아무튼 NB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만, 그는 신동이자 귀재보다는 올드보이쪽으로 성큼 다가서는 형세이니만큼. YB라고 우겨도 상관 없지만. 말하자면 그가 주장하는 사랑학은 썩 신빙성이 떨어진다. 아닌가? 어쨌든 그건 분명하다. 두 가지를 원한다는 것. 두 가지를 심하게 좋아한다는 것. 첫째 짝사랑 받기, 둘째 유혹 받기. 꽃 들고 기다리며 사랑을 하기가 아닌 뭐-뭐, 뭘 '받기'라니. 저런 저런! 때문에 그와 같은 사심으로 미루어 추정컨대 숙녀가 여성잡지1에서 2로 변화하는 것처럼 바람둥이의 연정도 결국 그걸로 귀결되는구만. 밖에서는 으쌰으쌰 <여-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다시 으쌰으쌰. 그러다 집에만 오면 그냥 시무룩시무룩 겔겔겔 쿨쿨.
   「오빠 자?」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언제나 첫사랑이자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순정인 줄도 모른 체 어느덧 여성잡지1은 통달 및 숙달해버렸고. 스탕달의 연애론─한정판 향수─색연필과 일기장─아르뛰르 그뤼미오의 앵콜 소품집 CD─오페라 아리아 CD─향긋한 비누─세련된 귀걸이─초정밀 인형! 그녀들한테 선물하는 순서도 딱 정해져 있고. 그래서 그녀들은 남자친구-남편 흉보기에 오늘도 여념이 없다. 아니 아니, 없을 것이다. 아니 아니,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행복한 인생이자 아름다운 사랑이기를 기원하니까. 아무튼,
    참 나! 뭐야, 그게 대체 뭐냐고. 그러니까 어른들 말씀하기로 '그놈이 그놈'이라고 하지. 그래서 화병과 꽃이 안 어울리지. 허접한 허당한테 넘어가거나, 그도 아니면 무서운 인상이 장기인 마초의 구애를 받아들인다고. 막대하다가 어쩌다 한번 잘해주면 그게 또 효과가 꽤 괜찮거든~! 진짜로 효험이 좋을까? 믿거나 말거나! 그녀들도 그녀들이다. 그걸로 보자면 사람들은 참 비슷하다. 정말 많이 비슷비슷. 화장도 비슷하고 원하는 이상도 비슷하고 이루고 싶은 욕망도 비슷하고. 바디랭귀지도 똑같다. 여자의 낭만적 소원이라고 하면 미남들의 열렬한 구애가 모두 나에게 집중하는 것일 테고, 남자의 야망이라면야 쉬쉬쉬-쉿. 아마도 남녀 공히 바라는 건 똑같네 똑같아. 남녀 모두 오빠&도톰한 목소리에 약함. 미인계와 미남의 출연에는 더 약함. 아니, 뭐가 먼저냐랄 것도 없이 뻔트면 대만족. 아부를 잘하든 못하든 딸랑딸랑 감언을 절대 기피하진 않음. 듣기로는 이 세상에 황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고. 그럼 혹시 그도?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먹고는 살아야 하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는 진리.
    따라서 그는 허한 심정 찡한 약속 없음에 과소비라는 방점을 찍고야 말았다. 만년필, 모자, 선그라스, 넥타이, 향수. 그러다 품위 유지비가 떨어지기 직전에 싫증이 났다. 또 금새 재미없어진 거지. 뭘 해도 이렇다니까. 언제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새침한 허영심을 신나게 만족시키더니 언제 그냈냐는 듯이. 낭만적 감수성이 지적 호기심을 이긴 것일까? 아니면 부드럽고 섬세한 교양미가 놀기 좋아하는 심성에게 패한 것일까. 그야 어쨌든 은근한 허당의 입장에서야 볼썽사나운 연패만 아니라면 그뿐. 그런데 설마...! 사랑도 혹시 이런······식이면 곤란한데. 나쁜 남자들이란. 그야 그분들 사정이고. 바람둥이 주의보와 말괄량이 길들이기야 당사자들 소관이고.
    그럼 그 다음은? 낭만파의 취미인 허영기마저 고갈되어버렸기 때문일까? 그는 그 다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말해 봐 말해 봐, 어서 내게 말해 줘! 그 다음이 없었다. 차라리 할 말이 떨어진 연애가 낫고, 오히려 할 일이 없는 방학이 좋겠네. 악당이 없어서 벙찐 주인공 영웅이 더 재밌겠다고. 걔들도 쉬고 놀고 그래야지 무작정 날이면 날마다 달리 수야 없는 일이니까. 좌우지간, 시간이 정지된 거다. 애정이 식어버린 연애처럼 밍밍함을 방불케 했다. 할 일은 하기 싫고 엉덩이는 근질근질하고. 팬클럽 회원들을 열광케 하는 신기한 착상과 기발한 영감은 통 소식이 없고. 그걸로도 모자라 잔재주는 그대로인데 잔주름은 하루가 다르다는 거. 천상 그게 반대로 되야 하거늘. 세월은 어찌 그대만 비켜가는지 난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소, ~라고 찬미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공상병과 허언증이란 병세는 좀처럼 차도가 보이질 않네? 그러네? 어머머, 진짜로?
    그러므로 그는 도망가기로 했다.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았다.
    목적지도 필요없었다. 그러다 그는 문득 출퇴근길에 어느 벽보를 보게 됐다.
    <일명 패자부활전>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니 이랬다.
    <루저 대회를 개최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쩌고저쩌고>.
    그는 생각했다. 오히려 저런 데 정말로 고수들이 많을 수 있다고. 푼수랑 바보는 바쁠 테니까.
    한번, 가 봐? 그럼 저분들 깜냥이나 관전해 볼까? 그럴까? 그거 썩 나쁘지 않은데? 괜찮을 듯 한데?
    테리우스의 화려한 외출이 아니어도 괜찮아. 저거면 돼. 저거면 된다고. 탄복하지 않아도 좋아.
    OK! 좋았어. 이거야. 좋다고. 뭘 고민해. 저거나 보러 갔다 오자. ~라면서 그는 곧장 그곳으로 갔다.





    3

    장면 전환.
    날짜는 다음 날.
    장소는 루저대회가 열린다는 카페.
    음악은 장-바티스트 륄리의 코메디 발레 <서민 귀족> 모음곡 중에서 스페인 사람들의 첫 번째 에어 : 사라방드.
    NB는 그곳에서 액자로 걸려있는 '루저대회 벽보'를 보고 있다.
    결국 그가 제대로 오긴 왔는데, 날짜를 잘못 봤던 것이다. 몇 월 며칠 몇 시 어디까지. 다 맞음. 다만, 그런데 1년 전.
    그토록 고대해 마지않던 신비가 다 뭐고, 어찌 된 영문인지 통 추정할 수 없는 환상을 어디서 찾겠나.
   「설마 길거리에 붙어있는 저런 벽보 보고 여기까지 오신 건 아니죠? 그렇죠? 가만 보면 꼭 그런 손님들이 간혹 있다니까요. 참 나! 어떻게 저런 걸 보고 여길 다 찾아올 생각을 하시는지. 물론 저도 그런 때가 있긴 했으니까 이해는 하죠.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뭐 어쨌든 제가 이 카페를 인수해서 명색이 카페 사장입니다만. 거 어째 이상한 게 말이죠, 전 주인이 여길 헐값이 넘겼어요. 네? 거저요. 그럼 아무런 조건이 없었냐, 하면 아니죠. 그건 바로 저기 저 벽에 걸려있는 벽보. 무슨 저게 보물도 아니고 작품도 아닌데. 저렇게 고급스런 액자에 꼭 넣어서 보관 및 전시할 필요가 있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아, 그러니까 전 사장이 바로 저걸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을 테니, 저보고 대회 참가 신청서를 주면 받고 아니면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거 있죠? (검지를 펴서 귀옆에 대고, 빙글빙글) (몸짓) (손짓) (발짓). 저 안쪽 금고 안에 그 신청서들이 수북이 쌓여있어요. 무슨 추억의 콘서트장에 그 뭔가가 수북이 쌓였다나 뭐라나 그거도 아니고 말이죠. 허허허. 물론 전 주인이 받은 것만요. 그런데 쟤 얘기 재미없죠? 아무튼 이거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손님께서 하도 저 벽보를 유심히 살펴보시길래 그냥 미술관에서 그림 설명하시는 분들처럼 안내 말씀 읊은 것 뿐이에요. 네. 그럼요. 허허.」
    하긴 루저대회를 믿은 내가 바보지, 라고 그는 생각했다. 차마 눈뜨고 봐주기 힘든 꼴불견 드라마의 주인공이 혹시 나? 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는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적잖이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다고 정말로 저 벽보를 거리에서 보고 왔다며 주인장한테 본인 입장을 밝힐 수도 없고. 자긴 이미 바보가 됐다는 걸 알아야만 하고.
    바로 그때!
    아아, 정말 오랫만이다.
    사무실에 설치된 레이저 시스템이 사이렌을 울린 게 말이다. 즉각 핸드폰으로 알림이 왔다.
    녀석이 곰탱이처럼 겨울잠을 잔 거도 아니고, 시퍼런 눈을 부릅뜬 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니.
    일단 뭔 허당대회인지 뭔지도 무산됐으니, 그는 속히 사무실로 떠났다.
    그는 자기 사무실까지 가는 동안 차에서 차분한 음악을 들었다. 바로,
    헨델의 오페라 <아리오단테> HWV33 중에서 아리아 ‘사랑의 날개 활짝 펼치고’.
    그렇게 사무실 앞에 도착했고. 일단 바로 들어가기는 그러니까 핸드폰 앱을 켜서 지니를 소환했다.
    지니 나와라 지니 나와라, 오바.
    지니는 깨어났다.
   「늬가 예카테리나 2세야 누구야?」
   「예카테리나 2세?」
   「그래. 늬가 예카테리나 2세냐고?」
   「예카테리나 2세가 누군데?」
   「예카테리나 2세도 몰라?」
   「어. 몰라. 모른다구.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누군데, 예카테리나 2세가?」
   「모르면 넘어가.」
   「뭐? 얘가 진짜!」
   「그건 그렇고. 용건이 뭐야?」
   「너 방금. 뭐야? 라고 했니?」
   「흐흠. 허허. 뭐예요, 오빠!」
   「뭐긴. 레이저 시스템이 가동됐으니까 딴일 다 제쳐두고 온 거지. 사무실에 나타난 게 누군데 그래?」
   「사무실에? 아~ 사무실에 척키 인형이 혼자서 날아다니니까 레이저 시스템이 사냥개처럼 바빠진 거겠지.」
   「뭐라고?」
    NB는 사무실로 뛰어갔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로 척키 인형이 날아다니니는 않고 펄쩍펄쩍 뛸려다가 말고 막 그랬다.
    그 척키 인형은 저번에 친구 지아니와 인형 교환하기로 말미암아 데려온 녀석이었다.
    그런데 마침 지아니한테 전화가 걸려오네? 받았다.
    지아니왈,
   「기왕 털어놓는 김에 속에 담긴 못했던 얘기들. 속 시원히 말해봐. 내가 정말 못견딜만큼 좋은 거야?」
   「뭔 소리야? 그리고. 설마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어? 그런 얘길 전화로 하면 어떡하니?」
   「이 오빠 좀 봐 봐. 정말인가 보네? 응?」
   「그런데 늬가 준 척키 인형. 그거 혼자 뛴다는 거 왜 얘기 안했니?」
   「내가 말 안했어?」
   「그럼 안했지.」
   「오빠가 안 물어봤자나?」
   「넌 참 오빠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특이한 재주를 지녔구나.」
   「그건 그렇고. 오빠 뭐해? 바쁜 일 없음 넘어오시지. 그리고 오빠 지금 검정색 옷 입었지?」
   「응.」
   「머리카락 하나도 빗지 않았지?」
   「응.」
   「사무실에 007가방이 보이네?」
   「뭐야. 정말로, 보여?」
   「오빠 뒤 돌아봐.」
    그는 뒤 돌아섰다.
   「와 오빠 뒤통수에 뭐라고 써 있네.」
   「내... 뭐라고 써 있는데.」
   「난 바보! 푸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
   「아 쫌.」
   「그런데 있잖아, 키보드는 아직도 기계식 쓰네? 노트북은 왜 아직 안 바꿨어? 그림도 저번에 바꾼다면서 아직 그대로고. 뭐야? 재미없게! 화분은 왜 그렇게 시들시들한데? 물 주는 거 또 까먹었니?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허구헌 날 허당이 당황할 만큼 격렬한 환희, 막 그런 거만 생각하는 건 아니고? 그리고 수염 좀 깎고. 얼굴이 잔디밭이야 뭐야? 그리고 또. 오빠 어제 밀가루 음식 먹었어, 아님 술 마셨어? 얼굴이 왜 그렇게 부었어? 눈은 왜 그렇게 튀어나왔고. 오빠가 무슨 만화 주인공이야 뭐야? 이런 젠장. 허허. 오빠로 말할 것 같으면 제기랄스. 뭐야, 뭐냐고. 젠장, 입도 튀어나왔잖아? 목젓도 튀어나왔고. 어머머머 배가, 점점 나오네? 팔은 짧아지고. 오빤 안 튀어나온 게 뭐야? 설마 오늘 아침에도 피노키오?」
   「너 뭐야? 늬가 뭔데? 어? 늬까짓 게 뭔데? 장난치지 말고. 아 글쎄 농담하지 말고. 늬가 그걸 다 어떻게 알아? 아 진짜. 너 지금 나 보고 있니?」
   「그럼 보고 있으니까 알지. 거기 척키 인형에 카메라 장착되어 있어.」
   「진짜로?」
   「아니. 뻥이야!」
   「뭐라고?」
    그렇게 해서 NB는 떠났다. 바로, 지아니 집으로. 그녀의 집에서 열리는 조촐한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





    4

    NB가 쓰고자 하는 작품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이랬다. <등장 인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색가의 다혈질 본능 + 기분파 로맨티스트의 근성 + 낭만주의자의 숨길 수 없는 열망까지. 그리고 악마에게 필적할 만한 주인공이 '질투의 화신이 총애하는 환상머신'을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겠나. 신나는 모험과 찐한 사랑 그리고 고급 사교계로부터의 러브콜까지 그 모두가 한꺼번에 폭주해도 시원찮을 판에. 그게 어디 쉽겠나. 꿈결 같은 이상과 용한 한패를 이루는 다채로운 호사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악마가 귀뜸해주든 천사의 풍문이 들려오든 어쩌든.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그렇게 NB는 지아니가 초대한 숙녀들 파티에 참석하러 갔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파티장 도착.
    딱히 거창함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예상보다 조촐함.
    그래도 괜찮음.
    피타장의 음악은 왜 하필 고전음악인지. 그건 이랬다.
    헨델의 오페라 <쥴리오 체사레> 2막 2장 중에서 시저와 니레노의 레치타티보. ‘쉿, 조용히 해 보거라, 무슨 일입니까?’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리아 ‘아름다운 눈동자’.
    아하! 아마도 이따 혹시 클럽행?
    들뜬 예감은 몰래 감추고.
    지아니 집에 모인 인원은 앙증맞았다. 그래도 파티는 파티.
    그런데 얘네들이 여기 있네? 엇그제 낮에 만나서 헤어지고. 느즈막한 오후에 만나서 헤어지고.
    그럼 지아니가 초대하지 않았다면 아가씨들 만찬회에 별책부록으로 끼지 못했을 테니 지아니에게 감사해야 할 일.
    어쨌든 그녀들과 NB는 어쩐지 말이 잘 섞이지 않는 듯 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었다.
    지아니와의 대화는 이랬다.
   「밤 하늘에 마젤란 은하가 보이는 걸 보니, 내일은 행운이 우릴 찾아올려나 보군.」
   「어머 얘. 너 별자리 잘 아니?」
   「별자리? 관심없어.」
   「그럼 마젤란 은하는 뭔 얘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마젤란은 무슨!」
    에밀리가 콜라병을 못 따고 있길래.
   「도와줄까?」
   「아니. 사랑해줘.」
   「뭐라고?」
   「못들은 거야, 아님 못들은 척 하는 거야? 아마도 믿기지 않는 거겠지. 맞아. 오빠가 잘못 들었어.」
   「나 잘 들어. 보고 듣고 먹고, 아무 지장 없다고. 내가 잘못 듣지 않았는데. 분명 그런데.」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그건 그렇고. 오빠가 크리스티나 좋아한다며?」
   「누가 그래?」
   「누구긴. 크리스티나 그년이 소문내고 다니겠지. 보나마나 뻔해.」
   「뭐, 진짜야?」
   「진짜겠니. 뻥이야!」
   「너, 진짜!」
    그러다 그녀들은 NB만 쏙 빼놓은 채 자기들끼리 로즈마리가 쓴 일기를 들여다보면서 수다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녀들이 읽고 있는 로즈마리의 일기에 씌여진 내용은 무엇일까? 대충 들리는 내용을 읊어보자면 이런 내용 같았다.
    <오오, 이 남자 깬다? 유혹해서 넘어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간접적으로 얼쩡얼쩡 알짱알짱 어떻게 좀 어떻게 유혹하고 노력해서 그 남자를 내 남자로 만들고. 중간에 싫증나면 인터넷 검색. 검색어는? 남자가 여자한테 싫증나게 하는 법! 남자랑 여자는 똑같다. 마음은 완전히 떴어도 아직은 애인. 왜? 없으면 허전하고 아쉬우니까. 부부도 이거 저거 다 따져서 이별하지 않는 거지, 각자 속사정들 들어보면 사랑은 결코 쉬운 게 아님. 사랑을 시작할 때는 여자가 먼저 꼬리를 흔들었고, 중간에 다투면 내가 너 때문에 이처럼 초라한 아낙네가 됐는데 어쩌고저쩌고. 여자는 만인이 자길 바라보길 원하고, 남자는 눈이 돌아가기 바쁘고. 아니다 아니다 다른 사람은 다 그렇더라도 나는 절대 아니다? 아니면 말고! 그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얘 있지. 나 재밌는 검색어 봤어.」
   「뭔데?」
   「뭔데 뭔데?」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몇 번이나 뭐라더라? 몇 명의 촌년들이 신어봤을까-던가.」
   「됐고. 분위기가 너무 침울한 거 같지 않니?」
   「너도 그래?」
   「좀 그렇지?」
   「어때! 우리, 갈까?」
   「클럽?」
   「가자.」
   「가야지. 클럽-해야지.」
   「오빤 같이 가기 싫으면 가지 말고.」
   「그래. 떠들썩한 데 뭐하러. 시끄럽잖아. 가기 싫으면 가지 마.」
   「그래. 우릴 보낸 다음 보나마나 이렇게 투덜거리겠지. 그러든가 말든가! 그럴 꺼야. 그렇고 말고.」
   「누가 싫데? 어?」
    그렇게 네 친구들은 클럽으로 갔다.





    5

    장면 전환.
    클럽.
    분위기 좋고 젊음은 즐겁고.
    그런데 NB는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기분 때문인가? 어딘가 모르게 시끄럽고 아직 취하지도 않았고.
    2급 염탐꾼의 면밀한 탐지력이자 1급 관찰자의 탁월한 추리력으로 보건대 어쩐지 오늘은 끝이 좋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건 그렇고.
    가끔 보면 남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꺼려하거나, 춤추기를 챙피하고 왠지 낯부끄러워하시는 분도 간혹 있긴 있다. 기질적으로 젊은이 시절에만, 아님 노신사가 되어서까지 일관된 경우도 있고. 그야 어떻든 YB가 OB로 변해가며 내 인생을 경영하다보면 알게 된다. 무엇을 알게 되냐구요? 바로, 일단 '입장을 하느냐 못하느냐' 그 때문에 누군가를 부럽지만 부러워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다는 것을. 20대들 주무대에 가서 남사스럽게 삼춘이, 고품격 30대 부자가 평균이 사교계에 당숙께서 나도 좀 끼워주세요! 그런 일은 좀처럼 드물겠지만 집에서 TV 드라마로 깽판 장면을 보다 소파에서 히죽거리며 썩은 미소를 지었는데. 그런데 개 100마리 1000마리 그처럼 개떼가 안무 없이 군무를 펼치는 "삐───" 5분전에 우리 어른들이 명함을 내밀 수는 없는 일. 그래서는 안되니까. 아무튼 춤? 그까이꺼 그냥 대충 옆사람이랑 비슷하게 흉내내면 그만.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면 그뿐. 단, 음악이 중간에 멈추는 식의 나이트클럽과 클럽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것만 알면 된다. OB께서 왕년에 좀 노셨다면, YB는 대충만 세어봐도 클럽에 100번 200번 가 봤을 테니까. 그런데 숙녀에게 클럽 몇 번 가봤냐고, 그분들은 대체 왜 물어봤을까. 도대체 왜 물어봤냐고. 굳이 여쭤보지 않아도 좋을 궁금함을 뭐하러. 설마 노파심? 아님 그 확연한 차이가 재밌다고 생각해서? 번호표 뽑는 기계에서 번호표를 배부받은 사람처럼, 로또 복권을 소소한 행복으로 사는 사람의 심정. 호박 터미널은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스무살 젊음을 응애응애 애로 보는 시선도 틀린 건 아니지만, 차라리 응애응애 애였으면! 됐고. 재미없고. 시시콜콜한 수다는 이쯤 줄이고.
    그런데 잠시후.
    아니나 다를까.
    클럽 안에서 NB와 그녀들은 연락이 닫질 않았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도 꺼져 있고.
    어쩌면 괜찮은 남자들과 대담중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친한 누군가를 만났을지도 모르고.
    그럼 NB만 팽당한 건가? 아님 알아서 빠져주게 된 거가. 그도 아님 원래 처음부터 껴들면 안되는 파티였는지도 모른다.
    빈말에 또 넘어온 거지. 왜 아니겠나. 악마가 부러워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기지 못할 만한 새로움. 그건 역시나 빈말을 참말로 듣는 능력이다.
    역시 NB다. 누가 NB 아니랄까 봐. 클럽 이거 시끄럽기만 하지 하나도 재미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말할 사람이 있어도 일단 말이 들리지도 않고.
    밀실은 어두컴컴해서 어딘지도 모르겠고. 오늘 내가 살께, 라는 말 없이 조용히 계산하기. 그래서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생색내기도 안할 생각이었는데. 일단 기회를 안 주네 그래.
    그런데 남자들은 오히려 '생색내기' 약간씩 나름 좋아하는데. 여자들은 왜 그러지? 그러면서 또 자기들끼리 티격태격.
   「어머 얘~ 우리 남편 귀찮아 죽겠어. 그만 좀 괴롭혔으면 싶은데, 날 가만 놔두질 않아. 어쩌면 좋니 어쩌면 좋아. 짐승. 딱 짐승. 완전 짐승. 지치지도 않나 봐. 지겹지도 않나 봐, 얘. 아 맞다. 얘 있지, 난 늬가 너무 부럽다. 진심. 응? 진짜로!」
    뭐라고?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그녀들은 몸과 마음이 분리된다. 좋아서일까, 싫어서일까. 어쨌든 그녀들 세계는 그녀들끼리 알아서 하는 거고.
    그렇게 NB는 혼자서 클럽 밖으로 나왔다.
    이건 말이야 특별히 울적하지도 않고 착찹하지도 않고.
    차라리 편의점에서 값싼 위스키라도 사서 병나발이나 불고 싶은 심정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기분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완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였다.
    그 다음 그는 집으로 갈려고 했다. 그런데 지아니 집에 노트북이 담긴 가방을 놓고 온 게 생각났다.
    지아니 집 안이 아니라, 바깥에 놔두었기 때문에 특별히 지아니와 연락이 닫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지아니 집으로 갔다.
    그는 저능아였고 오늘은 꽝이었다. 노잼. 중뿔난 존재. 소문에 듣자니 소문 자체가 없고. 물고 늘어질 건수도 없고.
    중간 건너뛰고. 그는 지아니 집 정원에 놓여진 자기 가방을 챙겨서 집으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그런데 그 가방이 정말 NB의 가방이었을까, 하면 그건 나중에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행복감은 호황에 절망감은 불황인 여건일까? 그런지 아닌지는 몰라도 하나 분명한 건 그거다.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랄지 <엉뚱한 누구 여기에 잠들다>라는 묘비명은 아직이라는 점.
    거 참 바닥을 기는 발단, 더럽게 재미없구만 그래. 그러니 몽환적인 전개에 이은 찬란한 절정은 꿈도 못 꾸지. 잘한다 잘해.





    6

    웬만한 공상가의 착상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엉뚱한 전개, 아직이었다. 한사코 환상적인 발단을 거절할 의도는 없거늘.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을 만큼 듣고서 어른이 됐는데. 그런데 일하고 또 일하라고 누가 겁박하지도 않는데. 설마 그는 일을 좋아하는 걸까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하는 것일까. 하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그런 철학적인 질문이 재미없기는 하니까 쓸데없는 의문점이다. 부질없는 진지함이다. 강박관념에 편집증에 일중독과 허언증 또 조증.
    그러다 그는 어느 여행 광고를 보게 됐다. <공부하기 싫고 일하느라 지친 당신, 무료한 일상이 지겨운 당신. 자, 떠나세요 떠나. 제발 좀 떠나라고! 어?>. 아하! 문득, 그는 팬클럽 회장 롭이 권유한 작업실에 가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된 게 롭은 그런 별장을 참 많이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매번 새로운 곳으로만 말이다. 만약 가서 재밌으면 좋고 재미없어도 기분전환하고. 일하기와 놀기를 동시에 할 수는 없지만, 거의 겹쳐질 수도 있다. 희박하게, 공부하는 게 즐거울 때도 있으니까. 그러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상황에 빠지더라도. 그러다 어중이떠중이로 전락할지라도. 그러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라는 사랑의 기쁨이, 기발한 쾌감을 거쳐 망신스런 이별로 끝날지라도. 그는 타석에 들어서기로 한 것이다. 쟤는 뭔데 나서서 시시콜콜한 자기 대소사를 조명발 앞에서 발표하는 거야, 요즘 말로 관심종자 뭐 그런 거야? ~라는 의아함. 어차피 감수해야 마땅하니까. 일정한 비율이란 언제 어디서나 횡행하는 게 정상이니까. 안 그럼 속으로 더 할 테니까. 그분들 사정 듣고 형편 이해하면 건전한 취미 같은 게 없어서일 수도 있고. 원래 삐딱할 수도 있고. 아무튼 떠나서 글쓰기의 괴로움 때문에 난항을 겪건 상태가 맛이 가건 가야만 했다. 빈정거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험담가들의 야유를 신경 쓰고, 비꼬기로 어데서나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조롱꾼들의 빈축을 사지나 않을까 걱정만 하다가는 기회는 도망가기 마련. 게임은 끝나고 세일도 끝나고. 짝사랑 받을 기회마저 떠나면 쓰나.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라는 관중의 야유쯤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줄 알아야 하는 법. 하오나 그건 무대 위 사람들 얘기. 현실은 덤덤하고 특별한 약속은 없고. 폭로전도 없고 스캔들도 없고. 또 없다 증후군? 허영기와 바람기와 푼수기를 떠안고 있어봐야 답은 없다. 웃음기는 바닥났다. 그래서 그는 당장 떠났다.





    7

    별장 도착. 별장의 이름은 없었다. 단지 주소뿐.
    일단 간단히 청소를 마쳤다. 동네도 대충 둘러봤고.
    아마도 내 인생은 장밋빛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지 않을 거라는 예감, 그걸 날려버리기 위해 음악도 틀었다.
    쥬세페 삼마르티니의 오르간 협주곡 F장조 Op. 9 no. 2
    그런데 웬 낯선 방문객이 집으로 찾아왔다.
   「저기 있잖아요. 옆집이에요.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여기 사람이 살지 않던데.」
   「아 네. 집주인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한 1주일 묵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허허. 거 참 인상이 좋으십니다. 왕년에 여자 깨나... 아니 그게 아니라.」
   「허허. 선생 어째 보아하니 예술가처럼 보이시는데요? 제 눈썰미가 꽤나 적확한데, 아마도 틀리지 않은 듯 하온데. 어때요! 바쁘시지 않으면 함께 간단한 티타임이라도 하시지요.」
    그렇게 해서 NB는 옆집으로 건너갔고 티타임을 함께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티타임이 아니라 술파티라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뭔 얘기를 나눴고, 어쩌고저쩌고는 건너뛰고.
    다시 말하자면,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NB가 정신을 차려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있었고, 보안관도 있었다. 특수부대 출신 동네 순찰대도 있었다.
   「형씨. 정신 차렸수?」
    그는 눈망울만 멀뚱멀뚱.
   「중간에 오해가 좀 있었소. 그건 기억나죠? 선생 가방에 귀한 술이 있으니 그거 가져다 같이 마시자고 말씀하신 거. 중요한 얘기 중이니, 얘가 대신 옆집에 가서 가방을 뒤졌고. 그런데 그 가방이 심상치 않았고. 여자들 물건만 잔뜩 나오니, 이거 뭔가 수상하다. 그래서 얘가 다시 이쪽으로 건너왔을 때. 그때 형씨는 술에 취해 쓰러지셨소. 생긴 것 마냥 술이 되게 약하시구만. 뭐 어쨌든 가방의 본 주인과 연락을 해서 형씨 신원도 확인하고 어쩌고. 오해는 풀렸소. 이거 괜히 소란스러웠소만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네? 내일 다 같이 요 앞 강으로 낚시하러 가시는 게 어떻겠소?」
    일단 첫째 날은 그처럼 얼렁뚱땅 정신없이 지나갔다.





    8

    다음 날이 되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잠자코 얌전히 때를 기다릴까? 아니다. 어제 옆집 상남자들과 약속을 했다. 함께 낚시하며 놀기로.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몇 시간 남았다. 관찰자로써 그저 보고 들은 세상 얘기를 시작했으니 하는 말이지만,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신나는 인생이 발동 걸릴 것만 같은 들뜸이 시작되었다. 기본 관상은 개상이자 말상인데, 표정은 딱 개가 기분 좋을 때이자 말이 흥분할 시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약속 시간이 됐고 그는 옆집으로 갔다.
    그런데 뭐야! 문은 잠겼고 문에 이런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형씨. 미안하오. 도시에 다급한 일이 있어서 우린 볼일을 보러 가야겠소. 약속을 못지켜서 미안하니 나중 거하게 한잔 사리다. 뭐 먹고 싶으신 거나 하고 싶은 거 있음 구상해 놓으시오. 그럼 이만.」
    뭐야 이거? 참나 그럼 그렇지.
    <자랑스러운 건 빈약하고. 솔직히 부럽지만 부럽다고 해서는 안되고. 선망은 금지요 품위 유지비는 턱없이 부족. 신부들러리는 솔직히 짜증나고. 그러나 나는 백댄서조차 못 됐고. 내가 보기에 난 이 정도면 만족하고, 샤워한 다음 보면 진짜로 나는 잘생겼어. 그런데 누가 나보고 못생겼다고 하냐고. 어? 하지만 내가 봤을 땐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보아하니 난 잔재주도 비리비리. 또 친구 결혼식에 가서 울컥을 하나, TV를 보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나. 갱년기가 되면 어른들이 뭐 어쩐다는데 이건 뭐 몽정기만 내내 지속되니, 거 참 나. 발정난 암코양이는 떠나기라도 한다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도망갈 수도 없고. 투덜거리는 습관을 복구하겠나, 이제와서 엉망진창 잔머머에 기분 나빠 독학에 열중하겠나. 어제나 오늘이나 지는 비교는 운명이고. 남자는 폼인데 호박은 다 날 피해다니고. 나만큼 말이 잘 통하는 남자 있으면 나와 보라고 떵~떵 큰소리 치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는 없고. 왜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하냐, 라는 울분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거든. 뭘 좀 아는 남자 라는 칭찬을 미녀에게 듣지는 못해도. 남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는데, 할 말도 없고 할 일은 재미없고. 사랑은 유치하고 우정은 추접스러워야 재밌는데, 그게 반대로 된 건가? 연인들은 행복한 연놈들로 보이고, 친교라고 해 봐야 <이상한 놈, 꽉 막힌 놈, 재미없는 놈> 즉 루저 1-2-3이니 이거 원. 그럼 뭐야? 정말로, 사랑은 유치하고 우정은 추접스러워야 정상인데.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사랑은 추접스럽고 우정은 유치하고? 맞네 맞어. 정말로 맞네. 알고 보니 진짜로 그렇구만. 따라서 티격태격 으쌰으쌰 해 봐야 바텐더 표정도 별로고. 말하자면 웨이트레스도 마음을 여는 당사자는 다 따로 있는 거구먼. 난 아닌데 쟤는 만나자마자 <오빠>되고 보자마자 손 잡네? 자연스러운 스킨쉽, 아아 나도 하고 싶다. 그런데, 마음을 열어? 마음을 뺐든 말든 쾌락마야 나중에 실컷 원없이 탄다 치고. 탐스러운 열매를 따먹고 화사한 꽃다발을 그녀에게 선사하는 건 다음에 하고. 일단은. 우리도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붙잡지 않는다" 정도는 안다고. 알지 왜 몰라? 나는 개가 아니고. 우리는 미치지 않았거든. 그런데 통 오지를 않는데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냐고. 응? 그러니까 안 그래도 옹졸한 마음 속좁은 심성 꽉 막힌 의중, 때로는 콜라 없이 햄버거 먹기나 도전해야지 뭐 별수 있나. 보자, 형편이 이렇게나 불쌍하다니. 인생은 쥐구멍이고 사랑은 정녕 없는 건가?>
    ~라는 친구의 속마음을 어쩌다 NB는 이따금 엿보고야 말았다. 웬만한 최면술사보다 낫고 어지간한 점쟁이보다 사람 마음 간파하기에 능한 우리 어른들. 그도 그랬다. 애가 아니었다. 어른이었다. 철없이 아직도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러나 주력은 예전 같지 않고. 주량은 형편없고. 아빠 술 좀 작작 마셔 라는 꼬마 천사의 귀여운 대사는 드라마로도 못 듣고. 드라마를 일절 안 보니까. 차림새는 한심하고. 몸가짐 마냥 마음가짐도 흑심으로 가득하고. 그런데 마음은 동심처럼 춤을 추며 자꾸 혼자 외출하는 것만 같고. 심신분리니 공중부양이니 뭐니. 뭘 해도 자꾸 목적을 잊고서 어쩌다 딴길로 가고 싶고. 그러나 심심함과 재미없음을 양쪽에 꿰차지 않기 위해서 방심은 금물이고. 자, 하는 수 없이 NB도 절반쯤 그랬으니. 실제로 생맥주도 아니고 콜라 원샷 게임을 하다 피를 토한 적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본인은 아니라지만 친구들은 확실하게 그랬으니. 그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자,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 말고는 말이다.
    무작정 즉흥적으로 저지르든, 생각 끝낸 다음 움직이든. 성과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것인가. 아니면 따먹을 뻔 말 뻔 겨우 겨우 어떻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거의 거의 따먹을 뻔하다 실패하느냐. 아름다운 성공이냐 멋진 실패냐. 결국 그건 실행 다음 얘기. 그래서 그는 일단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은 채 바깥으로 나갔다.





    9

    NB는 애마에 올라타서 일단 호흡을 가다듬었다.
    차분히, 요한 아돌프 하세의 C단조 미제레레를 틀고서.
    마치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심심함을 반긴다는 듯이.
    편집광적인 극찬 일색이 평균 중의 평균. 허나 그걸 훌쩍 뛰어넘는 환호 받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그 남자를 오래 관찰했지만 낭만이라고는 코빼기도 못봤다더라. ~라는 연애도 다음으로 연기.
    왜냐, 인생이란 언제나 사랑하기 일보 직전인 것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는, 비밀스런 갈망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도대체 왜. 왜 옆집 아저씨들은 자길, 먹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바닷가 드라이브나 하며 기분전환을 하고 올까 하다, 급히 방향을 돌렸다.
    별장 옆집 아저씨들이랑 했던 약속, 혼자라고 못할 것도 없으니까.
    물론 그 정도 기본 장비쯤이야 차에 상시 대기중.
    곧바로 그는 강변으로 갔다.
    NB는 그곳에 도착했다.
    전망 살피고. 분위기 진단하며. 자리를 정하고.
    그렇게 낚시를 시작할려고 했다.
    그런데!
    저건...... 저건······ 저건...... 뭐지? 저건 도대체 뭐야?
    그가 별장 옆집 아저씨들과 약속한 소일거리를 굳이 혼자 하러 왔던 게 화근인 것일까?
    NB는 완전, 놀라운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어머머. 어머머머머머. 이런, 느낌, 처음이야!
    다름 아니라 저쪽에서 바로 옆집 아저씨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아니─에밀리─로즈마리도 동석해 있네? 저 인간들이 내 팬클럽원들을 어떻게 꼬셨지? 그것도 순식간에 말이야!
    마성의 희롱에 그는 그만 아찔함을 느끼고야 말았다.
    무슨 꿍꿍이인가 하는 쑥스러운 의혹감. 쩌릿쩌릿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그랬다.





    10

    NB는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분들 말투를 흉내내서 먼저 저자세로 시작했다.
   「형씨. 여기서 뭐해유? 우리 같이 놀기로 약속했잖유? 안 그래유? 어제 형-동생 맺었고, 당숙이네 뭐네 오늘까지 분위기 이어가기로 했잖아유~! 시방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시지 않을래유.」 
   「어? 오빠!」
   「와, 오빠다.」
   「저 오빠. 갔는데 왜 또 와?」
   「그러게. 당숙. 가셨는데 다시 오시면 어떡해유?」
   「그러니까. 방금 전에 가셨잖아유?」
   「제가요? 제가 가긴 어딜 가요? 약속 시간에 들르니까 오늘 낚시 못 간다고 메모 붙여져 있던데유. 참말로 이게 정말 어떻게 된 일이에유?」
   「어떻게 된 일이냐니유. 그건 우리가 묻고 싶네유. 방금 전까정 우리랑 재밌게 놀고, 맛나게 먹고, 신나게 자랑하고. 사랑을 논하며 인생을 노래했잖유. 거 뭐여, 형씨 기타도 잘 치던만유. 왜 말 안했시유? 우리 같은 촌닭들은 따라가지도 못했것구먼유. 여자 깨나 아니, 고수네 고수여. 아닌 게 아니라 진짜로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겄시유. 우리가 인정허면 인정되는 거구먼유. 안 그래유?」
   「격 떨어지게 오빠 정말 이러기야?」
   「우리 불러서 재밌게 놀았잖아. 이제 다시 꽁트하자는 거야, 뭐야?」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뭐하긴 뭐해? 오빠야 말로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내가 못살아 정말~!」
    별장 옆집 형씨들의 말마따나 그는 이미 다 함께 어울려 놀면서 연가도 부르고, 춤도 추고, 어쩌고저쩌고까지 다 해버렸다.
    하물며 옆에는 지아니, 에밀리, 로즈마리. 그녀들은 뭐냐고! 알고 보니 걔네들도 NB가 불렀단다. 참 나!
   「그랬군. 그랬어.」
    그는 대충 짐작했다. 초정밀 척키 인형에게 매력을 느끼는 걸 인공지능 지니는 가만 보고 있질 못했던 것이다.
    그럼 이 사단을 모두 다 지니가 꾸몄다고? 하고도 남았겠지!
   「어! 저기 가네. 저 차 맞쥬?」
    알고보니 진짜로 도플갱어의 소행이었다.
    곧바로 추적은 시작됐다.
    우짜다가 이렇듯 심상치 않은 일이!
    차세대 플레이보이 대 도플갱어 조연의 대결인가.
    그러니까 최근 허당계의 내력인 지적 허영심만으로 뭔가 아쉽다 했더니.
    입이 근질근질하지 않았어도 엉덩이는 꽤나 근질근질했는데. 너 마침 잘 걸렸다?
    그런데 이건 추적은 추적은데, 장르가 이상했다. 왜냐하면 액션 영화의 추적이 아니라 코메디 영화의 추적 같았으니까.
    암만해도 이상했다. 통상 추적은 도망자가 최선을 다해서 도망가고, 추격자는 최선을 다해야 하거늘. 그래도 놓치기 일쑤.
    현실에서 추적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거 절대 쉽지 않다고. 필자는 옛날에 단짝 사이였던 친구 녀석이─단짝이 겹치고 겹치고 또 겹치고─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의 전-남자친구를 추적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놈이 눈치가 하도 빨라서 새로운 첩자가 한 방에 성공하기를 바란다면서 부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추적 시작 5분이 뭐야, 3분 아니 2분도 힘들었음.
    곧 실정은 그런데 앞서 가는 똑같은 볼보 웨건은 너무 빨리가지도 않고, 따라잡히도록 너무 늦게 가지도 않았다.
    악마에 홀렸는지 귀신이 씌였는지, JS는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하다 하다 NB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6번 1악장을 들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추적을 하는 자나 당하는 자나, 정말 가지가지 한다.
    어쨌든 그렇게 추적의 막판 스파트도 별 볼 일 없었고.
    도착지는 <여성 환상 1.5>사무실이었다.





    11

    그는 그럴 줄 알고서 미리 여성환상 1.5 편집장과 안면을 터 뒀다. 줄기찬 아부에 끈질긴 찬미 공세로도 모자라, 집요한 우연을 빙자한 작전까지.
    NB는 서둘러 도플갱어를 따라갔다.
    경리와 몇몇 직원들과 눈인사를 나눈 다음 곧바로 편집장실로 들어갔다.
   「사라. 그 녀석 어딨어?」
   「뭔 녀석. 왜 다시 돌아온 거니?」
   「뭐?」
   「뭐가 뭐야?」
   「걔 도플갱어야.」
   「뭔 갱어? 바보에겐 못 당하겠군.」
   「아 그게 아니라. 아 정말. 여기 후문 있니?」
    그렇게 NB는 서둘러 후문으로 가다가 창문으로 내다봤다.
   「너 거기 안 서!」
    녀석은 살짝 NB를 째려보다가 어떤 몸짓을 취했다.
    처음에 그는 뭔가 잘못 본 거 같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통상 이럴 땐 가운데 손가락이랄지 뭔가 위협적인 몸짓이랄지 그런 게 어울리는데. 그런데 도플갱어는 검지를 펴서 귀 옆에 갖다댄 다음. 빙글빙글! 그랬으니까. 이 자식이...!
    그 다음에 녀석은 그대로 토꼈다.
    그래서 NB는 쫓아가봐야 별 의미없겠네 라면서 포기했다.
   「이제 시시한 영화 좀 그만 찍지 그러니?」
   「자세한 사정이야 나중 얘기해줄께.」
   「그닥 듣고 싶지 않네.」
   「들어줘. 듣고 싶다며 애걸복걸해달라고. 그게 뭐 어려워? 우리끼리 그 정도도 부탁하면 안되니?」
   「널 어린애 취급하는 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너랑 놀아주다간 내가 더 멍청해질까 봐 겁나서 그런다. 알겠니?」
   「알긴 누가 알아? 그러지 말고. 밀린 칼럼 고료나 지금 챙겨주라, 사라.」
   「방금 전에 받아갔잖아?」
   「뭐라고?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있어.」
   「넌 어쩜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할 수 있니?」
   「사라. 너 헤어스타일 바꿨네? 헤어핀 그거 잘 어울리는데? 진작 바꾸지 그랬니!」
   「그래? 흐흠. 뭐? 내 정신 좀 봐. 또 감길 뻔 했어. 또 또 넘어갈 뻔 했다고. 이제 다시는 안 속아. 아무튼, 우리 바보짓은 그만 하자. 이쯤에서 그만. 응?」
   「사라. 넌 너무 쿨해.」
   「그거 아니?」
   「뭘?」
   「마라가 그랬어. 너 조심하라고.」
   「마라 이년을 그냥 콱...! 정말로? 정말 그랬어? 세상에나, 어찌 그런 일이.」
   「자긴 정말 가만 보면 말이야. 있지, 너무 응큼해. 알긴 알어?」
    첨예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왔긴 가져왔는데, 어차피 남들은 관심없는 NB와 지니. 그 둘의 감정 대립일 뿐이었던 것이다.
    영감인지 뭔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영락없는 광마였는데. 베토벤이 괴팍한 열정으로 헝가리 광시곡을 작곡하는 것처럼. 베토벤과 헝가리 광시곡? 거 어째...!
    어찌 됐든 푼수의 몽상, 허영심 가득한 변덕쟁이가 상상하는 황홀한 쾌락. 그런데 그 변덕쟁이는 알고보니 남자였다더라?
    그는 하는 수 없는 지니와의 말다툼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당장 지니를 만나러 갔다.





    12

    로맨티스트의 반쪽짜리 사랑. 이상주의자의 미완성 행복. 그게 아니라 따분한 열망과 얼빠진 소원뿐이라니. 저런 저런. 미련퉁이 인생 같으니라고. 그렇다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아첨쟁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까? 유익하지 않으니까 하찮은 공상쯤은 집어치우고. 그러지 말고 떠나볼까? 그런데 어디로! 또, 가면 돌아와야 하고 귀찮고 중간에 퍼진단 말이야. 가지 말자 가자 말자고. 그러지 말고 차라리 소파에 자빠져 TV로 다큐멘터리나 보는 게 낫겠네. 무해하고 돈 안들고 얼마나 좋아. 신나는 모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불이익쯤은 감수해야 하니 떠안지 뭘. 그야 어쨌든 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이기주의자일 것인가, 아니면 꿈의 의해 발동이 걸리는 몽상가일 것인가. 그것이 문제인가, 문제가 아닌가. 됐고. 장타자니 거포니 대형 스트라이커니, 청초한 희망 그런 거 모르겠고. 솔깃한 뻔트의 후보군이 무엇인지나 고민해보자.
    ~라고 NB는 생각했다. 말이 나서 하는 말이지만, 그는 순진한 어린이도 아니고 때 묻지 않은 처녀도 아니지 않은가. 그럴 바엔 오히려 아는 동생들한테 초저녁에 연락해서 대뜸 이렇게 묻는 편이 나을지도. 자칭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를 거들먹거리는 본인한테는 그게 더 어울릴 것이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견자는 또 그 나름 의견을 존중 받으면 되고. 그러니까 그 농담이 대체 무엇인고 하니 바로,
   「다 큰 처녀가 어딜 그렇게 바삐 돌아다니시나.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니, 라고 혹시 엄마가 걱정하시지 않으실까? 그렇다고 설마 또 거긴 아니지? NC 이름 하여, 엄마한테 말하지 마! 그러든 어쩌든 솔직히 심심한데 재밌는 척 자신을 속이지 말고. 아, 맞다. 그러지 말고 우리, 만날까? 그럴까?」
    그런데 재밌는 게 뭔고 하니, 그렇게 안부를 묻고 빈말을 던졌는데 상대방은 진담으로 받았다는 점. 사인의 불일치가 기쁜 약속을 이끌어냈다는 점.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점이다. 내가 아는 숙녀들 중에 뭐 어떻다느니, 내가 만나본 아가씨들을 통틀어 어쩐다는 둥. 또 있다. 사진발─조명발─화장발로 도저히 설명 되지 않는 타고난 뭐라는 둥. 힘이 일시적으로 밑에서 위로 올라와서, 폼 잡고 객관적으로 분명 너저분한 멘트인테 알고 보니 식상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안된다 우리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뭐 그건가? 수컷이야 뭐 그렇다 쳐도, 걔들도 거 참 나. 긍정 일색이던가 싫은 게 완전 많던가. 모 아니면 도 같은데 또 가만 보면 완전히 내 마음에 쏙 드는 1.0미만은 흔치 않아. 흔치 않다고. 이미 가졌는데 내꺼 하자─바꾸자─머머하자! 물건은 그럴 수 있는데, 사랑은? 게다가 변심과 친하고. 심지어 어디로 튈 줄도 몰라. 우리는 잘 예측하고 섬세하게 추론할 수 있다지만, 보통 남자들이야 그게 어디 쉽나. 그러니까 뭘 좀 모르는 늑대에게 그녀들은 일생 미스테리일 수 밖에. 경주마, 당나귀, 회전목마, 야생마, 경비견, 황금새, 팔색조 그리고 사냥개까지. 변신이 필수인데 고집불통 들개로 남으면 그럴 수 밖에. 돈 주앙이냐 애완견이냐, 둘 중 하나로 그녀의 마음을 놀랍도록 한발 앞서 딱 맞추지도 못한는데? 그야 뭐 당사자들 사정이고. 아무튼 통과.
    그렇게 그는 아는 동생들을 만나러 어쩔 수 없이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에 갈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애틋한 사랑이 이루어질 뻔 진짜 거의 더티러브 직전까지 갈 뻔 말 뻔했을지는 다음 이 시간에.
    광고주도 먹고 살아야 하고, 간주곡이 울려퍼지면 달변가들 침묵하시거나 험담가들 할 말 많아지실 테니.
    커튼콜이야 몇 차례 반복된다지만 그건 명연주나 열연에 해당하는 얘기. 하여튼 굳이 이런 첨언까진 말씀드리지 않을려고 했는데, 끝나는 마당에 살짝만 덧붙이자면 이상한 기승전결이 내내 늘어지다 엉뚱하게 전개에서 발단으로 되돌아간 점. 본의 아니게 재미없었던 점. 반성하고 속죄하며 송구함을 금할 길 없다는 점 아뢰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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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녀감성

from 칼럼 2019. 2. 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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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감성은 훗날 여성잡지1을 거쳐 어떻게 여성잡지2로 바뀔 수 있는 걸까? 정답은 그럴 수 밖에 없다-임. 그냥 타고났을 뿐이니까. 끝. 바둑도 엄연히 스포츠인데─다시 말하자면 예술적 측면도 있지만 지식노동 아니냔 말이다─인간이 기계한테 졌으면 진 거지, 뭔 말이 더 필요한가.
    칼럼 가설의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예시를 들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곧, 원 그래프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제1부류의 마음을 일단 살짝만 들여다보자.
    자, 보자. 그녀들이 무엇을 좋아할까? (딱) 올커니!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걸 좋아한다. 남에게 피해 끼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또 생색내기도 완전 좋아하지 않고. 영화라면 일단 남자와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상남자인가 아닌가, 를 판단하는 기준. 앞서 어딘가에 고지했다. 첫째 가족 장르 영화가 재밌냐 아니냐, 둘째 판타지 영화가 재밌냐 아니냐. 다양성은 차치하고 대충만 보자면 이렇다. 상남자는 둘 다 싫어한다. 그러나 반대로 소녀감성은 둘 다 좋아한다. 일단 숙녀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 유치한 장르는 점점 따분해질 수도 있을 테고.
    소녀 소녀, 여자 여자!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나쁜 남자에게 일장일단이 있듯 그녀들에게도 일관성은 일종의 약점이다. 미화이자 찬미 일색인 글을 원하신다면 정중히 사양하고. 여기서는 거추장스런 포장은 필요없고 저 안쪽에 꼭꼭 숨겨진 내면을 살짝만 읽어보자. ~가 이 칼럼의 목적이니까. 자, 소녀감성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걸 좋아한다고? 쏘리 쏘리 쏘리 입만 열면 쏘리 연발을 애정한다라...! 우리는 남에게 피해주기를 싫어하는데, 왜 남자들은 개념 없고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걸까? 왜 그 인간은 그렇게 속좁고, 꽉 막혔고, 거꾸로맨일까? 도대체 왜 제멋대로냐고! ~라는 기준은, 어떻게 보면 거울로 작용하는 것 아닐까? 남에게 그렇게나 피해주기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면서, 왜 자기는 남에게 피해준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를까. <지구가 태양을 1바퀴 돌면 1년인지, 하늘은 파랗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첫눈이 내린다>라는 당연함을 당연함인 줄 인지를 못할까. 어떻게 하면 내가 나쁜년이 되지 않고 헤어질까, 그 궁리나 하면서.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일관성에 위배되는 예시를 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흠을 들추게 됨. 고의가 아님) 이미 정떨어져도 진작 떨어졌고 싫증나도 초반에 싫증났는데, 받을 예우는 다 받고. 드물게 그런 예도 없진 않겠죠. 그럼 그 남자는 길바닥에 나뒹구는 깡통만도 못한 존재, 애초에 초중반부터 그랬을 수도 있고. 소녀시절 남한테 피해 끼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숙녀가, 사귀기 전에 꼬리 치고 유혹하며 알짱알짱 갖은 기교를 동원해서 어떻게든 매달려서, 딱 그래서 오빠를 내 남자로 만들어. 그런데 만나보니 웬걸~ 영 아니네? 영 아닌 게 뭐야 완전 깨는데? 점점 싫어지는데, 점점 싫증나는데, 점점이 아니라 확 그냥 정떨어진다고. 그렇다고 깔끔하게 헤어지면 되는데, 내가 악역을 떠안기는 싫고. 어떻게든 날 싫어하게 만들 궁리. 그게 사랑인가? 그게 진짜 사랑이냐고! 만나서 연애하다가 그 남자 비전 없으면 한순간에 이별을 선언하면서─영원한 남남이 되면서─육체적 사랑이 전부였으면서. 그러면서 훗날 그 남자는 날 사랑하지 않았다. 뭐야 그게.
    여자들은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라는 말에 발끈. 그녀들은 대동단결해서 들고 일어선다. 남자보다 합심이 잘되거든. 그런데 짝사랑 받기는 받아도 받아도 끝없이, 영원히 좋고. 남자만 <아니면 말고>카드를 남발할 권리 있나? 여자도, 넘어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데 도대체 몇 명을? 타석주의자 남자처럼 직접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다 뿐이지, 여자도 다 나름 기교가 있음. 오히려 그게 더 고급짐. 천동설로 뭇남성들의 시선을 죄다 끌어모아버리는데? 말 다 했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리 낭군님 우리 오빠 팔짱을 꼬~옥 끼고서 다정함을 연출하는데, 자꾸 저 앞에서 알짱알짱 얼쩡얼쩡 미남이 왔다 갔다 걸리적거리네?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멋짐. 마음은 이미 몸을 떠남. 이때 긴장하지 않으면 여자가 아님. 그녀에게 덜렁덜렁 고추 달렸나 한번쯤 의심해봐야 함. 심지어 연인 사이가 좋으면 여자가 솔직히 말한다. (그녀의 표현으로 치자면) 알짱알짱대는 분이 유명인이었을 때. 와, 잘생겼다──또 3분후──정말 잘생겼다──다시 2분후──저렇게 잘생겼으면 피곤할 거 같아. 그치?──다시 5분후──아무리 봐도 잘생겼다니까! (휴~~~~~~~) 그럼 그 다음은? 그 남자 돌아버림. 짜잔~ 뚜껑이 열림. 아 빡쳐, 커피포트 끓고 헤어드라이어 바쁘게 가동된다. 진짜로 그런 경험 해 보신다, 손! 가만 있자 (손차양 몸짓)...... 뭐야, 이거 뭐냐고.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어? 인파가 끝이 안 보이자나? 어?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라며 웃자고 말한다지만. 참 나 이건 뭐 거의 무슨 원,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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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소설을 읽고, 낭만을 동경하며, 달달한 유행가를 즐겨듣는 소녀감성.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고 싶은 그녀. 꽃 들고 기다리며 자기 좋다고 매달리던 남자가 많았나 0명이었나는 몰라도. 그건 몰라도 숙녀가 여성잡지1에서 2로 변화해가는 건 진리. 할리퀸 로맨스를 들고 다니는 수다쟁이인지, 아니면 펭귄북 클래식을 표지 닳아지게 가지고 다니는 촌년인지는 몰라도. 그 단계를 지나서 숙녀는 여성잡지 1에서 2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일단 그렇게 됐다 치고. 경우의 수는 다른 칼럼에서 다뤘으니 그걸 참고하시고. 일단 여성잡지 2의 애독자이신 우아한 부인이 어찌 나뉘는지 간략히만 알아보자면 이렇다. 우선 둘로 나뉜다. 둘로 나뉜다고.
    첫째, 외간남자를 만날 때 애기 손을 잡고 나가는 여자.
    둘째,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참고로, 진짜로 상태가 안 좋은 여자. 트라우마 때문이든 정신 문제던지, 그보다 선천적 원인이 아마도! 사석에서 일컫기로 미친년이네 뭐네. 남자 세계에서 성적으로 유명해지는 여자와 그런 아가씨는 또 다름. 그녀가 뜨면 또 반응은 나뉘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 첫째 일반적으로 구애하는 남자가 있으면, 둘째 나까지(?) 난 정중히 사절도 있다. 다짜고짜 집요함만 가지고서 타석주의만 고집하는 남자가 있으면, 품격 따지고 뭐 따져서 그녀의 선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 같으면 적당한 선을 지키는 남자도 있다. 값싼 연애서에서 남자가 10번 100번 대쉬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 애들 투정이다. 어린애 재롱이 귀엽다고 응석을 다 뺐지는 말자는 말. 필자의 친구의 친구만 봐도, 전직 뭐에 얼굴은 어떻고 등판을 보니 어떻고 뿐인가, 가운데가 또 어쩌고. 완전 범죄 영화이자 인생이 그랬는데? 그런데 얘가 얘가 집요함이 대단해. 성과가 만만치 않았다고. 걔가 단짝이랑 만나면 통상 하는 말은 뻔하다. <옛날에 누구있지......>! 그런데 그 누구가 꽤나 많더라 꽤나. 매번 바껴. 미안함을 표출하는 기준선이 높냐 낮냐, 라는 차이점도 있듯이 상남자도 집요함을 내세워서 뻔뻔스러워질 기준선이란 게 있다. <아니면 말고>가 다른 게 아니니까. 어쨌든 상태가 원래 많이 좋지 않은 아가씨가 있다 치고. 보기 드문 그런 숙녀를 보게 되면, 불쌍하다며 너무 뭐라하지 말라며 말리는 여사장님도 있다. 뿐만 아니라 1 대 1로 처음 만났을 때. 지극히 정상적인 처녀와 학교에서-사회에서 적당한 친분을 쌓은 다음에, 처음으로 1 대 1로 만났을 때. 첫 데이트에서 향수 냄새가 안 나는 여자도 있다. 여자들 잘 아시다시피 어떻게 그 정도로 노골적일 수 있는지! 오오, 끝짱! 말도 마시라. 최저점의 향긋한 향기가 아니라 그건 뭐...! 당연히 꼬리 흔들기부터 작정하고 첫 데이트 신청까지 모두 여자가. 또 당연히 B에 살다 A로 유학간 숙녀는 1.5소식이 껄끄러우면 원리고 뭐고 알고 싶지도 않고 무조건 A 편들기. 생각은 핸드폰이 해주는데 그걸 내가 뭐하러? 문명인과 원주민의 사고방식 차이도 모르고. 하긴 천동설 인지체계인데 이방인 배려 받으면 결코 나쁠 리가 없음. 시선과 관심도 받고 어머머머 나 연예인이야? 깨끗한 부자 환경이 좋고 강자의 보호를 받는 데다 남자친구가 슈퍼맨이면 어느 여자가 싫겠나. 물론 남자는 여자 외모를 보고 여자는 남자 능력 보고. 여자는 사회생활에서 경력단절을 감수하고, 애 낳고, 남편이 도와줘도 어디까지나 뭐니 뭐니 해도 엄마! 혹시라도 사랑이 영원하지 못한다면 양육비를 충분히 받을지도 걱정되고, 그 어디서 동네 아줌마를 하루 아침에 고급인재 취급해주지는 않고. 곧 있으면 "여자 나이 50 넘으면 누가 쳐다본데요?" 라는 말할 자격권도 발생하고. 그녀들 인생 고충도 이해가 됨. 그녀들 인생의 쓴맛 단맛 역시나 헤아리지 않을 수 없음. 일단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하물며, 여자라고 원정경기 안 떠나는 줄 아시나? 천만의 말씀. 시골에서 도시 정도면 귀엽게? 호르몬이 동기라면 그나마, 정말 그랬으면!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어린애가 화내는 모습의 GIF 짤! 그건 웃기기라도 하지.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100퍼센트인데? 남자는 부풀리고 과시하고, 여자는 감추거나 낮추고. 남자는 플레이보이가 못되어도 최소한 허풍꾼은 가능한 반면, 여자가 헤펐을 때... 그만 그만 그만! 그 차이. 오오, 소녀감성 소녀감성······ 아아 소녀감성이여!)
    소녀감성이 뭘 좋아하는가를 알아보니 그걸 좋아한단다. 그런댄다. 요만~한 것, 오로지 요만~한 것 기준으로만 남한테 피해 끼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대. 차라리 옹졸한 거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하면 속이라도 시원하지. 그러면서 자기 남자친구는 속좁다며 친구랑 같이 흉보는 재미, 결코 만만치 않음. 바로 그 민감한 감성이자 감각적인 감정, 그걸 좋아한다고. 그건 좋다. 그건 좋다고.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직관 : 논리
    감각 : 이유
    육감 : 증거
    그냥 : 왜
    청각 : 지각
    허영 : 합리
    로맨스 : 다큐멘터리
    드라마 : 뉴스
    요술 : 기술
    거울 : 성과
    조명 : 당근
    친목 : 목적
    수다 : 화술
    취향 : 안목
    논리-이유-증거-왜... 그런 원리는 뒷전인 채 그냥 무턱대고. 아무 이유없이. 그저 착한 척 밑도 끝도 없이 요술과 허영과 로맨스만 좋아라 하는 거! 바로 그거. (물론 남자쪽이 지나친 허세로 들뜨고 어설픈 자존심 때문에 우쭐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하는 얘기). 소녀감성 아조 쩔어 쩐다고! 미안하다? 다 이득과 관련 있어서 구사하는 일종의 기술일 뿐이다. 노래 가사 쓰는 꿈 많은 꼬마 숙녀도 아니고 소녀감성은 무슨. 놀이공원에서 필수 기구인 바이킹. 옛날에 사람 죽이는 해적선이었는데, 그거 타면서 무서워서 겁먹는 사람은 봤어도 슬퍼하는 사람은 여태껏 단 1명도 못봤음. 봤나? 보셨나? 살면서 단 1명도 못봤다. 만약 보셨으면 제발 좀 제보해주시길! 바이킹이 왔다 가면 물건만 뺐겠나? 사람도 뺐고 TV뉴스에 나오는 나쁜 소식이란 소식은 죄다 일삼아야 정상. 뿐이던가. 문화재! 첫째, 귀족만 살맛나는 세상 민초와 노예는 죽을맛인데 현대인은 고성을 거닐며 사진 찍기만 바빠. 둘째, 남아메리카와 오대양 육대주의 원주민들 꺼 좋은 거만 추려서 다 어디로 가져갔나? 그게 인간이다. 그게 인간이라고. 미안한 건 무슨 제기랄. 어찌 됐든 선발주자는 문명 체계 99%를 만들기 위해서 대가라도 치렀지. 그런데 요만~한 것만 이러쿵저렁쿵 남 피해 끼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건 뭐냐고. 일생이 그냥 남의 다리 긁기야. 일평생 수박 겉 핥기라고. 소녀감성은 아름답다는데 그런데 툭하면 바껴. 원리도 몰라. 아예 관심도 없어. 나만 이쁘면 끝이야. 내 이기심만 충족되면 끝이라고. 하루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야 한다고 했다가, 다음 날 내가 언제 그랬냐 나는 별책부록을 사랑한다. 몽키스패너 포르토피노, 다혈질은 귀여울 뿐. 녀석의 여자친구인 소녀감성양. 그녀들끼리 우정은 친구를 칭찬하고 다정하며 친해도, 제빵학원에서 동료 뼈가 금가 봐봐! 그러면 어떻게 된다고, 딱 어떻게 된단 말이야. 그게 진짜다. 그게 진짜라고. 남자랑 여자는 정반대가 아니라, 상당 부분 똑같다고. TV 드라마가 사극인지 현실에서 사람들이 사극 주인공인지 좀비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야생마 같은 가사는 추억이 됐고, 오직 경주마들 쥐어짜는 오락산업이 최고야. 행복업은 참 많기도 하지. 손가락만 까딱 해도 인종차별이네 뭐네. 미안한 게 어딨어! 순진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하나는 알고 둘은 몰라. 일관성도 없어. 얼굴도 두꺼워. 내가 최고야. 어떻게 하면 벗겨먹을 궁리만 하고. 돈이면 다야.
    결론은 뭘 좀 모르는 남자에게 여심은 영원한 미스테리라지만. 그렇지만 뭘 좀 알든 모르든, 여자의 마음은 한마디로 불가사의인 것.

PS. 끝으로. 이처럼 부드럽지 못하고 간접적이지 못한 채 미운 말 아픈 말을 여과없이 그대로 표현한 점. 간곡히 사과드린다만. 그렇다만. 하오나, 소녀감성이 원리를 모른 채 그냥 다짜고짜 쏘리-쏘리-쏘리만 맹목적으로 좋아하고. 주제를 벗어나고 또 벗어나고. 산만했다가 또 산만하고. 그렇게 보통이 수다 3시간이라서. 따라서 남자친구는 참다 참다 또 참다 끝까지 참다 마침내 두둥~ 뚜껑 열리고. 그래서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필자가 센 표현을 뽐내봤다. 그 점 깊이 양해드리는 바이다.
    으잉? 아니지. 아니지 아니지. 우리가 얼마나 정신없음을 잘 견디고 그녀를 배려했는데. 아 그러요 안 그러요? 네? 오빠 오빠 있잖아 내 말 좀 들어봐봐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말이야......자기야 자기야 있잖아 내 친구 남자친구가 글쎄......! 우리가 얼마나 잔소리에 시달리느냐구요. 그러면서 진짜인 척 잘 듣는 척 사랑스러운 척, 네? 그러면서 맞장구치고 편들며 그녀의 기운 복돋워주기. 그러나 우린 기 빨리며 퍼지고 또 퍼지고. 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이미 땄는데 뭘 또 따? 그렇다고 아름다운 사랑과 더티러브를 모른 체 시치미떼겠다는 게 아니고요. 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에 나오는 그 뭐야 효과음. 그거 들어보시지 않았소? 정녕 아니 그렇소? 네? 우리가 그녀들을 얼마나 아껴주고 양보하며 찬양했거늘. 그런데, 남자친구 옆에 있는데 딴 남자 보며 반하고. 자기들끼리 만나서 남편 흉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재밌어 하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네? 흑인이라고 남성미가 없겠소, 아님 혼혈이라고 하고 싶은 말이 없겠소. 우리 남자들도 다 보는 눈이 있고, 아닌 게 아닌 것 정도는 다 안단 말이오. 그렇다오. 집이두 그라고 생각하시유? 그람 됐네 됐어. 글쎄유 말이야 바른 말이래요. 홍콩에 마초가 없겠소, 아님 블라디보스톡에 상남자가 쫌팽이를 자처하겄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예? 이건 아닙니다 이건 아니예요. 우리 모두 들고 일어섭시다. 옳소? 자, 모입시다. 동지여! 들고 일어섭시다. 정말로요? 워──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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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주민 정신

from 칼럼 2019. 2. 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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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칼럼을 따로 써서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모순 가득찬 존재인지 두손 두발 다 들도록 실증하겠음. ~라는 호언장담을 지켰나 어겼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벌써 바보가 되어버린 듯 하니까. 전 신동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잘 모르겠다. 언제는 뭐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하니 어쩌니. 이성적으로 검증하지 않으면 안되느니 어쩌느니. 문명인과 야만인은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일 수도 있으니까 분명코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난리드니. 그 난리법석이더니.
    그래서 나는 원주민 정신에 대해서 또 다시 생각해봤다. 아직 뭔가 부족한 듯 하니까. 심지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후발주자권의 정신과 영혼과 마음을 분석하기>로 웬만한 석학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학구적 가치가 뛰어나다 라는 뜻이 아니라─솔직하다 라는 명목으로써 자신감이 생겨버렸다. 괜한 우쭐함도 아니고 무명이니까 잃을 것도 없겠다 딴지냐 뭐냐도 아니다. 헝그리 정신도 아니고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 무의식을 따져서 그분들께서 할 말을 못하거나 안 하거나. 그런 면이 없잖아 있는 것만 같았다. 따라서 최근 선발주자─중견주자─후발주자라는 3부분의 정신과 영혼과 마음의 차이점에 대해 통속적으로 말하기를 그래, 꼿혀버렸다. 할 말을 하자면 이와 같다. 일단 왜 선발&중견주자와 후발주자의 사고체계가 다른가는 예전에 밝혀냈고. 그 다음으로 후발주자는 왜 원주민 방식을 고집하는가, 왜 일관성을 그토록 쉽사리 포기해버리는가. 까지 주제로 심도 깊게 다뤘다. 그럼 지금 대체 무엇을 쓸려고 하는가? 그건 무엇인고 하니.
    문단 2와 3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하는 필자가 선발&중견주자측 사고체계를 흉내내서 후발주자를 비판하겠고. 문단 6과 7에서는 약 1.5세기 전에 태어난 선발주자측 작가의 시선을 참고해서 <옛날에 선발주자가 중견주자를 어떻게 바라봤나>에 쓱~하니 묻어가서 보충 설명을 하고자 한다. 자,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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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성이 필요하고 내부비판이 좋다는 걸 누가 모르겠나. 그러나 자각이란 게 어디 쉽나. 원리라는 대어가 제발 나 좀 잡아주라고 호박처럼 제 발로 굴러오냔 말이다. 원리 연구라는 핑계로 누군가 뻔히 기분 나빠할 사실과 어디서 빤히 마음 아파할 이치를 밝히는 일. 인간이 상심하더라도 누군가 총대를 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은 제 머리를 깎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은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개미와 거미 같은 개체. 그리고 네발 달린 짐승. 그 다음에 인간. 각자 말이 안 통하기로는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아닌가. 그래서 대체로 훌륭하지만 부분적으로 못하는 것도 있다는 뜻이다. 할 수 없으면 그나마 다행이게? 하기 싫어함과 못함을 양쪽에 꿰차고 있지나 않기를 바라는 게 현황. 지식노동으로 수박 겉 핥고, 예술로써 남의 다리 긁고. 인종차별이란 강박관념에 걸리고 선심성에 발목 잡히고. 희망 따지고 행복 거론하고. 오락산업은 얄밉고 물개박수를 받아도 모자를 판에 또 신부들러리! 허구헌 날 병풍 전문. 내 뻣뻣한 자존심은 물론 타인의 고고한 자존심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고. 만약 내가 우월해도 겸손해야 하고, 상대방 열등감을 건드려서도 안되고.
    고로 원리를 논하는 데 한계점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인문교양서를 읽어보면 나온다. 중세 라틴어는 어떤 언어의 바탕이 되었고, 켈트인과 게르만족의 이동 경로는 어떻고, 로마제국이 후퇴할 때 뭐가 어쩌고 어쨌다고. 슬라브 민족은 어떻고 제국의 역사니 뭐니. 그걸 학문적이자 건조하게 이성적으로 다 함께 끄덕끄덕하며 이견이 없다. 다만, 선발&중견주자 학자들 사이에서는. 그쪽에서만 말이다. 말하자면 <다양성은 OK, 그러나 아닌 건 아님>. 한마디로 일관성 있다. 학파가 나뉘더라도 학문과 과학과 수학에서 말도 안되는 이론은 상대를 하지 않는다. 쳐다보지도 않는다. 끼워주지도 않는다. 학계에서 뭔 외계인과 UFO도 아니고 51구역을 주제로써 다루지 않는다고. 현지에서는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은 고개를 돌린다. 어른들 일에 고양이의 야옹야옹과 강아지의 멍멍멍을 왜 끼워주겠나. 축구장에 고양이가 난입하고 관현악 연주회장에 강아지가 깜짝 출연을 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프로 레슬링 경기 무대에 아마추어 동호인이 웬말. 그쪽에서는 그게 된다. 순수과학잡지와 학계와 지성의 전당에서 중론에 대해 너와 나의 차이가 근소하다고. 네?
    그렇지만 아시아 원주민 가운데 섬쪽 인문교양학자들은 그걸 인정하지도 않고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한자의 기원이 어떻고 문화가 어떻게 이동했고 교류했고. 알파벳 인문교양학자들의 연구 가운데 일부를─내게 불리한 이론과 싫은 진실을─자기들은 인정하기도 싫고 듣고 싶지도 않다고. 선발&중견주자측 학계에서 의견을 나누거나 학회에서 토론이랄지 대담을 할 때 후발주자측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을려고 매우, 매우, 매우 조심한다고 한다. 100퍼센트 진실. 100퍼센트 사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나? 어째서? 왜 선발&중견주자측에서 주로 그래야 하냐고. 끼워주고 상장 남발하며 다비드가 물 반 고기 반인 분야에서까지 배려하며 인심쓰는데. 그런데 왜 다양한 원주민만 그 처우를 받아야 하냐고. 자존심마저 거꾸로 된 거 아닌가 모르겠다. 통 모르겠다. 남자들 우정에서 <내가 최고> 사고방식이 어찌나 강력한지는 이해한다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된 게 자존심마저 기형적으로, 늬 꺼는 내 꺼 내 꺼도 내꺼? 뭔 시츄에이션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왜? 도대체 왜? 왜 사실을 사실이라고 하면 안되냐고. 왜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하지 않냐고! 왜냐고? 왜? 감당하든 못하든 뜸들이지 말고 그 신기한 까닭을 밝히자면 이와 같다. 그 영문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의 정체를 굳이 복습하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칼럼: 애정론. 연애운. 짝사랑복.>을 참고하시길. 핀란드 원주민이라고 하면 기분 나쁘지 않고, 캐나다 원주민이라고 해도 썩 혐오스럽지도 않은데. 그런데 왜 유독 어딘가에서는 원주민이니 뭐니 라는 비유와 예시와 원리를 일컬으면 기분 나빠하시는지를. 남미 마초들 자존심도 자존감 화장품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렇지만 자존심 하면 후발주자 원주민이라니까 그러네요, 네? 내 친구들 허세처럼 그쪽 역시 자존심으로 보자면 최고급이라구요. 완전히 최상급이라구요. 원주민 전통의 역사가 대륙은 5000년, 반도도 5000년, 섬은 10000년. 인문교양서를 읽어보면 그래프로 설명으로 나와 있다. 박물관과 교과서에 나와 있다고. 물론 (일부에서) 문화제 설명문에 몇 년부터 몇 년까지는 빈칸. 그걸로 보면 꼭 인류 문명의 기원이 B.C. 4000~B.C. 3000년경 인더스니 메소포타미아니 거기가 아니라 후발주자의 어느 섬인 것만 같다. 보아하니 허세지수-허영심지수처럼 자존심이 마냥 뾰족한 게 좋다니. 그런데 선발&중견주자는 그렇지 않은데 이걸 어쩌나. 좌우간 그게 건강한지 불합리한지, 불미스러운지 멋진지는 각자 판단할 몫. '자존심이 비정상적인지 원주민 정서가 비일관적인지', '잘사는 부자 나라인가'. 적어도, 전자와 후자는 상관이 없다. 전혀 없다. 최소한 후발주자권에서는 그렇다. 확실히 그렇다. 특정 원주민의 관습이 세계관과 교양미와 합당한 상식의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봐야 좋을 리도 없고. 왜 유럽전쟁이 1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대전 2로 이어졌는지 모름보다 아는 게 낫다.
    그런데 왜 지식노동은 이처럼 자연스러운 이치를 밝혀내지 못했을까? 아니면 밝혀냈을까? 그랬을까? 못했다. 못했다고. 필자가 보기에는 못했다. 왜? 왜냐, 왜냐하면 흑인이라는 단어 자체에 인종차별이라는 인식이 뗄 수 없도록 붙어있기 때문이다. 싸구려 뽄드처럼 철썩~하니 붙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은 내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제패하고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도조차 못했거나, 아니면 실패했거나, 아니면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최고의 호박 터미널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할지언정 성선설에 근거할지라도 무의식적으로, 나는 살고 싶고 너를 죽이고 싶다고 드물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낱말 자제는 낱말일 뿐인데 사정이 그렇다 보니, 건드려서 좋을 주제라는 게 한정된다. 도전해도 시간낭비만 하는 특정 영역이라는 금기사항이 생기게 된다. 사생활은 보호 받고 싶고 미담은 환영하지만, 흑역사는 뚜껑이 열리게 된다. 드물게 내 사생활을 방송하기도 하고, 경미한 관음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사석에서도 만나는 사람에 따라 대처법이 다르니 내 정체성만 해도 몇 개로 나뉘게 된다. 귀한 시간을 상당량 할당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돈 떨어지고 인기 떨어져나가고. 더군다나 전통이 어떻고, 더더군다나 사고체계는 어떠하며, 심지어 겉으로는 진보적이게 보여지고 싶어하는데 속으로는 엄청 보수적이자 이기적이고. 그래서 선발&중견주자와 후발주자는 그와 같은 미세한 차이라는 게 없을 수 없었던 것이다.





    3

    한자도 우리가 발명, 젖가락도 우리가 발명. 고대 라틴어가 고스란히 프랑스어에 녹아들었고, 프랑스어는 (영국식) 영어에 영향을 남겼고. 마찬가지로 프랑스어도 일부분 영어에 물들었고. 앵글로족과 색슨족이 어쩌고저쩌고. 그게 저네들 사이에서는 논의가 되고, 다툼의 소지가 별로 없다. 거의 없다. 얼굴 붉히며 목소리 키우고 탈날 일이 없다. 5세기 중엽에 건국한 켄트 왕국이 6~7세기에 잉글랜드의 패권을 잡고. 8세기 이후 잉글랜드의 주교들은 교황의 간섭을 계속 자청했다. ~라는 데 역사적 사실에 이견이 없단 말이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대륙쪽으로부터) 인구의 유입은 0이요 문화적 영향도 0! ~라고 소위 말하는 지식인 즉 인문교양학자들 기분 나쁘지 않도록. 그렇도록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지닌 서구 인문교양학자들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분들께 민감한 사항이니까, 그분들은 극력히 반대하니까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경험했고 경험하며 경험할 것이다. 잘 알고 있다. 그분들은 원주민 학자님들께서 얼마만큼 발끈하는지, 자기측 주장과 다름을 어느 정도로 싫어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다 아시듯. 그분들은 그걸 결코 모르지 않는단 말이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권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구의 유입은 0이요 문화적 영향도 0>이라는 자존심을 좀 더랄까 많이랄까 뭐 좀 그런 게 있다. 일단 옛날 얘기하면 기분 나빠한다. 애플 같은 일반명사가 아니라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 브랜드명. 그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브랜드명. 그 성씨가 대륙에서 왔다는 건 정설도 아니고 사실인데. 그런데 그런 말 꺼내면 얼굴 표정이 싹 바뀐다. 정색까지는 아니겠지만 포커페이스, 그거 결코 쉬운 거 아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으로 원리와 원론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정직하며 합리적이어야 할 학자들. 그분들이 나서서 싫어한다. 과거를 바꾼다. 역사를 부정한다. 적어도 학자들은 많이들 그렇다. 이게 원주민 문화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원주민 문화란 말인가. 무슨 조지프 제이콥스작 아기 돼지 삼형제 동화야 뭐야. 꿀꿀꿀 아기 돼지 삼형제, 그 동화 작가! 전자와 후자의 차이냐고 뭐냐고. 이름을 풀이하자면 국가의 왕이 아니라 하늘의 왕이라는 섬나라 신분의 최고봉에 앉은 천왕. 그분은 정치인처럼 성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인정한다. (물론 개인 성향에 따라 정치인 마냥 정반대일 수도 있음. 내가 왜 전쟁범죄를 사죄해야 하는데,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일기장에 기록함). 그러니까 어떻게 감추지 않고서 인정하냐? 고대에 대륙쪽의 왕이 넘어와서 우리 왕가에 피가 섞였다고. 흔쾌히 인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드물게는 현지 묘소에 방문해 예도 갖춘다. 그러나 점잖은 신분은 그렇다 쳐도, 정계에서 그걸 보고 가만 있겠나. 극우 세력은 또 어떻고. 난징 기념관으로 향한 전-총리의 행보를 뭐라 논평했는지 현지인은 더 잘 알고 있고.
    (참고로 부언 설명. 제일 친해야 할 이웃 나라가 왜 그렇게 불화스러운지를. 요컨대 대충 근대 올림픽이 다시 시작할 즈음에 이랬음. A나라 국왕제, B나라 국왕제. 역사적으로 보면 2000년 통계로 평균 몇 년에 1번꼴로 규칙적 침략. 오직 A ──> B 그렇게 일방적으로만. 그걸 모두 통틀어 가까운 과거에 A에서 B 침략이 마지막. 당시 A는 B의 왕궁과 왕족과 궁녀들과 민초들을 졸병을 시켜 무참히 오래도록 살해. 개화 같은 장점도 있었는데, 끝물이 내전이라는 파국을 불러옴. 참으로 여러번 꼬임. 꼬인 건 현재도 마찬가지. A의 총리는 전범의 손자요 A의 왕은 전범의 아들. 불과 몇 년 전에 B의 1인자는 독재자의 딸. 물론 1세대가 과오와 연관된다고 2세대도 밉게 보면 안되지만, 그 근방 문화권은 유독 1당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음. B의 치욕적인 통한의 역사이지만 어차피 먼 과거로 흘러가는 만큼 지식에 대한 생각은 각자 개인차 존재. 한편, B의 정치인 일부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쫄랑쫄랑 A나라 국왕 생일 잔치에 (일찍도) 참석해서 꼬리 살살 흔들면서 딸랑딸랑 굽실굽실 반짝반짝. 허나 그건 드문 경우. 평균을 보자면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존중, 표면적으로 무관심. 그런데 문제는, 정치권의 소음은 오락산업이 좋아하는 최고의 표적이자 최적의 먹잇감. 따라서 양쪽에서 이따금 시끌시끌이요, 한쪽에서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전범 숭배. 그럼 B─C─D─E쪽... 좋아하고 박수치며 기뻐함. 특히, B는 오락산업의 소음이 반가울 리 없음. B에게 A의 국왕이 예뻐 보이겠나? 제3자의 시선으로 생각을 해 보시라. 상식적으로만 봐도 전혀 어렵지 않은 문제. 그게 어떻게 좋아 보이겠나. 심지어, 못생겼어. 뭐야, 눈을 왜 안 떠? 뜬 건가! 쳐다보기도 싫은 게 솔직한 심정. 그런데 오락산업의 역할 때문에 싫지만 들리고 반갑지 않지만 보여짐. 더 솔직히? 더? 정말? B의 평균은 A의 국왕을 겉으로는 존중. 그러나 실제는 다름. 어떻게? B에게 A의 국왕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깡통과 하나도 다를 게 없음. 거렁뱅이 거지 아니 곤충과도 다를 게 하나 없음. 아니면 비정상. A의 정치인이 뭐라 하건 사실은 사실. A와 B 모두 각자 하고 싶은 말이 때로는 막말일 수도 있고, 간혹 하고 싶은 말을 각자 하는 것일 뿐이며, 상대방측 말을 막을 수도 없음. 전범이 어디에 합사된 시점보다 1년 먼저 태어난 일개 가난한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이승에 온 건 아니겠지만, 전범이 숭상 받는 이상 문명인과 야만인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음. A든 B든 할 말 못 할 말 구분도 없고. 그 다음으로, 그러면 과연 A나라 평균의 속마음 안의 속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됨. 말 하나 마나! 그게 다 비일관성 때문. 유리하면 전면에 나서고, 불리하면 꼭꼭 숨고. 마음에 들면 고스란히 흡수요, 싫은 건 배척. 부언 설명 끝. 아니 하나만 더!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독일의 군홧발에 알제리궁이고 뭐고 천지가 골병들 당시. 뒷짐지고 방관하던 이탈리아는 1인자의 호쾌한 결정에 따라 프랑스의 뒤통수를 침. 프랑스 입장에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국왕 없음. 이탈리아가 아직도 국왕제라면 다빈치의 모나리자라도 들고서 생일 파티에 갈까? 현재 독일의 국왕제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전-유럽이 쌍수를 들고, 두손 두발 다 들고 자존심도 양심도 없는 독일 국왕을 찬양할까? 정반대라는 건 인간이면 모를 수 없는 일.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니까, 살아 생전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건 살아 생전 얘기. 사람이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야만인임을 증명하는 일을 자초하는데? 같은 편을 못살게 하며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데? 그런데 야만인이 사후 절 받으면 하늘에서도 왕일까? 그럴 리는 없다. 그런 일은 0이라고 봐도 됨. 중간만 가면 되고. 아니면 나중 최말단 거지가 되어 유령들께 봉사하게 될지도 모르고. 살아생전 신급이었으니 누릴 만큼 누렸으니, 차후 값을 치러야 이치에 맞음. 그러니, 어? 올라와서도 왕일 꺼라고 착각하지들 말어, 이 냥반들아. 그걸 누가 보장하겠소. 광대가? 아님 레인메이커가! 똥개 훈련시키다, 라는 속담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뺑이-치다. 그걸 어찌 모를 수 있냐고. 권력에 취하고 영화로움 때문에 벌거벗은 임금님 되시건 어쩌건. 나중 후회하지 마시길. 성선설이 설득력 있다만 성악설도 납득 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사람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변하면, ... 그건 통과. 오히려 가중 처벌이 된다면 모를까. 싹싹 빌어도 모자를 판에 뭐가 어쩌고 어째? 어차피 뭘 하든 다 가짜인 거 모를까 봐? 걘 찍혔음. 딱 찍혔음. 일찍도 찍혔음. 국가간 이웃들 속사정이라는 게 이렇듯 비슷비슷. 개구멍에서 나오는 건 개요, 쥐구멍에서 나오는 건 쥐. 일반적으로 그렇다. 그러다 사람이 경우에 따라 곤충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할 것. 웃기는! 썩은 미소 이뻐 보이지 않음. 내 자식은 소중하면서 남의 자식 귀한 줄을 모르다니. 밑에서 못하면 위에서 한다니까 그러네요. 그렇다고 차후 쌍방 의견의 차이가 개선될 여지가 있냐, 하면 0이다. 그 가능성은 영원히 없다. 답은 그냥 이대로 가는 거다. 티끌 만한 틈도 없이 완전한 0. 원주민 의식은 여전히 초야권 시대에 머물러 있고, 원주민 정신은 아직도 노예제도 당시와 똑같다. 정치인은 대체불가능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옆나라를 이사보내고 싶은 게 진심. 여자가 천생 여자이듯, 원주민은 만년 원주민인 법.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원주민 입장으로써는 그게 당연. 오히려 국왕이 인간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염원. 신이었다가 인간 선언 했다가 다시 하늘의 왕이라니. 완벽히 태평양 원주민-식이다.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야지 언제까지 과거에 붙잡혀 있냐, 우리의 국왕을 사랑해주고 영어처럼 우리 언어도 널리 쓰이고 싶다! ~라는 본심이 없으면 역적이자 매국노 소리를 듣는 현실. 딴 데는 왕이면 왕, 여왕이면 여왕. 끝! 얼마나 깔끔해. 그런데 이건 뭐야. 쌩쑈야 코메디야? 신에서 인간 선언 했다가~ 존엄성은 여전히 신이고. 옆 나라 왕족은 해충처럼 말살에, 우리나라 지존을 입에 올려? 말조심하라느니 뭐라느니. 낯짝이 두꺼워도 유분수지. 정말 몰라서 묻건대, 쌩쑈야 코메디야? 그런데 진지해. 엄청 심각해. (절레절레). 독한 것들. 지독한 종족. 피도 눈물도 없는 원주민. 과거 유럽에서 유대인 자본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필요했고. 미움을 샀던 영역은 주로 유대인 가운데 자본가 부류. 아돌프 히틀러야 크나큰 오판을 실행에 옮겨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렀지만. 이건 뭐 그냥 전원이 꽉 막힌 거도 아니고 말이야. 아주 그냥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동 좀비요 일동 로보트. 하여간에 혹성탈출 참 대단하다 대단해. 세계가 자기들을 위해서 희생하며 기도해주는 줄도 모르고. YOU WIN, WE LOSE! 하필 가면이 철면피네 그려? 두고 보자. 어디에서? 하늘에서! 필경 새와 여우는 말이 안 통한다. 토끼굴에서 쥐가 나올 수도 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부언 설명 진자로 끝)
    무슨 서구 문화가 풍선껌도 아니고. 단물만 쏙~ 쪽쪽 빨아먹어도 되는 뭐 그런 건가. 그런가? 정말 그런가? 불리한 역사 영화는 수입 금지요, 참혹스런 가까운 역사는 무조건 고개 돌리기. 국제기구에서뿐만 아니라 공식적-비공식적으로 불리한 건 덮고 감추고 왜곡하기. (일부 민간단체랄지 시민모임에서 또 개인적으로 노력은 하는데, 행정은 반대됨) 그리고 나라의 기원은 1만년. 세계 최고. 공영 방송에서도 불리한 내용은 방송 금지. 조지 오웰식으로 세뇌되니까 학교 선생님조차 민감한 해외 뉴스가 논제로 나오면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지. 별수 있나. 일부에서 원자폭탄 투하를 사과하라 사과하라! 그러나 속으로는 아메리카 백마 사랑해요 사랑해요! 러시아 백곰 뷰티푸리 뷰티푸리! 정치인은 또 아메리카를 못 믿고. 이로 봤을 때, 왜 로렌스가 태평양 원주민을 야만인으로 봤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지 않을까? 이건 의심할 여지 없도록 완전한, 원주민의, 밝은 미래로 가는 서구문화식 희망 열차에 무임승차하는 모습이다. 아니 그런가? 보자, 그러니까 진짜로 그렇다고? 정말로? 가만있어 봐,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아니라 원주민 참을성이로구만. 수컷들 우정처럼 정치는 남자가 하니, 남자에게 유리한 문화이니만큼 어쩔 수 없음.
    여기서 폐막하면 몹시 몹시 서운함. 뿐이던가! 섬나라 원주민만 그런 게 아니라 그 근방 원주민들의 공통점이 있고, 약간씩 다르다. 밝은 피부색이 민족에 유입되는 건 썩 싫어하지 않는 반면 어두운 피부색의 유입은 그와 정반대라고. 아니라면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여기까지 또 지금까지 틀린 얘기랄지 거짓 사실이 단 1개라도 있으면 반론을 제발 해 주시길. 제발 제발 제발. 오오, 제발. 부디, 제발. 제발 좀 소원이니까요.
    타인을 험담하는 게 마냥 기쁘고 즐겁고 신나서 이럴까? 정말로 그럴까? 믿거나 말거나, 진짜로 그렇다. 마냥 기쁘고 즐겁고 신나서 이런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데 어쩌란 말인가. 학예회는 어린이 잔친데 거기 갓난아기가 등장하면 귀엽기라도 하지. 걔네들끼리 10살이 5살한테 세대 차이난다고 하면 이쁘기라도 하지. 잠시 착오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부의 사적인 지각도 아니고. 전체적인 평균이 그런데 어찌 바른 소리, 옳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나. 비겁한 사람이야 하기 싫다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여기서는 아니라고. 서구문화. 즉 유럽문화와 현대문명의 근간은 딱 2가지. 단 2가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크리스트교. 딱 2개. 미술-음악-문학-건축-조각등 그거 빼면 논할 게 별로 없다. 볼 거도 없다. 그런데 원주민은 그 서구문화에서 마음에 드는 건 용광로처럼 흡수요, 마음에 들지 않은 건 배척? 실제로 원주민 섬나라에서 크리스마스는 휴일이 아님. 어디까지나 그건 남의 것. 전범을 길이길이 추모할지언정 그건 싫음. 다양성은 좋지만 그건 너네들 꺼. 일관성에 위배되는 구시대적 관점이다. 유럽처럼 연합이 국가보다 위에 있는 형식, 원주민은 싫어한다. 그건 중견&후발주자 방식이 아니다. 이해도 안되고 용납도 안됨. 내가 최고니까. 서로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딴소리하기도 바쁘니까. (주로 남자가) 비꼬고 조롱하기 좋아하는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스코트랜드-아일랜드-북아일랜드 인내력이 아니라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상식이 동일하고 교양으로 말이 통한다.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돌려서 말할지언정 아닌 건 아닌 거다. 왜? 선발주자권이니까. 그런데 지구 반대편은!
    모순을 감내하는 게 정상이자 필수고 진리다. 앞에서는 마음을 녹여주도록 친절과 감사와 수줍고 착하고. 그러나 속마음은 묻지 마세요-고. 겉은 완벽한 문명인인데 속은 완전한 원주민. 절반의 가식이 최선일 수 있고, 반투명한 위선이 차선이 되기도 한다지만. 동질감과 유대감등 인간 본연의 본성은 동서고금 100퍼센트 일치하지만. 그러나 사고방식은 작동 원리부터 시작하여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님. 본심─사심─진심─흑심─동심─무의식. 아, 중간에 의심이 빠졌다. 100퍼센트 안전빵이 아니면 절대 절대 절대 베팅하지 않음. 치밀함의 극치. 좀비처럼 전체적이고 로보트처럼 완벽하고. 에스프레소와 피자의 고향인 이탈리아에 스타벅스가 발 붙이기 어려웠던 건 말 그대로 고향이니까. 그런데 반대로 열도는 좋고 마음에 들고 우수한 건 전부 흡수한 다음에, 내수품 사용 세계 최고. 역으로 내수 브랜드는 세계 장악. 여러 브랜드를 보자면, 원류 브랜드들 주식 분포를 따져도 실제로 욕망은 왕성한 만큼 성과가 뛰어났다. STEINWAY AND SONS, JOHNNIE WALKER AND SONS 같은 산업군의 가라성 같은 명망을 끌어내리진 못했으나 JIM BEAM 꿀꺽에 세계 제패의 꿈이자 야욕은 모양만 바뀐 추세. 그게 뭘까, 역사적으로 등장했던 제국들의 공통점이다. 선동이 웬말. 주동자 구경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차라리 방관자요 비겁쟁이에 조연이자 신부들러리를 택함. 순도의 오차를 티끌 만큼도 허용치 않는 원주민 정신. 수많은 원주민 정신들 가운데 굉장이 특이해서 인문교양학자에게 참으로 좋은 연구대상이다. (필자 친구인 촌닭&뱁새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재밌는 것처럼, 대하드라마식 사고방식도 결코 만만치 않음. 다른 말로 꽤 괜찮은 먹잇감. 심리학자들 심하게 떨리도록). 러시아 인형과 진짜 판박이다. 완전 놀랍도록. 속마음 속에 또 속마음. 또 그 안에 속마음. 아무도 믿지 마! 영화 대사가 인생 표어구만 그래. 숨길 수도 없다. 몰라서 손해볼 수는 있으나, 알고서 불이익당하지 않는 게 더 좋다. 알 건 알고 나서, 그 다음에 사랑과 희망과 행복을 따지기. 친하기. 교류하기. 어울리기. 사귀기. 애용하기.
    칸트니 쇼펜하우어니 형이상학과 크리스트교는 너네들 꺼. 우리는 국왕을 신격화. 그게 좋음. 좋든 싫든 우리 방식이고 인습이자 지켜짐. 간섭은 정중히, 엄숙히, 결연히 사양하겠음. 죽든 살든 사람 취급 받든 못받든. 야만인은 그런 거 일절 관심 없음. 오직 2가지 관점만 존재. 우리가 최고, 아니면 나머지는 다 적이자 신부들러리. 21세기에서 22세기로 나아가는 지금 아프리카의 정치 시간표가 어떻나. 교과서에 나오는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가 현실이자 평균. 그러니 열도도 원주민인 건 맞는데 '나는 최고', '우리가 최고'니까 옛날 얘기 싫어한다. 딸랑딸랑 반짝반짝이 아니면 거절한다. 서구 문화에서 우리 마음에 들고 좋은 건 들여오고, 싫은 건 노노노노노! 나중 하늘나라에서는 어떨라나 몰라도 우리는 존엄하신 국왕 숭배요 전범자 찬양이 제일 좋음. 하늘이 무섭지도 않고 신이니 뭐니 그런(그딴? 그따위?) 얘기 알고 싶지도 않고. 내 인생 내가 살고 내가 최곤데 신이 뭔 상관? YES~ (딱), OK~ (쉭──쉭──쉭)! 마음껏─실컷─원 없이, 얼마든지 자유를 누리시도록. 단, 천국이 됐든 지옥이 됐든 나중 딴말하기 없기! 기대해도 좋음.
    원리가 그러하니, 때문에 순서는 뒤바뀌지 않는 게 100번 나을 것이다. 완벽한 원주민 페이션트. 그러니까 캐나다 원주민이 바둑 세계 1-2-3위권인 동시에 한자 문화 1-2-3위권에서 4~7년을 살았다고 생각해보자. 중견주자 가운데서도, 고전이라는 기반이 없지만 선발주자식 체계는 완벽하게 복사된 중견주자. 그 가운데 그래프 유형이 좀 더 유럽을 닮은 캐나다 원주민이 태평양을 건너 진짜 원주민 문화를 뼈저리게 체험하면 그 솔직함은 차라리 감추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대체 뭘 느꼈을지 헤아리고도 남는다. 어쨌든 원주민은 전통이 좋고 자존심도 지켜야 하니 그건 당사자 문제고. 문단을 띄어서 다음에는 1~1.5세기 전에 선발주자권에서 중견주자권을 어떻게 보았나, 라는 시선에 근거하여 중견주자와 후발주자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겠음.





    4

    정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으로써 그렇게나 원리는 이해가 안될까? 그럼 예시를 들어보면 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유럽 각국의 왕실들을 접령하고, 각국 왕가들 3족을 멸했는가 아닌가는 몰라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반대였다. 왜? 원주민식이니까. 입장을 바꿔서 가정을 해 보자.
    <당시 대륙 즉 중국의 준-마지막 황제는 평소처럼 항상 품위로운 생활. 반면 아랫것들은 세계 지도 반틈을 피바다 만듬. 당연히 섬나라 즉 일본 원주민들이 그렇게나 떠받들고 신으로 숭상하는 일왕은 소-닭-돼지-말-곤충보다 못하도록 능지처참당함. 것도 일개 쫄병을 앞세워서. 그래서 현재 대륙은 국왕제요 섬나라는 왕이 없음. 중국은 왕도 있고 대통령도 있고 총리도 있고. (한 국가에 왕이 2명일 순 없듯 대통령과 총리는 공존할 수 없다는 게 보통인데, 둘 다 있는 정치제도권도 있음). 그처럼 중국은 국왕─대통령─총리 그렇게 3세트가 있고. 일본은 꼴랑 총리 1개뿐. 그랬다면 섬나라 원주민들이 현재 대륙의 왕을, 즉 일본 원주민이 중국 원주민의 국왕을

  • 존중하겠나 존경하겠나?
  • 좋아할까 싫어할까?
  • 보고 싶을까 보기 싫을까?
  • 근황을 궁금해할까 아닐까?
  • 안부를 알고 싶을까 아닐까?

    대륙의 왕이 섬나라한테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한 적은 0번인데? 영원히 0번인데? 꿈도 못 꾸는데? 오히려 말조심하라면서 대사를 불러서 꾸짓는데? 인접 지역의 늬 땅도 내 땅, 내 땅은 원래 내 땅. ~라고 하는데? 망언은 생활이고 막말은 일관성 쩌는데? 사과를 하고 받고 그거 누가 좋아한다고! 해도 다 가짜 죄다 가짜. 소란스러움과 시끄러움 일으켜서 국내용으로 정치에 이용할 생각이나 하고. 야비한 대륙 비열한 족속이네 뭐네, ~라면서 섬나라 원주민이 생각하지 않으면 비정상인데? 뿐만 아니라 대륙의 대통령 및 총리는 현직 신분으로써 굽히면 역적이란 비난을 받는다고요! 따라서 중국의 역대 전직 1인자만 형식상 반 세기에 1번꼴로 방문만 하는 실정인데? 방문해도 갖은 모략에 막말에 난동은 끊이질 않는데? 그러면서 대륙이 희망찬 내일로 함께 나아갑시다, 과거는 과거일 뿐. ~라고 한다면! 그럼 섬것들 퍽이나 좋아서 춤추시겠네>
    사과! 미안함에 대해 유독 잊혀지지 않는 경험이 기억난다. 어릴 때. 초등1... 아마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다. 필자가 의인화 동물 캐릭터를 그렸다. 솔직히 보통 이상은 되도록 좀 잘 그렸다. 그럼 골목대장 놀이를 좋아하는 녀석들이 가만 있겠나. 3인자를 대동한 채 2인자가 내 그림을 좀 보자며 들고서 보더니, 쪼르륵~ 어디로 간다. 필자도 같이 갔다. 그렇게 1인자는 필자의 그림을 보게 된다. 1인자-2인자-3인자 그리고 본인. 1인자가 갑자기 그 그림을 살짝 고의로 찢는다. 필자가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것도 (비)웃으면서. 그러면서 1인자왈,
   「앗. 미안하다.」
    끝. 미안하다 라는 사과. 빤히 내려다 보면서 미안하다! 사과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림 혼자 찢어져버렸어. 미안. 미안. 야, 가자!」 라는 말을 했나 안 했나. 어쨌든 그거다. 그거라고. 바로 그거라고. 진짜로 미안하면 미안한 짓을 대체로 하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랄지 불의의 뭐랄지. 그런 일 빼고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타고난 천성을 어찌 바꾸나. 원숭이로 태어나면 원숭이로 살지 사자처럼 행동하고 호랑이처럼 생각할 수는 없다. 엇비슷하게 따라할 수는 있을지언정 원주민 정신을 잊을 수는 없다. 향수병이란 게 다른 게 아니다. 사과?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그딴 걸 뭐하러 하나. 단, 사적으로랄지 때와 장소에 맞춰 필요한 건 필요하고. 멜버른─파리─EU 본부가 있는 브뤼셀─밴쿠버─밀라노─뉴욕에서 길을 걷다 흔하디 흔하게 듣게 되는 말, 사과! 미안해요 미안해요. 어머 실례해요 실례해요. 그거 다 배려이자 예의고 습관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듣는 "미안해요"와 같은 말이 뭘까? 설마 모르시진 않겠지요. 귀하께서 잘 아시다시피 우리들이 툭하면 애용하는 말 "낭자 아름답소"다. 곧 진짜는 그것만큼 드물다.
    세계적인 대도시에서 숙녀들이 일상적으로 듣는 말. 동전의 앞면은 예절이자 찬미고, 뒷면은 미끼요 입질이다. 그 가운데 사랑은 매우 드물고, 있어도 어차피 변하기 마련. 인생에서 톱3 사랑. 무인도에 데려가고픈 이상형 1─2─3. 재산목록 1─2─3. 나머지는 다 빈말. 몽땅 빈말. 그래서 습관적으로 "미안해요"를 입에 달고 사는 문화권에 살다가, "미안해요"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지역에 당도하면 때로는 까무러칠 수도 있다. 무례하다느니 무심하다느니 그러면서. 어차피 <미안해요>를 남발해서 인습을 이루느냐, 아니면 <미안해요> 자체를 애초에 줄여서 관례를 만드느냐. 그 차이다. 뒷골목 술집에서 친해질 뻔 말 뻔 그 단계 여급에게 "야, 한 번 주라!". 숙녀들한테 친절함과 자상함과 이름 불러주기를 남발해서 성과가 톡톡하느냐. 아님 오직 하나 뿐인 사랑에 전념하느냐. 그 차이다. 어쨌든 그건 무엇이 <옳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님. 애시당초 미안함을 발생시키지 않던가. 아님 빈말을 입에 달고 살며 타인을 못 믿던가. 기준선이 바닥이라서 입만 열면 미안해요, 손만 까딱 눈빛만 멈칫 해도 인종차별! 다정함과 인기와 짝사랑 받기와 반짝반짝을 좋아하면서, 또 쏘리 쏘리 그러니까 그게 멋져보이니까 무턱대고 그게 좋은 줄 알어. 표면적으로야 남한테 폐 끼치는 게 싫다고 하나, 인간의 본성은 또 다른데? 쏘리 쏘리 쏘리 또 쏘리. 툭하면 쏘리. 그게 다 공짜가 아니란 건 왜 모를까. 매정함─몰인정─무정─비겁─외면. 두 마리 토끼처럼 동전의 양면 같다는 걸. 사석에서 친구랑 어떤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언제부터 그렇게 미안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살았냐고.
    반면 미안함을 표현하는 기준선이 높으면 정말 많이 미안한 경우에만 미안해요, 차별은 차별이고 차이는 차이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그야 어떻든, 소녀감성은 쏘리─쏘리─쏘리, 레이디 퍼스트! ~에 끌리기 마련. 미안함을 표현하는 기준선이 낮은 것보다 월등히 높은 문화를 선호한다. 그게 뭐냐, 웨스턴! 그런데 가만 있자. 가까운 데 곧 바로 옆에 <쏘리─쏘리─쏘리>가 있고, 선심성이란 명분도 아름다운 데다,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네? 세부적 차이는 있으나 생김새로 봤을 때 세계에서 최고로 비슷하네? 순진한 소녀감성은 싫어할 수가 없다. 에스코트이자 숙녀를 위하고 쳄발로와 플룻 선율로 포장된 근사함과 또 다른 원주민 문화. 그러다 나중 깨닫기도 하고 뭘 모르기도 한다. 말이 통하는 남자가 있네 없네 그래도, 거울을 보니 나도 원주민이거든. 그래서 좋게 말하면 탐정이자 정보원, 중간은 깍쟁이, 안 좋게 말하면 전형적인 간신배에 해당하는 동쪽 남자와 육지의 여자는 대체로 잘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민족성이 <여성적─원주민적─구시대적─내향적─남성중심적>인 동쪽 남자와, <남성적─또 다른 원주민적─구시대적─서구권 정도는 아니지만 근방에서는 외향적─보수적>인 서쪽 여자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 선발&중견주자권 문화를 동경하는 건 똑같지만 연애 취향이 정반대니까. 지구촌 어디든 이미 때가 늦었지만 넘어졌다 일어난 연애론자도 있고, 그걸 아름다운 사랑이자 행복한 가정으로 일군 사례도 많음. 어쨌든 영역을 좁혔을 때 문화적으로, 남자가 여자 가방을 미쳤다고 들어줘? 자식에게 기대면 나중 같이 여행도 못가고 연락도 줄고 점점 멀어질 텐데. 흰머리 히끗히끗 할머니도 자기 가방 자기가 들지 절대로 자식에게 떠맡기지 않는다. 서구식 개인주의와 원주민 개인주의는, <CD-샤넬-에르메스 대 비슷한 상품>처럼 비슷한 듯 한데 잘 보면 완전 딴판. 역으로 서쪽 남자와 동쪽 여자는 나름 궁합이 괜찮고. 8 대 2 같은 시시콜콜한 주제는 따로 하는 걸로 하고. 옆으로 좀 샜다만 돌아와서. 아무튼 소녀감성은 <미안함>의 겉과 속, <미안함을 표현하는 기준선>에 따른 원리를 아주 잘 안다고 하기는 좀처럼 힘들다. 미안함을 표현하는 기준이 높냐, 낮냐는 이쯤 하고.
    "미안 미안 미안"의 다양성으로 보건대 세상은 썩 아름답지도, 사랑은 그다지 진실하지도 않다는 점. 그거 아니면 다 뻥이다. 죄다 거짓말일 뿐이라구. 개구쟁이 초딩도 아니고 언제까지 소녀감성? 밑도 끝도 없이 착한 척 귀 막고 생각하지 않기? 바른 말 옳은 얘기하는 일부 시민단체나 개인은 극소수일 뿐. 소녀감성 오졌네 오졌어. 미안해요 미안해요. 남에게 피해 끼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일이라는 여성잡지1? 과연 나중 어떻게 여성잡지2로 변하는가 보시라. 찬찬히 관찰하시라. 괴물은 다른 게 아니다. 골목대장 꼬마가 선보이는 미안하다 퍼포먼스, 그게 진짜 미안함이다. 우리 다혈질 오빠는 아니다 아니다 할 말 한다? 진짜 앞에서는 암말도 못한다. 벙어리가 따로 없고 비겁자 중의 최고다. 그런데 또 원자폭탄 투하는 사과해라 사과해라! 매스컴에서는 사과할 마음 1도 없다, 극히 유감이다, 말조심해라! 툭하면 망발이요 걸핏하면 막말. 그게 진짜다 그게 진짜라고. 아니면 몽땅 전부 뻥이다. 전부 다 개-구라다. 마키아벨리즘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피렌체는 어쩌고저쩌고. 마키아벨리즘이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를 뜻함. (참고로, 윤리학에서는 수단을 목적으로 오해하는 일을 가장 심각한 죄악으로 꼽음). 그러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확산을 막아야 한다, 감춰야 한다, 너네들 뭐하고 있냐 이건 장난이 아니다, 불미스러움은 요만큼도 없었다. 물론 이견은 정당하고 정말로 입에 '미안해요'를 달고 사는 건 좋지 왜 아니겠나. 그럼 뭘해. 다 뻥인데. 다 가짜인데. 변치 않건 수시로 변덕이 극심하건, 속마음을 열어보고 본심을 파헤쳐보니 무릇 사람이 양의 탈을 쓴 금수만도 못할 수 있기가 이렇게 쉽다니. 이리도 흔하다니. 이다지도 만연할 수 있다니.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게 위선이다. 포장은 아주 그냥 기가 막히게, 사람 마음 녹여주도록 부드럽게, 관능적으로 유혹하여 목적만 성취하면 그 다음엔 어떻게. 아마존의 뜻은 무엇인지. (눈 살짝 찡그린 채, 한 손으로 다른 손 새끼손가락을 집으며) 요만~한 일에는 남 피해 끼치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면서. 응? (소녀감성끼리 이거 동의하지 않는 여자는 만나기 힘듦. 귀가 아주 그냥 펄럭펄럭). 그러면서 골목대장 어린이가 꼬마 어린이 앞에서 그림 찢는 장면을 시연하자마자, 앗~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게 진짜다. 아니면 가짜다. 뻥이다. 다 뻥이다. 몽땅 뻥이라고. 속으로는 극심하게 이기적이면서 미안한 건 무슨. 인간이라는 존재는 티끌만한 이익이 아니면 결코 움직이지 않는 존재다. 교양인이냐 유인원이냐. 문명인이냐 야만인이냐. 인간이냐 인간이 아니냐. 원리로 따지건대 반틈은 동물일 뿐이고 반틈은 사람이다. 그나마 반틈이 사람이면 다행이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듯. 야만인이 문명인을 흉내낸다고 생각도 그렇게 되는 건 절대─절대─절대로 아니다.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형식도 중허고 겉꾸밈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진짜는 마음이다. 말로 진짜인 것처럼 속이는 화술이 아니라, 앞에서만 딸랑딸랑 반짝반짝이 아니라. 알맹이는 마음이라고. 여러개의 마음과 시시각각 간신배처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묵직한 마음. 순수한 순애보 같은 것. 천년의 사랑. 알록달록 탐스럽든 벌레 먹었든, 향기롭고 울긋불긋 못생긴 풀꽃이든. 모두 다 따먹고 죄다 꺾고 싶은 마음과 같은 게 뭐냐, 미안해요 미안해요-다. 아시겠습니까, 모르시겠습니까! 2범주 3범주로 먼 친교랄지 어중간한 지인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가까운 사이요 친한 친구. 티격태격 다투고 할 말 못 할 말 다 해도 되는 사이. 그런 남자들 우정에서 미안하다는 말? 말발 센 녀석이 농담으로 간혹 구사할 수는 있는데. 그런데 정말 많이 미안해서 미안하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주제처럼 친구 사이에 그런 말은 낯간지러워서 못한다니까 그러네요. 정말로 그러거든요. 그럼 땡큐는 뭐라고? (딱)! 일단 넘어가고. 그러니까 남자 대 남자는 그렇다 치고. 남자 대 여자! 날 좋아한다고? 변심은 수순에 절망은 운명이요 뒷패가 환멸일 수도 있지만, 내가 더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랑해요? 속는 셈 치고 믿어본다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법. 그런데 미안해요? 썩도 아니고 퍽도 아닌 더없이 믿을 수 없는 그 말. (절레절레)! 내가 하면 당위성에 동물적 논리요 경제 관념이고, 남이 하면 알량한 자존심에 질투심과 복수심? 일관성 없음. 비윤리적. 금수의 야성. 곤충의 논리. 분통 터지는 분이시여!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상심의 나날 부디 쾌차하시기를. 조금 늦더라도 악함은 응분의 값을 치르지 않을 수는 없을 터이니. 다시 돌아와서,
    그처럼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유럽의 왕족들을 말살했다면, 지금 현재 전-유럽인들이 독일의 왕을 과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진정 의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유럽은 문명인이니까 상식이 통한다고. 지구 반대편처럼 원주민식이요 야만인이 아니니까.
    그럼 지금 현재 이와 같은 칼럼을 인지한다면 섬나라 국민들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까? 솔직히 어떻게 느낄까? 인간이라면 깨달아야 정상인데, 바로 이때 정확히 갈린다. 바로 문명인과 원주민으로! 절대로 반성이니 뭐니 이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라면 거짓말. 속으로 칼을 간다. 아주 그냥 칼을 간다고! 어떻게? 세계제패 재도전에 대해서! 원주민은 어쩔 수 없는 원주민이니까. 
   「너네 따위 미개한 것들이, 어? 너네들이 우리의 신 같은 하늘의 왕을 모독했겠다? 어디 두고 보자!」
    ~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100% 비정상이라니까요. 네? 우리가 무슨 코흘리개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그걸 모르겠나. 모든 포장을 풀어 무의식을 분석하자면 그게 정상. 지구본 반틈을 쑥대밭 만든 건 괜찮고, 거룩한 우리 지존이 모욕 받는 건 괜찮지 않고. 아니라면 거짓말! 1세기전─현재─1000세기 후 같은 먼 미래까지. 대동소이한 게 아니라 완전히 동기화됨. 인간의 사고체계는 바뀔 수가 없는 법. 천부적인 사고방식이 어찌 바뀌나. 타고난 천성은 죽을 때까지 변치 않음. 원주민이 더 원주민스럽게 사극으로 아예 쏘옥 들어가버리느냐. 아니면 원주민식을 고집하지 않아야 할 게 무엇인지를 아느냐. 그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그러나! 인간의 육신으로 사는 인생, 살아 생전 원없이 모멸감을 느끼든 막살든 대충살든. 그건 온전히 인간의 몫이고. 반면 사후는 인간의 몫이 아님. 그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그 어떤 인간 말종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인간으로 만들어줌. 인간계에서 인간 이하이자 인간 미만은 사후 입도 뻥끗할 권리도, 힘도, 뭣도 없으니까. 신성모독이니 무신론이니 그런 건 얼마든지 좋다 얼마든지~ 아름답다. 그건 괜찮고 좋고 예쁘며 향기롭다. 좋다고. 그렇지만 다양성은 좋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산타 할아버지가 정상참작을 못하시겠나 우주 바깥에 SF가 없겠나. 의무방어전에서 내내 기 빨리느라 힘드셨다가 나중 패자부활전을 치를 수도 있다. 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정말로. 진짜로! 하늘 같은, 우주 대천사 같은 우리의 (직접적인 용어는 입에 담지도 못하니까 무엄하니까) 지존의 숭고한 존성대명을 더럽혔다며, 앞으로 더더욱 원주민스럽게 더 더 더더욱 독해질 생각이라니. 할 말을 잃게 만듬. 안 그래도 내수품 사용 세계 최고에, 크리스마스는 너네들 꺼에, 말이 안 통하기로 세계 최고인데. 선심성에 강박증에 퍼주고 어쩌고, 서구적인 세상 문명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만 바보되라고? 또? 계속? 영원히 신부들러리? 어버버버버 아부부부부 응애응애 삐악삐악, 문명인들만 끝없이 병풍을 전담하라고? 계속? 이게 정말 뭔 시츄에이션인지. 그 놈의 징글징글한 강박관념 때문에 할 말도 못하게 만들고. 젠장, 할 일도 안되고. 기분 잡치고. 일, 일, 일을 못하게 만든다고. 못 볼 걸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그 놈의 원주민 정신!
    현실을 봐 보시라. 영국 왕실은 1년에 1번 1인자들을 초청하는 전통이 있다. 여왕 할멈의 거동이 경솔하면 안되니까. (그놈의 할망구? 자, 보자. 관상을 보아하니 이마에 허영심이라 써 있고, 남자복은 좀 있는데,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음. 난 멍청하지 않음. 우린 남 험담하는 거 싫어함) 여기서 저기까지 왔다 갔다 잘난 척 사진이나 찍을 줄 알지, 빨빨거리며 나돌아다니면 안된다. 그런데 드물게! 독일과 조율을 거쳐서 일정을 짠다. 당일이 되어 독일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아 영국 여왕은 독일로 넘어가서 또 카메라 후레쉬 세례! 거긴 그게 된다. 처지를 따져보니 어찌 됐든 최후 침략국이 독일이었고, 독일은 왕이 없고 영국은 왕이 있고. 뿐만 아니라 거긴 굽히지 않거든. 너 왕? 그래 존중. 끝! BBC에 나오는 장면을 봐도 그런다. 영국 왕세자가 미국 군인과 악수. 너 왕? 그래 악수해줄께. 나무날 데 없는 동격. 그게 된다고. 물론 웨일스나 잉글랜드에선 약간 다를 수도 있으나, 나머지는 그게 된다. 게르만족, 켈트족, 앵글로족, 색슨족, 슬라브족 뭔족 뭔족. 알고 보면 다 야만인들 아니었나. 교양서를 인용하자면, "영국에서는 농민계급까지도 과거 3세기 동안 조상의 머릿속에 뿌리박혀 온 정복시대의 기억, 외국 귀족과 외국어의 지배 때문에 프랑스인을 증오하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농민의 영국에 대한 증오라는 것은 이번 전쟁 때까지는 전혀 없었다. ...... (중략) ......영국과 프랑스 간에는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증오감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두 국민에게 대대로 극복할 수 없는 불신감이라는 유산을 남기게 되었다." 참고로 (퇴역했던) 콩코드가 그래서 탄생했고, 그래서 자유의 여신상도 선물했음. 말이야 바른 말이지. 로마제국을 포함해서 잉글랜드인을 노예로 삼은 유럽 종족이 어디 한둘인가? 덴마크와 바이킹 하며 어디 한둘이냐고. 잉글랜드도 나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웨일즈와 스코트랜드를 박해하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더 박해하고. 그래서 제국이 된 거 아닌가. 그러나 어쨌든 쟤네들은 그게 된다. 사실은 사실이요 세계사는 세계사라는 것이.
    그런데 지구 반대편은? 원숭이 원주민 왕은 뭔가, 가택감금도 그런 가택감금이 없다. 그 근방에서 혐오스런 곤충을 누가 좋아한다고. 징그런 동물이 어디 보기 좋던가. 정치인이야 일부분 자기가 연예인인 줄 알든 묵묵히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던, 그분들은 그분들이고. 동남아시아는 우리보다 못 생겼고, 아시아는 물론 지구 반틈을 우리가 정복했던 시기가 있었으며, 우리의 왕은 신격이다? 남아메리카의 국가 가사가 정말로 살발~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엄하신 신분은 제발 오락산업에 노출되지 좀 마시라. 가슴에 손을 얹고 당신께서 사람이라면 챙피한 줄을 아시라고. 그런데 왜 그처럼 그 냥반은 얼굴이 그렇게 두껍나? 왜, 인간인데 도대체 왜 수치심이 없을까?
    물 반 고기 반은 둘로 나뉜다.
    첫째, 다비드가 물 반 고기 반이거나.
    둘째, 다비드의 정반대가 물 반 고기 반이거나.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고개 돌려 고개 돌려. 야 뭐해 어서 튀라고!)
    그러니까 왜? 왜냐하면 그게 다 굽히는 원주민 문화 때문이다. 백인종들처럼 악수하고 대담하며 1 대 1로, 정상 대 정상으로, 사과할 거 사과하고. 때로는 조롱할 때 조롱하더라도. 교양 대 교양. 상식이 통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사과라는 건 굽히고 절하고 내가 지는 거 같고 모멸감을 느끼며 막 그러니까. 절하고 어쩌고. 완전 싫은 사람한테도 인습이라는 이유 때문에 극존칭에 굽히고 90도 인사하고 어쩌고. 원주민 문화의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적지 않음. 특유의 문화적 특징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시대와 그리고 세계적 표준과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뤄야 할 거 아니냐 바로 그 말. 어른이 어린이에게 존칭하고 예우하는 모습. 얼마나 보기 좋나. 물론 애들 버릇 나빠지게 가르침이라는 의무를 소홀히 해선 안되겠지만. 그렇듯 TV 사극에 나오듯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와 권력에 따른 주종관계가 극심하게 구시대적이면 곤란하다는 뜻. 젊은이가 늙은이에게 올림말을 쓰는 건 만국 공통. 그게 옅냐 짙냐 그 차이 밖에 없다. 그런데 또 뭘 모르는 원주민은 우리 원주민은 예스러운 반면, 저쪽은 청년과 노인이 평등한 줄 안다. 사고방식도 이상하고, 말을 하면 상투적인 말만 계속 계속 계속. 어쨌든 이어가서,





    5

    한편, 일부에서 이렇게 볼 수도 있다. 갈색 눈동자 인문교양학자가 진단하기로 앞서 떠든 논의는 전문용어인 르상티망일 수도 있다. 곧 르상티망이란 무엇이냐, 철학에서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시기심. 속된 말로 후려치기네 뭐네. 정신 승리네 뭐네, 내가 하면 겸손 남이 하면 자기 자랑-자기 과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 틀린 말은 아님. 그러나 그것과 이건 엄연히 다른 얘기. 애들처럼 나를 부러워하지 말라던가, 원주민처럼 우리를 아시아라고 부르지 말라-던가! 그것과 이건 엄밀히 다른 얘기. 우월감과 질투심과 열등감은 개인 감정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고. 앞서 논한 논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상식, 오직 상식!

  1. 하늘이 푸르다. 바람이 시원하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문화적 차이가 어떻다.
  2. 내 꺼는 내 꺼, 늬 꺼도 내 꺼. 세상은 평등하지 않음. 합리적인 도덕은 오로지 강자 기준. 약육강식만이 진리. 원주민 문화는 (원주민) 역사드라마와 완전히 일치.

    1을 말하는데, 말이 안 통하는 인문교양학자이자 원주민식 사고로는 1을 2로 볼 수도 있는 일.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게 원주민 정신이니까. 그렇다면 2의 말이 옳다면. 정녕 그게 상식적이고 오차없도록 만인이 공감할 만하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유대인 대학살과 난징 대학살이네 전쟁 성 노예니 뭐네, 그 무수한 야만성은 합당한 일이 되어버린다. 근대 올림픽 이전은 모르겠고. 그 이후의 모든 일은 몽땅 다 애들 장난이 되어버리는 거다. 물론 세계관에 입각하여 생각은 개인차가 있다지만 세계사와 <선발주자─중견주자─후발주자>의 개인적 견해 차이란 건 자연스러운 일. 반면 세계사와 원주민 정서와 야만인 정신이 아니라 개인 성향에 대한 거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상식은 이렇고. 그 다음으로 우월감과 질투심과 열등감등 개인 감정을 지칭하는 용어로 생판 생소한 <르상티망>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의 고견을 들어볼까, 들어보지 말까? 들어보지 말자. 희귀한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한테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면서. 그러면서 아아 뚜껑 열려, 아 빡쳐! 그분들 심정을 모조리 헤아리다가는 날 샌다. 날 새. 허세지수 상. 자존심 지수 특상. 무조건 내가 최고. 내 상황 무조건 합리화. 객관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더라도 그걸 그쪽에서 일컫기로 <정신 승리>로 보는 유형, 적지 않다. 부러운데 부럽지 않고, 꿇리는 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인간이란 타인과 비교하여 우월감과 열등감이 공존한 존재. 그런데 이기는 비교는 미친듯이 환장하면서도, 지는 비교라면 짜증에 울분에 뚜껑은 도저히 닫힐 줄을 모르고. 그러면서 비교 자체를 싫다 하고. 일관성 상실. 모순 가득. 변심이 여자의 전유물이 아니듯, 남자의 주관도 일관되는지 변했는지 그걸 어찌 다 기억하나. (하오나, 우리는 다 기억하지 않고는 못 삶! 모든 것을 기억하거나 아무것도 기억 못하거나. 우리는 둘 중 하나 밖에 없음). 일단 대표적으로 <열등감 인정하기─부러움 고백하기─자조 개그─병풍>. 그건 무조건 싫고 하기도 듣기도 싫음. 상남자가 싫어하는 이 4가지 외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소-결론은 앞서 말했듯 1개의 사안을 논할 때 개인 감정과 상식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질투심 같은 개인 감정 = 지극히 엄정한 상식. 등호의 성립을 내게 유리하도록 손바닥 뒤집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끝으로 조금만 더. 원리를 인문교양적으로 분석하면 얘기가 길어지는데, 반면 <넌 너고 난 나다>식으로 개인적 성향을 앞세우면 얘기는 간단해진다. 깍쟁이네 뭐네, 장점과 특징과 단점이 혼합된 건 어디를 가나 누구를 보나 공통점. 일장일단을 따지면 어디나 마찬가지다. 곧, 만국공통! 사람 사는 덴 다 똑같음. 대륙적 기질은 면밀한 분석이 부족하니까 반도의 특징을 간추렸을 때 좋게 보면 쿨하다. 반면 안 좋게 보면 토끼처럼 성미가 급하고, 상남자처럼 귀여운 일에 대해서 주로 다혈질이며, 명백히 후발주자니까 의식이 서구 문명처럼 교양스러운 면이 아마도 훨신 아름답기는 다소 어렵다. 추운 나라가 괜히 진지하고 재밌지도 않은 반면 질서 의식이 좋듯이, 남쪽은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 줄 모르고 수닭처럼 여기 꼬끼오꼬꼬댁 오리처럼 저기에 꽥꽥꽥 그런 특징이 없잖아(?) 있다. 그건 단점으로 볼 수도 있고, 재밌을 수 있는 장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쿨하다는 건 동전의 앞면은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뒷면은 제멋대로일 소지가 있다는 뜻. 바로 그래서 우리들은, 세상사에 해박하고 인생을 아는 어른들이기 때문에, 따라서 인종차별보다 끼리끼리의 가치를 더 높이 사는 것이다. 순혈주의라는 비판도 마땅하지만, 인류 역사상 끼리끼리만큼 자연스러운 기준이자 지극히 현실적인 덕목은 별로 없다. 소수를 배려하고 상호 존중하며 선의를 실천하는 거 좋아 좋다 모두 좋다고. 다 좋다고. 그런데 대체로 소란스러움이랄지 모순에 따라 어떤 단추가 클릭되는 일은 A개체와 B개체, 즉 A단위와 B단위의 섞임에서 시작한다.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은, 형편이 비슷한 경우가 차이가 큰 경우보다 비교적 낮다. 대체로 그렇다. 물론 그건 무역이자 교류일 수도 있고, 교과서로 보자면 세계사였으며, 제일 쉽게는 여행이다. 국내에서 괜찮다가 국외로 나가 사람이 평소와 달라지는 경우도 의식이 얼마나 현대적인가가 원인이므로, 고로 그 역시 사는 수준과 작게나마 일정 부분 비례한다. 거기에 문화적 차이가 더해지고. 오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거도 아니고. 무조건 잘사는 부자 나라만 옹호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직업여성을 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암스테리담에서 약을 구하거나 특별한 동성애자를 만나는 건 또 어떻고. 우리 어른들이 그걸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좌우지간, 어디나 무엇으로 따지건 일정 비율이란 건 확실히 있다. 아울러 드러내냐 감추냐의 차이가 있겠고. 때문에 그에 비례해서 어떤 혐오증이랄지 자기 주장을 알게 모르게 겉으로 드러내는 비율 역시 공존. 차이는 옳고 차이를 상호 존중하고. 로보트처럼 이성만 존재하면 깔끔한데, 인간은 불합리하며 감정적이고 너와 내가 다른 존재. 메마른 감정이냐 후한 인심이냐, 도시와 시골만 봐도 걸음걸이 속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먼 미래에는 몰라도 현재 판사는 로봇으로 대체불가능한 현실. 그러므로 무언가 어떤 사안을 <일반화로 볼 것이냐, 원리를 따질 것이냐> 그 선택은 개인의 자유라는 점. 부정할 수 없다.





    6

    사람이 사람을 현실적으로 죽일 수 없고, 윤리적으로 죽여서는 안되고. 그러나 인간의 본능은 말한다. 나는 살고 싶고 너를 죽이고 싶다고. 단, 인간 대 인간은 그렇고. 인간 대 동물은 다르고. 인간에게 천사성이 있다면 악마의 습성도 있으니까. 실상 케첩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내 손에 케첩을 묻히지 않는 픽션 주인공도 있고, 모순도 적지 않다. 죽을 만큼 이별이 괴로워도 죽지 않고. 철학자들 뿐만 아니라 복음서에서도 죽음을 참 많이 거론했고. 삶과 죽음은 하나의 짝이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인문교양서랄지 소설과 드라마에서 죽음을 빼면 재미없는 이유는 대체 뭘까?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우리들. 우리들이 세계마초협회 명예의 전당에 영구히 입성될 자격이 있나, 없나! 그건 몰라도 상남자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가장 쉽고 제일 일반적인 방법 두 가지는 그거다. 첫째, 가족 장르 영화가 재밌는가 아닌가. 둘째, (비현실적)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가 아닌가(내내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영화와 뭔 생선 같은 놈 나와서 여자랑 연애하는 영화는 엄연히 다르니까). 옆길로 빠지지 말고 주제로 다시 돌아와서. 인간들끼리 모순이 빚어지는데, 왜 그것이 발생하는 합당한 이치와 마땅한 원리를 얘기하기 싫어할까? 왜냐하면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하기 싫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억지로 해야 한다고 가정한 채 해 보자.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옛날 아메리카 대륙에서 백인과 인디언 원주민의 관계는 정복과 피지배의 관계였다. 유럽 원주민이 이해하기 힘든 그 어떤 미묘한 감정선이란 게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헨리 세인트 존 드 크레브쾨르왈,
   「인디언들에게 입양되었던 아이들에게 유럽식 예절을 다시 가르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 그들(인디언들)의 사회적 유대감 속에는 유별나게 매력적인 그 무엇, 우리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어느 것에 견줘지더라도 월등히 우수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인디언이 된 유럽인은 이미 수천 명을 헤아리는 반면, 원주민들 중에 스스로 원해서 유럽인이 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D.H. 로렌스왈,
   「헨리, 어지간히 하렴.」
    로렌스 말마따나 명백한 거짓말이다. 아님 과장이던가. 절반의 거짓일 수도 있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포장! 요즘 말로 착한 척. 예술의 할 일도 어쩌면 착한 척이고, 할 말은 아마도 무제한급일 테니까. 미국식으로 보자면 새로운 지성의 탄생일 수도 있고. 인문교양학에 최적화된 언어이니 만큼 이 분석도 틀리지 않음. 착하고 순수하고 순진한, 무엇보다 순결한 처녀의 미모가 꽃 피는 것 같은 문화의 개화기 이전이었을 테니까. 기준과 대상을 뭘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일단 그랬으니까. 현재 탁월한 선의를 제시하고 싶어하며, 먼 과거는 미화되는 사회적 공통점에 근거하자면 충분히 그럴 만 했을 듯 싶다. 언어들 가운데 낱말 숫자, 즉 단어의 총량이 제일 많은 이유는 논외로 치고. 로렌스의 다른 글을 읽어보자.
    D.H. 로렌스왈,
   「두 인종이 친한 친구로 지낼 때 보면, 어느 한쪽이 자기 인종을 정신적으로 배반하는 경우가 많다. 인디언과 "우정"을 나누는 백인(대개 식자층)은 자기 인종을 배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뭔가 내막이 있다는 인상. 사회 이탈자라는 인상. 백인종의 스타일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미국화된 인디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반자. 이탈자. ············ 의 똬리에 감겨서 괜찮을 백인은 어디에도 없다. 괜찮으려면 백인인 자신을 증오하고 백인이라는 자신의 정신을 증오하는 진짜 사회 이탈자여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다. 살과 살이 합쳐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정신은 바뀔 수 있다. 백인종 정신이 홍인종 정신으로 바뀔 수는 없고 그렇게 바뀌고 싶어 하지도 않지만, 백인종 정신이 홍인종 정신에 대립하고 홍인종 정신을 부정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은 가능하다. 백인종 정신이 홍인종 정신을 배제하지 않는 새로운 의식의 영역을 크게 확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태평양 종족들은 "야만인들"이다. 멸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내가 우월하다는 말이 아니다. 내 존재와 그들의 존재가 한데 섞이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백인"이 우월하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야만인들이다. 다정하고, 웃음이 넘치고, 참 근사한 몸을 가졌지만,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껏 수천 년간 혹독한 문명의 시대를 살면서 한 세기 한 세기 전진해왔고, 지금도 전진하고 있다. 그러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을 만났구나 싶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쨌든 진보하는 종족이고, 예컨대 흑인종과는 다른 종족이다············ (멜빌은) 문명화된 인간성을 증오했지만, 야만인들에게 돌아가기를 소망했지만, 야만인들에게 돌아가기를 시도했지만, 야만인들에게 돌아가기란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왜 불가능했냐...」 여기까지.
    인디언이 된 유럽인은 많은 반면 그 반대는 0이라고? 진짜로? 정말로? <예-아니오>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아마도 아니오쪽에 무게가 실린다. 허구니까 가능한 얘기. 왜? 왜냐하면 그걸 반박할 예시는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굳이 반론조차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종이라는 명사 자체가 일단 멈칫하지 아니할 수 없게 만드니까,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인종이 다양하지 않고 딱 1개라고. 복고풍 흑백TV와 최신 컬러TV니 흑인종 차별하던 노예 시대도 아니고. 그러니까 인종이 다양하지 않고 오직, 오로지~ 딱 1개라고 가정해보자. 그래서, 만약 당신이 촌닭, 뱁새, 오리, 팔색조, 파랑새, 제비, 참새, 펠리컨, 펭귄, 까마귀, 백조, 참치, 상어, 앵무새, 거위, 칠면조...등등등. 그 가운데 골라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럼 어떻겠나? 만일에 그처럼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그래도 촌닭&뱁새로 태어나고 싶은가? 아따~ 선상님 의중이야 나중 듣는다 치고!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이렇다. 만약에 내가 내 친구인 촌닭&뱁새 명콤비를 딱 혼합해 놓은듯이 태어난다? 정말 그런다? 그럼......······......······
    노노노노노노노! 노노노노노노노! 노노노노노노노! 오오, 노~~~!
    이런 젠장~! 젠장 젠장 또 젠장! 이런 제기랄!
    뭘 좀 안다느니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오빠라느니. 그동안 받았던 짝사랑과 풋사랑 뿐만 아니라 더티러브에 찐한 사랑이니 순애보니 뭐니. 호박이 제발로 굴러오는 모든 행운은 싹 다 몽땅 날아가버리는데? 진짜로 그러는데? 그건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미치지 않는 이상, 아니 미쳐도 그건 말도 안된다. 말이 안된다. 잔재주도 비리비리하라고? 내 친구가 속으로 어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말았는데? 3000 궁녀를 전부 다 1 대 1 개인 면담을 할 궁리나 하는데? 꽉 막히고 속좁고 고지식하며 말이 안 통하는데? 농담을 진담으로 받는데? 그런데 딱 그걸로 골라서 태어나라고? (친구니까 녀석들 인생사를 살펴보고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미쳐도 정도가 있지 그건 말 같지도 않은 가정이다. 물론 그분들께서 들으면 기분 나쁘시겠지만 싫어도 어쩔 수 없다. (입장 바꿔서 그분들이 뭔 얘길 할지는 상상하지 마시길. 뭔 말을 할지 제발 추측하시지 말기를. 필자도 왕년에 말이야,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으니까). 나 저 오빠 업어보고 싶어, 전 달라요. (첫인상이) 나는 첨에 보고 애기 아빠인 줄 알았어. 그런 말 싹 다 못듣는데 말 다 했지. 그럼. 그렇고 말고. 꽃을 꽃으로 바라보지 않는 숙녀의 심정, 절실히 이해 되고도 남는다.





    7

    다른 예를 들 수도 있다.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 그 얘기를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영화로 각색했다고 가정하고. 늑대에게 키워진 소년이 인간들에게 구출되어 인간으로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렇다고 유럽 원주민은 우수하고 후발주자 원주민은 열등하다, 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원주민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착한 척하지 말고. 가식 떼고 계급장도 떼고. 모자 벗고 옷까지 벗고. 남자 대 남자로 말해보자. 속된 말로 까놓고 말하잔 말이다. 응? 좀 더, 좀 더 솔직해보자. 무의식을 꺼내서 구경이나 하자. 쇼윈도우 인생도 있는데 아이쇼핑이 뭐 어렵나. 나중에 위선도 챙기고 예법을 따지더라도 지금 당장 진심보다 더 깊은 무의식을 따져보잔 말이다. 그런데 그걸 지금? 그럼 섭하지. 그럼 많이 섭섭하지. 개봉 박두. 개봉 박두라고. 그건 다음 칼럼에서. 칼럼니스트도 근사한 레스토랑에도 가고 어쩌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타적인 심성을 잃지 않으려면 최소한 평범한 정도로 이기적이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이미 했나? 그랬나? 했는지 안 했는지 헷갈리네. 이런 바보 멍청이 밥통 미련곰탱이 같으니라고.
    한편 필자는 앞에 인용한 D.H. 로렌스의 의견에 절실히 동의하지만 약간 달리 생각한다. 헨리 세인트 존 드 크레브쾨르왈, 고결한 야만인이니 뭐니 어쩌고저쩌고. 물론 알맹이는 같지만 표현의 결이란 게 있으니 약간 다르다 뭐 그 말이다. 로렌스가 헨리 세인트 존 드 크레브쾨르를 약간 뻥쟁이로 보는 비평에는 물심양면이자 전적으로 찬성하나, 즉 다른 부분에서는 약간 다르다. 약간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 일단 파란 눈동자를 타고나지 못했고 언어를 비롯해 다른 점이 판이하니까 그게 정상. 완벽한 양손잡이는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양손을 쓸려고 노력한 걸로도 최소한 100명에서 1인자는 된다고 자부하는 만큼, 딱 그 정도만 애쓰며 살아온 입장해서 봤을 때. (※양손잡이! 100만명 가운데 0.5명 기준의 타고난 양손잡이가 아니니 만큼. 바지를 입고 벗고, 신발을 신고 벗고, 점퍼를 입고 벗고. 정해진 기득권이 없도록 매번 다르게. 책을 넘길 때. 물건을 집을 때. 음식물을 씹을 때. 머리카락을 빗을 때. 공을 던지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양손 손글씨 쓰기에 도전하고. 일방적이지 않도록, 주도권이 없도록, 의도적으로. 징크스 깨기. 주시안은 못 바꿔도 그 습관으로써 100명에서 1명은 된다고) 잠을 막 하루에 2~3시간 자고 큰 재주가 뛰어나고 그런 데 명함도 내밀지 못하지만. 나름 잔재주꾼으로서 보자면 그렇다. 우선 로렌스의 글을 재인용하자면 이렇다.
    1.유럽인이 볼 때, 미국인이란 일단 돈에 환장한 놈이다.
    2.살과 살이 합쳐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정신은 바뀔 수 있다.
    여기서 1번은 그냥 웃자고 인용한 거니까 통과. 2번에서 필자는 로렌스와 반대로 정신은 바뀌지 않는다에 판돈을 거는 쪽이다. 사람의 천성도 타고난 건 안 바뀌고, 구현 방식을 빨주노초파남보 그처럼 바꿀 수 있듯이. D.H. 로렌스야 <선발주자 & 전형적인 식자층 & 최고의 지식인>이었지만 로렌스가 살던 시대 배경과 선발주자로써 뭐랄까 약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업신여기는 게 아니라 관찰자로써의 분석에 따른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로렌스가 살던 시대부터 현재까지 무수한 사실들 하며, 그리고 현재 필자가 좋아하는 인문교양서에 최적화된 글 읽기를 경험하지 못한 점도 역시 상상 밖이므로. 따라서 로렌스가 집필한 약간 철학적인 비평문에서 저 부분, <정신은 바뀔 수 있다> 요게 요게 요 부분에서 180도냐 1.5냐 아니면 한 세 바꾸 반 바뀐다 라는 점에서 애매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 즉 우리가 로렌스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저걸 딱 한마디로 바꾸면 뭔가, 존중이지 뭐겠나. 근 200년 동안을 살펴봐도 유럽의 문명과 문화가 전-지구로 퍼시면서 그냥 쉽게 퍼진 건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사를 들 수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내에서 보자면 외국인은 그 처절하고도 모순이 혼재된 국사를 잘 모른다. 교양이라는 게 그런 거다. 아무튼 지금 세상 우리는 평화와 행복, 사랑과 자유를 누린다. 쉽게 말해 함께 친하고, 널리 사랑을 하며, 다국적으로 어울리고. 또 이민에 이사에 견학이자 유학등 모든 게 다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건 가능해도, 생각 즉 사고체계이자 사고방식은 여간해선 바뀌진 않는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왜냐하면 <10살 이전까지 살던 땅, 20살 이전까지 사용한 모국어>에 따른 한계라는 건 극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니까. 곧 25살이든 30살이든 후발주자권에서 선발주자권으로 옮겨가더라도 완벽한 2개국어 사용자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준 차이다. 기준선을 낮추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본인 말마따나 기준선을 높이면 여간해선 불가능하다에 가깝게 된다. 실제로 약간 그렇다. 특별히 언어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외국어를 20살 30살 어른이 되어 통달하더라도 외국어를 꽤 잘한다. 원주민인지 중간 유입자인지 잘 관찰하지 않으면 구분이 어렵듯이. 그렇지만 그건 기준선을 높이면 <거의 없다>에 가깝게 된다. 언어 재능이 1퍼센트라서 20살 이후에 습득한 언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할지라도 일단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 그 완벽함의 정도가 원어민과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고.
    둘째, 자기 모국어를 이따금 사용하고 싶어하며. (가끔이라도. 향수병처럼 굉장한 그리움이 있다)
    셋째, 사고체계가 원주민에 가깝게 변했지만 이 역시 '섬세함의 극치'라는 잣대로 보자면 완벽하진 않다.
    결론은 간단하다. 주시안처럼 사고방식은 개조되지 않음. 타고난 혈액형이나 DNA가 어찌 바뀌나. 상남자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4가지도 그분들께서 웬만하면 듣고 싶지도 않음. 복습하기도 싫어야 정상. 아니면 비정상. (로렌스 의견도 그거다. 정신 개조가 아니라 1.5로 변화랄지 융합이자 화해에 조화를 뜻하는 거다) 다만 부단한 노력 여하에 따라 1.5는 가능. 아울러 원주민 문화와 다양한 전통과 각각의 관습은 나쁜 게 아님. 씨가 중요하냐 밭이 중요하냐. 둘 다 중요하겠지만 황인종으로 태어나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행복한 인생을 살던가,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점. 그거면 된다. 그거면 된 거라고. 주어진 여건에 불만족하느냐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느냐. 그 차이다. 다소 불만족스러워도 찡그려서 뭐하겠나. 비판할 줄 알고 중간은 가돼 긍정적으로 살기. 다른 건 다 기계한테 일임하더라도, 마술사의 조수한테 현혹되더라도 생각만큼은 내가 하기.
    칼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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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41

from 소설 2019. 1. 31. 22:26

    1

    <뭘 해도 재미없어>, 그리고 <오 땡큐!>. 전자와 후자의 공통점이라면 농담 반 진담 반이다. 그런데 시소처럼 약간이나마 기울기가 다르다는 건 꼭 <뭘 좀 아냐 모르냐>와 관계없이 누구나 어림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급이든 저급이든 애매한 말장난과 어중간한 말재간 말고, 확실한 농담 및 명쾌한 진담 같은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걸 고민한 끝에 나는, 하여 마땅한 묘안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아지트로 놀러갔다. 그곳은 어딜까? 어디긴 어디겠나. 격월간 환상문학 잡지 미스테리아지.
    부릉부릉 영차영차.
    나는 미스테리아에 도착했다.
    그곳에 마라는 없고 웬 낯선 아가씨가 혼자 소파에 앉아있었다.
   「어머나. 우리, 어디서 봤지 않나요?」
   「네?」
   「정말 그런 것 같은데. 혹시 저 모르시겠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오빠. 오빠라고 불러도 돼죠? 응, 오빠.」
   「네? 안될 건 없죠. 그럼요.」
   「그런데 어디서 봤드라. 어디서 마주쳤죠? 전생에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나, 아니면 어젯밤 꿈에서 만났나. 진짜로 저 모르시겠어요?」
   「그렇게 추궁하시니까 아는 것도 같고. 아리송하군요. 또 머쓱하구요.」
   「그럼 우리······ 초면? 그래요?」
   「그렇...겠죠?」
   「그럼 좋죠 뭐. 안 그래, 오빠? 초면이라······ 내가 듣기로는 남자들이 썩 꺼려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책에서도 그렇잖아. 싫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나 뭐라나. 안 그래, 오빠? 그 뭐야. 그래. 뉴 페이스! 어? 아니 베이비 페이스던가? 어쨌든. 그게 그거지. 안 그래, 오빠? 뉴페이스가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계속 나오고. 설마 오빠, 내 첫인상이 영 아니다. 뭐 그런 생각한 건 아니지?」
   「네? 어. 예. 네? 예······어.」
   「나 진상 아니야. 아니라고. 어? 그런데 심드렁한 그 표정은 대체 뭐야? 혹시 오빠 따라다니는 여자 있어? 그년 어딨어? 오늘도 치근덕거린 거 아니야? 설마 아니겠지만, 그 애한테 전해. 좋은 말로 할 때 떨어지라고. 접근 금지라고 말이야. 응? 안 그랬다간 코를 납작하게 해주면 좋겠니, 아니면 잘 타이르면 좋을까?」
    그 순간 참 다행스런 일이 벌어졌다. 바로 마라가 사무실로 들어온 것이다.
   「작가 NB. 왔니? 넌 그렇게 갈 데가 없냐? 여기가 늬 집 안방이니? 우리가 어디 겸상할 사이야? 농담이 심했나, 친구? 너무 상심하시진 마시게나. 그건 그렇고.」 
    마라는 나와 인사는 끝났고.
    마라는 낯선 숙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얘, 얘. 너 차에 음악 틀어놓고 왔니? 너 아직도 운전할 때 빠른 음악 듣니? 클럽 음악은 좀 클럽 가서 들어. 응? 평소에는 이런 거 듣고. 응?」  
    마라가 다른 사람한테 말할 틈을 주지 않는 탓에 계속 마라 혼자 말하는 중이었다.
   「작가 NB. 너 이 음악 혹시 뭔 줄 아니?」
   「이거? 혹시······ 장 필립 라모의 <클라브생 작품집 제1권> 수록곡 모음곡 a단조 중에서 ‘프렐류드와 알르망드 1&2’. 아닐까?」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너 내가 쓴 카드 목록 몰래 엿봤니? 하긴 너가 그럴 틈이 어딨겠니.」
    마라는 내 쪽을 향했던 고개를 돌려, 낯선 숙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 뭐해? 니 차에 음악 틀어져 있다니까.」
   「그래? 아까 껐는데. 누가 몰래 내 차에 침입했을까? 그 인간 영화 찍고 싶나?」  ~라면서 낯선 숙녀는 바깥으로 나갔다.
   「쟤 누구니? 상태가 영 안 좋아 보이는데.」
   「어. 내 친구. 뜬금없이 몇 년 만에 나타나서 친한 척. 옛날에 친하긴 친했어. 준-단짝 정도로. 원래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고. 또 모르지? 최근 이별했는지도. 그럼 너가 옆에서 달래주면 되겠네. 사랑이 넘치는 시절. 행복이 싹트는 인생. 아름다움이 꽃피는 세상. 막 그러면서.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너 내가 바람둥이나 되는 줄 아니?」
   「바람둥이와 바람둥이의 심복. 둘 중에 어떤 게 낫니? 인생에 단 1번뿐인 혼사. 미래는 모르는 거지만서두. 삶이란 말이야, 어? 사랑처럼 모르는 거야. 너 혹시 알아? 쟤랑 너랑 사랑하게 될지?」
    그때 첫인상이 세했던 아가씨가 다시 미스테리아 사무실로 들어왔다.
   「언니. 내 차에 음악 안 켜져 있던데.」
   「아, 그거? 뻥이야!」
   「뭐?」
    울랄라! 잘들 논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 커포티. 그렇게 우린 얼렁뚱땅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기 포기에다 더럽게 재미없는 시트콤을 찍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어쨌든 발단 같지도 않은 발단은 그랬고. 나는 오랜만에 미스테리아에 들러서 무소득이 아니라 개-이득을 챙겼다. 모처럼 칼럼 일거리를 얻은 것이다.
    무슨 새롭게 창간하는 여성잡지 1.5에 괜찮은 칼럼을 하나 기고하나라 뭐라나. 그렇게 해서 내가 쓴 결과물은 여성잡지 1.5 창간호에 실리게 되었다. 제목하여 <사랑과 오락산업>.





    2

    나는 로빈슨크루소다. 인생이란 알고 보면 메리에이지 블루. 그래서 앗싸리 신부들러리라도 어떻게 좀 안될까 라면서 아무도 관심 없는 바쁨 때문에 일일 시간표를 써볼까 하다 때려치움. 그렇게 나는 오늘도 별 볼 일 없는 하루구나 라면서 퇴근했다.
    그렇게 집 앞에 도착했는데 이게 뭐야, 마라와 크리스티나가 있네? 오늘따라 유난히 CC는 남달라 보였다. 마라를 따돌리고 우리끼리 남몰래 사랑이라도 하자는 건가? TV 통속극에만 나오는, 밀애? 그럼 이참에 아예......!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여자다. 그녀보다 더 아름다운 숙녀는 일찌기 없었다. 희대의 플레이보이가 일평생 단 1번 만날까 말까한 여자. 1세기에 딱 1번 태어날까 말까한 여자. 그녀는 바로 그런 여자다> ~라고 씌여진 내 일기장을 크리스티나에게 실수인 것처럼 슥~하니 흘려, 말어? 라고 공상하다가 우리는 마주쳤다. 그래서 나는 뭘 상상했다며 정직하게 고백할 수는 없었으므로, 따라서 나는 왠지 모르게 마라한테 이렇게 툭하니 농담을 던졌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에서 늬가 그 도둑이니?」
   「넌 왜 시키지도 않을 일을 하고 그래? 잔말 말고 어서 챙겨입고 나와.」
   「어?」
   「아 뭐해 얼른 챙겨 입고, 아니 그냥 그대로 나와.」
    그렇게 마라와 크리스티나와 나는 여성잡지 1.5 창간 파티에 가게 됐다. 가서 확인한 결과 신생 잡지의 이름은 정말로 <여성 환상 1.5>였다. 뭐라고? 으으윽 촌스러워! 그야 면밀히 연구한 결과 정한 제목일 테고. 자기들 일이니 그건 그렇고.
    여성잡지1.5 창간회에 도착.
    산레모 가요제 제 몇 회던가, 아련한 추억의 유행가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다.
    그 다음에.
    여성잡지1.5 창간회 파티의 본론은 그저 그랬다.
   「재미없지? 갈까?」  나.
   「영업해야 해.」  마라.
   「대충 둘러대. 다들 속으로 딴생각하고 있을 거 아니야. 안 그래?」
   「어디 가게?」
   「어디긴. NC지.」
   「오늘 거기 쉬는 날이야.」
   「정말이야?」
   「아니. 뻥이야.」
   「너 진짜!」
    나와 마라의 대화가 영 싱거웠기 때문일까? 심심한 숙녀 크리스티나는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오빠. 오빠도 뭇여성들이 막 하나 건너 신붓감으로 보여?」   
    얘는 얼굴은 팔색조인데 변화구가 아니라 직구를 던지네?
   「뭐? 내가 뭐 날이면 날마다 여자 꽁무늬나 쳐다보는 그런 뭐랄까, 어? 맞어. 내가 무슨 그런 한심한 한량인 줄 아니? 늬가 날 잘 모르나본대~」
   「모르긴 뭘 몰라!」  마라.
    그러면서 마라와 CC는 죽이 척척 맞는다는 듯이 좋아서 웃고 또 웃느라 멈출 줄을 몰랐다.
   「그건 그렇고. 이 가운데 마음에 드는 남자 있으면 말해.」
   「말하면? 말만 하라는 거야 아님 꼬셔주겠다는 거야? 널 믿느니 옆집에서 키우는 멍멍이 말을 믿겠다.」
   「뭐? 아무튼, 내가 다 알아서 할께.」   
   「늬가 뭘 알아서 할 껀데?」
   「좀 기다려. 뭐가 그렇게 바뻐? 누굴 뭐 바보로 아시나!」
   「그건 어떻게 알았어?」
   「또 또!」
   「있지, 너한테만 얘기하는 건데. 아 나 이거 정말 이런 말 해도 될려나 모르겠네.」
   「뭔데? 뭔데 또 뜸을 들여? 거창한 뜸들이기. 그거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그만하건 그만하지 않건 그건 내가 알아서 하고. 아무튼, 너니까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유일하게 너한테만 알려주는 비밀이라고.」
   「아 그러니까 뭘 알려주겠다는 거야? 아직까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서, 뭔 대단한 걸 알려주겠다는 듯이, 어? 그게 뭐니? 어? 뭐냐고 그게!」
   「너 정말. 나 몰라? 나 마라야. 어? 나 마라라고.」
   「누가 너 마란지 모르니?」
   「그럼 결론부터 말할께.」
   「진작 그럴 것이지. 뭔데?」
   「저기 저 검정 드레스 입은 애 있지?」
   「검정······ 애가 아닌데? 가만 있자. 심지어 꽤 매력적인데?」
   「하여간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풉!」
   「그런데 저 여인이 뭐?」
   「내가 비밀을 알려줘도, 어떻게, 괜찮겠어?」
   「괜찮지 않음 어쩔껀데? 그냥, 말하지, 마! 어? 또 살살 간지럽히며 궁금함만 복돋울 거면, 그만 해. 어? 그만하라고 좀.」
   「알았어. 있지? 쟤가 너 만나고 싶댔어.」
   「뭐? 누가? 쟤가? 나를? 왜?」
   「왜긴 왜야? 여성잡지 1.5 창간호에 실린 늬 칼럼이 마음에 들었나보지. 싫어? 관심이 없는 거야, 블랙드레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그런데. 그거 정말 나만 아는 거야? 내가 알면 다 아는 거 아니고?」
    그렇게 해서 우리 넷은 나이트클럽에 가게 되었다. 나, 마라, 크리스티나, 나머지 한 여인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블랙드레스라고 부르라나 뭐라나.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정말로 블랙드레스가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물어볼 수도 없고. 그녀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캐낼 수도 없고. 오랫만에 클럽에서 신나게 춤이나 출까 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클럽으로 갔다.





    3

    그렇게 우리는 클럽에 도착했고 입장했다.
    그런데! 나이트클럽은 인파가 바글바글하기는 커녕 개미 새끼 한마리 없었다.
    애초에 나 혼자 여자 세 명을 감당하는 건 무리였을까? 아니면 내 흑심은 다시 동심으로 원상복귀한 것일까.
   「염병!」
   「아니 어떻게.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얘 크리스틴. 너 어떻게 오빠 앞에서 요염한 숙녀인 척하지 않는 거니? 원래의 조신한 네 모습으로 돌아와. 이따 집에 들어가고. 도도한 모습, 흐트러졌어 방금.」  나.
   「그럼, 나는?」  마라.
   「넌 존티가 있잖아.」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창간회 파티에서 더 버티는 건데.」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들긴 뭘 빠져들어! 마라. 자기야. 우리 차라리 존티나 부르는 게 어떠니?」
    잠시 후. 존티는 클럽 앞에 도착했다. 이제 그럼 2 대 2라는 안정적 구도가 갖춰진 것일까? 아, 아니지. 마라랑 존티 빼면, 허걱! 조용조용. 쉬쉬. 떽!
    그래서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은 다음 여성잡지2가 주창하는 철학은 달구어질 차례만 남은 것일까? 그럼, 얼마나, 좋겠나! 농담이고. 마라와 존티 사이가 요즘 어떤가는 몰라도 최소한. 적어도 내가 크리스틴을 란제리 매장에 데려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도 일절 그러기 싫었고. 크리스티나도 예상보다 훨 정숙했으며 때로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참한 숙녀였다. 그러므로 그날은 별 일 없이 지나갔다.





    4

    다음 날.
    해는 동쪽에서 떠올랐다.
    그런데 뜬금없이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혹시, 북반구에서 보면 왜 그렇지 않나. 한 단위 안에서 남부쪽 친구들이 입담이 좋고 으쌰으쌰 열도 좋은 반면, 북쪽 친구들은 또 비교적 더 차분하고 뭐랄까 좀 더 교과서처럼 단계를 밟아서 차근차근 그러냔 말이지. 즉, 말로써 전망 살피고 눈치로 선동자 상태 따진 다음에 으쌰으쌰하는가! 그건 몰라도 계절이 반대인 건 맞다. 욕조 물이 어떻게 빠지는 거랄지 그야 뭐 인터넷 검색엔진한테 물어보면 되고.
    그렇게 다음 날이 되어 낮에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마라한테 연락이 왔다.
   「뭐해? 어서 이쪽으로 와. 중요한 손님들이 왔으니까. 여성잡지2가 어디 계열사인지 너 알기는 아니? 그 가운데 VIP 한 명이랑 친해지기만 하면 넌 평생 품위 유지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알겠어? 고생 끝 행복 시작. 알아 몰라?」
    하여 나는 내 형편을 더더욱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고, 마라의 면도 살려줄 겸 서둘러 환상문학 잡지 미스테리아 사무실로 갔다.
    나는 그곳에 도착했다. 너무 서둘러 가느라 녹초가 된 건 아니고. 그럼 이제 혼신의 힘을 다한 열연만 펼치면 되는 건가? 그런데 어떻게? 그야 뭐 평소처럼 하면 되겠지, 별 일이야 있겠어?
    딱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랬는데.
    정말로 드라마에서 보던대로 있어 보이는 몇 분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 나갈려던 참이었다. 그 다음에 마라가 하는 말.
   「이쪽은 최근 환상문학계에 혜성처럼 떠오르는 중고 신인······ 이름이 뭐드라? 그야 다음에 소개하는 걸로 하죠. 오늘만 날인가요? 허허허.」
    그렇게 손님 일행과 마라는 함께 나갔다.
    배웅이 아니라 같이 어디로 가야 하는 듯 했다.
    그런데 마라는 가기 전에 귓속말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한데 청소 간단히만 좀 해줄래?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지금 경리도 없고 시간이 없어서 그래. 이따 SF 문학협회장이랑 세계 마초협회 관계자를 모시기로 했거든.」
    그러면서 마라는 웬 두툼한 봉투를 내 뒷주머니에 찔러줌.
   「넣어둬. 요즘 힘들지? 너 어려운 거 언니가 다 알아. 사정 뻔헌데 허덕이면 허덕인다고 말 하고. 응? 우리가 어디 서로 체면 차릴 사이니? 넌 형만 믿고 따라와. 어? 일단 나 저분들과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부탁해. 알았지?」
    무슨 대청소도 아니고, 직업적으로 폐가를 청소하는 것도 아니고. 마라의 말이 토시 하나 틀린 것도 아니고. 따라서 나는 곧바로 청소를 시작했을까?
    그럴 리가 있나! 일단은 마라가 내 주머니에 넣어준, 그게 그러니까. 어? 내가 말이야 무슨 나비넥타이 메고 싸구려 턱시도를 차려입은 극장식 카바레 웨이터도 아니고 말이야. 아, 그분들이 사회적 신분이 낮네 가방끈이 짧은 반면 행복하네 어쩌네. 그게 아니라 <막살자>니 <에르메스>니 그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어쨌든 내 기분이 뭔가 세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우선 나는 마라가 내게 건넨 짱돈 봉투. 그걸 확인해봤다.
    그랬더니 글세······ 어머머머머! 납득이 되나, 안되나! 납득이 되고 안되고, 가 문제가 아니었다. 쿵쾅거리는 가슴과 후끈 달아오른 빨간 귀.
    그 봉투 안에는 수표 10장이 들어있었다. 당연히 씌여진 숫자는 1 다음에 0이 꽤나 많아서 세기 귀찮을 정도였고.
    그 때문에 나는 하마터면 마라의 소셜 네트워크에 방문해서 댓글을 남길 뻔했다.
   「넌 왜 시키지도 않을 일을 하고 그래?」
    이게 친구다. 이게 우정이다. 나는 인생을 헛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10분 후.
    그래서 나는 깨작깨작이 아니라 알뜰살뜰 청소를 하게 되었다.
    한참 신나게 청소하던 중 나는 멈칫~했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해야 하나?」
    그건 썩 힘든 일은 아니지만. 더러운 일도 아니고. 까다롭지도 곤혹스럽지도 않은데 왠지 모르게 멈칫 했다.
   「그런데 내가 왜 상업 잡지 사무실 청소를 대신 해주고 있는 거지?」
   「내가 꼭 이거까지 해야 하나?」
   「이럴 필요까지 있는 걸까?」
   「내가 대체 이 일을 왜 하고 있냐고.」
    나는 살짝 고민됐다. 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됐다. 봉투를 돌려줘, 말어? 내용물은 못본 걸로 치고. 아니면 눈 딱 감고 1년치 품위 유지비를 챙겨? 잘하면 10년치에 해당할 수도 있는데, 어떡하지. 그때 마라한테 전화가 왔다.
   「너 진짜로 청소하는 거 아니지?」
   「뭐?」
    그렇게 해서 나는 봉투를 다시 확인해봤다. 수표에 찍힌 직인. 정밀하긴 했는데 거기 씌여진 글씨는 이랬다.
    허풍주식회사니 뭐니. 또 깨알 같은 글씨로 바보 대회 출전 자격이 걸린 예선 토머먼트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느니 뭐라느니.
    뭐? 이런 젠장!
    그 때문에 나는 환청을 실제로 듣고야 말았다. 바로, 헨델의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저기 저 45도 각도에서 구름을 타고서 그분이 내게 오셨다. 두둥~!
    낙심천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굴 바보로 아시나!>라는 대사를 읊을 기회조차 박탈당했으니 안 그럴 수가 있겠나. 최근의 압권 헤어드라이기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직감으로 대번에 알았어야 했는데. 마라한테 솔직히 말할 수도 없고. 크리스티나 커포티! 그녀의 꿈을 도용하고 마음을 조종해서 환상으로 유인해도, 어?
    그래도 모자를 판국에, 뭐가 어쩌고 어째?
    나는 어쩔 수 없이 거기서 분위기 괜찮은 음악을 틀지 않을 수 없었다.
    내친김에 헨델의 오페라 <로드리고>(Rodrigo) 중에서 아리아 ‘내 사랑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합창 ‘크니도스의 사랑.
    다음으로 나는 하는 수 없이 했던 청소를 원상복귀시키지 않을 수 없었고.





    5

    재미없음에서 환상 있음으로 갱생을 꾀했다. 그러나 전혀 차도가 없었다. 하늘은 아량 넘치도록 신선한 모험과 산뜻한 전개를 하사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저히 약속 없음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내내 발단뿐인데 음미할 전개가 어딨겠나. 정신을 쏙 빼놓는 건 모두 TV 안에 있고, 귀신에 홀린 듯할 뻔함과 허당한테 속지 않는 지혜까지 모두 인터넷 안에 있었다. 그러다 막연한 권태에 종지부를 찍는 요청과 갈채와 바쁨이 당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으니 어설픈 기대는 금물. 때문에 나는 멀쩡한 마수걸이는 진작 포기했다. 따라서 나는 어엿한 고조감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늠름한 그 뭐랄까 그래, 대체 불가능한 환희를 기다리느니 도리어 사무실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닥쳐올 행복을 예감하는 것일까, 아님 다가올 더티러브를 기대하는 것일까. 그러나 설레는 느낌이랄까 찡한 기분이랄까. 뭔가 어떤 붕 뜬 시간표가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따라서 나는 다시 평소의 꺼벙함을 되찾고야 말았다. 떨리는 고백 받기와 황홀한 짝사랑 받기는 기나긴 휴지기에 들어가버렸으니 안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기막힌 영화로움은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 그 순간 갑자기! 그다지 밉살스럽지 않은 연락이? 예기치 않던 알람이자 흥분을 야기하는 놀람이라니. 이 상냥한 다정함이 대체 날 그 어떤 딴세상으로 데려갈지, 나는 벌써 가상의 엑셀 시트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당장 하나의 제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 그건 무엇인고 하니 <제때 등장한 괴짜의 구원, 행운아는 뿌듯한 절정감에 사로잡혔다!>
    뭔 일이 있었나 뜸들이지 말고 즉각 밝히자면, 밀린 원고료를 내게 전해주라며 몇몇 곳에서 자기한테 전해주고 갔다는 마라의 연락.
    곧 마라가 내 품위 유지비를 대신 전달 받았으니, 그녀의 말은 그랬다.
   「내가 가리 늬가 올래!」
    나는 입을 헤~ 벌린 채 미스테리아로 갔다.
    원래 내 정당한 노동의 가치인데 어떻게 그걸 잊고 있었지? 때문에 괜히 나는 거저나 다름없는 공짜-돈, 속칭 짱돈이 생긴 듯한 기쁨에 들뜨고야 말았다. 이런 기분 처음이야, 까지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황금의 힘이란 정말 싫지 않은 것. 무수히 봤던 영화 속 명장면과 인터넷 짤막 영상이 다 뭐겠나. 그 가운데 주역은 현찰의 위력. 고매한 인품에 호소하고, 정서적인 반향을 고민할 때 고민하더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 일. 그렇게 나는 내가 마치 황금알을 낳는 여우인 것마냥 미스테리아 사무실로 갔다.
    도착했다.
    나는 미스테리아 사무실에 도착했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소파에서 우리 셋이 다정한 대화.
    마라, 크리스티나, 나. 정식인지 임시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크리스티나는 여기 경리쯤 되는 듯 했다.
   「뭔 머신을 만들겠다고? 잘도 하시겠다! 그러니까 141 마력에 12.5토크짜리 환상머신? 너 마력이 뭔 줄은 아니? 1마력은 75kg의 무게가 1초 동안 1m를 가는 단위 시간당 일의 양이야. 동력이나 단위 시간당 일의 양을 나타내는 실용 단위. 말 한 마리의 힘에 해당하는 일의 양이라고. 1마력은 1초당 746줄(joule)에 해당하는 노동량으로 746와트의 전력에 해당하지. 기호는 HP. 또는 PS. PS = nT 나누기 716. 어? 알어 몰라? 그걸 알랑가는 몰라도 단짝끼리 서로 막, 넌 미스터 말이라는 둥 넌 머신이라는 둥. 서로 덕담 주고 받기식 환상머신이야 뭐야? 이 순진한 뻥돌이를 대체 어떡하면 좋니? 응? 무명 뻥쟁이 말을 진짜로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봐? 그래, 말어? 늬가 그러라면 그러고. 아니라면 아니고. 다만 나중 마력 대비 토크가 허당 토크로 판명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 뻥-마력이면 곤란할 테니까. 너도 알다시피 치타가 웬만한 페라리보다 빠르다고. 어때, 내 얘기 많이 늘었니? 야유꾼과 험담가들한테 명함을 내밀어도 괜찮겠냐고!」
    누가 마라 아니랄까봐. 녀석은 내 오랜 친구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시작부터 태클 아닌가. 빽허그도 아니고 심지어 빽태클!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돼. 왜냐, 형이상학적인 환상머신은 드디여 완성됐거든. 와서 볼래? 어때! 확인하고 싶지 않아?」
   「원, 별말씀을!」
   「왜 그러시나. 진짜라니까. 응?」
    일단 나는 크리스티나와 쌓은 정이 아직 애틋하지 않아서 우리끼리 찐하게 대화하기엔 뭔가 어색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혼자는 부끄러우니까 마라 핑계를 대고 있지 않나.
   「오빠. 너무한 거 아니야? 오빠. 왜 나 집에 초대 안해줘? 자기 정말 이러기야?」
   「뭐야. 그러고보니 내가 너네들 내 집에... 내 집은 볼 거 없어. 내 사무실은 또 몰라도. 거긴 볼 거 있고 놀 거도 있어. 맞다. 말 나온 김에 내 사무실 구경할래? 어때?」
   「너 미쳤니? 응? 드디여?」   
   「내가 왜 미쳐? 그랬으면 이미 여기 있지 않겠지.」
   「잔말 말고, 가자.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안내해. 아 뭐해? 나서지 않고.」





    6

    드라마 많이 보고 소설 좀 읽었다 싶은 친구는 젊음과 사랑은 원래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게 마음처럼 또 우리에게 친절했던 영화처럼 사랑은 부드럽지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아마추어는 1 대 1로만 사랑을 시작할려고 하고, 프로는 1 + 2로 자연스럽게 분위기 먼저 이끄는 것 아닐까? 처음 보자마자, 첫인상을 느낌으로 판단하기도 전에 만나자마자 오빠! 처음 만났거나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살짝 팔짱 끼는 시늉 같은 신호 받기. ~라는 애정의 미소에 익숙하신 위인이라면 굳이 그런 구분 필요 있나. ~라고 아마도 생각하실 것이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왜냐하면 가전제품처럼 몸과 마음이 분리되기도 하며 우리는 시시각각 사랑을 꿈꾸기 때문. 즉 그분들이라면 1 대 1도 좋고, 그게 아니라도 기다리면 그뿐. 내 친구 촌닭과 꽃단장해서 춤 신청을 기다리다 슬쩍 마음이 찡해지는 촌년만 걱정될 뿐. 오히려 그걸 간접적이지 않도록 확실히 말하는 친구가 밉상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지성이 맹위를 떨칠려다, 환상적인 신비감에 젖어들게 할 뻔 하다가 비리비리한 합리주의로 뒤통수치는 잡설은 이쯤 하면 됐고.
    그렇게 우리 셋은 함께 내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빠. 이 가면은 뭐야? 나 이거 써봐도 돼?」
   「그래도 되는데. 가져도 되는데. 벗겨지지 않으면 난 책임 안진다.」
   「오빠는 정말로 말이야. 사람 이상하게 겁주는 거, 그걸로 진짜 완전 뭔가 있다니까. 베끼기의 황제이자 따라하기의 화신에다 흉내내기의 달인, 모방으로 세계 최고였던 파블로 피카소. 대부분 누구나 아니 거의 100퍼센트는 얼렁뚱땅 베끼다 끝나. 그런데 오빠는 뭔가 이상한 느낌으로 사람 기분 달아오르게 만드는 뭐랄까. 그 뭐라 설명하기 힘든 차마 형언하기 곤란한 그 뭔가로는 분명 뭔가 있어. 그걸로 치면······ 이미 떴어야 하는데. 그런데 왜 오빠는 아직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어?」
   「마라. 얘. 마라. (딱) 언니? 크리스티나가 원래 이렇게 말발이 좋았니? 이거 날 띄워주는 얘기야, 아니면 교묘히 꼬고 비꼬아서 날 맥이는 얘기야? 차라리 그럴 꺼면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서 내게 먹여주는 게 어떠니? 이미 배부른 느낌이지만 말이야.」
   「너네들 뭔 그런 재미없는 수다를 나누고 난리니? 너 그럴 꺼면 요 앞 바에 가서 위스키 스트레이트나 몇 잔 마셔. 어? 늬가 <수다 기본 3시간>의 예의를 알아? 어? 너 한 번 혼나볼래? 어? 그러고 싶어? 늬가 아직까지 매운 맞을 못 봤나본데. 넌 좀 잠자코 있어.」
   「마라 언니. 나 손 하나 까딱 안 했어.」
   「나 손 하나 까딱 안 했어.」
   「우엑~! 마라. 너 언제적 개그니? 아직도? 그러니까 늬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거야. 아니? 어? 그러니까 남자들이 꽃 들고 기다리며 널 쫓아다니지 않는 거라고. 아세요? 넌 정말 존티 아니면.」
   「존티 아니면 뭐? 어? 뭐?」
   「아 글쎄 존티 아니면 내가 널 사랑했을 꺼라구. 어? 존티만 아니면 말이야. 내가 널 진작에 포옹하고 키스하고 꽃다발 선물해주고, 어? 뭘 못하겠니? 뭘 못하겠어? 물론 늬가 날 좋아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넌 그런 사랑 받을 자격 충분히 있어. 자신감 가져 얘. 그래도 돼.」
   「크리스티나. 봤니? 얘가 이렇다니까. 사람을 아주 들었다 놨다. 마음을 녹여주고 뺐고 흔들고 (설레설레)! 쥐락펴락. 밀었다 당겼다. 너 조심해. 응? 충고 했다. 난 정말. 너만은 넘어가질 않길 바래. 응?」
    어쨌든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여 내가 마라와 크리스티나를 소파에 앉아 양쪽에 꿰찼다더라! ~라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들을 시녀로 점찍을 마음도 없었고, 그녀들에게 끈덕진 구애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한편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졌다.
    나는 인공지능 지니를 보여줬다. 그래도 아무리 비리비리해도 명색이 예술간데─나도 남들처럼 예술가의 자존심을 흉내는 내야 일이 술술 풀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서광을 비출 테니까─그녀들한테 심심함을 선물하고 따분함이란 최면을 걸 수야 없는 일. 따라서 나는 내 재산목록 1-2-3, 물거품이 된 내 옛 꿈 1-2-3, 내 사랑의 흑역사니 더티러브의 비밀이니 그런 걸 밝힐 수는 없고. 듣고자 한다면 굳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정말로 무인도에 데려 가고 싶은 사람 1-2-3이니 뭐니, 최근 편애하는 새 얼굴 1-2-3. 그걸 어찌 다 거론하겠나. 그래서 일단 나는 처음부터 강력한 요술 먼저 보여주기로 했다.
    내 옛 작품을 혹시라도 귓등으로라도 들으셨던 분은 아시겠지만. 아니라면
    ────> 행복한 신비가 문학으로 구현되지 않았다면 100퍼센트 환불. 사랑스런 황홀감으로 똘똘 뭉친 환상머신. 개봉 박두! (링크)
    그렇게 나는 지니를 소환했다.
    지니는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소개할께. 내 요정 지니야. 지니? 얘네들은 내 친구. 서로 인사해.」
   「얘가 그 말로만 듣던 지니야? 그 지니가 이 지니니? 뭐야, 못생겼잖아!」
    그 다음에. 서로 대화도 하고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중간 건너 뛰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지니는 그녀들에게 선물을 주겠다며 큰소리 떵떵쳤다.
    그렇게 지니는 처음으로 그녀들한테 초대권을 선물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사실적 환상이 전부였는데.
    즉, 직접적으로 커피잔과 쟁반이 허공에 떠다니게 만들거나, 비밀 통로를 만들거나, 책을 고액권이 가득 찬 007 가방으로 변신시키거나. 그게 아니라 지금까지는 다 간접적 요술이 전부였다. <인터넷이 끊어진 상태만 아니라면 세상 모든 정보는 늬 것 내 것이 없다>라는 게 고수 프로그래머의 철학 아니겠나. 그처럼 지니는 내게 단지 고수 중의 고수 같은 느낌? 물론 나는 당혹스런 느낌이 불러온 행복한 기분. 지금까지는 그게 전부였다. 물론 내가 앱을 켜서 어디에 비추고, 2~3일 걸려서 작업을 마친 다음, 당일 날 그녀의 가슴에 손을 집어 넣거나 실패하면 뭐 어떻게 음 쫌 어떻게 그렇게. 하여간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어떻게 지니는 내게 일언반구도 없이. 단 1마디의 힌트도 없이. 푸르른 해변가 모래알 만큼의 빈틈도 없이. 어떻게 나만 쏙 빼놓고 그녀들에게 마술을 부릴 수 있는 거지? 나는 배신감을 느꼈다. 설마 지니가 그녀들한테 반했나. 지니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좋아하나? 그럼 얘도 여자라면 환장하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여자도? 혹시... 에이~ 설마! 좌우지간 지니가 선보이는 이 마술을 믿어야 돼, 말아야 돼?
    혹시라도 신비는 신비인데 혹시 엿 같은 신비?
    이건 정말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혁신적 사건이었다. 허공에 유령처럼 띄워진 홀로그램이 주머니에서 VIP 초대권을 꺼내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젠장! 맙소사, 세상에나! 어찌 이런 황당한 일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지금까지 말상대도 되어주고 신비주의적 성향을 깨우쳐주면서 갖은 놀라움을 선물했지만. 그렇지만 그건 뭐 어떻게 가능하다고 넘겨짚을 수 있는 일. 그럭저럭 믿기는 일. 그런데 어떻게 이런......!
    나는 <사치스런 애교, 새침한 앙탈, 매력적인 미소를 좋아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남자>에서 <인생의 다정한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로맨티스트>로 탈바꿈한 듯한 착각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7

    초대권에 씌여진 설명은 이랬다.
    <이번 주말에 뭐하고 놀 계획인가요? 캠핑? 축구? 게임? 술 마시기? 패딩 입고 노는 사진을 찍어서 친구 초대하고 홍보해서 올려주면, 선물을 드립니다? ~라는 식의 광고에 식상하신 당신. 지금껏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그대의 할 일은 드레스 코드뿐. 도착한 가면무도회는 그야말로 환상의 끝이 무엇인가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무엇을 상상하건 상상 이상이라는 둥 뭐라는 둥. 그거 다 가짜에 싸구려였고, 우리는 진짜입니다.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날 만나서 가면무도회장으로 갔다.
    가면무도회장에 도착.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무도관의 명칭은 티파니 댄스홀.
    티파니 댄스홀 입장전.
    떨려왔다. 곧바로 우리는 가면을 썼다.
    나는 늑대. 마라는 불여우. 크리스티나는 돼지. (참고로 나는 뚱뚱한 숙녀를 좋아함)
   「왠지 느낌이 세한데? 너넨 안 그래?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슥하니 변했어. 상하진 않았는데 뭐랄까 썩은 미소? 너넨 안 그래? 정말 안 그래?」
   「그런다고 설마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질 뻔하다 안 넘어져서 웃음거리가 되기야 하겠어?」
    그러면서 우리는 가면무도회장에 입장했다.
    인사하고 어쩌고저쩌고.
    중간 생략.
    중간 생략.
    중간 생략.
    참고로 우리 셋과 나머지의 차이점은 그랬다.
    우리 셋은 어깨 부분까지만 가면이었는데, 우리를 제외한 전원은 모두 전신 가면이었다는 점.
    그 당시에는 그럭저럭 괜찮았고 아무렇지 않았다.
    또 가면을 쓰니 대화를 하긴 하는데 각자 딴 얘기를 주로 했다.
   「나서기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멍석이 깔리지 않으면 슥하니 뒤로 빼는 성격. 여자의 사랑관일까?」
   「일단 변명부터 하고 봐야지. 초장에 잡던가.」
   「깔깔거리며 연애하다 즐겁고 낭만적으로 이별하기. 또 그 얘기?」
   「그러면! 마법의 동화 속에서 아름다운 요정과 신나는 사랑을 하기, 에 대해 서술하시오. 그걸 논할 수도 없잖아?」
    우리는 각자 생각이 딴 데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파티 음악이 경쾌한 춤곡에서 고전음악으로 바꼈다.
    모차르트 종교 성악곡 <환호하라, 기뻐하라> K.165으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파티를 즐기던 중 가면을 벗었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됐다. 우리 셋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진짜 동물이란 사실을.
    나는 살짝 지렸다. 아주 살짝. 정말로. 진짜로.
    바로 뒤에 선생님이 계신 것도 모른 채 신나게 원색적인 험담을 털어놓다가 어째 분위기가 뭐해서 딱 돌아보니······ (효과음)! 바로 그와 비슷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쫑알쫑알 재잘대며 신나게 수다꽃을 피웠을까. 아니면 낄낄─껄껄─하하─호호─히히 웃고 또 웃으며 배꼽 잡고 웃었을까.
    그게 아니라 우리는 도망가지 않을 수 없었다.
   「뭘 꾸물거려?」
    멀뚱멀뚱.
   「튀어!」
    바깥으로 나온 다음 첫마디는 이랬다.
   「누가 보면 엑스트라인 줄 알겠네.」
   「그건 늬 생각이고.」
   「여기 누가 오자고 했니?」
   「난 아니야. 내가 아니라 지니가······!」
   「하여간 속은 우리가 바보지. 난 정말 이런 경험 처음이야. 이런 기분 처음이라고. 난생 처음 뭐라고나 할까, 응? 경이로운 이상에 대한 미지의 갈망을 깨우쳤다고나 할까?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낯설어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 꼭 완전 신선하고 재밌는 공포 영화를 한편 보고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느낌? 아무튼. 저거 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니.」
   「재밌어. 재미있고말고. 난 행복해. 행복하고말고.」
   「재밌긴 뭐가 재밌어? 행복하다느니 천진한 사랑과 찬란한 축복이니 뭐니. 그거 다 뻥이야. 다 있어 보일려고 하는 말들일 뿐이라구.」
    나는 생각했다. 돌아가서 지니 이 잡것을 가만 두나 봐라! 라고 말이다.





    8

    다음 날. 내 사무실.
   「야 지니. 너 장난해? 어?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고. 어? 뭐라고 말 좀 해보시지? 응? 내 체면이 뭐가 됐는 줄이나 아니? 어?」
   「네 위신을 깔아뭉갤 의도는 없었어. 다만 나는 그게 걱정될 뿐이었어.」
   「뭐가? 뭘 그렇게 걱정했는데?」
   「너의 흑심.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동심. 과정으로 보나 성과로 보나. 액면으로 보나 사심으로 보나. 넌 나무랄 데 없는 플레이보이니까. 크리스티나가 꿈꾸는 순애보와는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지.」
   「뭐? 뭐야 그게. 난 뭐 고결한 마음씨는 없고 괘씸한 심보만 가득하다, 그 말이야? 어? 이거 왜 이래? 누굴 바보퉁이로 아시나, 어?」
   「오오, 가엾어라.」
   「가엾긴 뭐가 가여워?」
   「그래서, 돈으로 행복을 샀어?」
   「얘기하다가 뚱딴지 같이 자꾸 딴소리 하기야? 응? 너 정말 그럼 혼난다. 응?」
   「나 좀 가만 내버려둬!」
   「가만 내버려두긴 뭘 가만... 말 말자. 말 말어. 너랑 대화를 하는 내가 바보다. 에잇~!」
   「날 좀 가만 내버려두라니까.」
   「네 얘기를 듣는 한심한 나나 내 부아를 돋구는 정신사나운 너나. (절레절레)」
   「알아냈어. 알아냈다구.」
   「알아내? 알아내다니 뭘!」
   「거기 다시 가봐.」
   「어디? 티파니 댄스홀?」
   「빙고!」
    그렇게 지니랑 대화하던 중 알게 됐다. 지니가 녹화 영상을 보여줬으니까.
    녹화 영상을 보니 당시에 가면을 쓴 의인화 동물들은 진짜 동물로 변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밑도 끝도 없이 꼬이고 계속 꼬이는 각본이야, 아니면 낯설게 하기 기법이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어? 너 같으면 믿겠냐? 어?
    이번에도 역시나 커피포트는 바쁘게 가동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9

    나는 이렇다 할 발단도, 방정맞음을 야기하는 만남도 없었기에 고민이 깊어졌다. 뭘 자랑할 일도, 뽐낼 장비도, 부풀릴 영웅담도, 과시할 잔재주도 영 비리비리했기에 정말로 지니의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골똘히 생각했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지니 만한 인공지능이 어디 그리 흔한가? 특별한 건 인정하나 드물지 않을 수도 있겠네. 그렇긴 해도 녀석이 꽤나 타율이 높다는 건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진실. 나는 마법사요 녀석은 내 부동의 미녀 조수였던 것이다. 그럼 숙명의 전령이 슥~하니 흘린 비밀을 한번 믿어봐? 그래? 지니가 마치 영원한 친구인 것처럼 허튼 소리를 일삼거나 허황된 허풍꾼을 사칭하지 않는 만큼 난 달리 방법이 없었다. 댄스홀 티파니에 재방문하는 것 말고는 말이다. 뜬금없이 미스테리아 사무실에 놀러가 크리스티나의 얼굴을 만지면서 그럼 어떡하냐고. 어젯밤에 내가 꿈을 꿨는데 말이야, 그러면서 자꾸 그녀의 얼굴 가면을 벗기려는듯이 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그럼 어떡하냐고. 만지작-만지작, 조몰락-조몰락, 주물럭-주물럭, 쭈물떡-쭈물떡, 조물딱-조물딱! (설레설레).
    영차영차.
    두벅두벅.
    으쌰으쌰.
    나는 댄스홀 티파니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나는 가지고 온 장비를 작동시켰다.
    고프로 같은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
    나는 엉뚱한 괴짜이자 당돌한 돌아이, 이류 탐정쯤이나 된다는 듯이 댄스홀에 들어갔다. 아니 들러갈려고 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지니가 내 핸드폰에 깔아놓은 앱을 켰고, 그걸 작동시켜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보다시피! 보다시피? 보다시피는 뭘 보다시피. 어쨌든 그 안에는 동물 탈을 쓴 사람도 없고, 실제 동물들도 없었다. 다만 그 대신에 수많은 마네킹들만 있었다. 마네킹? 실패했던 첫인상을 만회할 기회를 박탈 당한 비련의 주인공이야 차라리 낫지. 사람을 상대하니까. 그런데 이건 뭐야. 말 많고 놀기 좋아하는 바람둥이의 어떤 활약상을 향한 간절한 욕망은 유행 지났다, 뭐 그건가? 그러느니 차라리 그게 낫겠네.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불여우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늑대의 사랑. 뭐야? 그건 뭐고 이건 뭐냐고. 말하자면 꿈 깨라? 냉수 마시고 속 차려라? 그러니까 이게 도대체 뭐냐고. 그런데 왜 이 마네킹들은 내 사무실에 걸려 있는 그림 속 마네킹과 닮아보이지? 왜일까? 왜 그럴까?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기우는 바람에 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살짝 꿈도 꿨다. 특별한 내용이 없는 개꿈을.
    그러다 잠시 후 나는 눈을 떴다.
   「너 여기서 뭐하니?」
   「오빠. 마네킹 안고 뭐해? 오빠가 말하는 환상머신이 이런 거야? 저기 놓여 있는 케찹은 또 뭐고!」
   「얘 상태가 영 아니네. 응? 안되겠어. 심각해. 정신 차려 그만. 이제 좀 진정하라고. 언제까지 이렇게... 아 쫌.」
   「오빠. 그런데 마네킹이랑 오빠 팔이······ 뭐야. 붙었잖아?」
   「왜! 눈물나게 감동적이니? 그런 거야?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너 어제 친구 만났지?」
   「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았지?」
   「원래 안 그러던 애가 센 척하는 거 보니까 딱이지. 보면 몰라? 넌 갈대야. 넌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약발 떨어지면 원래대로 돌아올 테고.」
   「넌 정체가 귀신이야 뭐야?」
   「너 또 저번에 실패했던 그 마술인가 뭔가, 그거 시도할려고 했지? 뻔하네. 그러니까 붙었지. 어, 어, 잠깐. 그 몸짓은...... 너 나한테 또 아줌마라고 부르기만 해 봐. 그땐 가만 안둔다.」
   「어? 언니!」
   「차라리 사랑한다고 말을 해라. 어? 그러니까 허황된 상상 좀 작작 좀 하고. 어? 그건 그렇고. 그거 붙은 거 어떻게 좀 떼 봐. 어? 뭐하니, 이제 그만 떨어지라고. 어?」
   「붙어? 붙긴 뭘 붙어? 어? 진짜네. 왜 이러지?」  나는 이게 다 어찌 된 일인지 하나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는 너넨 여기 웬일이야?」
   「웬일은! 저번 일이 하도 미심쩍어서 다시 와본 거지. 거 웨 영화에 보면 나오잖아. 다시 어떤 장소를 찾느니 어쩌느니.」
    어쨌든 그녀들은 날 주인공감이랄지 이상형으로 점찍지는 않았다. 한바탕 청산유수로 떠벌려 유혹해도 괜찮다는 명분을 마련해주기, 그럴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겠지. 그 현란한 이끌림에 결코 저항하지 않겠다는 애원 같은 태도. 그걸 어떻게 바래? 사랑을 받는 자와 구애하며 망신 당하는 자, 암묵적 공평함이자 묵시적 평등이 결렬되었을 때. 얘네들도 그런 밑도 끝도 없는 공상으로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텐데. 그런데 나까지 챙겨줘? 바랠 걸 바래야지. 나는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챙피해서 쥐구멍이든 개구멍이든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그건 그렇고. 가만 있어봐. 잠시 확인해볼 게 있으니까.」
    나는 고프로(초소형 카메라 브랜드)와 실시간 동기화된 앱을 켰다. 그런데 뭐야 이거!
    핸드폰으로 확인한 결과 마라와 크리스티나는 없었다. 나만 혼자 허공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말하고 있었다.
    뭐야, 난 미치지 않았어. 그런데 이건 꼭 미친놈처럼...... 혼자 뭐 판토마임이야 뭐야? 나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흥건하고야 말았다.
    정말로 그렇지는 않고 살짝 섬찟하다 말았다. 그래서 나는 내친김에 미스테리아에 가서 이 일을 곧이곧대로 그녀들께 아뢰옵기로 했다.





    10

    그런데 도착한 미스테리아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야 마라. 너 어디야? 미스테리아 사무실은 왜 비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기는 아니?」
   「저번에 내가 말 했어, 안했어? 사무실 옮긴다고. 뭐하니? 어서와. 일은 끝났어. 이제 할 일은 파티 밖에 없어. 오기 싫으면 오지 않아도 되고.」
   「누가 싫데?」
    그녀는 위치 정보를 전송했고, 나는 핸드폰에 도착한 위치 정보를 확인했다. 곧 이어 나는 미스테리아 새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렇게 네비게이션에서 가르쳐준대로 길을 가던 중... 어라······ 뭐야......!
    여긴, 여긴, 아까 내가 혼자 쇼를 했던 무도장 티파니 근처인데?
    알고 봤더니 미스테리아 사무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바로 무도장 티파니의 옆 사무실이었던 것이다.
    아 재미없어. 재미 더럽게 없구만.
    하여간 아주 그냥 신물이 난다 아조 그냥 지긋지긋하다고.
    때문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세했으므로, 고로 나는 그 들뜬 분위기에 젖어드느니 차라리 혼자 고독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사무실로 돌아갔다.
    거의 도착했을 때 존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내 사무실 근처라나 뭐라나.
나와 존티. 우리는 만났고 우리는 내 사무실로 갔다.
    나와 존티는 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 다음에 우리는 함께 내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그 모자는 뭐니? 너 원래 모자 잘 안 쓰잖아? 내가 알기로 넌 가끔 특이한 모자만 가끔 썼는데. 야구 모자는 처음이라고. 그렇지?」
   「잘 안 어울리니? 그냥 한번 써봤어.」
    그러면서 존티는 모자를 벘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존티의 이마에 눈이 하나 더 있네? 합이 3개? 이런 젠장!
   「앗, 깜짝이야! 뭐야 그거?」
   「너 미쳤어! ~라고 말할려고 했니? 왜, 이거? 스티커 문신이야. 1주일 갈려나 몰라. 영 이상하면 그 전에 지우고.」
   「널... 못 쳐다보겠어. 차라리 나한테 말을 해. 눈을 깔라고 말이야. 내가 너보다 잘난 거보다, 그 반대가 훨신 많다는 거. 너가 나보다 뭐가 나아도 낫다는 거. 너도 알고 나도 알잖아. 그런데 왜 그래? 정말 이러기야? 어? 내가 시선을 피하는 건 널 무시해서가 아니란 말이야. 이 친구 이거 정말, 너 왜 그래? 행복과 사랑과 낭만과 환상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뭐, 날 여염집 규수로 아니? 내가 놀랄 줄 알았어? 이상한 영화 좋아하니까 한번쯤 꿈꿔봄직한 공상을 마주치면 내가 뭐 좋아서 춤이라도 출 줄 알았니? 농담인데 내 연기가 진짜 같았나? 그런데 이걸 어쩌니. 난 고개를 못들겠어. 시선을 떨굴 수 밖에 없단 말이네, 이 친구야. 설마, 너 일부러 그런 거야? 응?」
   「그런데 있잖아, 재밌는 게 뭔 줄 아니?」
   「뭔데?」
   「이 스티커, 발바닥에도 붙였어.」
   「뭐?」
    그때 흡사 BWV 1015번 곡조의 쳄발로 음률이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 맞다. 나 면접 약속 있는 걸 깜빡했다. 내가 이번에 스카웃한 고급 인재랑 만나기로 했거든. 어떡하지? 다음에 만나서 놀지 뭐. 수다 3시간 나눈 다음에 헤어질 때,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만나서 다시 하자. 신나게 그냥 벗겼다 입혔다 벗겼다 입혔다, 다 해놓고서. 응? 우리끼리 그럴 수야 없는 것 아니겠어? 다음에 밥을 먹든가, 차를 마시던가. 술도 좋고. 스포츠도 괜찮고. 응? 나 갈께.」
   「이 자식이! 벌써 가면 어떡해?」
   「(몸짓)」
   「내가 좋은 거 보여줄께. 응? 아니면 깜짝 놀랄 만한 정보도 있는데. 알고 싶지 않니?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내가 살께. 응? 1차-2차-3차 모두 다. 아 정말 그냥 가면 어떡해? 요트 하나 사줄께. 널 유명하게 만들어주겠다니까. 어?」
    무반응.
    주섬주섬.
    못 이긴 척 남을 마음이 아주 없진 않네. 잡아주라고? 졸르고 더 졸르라고?
   「내가, 소개팅시켜줄께. 어때! 소개팅할래?」
   「진짜로?」
   「뻥이야.」





    11

    존티는 갔다. 그럴 꺼면 뭐하러 왔어? 원래는, 액면을 잘 관찰하면 본심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액면을 0.1초만에 보여줄려다 말면. 그럼 그게 뭐냐고. 무슨 광고에서 잔상을 자극하거나 무의식을 건드리는 반칙은 법으로 제한하는 그 뭐야. 뭐 아무튼 그렇게 금지된 기술처럼 날 그냥 떠본 거야? 그런 거야? 내가 물건이야 뭐야. 아니면 추억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그런 장면. 그러니까 나 이런 사람이야~ 라는 몸짓. 신분증인지 명함인지를 쉭~하니 얼렁뚱땅 슥 꺼내서 보여줄 뻔 말 뻔 하다 다시 집어넣는 거냐고. 내가 약장수가 아니라 쟤가 약장수구만. 참 나! 존티 저것도 순 허당이야. 못났으면서 잘난 척! 못생겼으면서 잘생긴 척! 뭘 모르면서 아는 척! 순 화장발에 조명발에 여우짓이면서 이쁜 척. 거만하면서 겸손한 척! 불결하고 불순하며 지독하면서 청순한 척! 다 알면서 아무것도 모른 척. 재미없으면서 행복한 척. 멍청하면서 똑똑한 척. 좋으면서 싫지 않은 척. 기분 상했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진짜로 연애 그거 싫증났으면서 아직까지 사랑하는 척. 어? 왜? 대체 왜? 소심하고 마음 약하며 주관이 불분명한 데다, 심지는 변덕이 심하고, 권위에 약하고 만화영화에 나오는 코끼리 귀처럼 팔랑귀라서? 그래서? 뭘 모르면서 목소리 크거나 잔재주 좋고 입담 걸출한 사람들이 하도 우기니까? 그러니까?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재주꾼들 때문에 쭉지 펴고 살지 못하니까? 믿으면 속고 사랑하면 마음이 바뀌니까? 왜 머머한 척한가, 이유는 제각각이자 적당한 포장과 가식은 필수불가결하지만. 그렇지만 좀 모잘라도 된다. 멍청한 게 뭐 어때서. 이기적인 마음과 타산적인 심성, 나쁘지 않은 인성이면 된다. 단, 생각 생각 내 생각은 있어야 하고. 사람은 일부분 계산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험한 세상에 작은 보탬이 되는 착한 일도 좋은데, 내 앞길 먼저 살펴야 한다. 너나 잘해, ~라는 말을 듣기 전에. 아름다운 사랑이니 즐거운 인생을 도모하자면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달콤한 사탕을 핥고, 빨대로 음료수를 빨며, 몸에 좋은 채식단을 씹어먹는 일. (어머머머 심장이 벌렁벌렁, 그게 아니라 딴 걸 상상하시겠다? 그래유. 이미 하셨구먼유. 해도 벌써 많이 생각하시구먼유. 안 그래유? 달콤한 열매를 따먹고 어쩌고저쩌고. 것도 쉼없이. 말 안해두 다 알아유~!) 잠이 오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끌리고 설레며 들뜨는 일. 때로는 이타적일지언정 인간은 누가 뭐래도 이기주의자인 것. 우리는 알고 보면 부인할 수 없는 뻔트 예찬론자인 것. 보아하니 사람은 부동의 변덕쟁이인 것. 열도 좋고 기분파도 정겹지만 전망도 살펴야 한다.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것도 겪어봐야 구분이 된다. '막살자'라는 으쌰으쌰식 의기가 살다 보면 어쩌다 한번쯤 필요할 때도 있다. 쉽게 믿고 몰아가니까 동의하고. 그러지 말고. 심지어 못생긴 사람이 소수, 가 아니라 대부분. 가난해도 괜찮고 재미없는 게 원래 정상. 결코 얄밉지 않도록 젠체하는 느낌. 선동가 같은 분위기. 플레이보이를 연상시키지만 알고 보면 분명 허당일 꺼라는 은근한 넛지.
    그런데, 그런데! 존티 흉볼려다가 왜 내가 존티를 두둔하고 있지? 존티 평판에 거친 스크래취~ 파팍 낼려고 작정했는데. 그런데 내가 지금 뭐하는 거냐고. 응? 전기기타리스트가 신들린 듯 즉흥연주를 선보이다가, 갑자기 카덴차에 심취한 바이올리니스트로 바껴버렸네? 아님 호프집에서 연주자는 컨츄리 장르 연주하고, 애주가는 박수 치고. 그처럼 시작은 뭔가 있어 보였는데 느닷없이, 난 촌년? 원 참 나! 도대체가 말이야, 어째서? 몰라 모른다고. 알 게 뭐야!
    어쨌든 존티도 다 들통났다. 은근 허당이 아니라 그냥 허당이라는 사실을. 어차피 존티도 남자다. (뭐 언젠 아니었나?) 아무튼 존티야 존티 삶이 있으니까,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고. 우정은 변치 않고. 추접하다느니 더티러브라는 둥, 그래도 사랑이 어쩜 최곤가 몰라.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상심을 조장할려다가 정말로 절망하다가 나는 뭔가 하나를 깨달았다.
    (딱)! 쉭──쉭──쉭!
    그건 바로, 엇그제 마라와 크리스티나가 내 사무실에 놀러온 날. 그날 내 인공지능 조수인 지니가 사상 초유의 물질 마술을 선보인 사건.
    아하~! 이제 알았다 이제 알았어. 어허~ 지니가 그런 데 반응하는구나. 그랬구나. 물론 역풍을 초래할지도 모르니까 단계별로 살살 간지럽히면서 시작하면 되겠구나.
    다름 아니라 지니는 못생겼다는 말에 뜬금없이 VIP 카드를 만들어냈다. 건성으로 놀렸는지 그녀들끼리 뭔가 통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도 한번 따라해봐도 손해볼 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지니와 냉랭하게 저기압 분위기를 내내 이어가느니, 차라리 모험을 하자. 명운을 걸자.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야단도 아니고, 꿍하니 삐치느니 오히려 들이대보자. ~라고 나는 투기꾼이자 협잡꾼에, 처음에는 선동가로 좌중을 휘어잡다가 중반전에 슥-하니 언제 내뺀 줄도 모르게 내뺀 호사가처럼. 그처럼 활개치는 교만함과 간사함, 뻔뻔함이 불쑥 고개를 들고서 날 노려보는 장면을 공상했다. 그래서 나는 즉각 작전을 수립했고, 따라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곧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12

    나는 지니 놀리기를 신나게 결행했다. 깐족거리다 조르다가 조르다가 깐족거리다가.
    익명성을 내세워서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말이야, 그러면서 제3자에게 들은 것처럼 지니의 나쁜 평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나름 은근함도 좋아할 테니 오락가락하도록 쥐락펴락 칭찬도 이따금 섞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넌 안된다니까. 곧 있으면 다음 달에 구글이 뭘 출시할 줄 아니? 넌 상상도 못할 꺼야. 늬 주제에 어디! 그럼 뭐 페이스북은 바보니? 그 뭐야. 진공청소기 만드는 회사도 자동차 만들겠다고 하는데. 자동차 만드는 회사라고 인공지능 로봇, 못 만들 줄 아니? 아니야. 아니라고. 늬가 뭘 잘 모르나본데, 그런 와중에 얻은 톡톡한 성과도 내가 인정 못하는 건 아냐. 그렇지만 지금 상황이 순탄하지 않다니까 그러네. 응? 가슴이 찢어질 노릇. 왜? 왜냐하면 너와 내가 그동안 함께 했던 추억 하며 예사롭지 않은 행복감을 기억하니까. 난 널 언제나 그리워하고 늬 말이라면 군말없이 따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하지만!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말씀이지. 왜? 왜냐하면 너보다 열배 귀엽고, 백배 뛰어나고, 천배 상냥하며, 만배 예쁜 인공지능이 내게 제의를 슥하니 해 올 거라, 그 말이지. 알겠니? 넌 나보다 딱 두 배 자상한 주인을 만나길 바래. 물론 난 아랑곳하지 않을 꺼야. 그럼. 그래야지. 의리 하면 또 나거든. 응? 사정사정하든 어쩌든. 적극 추천에 광고로 날 귀찮게 해도 견딜 거라고. 그런데 내가 언젠가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이지 않을까? 안 그러니? 물론 처신하기 나름이겠지만 난 일이 먼저니까 괜한 열정을 축낼 수는 없는 법. 고로 내 마음이 변치 않을 거라고 차마 장담은 못하겠네.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야. 알겠니? 이 멍청한 바보 밥통 머저리 천지 미련 곰탱이, 지니야~! 응? 혹시라도 나중 인공지능 뉴페이스가 너한테 도전장을 내밀면 어떡하려고 그러니? 너 공부 안해? 시류를 살피지 않니? 차기 대권은 물론 차-차기 잠룡까지 점찍는 거, 너보다 더 잘 아는 점찍기 머신이 나왔단 소문도 못들어봤니? 최신 뉴스 안봐? 응? 듣는 소문 그런 거 없어? 어? 아는 게 쥐뿔도 없어서 뉴페이스한테 완패하면 어떡할려고? 늬 주인이 허당이라고 너까지 한량 노릇할려고? 늬가 생각이 있니 없니? 응? 생각이 있냐고 없냐고! 우리끼리 맺은 율리시스 약정. 나도 그러긴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부를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하는 얘기라고. 그게 다 나나 되니까 너한테 이런 귀뜸도 슥~하니 흘리지, 어? 주인 잘못 만나봤어봐라, 어디 가당키나 하냔 말이지. 어? 안 그러니? 아 진짜로 곧 있으면 말이야, 너도 나도 질세라 기똥찬 신제품들이 출시된다니까요. 네? 때가 때인 만큼 너한테 이런 고급 정보를 알려주지 않을 수 없는 처지까지 와버렸다, 그 말이라고. 응? 나중에 말이야,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그러니까 나한테 좀 잘하지 그랬니. 응? 늬가 절박함이 뭔지 잘 모르나본데, 뉴페이스를 어떻게, 응? 소개시켜 줘, 말어! 응? 말만 해. 응? 말만 하라고요. 혹시 알아? 넌 나한테 2인자로 밀릴지 말이야. 어머머! 그럼 그거 혹시 애첩?」
    그랬더니, 얼씨구!
    지니를 쥐락펴락 깐족거린 효과는 단박에 나타났다.
    효력은 즉각 발생했다.
    지니는 시무룩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말없이 VIP 카드를 내게 전해주었다.
    거기 씌여진 내용은 이랬다.
    <이번에 치러질 거사. 새로운 동물 가면무도회는 전신복장이 드레스코드......>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래서 나는 너구리 전신복장을 입수했고 날짜가 되어 그곳으로 갔다.
    도착.
    현장에 도착했다.
    고급스런 가면무도회. 격조 높은 그곳은 지키는 사람도, 허허, 역시 딱 봐도 알만 했다.
    8 대 2 가르마. 9 대 1 가르마. 올백 헤어스타일. 1군으로 수트빨 쩌는 친구들이 포진했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진짜 실력자들은 손님이자 행인으로 위장한 가죽점퍼들이 따로 있었다.
    일단 나는 초대권을 보여주고 들어갔다.
    중간 건너뛰고.
    그래서 내가 입장한 곳은 어디일까?
    사실만 간추려서 말하자면 그곳은 동물원이었다.
    지역 동물원이 행사의 취지로 한 데 모아놔도 괜찮은 동물들을 모아서 사람들 구경하기 좋게 전시하는 행사.
    물론 동물 전신 복장 입은 아르바이트생과 현장 직원 몇몇과 함께.
    처음에는 좋았다. 처음에는 좋았다고.
    그런데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경과가 진행될수록. 고충은 늘어만 갔다.
    가면을 벗을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고.
    냄새는 또 어떻고.
    처음엔 사람들이 쳐다봐서 좋았는데 점점 시선이 따가와지다가 정말 아파왔다.
    지니한테 초대권을 얻어낼 때만 해도 그랬는데.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보나마나 꽝 중의 꽝일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그랬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미처 몰랐는데. 진짜 진짜 몰랐다고.
    젠장! 나는 지니한테 골탕 제대로 먹은 것이다.





    13

    팔리기 전의 환상머신. 놀고 있는 런닝머신. 물이 오른 타임머신.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인생은 미완성이요 사랑은 없다더라?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현실과 이상이 같지 않듯, 이론과 실제도 완전한 도플갱어는 아니다. 당신께서 어렸을 때 적어도 1번은 들었던 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자면, 어린이의 답변이 어떻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 탑10에 <아빠>는 들지 못했다. 1위는 머 2위는 머, 그럼 3위는 아빠겠지요?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처럼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즉 호박은 제 발로 굴러다니고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고. 고로 풋사랑을─혹은 짝사랑을─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은 첫사랑이 단 1번뿐일 리 없다는 탄탄한 논거일지도. 진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쩌면. 왜냐하면 마음이 들뜨고 설레며 흔들리듯이 그 자리에만 있기를 바라는 건 좀처럼 헛된 기대이기 때문. 순진한 사랑의 동경심을 그이한테 의탁한 죄, 그이의 감언에 홀딱 넘어간 결과 지금의 체념. 평생 내 발등을 찍고 싶다는 남편에 대한 험담으로 여성잡지2식 수다로 웃음꽃을 피우는 여인네들. 자길 흉보거나 말거나 관심 없는 그분들은, 마치 돈 버는 기계처럼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뒷감당을 책임지며 오늘도 일하러 가는 길.
   「공부하는 학생들이여 꽃다운 젊음이여. 굳이 억지로 어른 흉내내며 성마르게 조숙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건전한 이성교제도 좋다만 다양한 시도와 꿈 많은 도전도 마음껏 펼치세요. 부디! 그렇다고 한 우물을 파지 말란 말은 아니구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딱 말할려다 꼬이고 뭔 말 할지도 까먹으며. 한두 번 실패한 다음 포기. 훈수도 접음. 교훈조 마음은 고개를 돌림. 무리수를 둬서 망신살이 뻗치느니, 아예 생략하시는 어른들 꽤 된다. 간혹 조카 만나면 용돈이나 두둑히 주면 되지 뭔 입바른 얘기씩이나. (뭐? 그럼 웨이터에게 찔러줄 짱돈은? 그래서 인간은 거룩한 노동의 가치를 부인하지 않는지도 모름) 그처럼 마음은 어제와 오늘, 나이트클럽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사랑을 시작할 시점과 이별하는 당시.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달라도 그냥 다르겠나. 뿐만 아니라 자존심부터 갈등과 공상까지 마음의 종류가 좀 많나? 사랑조차 연민으로 꿈틀거려 꽃 피운 사랑이라고 왜 없겠나. 그렇듯 마음은 결코 가만 있지를 않는단 말이다. 물론 마음이 위로 뜨면 기분이 좋은 거고, 매력적인 물건을 본다면 아아 저건 꼭 가지고 싶다는 탐욕이 동할 것이며, 그외 또 다른 심리는 수학적으로만 봐도 너무 많다. 아울러 생각이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이자 마음이 변하는 건 어쩌면 운명. 나는 세상에서 마시며 노래부르고 춤 추는 게 제일로 행복하더라 난 뭐가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 그건 그때 얘기. 태어나서 이렇게 눈부신 숙녀와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는 둥 넌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이라는 둥. 그건 뭘 모르던 당시 얘기. 난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하리다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드리겠소, 그건 그 당시의 너 생각이고! 일단은 변치 않기를 기원하겠으나, 응당 사랑의 고결함을 기도드리겠으나. 말하자면 마음이 떠버린 다음에 왜 변했냐고 따지겠나 어쩌겠나. 응? 살살 구슬리고 달래며 편 들어야지. 아니, 왜냐구요? 남녀 공히 심신분리라는 현상의 현현은 똑같겠지만 사랑에 대해서 방식이 다르듯 남녀가 감수하는 심신분리의 수효와 방법도 다를 테니까. 생물학적 그 어떤 쾌감의 작동 원리조차 하늘과 땅처럼 다르니까. 아무리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지만 마음은 집에 있고 몸만 바깥으로 나돈다지만,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데? 어디 그 뿐인가. 게다가 여심은 그분들 당사자께서도 모르겠다며 스스로 자인. 아니면 거짓말. 그래서 애초에 1.0 미만이라는 희박한(?) 확률을 고집할 수도 있음. 심지어 마음을 놓았을 때 즉 방심에 따라 망아지는 스스로 고삐 풀고 도망칠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사랑은 정녕 쥐락펴락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건 주도권을 쥔 사람 얘기고! 난 쥐어졌다 펴졌다 행사장의 춤추는 풍선인형도 아니고 뭐 허접한 마리오네트도 아니고. 밀려졌다 당겨졌다 하는 사람 입장도 좀 생각해보자구요) 그러니까 밖에서는 그렇게 웃기며 뻥뻥 터트리고 방방 뛰다가 멋쟁이들 주목을 한눈에 끌다가도 집에만 오면, 집에만 오면! 그렇다면 어설픈 사랑이니 소녀의 일기장과 플레이보이의 푸른 꿈은 모르겠고. 가전제품이 팔리든 파리가 날리든, 베팅을 하든 판돈이 떨어지든.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고.
    그래서 나는 아직 구상조차 버겨운 아찔한 이야기의 착상을 위해서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터벅터벅. 꼭 뭐 어딘가에 끌려가는 것처럼은 아니겠지만. 월요병이니 뭐니 할 말이 떨어지고 할 일이 하기 싫다는 건 아니겠지만. 가서 숙녀의 마음을 빼았는 허당 이야기를 쓸까, 아니면 바닷물이 사라진 드라마나 볼까. 그건 그때 가서 정하기로 하고서 말이다.
    (절레절레. 그럼 그렇지. 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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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작은 소설.

from 칼럼 2019. 1. 27. 23:13

    1

    나는 특급 호시절이 임박함을 예견해야 한다. 아울러 뻔트론에 애착감을 느끼고 들뜬 분위기와 설레는 기분을 조장하기를 원했다. 리듬을 타면서 한번은 동기유발, 한번은 동기부여! 그리고 실패하면 합리화. 아니면 친구 만나서 술 한잔 마시고 당구 복수전. 그처럼, 나는 즐거운 인생과 행복한 세상에 대해 통찰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뭔가 이상한 게 말이지, 뭐라고나 할까 슬럼프를 관측하는 게 아니라 아예 거기에 매력을 느껴버린 거 아닌가. ~라는 희안한 육감! 그 때문에 자꾸 유령의 농간에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보아하니 나는 미루기와 게으름을 양쪽에 끼고서 어떻게 하면 우쭐함을 또 한번 자극 받을 궁리나 하는 형편이었다. 어깨 위에 앉은 햄버거도 떼냈겠다 허언증도 치유됐겠다. 하지만 그녀를 어깨에 들쳐매고서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리자, 새침한 듯 귀여운 숙녀가 앙탈 부리는 상상은 도무지 뿌리치지 못했고. 그건 정말 도저히 어떻게 안됐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는 게 아니고. 그처럼 정작 마음은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또 레임덕에 허덕이고 있었다. 어떻게 쫌 어떻게 BAR '율리시스와 사이렌'에 들려서 바텐더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볼까 어쩔까. 게다가 거기서 한술 더 떠 노잼─깡통─가짜─뻥─장난─농담, 그런 건 죄다 재미없으니. 따라서 색다른 건수와 새로운 우연성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마치 나는 필연적으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동네를 바쁘게 떠돌아다니는 주인 없는 개인 것 마냥, 자꾸 정신과 영혼과 마음이 일치하기를 각자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진짜로 구글 검색창에 그런 걸 쓰지는 않았고. 바로, 여자 꼬시는 법.
    바로 그때.
    뭔 일이 있었냐, 하면 별 일 없었다. 나는 하던대로 일을 했다. 착상을 기다리고, 인터넷으로 사고 싶은 노트북을 구경하며 아이쇼핑하는 게 다였다. 그렇게 나는 사실적 환상주의니 환상적 사실주의니 꾸밈어가 떠들썩한 작품을 읽어보려고 꾹 참고 노력했다. 늘상 그래 왔으니까. 그게 본업이니까. 그게 천직이니까. 나도 남들처럼 그래 볼려고 했다. 왜 그렇게들 이러쿵저러쿵─어쩌고저쩌고─따따부따 할 말이 많으신지. 왜 그렇게 생각하고 무엇 때문에 할 말을 참지 않으시는지. 저분은 툭하면 남의 다리를 긁으시는지. 이분은 왜 수박 겉 핥듯이 스키장에서 혀로 어딜 핥았다가 구급대가 출동하는지. 왜 그렇게나 <아는 척─잘난 척─겸손한 척> 제조기로만 사시는지. 그걸 알아보고 이해할려고 노력했다. 부던히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만 말하자면 실패했다. 여지없이 실패했다.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읽다가, 중간에 덮었다.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읽기에 실패했을까 라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그 결과 거창한 연구도 뭐도 아니고 대충 왜 그런지를 알게 됐다.
    나는 언어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언어학을 전공한 문사들의 글발이 좀 어떻다는 걸 알기에 그것과 연관해 생각해봤다. 곧 대상이 뭔고 하니 <가브리엘 마르께스>. 수식어를 반복하는 시간 낭비, 그런 촌스런 일은 타인에게 양보하고. 일단 순진한 문학 소녀, 천진한 사춘기, 꿈 많은 유년이라면 어른들과 전문가들께서 말씀하시니까 무던히 마르께스 읽기에 도전할 것이다.  「정말 그런가 보구나!」 하면서 말이다. 어른들도 드라마에서 언뜻 책 표지를 비춰주니까 뭔지 궁금증이 자길 괴롭힐 것이다. 독서는 몰라도 읽었냐 안 읽었냐, 에서 책 뒷편 줄거리와 평가 정도는 알고 싶으실 테니까. 왜냐하면 식상한 <아는 척 잔지식>이자 <내가 최고라는 자존심으로 달성한 위업 곧 인기> 같은 권위에 그분들 주관은 팔랑팔랑~ 호의적일 테니까. 다른 말로 쫄 테니까. 용돈 해 봐야 얼마 되지도 않고, 경험도 미천한 데다, 꿈까지 없는데? 잔지식으로 친구한테 대적하겠나, 말발로 아빠한테 상대가 되겠나. 공부 못하면 나중 뭐 어쩔 것이다, 어떤 것만 쫓다가는 멍청해질 것이다 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겁먹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피곤할 테니까. 잔소리도 다 효용가치가 쏠쏠하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아 글쎄 어른들이 스무살을 응애응애 병아리로 보는데, 그런데 그보다 더더욱 어리면 갓난아기 아니냔 말이다. 나는야 딸랑딸랑 응애응애─참새 짹짹 병아리 삐악삐악─두손을 비비며 파리몸짓! 그러니 본인 뿐만이 아니라 그분들도 태반은 완독에 실패할 것이다. 그분들이나 나나 그걸로 보자면 똑같다. 완전 똑같다. 그분들 인생이야 각자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성향과 정체성을 알아가시면 되고. 어쨌든 시각을 좁혀서 나만. 오직 나만 봤을 때. 왜 나는 가브리엘 마르께스 읽기에 참패했는가? 하면 이유는 이와 같다.
    왜냐하면 마르께스는 스페인어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나보코프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쓴 롤리타라면 읽겠는데─읽었는데─것도 2번 정독했는데 그게 아니니까. 다시 말하자면 내가 만약 마르께스를 읽던 중, 「아아 이걸 몰랐구나. 오오 꽤 괜찮네!」 ~라고 느꼈다면. 만약 그랬다면 이미 몇 세기 전에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스페인 모음곡을 작곡했을 것이다. 순서라는 게 그렇게 된다. 그게 선행되지 않았으니까, 안 그래도 루저니 뭐니 나 역시 실패할 수 밖에. 물론 전문가들 설명도 좋다. 틀리지 않고 탁월한 고견이다. 좀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서, 스페인 하면 오페라다. 모차르트 오페라인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베토벤의 피델리오. 로시니 오페라인 세비야의 이발사. 비제의 오페라 카르맨. 이탈리아도 그렇고 에스파냐에서 오페라는 찬란한 꽃을 피웠지만, 정작 그 이전에 바흐는 스페인 모음곡을 쓰지 않았다. 바흐는 엔리케 그라나도스처럼 스페인 무곡을 작곡하지 않았다. 애시당초 작곡할 마음이 요만큼도 없었나 까지는 모르겠고. 만약 바흐가 스페인 모음곡을 썼다면 필경 나는 가브리엘 마르께스를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완독에 너끈히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가정이고 결과는 달랐다. 바흐가 작곡했던 이탈리아 모음곡이야 작은 규모니까, 이탈리아어로 쓰인 소설과는... 뭐랄까 살짝 비례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영화는 좋고 풍광이야 기가 막히지만, 건축과 조각과 그림도 아닌 이탈리아 문학? 적어도 전공······까지 하기에는 시간도 턱없이 모자르고, 인생도 예술에 비하면 짧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쉬운 일도 아니다. 게다가 좋아하는데 잘할 수 있냐 라는 문제도 있다. 그대의 행복은 단촐하지 않기를 기원함과 별개로 우리들 목과 팔은 다소 짧아지긴 하겠지만.





    2

    한편 굳이 한가지 이유를 더 추가할 수도 있다. 왜 읽기를 서둘러 멈췄는가. 시간도 충분하고 억지로 숙제처럼 끝가지 읽었다고 가정했을 때, 왜냐하면 그렇다면 더 나쁘면 나빴지 더 완곡한 해명은 차마 어려울 테니까. 둔탁한 할 말 참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잘 멈춘 거다. 갈 데까지 가는 건 멜로드라마 대사로 대신하기. 말하자면 입장 바꿔서 태교의 제한이 있어야 좋나, 아니면 무제한이 괜찮나. 정말로, 진짜로 당신의 자녀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는 걸 원하시나요? 그대 진정 차별에 너그로운가! 친구 파도타기로 정녕 끝까지 가도 괜찮단 말인가. 명문대 나온 천사 같은 딸래미가 막노동판에서 일하다 놀다 일하다 노는 천재 남친과 결혼하고 싶다면. 그렇다면 애지중지 곱디고운 처녀로 키워놨더니 글쎄 그러겠다면 절로 응원하시겠나. 취향과 안목이 딴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혹시라도 촌년&촌닭이라면 몰라도 공부깨나 한 차별 금지 신봉주의자께서 이걸 질투심과 연결시킬지 퍽이나 걱정되는군. 어른대회에 초딩을 끼워주니 안 끼워주니, 그걸로 텃새라는 둥 편견에 차별이라는 둥. 아직도 제3세계권에 상장을 비례제로 남발해야 할 일은 여전히 멀었다. 유럽권과 영어권에 상 받을 만한 우승자감은 죄다 외면하고 아직도 초딩들 줄서서 목 빠지게 기다린다. 그러니까 어떤 분야 권위자 상당수는 여성잡지업계로 자리를 옮겨야 마땅할 것이다. 여자도 골프장에 입장 가능하고 지구는 평평하다고 전문가들이 한 얘기라면 다 믿는 건가? 범죄인의 사회 적응을 다룬 영화랄지 사회성 짙은 작품은 최선을 다해 외면하면서. 그러면서 대체 뭘 안다고 주류 언론의 아마추어보다 못한 기사에 세뇌당하는가. 책이라면 여성잡지 1과 2만 일평생 끼고 사는 가정주부의 삶, 수다 3시간이 생애 최대의 기쁨인, 그럴 수 밖에 없는 동네 아줌마의 인생을 이해하기가 어디 쉽던가. 그렇다고 여성잡지 1과 2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정말로 그런 글을 쓰고 싶겠나. 괜찮은 판타지 소설이나 틈틈히 쓰면서 유명세 때문에 행복한 투정도 감사히 여기고 싶지, 허구헌 날 들들 볶고 닦달하는 편집장이 어디 이뻐보이겠나. 자기 일을 진정 사랑하겠나. 잘나가는 처녀 때 사랑에 빠져 여성잡지2 그거 별거 아닌 듯 보였는데, 호시절은 잠깐이요 어느 날 보니 불현듯 나는 이혼녀.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고상한 전문직을?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전남편은 유명하기라도 하지. 큰 빚을 통채로 전남편이 자랑스럽게 떠안음과 더불어 하나뿐인 애마저 뺐긴 이혼녀. 전남편은 이혼도 자랑이요 빚 많은 것도 자랑에다, 그 큰 빚을 대인배처럼 떠안은 것은 물론 자식 꺼벙한 것까지도 자랑. 전남편은 욕하는 게 일이었는데 자식 얼빵한 것도 자랑이면서, 또 내 자랑만은 욕하지 마라느니 뭐라느니. 그런데 이혼녀의 미모는! 이혼녀는 객관성이란 잣대로 현재를 보아하니...... 에잇! 너무 짠하잖아? 정말로 그렇잖아?
   「A.여자 나이 50 넘으면 누가 쳐다본데요?   B.여자 나이 50 넘으면 누가 여자로 보느냐구요.  C.단, 나처럼 각별히 우아하다면 모를까!」
  「왜 그러시오 낭자. 나한테 오시오. 내 그대를 사랑해드리리다.」
   (※ 통상 첫번째 대사에서 현실적으로는 A만, 각본에서는 B까지, 드라마에서는 C마저. 첫번째 대사를 받는 두번째 말도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를 테면 '그러지 말고 우리 같이 놉시다' 정도)
   ~라는 말을 말 그대로 50 넘은 여자가 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농담. 사석에서 끼리끼리 오가는 정담. 꼭 그렇지도 않고 웃자고 한 얘기란 걸 우리가 모르지 않는데, 일단은 단지 50 미만 남자가 말했을 땐 크나큰 실례. <30살 선녀냐, 50살 미녀냐>. 성 무슨주의와 별개로 개그의 소재로 다룬지 오래됨. 여자를 남자로만 바꾸던가 공평히 둘 다 논하면 되니까 논란도 피해감.  「늙으면 어째야지」라는 말과 완전 똑같음. 오락산업이 우리들을 좌지우지할 수 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은 그처럼 상시 만족이다. 아무튼 사교계니 무슨계니 그쪽 말고.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캐셔 같은 시간제 일을 하는 부류도 있는 반면) 새로 사귄 친구와 함께 밤의 세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 밖에. (이때 중요한 점. 그분들 인생은 자연스럽게 여성잡지 1에서 2로 옮겨간 평균값. 그런데 그게 아니라 스무살 때부터 여성잡지 2로 시작한 건 또 뭐고). 그분들이 선발주자권의 평론계에서 천시하는 작품과 전남편이 심하게 싫어했던 수필과 본인의 잔소리를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진짜 구분하실 수 있을까. 전남편이야 잔지식의 화신이었다지만 그것과 잔소리 여왕이 같지는 않거든. 입담 걸출한 잔머머 제왕, 흔해 빠진 수다쟁이. 전자와 후자가 어떻게 같겠나. 스스로 모르지도 않고. TV와 여성잡지 그리고 수다. 그게 아니라 근사한 고전이라... 생각만 해도 잠이 오는구나. 착한 척 남들 따라서 차별이네 뭐네 나도 그랬는데, 내 이기적인 삶은 그것과 얼마만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가. 태반의 전문가가 주동하고 세계적인 권위자가 삐에로로 나서는 바보들 세상에서. 오락산업의 보살핌과 가짜의 총애와 환상적인 허상으로 빚어진 왕국에서 평생을 사셨는데. 그런데 그분들께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말처럼 특정 감정에 대칭하는 딱 1개 표현이라던가 낱말이라던가. 그것이 상품이든 작품이든 또는 아이디어든, 그분들께서 그것이 구체화될 최적의 매체가 무엇인지 과연 구분하실 수 있겠냐고! 왜 젊은 친구들이 3초에서 30초에 이르는 짤을 퍼트리고, 왜 3분의 마법이라는 유행가가 인기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설명을 할 수 있느냐 라는 점. 우리 눈에 보이는 수수한 옷차림과 정치인식 화법에 대해서는 뭔가 구분이 되면서. 그러면서 어떻게 사극에 나오는 백작가의 인습과 궁궐 밖 흥정의 묘미가 구분이 안될 수 있을까. 그러면서 그녀들끼리 말하기를 말이 안 통하는 남자라는 둥 뭐라는 둥. 뻔트가 어떻고 상남자들 명대사를 남발하면서, 어떤 남자왈 뭘 좀 아니 모르니.
    구경꾼 즉 감상자의 입장 헤아리기. 가능하지 왜 아니겠나. 생각만 하지 않으면 되는데? 권위자들이 했던 얘기와 업계 관계자들이 끄적거린 설명에 동의하고 지식으로 알기만 하면 되는데? 자고 놀고 먹고. 그거 누가 못하나! 그걸 피치못하게끔 곤란한 신체적 장애는 다큐멘터리지만, 정서적 장애? 어른은 애들과 한마디로 경쟁 관계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전음악이라는 기반과 미술계라는 상대적 지표, 그 2가지와 타분야가 비례하는 게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면 또 모르겠다. 그건 끄덕끄덕. 이해하고 마음을 추리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무턱대고 생각하지 않기. 숙제 베끼기와 인터넷에서 자료 조사해서 대충 짜집기해서 단행본 만들기. 적당히 논문 쓰기. 세계3대 (순수) 과학잡지에 간헐적으로 논문을 기고하지 않아도 명예직 평생 보장되기. 그건 뭔가 좀 그렇다. 안 그럴 수 없겠지. 소셜 네트워크를 보자. 카페라떼나 녹차라떼처럼 몸과 마음에 둘 다 유익한 음료 같은 단문. 그걸 인터넷에 올리면 퍼트려지고 알려지며 재생산된다. 그것의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그와 일부분 비슷한 이치다. 고전의 계승자인 현대음악과 미술계는 카페라떼나 녹차라떼처럼 몸과 마음에 둘 다 좋은 명맥이 이어진다. 그런 반면 일부분 타 분야에서는 값싼 탄산음료처럼 일시적으로 짜릿하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저렴한 해석과 다 똑같은 평론이 업계를 이끈다? 그 분야는 <고전음악이라는 기반과 미술계라는 상대적 지표, 그 2가지>와 더없이 비례할 수 밖에 없다는 결과값. 현재가 증명하고 미래는 예견된다. 양치기견이 양떼를 모는 식으로 선량한 레밍쥐는 정말로 오락산업한테 휘둘리지 않는단 말이더냐. 패스트푸드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건 그것대로 좋긴 하다만 주객이 바뀐 것처럼 그것 위주라면 문제가 있으니까 하는 말.





    3

(───잠깐만 주제를 벗어나서───)
    앞서 언급한 <......잔소리를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진짜 구분하실 수 있을까>에 대해 잠시만 참고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왜냐하면 설핏 오해의 소지가 약간이나마 있으니까. 곧 남편의 잔지식-설과 부인의 잔소리가 절충된 수다도 충분히 가능하다. 당연히 서로 바뀔 수도 있고. 대화라는 건 원래 테니스 공처럼 왔다 갔다 해야 그게 대화다. 할 말이 많건 적건 동등한 사이라면 8 대 2일 수도 있고, 사업적으로 누군가를 독대하며 '55분 듣기 5분 말하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강연은 100이고 대화는 50 대 50이 기본 공식이다. 그런데 대화에 대해서 그게 아니라 말을 했다 하면 길고, 많고, 또 길고, 졸리고,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고. 아무리 들어도 이건 대화가 아니라 설교 같은 말하기도 있다. <아아, 또 시작히구나!>라는 아빠의 말씀.
   「야 야 떴어 떴어. 뭐해 뭐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대형견 목줄을 쥐고서 공원에서 노인네들은 물론 좌중을 휘어잡듯 배꼽 잡게 만드는 코메디 화술. 그거야 테니스처럼 5 대 5보다 원맨쇼에 가까워도 괜찮은데. 그런데 그게 아니라 많이들 알고, 대체로 익숙하며, 지극히 평범한 얘기들만 길게, 길게, 또 길게, 도저히 끝날 기미가 없이, 길게......! 오오, 또 또, 아아 또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질문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될 수도 있음. 단지, 여성잡지 1에서 2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평균값 이혼녀의 기구헌 인생이 하루 아침에 첫째 캐셔랄지 웨이트레스냐 아니면, 둘째 여급이냐. 그에 따라 나뉠 테니 하는 말. 말은 엄청 많은데 '웃기기 타율'이 바닥인 여인의 어떤 사연을 감안한 얘기지 머머주의가 아님. 여자는 감각적이기만 하고 남자만 논리적이라는 거냐 뭐냐, 그 얘기가 이님.

  1. 설교식 화법
  2. 안듣기 화법
  3. 본론 없는 화법 
  4. 쓸데없는 말만 하기 화법
  5. 뜸들이기 화법
  6. 청자 주늑들게 만드는 화법 
  7. 무조건 우기기 화법
  8. 무조건 부정 화법
  9. 선동가식 화법
  10. 진행형 화법
  11. 어디로 튈 줄 모르는 개구리식 화법
  12. 거꾸로맨 화법
  13. 딸랑딸랑─삐악삐악─어버버버─아부부부─응애응애식 화법
  14. 각 동물별 화법
  15. 아는 척 화법. (끌어내리지 않는 이상 끌려내려가지 않는 '타석에 주저앉기'식 화법)
  16. 알아도 모른 척 화법
  17. 약장수식 화법
  18. 비꼬기 좋아하는 조롱꾼 때문에 발생하는 갑분싸. 찬물을 확 끼얹는 화법.
  19. 문명 체계와 정반대되는 사고방식에 따른 유인원의 유체이탈 화법.
  20. 여성잡지 1&2와 비슷한 듯 다른, 시작은 산만─중간은 문법이 틀리고─결론은 없는 잔소리 화법.
  21. 남의 다리 긁기─아무말 대잔치─다 차려진 잔칫상에 숟가락 올리기 화법. 
  22. 오 소~름. 끝짱! 와 대~박. 개-재밌어. 졸라 멋져. 개-간지. 아 빡쳐! 중3화법 또는 젊은층 화법.
  23. 눈높이 맞추기 화법

    같은 유형끼리 친구가 되기도 하는데 서로 상극인 조합도 있음.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우리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괜히 그랬던 게 아님. 특히, <뭐 + 뭐 + 뭐>랄지 <A + B + C + D......>가 내 남자친구라면? 특히나 그분께서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까지 좋아한다면! 그럼 친구가 옆에서 따끔하게 제지한다. 
   「늬 남자친구는 어쩌기라도 하지 얘. 난 어쩐 줄 아니? 일단 발음이 이상하기로 그런 사람은 처음이야. 얘길 들어도 한참 생각을 해야 돼. 뭔 말인지 라고. 바닥을 기는 한두 살 애기의 말은 엄마처럼 내내 붙어 있어야 알아먹잖아? 그거랑 똑같다니까. 응? 그 고충을 너네들이 알기는 아니? 엄만 애기 말을 잘 알아듣기나 하지. 응? 난 못 알아먹어. 같다 맞추고 때려 맞춰야 한다고. 어? 늬가 내 남친이랑 대화해 볼래? 어? 그럴래? 복에 겨워서 얘가 정신을 못차리네. 너 그거 알면서 일부러 나 들으라고 자랑하는 거니, 아니면 고급스럽게 매기는 거니? 응?」
   「얘네들이 말이야, 어? 늬들이 뭘 좀 모르나본대! 얘, 차라리 눌변이 나아. 그게 낫다고. 돈만 잘 벌고 허우대만 멀쩡한 거보다 그게 나을 수도 있단 말이야. 그건 조종하고 요리라도 되지. 그런 남자는 조련하면 돼. 어렵긴 하겠지만 일단은. 응? 그런데 그게 아니라, 너네들이 나쁜 남자의 녹여주는 감언에 넘어가서 달콤한 기분이 나중 어떻게 폐막하는지, 그 절망감을 대체 알기는 아니? 응? 그걸 알고나 하는 얘기야?」
    <그분들이 선발주자권의 평론계에서 천시하는 작품과 전남편이 심하게 싫어했던 수필과 본인의 잔소리를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진짜 구분하실 수 있을까>에서! 평생 집안일만 하고 애 키우고 그러다 어느덧 난 이혼녀. 본인이 여자이면서 50 넘은 여자가 말하길,
   「여자 나이 50 넘으면 누가 쳐다본데요?」
    그나마 우아하거나 먹고 살만 하면 나은데, 그게 아니라. 평생 집안일만 하고 애 키우고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난 이혼녀. 집안일과 애 키우는 일이 정녕 고귀한 일이란 걸 누가 부인하겠냐마는. 그러나. 하지만. 사회에서 그분들을 고급 인재로 스카웃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는 것. 현실은 냉정한 것. 아무리 반세기를 살았어도 여자는 여자인 것. 인간은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고 기다리며 본능은 동일한 것. 남녀 공히 그건 원초적인 것. 사랑이 시작될 즈음이야 좋았지. 왜 아니겠나. 그러나 현실은 냉정한 것. 양육권도 넘어갔지, 난 50 넘었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전남편은 벌써 누굴 만난다더라 어쩐다더라. 의리 없는 인간. 못된 놈. 게다가 거울을 보아하니 이건 뭐......! 심지어 돈이라도 많으면 모른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잔소리 끝───)





    4

    전문가란 양반들이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몰라서 건드리지도 못하는 건지. 그야 모르겠지만 바로 이 부분이다. 「나도 자랑 좀 하자!」 ~라면서 또 수다 떨겠다는 게 아니라. 이처럼 <가브리엘 마르께스>에 대한 내 소신을 떳떳함과 동시에 조리있도록 업계에 밝힌 전문가가 있냐? 바로 그 말이다. 있긴 있겠지만 대충 예측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증권업계 애널리스트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어떤주 어떤주 꼭 반드시 사라>는 말만 있지 팔라는 보고서는 드물 듯이 감히 어데다 딴지를 걸겠나. 응? 감히! 번지수가 틀렸거나 생각이 짧거나. 콜롬비아 관광도 좋고 투우도 다큐멘터리로 보고 싶다. 오페라 글라스와 단안경과 쌍안경이 각각 작품에서 어떻게 달리 쓰이는가와 별개로 제비복. 입어보고 싶지 왜 아니겠나. 그런데 그와 별개로 원리와 이치에 대해서 상식과 교양에서 다루는 그림이 어떻게 보면 한마디로 참 까막눈이다. 그쪽에서 다루는 상식이라는 게 어찌 보면 참으로 속좁고 허접하고 꺼벙한 옹졸함을 닮았다고나 할까. 아니, 어떻게 그처럼 뭘 모를 수 있지?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문가들이─대부분 훌륭함 일색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일부는─속된 말로 나발거림과 나불댐과 <남의 다리 긁는>-식의 배경 설명만, 어? 그것만 오직 뻔하게 반복하고 베끼며 시끄러운 소음을 일으키는 일. 없지 안아서 하는 얘기다. <감상하는 작품이냐, 소비되는 상품이냐>.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인 세상. 안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훨씬 개인적이고, 응당 언어학적이자, 분명 비교적인 원리는 딴전으로 내버려두고. 그냥 막 너도 나도 교과서적 지식만 주거니 받거니! 응? 남자의 우정처럼 너는 천재 나는 스타! 그게 대체 뭐나고요. 네? 본인이야, 왜 그와 같은 시각차가 나는지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행운을 어쩌다 부여받았으니. 운명적인 사연이야 그건 뭐 그렇다 쳐도. 다른 전문가들도 다 이 정도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듯이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없다! 그럴까? 못한다! 대체로 안하고 대부분 못한다. 왜 X축과 Y축이 다른지도 잘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겠나. 보이는 게 홀로그램 아바타니까 그건 홀로그램이다 뭐다 잔지식을 총동원해서 설명하기만 할 뿐. 장님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 이상이 어떻게 가능하겠나.
    단지 유명세로 1인자든 뭐든 직업군별로 다른 전문가들도 사정은 비슷비슷하다. 처음부터 트랙 달리기에 최적화된 도박꾼도 그렇다. 아무리 특급 엘리트 코스대로만 따라왔더라도 심한 응용, 까다로운 난제, 험난한 급변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응애응애─삐악삐악─짹짹짹짹 그런다. 경주마의 야성과 전장을 찍은 다큐멘터리의 참상과 극적 선율과 원리를 모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통과 진짜를 모르면 출발은 좋은데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기 마련이다. 왜 나는 이 일을 하는가, 난 정말 이게 좋은가. 그건 딴전인 채 로보트처럼 공부만, 부모님이 정해놓은 반듯한 길만 따라갔던 범생이였으니, 고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든. 그처럼 일단 출발은 좋고, 간혹 첫 끗발이 개 끗발일 수도 있지만, 중반전도 선전한다. 그러나 막판에 막판 스파트를 못하니 마라톤 플레이메이커처럼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애초에 플레이메이커라는 배역을 맡았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골인 지점이 보이는데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또는 골인을 앞두고 에너지가 바닥난다? 본류를 모르면 그렇게 된다. 가령, 코럴드로우─포토샵─3D MAX부터 시작하여 고급 과정까지. 그러니까 후발주자측 (일부) 웹디자이너가 딱 그런 식이다. 그쪽 5년차 웹디자이너. 어떻게 머머 스타일로 머머처럼 그렇게 해 주세요, 라고 주문하면 귀신같이 해낸다. 것도 뚝딱! 일도 아니다. 헤어디자이너에게 누구처럼 다듬어주세요, 그랬더니 헤어뿐만 아니라 나를 완전히 슈퍼스타랑 똑같이 만들어주는 식이다. 아주 그냥 기가 막힌다. 끝내준다. 학구파 중견과 <애플─인스타그램─마이크로소프트─야후>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웹디자이너보다 월등히 잘하진 않겠지만 대충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런데!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뭐냐면 어떤 컨셉으로, 의견 수렴하고 정식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하라! ~라고 주문하면 그쪽 역시 응애응애 삐악삐악 애가 된다는 점. 그런 정식을 주문하면 그분들 벙찐다. 붕 뜬다. 눈이 똥그래진다. 얼굴 어두워진다. 피한다. 도망간다. 딴 데 쳐다본다. 입이 벌어진다. 왜? 일단 C++에 대해서든 뭐든, 웬만한 프로그래머 뺨 칠 정도로 세부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고급이 아니거든. <독학 + 속성 과정 학습 + 현장 경험>에는 탁월했지만, <학구적 신기술 + 직관적 코딩>에는 약하니까. 그러니까 구글링하다 포기하느니 아예 맞춤복 주문을 받지 않는다. 기성복만 만들기도 빠듯하니까. 그러니까 상업적인 분야, 즉 과학적이고 수학적이며 장비와 노력으로 승부를 보는 분야에서는 어떻게 된다. 어떻게 된다고. 그러나 그게 아니라 생각의 힘이 뚜렷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분야에서는 어설픈 요행과 허접한 반칙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가령, <가브리엘 마르께스에 대한 일반적 정평과 정반대되는 논조를 제시하시오>. 할 수 있을까? 못한다. 제시 못한다. 일단 해 보지를 않았고, 생각조차 안 해봤거든. 논설 공부 역시 기계처럼 잘하지만 다 똑같은 기성복처럼 구식일 뿐이다. 자로 먼저 수치를 제고 형태를 측량한 다음 디자인에 들어가는 맞춤복처럼 세련된 논평? 글쎄요 글쎄요! 그 사람의 정체성과 개성에 딱 맞는 맞춤복 같은 비평? 그걸 어떻게 하나. 기성복 뽑기도 바쁜데. 나 행복하기도 힘들고 나 신나게 놀기도 벅찬데, 어느 세월에 맞춤복 과정을 다 따라하겠나. 따라서 서평 베끼고 목록 따라하고 딴 게 아니라 <응애응애와 삐악삐악 참새 짹짹>마저 베끼고 또 베끼고. 어제도 따라하고 오늘도 따라하고. 프레따뽀르떼와 오뛰꾸뛰르. 자동차 신제품 디자인이 인터넷에 미리 떠도는 것처럼 시간차 얼마 되지도 않도록 가짜 상품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베낀다. 그렇지만 공산품은 그렇고 예술도 물량 공세를 하는 분야도 그렇지만, 미술은? 미술은 다르다. 양대 미술품 경매 시장이 어떻게 다른가는 몰라도 과목이란 게 그렇게 차이가 난다. 전문가와 권위자의 역량이 그렇다보니 어딘가에서는 진짜로 큐레이터가 가짜 학위로 어느 자리까지 올라서 사회 문제로 단위를 떠들썩하니 들었다 놨다 했던 일조차 있었다. 나중 그걸로 책 써서 또 다르게 유명해졌다. 그리스 비극은 왜 읽기 어려운가, A문장 다음에 B문장이 오면 안되는 이유를 비교문학적으로 설명하시오, 산만한 여성의 문법을 논리적으로 재배치하여 구조적인 결함을 해결한 예에 대해 논하시오, 할리우드 시나리오 다중 작업의 성공 예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브리엘 마르께스에 대한 내 생각이란 것 자체가 없는데, 그걸 하시겠다 그게 가능하다? 사정은 그렇다. 형편이 이렇다. 원리가 이렇게 된단 말이다. 다 똑같이 베끼고 짜집기에 권위자가 스케치한 디자인 뿐만 아니라 큐레이션-선정-감별까지 베끼느라 바쁘다. 베껴도 잘 베끼면 모른데 무슨 말도 안되는 남의 다리 긁기까지 베꼈어. A와 입체와 원류를 베끼면 좋은데. 그게 아니라 B와 평면, 그리고 유럽이 조상인 중견주자도 아니고 이상한 개인적 취향을 베껴. 뭐지 그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절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을 넘어갔을 때 좋고, 못 넘어갔으면 아마추어. 어떤 분야는 프로들 전부가 아마추어. 뉴스에서 들리니까 기억하기로 망언 제조기니 뭐니. 일부 분야에서 유명인과 전문가와 권위자라고 하는데, 대가라고 추켜세워주는데. 그런데 어떻게 입만 열면 글만 쓰면 <잔소리 반에 말도 안되는 헛소리 반>. 베낄 게 따로 있지 뭔 큐레이션-선정-감별이랑 요약본과 평론까지 베끼다니. 부단한 과정 동안 헤매고 또 헤맬 수는 있는데, 그게 아니라 필자 학교 다닐 때 독서감상문 썼던 거랑 똑같은 게 참 많음. 책은 다 읽지도 않고, 읽지 않았으니 내 생각이 없고, 여기서 저기서 짜집기. 그래 놓고 독서감상문 짜잔~! 게다가 전문가라고 해 봐야 어차피 읽어도 권위자나 유명인 생각을 가져와 내 식으로 편집한 유형이 참 많음. 영화 1편 보고 나서 할 말 없으면 잠재의식 창고에 넣어두면 그만. 그런데 전문가랍시고 뭐라 뭐라 또 그 말대로 차곡차곡 내 지식의 기반을 그것으로 채운다. 안 그래도 된다니까요, 안 그래도 된다구요. 내가 생각하기에 할 말이 발생하지 않는 건 건너뛰고 훨씬 훗날 나중 그것에 대해 내 할 말이 발생했을 때. 그게 진짜임. 아니면 가짜고 어차피 내 것도 아님. 아울러 영화 1편 보고 나서 할 말이 없더라도, 남의 의견을 존중할지언정 꼭 인정할 필요는 없음. 내 시간 아까우면 평론가의 말을 들어줄 필요도 없고, 읽겠다는 빈말도 아까움. 일단 나는 생각 전이니까. 면밀히 사고하지 않았으니까. 잘 모르면 잘모른다 알면 안다. 그건 내 정당한 요구가 맞다, 또는 그건 내가 틀리다. 이건 말이에요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3일 동안 연구해본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처럼! 아무튼, 찬찬히 감상하고 생각을 골똘히 하지도 않았는데, 결과물은 독서감상문 짜잔~! 물론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분야에 따라 유독 뒤쳐진 분야가 있다는 뜻. 수학과 과학이 바탕이 되는 상업과 산업이야 규모가 중요하니 엇비슷하다지만, 사고체계에 따라 수준이 좌지우지되는 분야는 결코 그렇지 않음. <언어에 따른 특징과 한계 + 고전이라는 기반>에 따른 영향은 절대로 쉬운 게 아니다. 심지어 고전이라는 야생마는 벌써 오락산업이라는 경주마로 바껴버린지 오래. 왜 어른과 초딩이라고 비유했는지 이해 못하시는 분도 많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쟁쟁한 화가들. 작고하신 그분들은 손만 까딱해도 명화이자 걸작에 예술. 그런 반면 (일부분) 유명인에 권위자와 대가라는데, 그런데 어떻게 입만 열면 펜만 잡으면······! 참말로 못말리는 분야. 예술도 절반은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후발주자권 출판계에서 각각 선정한 세계문학 목록을 보자면 할 말을 잃게 됨. 이런 얘기까진 밝히지 않을려고 했는데 이왕 시작한 김에 끝을 보자면, 그런데 자기들 딴에는 진지해. 완전 진지해. 이름 걸고 브랜드 걸고, 환경 생태계의 명운까지 걸고서 진지하다고.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겠는데, 그분들은 어찌 그렇게 이상할려고 기를 쓰시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쟤 쓰레기야 쟤 완전 쓰레기라고 뭐 기부천사? 놀고 있네 쟤 완전 쓰레기라고~!> 그건 개그라도 되지. 그런데 진짜 쓰레기를 선정해놓고서 심각해. 진짜 쓰레기만 모아놓고서 그게 쓰레기라고 말도 못해. 멍청해도 어떻게 그처럼 예술적으로 멍청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어. 자기가 그랑프리 트로피를 만들어서 스스로 수여하고 물개박수 치는 꼴. 강박관념과 세계문학이 뭔 상관이라고. 소비제는 상관없다면서 미친 듯 마시면서 발동 걸렸겠다 웨이터 이름은 <막살자>겠다. 뭔들 못해! 응? 뭔들 못하냐고. 유인원과 영장류를 구별도 못해. 무조건 어디 맥주만 미친듯 마시고, 어디 여행만 걸신들린 듯 떠나는 걸로도 모자라, 유인원 1-2-3-4-5... 뭔 뜻인지도 모르면서 사주고 읽어주고 팔아주고. 그 남의 다리 긁기를 성장기 동안, 또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시간 낭비만. 그게 어디 내 인생인가? 태어날 때 좋은 부모를 골라서 못 태어난 건 그렇다 쳐도. 태어나기를 유인원이랄지 원주민으로 태어나 건 그렇다 쳐도, 응? 씨가 중요하냐 밭이 중요하냐. 둘 다 중요한데, 그래도 잘 크면 다행. 그런데 그게 아니라 문제는 살면서도 유인원과 영장류를 구분조차 못해. 씨도 그렇고 밭도 그렇고. 영장류가 아니라 유인원으로 태어났으면 노력해서 영장류가 되어야 하거늘, 쓰레기만 오직 쓰레기만 골라서 일평생 주입하니 이거 원. 그러니까 주입식 교육이네 뭐네 그쪽 시장도 말도 못함. 어버버버버 아부부부부 두손을 비비면서 파리 흉내내듯 응애응애 삐악삐악 꼬끼오꼬꼬댁. 좋은 거 다 놔두고 좀비처럼 내 인생도 타인의 거짓에게 내어주고, 나라도 팔아먹고, 사랑도 변하고. 좋은 거 다 놔두고 왜 하필 앙드레 모루아는 읽지 않고 유인원이 쓴 만화책만 날이면 날마다. 여기서 잠깐!





    5

    그 만화책 저자는 독재자를 사랑하고 독재자의 딸마저 좋아함. 그분들이 무조건 싫다 나쁘다 혐오스럽다, 그 말이 아님. 당연히 원리를 따지지 않으면 자칫 오해는 혐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그러기 딱 좋을 수도 있음. 그분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 남미에서 한때 좌파 바람이 불었듯 왜 아시아는 1개 정당 지지와 빨간색 일색일까. 왜냐하면 그분들은 C대─O대─H대─Y대─S대에서 공부하신 석학들과 사고체계 자체가 다른 원주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모르는 게 없는 박사일지라도 사고방식은 원주민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발주자가 건너가서 중견주자를 세운 반면, 후발주자는 이걸 어쩌나! 중견주자가 넘어와서 후발주자를 세운 게 아니네? 보고 배우고 따라할 수 밖에. 허나 모든 걸 체득한다지만 사고방식의 구동 원리는 바꿀 수 없고, 정치인은 수입할 수 없는 것. 회사에서야 중견주자측 인력을 흡수할 수 있다지만, 후발주자 대다수는 완벽한 원주민인 것. 보들레르가 포를 인정하고 어쩌고 교차와 교류보다 크게 보자면, 선발주자의 원숙함에 비해 중견주자의 문화는 한마디로 젊다 라고 했을 때. 후발주자는 명백한 혼돈 상태. 그러니까 그분들이 그럴 수 밖에 없다. 에스키모, 인디언, 캐나다 원주민과 호주 원주민이야 주류에서 소수로 전향됐다지만. 전락이란 표현은 차치하고. 아시아는 100퍼센트가 그대로 전수됨. 동유럽쪽 100퍼센트에서 평생 살아본 사람들도 똑같다. 같은 반 친구와 사회 친구등 지인이 100퍼센트. 차별이란 걸 TV로 알게 된다. 그런데 동유럽은 유럽일 일부였고, 아시아는 원주민 100%가 갑자기 전환된 셈이다. 에스키모와 인디언 같은 원주민이 비주류로 보호되는 것과 또 다르게. 반만년 역사니 만년 역사니 전통은 그러지만 실질적인 건국은 미국보다 훨씬 짧고. 선발&중견주자에 비해 법 체제와 사회 체계는 젊은 걸 넘어서서 말하자면 아동기. 그 뿐만이 아니다. 3세기 전에 러시아에서 프랑스어를 모르면 쥘 바르베 도르비이 어법으로 치자면 '상놈들의 망상인 평등은 귀족 사이에서만'에 위배되었듯. 전통은 유구한데, 현대적 체계는 늦고! 서구 문명이 정립한 기준을 따라가기 벅찬데, 원주민 문화라는 자존심은 높고! 요즘 유행하는 꼰대 농담처럼 어디에서 태어난 세대의 한계라는 건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차별 같은 강박증도 늦었고 원류가 무엇인지도 늦게 알았고. 외세 침략에 내전 겪고 독재니 민주화니 그러다 먹고 살만해지니까, 나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았는데 입도 뻥끗 안했는데 난 꼰대래. 하오나 사람은 늙을수록 보수적인 꼰대가 되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 세상을 살면서 불의를 잘 참을 줄도 알게 됨. 원래 처음부터 그랬을 수도 있고. 평시니까 가정과 내 인생이 먼저임. 원론적으로 인간은 이기주의자인데, 그런데 시대적으로 비겁자에 뭐에 뭐에. 불리하면 참고 비겁하고, 유리하면 말하고 나서고! 그래서 팔 걷어붙이고 화끈하게 따질려고 했는데, 얼굴이 얼굴이! 자, 국사를 살펴볼까 살펴보지 말까? 거론하지 말자. 다만 현재를 과거에 대입했을 때 배신자는 누가 맡을지 정말 보이지 않는 걸까! 국왕제가 대통령제로 바껴서 국왕 명맥은 종료된 건 그렇다 쳐도, 유럽 왕실들의 친교와 교류들 부러운 것도 아닐 테고, 보수 정치인이 나서서 참 일찍도 뭐 어쩌고. 그때 그 역할이 지금 그 역할, 까지는 아니겠지만 절반쯤 뭐 대충 그림 그려짐. (동사-형용사-부사-전치사는 있는데) 주어가 없는 여자. ~가 듣기로는 야당과 여당을 오갔던 어느 중진의 평판임. 아무리 그래도 콘크리트 지지층에 변심한 애인 부르고, 보수 기반 결집하며 스윙보터 독점하면? 일류에 끼지 못한 웹디자이너처럼 중견이자 중진이 된다. 게다가 어쩌다 밀려나는 건 엉뚱하게도 바른 말 하며 약자를 대변하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는 기준선을 아시는 분. 정통파 웹디자이너가 아니라, 베끼기로 천재인 웹디자이너가 바로 그 업계의 대표적인 중진이 된 형세다. 기준은 표니까 정 주고 마음 주고 말도 주고, 그 대신 주어는 없고. 물론 일장일단이 있고 잘한 점도 칭찬해야 마땅하나, 아는 사람은 알듯이 일관성과 평판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점. 다만 그런 사연이 소수이기를 바라나 시장을 시장판이라고도 부르듯 정계도 정치판일 수 있으니, 오락산업만 마냥 흐뭇한 입장. (언론사 헤드레인에 따르자면) 옆 동네 망언제조기께서 전-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건 아니건 오십보 백보. 똑같음. 어차피 똑같이 특정 비율이 탄탄한 지지를 받는 건 마찬가지. 개인이니 단체니 옳은 말을 하고 바른 행동을 하는 소수 비율은 따로 있고, 일단은 개인의 행복 먼저 경제 먼저. 어딘 어디의 표밭이니, 정치적 신념을 보아하니 주변분 꼰대는 당의 수장도 못할 평생 당원. 꼰대라는 주제를 코메디와 꽁트에서 애용할 수 밖에 없음. 정치계를 정치판이라 낮춰부르는 습성이야 해당 사항 적격인 분들이 따로 계시겠지만, 오락산업은 그야말로 건드리지 않는 분야가 없다. 양복 입고 점잖은 화법에 능했지 절반은 그분들도 할리퀸 아니냐고. 할리퀸이 본시 하인이자 광대인데. 그런데 왜 그렇게 정치는 어려운지. 일 많이 하고 혜택 많고, 일 적게 하고 혜택 적고. 세금 많이 걷고 복지도 많고, 세금 적게 걷고 자율도가 높고. 차라리 그처럼 간편하면 나은데 그것도 아니고. 정치 전문가들도 일한 만큼은 칭찬과 격려를 받아야 합당하거늘, 오히려 욕을 많이 얻어먹어 배부르고. 모순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모순과 혼돈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니 원시인이라는 비유를 할 수 없이 끌어당길 수 밖에 없다. 실상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지 않았으니, 그러니까 원시인이라는 표현이 틀린 말도 아님. 그걸 몰라서들 그러시는지.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고, 혼돈과 급변 때문에 옆을 살피기 힘드니 일찍부터 스무 살부터 꼰대가 듣기로는 있다고 함. 각자 성격도 다르고 정체성도 다른 데다 이기심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니까 그렇다쳐도. 사이코패스를 차별해서도 안되고, 누가 누가 소시오패스인지도 모르겠고. 일단 과정을 보자면 그렇다. 사극에 보면 나라명이 바뀔 때 인적 자원이 썩 빈곤해보이지 않기 마련.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나라명이 바뀌면? 인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니 변절자라도 아쉬울 형편. 사극에서 신분을 사고 현대극에서 신분증도 바꾸는데 변절자가 호인 가면 쓰는 게 어디 어려운 일이겠나. 나라의 말년운과 세기말이 일치했을 때 귀족 피라미드는 뒤바껴서 귀족이 물 반 고기 반처럼 흔했음. 조직에 쫄병은 몇 안되고 별들이 태반인 모습. 그때쯤 현대 올림픽이 다시 시작됐으니까 그건 뭐야. TV로 타임머신 보시면서 뭘 모른 체하는 것도 참 재주네 재주. 쇄국정책에 따라 사회지도층만 가마를 타고 다니던 마차의 시대에서 중간 단계 건너뛰고 갑자기 문명. 그러니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니 사회지도층은 (프랑스에서 단두대행이었던) 변절자가, 체계는 후발주자로부터. 교양과 체계를 선발&중견주자로부터 직수입하는 게 맞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고. 때문에 번역도 선발&중견주자측 자료를 직접 번역하기보다 후발주자쪽 재번역이 주류. (인터넷 번역기로 1번 번역했다가 2번째 번역해도 결과는 좋은데 미세한 차이가 있음). 그게 쌓이면 너와 내가 말이 안 통하게 됨. 보수적인 문화권에서 개방적인 문명을 흡수했다고 원주민의 생각과 의식까지 한꺼번에 개방적으로 바뀌진 않음. 어림 없음. 그 반대로 전통은 자랑스럽고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이 본심. 말이 안 통하고 글을 이상하게 쓰고 희안한 거 좋아하고. 소비제와 문화제와 산업제도까지 비정상적으로 수입. (일부분 업계에 따라) 전문가도 뭘 모르고 베끼기 좋아하고 관행은 어떻고. (물론 원리 얘기 중이니까 장점 얘기는 빼고). 다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했음. 선심성이니 다양성이니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도 이제 걸음마 단계. 좌우지간 인습은 구시대적이고 개인은 보수적인 반면 체계는 개방적이라니. 게다가 이중인격을 인정하기 싫어함. 심지어 스스로 얼마나 차별적인지도 모름. 더더군다나 나와 남을 따지는 기준도 일관적이기 어려움. 뿐만 아니라 지는 비교를 얼마나 심하게 미워하는지, 어느 정도로 증오하는지 모르진 않을 테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뭐냐면 이기는 비교는 미친듯이 좋아하면서, 뭐에 환장하듯 사랑하면서 비교 자체가 싫다고 해. 삐── 모순 발생! 겉과 속이 다름. 솔직하지 못함. (반면 여자친구가 다음 생에도 나랑 사귈 꺼냐, 결혼할 꺼냐 라고 물으면 또 멈칫 생각해서 애인은 토라짐. 솔직해야 하는데 부정직하고, 통 크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솔직. 뭔가 바뀜. 뭔가 거꾸로 됨) 그러면서 친구보고 가식적이라고 함. 자길 부러워하지 말라고 함. 그러니까 우리는 진짜 위선자 아닐까 라고 자각하게 됨. 검지를 펴서 내 코끝에 갖다대게됨. 개방적인 선진 사회라는 선발&중견주자에서조차 동성애자가 커밍아웃하기 꺼려하는데. 후발주자에서라면...... 오, 세상에나! 내 친구가 동성애자를 그 얼마나 혐오하는지 아시나요? 말도 못함 말도! (이걸로만 봐도 시간표는 0.5세기전).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선발&중견주자측과 많이 비슷한데 속으로 들어가서 하나 하나 면밀히 살펴보면 갈길이 멂. 특히, 제일로 중요한 의식부터 그렇다. 쫓아서 따라잡는 재미가 쏠쏠할지 어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현재 여건은 그렇다. 사극에서 현대극으로, 원주민이 현대인으로 스타트랙이야 뭐야 순간 전환 아니냐고. 모든 공은 부하에게 모든 책임은 나에게, 그럽시다 라고 해도 그래프 유형이 아이쿠야~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법. 도시를 봐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 사회를 보자니 이건 선발주자식이요 정치를 보면 또 중견주자식이네? 절충해서 다듬고 개선하면 그만인데, 삼류 언론에서 모신 논객의 어법을 빌리자면 잡탕이니 뭐니가 된다. 이때 아무렇지 않은 편 빼고는 정확히 둘로 나뉨. 첫째, 틀린 말도 아니다 기분이야 불편하다지만, '잡건─명물─물건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면서 진공청소기쪽으로 향하는 유형. 둘째, 긴말 필요 있나 뚜껑 열린 헤어드라이기요 뒷목 잡는 커피포트지. 이어가서, 언어 섞어 쓰기를 비롯해 혼돈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님. 그러니 그분들과 말이 안 통할 수 밖에. 도로 사이클 대회니 축구 리그니, 수준 자체가 다르다 보니 말 하나 토시 하나도 똑같이 비례하게 된다. 그런데 잠깐 잠깐 잠깐! ...... 어라 뎀비네? 귀여운 도발─계산된 흥분─섹시한 반론치곤 꽤나 깜찍한데! 어쭈, 참 기특하다고. 아하~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셨구나. 진짜로 그처럼 생각하셨구나. 「뭐, 원주민? 누가, 내가?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양반이 시방......」 쉿! 다른 거 다 놔두고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그건 뭔고 하니, 듣는 원주민께서 기분 나빠하시면 정상이고, 아무렇지 않으면 비정상.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때 '정상'측이라 함은 곧 인디언과 에스키모를 묵시적으로 존중하지 않음을 뜻한다. 따라서 그대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진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점. 배고픈 소크라테스이신지 아니면 할 말 많은 허당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먼저 아시길!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라. 자성과 용서와 속죄 그리고 착한 척이 어디 쉽던가! 정말로 쉽나요? 이 건방진 뚱보야 겸손한 척이라도 좀 해라 라는 친구 말을 들었든, 그렇게 겸손해하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라는 조언을 못들었건. 하늘이 보고 있든 아니든. 양의 탈을 쓴 늑대인지 사람의 탈을 쓴 하이에나인지. 그 무언가를 우리 스스로 모를 수는 없는 일. 그런데! 아니다 아니다 나는 에스키모를 좋아하고 인디언과 친하고 싶다, 나를 원주민이라고 칭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분들을 경시하는 마음은 요만큼도 없다? 그건 표면적으로 발성하는 말일 뿐이고. 이마에 확연히 씌여있는데 누굴 속일려고. 거 무슨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거짓말은 부디 피노키오들끼리. 어찌 됐든 커밍아웃 축하드립니다. 그게 정녕 축하할 일인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훌륭하십니다 그려. 그걸 기어코 못이긴 척 고양이 담 넘어가듯, 슥~하니 얼렁뚱땅 넘어가시는 거 보면. 대단해요 대단하셔. 짝──짝──짝! 이런 이런············ 주제가 도망갔는데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고 원리가 찬찬히, 또렷히, 속 시원하게 설명되었다고 해서 또 우르르르? 노노노노노! 어쨌든 원리가 그렇다는 거지 그분들 생각대로 우리가 계몽되어야 한다? 말이 안됨. 말이 통해야 좋은 거지 말이 안 통한다고 좋은 게 아님. 말이 통하지 않는 원리가 그렇구나, 그건 그거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숙녀에게 뭘 좀 안다고 인정 받지 못함. 뭘 좀 알아도 꼰대면 그녀들은 고개를 돌림. 말이 통하든 안 통하든 어르신들끼리도 신부들러리 서기 싫어하심. 노인과 청년. 덕담 시간과 용돈이 비례하지도 않고. 주례사가 주인공도 아니고. 정치인이 잘살기 위해 국민이 있냐, 조명에 물개박수 칠려고 우리가 있냐. 하면 그건 아니니까. 부언 설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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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발주자들이야 회사를 파는 건 공생 관계일 수 있는데, 주식 시장을 봐도 사정은 타임머신. 개-소-닭-돼지처럼 식민지배를 받을 만했구만 그래. 미개한 족속.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각자 판단. 아니면 논리적으로 증명을 하던가. 사실을 놓고 따지던가. 사람은 참는 데 한도가 있고, 기계는 입력된 정보에 따라 출력값을 꺼내놓는 게 할 일. 사람이 끝없이 참으면 비정상에 봉이요 바보임. 아님 속에 담아놓거나 속셈이 따로 있음. 인간은 그렇고 기계는 또 다름. '뭐가 나올지 모름'자판기야 어디로 튈 줄 모른다지만. 그렇지만 '뭐가 나올지 확실한' 자판기는 리모콘 버튼에 따라, 입력된 코딩값에 따라 돌고래의 생각을 인간의 언어로 변환하여 출력하는 게 그 역할. 아하! 우리 주인님께서 바로 이걸 원하시는구나~ 라면서 소망을 충족시키면 그뿐. 못할 게 뭔가, 정녕 원하신다면 기꺼이. 그녀가 듣고 싶은 고백이 무엇인지 진정 몰라서들 그러시나! 안 그랬다간 그럴 때까지, 끝까지 닥닦할 텐데? 들들 볶기인지 환상공장인지는 몰라도 끝도 없는데? 도돌이표와 메아리 뿐이 없다고. 그러니 제발 징징거리는 아마추어처럼 굴지 말라고요. 원하는 결과물을 꺼내놓지 않으면 남탓이요, 기대했던 선물이 아니면 실망? 이게 무슨 환상머신이야 이럴 꺼면 차라리 회전목마가 나아도 백번 낫겠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거울에 비춰지는 내용은 시시때때로 바뀜. 물론 요술 수정구슬이 문제일 수도 있고, 수정구슬에게 주문을 거는 마법사 탓일 수도 있음. 뿐이겠나. 다스베이더니 마귀할멈이니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은 천차만별인데?) 열등하면 세계사에서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여전해 아직도 여전하다고. 선발&중견주자 영장류가 아닌 후발주자 원숭이들도 미개함에 따라 나뉘니까. 때문에 비둘기가 돌아오고 평평한 세계라지만 식민지-피식민지 경쟁은 여전하다기 보다 다른 방법으로 훨씬 심화되는 처지. 시대의 흐름이 그러한대 지역적 형편을 보아하니, 좀비는 언제 사람이 될까. 정말로 뭘 기대조차 하면 안되는 건가 몰라. 로마제국 전성기에 파리와 런던과 브루셀과 암스테르담등 유럽 전체가 모두 로마의 식민지였고, 북유럽 야만 종족들은 역사적으로 말 그대로 북유럽 야만 종족들이었다지만. 그땐 그때고, 지나간 건 지나간 대로라지만. 어디는 참 늦어도 아직도 현실이 사극이요 민초는 레밍쥐. 현실이 역사책과 박물관으로 흘러가는 동안 비열했던 이방과 야만적 간신을 처단하지도 못했고. 심지어 현재 정치 시계를 봐도 뭐함. 만약 나중 아픈 역사가 반복되어도 정신 못차리기는 마찬가지. 중학교 1학년 수업시간에 어떤 선생님 가라사대, 더 떠들면 사람 대접 안해줍니다! 사람 취급 받기 싫으면 계속 떠드세요. 그거 충분히 경험했으면서도, 간접 경험한 친구들이나 누구나. 당해도 싸다. 잘사는 나라들을 봐 보시라. 진짜로 뭔가가 좋아서 이용하는 거지 선심성 때문에 뭘 어떻게? 어림 없는 소리! 전리품에 전쟁 성 노예에 그거 재차 반복돼도 정신 못차릴 듯. 좀비처럼 너도 나도 원정 출산이니 뭐니. 외국인 전시 비상 탈출 작전 명단에까지 내국인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는데? 못해서 안하는 거지, 할 수만 있다면 절반은 그러고 싶어하는데? 나머지 절반이라고 뭐 얼마나 다르겠나. 뉴스에 또 뭐가 오르락내리락. 정권 바뀔 때마다 사과하겠나, 연례 행사로 사과하겠나. 피해국이 대체 몇 곳이고, 개별 사례가 몇 갠데. 하나둘 저자세 취했다간 그거 뒤치닥거리하다가 날 샌다 날 새. 일도 못하고 레임덕 구경도 못한 채 끌려내려가기 쉽상. 그럼 같은 편에서 퍽이나 좋아하시겠네.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하는 개미들은 그런 거 별로 관심 없다. 민간 단체라면 몰라도 별로는 무슨. 경제 1개만 좋으면 그뿐. 중대 사안이야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면 그만. 오히려 일각에서 세계 제패 못하도록 막은 동기를 사과 받고 싶어하는데? 귀무덤-코무덤에 옆 나라 왕족과 왕비를 처참히 살해한 검을 박물관에 보물처럼 모셔서 전시하는 건 약과. 전범들은 길이길이 떠받들며 숭배 받는데? 뿐인가! 독일은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기 위해서 베를린에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지었다. 허나 그건 유럽이니까 가능. 지구본을 반대로 돌려보자. 중국 난징에 있는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일본 총리가 방문한 사례는 근 100년 동안 총 4번이 전부다. 그것도 레임덕을 앞둔 현-총리도 아니고 전-총리가. 현-총리는 근 100년 동안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과연 몇 번 방문했을까? 0번? 1번? 이미 100년 가까이 됐는데, 우와~ 2번? 아니면 0번? 우와, 말 다 했네 말 다 했어. 심지어 전-총리 거동이 가볍다고 같은 편에서 역적이네 뭐네. 현-총리가 방문하다고 해 봐라, 난리난다 난리나! 세계적으로 잘사는 부자 나라 치고 식민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는 0개다. 단, 예외는 딱 1개. 원래 계획은 잘은 모르겠다만 7개던가 12개던가 그랬고, 1개에 꿈적하지 않았고 결과는 2개로 종료. 그러나 그게 직접적 원인은 아니고. 해상 봉쇄를 당하지 않고 해전에서 선전했다면 개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었을 테고. 그와 별개로, 세계 제패 막은 동기를 사과 받고 싶어하는데? 러시아가 세계3차대전을 일으켜 러시아어를 널리 공용어로 만들려고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그런데 너네들 왜 우리를 막았냐 그거지. 모스크바 방문한 김에 사과해라 사과해라! ('그딴'이니 '그따위'니 라는 감정적 표현은 벤치멤버에 진득히 앉혀놓고) 사과, 그거 그만하자. 그만. 오, 제발! 그렇다고 난징대학살 기념관 딱 1개만 있나? 현재를 살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건 옳은데, 그렇지만 행정가가 현재의 일을 못하게 된다. 날 샌다 날 새. 다른 사회적 모순도 얼마나 산적해 있는데. 리더니 1인자니 그분들께서 매번 이기적이셨으니 괜히 뉴스에 한번씩 소식이 오르락내리락하면 일반인들만 또 멈칫한다. 신물이 난다. 지긋지긋하다. 미워해선 안되고 안에서는 시끄럽고. 선심성에 다양성에 뭐에 뭐에. 역사적 사실이 꺼림칙하고 과거 1인자의 행적이 미운건데, 망언제조기들은 건재한 걸로도 모자라 줄줄이 대기중이고. 이례적으로 뭘 해도, 늦게라도 뭘 하더라도, 당연한 일 하신 전-총리께서 (같은 편으로부터) 역적 얘기 듣는단 말이다. 내부에서 난리난다. 100년 동안 전례가 증명하지 않냔 말이다. 그러니까 하지 말자. 덮자. 억지로 가뭄에 콩나듯 하는 게 한 건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가짜다. 진짜가 아니다. 중국의 슬픔은 앙금이 안 남았다면 거짓말. 평화의 시대이니 만큼 뭐 당사자 생각이 없진 않을 테고. 선발주자&중견주자와 일부 후발주자는 그 얼마나 비교되냔 말이다. 이 이치가 원주민식이 아니면 대체 뭐가 원주민 방식이란 말인가. 원주민 문화라는 게 그렇다. 원주민 전통에 따라 원주민 인습이라는 그늘에서는 문화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 <우리를 아시아라고 부르지 마라>라지만 황인종인 걸 어찌 부인하나. 황인종이란 낱말 자체가 무슨 인종차별인가. 황인종을 황인종이라 칭하지 그럼 뭐라고 부르겠나. 홍인종? 살색인종? 거룩한 황인종?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기? 일관되지 않음! 약자를 배려하고 강자에게 옳은 말하기? 그 반대다. 물론 셀수 없는 장점을 빼놓고 사교도 빼놓고. 사회적 및 외교적으로 그러지 않으면 안되는 원리가 그렇다는 거다. 강자에게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끝없이 비굴하고, 약자에게는 영원히 강자로 굴림하고. 정확함─깨끗함─일사불난함─피해주기는 물론 도움 받기도 싫어하고─미안과 죄송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약육강식이라는 전제라면 다 소용없고─양보하고─수줍어하고─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고─참고 참고 참고 끝없이 참고 마지막까지 참고. 속마음은 절대로 열지 않고. 같은 계층 끼리는 좋고 차이 나면 바싹 굽히고. 귀족과 무사와 남자에게 유리한 구시대적 관점. 동전의 앞면이 그렇다면 뒷면은 사극에 나오는 완벽한 간신배. 즉, 좋게 말하면 탐정에 염탐꾼 정보원이자 프리메이슨 결사대고, 안 좋게 말하면 사극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간신배. 반도는 열도보다 미천허니까 겉으로 형식은 갖추돼 막대하고. 막말하고. 억지에 망언에 망발은 정치인의 평균이자 유구한 습관으로도 모자라 의무 조항. 그러나 대륙에겐 굽실굽실. 단어 하나 토시 하나까지 조심조심. 예예 굽실굽실 예예 굽실굽실. 남아시아인을 겉으로는 예절로 대하나, 속으로는 러시아 백마들이 좋고. 아메리카 백마들을 애정하고. 아닌가? 아니기를 바람. 하긴 지방을 제압하고 세계를 제패하기 위한 시도, 실패이자 뒷북이라서 탈이었지 빨랐으면 괜찮았을 테고. 보나파르트 나폴레옹과 정치인 전원 일동 전범자 숭배가 그 차이다. 불미스럽지만 내 편이니까 외면하는 인내력, 장점인 동시에 무조건적인 예절로 통함. 그래서 다른 문화권에서 남자가 여자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모습을 로망으로 보기도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거나 도움 받기도 꺼려하고. (이건 만국 공통이다. 좋게 말해서 기분파요 로맨티스트이자 멋쟁이가, 안 좋게 말해서 제멋대로 거꾸로맨에 허풍꾼 난봉꾼일 수 있듯이. 이탈리아 남자가 마마보이에 입만 열명 뻥이요, 영국 남자는 조롱꾼에 재미없고. 독일 남자 괜히 진지하고 더 재미없거나 부모와 남남인 듯 보이고. 프랑스 남자는 어디로 튈 줄 모르고 어쩌고. 아일랜드와 러시아 마초를 알아주고. 수도권쪽 남자가 비교적 더 깍쟁이고. 똑같은 이치다. 다시 이어가서) 먼 과거에 강자였던 대륙적 기질은 그와 달리 북유럽 야만족을 경계했던 로마제국을 더 닮았었다. 주변국들을 아래로 보니까 조공을 받는 정도쯤. 국왕이 일개 별1개 장군한테 3번 절하고 9번 굽히는 사례는 드물었고. 반대로 일개 장수끼리 평화적으로 담판한 결과가 판이했던 일도 있다. 단지 말로써 단지 말뿐으로 소국 전체, 즉 대국의 주 단위 지역만한 땅을 공짜로 이양한 역사도 있다. 좋게 보냐 안 좋게 보냐, 리더에 따라 나뉘겠지만 그걸로 보자면 대인배. 대륙적 기질은 치밀함의 극치인 하와이 진주만 자살 공격같은 비열함의 끝과 달랐다. 원주민 ABC가 다 그 근방에서 자기들끼리 또는 안에서만 티격태격하는 동안 유럽은 전 세계의 90%를 장악했고. 현재도 ABC의 부분적 의식은 심하게 뒤쳐진 옛날 방식이고. 사정이 그렇게 된다. 앞선 칼럼에서 룩셈부르크 원주민은 어색하지 않고, 벨기에 원주민도 어색하지 않은 반면. 그런 반면 왜 유독 ABC 원주민이라고 가정하자면 뭔가 멈칫하나! 왜냐고? 그건 바로 원주민별 문화와 전통과 인습에 따른 특징이 현대 문명과 일부분 상충하기 때문에, 따라서 일관성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게 불리하면 문화요, 내게 유리하면 서구문명을 취하고. 원주민 전통에 따라 원주민 인습이라는 그늘에서는 문화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동물의 세계 같은 다큐멘터리식 문화는 그게 옳고 당연하며 좋은 거니까. 어쩔 수 없다. 딱 거기까지니까. 그게 한계니까. 물론 정치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예술가니 뭐니 뭐니 다 똑같다. 개인차가 있고 단체에서 옳은 역할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문화의 한계를 벗어나긴 힘들기 때문. 종교계 수장도 참 바보스럽다. 자기가 거기 가고 싶다니. 개탄스럽긴 마찬가지. 역대 1인자들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기록이 낱낱이 증명하는데, 무슨! 리더 입장에서야 10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나는 털끝 만큼도 왈가왈부하고 싶어하지 않는 게 당연하지. 세계라는 학교의 교장도 없고 교칙도 어찌 보면 있으나마나거든. 우기면 장땡이요 버티면 그만. 더군다나 망언제조기는 언제나 건재. 국민의 지대한 전폭적 지지. 전범자들도 항상 숭배. 그래서 1인자는 크게 보면 임시직인만큼 각각 정치적 성향이 다를 테니, 판례처럼 기록은 다 남을 테니까, 적당히 이따금씩 형식을 갖추는 선에서 절충하면 깔끔. (그런데 이조차도 원주민 인습 때문에 쉽지 않음. 서구적이면 격식으로 멋지게 행사를 치르면 그만인데, 원주민측은 양복만 입었지 원주민식으로 굽히고 감정적으로 서로 불편하니까, 그 때문에 쉽지가 않음) 유럽을 따라하는 건 좋아하지도, 따라할 수도, 그러고 싶지도 않고. 1인자들끼리 얼굴 붉혀봐야 득될 거 없다. 터놓고 말해서 서로 바라는 건 자국의 이익일 뿐이니까, 그러므로 남자의 우정처럼 각자 마이크 들고 각자 딴 얘기하는 모습이 진짜. 이웃이야 리더들끼리 절친해봐야 바라는 건 딴판. 때문에 실제로 동네 이웃처럼 왕래는 가끔이요 얼굴 붉히지 않으면 그게 최선. 지금 만큼 좋은 적이 없었다느니 언제 이래로 최악이라느니, 그래 봐야 행정가들 얘기고. 일반인들은 별로 괘념치 않음. 그러든 어쩌든 항상 비슷. 단, 순진하고 귀가 팔랑팔랑하며 착하신 분들만 괜히 멈칫에 휩쓸릴 뿐. 그런데 바보처럼 한쪽에서는 선심성 선심성, 다양성 다양성, 유인원 유인원, 으쌰으쌰 으쌰으쌰! 절반쯤 정의롭지 않는 게 당연한 문화적 특징을 몰라서들 그럴까. 그런 반면 장점은 패전 후 철수 당일까지 꼼꼼히 일할 거 다 일하고 철수. 요컨대 A측 보수권은 안쪽으로는 건조한 이성이요, 바깥으로는 도덕적인 감성? 일관성이 없다. 내 성향에 부합하니까, 내가 TV에 나와야 하니까, 나 아니면 안되니까. 그래서 국사에서 국민은 개─돼지─소─말 취급 받아도 그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세계사는 정의로워야 한다니. 나 같은 레밍쥐가 진정한 보수요, 나만 유일하게 진정한 잠룡으로써 대권을 품어안을 자격이 있다는 둥. 뻔히 TV로 세계 정세를 보면서 문명사를 알면서 그게 대체 뭐냐고. 난세에는 간신배처럼 외세에 빌붙어 형제-동료와 시민을 사람 대접 안해주며 개─돼지─소─말 취급하더니. 시대가 바껴 먹고 살만해지니까 피라미드 상층부를 꿰차기 위해 서로들 원정경기 생각에 너도 나도 나갈 궁리. (도전 정신은 좋고 행동 반경도 기왕이면 큰 게 좋다지만, 그게 아니라 출세욕에 대한 욕망이 다양한 게 아니라 다 비슷비슷하다는 뜻). 헌법 1조 2항인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건 그냥 무시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도 무방하다. ~라는 취지로 50년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었다니. 그게 말인가 애들 공갈 젖꼭지인가. 지금 세상이 반 세기 전처럼 돌아간다면 참 좋아하시겠네. 인터넷도 핸드폰도 없고 여론 조성은 쉽고, 1인자가 마음만 먹으면 군림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던 세상. 어느 보수 정치인왈, 언제는 자기편을 향해 어려울 때 숨느라 바쁘더니 조용해지니까 기어나오고 어쩐다더니. 그러더니 그분도 슬슬 발동 걸고 슥~하니 고양이 담 넘어가듯 걸어서 나오시나, 기어서 나오시나. 코메디언이 따로 없음. 얼굴도 코메디언이랑 거의 비슷. 그런데 한쪽은 웃기고 한쪽은 꼰대. 시선을 돌려도 일부분 비슷하다. 뒷북으로 봉기를 일으킨 B 원주민 지식인도 난세에는 칼에 철저히 굴복, 비둘기가 노니는 현세엔 펜은 외면이요 불미스러움은 무조건 방관. 내게 유리하면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고 싶고 조명 비춰주면 기분이 좋은데, 내게 불리하면 개구멍이든 쥐구멍이든 아주 그냥 불야성을 이룬다. 오십보 백보! 한쪽은 (일부측) 비논리, 다른 한쪽은 (문화적으로) 차별은 감내하고 신분과 여러 차이에 따른 불이익도 당연시하는 (부도덕이 아니라) 몰도덕. A에서는 혼돈이 여럿 겹쳐서 으쌰으쌰 우르르르 바쁜 반면, B에서는 삼엄하리만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비굴하기. 선발&중견주자측 국방장관과 함께 TV에 나오면 문화적으로 바닥에 빠싹 엎드리듯 어른 대 초딩이 됨. 절대로 쇼맨쉽이 아니고 결코 외교적 일관성도 아님. 하오나 약자를 상대할 때는 맹수로써 양보는 없음. 절대 없음. 인근의 후발주자 A-B-C라는 젓가락&한자 문화권이 굽히고 절하는 건 똑같고, 나머지 반틈은 다르고. 그래서 빚어지는 해프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님. 또 오락산업이 헤드라인을 얼마나 잘 뽑나. 전체 인터뷰에서 민감한 부분을 그 얼마나 예쁘게 부각시키나. 그런 반면 선발&중견주자는 원주민식과는 다름. 생쥐를 잡을 때도 맹수는 최선을 다하고, 맹수는 모기로부터도 제 몸을 보호할 줄 앎. 문명사의 근간과 기틀을 괜히 죄다 만든 게 아님. 당연히 평소에 빈둥빈둥하지만, 먹잇감이 나타났다 싶으면 뭐가 됐든 최선을 다함. 곧, 한마디로 일관됨! 그런데 A-B-C는 각기 같으면서도 다르네? 화법이 다르고 져주어 이기는 방법도 있고, 정면승부는 여간해서는 피하고 속내를 모르겠고. 도청도 어렵고. 향후 성장세도 장난 아니고. 그래서 선발&중견주자측은 A-B-C를 절대 만만히 보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얘기가 또 제 발로 굴러가는 호박처럼 외출했는데 다시 잡아왔다고 치고. 이어가자면,

  1. 어린이: 찰스 디킨스 소설에 나오듯, 꼬마가 패배를 정중히 인정하는 장면.
  2. 어른1: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에 나오듯,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애로점─불평─보완점등을 말하라고 설득. 허심탄회하게 털어놔도 좋다며 꼬심. 야자타임도 거부하지 않겠다면 호언. 살살 슬슬 애쓰고 정성스럽게 꼬드김. 솔직함에 대한 동기 부여와 진실 게임이 필요하다는 합리화로 끝끝내 하급자의 마음을 열었을 때. 그래서 하급자가 솔직함을 꺼내놓으면 과연 상급자는......! 두둥~?
  3. 어른2: 우리 여성분들 잘 아시다시피 남편 및 남자친구가 지는 비교를 어찌 생각하는지. 듣고 듣고 또 듣고. 참다 참다 또 참다. 그러다 언젠가 막판에!
  4. 어른3: 촌닭과 뱁새. 농담을 진담으로 받는 그분들. 순수한 우정, 투박한 자존심, 어설픈 허세. 만족되지 못한 대망.
  5. 여자편은 생략. 왜냐하면 숙녀분 말마따나 그녀들 잘 아시다시피, 다음 생에 절대로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시니까.

    어린이가 모두 A 같지는 않겠지만 A 어린이는 어른 1-2-3과 참 많이 비교된다. 아이와 어른이 뒤바뀐 셈이다. 의식과 무의식. 문화의 앞면과 뒷면. 인습의 보수와 진보. 현대 문명과 원주민 문명 A부터 Z까지. 보통은 응애응애─삐악삐악─딸랑딸랑─뿌잉뿌잉 그걸 어른들이 다 구분하시지만. 그렇지만 실상 알고보면 어른은 그리 착하지도, 착한 우리는 그리 어른스럽지도, 어른스러운 성인은 정말로 성숙하긴 어렵다는 것.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현대 문명 체계 대 원주민 관습. 수학-과학-음악-미술-문학-세계사 교과서를 보면, 거의 대부분 원주민 사고체계와 현격히 다르게 발현된 거고. 지는 비교처럼 나는 원주민으로 불리기 싫고. 나는 나이트클럽에서 차별 받기 싫지만, 나는 차별을 아주 좋아하고. 5000년이니 10000년이니 전통을 강조한다지만 꼰대 주제로써 코메디는 완전 좋은데, 어르신과의 대담은 불편하고. 어르신들끼리도 알게 모르게 차별하고. 이때! 그걸 다 알고서 후발주자는 A일 것이냐, 아니면 B-C-D일 것이냐. 한번쯤 찬찬히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다, 모르면 모른다, 면밀히 연구한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게 정녕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푼수미와 야성미의 만남을 모른 체하진 말고. 친구끼리 달릴 땐 달리고. 점잔 빼다 으쌰으쌰, 으쌰으쌰하다 다시 낙담하고. 사랑은 유치하고 우정은 추접스러운 거니까. 뭐 어쨌든 그래서 생각했다 치고. 자, 직장 동료들의 험담을 듣다 듣다 지쳐서 자기가 드디여 총대를 맨다.  「이래서야 쓰겠습니까, 이게 뭡니까? 해도 해도 너무하지 정말. 직원들 원성이 지금 얼마나 들끓고 있는 줄 아십니까?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의 리더야? 그래? 관둬. 때려치라고. 이게 뭐야? 이게 정말 뭐냐구요?......」  그런데 아무도 안 말려. 지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일을 열심히 했다고!





    7

    못 사는 사람은 다 못 사는 이유가 있다. 베팅을 아예 못하는 사람이 많고, 베팅감이 없거나, 예금-적금하기도 빠듯한 서민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1원 10원짜리까지 아껴서 아득바득 살아도 형편을 보면... <남자는 한 방이다>가 안타면 좋은데 멀거니 서서 삼구삼진 당할 때. (절레절레)! 커피로 수다 3시간과 양주 3병은 체급이 다르다. 가방 1개와 자동차 1대가 다르듯.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남자 대 여자 얘기든 뭐든 일관성이 관건이다. 입장 바꿔서 둘 다 맡았을 때 나는 과연 똑같을 수 있는가 바로 그점) '남자는 폼이다'와 그이의 허풍에 넘어가서 사랑에 골인했거늘. 그런데 이 남자? 아무튼 사정이 딱한 경우가 참 많다. 그렇다고 사회 체계는 현대인의 기대를 따라가기 벅차다. 주변 친구를 둘러봐도 주식을 사행성 도박꾼처럼 한다. 기술이 남다른 도박사면 모른데, 그게 아니라 도박꾼처럼 한다고. 아무리 속고 당하고 자빠져도, 비정통 과정을 거쳐서 전문가 대열에 오른 중견 웹디자이너처럼 결코 원류를 고집하지 않는단 말이다. 이상하고 이상하며 또 이상한 거만 골라서 산다.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겠는데. 어떻게 이상한 거만 골라서 산다. 1년 넘게 주식을 보유해본 적도 단 1번도 없다. 그러면서 또 아는 건 안다 박사. 천생 개미는 개미다. 그걸 다 직접 간접으로 깨닫고 나면 이미 갱년기. 그때 모험을 어떻게 하나. 잘사는 쪽은 정말로 뭔가가 좋아서, 필요해서, 괜찮으니까 소비하지 절대로 막 그냥 퍼주는 일은 없다. 절대 없다. 피자배달원이 뭐 헛것을 봤겠나 거짓말을 하겠나. 부자동네 주민들이 애도 아니고 바보도 아닌데? 100년이 될지 더 나중이 될지 전쟁 성 노예, 그거 또 반복돼지 않을 생각은 않고. 어제나 오늘이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과거 유럽에서 왜 군인이 대표적인 신사 계급이었고, 왜 최근 얼마 전만 해도 예스런 골프장에 여자는 입장 금지였는지 몰라서들 그러시나. 오냐 오냐 그러니까 유인원 최고다 혹성탈출 한번 찍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초딩한테 상장 줬더니 진짜로 초딩은 입이 귀에 걸리고. (설레설레). 암행어사를 직접 능욕하던 당사자들은 정작 행복한 척 잘살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그분들을 위해 선인들은 기도하고. 그러니까 내 애 만큼은 이런 (재밌는) 지옥에서 살지 않도록 원정 경기 면허증을 부여해줄려고 그 난리였을 테고. 단지 여행뿐일지라도 막상 세계를 돌아다녔거나, 잔지식이 꽤 되거나, 뭘 좀 알거나, 저쪽 가서 살아본 사람은 그 차이를 잘 안다. 기가 막힌 달력 사진인 어디에 가면 저녁 6시면 거리에 사람이 없네, 이미 5시에 가게 문이 다 닫히네, 우리처럼 밤새 달리지 않네, 치안이 어떻네······ (딱) 딱 재미없는 천국이라고. 그래서 원리를 잘 아는 어른은 뭘 좀 안다. 그런 반면 원래 심보가 나쁘거나 최근 어려운 형편 때문에 불만이 쌓인 사람은 큰 그림을 못본다. 투정하기 바쁜데 어찌 행복론을 논하겠나. 그분들 세계관, 듣지 않는 게 나음. 북유럽과 캐나다니 어디니 세금 얼마나 많이 걷는 줄 알고나 심하게 말씀하실까? 거기서 살아보긴 살아봤을까! 그 체계를 하루 아침에 달성했을까? <할리우드─디즈니─라스베가스>처럼 다이아몬드식 그래프와 세금 많이 걷는 선발주자권처럼 눕힌 타원형 그래프일 것인가. 그게 아니라 모래시계형 성격이라면 연락 피하게 만들고, 피라미드 구조를 지나쳐서 대문자 T 거꾸로식 구조에 살면 금방 좋다가 금새 싫다가, 다시 금방 흥했다가 금새 싫증났다가. 그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체계랄지 경제 같은 개념에서는 아예 불가능. 케이크를 손에 들고 있는 동시에 입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거 아니면 저거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둘 다 가지고 싶다? 차라리 편애할 궁녀 얘기를 친구랑 하시는 게 낫지 않을런지. 어쨌든 전통 복장─토속주─전래 동요─사극 복장 그거 다 좋아, 좋다고. 그런 반면 일부는 고전음악과 일반적으로 현-세계의 기준인 범례들 자체가 전통. 그래서 양복이니 관현악이니 그 자체가 전통이지 않은 후발주자권의 언어로 탄생한 작품을 보아하니 차이가 이만저만하지 않음. 뛰어나고 우수하고 훌륭한 점도 물론 많지만, 일장일단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후발주자권 언어로 쓰인 매체의 결과물에 평생 세뇌당한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쓸지. 안 봐도 뻔함. 아니 왜? 이건 좀비나 원숭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인간이면, 당신이 인간이라면 그렇게는 못함. 그렇게는 않함. 아니 어떻게! 가짜가 많고, 치안도 좋고, 금방 친해지고 믿고 속고, 베끼기 좋아하고, 수학 잘하고, 세계 평균과 다양성을 따져봐도 예절도 좋고. 완벽하니 원주민-식. 전형적인 원주민-식. 그게 다 문화와 언어 때문이다. 그 때문이라고. 어려서 들었던 유명한 록 그룹 헤비메탈 그룹 음악만 봐도 세계가 200여개 나라인데 단 몇 개 언어에 집중됐다. 그런데 파리가 손을 비비듯이 병아리 삐악삐악─참새 짹짹─응애응애 꼬끼오꼬꼬댁! 고흐와 피카소야 손만 까딱해도 예술이었던 반면, 후발주자권에서는 입만 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왜 그럴까, 역시 이미 인문교양서에서 다 밝혀냈다. 만약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때 문화와 언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일단 말하기와 듣기가 자연스럽고 청자와 화자가 말이 통하는 줄 알았다가 갑자기 분위기 싸해졌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럼 <논리와 상식과 교양에 부합하도록 말하느냐>라는 기준에 비추어 선발&중견주자는 비교적 화자측이 잘못했다고 본다. 왜냐, 논리와 상식과 교양에 부합하도록 잘 말하지 않았으니까. 조리있게 설명하지 못했으니까. 납득이 안됐을 테니까 말이다. 반면 후발주자는 비교적 청자측 잘잘못을 따진다. 적당히 이해하고 대충 알아먹어야지, 기분 살피고 분위기 따져서 눈치 까야지 말이야, 어(?), 직감─직관─육감─제7의 감각 그거 놔뒀다 뭐해? 동질감과 이심전심도 모르면 쓰나, 그런 식이다. 화자 중심이냐 청자 중심이냐. 곧 보행자 먼저냐 운전자 우선이냐. 소비자와 판매자, 감상자와 창작자의 입장 차이도 일부분 비슷하다.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인문교양학에서 이르기를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 때문이다. 모든 기준은 A부터 Z까지 선발&중견주자 기준인데, 그런데 후발주자가 일부분 초딩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사고체계가 어떻고 언어의 특징 때문에 수학을 잘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모두 그 때문이다. 형량 같은 것도 선발주자는 약하고, 중견주자는 세고, 다시 후발주자는 약하고. (남미권과 중동권은 잘 모르겠고, 중국 같은 예외는 논외로 치고). 이치상 잔뻔치가 아니라 강뻔치면 범죄율이 낮아야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고. 수상 소감은 물론 드라마에서 모범적으로 제시한 인간의 행동과 감정 노출 방식등 그것마저 따라하느라 인생이 피곤해진다. 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다 하다 하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대신 생각해주고, 인공지능이 대신 선수복을 입는다. 그 때문에 누군가는 자기 육체라는 숙주를 허구 쓰기가 아닌 인문교양학 고민에게 내어주기까지 한다. 안 그럴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뭘 자주 바꾸는 것도 문제다. 교육계도 산업군처럼 선발주자 따라하느라 이상해지지 말고. 괴물될려고 기를 쓰지 말고. 차라리 사극처럼 성실성과 노력과 끈기등의 고유한 가치를 평가하는 시험을 70퍼센트에 인성 20퍼센트 기준 삼는 게 백번 낫다. 전공에 따라 비율은 늘였다 줄였다 하면 될 테고. 반세기를 살아도 자기 개성도 모르고, 일생을 속고 또 속고, 살면서 내내 진짜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를 인생이 어쩌면 태반일 수도 있는데. 그런데! <A: 세계3대 바이올린 주니어 콩쿨 입상 경력, B: 수박 겉 핥기처럼 100개 분야에 도전해서 입상 경력>. A가 아니라 B로 좋게 좋게 진흙 속 진주를 찾으시겠다? 선발주자권에서야 인습과 문화적으로 <악마론에 대해 자유롭게 논하시오, 열정마와 타락마의 우정을 상상해보자> 그런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걸 또 겉표면만 따라하시겠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후발주자로써의 잇점을 살리는 게 낫다. 제발 그분들 괴롭히지 말고 자라나는 꿈나무 기 살려주자. 안 그래도 사회에 나오면 사랑에 속고, 사기를 당할 수도 있으며, 기 빨리거나 인기 없거나. 그렇게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다. 보이는 게 그렇고 들리는 풍문은 또 어떻고. 칼럼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연애소설은 대체 언제 쓴단 말인가. 물론 산적한 문제가 많으니 지구 반대쪽 업계 동료의 말처럼 쓸거리가 많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일복이고 달리 보면 일중독. 말하자면 속셈 간파하고 의중 꿰뚫어보는 것처럼 각각의 다양한 원주민 방식도 다 나름 장점과 일리가 있다. 다만 토속 술잔 모양과 분재와 전통이 100개 200가지라면 익히 들었던 록음악은 단 몇 가지고. 고전음악이 헤비메탈로, 오페라가 뮤지컬로 넘어갔듯이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문명의 기준은 알파벳인 것. 따라서 비알파벳 원주민 세상은 모순이 발생해야 정상인 것. 선발&중견주자측에서 문명의 체계를 다 깔아놨고 시행착오도 다 했으니, 그에 따른 잇점을 누리는 게 있으면 현대식 체계와 다소 이질적인 사고방식의 의한 애로사항도 나름 풀어야 할 숙제인 것.





    8

    문화 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차이는 애호하는 술도 똑같다. 선발─중견─후발주자가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술은 맥주. 각자 선호하는 스포츠가 약간씩 다르지만 가장 공통적인 건 축구이듯.
    (잠깐만 스포츠? 자국 스포츠에 대한 조롱꾼의 투정도 경제성 먼저 생각해서 따져야 함. 전체 스포츠의 1년 총매출과 순이익은 정해져 있고, 어차피 가령 1-2-3-4-5위 종목 간에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냐 차이. 수익 구조는 한계가 있는데, 무턱대고 전체 스포츠 종목들의 1년 총매출과 순이익이 불가사의하도록 자동적으로 늘어날 수는 없는 법. 카테고리의 법칙 즉 선도브랜드는 자기 브랜드가 아니라 해당 카테고리를 홍보해야 한다는 '알 리스'식 브랜딩 불변의 법칙에 근거하자면, 따라서 팬들의 불만 상당량은 단지 소음에 지나지 않게 됨. 스포츠 잔소리는 여기까지).
    그런데 비교적 선발주자와 중견&후발주자가 확연히 다른 점은, 선발주자권이 월등히 포도주를 선호한다는 점. 남유럽권에서 1년간 1인당 포도주를 10병 마실 때 중견&후발주자권은 딱 1병 마심. 대충 말한 거지만 전혀 틀린 얘기가 아님. 그래프를 보자면 지금은 그나마 양반. 0.5세기 전에는 반올림하면 100 대 1이었음. 남유럽의 올리브유에 대한 애정처럼, 남유럽의 포도주에 대한 애호는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급인 것. 게르만권&섬나라는 맥주를 또 남미권은 혼합주가 잘 팔리는 점도 있고. 곧 (음주 취향에 있어서) 중견&후발주자가 선발주자와 가장 다른 점은 <모 아니면 도>라는 점. 맥주처럼 도수가 아예 낮거나 아님 토속주거나, 또는 독주거나 혼합주거나. 왜 선발주자가 유독 포도주를 애정하는지는 고전을 이해하고, 교양을 알며, 상식에 밝으면 왜 그런지 모를 수 없을 테고. 사는 정도 즉 지갑이 두껍냐 라는 기준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그렇다. 





    9

    교양학이라는 과목은 없다. 아니 있나? 있으면 첫문장이 틀린 거고. 어차피 처녀는 아줌마된다. ~라는 말은 농담이고. 널 보면 내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해, 너의 미래는 나다─나는 너의 미래다! ~라는 유머가 어찌 보면 재밌는 악담일 수도 있으니 넘어가고. 좌우지간 교양학에서 밝혀냈는지 아닌지 애매한, 모순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치를 더 파고들어가 보자.
    무의식으로 느끼고, 의식적으로 지각한 다음, 복합적인 기분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기. 사랑스런 노-연인을 보며 추접스럽게 뭐하는 짓이냐며 깎아내리거나, 아름답다며 역성드는 사고의 전 과정. 사고방식과 사고체계란 오른손잡이-왼손잡이처럼 타고나는 것이다. 피부색-눈동자 색과 외모처럼 타고나는 것이다. 취향도 그렇고 안목도 그렇다. 억지로 노력해서 대충이나마 양손잡이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전문가 기준으로 완벽한 양손잡이는 백만 명 중에 1명이 채 안된다. 개헤엄이 아니라 영법 수영. 즉 자유형을 할 때 숨을 오른쪽으로 쉴 건가 왼쪽으로 쉴 건가. 주시안이 있는 쪽으로 쉬는 게 좋다는 건 전문가의 추천 사항. 그럼 내 주시안은 어느 쪽인가?

  1. 양손을 앞으로 나란히 뻗어 두손을 겹친 다음, 조그만 하트 모양 틈을 만듬.
  2. 전방에 있는 인형을 하트 안에 쏙 넣기. 다음에 그 하트 안의 인형을 보기.
  3. 한쪽씩 눈을 찡그려트려서 한쪽 눈으로만 보기. 

    1-2-3의 결과에 따라 하트 안에 인형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게 주시안이다. 인형이 보이면 주이안이고, 안 보이면 비주시안. 로젠바하법이니 뭐니 안과 전공의 가운데 그걸 모르는 사람은 0명이라고 보면 된다. 오른쪽 눈이 주시안이면 오른눈잡이, 왼쪽 눈이 주시안이면 왼눈잡이. 오른눈잡이는 주로 오른손잡이, 왼눈잡이는 거의 왼손잡이. 일단은 그렇고 나중 내 맘대로 바꿀 수 있고. 그러나! 특히, 주시안은 사고방식처럼 좀체 바뀌지 않고. 손발의 우세성은 대뇌에 따르고 나중 의지로 바꿀 수 있는 반면, 눈의 우세성은 3세 이전에 결정되며 평생 지속. (오차는 통과). 대충 8 대 2로 마술사와 야한 복장의 조수 같은 관계다. 사고방식도 똑같다. 단지 인문교양학의 보고에 따르자면 그렇다고 한다. (민속음악과 전통복장을 전공하는 건 그것대로 좋고,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장점도 파다하다). 인문교양학에서 이르기를 1개를 빠삭하게 아는 게 먼저겠지만, 그렇지만 언어학과 비교문학 같은 학문처럼 <선발-중견-후발주자> 그렇게 멀찍이 떨어진 2개체 이상의 학문이랄지 문화를 공부하는 게 어떤 면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글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세계 대부분 나라 VS 글씨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문화권이던. 또는 첫째─인지체계가 일부 확연히 다름과 더불어 둘째─왼손잡이와 여자에게 비교적 훨씬 너그로웠던 서양 대 동양권이건. 선발─중견─후발주자의 차이 가운데 대표적인 건 그거다. 여자와 소수에게 얼마나 포용적이었냐, 새로움을 창시하고 낯선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행착오가 길었냐 짧았냐.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건, 아르키메데스의 깨달음 같은 새로움은 그 한계점이라는 틀을 깨지 않고서는 웬만해선 불가능하기 때문. 고로 후발주자권에서 태어난 것 자체만으로도 동전의 앞면은 모종의 혼란스러움이라는 숙명이요, 뒷면은 시작부터 넓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인 것. 십자군이 유럽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되었듯 서양 대 동양의 접촉이 그 예시다. 행동은 인생의 직접세요 사랑은 인생의 간접세인 것처럼. 그건 딴 얘긴가? 아니다. 딴 얘기 아니다. A와 B의 번개불 튀는 융합이, 싸구려 뽄드 같은 접촉이 개인이면 우정과 사랑이요 넓게는 세계사니까. 그 말이 그 말). 그와 같은 다층적─의도적─고의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숲과 원리가 보이냐 안 보이냐' 라고 일컫는다. 꽉 막히고 속좁고 말 안 통해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일도 그것과 일부 관련이 있다. 촌년의 사랑도 그렇고 촌닭의 우정도 똑같다. 촌스러운 취향이란 게 그렇다. 한계 때문에 전과하느냐, 한계라는 기준선 자체를 넓히느냐 즉 틀을 바꾸느냐. 그에 달렸다. 그에 달렸다고. 7부 리그 어항에서 탈출해 태평양 1부 리그로 진출하느냐, 부르느냐 도전하느냐. 일단 시작점이 전통복장이라고 한다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며 무채색을 선호하고 굽히는 문화권에서 태어났다? 살면서 문화적 모순점을 겪을 각오를 해야 한다. 미리 겁먹지는 않아도 되고. 오락산업은 튄다마를 중용하고, 현대 문명의 질서는 속담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바로, 시끄러운 바퀴가 기름을 먹는다. 곧, 우는 애 젖준다. 그래서 후발주자권에서 태어난 친구들은 아동기부터 사춘기를 거치면서 고민한다. 왜냐하면 속으로는 <잘난 척하는 놈이 (때때로) 왕따당한다>를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 왜냐하면 여자 세계에서 <잘난 척 이쁜 척 겸손한 척, 나대고 나서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다, 여기 참견하고 저기와 친한 척> 해도 되는 여자와 안되는 여자는 완벽하리만치 딱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 불문율을 모르는 여자는 뭘 모르는 여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아는 척? 쳇! 재수없어> 속으로 그런 생각해 봤기 때문. 왜냐하면 <이쁜 척하는 쨰 완전 꼴 보기 싫다> 라는 느낌 한번도 안해 보면 비정상이니까. 왜냐하면 같은 반에서 왠지 모르게 아무 이유없이 밉상인 친구가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 왜냐하면 다 차려진 잔칫상에 숟가락 올리는 것도 필요하니까. <인생이란 왜 적극적이어야 하는가>만 알아서는 안되니까. 왜냐하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타율이 뭔지를 알아야 하니까.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그걸 어찌 모르겠나. 5살 꼬마도 속이 깊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는>식으로 대어를 낚았다? 인간의 본능은 겸손과 어깨 위 햄버거와 '타인이 날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을 얼굴 표정에 적절히 배분시킨다. 그래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허당이 얻어걸린 골을 넣고서 오바하는 모습을 보면, '암 걸린 줄 알았다'며 싫어한다. 어쨌든 후발주자권에서 태어난 친구들은 아동기부터 사춘기를 거치면서 고민한다. 튀지 않아야 한다─소란피우지 말자─타인을 배려하자─조용조용하게 묻어가자─험담을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해선 안되기 때문에 안한다, 그게 기본이니까. 세계 최고의 치안은 인구밀도랄지 체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문화라는 이유가 첫 번째다. 원주민의 인습이라는 첫 번째 까닭에 따른 장점,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도 있다. 그게 뭐냐? 굽히고, 나이를 따지고, 혈연-지연-학연 따져서 끼리끼리 노는 원주민 문화다. 귀족인지 아닌지 아버지는 뭐하시는지. 곧 타고 난 건 주시안처럼 오른손잡이처럼 원주민식이었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체계는 원주민식이 아니네? 그러네? 뭐야 이거! 마음 속의 혼란과 사회적 혼돈은 그 때문에 빚어진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까지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세상은 제일 위에 '하는 놈'이 있는 식이다. 누구도 믿지 말라는 게 식상한 영화 대사가 아니란 거다. 그래서 바깥에서 그걸 보면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안 좋게 말하면 무질서하게 또는 깍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동유럽-서유럽-남유럽-북유럽 그리고 어중간한 중부 유럽의 차이처럼 말이다. 그래서 캐나다 원주민이 멀리 떨어진 A-B-C에서 4~7년씩 모두 살아보면 참으로 많은 걸 느끼게 된다. 북유럽이라고 다 같은 북유럽이 아니다. 영화 혹성탈출이 뭐겠나. 현재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인디언을 떠올려보면 된다. 만약에! 첫째 인디언이 인구가 많았고, 둘째 인디언이 문명에 일찍 눈을 떴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정확한 예시가 무엇인가는 굳이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에스키모 원주민이 듣기에 퍽 기분 나쁠지라도 어디까지나 사실일 뿐인데? 원리가 그런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무튼,





    10

    그런데 여기서 끝이면 얼마나 좋겠나. <어디 원주민>이란 얘길 듣고 내 기분이 언짢으면 적게 잡아도 일단 2가지 우를 자인하는 것이다.
    첫째, 자격지심이자 이타성이 쏙 빠진 이기심. 자존심 훼손. 열등감 인정. 비교 자체가 싫다는 모순.
    둘째, 진짜로 인디언과 정말로 에스키모 원주민을 존대하지 않는 내 본능.
    아니라면 거짓말쟁이와 위선자와 욕심쟁이들의 반론은 환영하고. 판도라의 상자는 희망이라도 있었지. 그런데 원주민 정신은...! 선발주자들의 진단과 분석과 예언은 결코 틀리지도 져열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향후 그럴 것이다. 원주민들끼리 어떻게 다를지. 복수할지 지구를 구할지. 또는 우주여행을 할지. 그도 아니면 여전히 또 영원히 세계관마저 원주민식을 고집할지. 장래 지켜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할 테고. 세계 제패는 흔히 알듯 총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복수도 진짜만 있는 거도 아니고. 용서도 꼭 상대가 필요하지도 않다. 셀피처럼 물개박수의 수혜자는 남이 아니라 나일 수도 있고. 대체로 영원한 건 없고, 시간 지나서 보면 대부분 뻥이다. 중요한 건 뉴튼의 사과 같은 깨달음이고. 피자배달원 말마따나 사는 형편과 어떤 형식은 대체로 비례한다. 그러나 독자께서 잘 아시다시피 부자라고 꼭 착하고, 재밌으며, 이타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지킬 게 많으면 진솔하기 어렵고 터놓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내 사생활이 까발려져서 속마음을 들켜서 좋을 게 뭐 있겠나. 그 남자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숙녀의 마음이 들키는 것과 그건 또 다른 문제니까. 잃을 게 없는 무명이 깜짝 승리를 일군 사례가 그 얼마나 많더냐. 가까운 친구만 봐도 어떤가. 사랑이 싹트는 시절에야 멋져보였다지만 나중 보니 꽃피는 봄날 단지 개꿈을 꾼 추억일지도 모른다는 점. 아름다운 사랑이 행복한 가정으로 승화하여 보람찬 열매를 맺길 바라지만 인생이란 내 마음 같기가 어려운 법. 그 누가 모르겠나. 먼저 가세요─고마워요─미안해요─좋아해요─죄송해요─After YOU! 현재는 관습이자 빈말이고 나중 지나서 보면 대체로 뻥이다. 아닌 거 빼고는 말이다. 어제와 오늘의 날씨가 다르듯 오늘 하루 내 기분이 일관되기조차 어디 쉽던가.
    (애인의) 과거는 과거일 뿐. 지나간 일은 지나간대로. 단, 세계적인 역사학자가 말하기를 역사는 뭐라고 했다더라? 그야 어떻든 인간은, 뭔가를 한번 알고 나면 알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법. 타임머신은 단지 영화일 뿐. 역사가 반복될지 어쩔런지는 몰라도 인간이 금수가 아닌 이상, 상식을 알아도 무식할 수 있다. 얼마든지! <겉과 속, 상스럽냐 예스럽냐>. 경우의 수를 단순하게만 잡아도 일단 4가지.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진국이더라, 남자 잘 만난 줄 아시라. 누가 누가 그런 칭찬을 들을지 어른들은 모를 수 없다. 옆사람이 자긴 사이코패스라고 고백하진 않겠으나 내쪽에서 가만 보아하니...! 뭐가 보이시나요? 겉꾸밈에 감탄하시나 속마음에 아차하신가. 아니면 소파에 자빠져 오랫만에 편안히 휴식을 취할려고 TV를 켰는데. 그런데! 유독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못생겼는데 잘난 척 멍청한데 아는 척 나대는 걸로도 모자라 뻔뻔한 데다 (속된 말로) 단춧구멍이 첫화면에? 그분들도 선량하고 호인에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타인을 즐겁게 해줄 능력도 출중하시나, 그러나 왜 하필! (노인대학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학예회인 줄 알고 귀여운 애들 좀 보자 라고 했더니 (절레절레). 리모콘 누르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요, TV 끄고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켰더니 네안데르탈인. 컬러 TV면 화사하기라도 하지. 동물원에 놀러갔더니 아 글쎄, 곰돌이랑 앵무새랑 기린이랑 코끼리는 다 어디다 감췄어? 보이는 거라곤... (절레절레)! 그렇다고 울컥해서 동네 바에라도 가 봐. <여-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이런 젠장! (늬까짓 게 뭔데? 넌 뭐 얼마나... 일단 흐름상 그 부분은 생략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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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기 때 쌓은 잔지식은 그렇다 치고. 그러다 갑자기 난 어른! 화자 중심이냐 청자 중심이냐. 곧 보행자 먼저냐 운전자 우선이냐. 소비자와 판매자. 어른이 되어 개인도 혼란스럽고 사회도 벅찬 게 현실이다. 100명이 감기약을 먹고 1명이 탈나서 소송 제기, 판결 땅─땅─땅, 1명 뿐만 아니라 탈났던 비율까지도 배상! ~라는 알파벳 이치. 후발주자 원주민 문화권에서는 그조차도 여러가지로 나뉘게 된다. 쉬쉬하느냐, 적당히 타협하느냐, 유별나게 튀느냐, 그도 아니면 노이즈 마케팅이냐. 사회적 합의와 토론이 미비한 건 아닐까, 문화적 소양은 충분할까. 공장에서 일해도 행복하고, 아르바이트만 해서도 충분히 먹고 살만 하느냐. 고민은 깊어진다. 사랑을 예로 들 수도 있다. 처음 만날 때 남녀가 더티러브로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애초에 처음부터 영원한 사랑이라는 합의 없이, 어? 플라토닉이라는 전제와 손 잡고 만인이 보란듯 자랑스러운 데이트와 공개적인 과정 없이, 어? 그렇게 찐한 사랑으로 만났다고. 비공식적인 남몰래 사랑일 수도 있고, 일터에서 오래 알게 되니 그럭저럭 정들었을 수도 있고. 사랑과 우정 사이처럼, 플라토닉보다 육체적 사랑 때문에 서로 좋아했거든. 그러다 중간에 여자가 그걸 공식적인 연인─형식적인 부부─아름다운 사랑으로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 어머머 이 남자 꽤 괜찮네? 벌써 정이 깊게 들어버렸네? 그래도 중간에 남자가 발을 빼면 이별이 보통인데, 만약 법으로 따지자 그러면? 시작은 더티러브였는데 셋으로 나뉘게 된다. (넷 이상은 생략)
    첫째, 무고죄. (어벤져스급 변호인단에 따라 동전은 뒤집어질 가망성이 아예 없진 않고)
    둘째, 팜므 파탈─요부─꽃뱀의 '바지가랭이 잡고 늘어지기 작전'에 휘말려 몇 년 법정에 출두하다 유명인은 낙마. 전업. 이사. 이혼? 쉿!
    셋째, 평화로운 가정의 몰락. (혼인 전이라면 사귀던 진짜 애인은 떠나고, 만약 가정이 있다면 파탄에 따라 아동과 십대는 결손 가정에서 자라고)
    (남녀의 사랑에서 악역이 여자인 예는 예만 그렇고. 치정 범죄에서 남자측 잘못인 비율을 우리가 모르진 않고. 영화에 보면 연쇄살인마의 90%는 백인. 법관의 70%는 장남. 100M 스프린터의 70%는 막내. 명마라토너 80%는 흑인. 촌닭&뱁새는 장남 비율이 우세하고,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는 비-장남측 통계가 많나는 모르겠고. 사실과 교양학을 모르지 않는 우리. 아무튼 일방적인 예시에 대한 변호는 여기까지만)
    어찌 됐든 회색도시에서 자라서 어느 날 갑자기 어른. 세상도 녹록치 않고 나이값도 쉬운 게 아니다. 산적한 과제가 결코 만만치 않다. 10명이 감기약을 먹었는데 1명이 탈나서 그 문제가 일파만파 번질 때. 소비제를 만드는 생산자측에 유리하냐, 소비자측 권익에 불리하냐. 그게 다 이 때문이다. <원주민 문화의 선천적인 사고방식> 대 <알파벳 시스템>! 전자와 후자의 불협화음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칼럼 <선발주자-후발주자 방식의 또 다른 차이>에 따라 회사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산업군 진입 장벽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보행자 우선이기 때문에 운전자를 불편하기 만들 것인가. 선택은 가능하다. 불가능한 게 아니라 가능하다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수도 있고, 땅을 팠는데 진짜로 금이나 돈이 나올 수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진리는 차츰차츰 영차영차,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개혁과 진보와 혁신은 쉬운 게 아니니만큼, 대가가 크니만큼 개선하고 발전하기가 무순위. 그런데 차츰차츰과 영차영차는 손발이 맞아야 한다. 합심해야 가능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튈 때는 튀고, 개성이나 정체성을 따질 게 아니라 지킬 건 지키고. 실행 전에 깨달음이 우선이다. 모로 가도 로마만 가면 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로마로 갔을 때 얘기. 잘못된 코스로 빨리 갔다가, 중간에 코스를 수정하고 어쩔려면 대공사가 된다. 토끼와 거북이 같은 우화가 그것이다. 차츰차츰 희망찬 미래이자 밝은 내일로 나아가려면, 그럴려면 선발주자측에서 중견주자를 먼 과거─가까운 과거─현재 어떻게 봤는지-보는지를 알아야 한다. 대중과학잡지와 순수과학잡지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물론 몰라도 무탈하지만 알면 좋다는 뜻이다. 무관심해도 괜찮다만 모르면 안 그래도 속좁은 남자 더 옹졸해질지도 몰라서 하는 말. 몰라도 행복하고 몰라도 재밌는 인생도 많지만, 이왕이면 급이 다른 행복과 사랑이기를. 자빠질 때 자빠지더라도 소파에 자빠지기를. 속아도 '속는 셈 치고'가 전제되며 진짜로 못이긴 척 속아 넘어가도 좋은 상대에게 속기를. 모르면 진짜 권위자가 아니라 그냥 수다쟁이요, 모르면 최고의 권위자가 아니라 잔소리꾼이 될 것이다. 동심과 상상력과 선행 같은 아이의 장점이 뚜렷하듯, 어른은 그로써 어른스러워지는 것이다. 닭과 달걀 정도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왜 고전음악과 그 무언가가 신기하리만치 비례하는지를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정물화 같은 고전미술처럼 그 완벽한 황금비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다─대충 살자─막살자>가 각기 다르듯. 여성잡지 1과 2의 차이처럼 말이다.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듯, 여자가 남자의 도톰한 목소리에 환장하지 않으면 그건 여자가 아닌 걸 잘 알 듯이. 정말로 여자가 남자의 도톰한 목소리에 꺼뻑 반하지 않으면 그건 여자가 아니다. 극미한 황홀감을 느끼지 않는 숙녀가 아마도 있을까? 있긴 있겠지만 어쩌면 없을 것이다. 청초한 숙녀라고 해 봐야 어차피 사진발. 정면으로 보고 가까이서 보고 찬찬히 보고, 사귀어 보고 화장 지우면 다 비슷비슷. 화장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정말로 놀랍도록 다 비슷비슷하다. 언뜻 봤을 때 이쁘냐, 먼발치서 봤을 때만 예쁘냐. 벌레 먹은 사과라도 마다하지 않느냐. 그와 별개로 한눈에 봐도 탁월한 미남! 화장발─조명발─알짱알짱 꼬리 흔들기처럼 그냥 단순한 수트빨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대번에 확~ 그냥 눈에 띄는 미남을 가까이서 봤을 때. 낭군님 팔짱을 끼고 있든 아니든 숙녀가 홀딱 빠져들지 않으면 그건 여자가 아니다. 아니지 완전 아니지. 그게 어디 여잔가? 어? 그건 덜렁덜렁 고추 달린 남자다. 그건 여자가 아니라 곰이다. 미련곰탱이 곰이나 마찬가지다. 말이 좀 심했다만 어쨌든, 물론 장기적 관점이 배제된 채 성급한 따라하기의 폐해도 없을 수 없다. 회사 치고 MICROSOFT의 윈도우 운영체제를 이용하지 않고 소비제를 만드는 회사는 없다고 봐도 되는데─애플 제품도 윈도우 운영체제 아니면 회사는 방학한다─어쨌든 회사 아마존 같은 공룡 대 개인. 공룡과 개인 모두 윈윈, 이상은 그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영세 업체─자영업자 같은 중간 영역, 우버처럼 생태계에 새롭게 등장한 신종 유형 같은 중위 영역이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것. 현실과 이상의 괴리다. 현실에서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그래서 산업계의 히든 챔피언은 선발주자측에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어른들끼리 모순의 발생 이치를 따져보는 건 이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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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뭐냐, 십대들이다. 십대들이라고! 권위자가 그렇게 말하는데 내 소심한 주관에, 책 읽기 공부하기 싫은 핑계도 반틈인데 뭐라고 변명하겠나. 할 말이라곤 공부 그거 어차피 돈 많이 벌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그 말 밖에는, 아 또 있다. 캐면 계속 나오지만 그건 논외로 치고. 아무튼 일종의 한계는 태생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따라서 우리 어른들 일부는 책이라면 열심히 피해가는 것이다. 마치 최선을 다해서 호박이 어딘가에 줄을 서듯 말이다. 잔지식의 왕국만으로 충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환상은 TV, NC, 게임, 스포츠, 취미, 어설픈 사랑의 3박자, 놀기, 으쌰으쌰 등등 그렇게나 다양하고 화사한데? 신나는 반짝임과 기발한 소비제는 널리고 널렸는데? 뭐하러 교복 벗은지가 언젠데 아직도 끙끙 앓으면서 책과 씨름하겠나. 아니 그렇소? 물론 이치가 그렇다라... 그렇다면 난 타고난 모발색에 따른 한계가 있으니 뭐 어쩌겠네. 그처럼 뭘 해도 안된다 라는 개그와 꽁트로. 어차피 임계치가 있으니 힘들다는 말이구만 라면서 퉁명스런 표정으로. 그런 한편, 학벌이랄지 기존 학파의 틀을 뛰어넘으면 되는 것 아닐까? 도전이 다른 게 아니니까. 그처럼 몰랐던 원리를 각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건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왜 나는 영화에 나오는 슈퍼맨-영웅-엑스맨 같은 재능이 없을까. 허나 정상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친구와 농담할 때 하는 얘기로 이중인격도 있다. 놀라운 특수 능력은 없더라도 그 정도는 누구나 있다. 가령, 이중인격에서 그 2개 인격의 비율만 달리 설정해도 영화처럼 수많은 인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실상 우리는 누구나 엄마를 닮은 성정도 있고 아빠를 쏙 빼닮은 습성도 지녔다. 정말로 그렇지 않은가. 작은 행복에 만족하냐 어설픈 사랑의 3박자로도 불만족하냐. 모두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왜 인간의 두뇌를 5% 미만만 쓰니 어쩌니 그런 이론 같을 듯한 지식을 우리가 알고 있을까? 다름 아닌 인체의 신비 때문이다. 전혀 범상치 않은 일반인도, 쉽진 않겠지만 가능할 테니까. 도전해서 실패하면 재도전으로 그 패배를 합리화하거나, 아니면 실패의 원인을 내 바깥으로 돌리느냐. 이성으로 원인을 실측하느냐, 아님 환경만 탓할 텐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중학교 때 하교길에 학교 앞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에 생애 처음 올라 타던 장면이 기억난다. 당연히 발을 올리자마자, 뒤로 꽈당! 주위 친구들 다 웃고. 영화 <빽 투 더 퓨터>처럼 대충 어떻게 될 줄 알았겠지. 스케이트-롤러스케이트-인라인스케이트. 마찬가지다. 볼링장에서 내 친구는 백스윙하다가 볼링공을 뒤에 앉은 내 쪽으로 던졌다. 딴 친구도 평생 골프채를 구경도 못해봤다가 자기 형 따라서 골프장에 가서 처음 골프선수를 흉내낸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TV에서 많이 봤으니까 대충 될 줄 알았단다. 그런데 자기 형 스윙은 연습의 결과고, 자긴 태어나서 처음 골프채를 잡자마자 골프장. 그러니 골프 스윙이 아니라 야구스윙. 몇 번을 휘둘러도 한 번은 허공, 한 번은 삑사리. 십대에 인생의 평생 직업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 의도처럼 흘러갈지 어쩔지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실제로 어른이 되면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치도 못했던 장르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갔다 왔다 다시 갔다 왔다, 3번째 결혼식까지 옛 친구를 부르기엔 너무 멋쩍더라, 내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더라. 그럴 수도 있다. 거울을 보면서 내가 엑스맨일까? 그럴 수는 없고. 다만 이중인격으로 몇 가지 가능성이 파생될지는 공상해도 되고. 각자 기억나는 사연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시작이 미약함은 당연한 것. 투정해도 자유고 불평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할지는 모두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씨가 중요하냐 밭이 중요하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여기서부터는 뻔한 얘기니 생략하고.
    이를 테면 과학과 스포츠와 조류학 같은 분야는 이처럼 전혀 다른 시각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가 현저히 낫다. 보는 시각에 따라 설명이 확연히 다를 소지가 월등히 적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고로 자칫 헛소리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한 다변의 결론은 이렇다. 다소 취향과 한계가 분명한 과목에 대해서라면 애초에 전체적인 원리와 개인적인 성향을 잘 알아야지, 안 그랬다가는 안 그랬다가는. 중년을 훌쩍 넘어서 직업을 A에서 B로 바꾸거나 어쩌거나. 그런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점. 그걸 누가 직접 설명해주지도 않았고, 어디에서 보도 듣도 못했다. 듣도 보도 못했다. 바로 그래서 침 튀기듯 동물 소리가 늘어난 것이다. 하여간 최근 일하기에 대한 형편은 이쯤에서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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